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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새로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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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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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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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이돌 가수, 유리의 방이야. 유리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어. 오늘은 방송국 촬영이 없는 날이네. 그리고 앨범 재킷 사진을 스캔하자, 스마트폰에서 영상과 음악이 함께 흘러나왔지. 유리는 엄마가 계신 부엌으로 나와 말했어. “엄마, 이 노래에 맞춰 같이 춤춰요.” 아침을 먹고 유리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어. “방이 좀 썰렁해 보이는걸. 다른 가구를 좀 사야겠어.” 유리는 스마트폰에서 증강 현실 가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어. 그러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방 안을 이리저리 비추었지. “방에 이런 안락의자를 놓으면 어떨까?” 방을 비추던 스마트폰 화면에 안락의자가 나타났어. “증강 현실 가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고르고, 방에 놓았을 때 어울리는지도 미리 알 수 있지.” “엄마, 제 방에 놓을 가구 좀 같이 골라 주세요.” “그래, 엄마도 거실에 놓을 가구를 고르던 참이야. 거실에 분홍색 탁자를 두면 어떨까?” 엄마는 들고 있던 태블릿 피시를 거실 한가운데로 향하게 했어. 유리는 오후에 친구 지수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어. “오늘은 재미있고 독특한 모습이 좋겠는걸.” 유리는 증강 현실 거울이 있는 미용실에 갔어.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앞에 있는 동그란 거울을 보았어. “거울아, 거울아, 오늘은 어떤 머리 모양이 어울릴까?” 유리는 거울을 보며 장난스레 말했어. 그러자 거울이 마법에라도 걸린 듯 다른 머리 모양을 한 유리의 모습을 보여 주었지. “머리를 어떻게 해 줄까요?” 미용사가 유리에게 물었어. “놀이공원에 가는 거라 재미있고 독특한 머리 모양으로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안 어울리면 어쩌죠?” 걱정 마세요. 증강 현실 거울이 여러 가지 머리 모양을 보여 줄 거예요. . 가장 마음에 들고, 잘 어울리는 모양으로 골라 봐요. “음, 저게 좋겠어요!” 유리가 머리 모양을 고르자 미용사가 유리의 머리를 그대로 매만져 주었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 머리에 어울리는 옷도 사러 가야지.” 미용실에서 나온 유리는 옷 가게로 향했어. “놀이공원에 입고 갈 옷 좀 추천해 주세요.” 옷 가게 직원은 유리에게 어울릴 만한 옷 몇 벌을 보여 주었어. “모두 마음에 드는데, 입어 봐도 될까요?” “증강 현실 거울로 보면 옷을 직접 입어 보지 않아도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어요.” 거울 앞에 선 유리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화면을 터치했어. 그러자 마치 유리가 직접 그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와! 이 줄무늬 옷이 마음에 들어요.” 유리는 놀이공원 앞에서 친구를 기다렸어. “지수가 올 때까지 게임이나 해 볼까?” 유리가 스마트폰에서 증강 현실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어. 그러고는 스마트폰을 앞으로 비추었어.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사진을 찍는 것처럼 놀이공원이 보이고, 그 앞에 귀엽게 생긴 게임 속 캐릭터들이 나타났어. “친구가 조금 늦게 와도 지루하지 않아. 이곳에 나타난 캐릭터들을 찾아 잡으면서 놀면 되니까.” 드디어 지수가 놀이공원에 도착했어. 지수도 재미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어. 표범 무늬 점퍼를 입고 표범 무늬 모자를 썼어. “와! 지수, 너 표범 같은데.” “유리, 너는 얼룩말 같아.” 마침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어. 유리와 지수는 그 옆으로 가 뽐내듯이 함께 걸었어. 다음에 유리와 지수는 정글 체험을 하는 곳으로 갔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이었어. 유리와 지수가 가상 현실 안경을 썼어. 그러자 눈앞에 정글이 펼쳐졌어. “와, 정글에 있는 것 같아.” 둘은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정글 체험을 했어. 유리와 지수는 극장으로 들어갔어. “여기는 만화 속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래.” 가상 현실 안경을 쓰자 눈앞에 숲이 펼쳐지고 용이 나타났어. “아, 위험해!” 지수가 외치자 유리가 말했어. “요술 마차야, 어서 달려라!” 그러자 유리와 지수가 앉아 있는 의자가 덜커덕거렸어. 꼭 달리는 마차를 탄 기분이었어. 유리와 지수는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나왔어. “유리야, 오늘 정말 즐거웠어.” 지수의 말에 유리도 고개를 끄덕였어. “응, 나도! 우리 다음에 또 같이 놀자. 헤어지기 전에 같이 사진 찍을까?” 유리와 지수는 손을 흔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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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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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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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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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폴라리스 별. 폴라리스 별의 외계인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큰 걱정거리가 있었지요. 폴라리스 별에는 의사 선생님이 없어서 외계인들이 힘들어한다는 거였어요. 엘리네 아빠는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어요. 엄마는 이가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동생은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열도 났어요. 오직 엘리만 건강했지요. 엘리는 폴라리스 별을 구하기 위해 지구별로 날아갔어요. 지구 별에는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엘리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어요. “좋아, 아픈 환자들이 있으면 가야지.” 의사 선생님은 서둘러 엘리를 따라나섰어요. 환자들이 우르르 의사 선생님에게 몰려왔어요. 하지만 엘리의 동생처럼 어린아이와 청소년 환자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대요. 환자들이 우르르 의사 선생님에게 달려왔어요. 하지만 엘리의 아빠처럼 허리를 다쳤거나, 뼈가 부러진 환자들만 치료할 수 있대요. 외과 의사 선생님이었거든요.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열이 나요.” “감기에 걸렸군요. 약을 지어 줄게요. 씩씩하게 주사도 잘 맞을 수 있죠?”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 다른 환자들이 엘리에게 투덜댔어요. “애고고, 허리를 다쳐서 꼼짝도 못 하겠어.” “엉엉, 나는 코뼈가 부러진 것 같아.” 엘리는 다시 지구별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다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지요. “그래, 좋아. 빨리 가 보자.” 의사 선생님은 엘리를 따라나섰어요. 환자들이 의사 선생님에게 우르르 몰려들었어요. 하지만 엘리의 엄마처럼 이가 아픈 환자들만 치료할 수 있대요. 치과 의사 선생님이었거든요. “코뼈가 부러졌어요. 수술을 해야 해요.” “수술이 잘되었어요. 조심하며 지내세요.” “야호! 코뼈가 잘 붙었네.” 다른 환자들이 엘리를 붙잡고 사정했어요. “엉엉! 이가 아파.” “나는 이가 몽땅 빠져 버렸다고, 흑흑!” 엘리는 다시 지구별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지요. “어서 가자. 환자들을 치료해야지.” 의사 선생님은 엘리를 따라나섰어요. 남은 환자들이 의사 선생님을 반겼어요. 모두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을 기다렸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해 주었지요. “아야, 아야! 이가 아파요.” “썩은 이를 치료해야 해요.” “이제 잘 먹을 수 있어요!” 다른 환자들이 엘리에게 도와 달라고 외쳤어요. “애고, 목이 아파서 침도 삼킬 수 없어.” “나는 콧물이 계속 나와. 훌쩍!” 엘리는 몹시 지쳤지만, 다시 지구별로 날아갔어요. 또 다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지요. “그렇다면 어서 가 봐야지. 서두르자.” 의사 선생님은 엘리를 따라나섰어요. 폴라리스 별은 더 살기 좋게 변했어요. 아픈 외계인들을 위해 종합 병원이 생겼거든요. 여러 의사 선생님이 있는 폴라리스 별은 가장 행복한 별나라가 되었어요. “목이 아파서 말이 안 나와요.” “목이 많이 부었네요.” “이제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요! 랄랄라.” 폴라리스 별의 외계인들은 다시 건강해졌어요. 엘리네 가족의 병도 깨끗이 나았지요. 폴라리스 별의 외계인들은 기뻤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엘리가 시름시름 아팠어요. 폴라리스 별을 구하느라 너무 힘들었나 봐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훌륭한 의사 선생님들이 지구 별로 돌아가지 않고 엘리를 보살펴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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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해마들의 행복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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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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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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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문어 아저씨는 바다 마을에서 가장 일찍 일어났어요. “오늘도 맛있는 빵이랑 과자를 만들어야지!” 문어 아저씨는 빵집으로 씽씽 달려갔지요. 빵집에 도착한 문어 아저씨는 환하게 불을 켰어요. 아저씨는 손을 깨끗이 씻으며 조리 도구들에게 인사했지요. “다들 푹 잤니? 오늘도 잘 부탁한다!” 땡땡! 과자랑 빵이 다 구워졌어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빵집 가득히 퍼졌어요. 과자랑 빵을 먹고 행복해할 바다 마을 동물들이 떠올라 아저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지요. 딸랑딸랑! 첫 번째 손님은 고래 아줌마였어요. “고소한 빵 냄새가 잠꾸러기 우리 아이들을 깨웠네요. 빵이 먹고 싶다고 난리예요.” 문어 아저씨는 활짝 웃으며 정성껏 빵을 담아 주었어요. 출근하는 복어 아저씨는 샌드위치를 사 갔어요. 대구 할머니는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를 사 갔고요.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기 오징어는 동생과 먹을 간식으로 컵케이크를 샀어요. 그런데 문어 아저씨가 자꾸 시계를 보았어요. 약속이 있는 걸까요? 바로 그때, 문어 아줌마가 왔어요. “딸기와 선물을 모두 준비했어요. 어서 같이 가요. 아이들이 기다리겠어요.” “와! 오신다, 오셔!” 문어 아저씨의 흰 모자가 보이자, 아기 해마들은 폴짝폴짝 뛰었어요. 아기 해마 열 쌍둥이는 엄마 아빠가 없었어요. 그래서 문어 아저씨와 아줌마가 아기 해마들의 생일날, 케이크를 같이 만들기로 한 거였어요. 문어 아저씨는 아기 해마들에게 크림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요. 고소한 케이크 냄새가 집 안 가득 솔솔 퍼졌지요. 문어 아저씨는 열 개의 작은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아기 해마들은 케이크에다가 요리조리 싹싹 크림을 발랐어요. 새하얀 크림 옷을 입으니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지요. 문어 아저씨는 빨간 딸기와 초콜릿으로 멋지게 장식을 했어요. 예쁜 생일 초도 하나씩 꽂았어요. 우아, 맛있는 케이크다! 막내 해마는 침을 꼴깍 삼켰어요. “언제 먹어요? 배고파요.” 문어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어요. “선물은 풀어 보고 먹어야지.” “와, 최고다!” 문어 아줌마의 선물은 아기 해마들에게 꼭 맞는 제과 제빵사 모자였어요. “나도 크면 아저씨처럼 케이크를 만들 거예요.” “나도, 나도!” “하나, 둘, 셋! 후!” 열 개의 촛불이 한 번에 꺼졌어요. 냠냠, 꿀꺽!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지요. 문어 아저씨는 케이크에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과자를 만들어 볼까?” 쓱쓱, 버터와 설탕을 잘 섞고, 톡톡, 달걀을 풀어 넣었어요. 탁탁, 밀가루를 계량컵에 담아 체에 걸러 넣고 반죽을 했어요. 냉장고에 넣어 둔 반죽을 꺼내 밀대로 평평하게 펴고 틀로 찍어 예쁜 모양을 만들었어요. “식빵도 만들어야지.” 휙휙, 우유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섞었어요. 착착, 밀가루와 이스트, 버터를 넣고 반죽을 했지요. 그리고 반죽에 따뜻한 물을 받쳐서 놓아두었어요. 아기 해마들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달걀노른자와 버터를 넣고 거품기로 저었어요. 그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고 꺼내서 설탕을 넣어 가며 거품기로 휘휘! 맛있는 크림을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아기 해마들은 달걀에 소금과 설탕, 버터와 우유를 넣고 거품기로 휘휘 저었어요. 문어 아저씨는 여기에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했지요. 그리고 케이크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구웠어요. 고소한 케이크 냄새가 집 안 가득 솔솔 퍼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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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세계적인 가수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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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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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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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기야, 피기야!” 우당탕, 토토가 허겁지겁 달려왔어요. “내일 노래자랑 대회에 초대 가수로 꼬미가 온대!” “정말? 꼬미는 숲속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잖아!” “나도 노래자랑 대회에 나갈 거야. 꼬미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어.” 피기는 얼른 집으로 달려갔어요. “제일 예쁜 옷을 입어야지. 팡팡, 분도 바르고, 쓱쓱, 입술도 예쁘게 칠해야지.” 빰빠라밤! 다음 날,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어요. “랄라라 라알랄라아아!” 하지만 피기의 노래는 엉망이었어요. “엉터리다, 엉터리!” 구경하던 동물들은 피기를 놀렸어요. 피기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개졌지요. ‘나는 가수가 될 수 없는 걸까?’ 피기는 속상해하며 무대에서 내려왔어요. 드디어 꼬미가 무대로 올라갔어요. 노래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어요. “꼬미는 예쁘지도 않은데 모두 왜 저렇게 좋아하지? 흥!” 피기는 잔뜩 속이 상했어요. “예쁘다고 가수가 되는 건 아니야.” 꼬미가 어느새 피기에게 다가와 말했지요. “미, 미안해. 샘이 나서 한 말이었어.” “호호, 괜찮아. 너도 가수가 되고 싶니?” 꼬미는 피기를 연습실로 데려갔어요. “난 하루에 세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해.” “세 시간씩이나?” “이렇게 삼 년이 넘게 연습했어. 가수가 되기 전에도 열심히 준비했고.” “나도 노래 연습을 할래.” 피기는 꼬미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꼬미가 “랄랄라!” 부르면, 피기도 “랄랄라!” 불렀지요. 그러다 그만 콜록콜록, 피기는 목이 쉬고 말았어요. “캑캑, 목소리가 안 나와. 이렇게 힘든 연습을 매일 했었니?” 피기는 꼬미가 대단해 보였어요. “이제 춤 연습을 할 시간이야.” 꼬미와 피기는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헉헉, 헥헥.” 피기는 금세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요. “나도 처음에는 쿵 넘어지기도 하고, 선생님께 꾸지람도 많이 들었어.” 꼬미의 하루는 쉴 틈 없이 바빴어요. “오늘은 새로운 노래를 녹음하는 날이야.” 꼬미는 마음에 들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어요. “가수는 음악 공부는 물론이고, 틈틈이 책도 많이 읽어야 해.” “나는 세계적인 가수가 될 거야.” 오늘은 꼬미가 피기와 같이 공연을 하는 날이었어요. “넌 정말 훌륭한 가수야. 나도 언젠가는 꼭 너처럼 되고 싶어.” 피기가 꼬미에게 말했어요. “너도 노력하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어.” 꼬미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지요. 꼬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피기도 즐겁게 노래를 불렀지요. “역시 꼬미는 최고의 가수야! 피기도 노래 연습을 많이 했나 봐!” 동물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쳤어요. 머지않아 피기도 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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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로봇 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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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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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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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서울에서 저랑 같이 살아요.” “그래요, 어머니. 서울로 올라오세요.” 찬이의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살았어요. 찬이 가족은 주말마다 할머니를 만나러 시골에 내려왔지요. “난 여기가 좋단다. 내 걱정은 마라.” 할머니는 서울보다 시골이 좋았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엄마 아빠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요. “어머니 혼자 지내시는 게 늘 걱정이에요.” 다음 날, 찬이는 유치원에 다녀왔어요. “멍멍!” 바둑이가 반갑다며 인사했지요. “바둑아, 심심했지? 오늘은 뭐 하고 놀까?” 바로 그때, 아빠가 말했어요. “맞아. 바로 그거야!” 아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빠, 이게 뭐예요?” “할머니를 도와드릴 강아지 로봇을 만들 거란다.” “로봇이요?” 찬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사실 아빠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공학자였어요. “강아지 로봇이 할머니를 어떻게 도와드려요?” 아빠는 강아지 로봇에게 녹음기와 스피커, 마이크로폰을 달아 주었어요. 앞으로 이 장치들이 강아지 로봇의 입과 귀가 되어 줄 거래요. 로봇에게 눈 대신 카메라, 코 대신 후각 센서를 달아 주면, 사물을 보고 냄새를 맡는 등 사람의 감각 기관과 비슷하게 작동할 수 있어요. “할머니는 논을 망치는 참새가 제일 싫으시대요. 참새도 쫓을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그래. 다리를 잘 움직일 수 있게 모터와 벨트를 달아야겠구나.” 찬이 와 아빠는 마음이 척척 맞았어요. 몇 달 동안 아빠는 아주 바빴어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강아지 로봇을 만드는 일은 너무 어려웠지요. 하지만 결국 아빠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똘똘한 강아지 로봇을 만들어 냈어요. 아빠는 강아지 로봇을 연구소에 가져가서 잘 작동되는지 검사받기도 했어요. 찬이는 아빠가 써 준 말을 열심히 녹음했어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마침내 강아지 로봇 ‘도비’가 완성되었어요. 찬이 가족은 주말에 할머니 댁에 내려갔어요. “할머니! 찬이 왔어요.”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구나.” 반가운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멍멍!” 도비가 할머니에게 달려갔어요.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어이쿠, 이게 뭐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는 도비예요. 멍멍!” 그날 이후로 할머니와 도비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도비는 할머니 앞에서 재롱도 부리고, 필요한 물건도 척척 찾아왔어요. 도비는 다리를 번쩍 들어 참새도 쫓아 주었고, 당근도 쑥 뽑아냈어요. 할머니가 주무실 때는 집도 잘 지켰지요. 삐리리, 삐리리! “엄마 아빠, 도비가 전화를 했어요!” 찬이 가족은 전화기 앞에 모였어요. “얘들아, 고맙구나. 도비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단다.” 로봇 윤리학자. 무슨 일을 하나요? 도덕적인 관점에서 로봇이 지켜야 하는 행동 규범을 만들고,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로봇에 대해 도덕적인 기준의 해결 방안을 찾는 연구를 해요.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나요? 로봇 공학, 윤리학이나 법학 등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은 후,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소나 정부 기관에서 일할 수 있고, 로봇 관련 학과의 대학교수로도 활동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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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물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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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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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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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강아지예요. 오늘도 꼬꼬 아줌마랑 병아리들을 따라 마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어요. “복실아, 복실아!” 어? 주인아저씨가 나를 불렀어요. 아침부터 주인아저씨의 자전거를 타고 밭두렁을 따라 씽씽 달렸어요. 동네 어른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나는 반가워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지요. 어느새 읍내로 나왔어요. 알록달록한 간판을 보느라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어? 주인아저씨가 동물 병원 앞에 멈췄어요. ‘아저씨, 난 안 아픈데요.’ 동물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동물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어요. “강아지다! 어디가 아파서 왔니?” “아무거나 먹어서 배탈 났지?” 나는 겁이 나서 주인아저씨의 품으로 파고들었어요. “복실아, 나는 장에 갔다가 올게. 수의사 선생님, 복실이를 잘 부탁드려요.” 주인아저씨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어요. 갑자기 원숭이가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넌 여기 왜 온 거야?” 고양이 아줌마도 새침하게 말했지요. “수술하러 온 거니?” “네? 수술요?”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이 떨렸어요. 그러자 할아버지 개가 허허 웃었지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 수의사 선생님이 얼마나 다정하신데. “네, 근데 할아버지! 목에 쓴 건 뭐예요?” 수술한 자리가 가려워서 말이야. 내가 핥지 못하게 하려고 수의사 선생님이 씌워 놓은 거란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급하게 뛰어 들어왔어요. “우리 아롱이가 닭 뼈를 삼켰어요!” 수의사 선생님은 솜씨 좋게 핀셋으로 아롱이의 목에 걸린 닭 뼈를 끄집어냈어요. “녀석, 어제는 감기 때문에 끙끙 앓더니 내일은 퇴원할 수 있겠구나!” 원돌이도 수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얌전했어요. 아하,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수의사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오호, 우리 복실이가 많이 컸네. 자, 눈을 크게 떠 보고 입도 ‘아!’ 해 보자. 나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약간 따끔할 거야. 조금만 참으렴.” 뾰족한 주삿바늘이 내 몸에 닿았어요. “멍멍!” “녀석, 엄살은.” 등을 두들겨 주는 수의사 선생님의 손이 참 따뜻했어요. “우리 복실이 잘 있었니?” 어느새 주인아저씨가 돌아와 나를 안아 주었어요. 수의사 선생님이 간식을 물려 주며 말했어요. “복실아, 잘 커야 한다.” ‘수의사 선생님, 고마워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인사했지요. 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해 주는 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동물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과학 실험용 동물을 관리하는 등 소속된 곳에 따라 하는 일이 다양해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동물 산업도 계속 발달하고 있어 수의사가 필요한 곳은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 반려동물 훈련·상담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훈련시키고, 보호자에게 안내하는 일을 해요.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은 후,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경찰견, 마약 탐지견, 장애인 도우미견 등을 교육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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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천사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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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씨 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 토미는 꽃밭에 물을 주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하던 일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토미가 해요. 엄마 아빠는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셨거든요. “토미야, 어서 서둘러. 그러다 유치원에 늦겠어.” 언니 토토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져요. “알았어, 알았어. 우리 집 잔소리 대장이라니까!” 토미는 투덜대면서도 부지런히 집을 나서지요. “사랑해요! 매애.” 혼자 사는 염소 할아버지는 언제나 똑같은 말만 해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토미도 반갑게 인사를 하지요. “콜록콜록, 콜록콜록.” 학 할머니의 기침 소리예요. “할머니! 오늘도 편안하게 지내세요.” 학 할머니도 혼자 살아요. 덜커덩덜커덩! 양 할머니의 손수레 소리예요. “할머니! 도토리 많이 주우셨어요?” 양 할머니도 혼자 살지요. “이번 시간에는 ‘나의 소원’을 써 볼까요?” 선생님은 소원 편지를 천사에게 보낼 거라고 해요. 토미네 반 친구들은 정성껏 소원을 적어요. 토미는 어떤 소원을 쓸까요? 토미네 반 선생님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요. “토미라는 친구의 소원이에요. 마음이 정말 예쁘지요?”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에요. “안녕? 귀여운 토미구나.” 어? 염소 할아버지가 다른 말로 인사를 해요. “천사가 다녀갔단다. 내게 말동무를 보내 주었지.” “안녕? 토미야. 우유 한잔 마시고 가렴.” 어? 학 할머니가 기침을 하지 않아요. “천사가 다녀갔단다. 부엉이 의사를 데려와 기침을 치료해 주었지.” “안녕? 토미야. 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어? 양 할머니가 도토리를 줍지 않아요. “천사가 다녀갔단다. 필요한 것들을 사슴 사장님이 가져다주었지.” “저기 천사가 오는구나.” 양 할머니가 가리킨 곳을 보니, 예쁜 악어 아줌마와 토미네 반 선생님이 오고 있어요. “토미야, 인사하렴. 사회 복지사 선생님이란다.” 사회 복지사 선생님이 바로 천사래요! “염소 할아버지, 이야기할 친구가 필요하시죠?” “학 할머니, 병원에는 가 보셨어요?” “양 할머니, 도와줄 분이 아무도 안 계세요?” 사회 복지사 선생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난 후, 함께 도와줄 동물들을 찾아요. 참새는 염소 할아버지의 말동무를 해 준대요. 부엉이 의사는 학 할머니의 기침을 치료해 주기로 약속해요. 사슴 사장님은 양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주기로 해요. 토미가 물어요. “사회 복지사 선생님, 다른 소원도 들어주실 수 있나요?” “무슨 소원인데?” “엄마 아빠처럼 따뜻한 분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토미는 엄마 아빠와 함께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말해요. 토미는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서 집 앞마당에서 꽃떡 잔치를 열어요. 꽃잎은 누구랑 딸까요? 바로 사회 복지사 선생님이 보내 준 토순이 아줌마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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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농업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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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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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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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이는 동물 마을의 탐정이에요. 마을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개굴 탐정소에 찾아왔어요. 개굴 탐정과 악어 조수는 아무리 어려운 사건도 척척 해결해 주었거든요.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따르릉! 전화가 걸려 왔지요. “개굴 탐정 소지요? 아기 오리 네 마리가 길을 잃어 울고 있어요.” 개굴 탐정과 악어 조수는 재빨리 달려갔어요. “괜찮아, 괜찮아. 우리가 집을 찾아 줄게.” 하지만 아기 오리들은 집 주소도, 전화번호도, 엄마 아빠의 이름도 알지 못했어요. 개굴 탐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개굴 탐정과 악어 조수는 아기 오리들을 탐정소로 데려왔어요. 그러고는 발명가이고 음악가이며, 요리사이자 선생님인 오리를 찾아보았지요.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오리는 없었어요. 개굴 탐정은 아기 오리들에게 더 자세히 물어보기로 했어요. “아빠가 어떤 것을 발명하시니?” 첫째 오리가 대답했어요. “아주아주 큰 포도, 노란색 포도, 껍질째 먹는 포도까지! 신기하고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요.” “아빠가 음악을 하신다고?” 둘째 오리가 대답했어요. “우리 아빠는요, 포도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줘요.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포도가 더 잘 자란대요.” “아빠가 어떤 음식을 만드시니?” 셋째 오리가 대답했어요. “포도로 주스도 만들고, 잼도 만들어요. 아빠가 만든 포도 주스가 제일 맛있어요.” 개굴 탐정은 고개를 끄덕끄덕, 악어 조수는 침을 꼴깍 삼켰지요. “아냐, 아냐! 아빠는 선생님이라니까!” 넷째 오리가 발을 쿵쿵 구르며 소리쳤어요. “아빠는 선생님이에요. 다른 아저씨들이 우리 아빠한테 포도 기르는 법을 배우는걸요.” 아기 오리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개굴 탐정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어요. “이건 너무 어려운 사건이에요.” 악어 조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아빠 오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포도와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해. 꽥꽥 씨에게 물어봐야겠어.” 개굴 탐정은 아기 오리들을 태우고 꽥꽥 씨의 포도 농장으로 갔어요. 농장에 도착한 아기 오리들은 갑자기 신이 나서 소리쳤어요. “와, 우리 집이다!” “여기가 너희 집이라고?” 개굴 탐정은 깜짝 놀랐어요. 뒤에서 나타난 꽥꽥 씨가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개굴 탐정은 꽈당! 엉덩방아를 찧었을지도 몰라요. 개굴 탐정이 정신을 차리자, 꽥꽥 씨는 포도 농장을 구경시켜 주었어요.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포도가 더 잘 자라요. 포도로 맛있는 잼과 주스를 만들어서 팔아요. 새로운 포도,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요. 포도 기르는 방법을 농부들에게 가르쳐 주어요. 아하! 아빠 오리는 농업 기술자였구나! 개굴 탐정과 악어 조수는 꽥꽥 씨가 키운 포도를 실컷 먹었어요. 달콤한 포도주스와 잼도 선물로 받았지요. 탐정소로 돌아가는 길에 개굴 탐정은 아기 오리들에게 살짝 속삭였어요. “이제부터 아빠 직업이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농업 기술자라고 대답하렴!” “얘들아, 아빠가 어떤 일을 하시니?” 아기 오리들은 잠시 생각했어요. 첫째 오리는 “발명가예요!”, 둘째 오리는 “음악가예요.”, 셋째 오리는 “요리사요!”, 넷째 오리는 “아냐, 선생님이야!” 하고 대답했지요. 어떻게 농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취미로 유기농 사과를 키우다가 농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벌레 먹은 사과를 거둔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화학 비료 없이 안전하게 과일을 거둘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농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어떤 농산물을 키우나요? 포도와 사과를 키우고 있어요. 요즘은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농사법을 배워서 병해충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좋은 씨앗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무슨 일을 하나요? 농업 기술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적용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농작물과 가축을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개발하고 농업 종사자에게 알리는 일을 해요. 농업과 정보 통신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스마트 팜과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후, 연구소나 대학교, 스마트 팜 장치를 만드는 기업 등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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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물원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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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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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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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커서 동물원 주인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는 커다란 동물원을 만들어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야지. 마야는 동물을 무척 좋아해요. 털이 북슬북슬한 북극곰도, 여기저기 어슬렁대는 고릴라도, 물 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범고래도, 꼬리를 살랑 흔드는 도마뱀도 말이에요. 마야가 동물원에 간 날, 한 언니가 마야를 맞았어요. “축하합니다! 동물원의 만 번째 손님에게 솔로몬의 반지를 드립니다!” “솔로몬의 반지요?” 네, 이 반지를 끼면 하루 동안 동물들과 말할 수 있어요. 단, 동물에게 딱 한 가지 질문만 할 수 있어요. 언니의 말에 마야는 신났어요. 동물들에게 늘 묻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마야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동물원에 들어갔어요. 마야는 제일 먼저 코끼리를 만났어요. “코끼리야, 넌 어떤 동물원에서 살고 싶어?” 코끼리는 긴 코를 흔들며 말했어요. 맘껏 걸을 수 있는 넓은 들판이면 좋겠어. 딱딱한 콘크리트에서는 무릎이 나빠지고, 발바닥이 썩거든. 진흙 목욕을 할 수 있는 진흙탕은 기본인 거 알지? 그리고 무엇보다 원하는 건 가족이야. 내 가족과 함께 살게 해 주면 좋겠어.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마야는 북극곰을 만났어요. “북극곰아, 넌 어떤 동물원에서 살고 싶어?” 북극곰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말했어요. 음, 내 고향 북극처럼 넓고 추우면 좋겠어. 여기처럼 더우면 털 속에 지저분한 것들이 자라고 몸이 뜨거워져. 내 털 좀 봐! 하얀 털이 누렇게 변했잖아. 바다표범을 사냥할 수 있게 해 주거나 얼음산에도 올라가게 해 줘야 해! 마야는 한숨을 쉬었어요. 마야는 수족관에 가서 범고래를 만났어요. “범고래야, 넌 어떤 동물원에서 살고 싶어?” 범고래는 빙그르르 돌더니 말했어요. 난 원래 깊고 넓은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살아야 해. 그런데 이렇게 얕고 좁은 곳에만 있다 보니 점점 약해지고 있어. 게다가 물이 따뜻해서 피부병이 생겼단다. 또 엄마나 할머니 같은 가족이 없어서 무척 외로워. 네가 만들 동물원에는 넓고 차가운 물이 가득 찬 수족관을 꼭 지으렴. 마야는 마음이 아팠어요.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어요. 마야의 마음도 어두워졌지요. 동물마다 원하는 게 다 달라서 멋진 동물원을 만들기가 정말 힘들겠어. 코끼리가 맘껏 걸을 수 있는 넓은 들판에, 북극곰이 오를 수 있는 얼음산에, 범고래가 헤엄칠 수 있는 넓고 차가운 수족관이라니! 지금 이 동물원과는 전혀 다르잖아. 그럼 다들 여기 있는 게 싫은 건가? 마야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마야는 원숭이 우리로 다가갔어요. “원숭이야, 넌 어떤 동물원에서 살고 싶니?” 그러자 늙은 원숭이 한 마리가 마야에게 다시 물었어요. “넌 왜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살고 싶을 거라 생각해?” 마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요. “사람들이 매일매일 먹을 것을 주고, 다치면 치료해 주잖아. 점점 사라지는 동물들은 보호해 주고, 새끼를 낳을 때도 보살펴 주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예뻐해 주니까 좋지 않아?” 늙은 원숭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모든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보호할 필요는 없어.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연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단다. 물론 잘못하다간 이상한 곳에 잡혀가서 낮에는 재주를 부리고, 밤에는 좁은 철창에 갇혀 힘들게 지낼 수도 있겠지만. 마야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어요. “그런 나쁜 사람들은 혼내 줘야지!” 늙은 원숭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동물원은 원래 살던 정글이야. 내 손으로 먹을 걸 구하고, 내 손으로 잠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 말이야. 너도 네 방에 장난감 넣어 주고 맛있는 밥을 꼬박꼬박 준다고 해도 거기서 평생 갇혀 지내고 싶지 않지? 그러니 동물들이 살고 싶은 동물원은 없어.” 다음 날, 마야는 다시 동물원에 갔어요. 이젠 반지를 껴도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였어요. 축 쳐져 있는 북극곰의 외로움이, 빙글빙글 제자리만 도는 늑대와 여우의 슬픔이, 앞뒤로 몸을 흔들고 있는 곰의 아픔이 보였어요. 마야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여기저기 찾아보았어요. 다행히도 동물들의 슬픔과 아픔을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어요. 미국 애리조나 소노라 사막 박물관, 이곳은 동물들이 지내는 곳을 최대한 살던 곳과 비슷하게 꾸며 놓았어요. 미국 동물원 가운데 가장 먼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실천한 곳이에요. 영국 저지 동물원,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만 있어요. 분홍 비둘기와 모리셔스 황조롱이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자, 두 새를 보호하고 번식시켜 수를 늘린 다음, 자연으로 돌려보냈어요. 덕분에 이제 더는 멸종 위기 동물이 아니에요. 중국 곰 구조, 센터 곰의 쓸개를 약으로 쓰는 풍습 때문에, 중국 에는 수많은 곰이 산 채로 괴롭힘을 당해요. 곰 구조 센터에서는 이런 곰들을 구해 와서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어요. 그리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과 왜 보호해야 하는지 교육해요. 미국 테네시 코끼리 보호 구역, 이곳은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서 학대당했던 코끼리들이 살고 있어요. 코끼리들이 죽을 때까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돌봐 주어요. 마야의 꿈은 이제 멋진 비행사가 되는 거예요. 멋진 비행사가 되면 비행기를 타고 지구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보러 갈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해 줄 거예요. 동물들은 자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제일 멋지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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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한 움큼, 사탕 한 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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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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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속에 도깨비 형제 또치와 뚜치가 살고 있었어. 또치와 뚜치는 피부색만 달랐지 똑같이 생겼어. 그래서 친구들이 때때로 헷갈리기도 했어. “뚜치야, 아침 먹자!” 또치와 뚜치의 식탁은 언제나 신선한 과일과 채소, 싱싱한 생선으로 가득했어. 또치는 빨갛게 익은 사과를 한입 먹었어. “음, 맛있다!” 뚜치는 노랗게 찐 호박을 한입 먹었어. “음, 달콤해!” “아, 배불러. 우리 산책하러 가자!” 또치와 뚜치는 강으로 갔어. 그런데 강가에 한 아저씨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어. 또치와 뚜치는 걱정이 되어 다가갔어. “무슨 일이에요?” 아저씨는 또치와 뚜치를 보고 깜짝 놀랐지. “놀라지 마세요! 도와주려는 거예요.” 아저씨가 더듬더듬 말했어. “강 건넛마을에 과자와 사탕을 전해 주러 가야 하는데, 다리가 끊어져 강을 건널 수가 없구나.” “그런 거라면 문제없어요!” 또치와 뚜치가 도깨비방망이를 꺼내서 휘둘렀어. “튼튼한 다리야, 나와라, 뚝딱!” 아저씨는 무척 고마워하며 트럭에서 상자를 꺼내어 또치와 뚜치에게 건넸어. “도깨비들아, 고마워! 과자와 사탕을 선물로 줄게. 한 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으렴.” 또치와 뚜치는 상자를 열었어. 상자 속에는 바삭바삭한 과자와 알록달록한 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어. 또치는 사탕 한 알을 입에 쏙 넣었어. “음, 달콤해!” 뚜치는 과자 한 봉지를 허겁지겁 먹었어. “음, 고소해!” 또치는 사탕 두 알만 먹고 사탕 봉지를 묶었어. “뚜치야, 그만 먹자. 아저씨가 한 번에 조금씩 먹으라고 했잖아.” 하지만 뚜치는 들은 체도 안 했지. “싫어, 난 더 먹을 거야!” 그러고는 과자와 사탕을 마구마구 먹었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어. 또치가 말리는데도 뚜치는 과자와 사탕만 먹어 댔지. 싱싱한 과일과 채소는 본 체도 않고 말이야. 그뿐 아니었어. 과자와 사탕이 떨어지니까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어. “과자와 사탕 나와라, 뚝딱!” 요즘 들어 뚜치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어. 또치의 피부는 여전히 매끈매끈한데 뚜치의 피부는 울긋불긋 까칠까칠해졌거든. 아무래도 뚜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어. 뚜치는 밤마다 가렵다며 온몸을 박박 긁어 대느라 잠도 잘 못 잤어. 낮에는 꾸벅꾸벅 조느라 재미있는 놀이도 못 했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냈어. “과자와 사탕에 이렇게 많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니!” “과자를 많이 먹으면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플 수 있구나!” “뚜치가 과자와 사탕을 많이 먹은 뒤로 변한 것 같아.” 또치는 과자와 사탕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았어. “역시 과자와 사탕을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거였어. 뚜치를 말려야 해.” 뚜치가 과자와 사탕을 먹을 때마다 또치는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어. “싱싱한 과일로 변해라! 뚝딱!” 뚜치는 또치에게 마구마구 화를 냈어. 하지만 또치는 뚜치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댔지. “싱싱한 과일로 변해라, 뚝딱!”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까칠까칠했던 뚜치의 피부가 다시 매끈매끈해졌어. 밤에도 뚜치는 온몸을 긁지 않고 코까지 골며 잠도 잘 잤어. 또치와 뚜치가 아침을 먹었어. 식탁 위에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싱싱한 생선이 가득했지. 또치는 파릇파릇 싱싱한 상추를 한입 먹었어. “음, 아삭해!” 뚜치는 노릇노릇 잘 구운 생선을 한입 먹었어. “음, 고소해!” 아침을 다 먹은 후, 뚜치가 과자와 사탕을 꺼냈어. “과자 한 움큼씩, 사탕 한 알씩만 먹자.” 또치와 뚜치는 과자와 사탕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어. 화학조미료 같은 식품 첨가물은 많이 먹으면 머리가 아프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건강이 나빠질 수 있어요.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지면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맛없게 느껴져요. 그래서 자꾸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만 찾게 되고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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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만난 티엔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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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고, 뭉게뭉게 구름을 가까이 보는 것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베이징에 있는 아빠를 곧 만날 생각에 무척 신났거든요. “이제 곧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베이징에 도착한다고? 어디 한번 봐야지!” 청아는 비행기 아래 도시를 내려다봤어요. 그런데 온통 뿌예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청아는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어, 아빠다! 아빠!” 청아는 아빠에게 달려갔어요. 인사를 마치고 아빠는 커다란 마스크를 꺼내서 청아와 엄마에게 씌워 주었지요. “베이징은 공기가 나빠서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단다.” 청아는 유리에 비친 모습을 보았어요. 외계인 가족이 걸어가는 것 같았지요. 청아는 재미있어서 푸푸 웃었어요. 청아가 유치원에 가는 첫날, 엄마는 또 커다란 마스크를 씌워 주었어요. 문을 나서니 앞집의 또래 친구도 마스크를 쓰고 나왔어요. 친구의 이름은 ‘티엔티엔’이라고 했어요. 청아와 같은 유치원에 다닌대요. 티엔티엔은 걸으면서 자꾸만 기침을 했어요. 유치원 문 앞에 머리가 노란 아이, 피부가 까만 아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모였어요. 생김새는 모두 달랐지만 같은 점이 있었어요. 모두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었거든요. 청아는 그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었어요. 유치원은 재미있고 무척 맘에 들었어요. 단 하나, 바깥 놀이를 못 한다는 것 빼고요. 공기가 나빠서 바깥 놀이를 할 수 없대요. “난 바깥 놀이를 좋아하는데.” 청아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청아는 물을 뿌려 대는 커다란 물차를 보았어요. 그런데 청아와 엄마가 피할 새도 없이, 물차는 쌩 지나가며 물을 쏴아 뿌렸어요. 꼼짝없이 청아와 엄마는 시꺼먼 구정물을 함빡 뒤집어쓰고 말았어요. “아, 이를 어째!” 청아와 엄마는 집 앞에서 티엔티엔과 아줌마를 만났어요. 엄마와 아줌마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청아와 티엔티엔은 손가락으로 자동차에 그림을 그렸어요. 자동차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서 꼭 도화지 같았거든요. 꽃도 그리고, 공룡도 그리고, 외계인도 그렸어요. 갑자기 티엔티엔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요. 콜록콜록! 콜록콜록! 청아야, 먼지 만지고 놀면 안 돼! 물차가 물을 뿌리는 것도 길에 쌓인 먼지 때문이래. 어서 들어가서 씻자!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어요. 다음 날, 아침부터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창문 앞에 있는 나무도 잘 보이지 않았지요. “오늘은 공기가 어제보다 더 안 좋아서 유치원에 갈 수가 없어.” 베이징은 공기가 나쁜 날에는 유치원도 학교도 갈 수 없다고 해요. 청아는 티엔티엔의 집에 놀러 갔어요. 청아와 티엔티엔은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티엔티엔의 그림이 좀 이상했어요. “티엔티엔, 하늘이 왜 회색이야? 하늘은 파란색인데.” “베이징의 하늘은 뿌연 회색이니까.” 티엔티엔은 친절하고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청아는 티엔티엔이 참 좋았어요. 청아와 티엔티엔은 공기가 좋은 날에는 유치원에서 함께 놀고 공기가 나쁜 날에는 집에서 함께 놀았어요. 언제나 둘이 함께여서 참 좋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티엔티엔의 기침은 점점 더 심해졌어요. 콜록콜록! 콜록콜록! 콜록콜록! 어느 날, 엄마가 말했어요. “청아야, 티엔티엔이 이사 간대. 베이징의 나쁜 공기 탓에 티엔티엔의 건강이 나빠져서 공기가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구나.” 청아는 티엔티엔이 아픈 것도, 이사 가는 것도 다 나쁜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화가 났어요. 뿌연 하늘도, 뽀얀 먼지도, 커다란 물차도, 커다란 마스크도 모두 모두 싫었어요. 뿌연 하늘도, 뽀얀 먼지도, 커다란 물차도, 커다란 마스크도 모두 모두 싫었어요. 티엔티엔이 이사 가는 날도 공기가 무척 나빴어요. 청아는 티엔티엔을 조금 더 보고 싶었지만, 티엔티엔이 탄 차는 금세 뿌연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공기가 좋아지면 티엔티엔이 다시 돌아오겠지요? 어떻게 해야 공기가 좋아질까요?” 청아는 친구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았어요. “나무를 많이 심어요.”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많이 타요.” “공장의 매연을 줄여요.” 집으로 돌아가서 청아는 화분에 나무를 심었어요. 그리고 간절히 소원을 빌었어요. “티엔티엔, 공기가 좋아지면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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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지 말고 빗물 저금통에 모아 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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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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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쨍쨍 맑은 날에 원이가 빗방우리와 함께 산책을 갔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원이는 귀를 쫑긋하고 소리 나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꽃밭에서 쫑알쫑알 꽃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목말라.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없어.” 숲에서 투덜투덜 나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목말라. 초록 잎을 팔랑거릴 수가 없어.” 연못에서 중얼중얼 개구리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목말라. 물속을 한가롭게 헤엄칠 수가 없어.” 땅속에서 속닥속닥 지렁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 목말라. 땅이 촉촉하지 않아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얘들아, 목마르면 시원한 물을 마시면 되잖아. 그러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원이가 모두에게 말했어요. “흥, 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물이 부족하단 말이야. 사람들이 물을 펑펑 써서 우리한테까지 물이 오지 않아.” 지렁이가 힘없이 말했어요. “사람들이 빗물을 모으지 않고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잖아. 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고 말이야.” 나무가 긴 한숨을 쉬었어요. “꽃과 나무야, 목마르게 해서 미안해. 개구리와 지렁이야, 물을 아껴 쓰지 않아서 미안해.” 원이는 터덜터덜 집으로 갔어요. 집에 오니 원이네 가족도 물을 펑펑 쓰고 있었어요. “안 돼! 안 돼! 물이 부족하단 말이야! 꽃과 나무, 개구리와 지렁이가 목마르대.” 원이는 무척 걱정이 되었어요. “아빠, 물을 안 쓸 때는 수도꼭지를 꼭 잠가야지요.” “엄마, 설거지는 설거지통에 담가서 해야지요.” “언니, 이 닦을 때는 컵을 사용해야지.” “원아, 너무 걱정하지 마.” 빗방우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가족과 친구들한테 꽃과 나무가 얼마나 목마른지 말해 주자. 물을 절약하는 방법도 알려 주고. 그러면 모두 물을 아껴 쓸 거야. 원이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빗물 저금통을 만들자.” “그게 뭔데?” 빗방우리의 말에 원이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빗물을 모으는 거야. 비가 올 때 비를 모았다가 비가 안 올 때 쓰는 거지.” “빗물은 어디에 쓸 수 있어?” “내가 알려 줄게.”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찰랑찰랑! 넓은 마당을 청소하면 마당이 시원시원! 자동차를 닦으면 차가 반짝반짝! 텃밭에 물을 주면 채소가 쑥쑥! “꽃과 나무야, 조금만 기다려. 개구리와 지렁이야, 우리가 어떻게 물을 아끼고 있는지 말해 줄게.” 원이는 기분 좋게 밖으로 달려갔어요. 물이 왜 더러워진 거야?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샴푸를 많이 써서 그래. 공장에서 버리는 폐수와 농사를 지을 때 쓰는 농약, 가축의 똥과 오줌도 문제야. 또 갯벌을 땅으로 만들거나 물길을 맘대로 바꾸어서 물이 썩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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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도 할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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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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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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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 판사는 잘잘못을 잘 가리기로 아주 유명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보코 판사가 긴 한숨을 푹푹 내쉬었어요. “사람이 아니라 도롱뇽이 재판을 신청하다니. 이런 이상한 재판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가장 어려운 재판이 되겠는걸.” 재판이 시작되자 도롱뇽이 먼저 나섰어요. “이곳은 제가 사는 늪이에요.” 도롱뇽은 사진을 꺼내 보여 주었어요. 초록 물웅덩이에 부들과 갈대가 한들한들, 연꽃과 연잎이 둥실둥실. “정말 아름다운 곳이군요.” 보코 판사는 늪 풍경을 보며 말했어요. “늪은 우리의 집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새 도로를 만든다며 늪을 없애겠대요. 제발 사람들이 늪을 없애지 못하게 해 주세요.” 도롱뇽은 간절하게 말했어요. “그럼요, 그렇지요. 남의 집을 함부로 없애면 안 되지요.” 보코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번에는 반대편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섰어요. 저는 공사 책임자입니다. 새 도로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아주 편리해지지요. 먼 길도 빨리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럼요, 그렇지요.” 보코 판사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새 도로가 꼭 우리 늪을 지나가야 하나요?” 도롱뇽이 따졌어요. “도로가 늪을 지나가지 않으면 빙 돌아가야 해요. 사실 늪은 벌레만 사는 쓸모없는 땅이잖아요.” 공사 책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늪에 벌레만 산다고요? 얼마나 많은 친구가 살고 있는데요.” 도롱뇽이 발끈하며 벌떡 일어섰어요. “우리 늪에는 물고기들이 많아요. 붕어도 있고, 잉어도 있고, 미꾸라지, 송사리, 메기도 있어요. 개구리, 거북, 도마뱀, 뱀도 늪에 살고 있고, 해오라기, 청둥오리, 고니 같은 새들도 철마다 놀러 와요. 이래도 늪이 벌레만 사는 곳이라고 할 거예요?” 도롱뇽은 따져 물었어요. “그리고 벌레들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소금쟁이는 물 위를 걸어 다닐 수 있고, 물방개, 물장군은 물속을 헤엄쳐 다닐 수도 있어요.” 도롱뇽은 공사 책임자를 쏘아보았어요. “어때요? 대단하지요? 모두 특별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고요.” 보코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를 쫓아내고 사람들을 살게 하겠다고요? 정말 너무해요!” 도롱뇽은 버럭 화를 냈어요. “우리는 쓸모없는 땅을 쓸모 있게 만드는 거라고요.” 공사 책임자도 벌건 얼굴로 대들었어요. “늪은 쓸모없는 땅이 아니에요. 늪과 같은 습지는 사람에게도 중요해요.” 도롱뇽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어요. “습지는 물을 가두고, 내보내는 역할을 해요.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을 가두어 홍수를 막아 주고, 비가 적게 올 때는 물을 흘려보내 가뭄 피해를 줄여 주지요. 만약 늪을 없애면 사람들은 홍수나 가뭄에 피해를 입게 될 거예요.” “그리고 습지는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해 주어요. 습지에 사는 식물들과 동물들이 더러운 물을 깨끗이 걸러 주니까요. 만약 습지가 없어지면 더러운 물 때문에 사람들은 피해를 입게 될 거예요.” 도롱뇽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이래도 습지가 쓸모없는 땅이라고 할 거예요?” “근처에 있는 연못이나 늪에 가 보세요. 그곳에 얼마나 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제발 우리 친구들을 지켜 주세요.” 도롱뇽은 간절하게 말했어요. “동물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살 집과 도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사 책임자는 단호하게 말했어요. 보코 판사는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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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의 우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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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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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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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장난감들이 어디로 간 거지?” 노마가 뒤죽박죽 방 안을 둘러보며 소리쳤어요. “바보들아,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어서 나오지 못해! 쳇, 로켓을 타고 찾아봐야겠군.” 노마가 장난감 친구들을 찾아 나섰어요. 로켓을 타고 우주로 슈웅! 노마는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살펴보았어요. 곰돌이가 별님 자전거를 타고 따르릉따르릉. “야, 뚱보 곰! 너 거기서 뭐 하니?” 노마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하지만 곰돌이는 흥, 콧방귀를 뀌었지요. “나더러 뚱보라고? 미운 말만 하는 너하고는 안 놀아.” “뭐라고? 나도 뚱보 너랑 안 놀아.” 노마가 로켓을 타고 슈웅! 쿵덕쿵덕 떡방아 찧는 토끼들을 보았어요. “못난이 토끼들아! 한참 찾았잖아.” 노마가 반갑다고 손을 흔들었어요. “우리더러 못난이라고? 미운 말만 하는 너하고는 안 놀아.” “치, 나도 못난이들하고는 안 놀아.” 노마가 로켓을 타고 슈웅! 은하수에서 헤엄치는 펭귄들을 보았어요. “바보 펭귄들아! 너희들 여기 있었구나.” 노마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하지만 펭귄들은 노마를 본척만척. “미운 말만 하는 너하고는 안 놀아.” “치, 멍청한 장난감들! 아빠한테 더 멋진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할 테다.” 그때, 위잉위잉 이상한 우주선이 다가왔어요. “어? 왜 입이 간질간질하지?” 노마의 입이 어느새 문어처럼 변해 버렸어요. 문어 입 우주인이 말했어요. “바보 노마, 안녕? 우리와 함께 가자. 뿌까뽀까.” “왜 나를 데려가겠다는 거야?” “너처럼 미운 말만 하는 아이는 문어 입 우주인이 틀림없어!” “싫어! 아니야!” “문어 입 우주인은 문어 별에서 사는 거야.” “미운 말, 나쁜 말만 하면서 말이지. 하하하.” 우주선의 문어 발이 노마의 로켓을 꽉 잡았어요. “노마야, 우리가 도와줄게.” 장난감 친구들이 영차,영차. 문어 발을 떼어 내기 시작했어요. 겁을 먹은 문어 입 우주인은 쌩 달아났어요. “얘들아, 고마워! 내가 나쁜 말, 미운 말 했던 거 미안해.” 노마가 쭉 나온 문어 입으로 장난감 친구들에게 사과했어요. “그럼 이제부터 예쁜 말만 하는 거다! 자, 어서 집으로 가서 재미있게 놀자.” 모두 함께 로켓을 타고 슈웅! 풀썩! 노마와 장난감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노마의 문어 입도 예쁜 입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노마가 문어 별에 갈 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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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추가 왜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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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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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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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이에게 고민이 생겼어요. 친구들과 놀고 싶지 않았어요. 사탕과 과자도 먹고 싶지 않았어요. 방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숨만 휴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밍밍이는 친구들과 놀고 있었어요. 흰솜이랑 쿵덕쿵덕 시소를 탔지요. 그때였어요. “밍밍아, 나도 같이 타자.” 몽몽이가 씽씽카를 타고 왔어요. 밍밍이는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몽몽이를 보자 웃음이 절로 났어요. 얼굴이 화끈화끈, 가슴이 콩닥콩닥.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고추가 점점 커지면서 딱딱해지는 거예요. ‘어? 내가 왜 이러지?’ 밍밍이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시소에서 내렸어요. “얘들아, 나 집에 갈게.” 그리고 후닥닥 집으로 달려와 방문을 쾅! ‘몽몽이를 봤을 때 왜 고추가 커졌을까? 흰솜이랑 시소를 탔을 때도, 꽃순이랑 그네를 탔을 때도 안 그랬는데.’ 밍밍이는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나쁜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엄마, 나 어떡해요!” “밍밍아, 왜 그러니? 놀이터에서 무슨 일 있었니?” 밍밍이는 울먹이며 부스럭부스럭 바지를 내렸어요. “엄마, 내 고추 좀 보세요. 어? 지금은 괜찮네. 아까는 고추가 막 커지고 딱딱해졌단 말이에요.” 엄마가 상냥하게 물었어요. “고추가 처음부터 딱딱했었니?” “아니요. 몽몽이랑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딱딱해졌어요.” 엄마가 웃으며 밍밍이를 안아 주었어요. “밍밍이가 몽몽이를 좋아하는구나.” “엄마, 얼굴도 막 뜨거워지고, 가슴도 콩닥거렸어요.” “그래, 그게 네가 다 컸다는 증거란다. 또 우리 밍밍이가 몽몽이를 참 좋아하고, 아주 건강한 남자라는 뜻이지.” 밍밍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건강하다고요?”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보면 피가 고추로 빠르게 모인단다. 그래서 작았던 고추가 커지고 딱딱해지는 거란다. 이처럼 피가 우리 몸 곳곳에 잘 돌아다녀야 건강한 거란다.” “작고 말랑말랑한 풍선에 바람을 후후 불면 크고 딴딴해지는 것처럼요?” 엄마가 호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그래, 풍선처럼.” 그제서야 밍밍이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어요. “휴, 다행이에요! 나는 병이 난 줄 알았거든요. 어서 친구들에게 말해 주어야겠어요.” 엄마가 뛰어나가는 밍밍이를 불렀어요. “밍밍아, 네 몸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엄마나 아빠한테 솔직하게 물어보렴.” “자, 약속!” 밍밍이는 엄마와 손가락을 걸고 꼭꼭 약속했답니다. 아이가 자신의 고추를 만지는 행동은 남자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자기 성기를 만지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거나 화를 내거나 야
단을 친다면, 오히려 아이는 그 행동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우선, 아이가 그러한 행동을
할 때는 무심히 넘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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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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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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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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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먹고 싶은 사람 모두 모여라." 정환의 말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어요. "한 사람씩 차례로 줄게." 정환은 친구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어요. 사탕을 받은 아이들은 조금씩 아껴서 빨아 먹었어요. 정환은 무엇이든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정환은 친구들과 함께 골목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정환의 집은 큰 쌀 가게와 생선 가게를 했어요. 가게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드나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어려운 사람이 올 때마다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어요. 정환은 할아버지를 꼭 빼닮았나 봅니다. 정환은 할아버지께 한자 공부를 배웠어요. 여섯 살이 된 정환은 '천자문'을 줄줄 외웠습니다. 할아버지는 정환의 천자문 읽는 소리에 행복해하셨어요. "하늘 천, 따 지." 할아버지의 칭찬에 신이 난 정환은 더 큰 소리로 읽었어요. 그러나 정환은 매일 똑같은 한자를 읽는 것이 지겨웠어요. 삼촌이 다니는 학교에 가 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 정환은 삼촌 뒤를 몰래 따라갔어요. 학교에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발꿈치를 들고 창문 너머로 교실 안을 들여다본 정환은 가슴이 벅찼습니다. 파란 칠판을 보며 열심히 선생님을 따라 글을 읽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 때 뒤에서 누가 정환의 어깨를 툭 쳤어요. "학교에 다니고 싶니?" 선생님께서 정환을 보며 부드럽게 물었어요. "예!" 정환은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학교에 다니려면 선생님처럼 머리를 깎아야 한단다. 머리를 깎을 수 있겠니?" 정환은 할아버지가 무서웠지만,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그만 머리를 깎았습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정환을 보자, 식구들은 모두 깜짝 놀랐어요. 할아버지는 옛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셨거든요. "부모님께서 주신 머리를 허락도 없이 함부로 자르다니!" 정환은 종아리에서 피가 날 때까지 매를 맞았어요. "다시는 학교에 가지 말아라!" 할아버지는 크게 호통치셨어요. 그러나 며칠도 되지 않아 정환은 몰래몰래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할아버지도 모른 체하고 눈감아 주셨어요. 어느 날, 정환은 이웃 아저씨에게 다른 나라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기계를 선물받았어요. 정환은 무대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을 모았어요. "정환이가 신기한 사진을 보여 준대." 어른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왔습니다. "촤르르, 촤르르." 사진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정환은 이야기를 만들어 사진을 설명했습니다. 정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웃 마을 사람들도 모여들었어요. 그런데, 정환이 아홉 살 되던 해였어요. 사업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정환이네는 이사를 가야만 했어요. 정환이네는 큰 집에서 쫓겨나 겨우 추위나 막을 수 있는 작은 초가집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먹을 것이 없어 여기저기 쌀을 꾸러 다녀야 했어요.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 주던 사람들도 하루 이틀 지나자 더 이상 쌀을 주지 않았어요. 정환이 나무를 해서 쌀을 사야 했지요. 그러나 정환은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힘들더라도 참아야 한다.' 정환은 다짐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우리 매일 함께 모여서 공부하자." 정환의 말에 많은 친구들이 좋다고 찬성했습니다. 정환의 집에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은 왜 파랗지?" "우리 나라는 왜 이렇게 가난하지?" "우리는 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지?" 아이들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았어요. 날이 갈수록 아이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어요. 정환은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어느 새 정환은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환은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어요. 정환이 돈을 벌어 집안을 돌봐야 했거든요. 정환은 일본 사람 밑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지만 겨우 굶지 않을 정도였답니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이 이렇게 크다니. 반드시 나라를 되찾고야 말겠다.' 정환은 더욱 굳게 이를 악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정환은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걱정했습니다. 정환은 깊숙이 숨겨 둔 태극기를 몰래 꺼내 보았어요. '일본 놈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정환은 전국 곳곳의 사람들과 함께 만세 운동을 계획했습니다. 드디어 만세 운동이 일어났어요. 사람들마다 품속에 숨겨 온 태극기를 펴 들자 서울은 온통 태극기로 뒤덮였습니다.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일본 경찰이 쏘아대는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만세를 외쳤습니다. 이 날이 바로 3월 1일, 3.1 운동이 일어난 날이랍니다. 만세 운동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어요. 정환은 모진 매를 맞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더 많이 배워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 감옥에서 나온 정환은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어느 날, 정환은 공원에 앉아 있었어요. 공원에는 일본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나라 아이들은 공을 만져 보지도 못했어요. 일본 아이들의 심부름만 하고 있지 뭐예요. 정환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정환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정환은 어린이를 위해 글을 썼어요.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었지요. "옛날 옛날에 아주 힘이 센 호랑이가 살았어요." 어린이들은 정환의 이야기에 푹 빠졌습니다. " 뚱뚱이 선생님, 또 해 주세요." 아이들은 정환의 뚱뚱한 배에서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정환이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넘쳐났어요. 이제 정환은 아이들에게 뚱뚱이 이야기 보따리로 통했습니다. 정환은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었어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어요. 연극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 중에는 정환을 감시하던 일본 경찰도 끼어 있었습니다. "일본을 욕하거나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 당장 잡아 가겠다!" 사람들은 잔뜩 겁을 먹었어요.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어요. 얼마 후, 조용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연근이 끝나자 공연장은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어요. 뒤에서 지키고 서 있던 일본 경찰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어요. 정환은 어른들에게 어린이의 소중함에 대해 말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정환의 말에 비웃음을 보냈어요. "아이들은 태어나기만 하면 저절로 다 크는데." "빨리 커서 일을 해야지. 공부는 무슨 공부!" 정환은 어른들에게 어린이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큰 잔치를 열었어요. 다른 나라의 어린이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재미있는 놀이도 함께 했어요. 그리고 힘주어 말했어요. "우리의 희망은 어린이에게 있습니다!" 연설이 끝나자 비웃기만 하던 어른들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환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날도 만들었어요. 그 날이 바로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또 어린이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함께 불렀어요.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던 뚱뚱이 방정환 아저씨는 서른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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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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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동포동하게 잘 익은 포도 송이들이 과수원을 온통 검게 물들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과수원을 산책하던 월트 부인은 깜짝 놀랐어요. 과일들이 모두 땅바닥에 뭉개져 있었기 때문이에요. "참새나 다람쥐 짓이 분명해요! 아휴, 속상해!" 하지만 월트 아저씨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어요. "우리는 과일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지만, 새나 동물들은 사 먹을 수도 없잖소." 이렇게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바로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월트 디즈니랍니다. 월트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시골로 이사를 왔어요. 부모님은 밭에서 콩과 밀 농사를 지으셨답니다. 월트는 닭에게 모이를 주며 병아리를 돌보았어요. "꼬꼬댁" 이른 아침 닭이 먼저 인사를 하네요. 월트는 얼른 닭장으로 뛰어가 모이를 주며 인사했어요. "안녕! 꼬꼬야, 잘 잤니?" 암탉은 밤새 낳은 노오란 계란을 내밀었어요. "오늘도 맛있는 계란을 낳아 주어서 정말 고마워." 월트는 계란을 바구니에 담으며 즐겁게 콧노래를 불렀답니다. 월트는 하루 종일 닭장 앞에 앉아 닭들을 관찰하곤 했어요. 가느라단 두 발로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했거든요. 월트는 마당에 닭의 모습을 그려 보았어요. "어머나! 닭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구나." 어머니는 월트의 그림을 보고 활짝 웃으셨어요. 월트는 신이 나서 돼지와 송아지도 그렸답니다. 어머니는 월트에게 색연필과 종이를 선물하셨어요. "월트야, 이제부터는 종이에다가 그리렴." 월트는 색연필과 종이를 품에 안고 펄쩍펄쩍 뛰었어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농사가 엉망이 되었어요. 아버지는 힘들게 지어 오던 농사를 포기해야만 했어요. 월트네는 농장을 팔고 신문 보급소를 차렸어요. "저도 신문을 돌리겠어요." 월트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신문을 돌렸답니다. 신문에는 매일매일 재미있는 만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월트는 만화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힘든 줄도 몰랐답니다. 월트는 신문 배달을 하는 틈틈이 만화를 그렸어요. "그림 공부를 하는 게 어떻겠니?" 월트의 만화를 보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월트는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사실 월트도 그림 공부가 몹시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말을 못 했던 거예요. 드디어 월트는 미술 학교에 들어가 그림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림을 그릴 때에 월트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답니다. 월트네는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젤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거든요. 그 당시 미국은 큰 전쟁에 참가하고 있었어요. 월트의 형들은 씩씩한 모습으로 전쟁터에 나갔어요. 월트도 나라를 위해서 전쟁터로 나가 싸우고 싶었어요. 하지만 월트는 전쟁터에 나가기엔 너무 어렸답니다. 어느 날 월트는 적십자사 구급 부대에서 젊은이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옳지, 구급 부대라면 나도 일할 수 있을 거야." 부모님은 월트마저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 몹시 걱정스러웠지만 말릴 수가 없었답니다. 월트는 구급 부대에서 운전병이 되어 프랑스로 갔어요. 날마다 트럭에 먹을 것과 약을 잔뜩 싣고 전쟁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전해 주었어요. 다치고 배고픈 사람들은 월트와 구급 부대원들이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월트는 구급 부대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제야 깨달았답니다. 월트는 틈나는 대로 수첩에다가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어요. 1년이 지난 후 월트는 미국으로 돌아왔어요. 이젠 월트도 어른 티가 제법 나는 청년이 되었답니다. 월트는 미술 학교를 다니면서 그림 공부를 계속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자신을 찾는 듯한 광고를 보았어요. '만화가를 구합니다. 캔자스시 광고 영화사' 월트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광고 영화사로 곧장 달려갔어요. "우리 한 번 같이 일해 봅시다." 영화사 사장님은 월트의 그림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드디어 월트가 그렇게 바라던 만화가가 된 거예요. 월트는 종이를 오려서 인형을 만들었어요. 월트는 영화사에서 만난 엡과 친구가 되었답니다. 두 사람의 머리 속은 온통 만화 생각뿐이었어요. "엡, 우리도 만화 영화를 만들어 보지 않을래?" 월트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월트와 엡은 사장님께 카메라를 빌렸어요. 지하에 있는 작은 창고도 하나 빌렸고요. "우리도 이제 촬영소를 갖게 되었군." 월트와 엡은 작은 지하실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만화 영화를 하나 만들어 주시겠소?" 어느 극장의 사장님이 지하실 문을 두드렸어요. 월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자세히 물었어요. "어디에 쓸 영화인가요?" "우리 극장에 영화만 시작되면 자막을 큰 소리로 따라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오." 월트와 엡은 그 동안 배운 실력을 다해서 꼬마 선생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꼬마 선생은, 자막을 따라 읽는 사람은 의자 밑에 있는 구멍으로 쏙 빠져 버려 극장 밖으로 쫓겨나는 내용이에요. 이 만화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그리고 자막을 따라 읽는 사람도 사라지게 되었답니다. 꼬마 선생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월트는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 등의 책을 영화로 만들었어요. 어느 날 치과 의사 선생님이 찾아왔어요. "어린이들이 이를 잘 닦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주세요." 월트는 토미 튜커 군의 이빨이란 만화 영화를 만들어 주었어요. 이 영화를 본 수많은 어린이들의 이빨이 반짝반짝해졌답니다. 월트는 귀를 쫑긋 세운 토끼를 주인공으로 토끼 오즈 월드를 만들어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만화 영화의 대성공으로 큰 돈을 벌게 되자 월트는 큰 스튜디오로 촬영소를 옮겼어요. 만화가들도 더 많아졌답니다. 스튜디오에는 영화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매일매일 북적거렸어요. 월트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어느 일요일 오후, 월트의 눈에 생쥐 한 마리가 보였어요. 생쥐는 사무실에 나뒹구는 빵 조각을 먹으려고 바쁘게 들락거렸던 거예요. "옳지! 생쥐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는걸." 월트는 생쥐가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해서 나온 영화가 미키 마우스랍니다. 동그랗고 큰 귀에 멋진 양복을 차려 입은 미키 마우스가 큰 인기를 끌자 월트의 이름은 매우 유명해졌어요. 월트는 아기 돼지 삼 형제도 영화로 만들어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답니다. 월트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어요. 그래서 프랑스에 있는 '국제 연맹'에서는 월트에게 큰 상을 주었어요. 월트는 더욱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답니다. 이 때 나온 영화가 백설 공주, 신데렐라, 피노키오 등이랍니다. 월트는 많은 돈을 벌었어요. 이 돈으로 월트는 '디즈니랜드'라는 놀이 동산을 지었어요. 디즈니랜드 안에는 백설 공주가 살았던 뾰족한 성과 피터 팬의 해적선, 그리고 인디언들의 요새 등 너무나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이 있답니다. 월트 디즈니는 꿈의 세계, 희망의 세계인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세상을 떠났어요.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만든 수많은 영화는 지금도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어요. 또한 물개의 섬, 비버의 골짜기 등 동물을 관찰한 기록 영화는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주었답니다. '만화 영화의 왕' 로 불리는 '영화계의 마술사' 월트 디즈니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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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뢰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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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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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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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숲 속에 울려 퍼집니다. "와아!하하하!" 뚱뚱이 바츠가 '끙끙' 나무 위를 오르고 있었어요. 불쑥 내민 엉덩이가 하늘을 향하는가 싶더니 쭈르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네요.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는 바츠의 얼굴에도 '피시식' 웃음꽃이 피었어요. 선생님도 '하하하' 웃음보를 터뜨렸지요. "자, 이번엔 떨어진 열매를 주워 오세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숲속으로 흩어집니다. "새집이에요! 새집을 찾았어요!" 멀리서 한 아이가 소리쳤어요. 우르르 아이들이 나무 아래로 모였답니다. 나무 위에는 노란 새 한 마리가 새끼들을 감싸고 있었어요. 새끼들이 작은 입을 벌리고 무어라 짹짹짹 말을 하네요. 아이들도 짹짹짹 따라 했어요. 하루 종일 숲속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갑니다. 가슴 가슴마다 파아란 희망을 가득 품은 채 말이에요. 아이들을 지켜보시던 선생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어요. 이분이 바로 우리에게 유치원을 선물하신 프뢰벨 선생님이랍니다. 프뢰벨은 독일의 작은 숲속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온 가족의 축복 속에 태어난 프뢰벨은 세상에 인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답니다. 프뢰벨은 평생 동안 엄마 얼굴을 모른 채 살아야 했지요. 프뢰벨은 혼자서 노는 데 익숙했어요. 목사님이신 아빠가 항상 바쁘셨기 때문이랍니다. 혼자서 술래잡기를 할 때면, 바위틈에 숨었다가 금세 술래가 되어 찾아내곤 했어요. 프뢰벨은 날이 갈수록 말이 없는 아이가 되었답니다. 누나는 프뢰벨이 영원히 말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할 정도였어요. 프뢰벨은 학교에서도 항상 혼자였어요. 아이들은 언제나 말이 없는 프뢰벨과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답니다. 프뢰벨은 점점 학교에 가기가 싫었어요. 매일 똑같은 공부가 재미없기도 했고요. 이렇게 재미없는 세상에서 프뢰벨을 구해준 건 외삼촌이었어요. 프뢰벨은 외삼촌 집에서 생활하게 된 거예요. 외삼촌은 무척 따뜻하고 자상하셨어요. 프뢰벨과 항상 친구가 되어 놀아주었답니다. 맛있는 도시락을 들고 숲으로 소풍을 가기도 했어요. 프뢰벨은 밝고 건강한 아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생활했답니다. 프뢰벨은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서 유명한 예나대학에 당당히 합격했어요. 가족들 모두 크게 기뻐했지요. 프뢰벨은 처음에 의학 공부를 했어요. 그러나 공부를 할수록 학문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갔지요. 수학, 과학, 식물학, 물리학 등 프뢰벨의 관심은 끝이 없었어요. 프뢰벨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교수님이 되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어요. 프뢰벨이 크게 실망해 있을 때였어요. 친구의 소개로 그루너 모범 학교의 선생님이 된 거예요. 프뢰벨은 몹시 기뻤답니다. 그 무렵 유럽에서는 페스탈로치 선생님이 명성을 얻고 있었어요, 프뢰벨은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페스탈로치를 찾아갔어요. 페스탈로치는 하루 종일 잠시도 쉬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서 일했어요. 페스탈로치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과 사랑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프뢰벨은 페스탈로치의 가르침을 받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답니다. 프뢰벨은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어요. 아이들은 직접 꽃을 가꾸고, 과일 나무를 심어 열매를 거두었어요. 쑥쑥 자라는 꽃과 나무를 보면서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가 가꾼 사과에요." 아이들은 애써 가꾼 사과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선물하는 기쁨을 알게 된 거랍니다. 그 무렵 독일에 큰 전쟁이 일어났어요. 건강한 청년들은 모두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갔답니다. 프뢰벨도 형과 함께 군인이 되었어요. 나라를 지키지 않는 젊은이는 진정한 선생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프뢰벨은 군대에서 밋덴도르프와 랑게탈이라는 좋은 친구를 만났어요. 세 사람은 무시무시한 전쟁터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세 사람은 평생 동안 변하지 않을 두터운 우정을 쌓았답니다. 프뢰벨에게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요. 전쟁에 참가했던 형이 죽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었지요. 형에게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답니다. 프뢰벨은 조카들을 보살피기 위해 학원을 세웠어요. 형수님을 돕기 위해서였지요. 다섯 명의 조카들은 프뢰벨에게 새로운 세상을 배우게 된 것이랍니다. 밋덴도르프와 랑게탈도 와서 프뢰벨을 도왔어요. 프뢰벨의 수업은 아침 예배로 시작해서 산책과 노동, 그리고 자유 시간으로 꾸며져있었어요. 아이들은 자유롭게 숲속을 뛰어다니며 풀을 베거나 감자를 캐고 술래잡기를 하며 즐거운 생활을 했어요. 또 뜨개질과 공작품을 만들어 직접 팔기도 했어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모든 아이들이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답니다. 프뢰벨의 학원은 이제 커다란 학교가 되었어요. 프뢰벨의 학교는 날이 갈수록 커졌어요. 학생들도 점점 많아졌고 선생님들도 많아졌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고 숲속을 돌아다니게 하다니! 그게 무슨 교육이야" 프뢰벨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인간 교육)이라는 책을 써서 자신의 교육 방법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어요. 이 책에는 프뢰벨의 가르침이 자세히 나와있어요. 프뢰벨은 다른 마을에 학교를 열었어요. 프뢰벨 동산에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넘쳐났어요. 어느 날 프뢰벨은 친구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있었어요. 프뢰벨은 학교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이었답니다. 벨은 다른 마을에 학교를 열었어요. 프뢰벨 동산에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넘쳐났어요. 어느 날 프뢰벨은 친구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있었어요. 봄볕이 산비탈의 나무 위로 내리쬐자 나뭇잎들은 눈부신 초록빛으로 빛이 났어요."그래! 유치원이 좋겠어!"유치원이란 어린이 정원이라는 뜻이에요. 정원에서 많은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정원사인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프뢰벨은 아이들을 위해 은물(가베)이라는 장난감을 만들었어요. 털실과 공, 조개껍질과 나무 블록으로 만든 은 물을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어요. 아이들은 은물을 가지고 놀면서 손과 발이 튼튼해지고 몸과 마음도 건강해졌지요. 프뢰벨은 어머니의 노래와 사랑의 노래도 만들었어요. 프뢰벨의 유치원은 독일의 많은 도시에 세워졌고 다른 나라에서도 프뢰벨의 가르침을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프뢰벨은 일흔 살이 되던 해 우리들 곁을 떠났어요. 하지만 프뢰벨의 유치원은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커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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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탈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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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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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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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알프스 산에 하얀 눈이 내렸어요. "사르륵, 사르륵" 지붕 위에도, 나뭇가지에도 하얀 눈이 쌓이네요. 아빠는 문 밖에서 기도를 하셨어요.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게 해 주세요!' 그 때였어요. "응애, 응애~" 드디어 너무나 기다리던 울음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어요.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한 걸음에 달려오신 할아버지는 귀여운 손자의 이름을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라고 지어 주었답니다. 페스탈로치의 어릴적 이름은 하리였어요. 하리는 몸집이 작고 겁도 많았대요. 어느 날 아이들이 개울가에서 장난을 쳤어요. "우리, 이 개울을 한 번에 넘어 볼래?" "와아! 그거 재밌겠다." 모두들 좋아했지만, 하리는 개울이 너무 깊어 보였어요. "하리야, 뭐 해! 빨리 넘어 봐!" "그까짓 것도 못 넘고. 겁쟁이 하아리!" 개울 저쪽에서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했어요. 뒷걸음치던 하리는 그만 '으앙' 울어 버렸어요. 하리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날마다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했어요. 선생님은 하리에게 부지런한 어린이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으악, 바닥이 흔들린다!" "유리창도 흔들려!" 선생님과 아이들은 얼굴이 새파래졌어요. "지, 지진이다! 빨리 여기서 나가자!" 모두들 우르르 교실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잠시 후 지진이 멈추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모두 울상이 되어 버렸어요. 책가방을 교실 안에 놓아 두고 왔기 때문이에요. 그 때, 하리가 쏜살같이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안 돼! 하리. 아직은 위험하단 말야." 그러나 하리는 이미 창문 밖으로 가방을 던지고 있었어요. "자, 빨리 받아!" 하리의 목소리는 매우 씩씩했어요. 아이들은 모두 하리에게 박수를 보냈어요. 이제 하리는 겁쟁이가 아니었어요. 어려움에 놓인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용감한 아이였답니다. 하리에게 너무나 슬픈 일이 생겼어요. 하리를 지극히 사랑해 주시던 아빠가 그만 세상을 떠나신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셨던 아빠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느라 너무 힘이 드셨나 봐요. 하리는 아빠를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렸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하리의 집은 가난해졌어요. 엄마는 하리를 위해 슬픔을 이겨 내야만 했어요. "하리야, 고아원의 아이들을 보렴. 그래도 우리에겐 따뜻한 집과 먹을 것도 있잖니." 하리는 힘을 냈어요.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페스탈로치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어요. 대학교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았어요. 페스탈로치는 그 중에서 보드머 선생님을 가장 존경했어요. "여러분, 이 나라의 부자와 귀족들을 보세요. 가난한 농민들을 도와 주기는커녕 부려먹기만 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야 합니다." 페스탈로치는 보드머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선생님, 저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어요." "페스탈로치 군. 자네와 같은 젊은이가 바로 이 나라의 힘일세." 선생님은 페스탈로치의 두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페스탈로치는 친구들과 애국자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애국자단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기 위해 항상 노력했답니다. 페스탈로치에게는 안나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안나는 마음씨가 착하고 시와 음악을 좋아했어요. 페스탈로치는 그런 안나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안나, 우리 결혼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요." 페스탈로치와 안나는 결혼을 하고 예쁜 아기도 낳았어요. 페스탈로치는 아기를 위해서 농장 근처에 작은 집을 지었습니다. 햇빛이 잘 비치는 따뜻한 집이었어요. 그리고 이 집의 이름을 노이호프 라고 지었어요. 노이호프란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는 뜻이지요. 페스탈로치는 노이호프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였어요. "안나,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이 너무 많구려. 그 아이들을 도와 주어야겠어요." 페스탈로치는 거리에서 떨고 있는 고아들을 노이호프로 데리고 왔어요. "이 아이들에게는 사랑이 필요해." 페스탈로치는 고아들을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어요. 낮에는 함께 밭에 나가 일을 하였어요. 밤이 되면 공부를 가르쳤고요. 안나는 집안 일을 도맡았답니다. 아이들은 페스탈로치의 사랑을 잘 알고 있었어요. 노이호프에는 행복한 웃음소리와 글 읽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깐이었어요. 사람들은 페스탈로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난한 고아들을 데려다가 일만 부려먹는다고 손가락질했어요. 기부금도 내주질 않았어요. 게다가 농사는 우박이 덮쳐 망쳐 버리고 안나도 그만 병이 들고 말았어요. 페스탈로치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어요. 결국 노이호프는 문을 닫아야만 했지요. "너희들과 헤어져야 하다니." 다시 거리로 나가는 고아들을 보면서 페스탈로치와 안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페스탈로치는 용기를 잃지 않았어요.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아야지." 페스탈로치는 밭일을 하면서도 고아들 생각뿐이었어요. 안나도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났어요. 어느 날 엘리자베스라는 여자가 찾아왔어요. "선생님, 저도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페스탈로치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페스탈로치는 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 쓴 책이 린하르트와 게르트루트 예요.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어요. 사람들은 조금씩 페스탈로치를 알게 되었어요.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어요. 페스탈로치는 사랑스런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았어요.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할 때면 아이들 틈으로 달려가 허리를 굽혀 줍곤 했지요. 이 모습을 이상하게 지켜보던 경찰이 다가갔어요. "대체 뭘 주워서 주머니에 넣는 거요?" 페스탈로치는 수줍은 듯이 웃으면서 말했어요. "전 그저, 아이들이 다칠까 봐서요." 펼친 손에 있는 것은 깨진 유리 조각이었어요. 경찰은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해 했어요. 페스탈로치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답니다. 어느 날 페스탈로치는 한 장의 편지를 받았어요. 슈탄스라는 마을에 군대가 쳐들어와 많은 고아들이 거리에서 울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페스탈로치는 슈탄스 마을로 달려갔어요. "춥고 배고픈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어요." 페스탈로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그래서 슈탄스 마을에 고아원이 생기게 되었어요. 페스탈로치는 고아들과 함께 먹고 자며, 공부를 가르쳤어요. 페스탈로치는 고아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 했답니다. 페스탈로치에 대한 소문은 나라의 높은 사람에게도 알려졌어요. 나라에서는 부르크도르프라는 성을 학교로 만들어 주었어요. 학교의 이름은 사랑의 학교 였어요. 이 곳에서는 책으로만 공부하지 않았어요.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꽃들을 만져 보고, 돌멩이를 세어 보았어요.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고 즐거웠어요. 페스탈로치의 교육 방법은 나라에서도 표창을 했어요.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와서 배워 갔답니다. 사랑의 학교에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페스탈로치를 돕는 선생님들도 많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페스탈로치를 존경했어요. 고아의 아버지, 사랑의 교육자라고 칭찬을 했어요. 페스탈로치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뿐이었어요. 하늘나라로 가는 순간까지도 말이에요. 페스탈로치의 훌륭한 가르침은 책으로 전해 오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의 가슴에 커다란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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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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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이었어요. 안 진사는 꿈을 꾸고 있었어요. 깜깜한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일곱 개의 별이 있었어요. 안 진사는 아름다운 별빛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그 때 갑자기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안 진사가 깜짝 놀라는 순간, 일곱 개의 별과 함께 호랑이가 안 진사의 품으로 안겼어요. 안 진사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어요. "어허, 거 참 이상한 꿈이로구나." 안 진사는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그 때 급하게 외치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리, 마님께서 아드님을 낳으셨습니다!" 안 진사는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났어요, "그게 정말이냐? 어서 가 보자." 아내 옆에는 보기에도 또랑또랑한 아기가 누워 있었습니다. "여보, 아기의 등을 한 번 보세요." 아내는 안 진사를 보며 말했어요. 안 진사는 아기의 등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기의 등에는 조금 전 꿈에서 보았던 일곱 개의 별이 점으로 나 있는 것이었어요. 안 진사는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했어요. "이 아이는 틀림없이 훌륭한 인물이 될 거에요." 두 사람은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안 진사는 아기의 이름을 '응칠'이라고 지었습니다. 일곱 개의 별의 기운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응칠은 똑똑하고 씩씩하게 자랐어요. 특히 응칠의 활 솜씨는 대단했어요. 어느 날, 응칠은 친구들과 함께 활쏘기 대회를 하였어요. "저기 날아가는 새를 맞히는 사람이 대장이 되는 거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 있다는 듯 활을 당겼어요. 그러나 화살은 모두 새를 피해 휙휙 날아갔어요. 드디어 응칠이 차례입니다. 응칠은 새를 향해 화살을 쏘았습니다. 화살이 하늘을 나는가 싶더니 '툭'하고 새가 떨어졌어요. "우와! 새가 맞았다. 응칠이가 대장이다!" 어느 새 응칠은 열두 살이 되었어요. 해마다 겨울이 오면, 안 진사의 집에는 사냥을 하기 위해 모여든 포수들로 시끌벅적했어요. 응칠은 포수들에게 총 쏘는 법을 배웠어요. "도련님, 총 쏘는 솜씨도 보통이 아닙니다." 포수들은 응칠의 총 솜씨를 칭찬했어요. 밤새 함박눈이 내렸어요. 응칠은 포수들을 따라 나섰어요. "도련님, 호랑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럼, 호랑이를 잡지요." 응칠은 처음 나가는 총 사냥이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눈 덮인 산은 온통 흰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았어요. 산 속으로 들어선 포수들은 편을 갈라 사냥을 하였습니다. 눈 위에는 여기저기 짐승들의 발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응칠은 털보 아저씨 뒤를 조심조심 따랐습니다. 그 때였어요. 쌩! 하고 커다란 맷돼지가 앞으로 지나갔어요. 털보 아저씨가 얼른 총을 쏘았답니다. 그러나 멧돼지는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어요. 응칠은 재빨리 쫓아가며 방아쇠를 당겼어요. 맷돼지는 하얀 눈 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습니다. 총 소리를 듣고 달려온 포수들은 쓰러져 있는 맷돼지를 보고 모두 놀랐답니다. 응칠이 멧돼지를 잡았다는 소문은 금세 온 동네에 퍼졌습니다. 이를 대견하게 생각한 안 진사가 말했어요. "응칠아, 나라를 위해 너의 솜씨를 발휘할 때가 온 것 같구나." 그 때 우리 나라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본은 호시탐탐 우리 나라를 노리고 있었고, 백성들은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렸거든요. 전국 곳곳에서 백성들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내일부터 포수들과 마을 청년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킬 것이니, 네가 훈련 대장이 되어 그 사람들을 훈련시켜라. 머지않아 나라에 큰 난리가 일어날 것 같구나." 안 진사의 말을 듣고 있는 응칠의 눈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로 응칠은 훈련 대장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응칠을 따랐지요. 안 진사는 응칠의 이름을 중근으로 바꾸었습니다. 얼마 후, 나라 안은 농민들을 괴롭히는 무리들로 들끓었어요. 백성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냈습니다. "우리가 나서야 할 때가 왔습니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못된 놈들을 우리 손으로 몰아냅시다." 중근이 이끄는 부대는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중근의 이름만 들어도 안심을 하였습니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못된 무리는 모두 물리쳤지만, 나라 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가 본심을 드러내었기 때문이지요. 이토 히로부미는 힘이 없는 우리 나라를 대신 다스리겠다고 했어요. 나라를 빼앗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에요.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라 안은 온통 울음 바다로 변했어요. 일본의 감시로 더 이상 군사 훈련도 할 수 없었답니다. 중근의 억울한 마음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일본 사람들이 주인 행세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근은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듣게 되었어요. "빼앗긴 나라를 구하려면 훌륭한 젊은이가 많아야 합니다. 많이 배워 일본 사람보다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중근은 모든 재산을 들여 학교를 세웠어요. 많은 청년들이 배우겠다고 찾아왔어요. 중근은 청년들을 가르치는 데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일본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어요. 나라를 찾겠다고 일어섰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갔어요. 중근은 더 이상 학교에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중근은 일본의 눈을 피해 군사를 모았어요. 사람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몰래 군사 훈련을 받았답니다. 중근의 부대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어요. 많은 일본군을 쓰러뜨리기도 했지만, 신식 무기로 몰아부치는 일본군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동지들을 만나기 위해서 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습니다. 중근의 소식을 들은 많은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의 손을 잡은 중근은 새로운 힘이 솟아났어요. 중근은 태극기를 펼쳤어요. 그리고 손가락을 잘라 흐르는 피로 '대한 독립 만세'라는 글씨를 썼습니다. 동지들도 하나 둘씩 중근을 따라 글씨를 썼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 만세를 외치는 중근과 동지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 역에 온다는 소식이 신문에 났습니다. 중근은 신문을 보는 순간 굳은 결심을 했어요. '내 손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해치우고 말겠어.' 중근은 동지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어요. "우리 민족이 살아 있음을 온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중근의 말에 동지들도 뜻을 모았습니다. 드디어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 역에 도착하는 날이 되었어요. 하얼빈 역에는 일본 경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고 있었지요. 중근이 역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일본 경찰이 가로막았습니다. "어딜 가려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중근은 재빨리 기자 신분증을 내밀었어요. "나는 일본 신문 기자요. 기자가 못 들어가면 어떻게 기사를 쓴단 말이오?" 중근의 말에 일본 경찰은 머뭇거렸어요. 중근은 얼른 경찰을 밀치고 역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마침내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기차에서 내리는 이토 히로부미가 보였어요. 중근은 앞으로 나아갔어요. 이토 히로부미가 고개를 드는 순간! "탕, 탕, 탕!" 중근이 쏜 총알은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을 정확하게 뚫고 지나갔습니다. 우리 민족의 원수를 갚는 순간이었어요. "대한 독립 만세!" 중근은 그 자리에서 만세를 외쳤어요. 경찰에 붙잡힌 중근은 모진 고문을 당했어요. 얼마 후 안중근은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하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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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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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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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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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이 감자는 지하실에 숨기거라." 아버지는 잔에게 감자 자루를 건넸어요. 잔은 재빨리 감자를 지하실에 숨겼어요. "영국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구나." 어머니가 긴 한숨을 내쉬였어요. 가족들이 난로 앞에 모여 앉았어요. 모두들 어두운 표정이었어요. 프랑스가 영국과 100년이 가깝도록 오랜 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장작불만이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어요. "피에르! 잔! 어서 일어나거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요. 오빠는 밭으로 일을 하려 나가고, 잔은 소를 몰고 들로 나갔어요. 잔은 남자아이처럼 몸집이 크고 매우 씩씩했답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걸." 어른들은 잔에게 꼭 한 마디씩 덧붙였어요. 잔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의 곁에서 성경책을 읽었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잔을 비춰 주었어요. 잔은 어젯밤 어른들이 걱정하시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잔은 두 손을 모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어요. '하느님, 제발 우리나라를 지켜주세요. 이 땅에서 영국군이 물러가게 해 주세요.' 그런데, 잔의 기도가 끝날 때였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환한 빛이 쏟아지는 게 아니겠어요? 잔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어요. "잔, 고개를 들어라!" 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온 천사이니라. 하느님은 너에게 프랑스를 구하라 하셨다." 맑고도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잔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잔이 처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것은 열세 살 때였어요. 하지만 잔은 자기가 꿈을 꾼 거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서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말이 있었어요. 한 소녀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프랑스를 구한다는 것이었지요. 잔은 자신이 그 소녀라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4년이 지난 어느 날, 잔의 꿈속에 다시 한번 천사가 나타났어요. "잔! 지금 당장 오를레앙으로 가거라! 시농 성에 갇혀 있는 왕자님을 구하고 영국군을 물리치거라." 천사는 잔을 꾸짖듯이 말했어요. 잔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어요. 온몸에 새로운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어요. 날이 밝자마자 잔은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성주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러나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잔을 보고 낄낄거리며 비웃었어요. "성주님은 너 같은 계집애나 만나 주시는 분이 아니야!" 잔은 성문 앞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시농성에 계신 왕자님이 위험해요!" "성주님을 만나 뵙고, 제가 오를레앙으로 가야 해요." 잔은 매일매일 찾아가 졸랐어요. 하지만 병사들은 번번이 잔을 돌려 보냈답니다. 잔은 오늘도 성주님을 찾아갔어요. "정신 나간 계집애가 또 왔군." 병사들은 이제 잔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갑자기 성 안이 소란스러워졌어요. "오를레앙이 영국군의 침입을 받았대. 왕자님이 위험하대." 잔은 병사들의 말을 듣자마자 성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잔은 성주님에게 그 동안의 일을 말씀드렸어요. "왕자님이 위험하다는 것을 네가 미리 알았단 말이냐?" 성주님은 깜짝 놀랐어요. "너에게 말과 갑옷을 줄 테니 오를레앙으로 떠나거라." 드디어 성주님의 허락이 떨어졌어요. 갑옷을 입고 말 위에 앉아 있는 잔의 모습은 조금도 나무랄 데 없는 장수였어요. 잔을 비웃던 병사들은 숨어서 눈치만 살폈어요. "부디 왕자님을 구하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네." 성주님은 성 밖까지 나와 잔을 배웅해 주었어요. 잔은 바람보다 빨리 말을 달렸어요. 성으로 가는 길 곳곳에 영국군이 숨어 있었어요. 하지만 잔은 마치 예전에 와 본 길처럼 지름길을 척척 찾아냈답니다. '반드시 왕자님을 구하고 말 테야. 이 땅에서 영국군을 모조리 몰아내고야 말겠어.' 잔은 자신도 모르는 힘과 용기가 불끈 솟았어요. 잔이 시농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성 전체가 영국군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잔은 영국군의 눈을 속여 성 안으로 들어갔어요. 성 안은 온통 불안에 휩싸여 있었어요. 왕자님은 잔을 시험하기 위해 신하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잔은 한 번에 왕자님을 알아보았지요. "소녀, 잔 다르크라고 합니다." 잔이 왕자님 앞에 무릎을 꿇자 왕자님은 깜짝 놀랐어요. "나를 어떻게 알아보았느냐?" 왕자님은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어요. "천사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잔의 대답을 듣고 왕자님은 더 놀랐어요. "그럼, 네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게 사실이란 말이냐?" 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왕자님은 잔 다르크에게 4천 명의 군사를 내어주었어요. 그러나 프랑스 군사들은 오랜 전쟁으로 힘도 많이 약해져 있었고, 영국군의 수에 비해 턱도 없이 적었습니다. 잔 다르크는 군사들 앞에 나섰어요. "나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우리에겐 수만 명보다 더 큰 힘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입니다. 겁내지 말고 나를 따르시오!" 잔 다르크는 창을 높이 쳐들었어요. "와아! 와아!" 병사들에게는 잔 다르크가 마치 갑옷을 입은 천사처럼 보였어요. 드디어 잔 다르크는 영국군과 맞붙었어요. "뭐야! 저까짓 계집애가 장수란 말이냐? 하하하!" 영국군은 잔 다르크를 보고 비웃었어요. "자, 앞으로! 공격하라!" 잔 다르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용감하게 싸웠어요. 프랑스 군사들은 잔 다르크와 함께 있는 힘을 다해 오를레앙을 지켰어요. 빗발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뚫고 마침내 잔 다르크가 승리의 깃발을 꽂았습니다. "프랑스 만세! 잔 다르크 만세!" 승리의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어요. 왕자님의 승리의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어요. 잔 다르크는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어서 기뻤고요. 가는 곳마다 잔 다르크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지요. 사람들은 잔 다르크를 성녀라고 불렀어요.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보낸 천사라고 믿었답니다. 잔 다르크는 싸움마다 승전고를 울렸어요. 하지만 영국은 잔 다르크를 마녀라고 생각했지요. "잔 다르크라는 계집애를 잡아라!" 영국군은 잔 다르크를 잡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어요. 마침내 영국군은 못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어요. 콩페뉴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잔 다르크가 서둘러 도착했을 때였어요. 싸움이 한창인데 군사들이 꽁무니를 빼고 자꾸만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니겠어요? 하지만 잔 다르크는 끝까지 남아서 싸웠어요. 그러다가 그만 영국군에게 사로잡히고 말았어요. "이 마녀! 드디어 잡았다." 잔 다르크는 손발이 꽁꽁 묶여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아직 하느님의 말씀을 다 지키지 못했는데.' 잔 다르크는 감옥에 갇혀서도 나라를 걱정했어요. 하지만 프랑스 귀족들은 잔 다르크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영국군의 장단에 맞춰 잔 다르크를 마녀로 몰았답니다. "악녀 잔 다르크를 화형에 처한다!" 사람들은 잔 다르크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광장으로 모여들었어요. 잔 다르크는 십자가를 품에 안은 채 불길에 휩싸였어요. "나의 조국 프랑스여, 영원히 빛나라!" 잔 다르크는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한 줌의 재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나라를 구한 잔 다르크를 죽이다니! 오, 하느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잔 다르크를 부르며 울부짖었어요. 프랑스는 잔 다르크가 죽은 지 25년 만에 '성녀'의 칭호를 다시 내렸어요. 그리고 해마다 5월이면 잔 다르크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리는 축제가 열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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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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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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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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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저리 가! 거지하고는 안 놀아." 창암은 동네 아이들에게 떠밀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하하하! 거지가 넘어졌다." 아이들은 창암을 거지라고 놀려 댔어요.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창암을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습니다. "자, 모두 덤벼!" 그러나 창암은 하루 종일 굶어서 힘이 없었어요. 창암은 아이들에게 실컷 두들겨 맞기만 했답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창암은 억울하고 분했어요. 창암은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씩씩거렸어요. 그때 밖에서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났어요. "헌 냄비나 부러진 숟가락으로 엿 사세요." '배가 고파서 진 거야. 엿을 먹으면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창암의 집은 몹시 가난했어요. 아무리 찾아도 엿을 바꿔 먹을 만한 것이 없었어요. '아버지 숟가락을 반만 부러뜨려야지.' 창암은 숟가락을 '뚝' 잘라 엿을 사 먹었습니다. 밤이 되어 아버지께서 돌아오셨어요. 창암은 그제야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아시면 혼날 게 뻔한데.' 창암은 방 안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어요. '먼저 말씀드리고 매를 맞아야겠다' 창암은 아버지를 속일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 저. 제가 아버지 숟가락으로 엿을. 잘못했습니다." 창암은 아버지의 불호령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시면서 창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거예요. "창암아, 숟가락으로 엿을 사 먹는 것은 잘못이지만 정직한 마음은 칭찬해 주고 싶구나." 창암은 아버지께 정직한 마음을 배웠습니다. 창암은 어느새 씩씩한 소년이 되었어요. 비록 거지라고 놀림을 받으며 자랐지만 언제나 당당했어요. 창암은 공부를 하기 위해 십 리가 넘는 서당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녔습니다. 글을 배우러 오는 아이들 중에서 창암은 항상 일등이었지요. "창암아, 더 이상 너에게 가르칠 것이 없구나. 너라면 과거 시험에도 틀림없이 합격할 거야." 선생님은 창암의 영특함을 칭찬해 주셨어요. 창암은 과거 시험을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드디어 과거 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었어요. 창암은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어요. 그런데 시험장 안의 사람들은 마치 놀이를 나온 것 같았어요.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책을 펼친 창암에게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어요. "아무리 공부해도 당신은 합격을 할 수 없소. 이미 합격자는 다 정해져 있소." "그게 무슨 소리요?" 창암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어요. "부자들이 돈으로 합격자를 다 사버렸소." 그 사람이 말한 대로 창암은 정말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화가 난 창암은 절대로 나라의 관리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후, 창암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일본 놈이 우리나라 왕비를 죽인 거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창암은 일본 놈을 생각하니 치가 떨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원수를 갚을까? 창암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창암은 나라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배우지 못한 백성들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오십시오."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어요. 어느 날, 창암은 만주로 가는 길에 주막에 들렀어요. 그런데 장암의 눈에 수상한 사람이 보였어요. '일본 놈이 틀림없어. 아마 저놈이 왕비를 죽였을지도 몰라.' 갑자기 창암의 눈에서 빛이 났습니다. 창암은 조용히 그 남자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남자가 대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에잇, 나쁜 놈!" 창암은 남자를 단숨에 때려눕혔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칼을 빼앗아 남자를 찔렀어요. 주막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하지만 창암은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어요. "우리나라 왕비를 죽인 놈이오." 이 소식은 금세 전국에 퍼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박수를 쳤어요. 얼마 후 창암은 일본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어느 나라 법에 남의 나라 왕비를 마음대로 죽이라고 되어 있느냐?" 창암은 감옥에서도 큰소리를 쳤어요. 창암은 감옥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어요. 감옥에는 억울하게 붙잡혀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힘을 합칩시다!" 창암은 그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쳤어요. 감옥은 마치 학교 같았어요. 그러나 창암은 더 이상 감옥에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도망쳐야겠다.' 창암은 감옥에서 빠져나가기로 결심했어요. 마룻바닥을 들어 내고, 몰래 담을 넘었어요. 감옥에서 도망친 창암은 깊은 산 속으로 숨었어요. 창암은 일본놈의 눈을 피해 이름을 김구로 바꾸었어요. 그리고 사람들과 몰래 소식을 주고 받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김구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1910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고 주인 노릇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곳곳에서 나라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어났습니다. 김구는 더 이상 숨어서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 없었어요. 농촌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백성들의 힘을 모았어요. "우리 모두가 똘똘 뭉쳐야 합니다! 우리의 힘을 보여 주여야 합니다!" 일본 경찰은 김구를 잡으려고 전국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김창암이 어디 있느냐?" "김창암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김구를 숨겨 주었어요. 그러자 일본 경찰은 김구와 비슷한 사람은 모조리 잡아갔어요. 결국 김구는 다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김구는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매를 맞았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김구는 백범일지라는 일기를 글로 남겼어요. 백범일지에는 김구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마침내 김구는 감옥에서 풀려났어요. 김구는 우리나라의 임시 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갔어요. 임시 정부의 안창호를 찾아간 김구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독립된 우리 나라의 문지기가 되고 싶습니다. 나를 임시 정부의 문지기로 써주시오." 안창호는 김구의 지난 일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최고 책임자로 모시겠소." 김구는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김구는 임시 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어요. 어느 날, 젊은 청년 윤봉길이 일본 천황을 죽이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김구는 윤봉길의 뜻을 받아들여 일을 꾸몄어요. 일본 천황의 생일잔치가 벌어지는 날 준비해 두었던 도시락 폭탄을 던져 일본의 기를 꺾어 놓았던 것이지요. 또, 젊은이들을 모아 군사 훈련을 시켰어요. 군대를 키워 일본과 맞서 싸우기도 했답니다. 김구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썼어요. 1945년, 8월 15일!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광복의 날이 왔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 나라 안은 온통 펄럭이는 태극기로 물결쳤어요. 김구는 국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돌아왔어요. '얼마 만에 밟아 보는 내 나라의 땅인가?' 김구는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어요.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그러나 광복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38선이라는 선을 그어 놓고 남과 북이 싸움을 하였어요. 마치 허리 잘린 토끼처럼 말이에요. 김구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김구는 잘린 허리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일본을 몰아내니, 남과 북의 38선이 나를 가로막는구나!" 하지만 김구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김구는 안두희라는 부하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던 거예요. 너무나 슬픈 일이었지요. 하지만 김구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우리들 가슴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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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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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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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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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매봉 언덕에 올라 연 싸움을 하고 있어요. "와아, 관순이 연이 제일 높이 난다!" 관순의 연이 바람을 타고 둥실둥실 하늘을 날았습니다. "치, 이번에도 관순이가 최고야?" 투덜거리는 아이도 있었어요. 관순은 두 볼이 빨개졌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훨훨 나는 연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아주 좋았거든요. '나도 언젠가는 저 연처럼 높고 넓은 곳으로 가야지.' 어느새 관순의 마음은 넓은 세상을 날고 있었어요. 연 싸움에서 이겨 신이 난 관순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관순이 막 마당으로 들어설 때였어요. "돈을 내놓으란 말야!돈!" 고마다가 아버지를 마구 때리고 있는거예요. 고마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터무니없는이자를 받으며 괴롭히는 못된 일본 사람이거든요. 아버지는 학교를 세우느라 많은 돈이 필요했어요. 고마다에게 빌린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갚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아버지는 병이 들어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답니다. 관순은 아버지를 정성껏 보살폈어요. "하느님, 아버지가 빨리 낫게 해주세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관순의 눈에서 슬픈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관순아, 울지마라."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 놈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반드시 나라를 되찾아야 해." 아버지는 관순의 손을 꼬옥 잡으셨어요. "휘익, 휘리릭!" 매서운 겨울 바람이 자꾸만 방문을 때렸어요. 산과 들에 온갖 봄나물이 자라났어요. 예쁜 나비들도 팔랑팔랑 꽃을 찾아 날아왔고요. 관순은 친구들과 함께 나물을 캐고 있었어요. "관순아, 너 서울 가서도 우리를 잊으면 안 돼." 곱단이가 서운한 지 시무룩하게 말했어요. 얼마 후면 관순이 서울에 있는 이화학당에 다니게 되었거든요. "그래. 절대로 잊지 않을게." 관순은 곱단이를 보고 생긋 웃었어요. '열심히 신학문을 배워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일본 놈들 혼내줄 힘을 기르면 반드시 우리나라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관순은 고개를 들어 파아란 하늘을 보았습니다. 관순이 선교사 부인을 따라 서울로 가는 날이에요. "부디 몸 조심해라."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몹시 서운했어요.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요." 관순은 이화학당에서 공부할 생각으로 마음이 몹시 부풀어 있었어요. 아버지는 관순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셨습니다. "덜컹 덜컹" 관순이 타고 온 인력거가 붉은 벽돌집 앞에 멈추었어요. "여기가 바로 이화학당이란다." 선교사 부인이 친절하게 말했어요. 이화 학당에는 관순의 사촌언니 애다가 다니고 있었어요. 관순은 애다와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애다는 관순에게 학교 구석구석을 안내해주었어요. "와아!" 관순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 중에서도 관순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커다란 기도실이었어요. 관순은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반드시 기도실에 들러 기도를 드렸어요. 기도를 마친 관순이 기숙사로 들어서려고 할 때였어요. "관순아, 큰일났어. 고종 황제가 돌아가셨대." 애다가 급하게 뛰어왔어요. "일본 놈들 짓이래." 관순의 친구가 귓속말로 속삭였어요. "뭐라고?" 관순은 일본 놈들을 생각하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어요. 민족 대표들은 비밀리에 모여서 만세 운동을 계획했어요. 학생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몰래몰래 모였어요. 관순은 앞장서서 모임을 이끌었어요. "반드시 우리 손으로 나라를 되찾아야 해요." 관순과 친구들은 밤마다 모여서 태극기를 그렸어요. 태극기 하나하나에 독립의 염원을 담아 그렸어요. 만세 운동이 일어나는 날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였어요. 마침내 만세 운동을 벌이기로 한 날이에요. 고종 황제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었답니다. 사람들은 파고다 공원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어요. 파고다 공원은 금세 많은 사람들로 꽉 찼어요. "대한 독립 만세!"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관순은 친구들과 함께 태극기를 나누어 주었어요. 고종 황제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는 통곡 소리와 함께 공원은 온통 태극기로 물결쳤어요. "탕! 탕! 탕!" 일본 경찰들은 총을 마구 쏘아 댔어요. 민족 대표들과 만세 운동을 이끈 사람들은 모조리 체포되었습니다. 관순은 경찰의 눈을 피해 얼른 도망쳤어요. 몰래 학교로 돌아온 관순은 다시 만세 운동을 준비했어요. 학교에서는 만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답니다. "학교 문을 닫으시오!" 일본 경찰들이 학교로 쳐들어와 강제로 학생들을 끌어 내고 교문을 닫았어요. 관순은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어요. 관순은 부모님께 만세 운동에 대해서 말씀드렸어요. "다가오는 3월 1일에 전국에서 만세 운동을 벌이기로 했어요.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똘똘 뭉쳐야 해요." 관순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아버지는 어엿한 조국의 딸로 자란 관순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가 앞장 서자꾸나!" 아버지는 관순의 손을 꼬옥 잡았어요. 밤하늘의 별들도 초롱초롱 빛을 내고 있었어요. 관순은 집집마다 다니며 만세 운동을 알렸어요. 물론 직접 그린 태극기도 나누어 주었고요. 관순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웃 마을까지 일일이 찾아다녔어요. "우리가 일어서야 해요. 우리 힘으로 반드시 일본 놈들을 몰아내야 해요." 관순은 멀리 산 너머 마을에도 알렸어요. "산봉우리에 횃불이 오르면 신호인 줄 아세요. 장소는 아우내 장터예요." 관순의 말에 모두들 귀를 세웠어요. 드디어 3월 1일 아침이 밝았어요. 관순은 어릴 적 연을 날리던 매봉 언덕에 올랐어요. 어젯밤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횃불은 봉우리마다 불을 놓은 듯 활활 불길을 뿜어 내고 있었어요. 가슴가슴마다 태극기를 숨기고 사람들은 장터로 모여들었어요.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알 수 있었지요. 쌀 가게에 숨어 있던 관순이 거리로 나왔어요. 높이 쌓은 쌀 가마니 위로 올라간 관순은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쳤어요.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 그러자 장터에 모인 사람들도 일제히 만세를 불렀어요. "저 계집아이를 잡아라!" 일본 경찰들이 관순에게로 달려들었어요. 일본 경찰들이 쏘아 댄 총으로 장터는 순식간에 피바다를 이루었답니다. 관순의 아버지와 오빠도 총에 맞아 쓰러졌어요. 관순은 끓어오르는 슬픔을 참으며 감옥으로 끌려갔어요. "누가 시킨 짓이냐? 이름을 대라!" 관순은 감옥에서 모진 매를 맞았어요. 결국 관순은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로 감옥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관순이 벌인 만세 운동은 전 세계에 우리 나라의 힘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답니다. 그리고 관순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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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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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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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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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교실이에요.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엉겨 붙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어요. "봉길이 이겨라!" "떡배 이겨라!" 아이들은 편을 갈라 응원했어요. 누가 봐도 봉길이가 이길 게 뻔했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어요. 봉길은 덩치도 컸지만 힘도 매우 셌답니다. "선생님 오신다!" 교실 밖에서 망을 보던 아이가 소리쳤어요. 아이들은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어요. 교실 안은 뽀얀 먼지만 날아다닐 뿐 아주 조용했답니다. "으흐흠, 일본어 책을 펴라!" 긴 칼을 차고 군화를 신은 선생님은 마치 경찰 같았어요. '우리말을 두고 왜 일본 말을 배워!' 봉길의 입이 삐죽삐죽 못마땅한가 봅니다. 그 때였어요. 일본인 교장 선생님이 급하게 뛰어왔어요. "빨리 아이들을 돌려보내시오. 그리고 절대로 장터에는 가지 못하게 하시오." 다음 말은 선생님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어요. 봉길은 무슨 일일까 몹시 궁금했어요. 아무튼 지겨운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 봉길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장터에는 절대로 가지 말아라!" 선생님은 아이들의 뒤통수에 대고 다시 한 번 소리쳤어요. 하지만 봉길의 집은 반드시 장터를 지나야만 했어요. '장터에는 왜 가지 못하게 하는 걸까?' 봉길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런데 봉길이 장터 앞을 지날 때였어요. "대한 독립 만세! 만세!" 골목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장터를 가득 메웠어요. 만세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요. 장터는 금세 태극기로 바다를 이루었어요. 할아버지서부터 어린 꼬마까지, 모두들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며 뛰어갔어요. 봉길도 만세를 부르며 사람들의 뒤를 따랐어요. "일본 놈들을 모조리 몰아냅시다!" 제일 앞서 가던 사람이 소리쳤어요. 만세 소리는 더욱 커져 장터가 떠나갈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총 소리가 들렸어요. "탕! 탕! 탕!" 언제 왔는지 일본 군인들이 앞을 가로막고 총을 마구 쏘아 댔어요.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요. 봉길의 앞에 있던 사람도, 옆에 있던 사람도 태극기를 가슴에 꼬옥 안은 채 죽어 갔어요. 봉길은 놀랄 새도 없이 몸을 피했어요. 이 날이 바로 3.1 운동이 일어난 날이었어요. 3.1 운동은 전국으로 번져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어요. 그 때 봉길의 나이 열한 살이었어요. 봉길은 일본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랐어요. 일본 놈들에게 더 이상 공부도 배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봉길은 서당을 찾아갔어요. 봉길은 한문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스스로 새 학문을 익히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도 열심히 읽었답니다. 봉길의 학문은 몰라 보게 깊어 갔어요. 어느 날 봉길이 뒷산에 올라 바람을 쐬고 있을 때였어요. "저 좀 도와 주세요!" 청년은 푯말을 한아름 안고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 산소를 좀 찾아 주세요." 청년은 글을 읽을 줄 몰랐던 거에요. 봉길은 푯말을 찾아 주면서 물었어요. "그런데 이 푯말을 어느 산소에서 뽑았는지 표시는 해 두었소?" 청년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통곡했어요. "아이고, 아버지! 이를 어쩌나......" 봉길은 청년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못 배운 게 한이구나!' 봉길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랑방에다 야학을 열었어요. 야학은 낮에는 일을 하느라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밤에 글을 가르쳐 주는 곳이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배우기 위해 봉길을 찾아왔어요. "가, 갸, 거, 겨, 고, 교......" 사랑방에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봉길은 우리말 교과서인 '농민독본'을 만들었어요.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책이지요. "일은 안 하고 밤마다 모여서 무얼 하는 거냐?" 일본 경찰은 봉길의 집을 감시했어요. 마음대로 사랑방을 뒤지고 사람들을 쫓아 냈어요. "글 모르는 사람에게 글 가르치는 게 뭐가 잘못이오?" 봉길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쫓겨났던 사람들은 다시 찾아왔고요. "우리 백성들이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사는 것입니다. 그래야 남이 넘보지 못합니다." 봉길은 일본의 감시를 피해 사람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주었어요. 봉길은 농민부흥원을 만들어 농민들을 일깨웠답니다. 윤봉길이 가는 곳마다 일본 경찰이 따라다녔어요. "윤봉길을 잘 감시해!" 일본 경찰은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서 윤봉길을 잡아가려고 했어요.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으 마구 괴롭히고 때리기도 했어요. 가족들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했지요.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구나.' 윤봉길은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그 때 중국에서는 독립 운동가들이 임시 정부를 세우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하고 있었어요. 윤봉길은 중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윤봉길은 나라가 있은 다음에 자신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가족들은 윤봉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어요. 윤봉길은 마침내 죽기를 각오하고 중국으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중국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가는 곳마다 일본 경찰들이 조선 사람인 것을 확인하려고 했어요. 그럴 때마다 윤봉길은 미리 배워 둔 일본어를 유창하게 사용해서 위기를 벗어났어요. 드디어윤봉길이 상하이에 도착했어요. 윤봉길은 임시 정부를 찾아가 김구를 만났어요. "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윤봉길은 나라를 위해서라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김구는 윤봉길의 어깨를 힘차게 껴안았어요. 윤봉길은 김구를 도와 열심히 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윤봉길은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독립 투사 이봉창이 일본 천황을 죽이려다가 실패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던 거에요. '아! 드디어 조국을 위해 내가 할 일을 찾았다.' 윤봉길은 이봉창이 이루지 못한 일을 반드시 자신이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어요. 윤봉길은 김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렸어요. 김구는 윤봉길의 뜻을 받아들였답니다. 마침 홍커우 공원에서 천황의 생일 잔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윤봉길은 김구와 함께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어요. 윤봉길이 떠나는 날 아침, 김구는 윤봉길에게 따뜻한 밥상을 손수 차려 주었어요. 윤봉길은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김구에게 주었고요. 김구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어요. 윤봉길은 일본 경찰의 눈을 속여 공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공원에서는 수많은 일본인들이 천황의 생일을 축하하며 즐거워했어요. 마침내 윤봉길은 가슴속에 품고 온 도시락 폭탄을 꺼내 들었어요. "대한 독립 만세!" 윤봉길의 만세 소리와 함께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어요. 홍커우 공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비록 천황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의 기상을 보여 준 순간이었어요. 윤봉길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결국 사형을 당하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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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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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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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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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라에서 장수를 뽑는 날이에요. "이번에는 누가 장수로 뽑힐까?" 시험장에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렸어요. 젊은이들은 제각기 솜씨를 뽐내며 활을 쏘았어요. "또 명중이오!" 구경꾼들의 눈이 한 젊은이에게 쏠렸어요. 젊은이는 화살 열 개를 모두 명중시켰어요.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젊은이를 쳐다보았어요. 이 젊은이가 바로 거북선을 만들어 우리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이랍니다. 이번에는 말달리기 시험이에요. "이럇!" 우렁찬 구령 소리가 시험장 안에 울려 퍼졌어요. 말들은 힘차게 달려나갔어요. 제일 앞서가는 사람은 물론 이순신이었지요. "와아! 저 젊은이가 장수로 뽑히겠는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순신을 응원했어요. 그 때 갑자기 이순신의 말이 앞으로 푹 고꾸라졌어요. 이순신은 말 위에서 뚝 떨어졌고요.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숨도 쉬지 않은 채 이순신을 지켜보았습니다. '다리가, 다리가 부러졌구나.' 이순신은 조심조심 일어났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다리에 댔어요. 옷을 찢어 다리를 친친 동여매고, 이순신은 다시 말 위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큰 박수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어요. 다른 말들은 이미 마지막 바퀴를 돌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순신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답니다. 시험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누구나 이순신을 훌륭한 장수라고 칭찬했어요. 이순신은 어릴 때부터 용감한 아이였습니다. 순신의 집은 매우 가난했어요. 어머니가 밤새 바느질을 하여 겨우 밥을 먹을 정도였지요. 순신이 여덟 살 때였어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산 너머 김 진사 댁에 옷을 갖다 드려야 했어요. 밤은 이미 깊었지만 순신은 씩씩하게 집을 나섰어요. 그러나 산 속은 너무나 깜깜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답니다. '정말 호랑이가 나타나면 어쩌지?' 순신의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어요. '그냥 돌아갈까? 안 돼. 옷을 갖다 드려야 해.' 순신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을을 찾아 빨리 걸었습니다. 드디어 김 진사 댁에 도착했어요. 순신은 대문을 힘차게 두드렸어요. "이 밤중에 웬 놈이냐?" 문을 열어 준 하인은 깜짝 놀랐어요. "건너 마을의 이순신이라고 합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옷을 갖다 드리러 왔습니다." 뒤에 서 있던 주인도 꼬마 이순신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너 혼자 이 밤중에 산을 넘었단 말이냐?" 순신은 바느질 값을 받아서 다시 산을 넘었어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이 일이 있은 후, 순신은 마을에서 용감한 아이로 통했답니다. 이순신은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장군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산에 올라가 무예 연습을 했어요. 말에서 떨어진 후로는 더욱 열심히 솜씨를 갈고 닦았어요. 마침내 이순신은 우수한 성적으로 무과 시험에 합격했어요. 이순신은 모두들 가기 싫어하는 국경 경비대로 갔어요. 이순신은 국경 경비대의 시설을 꼼꼼히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국경 경비대의 시설은 형편없이 허술했어요. 성벽은 허물어지고, 군사들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은 상태였어요. "언제 오랑캐가 쳐들어올지 모르니, 성벽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이순신은 직접 돌을 날랐습니다. 처음에는 사기가 뚝 떨어져 있던 병사들도 이순신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모든 병사들이 힘을 합치니 성벽은 금세 튼튼한 모습을 되찾았어요. 이순신은 병사들에게 점차 강한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든 버들잎 모양의 화살로 연습을 시켰어요. 이제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얼마 후,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왔어요. 하지만 오랑캐들은 한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쳤어요. 그리고 그 후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임금님은 이순신에게 큰 상을 주고 높은 벼슬을 내렸답니다. 이순신은 싸움이 있을 때마다 승리로 이끌었어요. 임금님은 이순신에게 더 큰 벼슬을 내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러자 이순신을 시샘하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이순신을 그냥두어서는 안되겠어." "이순신이 더 높은 자리에 앉기 전에 없애 버려야 해." 모두 이순신의 깨끗하고 정직한 성격 때문에 혼이 난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은 거짓으로 일을 꾸며 이순신을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임금님께도 거짓말을 했어요. 결국 이순신은 모든 벼슬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내려와야 했답니다. 하지만 이순신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어요. 이 무렵, 섬나라 일본은 도요토미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어요. 도요토미는 중국과 우리 나라를 모두 빼앗으려고 몰래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우리 나라 궁궐에서는 신하들끼리 서로 싸움만 하고 있었지 뭐예요. 다행히도 유성룡이란 사람이 나서서 임금님께 아뢰었어요. "이순신으로 하여금 바다를 지키게 하소서." 임금님은 유성룡의 말을 들어 이순신을 수군 절도사로 임명했답니다. 어느 날 이순신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보며 생각에 잠겼어요. '나무배는 부서지거나 불에 타기 쉽다. 부서지지 않고 물에서도 마음대로 떠다니며 싸울 수 있는 배가 있으면 좋겠는데.' 이순신은 한참 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보았던 물오리가 생각났어요. '바로 이거야!' 그 날부터 이순신은 병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쇠를 녹여 배를 덮고, 크고 튼튼한 대포도 만들어 넣었어요. 배의 머리는 마치 용처럼 생겼고, 몸통은 거북이 같았지요. 이순신은 이 배의 이름을 거북선이라고 지었답니다. 얼마 후 도요토미가 엄청난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어요. "왜놈이 쳐들어왔다!" 그러나 관리들은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빴어요. 이순신은 거북선을 앞세워 명량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군사들이여, 겁내지 말고 나가서 싸우자!" 이순신은 명량 바다의 빠른 물살을 이용해 왜군을 바다 한가운데로 몰았어요. 거북선의 입에서 시뻘건 불이 뿜어져 나왔어요. 거대한 화포 소리는 온 바다를 뒤흔들었고요. 왜군들은 거북선을 보자 기겁을 하고 도망쳤어요. 이순신은 날마다 승전보를 울리며 이 땅에서 왜적들을 몰아냈어요. 임금님은 이순신에게 모든 바다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는 아주 높은 벼슬을 내렸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싸움 한번 못 해 보고 도망쳤던 원균이 이순신을 미워했어요. 원균은 이순신이 임금님을 몰아내려 한다는 거짓말을 퍼뜨렸어요. 결국 이순신은 죄인의 몸이 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이순신은 감옥에서도 나라 걱정을 했어요. '언제 다시 왜놈이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얼마 안 가 이순신이 걱정하던 일이 생기고 말았어요. 이순신에게 쫓겨 갔던 왜군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온 거예요. 온 나라가 왜적의 발에 짓밟혔어요. 임금님은 급하게 이순신을 풀어 주고 다시 바다를 지키게 했어요. 이순신은 부서진 배 열두 척을 고쳐 노량진 앞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자, 목숨을 걸고 왜적을 모조리 쳐부수자!" 병사들은 돌아온 이순신을 따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맹렬히 싸웠습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이순신은 뱃머리에 서서 명령을 내렸어요. 군사들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어요. 거북선 앞에서는 왜군의 조총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때였어요! "타앙!" 왜적의 총알이 이순신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어요. 병사들이 놀라서 뛰어왔어요. 이순신은 고통을 참으며 병사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어요. "내 죽음을 다른 병사들에게 알리지 말라! 방패로 나를 가리고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나가 싸워라!" 이순신은 노량 해전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답니다. 하늘에서 이순신을 지켜 주던 커다란 별 하나가 안타깝게 떨어졌어요. 싸움이 승리로 끝난 후, 임금님은 이순신에게 충무 이라는 높은 이름을 내렸어요. 그리고 현충사라는 사당을 지어 훌륭한 업적을 기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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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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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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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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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 웽 웽!”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어머나! 무당벌레군요. 앙리는 무당벌레의 빨간 등을 톡 건드렸어요. 이번에는 훨훨 나는 호랑나비예요. “와! 정말 멋진 날개야!” 앙리는 살금살금 발끝으로 걸었어요. 호랑나비가 놀라면 안 되니까요. “찌르륵찌르 밤마다 들려오는 이 소리는 뭘까요? “오늘 밤에는 꼭 알아 내고 말겠어!” 앙리는 풀숲으로 갔어요. “찌르륵찌르 앙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소리나는 것을 잡았어요. 옳아! 메뚜기처럼 생긴 풀무치였군요. 앙리는 새로운 곤충 친구를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답니다. 앙리가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학교는 바로 이웃집 리카르 아저씨 댁이랍니다. 리카르 아저씨는 마을의 이발사예요. 그리고 교회의 종을 치는 일도 하지요. “비가 올 것 같구나. 어서 종을 쳐서 알려야지!” 리카르 선생님은 공부를 하다가도 급하게 종을 치러 가야 했어요. “꿀꿀꿀.” 선생님이 종을 치러 가면서 문을 열어 두었나 봐요. 돼지와 닭, 염소 등이 우르르 교실 안으로 들어왔어요. 이런! 교실이 순식간에 동물 농장으로 바뀌었군요. 앙리의 학교 생활은 정말 재미있겠지요? 하지만 앙리는 몇 달이 지나도록 글을 읽지 못했어요. 부모님은 매우 걱정이 되었답니다. “자, 조금만 더 힘을 내!” ‘앙리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버지는 조용히 앙리의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아하! 굴리기 대장 쇠똥구리를 보고 있었군요. 쇠똥구리는 커다란 쇠똥을 옮기는 중이에요. “그래, 옳지! 아주 잘하는구나!” 앙리는 열심히 쇠똥구리를 응원했어요. 아버지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지요. 어버지는 앙리에게 여러 가지 동물들과 곤충들이 그려진 책을 선물했어요. “마음에 드니?” “야호! 아버지, 너무 멋져요!” 앙리는 그림을 보면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자, 코끼리, 매미.” “앙리가 이제 글을 아주 잘 읽는구나. 자, 이건 글을 익힌 상이다.” 앙리는 라퐁텐 우화집을 안고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답니다. 앙리가 열네 살이 되던 해 가족들은 가난 때문에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했어요. 앙리는 낮에는 식료품 가게에서 심부름을 하고, 밤에는 공원 구석에서 잠을 잤답니다. ‘계속 떠돌이로 살아갈 수는 없어. 공부를 해야 해!’ 앙리는 심부름을 하고 받은 돈으로 책을 샀어요. 책을 읽다 보면 배고픔도 잊을 수 있었지요. 어느 날 앙리는 사범학교에서 장학생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았어요. 앙리는 열심히 공부를 했답니다. 드디어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에요. “야호! 합격이다!” 앙리는 당당히 일 등으로 합격을 했답니다. 어느 날 수업 시간이었어요. “앙리 파브르, 누가 수업 시간에 말벌을 가지고 놀라고 했지?” “노는 게 아니라 말벌을 관찰하고 있었어요.” 사실 앙리는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거든요. 앙리는 3학년 시험을 가볍게 통과해서 친구들보다 빨리 학교를 졸업했답니다. 앙리는 멋진 선생님이 되었어요. “선생님, 곤충 이야기 또 해주세요!” “맴맴맴!” 마침, 숲 속에서 매미들이 울기 시작하는군요. “오늘은 귀머거리 매미 얘기를 해 줄까?”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귀머거리라고요!” “그럼! 옆에서 대포를 쏘아도 들을 수 없을걸?” 앙리는 축포를 쏘아서 보여 주었답니다. “먹이가 썩지 않게 침을 놓는 벌이라고?” 어떤 곤충학자가 나나니벌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죽은 먹이가 한 달이 넘도록 썩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말 신기한 벌이네? 나도 한번 관찰해 봐야지!” 앙리는 딱정벌레를 잡아서 나나니벌의 먹이로 주었어요. 딱정벌레가 도망가려고 하자 나나니벌은 잽싸게 침을 놓았지요. 침을 맞은 딱정벌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딱정벌레는 움직이지 않았지요. 앙리는 건전지에 연결된 바늘로 찔러 보았어요. 어머나! 죽은 줄 알았던 딱정벌레가 다리를 파르르 떠는 게 아니겠어요? 마치 잠을 자다가 깬 것처럼 말이에요. ‘맞아! 딱정벌레는 마취가 된 거였어!’ 앙리는 연구 결과를 글로 써서 발표했어요. “앙리 파브르는 정말 대단한 곤충학자야.” 많은 학자들이 앙리의 연구 결과에 박수를 보냈지요. 앙리는 레종 도뇌르라는 훈장을 받았어요. 레종 도뇌르는 프랑스 최고의 훈장이에요. ‘재밌고 유익한 책을 써서 보답해야지!’ 앙리는 지구, 별, 새, 풀, 나무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어요.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 사람들은 파브르의 책을 아주 좋아했어요. 할아버지가 된 앙리는 곤충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어요. “파브르는 곤충들과 말을 하나 봐.” “곤충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사람들은 앙리가 쓴 곤충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앙리 파브르는 아흔두 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답니다. “찌르륵찌르 앙리의 죽음을 슬퍼하듯 풀무치가 몹시 울던 날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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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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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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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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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에디슨, 어디 있니?" 어머니는 온 집 안을 뛰어다니며 에디슨을 찾았어요. "어머니, 저 여기 있어요." 에디슨의 목소리를 듣고 헛간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에디슨, 하루 종일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니?" 볏집 위에 웅크리고 있던 에디슨은 어머니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달걀을 품고 있어요. 이제 곧 병아리가 나올 거예요." 어머니는 에디슨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나왔어요. "에디슨, 달걀을 품는다고 다 병아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란다. 닭은 사람보다 몸의 온도가 높고, 또 오랫동안 품어야 한단다." 에디슨은 풀이 죽어 볏집에서 내려왔어요. 에디슨은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벌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숲에서 커다란 벌집을 발견한 에디슨은 벌집 속이 궁금했어요. 에디슨은 긴 막대기로 벌집을 건드렸어요. '벌들이 없나 봐.' 에디슨이 벌집을 만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벌들이 날아왔어요. 에디슨은 재빨리 도망을 쳤어요. 그러나 날아오는 벌 떼를 피할 수는 없었어요. 벌에 쓰인 에디슨의 얼굴은 퉁퉁 부었어요. 에디슨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그러나 에디슨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선생님, 바람은 어디서 부나요?" "남쪽에서 분단다." "왜 남쪽에서 불지요?'' "말해 줘도 너는 몰라." 선생님은 화가 났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매일 이상한 것만 자꾸 물어 보는 에디슨이 바보 같았어요. "에디슨, 너같이 이상한 아이는 가르칠 수 없으니, 내일부터는 학교에 오지 말아라." 에디슨은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었답니다. 학교에서 쫓겨난 에디슨은 어머니에게 공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 어머니는 에디슨을 나무 그늘 아래로 불렀어요. "에디슨, 오늘은 여기서 공부하기로 하자." "와! 정말이요?" 에디슨은 어머니와 공부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에디슨이 어떤 질문을 해도 어머니는 귀찮아하지 않았거든요. 어머니는 에디슨에게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에디슨은 무엇이든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에디슨은 지하실에 실험실을 만들었어요. '사람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 에디슨은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맞아! 풍선처럼 가볍게 하면 돼.' 에디슨은 친구 미카엘과 함께 약을 만들었어요. "자, 미카엘. 어서 이 약을 먹고 날아 봐. 몸이 가벼워졌지?" 그런데 미카엘이 갑자기 배를 잡고 뒹굴었어요. "아이고야. 아이고야." 다행히도 급히 달려오신 어머니의 도움으로 미카엘은 괜찮아졌습니다. 에디슨은 무엇이든 실험을 해서 알아 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에디슨은 실험에 필요한 돈을 직접 벌기로 했어요. 기차에서 신문을 팔기로 한 에디슨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에디슨은 열심히 외쳤어요. "신문이요, 신문!" 신문은 생각보다 잘 팔렸어요. 하얀 연기를 뿜으며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기다려요! 기다려 주세요!" 멀리서 에디슨이 뛰어오고 있었어요. "위험해!" 에디슨이 달리는 기차에 매달렸어요. "이 녀석,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니?" 차장은 에디슨의 귀를 잡아당기며 마구 화를 냈어요. 에디슨은 겨우 기차에 올라탔어요. 그러나 그 때부터 에디슨의 귀는 잘 들리지 않았답니다. 에디슨은 기차의 짐칸에 실험실을 만들었어요. 에디슨은 짐칸의 실험실에서 직접 신문을 만들어 찍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기도 하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기차가 심하게 흔들렸어요. 에디슨은 위험한 실험 기구들을 꽉 붙잡았어요. 그러나 기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멈춰 버렸어요. 실험 기구들과 함께 넘어진 에디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짐칸은 이미 불이 붙어 훨훨 타오르고 있었어요. "이 녀석! 다신 기차 곁에 얼씬도 마라!" 불을 끈 차장은 에디슨을 기차 밖으로 밀어 버렸어요. 기차에서 쫓겨난 에디슨은 전신 기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에디슨은 전신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역장의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철길 옆을 지나갈 때였지요. "빠아앙"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렸어요. 그런데 한 어린이가 기차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철길에서 놀고 있는 거예요.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에디슨은 재빨리 달려가 어린이를 구해 냈어요. 마침 그 아이가 역장의 아들이었어요. 아이를 구해 준 에디슨에게 역장은 열심히 전신 기술을 가르쳐 주었어요. 그래서 에디슨은 훌륭한 전신 기술자가 되었답니다. 마침내 에디슨은 전신 회사 사장님이 되었어요. 에디슨은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내일은 무엇을 만들까? 생각하고, 실험하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 때 에디슨의 별명은 '마술사' 였어요. 생각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냈으니까요. 에디슨은 메리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와 결혼을 하였어요. 어느 날, 에디슨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깜짝 놀랄 기계를 보여 주었어요. "자, 이 기계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들어 봐요." 사람들은 기계에서 무슨 소리가 날까 모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메리는 예쁜 양을 샀어요. 메리의 양은 예뻐요." 랄랄라 랄랄라 에디슨은 기계에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에디슨이 노래를 마치고 기계의 단추를 눌렀습니다. "메리는 예쁜 양을 샀어요. 메리의 양은 예뻐요." 에디슨의 목소리가 기계에서 똑같이 흘러 나왔어요. 사람들은 모두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녹음기' 랍니다. 에디슨의 발명품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잘못 만든 물건은 다시 만들고, 또다시 만들었거든요. 에디슨이 처음 전화기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랍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기계는 없을까? 애를 쓰던 에디슨이 드디어 전화기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벨 소리가 잘들리지 않는 거예요. 에디슨은 자신의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깜박 잊고 자꾸만 벨 소리를 크게 했어요. 옆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말입니다. 깜깜한 밤이었어요. 에디슨은 촛불을 켜 놓고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밖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촛불이 꺼지고 말았지 뭐예요. '밤도 낮처럼 밝았으면.' 에디슨은 밤을 밝히면서도 쉽게 꺼지지 않는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전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불이 켜졌다!" 불이 켜지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둡기만 하던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것도 바로 에디슨이랍니다. 에디슨은 하루도 쉬지 않고 발명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평생 동안 1천3백여 가지나 발명한 에디슨은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발명왕 이 되었습니다. "내가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천재성 때문입니다." 에디슨은 이 말을 남기고 여든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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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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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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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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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 책 이리 줘 봐." 마리는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달라고 졸랐어요. "너는 너무 어려서 읽을 수가 없어." 그러나 마리는 언니의 책을 빼앗아 읽기 시작했어요. 마리는 이제 겨우 네 살이었습니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놀라서 뛰어왔어요. "어머나, 마리. 언제 글을 배웠니?" 신이 난 마리는 더 큰 소리로 책을 읽었어요. 막대로 태어난 마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어요. 마리의 아버지는 과학 선생님이었어요. 마리는 아버지의 방에서 노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방 안에는 신기한 실험 도구들이 많았거든요. "긴 유리병아, 너는 이름이 뭐니?" "어머, 너는 참 이상하게 생겼구나!" 마리는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마리,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는 마리가 다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 당시 폴란드는 나라를 빼앗겨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 어로만 말해야 했어요. 그러나, 선생님은 몰래 폴란드 어로 역사를 가르쳐 주셨어요. 아이들은 숨소리를 죽여 가며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어요. 러시아 장학관이 감시를 하러 온 거에요. 선생님은 재빨리 눈짓을 했어요. 아이들은 감쪽같이 책상을 치우고 바느질 옷감을 펼쳤어요. "드르륵" 러시아 장학관이 들어왔습니다. "지금부터 러시아 역사에 대해서 묻겠다." 장학관의 눈이 마리의 눈과 마주쳤어요. 마리는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너! 러시아의 왕 이름을 차례로 말해 봐." 마리는 유창한 러시아 말로 또박또박 말했어요. "좋아. 지금 우리의 왕은 누구지?" 마리는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어요. 교실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장학관이 마리의 곁으로 다가왔어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입니다." "후유" 장학관이 나가자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때 마리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어요. "선생님, 저는 러시아 황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마리를 꼬옥 안아 주셨어요. "괜찮아. 우리 모두 너 때문에 무사했잖니?" 마리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자랑스럽게 폴란드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마리는 선생님의 말뜻을 알 수 있었어요. '폴란드를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마리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답니다. 마리는 여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어요. 그러나 마리에게는 슬픈 일이 계속되었어요. 아버지가 폴란드를 찬양한 죄로 학교에서 쫓겨났지 뭐예요. 그래서 마리네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지요. 얼마 후, 큰언니가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게다가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말았답니다. "여보, 아이들을 부탁해요." 어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어요. 식구들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더욱 어려워진 형편 때문에 마리도, 언니도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마리는 언니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정 교사를 했답니다. 언니가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면, 그 다음에 마리가 공부를 하기로 했거든요. 매일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마리는 폴란드의 어린이들이 나라 말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스러웠어요. 그래서 마리는 몰래 아이들에게 폴란드 말을 가르쳤답니다. 마리가 스물세 살 되던 해, 마침내 언니에게서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사랑하는 동생 마리야, 너의 도움으로 드디어 의사가 되었단다. 이제 프랑스로 와서 너의 공부를 시작하렴." 마리는 프랑스로 가기 위해 짐을 꾸렸어요. "마리!" 프랑스에 도착한 마리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마리는 언니의 도움으로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리는 밥 먹는 시간도 아껴 가며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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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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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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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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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주세요!" "목이 말라요!" 논에서 들려오는 벼들의 소리예요.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어요. "물이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시냇가에서 들려오는 물고기들의 소리예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모두들 물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농부들은 논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어요. 장영실은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장영실은 논둑길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했어요. '참! 윗마을에 큰 저수지가 있었지!' 장영실은 재빨리 사또를 찾아갔어요. "사또님, 제가 논에 물을 끌어오겠습니다." 장영실의 말에 사또는 귀를 쫑긋 세웠어요. "윗마을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 오겠어요." 옆에 있던 이방이 코웃음을 쳤어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저수지보다 낮게 도량을 파서 물이 아래로 흐르게 하면 됩니다." 장영실은 자신 있게 말했어요. 사또는 장영실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마을 사람들을 시켜 도랑을 파게 했지요. 저수지에서 파 내려온 도랑이 논과 이어졌어요. "이런다고 물이 내려오나?" 사람들은 투덜투덜했어요. 마지막으로 장영실이 저수지의 둑을 텄습니다. "어? 어. 물! 물이 흐른다!" 저수지의 물이 콸콸 흘러 논으로, 시내로 들어갔어요. 마음껏 물을 마신 벼와 물고기들이 다시 살아났어요. 장영실은 관아의 종이었어요. 어느 날, 장영실은 우물 옆에서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어요. "자네 가기서 무러 하고 있는가?" 지나가는 이방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물을 쉽게 올리기 위해서 도르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 뭐?" "도르래를 이용하면 무거운 것을 쉽게 옮길 수 있거든요." 다음날 물을 길러 온 여자 종들이 도르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장영실이 도르래 사용법을 말해주자 모두들 기뻐서 박수를 쳤습니다. 장영실의 손을 거쳐 간 물건들은 무엇이든 새것이 되었답니다. "허허, 정말 대단한 재주로다." 사또는 장영실을 불러 칭찬했어요. 사또는 장영실의 재주를 자세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임금님께 편지를 써서 올렸습니다.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아이입니다" 그때 임금님이 바로 세종대왕이었어요. 임금님은 얼른 장영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장영실은 꿈도 꾸어 보지 못했던 한양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네가 장영실이구나. 고개를 들어 보아라." 임금님의 목소리는 따뜻했습니다. 장영실은 너무나 떨려서 눈도 뜰 수 없었어요. "이제부터는 관아의 종이 아니라, 너에게 벼슬을 내릴 테니 나라를 위해 일하거라." 장영실은 단숨에 어머니에게 달려갔습니다. "어머니, 이제 떨어져 살지 않아도 되고, 관아에 가서 술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장영실의 어머니는 관아에 매여 있는 기생이었어요. 그래서 장영실도 열 살이 되자마자 관아의 종이 되었던 거지요. 물론 어머니와는 함께 살지도 못했고요. "평생 종으로 살아도 너와 함께라면 이 어미는 행복하단다." 장영실은 어머니 품에서 한참을 울었답니다. 장영실은 임금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자나 깨나 연구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하늘을 쳐다보던 장영실은 갸우뚱갸우뚱 고개를 저었어요. '거참 이상하네. 어제는 분명히 별이 저기쯤 있었는데.' 다음 날 밤에도 장영실은 별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별이 또 움직였다.' 장영실은 매일 밤 조금씩 바뀌는 별의 위치를 그렸어요. '별과 달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천문 관측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임금님은 급히 장영실을 불렀습니다. "그대의 지혜가 또 필요하오." 장영실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임금님이 부탁하는 건 다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백성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소." 장영실은 임금님의 깊은 마음을 금방 헤아릴 수 있었어요. "고르고 반듯한 글자를 많이 찍어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영실은 꿈속에서도 쇠붙이를 주물렀습니다. 사람들은 혹시나 장영실이 쓰러질까 봐 걱정했어요. 그러나 장영실은 한 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이루고야 말았습니다. 드디어 20여만 자가 넘는 갑인자를 만들어 낸 것이랍니다. 임금님은 장영실에게 많은 상을 내렸어요. "아무리 상을 주어도 부족한 것 같소. 이제 그대 몸은 나라의 몸이오. 그러니 부디 건강해야 하오." 임금님은 장영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셨어요. 아름다운 산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장영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었어요. 장영실은 하루 종일 마루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장영실은 힘들게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농사가 잘 되어야 백성들이 평화로울 텐데.' 장영실은 항상 임금님이 걱정하시는 것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너무 많은 비로 벼들이 물에 다 잠겼어요. 주렁주렁 열려 있던 호박도 떨어져 땅에 나뒹굴었어요. 농부들은 밤새 벼가 떠내려갈까 봐 논에서 발을 동동 굴렀어요. 장영실은 농부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서 있었어요. "임금님께서 건강을 돌보라고 보내주셨는데, 그렇게 비를 맞으면 어떻게 해요?" 부인은 장영실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장영실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장영실은 장독대 위의 그릇을 보고 있던 거예요. '옳지! 바로 저거야.' 장영실은 무릎을 치며 좋아했습니다. "여보, 빨리 한양으로 갑시다. 어서요." 장영실의 마음은 급했습니다. 한양에 도착한 장영실은 짐을 짊어진 채 임금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마마,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기구를 생각해냈습니다. 비의 양을 측정해 두었다가 언제 비가 많이 오고, 오지 않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장영실의 말에 임금님도 들떴어요. 장영실은 장독대 위의 그릇을 생각하며 측우기를 만들었어요. 측우기는 비의 양을 측정하여 다음 해 농사에 대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측우기를 만든 지 얼마 후, 장영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냇가에 나갔어요. 장영실이 물가에 가까이 왔을 때였어요. "사람 살려! 어푸어푸, 살려주세요!" 사람이 물이 빠졌지 뭐예요. 장영실은 얼른 주위에 있던 새끼줄을 던졌어요. 물에 빠진 사람은 겨우 새끼줄을 잡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비가 와서 물이 많이 불었는데 그걸 몰랐군요." 장영실은 측우기를 이용하여 수표를 만들었습니다. 수표는 물의 깊이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해 두는 것이랍니다. "꼬르륵." 장영실의 배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밥 먹을 시간은 귀신처럼 아는군.' 장영실은 자신의 '배꼽시계'를 한 번 쳐다보았어요. 그러자 장영실의 궁금증이 발동했어요. '시간을 알려 주는 기계는 없을까?' 장영실은 생각에 빠져 땅바닥을 보며 걸었어요.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장영실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아까보다 그림자의 길이가 길어졌네?' 장영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어요. 장영실은 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에 해시계를 걸어 놓았어요. 이제 사람들은 '배꼽시계' 보다 정확한 해시계로 시간을 알게 되었어요. 장영실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시계도 만들었어요. "지금 몇 시지?" 사람들은 마치 보물을 간직한 듯 시계를 보았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장영실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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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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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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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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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앵 쌩."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으앙! 으아앙!" 두 손을 꼭 쥐고 울음보를 터뜨린 이 아기가 바로 아이작 뉴턴이랍니다. 뉴턴은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뉴턴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대신 뉴턴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답니다. 뉴턴이 세 살 때였어요. “뉴턴, 엄마는 이웃 마을의 목사님과 결혼하기로 했단다. 외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는 뉴턴을 뒤로 하고 집을 떠났답니다. 뉴턴은 밤새도록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요.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 뉴턴은 점점 말을 잃었어요. “뉴우턴, 노올자!” 친구들이 찾아와도 뉴턴은 심드렁했어요.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았어요. 그러던 뉴턴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요. 바로 톱과 망치였어요! ‘이번엔 무얼 만들어 볼까?’ 햇볕이 따가운 마당에 앉아 뉴턴은 골똘히 생각했어요. “그래! 해시계를 만들어 보자.” 뉴턴은 망치를 들고 돌 한가운데를 뚫은 다음 막대기를 세웠어요. 그리고 빙 둘러 숫자를 새겨 넣었지요. 멋진 해시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어요. 학교에 들어간 뉴턴은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여전히 톱과 망치를 뚝딱거리며 만들기만 좋아했어요. 뉴턴의 머릿속은 온통 새로운 물건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물음에도 툭하면 엉뚱한 대답을 했답니다. “우하하! 바보 뉴턴!” 교실은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지요. “난, 바보가 아니야!” 화가 난 뉴턴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뉴턴은 친구들이 놀리지 못하도록 열심히 공부했어요. 뉴턴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뉴턴은 여러 과목 중에서 과학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과학 책을 한번 손에 잡으면 밤을 꼴딱 새워 읽곤 했답니다. 위잉, 위잉” 풍차가 힘차게 돌아갑니다. 뉴턴이 만든 작은 풍차였어요. 풍차는 곡식을 가루로 만들었어요. “저 풍차는 바람이 없어도 돌아가네?”물레방아와 공차를 연결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엄마가 돌아오셨어요. 목사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농사를 지으며 가난한 살림을 꾸리셨어요. 뉴턴은 엄마의 힘든 모습을 보자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어요. 뉴턴은 엄마를 도와 양 떼를 돌보았어요. 그러나 한시도 과학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답니다.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면 뉴턴은 그 곁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했답니다. 엄마는 뉴턴의 꿈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지만 뉴턴을 다시 학교에 보냈답니다. 뉴턴은 엄마를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공부했어요. 물론 하고 싶었던 공부였으니 말할 수 없이 기뻤지요. 마침내 뉴턴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갔어요. 뉴턴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일을 했어요. 학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뉴턴은 수학과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학이나 천문학은 너무 어려워 모두들 싫어하는 공부였지요. 하지만 뉴턴은 어려운 문제도 척척 잘 풀었답니다. 온 나라에 무서운 전염병이 퍼졌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갔지요. 전염병 때문에 학교는 잠시 동안 문을 닫아야 했답니다. 뉴턴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어요. “뉴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단다.” 엄마는 단숨에 달려와 뉴턴을 꼬옥 안았어요. 뉴턴은 오랫동안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답니다. “좀 쉬었다 할까?” 하루 종일 책에 코를 박고 있던 뉴턴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뉴턴은 기지개를 쭉 켜며 정원으로 나갔어요. 정원에는 빨간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사과나무가 있었어요.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 때 '툭' 하고 사과 한 개가 땅에 떨어졌어요. 뉴턴은 떨어진 사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어요. ‘왜 사과는 땅으로 떨어질까?’ 뉴턴의 머릿속에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했어요. 뉴턴의 생각은 오래오래 계속되었어요. '왜 물건은 아래로만 떨어질까? 위로는 왜 떨어지지 않지? 사과도 아래로 떨어지고, 책상 위에 있는 연필도 아래로 떨어지잖아. 그런데 하늘에 떠 있는 많은 왜 떨어지지 않지? 뉴턴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뉴턴은 드디어 답을 찾았어요! 지구에는 모든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모든 물체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달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건 달과 지구가 서로 똑같은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지요. 달과 지구, 별들은 이렇게 서로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부딪히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랍니다. 이 힘이 바로 만유인력이지요. 뉴턴은 혼자서 만세를 외쳐 댔답니다. 전염병이 사라지고 학교는 다시 문을 열었어요. 뉴턴은 얼른 학교로 돌아갔어요. 뉴턴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빨리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정말 신기하다! 왜 무지개빛이 나타나지? 뉴턴은 프리즘을 들어다보며 눈을 떼지 못했어요. 뉴턴은 프리즘이 무지개빛을 내는 것은 햇빛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일곱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 일곱 가지 색이 한데 섞여 우리 눈에는 빛이 하얀색으로 보이는 거예요. 뉴턴은 프리즘을 이용해 빛에 대한 연구를 했어요. 그래서 굴절 광선은 프리즘에 일곱 가지 빛을 내지만 반사 광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답니다. 뉴턴은 이것을 바탕으로 반사 망원경을 만들었어요. “다른 과학자가 만든 망원경은 흐릿하게 보여 불편했는데, 뉴턴이 만든 망원경은 먼 곳도 아주 잘 보여.” 망원경을 본 사람들은 뉴턴을 크게 칭찬했어요. 뉴턴이 만든 망원경은 작고 편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었어요. 뉴턴은 이 망원경으로 넓은 밤 하늘을 관찰했어요. 수많은 별들과 하나뿐인 달. 뉴턴은 이름 모를 별들에게 마음을 전하며 평생 그들의 친구가 되었답니다. 뉴턴은 그 동안 연구한 것들을 책으로 썼어요. ‘프린키피아’라는 책이 세상에 나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온 우주에 가득 차 있는 만유 인력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요. 만유 인력의 힘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겼어요. 뉴턴의 과학 세계로 말이에요. 여왕님은 뉴턴에게 ‘기사’ 칭호를 내렸답니다. '바보 뉴턴' 이라고 놀림받던 시골뜨기 소년은 '천재 뉴턴' 으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어요. 이제 뉴턴은 하늘 나라로 떠났지만 만유 인력은 영원히 떠나지 않는 힘이 되었어요. 바로 우리들 마음속에 커다란 우주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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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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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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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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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이었어요. 꼬마 아인슈타인이 아버지에게 물었어요. "아버지 나침반 바늘은 왜 항상 북쪽만 가리키고 있지요?" "나침반은 자석으로 되어 있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도 커다란 자석이란다. 지구의 힘이 나침반을 잡아당기기 때문이지." 아인슈타인은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아인슈타인은 밤늦도록 나침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어요. '지구가 자석이라니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해서 지구가 자석이 됐을까?' 꼬마 아인슈타인은 정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아인슈타인의 부모님은 유대인이었어요. 그 때, 유대인들은 나라가 없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발전기 만드는 공장을 하셨어요.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돌보셨답니다. 어머니는 아인슈타인에게는 바이올린을, 여동생 마야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어요.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무척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고, 어머니와 마야가 피아노를 치고,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린을 켜면 근사한 가족 음악회가 되었어요. 화창한 어느 봄날, 아인슈타인네 가족은 소풍을 갔어요. 공원에 이르렀을 때, 건너편 큰길 쪽에서 북 소리와 나팔 소리가 울려 왔어요. 잠시 후, 총을 멘 군인들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걸어오고 있었어요. "독일! 독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우리 나라!" 구경하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인슈타인이 울음으 ㄹ터뜨렸어요. 똑같은 옷을 입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군인들이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아인슈타인! 이 겁쟁이 같은 녀석." 아버지는 아인슈타인의 약한 모습에 속이 상했어요. 독일은 군인들이 나라를 다스렸어요.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하며 놀았답니다.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전쟁터에 나가 용감하게 싸우기 위해서지요. 학교에서도 군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공부도 외우는 것만 시켰어요. 게다가 독일 사람들은 유대인을 무척 싫어했어요. 아인슈타인은 공부도 못했지만 유대인이라 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어요. 선생님도 어려운 질문만 하는 아인슈타인을 미워했어요. '아, 정말 학교 가기 싫어!' 아인슈타인은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초등 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아인슈타인은 김나지움에 들어갔어요. 김나지움 역시 군대처럼 엄격했고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어요. "엄마 왜 독일 사람들은 우리를 미워해요?" 엄마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어요. "아인슈타인,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유대인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삼촌과 함께 하는 수학 공부가 무척 즐거웠어요. 학교에서도 수학만은 늘 1등이었어요. 어느 날 아인슈타인은 유대인 친구로부터 '통속 과학 대계'라는 책을 빌려 보게 되었어요. 그 책에는 과학의 모든 이야기가 알기 쉽게 씌어 있었어요. 그 책을 읽은 아인슈타인은 과학에 많은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아인슈타인네 가족은 이탈리아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빚을 많이 져서 공장을 팔아야 했답니다. "아인슈타인, 너는 2년 후면 졸업을 하니 기숙사에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오너라." 가족들은 아인슈타인을 독일에 남겨 두고 떠났어요. 아인슈타인은 무섭고 엄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여 그만 병이 나고 말았어요. 아인슈타인은 졸업을 6개월 남겨 둔 채 이탈리아의 가족들에게 갔어요. "졸업장이 없으면 대학에도 못 갈 텐데 어쩔 셈이냐?" 아버지는 몹시 화가 나셨어요.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 대학은 졸업장이 없어도 시험에만 합격하면 된대요." 아인슈타인은 아버지를 설득했어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아인슈타인은 몹시 실망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대학 학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자네가 본 수학 성적은 아주 뛰어나네. 하지만 다른 과목이 뒤떨어지니 김나지움에서 1년만 더 공부하면 우리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네." 학장은 아인슈타인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스위스의 김나지움은 독일과는 달리 분위기가 자유로웠어요. 아인슈타인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였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도 하였어요. 아인슈타인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어요.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대학생이 되었어요.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공부에 전념했어요. 그리고 밀레바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아인슈타인과 밀레바는 여러 가지로 통하는 점이 많았어요. 대학을 마친 아인슈타인은 스위스의 특허국에 취직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는 물리학 연구에 몰두했어요. 특허청장은 아인슈타인을 크게 칭찬했어요. "아인슈타인 같은 직원은 처음이야. 다른 사람이 하루 종일 걸려 해낼 일을 단 세 시간 만에 해치우니 말이야."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결혼했어요.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의 연구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1905년 아인슈타인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로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어요. 그 때까지 사람들은 200년 전 뉴턴의 학설을 믿고 있었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정해진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 는 주장이었지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뉴턴과는 다른 말을 했어요. 세상에 정해진 규칙은 없고, 모든 것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한다고 했어요. 물질이 에너지로 바뀌기도 하고, 에너지가 물질로 바뀌기도 하고 말예요. 뒷날 원자 폭탄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된 이 이론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학설이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당신이 아름다운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는 한 시간이 마치 1초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당신이 시뻘겋게 타고 있는 석탄 위에 앉아 있다면 1초가 마치 한 시간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상대성 원리입니다." 시간은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혹은 느리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한 젊은이가 빛과 비슷한 빠르기의 로켓을 타고 우주로 떠났어요. 그리고 40년 만에 지구로 돌아왔어요. 젊은이는 떠났을 때의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지구에 잇는 여동생은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어요. 이처럼 시간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상대성 이론의 발표로 유명해진 아인슈타인은 세계 여러 나라 대학에서 교수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아인슈타인은 독일에 있는 대학으로 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부인과 아이들은 독일로 가기 싫어해서 혼자서만 떠났어요. 아인슈타인이 독일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독일은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무서운 전쟁을 일으켰어요. 독일 정부는 아인슈타인에게 전쟁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한 마디로 거절했어요. "저는 수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하는 전쟁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아인슈타인은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 운동에 앞장 섰고, 독일 정부는 아인슈타인을 미워했어요. 1921년 아인슈타인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노벨 물리학상은 전세계에서 물리학 연구에 가장 공이 큰 사람에게 주는 영광스러운 상이에요. 이 때 독일은 나치스의 히틀러 지배 아래 있었어요.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을 충동질하여 세계를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 갔어요. 이번에는 이탈리아와 일본도 독일에 합세했어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거예요. 히틀러는 유대인을 미워해서 독일에 사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였어요. 아인슈타인은 죽음을 피해 미국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곳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를 계속했어요. 전쟁은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어요. 아인슈타인은 독일이 자신의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핵폭탄을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어요. 아인슈타인은 미국 대통령에게 독일보다 미국이 먼저 핵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미국이 먼저 만들면 독일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미국을 도와 원자폭탄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했어요. 그러나 미국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는 일본에 원자 폭탄 두 개를 떨어뜨렸어요. 일본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불에 타 죽거나 다쳤어요. 이것으로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아인슈타인은 너무도 가슴이 아팠어요.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학문이 평화를 위해 쓰이지 못하고, 전쟁에 이용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에 죄책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핵무기 폐기 운동 등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았어요. 미국의 집에 있을 때에는 마을 어린이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 주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되어 주기도 했어요. 1955년, 아인슈타인은 일흔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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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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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금모래밭에 꼬마 피카소가 예쁜 집을 지었어요. "어엄마, 아아빠!" 피카소가 더듬더듬 말을 배울 때였지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피카소의 집을 구경하러 왔어요. 개구쟁이 친구들도 조심조심 모래집을 구경했어요. "너무 예뻐" 사람들은 입을 모아 피카소를 칭찬했답니다. 피카소는 아버지를 닮았나 봐요. 아버지는 화가를 꿈꾸던 미술 선생님이었거든요. 피카소가 아버지의 큰 붓을 들고 색칠 놀이를 할 때면 아버지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답니다. "피카소, 어서어서 자라서 꼭 훌륭한 화가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꼬마 피카소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주길 바랐어요. 피카소는 아버지의 꿈처럼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려 냈답니다. 아버지는 피카소의 훌륭한 선생님이셨어요. 피카소의 그림 솜씨는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대단했지만 다른 공부는 엉망이었어요. 사실 피카소는 학교에 들어가서도 글씨를 제대로 읽지 못했거든요. 아버지는 은근히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고민은 해결되었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피카소를 불렀어요. "피카소, 저기 창 밖에 있는 비둘기를 그려서 교실에 걸어 두고 싶은데. 날아가기 전에 그릴 수 있겠니?" 아버지가 가리키는 손 끝에 비둘기들이 먹이를 쪼아 먹고 있었어요. "걱정 마세요." 피카소는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비둘기를 그려 놓았답니다. 아버지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아버지는 자신이 쓰던 화구를 모두 피카소에게 물려 주었어요. 그리고 피카소를 위해 작은 화실까지 만들어 주었답니다. 피카소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요. 얼마 후 피카소는 시험관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미술 학교에 당당히 합격했어요. 또 미술전람회에서 큰 상을 타기도 했답니다. 그 때 그린 그림이 <과학과 사랑>, <알라공의 풍습>이에요. 피카소는 멋진 청년이 되었어요. "피카소의 그림에서는 그의 숨결이 느껴져." 한시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피카소를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피카소는 열아홉 살 때 처음으로 파리에 갔어요.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파리에 온 후 피카소는 몇 번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평생 파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해요. 거리의 풍경, 투우사, 짐마차, 부두의 노동자와 선원, 거지, 마부, 그리고 댄서까지 피카소는 어디를 가든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려 댔어요. 스페인은 다른 말로 에스퍄냐라고도 하지요. 어느 날 친구가 피카소를 찾아왔어요. "피카소, 예술 잡지를 한 번 만들어 보세. 물론 그림은 자네가 맡고." 친구의 말에 피카소는 흔쾌히 대답했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피카소와 친구는 <젊은 예술>이라는 잡지를 만들었어요. 피카소의 그림이 잡지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지요. 피카소가 자신의 그림에 처음으로 피카소라고 서명을 한 순간이기도 했답니다. 피카소는 친구의 방 한쪽 구석을 얻어 쓰고 있었어요. "피카소, 자네 그림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군." 친구는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투정이 끊이지 않았어요. 피카소는 가난했기 때문에 이런 투정쯤은 그냥 웃어넘겼답니다. 어두운 밤, 피카소는 한 손에 촛불을 밝혀 들고 그림을 그릴 때도 있었어요. 파르르 떨리는 희미한 촛불 밑에서는 모든 것이 푸른색으로 빛났어요. 이 때의 그림을 사람들은 피카소의 '청색 시대'라고 말한답니다. 얼마 후 피카소는 보랄이라는 여자 화상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화상이란 그림을 사고 파는 사람을 말해요. 어느 날 피카소는 투우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팔았어요. 모두들 빨간 망토와 힘차게 달려오는 소의 모습에 감탄했지요. 그러나 사실 피카소는 이 그림을 팔아서 처음으로 투우장에 간 것이랍니다. "투우장에 가고 싶어서 미리 그렸을 뿐이라네." 피카소의 장남기 섞인 말에 모두들 웃고 말았어요. 피카소의 그림이 점점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면서 피카소는 금세 부자가 되었지요. 진가란 참된 값어치를 말해요. 피카소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의 집을 드나들었어요. 사람들은 피카소의 집을 '세탁선' 이라고 불렀답니다. 그 이유는 파리의 센 강에 다니는 세탁 배들과 닮아서였다고 해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사람들이 '세탁선' 안으로 뛰어들었어요. 그 순간 피카소의 검은 눈동자 안으로 아름다운 여인이 쏘옥 들어왔답니다. 피카소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일부러 여인의 앞을 막았어요. 피카소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날이었어요. 이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은 올리비애였지요.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사랑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어요. 피카소는 올리비애와 헤어진 후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다고 해요. 피카소는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편이었대요. 하지만 반대 의견이 있을 땐 언제나 분명하게 말했답니다. 또 그림을 그릴 때는 근처에 사람들을 얼씬도 못하게 했지요. 하지만 친구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했다고 해요.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이 팔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아요. 오히려 그림이 팔리면 초라한 기분에 빠졌고, 가격 흥정이 시작될 지경에 이르면 그냥 줘 버렸다고 하니까요. 나중에 갖게 되는 큰 별장은 피카소의 그림 한 장으로 그 값을 대신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피카소는 그림의 무대를 몽마르트(르)로 옮겼어요. 몽마르트(르)에서는 특히 분홍색을 많이 썼어요. 사람들은 이 시기를 '장밋빛 시대' 라고 부른답니다.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이 때 그린 그림이지요. 아비뇽의 처녀들은 지금까지 그려 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얼굴에 비하여 팔다리를 유난히 뚱뚱하게 그려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그림은 점점 더 이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피카소의 새로운 시선은 생활에 쓰이는 물건들까지도 새롭게 만들었어요. 또 음악, 문학,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새롭게 바꿔 버렸답니다. 피카소는 나이가 들었어도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넘쳤어요. 여지껏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을 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선수였지요. 물건이나 사람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답니다. 피카소는 이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처음에 사람들은 피카소의 그림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쌓아 놓은 듯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나 물건을 사방으로 뜯어 놓은 것 같기도 했지요. 피카소의 이런 그림들을 보고 사람들은 '큐비즘' 이라고 했답니다. 사람들은 피카소를 가리켜 '마르지 않는 생각의 샘' 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어요. 피카소는 서른일곱 살 되던 해 드디어 결혼을 했답니다. "피카소, 축하해요!" 노총각 피카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피카소의 아름다운 신부는 러시아 무용수인 올가였어요. 결혼을 해서도 피카소는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요. 스페인 전쟁을 그린 <게르니카>라는 그림은 매우 유명하답니다. 또 우리 나라의 전쟁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지요. 피카소는 그림으로 억만장자가 되었어요. 피카소는 친구들과 함께 화려한 파티도 열면서 즐겁게 살았답니다. 그러나 피카소의 마지막 모습은 수수하면서도 편안한 모습이었어요. 부인과 가까운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르나르 성에 조용히 묻혔다고 해요. 아마도 피카소가 성대한 장례식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텔레비전은 온 세계에 피카소의 죽음을 알렸어요. 위대한 화가 피카소의 죽음을 슬퍼하는 소리는 세계를 들썩거리게 했지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생각으로 더욱 신사가 되었던 피카소의 명성은 그가 남긴 수천 점의 그림이 잘 말해 준답니다. 또 피카소를 위한 미술관과 기념관이 있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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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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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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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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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호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어요. "나도 종소리와 똑같은 소리를 피아노로 쳐볼 거야." 모차르트는 벌떡 일어나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어요. 이제 겨우 세 살이 된 모차르트는 의자에 올라가기도 힘이 들었어요. "댕댕댕"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똑같아. 틀림없는 종소리야!" 피아노 천재라고 불리는 난넬 누나가 칭찬했어요. 모차르트의 아빠는 바이올린은 연주하는 분이셨어요. 가끔씩 오선지에 곡을 그려 넣기도 하셨고요. 그럴 때마다 모차르트는 아빠 옆에 붙어 앉아 오선지를 눈여겨보곤 했답니다. "아빠, 저도 오선지를 주세요. 저도 아빠처럼 곡을 만들래요." 네 살짜리 꼬마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겠다고 아빠를 졸라 댔어요. 아빠는 그런 모차르트가 귀엽기만 한지 껄껄껄 웃었어요. '난 피아노가 좋아. 누나보다 더 열심히 피아노를 칠 거야.' 모차르트는 하루 종일 피아노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모두들 잠든 밤에도 모차르트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모차르트, 몸도 약한데. 좀 쉬었다 하렴." 엄마 아빠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어요. 하얀 건반 위의 작은 손은 쫓아가기도 힘들 만큼 빨리 움직였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소리로 마음을 움직였고요. "누구보다 더 훌륭한 솜씨야!" 아빠는 모차르트의 작은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모차르트가 다섯 살 되던 해 어느 날이었어요. "똑똑똑" 일터에서 돌아온 아빠가 모차르트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하지만 모차르트는 아빠가 오신 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어요. 오선지를 품에 꼬옥 안은 채 말이에요. "이 녀석, 오선지를 안고 잠이 들었군." 아빠는 모차르트의 오선지를 펼쳐 보았어요.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모차르트가 작곡했단 말인가?" 아빠는 조심조심 방바닥에 흩어져있는 오선지를 주워들었어요. "천재야! 천재!" 아빠는 쿨쿨 잠이 든 모차르트의 얼굴을 하염없이 쳐다보았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솜씨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오선지에 척척 곡을 지어 내기도 했고요. 오늘은 모차르트의 집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어요. 아빠 친구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하시고, 아빠는 비올라를 연주하셨어요. "아빠, 저도 바이올린을 켜 보고 싶어요." 모차르트가 또 떼를 썼어요. "모차르트, 너는 바이올린 연주법을 모르잖니?" 하지만 모차르트는 아빠 친구가 건넨 바이올린으로 멋지게 연주했어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모두들 입을 딱 벌린 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답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소문은 금세 온 도시에 퍼졌어요.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야!"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어요. 아빠는 난넬 누나와 모차르트의 연주회를 열어 주었습니다. "피아노 천재 모차르트를 보러 가자!" 작은 연주회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찼어요. 난넬과 모차르트의 손이 건반 위에 올려지자 하늘이 내려 준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연주회장은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로 떠나갈 듯했어요.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예요. 아빠는 모차르트를 큰 음악 도시 빈으로 보내 공부를 시키고 싶었어요. 빈까지는 마차를 타고 한 달을 가야 하는 먼 곳이에요. "가다가 무서우면 돌아오너라." 어린 모차르트를 멀리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어요.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손을 흔들었어요. "꼭 훌륭한 음악가가 되어서 돌아올게요." 모차르트는 누나와 함께 씩씩하게 빈으로 떠났답니다. "우리 집에서 연주회를 열어요." 빈에 도착하자마자 귀족들이 앞다투어 초청장을 보내왔어요. 모차르트는 누나와 함께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쉴 틈 없이 연주회를 열었어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가을이에요. 모차르트는 여왕과 공주님의 초대로 궁전에서 연주회를 열게 되었어요. 궁전에는 처음 보는 크고 멋진 피아노가 모차르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모차르트는 멋진 피아노로 아름다운 미뉴에트를 연주했어요. "너무 아름다워요!" 공지님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선율에 홀딱 반해버렸답니다. 미뉴에트 4분의 3박자는 아름다운 춤곡이랍니다. "짝,짝,짝" 어디선가 연주에 맞춰 박수 소리가 나왔어요. 모두들 박수 소리에 맞춰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었답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직접 만든 곡이에요." 누나가 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뭐라고? 저 꼬마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만들었다고?" 여왕과 귀족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모차르트는 그 자리에서 다른 곡을 만들어 연주했어요. 이번엔 즐겁고 경쾌한 곡이었어요. 귀족들은 꼬마 모차르트를 서로 안으려고 달려들었답니다. 빈에서 이름을 떨친 모차르트는 더 큰 도시로 떠났습니다. 런던을 거쳐 파리로 온 모차르트는 이제 열네 살의 어엿한 소년이 되었어요. 하지만 늘 몸이 약해 걱정이었어요. 모차르트는 파리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하의 아들 크리스티안 바하를 만났어요. 바하에게 작곡과 피오느를 배운 모차르트는 볼로냐 음악원에 합격했어요. 제일 어린 나이에 제일 좋은 성적으로 말이에요. 모차르트가 죽은 후 슈베르트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솜씨를 크게 칭찬했답니다. 모차르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모차르트를 따라다니며 돌봐 주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어머니는 모차르트의 건강만 생각하고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았던 거예요. 게다가 더 큰 시련이 모차르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뮌헨의 궁중 악사 자리에서 밀려나고 만 거예요. 열병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모차르트는 춥고 배고픈 외톨이가 되고 말았어요.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쫓아다니던 모차르트는 새로운 음악에 눈을 떴어요. 바로 오페라였어요. 모차르트는 온 힘을 기울여 오페라를 작곡했어요. 마침내 프라하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공연되었어요. 공연은 대성공이었어요. 극장 안은 박수 소리로 떠나갈 듯했어요. 모차르트는 오페라로 다시 옛날의 명성을 되찾았답니다. 하루 종일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태양이 엉금엉금 산 너머로 숨을 때였어요. "모차르트 선생님 계십니까?" 낯선 남자가 모차르트를 찾아왔어요. "우리 주인님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자는 번쩍이는 금화 꾸러미를 내밀었어요. "당신 주인을 위해 진혼곡을 만들어 달라고요? 모차르트는 진혼곡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어요. 낯선 남자는 고개만 끄덕이고는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차르트는 진혼곡을 만들기 시작한 날부터 시름시름 앓고 말았어요. 진혼곡이 반쯤 완성되었을 때 모차르트는 친구들을 불렀어요. "이 곡을 한 번 합창해 주게." 친구들은 모차르트의 부탁을 들어 주었어요. "신이여, 영원한 평화를 주시옵소서." 자신이 작곡한 진혼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는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어요. 얼마 후, 눈 보라치는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모차르트는 진혼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런데 관을 묻고 표시를 하지 않은 탓에 모차르트의 묘지는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음악을 남기고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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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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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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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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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글공부를 마친 아이들이 개울물로 뛰어들었어요.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물을 휘저어 고기를 몰았어요. "와! 미꾸라지다. 미꾸라지야!" 고기잡이에 신이 난 아이들은 옷이 젖는 줄도 몰랐답니다. "홍도야, 이리 와서 같이 놀자." 친구들이 언덕 위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홍도를 불렀어요. "아니야. 난 너희들 노는 모습을 그리는 게 더 재미있어!" 홍도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놀이였어요. "무얼 하다 이리 늦었느냐?"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온 홍도에게 어머니가 물었어요. "외가에서 외삼촌이 그림 그리시는 걸 구경하다 왔습니다." 홍도의 외삼촌과 외할아버지는 모두 이름난 화가였어요. "홍도야, 이제부터 외가에 가는 일은 그만두도록 하여라." 어머니는 홍도가 그림 때문에 글공부를 게을리할까 봐 걱정하셨어요. 홍도가 살던 시대에는 그림 그리는 일을 천하게 여겼기 때문이에요. 외갓집에 갈 수 없게 된 홍도는 혼자 그림을 그렸어요. 홍도는 눈에 띄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렸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홍도의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 "아니, 이걸 모두 네가 그렸단 말이냐?' "네." 어머니는 홍도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셨어요. "물을 먹고 있는 이 병아리는 아주 예쁘구나. 어미 닭도 살아 있는 것 같고." 어느 날 아버지가 홍도를 부르셨어요. "어머니에게 듣자하니 그림에 정신을 팔고 있다고?" 홍도는 아버지께 꾸중을 들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흠, 아무 소리도 없는 걸 보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오." 아버지는 홍도의 자신감 없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홍도는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외삼촌보다 더 훌륭한 화가가 되겠어요!" 아버지는 한참 동안 생각한 후에 말씀하셨어요. "오냐, 그렇다면 네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내일 외가에 가서 알아보도록 하자." 홍도는 서당을 마치자마자 외가로 달려갔어요. 외가에는 아버지가 미리 와 계셨답니다. "무엇이든 외가에 오는 길에 보았던 것을 그려 보거라." 홍도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외갓집을 그렸습니다. 집 뒷산에 둥지를 튼 학까지 그리고 나니 훌륭한 그림이 되었어요. "다 그렸으면 잠시 나가 있거라." 외삼촌은 홍도를 내보내고 아버지에게 말했어요. "형님, 이건 보통 솜씨가 아닙니다." "홍도는 분명 그림으로 이름을 떨칠 걸세. 우리에게 맡겨 주게!" 외할아버지도 홍도의 그림을 칭찬했습니다. 외가에서 그림을 배우게 된 홍도는 그림을 더 잘 그리게 되었어요. "홍도야, 어서 그림을 챙겨 따라 나서거라." 외삼촌은 그 당시 유명한 화가였던 김응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오! 정말 놀라운 솜씨입니다." 김응환은 홍도의 그림에 감탄했어요. "왜 여태 이런 솜씨를 집에 숨겨 두셨습니까?" 김응환은 훌륭한 솜씨를 갖추고도 겸손한 홍도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 그림을 강세황 어른께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강세황은 벼슬이 높고 그림 솜씨도 뛰어난 사람이었어요. 김홍도의 외가에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강세황 어른이 오신다!" 강세황이 김홍도를 찾아 외가에 온 것입니다. "나를 만나러 오셨다고?" 홍도는 깜짝 놀랐어요. "김응환을 통해서 자네 그림을 보고 찾아왔네. 앞으로는 도화서에서 그림을 배우도록 하게나." 도화서는 나라에서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 하는 곳이었어요. '아! 이게 꿈은 아니겠지.' 홍도는 기뻐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답니다. 어느 날 홍도가 도화서 뒤뜰에서 바람을 쐬고 있을 떄였어요. "혹시 도화서에 계시는 분인가요?" 관청에 소금을 파는 김한태라는 사람이었어요. "무슨 일로 그러시오?" "저, 실은 곧 어머니의 회갑인데 병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나리께서 그림을 좀 그려 주실 수 있겠는지요?" 홍도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김한태의 마음을 알고 그림을 그려 주었어요. "나리 덕분에 잔치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김한태는 그리움의 표시로 많은 양식과 옷감을 보내 주었어요. 그리고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홍도의 그림을 팔아 주기도 했답니다. 덕분에 홍도는 살림 걱정 없이 열심히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요. "기뻐하게. 자네가 임금님의 얼굴을 그리게 되었어." 강세황이 홍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어요. 홍도는 떨리는 손길로 임금님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오! 참으로 훌륭한 솜씨로구나." 임금님은 홍도의 솜씨를 칭찬했어요. "김홍도에게 벼슬을 주도록 하라." 홍도는 연풍 현감이 되었어요. 연풍은 시골이지만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아, 이 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림으로 그려야겠구나!' '우리 나라의 산수를 중국의 화법으로 그린다는 건 옳지 않아!' 홍도는 중국의 화법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산수화를 그렸어요. "허허, 드디어 자네만의 화법을 만들어 냈군!" 김응환이 홍도의 그림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러게 말일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그림이야. 이제부터 홍도의 그림을 '단원법'이라고 해야겠군." 강세황은 홍도에게 단원이라는 호를 지어 주었습니다. 정조 임금님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용주사라는 절을 지었어요. "특별한 뜻이 담긴 절이니 자네가 그림을 그려 주게." 임금님이 김홍도에게 직접 부탁했어요. 김홍도는 멀고 가까운 느낌을 살리고 어둡고 밝은 부분을 강조하여 입체감을 주는 새로운 기법을 써서 그림을 그렸어요. 홍도가 그린 사천왕상은 너무 무시무시했습니다. 나쁜 귀신들조차 겁을 낼 정도였지요. 부처님의 모습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답니다. 어느 날 홍도는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어요.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한 아이가 천자문을 엉터리로 외우고 있었어요. "어허, 이 녀석. 글공부를 게을리했구나." 훈장님은 회초리로 아이의 종아리를 때리셨어요. "자, 다시 외워 보거라." 아이는 울면서 천자문을 외웠어요. "하늘 천, 따 지, 엉엉, 검을 현, 누를 황." "엉엉은 빼고!" 훈장님의 말씀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김홍도는 훈장님과 아이의 모습이 참 재미있어 보였답니다. 집으로 돌아온 김홍도는 서당이라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씨름판에서는 서로 힘을 겨루는 소리가 들렸어요. "엿 사세요, 엿!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울릉도 호박엿!" 씨름 구경을 하느라 둥그렇게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엿 파는 총각이 '짤각 짤각' 가위질을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엿을 사려고 하지 않았어요. 모두들 씨름 구경에 신이 나 있는데 엿 파는 총각 혼자만 무뚝뚝한 얼굴이에요. '후후, 씨름 구경 때문에 엿이 팔리지 않는다고 심술이 난 모양이군!' 김홍도는 이 재미있는 모습을 그려서 씨름이라고 제목을 붙였답니다. "뚝딱뚝딱!" 대장간에서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 바로 저게 진정한 아름다움이야!' 김홍도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어요.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김홍도의 새로운 그림 '풍속화'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이 되었어요. 씨름, 서당, 집짓기, 대장간, 무동. 김홍도가 그린 그림은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웠어요. 그의 그림은 많이 사람들에게 즐거운 웃음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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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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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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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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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렁! 컹컹컹!" 고흐는 골목길에서 사나운 개를 만났어요. 개는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고흐를 노려봤어요. 하지만 고흐는 조심조심 종이를 꺼내 들었어요. "가만히 있어 봐. 널 멋지게 그려 줄 테니까!" 고흐는 무서운 개를 달래며 '쓱쓱 삭삭'그려 나갔어요. 개는 얌전히 그림만 그리는 고흐가 재미없었나 봐요. 심드렁해진 개는 배를 깔고 바닥에 누워 버렸답니다. 고흐가 태어난 곳은 네덜란드의 작은 시골이에요. 고흐는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황금 보리밭을 뛰어다니다가 잘 익은 보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어요. 또 숲 속에서 만난 뱀을 그리겠다고 덤볐다가 혼이 난 적도 있답니다. "고흐, 조심해야지. 독이 있으면 어쩌려고?" 엄마는 항상 고흐가 걱정스러웠어요. 고흐의 가장 친한 친구는 동생 테오였지요. "난 형이 그리는 그림이 참 좋아!" 테오는 항상 고흐 옆에 붙어다녔어요. "테오야,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 고흐가 테오의 귀에 대고 속삭였어요. "저 위에 까치가 집을 지었어. 곧 알을 낳을 거야." "와! 멋지다. 형,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두 사람은 까치가 알을 낳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답니다. 고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형, 방학 때는 꼭 집에 와야 돼!" 테오는 형과 헤어지기가 싫었어요. 고흐는 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여러 나라의 말을 배우고 많은 책도 읽었어요. 고흐는 책에서 본 여러 나라들을 상상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 보곤 했답니다. 고흐는 학교를 졸업하고 그림 가게에서 일했어요. 하루 종일 그림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주 즐거웠답니다. 얼마 후 테오도 그림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고흐는 테오에게 편지를 썼어요. "테오야, 우리가 같은 일을 하게 되다니, 정말 기쁘구나.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전하도록 하자." 테오도 곧 고흐에게 답장을 썼지요. "형, 정말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시작된 고흐와 테오의 편지는 평생동안 이어졌답니다. 고흐는 그림 가게를 그만두고 선생님이 되었어요. 고흐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어요. 아이들은 툭하면 수업을 빠지고 돈을 벌러 가야 했어요. 고흐는 가난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아빠처럼 목사가 되기로 결심했답니다. 하지만 목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테오야, 나는 왜 이렇게 약한 사람인지 모르겠구나!" 테오는 고흐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테오의 편지에 고흐는 큰 힘을 얻었답니다. 고흐는 석탄 캐는 마을에서 살기로 했어요. 그 곳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테오야, 석탄 캐는 일은 너무나 힘들구나!" 고흐는 석탄 캐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이 그림을 좀 봐! 마치 내가 그림 속에 살아 있는 것 같아!" 석탄 캐는 사람들은 고흐의 그림을 좋아했어요. 고흐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던 거예요. 어느 날 고흐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어요. "오늘 저녁은 감자예요. 우리가 땀 흘려 거둔 음식이니 맛있게 드세요."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고흐는 이웃과 함께 감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웃들의 손은 마디가 굵고 거칠었어요. 쩍쩍 갈라진 손바닥에서는 금방이라도 피가 흐를 것 같았어요. 하지만 모두들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답니다. 고흐는 그 날 저녁 식사 때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바로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랍니다. "형이 화가가 되는 걸 돕고 싶어. 내가 있는 파리로 와서 함께 지내자." 테오의 편지를 받고 고흐는 곧장 파리로 달려갔어요.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도착한 고흐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게다가 파리에는 수많은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뽐내고 있었어요. 고흐는 그 중에서 인상파의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 인상파의 그림처럼 고흐의 그림에도 밝고 화려한 색깔이 넘쳐났어요. 고흐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볕이 있는 마을로 가고 싶어졌어요. "우리 시골로 가서 함께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서로의 그림도 봐 주고 말이야." 그러나 아무도 고흐와 함께 떠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글쎄, 난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아." 고흐는 다시 외톨이가 되어 혼자 시골로 내려갔지요. 고흐는 아를의 노란 집에 작은 화실을 꾸몄어요. "사랑하는 테오야, 아를의 태양은 너무나 아름다워! 너에게 꼭 보여 주고 싶구나." 고흐는 테오에게 편지를 쓰며 외로운 마음을 달랬어요. 고흐의 그림은 인기가 없었어요. 그림을 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고흐는 항상 가난했지요. 모델을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고흐는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테오의 편지를 전해 주러 온 집배원 아저씨를 그리기도 했어요. 고흐는 온 정신을 그림에 빼앗겼어요. 낮에는 눈부신 태양 아래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밤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그렸지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새 새벽이 밝아 있곤 했어요. "이봐, 고흐! 내가 왔네." 고갱이 아를로 고흐를 찾아왔어요. 고흐는 친구를 위해 새롭게 방을 꾸미고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그러나 고갱과 고흐는 서로의 그림에 대해 생각이 달랐어요. "자네 얼굴을 그렸군. 그런데 왼쪽 귀를 잘못 그렸잖아?"고갱이 고흐의 초상화를 보며 말했어요. 고흐는 언제나 자신의 그림을 삐뚤게 말하는 고갱에게 화가 났어요. "잘못 그렸다고? 잘 봐. 이 그림은 내 귀와 똑같다고!" 화를 참지 못한 고흐는 그만 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 버리고 말았어요. 귀의 상처는 다 나았지만 고흐는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어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테오는 고흐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형, 기운 내. 곧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 거야! 아내와 나는 우리 아기에게 고흐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어!" 고흐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그림을 그렸어요. 까마귀 떼가 시커멓게 날아오르는 어느 날이었어요. 흐린 하늘에 슬픈 총 소리가 울렸지요. 황금빛 보리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고흐는 이 슬프고도 우울한 그림을 마지막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테오도 곧 형을 따라 세상을 떠났어요. 가족들은 고흐와 테오를 나란히 묻어 주었지요. 고흐가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고흐를 그리워했어요. 고흐의 그림을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고흐는 한쪽 귀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의 따뜻한 목소리를 잘 듣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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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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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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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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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이천 년 전 유대의 나사렛 마을에 마리아와 요셉이 살고 있었어요.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어요. 그런데 마리아는 요셉과 함께 살기도 전에 하나님의 성령으로 아기를 갖게 되었답니다. 요셉은 이 사실을 알고 마리아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때 요셉에게 천사가 나타났어요. “겁내지 말고 마리아를 데려오세요. 그리고 마리아가 아들을 낳거든 이름을 예수라 하세요. 예수는 사람들을 잘못된 길에서 구해 주실 거예요.” 요셉은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어요.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가야했어요. 나라의 명령으로 고향에 내려가서 호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요셉, 배가 아파요. 아기를 낳으려나 봐요.” 하지만 동네 여관은 빈방이 하나도 없었어요. 12월 25일, 마리아는 예수를 낳아 어느 마구간의 구유에 뉘었답니다. 별을 연구하던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왔어요.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도 달려왔어요. 가장 빛나는 큰 별을 따라가라고 천사가 말해 주었지요. 박사들과 목자들은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를 보자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오! 천사가 말한 바로 그 분이군요.” 박사들은 엎드려 인사하고 보물 상자를 열어 선물을 드렸어요. 예수가 태어났을 때 나라의 임금님은 헤롯 왕이었어요. 헤롯 왕은 백성들을 사랑하지 않는 잔인한 왕이었어요. 어느 날 예루삼렘에 ‘유대인의 왕’ 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은 헤롯 왕은 몹시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군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어 두 살 아래 아기들은 모조리 죽여 버려라!” 하지만 요셉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에 아기 예수는 무사할 수 있었어요. “헤롯 왕이 아기를 죽이려 하니 빨리 애굽으로 피해요!”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와 함께 애굽으로 가서 헤롯 왕이 죽을 때까지 애굽에서 살았어요. 일 년 후, 헤롯 왕이 죽자 그들은 나사렛으로 돌아왔어요. 예수가 열두 살 되던 해였어요. 큰 명절인 유월절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예수는 부모님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갔어요. 그런데 축제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갈 때 예수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예수를 찾아 헤매던 부모님은 성전 안에서 예수를 찾아냈어요. 예수는 율법 선생님들과 성경 말씀을 나누고 있었답니다. 어른이 된 예수는 요단 강가에서 세례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았어요. 예수가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는 순간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그리고 비둘기와 같은 모습이 예수의 머리 위로 내려오면서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예수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예수는 세례를 받은 후 들판으로 나가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40일 동안 기도했어요. 어느 날 마귀가 예수께 다가왔어요.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을 떡으로 만들어 봐라.” 예수는 몹시 배가 고팠지만 마귀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았어요.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하느니라!” 그러자 마귀는 예수를 성전 꼭대기로 데려가 ‘뛰어내리라’ 고 했어요. “주 너희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예수는 이번에도 말씀으로 마귀를 물리쳤어요. 마귀는 예수를 데리고 다시 높은 산으로 올라가 세상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 주었어요. “나에게 무릎 꿇고 절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 마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수는 대답했어요. “물러가라!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라!” 마귀가 떠난 후 하나님은 천사들을 보내서 예수를 돕게 하셨답니다. 예수는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결혼 잔치에 초대받았어요. 술과 음식과 노래 속에 모두가 흥겨워했어요. “여보게, 여기 포도가 떨어졌어!” 술을 마시던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마침 거기에는 큰 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었어요. 예수는 하인들을 불러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우게 한 다음 말했어요. “이 물을 떠서 주인에게 가져다 주세요.” 사람들은 이 물을 맛보고 모두 한 마디씩 칭찬을 했어요. “이렇게 맛있는 포도주가 있다니!” 예수는 기적과 같은 능력을 처음 나타내신 거랍니다. 예수께서 바닷가를 지나가실 때였어요. 두 형제가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던지는 것이 보였어요. 두 형제의 이름은 베드로와 안드레였어요. 베드로와 안드레는 지난 밤 내내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형제는 그만 울상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자 예수가 다가가서 말씀하셨어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면 많은 고기를 잡을 것이다.” 예수의 말씀대로 그물을 던진 형제는 곧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어요. 그물은 엄청나게 많은 고기들로 찢어질 지경이었어요.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 예수는 온 동네를 두루 다니며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예수는 열두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산 위에 올라가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어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을 받고 하나님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착한 마음으로 대하세요.” “원수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세요.” 예수의 말씀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 속에 평안을 주었습니다. 예수는 온힘을 다해 하늘나라의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어느 날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갈 때였어요. 호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폭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거센 물결이 순식간에 배를 덮치는 것이었어요. 예수는 바람과 파도를 크게 꾸짖었어요. “잠잠하라!” 예수의 한 마디 말에 거센 물결은 가라앉고 호수는 다시 고요해졌어요. 예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몰려든 수천 명의 사람들은 저녁때가 되자 배가 고파 왔어요. 하지만 들판에는 먹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제자들이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덩이를 내놓았어요. 예수는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렸어요. 그리고 떡과 물고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어요. 그러자 음식은 모두들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을 정도였답니다. 예수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12년 동안이나 피가 그치지 않는 부인병을 앓고 있던 여자가 사람들 틈에 끼여 따라왔어요. 여자는 예수의 뒤로 와서 가만히 옷을 만졌어요. 옷자락만 만져도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 순간, 여자의 몸에서 흐르던 피가 뚝 그쳤어요. 예수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제자들은 사람들이 밀어 댄 것이라고 했지만, 예수는 하나님의 능력이 몸에서 나간 것을 알고 있었답니다. 예수는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셨어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녀의 병을 고쳐 주신 일은 너무나 유명하지요. 예수가 소녀의 손을 잡고 일어나라 하시니, 소녀가 곧 걷게 되었답니다. 유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갔어요. 나귀를 탄 예수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어요. 예수의 앞뒤를 따라가면서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어요. “예수가 우리의 왕이다!” 유월절 마지막 날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빵과 포도주를 먹었어요. “이 떡은 너희를 위해 주는 나의 몸이니라. 또 이 포도주는 너희를 위해 흘린 나의 피니라.” 예수는 그날 밤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예수는 자기가 잡혀 죽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율법 선생님들은 예수를 죽이려고 나쁜 일을 꾸몄어요. 예수의 제자 중 유다를 불러 은돈 주머니를 주고 자기 편으로 만든 것이에요. 유다는 그만 돈에 욕심이 나서 예수를 팔아 버렸어요. 마침내 예수는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되었어요.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 로마의 우두머리는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지만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병사들은 예수의 옷을 찢고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그리고 뾰족한 가시로 만든 왕관을 예수의 머리 위에 씌웠어요. 예수는 채찍에 맞으며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갔어요. 예수는 십자 모양으로 만든 나무에 못박히게 되었답니다. 대낮인데도 하늘과 땅은 캄캄했어요. “꽝꽝!” 예수의 손과 발에 커다란 대못이 박히자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십자가 밑에 서 있던 마리아와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슬픔과 무서움에 몸을 떨었어요. 예수는 아픔을 참고 십자가 위에서 기도했어요. “저 사람들이 한 짓을 용서해 주세요.” “다 이루었도다.” 예수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셨답니다. 로마 병사들은 긴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찔렀어요. 제자들은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린 후 돌무덤에 모시고 큰 바위로 막아 놓았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지 3일이 지났어요. 무서워 문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던 제자들 앞에 천사가 나타났어요. “예수님이 살아나셨어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거예요.” 제자들이 무덤으로 달려가 보니 정말 예수의 시체가 없었어요. 그날 저녁, 제자들이 모여 있는 집 안에 부활하신 예수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못자국 난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보여 주었어요.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부활하신 예수는 그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서 말씀하셨어요. “너희는 하나님의 말씀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여라. 나는 언젠가 이 땅에 다시 올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후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로 올라가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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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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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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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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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날마다 어디를 가시는 걸까?” 아그네스는 몹시 궁금했어요. 어머니는 날마다 커다란 바구니에 빵을 가득 담아서 나가셨거든요. 어느 날 어머니가 아그네스에게 말했어요. “아그네스,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정말요?” 아그네스는 신이 나서 물었어요. 어머니가 가시는 곳이 어딘지는 몰랐지만, 아그네스는 오래 전부터 어머니를 따라가고 싶었답니다. “아그네스, 이제 다 왔어. 바로 이 마을이란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언덕 위의 작은 마을이었어요. 이 마을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어요. 아그네스가 들고 온 빵을 보자 아이들이 달려왔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셨어요. 그리고 빵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답니다. 아그네스는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아그네스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을 했어요. 집집마다 들러서 아이들을 씻기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답니다. 아그네스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어요. 그러나 아그네스의 마음은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포근했어요. 아그네스는 어머니와 함께 날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녔어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과 항상 함께할 수 있다면.’ 아그네스의 가슴 속에는 이웃을 위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어요. 마침내 아그네스는 수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머니, 수녀가 되어 항상 어려운 이웃들 곁에 있고 싶어요." 어머니는 아그네스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어요. “아그네스.” 어머니는 아그네스를 와락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그네스가 수녀가 된다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아그네스, 몸 조심하고, 항상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말아라. 아그네스는 어머니의 슬픈 얼굴을 뒤로 하고 기차에 올랐어요. 그 때 아그네스의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답니다. “뿌우 뿌!” 기차는 인도를 향해 힘차게 달렸습니다. 아크네스의 마음은 이미 인도의 수녀원에 도착해 있었어요. 이 소녀가 바로 인도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수녀랍니다. 수녀가 된 테레사는 수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어요. 테레사는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선생님! 선생님!” 아이들은 하루 종일 테레사의 치마 끝을 붙잡고 따라다녔어요. 테레사는 아이들에게 지리와 역사, 가톨릭 교리를 가르쳤어요. 테레사는 잠시도 쉬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테레사는 병에 걸리고 말았답니다. “테레사 수녀님, 조용한 곳에 가셔서 좀 쉬었다 오세요.” 많은 수녀님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테레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수도원을 나섰어요. 수도원의 대문을 나서던 테레사는 깜짝 놀랐어요. 평화롭기만 한 수도원과는 달리 담 하나를 사이에 둔 마을은 마치 전쟁터 같았거든요.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어머나! 세상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참지 못해 쓰러져 있었어요. 테레사는 자신이 아픈 것도 잊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빵과 음식을 나누어 주었어요. 사람들은 겨우 정신을 차렸어요.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겠어.’ 테레사는 굳은 결심을 했답니다. 테레사는 입고 있던 수녀복을 벗고 거칠고 질긴 옷으로 같아 입었습니다. ‘우선 아이들을 가르친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 배우지 못하면 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일 거야.’ 테레사는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테레사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어른들을 설득했어요. 어른들은 테레사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먹을 것도 없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 하지만 테레사는 포기하지 않았지요. 땅바닥에 글씨를 써 가며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소식을 듣고 수도원의 제자들이 찾아왔어요. “선생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제자들의 도움으로 뚝딱뚝딱 학교가 세워졌어요. 모른 체하던 마을 사람들도 힘을 모았습니다. 쓰레기로 넘쳐나던 거리도 깨끗해졌어요. 썩은 물이 고여 있던 우물에서는 맑은 물이 솟았어요. 하지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어요.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결핵 환자, 살이 썩어 가는 문둥병 환자들이 거리에 가득했어요. 테레사는 무료 진료소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녔어요. 발바닥이 닳도록 걷고, 목이 쉬도록 말했지만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똑똑똑!” 어느 날 제자 한 명이 테레사를 찾아왔어요. “수녀님이 하시는 일을 함께 하고 싶어요.” 테레사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 제자는 엄청난 부잣집 딸이었거든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은 몹시 힘들단다.” “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수녀님과 함께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할 수 있어요.” 제자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답니다. 테레사는 제자의 세례명을 자신의 세례명인 ‘아그네스’로 지어 주었어요. 아그네스는 테레사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테레사는 열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사랑의 선교회를 열었습니다. 선교회 앞에는 새벽부터 밥을 언어 먹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테레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밥과 약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랑의 손길은 끊이지 않았어요. 여러 나라에서 의약품과 식량이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테레사 수녀를 돕겠다는 봉사자들의 수도 날이 갈수록 늘어났지요. 인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사랑의 선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테레사의 사랑이 뿌리를 내린 것이지요. 어느 날 교황이 인도를 방문했어요. 교황은 테레사가 일하는 곳을 찾아왔어요. “당신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 같군요. 마더 테레사!” 이때부터 사람들은 테레사를 마녀 테레사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교황은 자신이 타고 온 승용차를 테레사에게 선물했어요. 테레사는 승용차를 팔아 문둥병 환자들의 재활촌을 지었어요. 이것이 바로 평화의 마을이랍니다. 테레사는 길거리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기다리는 집을 만들었습니다. 늙고 병들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평생을 거리에서 살다가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눈을 감게 되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테레사의 눈가에는 안타까운 눈물이 고였어요. “인도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합니다.” 1979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테레사는 상을 받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을 이웃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 더 기뻤습니다. 테레사는 평생 동안 병들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하다가 여든일곱 살의 나이로 조용히 하느님 곁으로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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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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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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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왕비가 이상한 꿈을 꾸었소. 거대한 흰 코끼리가 오른쪽 겨드랑이로 들어가는 꿈이오.” 석가 민족의 임금님은 세 명의 점쟁이에게 왕비가 꾼 꿈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임금님, 곧 왕자님이 태어나실 모양입니다.” “건강하고 똑똑한 왕자님은 세상을 지배하실 것입니다.” 임금님은 두 점쟁이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뻤어요. “그러나 임금님, 왕자님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궁궐을 떠나게 되실 것입니다.” 세 번째 점쟁이의 말을 들은 임금님은 걱정이 되었어요. ‘왕위를 이어야 할 왕자가 궁궐을 떠나면 어쩌지.’ 얼마 후 왕비는 정말 왕자를 낳았어요. 그러나 왕자를 낳은 지 7일 만에 왕비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싯다르타 왕자는 이모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지요. 왕자는 점쟁이의 말처럼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랐어요. 그러나 임금님은 싯다르타가 자랄수록 점쟁이의 말이 자꾸 생각났어요. “여봐라. 궁궐을 더 멋있게 장식하고 싯다르타에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도록 해라. 왕자가 궁궐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화려한 궁궐에서 자란 싯다르타는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싯다르타가 열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따뜻한 봄날,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축제가 열렸어요. 싯다르타 왕자도 축제에 참가했어요. “싯다르타가 지나는 모든 길을 깨끗이 청소하고, 병들고 늙은 사람들을 멀리 보내도록 하라!” 임금님은 싯다르타 몰래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드디어 싯다르타는 궁궐 밖의 세상을 보게 되었어요. 들판에는 푸른 새싹들이 돋아나고 히말라야의 산봉우리들은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지요. “아, 궁궐 밖의 세상도 역시 아름답구나!” 싯다르타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어요. “와! 싯다르타 왕자님이다! “왕자님 만세!” 새 옷을 입고 갖가지 장신구로 치장을 한 사람들이 꽃잎을 뿌리며 싯다르타를 반겨 주었어요. 모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뿐이었지요. ‘궁궐과 마찬가지로 세상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하구나!’ 싯다르타는 아버지가 꾸민 모든 일을 그대로 믿고 기뻐했어요. 그런데 축제를 마치고 궁궐로 향하던 싯다르타는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을 보게 되었어요. “아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허리가 굽었느냐?” 싯다르타가 본 것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골목에 숨어 있는 노인들이었어요. “늙어서 저렇게 된 것입니다.” 하인은 안절부절못하며 겨우 대답했어요. “늙다니? 늙는 것이 무엇이냐?” 싯다르타는 하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이가 들어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노인들이 불쌍해 보였어요. “늙지 않을 수는 없느냐?”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모두 저렇게 늙고 만다면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가.’ 싯다르타는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답니다. 농사 축제에 다녀온 뒤로 싯다르타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어요. 임금님은 그런 싯다르타의 변화가 걱정되었어요. ‘그래, 결혼을 하면 궁궐을 떠나지 못하겠지!’ 싯다르타는 이웃 나라의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정원을 산책하던 싯다르타에게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훌륭한 솜씨다. 그런데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드는구나.” 싯다르타의 말에 노래를 부르던 궁녀가 대답했어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싯다르타는 잊고 있었던 삶의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죽음이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싯다르타는 임금님 몰래 궁궐을 빠져 나왔어요. 그런데 축제 때와는 달리 거리는 지저분했고, 사람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뼈만 앙상하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지냈던 싯다르타는 굶주림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들이 메고 가는 것은 사람이 아니냐?” 싯다르타는 시체를 메고 지나가는 장례 행렬을 보았어요. “죽은 사람의 시체입니다.” “대체 죽는다는 건 무엇이지?” “왕자님, 저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하인은 싯다르타를 강가로 데려갔습니다. 나무를 쌓아 올려 불을 지른 후 시체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죽지 않을 수는 없느냐?” “모든 사람은 늙거나 병이 들어 죽게 됩니다.” “병은 또 무엇이냐?” “건강을 잃거나 육체가 고통스러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싯다르타는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병을 앓거나 늙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리를 찾아야 해!’ 궁궐로 돌아온 싯다르타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어요. “왕자님,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싯다르타의 아름다운 아내가 아들을 낳았어요. 사람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서 잔치를 열었어요. 그러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기도 결국에는 늙고 병들어 죽게 될 것을 생각하니 싯다르타는 마음이 아팠어요. 밤이 깊어 잔치가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싯다르타에게는 그들의 잠든 모습마저도 고통스러워 보였어요. “그래, 더 늦기 전에 진리를 찾아 떠나자!” 싯다르타는 곤히 잠든 아내와 아기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궁궐을 빠져 나왔어요. 싯다르타는 거지와 옷을 바꿔 입고 스스로 머리를 잘랐어요. 싯다르타에게서는 더 이상 왕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진리를 찾는 수행자의 모습이었지요. 싯다르타는 숲 속에서 다섯 명의 수행자를 만났어요. 그들은 꼿꼿이 앉은 채 아주 적은 양의 음식만을 먹으며 깊은 생각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었어요. “나 역시 진리를 찾으려는 사람이오. 함께 생활하도록 합시다.” 싯다르타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했어요. 싯다르타와 수행자들의 몸은 점점 야위어 뼈만 앙상하게 남았어요. 수행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노인과 소년이 숲길을 지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맑게 울리던 악기 소리가 ‘퉁’하고 멈추었어요. “그것 봐라. 너무 세게 누르니까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끊어지지 않느냐.” 노인이 소년에게 꾸짖듯 말했어요. 바로 그 때 싯다르타는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맞아. 너무 세게 누르면 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육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어.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정신을 맑게 해야 해!’ 마침 수행자들을 존경하는 한 소녀가 먹을 것을 가지고 왔어요. 싯다르타는 거절하지 않고 소녀가 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리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싯다르타는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머릿속이 맑아지고 고통과 두려움이 사라져 마음이 편안해졌지요.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고통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바른 생각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싯다르타는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했어요. 숲 속에서 만난 다섯 명의 수행자는 싯다르타의 제자가 되었답니다. 싯다르타는 누구나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어요. “진리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하고 욕심 없이 살면서 얻어지는 작은 행복들이 바로 삶의 진리입니다.” 싯다르타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어요. “석가모니다!” 사람들은 싯다르타를 ‘석가’ 민족의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석가모니’라 불렀어요. 석가모니도 어느 새 나이가 들어 여든 살이 되었어요. “죽음이란 다만 육신의 사라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나의 육신은 지금 죽더라도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남아 너희들의 스승이 되어 줄 것이다.”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편안히 눈을 감았어요. 제자들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답니다. “누구든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불교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에까지 퍼져 나갔어요. 욕심을 버리고 서로 사랑하면 우리도 모두 석가모니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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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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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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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오후였어요. 어린 플로렌스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만 인형의 팔이 부러졌지 뭐예요. 플로렌스는 인형을 안고 불쌍한 듯 말했어요. "몹시 아프니?" 플로렌스는 얼른 인형의 팔에 붕대를 감아 주었어요. "이제 금방 나을 거야?" 플로렌스는 인형을 꼭 안아 주었답니다. "와! 정말 멋있는 파티다! 빨리 나가자." "플로렌스, 이 옷 너무 예쁘지 않니?" 정원의 파티를 보며 언니는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플로렌스는 나가기 싫었어요. 플로렌스는 어젯밤 읽다 만 책을 생각하며 자꾸만 머뭇거렸어요. "플로렌스, 책만 읽지 말고 너도 나가서 놀아라." "저는 책 읽는 것이 더 좋아요." 아버지는 얌전하기만 한 플로렌스가 걱정스러웠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플로렌스는 목사님과 함께 교회로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깨갱깨갱"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간 플로렌스는 금세 울상이 되어 버렸어요.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바위틈에 발이 낀 채 울고 있었어요. 플로렌스는 힘껏 바위를 밀어내고 강아지를 꺼냈어요. 그리고 플로렌스는 손수건으로 강아지의 발을 아프지 않게 감싸 주었어요. 목사님은 플로렌스의 착한 마음이 무척 예뻤습니다. 플로렌스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자랐습니다. 플로렌스의 집은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동네에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더 많았답니다. 플로렌스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플로렌스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옷을 들고 이웃을 찾아갔어요. "아가씨가 이런 곳엘 오시다니." 가난한 사람들은 플로렌스가 너무나 고마웠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병이 들어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었답니다. 플로렌스는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몹시 불쌍했어요. 플로렌스는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열심히 돌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무서운 감기가 돌았어요. 사람들은 감기가 옮을까 봐 서로 말도 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러나 플로렌스는 하루도 쉬지 않고 환자를 보살폈어요. 결국 플로렌스도 감기에 걸리고 말았어요.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도 플로렌스는 마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플로렌스를 위해 기도했어요. "하느님, 플로렌스 아가씨를 살려 주세요." 많은 사람의 기도 때문인지 플로렌스는 금방 병이 나았답니다. 어느 날, 어릴 때부터 플로렌스를 돌봐 주시던 할머니가 병이 났습니다. "할머니, 힘내세요. 제가 꼭 낫게 해 드릴게요." 플로렌스는 정성껏 할머니를 보살펴 드렸습니다. 그러나 병이 깊은 할머니는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플로렌스는 슬픔에 잠겼어요. '할머니.' 플로렌스는 자신이 할머니를 잘 보살피지 못해서 돌아가신 것만 같았어요. '병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이야.' 플로렌스는 사람의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플로렌스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호사가 되겠다고? 안 된다." 어머니는 플로렌스의 말을 듣고 무척 화를 내셨어요.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남의 상처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 아버지는 플로렌스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몹시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버지,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어요." 플로렌스의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부모님은 더 이상 플로렌스의 뜻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플로렌스는 독일의 한 병원으로 가게 되었어요. 병원에 도착한 플로렌스는 열심히 간호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몹시 더럽고 지저분했습니다. 환자들은 더러운 옷을 입은 채 마룻바닥에 누워 있었어요. 플로렌스는 깨끗한 천 속에 볏짚을 넣어 푹신하고 편안한 침대를 만들었어요. 환자들의 옷을 깨끗하게 빨고 병원의 구석구석을 청소했어요. 병원은 새로 지은 듯 말끔해졌습니다. 환자들은 플로렌스의 따뜻한 손길에 모두 고마워했습니다. 얼마 후,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전쟁터에서는 다친 병사들이 치료받지 못해 죽어 가고 있었어요.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야 해.' 플로렌스는 여러 간호사와 함께 위험한 전쟁터로 나갔습니다. 전쟁터에 도착한 플로렌스는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소리치는 병사들을 정성껏 간호했어요. 플로렌스는 영국 병사뿐만 아니라 러시아 병사들도 보살펴 주었답니다. 어느 날, 눈을 다친 병사 한 명이 편지지를 앞에 놓고 슬프게 울고 있었어요.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편지를 쓰고 싶어요." 플로렌스는 앞을 볼 수 없는 병사를 위해 편지를 써 주었어요. 그러자 팔을 잃은 병사도 다가왔어요.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요." 플로렌스는 다친 병사들을 대신해서 매일 편지를 썼습니다. 모두 잠든 밤이었어요. 플로렌스는 등불을 들고 어두운 병실을 살폈습니다. "플로렌스, 혹시 내가 죽는 건 아니겠지요?" 한 병사가 무서움에 떨고 있었어요. "조금만 참으면 곧 나을 거예요." 플로렌스는 병사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플로렌스를, 등불을 든 천사라고 불렀답니다. 플로렌스의 이름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흰옷을 입은 천사, 플로렌스! 영국의 여왕은 플로렌스에게 감사의 선물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운 보석이었어요. 그리고 여왕은 플로렌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플로렌스, 당신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군인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디 그대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전쟁터에 매우 위험한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어요. 플로렌스는 몸을 아끼지 않고 병에 걸린 사람들을 간호했답니다. 그런데 플로렌스도 그만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이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모든 사람이 슬픔에 빠졌습니다. "하느님, 플로렌스를 지켜 주세요." 다친 병사들은 매일 밤 플로렌스의 곁을 지키며 기도했어요. 얼마 후, 플로렌스는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습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났어요. 영국에서는 돌아오는 플로렌스를 위해 큰 파티를 준비했어요. 그러나 플로렌스는 파티에 나가지 않았답니다. 그 대신 플로렌스는 전쟁에서 아깝게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무덤을 찾아갔어요.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플로렌스는 병사들의 무덤에 큰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어느새 플로렌스의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렸어요. 플로렌스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많은 일을 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이 없어도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지었어요. 그리고 플로렌스처럼 훌륭한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책도 썼어요. 플로렌스는 살아 있는 날까지 병들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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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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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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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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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기가 이상해요.” 어머니는 갓 태어난 슈바이처를 안고 눈물을 글썽였어요. “건강해지기는 어렵겠는데요." 의사 선생님도 걱정스럽게 말했어요. 이처럼 슈바이처는 몹시 허약하게 태어났습니다. 금방 하늘나라로 갈 거라며 모두들 걱정했어요. 그러나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슈바이처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났어요. 슈바이처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에요. 사람들은 어린 슈바이처를 도련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슈바이처는 좋은 옷과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나 아무도 도련님과 놀려고 하지 않았어요. 친구가 없는 슈바이처는 늘 외톨이였어요. 동네 아이들은 낡은 옷을 입고 맨발로 뛰어다녔어요. 슈바이처는 입고 있는 비싼 옷을 벗어 버리고 싶었어요. 학교에 다니게 된 슈바이처는 아이들에게 ‘겁쟁이’로 통했어요. 어느 날, 같은 반 아이가 슈바이처를 놀리며 말을 걸었어요. "야, 겁쟁이. 나하고 싸워서 이기면 같이 놀아 줄게." 옆에 있던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어요. "슈바이처가 질 게 뻔해.” "겁쟁이, 덤벼!" 덩치가 슈바이처보다 두 배나 되는 아이였어요. 슈바이처는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조그만 슈바이처가 그 큰 아이를 눕혀 놓고 때리고 있는 거예요. 모두들 놀라 슈바이처를 쳐다보았어요. 그때 맞고 있던 아이가 울면서 말했어요. “나도 너처럼 매일 고깃국에 좋은 음식만 먹으면 이렇게 지지는 않아!” 슈바이처는 더 이상 그 아이를 때릴 수 없었답니다. 집으로 돌아온 슈바이처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달리 매일 좋은 음식에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었어요.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아이들도 많은데, 매일 고깃국이라니.' 슈바이처는 허름한 옷을 입고 맨발로 밖에 나갔어요. 슈바이처는 가난한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어요. 함께 뛰어다니며 장난도 치고 뒹굴기도 하였습니다. "슈바이처, 빨리 뛰어." 아이들은 더 이상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물론 '겁쟁이'라고 놀리지도 않았고요. 슈바이처는 아버지에게 오르간을 배웠습니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겠는걸." 슈바이처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칭찬했어요. 마침내 슈바이처는 교회의 반주를 맡게 되었어요. 슈바이처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맞추어 연주를 시작하였습니다. 마치 천사들의 합창 같았어요. 슈바이처는 착하고 예의 바른 대학생이 되었어요. 대학에서 슈바이처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답니다. 열심히 공부한 슈바이처는 드디어 철학 박사가 되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목사님도 되었답니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은 슈바이처는, 책 한 권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병들고 굶주린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는 아프리카." 슈바이처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그림 속에는 병들고 지친 까만 피부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슈바이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의사가 되어 이 사람들을 치료해 줘야겠구나.' 슈바이처는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의학 공부를 하였어요. 6년 후 슈바이처는 드디어 의사가 되었답니다. 슈바이처는 부모님께 편지를 썼어요. "아버지, 저는 병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슈바이처는 아내 헬레네와 함께 배 위에 올랐어요. 배에는 그동안 슈바이처가 사 모은 약품과 기구들이 가득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움이 많을 거요." 슈바이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어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두 사람은 가슴이 벅찼어요.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드디어 아프리카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다리를 다쳤어요!" 환자들은 슈바이처를 붙잡고 매달렸습니다. 슈바이처는 짐을 풀기도 전에 환자들부터 치료했습니다. 슈바이처는 숨 쉴 틈도 없이 몰려오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하루 종일 굶었어요. 그러나 슈바이처는 배고픈 줄도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필요한 사람이었다니.' 슈바이처는 좀 더 빨리 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답니다. 마을에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나무 그늘에서 진료를 하다가 비가 내리면 후다닥 비를 피해야 했어요. 슈바이처는 병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보, 병원을 지어야겠는데 어디가 좋겠소?" 슈바이처의 말에 아내는 좋은 곳이 있다고 말했어요. "저기 닭장을 고쳐서 병원으로 만들어요." 슈바이처는 얼른 닭장을 고치기 시작했어요. 마을 사람들도 모두 나와서 도왔습니다. 닭장은 금세 그럴듯한 병원으로 변했습니다. "와아! 병원이다!" 모두들 기뻐서 서로 부둥켜안고 춤을 추었습니다. 슈바이처는 돈을 받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답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슈바이처의 말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껏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치거나 병이 나면,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거나 낫지 않으면 죽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환자들은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습니다. 바나나를 가져오고, 사냥한 짐승을 가져왔어요. 어떤 환자는 키우던 염소를 끌고 오기도 했어요. 슈바이처는 착하고 순수한 아프리카 사람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크게 다쳐 수술을 해야 했어요. 슈바이처는 너무 아플 것 같아 수술을 하는 동안 아이의 정신을 잃게 만들었어요. 그러자 아이의 아버지는 슈바이처가 아이를 죽인 줄 알고 난동을 부렸어요. "내 아들 살려내!"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도 슈바이처에게 마구 달려들었어요. 그러나 슈바이처는 마을 사람들을 욕하지 않고 아이를 수술했어요. 잠시 후 아이가 깨어났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슈바이처가 요술을 부린다고 생각했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슈바이처를 신처럼 믿게 되었답니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고국에서는 큰 전쟁이 일어났어요. 슈바이처는 더 이상 아프리카에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포로가 되어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거든요.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는 슈바이처를 보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어요. "선생님, 꼭 돌아오세요." 환자들을 두고 가는 슈바이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반드시 돌아오고야 말겠어.' 슈바이처는 굳게 다짐했답니다. 전쟁이 끝나자 슈바이처는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슈바이처에게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돕겠다고 나섰어요. 슈바이처는 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큰 병원을 짓고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어요. 마침내 슈바이처는 목표로 한 돈을 다 모았습니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얼마 후, 슈바이처는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배에는 처음 떠날 때보다 훨씬 많은 의약품과 기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슈바이처는 가슴이 몹시 설레었어요. 돌아온 슈바이처를 본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쁨의 환호를 질렀어요. "오강가, 슈바이처가 돌아왔다!" 슈바이처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아프리카를 위해 일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헬레네와 함께 아프리카에 묻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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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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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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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별들 좀 보세요!" 새까만 밤하늘에서 보석 같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어요. 스티븐 호킹은 하늘에 콕 박혀 있는 별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스티븐,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엄마는 다정하게 스티븐 호킹의 반짝이는 두 눈을 다정하게 들여다보았어요. "전 우주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나 궁금하거든요!" 스티븐 호킹은 넓은 하늘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답니다. "스티븐, 수프가 다 식어 버렸구나." 식탁에 앉아서도 스티븐은 책 속에 푹 빠져 있었어요. 스티븐 호킹은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줄을 몰랐어요. "우리 스티븐은 독서왕이라니까요." 엄마는 호킹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어요. "이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게지. 하하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스티븐 호킹은 모두 함박웃음을 터뜨렸어요. 스티븐 호킹은 열일곱 살이 되자 영국에서 이름난 옥스퍼드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스티븐 호킹은 대학에서 특히 과학과 수학에서 뛰어난 실력을 나타내었어요. 하루는 과학 교수님이 어려운 숙제를 냈어요. "이 교과서에 나온 문제를 풀어 오게." 스티븐 호킹은 문제들을 푸는 대신 교과서에 있는 잘못된 곳마다 모두 빨간 표시를 했어요.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스티븐 호킹이 가져온 책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어요. 스티븐 호킹은 교수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스티븐 호킹은 매우 똑똑한 학생으로 교수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어요. 또 운동을 잘해서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어요. 하지만 이런 스티븐 호킹에게도 불행한 일이 찾아왔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스티븐 호킹은 친구들과 신나게 농구 시합을 했어요. 시합이 끝난 후 스티븐 호킹은 땀을 닦으며 신발끈을 묶으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어요. 그 때였어요. "으윽... 신발끈을 묶을 수가 없어..." 스티븐 호킹은 자기 손가락이 막대기처럼 빳빳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스티븐 호킹은 무서워서 얼굴이 새파래졌어요. "루게릭 병입니다. 앞으로 2년밖에 살 수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스티븐 호킹과 부모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그게... 무슨 병이길래..." 루게릭 병은 몸이 서서히 굳어지면서 결국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이었답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직도 공부할 게 얼마나 많은데...' 스티븐 호킹은 너무나 슬프고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몇 달 동안 자기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어요. 스티븐 호킹의 병은 점점 심해졌어요. 어느 날, 스티븐 호킹은 계단을 절뚝거리며 내려오다가 그만 심하게 굴러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머릿속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내가 왜 여기 있지? 난 누구지?' 스티븐 호킹은 무서움에 온몸을 벌벌 떨었어요. '이젠 내 머리마저 굳어진단 말인가...' 놀란 친구들이 뛰어와 이것저것 물어 보았어요. 잠시 후, 친구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은 스티븐 호킹은 곧바로 지능 검사를 받았어요. 놀랍게도 스티븐 호킹은 200이 넘는 아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 난 계속 공부할 수 있어!" 스티븐 호킹의 마음속에 희망이 솟구쳐 올랐어요. 스티븐 호킹은 지팡이를 짚고 전보다 더 절뚝거렸지만 과학 공부에 온 노력을 기울였어요. "우주의 신비를 꼭 밝히고야 말겠어." 친구들은 그런 스티븐 호킹을 위해서 컴퓨터가 달린 휠체어를 만들어 주었어요. 또 교수님의 말씀을 공책에 대신 적어 주고 친절하게 책장을 넘겨 주기도 했어요. 특히 여자 친구 제인 와일드는 스티븐 호킹을 늘 따뜻하게 감싸 주었어요. "스티븐, 너는 꼭 위대한 과학자가 될 거야." 스티븐 호킹은 사랑하는 제인을 아내로 맞이했어요. 이제 스티븐 호킹은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답니다. 스티븐 호킹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학교를 옮겼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주론자, 프레드 호일 교수가 계셨기 때문이에요. 프레드 호일 교수는 그 당시 매일 신문에 이름이 오를 정도로 잘 알려진 과학자였어요. "호일 교수님과 함께 우주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다니 정말 너무나 기뻐." 하지만 스티븐 호킹은 곧 실망할 수밖에 없었어요. 프레드 호일 교수는 자주 외국에 나갔기 때문에 얼굴 한 번 보기도 무척 힘들었거든요. 더욱이 호일 교수는 몸이 불편한 스티븐 호킹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알려 왔답니다. "데니스 시아마 교수입니다." 스티븐 호킹은 새로운 지도 교수를 만나게 되었어요. 시아마 교수는 아주 헌신적인 교수였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특이했고요. 시아마 교수는 중요한 과학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꼭 참석하도록 했어요. 그래서 과학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학생들 스스로가 깨닫고 공부하게 했어요. 이런 가르침 때문에 시아마 교수의 제자들 중에는 유명한 과학자나 물리학자가 많았어요. 시아마 교수는 스티븐 호킹을 다른 정상적인 학생들과 똑같이 대했어요. 그리고 스티븐 호킹이 어려운 우주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주었답니다. 시아마 교수의 도움으로 스티븐 호킹은 박사가 되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 바로 스티븐 호킹이 쓴 글의 제목이랍니다. 스티븐 호킹은 이 글에서 우주는 처음부터 많은 물질이 쌓여 있었다고 말했어요. 이것은 프레드 호일 교수의 우주론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어요. 왜냐하면 호일 교수는 우주가 커질수록 물질도 점점 많아진다고 말했거든요. 호일 교수는 스티븐 호킹의 글을 보고 몹시 기분이 나빠 비꼬듯이 말했어요. "우주가 순간적으로 만들어졌다니, 참 우습군. '빅 뱅'이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 헛소리야!" 호일 교수는 스티븐 호킹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기의 우주론을 다시 열심히 연구했답니다. "역시 내가 말한 우주론이 정확해!" 드디어 호일 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는 날이 되었어요. "물어 볼 것이 있습니까?" 발표가 끝나자, 호일 교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 때 스티븐 호킹이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제가 계산해 본 결과 교수님의 이론은 틀렸습니다." 순간 강당 안의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호일 교수는 화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스티븐 호킹의 말은 옳았어요. 많은 과학자들은 스티븐 호킹의 뛰어난 머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몇 년 사이에, 스티븐 호킹의 우주론은 전 세계에 알려졌어요. 스티븐 호킹은 마침내 박사가 되었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이름난 우주론자가 된 거예요. 스티븐 호킹은 말을 더듬고, 쓰지도 못했지만 이 목표를 향해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했답니다. 수십 권의 과학책을 줄줄 외우며 밤을 지새울 때도 많았어요. 아무리 무서운 루게릭 병도 스티븐 호킹의 끊임없는 노력과 강한 정신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답니다. 박사가 된 후, 스티븐 호킹은 별들의 세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우주의 별들은 스티븐 호킹에게 어렸을 때부터 신비한 세계였거든요. 스티븐 호킹은 유명한 천문학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별에 대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븐 호킹은,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이외에 보이지 않는 별들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바로 블랙 홀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블랙 홀이 뭔지 알아요?" 전 세계는 금세 '블랙 홀'로 들썩거렸어요. 스티븐 호킹은 곧 '블랙 홀'에 관한 글을 발표했어요. 이 글로 스티븐 호킹은 과학자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상과 명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어요. 영국에서는 스티븐 호킹을 가장 이름 높은 '왕립 학회'의 회원으로 삼았답니다. 또 미국은 연구하는 데 필요한 많은 돈을 대 주었고요. 스티븐 호킹은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장애인이지만, 오늘날 가장 뛰어난 과학자가 되었어요. 호킹 박사의 머리는 지금도 우주의 모든 신비를 밝히기 위해 컴퓨터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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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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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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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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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헬렌 좀 봐. 너무 예뻐요.” “어디 한 번 웃어 보렴.” 파란 지붕과 담쟁이덩굴이 예쁜 헬렌의 집에서는 헬렌의 첫 생일 축하 파티가 한창입니다. 헬렌은 건강하고 예쁜 아이였어요. “헬렌, 후우 해야지.” 헬렌이 케이크의 촛불을 불자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헬렌이 말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안녕!” “아 안 녀 엉!” “물!” “무울!” “아주 잘했어, 헬렌.” 어머니는 말을 따라 하는 헬렌이 너무 기특해 꼬옥 안아 주었어요. 헬렌은 정원을 뛰어다니며 꽃과 나비의 친구가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매일매일 건강하게 뛰어다니던 헬렌이 어디가 아픈지 꼼짝도 않고 누워 있는 거예요. 헬렌의 이마를 짚어 본 어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여보! 헬렌이 많이 아파요. 어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야겠어요.” 아버지는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기 위해 급히 말을 타고 떠났어요. 헬렌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이마는 불덩이 같았어요. 헬렌을 진찰한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몹시 어두웠습니다. “우리 헬렌은 어떤가요? 어디가 아픈 거지요?” 안절부절못하는 부모님께 의사 선생님은 겨우 입을 열었어요. “급성 뇌염입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안 돼요. 안 돼! 제발 우리 헬렌을 살려 주세요.”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고개만 저을 뿐이었어요. 어머니는 정성껏 헬렌을 간호했어요. 며칠 후 헬렌의 열이 씻은 듯이 내렸답니다. 너무나 기뻐서 헬렌을 꼬옥 안은 어머니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어요. “헬렌! 헬렌!” 아무리 불러도 헬렌은 대답이 없는 거예요. 헬렌은 보지도, 듣지도,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오, 불쌍한 헬렌!” 헬렌의 부모님은 헬렌을 안고 슬프게 울었습니다. 헬렌은 여섯 살이 되었어요. 깜깜한 밤 나라에 갇혀 버린 헬렌은 고집스런 아이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헬렌이 버릇없이 행동하고 제멋대로 굴어도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날, 헬렌은 가위를 들고 친구에게 다가갔어요. “왜 그래? 머리카락을 자르면 안 된단 말이야.” 겁이 난 친구는 도망치려 했어요. 그러나 고집스런 헬렌의 손에 잡혀 그만 머리카락이 싹둑 잘려 버렸어요. 친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나, 헬렌! 어쩌려고 친구의 머리카락을 잘랐니?” 아무 말도 들을 수 없는 헬렌은 어머니가 온 줄도 몰랐어요. ‘헬렌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구나.’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아버지는 헬렌을 가르치고 도와 줄 선생님을 찾아 나섰어요. 마침내 아버지는 헬렌과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헬렌의 가정 교사가 되기로 했답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이 마음에 들었어요. 헬렌은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아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밝고 건강한 헬렌을 보면서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다짐했어요. 헬렌은 설리번 선생님에게도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어요. 인형을 집어던지고, 손으로 밥을 먹으며, 장난을 치는 거예요. 그러나 설리번 선생님은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헬렌을 가르쳤어요. 선생님은 헬렌이 집어던진 인형을 다시 주면서 손바닥에 인형이라고 썼습니다. 몇 번을 되풀이했을 때였어요. 인형을 받아 든 헬렌이 선생님의 손바닥에 ‘인형’이라고 쓰는 게 아니겠어요? 설리번 선생님은 너무나 기뻤어요. 헬렌은 이제 고집쟁이도 아니고, 제멋대로 행동하지도 않았어요. 물컵 나무 꽃 모자 헬렌은 손에 만져지는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쉬지 않고 묻고 또 물었어요. 그때마다 설리번 선생님은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헬렌의 손바닥에 글씨를 썼어요.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헬렌은 친구들이 있는 학교에 가게 되었답니다. 헬렌은 친구들과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지냈어요. 선생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할 수 있게 된 헬렌은 더욱 열심히 공부했어요. 어느 날 헬렌은 람슨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헬렌은 람슨 아주머니의 손바닥에 ‘안녕하세요? 헬렌입니다’라고 썼어요. 헬렌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고 대답을 기다렸어요. 그러나 람슨 아주머니는 헬렌의 손바닥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어요. “헬렌, 내 입 모양을 따라 해 보렴.” “강, 아, 지.” 헬렌은 람슨 아주머니의 입을 더듬으며 천천히 따라 했어요. “강, 아, 지.” 헬렌이 말을 하는 순간이었어요! 헬렌은 람슨 아주머니에게서 훌라 선생님을 소개받았어요. 훌라 선생님은 소리 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님이랍니다. 헬렌은 훌라 선생님에게 소리 내는 방법을 열심히 배웠어요. 얼마 후, 헬렌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머니, 헬렌이에요.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헬렌의 목소리를 들은 부모님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헬렌을 품에 안은 어머니는 너무나 기뻐 눈물을 흘렸답니다. 헬렌은 얼른 점자로 된 동화책을 꺼내 동생에게 읽어 주었어요.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과 동생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헬렌은 이웃에 사는 토미와 친구가 되었어요. 토미도 헬렌처럼 보지도, 듣지도, 말도 할 수 없는 아이였지요. 헬렌은 토미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헬렌은 토미를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답니다. 헬렌의 편지를 읽은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어요. 마침내 토미는 헬렌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헬렌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어요. 헬렌은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헬렌은 대학에 입학했어요. 대학 공부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했어요. 설리번 선생님은 항상 헬렌의 옆에 앉아 헬렌의 귀가 되고, 눈이 되고, 입이 되어 주셨어요. 4년 후, 헬렌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부모님과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이 매우 자랑스러웠답니다. 헬렌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했어요. “여러분, 앞을 못 보는 사람도, 듣지 못하는 사람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모두 제 친구고, 여러분의 친구입니다. 비록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입니다. 제가 받은 많은 도움과 기쁨을 여러분에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연설장은 감동의 눈물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어요. 사람들은 헬렌의 연설을 듣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들었어요. 헬렌은 평생 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몸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용기와 힘을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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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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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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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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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같이 생긴 이티의 머리 하하하, 우스워! 송아질 닮았네 이티의 눈은 하하하, 우스워!” 이티는 별나라에서 온 친구예요. 거티는 오빠와 함께 이티를 별나라로 데려다 주고 싶었어요. 이티가 엄마를 몹시 보고 싶어했거든요. 하지만 어른들은 이티를 잡아서 가두려고 했어요. 지구인을 해치러 온 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서둘러, 거티!” 엘리어트가 창밖을 내다보며 재촉했어요. “알았어, 오빠.” 거티는 재빨리 이티의 머리에 수건을 씌우고, 커다란 점퍼를 입혔답니다. “됐어! 이 정도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두 사람은 이티를 자전거에 태웠어요. 이티는 무서운 듯 커다란 눈을 껌벅거렸어요. “자, 출발!” 엘리어트의 힘찬 명령이 떨어지자 자전거는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 올랐어요. “와아! 자전거가 하늘을 난다!” 모두들 이티가 무사히 별나라에 도착하길 기도했답니다. 우리에게 이티라는 외계인 친구를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예요. 스필버그는 미국의 신시내티에서 태어났어요. 스필버그는 아무도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였답니다. 어느 날 두 여동생과 집을 보고 있던 스필버그는 장난기가 슬슬 발동했어요. 스필버그는 집 안의 불을 모두 끄고, 온몸에 휴지를 둘둘 말아 마치 귀신처럼 꾸몄어요. “너희들을 잡으러 왔다!” 방으로 들어선 스필버그를 보자 동생들은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어요. 밤늦게 돌아오신 아버지는 스필버그에게 크게 화를 내셨어요. 스필버그는 그 벌로 며칠 동안 반성문을 써야 했답니다. 스필버그는 학교에 가는 것이 싫었어요. 아이들이 유대인이라고 놀리며 놀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수학 시간이 너무 싫기도 했고요. 오늘은 달리기 시합을 하는 날이에요. 스필버그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어요. 보나 마나 꼴찌를 할 게 뻔했으니까요. 한 바퀴, 두 바퀴. 아이들은 모두 골인을 해서 존을 응원하고 있었어요. 운동장에는 스필버그와 존만이 남아 마지막 바퀴를 돌고 있었답니다. 존은 다리를 다쳐 절룩절룩 힘들게 스필버그를 따라오고 있었어요. 스필버그는 존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 주고 싶었어요. “존, 힘을 내!” “매부리코 유대인 녀석을 이기란 말이야!” 아이들의 함성이 스필버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스필버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멋지게 넘어져서 존에게 승리를 안겨 줘야지.’ 그 때 스필버그의 다리가 꼬이면서 정말 넘어지고 말았어요. “이 때야. 존, 힘을 내!” 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더 커졌어요. 존은 넘어진 스필버그를 지나 골인을 했답니다. “와아! 와아!” 아이들은 존을 안고 함께 기뻐했어요. 스필버그의 마음을 알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스필버그는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왔어요. 뚫어져라 거울을 들여다보던 스필버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요. ‘이 코를 낮추면 더 이상 놀리지 않겠지?’ 스필버그는 고무 테이프로 코를 낮추고 이마에 연결해 붙였어요. ‘하느님, 다른 아이들처럼 예쁜 코로 만들어 주세요.’ 스필버그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으아악! 내 코, 내 코가 이상해!” 다음 날 아침, 집안은 한바탕 소란스러웠어요. 스필버그의 코가 빠알갛게 부어오르고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 댔기 때문이지요. “스필버그, 유대인은 절대로 부끄러운 게 아니야. 친구들에게 네 마음을 보여 주렴.” 어머니는 스필버그의 코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어요. 따뜻한 어느 봄날 가족들은 여행을 떠났어요. 창문 너머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스필버그는 손을 흔들어 답을 했답니다. “스필버그, 이 카메라로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 보렴.” 아버지가 8mm 카메라를 선물하셨어요. “우와! 정말이요? 정말이지요?” 스필버그는 너무 기뻐 차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답니다. “자, 자. 옆으로, 조금만 더.” 스필버그는 가족들을 나무 옆으로 세웠어요. 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 달라 보였어요. 스필버그의 눈이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습니다. 스필버그는 카메라로 친구들을 찍었어요. 아이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모두 순한 양이 되었어요. 언제 스필버그를 놀렸는지 새까맣게 잊었나 봅니다. 서로 많이 찍히고 싶어 다투기까지 했어요.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멋을 내기도 했지요. 스필버그는 그런 친구들이 밉지 않았어요. ‘훌륭한 영화 감독이 되어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어야지.’ 스필버그의 마음속에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답니다. 스필버그는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영화를 배웠어요. 어리다고 쫓겨나기 일쑤였지만 스필버그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영화 속에서만 보던 배우들의 모습은 스필버그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았답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스필버그는 하루 종일 이 말을 외치며 다녔어요. 실제의 모습과 똑같은 건물과 신기하기만 한 기계들! 스필버그의 머리 속은 온통 영화 생각뿐이었어요. 스필버그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만들게 되었어요. “저는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 반드시 영화감독이 될 거예요.” 스필버그의 큰소리에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스필버그의 드라마는 대성공이었어요. “어린 녀석이 정말 대단해!” 사람들은 스필버그의 드라마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스필버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어요. 스필버그는 영화에 자신의 모든 상상력을 쏟아 부었어요. “죠스다! 죠스가 나타났어!” 갑자기 거센 파도가 밀려오더니, 집채만한 상어가 나타나 사람의 다리를 덥썩 물었어요. “아아악!” 식인 상어는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스필버그는 죠스를 만들면서 매일 밤 식인 상어와 싸우는 꿈을 꾸었어요. 처음 계획한 것보다 영화를 찍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하지만 스필버그는 영화 사상 최고의 관객을 모은 대작을 만들고야 말았답니다. “쿵, 쿵, 쿵” 커다란 공룡들이 숲속을 두리번거립니다. “사각, 사각” 나뭇잎을 뜯어 먹는 착한 공룡도 있지만,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공룡도 있지요. 과학자는 몰래 공룡 공원을 만들고 있었어요. 공룡들이 우리를 뛰쳐나와 사람들을 괴롭혔어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공룡들은 정말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답니다. 스필버그가 공룡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공룡을 어떻게 만든다는 거야?” 하지만 쥬라기 공원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답니다. 후크는 어른이 된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의 이야기랍니다. 후크 선장은 어린 피터 팬에게 번번이 당하기만 했지요. 어떻게 하면 피터 팬을 괴롭힐까? 후크 선장은 날마다 고민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른이 된 피터 팬이 아이들을 낳았어요. 후크 선장은 피터 팬의 아이들을 데리고 몰래 사라졌어요. 피터 팬은 아이들을 찾아 환상의 섬 네버랜드로 떠났지요. 결국 피터 팬은 고생 끝에 아이들을 구하고 잃어버렸던 꿈도 되찾게 되었답니다. 후크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지요. 이제 스필버그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필버그의 영화를 기다리게 되었지요. 스필버그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어요. 바로 쉰들러 리스트랍니다. 자신이 유대인인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면서 오히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모든 민족을 위해 이 영화를 바칩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아카데미 상 7개 부문을 휩쓸었답니다. 그 후 스필버그의 영화 세계는 더욱 폭넓은 장르를 넘나들게 되었지요. 아마 지금도 스필버그는 영화 촬영장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겁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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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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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어서 일어나! " 술에 취한 아버지가 베토벤을 깨웠어요. "빨리 일어나 피아노를 치란 말이야!" 모두들 잠든 시간이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베토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피아노 앞에 앉았어요. 고요한 밤을 가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어요. 무섭게 고함을 치던 아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피아노 옆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궁중의 가수였어요. 언제나 술에 취해 가족들을 괴롭혔지요. 아버지는 네 살 때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빨리 돈을 벌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어린 베토벤은 아버지가 무서웠지만 피아노를 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어요. 아버지는 잠도 재우지 않고 피아노를 치게 했어요. 그럴때면 항상 어머니가 베토벤의 곁에 함께 있었지요. "베토벤, 미안하구나." 연습이 끝나면 어머니는 베토벤을 꼬옥 안아 주셨답니다. 친구들은 베토벤을 ‘대포알’ 이라고 불렀어요. 키가 작고 목이 짧아 붙여진 이름이었어요. 조용하고 말이 적은 베토벤은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베토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베토벤에게 말했어요. "베토벤,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말아라." 어려운 형편을 잘 아는 베토벤은 떼를 쓸 수도 없었어요. 베토벤은 너무나 슬펐답니다. 어린 베토벤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연주를 하고 돈을 받았어요. "어머나! 어린아이가 어쩜 이토록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낼까?" "정말 대단한 솜씨야!"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그러나 베토벤은 돈을 벌기 위해 연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어요. ‘내 곡을 만들어 연주하고 싶어.’ 베토벤의 머리 속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힘든 연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베토벤은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베토벤은 궁중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어요. 귀족들과 부자들의 파티를 위해 연주하는 일이 많았지요. '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사람은 없을까?' 어느 날, 베토벤이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에서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신비로운 오르간 소리가 들려 왔어요. 베토벤은 자신도 모르게 오르간 소리에 이끌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신부님이 오르간 연주를 하고 있었어요. 베토벤은 가슴이 뛰었어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선율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신부님, 저에게 오르간 연주를 가르쳐 주세요." 베토벤은 신부님에게 부탁했어요. 신부님은 이미 오르간 연주자로 유명한 분이었답니다. 베토벤은 신부님에게 오르간 연주법과 작곡법을 배웠어요. 베토벤은 어느덧 열일곱 살이 되었어요. "베토벤, 너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구나." 신부님은 베토벤이 직접 작곡한 곡을 듣고 감탄했습니다. "베토벤, 너는 아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위대한 음악가가 될 거야." 신부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베토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빈으로 가서 모차르트 같은 훌륭한 음악가를 만나야겠다.’ 베토벤은 음악의 도시 빈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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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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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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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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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야호!" 파란 바닷물 속으로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들었어요. "하하하! 나처럼 이렇게 헤엄을 쳐 봐." 어느새 깊은 곳까지 헤엄쳐 간 궁복이가 소리쳤어요. "우와! 궁복이 좀 봐!" 모두들 궁복이를 부러운 듯 쳐다보았어요. 궁복이는 바다에서 하는 놀이라면 무엇이든지 으뜸이었거든요. 궁복이의 아버지는 가난한 어부였어요. 바다에서 돌아오시면, 언제나 그물을 손질하셨지요. "아버지, 저도 고기 잡는 법을 배울래요!" 궁복이는 아버지를 도우며 말했어요. "궁복아, 너는 글을 배워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버지는 궁복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아버지가 바다로 나가시면, 궁복이는 더욱 열심히 글을 읽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궁복이의 어깨가 축 처졌어요. 글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부의 자식은 나라의 관리가 될 수 없대요. 궁복이는 터덜터덜 포구로 나갔답니다. 그때 마침 당나라 무역선이 포구로 들어왔지요. '그래, 맞아! 당나라로 가는 거야!' 당나라에서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관리가 될 수 있었거든요. '아버지, 반드시 큰 인물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궁복이는 부모님께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섰어요. 그러고는 뱃사람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서 당나라 무역선으로 몰래 숨어들었답니다. "철썩철썩, 쏴아!"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어요. 하지만 궁복이는 두 눈을 부릅떴어요. '용기를 내자! 당나라에 가서 훌륭한 장수가 되는 거야!' 배가 신라를 떠난 지 삼일 째 되는 날이었어요. 갑자기 창고 문이 덜컥 얼렸어요.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궁복이는 깜짝 놀랐지요. "웬 녀석이냐?" 선원은 궁복이를 선장 앞으로 끌고 갔어요. "당나라에는 무엇 대문에 가려고 하느냐?" 당나라 말이 서툰 궁복이는 종이에 글을 써서 자신의 뜻을 전했어요. "허허, 아주 용감한 녀석이구나!" 선장은 궁복이의 용기가 마음이 쏙 들었어요. 궁복이는 선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당나라에 도착하게 되었답니다. 당나라에는 신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궁복이는 신라방에 있는 큰 가게에서 일했지요. 이때부터 궁복이는 장보고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장보고는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중국 말과 무술을 익혔어요. "장수가 되고 싶어서 당나라에서 왔다고?" 젊었을 때 유명한 장수였던 가게 주인은 장보고에게 무예를 가르쳐 주었어요. 장보고의 무예 솜씨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지요. 드디어 장보고의 솜씨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날이 왔어요. 무술 대회가 열린 거예요. "휘이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장보고의 화살은 과녁의 한가운데에 꽂혔어요. '챙챙챙.' 장보고의 칼 솜씨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지요. 장보고는 당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치고 당당히 장군이 되었답니다. 어느 날 장보고 장군이 공사장 옆을 지날 때였어요. "이 신라의 돼지들아! 뭘 꾸물거리는 거냐?" 장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어요. 노예로 팔려 온 신라의 아이들이었어요.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공사장의 관리가 아이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럴 수가.' 장보고는 얼른 달려가서 채찍을 멈추게 했어요. "이 아이들은 내가 데려가겠소." 장보고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어요. "안 됩니다, 장군님! 저희가 해적들에게 큰돈을 주고 산 노예입니다." 공사장 관리는 펄쩍 뛰었어요. "만일 네 자식이 해적에게 붙잡혀 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장보고는 관리를 야단치고 아이들을 데려왔어요. '이제 신라로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장보고는 벼슬을 모두 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신라로 돌아왔답니다. 장보고는 곧장 임금님을 찾아갔어요. "그대는 당나라에서 장군이 되었다는 장보고가 아닌가?" 임금님은 장보고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지금 신라의 바다에는 해적들이 쳐들어와 사람들을 마구 잡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바다를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임금님은 크게 기뻐하며 장보고에게 청해진대사라는 벼슬을 내렸어요. '해적들과 싸우려면 든든한 배가 필요하다.' 장보고는 군사들과 함께 배를 만들었어요. 청해진에 망치 소리와 톱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펴졌답니다. 드디어 배가 완성되었어요. "자, 모두 배에 올라타라!" "와아!" 군사들의 함성에 청해진이 떠나갈 듯했어요. 얼마 후 정말 해적선이 나타났어요. 해적선은 검은 깃발을 펄럭이며 신라의 바다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드디어 신라 수군의 힘을 보여 줄 때가 왔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 "자, 앞으로 돌격!" 장보고의 명령이 떨어졌어요.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답니다. "한 척도 놓치지 말고 모두 쳐부수어라!" 장보고는 맨 앞에 서서 군사들을 지휘했어요. "신라에 이렇게 무서운 장군이 있었다니!" 당황한 해적들은 도망가기 바빴어요. "만세! 장보고 장군 만세!" 장보고가 지키는 신라의 바다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답니다. 장보고가 바다를 지킨다는 소문이 돌자, 중국과 일본의 장사꾼들이 청해진을 찾아왔어요. 해적들을 피해서 안전하게 장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장보고는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큰 이익을 남겼어요. "바다의 왕, 장보고 장군 만세!" 가난한 어부의 아들 장보고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바다의 왕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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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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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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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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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중국의 춘추 시대 이야기예요. 당시에 중국은 열두 나라로 나뉘어 있었어요. 열두 나라 중에 노나라는 힘이 없는 작은 나라였답니다. 백성들의 생활은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이웃 나라에서 자주 쳐들어왔고 관리들은 권력 다툼에 눈이 멀어 있었거든요. 공자의 아버지는 노나라의 군인이었어요. 하지만 공자의 재롱을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지요. 공자는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야 했답니다. “어머니, 제사는 어떻게 지내지요?” 어린 공자는 종종 주인 없는 무덤 앞에서 제사 놀이를 했어요. “어린 녀석이 제법인걸!” 어른들은 공자의 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해했어요. 공자는 향교에 다녔어요. 향교에서는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냈어요. 공자의 가슴속에는 조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뿌리 깊게 내렸지요. 공자는 예의 바른 청년이 되었답니다. 공자가 거문고를 배울 때의 일이에요. “둥기둥, 둥둥!” 공자는 열흘 동안 같은 곡만 연주하고 있었어요. “공자야, 어찌하여 같은 곡만 연주하느냐?” “한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다 보면 곡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선생님은 공자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느 날, 공자는 노자를 찾아갔어요. “옛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네. 현실에 맞게 고칠 줄도 알아야 하지.” 노자의 말은 공자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지요. 그 후로 공자는 사람들에게 옛 어른들의 말씀을 쉽게 풀어서 가르쳤어요. 그 때 공자는 ‘사직’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어요. 사직이란 가축을 돌보는 일이에요. “꿀꿀꿀!” 공자는 냄새나는 돼지우리 속에 있어도 향기로운 꽃밭에 있다고 생각했지요 . 공자는 낮에는 가축을 키우고 밤에는 사람들에게 학문을 가르쳤어요. 사람들은 공자의 이런 모습을 존경했답니다. 공자는 나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디에도 백성들을 위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관리가 없었어요. 공자는 제자들과 노나라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어요.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제나라로 가고 있을 때였어요. 깊은 산길에서 어떤 부인이 슬프게 울고 있는 거예요. "왜 그리 슬프게 울고 있소?" 공자의 물음에 부인은 더욱 크게 울며 말했어요. "나라의 못된 관리들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왔는데, 호랑이가 남편과 자식을 물어갔습니다." "잘못된 정치나, 사람을 물어가는 호랑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구나!" 공자는 큰 깨우침을 얻었답니다.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는 나라의 높은 관리가 되어 임금님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이끌어 주었어요. 그런데 나라를 빼앗으려고 몰래 군사를 모으고 성을 쌓는 무리가 나타났어요. “성벽을 허물어 버리거라.” 공자는 싸움을 미리 막아서 나라를 구했답니다. 노나라의 힘이 점점 강해지자 이웃 나라에서 예쁜 여자들을 보내어 임금님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어요. "허허허, 어쩜 저리도 고울까!" 궁전에서는 매일매일 큰 잔치가 열렸어요. 공자는 임금님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지요. 하지만 임금님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답니다. “이제 노나라에는 희망이 없구나!”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노나라를 떠났어요. 공자는 먼저 위나라로 갔지요. 위나라 임금님은 공자를 궁전으로 불렀어요. “우리 위나라를 위해서 일해 주시오.” 하지만 공자는 위나라에 오래 머물지 못했어요. 관리들의 시샘이 컸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녀야 했어요. 공자가 제자들과 깊은 산길을 가고 있을 때였어요. "하하하, 꼼짝 마라!" 갑자기 산적들이 나타난 거예요. "으악! 사..살려주세요!” 제자들은 모두 벌벌 떨며 몸을 숨기기 바빴지요. 그러나 수레에 타고 있던 공자는 거문고를 꺼내 연주를 시작했어요. 거문고 소리는 산적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산적들은 공자 앞에 머리를 숙이고 말았답니다. 공자는 14년 만에 고향인 노나라로 돌아왔어요.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책을 쓰면서 살았어요. ‘춘추’는 여러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에요. 또 민요를 모아 엮은 ‘시경’도 있답니다. “자기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 공자의 가르침은 언제나 짧은 가운데 깊은 뜻이 담겨 있지요. 이러한 공자의 말씀은 ‘논어’라는 책에 실려 있답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길이길이 전해지고 있지요. 공자는 일흔두 살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슬픈 가락의 노래를 남긴 채 말이에요. 태산은 무너지려 하고 기둥은 쓰러지려 하네. 철인은 세상을 뜨려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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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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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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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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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의 발길질에 엉덩이만한 호박들이 퍽퍽 뭉개졌어요. 호박밭은 금세 누런 호박들로 뒤범벅이 되었어요. "아이구, 도련님. 이거 없으면 우리 굶어 죽어요!" 농부가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왔어요. 약용은 호박을 뭉개느라 농부가 오는 줄도 몰랐답니다. "나으리! 제발 도련님 좀 말려 주세요!" 농부는 얼른 약용의 집으로 달려갔어요. 아버지는 농부의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이 녀석 들어오기만 해 봐라.' 아버지는 화가 크게 나셨어요. "어머니, 배 고파요!" 장난꾸러기 약용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들어왔어요. "약용아, 너 이리 좀 들어오너라!" 약용은 움찔하며 방으로 들어갔어요. "종아리 걷어라!" 아버지는 긴 회초리를 준비해 두고 계셨어요. "가난한 농부가 애써 지은 농사를 다 망쳐 놓고, 어찌 네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느냐?" 약용은 종아리에 빠알간 줄이 나도록 매를 맞았어요. 약용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철부지 약용이 이제 철이 드나 봅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약용의 장난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어느 날, 약용이 외가에서 책을 한 보따리 빌려 나귀 등에 긷고 올 때였어요. 지나가던 선비가 약용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어요. 며칠 후 약용과 선비는 길에서 다시 마주쳤어요. 이번에도 책을 잔뜩 싣고 가는 약용에게 선비가 물었어요. "책은 읽어야지, 나귀 등에 싣고 다니기만 해서야 쓰겠느냐?" 그러자 약용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이미 다 읽었는걸요." 약용은 책 속에 있는 글을 줄줄 외웠어요. 선비는 너무 놀라 입이 딱 벌어졌어요. 정약용은 열다섯 살에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온 가족이 임금님이 계신 한양으로 이사를 갔답니다. 아버지가 높은 벼슬을 하시게 되었거든요. '한양에 가면 글을 많이 읽은 어르신들과 매형을 만나 볼 수 있을 거야.' 매형은 정약용이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어요. 서양에 대해 씌어 있는 책들도 이것저것 보여 주었고요. 서양을 소개한 책에는 실제 생활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에 대해서도 씌어 있었어요. 정약용은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깨닫게 되었답니다. 정약용의 학문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어요. '학문을 통해 백성들을 돕는 길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정약용은 과거 시험을 치르기로 했답니다. 얼마 후, 정약용은 과거 시험에 합격했어요. 나라 일을 맡게 된 정약용은 전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익혔답니다. 임금님은 정약용을 자주 불러 새로운 학문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 보았어요. 그 때마다 정약용은 알기 쉽게 풀이해서 말씀드렸어요. "옳지, 옳아." 정약용은 임금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어요. 임금님은 정약용을 끔찍이 아꼈어요. 정약용의 글을 읽을 때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셨답니다. 임금님은 신하들을 만날 때면 항상 정약용을 칭찬했어요. "여러분도 정약용을 본받아 학문에 힘쓰도록 하시오." 그럴수록 정약용은 더욱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려고 했어요. 신하들은 그런 정약용이 얄미웠어요. 정약용은 조상도 모르는 나쁜 학문에 빠져 있는 데다, 서양 귀신을 믿는다고 헐뜯었어요. "임금님, 정약용을 멀리 내쫓아야 합니다." "서양 귀신을 믿는 정약용에게 벌을 주어야 합니다." 신하들은 날마다 임금님께 이런 글을 올렸어요. 그리고 정약용이 궁궐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어요. 신하들은 서양 귀신을 믿는 천주교가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했어요. 임금님은 정약용을 궁궐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로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정약용이 천주교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어요. 임금님은 정약용을 얼른 다시 한양으로 부르셨답니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못된 무리는 모두 물리쳤지만, 나라 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정약용이 서른 살쯤 되었을 때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슬퍼할 수는 없었어요. 임금님이 정약용을 급히 부르셨기 때문이에요. "수원에 성을 쌓으려고 하니 좋은 방법을 찾아보시오." 임금님은 정약용이라면 성을 잘 쌓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성을 쌓는 일은 힘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었거든요. 정약용은 여러 날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마침내 거중기라는 기계를 만들었어요. 거중기는 무거운 돌을 쉽게 들어올리는 기계랍니다. 거중기 덕분에 성을 쌓는 일은 훨씬 쉬워졌고, 어느 새 튼튼한 수원성이 우뚝 서게 되었답니다. 정약용을 더욱 믿게 된 임금님은 다시 큰 일을 맡기셨어요. "암행 어사가 되어 백성들이 편안히 살고 있는지 알아보시오." 암행어사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눈에 띄지 않게 백성들을 살펴보는 사람이지요. 정약용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아우성을 들었어요. 마을의 관리들이 일만 부려먹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정약용은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려 욕심 많은 관리들을 벌주게 했어요. 임금님은 정약용 덕분에 바른 정치를 할 수 있었답니다. 정약용은 작은 바닷가 마을을 다스리게 되었어요. 바닷가의 땅들은 거칠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배가 고픈 사람들은 툭하면 싸움질을 했어요. '이 백성들을 잘 살게 할 수는 없을까?' 어느 겨울날, 정약용은 바위 틈에서 물이 얼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저 물을 얼려 여름에 쓰면 좋겠는걸.' 정약용은 웅덩이에 기름 종이를 깔고 물을 받아 얼렸어요. 그리고 녹지 않도록 땅 위에 짚을 두껍게 덮었어요. 다음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 마을마다 난리였어요. 정약용은 마을 사람들에게 얼음을 나누어 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웃 마을에 얼음을 나누어 주었고요. 정약용은 마을 사람들에게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일깨워 준 거랍니다. 정약용을 아끼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어린 아들이 뒤를 이어 새 임금님이 되었어요. 신하들은 편을 갈라 전보다 더 심하게 싸웠어요. 또,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마구 잡아들였어요. "서양 귀신을 믿는 놈들은 아주 혼쭐나야 해!" 천주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심한 매를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 갔어요. 정약용도 형들과 함께 끌려와 감옥에 갇혔어요. 못된 신하들은 이번 기회에 정약용을 죽이려고 생각했어요. 정약용은 겨우 목숨만은 건지고 멀리 쫓겨났어요. 셋째 형은 감옥에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고요. 정약용은 작고 누추한 집에서 18년을 외롭게 살아야 했어요. 고향이 너무 그리울 때면 뒷동산에 올라가 남몸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 정약용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글로 남기기로 했어요. 하인은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글만 써 내려가는 정약용의 건강이 걱정되었어요. "나으리, 밖으로 나와서 맑은 공기라도 쐬시지요." 그럴 때마다 정약용은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중에 나감세.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네." 정약용의 붓놀림에는 갈수록 힘이 주어졌어요. 정약용이 쓴 책들은 오백 권도 넘는답니다. 그 중에 목민심서라는 책은 아주 유명하지요.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마을 수령이 갖추어야 할 마음 자세가 적혀 있어요. 경세유표라는 책은 나라의 여러 제도에 대해 쓴 책이고요. 정약용의 책들은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정약용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지요. 정약용은 멀리 쫓겨나 있어도 항상 백성이 잘 살고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며 살아온 분이었답니다. 정약용은 쉰여덟 살이 되어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고향에 돌아온 정약용은 낮에는 손수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계속 썼어요. 정약용은 백성들을 어리석게 보고 농사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다른 선비들과는 달랐어요. 정약용은 언제 어디서나 백성들을 위해서 살고 싶었어요. 정약용은 75세 되던 해 고향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정약용의 학문을 연구하며 따뜻한 마음을 본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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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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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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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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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맴, 맴맴맴!" 매미들의 합창이 시작되었어요. 꼬맹이들은 물장구를 치느라 신이 났군요. 하지만 석봉이는 혼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네요. '조선 제일의 명필이 될 거야!' 석봉이는 더운 줄도 모르고 손가락으로 개울물을 찍어 바위에다 글씨를 쓰고 있었어요. 석봉이의 집은 무척 가난했어요.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떡을 팔아 겨우겨우 살림을 꾸렸지요. 석봉이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날마다 냇가로 나가 바위에다 글씨 연습을 했어요. 종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거든요. 석봉이는 손가락이 아프도록 글씨를 섰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바구니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 주었어요. "석봉아, 이제는 여기에 글씨 연습을 하거라." "어머니, 이렇게 비싼 종이를." 석봉이는 붓과 종이를 사기 위해 하루 종일 고생했을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빨리 훌륭한 명필이 되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려야지!' 석봉이는 더욱더 열심히 글씨 연습을 했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석봉이의 글씨가 가장 훌륭하구나!" 훈장님도 석봉이의 글씨를 칭찬했지요. "정말 대단한 솜씨로구나!" 사람들은 너도나도 석봉이의 글씨를 사갔어요. 석봉이는 글씨를 팔아 돈을 버는 일이 신났어요. '아! 난 드디어 명필이 된 거야. 이제 어머니가 떡을 팔지 않아도 돼!' 석봉이는 글씨 연습은 뒤로하고 돈 버는 데만 열중했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석봉이를 불렀어요. "석봉아, 왜 글씨 연습을 하지 않느냐?" "어머니, 이제 저는 명필이 되었어요. 제 글씨를 사 가는 사람들을 좀 보세요." 석봉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어요. 갑자기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를 가위로 싹둑 잘랐어요. "조금 전까지 훌륭한 옷감이던 베가 지금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다. 너의 공부 역시 도중에 그치면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어머니는 석봉이를 크게 꾸짖었어요. "오늘부터 큰스님을 찾아가서 공부하거라."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석봉이는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쳤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어요. "지금 당장 떠나거라. 공부가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말아라!" 석봉이는 하는 수없이 길을 떠나야 했어요. 어머니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팠답니다. 큰스님을 찾아 절에 들어간 석봉이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 아이는 하늘이 내린 천재로다!' 큰스님도 석봉이의 글씨에 감탄했답니다. 어느덧 절에 들어온 지 삼 년이 지났어요. '어젯밤 꿈에 어머니가 몹시 편찮으시던데. 어머니를 잠깐 뵙고 와야겠다.' 어머니 걱정에 석봉이는 몰래 절을 빠져나왔어요. 석봉이는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도착했어요. 방문에 비친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자 석봉이는 울컥 눈물이 솟았어요. "어머니, 제가 돌아왔습니다!" 석봉이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석봉이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어요. "공부는 벌써 다 끝났느냐?" "예. 큰스님도 제 글씨가 훌륭하다고 하셨어요." "그래? 그렇다면 어디 네 글씨를 한번 보자꾸나." 석봉이는 자신이 있었답니다. '어머니도 내 글씨를 보면 틀림없이 기뻐하실 거야.' 석봉이가 글씨 쓸 준비를 마치자 어머니는 촛불을 껐어요. "명필의 솜씨는 어둠 속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쏭당쏭당" "술술술술" 깜깜한 방 안에는 떡을 써는 소리와 종이를 스치는 붓 소리만 들렸어요. "자, 이제 촛불을 켜 보자꾸나." 어머니가 촛불을 켜는 순간, 석봉이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답니다. 어머니의 떡은 크기와 모양이 똑같았지요. 하지만 석봉이의 글씨는 삐뚤삐뚤 춤을 추듯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구나!' 석봉이는 그 길로 다시 절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벼루에 구멍이 날 때까지 글씨를 쓰고 또 썼답니다. "석봉아, 이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구나." 석봉이가 절에 들어온 지 십 년이 되던 해였지요. 석봉이는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갔어요. "어머니, 석봉이가 돌아왔습니다." "뭐라고? 내 아들이 돌아왔다고?" 어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나왔어요. 듬직한 청년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안고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드디어 과거 시험을 치는 날이에요. 석봉이는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마음껏 뽐냈답니다. "오호, 참으로 놀라운 솜씨로다." 임금님은 석봉이의 글씨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과거에 합격한 석봉이는 나라의 중요한 문서를 다루는 일을 맡게 되었답니다. 한석봉이 사신을 따라 중국에 갔을 때의 일이에요. 어느 부잣집에서 글씨를 뽐내는 잔치가 열렸어요. "흥, 조그만 나라에서 온 풋내기로군!" 사람들은 한석봉을 우습게 생각했지요. 하지만 한석봉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갈 때마다 사람들의 입은 크게 벌어졌어요. "아니, 조선에 저런 명필이 있었다니!" 중국의 명필 왕희지에 버금가는 솜씨로다!" 모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한석봉의 글씨는 많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귀한 물건이 되었어요. 그러나 한석봉은 명필이 된 후에도 가끔씩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면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글씨를 써 주곤 했대요. 자신이 쓴 글씨처럼 바르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한석봉은 지금까지도 조선 최고의 명필로 존경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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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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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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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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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뜻한 봄날, 어린 인선은 마루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열린 나무 위로 메뚜기 한 마리가 기어 올라가는 그림이었어요. “다 그렸으니, 이제 그림을 말려야지.” 인선은 그림이 잘 마르도록 벽에 비스듬히 세워 놓고 밖에 나가 놀았답니다. 어머나!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밖에서 돌아온 인선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인선이 그린 그림을 닭들이 모여 쪼아 대고 있는 거예요. 그림 속의 메뚜기는 이미 허리가 잘려 나가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속이 상한 인선은 그만 울음을 터뜨렸어요.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는 인선을 달래며 흐뭇해하셨습니다. “네가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닭들이 감쪽같이 속은 거란다.” 어느 날, 인선의 어머니가 병이 났어요. 인선은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낫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당의 연못으로 갔습니다. 연못에는 외할아버지께서 아끼시는 잉어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었어요. ‘저 잉어를 어머니께 드리면 금방 나으실 텐데.’ 인선은 외할아버지께 애원했어요. “할아버지, 잉어를 어머니 약으로 쓰게 해 주세요. 대신 저 잉어와 똑같은 그림을 그려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착한 인선의 마음을 기특해하시며 허락하셨습니다. 잉어를 드신 어머니도 금방 나았답니다. 인선은 어머니와 함께 강릉의 외갓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인선은 서울에 계신 아버지가 항상 그리웠어요. 인선은 이번에 아버지가 오시면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옷을 지어 드리고 싶어요.” 인선은 어머니께서 주신 천으로 직접 수를 놓아 가며 정성껏 바느질을 하였어요. 인선이 만든 옷을 입어 보신 아버지께서는 매우 기뻐하셨어요. 이 어린 소녀가 바로 신사임당이랍니다. 어느덧 인선은 열아홉 살의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어요. 인선은 호를 사임당이라고 지었어요. 사임당은 글재주가 뛰어나고, 그림도 잘 그렸으며, 바느질 솜씨 또한 대단했어요. 게다가 효심도 지극하여 마을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임당을 칭찬했어요. 모두가 탐내는 훌륭한 신붓감이었지요. 마침내 사임당은 서울의 양반집 아들인 이원수라는 도련님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사임당과 결혼한 이원수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그러나 사임당은 글공부에 소홀한 남편이 늘 안타까웠어요. “여보, 당신의 글공부를 위해서 우리 당분간 떨어져 살아요.” 결혼을 해서도 강릉 친정에 살고 있던 사임당은 남편을 설득하여 서울로 올려보냈습니다. 가기 싫은 발걸음으로 뒤를 돌아보며 떠나는 남편이 불쌍했어요. 그러나 사임당은 남편의 앞날을 생각하여 꾹 참았답니다. 남편이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밤이었어요.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떠난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왔어요. “당신과 아이 생각이 나서 왔소. 함께 살면서 열심히 공부하겠소.” 그러나 사임당은 모질게 남편을 나무랐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떻게 큰일을 하시겠어요? 당신이 정 못 떠나시겠다면 하는 수 없지요.” 사임당은 옆에 있던 반짇고리에서 가위를 꺼내 머리카락에 갖다 댔습니다. “제가 머리를 자르고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되겠어요.” 깜짝 놀란 남편은 그 길로 다시 길을 떠났어요. “내가 잘못했소. 공부를 마칠 때까지 다신 돌아오지 않겠소.” 남편이 떠나고 사임당은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 나갔어요. 어느 잔칫집에서의 일이랍니다. 전을 부치던 한 새댁이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었어요. “무슨 일로 그러시나요?” 사임당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웃집에서 빌려 입은 치마에 얼룩이 묻었어요.” 사임당은 얼른 붓을 가져와 치마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어머나! 얼룩이 감쪽같이 사라 얼룩이 묻은 치마에는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먹음직스럽게 그려져 있었어요. 사임당은 항상 남편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친척인 영의정의 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보아 오던 사임당은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어요. “그 사람은 권력에 눈이 멀어 임금님께 아첨만 하는 자입니다. 자기 편이 아니면 어떤 사람이라도 해칠 위인입니다.” “제발 그 사람과 어울리지 마십시오. 언제 큰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남편은 사임당의 말대로 영의정의 집에 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영의정과 그의 무리는 역모를 꾀하다가 모두 큰 화를 입었습니다. 사임당은 셋째 아들을 임신했을 때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출렁이던 푸른 물결이 갈라지면서 아름다운 선녀들이 나타나 백옥 같은 옥동자를 안겨 주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사임당은 다시 꿈을 꾸었어요. 크고 검은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사임당의 품 속으로 달려드는 꿈이었습니다. 다음 날, 건강한 울음소리를 내며 사내아이가 태어났어요. 이 아이가 바로 율곡 이이랍니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한성으로 떠나는 마음 돌아보니 북평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사임당은 일곱 형제를 모두 훌륭하게 키웠답니다. 그러나, 늙고 홀로 되신 어머니를 두고 서울로 온 사임당은 항상 어머니 걱정으로 마음이 아팠어요. ‘아아, 늙으신 어머니 혼자 어떻게 사실까?’ 어머니가 계신 강릉 쪽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어요. 사임당은 애처롭고 슬픈 마음을 시로 달랬습니다. 사임당이 마흔일곱 살 되던 해 마침내 남편은 벼슬을 얻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벼슬에 오른 남편은 사임당에게 모든 공을 돌렸어요. “이 모든 것이 당신 덕분이오. 어려운 살림으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내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이젠 편히 사시오.” 남편은 사임당의 가늘어진 손목을 잡으며 고마워했습니다. 얼마 후, 남편이 중요한 나랏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사임당은 두 아들을 함께 보내 아버지를 돕게 했어요.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사임당은 남편과 아들을 그리워하며 긴 편지를 썼어요. 이것이 마지막 편지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답니다. 사임당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러다가 병을 얻은 사임당은 자리에 누운 지 사흘 만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그 때 나이 겨우 마흔여덟 살이었어요. 이 무렵 아버지와 함께 지방에 내려간 두 아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깨끗하던 놋그릇이 새까맣게 변해 있지 않겠어요? 세 사람은 깜짝 놀라 급히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임당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양지바른 곳에 사임당을 묻은 가족들은 사임당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워하며 슬프게 울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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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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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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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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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론 왕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어요. “끙! 아무래도 아르키메데스를 불러야겠군!” 아르키메데스는 헤론 왕의 어려운 문제들을 쉽게 풀어 주었거든요. “폐하, 부르셨습니까?” 아르키메데스를 보자 헤론 왕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어요. "신전에 바칠 금관에 은이 섞여 있다는 소문이 있소." "그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오. 하지만 금관을 녹이거나 망가뜨려서는 안 되오." 아르키메데스에게도 어려운 문제였어요. “음,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금관이 틀림없는데.” 두드려 보고, 깨물어 보고, 무게도 달아 보았지만 도무지 수수께끼를 풀 수가 없었어요.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고 금관 생각만 하던 아르키메데스는 지끈지끈 머리가 아팠답니다. “그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몰라.” 아르키메데스는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에 몸을 푹 담갔어요. 그러자 욕조의 물이 출출출 흘러 넘치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건!” 아르키메데스는 다시 물을 가득 채운 뒤, 욕조 속으로 들어가 보았어요. 이번에도 역시 출출출 물이 흘러 넘쳤어요. “하하하, 바로 이거야! 유레카! 유레카!” 아르키메데스는 옷도 입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어요. 아르키메데스는 금관과 똑같은 무게의 금덩이와 은덩이를 준비했어요. 벌거벗은 채 말이에요. 그리고는 물이 가득 든 항아리에 금과 은을 넣고 흘러 넘친 물의 양을 재었지요. “옳지! 은을 넣은 쪽의 물이 더 많이 넘치는구나. 무게는 같아도 은의 부피가 더 큰 거야!” 실험은 대성공이었어요. 다음 날 아르키메데스는 왕을 찾아갔어요. “폐하, 이 금관 속에는 은이 섞여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알아 냈소?” “하하하, 바로 목욕탕에서 발견한 원리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금관으로 직접 실험을 해 보였어요. “오호! 그대는 참으로 위대한 학자요!” 은을 섞어 금관을 만든 거짓말쟁이 장인은 큰 벌을 받고 말았답니다. 어느 날 아르키메데스는 들길을 걷다가 농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길어 오는 것을 보았어요. ‘음, 좀더 편하게 물을 길어 올 수 없을까?’ 얼마 후, 아르키메데스는 손쉽게 물을 퍼올릴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어요. “자, 모두들 힘껏 돌려 보시오!” 커다란 용수철관이 담긴 통을 비스듬히 눕혀서 돌리자 쏴아쏴아 물이 나왔어요. “와아! 물이다, 물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제 힘들게 물을 긷지 않아도 되었지요. 아르키메데스가 지레의 원리를 연구할 때였어요. “요즘 아르키메데스가 이상한 소리를 떠벌리고 다닌다지?” “이상한 소리라니?” “지렛대와 발판만 있으면 지구를 움직일 수 있대.” “하하하, 별 미친 녀석을 다 보겠군!” 사람들의 이야기는 헤론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흠, 아르키메데스가 그런 소리를 했단 말이지? 당장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오너라!” 마침 궁궐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큰 배를 만들어 놓고 바다에 띄우지 못했던 거예요. 왕은 아르키메데스를 시험하기로 했어요. “그대는 지구도 움직인다고 하니 저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쯤은 간단하겠지?” “네,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있게 대답했어요. 드디어 배를 바다에 띄우는 날이에요. “자, 이제 배를 띄우겠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한쪽 손에 잡고 있던 밧줄을 잡아당겼어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드르륵 드르륵!” 지렛대를 따라 움직이던 배는 파도를 가르며 바다로 들어갔지요. “와아, 굉장하다!” “백 명이 끌어도 꿈쩍 않던 배를 겨우 한 손으로 바다에 띄우다니!” 아르키메데스가 배를 움직인 것은 바로 복합 도르래와 지레의 원리였답니다. 평화롭던 시라쿠사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로마 군대가 바다와 육지로 떼지어 몰려왔지요. “아르키메데스, 당신의 지혜가 필요하오!”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아르키메데스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해서 투석기라는 무기를 만들었어요. “으악! 배가 가라앉는다!” 투석기는 커다란 돌을 멀리까지 던져서 로마 군대의 배를 부수어 버렸답니다. 로마 군대는 부리나케 도망을 쳤어요. 하지만 뒤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새로 만든 무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눈부셔! 저게 뭐지?” “이런, 배에서 연기가 나잖아?” 바로 오목거울을 이용한 무기였어요. 오목거울로 빛을 모아 비추면 불이 붙는 거예요. 시라쿠사는 아르키메데스 덕분에 로마 군대를 크게 무찔렀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시라쿠사를 지켰어요. 그러나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시라쿠사는 식량이 떨어져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답니다. 시라쿠사 성이 무너질 무렵, 아르키메데스는 바닷가에서 도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로마 군대가 몰려오는 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로마 병사들은 아르키메데스가 모래 위에 그려 놓은 도형을 마구 짓밟았어요. “내 도형들을 망가뜨리면 안 돼! 이건 아주 중요한 연구란 말이야!” “뭐야? 미친 늙은이로군!” 로마 병사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로 아르키메데스를 찌르고 말았어요. “무식한 병사 때문에 위대한 과학자를 잃었구나!” 로마의 장군은 아르키메데스를 알아보고 크게 슬퍼했답니다. 수학을 사랑했던 아르키메데스는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대요. “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 꼭 원기둥 모형의 비석을 세워 주게!” 아르키메데스의 유언대로 그의 무덤에는 원기둥 모형의 비석이 세워졌지요. 아르키메데스의 많은 이론과 발명은 어린 과학자들의 꿈을 키워 주는 소중한 지렛대가 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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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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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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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산꼭대기에 올라온 아이들이 신나게 소리를 질렀어요. "우리 집은 어디에 있지?" 정호는 고개를 쑥 내밀고 두리번거렸어요. "음. 찾았다. 저기 있네!" 그러나 정호는 금세 시무룩해졌어요. "에게, 콩알보다 작잖아." 정호의 말에 신경을 쓰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아이들은 진달래 꺾는 데 흠뻑 빠져 있었거든요. 정호는 차돌이네 집과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울도 찾아보았어요. "와아 한눈에 다 보이는구나!” 정호는 매일매일 산에 올라갔어요. '오늘은 이웃 마을 곰보네 집을 찾아봐야지.' 정호는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을을 그려 보았어요. 꼬불꼬불 산길을 그리고, 졸졸졸 시냇물은 실처럼 그렸답니다. 드디어 정호네 마을이 완성되었어요. "종이 한 장에 우리 마을이 다 들어갔네!" 정호는 매우 기뻤어요. '저 산 너머에는 어떤 마을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어떻게 생겼을까?' 정호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지요. 정호는 시냇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 보았어요. 삐뚤삐뚤 논둑길을 걷다가, 울퉁불퉁 계곡을 오르기도 했어요. 그때, 힘들게 산을 넘어오는 나그네를 만났어요. "얘야, 어디를 가는 거니?" "그냥 시냇물을 따라가는 거예요." 나그네는 이상하다는 듯 정호를 쳐다보았어요. "선비님은 어디서 오시는 거예요?" "한양에서 오는 길이란다." "한, 한양이요?" 정호는 귀가 번쩍 뜨였어요. "한양은 얼마나 먼가요? 어떤 길로 오셨어요?" 정호는 쉴새 없이 궁금한 것을 물어 댔어요. "지도를 보렴." 나그네의 말에 정호는 궁금증이 더 커졌어요. "지도라고요? 지도가 뭐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산, 강 등을 종이에 그려 놓는 것이지. 그걸 보면 처음 가는 마을도 쉽게 찾을 수 있단다." "어디를 가면 지도를 볼 수 있나요?"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나그네는 기가 막힌 듯 껄껄껄 웃었어요. "한양의 규장각이란 곳에 있는데,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아이쿠, 너한테 붙잡혀서 해가 지는 줄도 몰랐구나." 나그네는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정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바로 지도라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어느덧 정호는 늠름한 청년이 되었어요. 정호네는 한양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정호는 짐을 풀자마자 규장각으로 뛰어갔어요. 그러나 규장각에는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가 없었어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느냐?" 포졸들은 코웃음을 치며 쫓아냈어요. "여보시오! 지도를, 지도를 딱 한 번만 보게 해 주시오."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이 없었어요. 김정호는 밤이 깊도록 규장각 문 앞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관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문을 닫을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풀이 죽어 있는 김정호의 어깨를 건드리며 한 선비가 말했어요. "예, 우리나라 지도를 보고 싶어서." 김정호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나라 지도라. 우리 집으로 갑시다. 내게 지도가 있으니, 그걸 보여 주겠소. "예? 정말입니까?" 김정호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나는 최한기라고 하오." 젊은 선비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어요. "저는, 김정호라고 합니다." 김정호는 지도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얼른 최한기를 따라갔습니다. "자, 보시오. 이것이 우리나라 지도요." 최한기는 김정호에게 지도를 보여 주었어요. 김정호는 지도를 받아 든 순간 너무나 기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나는 새로운 학문에 관심이 많소. 지도는 홍수나 가뭄이 났을 때 라든가 길을 만들 때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지요." 최한기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실학자랍니다. 김정호는 낮은 신분이었지만, 평생 동안 최한기와 절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김정호는 지도를 펴서 꼼꼼하게 살펴보았어요. "산은 이렇게 표시하는구나. 강은 이렇게. 어? 그런데 여기는 길이 아닌데?" 김정호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어요. "지도가 틀리다고요?" 최한기는 김정호의 곁으로 바싹 다가왔어요. "예. 분명히 여기는 산이 가로막고 있지요. 제가 세 번은 가 보았는걸요." 김정호는 자신 있게 말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최한기에게 보여 주었어요. 아니? 이걸 당신이 그렸단 말이오? 정말 상세한 그림이군요. 최한기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가 본 곳을 이렇게 그렸습니다. 표시하는 방법은 엉망이지만, 정확한 그림입니다. 김정호는 그 동안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이 깊은 줄도 몰랐습니다. "내가 우리나라 지도를 다시 그리겠어요. 전국을 내 발로 직접 밟아 보고 정확한 지도를 그려야겠어요." 김정호의 결심은 대단했습니다. 최한기는 김정호가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김정호는 짚신과 종이, 붓을 붓짐 속에 넣고 드디어 길을 떠났습니다. 제일 먼저 백두산에 올랐어요. 아름다운 단풍이 김정호를 반겨 주었습니다. 김정호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종이 위에 그려 냈어요. 어느새 추운 겨울이 되었어요. 김정호는 배가 몹시 고팠어요. 짚신도 다 떨어졌고요. 산속은 온통 하얀 눈밭입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김정호는 자꾸만 감겨 오는 눈을 다시 한번 부릅떴어요. 그러나 김정호는 그만 눈 위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쓰러진 김정호의 몸 위로 하얀 눈이 쌓였어요. 김정호는 마치 솜 이불을 덮은 듯 깊은 잠에 빠졌어요. 그때였어요. "여보시오! 정신 차리시오!" 김정호는 마침 지나가는 사냥꾼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몸으로 다시 길을 떠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당신은 반드시 훌륭한 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사냥꾼은 김정호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주었어요. 김정호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힘이 솟았어요. 다시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김정호가 길을 떠난 지 십여 년이 흘렀어요. "됐어! 우리나라 지도가 완성됐다고!" 드디어 청구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어요. 김정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김정호는 단숨에 최한기에게 달려갔습니다. "굉장해! 이렇게 자세한 지도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걸세!" 최한기는 김정호를 얼싸안았어요. 그러나 김정호의 눈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어요. "분명히 내가 보지 못한 곳이 있을 거요. 다시 돌아보고 하나하나 확인을 해 봐야겠어요." 얼마 후 김정호는 또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김정호는 깊은 산속까지 구석구석 다시 돌아보았어요. 그리고 더욱 꼼꼼하게 지도를 그렸답니다. 그로부터 5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김정호의 손에는 더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가 쥐어져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여보, 정말 미안하오.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하다가." 김정호는 아내의 무덤 앞에 앉아 서럽게 울었어요. 아내의 빈자리에는 김정호의 딸이 있었습니다. 김정호의 딸과 함께 자신이 그린 지도를 나무에 새겼어요. 이것을 종이 위에 찍어 내자 너무나 훌륭한 지도가 되었어요. 김정호는 이 지도의 이름을 대동여지도라고 지었습니다. 대동여지도의 크기는 무려 가로가 3미터, 세로가 7미터나 되었어요. 대동여지도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대동여지도는 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얼마 후 프랑스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왔을 때 대동여지도 덕분에 금세 물리칠 수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김정호가 큰 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김정호를 기다리는 건 엄한 처벌이었습니다. "나라의 비밀을 적들에게 팔기 위해 지도를 만든 것이 아니냐?" 김정호는 그만 감옥에 갇히고 말았어요. 하지만 김정호는 감옥에서도 쉬지 않고 글을 썼어요. 자신이 본 마을의 풍습이나 인정을 책으로 남긴 거지요. 그러나 김정호는 감옥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어요. 너무나 슬픈 일이었지요. 하지만 김정호가 밟았던 우리의 땅은 지금도 그의 숨결을 느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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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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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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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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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버와 동생 오빌이 낚시를 하고 있어요. "형, 헤어칠 줄 알아?" 멋지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오빌이 물었어요. "그럼!" 그 때, 새 한 마리가 물고기를 낚아채서 날아갔어요. "형, 저것 좀 봐!" 새의 날갯짓을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어요. "형, 저 새처럼 날 수도 있어?" "그건. 날개가 있어야지." "그럼 우리가 날개를 만들면 되겠네?" 하지만 윌버와 오빌은 날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랐답니다. 어느 날 월버와 오빌은 높은 언덕에 올라갔어요. "하늘을 날기만 하면 저 산 너머까지도 다 볼 수 있을 텐데." "와! 형, 나 좀 봐. 하늘을 나는 것 같지?" 오빌은 두 팔을 벌리고 언덕 아래로 달려갔어요. "조심해! 그러다 넘어지겠어!" 눈이 쌓인 언덕은 매우 미끄러웠어요. 언덕 위는 썰매 타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어요. "형, 우리도 여기서 썰매 타자." "우린 썰매가 없잖아." "만들면 되지. 형, 우리가 만들자." 어머니가 윌버와 오빌을 도와 주셨어요. "자, 먼저 어떤 모양을 만들지 그림을 그려 볼까?" 어머니는 낮고 길쭉한 썰매 그림을 그려 주셨어요. 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둘이 함께 탈 수 있도록 말이지요. 드디어 윌버와 오빌은 썰매를 완성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썰매 모양이 이상하다고 놀렸어요. "하하,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썰매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할걸?" 그러나 윌버와 오빌의 썰매는 마치 날개를 단 듯 언덕을 내려갔어요. 아이들은 모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어요. 윌버와 오빌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요. "와아 와아!" 어느 날, 아버지가 신기한 장난감을 사 오셨어요. 두 개의 날개가 긴 대롱 속의 고무줄로 연결되어 윗날개를 잡고 아랫날개를 돌려 주면 멋지게 하늘로 날아 올았어요. 하늘을 나는 장난감은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아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그만 하늘을 나는 장난감이 망가지고 말았어요. 그러나 윌버와 오빌은 실망하지 않았답니다. 썰매를 만들었을 때처럼 다시 만들면 되니까요. "형, 이 장난감을 '박쥐'라고 부르는 게 어때?" 윌버와 오빌이 만든 장난감은 친구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좋았어요. 윌버와 오빌은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어요. 자신들이 만든 연이 새처럼 훨훨 날기를 바랐지요. 처음엔 아주 가늘게 나무를 깎아 연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연은 너무 가벼워서 바람이 세게 불자 금세 망가지고 말았어요. "오빌, 연에 꼬리를 달면 바람이 세게 불어도 끄떡없을 거야." 정말로 연은 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하늘 높이 날아 올랐어요. 대회에 참가한 연 중에 윌버와 오빌의 연이 제일 높이 올랐어요. 대회에 참가한 연 중에 윌버와 오빌의 연이 제일 높이 올라갔어요. "형, 아주 크고 튼튼한 연을 만들면 우리도 연을 타고 날 수 있을까?" 윌버와 오빌은 언젠가 꼭 하늘을 날아 보자고 약속했어요. 윌버와 오빌은 부지런한 청년이 되었어요. 형제는 무엇이든 만드는 걸 좋아했지요. "형, 자전거 가게를 열면 어떨까?" 윌버와 오빌은 고장난 자전거를 새 것처럼 만들었어요. "역시, 라이트 형제의 자전거가 제일 튼튼하다니까!" 사람들은 윌버와 오빌의 솜씨를 칭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어요. 릴리엔탈이라는 사람이 글라이더를 타고 시험 비행을 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는 거예요. "오빌, 우리가 해 보자! 사람이 탈 수 있는 커다란 글라이더를 만드는 거야!" 윌버와 오빌은 먼저 글라이더를 닮은 상자연을 만들었어요. 상자에 연결된 줄로 연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지요. 자전거 고치기가 끝나면 둘은 연을 날리러 갔답니다. 다 큰 어른이 연날리기를 한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기 좀 봐. 또 연을 날리고 있어." "게다가 저걸 타고 하늘을 날겠다는 군." 하지만 윌버와 오빌은 글라이더 만들기를 그만두지 않았어요. "형, 우리가 정말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오빌, 실망하지 마. 우리는 꼭 해낼 수 있어!" 윌버와 오빌은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좋은 친구이기도 했답니다. 마침내 사람이 탈 수 있는 커다란 글라이더가 만들어졌어요. "오빌, 우리의 첫 비행이야!" "그래, 형. 첫 비행이니까 형이 먼저 타." 글라이더에 올라탄 윌버는 조금 겁이 나기도 했어요. "형, 꽉 잡아! 자, 출발한다!" 오빌이 끈을 놓자 글라이더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 난다. 날아! 오빌, 내가 날고 있어!" 글라이더는 금방 땅으로 떨어졌지만 형제는 기뻤답니다. "이정도면 성공이야! 우린 꼭 해낼 수 있어, 오빌!" 윌버와 오빌은 곧 두 번째 글라이더를 만들었어요. 두 번째 글라이더도 바람을 타고 잘 날았지요. 그런데 조정기가 없는 글라이더는 방향을 조절할 수 없었어요. 윌버와 오빌은 다시 연구를 시작해야 했어요. 그리고는 옆과 아래 위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세 번째 글라이더를 만들었어요. 세 번째 글라이더는 아주 높이까지 날았어요. "형, 그렇지만 바람이 없으면 우리 글라이더는 날 수가 없어!" "음. 바람처럼 빨리 달리게 하면 될 거야." 오랫동안 연구가 계속됐어요. 아주 힘들고 어려웠지만 둘은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형, '플라이어 1호'의 탄생이야!" 드디어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플라이어 1호'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날 수가 있었어요. 윌버와 오빌은 모래 언덕에서 '플라이어 1호'의 시험 비행을 하기로 했지요. "오빌, 이번에는 네가 타도록 해." 점점 빨라지던 '플라이어 1호'가 갑자기 '붕' 하고 날아 올랐어요. "날았어, 형! 드디어 내가 새처럼 날고 있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라이트 형제 말고는 하늘을 날았다고 말하는 허풍쟁이들이 많았거든요. "형, 사람들에게 우리가 나는 모습을 보여 주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행이 시작됐어요. "와아! 정말 사람이 하늘을 날잖아?" "정말 대단해!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니!" 사람들은 윌버와 오빌에게 큰 박수를 보냈어요. "오빌, 다른 사람들도 하늘을 날게 해 주고 싶어." 윌버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답니다. 또다시 새로운 비행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비행기예요. 많은 사람들이 직접 하늘을 날아 보고 싶어했지요. 그 중에 아주 씩씩한 육군 중위가 오빌과 함께 비행기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하늘 높이 날아 올랐던 비행기가 갑자기 땅으로 뚝 떨어져 버린 거예요. 용감했던 육군 중위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오빌도 다리를 크게 다쳤지만 중위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좀더 안전한 비행기가 필요해!' 오빌은 안전한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연구했어요. 윌버와 오빌 형제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어요. 미국 대통령과 국방 장관도 그들의 비행을 보러 오셨어요. 라이트 형제의 비행 시범은 대성공이었어요. "오!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이 비행기는 우리 군대에 큰 도움이 되겠소!" 다른 나라에서도 비행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윌버와 오빌은 비행기 회사를 차렸지요. 둘은 비행기가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더 훌륭한 비행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학교도 세웠답니다. 언제가 젊은 청년처럼 열심히 일하던 윌버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오빌은 더 이상 비행기를 만들지 않았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라이트 형제를 잊지 않았어요. 키티호크 해안에 라이트 형제의 기념비가 세워졌답니다. 할아버지가 된 오빌은 기념비가 세워진 해안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형, 저길 봐. 우리가 해냈어! 이제 사람들은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거야!"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멋지게 하늘을 가르며 날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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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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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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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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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이 지렁이처럼 꿈틀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귀를 막고 바위 뒤로 숨었어요. 시뻘건 불꽃과 흙덩이가 분수같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어요. 러시아 장군이 흥분된 얼굴로 발명가의 손을 덥석 잡았어요. "대단한 폭약이오! 황제께서 매우 기뻐하실 거요. 이 발명가가 바로 알프레드 노벨의 아버지랍니다. 알프레드의 아버지는 '지뢰'라는 폭약을 만드신 발명가예요. 러시아 황제는 알프레드의 아버지에게 큰 상을 내렸어요. 아버지는 얼른 스웨덴에 있는 가족들을 러시아로 불렀어요. 알프레드는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러시아에 온 알프레드는 깜짝 놀랐어요. 궁전같이 크고 멋있는 집에다 아버지가 발명한 보일러는 너무나 따뜻했거든요. 또, 아버지의 공장에는 신기한 기계들이 가득 차 있었답니다. 알프레드는 발명가인 아버지가 한없이 자랑스러웠어요. 러시아에 온 지 1년쯤 되자, 알프레드와 두 형들은 러시아 말도 제법 잘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온 가족의 축복 속에서 동생 에밀도 태어났답니다. 알프레드는 틈만 나면 아버지의 공장으로 달려갔어요. 화약 가루를 종이에 넣고 도톰하게 말아서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럴 듯한 폭약이 되었거든요. 알프레드는 공장 뒤뜰에서 자기가 만든 폭약을 몰래 터뜨려 보고 했어요. 폭약이 '퍽'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옴폭한 구멍을 낼 때마다 알프레드는 마냥 신이 났답니다. 청년이 된 알프레드는 아버지를 도와 더 강한 폭약을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였어요. "여보, 알프레드는 몸이 약해서 걱정이에요." 어머니는 알프레드의 건강이 걱정되었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어요. "알프레드는 내 뒤를 이을 위대한 발명가가 될 거야." 알프레드는 날마다 공장에 틀어박혀 실험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때로는 약품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와 연기 때문에 쓰러지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알프레드는 아버지와 함께 '기뢰'라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냈답니다. 이 무렵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노벨 공장은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 내느라 밤낮으로 바쁘게 돌아갔어요. 러시아는 알프레드가 발명한 기뢰를 사용해 적군의 배를 산산조각 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어요. 그러자 터키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영국과 프랑스는 더 강한 무기로 러시아 군대를 물리쳤어요. 알프레드는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서운 무기 때문에 피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결국 러시아는 전쟁에서 지고 말았어요. 노벨 공장에 쌓여 있던 무기는 하루 아침에 쓸모 없는 쇳덩어리가 되었어요. 알프레드에게 돈을 꾸어 준 빚쟁이들은 공장으로 달려와 무기를 내던지며 소리쳤어요. "내 돈부터 빨리 갚으란 말야!" 얼마 후 공장은 빚쟁이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답니다. 알프레드의 아버지는 그만 자리에 눕게 되었고요. 알프레드와 형들은 눈물을 머금고 부모님과 에밀을 스웨덴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답니다. 알프레드와 형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어요. '다시 공장을 세우고야 말겠어.' 알프레드는 일이 끝난 후에도 새로운 화약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지뢰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무기를 만들어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알프레드는 '니트로글리세린'을 화약으로 사용하면 강력한 폭약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니트로글리세린은 조금만 사용해도 공장이 무너질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아주 센 폭발력을 보였어요. "알프레드!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알프레드와 형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알프레드! 여기가 좋겠어!" 아무도 없는 한적한 호숫가를 가리키며 형들이 알프레드에게 소리쳤어요. 알프레드와 형들은 새로 만든 폭약을 시험해 보기로 했거든요. 알프레드는 상자에서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만든 폭약을 조심스럽게 살살 꺼냈어요. 그리고 심지에 불을 붙여 호수로 힘껏 던졌어요. "콰쾅! 콰쾅!" 호수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어요. 물벼락을 덮어쓴 알프레드와 형들은 너무 놀라 빨간 토끼 눈이 되었어요. 알프레드는 새로 만든 폭약 이름을 '다이너마이트'라고 지었어요. 다이너마이트의 소문은 금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어요.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들은 다이너마이트를 비싼 값에 사려고 했어요. 하지만 알프레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었어요. 다이너마이트는 돌이나 석탄을 캐는 곳에서 큰 바위를 깨뜨리는 일에 사용되었어요. 철도를 놓을 때나 굴을 뚫을 때에도 꼭 필요했지요. 알프레드는 다이너마이트로 엄청난 돈을 벌었어요. 다른 나라에 큰 공장도 여러 개 세웠답니다. 사람들은 알프레드를 '위대한 발명가'라고 불렀어요. 다시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알프레드는 동생 에밀에게 공장을 맡기고 바쁘게 돌아다녔어요. 다이너마이트의 사용법을 여러 곳에 알려 주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에밀이 일하는 공장에서 끔찍한 폭발 사고가 일어났지 뭐예요. 폭약을 잘못 건드려서 에밀이 죽고 만 거예요. 공장은 불바다가 되어 재만 남았답니다. 알프레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에밀을 잃은 슬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알프레드에게 나쁜 소식들이 전해졌어요. 미국의 어느 호텔에서 큰 폭발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런가 하면 호주에서는 폭약 창고가 폭발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알프레드가 만든 화약을 무섭고 끔찍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나라에서는 이 화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어떤 사람은 알프레드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기도 했고요. 알프레드는 왜 자꾸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맞아! 딱딱한 폭약을 만드는 거야!" 그 동안 만든 폭약은 물 같은 니트로글리세린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위험했던 거예요. '어떻게 하면 딱딱한 폭약을 만들 수 있을까?' 알프레드는 다시 연구를 시작했어요. 니트로글리세린에 톱밥을 섞기도 하고, 시멘트나 벽돌 가루를 짓이겨 보기도 했지만 모두 헛일이었어요. 그러다 화분 속에 있는 '규조토'라는 흙을 섞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니트로글리세린이 딱딱해지는 게 아니겠어요? 마침내 알프레드는 안전한 폭약을 만들어 냈답니다. 이제 딱딱한 다이너마이트는 전 세계에서 안전하게 사용되었어요.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요. 어느 날, 아름다운 여자 한 분이 중년이 된 알프레드를 찾아왔어요. 그 여인은 무기를 버려라라는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 준 소설가였어요. 알프레드는 이 소설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알프레드는 다이너마이트로 번 많은 돈을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했답니다. 알프레드 노벨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애쓴 사람,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약이나 발명을 한 사람에게 큰 상과 선물을 주도록 했어요. 또, 좋은 글로 깊은 감동을 준 사람에게도 상을 주기로 했어요. 이것이 바로 노벨상이랍니다. 알프레드 노벨은 큰 부자였지만 사치스럽게 살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기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어요. 알프레드 노벨의 아름다운 마음은 지금도 노벨 상으로 우리들 가슴에 따뜻하게 전해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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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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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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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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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이다!" "해적선이 나타났어요!" 배 꼭대기에서 망을 보던 소년이 소리쳤습니다. 선원들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콜럼버스 선장은 재빨리 뱃머리를 돌렸어요. 배에는 귀한 물건들을 잔뜩 싣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해적선은 금세 콜럼버스의 배를 따라잡았어요. "발사!" 해적선에서 대포를 쏘아 댔어요. "배가 부서졌어요!" "배가 가라앉는다." 선원들은 놀라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불이 붙은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어요. "모두 바다로 뛰어들어라!" 콜럼버스가 선원들에게 명령했어요. 선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한 명씩 뛰어내렸습니다. 콜럼버스는 가라앉고 있는 배를 한 번 둘러보았어요. 콜럼버스는 눈물을 참으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풍덩!" 콜럼버스는 있는 힘을 다해 헤엄을 쳤어요. 작은 널빤지에 매달려 밤새도록 헤엄을 쳤어요. 그러다 보니 콜럼버스는 몹시 지쳤답니다. 마침내 콜럼버스가 도착한 나라는 포르투갈이었어요. 포르투갈은 항해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였어요. 모험심 강한 선원들도 많았답니다. '여기서 항해술을 더 배워야겠다.' 콜럼버스는 포르투갈에 머물기로 했어요. 콜럼버스는 바다의 지도를 그리기도 하고, 사람들과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콜럼버스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무척 좋아했어요. 멀리 나갔던 고깃배가 들어올 때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부두로 뛰어갔습니다. "아저씨, 어디서 오는 건가요?" "정말 바다의 끝은 낭떠러지인가요?" 털보 아저씨는 콜럼버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야자열매로 가득한 나라에서 왔단다. 다음에는 반드시 황금의 나라에 갔다 오마." 털보 아저씨는 콜럼버스에게 커다란 야자열매를 주셨어요. "황금의 나라라고요?" 콜럼버스는 귀가 번쩍 틔었어요. 아무도 황금의 나라를 본 적은 없답니다. '황금의 나라를 반드시 찾아내야지.' 콜럼버스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린 콜럼버스는 선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했어요. 선원들의 심부름은 물론 날마다 배 청소를 하였어요. 멀리 나가는 배가 있으면 태워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답니다. "넌 너무 어려서 안 돼!" 선장님이 태워주지 않으면 콜럼버스는 몰래 숨어서 가기도 했어요. 선장님은 그런 콜럼버스가 예뻤어요. 그래서 선장님은 콜럼버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답니다. 드디어 콜럼버스가 배의 주인이 되었어요. 스물한 살의 젊은 선장님이 된 거지요. '바다의 서쪽으로 계속 가면 황금의 나라가 나올 거야. 그리고 인도도.' 콜럼버스는 항해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나라를 찾아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나와 함께 황금의 나라를 찾아갈 사람은 모두 모이시오!" 콜럼버스는 사람들을 모으러 다녔어요. 그러나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비웃었어요. "바다 끝은 낭떠러지야." "바다 깊은 곳에는 괴물이 살고 있대. 물이 높이 치솟으면 배 한 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 버린대." "황금의 나라는 없어. 다 지어낸 얘기야." 콜럼버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다는 무서운 곳이 아닙니다. 새로운 나라를 찾으면 우리는 부자가 될 거예요."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어요. 콜럼버스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콜럼버스가 마흔한 살 되던 해였어요.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해.' 콜럼버스는 자신의 말을 믿어 줄 사람이면 누구라도 찾아다녔어요. 어느 날, 콜럼버스는 에스파냐의 여왕을 찾아갔어요. 여왕은 콜럼버스를 매우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여왕 폐하, 만일 제가 새로운 땅을 찾으면 에스파냐에 바치겠습니다." 여왕은 콜럼버스의 자신에 찬 모습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콜럼버스, 당신을 탐험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겠소." 여왕은 콜럼버스가 떠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 주었어요. 드디어 콜럼버스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 거랍니다. "자, 닻을 올려라!" 산타 마리아호의 닻이 높이 올랐습니다. "출발!" 산타 마리아호의 뒤를 이어 핀타호, 니나호가 따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부두에 나와 손을 흔들었습니다. 선원들은 황금의 나라를 찾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모두들 들떠 있었어요. "가장 먼저 황금의 나라를 찾으면 더 큰 상을 주실 거야." 선원들은 잔뜩 부푼 가슴을 안고 힘찬 항해를 시작했답니다. 일행을 태운 배들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갔어요. 그러나 항구를 출발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육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가도 가도 바다뿐이었어요. 선원들은 점점 불안해졌어요. "폭풍이다!" 잔잔하던 바다가 갑자기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파도가 배를 덮쳤어요. 돛이 찢어지고,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어요. "힘을 냅시다! 폭풍을 이겨 내야 합니다!" 뱃머리에 서서 콜럼버스가 소리쳤어요. 선원들은 콜럼버스의 명령에 따라 너도나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폭풍은 나흘 동안이나 계속되었어요. 선원들은 죽을힘을 다해 폭풍과 싸웠어요. 폭풍이 사라지자 선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어요. "이 사기꾼! 너 때문에 우리 모두 죽게 생겼어. 빨리 뱃머리를 돌려라! 집으로 돌아가겠다." 금방이라도 콜럼버스를 죽일 기세였어요. 콜럼버스는 선원들을 달랬습니다. "이제 곧 육지가 나타날 겁니다. 만일 사흘 안에 육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는 돌아갑니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만일 육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갈 생각이었어요. 콜럼버스가 약속한 사흘 중에서 이틀이 지났어요. 그러나 육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콜럼버스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배가 지나온 길을 지도로 그렸어요. '분명히 육지가 있을 거야.' 콜럼버스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제 이틀 후면 약속대로 배를 돌려야 합니다. 콜럼버스는 뱃머리에 서서 망원경을 들었습니다. 선원들은 콜럼버스를 노려보았어요. 그때였어요. "육지다!" 배 꼭대기에 있던 선원이 소리쳤어요. 콜럼버스는 재빨리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정말, 정말 육지가 있어!" 콜럼버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어디? 어디?" 선원들은 서로 보겠다고 망원경을 빼앗았습니다. "저기, 육지가 보인다!" 선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콜럼버스를 얼싸안고 춤을 추었어요. 콜럼버스도 선원들을 꼬옥 안았습니다. 드디어 육지에 도착했습니다. 콜럼버스는 발을 내딛자마자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에스파냐 국기를 꽂았어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순간이었지요. 하지만 콜럼버스는 여기가 인도라고 생각했답니다. 만일 콜럼버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콜럼버스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탐험을 계속했습니다. 황금의 나라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콜럼버스가 발견한 쿠바 섬, 아이티 섬 등 아름다운 섬 나라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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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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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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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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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거품을 내며 바위를 치고 있어요. 마르코는 오늘도 바닷가에 앉아 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마르코는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오늘은 아빠가 돌아오실까." 마르코가 갓난아기였을 때 아빠는 삼촌과 함께 장사를 하러 외국에 나갔답니다. 엄마는 일찍 하늘나라에 가셨고요. '불쌍한 우리 마르코.' 마르코를 어려서부터 돌봐 주신 폴로라 아주머니는 어깨가 축 처져 돌아오는 마르코가 딱하기만 했어요. "쏴아아, 철퍼덕!" "아주머니! 어디 계세요?" 턱수염이 부글부글한 두 남자가 폴로라 아주머니의 가게로 성큼 들어섰어요. "아니, 이게 누구야? 마르코! 네 아빠와 삼촌이 오셨구나!" 마르코는 아빠라는 말에 그만 와락 울음이 터졌어요. "어이쿠, 이 녀석! 벌써 어른이 다 됐는걸!" 아빠는 흐느끼는 마르코를 덥석 품에 안았어요. 그리고 외국에서 가져온 희한한 물건들을 마크로 앞에 쭈욱 펼쳐 놓았어요. "이것들이 뭔지 알겠니? 하하하." 마르코는 뭐가 뭔지 어리둥절했지만 아빠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답니다. 마르코의 아빠와 삼촌은 그 동안 동쪽에 있는 큰 나라, 중국에 다녀왔지요. 그 때 중국의 이름은 원나라였는데 쿠빌라이 칸이라는 왕이 다스렸어요. "쿠빌라이 칸은 말을 아주 잘 타고 용맹스런 왕이란다. 머리는 까맣고 피부색도 누르스름하지." 아빠와 삼촌은 틈날 때마다 중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마르코는 중국 이야기에 정신이 쏙 빠져 버렸답니다. "아빠! 나도 중국에 가고 싶어요!" 아빠와 삼촌이 다시 짐을 꾸리는 것을 보자 마르코도 따라 나섰어요. "좋아! 이번엔 우리 마르코도 함께 가자꾸나!" 마르코의 얼굴은 기쁨과 기대감으로 환하게 빛났어요. 중국 원나라로 가는 길은 편하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배를 타고, 또 말을 타야 했어요.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겨야 했고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어느 마을을 지나갈 때였답니다. 집들은 모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어요. 타박타박 말을 타고 가던 마르코 일행은 왠지 으스스 소름이 끼쳤어요.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흙바람도 더욱 거칠어지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왔어요. "두두두둑 두두두둑! 잡아라!" 활처럼 굽은 칼을 든 도적 떼들이 마르코 일행에게 몰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빨리 피해!" 마르코 일행은 있는 힘을 다해 마을 밖으로 말을 몰았어요.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짐꾼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아까운 물건들도 모두 빼앗겼고요. 마르코 일행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어요. 한참을 가다 보니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이 나오지 뭐예요. 마르코는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숨이 턱턱 막히고 입술은 쪼글쪼글 타들어갔어요. "아빠, 목이 말라요."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물통의 물은 바닥이 나고 말았답니다. 그러나 오아시스는 사막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물이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어요. 마르코는 물웅덩이를 발견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갔어요. "안 돼! 마르코! 거긴 독이 있어!" 마르코가 양 손바닥에 담긴 희뿌연 물을 막 삼키려는데 아빠가 소리쳤어요. 마르코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답니다. "마르코, 내가 누군지 알겠니?" 아빠는 마르코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어요. 마르코는 일 주일도 넘게 열병을 앓아 누워 있었답니다. 다행히도 곧 마을을 만나 마르코를 치료할 수 있었던 거예요. 다시 기운을 차린 마르코에게 삼촌은 사막에서 일어난 놀라운 얘기를 해 주었어요. "사막에서는 밤이 되면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단다." "짐꾼들 중에 그 목소리를 따라갔다가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지." 마르코는 그 무서운 사막을 벗어난 것이 꿈만 같았어요. 마르코의 병이 다 낫자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날 차비를 했어요. 마르코 일행은 파미르 고원에 이르렀어요. 파미르 고원은 아주 높은 곳이어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렸어요. "헉헉, 아. 어지러워."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공기는 점점 모자랐어요. 마르코는 숨이 턱에 차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어요. "조금만 참거라. 여기만 넘으면 중국이란다." 아빠는 마르코가 탄 낙타를 앞에서 끌어 주었어요. 마르코는 고원에서 생전 처음 산양을 보았어요. 산양은 뿔이 얼마나 큰지 도르르르 한 바퀴 감길 정도였지요. 또 회색빛 털을 가진 늑대들도 보았어요. 늑대는 어찌나 사나운지 '크르렁' 하고 입을 벌리면 모두들 벌벌 떨었답니다. 드디어 마르코 일행은 중국 원나라 땅에 도착했어요. "아! 여기가 바로 중국이군요!" 마르코의 가슴은 쿵쿵 뛰었답니다. 쿠빌라이 칸은 마르코 일행이 다시 왔다는 소식을 듣고 궁궐로 불렀어요. 궁궐이 있는 마을은 크고 아름다웠답니다. 아름다운 꽃 향기가 거리를 휘감고, 울긋불긋한 비단과 도자기가 마르코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쿠빌라이 칸의 궁궐에 도착한 마르코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뒤엉킨 두 마리 용들이 새겨진 성문, 금빛으로 번쩍번쩍 눈부신 벽들, 알록달록한 등불과 신비한 향냄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쿠빌라이 칸 앞에 서게 된 마르코 일행은 허리를 깊이 구부리고 인사를 했어요. 쿠빌라이는 화려한 황금 의자에 앉아서 미소를 띠었어요.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소." 넓은 이마, 이글거리는 눈빛, 검은 턱수염. 마르코의 눈에는 쿠빌라이가 무척 위대해 보였어요. 그 후 몇 년 동안 마르코는 쿠빌라이 곁에서 일을 도왔어요. 마르코는 쿠빌라이에게 서양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중국까지 오면서 겪은 사건들을 들려 주었어요. 쿠빌라이는 용감하고 영리한 마르코가 아주 믿음직스러웠어요. "마르코, 내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여러 마을들을 좀 돌아 보고 오게." 짐을 꾸린 마르코는 먼저 티베트란 곳으로 갔어요.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올린 티베트 사람들은 마르코에게 쌀로 만든 술과 양고기를 대접했어요. 미얀마란 곳은 코끼리를 탄 병사들이 몽고군과 싸움을 벌여 아름다운 금탑과 불상들이 부서져 버렸어요. 마르코는 이 모든 일들을 글로 적어 쿠빌라이에게 보냈답니다. 마르코는 다시 궁궐로 돌아왔어요. 쿠빌라이는 마르코에게 불룩한 돈주머니와 푸른색 비단을 상으로 주었어요. 마르코는 중국에서 부족한 것 없이 지냈지만 조금씩 조금씩 고향이 그리웠어요. 어느 새 아버지와 삼촌은 할아버지가 되었답니다. 어느 날, 쿠빌라이는 마르코를 조용히 불렀어요. "내 딸을 페르시아로 시집보내려 하오. 페르시아까지 마르코가 데려다 주시오." 마르코는 공주님의 짐과 보물들을 열세 척의 배에 잔뜩 실었어요. 그리고 칼과 활을 가진 병사들과 함께 길을 떠났어요. 마침내 마르코는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운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랍니다. 중국을 떠나 페르시아로 가는 길은 험난했어요. 폭풍으로 돛이 찢기고, 배멀미로 시달리기도 했어요. 전염병과 더위로 쓰러진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사이 쿠빌라이 칸이 죽었다는 슬픈 소식도 들었답니다. 하지만 용감한 마르코는 무사히 공주님을 페르시아 왕자에게 모셔다 드렸어요. "공주님!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마르코! 안녕히 가세요!" 마르코는 2년 동안 함께 배를 타고 오면서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려 하니 눈물이 나왔어요. 마르코 일행은 힘찬 발걸음으로 고향을 향해 나아갔어요. 마르코의 고향, 베네치아는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어요. 반달 모양의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 그 위를 여유롭게 지나가는 곤돌라. "아주머니! 아저씨! 마르코예요!" 하지만 고향 친척과 친구들은 부스스한 턱수염에 낡아빠진 옷을 걸친 마르코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마르코는 쿠빌라이가 준 푸른 비단 옷을 꺼내 갈아입었어요. "어머나! 정말 아름다운 옷이야!" 마르코는 비단 옷을 잘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옷을 잘라 나누어 주는 것을 보니 옛날 그 마르코가 틀림없어!" 고향 사람들은 마르코를 얼싸안았답니다. 마르코가 고향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베네치아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마르코는 그만 적에게 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답니다. 마르코는 감옥에서 루스티켈로라는 작가를 만났지요. 그 작가는 마르코가 들려 준 여행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이것이 바로 동방견문록이란 유명한 책이랍니다. 동방 견문록이 나왔을 때 유럽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요. 동쪽에도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 후 많은 여행가들이 이 책을 보고 아시아를 찾아갔답니다. 용기와 모험의 대장 마르코 폴로 덕분에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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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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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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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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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두 앞으로!" 꼬마 나폴레옹이 긴 나무칼을 휘두르며 뛰어갑니다. "와아!" 아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나폴레옹을 따라갑니다. 꼬마 나폴레옹은 전쟁 놀이를 좋아했지요. 전쟁 놀이를 할 때면 언제나 큰 형들을 제치고 대장이 되었답니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고 유난히 머리가 큰 아이였어요. 명랑한 데다 장난꾸러기이기도 했고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나폴레옹은 친구 브리앙과 함께 언덕에서 놀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고 천둥 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퍼부었어요. "나폴레옹, 집에 가자. 무서워." 브리앙이 겁에 질려 말했어요. "소나기는 곧 그칠거야." 나폴레옹은 브리앙을 꼬옥 안으며 자신 있게 말했어요. 나폴레옹의 말대로 정말 비가 그치고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어요. "브리앙 우리지 무지개를 잡아 보자!" 나폴레옹과 브리앙은 무지개를 잡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달려갔어요. "앗! 나폴레옹, 위험해!" 뒤따르던 브리앙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고 말았어요. 나폴레옹은 벼랑 끝에 매달린 무지개를 잡으려다가 그만 벼랑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피가 났어요. 하지만 나폴레옹은 툭툭 털며 일어났지요. "무지개란 놈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꼬마 나폴레옹의 눈은 모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 나폴레옹이 열한 살 때 일이에요. "나폴레옹. 네 꿈은 뭐지?” 아버지가 다정하게 물었어요. "멋진 장군이 되는 거예요"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요. 아버지도 나폴레옹이 훌륭한 군인이 되길 바라셨거든요. "이제 이 작은 섬 코르시카를 떠나 프랑스로 가거라." 나폴레옹의 어깨를 감싸며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마침 군인 학교에서 학생을 모집한다는구나. 너의 꿈을 이루렴." 나폴레옹은 가족들과 헤어지는 게 슬펐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답니다. 나폴레옹은 브리엔 유년 사관 학교 학생이 되었어요. "꼬마 시골뜨기, 집에 가서 놀아라." 프랑스 귀족 아이들은 나폴레옹을 놀려 댔어요. 나폴레옹은 친구가 없어 외톨이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책 읽는 걸 좋아했거든요. 나폴레옹은 귀족 아이들보다 훨씬 성적이 뛰어났어요. "나폴레옹을 우리 반 반장으로 임명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모두 놀랐어요. 나폴레옹은 훌륭한 반장이 되어 반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답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이었어요. 운동장에서 눈싸움이 한창이에요. "얏! 매운 맛 좀 봐라! 눈 폭탄 이 나가신다!" 눈덩이가 정신없이 날아다녔어요. 나폴레옹은 진짜 장군처럼 작전을 짰답니다. "얘들아, 한꺼번에 공격하지 말고 너희들은 숨어서 눈덩이만 많이 만들어 상대편 아이들이 앞까지 몰려오자 나폴레옹이 공격 신호를 내렸어요. 그러자 아이들은 사정없이 눈덩이를 날렸어요. 상대편 아이들은 모두 도망치기 바빴지요. "우리가 이겼다!" 아이들은 좋아서 서로 껴안고 팔짝팔짝 뛰었답니다. 눈싸움에 이긴 후 아이들은 나폴레옹을 잘 따랐어요. 나폴레옹은 6년을 다녀야 하는 유년 사관 학교를 4년 만에 졸업했어요. 게다가 파리의 육군 사관 학교에도 다니게 되었고요. 나폴레옹은 너무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사관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하지만 나폴레옹은 집으로 갈 수가 없었어요. 훌륭한 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슬픔을 이거 내야 했거든요. 나폴레옹은 사관 학교를 졸업하고 젊은 장교가 되었어요. 힘든 일은 앞장서서 하고 부하들도 사랑하는 매우 인기 있는 장교였답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싸움터에서도 항상 부하들과 함께 싸웠어요. "나를 따르라!" 나폴레옹은 전투마다 승리로 이끌었어요.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나폴레옹은 장군이 되었어요. 어릴 적 꿈을 이룬 것이지요. 나폴레옹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이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했어요. "두 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축하했어요. 하지만 나폴레옹은 결혼을 하자마자 부인과 헤어져야 했어요. 또 다시 전쟁터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에요.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뛰어난 작전으로 계속 승리했지요. "나폴레옹 장군 만세! 프랑스 만세!" 프랑스 국민들은 나폴레옹을 새 지도자로 뽑았어요. "나폴레옹 장군 덕분에 우리 모두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거란다."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폴레옹이 만든 나폴레옹 법전을 환영했어요. 이 법전은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두 평등하게 살도록 해 주었지요. 또 나폴레옹은 학교를 많이 세워 누구나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답니다. 평화롭던 프랑스에 또다시 침입자가 나타났어요. 오스트리아가 프랑스를 위협했던 거예요. 나폴레옹은 이번에도 멋진 작전을 짰어요. "우리는 알프스 산을 넘어 이탈리아로 쳐들어갈 것이다." 나폴레옹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눈이 이렇게 쌓여 있는데, 어떻게 알프스를 넘는단 말입니까?" 하지만 나폴레옹은 자신 있게 말했어요.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나를 따르라!" 프랑스 군사들은 나폴레옹의 뒤를 따랐습니다. 높은 알프스 산만 믿고 안심하던 적군은 우왕좌왕하다가 크게 패하고 말았지요. 이것이 유명한 나폴레옹의 마렝고 전투랍니다. 이 전투의 승리로 나폴레옹은 대관식을 거쳐 황제가 되었답니다. 1나폴레옹 황제는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대부분을 차지했어요. 그러나 나폴레옹은 만족하지 않았답니다. "러시아만 정복하면 유럽 전체를 얻을 수 있는데." 마침내 나폴레옹은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어요. 넓은 러시아는 가도 가도 끝이 없었지요. 얇은 옷을 입은 군사들은 겨울이 되자 모두 지쳐 버렸어요. 병사들은 춥고 배가 고팠답니다. 그 때 러시아 군이 공격해 왔어요. 지친 프랑스 군은 싸울 힘이 없었어요. 결국 나폴레옹은 군사를 모두 잃고 프랑스로 돌아갔어요. 프랑스의 군사력이 약해진 것을 알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공격해 왔어요. 나폴레옹은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요. 아주 오랫동안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되었지요. 그러나 유럽의 연합군을 이길 수가 없었답니다. 이 전투는 나폴레옹의 마지막 싸움터가 되었어요.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쟁에서 완전히 지고 말았답니다. 유럽의 연합군은 나폴레옹을 죽음의 섬에 가두었어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무시무시한 죽음의 섬에 갇혀 버린 거예요. 썩어 가는 나무 기둥과 바닥에서 온갖 악취가 풍겼어요. 밖에는 영국 보초병이 지키고 있어 도망칠 수도 없었답니다. 나폴레옹은 점점 야위어 가다가 병이 들고 말았어요. '죽기 전에 내가 걸어온 길을 글로 남겨야지.' 나폴레옹은 차분히 자신의 삶을 정리했어요. '영웅답게 죽음을 받아들이자.' 쉰두 살의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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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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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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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골짜기에서 전쟁놀이가 한창이에요. "어서 나와서 항복하라!" 왕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요. 이웃 마을 아이들이 굴 속으로 도망쳤거든요. "안 되겠다. 동굴 앞에다 불을 피워라." 불을 피우자 연기가 굴 속으로 들어갔어요. "콜록콜록!" 이웃 마을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굴 밖으로 뛰어나왔어요. 송악 마을 아이들이 멋지게 이긴 거에요. 왕건은 송악 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를 당당하게 걸어갔어요. "왕건 대장만 있으면 문제 없다고!" 송악 마을 아이들은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지요. 송악은 물이 맑고 인심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에요. 왕건은 송악을 다스리는 왕륭의 아들이랍니다. 송악 사람들은 모두 왕륭을 존경했지요. 왕건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자랐어요. 어느 깊은 밤이었어요. 마당을 서성이던 왕륭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 일을 어찌 할꼬.' 왕륭은 어지러운 나라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 당시 신라는 진성 여왕이 다스리고 있었어요. 진성 여왕은 나라 살림이 어떻게 되든지, 백성들이 어떻게 되든지 아무 관심도 없었어요. 백성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면 도둑이 되어야 했지요. 마침내 왕륭은 큰 결심을 했답니다. 아들을 데리고 궁예를 찾아가기로 했지요. 궁예는 옛 고구려의 뒤를 잇는 새로운 나라를 열어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일어선 인물이에요. 궁예는 강원도 일대를 무대로 세력을 키우고 있었지요. "왕건이라고? 아주 영특하게 생겼구나." 궁예는 왕건의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궁예는 송악으로 도읍을 옮기기로 했어요. 왕건은 궁예의 뜻을 받들어 송악에 크고 튼튼한 성을 쌓았답니다. 왕건은 훌륭한 장군으로 성장했어요. 그리고는 싸움마다 승리로 이끌었지요. 왕건은 바다에서도 이름을 떨쳤답니다. 바다에서의 싸움에 대비해 미리 훈련을 해 두었거든요. 왕건은 점령한 고을의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어요. "왕건 장군 만세!" 백성들은 왕건 장군을 존경했지요. 양주성에서 양길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어요. "양길의 군대는 험한 산을 지나게 된다. 숨어 있다가 공격을 하면 적은 군사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왕건은 지도를 보며 자신있게 말했어요. 양길의 군대가 좁은 계곡에 다다르자 왕건은 공격 명령을 내렸어요. "와아, 와아!" 양길의 군대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었답니다. 마침내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우고 철원으로 도읍을 옮겼어요. 왕건이 군사들과 함께 철원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모두들 목이 말라 우물 앞에 잠시 멈추었답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겠소?" 왕건은 아름다운 처녀에게 말을 건넸어요. 처녀는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왕건에게 주었지요. "급히 마시면 체합니다." 처녀는 마을 호족의 딸 유화였어요. 왕건은 유화에게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을 했어요. 궁예가 임금의 자리에 오른 지 사 년이 지났어요. 궁예는 화려한 궁궐에서 편안하게 살았지요. 처음 나라를 세울 때의 뜻은 까맣게 잊어버렸답니다. 옳은 말을 하는 신하들에게 무서운 벌을 내리고, 백성들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거두었지요. 궁예는 날이 갈수록 더욱 포악해지고, 백성들의 원망은 그만큼 커졌답니다. 왕건이 나주에서 후백제를 크게 이기고 돌아온 날이었어요. 여러 명의 장수들이 왕건을 찾아왔답니다. "장군, 궁예는 제정신이 아니오. 우리가 나라를 일으켜야 합니다." 왕건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굶주린 백성들을 구해야 한다.' 왕건은 백성들을 위해 결심을 굳혔어요. "나를 따르시오!" 왕건은 장수들의 손을 힘있게 잡았어요. 왕건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왕위에 올랐어요. 궁예는 대궐 밖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지요. 왕건은 나라의 이름을 고려라고 지었어요. '나라를 세울 때의 마음을 잊지 말자.' 왕건은 먼저 백성들을 생각하고 항상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답니다. 왕건은 지방의 호족들과도 사이좋게 지냈어요.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남쪽 지방에서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어요. 견훤은 고려를 무너뜨리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신라가 고려를 도와 주자 견훤은 화가 나서 펄쩍펄쩍 뒤었어요. "당장 가서 신라를 무너뜨리자" 결국 신라의 경애왕은 견훤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답니다. 왕건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후백제로 쳐들어갔어요. 왕건은 팔공산에서 견훤의 군사를 만났지요. 두 사람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그러자 견훤이 깊은 산 속에 군대를 숨기고 거짓으로 도망가는 척했어요. "크, 큰일이다! 우리가 속았다!" 속은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어요. 왕건은 아끼는 장군들을 잃고 겨우 빠져 나왔답니다. 왕건은 더욱 열심히 군사 훈련을 시켰어요. 얼마 후 견훤이 다시 고려로 쳐들어왔어요. 왕건은 견훤의 군사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총공격을 퍼부었지요. "후퇴하라!" 고려의 군사들을 얕잡아 본 견훤은 부랴부랴 도망치기 바빴답니다. 왕건은 백성들로부터 크게 인심을 얻었어요. 왕건은 사람의 마음도 다스릴 줄 아는 훌륭한 왕이었거든요. 드디어 왕건의 소원대로 나라가 통일되었어요. 모든 백성들이 왕건을 존경했어요. 왕건은 후손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잘 살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후대의 임금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길잡이가 될 '훈요십조'를 글로 남겼답니다. 나라를 통일한 지 칠 년이 지난 어느 날 왕건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눈을 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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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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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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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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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내달렸어요. "으악! 사람살려!" 산에 올라갔던 마을 사람들은 멧돼지를 피해 이리저리 달아났어요. 그 때 화살이 휘익날아왔어요. 화살은 곧장 멧돼지를 고꾸라뜨렸어요. "휴우, 누가 화살을 쏘았지?" 마을 사람들은 화살이 날아온 쪽을 보았어요. "아니, 성계잖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어린 이성계를 쳐다보았어요. 어느 날, 성계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저 배를 따서 손님에게 대접하면 좋겠는데." 아버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셨어요. 높다란 배나무에 노란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요. "걱정 마세요! 아버지." 성계는 얼른 화살을 당겼어요. 그러자 커다란 배 하나가 뚝 떨어졌어요. "와! 오늘은 배를 실컷 먹겠는걸!" 옆에 있던 형과 동생은 신이 나서 바구니를 가져왔어요. 아버지는 성계가 매우 믿음직스러웠어요. 성계는 키가 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덩치도 컸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활 솜씨가 아주 뛰어났답니다. 그 무렵 이성계가 살던 곳은 원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저 못된 원나라 놈들을 이 고려 땅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이성계는 원나라 사람들이 백성들을 괴롭히고 함부로 대할 때마다 화가 났어요. 또 힘으로 물건을 빼앗을 때는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이 다음에 내 손으로 꼭 몰아내고 말겠어!" 어느 날, 수십 명의 원나라 도둑 떼가 마을에 쳐들어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했답니다. "모두들 나와서 무릎을 꿇어라!" 도둑의 우두머리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그 때 담 너머로 이성계의 얼굴이 슬쩍 보였어요. 그리고는 금세 화살 하나가 피융 날았어요. 화살은 놀랍게도 도둑 우두머리의 투구 꼭지를 맞혔어요. "이크, 내 투구!" 화살은 계속 날아와 도둑들의 투구를 모두 떨어뜨렸어요. "귀신이 활을 쏘는가 보다!" "아이쿠, 달아나자!" 도둑 떼는 겁에 질려 모조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답니다. 이성계는 차츰 어른이 되면서 부하 군사들을 거느리게 되었어요. 이성계는 부하들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답니다. 어느 날, 이성계의 군사들은 적군 세 명을 포로로 잡았어요. 이성계는 말에서 내려 적군 포로들에게 다가갔어요. "많이 다쳤군." 비록 적군이었지만 상처에 붕대를 매 주었어요. "장군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적군들은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다른 장군이었다면 분명히 살아남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성계가 왜구들을 통쾌하게 무찌른 날이었어요. "장군님! 이 곳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대나무를 베어 천막 기둥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털복숭이 부하가 말했어요. "그건 안 된다!" "백성들이 대나무를 그냥 주겠다고 하는데요?" "이 대나무는 백성들의 것이 아니냐! 백성들 것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 이성계는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도와 주려고 애썼답니다. 원나라의 홍건적은 틈만 나면 고려 땅으로 쳐들어왔어요. 북쪽 마을 사람들은 빨간 수건만 봐도 진저리를 칠 정도였지요. 임금님은 이름난 장수들을 전쟁터로 보내 홍건적을 물리치도록 명령했어요. 하지만 전쟁터에 나갔던 장수들마다 모조리 패하고 말았답니다. "이성계 장군! 홍건적을 무찔러주시오!" 이성계는 임금님의 명령을 받고 전쟁터로 나갔어요. 마침내 이성계는 이천 명의 군사들을 데리고 나가 홍건적을 모두 몰아내고 함흥 북쪽 땅을 다시 빼앗아 왔답니다. 임금님은 이성계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어요. 어느 날 이성계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이게 무슨 꿈일까? 내가 나무토막 세 개를 짊어지고 '꼬끼오' 하고 울다니!' 이성계는 무학 스님을 찾아가 꿈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자 스님은 흠칫 놀랐어요. "장군은 장차 임금님이 될 것이오. 나무토막 세 개를 등에 졌다니 그건 임금 왕이요, '꼬끼오' 를 한자로 쓰면 고귀위지요." "쉿! 이 꿈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마시오." 이성계는 스님에게 단단히 부탁하고 산을 내려왔답니다. 고려의 형편은 날이 갈수록 말이 아니었어요. 관리들은 온갖 방법으로 백성들을 괴롭혔어요. 홍건적과 일본 해적들도 끊임없이 쳐들어와 재물을 빼앗아 갔어요. 뿐만 아니라, 궁궐에 있는 대신들은 원나라의 심부름꾼이나 다름없었어요. 원나라 황제의 명령대로만 움직였기 때문이에요. "이성계 장군, 어서 명나라로 쳐들어가시오!" 그 때 중국에서는 원나라에 맞서 명나라가 새롭게 일어나고 있었어요. 명나라를 치다가는 많은 군사들이 다칠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이성계는 어쩔 수 없이 명나라로 향했답니다. 날은 춥고 먹을 것도 떨어져 군사들은 점점 지쳐 갔어요. 마침내 위화도에 이르자 이성계는 군사들을 멈추게 했어요. "지금 명나라로 쳐들어가는 건 옳지 않다! 말 머리를 돌려 궁궐로 돌아가자!" 바로 역사적인 위화도 회군이 일어난 것이랍니다. 이성계는 궁궐에 있던 못된 신하들을 몰아냈어요. 백성들은 위하지 않고 자기들만 배불리 먹던 사람들이었어요. 마침내 이성계는 최고의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성계에게는 방원이라는 아들이 있었어요. 방원은 칼싸움도 뛰어나고 머리도 총명했어요. 늘 아버지를 돕는 일에 앞장섰지요. 어느 날, 방원은 정몽주 대감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정몽주는 위화도 회군을 한 이성계를 좋아하지 않던 분이었어요. "대감, 내가 지은 시를 한 번 들어 보시오." 방원은 정몽주의 속마음을 떠 보려고 자기가 지은 시를 큰 소리로 읊었어요. '썩어빠진 고려를 없애고 함께 힘을 합쳐 새 나라를 세우자' 는 내용이었어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정몽주 대감도 대답으로 시를 지어 읊었어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넑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시에는 고려에 대한 변하지 않는 정몽주의 충성심이 가득 차 있었어요. 방원은 속으로 몹시 서운했어요. 방원은 아버지 이성계를 왕으로 모시기 위해 정몽주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몽주 대감이 선죽교를 지날 때 없애 버려라!" 그 후 이성계를 반대하는 많은 신하들이 궁궐에서 쫓겨났어요. "부디 임금이 되시어 새 나라를 열어 주소서!" 이성계를 따르는 많은 신하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성계는 무학 스님을 다시 찾아갔어요. "고려는 이미 망한 거와 다름없소. 장군이 새 임금이 되어 백성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시오." 이성계는 무학 스님의 말을 듣고, 신하들의 뜻을 받아들였어요. '그래,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볼 테다.' 1391년, 드디어 이성계는 나라를 세우고 임금의 자리에 올랐답니다. 이 나라가 바로 조선이랍니다. 이성계는 곧 한양으로 이사를 가서 그 곳에 종묘와 경복궁을 짓도록 했어요. 종묘는 조상을 모신 사당이고요, 경복궁은 아름다운 기와로 지어진 큰 궁궐이에요. 새로운 나라, 조선의 첫 임금이 된 이성계는 백성들에게 널리 유교를 권했어요. 또 농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웃의 강한 나라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백성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려는 이성계의 마음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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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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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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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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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련 장군은 벌써 몇 번이나 앞마당을 서성거렸는지 몰라요. 아기는 한나절이 지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허허, 어떤 놈이길래 저리도 애를 먹이는고.” 얼마나 지났을까요? 마침내 방 안에서 우렁찬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대감마님, 아드님이세요, 아드님!” 고구려 소수림왕의 동생인 이련 장군의 집안에는 기쁨이 넘쳤어요. “허, 고놈 참! 시원시원 잘생긴 것이 장군감일세그려.” 아기는 몸집이 우람하고 눈, 코, 입도 큼직큼직했어요. 이 분이 바로 고구려의 19대 임금이신 광개토 대왕이랍니다. 광개토 대왕의 어릴 적 이름은 담덕이었지요. 담덕은 장안성에서 튼튼하고 영특하게 자랐어요. 어린 담덕은 일찍부터 활쏘기와 말타기를 익혔답니다. “담덕아! 장군이 되면 바른 마음가짐을 갖추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해야 하느니라.” 담덕은 아버지 이련 장군의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새겼어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훌륭한 장군이 될 테야.’ 담덕은 굳게 다짐했어요. 어느 날 장안성에 급한 소식이 전해졌어요. “상감 마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련 장군과 담덕은 허겁지겁 궁궐로 달려갔어요. 이련 장군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답니다. “선왕이 태자를 정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일을 행여나 적국들이 알게 되면 큰일이오!” 신하들은 뒤를 이을 왕을 속히 정해야만 했어요. “선왕의 동생이신 이련 장군을 왕으로 모셔야 하오!” 그리하여 이련 장군은 고구려의 새로운 왕이 되었답니다. 따라서 담덕은 태자가 되었지요. 오늘은 담덕이 태자로 정해지는 날이랍니다. 담덕은 아침부터 가슴이 설레었어요. 궁궐 안에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어요. 마침내 임금님이 금빛 옷을 번쩍이며 높은 자리에 앉으셨답니다. “여러 대신들은 들으시오! 나는 고구려를 힘있는 나라로 만들 것이오. 또한, 담덕 태자가 내 뒤를 이어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 것이오!” 담덕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태자가 된 담덕은 전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했어요. 담덕은 낮이면 활과 칼 솜씨를 갈고 닦았으며, 밤이 되면 글공부에 힘을 쏟았어요. “임금님, 태자께서는 글 공부도 잘할 뿐더러 무예도 뛰어나 어지간한 장수들은 당해 낼 수가 없사옵니다.” 신하들의 칭찬에 임금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어요. “다행이구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을 잘 닦아 덕을 쌓는 게 중요하오!” 궁궐 안의 학식 높고 덕망 깊은 신하들이 태자를 가르쳤어요. 담덕은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잘 따랐답니다. 어느 날, 태자는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나서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런 못된 호랑이가 있나?” 용감한 태자는 말을 타고 쏜살같이 궁궐 밖으로 나갔어요. “호랑이도 달아날 구멍이 있어야 하는 법, 어서 성문을 열어라!” 태자는 호랑이를 성문 밖으로 몰아냈어요. 그리고 산 속까지 호랑이를 쫓아갔답니다. 산 속에 이르자 큰 바위 뒤에 숨어 있던 호랑이는 ‘어흐흥!’ 울부짖으며 갑자기 태자에게 덤벼들었어요. “이노옴!” 태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힘껏 활시위를 당겼어요. ‘휘익!’ 바람처럼 날아간 화살은 호랑이의 몸에 꽂혔어요. 마침내 호랑이는 네 다리를 쭉 뻗고 말았답니다. 태자는 말 잔등에 죽은 호랑이를 실었어요. “쿵!” 궁궐 마당에 죽은 호랑이를 내려놓자 모두들 입이 떡 벌어졌어요. “아니, 이 호랑이를 태자 혼자의 힘으로 잡았단 말이냐? 참으로 장하구나!” 임금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속으로 어리다고 얕보던 신하들도 벌벌 떨었답니다. 태자는 임금님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이 병석에 눕게 되었어요. “태자야, 우리 고구려는 그 동안 중국의 침략으로 많은 백성들이 다치고, 수많은 재산을 빼앗겼다. 또 툭하면 왜놈들이 쳐들어와 백성들을 괴롭히니 여간 걱정이 아니구나. 내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안 되는데.” 태자는 임금님의 두 손을 꼬옥 잡았어요. “아버님, 제가 반드시 물리치겠어요. 고구려를 강하게 만들고 빛내겠어요.” 태자의 말을 듣자 임금님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어요. “오, 기특하구나. 나이는 어려도 이토록 믿음직한 태자가 있으니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구나.” 임금님은 편안히 눈을 감으셨어요. 태자는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로 임금님이 되었어요. 이 분이 바로 광개토 대왕이랍니다. “나는 앞으로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북쪽의 오랑캐와 왜구를 무찌를 것이오!” 어린 임금님의 우렁찬 소리에 신하들은 새 힘이 솟았어요. “자, 군사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도록 하시오!” 나라 곳곳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십만 대군이 모였답니다. “백성들이 한뜻으로 따라 준다니 여간 기쁘지 않구려. 군사들을 위해 사냥 대회를 여시오. 편을 갈라 시합을 치르게 하고, 맹수를 잡아 오는 군사에게는 푸짐한 상을 내리시오!” 광개토 대왕은 슬기로웠어요. 군사들은 신나는 훈련으로 갈수록 용기와 자신감이 넘쳤답니다. 고구려의 군사들은 아주 힘센 군대가 되었어요. 광개토 대왕은 군사를 정비하고 적국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백제 왕이 광개토 대왕을 얕잡아 보고 쳐들어왔어요. “애송이 왕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거라!” 광개토 대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오히려 힘이 솟았어요. “어서오너라!” 고구려 군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어요. 힘차게 달려나온 고구려군은 단숨에 백제군을 물리쳤습니다. 백제군들은 도망치기 바빴어요. “적군이라도 싸울 뜻이 없는 군사는 죽이지 말라!” 광개토 대왕은 용기뿐만 아니라 덕까지 갖춘 훌륭한 왕이었답니다. 처음 치른 전쟁에서 크게 이긴 광개토 대왕은 백성들의 영웅이 되었어요. 고구려 군사들은 더욱 자신감이 넘쳐났고요. 하지만 전쟁에서 진 백제군은 풀이 죽어 서로 눈치만 살폈어요. “임금님, 고구려 군대는 독수리처럼 용맹스럽습니다.” “안 되겠소. 마침 왜군이 중국을 침략하려고 하니 왜군과 힘을 합하여 고구려를 무너뜨려야겠소!” 백제는 일본군(왜군)과 힘을 합하여 다시 고구려로 쳐들어왔어요. 이번에도 광개토 대왕은 백제를 크게 물리치고 많은 성을 빼앗았어요. 왜놈들도 꽁지 빠지게 도망쳤답니다. 광개토 대왕은 더욱 더 힘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북쪽 오랑캐들은 우리 나라를 수도 없이 쳐들어왔소. 이번 기회에 오랑캐를 모두 무찌릅시다!” 광개토 대왕의 군대는 성난 회오리처럼 북쪽의 여러 나라를 차례로 정복해 나갔어요. “와! 광개토 대왕 만세! 만만세!”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마다 백성들은 환호성을 올렸어요. 광개토 대왕의 눈부신 활약으로 중국과 만주의 땅이 우리 나라의 영토가 되어 갔어요. 광개토 대왕은 고구려를 아주 강한 나라로 만들었답니다. “이제 백성들은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금님은 궁궐에서 편히 지내십시오.” 신하들은 광개토 대왕을 쉬게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으윽. 어지러워.”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던 광개토 대왕이 털썩 쓰러지고 말았어요. 광개토 대왕의 병으로 온 나라는 발칵 뒤집혔어요. “전쟁터에 나가 싸워야 하는데. 궁궐에서 편안히 있으니 오히려 몸이 아프구나.” 광개토 대왕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답니다. 광개토 대왕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드넓은 중국 땅을 호령하고 고구려의 강한 힘을 자랑했던 광개토 대왕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영원히 잠들고 말았답니다. 광개토 대왕은 우리 나라의 역사를 빛낸 왕이었어요. 우리 나라의 국토를 가장 많이 넓혔던 위대한 왕이기도 하고요. 광개토 대왕의 업적은 중국 땅 곳곳에 세워진 비석에 잘 나타나 있어요. 그 비석으로 우리의 옛 영토가 어디까지였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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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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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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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얏!" 유신은 집 마당에서 칼싸움이 한창입니다. 아버지는 유신의 칼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생각했어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겠는걸.'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어요. "하하하, 우리 유신이 칼 솜씨가 대단하구나!" 아버지는 유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셨어요. 유신의 나이 겨우 여덟 살이었어요. 유신은 사냥을 매우 좋아했어요. "노루 잡아라!" 유신은 한 번에 노루를 쓰러뜨렸답니다. "맞았다!" 모두 기뻐서 쫓아왔어요. 그런데 쓰러져 있던 노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요. "노루가 살아 있잖아?" 사람들이 다시 노루를 잡으려고 했어요. 그러자 유신은 "나는 노루를 맞히려고 했지,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 하고 말했어요. 유신은 노루를 자유롭게 놓아주었답니다. 유신은 열다섯 살에 화랑이 되었어요. 그 당시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싸움이 끊이질 않았답니다. 서로 나라를 통일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김유신은 화랑 중에서도 으뜸이었어요. 어느 날 백석이라는 화랑이 김유신을 찾아왔어요. "적을 알면 싸움에서 쉽게 이길 수 있어요." 김유신은 백석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고구려까지는 아주 먼 길이었어요. 드디어 고구려의 깃발이 보였어요. 김유신은 조심조심 들키지 않게 다가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유신의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김유신의 귀에 신비로운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화랑님, 빨리 신라로 돌아가세요. 백석은 고구려가 보낸 첩자랍니다. 백석을 따라가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김유신은 재빨리 몸을 피해 신라로 돌아왔습니다. 얼마 후 백석이 돌아와서 김유신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김유신은 당장이라도 백석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느냐?" 백석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흐느끼며 말했어요. "신라에서 가장 훌륭한 화랑이 바로 김유신이라고 했습니다." 고구려 군사들도 김유신의 놀라운 무예 솜씨를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김유신은 백석에게 큰 벌을 내렸습니다. 마침내 고구려가 쳐들어왔어요. 싸움은 고구려 군사들이 이기고 있었어요. 신라의 병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김유신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제가 나가 싸우겠습니다." 김유신은 칼을 뽑아 높이 쳐들었습니다. "자, 용기 있는 젊은이들은 나를 따르라!" 김유신은 적군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습니다. 김유신의 용맹함에 고구려 군사들은 깜짝 놀랐어요. "고구려 장수는 어서 나와서 나의 칼을 받아라!" 그러나 고구려의 장군은 김유신을 보고 비웃었어요. "조그만 녀석이 겁도 없구나!" 두 사람은 전쟁터 한가운데서 맞붙었어요. 김유신의 칼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았어요.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졌어요. 고구려 장수의 목이 땅바닥에 나뒹굴었기 때문이에요. "와아! 와아! 김유신 만세!" 결국 싸움은 신라의 승리로 끝이 났어요. 이번에는 백제군이 쳐들어왔어요. "성을 공격하라!" 백제의 병사들이 성벽을 기어올랐습니다. 백제군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어요. 그러나 김유신은 뛰어난 활 솜씨로 백제군의 공격에 맞섰어요. 마침내 신라군은 백제의 기세를 누르고 반격에 나섰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 김유신의 호령에 군사들은 힘을 냈어요. 신라는 백제와의 싸움에서 힘들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백제는 끊임없이 신라를 괴롭혔어요. 마흔아홉 살의 나이에 김유신은 신라 최고의 장군이 되었습니다. 김유신은 자나 깨나 삼국 통일 생각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김춘추가 김유신을 찾아왔어요. "내가 고구려로 가서 임금을 설득해 보겠소." 김춘추는 우선 고구려와 힘을 합쳐 백제군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어요. "혹시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신라와 내 가족을 부탁하오." "대감이 60일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내가 직접 고구려로 쳐들어가겠소." 김춘추는 고구려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김춘추는 고구려에 도착하자마자 붙잡히고 말았어요. 고구려는 신라를 도와주는 대신 신라에게 빼앗긴 땅을 돌려 달라고 했어요. 김춘추는 얼른 대답할 수가 없었지요. 어느덧 김유신과 약속한 60일이 지났습니다. 김춘추는 고구려 임금님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신라로 돌아가면 반드시 땅을 돌려줄 테니 나를 풀어 주시오." 고구려 임금님은 미소를 지었어요. 전쟁하지 않고도 땅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한편, 김유신은 김춘추가 돌아오지 않자, 고구려를 향해 떠났어요. "고구려로 가서 김춘추 대감을 구해 옵시다!" 김유신이 이끄는 화랑도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어요. 이윽고 김유신은 고구려 국경에 도착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고구려는 얼른 김춘추를 돌려보냈습니다. 고구려 임금님도 김유신 장군의 용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대감, 무사했군요!" 김춘추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김유신을 보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삼국 통일의 결심을 굳혔어요. 고구려와 백제의 공격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신라는 싸움하느라 나라의 힘이 약해져 있었어요. 김유신은 김춘추를 찾아가 의논했어요. "대감,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소?" 김유신의 얼굴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했어요. "내가 당나라에 가서 군대를 요청해 보겠소." "당나라와 힘을 합치면 고구려와 백제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오." 김춘추는 위험을 무릅쓰고 당나라로 가겠다고 했어요. "대감, 잘하고 오시오." 두 사람의 눈빛이 굳은 결심을 말해 주었어요. 김춘추는 김유신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당나라로 떠났습니다. 얼마 후 김춘추는 당나라의 승낙을 받아 돌아왔어요. 그리고 왕의 자리에 올라 태종무열왕이 되었지요. 무열왕은 김유신에게 모든 군대의 지휘를 맡겼어요. 김유신은 먼저 백제군과 싸웠습니다. 당나라 군대와 힘을 합친 신라는 백제를 멸망시켰어요. 그러자 고구려는 불안에 휩싸였어요. "우리 고구려는 백제와는 다르다!" 고구려 장수는 큰소리를 쳤어요. 하지만 김유신이 이끄는 화랑도의 용맹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요. 마침내 신라는 고구려의 항복을 받아 냈어요.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당나라가 신라를 넘보며 괴롭혔어요. 하지만 김유신은 한 치고 물러서지 않았어요.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당나라를 몰아냈어요. 드디어 삼국이 통일되는 순간이었어요. "김유신 장군 만세!" 김유신은 백성들의 환호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겠구나.' 김유신의 하얀 백발이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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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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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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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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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아. 어떡해." 창호의 글방 친구가 쩔쩔매고 있었어요. "어제 산에서 밤을 따느라고 숙제를 깜빡했어." 친구는 울먹울먹 말을 잇지 못했어요. "나한테 좋은 수가 있어!" 창호는 얼른 대나무 돗자리를 펼쳤어요. “어서 여기에 누워!” 꾀보 창호는 친구를 둘둘 만 다음 글방 한 구석에 세워 두었어요. 훈장님은 친구가 아파서 못 나온 줄 아셨어요. 친구는 창호 덕분에 돗자리에 말린 채 글공부를 할 수 있었답니다. “서울에서는 신학문을 배운대!” 창호는 친구의 말에 귀가 솔깃했어요. “서당에서 배우는 한문 말고 다른 공부래.” 필대은과 창호는 신학문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답니다. 대은이는 창호의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얼마 후 창호는 서울에 있는 구세 학당에 다니게 되었어요. 안창호는 신학문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일본은 중국과 전쟁을 하고 있었어요. 우리 나라는 일본이 중국으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 같았어요. 섬나라 일본에서 구하기 힘든 곡식을 빼앗아가고, 전쟁에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 가로채 갔어요. 그래서 나라 살림은 엉망이었지요. 안창호는 나라 사정을 알아 갈수록 마음이 답답해졌어요. 그 무렵 미국에서 서재필 박사가 돌아와 ‘독립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독립 협회는 신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독립 정신을 일깨웠어요. 안창호는 독립 협회에 들어가 나라를 위해 일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어느 날 안창호는 평양의 ‘쾌재정’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어요. 나라가 강해지려면 힘을 길러야 합니다. 힘이란 주먹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배워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듭시다! 안창호의 연설에 수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어요. 안창호는 연설을 잘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답니다. 안창호는 밥을 먹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오로지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답니다. 안창호는 백성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더 많이 배우고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창호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공부하기로 했어요. 미국에 도착한 안창호는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하지만 조국을 생각하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어요.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 코피를 줄줄 흘리기도 했답니다. 어느 날 안창호가 길을 가고 있을 때였어요 어디서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말소리를 들어 보니 다름 아닌 우리 나라 인삼 장수들이었어요. “아니, 여보시오. 이게 무슨 짓들이오!” 안창호는 구경꾼들을 밀치고 달려가 말렸어요. 미국 사람들은 킥킥거리고 있었어요. "남의 나라에서 동포끼리 싸우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안창호의 얼굴은 벌걸게 달아올랐어요. 인삼 장수들은 안창호의 기세에 눌려 잡았던 멱살을 슬며시 놓았답니다. 인삼 장수들의 싸움을 본 뒤 안창호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우리 교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안창호는 교포들이 사는 집을 찾아가 보았어요. “세상에, 이렇게 지저분할 수가." 안창호는 대문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어요. 교포들의 집은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고 음식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마치 돼지우리 같았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교포들에게 인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자!’ 안창호는 새로운 결심을 했어요. 다음 날 안창호는 빗자루를 들고 교포들의 집을 다시 찾아갔어요. “흥, 바빠 죽겠는데 언제 청소를 해!” 교포들은 문도 열어 주지 않은 채 안창호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어요. 하지만 안창호는 교포들이 보든 보지 않든 집 안의 먼지를 털어 내고 깨끗이 닦고 쓸었어요. 하루 이틀이 지나자 교포들은 하나 둘씩 생각을 바꾸었어요. 또 서로 싸우지도 않았답니다. 안창호는 교포들이 서로 돕고 지내도록 한인 친목회를 만들었어요. 일본은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우리 나라를 빼앗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던 거예요. 조국이 위태롭다는 소식에 안창호는 미국에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부랴부랴 짐을 꾸려 우리 나라로 돌아왔어요. 안창호는 오자마자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신민회를 만들었어요. 신민회는 일본에 맞서기 위해 만든 단체였어요. 안창호는 예전에 독립 협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신민회를 꾸려 나갔어요. 백성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답니다. 안창호는 무엇보다 학교를 세워 젊은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창호는 도자기 회사를 세워 돈을 모았어요.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였지요. 마침내 안창호는 평양에 대성 학교와 오산 학교를 세웠어요.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여러분! 학교로 오세요!” 안창호는 글자를 모르는 어른들, 거리에서 딱지치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 등 가리지 않고 학교로 불렀어요. 일본 경찰들은 그런 안창호가 몹시 못마땅했어요. “안창호 이놈! 두고 보자.” 일본 경찰들은 몰래 안창호의 뒤를 밟으며 감옥에 집어넣을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어요. 안창호는 일본 경찰의 감시가 너무 심해서 다시 미국으로 가야 했어요. 그러나 안창호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소식이 들려 왔어요. 우리 나라가 그만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만 거예요. 안창호는 땅을 치며 울부짖었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백성들끼리 똘똘 뭉쳐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해!” 안창호는 대한인 국민회와 흥사단을 만들었어요. 흥사단은 젊은이들에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불어넣었어요. 지금도 흥사단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젊은이들이 흥사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안창호는 상해에 임시 정부가 세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에 달려갔어요. “반드시 나라를 되찾읍시다!” 임시 정부의 일꾼들은 마음을 한데 모았어요. 일본 경찰들이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안창호는 물러서지 않았어요. “안창호와 임시 정부 사람들을 모조리 감옥에 처넣어라!” 일본 경찰은 기어이 안창호를 감옥에 가두었어요. 안창호는 손과 발이 쇠사슬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축축한 지하 감옥은 너무나 춥고 무서웠어요. 하지만 안창호는 조금도 겁내지 않았답니다. “일본은 곧 망하고 우리 나라는 독립할 것이다!” 오히려 큰소리를 땅땅 치며 일본 경찰들을 꾸짖었지요. “지독한 놈!” 일본 경찰들도 안창호 이름만 들어도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일본 경찰의 고문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요. 매일매일 심한 매질을 하고 끔찍한 고문도 서슴지 않았답니다. 안창호의 몸은 점점 야위어 갔어요. 그리고 마침내 큰병이 들고 말았답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창호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지요. “우리 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구나." 꼬옥 감겨진 안창호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평생 동안 나라 걱정만 하다가 떠난 안창호는 우리 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날에서야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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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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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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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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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님 오신다!”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은 후다닥 자리에 앉았어요. “공자 왈, 맹자 왈.” 책을 거꾸로 펴놓고 읽는 아이도 있었어요. “어험, 아주 열심히 글을 읽고 있구나.” 훈장님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모른 척하셨어요. “히히히! 훈장님은 우리가 떠든 것을 모르시나 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소곤거렸어요. “자, 어제 본 시험지를 돌려 주겠다.” 훈장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금세 울상이 되었어요. “영구, 너는 맞은 답이 하나도 없구나. 예끼 이 녀석!” 영구의 머리 위로 훈장님의 꿀밤이 한 대 떨어졌어요. “아야!” 영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훈장님의 눈치를 살폈고요. “준이 좀 보고 배워라.” 훈장님은 준이의 시험지를 보여 주며 칭찬하셨어요. 준이의 답안지는 언제나 최고였거든요.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준이에게로 몰렸어요.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훈장님께 꾸중을 들은 아이들은 속이 상했어요. “준이 때문에 우리가 더 혼난다니까.” 아이들은 준이가 너무너무 얄미웠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준이를 곯려 주기로 했어요. 길에다 구덩이를 파고 더러운 물을 부은 다음 감쪽같이 흙을 덮었어요. 드디어 준이가 나타났어요! 아이들은 나무 뒤에 숨어 준이가 빠지기를 기다렸어요. “엄마야!” 준이는 그만 더러운 물에 빠지고 말았어요. “하하하! 서자 주제에 공부를 잘 하면 무얼 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준이를 놀려 댔어요. 아이들의 놀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요. 준이는 점점 서당에 가기가 싫었답니다. “어머니, 이제부터 서당에 가지 않겠어요.” 어머니는 준이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서자는 과거도 볼 수 없는데 공부를 더 하면 무엇 하겠어요?” 어머니는 마음이 몹시 아팠어요. “준아, 미안하구나.” 두 사람의 눈에서 서러운 눈물이 흘러 내렸어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의술을 배워 훌륭한 의원이 되겠어요.” 어머니는 준이의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았어요. 마침내 허준은 의술을 배우기 위해 집을 떠났어요. 허준은 명의로 소문난 유의태를 찾아갔어요. “아이구, 배야! 의원님, 약 좀 주세요.” 유 의원의 집은 아픈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나도 어서 의술을 배워 의원이 되어야겠다.’ 허준은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하지만 유 의원은 허준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의원이 되겠다고 찾아왔기 때문이에요. 허준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약초를 다듬고, 약탕기도 씻으며 밤늦게까지 일을 했어요. 허준은 일하는 틈틈이 의술 공부를 했어요. 약초와 침술에 관한 책을 일일이 베껴 가며 읽고 또 읽었답니다. 어느 날 밤, 유 의원은 밤 늦도록 책을 읽고 있는 허준을 보게 되었어요. ‘금방 그만둘 줄 알았는데 마음이 굳은 아이구나.’ 다음 날부터 유 의원은 허준에게 의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침은 여기에 놓아라.” 허준은 유 의원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허준의 의술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습니다. “허준이라는 젊은이도 치료를 잘 한대.” 날이 갈수록 허준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어요. 허준은 환자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치료했어요.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기도 했어요. “참 훌륭한 의원이야.”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허준을 칭찬했어요. 허준은 더욱 열심히 의술을 익혔답니다. 어느 날, 유 의원이 허준을 불렀어요. “준아, 내의원에서 일할 의원을 뽑는다는구나. 너도 시험을 보거라.” 내의원은 임금님이 계신 궁궐에 있는 병원이에요. “내의원이요? 저 같은 사람도 내의원에 들어갈 수 있나요?” 허준은 너무 기뻐서 스승님께 되물었어요. 자신은 평생 과거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라면 반드시 내의원 시험에 합격할 게야.” 유 의원은 허준에게 큰 용기를 주었어요. 허준은 내의원이 되어 궁궐에 있는 수많은 의학 책을 연구하고 싶었어요. 마침내 허준은 열심히 공부해서 내의원 시험에 일등으로 뽑혔답니다. 생각했던 대로 내의원에는 귀한 책들이 많았어요. 허준은 의학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이제 모두가 알아 주는 내의원이 되었는데 공부는 왜 또 한담?” 다른 의원들은 그런 허준을 비웃었지요. 어느 날, 임금님이 병이 나셨어요. 임금님은 급히 허준을 불렀어요. 허준은 다른 의원들과 다른 방법으로 침을 놓았어요. 모두들 허준이 큰일을 당할 거라며 지켜보았어요. 그러나 침을 맞은 임금님은 병이 말끔히 나았답니다. “이제부터 허준이가 나를 보살피도록 하여라.” 허준은 많은 의원들을 제치고 어의가 되었답니다. 얼마 후 섬나라 일본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왔어요. 허준은 임금님을 모시고 북쪽으로 피난을 갔어요. 피난길에는 많은 백성들이 죽어 있었어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던 거예요. “제가 전염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허준이 임금님께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그 당시에는 전염병에 걸리면 누구든 죽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허준은 직접 약초를 구하러 다녔어요. 그리고 마침내 전염병을 낫게 하는 신기한 약을 만들어 냈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명의로 허준을 꼽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초들을 연구하여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의학 책을 만들어야겠다.’ 허준은 백성들을 위해 의학 책을 만들기로 했어요. “이 약초는 열을 내리는 데 좋고, 이 약초는 배가 아픈데.” 허준은 잠자는 시간도 아껴 가며 책을 썼어요. 어떤 날은 책상에 앉아 붓을 쥔 채 잠이 들기도 했답니다. 고생하는 허준에게 임금님은 높은 벼슬을 내렸어요. 허준은 임금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의학 책을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허준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그만 병이 들었어요. 허준은 정성을 다해 약을 달이고 침을 놓았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끝내 눈을 감고 말았어요. “임금님이 돌아가신 건 허준이 약을 잘못 지었기 때문이오!” 허준을 미워한 신하들은 억지를 부렸어요. “허준을 멀리 귀양 보내야 하옵니다.” 신하들은 새 임금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새 임금님은 허준의 잘못이 아닌 줄 알았지만 신하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허준은 멀리 귀양을 가야 했어요. 귀양을 가서도 허준은 쉬지 않고 책을 썼어요.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허준은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초라한 집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면서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거예요. 마침내 임금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허준을 귀양에서 풀어 주고 책을 완성하도록 하라!” 새 임금님은 허준을 다시 한양으로 불렀어요. 그리고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답니다. 스물다섯 권의 책이 드디어 완성되었어요. 허준이 예순다섯 살 되던 해였지요. 책을 쓰기 시작한 지 15년 만이었고요. 책의 이름은 동의보감 이라고 지었어요. “이제 어떤 병이든 동의보감을 보면 고칠 수 있겠구나!” 임금님은 매우 기뻐하셨어요. 동의보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전해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중국 사람들은 동의보감을 ‘천하의 보배’라고 칭찬했어요. 허준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의원들의 참다운 스승으로 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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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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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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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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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에게 세 번째 아들이 태어났어요. 임금님은 아들의 이름을 충녕이라고 지었어요. 충녕은 임금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어요. 어느 날 밤 어디가 아픈지 충녕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어요. 업어도 보고, 젖을 줘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책을 보여 주자 충녕은 울음을 뚝 그쳤어요. 충녕은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어요. 매일 밤늦도록 책을 보던 충녕은 그만 병이 났어요. 임금님은 크게 걱정이 되었어요.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생긴 병이니라. 여기 있는 책을 모두 치우고 병이 나을 때까지 책을 보지 못하게 하라.” 신하는 정성껏 충녕을 돌보았어요. 그러나 충녕의 병은 깊어만 갔어요. 하지만 몰래 숨겨 둔 책 한 권을 꺼내 읽은 충녕은 거짓말처럼 병이 다 나았답니다. 충녕에게는 이 다음에 임금님이 될 큰형 양녕이 있었어요. 임금님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행동도 올바르게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양녕은 공부는 하지 않고, 사냥만 다녔어요. “형님, 사냥도 좋지만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충녕은 양녕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러나 양녕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답니다. 한동안 고민에 빠져 있던 임금님은 드디어 큰 결정을 내렸어요. “충녕이 내 뒤를 잇게 하라.” 충녕은 스물두 살의 나이로 임금이 되었습니다. 이 분이 바로 한글을 만드신 세종 대왕이랍니다. 세종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임금이 되고자 노력했지요. 또한 세종은 양녕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었어요. 나라의 큰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반드시 양녕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형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세종은 항상 겸손했답니다. 세종은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통해 많은 인재를 뽑았어요. 그리고 훌륭한 학자들이 학문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집현전을 만들었어요. 집현전에는 매일 밤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을 매우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밤 세종은 집현전 뜰을 거닐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집현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어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도대체 누굴까?’ 세종은 방문을 살짝 열어 보았어요. 그러나 선비는 책을 읽느라 임금님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어요. 잠시 후, 선비는 깜빡 잠이 들었어요. 세종은 자신의 옷을 벗어 선비의 몸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어요.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난 선비는 깜짝 놀랐어요. ‘아니, 내가 임금님의 옷을 덮고 자다니.’ 선비는 그제야 임금님이 다녀가신 것을 알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세종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농부들이 애를 태우고 있었어요. 세종은 직접 논으로 나가 농부들을 만났습니다. “언제 비가 올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오지 않아서 농사를 망치겠습니다.” 세종은 농부들의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습니다. 궁궐로 돌아온 세종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날씨를 잘 알아야 하는데.’ 세종은 잠도 자지 않고 고민에 빠졌어요. ‘옳지! 비의 양을 잴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면 되겠구나!’ 세종은 무엇이든 잘 만들기로 소문난 장영실을 불렀습니다. 장영실은 세종의 명을 받아 비의 양을 잴 수 있는 측우기를 만들었어요. 이 측우기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만든 것이랍니다. 세종은 장영실의 재주를 칭찬하고 많은 재물과 벼슬을 내렸습니다. 관아의 노비였던 장영실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어요. 장영실은 세종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재주를 아끼지 않았어요. 어느 날, 세종은 장영실과 함께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해가 지는 것을 보니, 이제 곧 밤이 오겠습니다.” 장영실의 말에 세종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해가 시간을 알려 주는구나.’ 세종은 해시계를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장영실은 해시계를 만들어 냈어요. 세종은 항상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농사가 잘된 해나 잘 못 된 해나 나라에 바치는 곡식이 똑같습니다. 그러니 농사를 망친 해는 곡식을 바치고 나면 백성들은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세종은 가슴이 아팠습니다. 세종은 해마다 다르게 곡식을 바치게 했어요. 모든 백성들은 어진 임금님을 존경했답니다. 그 당시 우리 나라는 중국의 한자를 빌려 쓰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은 백성들은 한자가 어려워 제대로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지요. 세종은 우리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글을 만들어야 하오.”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우리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가, 나, 다, 라.” 드디어 우리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세종은 몹시 기뻤습니다. “백성들에게 빨리 이 글을 가르치도록 하시오.” 세종은 신하들에게 명령했어요. 그런데 한 신하가 반대를 하며 말했어요. “지금껏 써 온 한자를 버리고, 이렇게 쉬운 글을 쓰는 것은 선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종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세종은 온 백성에게 새로 만든 우리글을 쓰도록 명령했어요. 그러나 백성들이 글을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많은 책을 손으로 하나하나 베껴 써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세종은 한꺼번에 여러 장을 베낄 수 있는 글자판을 만들었어요. 나무나 쇠에 글자를 새겨 놓고 먹을 묻힌 다음 종이로 찍어 내면 손으로 쓰지 않고도 똑같은 글자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누구나 쉽게 책을 구해 읽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또 지금까지는 쓰지 못했던 이름을 글자로 쓰며 좋아했어요. 세종은 언제나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백성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얼마 후 세종은 그만 병이 들고 말았어요.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어요. 세종이 세상을 떠나자 백성들은 어버이를 잃은 듯 슬프게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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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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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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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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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가 커다란 미루나무 아래서 발을 돋우고 키 재기를 하고 있네요. "어서 커라. 어서 커라. 할 일이 많으니 어서 커라." 노래까지 지어 부르는 것을 보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가 봐요. 상호를 낳기 전에 어머니는 아주 신기한 꿈을 꾸었대요. "이것은 나라의 소중한 보배가 될 것이니 정성껏 잘 기르도록 해라!" 산신령님이 꿈속에 나타나서 하얀 꿩을 선물로 준 거예요. 그리고 열 달 후 상호가 태어났답니다. "하하하, 산신령님이 주신 아이니 나라의 보배가 되도록 잘 키웁시다." 아버지는 초롱초롱한 상호의 눈을 보며 매우 기뻐했지요. 동네 꼬마들이 집짓기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수수깡으로 누가 먼저 집을 짓는가 하는 놀이예요. 그런데 그만 수수깡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아니, 이 녀석들아! 뭘 하는 게냐?" 아이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지요. 그때 상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어요. "잘못했습니다. 친구들은 잘못이 없으니 용서해 주세요!" "허허, 고 녀석!" 상호의 용기에 주인의 노여움은 봄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 버렸답니다. "저기 좀 봐. 덜렁봉에 하늘이 닿았어." 상호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덜렁봉으로 달려갔어요. 하늘 높이 덜렁 솟아있는 덜렁봉에 오르면, 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덜렁봉은 너무 높고 길도 험했답니다. "아야! 발에 가시가 박혔나 봐." "무서워, 그만 돌아가자." 어느새 아이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상호만 남게 되었어요. '혼자서라도 꼭대기까지 가고 말 테야!' 마침내 덜렁봉 꼭대기에 도착한 상호는 두 팔을 뻗어 보았어요. 하늘을 만질 수는 없었지만 상호의 키가 한 뼘쯤 더 커 있었지요. 물론 상호의 마음도 훌쩍 자라 있었고요. 어느 날 서울에 사는 큰 아버지가 내려오셨어요. "우리 상호가 많이 컸구나!" 큰아버지는 상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지요. 그런데 큰아버지의 표정이 무척 슬퍼 보였어요. 전염병으로 아들과 딸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래요. "상호야, 나를 따라 서울에 가서 살지 않겠니?" "서울에서요?" 상호는 큰아버지의 외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서울로 가게 되었답니다. 큰아버지 댁은 시장에서 가게를 했어요. 가게는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렸지요. 상호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었어요. 글방에도 다녔고요. 하지만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어요. '아, 나도 저분께 글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상호는 학식이 높기로 소문난 이진사에게 글을 배우고 싶었어요. 어느 날 이진사가 상호를 불렀어요. "내일부터 글을 배우러 오너라!" 상호의 실력은 부쩍부쩍 늘었지요. 그런데 글을 배울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왜 우리글을 두고 어려운 한자를 배우는 걸까? 글을 읽고 쓰기에 편해야 하는 건데. 그래!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는 우리글을 연구해 보는 거야!' 상호는 우리글을 연구하기로 결심했어요. 이름도 주시경으로 바꾸고 머리카락도 잘랐지요. 그리고 배재 학당에 들어가서 신학문을 배웠어요. '우리글을 함께 연구할 친구들을 모으자!' 주시경은 '동문 동식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언문'이나 '암글'로 낮추어 부르던 우리글에 '한글'이라는 훌륭한 이름도 지어주었지요. '한글'은 한민족의 크고 바른 글이라는 뜻입니다. 배재 학당에는 서재필이라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일본의 나쁜 짓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서재필 박사는 주시경에게 신문 만드는 일을 도와 달라고 했어요. "선생님, 신문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요?" "음, '독립신문'이 어떤가? 세 면은 한글로 하고, 한 면은 외국 사람들도 볼 수 있게 영어로 하면 좋겠군!" 독립신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라와 우리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답니다. 서재필 박사와 주시경은 '독립 협회'를 만들고 나라를 되찾는 일에 온 힘을 기울였어요. 독립 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공부하는 학생이나 물건을 파는 장사꾼, 집에 있는 아주머니까지 뜻을 함께했지요. 독립 협회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독립문'을 세우기도 했어요. 국민들은 독립문을 바라보며 나라의 독립을 소망했답니다. "독립 협회를 그냥 두면 우리가 위험하겠소." "독립 협회를 없애 버립시다!" 못된 관리들은 '황국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독립 협회를 괴롭혔어요. 황국 협회는 독립 협회 사무실을 부수고 간부들을 잡아다 감옥에 가두었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오. 독립 협회 간부들을 당장 풀어 주시오!" 주시경은 '만민 공동회'라는 연설회를 통해 독립 협회의 억울함을 알렸어요. "옳소! 죄 없는 독립 협회 간부들을 풀어 주시오!"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이 주시경을 따라 소리쳤지요. 그 덕분에 독립 협회의 간부들은 모두 풀려났답니다. 주시경에게는 나라를 구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한 가지 있었어요. 바로 우리글을 지키는 일이었지요. 주시경은 책 보따리를 들고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국어를 가르쳤어요. 학생들은 주시경을 '주보따리'라고 불렀어요. 항상 책 보따리를 옆에 끼고 다녔기 때문이지요. 또 다른 별명은 '두루때글'이었어요. 한글을 사랑하는 주시경의 한자 이름을 풀이한 것이랍니다. "주시경 때문에 골치로군!" 나라의 못된 관리들과 일본 경찰들은 주시경이 하는 일에 일일이 트집을 잡았어요. 주시경은 할 수 없이 시골로 내려가야 했답니다. '한글 연구를 계속해야 해!' 주시경은 '조선 광문회'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우리말 큰 사전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던 주시경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었어요. 주시경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지요.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주시경 선생의 뜻을 이어 우리말 큰 사전을 완성하도록 합시다!" 죽는 날까지도 한글 연구에 온 힘을 기울였던 주시경의 소망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어졌어요. 오늘날 우리가 편하게 우리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주시경과 그 뜻을 이어받은 제자들의 노력 덕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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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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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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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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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만주벌판에 부여라는 나라가 있었어요. 부여의 대궐 주변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지요. 강가에는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 해마다 봄이 되면 소나무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강물 위를 흘러갔어요. 그래서 부여 사람들은 이 강을 송화강이라고 불렀지요. 어느 봄날, 한 소년이 강가를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 소년은 바로 유리였어요. 유리는 올해 여덟 살이지만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지요. 친구들이 제기나 굴렁쇠를 갖고 다닐 때에도 유리는 활과 화살을 메고 다녔어요. “유리 왕자님,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유리 앞에서는 정중하게 인사했지만 유리가 지나가고 나면 이렇게 수군거렸어요. “금와왕의 손자라고는 해도 대접도 못 받으시잖아.” “아버지 주몽이 도망간 후에는 다른 왕자님들이 내놓고 미워하신대.” “활도 잘 쏘고 성품도 좋으신데 참 안됐어.”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유리의 할머니 유화 부인은 금와왕의 후궁이었어요. 하지만 유리의 아버지 주몽은 금와왕의 친아들이 아니었지요. 주몽은 유화 부인이 금와왕의 후궁이 되기 전에 하늘 신의 아들 해모수를 만나 낳은 자식이었어요. 하지만 금와왕은 친아들인 대소 왕자를 비롯한 일곱 왕자보다 주몽을 더 아꼈어요. 주몽이 총명하고 무예가 뛰어났기 때문이지요. 금와왕이 주몽을 유난히 아끼자 일곱 왕자는 주몽을 질투하고 미워했어요. 금와왕의 뒤를 이어 자기가 왕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첫째 대소 왕자는 주몽이 왕위를 가로챌까 봐 걱정이 되었답니다. 대소 왕자는 금와왕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아바마마! 주몽은 아바마마를 몰아내고 자기가 왕이 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대소 왕자의 말을 믿지 않았던 금와왕도 그런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조금씩 주몽을 의심하게 되었지요. 금와왕의 마음을 알아차린 유화 부인이 주몽을 불러 말했어요. “폐하께서 너를 의심하시는 것 같구나.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 어서 부여를 떠나거라.” 그때 주몽의 아내 예씨 부인은 임신하고 있어서 주몽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지요. 주몽이 떠나고 얼마 후, 아이를 낳은 예씨 부인은 아이의 이름을 유리라고 짓고 정성껏 키웠어요. 유화부인과 예씨 부인이 잘 보살펴 주었지만 유리는 언제나 외로웠어요. 하지만 외로움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일곱 왕자들의 차가운 눈길이었어요. 일곱 왕자들은 유리를 볼 때마다 심술궂게 굴었어요. “어이, 유리. 너는 네 아버지 주몽과 똑같이 생겼구나!” “주몽은 아바마마를 죽이고 왕이 되려다가 그 사실이 밝혀지니까 도망친 거야. 그렇지?” “혹시 너도 네 아버지처럼 아바마마를 죽일 생각을 하는 건 아니냐?” 이렇게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유리는 활을 쏘았어요.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거든요. 왕자들은 유리가 활을 자주 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특히 대소 왕자는 유리가 주몽을 닮아 활을 잘 쏘는 것 같아 더 불안했지요. “어린 녀석이 저렇게 활을 잘 쏘다니!” 이제 대소 왕자는 금와왕에게 유리가 금와왕을 배신할 거라고 말하곤 했어요. 금와왕은 유리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생겨났어요. ‘주몽은 하늘 신의 자손이야. 게다가 강물의 신 하백의 외손자이고. 그런 주몽의 아들이니 어리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돼.’ 하루는 대소 왕자가 유리를 불러 말했어요. “유리야, 네 아버지 주몽은 우리와 친형제는 아니다만 아바마마께서 아들처럼 아끼셨다. 그러니 너는 내 조카가 되는 셈이지. 이제부터는 너와 가깝게 지내고 싶구나.” 유리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대소 왕자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내일은 우리 함께 사냥을 가자꾸나. 네가 활을 잘 쏜다는데 사냥터에서 실력을 뽐내 보렴." 유리는 대소 왕자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지요. 유리는 들뜬 마음으로 대소 왕자의 궁에서 나왔어요.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문 들었나? 남쪽에 고구려라는 나라가 섰다더군.” “고구려 왕이 그렇게 대단하다며? 그래서 금와왕도 긴장하고 계신대.” “그런데 고구려 왕이 누군지 알아? 글쎄, 주몽이 바로 고구려 왕이라지 않나.” 유리는 주몽이란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물었어요. “남쪽에 새로운 나라가 섰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제서야 유리를 본 사람들이 당황해하며 고개를 숙였어요. “고구려 왕이 누구라고? 그 소리를 어디서 들었느냐?” 유리가 물어도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지요. “모, 모릅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말꼬리를 흐리며 뿔뿔이 흩어져 버렸어요. 유리는 한걸음에 유화부인의 궁으로 달려왔어요. “할머니! 소문 들으셨어요? 아버지께서 고구려 왕이 되셨대요. 그 소문이 사실인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유화부인이 입을 열었어요. “그래. 나도 얼마 전에 그 이야기를 듣고 조만간 네게 알려주려고 했단다.”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외롭게 자란 유리는 아버지 소식을 알게 되어 기쁨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때 문득 대소 왕자와 한 약속이 떠올랐어요. “할머니, 좋은 소식이 또 하나 있어요. 대소 왕자님이 드디어 제게 마음을 열어주셨답니다. 내일 저와 함께 사냥을 가자고 하셨어요.” 그러자 유화 부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어요. “유리야, 조심하거라. 어쩌면 대소 왕자가 사냥터에서 너를 없애려 할지도 모른다.” 옆에서 바느질을 하던 예씨 부인도 깜짝 놀라 말했지요. “유리야! 내일 사냥터에 나가면 안 된다. 오늘 밤 당장 부여를 떠나자꾸나!” 예씨 부인이 다급하게 소리치자 유화 부인이 침착하게 말했어요.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유리가 사냥터에 나타나지 않으면 유리가 자기들 계획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고 당장 유리의 뒤를 쫓을 게다. 게다가 유리가 증표를 찾지 못하면 주몽을 찾아간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증표라니, 그게 뭔가요?” 유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예씨 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네가 더 자라면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금 말해야겠구나. 네 아버지 주몽은 부여를 떠나기 전에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돌 위의 소나무 밑에 증표를 숨겨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면 그 증표를 찾아서 자기에게 보내라고 했지.”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돌 위의 소나무가 어디에 있지요?” “그건 아무도 모른단다. 그 증표는 네가 찾아야만 해.” 유리는 꼭 증표를 찾아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다음 날 아침, 유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냥터로 나갔어요. 그리고 용감하게 활을 쏘며 사냥을 했지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디선가 유리의 가슴을 향해 화살이 날아왔어요. 유리는 잽싸게 몸을 피했지요. 다행히 화살은 유리의 뒤에 있는 나무에 꽂혔어요. “하하하! 미안하구나. 사슴을 쏘려고 했는데 말이야.” 대소 왕자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어요. 이번에는 말을 탄 둘째 왕자가 창을 들고 고함을 지르며 유리를 향해 달려왔어요. 유리는 다람쥐처럼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둘째 왕자도 웃으며 말했지요. “뭘 그리 놀라느냐? 네 뒤에 있는 곰을 잡으려고 한 것뿐인데!”유리는 유화부인의 말대로 왕자들이 자기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즈음 유화 부인이 병에 걸렸어요. 유리는 유화 부인을 위해 마당에서 약을 달이고 있었지요.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돌 위의 소나무라,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돌 위의 소나무.’ 약을 달이면서도 증표 생각만 하던 유리는 잠시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유리의 눈에 나무 기둥을 받치고 있는 돌이 보였어요. 소나무로 만들어진 기둥을 받치고 있는 그 돌은 다른 것과 달리 둥글지 않고 각이져 있었지요. 유리는 그 돌의 모서리를 세어보았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바로 그 돌이었어요. 유리는 소나무 기둥 밑을 파 보았어요. 한참을 파 내자 괭이에 뭔가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어요. 유리는 손을 넣어 그 물건을 꺼냈어요. 그것은 반으로 잘린 칼조각이었지요. “그래! 이게 바로 아버지가 숨겨 두셨다는 그 증표야!” 유리는 유화부인과 예씨 부인에게 달려가 칼조각을 보여주었어요. “드디어 찾았구나! 장하다, 유리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모르고 그동안 먼 곳까지 헤매며 찾으러 다녔구나.” 유화 부인은 병색이 가득한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어요. 그날부터 유리와 예씨 부인은 부여를 떠날 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유화 부인의 병이 좀처럼 낫지 않았어요. 며칠 후 유화 부인이 유리와 예씨 부인에게 말했어요. “나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구나. 내가 세상을 뜨거든 너희는 고구려로 떠나거라. 장례를 치르며 시간을 보내다가는 고구려로 떠나기 전에 붙잡힐 것이다.” 유리는 유화 부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어요. “할머니,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저희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유리야! 아버지를 만나 행복하게 살 거라. 부디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왕이 되거라.” 이 말을 남기고 유화 부인은 숨을 거두었어요. 유리와 예씨 부인은 숨죽여 울었답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유리와 예씨 부인은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성을 빠져나갔어요. 대소 왕자는 두 사람이 달아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유화 부인이 머무르는 방에서도 별다른 기척이 없었고, 신발도 항상 놓여 있었거든요. 그리고 유화 부인이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유리와 예씨 부인이 달아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하지만 며칠 동안 유리가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대소 왕자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소 왕자는 유화 부인의 방문을 열어보았어요. 방 안에는 이미 숨을 거둔 유화 부인이 누워있었고 유리와 예씨 부인은 성 안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지요. 대소 왕자는 허겁지겁 군사를 모아 두 사람을 쫓아갔어요. 하지만 유리와 예씨 부인은 이미 배를 타고 송화강을 따라 남쪽으로 가고 있었지요. 한 달이나 걸린 끝에 유리와 예씨 부인은 고구려 수도 졸본성에 도착했어요. “너희는 누구냐?” 성을 지키는 병사가 창을 겨누며 물었어요. 유리는 칼조각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했지요. “나는 고구려 왕 주몽의 아들 유리다. 이 칼조각을 왕께 보여드려라!” 병사는 유리가 주몽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칼조각을 가지고 왕에게로 달려갔어요. “부여에서 온 소년이 폐하의 아들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칼조각을 본 주몽은 깜짝 놀랐어요. “어서 그 아이를 데려오너라!” 유리와 예씨 부인을 본 주몽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어요. “네가, 네가 진짜 내 아들이더냐?” “예, 제가 유리입니다. 아버지께서 모서리 일곱 개가 있는 돌 위의 소나무 밑에 숨겨두신 증표를 찾아왔습니다." 주몽은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나머지 칼조각을 꺼냈어요. 그리고 유리가 가지고 온 칼조각과 맞춰보았어요. 칼조각 두 개는 꼭 들어맞았어요. “네가 정말 내 아들이로구나!” 주몽과 유리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 꼭 끌어안았어요. 유리가 고구려에 오고 얼마 안 있어 주몽이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주몽은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았지요. 주몽은 자기가 죽은 후 왕위 다툼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졸본성에서 다시 혼인한 주몽에게는 유리 말고도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이 있었거든요. 고민하던 주몽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자기의 뜻을 알렸어요. “나에게는 아들 셋이 있다. 셋 중에 유리가 첫째 아들이므로 유리를 태자로 삼을 것이니 앞으로 유리를 태자로 받들도록 하라!” 그리고 얼마 후 주몽이 세상을 떠나자 주몽의 뒤를 이어 유리가 새로운 왕이 되었어요. 왕이 된 유리는 주몽이 세운 고구려를 더욱 튼튼하게 키워나갔어요. 군사를 늘리고 성을 새로 쌓았을 뿐 아니라 고구려를 괴롭히던 여러 오랑캐를 무찔러 백성들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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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과 낙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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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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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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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과녁에 꽂히자 한 군사가 붉은 기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명중이오!” 호동 왕자는 정신을 집중해서 다시 화살을 쏘았어요. 이번에도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과녁 한복판에 정확히 꽂혔지요. 호동 왕자는 고구려 대무신왕의 아들이에요. 대무신왕은 자식을 여럿 두었지만 그 중에서도 지혜롭고 무예 실력이 뛰어난 호동 왕자를 가장 사랑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호동 왕자를 보고 어진 왕이 될 거라고 칭찬했지만 사실 호동 왕자는 왕이 될 수 없었어요. 호동 왕자의 어머니는 후궁이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미 왕비의 아들이 태자로 정해져 있었어요. ‘아무리 무예실력이 뛰어나고 지혜롭다 해도 나는 왕이 될 수 없다. 나라 법에 따른다면 후궁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지 않은가!’ 호동 왕자는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는 왕이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펐어요. 하루는 대무신왕이 호동 왕자를 불러 말했어요. “그동안 나는 동부여, 개마국 등 여러 나라를 정복해서 고구려 땅을 넓혔지만 일일이 돌보지 못하고 있다. 나 대신 네가 동부여와 개마국 구석구석을 다니며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호동 왕자는 매우 기뻤어요. 대무신왕이 이처럼 중요한 일을 맡긴 것은 그만큼 자기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호동 왕자는 서둘러 길을 떠났어요. 딸가닥 딸가닥. 말을 달려 고구려와 낙랑국이 맞닿은 지역에 이르렀을 즈음 호동 왕자는 화려한 행렬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낙랑국 왕 최리가 신하들과 함께 사냥을 나온 것이었지요. 낙랑국은 주변 나라들 가운데 고구려에게 정복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어요. 대무신왕은 낙랑국을 차지하려고 여러 차례 공격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낙랑국에서는 고구려군이 쳐들어올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 철저히 방어하곤 했답니다. 호동 왕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왕의 사냥 행렬을 바라보았어요. 비단과 황금으로 장식한 말을 탄 남자가 눈에 띄었지요. 그 남자는 몸집이 큰데다 눈빛은 마치 불을 뿜는 듯 했어요. ‘아, 저 사람이 말로만 듣던 낙랑국 왕 최리로구나.’ 호동 왕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어요. 낙랑국 왕 최리는 무예가 뛰어나기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성격이 포악해서 낙랑국 백성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지요. 호동 왕자는 말없이 낙랑국 왕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냥 행렬을 뒤따르던 한 젊은이가 최리를 향해 몰래 활을 겨누는 게 아니겠어요? “앗! 등 뒤를 조심하십시오!” 호동 왕자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어요. 깜짝 놀란 최리가 뒤를 돌아보려는 찰나, 젊은이가 활시위를 당겼어요. 호동 왕자는 그 젊은이를 향해 잽싸게 화살을 쏘았지요. 호동 왕자가 쏜 화살은 젊은이의 가슴에 정확히 꽂혔고, 젊은이는 가슴을 움켜쥐며 죽고 말았어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최리가 호동 왕자에게 다가왔어요. “고맙소, 젊은이. 젊은이는 누구이기에 나를 구해 주었는가?” “저는 고구려 왕자 호동이라 하옵니다.” 고구려라는 말을 들은 최리의 눈썹이 한순간 꿈틀했어요. 하지만 얼른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호동 왕자를 향해 미소지었지요. “오, 호동 왕자! 과연 소문에 듣던 대로 활 솜씨가 뛰어나구먼. 만나서 반갑소. 나는 낙랑국 왕 최리라고 하오.” “낙랑국 대왕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호동 왕자가 깍듯이 인사하자 최리의 기분이 더욱 좋아졌어요. ‘강대국의 왕자라고 해서 거들먹거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겸손하군. 인물도 좋고, 무예 실력도 뛰어나고, 참 멋진 젊은이인데 고구려 왕자라니 아쉽도다.’ 최리는 호동 왕자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호동 왕자! 잠깐 대궐에 들러서 쉬었다 가지 않겠소? 내 생명을 구해 준 은인에게 보답을 하고 싶소.” 뜻밖의 초대를 받은 호동 왕자는 잠시 망설였어요. 혹시 볼모로 잡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천하에서 제일 강한 우리 고구려 군대가 번번이 낙랑국 군대에게 진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야. 분명히 뭔가 비밀이 있을 거야. 그래, 이 기회에 낙랑국 대궐에 들어가 비밀을 알아내야지.’ 호동 왕자는 최리를 따라 낙랑국 대궐로 들어갔어요. 최리는 곧 호동 왕자를 위해 큰 잔치를 준비했어요. 잔칫상에는 진귀한 음식들이 가득했어요. 아름다운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잔치의 흥을 돋워 주었지요. 잔치에 모인 사람 모두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있을 때였어요. 장막이 열리더니 한 여인이 들어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요. 여인을 본 호동 왕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세상에!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그 아리따운 여인은 바로 최리의 딸 낙랑 공주였어요. 낙랑 공주도 호동 왕자를 보자 한눈에 반하고 말았지요. ‘저분이 호동 왕자님이시구나! 참 늠름하고 지혜로워 보이는 걸.’ 그날 밤, 호동 왕자는 아무도 모르게 낙랑 공주를 찾아갔어요. 정원에서 산책을 하던 낙랑 공주는 호동 왕자를 보고 깜짝 놀랐지요.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는 공주님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낙랑 공주도 호동 왕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사실은 저도 왕자님을 사랑하고 있답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행복한 얼굴로 꼭 끌어안았어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낙랑국 대궐 안에 금세 퍼졌어요.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두 사람에 대해 수군거렸지요. “어제는 나란히 호숫가를 거닐더군요.” “어젯밤에는 공주님이 왕자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셨어요.” “오늘 아침에는 왕자님이 공주님께 꽃을 주시던 걸요.” 드디어 호동 왕자는 용기를 내어 낙랑 공주에게 청혼을 했어요. “저는 비록 적국의 왕자입니다만, 공주님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부디 저와 혼인해 주십시오.” 낙랑 공주는 수줍게 웃으며 호동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였어요. “우리 두 사람 앞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언제나 왕자님과 함께 하겠어요.” 호동 왕자가 낙랑 공주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최리는 매우 기뻤어요. ‘호동은 고구려 왕의 후궁의 아들이라 어차피 왕이 될 수 없어. 그러니 내 사위로 삼은 다음 고구려를 공격해야겠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낙랑국뿐 아니라 고구려 왕도 되는 거야. 나중에 호동에게 왕위를 물려주면 내 딸은 고구려 왕비가 될 테고.’ 낙랑 공주는 이미 아버지의 속셈을 눈치채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욕심이 많고 포악해서 백성들이 괴로워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요. 낙랑 공주는 아버지와 백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가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을 눈치챘어요. “공주님, 무슨 걱정이 있나요?” 낙랑 공주는 호동 왕자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어요. “아바마마는 백성들을 너무 모질게 다스리세요. 그래서 아바마마께 원한을 품은 사람이 많답니다. 지난번 사냥터에서 아바마마를 죽이려던 사람도 아마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일 거예요.” 낙랑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호동 왕자는 안타까웠어요. ‘아바마마라면 낙랑국 백성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호동 왕자는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공주님, 고구려는 낙랑국과 전쟁을 할 때마다 번번이 지고 말았습니다. 뛰어난 고구려 군사들이 몰래 숨어 들어가도 낙랑국에서 어느새 눈치를 채고 막아 내기 때문이지요. 무언가 비밀이 있는 듯한데 그것을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낙랑국 백성들을 구하겠습니다.” 낙랑 공주는 한참 고민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어요. “우리 낙랑국에는 보물이 두 개 있습니다. 바로 자명고라는 북과 뿔피리랍니다. 자명고는 멀리서 적군이 나타나면 스스로 둥둥둥 소리를 내어 알려 준답니다. 특히, 자명고가 없다면 낙랑국은 결코 고구려를 이길 수 없을 거예요.” 낙랑 공주의 말을 들은 호동 왕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다짐했어요. “나는 공주님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고구려가 낙랑국을 정복해도 낙랑국의 백성들은 결코 다치는 일 없이 평화와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때 정식으로 공주님과 혼인하겠습니다.”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에게 이렇게 약속하고 고구려로 돌아갔어요. 고구려로 돌아온 호동 왕자는 대무신왕에게 자명고와 뿔피리에 대해 말했어요. “오호! 세상에 그런 북과 뿔피리가 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로구나.” “지금까지 낙랑국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대무신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좋다! 이번에 낙랑국을 치러 갈 때는 네가 총대장을 맡거라. 아무래도 네가 낙랑국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호동 왕자는 고민에 빠졌어요.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나라를 앞장서서 치러 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호동 왕자가 슬퍼하자, 어머니가 말했어요. “호동아! 만약 다른 사람이 총대장이 된다면 낙랑국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일지도 모르잖니? 그러니 네가 앞장서서 낙랑국 사람들을 보호해 주렴.” 어머니의 말을 들은 호동 왕자는 드디어 마음을 굳혔어요. 대무신왕의 명령에 따라 총대장이 되어 고구려 군대를 지휘하기로 한 거예요. 그날 밤,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어요. '낙랑 공주님. 다가오는 보름날 내가 이끄는 고구려군이 낙랑국으로 쳐들어갈 것입니다. 보름달이 하늘 가운데에 뜨면 고구려군의 공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날 밤에 미리 자명고를 찢고, 뿔피리를 못 쓰게 만들어 주십시오. 맹세하건대 결코 낙랑국의 백성들을 다치게 하지 않겠습니다.' 편지를 읽은 낙랑 공주는 안절부절못했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호동 왕자가 일러 준 보름날이 되었지요. 고민하던 낙랑 공주는 마음을 굳혔어요. ‘그래! 호동 왕자님은 너그러운 왕이 되어 낙랑국 백성들을 잘 보살펴 주실 거야. 아바마마의 목숨도 지켜 주시겠지.’ 낙랑 공주는 뿔피리를 망가뜨린 뒤 살금살금 자명고가 걸려 있는 누각으로 걸어갔어요. 누각 위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지요. ‘더 늦기 전에 자명고를 찢어야 해. 아바마마, 용서해 주세요!’ 품 안에서 단도를 꺼내 든 낙랑 공주는 눈을 질끈 감고 자명고를 내리그었어요. 부우우욱! 자명고는 그대로 쭉 찢어지고 말았지요. 낙랑국으로 향하는 호동 왕자는 불안했어요. 낙랑 공주가 자명고와 뿔피리를 없애지 않는다면 고구려는 이번에도 낙랑국을 이길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가 자명고를 찢지 않더라도 공주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어요.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배신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드디어 보름달이 하늘 한가운데 떠오를 때쯤 고구려군은 무사히 낙랑국 국경을 넘었어요. 여느 때와 달리 낙랑국 군사들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지요. 호동 왕자는 마음이 놓였어요. ‘아! 낙랑 공주가 약속을 지켜 주었구나.’ 용기를 얻은 호동 왕자는 우렁차게 외쳤어요. “고구려 군사들이여, 때가 왔다. 쳐들어가자!” 호동 왕자는 힘차게 말을 몰고 낙랑국 대궐로 들어갔어요. 군사들도 뒤를 쫓아 파도처럼 몰려들어갔지요. “폐하! 호동 왕자가 고구려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습니다!” 낙랑국 왕 최리는 깜짝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멀리서 비명 소리와 칼이 부딪치는 소리,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지요. “이럴 수가! 어째서 자명고가 울리지 않았느냐?” 최리는 자명고가 걸린 누각으로 달려갔어요. 누각에 도착한 최리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찢어진 자명고 앞에 낙랑 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지요. 낙랑 공주는 아버지를 보자 바닥에 쓰러지며 울부짖었어요. “아바마마, 저를 죽여 주십시오. 저는 아바마마와 조국을 배신했나이다!” 그제서야 모든 사정을 알아차린 최리는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최리는 장검을 뽑아 들고는 엄하게 말했어요. “너는 이 나라의 공주다! 그런데 사랑에 눈이 멀어 나라를 배신했으니 죽음으로써 빚을 갚거라!” 그러고는 눈물을 머금고 장검을 내리쳤어요. 낙랑 공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두었지요. 와아아아! 고구려군은 잠에서 덜 깬 낙랑국 군사들을 쉽게 무찔렀어요. 그래서 해가 뜨기도 전에 낙랑국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었답니다. “와아! 고구려 만세!” “절대로 낙랑국 백성을 다치게 하거나 놀라게 하지 마라. 물건을 빼앗지도 말고, 집을 부수지도 마라!” 싸움에서 이긴 호동 왕자는 대궐을 샅샅이 뒤지며 낙랑 공주를 찾았어요. 자명고가 걸린 누각 앞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호동 왕자는 얼어붙은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었답니다. 찢어진 자명고 옆에 숨을 거둔 두 사람이 누워 있었거든요. 한 사람은 낙랑국 왕 최리였고, 또 한 사람은 애타게 찾던 낙랑 공주였어요. “아아, 공주님! 결국 나 때문에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호동 왕자는 낙랑 공주를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어요. 대무신왕은 호동 왕자가 낙랑국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어요. 그러나 호동 왕자는 점점 변해 갔어요. 활을 쏘지도, 말을 타지도 않고 글공부도 하지 않은 채 낙랑 공주가 즐겨 부르던 노래만 흥얼거렸지요. 대무신왕은 매우 실망했어요. 평소 호동 왕자를 미워하던 왕비와 태자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호동 왕자를 모함하기 시작했어요. “호동 왕자는 왕이 되려는 욕심에 폐하를 몰래 죽이려 합니다.” “호동 왕자는 낙랑국 공주와 혼인을 약속했던 사이라고 합니다. 분명히 낙랑국 왕이 되어 고구려를 치려 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대무신왕도 차츰 호동 왕자를 의심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호동 왕자의 슬픔은 더욱 깊어졌지요. ‘사랑하는 여인을 죽게 만들고, 아버지로부터 의심까지 받게 되다니.’ 결국 호동 왕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죽음으로써 결백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지요.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 호동 왕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낙랑 공주를 보았어요.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꼭 끌어안았지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가슴 아픈 사랑은 이렇게 하늘나라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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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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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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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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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에 좌물촌이라는 마을이 있었어요. 마을에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오랜 가뭄으로 바싹 마른 논바닥은 쩍쩍 갈라졌어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렇게 비가 안 내리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이러다간 모두 굶어죽겠어.” 그때 한 남자가 논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파고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지요. “아니, 바짝 마른 땅은 파서 무엇하려오?” “안 오는 비를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물길을 만들어 강물을 끌어오려고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도 논바닥에 물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물길이 만들어지자 강물이 논으로 들어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기쁜 얼굴로 소리를 질렀지요. “물이 들어온다! 물이 들어와!” 다음 날, 아침부터 마을에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렸어요. 왕비의 친척인 어비류와 좌가려가 또 큰 잔치를 벌인 거예요. 두 사람은 왕비의 친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옳지 못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았어요.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초라한 옷을 입은 사람이 대문 안으로 들어섰어요. “대감 마님, 쌀 좀 주십시오. 저희 아이들이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 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비류와 좌가려는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남자를 문밖으로 쫓아 버렸어요. 이렇게 제 욕심만 채우며 못된 짓을 일삼는 어비류와 좌가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더욱 힘든 생활을 해야 했지요. 어비류와 좌가려가 왕비의 친척이라는 점을 이용해 못된 짓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국천왕은 대신들을 불러 말했어요. “백성들 사이에 어비류와 좌가려를 향한 원망이 크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고국천왕은 몸집이 크고 얼굴은 험상궂었지만 항상 백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어진 왕이었어요. “이미 몇 년 동안 어비류와 좌가려가 왕비 마마의 힘만 믿고 온갖 횡포를 부리고 있사옵니다.” 한 대신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어허, 왕비의 친척이면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어비류와 좌가려에게 엄한 벌을 내릴 것이오!” 고국천왕은 두 사람을 대궐로 잡아오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어비류와 좌가려는 자신들을 따르는 무리와 함께 잽싸게 도망쳤어요. “내 반드시 그들을 잡아 벌하리라!” 고국천왕은 이렇게 다짐했답니다. 그날도 고국천왕은 어떻게 하면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고구려 백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그때, 한 신하가 급히 뛰어 들어왔어요. “폐하! 어비류와 좌가려가 군사를 이끌고 대궐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듯 하옵니다!” 고국천왕은 침착하게 명령했어요. “지금 당장 군사를 모으라! 내가 직접 그들을 벌하리라.” 어비류, 좌가려 무리와 마주한 고국천왕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희가 감히 나를 배반하다니!” 어비류와 좌가려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지요. “우리는 새로운 왕을 원한다. 그러니 왕위에서 물러나라!”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고국천왕은 군사들을 직접 지휘하며 어비류와 좌가려 무리를 무찔렀어요. 반란을 평정한 고국천왕은 앞으로의 나랏일이 걱정스러웠어요. “어허, 이제 누구를 믿고 나랏일을 의논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믿을 만한 인물이 있어야 할 때인데.......” 이렇게 생각한 고국천왕은 대신들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지금까지는 능력 없고 욕심 많은 자들이 권력을 잡아 나랏일은 신경쓰지 않고 제 욕심만 채우고 있었노라. 그래서 백성들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이것은 모두 내 잘못이다. 이제 어질고 슬기로운 인재를 뽑아 나라의 기둥으로 삼으려고 하니 마땅한 사람을 찾도록 하라.” 대신들은 누가 나라를 위해 일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어요. 백성들도 모이기만 하면 어떤 사람이 고구려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이야기했지요. 마침내 대신과 백성들은 입을 모아 안류를 추천했어요. 안류는 작은 시골에서 낮은 벼슬을 지내는 사람으로 너그럽고 정직하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어요. 안류는 고국천왕의 부름을 받고 대궐로 들어왔어요. 고국천왕은 안류를 보자마자 한눈에 마음에 들었지요. “어서 오시오, 안류. 그대처럼 훌륭한 인재를 만나게 돼서 무척 기쁘오. 그대를 고구려의 재상으로 임명하겠으니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주시오.” 하지만 안류는 고개를 저었어요. “폐하! 저는 그처럼 중대한 일을 맡을 인물이 못 되옵니다. 저 대신 압록곡 좌물촌에 살고 있는 을파소를 추천하옵니다. 을파소는 성품이 곧고 지혜로운 사람이옵니다. 폐하께서 곁에 두고 쓰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대가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기꺼이 믿고 큰일을 맡기겠소.” 고국천왕의 부름을 받은 을파소가 대궐로 들어왔어요. 을파소의 빛나는 두 눈은 을파소가 지혜로운 사람임을 말해 주는 것 같았어요. 고국천왕은 한눈에 을파소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느꼈지요. “내가 왕의 자리에 있으나,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소. 그대는 뛰어난 재주가 있음에도시골에 묻혀 산 지 오래 되었다 들었소. 그대에게 우태라는 벼슬을 내리겠으니 내 곁에서 고구려를 위해 힘써 주시오.” 하지만 을파소는 고개를 저었어요.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 어찌 그런 일을 맡을 수 있겠사옵니까? 저보다 더 훌륭한 인재를 뽑아 나랏일을 맡기도록 하시옵소서.” 을파소는 고국천왕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조용히 대궐을 나갔어요. 을파소가 떠난 후에 고국천왕은 생각에 잠겼어요. ‘도대체 을파소가 나의 부탁을 거절한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고국천왕은 을파소에게 했던 말을 곰곰이 짚어 보았어요.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그렇구나! 우태 벼슬을 준다는 것이 문제였어.” 하지만 고국천왕의 말에 대신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하찮은 농부에게 우태 벼슬을 주었는데 거절하다니! 정말 건방진 사람이군.” 대신들은 이렇게 수군거렸지요. 하지만 고국천왕의 생각은 달랐어요. 무너진 나라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면 귀족을 누를 힘이 필요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귀족보다 높은 자리에 있어야 했지요. 고국천왕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을파소를 다시 데려오라! 이번에는 반드시 을파소를 붙들 것이다.” 현명한 고국천왕이 을파소와 대신들 사이의 갈등을 모를 리가 없었지요. 또한, 대신들이 을파소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을파소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고국천왕은 대신들을 한자리에 불러 말했어요. “귀한 자나 천한 자 가릴 것 없이 누구든지 국상을 따르지 않는다면 무거운 벌을 내리겠노라!” 을파소는 자신을 믿고 도와주는 고국천왕이 정말 고마웠어요. ‘폐하와 고구려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리라!’ 을파소는 이렇게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을파소가 국상의 자리에 오른 지 몇 년이 흘렀어요. 그동안 을파소는 나라를 튼튼히 하고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요. 하루는 을파소가 백성들이 낸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 대신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그 대신은 다름 아닌 태자의 외삼촌이었지요. 잡혀온 대신은 을파소를 보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네가 감히 태자의 외삼촌인 나를 잡아들이느냐!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을파소는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어요. “그대는 태자의 외삼촌이며 또한 나라의 관리인데 어찌 백성이 낸 세금을 함부로 썼단 말이오? 그런 죄를 짓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이오?” 을파소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대신은 고개를 떨구었어요. 을파소는 평소에는 인자했지만 죄를 지은 사람 앞에서는 서릿발 같이 엄한 모습을 보였어요. 이렇게 을파소가 나라의 질서를 바로 잡아가자 관리들도 점점 변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해 여름, 나라에 큰 서리가 내렸어요. 한참 자라던 곡식들이 서리를 맞아 모두 상했어요. 먹을 것이 없어진 백성들은 굶주림에 지쳐 갔어요. ‘도대체 이 어려운 시기를 어찌 헤쳐 나간단 말인가.’ 고민하던 을파소는 고국천왕을 찾아갔어요. “폐하, 지금 백성들은 심한 굶주림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대궐 창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눠 주시옵소서!” 고국천왕은 을파소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껏 한 번도 백성들을 위해 대궐 창고를 연 적은 없었거든요. “폐하, 백성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사옵니다!” 을파소의 간절한 말에 고국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이 대궐 창고의 문을 열어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눠주었어요. 어느 날, 을파소는 한 마을을 지나다 서럽게 울고 있는 남자를 보았어요. “그대는 왜 여기서 울고 있는 것이오?” “저는 가난하여 하루하루 품삯을 받아 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흉년이 들어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백성의 생활이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을파소는 여전히 많은 백성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을파소는 그 길로 고국천왕을 찾아갔어요. “폐하, 나라 곳곳에는 아직도 굶주리는 백성들이 많이 있사옵니다. 이제는 관리들이 자기가 가진 재산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 주어야 할 것이옵니다.” 을파소의 말을 들은 고국천왕은 을파소의 뜻에 따라 관리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도록 했어요. 고국천왕이 백성을 아끼는 것을 알게 된 백성들은 왕을 더욱 존경하며 따랐지요. 그 후로도 을파소는 백성을 위한 제도를 많이 만들어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을파소는 고국천왕과 함께 고구려를 다스렸고, 고국천왕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왕위를 이은 산상왕을 도와 나라를 잘 다스렸어요. 평생을 나라를 위해 일한 을파소는 어느 날 조용히 숨을 거두었어요. 을파소가 세상을 떠나자, 고구려 백성들은 목놓아 울며 슬퍼했어요. 가난한 농부에서 국상이 된 을파소는 백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고구려가 강한 나라로 커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을파소 같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재상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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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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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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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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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이었어요. 한 여인이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데리고 눈 쌓인 산길을 따라 올라갔어요. 사내아이는 추운 날씨에도 투덜대지 않고, 잘 따라왔어요. 한참을 올라온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절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눈을 쓸고 있는 스님에게 말했어요. “큰스님 계신가요?” “실례지만, 뉘신지요?” “저는 왕비마마를 모시고있는 궁녀고도녕이라고합니다.” 여인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어요. “저를 따라오시지요.” 두 사람은 스님을 따라 큰스님 방으로 들어갔어요. 큰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맞이했어요. 여인은 말씨와 행동이 얌전하고 고상했어요. 곁에 앉은 아이도 아직 어렸지만 의젓해 보였지요.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큰스님이 사내아이에게 물었어요. “제 이름은 묵호자이고, 올해 다섯살 입니다. 여기 이분은 제 어머니 이십니다.” 아이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오호, 아주 야무진 녀석이구나. 절에는 무슨 일로 온 게지?” 큰스님이 다시 물었어요. “예. 큰스님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왔습니다.” “허허허, 나에게 가르침을 받아 무엇이 되려 하느냐?” “저도 큰스님처럼 훌륭한 스님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는 가슴을 펴고 말했어요. “제 어머니는 부처님이 태어나 신 4월 8일에 해와 달이 품 안에 들어오는 꿈을 꾸고 저를 가지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는 반드시 훌륭한 스님이 될 것입니다!” 큰스님은 껄껄 웃으며 여인에게 물었어요. “부인, 아이의 말이 모두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큰스님께서 부디 이 아이를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은 웃음을 멈추고 아이의 두 눈을 보며 말했어요. “네 이름이 묵호자라 했느냐? 오늘부터 나와 함께 이 절에서 지내자꾸나.” 여인이 자기의 아이를 절에 맡기는 데에는 분명 속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큰스님은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그저 여인과 아이를 번갈아보며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어요. 다음 날 아침, 묵호자는 절문 앞에서 고도녕을 배웅했어요. 멀어지는 어머니 뒷모습을 보면서 묵호자는 눈물을 꾹 참았지요. “허허허, 이 아이는 영리할 뿐 아니라 참을성도 있구나! 공부만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훌륭한 스님이 될 게야.” 큰스님은 묵호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사실 묵호자에게는 비밀이 있어요. 고구려 왕비를 모시는 궁녀인 고도녕이 고구려에 머무르던 위나라 사신 아굴마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요. 아굴마가 위나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바로 묵호자였어요. 묵호자는 이제껏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자랐어요. 묵호자는 큰스님 밑에서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했어요. 열여섯 살이 되어서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예불을 올릴 만큼 나무랄 데 없는 스님으로 자랐지요. 하루는 예불을 마치고 법당을 나오는데, 한 여인이 묵호자에게 다가와 두 손을 모으며 인사했어요. “나무 관세음보살.” 묵호자가 인사를 하자 여인이 말을 꺼냈어요. “스님,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뉘신지?” “저는 대궐에서 왕비마마를 모시고 있는 궁녀 고도녕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묵호자는 그 여인이 자기의 어머니임을 알아차렸어요. 11년 전, 어린 나이에 헤어졌던 어머니를 이제서야 만난 거지요. 어머니를 본 묵호자는 가슴이 뛰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예, 스님도 그동안 불법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군요.” 고도녕은 묵호자에게 지금껏 감춰 두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스님의 아버지는 아굴마라고 하는 위나라 사신입니다. 그분이 고구려에 오셨을 때 그분과 저는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스님을 낳았지요. 하지만 궁녀는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스님을 이 절에 맡겼던 겁니다.” 고도녕의 이야기를 다 들은 묵호자는 마음이 아팠어요. ‘아, 이제서야 아버지를 알게 되었구나!’ 묵호자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도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스님은 이제 중국으로 건너가 불법을 더 깊이 공부하고 오셔야 합니다. 아버지를 찾아가면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얼마 후, 묵호자는 중국 위나라로 떠났어요. 그리고 고도녕의 말대로 아굴마를 찾았지요. 아굴마는 위나라의 높은 벼슬에 올라 그곳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저는 고구려에서 온 묵호자라고 합니다. 고도녕이라는 고구려 궁녀의 소개로 찾아왔습니다.” 고도녕이란 이름을 들은 아굴마가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그분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굴마는 고도녕과 나누었던 사랑을 좋은 추억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고도녕이 자기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은 몰랐어요. “예,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아굴마님을 찾아가면 불법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될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묵호자는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어요. “그분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부디 불법 공부에 전념하셔서 훌륭한 스님이 되십시오.” 아굴마는 묵호자를 현창 화상에게 데려갔어요. 현창 화상은 묵호자에게‘아도’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아도 스님은 3년 동안 위나라에 머물며 현창 화상에게 가르침을 받았지요. 불법 공부가 끝나고 고구려로 돌아온 아도 스님은 고도녕을 찾아갔어요. “그동안 편안히 지내셨습니까?” “저보다 스님께서 공부하시느라고 생이 많으셨겠지요.” 고도녕은 무사히 돌아온 아도 스님이 무척 반가웠지만 기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어요. 아도 스님이 해야 할 공부가 아직 더 남아있었거든요. 고도녕은 아도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이제 스님은 신라로 건너가셔야 합니다.” 아도 스님은 깜짝 놀랐어요. 고구려와 신라는 서로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에 신라로 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고도녕은 침착하게 말했지요. “신라에는 절을 짓기에 좋은 곳이 일곱 군데 있습니다. 그곳에 절을 세우고 신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것이 스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신라로 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요. 하지만 아도 스님은 용기를 내서 신라로 건너갔어요. 신라 옷으로 차려입은 아도 스님은 작은 마을로 들어섰어요. 그러고는 어느 집 앞에서 주인을 불렀지요. “주인장 계십니까?” “무슨 일로 저의 집에 오셨는지요?” “먼 길을 가던 중에 잠시 쉴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일을 거들어드릴 테니 며칠만 묵어가게 해주십시오.” “마침 잘 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모자라던 참인데, 들어오시지요.” 집주인은 모례라는 사람이었어요. 아도 스님은 모례의 집에 머물며 농사일을 도와주었지요. 모례도 아도 스님을 정성껏 대접했어요. 시간이 흘러 모례와 친해진 아도 스님은 자기가 누구인지 솔직히 말했어요. “제 이름은 아도입니다. 고구려 승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려 신라로 왔으니,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 주십시오.” 모례는 아도 스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아도 스님이 고구려에서 왔다는 것을 혹시라도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집안에 굴을 파고 아도 스님을 숨겨주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아도 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져나갔어요. 불교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신라 사람들은 아도 스님을 찾아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신라 사람들은 불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요.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어 마침내는 죽게 됩니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많은 고통을 겪게 되지요. 부처님은 걱정과 고통을 지혜롭게 다스릴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분입니다.” 아도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며 모례의 집에서 몇 년간 머물렀어요. 이렇게 해서 아도 스님은 신라에 처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 스님이 되었지요. 그 무렵, 중국 양나라에서 신라의 눌지 왕에게 진귀한 향을 선물로 보내왔어요. 하지만 신라에는 아직 향이 없던 때였어요. 이웃에 있는 큰 나라에서 보낸 것이니 귀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는데, 도무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어 대궐 사람들은 전전긍긍했어요. 아도 스님이 이 소문을 듣고는 대궐의 한 신하를 불러 말했어요. “그 물건은 향이라고 합니다.” “향이라고요?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향을 태우면 그윽한 향기가 풍기지요. 그 향기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줍니다.” 아도 스님은 향의 쓰임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신하가 다시 아도 스님을 찾아왔어요. “아도 스님, 공주마마가 병에 걸려 곧 돌아가실 듯합니다. 여러 의원을 불러 온갖 치료를 다해보았지만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도 스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저와 함께 어서 대궐로 가시지요.” 그때만 해도 신라 사람들은 병이 나면 치료를 하기보다는 무당을 불러다 굿을 해야 낫는다고 믿었어요. 이 신하도 아도 스님을 무당으로 생각하고 찾아온 것이었지요. 대궐로 들어간 아도 스님은 공주의 방에 향을 피우고,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지요. 방 안에 그윽한 향냄새가 퍼지면서 아도 스님의 기도 소리도 점점 높아졌어요. 아도 스님이기도를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공주가 스르르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렸던 거지요. “고맙소! 그대 덕분에 공주의 병이 나았소. 감사의 뜻으로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겠소.” 눌지왕은 기뻐하며 아도 스님에게 소원을 물었어요. “신라에 절을 세워 불교를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눌지왕은 아도 스님의 소원을 들어주었어요. 아도 스님은 눌지 왕의 도움으로 흥륜사를 세우고 신라에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렸어요. 아도 스님이 예불을 올릴 때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기도 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불교를 믿는 신라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도 스님이 흥륜사를 떠나려 했어요.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모례가 아도 스님을 붙잡고 물었어요. “제가 떠난 뒤에 칡 순이 들어올 것이니 그것을 따라 오십시오.” 아도 스님은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는 웃으며 사라졌어요. 그런데 그해 겨울, 신기하게도 모례의 집 마당으로 칡 순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모례는 아도 스님의 말이 생각나 그 줄기를 따라갔지요. 칡 순이 닿은 곳에는 아도 스님이 서있었어요. “아니, 스님!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모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요. “잘 오셨소. 내가 여기에 절을 세우려 하는데 그 대가 시주를 좀 해야겠소. 많이 할 필요 없이 그저 이 망태기에 담길 만큼만 하시구려. 허허허!” 아도 스님은 모례 앞에 망태기 하나를 내려놓고는 말없이 사라졌어요. ‘여기에 담길 정도면 쌀 두 말이면 충분할 텐데. 겨우 쌀 두 말을 가지고 어떻게 절을 세우신다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모례는 쌀 두 말을 망태기에 가득 담았어요. 그런데 망태기는 쌀 두 말은커녕 두 섬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았지요. “하하하, 내가 아도 스님의 꾀에 넘어갔구나!” 모례는 기분 좋게 껄껄껄 웃었어요. 이렇게 모례가 시주를 하여 절이 하나 더 생겼답니다. 절이다 지어질 무렵 절 주변에 때 아닌 복사꽃이 눈이 부실만큼 활짝 피었어요. 아도 스님은 절 이름을 도리사라고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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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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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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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우! 뿌우우우! 국내성 대궐 지붕 위로 구슬픈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산상왕이 지금 막 세상을 떠났어요. 나팔 소리를 들은 고구려 사람들은 서러운 눈물을 흘렸지만, 산상왕이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고구려 북쪽에 있는 공손씨라는 나라였어요. 공손씨는 고구려와 경계가 맞닿아 있던 지역으로 고구려와 자주 싸움을 벌였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고구려에는 왕위를 잇는 법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왕이 죽거나 왕의 자리가 비게 되면 새로운 왕을 정하기 위해 한동안 나라 안이 어수선했지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공손씨는 이때를 틈타 고구려를 공격하기로 했어요. “하늘이 준 기회다! 당장 고구려를 쳐부수자!” 공손씨가 고구려를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고구려 대신들은 이번만은 왕위 결정 문제로 다투지 않기로 했어요. “공손씨가 고구려를 넘보고 있다고 하오.” “그렇소.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왕위 문제로 다투고 있을 틈이 없소.” 대신들은 서둘러 산상왕의 아들을 새로운 왕으로 받들었어요. 이렇게 하여 산상왕을 이어 동천왕이 왕위에 올랐어요. 동천왕은 대신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했어요. “북쪽의 드넓은 만주 벌판은 우리의 단군께서 세운 고조선의 땅이었소. 그런데 그 땅을 공손씨에게 빼앗겼으니, 이것은 몹시 부끄러운 일이오.” 동천왕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요. “나는 반드시 공손씨를 무너뜨리고 만주 벌판을 손에 넣을 것이오. 더 나아가 중국 땅도 차지할 것이오!” 동천왕의 말을 들은 대신들은 가슴이 뛰었어요. 젊은 대신 밀우는 눈을 빛내며 유유와 유옥구에게 말했지요. “폐하의 기상이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 끝까지 폐하를 도와 고구려를 빛내도록 하세!” 유유와 유옥구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당연하지. 고구려와 폐하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기꺼이 바치겠네!” 동천왕은 공손씨를 공격하기 위해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어요. ‘우리가 만약 중국 위나라와 손을 잡는다면 공손씨는 몹시 난처해질 것이다.’ 동천왕은 곧 위나라에 사신을 보냈어요. 위나라 왕은 동천왕의 생각을 전해 듣고는 몹시 기뻐했지요. 사실 위나라 왕도 공손씨가 눈에 거슬리던 참이었거든요. “좋소! 이번 기회에 우리 함께 공손씨를 없애 버립시다.” 고구려와 위나라는 같은 편이 되어 공손씨로 쳐들어갔어요. 위나라는 북쪽에서, 고구려는 남쪽에서 공손씨를 공격했지요. 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공손씨였지만 남과 북 양쪽에서 적이 공격해 오는 데에는 막아 낼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공손씨는 고구려와 위나라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고 말았답니다. 전쟁이 끝나자, 위나라는 시커먼 속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공손씨를 정복했으니, 이제는 아예 고구려까지 손아귀에 넣을 생각이었던 거예요. 위나라 왕은 동천왕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어요. ‘공손씨를 쳐부순 것은 순전히 우리 위나라의 도움 덕분이다. 우리가 도와주어 공손씨를 멸망시켰으니, 고구려는 위나라의 신하가 되어 충성을 다하라!’ 편지를 읽은 동천왕은 무척 화가 났지요. “고구려는 절대 위나라의 신하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오. 위나라는 지난번 도움을 핑계로 고구려를 차지하려는 속셈이오. 우리가 먼저 위나라를 공격합시다!” 동천왕은 고구려군을 이끌고 위나라 서안평을 공격했어요. 서안평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길이 있어 중요한 곳이었지요. 그 물길을 이용해 중국 여러 나라와 편하게 오가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동천왕은 꼭 서안평을 차지하고 싶었어요. 고구려군이 서안평으로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위나라 왕은 관구검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고구려군을 무찌르고 서안평을 지켜라! 서안평이 무너지면 위나라는 위험에 빠진다.” 관구검은 군대를 이끌고 서안평으로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고구려군에게 식량을 전해 주는 길목을 막아 버렸지요. 식량 공급이 끊어진 고구려군은 더 이상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게 되었어요. 배고픔에 지친 고구려군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고, 결국 싸움터에서 밀리기 시작했어요.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관구검은 쉴 새 없이 고구려군을 밀어붙이며 외쳤어요. 고구려군의 사기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지요.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고구려군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어요. “물러서라! 다들 물러서라!” 동천왕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어요. 관구검은 기세를 몰아 고구려 수도 국내성으로 향했어요. “이번 기회에 국내성까지 완전히 빼앗자!” 와아! 위나라군이 국내성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동천왕과 장수들은 깜짝 놀랐어요. “어서 국내성으로 돌아가야겠소! 국내성을 빼앗기면 큰일이오!” 하지만 장수들은 국내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했어요. “국내성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관구검이 폐하의 목숨을 노릴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남옥저로 피하시옵소서! 그곳에서 다시 힘을 모아 전쟁을 시작하면 국내성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위나라군은 이미 고구려군을 바짝 뒤쫓고 있었어요. 그때 밀우가 나서며 말했어요. “폐하!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 몸을 피하십시오. 제가 군사들을 이끌고 위나라군과 싸워 시간을 벌겠습니다.” 동천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고맙소. 그대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잊지 않겠소.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시오!” 동천왕은 군사를 이끌고 남옥저로 향했어요. 동천왕이 남옥저로 떠났다는 것을 안 관구검은 작전을 바꿔 명령했어요. “부대를 둘로 나누어 내가 이끄는 부대는 국내성으로 가고 왕기가 이끄는 부대는 동천왕을 뒤쫓도록 하라!” 왕기의 부대는 고구려 장수 밀우가 이끄는 고구려군과 맞닥뜨렸어요. 밀우가 고구려 군사를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어요. “고구려 군사들이여! 우리는 폐하와 고구려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고구려군은 거센 함성을 지르며 위나라군에게 달려들었어요. 하지만 승리는 위나라군에게 기울고 있었지요. 밀우가 이끄는 고구려군은 위나라군에 비해 수도 적었고, 그동안 몹시 굶주려 있었거든요. 고구려 군사들은 대부분 죽음을 당하거나 상처를 크게 입었고, 밀우는 왕기에게 붙잡히고 말았어요. 동천왕이 밀우를 걱정하고 있을 때, 군사 한 명이 달려와 말했어요. “군사들은 거의 죽음을 당했고, 밀우 장군님은 위나라군에게 붙잡혔다 하옵니다!” 동천왕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어요. “내가 부족하여 충성스러운 신하를 잃었구나!” 동천왕 앞으로 유옥구가 나서며 말했어요. “폐하! 제가 밀우를 구해 오겠사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는 서둘러 남옥저로 피하십시오!” 동천왕은 또다시 용맹한 신하를 잃을까 걱정되어 고개를 저었어요. “나는 이미 밀우를 잃었소. 그대마저 잃고 싶지 않소.” “폐하! 저희는 이미 폐하와 고구려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약속했습니다. 밀우를 구해 와야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이옵니다. 부디 저를 보내 주시옵소서!” 동천왕은 더 이상 유옥구를 말릴 수 없었어요. “반드시 밀우와 함께 돌아오시오!” 유옥구는 동천왕에게 절을 하고는, 용맹스러운 군사 몇을 데리고 길을 떠났어요. 유옥구와 군사들은 왕기의 부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어요. 밤이 이슥해지자, 유옥구와 군사들은 위나라 부대 안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어요. “누, 누구냐?”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위나라 군사가 창을 겨누며 소리쳤어요. 고구려 군사가 잽싸게 몸을 날려 위나라 군사를 쓰러뜨렸어요. 유옥구는 위나라 군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위나라 군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감옥으로 달려갔어요. “어이, 수고가 많구먼.” 아무것도 모르는 위나라 보초병이 유옥구에게 말을 걸었어요. 유옥구는 씨익 웃으며 다가가 보초병의 입을 틀어막고 쓰러뜨렸지요. 밀우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놀라지 말게. 유옥구일세.” 유옥구는 서둘러 열쇠를 찾아 감옥 문을 열었어요. 그러고는 밀우와 함께 위나라 군영 밖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왔지요. “폐하! 유옥구 장군님이 돌아왔사옵니다!” 군사 한 명이 동천왕의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외쳤어요. 동천왕이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나가자, 말에서 내리는 유옥구와 밀우가 보였어요. 밀우는 그동안 쌓인 피로와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정신을 잃고 있었지요. 밀우를 등에 업은 유옥구가 동천왕 앞으로 걸어왔어요. “폐하! 밀우를 구해 왔나이다!” 동천왕은 얼른 밀우를 부축하며 말했어요. “오, 고생이 많았소! 그대들이 돌아왔으니 더 바랄 게 없소.” 동천왕은 밀우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어요. 그 모습을 본 고구려 군사와 장수들 마음 안에 차츰 용기가 되살아났어요. 밀우가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유가 동천왕에게 말했어요. “폐하! 왕기의 군대를 물리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절대 끝낼 수 없습니다. 저에게 꾀가 있으니, 저를 위나라 진영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동천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그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오.” “폐하! 저는 오래전에 밀우, 유옥구와 함께 폐하와 고구려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했습니다. 밀우와 유옥구는 그 맹세를 지켰으니, 이제 저의 차례이옵니다. 부디 허락해 주소서!” 유유는 믿음직스럽게 말했어요. 한편, 위나라군은 밀우를 놓친 일로 뒤숭숭해 있었어요. 위나라 장수 왕기는 분통이 터졌어요. 그때 위나라 군사가 왕기의 막사 안으로 들어와 말했어요. “장군님, 고구려 장수 유유가 장군님 뵙기를 청해 왔습니다.” 유유가 공손하게 막사 안으로 들어왔어요. “장군님! 고구려의 동천왕이 위나라에 항복하기로 했습니다. 그 뜻으로 선물을 보냈습니다.” 유유가 말을 마치자, 고구려 군사들이 온갖 음식들을 들고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유유의 말을 믿지 않았던 왕기도 음식을 보고는 의심이 싹 사라졌어요. “하하하! 과연 고구려 왕이 미련하지는 않구나.” 왕기가 기분 좋게 말하며 고기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어요. 유유가 고기 접시 안에 숨겨 둔 단도를 집어 들어 잽싸게 왕기의 가슴을 찔렀어요. “으악!” 왕기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고 말았지요. 위나라 군사들이 미처 달려들기도 전에 유유는 칼로 자기 가슴을 찔렀어요. 그러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큰 소리로 외쳤지요. “고구려 만세!” 왕기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위나라 군사들은 우왕좌왕했어요. 그때였어요. “고구려군이여! 공격하라!” 근처에 숨어 있던 고구려군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우두머리를 잃은 위나라 군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미 고구려군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지요. 고구려군은 위나라군을 모두 물리쳤어요. “만세! 고구려가 이겼다!” 동천왕은 막사 안에서 숨을 거둔 유유를 발견했어요. “유유, 그대가 고구려를 구했도다!” 동천왕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동천왕과 고구려군은 다시 용기를 냈어요. “고구려군이여! 유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내성을 반드시 되찾자!” 동천왕이 외쳤어요. 고구려군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성난 파도처럼 국내성으로 들어왔어요. 하지만 국내성은 이미 위나라군의 손에 망가지고, 살 곳을 잃은 고구려 백성들은 배고픔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요. 화가 난 고구려군은 무서운 기세로 국내성 대궐 안으로 들어왔어요. 국내성을 차지한 후, 마음을 놓고 있던 위나라 군사들은 칼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낙엽처럼 쓰러져 갔지요. 마침내, 동천왕은 국내성을 되찾았어요. “밀우, 유옥구, 유유가 없었다면 고구려는 큰 위기에 빠질 뻔하였소. 나라를 위해 충성심을 보여 준 세 장수에게 상을 내리겠소.” 밀우와 유옥구는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신하가 되었어요. 그리고 동천왕은 고구려를 위해 장한 죽음을 선택했던 유유의 가족을 잘 보살펴 주었지요. 동천왕은 세 장수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훌륭한 왕이 되었답니다. 고구려 제11대 동천왕이 고구려를 다스릴 당시 중국은 위나라, 오나라, 촉나라로 나누어져 서로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동천왕은 중국이 세 나라로 나뉘어 힘이 약해진 틈을 노려 고구려의 군사력을 키우고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동천왕은 위나라의 서안평 지역을 차지하고 싶었습니다. 서안평은 땅이 넓고 기름질 뿐 아니라 서안평을 통하면 바로 중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때마침 위나라와 오나라가 전쟁을 벌이자 동천왕은 그때를 이용하여 서안평을 공격했습니다. 위나라는 오나라와 전쟁을 하면서 고구려에도 군사를 보냈습니다. 초반에 승리하던 고구려는 위나라의 공격을 받고 후퇴하게 되었지요. 이때 유유, 밀우, 유옥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위나라 적장 관구검을 물리쳤습니다. 동천왕은 한순간 나라를 잃을 뻔했지만, 위급한 순간에 충성스러운 장수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유유, 밀우, 유옥구 이 세 장수의 용기도 훌륭하지만 세 장수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 동천왕은 훌륭한 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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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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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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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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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이었어요. 대궐 마당에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꿇어앉아 있었어요. 남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서천왕의 둘째 아들 돌고였지요. “억울하옵니다, 폐하!” 돌고는 통곡하며 머리를 조아렸어요. “시끄럽다! 아직도 네 죄를 뉘우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구나.” 봉상왕이 호통을 쳤어요. 봉상왕은 서천왕의 첫째 아들로, 돌고의 형이었지요. "너는 감히 형인 나를 죽이고 왕이 되려 했다. 그러고도 어찌 살기를 바라느냐?” 봉상왕이 돌고를 노려보며 말했어요. “아닙니다. 그런 일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봉상왕은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여봐라! 죄인이 뉘우치는 기색이 없으니 사형에 처하라!” “폐하! 형님......, 형님!” 돌고가 애절하게 외쳤지만 결국 돌고는 사형에 처해졌어요. 봉상왕은 돌고의 시체를 성문 앞에 매달아 놓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게 했지요. 그날 밤, 돌고의 아들 을불이 아버지의 시체를 거두러 왔어요. “아버지, 어찌 이런 일을 당하셨습니까? 흑흑흑, 큰아버지가 원망스럽사옵니다.” 을불은 아버지의 시체를 업고 가며 슬프게 울었지요. 봉상왕은 의심 많고, 시기심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왕이 된 후에도 누군가 자기를 죽이고 왕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하며 늘 불안해했지요. 그래서 지난 해에는 작은아버지인 달가의 목숨까지 빼앗았어요. 봉상왕은 어릴 때부터 동생 돌고를 질투했어요. 돌고는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자기보다 학문도 뛰어나고 성품이 너그러워 대신과 백성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거든요. ‘돌고를 살려두면 분명 나를 죽이고 왕이 되려 할 것이다.’ 결국 봉상왕은 동생 돌고에게 누명을 씌워 죽인 것이었지요. 을불은 국내성 변두리에 있는 작은 산에 도착했어요. 산 속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어요. 을불이 낮에 미리 파둔 것이었지요. 구덩이 옆에는 깨끗한 가마니와 수의도 준비되어 있었어요. 을불은 아버지의 시체를 깨끗하게 닦은 후수의를 입히고 가마니로 정성스럽게 싸서 구덩이에 묻었어요.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불효자를 용서하십시오. 작년에는 작은할아버지를 죽이고, 올해는 아버지를 죽였으니 이젠 저를 죽이겠지요. 저는 이제 고구려를 떠나려 합니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오면 반드시 좋은 곳에 모시겠습니다.” 을불은 입술을 꽉 깨물고 구덩이를 향해 큰절을 올렸어요. 그러고는 근처 바위 뒤에 숨겨 두었던 허름한 옷을 입고 산을 내려갔어요. 어디선가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을불이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봉상왕은 불같이 화를 냈어요. “약삭빠른 놈, 벌써 도망갔구나! 그놈을 살려 두면 분명 나를 죽이고 왕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여봐라, 당장 을불을 잡아오너라!” 하지만 을불은 이미 국내성을 빠져나간 뒤였지요. 을불이 국내성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창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창조리는 고구려의 대신으로 봉상왕이 왕자였을 때부터 쭉 지켜봐 왔어요. ‘왕자님은 성격이 급하고 포악하다. 게다가 사람을 믿지 못한다. 왕자님이 나중에 왕이 되면 나라가 몹시 어지러워질 거야.’ 창조리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지요.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봉상왕은 벌써 여러 사람을 죽이고 있었거든요. 나날이 괴팍해지는 봉상왕을 보며 창조리는 돌고의 아들 을불에게 희망을 걸었어요. '돌고님은 돌아가셨지만 을불 왕자님은 꼭 살아 계셔야 한다. 을불 왕자님, 어디에 계시든 부디 살아 계십시오. 제가 반드시 왕자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국내성을 빠져 나와 압록강 근처 수실촌이라는 마을에 도착한 을불은 어느 부잣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어요. 을불의 주인은 수실촌에서 제일 가는 욕심쟁이에다 심술쟁이였지요. 주인은 을불을 부려먹기만 하고 약속한 돈을 제때 주지도 않았어요. “아침 먹기 전에 밭에 나가 김을 매고, 김을 다 맨 다음에는 과수원에 가 나무를 돌보아라. 그러고 나서 장작을 패고, 아궁이도 고쳐라.” 을불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게다가 주인은 조금만 실수해도 일이 서투르다며 을불을 괴롭혔지요. 하지만 을불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열심히 일했답니다. 곱고 부드럽던 을불의 손은 거칠어지고 손가락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였어요. ‘아, 백성들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사는 줄 미처 몰랐었다! 백성들의 생활이 이런데 대궐 안에서는 쓸데없는 문제로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을불은 고생을 하면서 백성들의 고달픔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음 해 여름이 됐어요. 부잣집 앞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지요. 그런데 밤마다 연못에서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 댔어요. 주인이 을불을 불러 말했어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구나. 개구리들이 울지 못하도록 밤마다 연못에 돌을 던지거라.” 을불은 어이가 없었지만 주인의 명령이라 할 수 없이 개구리가 울 때마다 돌을 던졌어요. 하지만 개구리가 돌에 맞지 않도록 연못 가장자리로 살짝 던지는 시늉만 냈지요. 개구리들은 돌멩이 소리에 잠시 조용해지다가 이내 다시 시끄럽게 울어 댔어요. 그러자 주인이 뛰쳐나와 소리쳤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개구리들을 다 때려 죽여라.” 을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요. “아무리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도 주인님이 잠을 편히 자기 위해서 개구리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생명은 다 소중하니까요.” 을불은 부잣집에서 나오고 말았어요. 무작정 뛰쳐나온 을불은 소금을 팔러다니는 배를 탔어요. 그러고는 부지런히 일하여 모은 돈으로 소금을 사서 만주 지방을 다니며 소금 장사를 시작했지요. 소금을 들고 다니며 파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어요. 장마철이면 행여나 비에 소금이 녹을까 걱정이었고, 추운 겨울에는 무거운 소금을 메고 다니느라 힘이 들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낙랑과 대방의 횡포였어요. 낙랑과 대방은 고구려 국경 지역에 있는 중국의 식민지였는데 두 지역의 군사들은 걸핏하면 고구려 백성을 괴롭혔지요. 고구려 상인들은 낙랑과 대방을 지날 때마다 많은 돈이나 값비싼 물건을 바쳐야 했어요. ‘낙랑과 대방을 없애지 않으면 고구려 사람들이 편안히 살 수 없겠구나.’ 을불은 나라의 힘을 키우고 땅을 넓혀야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끝내 을불을 찾지 못한 봉상왕은 을불이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흐흐흐, 이제 나의 왕위를 넘볼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봉상왕은 술과 잔치, 그리고 사냥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왕이 나랏일을 돌보지 않고 사치스런 생활만 즐기다 보니 백성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나라에 내야 할 세금만 많아졌지요. “아이고, 폐하는 도대체 언제쯤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시려나?” “그런 꿈은 아예 꾸지도 말아요. 폐하가 얼마나 잔인한 분인데....... 혹시라도 그런 불평을 입 밖에 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거예요.” 나라가 점점 어려워지고 백성들의 불만이 높아가자 창조리와 조불, 소우 같은 충신은 나라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이제 더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루 빨리 을불 왕자님을 모셔 와야 합니다.” “그분이 과연 살아 계실까요?” “분명히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이야기를 나눈 끝에 조불과 소우가 을불을 찾아오기로 했어요. 한편, 을불은 소금을 팔러 사수촌이라는 마을로 갔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을불은 소금 장수들의 짐을 보관해 주는 집으로 갔지요. 그런데 그 집의 주인 할머니는 마을에서 소문난 욕심쟁이였답니다. 주인 할머니는 을불에게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을 요구했지요. 할머니의 속셈을 알아차린 을불은 정중하게 말했어요. “할머니! 물건을 사고 파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입니다. 오늘 보관료는 드릴 테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요구하지는 마십시오.” 다음 날, 날이 밝자 을불은 소금 자루를 들고 집을 나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주인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 왔어요. “도둑 잡아라, 도둑! 내 꽃신 훔쳐 간 도둑놈 잡아라!” 할머니의 고함 소리를 듣고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을불을 잡았어요. “저는 할머니의 꽃신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남자가 막무가내로 을불의 소금 자루를 뒤졌지요.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소금 자루 안에 꽃신 한 켤레가 들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런 고얀 놈이 있나! 감히 노인의 물건을 훔치다니!” 마을 사람들은 을불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관가로 끌고 갔어요. 관가로 끌려온 을불은 자기가 훔친 것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소금 자루에서 꽃신이 나온 이상 을불의 말은 통하지 않았지요. 꼼짝없이 도둑 누명을 쓴 을불은 곤장을 30대나 맞고 가지고 있던 소금마저 모두 빼앗긴 채 거리로 쫓겨났어요. 을불은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어요.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고구려 왕족으로 태어난 내가 머슴살이에 소금 장사를 하다가 이제는 도둑으로 몰리다니!” 마침 관가 앞을 지나던 두 남자가 을불의 이야기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 을불을 바라보았어요. 두 남자는 바로 조불과 소우였어요. 조불과 소우는 국내성을 떠난 이후 줄곧 을불을 찾아다녔지요. 하지만 어디에서도 을불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사수촌에서 을불을 발견한 것이었지요. 비록 모습은 변했지만 두 사람은 한 눈에 을불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두 사람은 반가운 마음에 을불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어요. “을불 왕자님! 저희는 조불과 소우이옵니다.” 을불은 깜짝 놀랐어요. ‘이런! 큰아버지가 나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구나.’ 을불은 두 사람을 피해 달아나려 했지만 지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요. 조불과 소우는 을불을 부축해서 근처 객주로 갔어요. 두 사람은 을불이 기운을 차리자 국내성에서 일어난 일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어요. “봉상왕은 백성을 돌보지 않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져 있습니다. 게다가 걸핏하면 사람을 의심하고 죽입니다. 을불 왕자님께서 새로운 왕이 되어 어려움에 빠진 이 나라와 백성을 구해 주셔야 합니다!” 을불은 잠시 고민에 빠졌어요. 자신이 왕이 되면 큰아버지 봉상왕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아,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하지만 고구려와 백성을 위한다면 어쩔 수 없다.’ 을불은 고구려를 위해 새로운 왕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을불이 국내성으로 몰래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조리가 봉상왕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폐하!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하니 사냥을 하기에 딱 좋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산으로 나가시지요.” “언제는 늘 사냥만 한다고 야단이더니, 오늘은 웬일이오? 허허허.” 평소에는 의심 많은 봉상왕이었지만 그날은 웬일인지 몹시 기뻐하며 사냥 대회를 열었지요. 둥둥둥. 힘찬 북소리가 숲 속으로 울려 퍼졌어요. 사냥감을 찾아 여기저기 눈을 돌리던 봉상왕은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숲 속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어요. 봉상왕은 활을 겨누고 멧돼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지요. 그 순간 난데없이 커다란 그물이 봉상왕을 덮쳤어요. 높은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창조리의 부하들이 봉상왕에게 그물을 던진 것이었지요. “으악, 이게 무슨 짓이냐!” 봉상왕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때는 늦었어요. 봉상왕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잡히고 말았어요. 봉상왕이 창조리의 부하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길거리로 몰려나왔어요. 사냥을 하러 갔다가 느닷없이 잡힌 봉상왕은 수치심과 분노로 이를 갈았지요. 백성들은 봉상왕이 타고 가는 수레에 돌을 던졌어요. “폭군은 물러가라!” “봉상왕은 물러가라!” 대궐에는 이미 창조리의 부하들이 봉상왕의 군사들을 물리치고 창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대궐로 돌아온 창조리는 봉상왕을 감옥에 가두었지요. “아아, 신하에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이런 모욕을 당하며 살 수 없다!” 분을 이기지 못한 봉상왕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봉상왕이 죽은 다음 날, 국내성 대궐에서는 을불의 즉위식이 열렸어요. 봉상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을불이 바로 고구려 제15대 미천왕이랍니다. 미천왕은 먼저 가난한 백성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었어요. 그런 뒤에 군사를 모으고 무기를 만들어 고구려 북쪽의 낙랑과 대방을 공격했지요. 국경 지역의 고구려 사람들이 낙랑과 대방의 횡포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던 미천왕은 그 식민지들을 없애야 고구려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고구려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도 낙랑과 대방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낙랑과 대방은 고구려의 공격에 강하게 저항했지만 미천왕이 이끄는 고구려군을 당해 낼 수는 없었지요. 미천왕은 언제나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어요. 어린 시절 떠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아픔을 직접 겪어 보았기에 누구보다 백성들의 마음을 잘 아는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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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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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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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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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거기 누구 없느냐?" 평양성 별궁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요. 근처를 지나던 흥안태자와 을밀장군이 그 소리에 놀라 별궁으로 뛰어갔지요. 을밀이 상처 입은 새끼 고양이를 안학공주에게 건네주었어요. "많이 다치지 않은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고양이를 받아 든 안학공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어요. 을밀도 안학공주를 보며 살짝 미소를지었지요. 물끄러미 고양이를 바라보던 흥안 태자가 갑자기 별궁 밖으로 달려 나갔어요. "태자마마, 왜 그러십니까?" 뒤따라 달려 나온 을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흥안 태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쥐들에게 쫓기는 고양이를 보는 순간, 백제와 신라에 공격당하는 고구려를 보는 것 같아 화가 치밀었어." 가만히 흥안 태자의 말을 듣던 을밀이 물었어요. "그럼, 그 쥐들이 백제와 신라라는 말씀입니까?" 흥안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고구려는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어요. 하지만 백제와 신라가 힘을 합해 고구려에 맞서는 데에는 고구려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날 밤, 흥안 태자는 아버지 문자왕을 찾아갔어요. "아바마마, 지금 백제와 신라는 손을 잡고 고구려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직접 백제의 상황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문자왕은 흥안 태자가 대견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과연 고구려 왕자답구나.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흥안 태자는 물건을 팔러 다니는 장수로 변장하고 길을 떠났어요. 한강을 건넌 흥안 태자는 국경을 넘어 백제 개백현에 도착했어요. 개백현은 고구려와 백제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지역이라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마을이었지요. 흥안 태자는 개백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소리쳤어요. "귀하고 아름다운 물건이 많아요! 중국에서 건너온 황금 비녀도 있고, 바르기만 하면 얼굴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지는 화장품도 있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보세요! 잠깐 물건 구경 좀 할게요." 흥안 태자는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큰 집 대문 앞에 한 여인이 서 있었어요. 흥안 태자는 얼어붙은 듯 서서 그 여인을 바라보았어요. 갸름하고 하얀 얼굴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살짝 웃으며 흥안 태자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여인과 눈이 마주친 흥안 태자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니...' 여인도 흥안 태자를 본 순간 흥안 태자의 늠름한 모습에 반했답니다. 여인이 수줍어하며 말했어요. "잠깐 안으로 들어오시겠어요? 우리 집에는 여자가 많아서 물건을 많이 파실 수 있을 거예요." 여인의 이름은 한주였어요. 흥안 태자가 집 안으로 들어와 갖가지 물건들을 펼쳐 놓자 한주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탄성을 질렀어요. "어머나! 이것들은 백제에서는 구경도 못하는 귀한 거야." "한주 언니! 우리 이거 전부 다 사요." 한주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한주와 흥안 태자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흥안 태자는 곧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았어요. '고구려 왕자인 내가 적국의 여인을 사랑하다니, 이러면 안 된다.' 한편 한주도 안타까운 마음이었어요. '개백현에서 제일가는 집안의 딸이 물건 파는 장수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속상해 하실까.'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울 뿐이었지요. 이윽고 흥안 태자는 아쉬움을 안고 한주의 집을 나섰어요. 흥안 태자는 밤새 한주의 집 앞을 서성거렸답니다. 날이 밝아올 무렵, 흥안 태자는 결심을 했어요. '정신 차리자! 나는 한가롭게 사랑이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나는 고구려 왕자로 적국의 상황을 살피러 온 거야. 임무를 잊으면 안 돼!' 흥안 태자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개백현을 떠났어요. 그리고 백제 곳곳을 다니며 백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냈지요. '이제 백제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다 얻은 셈이다. 어서 고구려로 돌아가 백제를 공격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하지만 흥안 태자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한주가 남아 있었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주의 얼굴을 보고 가야겠다.' 개백현으로 들어서는 흥안 태자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때 마을 아낙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어요. "한주 아가씨가 요즘 이상해졌다며?" "그러게 말이야. 물건 파는 장수만 지나가면 불러다가 얼굴을 살피고는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신대." 그 소리를 들은 흥안 태자는 정신 없이 한주의 집으로 달려갔어요. 한주는 멍한 얼굴로 창가에 서 있었어요. "한주 아가씨!" 흥안 태자가 달려가 한주를 불렀어요. 한주는 흥안 태자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당신은 내 이름이라도 알고 있지요. 나는 당신 이름도 모르는 채 몇 달을 기다리며 그리워했답니다." 흥안 태자는 한주를 꼭 끌어안았어요. 자기가 고구려 왕자라는 것도, 한주가 백제 여자라는 것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날 이후, 흥안 태자와 한주는 몰래 만나며 사랑을 키워갔지요. 하지만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흥안 태자는 초조해졌어요. '지금쯤 고구려에서는 아바마마와 대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한주가 말했어요. "흥안님과 혼인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겠어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더라도 뜻을 굽히지 않겠어요." 그러자 흥안 태자가 한숨을 쉬며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사실 나는 고구려 왕자라오. 백제를 염탐하러 왔다가 그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오." 한주는 너무 놀라 숨조차 쉴 수가 없었어요. "적국의 왕자를 사랑하다니....... 이제 저는 어쩌지요?" 흥안 태자는 한주의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나는 이제 고구려로 가야 하오. 반드시 그대를 다시 찾아와 정식으로 혼인하겠소. 부디 나를 믿고 기다려 주시오." 한주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태자님이 저를 찾으러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그러니 태자님도 저를 잊지 마세요." 그렇게 흥안 태자와 한주는 안타까운 이별을 했어요. 고구려로 돌아온 흥안 태자는 백제를 염탐하며 모은 정보를 문자왕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어요. “허허, 흥안아.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네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흥안 태자는 한주를 생각하면 괴로웠어요. 그래서 안학 공주와 을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어요. “오라버니! 같은 여인으로서 저는 한주 아가씨가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요. 어서 아바마마께 말씀드리고 한주 아가씨를 고구려로 모셔 오세요.” 안학 공주의 말에 을밀은 반대했어요. “안 됩니다. 만약 그렇게 하시면 한주 아가씨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태자마마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지만, 폐하께서 보시기에는 믿을 수 없는 적국의 여자입니다. 태자마마와 헤어진 사이에 한주 아가씨가 마음이 변해서 백제의 첩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실 것입니다.” 흥안태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날 밤 을밀은 몰래 부하 한 사람을 불러 말했어요. “백제 개백현으로 가서 한주 아가씨를 잘 살펴보거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에게 알려 다오.” 을밀의 지시를 받은 부하는 곧 국경을 넘어 백제로 갔어요. 흥안 태자가 떠난 후 한주는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개백현에 새로운 태수가 오게 되었어요. 화려하게 장식한 말과 수레 행렬이 한주의 집 앞을 지나갔어요.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 행렬을 구경하러 나왔지만 한주는 멍하니 서서 고구려가 있는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수레를 타고 가던 태수는 한주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태수는 한주의 부모님을 찾아와 자신의 마음을 전했지요. “한주 아가씨를 아내로 맞게 해 주십시오.” 태수의 청혼을 받은 한주의 부모님은 몹시 기뻐했어요. “우리 집이 재산은 많아서 부자 소리를 듣지만 귀족이 아니라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태수와 한주가 혼인하면 우리도 귀족이 되는 것 아니오? 어서 한주의 마음을 물어봅시다.” 한주의 아버지가 말하자 어머니도 손뼉을 쳤어요. “묻고 말고 할 것 없이 당장 두 사람을 혼인시키도록 해요.” 이 사실을 안 한주는 짐을 쌌어요. ‘내 발로 흥안 태자님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태수의 부하들이 국경을 넘어가려는 한주를 붙잡았어요. 태수 앞에 끌려온 한주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어요. 태수는 질투심과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어요. “내가 이 사실을 폐하께 알리면 너는 첩자로 몰려 사형당할 것이다. 만약 나와 혼인한다면 모든 것을 비밀로 하겠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지 선택을 해라.” 그러자 한주는 침착하게 대답했어요. “저는 목숨을 버릴지언정 사랑하는 남자를 배신할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태수는 한주를 옥에 가두었어요. 그날 밤, 웬 남자 하나가 국경을 넘어 고구려로 들어왔어요. 을밀이 보낸 첩자였어요. 고구려에서는 문자왕이 세상을 떠나고 흥안 태자가 왕위에 올랐어요. 그가 바로 안장왕이지요. 을밀은 안장왕을 찾아와 한주의 소식을 전했어요. “폐하. 실은 제가 부하 하나를 백제로 보내 한주 아가씨를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한주 아가씨가 지금 태수의 청혼을 거절해서 옥에 갇혔다고 합니다.” 을밀의 말에 안장왕은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백제로 가서 한주 아가씨를 구해 오겠습니다.” 안장왕은 을밀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그대가 그렇게 해 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인가 해 주고 싶으니 소원을 말해 보시오.” “사실 오래 전부터 저는 안학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무사히 임무를 다 하고 돌아오면 저희 둘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안장왕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내가 내 사랑에만 신경을 쓰느라 아끼는 부하와 누이 동생의 사랑은 눈치 채지 못했구려. 반드시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하겠소.” 한편, 백제 개백현에서는 태수의 생일 잔치로 동네 전체가 북적거렸어요. 태수에게 초대된 많은 손님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어요. 잔치가 한창 흥겨워질 때쯤 밧줄에 묶인 한주가 끌려 나왔어요. “자, 한주!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와 혼인하겠느냐, 아니면 오늘 처형을 당하겠느냐?” 한주는 전혀 겁내지 않고 대답했어요. “태수님과 혼인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태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소리쳤어요. “당장 한주의 목을 쳐라!” 바로 이때였어요. 갑자기 흥겨운 음악 소리가 울리더니 광대 한 무리가 몰려왔어요. "헤헤헤, 태수님! 저희는 떠돌이 광대인데 태수님의 생신을 축하하려고 이렇게 왔습니다요.” “저 아가씨를 처형하시기 전에 저희들의 춤 한번 구경하시지요.” 말을 마친 광대들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태수도 긴장이 풀어져 마음껏 웃어 대며 광대들 틈으로 들어가 춤을 추었어요. 그때, 광대 한 명이 품에서 칼을 꺼내더니 태수의 가슴을 찔렀어요. “우욱!” 태수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태수를 찌른 광대가 가면을 벗자 다른 광대들도 가면을 벗어 던졌지요. 그들은 바로 고구려 군사들이었어요. 고구려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태수의 무리들을 공격했어요. 그 사이 을밀은 재빨리 한주를 묶었던 밧줄을 풀어 주며 말했어요. “고봉산에 올라가 봉화를 피우십시오. 그러면 왕께서 오실 것입니다.” 을밀과 군사들이 태수의 무리들을 무찌르는 사이 한주는 고봉산으로 올라가 봉화를 피웠어요. 개백현 근처 숲에서 군사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안장왕은 멀리 고봉산에서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지요. “을밀이 드디어 해냈구나! 고구려 군사들이여, 공격하라!” 안장왕이 힘차게 외치자 고구려군은 함성을 지르며 개백현으로 쳐들어갔어요. 태수의 생일날 난데없는 전쟁이 일어나자 백성들은 모두 놀라 달아났지요. 안장왕과 을밀의 지휘로 고구려군은 간단하게 백제군을 무찔렀어요. “폐하! 고봉산에서 한주 아가씨가 기다리십니다.” 을밀의 말에 안장왕은 서둘러 고봉산 꼭대기로 올라갔어요. 그곳에서 한주가 안장왕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주! 늦게 와서 미안하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아닙니다. 이렇게 저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 주시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며칠 후 고구려 대궐에서 안장왕과 한주의 성대한 혼인식이 열렸어요. 바로 그날 을밀과 안학 공주도 혼인식을 올렸지요. 신분과 국경을 초월해 믿음과 사랑을 나눈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안장왕은 고구려 제21대 문자왕의 맏아들로, 백제 여인 한주와의 사랑으로 더욱 유명한 왕입니다. 당시 고구려는 남진정책을 추진 중이었는데, 백제와 신라가 동맹을 맺고 대항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특히 고구려와 백제는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지요. 그래서 안장왕이 적국인 백제의 여인을 왕비로 삼았다는 기록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안장왕이 왕으로 있는 동안 고구려가 백제를 두 번이나 공격해 백제의 성을 점령했다는 기록을 들어 이 이야기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고 믿고 있지요.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사실로 고구려가 점령한 지역이 바로 한주가 살았다는 지금의 고봉산 일대라는 점과 고봉산 꼭대기에 봉화대가 남아 있는 점 등을 들고 있어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신분의 벽을 넘어 서로의 사랑을 지킨 안장왕과 한주 이야기는 '춘향전'과 아주 비슷합니다. 안장왕은 이몽룡을, 한주는 성춘향을, 그리고 태수는 변사또를 닮았지요. 그래서 학자들은 '춘향전'이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적국의 여인을 잊지 않고 구하러 온 안장왕과 목숨을 걸고 한 사람만을 사랑한 한주의 이야기는 믿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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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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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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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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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평원왕 때 온달이라는 청년이 살았어요. 온달은 겉모습은 비록 지저분하고 어수룩했지만 앞 못 보는 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는 효자였지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온달을 바보라고 놀리며 속이곤 했어요. 온달이 산에서 힘들게 나무를 해 가지고 오면 사람들은 온달에게 가서 거짓말을 했어요. “여보게, 내가 몸이 아파 땔감을 마련하지 못했다네. 땔감 좀 나눠주지 않겠나? 콜록콜록!” "온달, 내가 허리를 다쳐서 며칠째 나무를 못했지 뭔가. 땔감 좀 주게나.” 그럴 때마다 온달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땔감을 나누어주었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온달의 지게는 텅 비었어요. 하지만 온달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어요. “이런! 땔감이 다 떨어졌네. 가서 나무를 더해와야지.”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가는 온달을 비웃었지요. 온달에 대한 소문은 온 나라에 퍼져 평원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그래서 온달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무를 하러 간다고 합니다.” 신하의 말에 평원왕이 껄껄대며 웃었어요. “하하하, 세상에 그런 바보가 있다니!” 그때 대궐 어디선가 여자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린 평강 공주가 또 울음을 터뜨린 거지요. 평강 공주는 얼마나 자주 우는지 모두들 울보 공주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평강아, 그렇게 울면 나중에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 한번은 평원왕이 공주를 달래려고 무심코 이렇게 말했지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평강 공주가 울음을 뚝 그쳤어요. “공주가 울음을 그치다니, 바보 온달이 우는 공주를 달래는 데는 가장 좋은 약이로구나!” 그날 이후로 평원왕은 평강 공주가 울 때마다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겁을 주었어요. 그때마다 평강공주는 어김없이 울음을 그쳤지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평강 공주는 어엿한 여인으로 자랐어요. 평원왕은 평강 공주를 불러 말했어요. “너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구나. 내가 고구려에서 제일가는 집안의 아들을 사윗감으로 정해 놓았단다.” “아바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아바마마께서는 저를 온달 님께 시집보낸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우는 너를 달래려고 장난삼아 한 말이었다. 어찌 우스갯소리와 참말도 구분하지 못한단 말이냐?”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은 헛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온달님과 혼인하겠습니다.” 평강 공주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평원왕은 화가 났어요. “아비 말을 듣지 않는 딸은 필요 없다. 가서 바보 온달과 혼인을 하든 말든 네 맘대로 하거라!” 평원왕은 평강 공주를 대궐에서 쫓아냈어요. 대궐에서 쫓겨난 평강 공주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온달의 집을 찾아갔어요. 온달과 어머니는 난데없이 공주가 와서 온달의 아내가 되겠다고 하자 깜짝 놀랐어요. “예? 고......, 공주님께서 제 색시가 되겠다고요?” 온달이 더듬더듬 말했어요. “어떻게 공주님께서 온 나라에 바보라고 소문난 제 아들과 혼인하시겠다는 겁니까?” 온달의 어머니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자, 평강 공주는 방긋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온달님은 바보가 아닙니다. 다만 글을 배우지 못한 것뿐이지요. 온달님이 바보라면 어떻게 사람의 도리를 알아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겠습니까? 게다가 온달님은 체격이 좋으셔서 칼이나 활을 다루는 재주를 기르신다면 반드시 훌륭한 장수가 되실 겁니다.” 그리하여 평강공주와 온달은 물 한 사발을 떠놓고 혼인식을 올렸어요. 이제 평강 공주와 온달은 부부가 되었지요. 어느 날, 평강 공주가 온달에게 말했어요. “이제 서방님도 글을 익히셔야 합니다.” “사실은 나도 진작에 글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글공부를 하겠습니다.” 그날부터 온달은 낮에는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밤에는 평강 공주에게 글을 배웠지요. 평강 공주는 보통 때에는 상냥하고 다정했지만 글을 가르칠 때만은 무서운 선생님이었어요. 온달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칠 정도로 명석해서 나날이 실력이 늘어갔어요. 이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모두들 놀랐지요. “아니, 바보가 장가를 간 것도 놀랄 일인데 요즘은 글공부까지 한다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야.” 하루는 평강 공주가 비단에 싸인 물건을 온달 앞에 꺼내 놓았어요. 그것은 큰 활과 아름다운 칼이었지요. 군사를 지휘하고 전투를 하는 방법이 적힌 책도 들어있었어요. “서방님, 이것은 고구려에서 제일가는 활과 칼이옵니다. 오늘부터 이것을 가지고 무예를 익히도록 하십시오.” 그날부터 온달은 책을 보며 활 쏘는 법과 칼 쓰는 법을 익혔어요.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3월 3일이 되면 젊은이들이 모여 사냥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렸어요.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는 왕이 직접 큰 상을 내렸지요. 온달도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했어요. “서방님, 반드시 우승하셔서 재주도 뽐내시고 아바마마께 사위로서 인정도 받으세요.” 평강공주가 이렇게 말하자 온달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대회가 열리는 언덕에는 젊은이들이 가득 모여있었어요. 사냥 대회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리자 말을 탄 젊은이들이 짐승을 쫓아 들판으로 힘차게 내달렸어요. 젊은이들 중에 은빛 갑옷을 입고 부리부리한 눈을 빛내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온달이었지요. 평원왕은 사냥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지켜보며 고구려의 장수가 될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그때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어요. 은빛 갑옷을 입은 그 젊은이는 몸집이 단단하고 용감해 보였지요. 게다가 사냥 솜씨도 남달리 뛰어났어요. 사냥 대회가 끝나자 참가한 젊은이들은 각자 자기가 잡은 사냥감을 왕 앞에 내어놓았어요. 역시나 은빛 갑옷을 입은 젊은이의 사냥감이 가장 많았지요. 평원왕은 젊은이에게 상을 내리며 물었어요. “어찌하여 그대는 큰 짐승만 잡았는가?” “약하고 작은 짐승을 잡는 것은 비겁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굳이 수컷만 잡았는가?” 젊은이가 따뜻한 웃음을 띠며 말했어요. “지금은 모든 생명이 살아나는 봄입니다. 아마 암컷들은 몸 안에 새끼를 가졌을 것입니다. 암컷을 사냥하는 것은 다른 생명이 태어날 기회까지 뺏는 것이라 생각하여 수컷만 잡은 것이옵니다.” 평원왕은 젊은이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했어요. “참으로 훌륭한 젊은이로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예. 제 이름은 온달이라 하옵니다.” 젊은이의 이름을 들은 평원왕은 깜짝 놀랐어요. “그대가 바보라고 소문난 온달이란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평강 공주가 바로 제 아내입니다.” 평원왕은 그제서야 딸의 깊은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평강이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구나. 평범한 사람을 이렇게 훌륭한 장수로 키워내다니.’ 평원왕은 온달과 평강 공주를 대궐 안으로 불러들여 정식으로 성대하게 두 사람의 혼례식을 올려주었어요. 온달은 고구려 장군이 되었어요. 그즈음 중국 후주가 고구려 요동 지방을 공격했어요. 온달은 고구려군을 이끌고 요동으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막강한 후 주의 군대 앞에서 군사의 수도 적고 무기도 보잘것없었던 고구려 군의 사기는 금방 꺾이고 말았지요. 온달은 용감하게 적군의 가운데로 들어가 창을 휘두르며 후주 군사들을 쓰러뜨렸어요. 온달이 앞장서 싸우자 고구려군의 사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용감한 온달 장군님이 계시는데 우리는 무서울 것이 없다!” “이렇게 물러서서는 안 된다!” 고구려군은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며 적군을 향해 달려갔어요. 온달과 함께 용감하게 싸운 고구려군은 후주의 군사를 모조리 무찔렀지요. “와아! 고구려 만세! 온달 장군님 만세!” 고구려 군사들의 함성 소리가 요동 벌판에 울려 퍼졌어요. 후주의 군대를 물리치자 온달에 대한 명성은 고구려 곳곳에 퍼졌어요. 하지만 온달은 언제나 겸손했어요. 온달은 가난한 군사에게는 녹봉으로 주는 곡식이나 옷감을 더 주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부하는 직접 보살펴주기도 했지요. 온달은 항상 고구려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그러다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 유역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한강은 고구려, 신라, 백제 세 나라 사이에서 이동을 하거나 물건을 사고팔 때 중요한 강이었어요. 한강에서 배를 타면서 해로 나가 중국으로 갈 수 있었고 또한 외국 상인과 장사를 해서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지요. 전쟁이 나면 이 물길을 요긴하게 쓸 수도 있었어요. ‘한강 유역만 되찾으면 고구려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텐데.......’ 온달은 반드시 한강 유역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평원왕이 세상을 떠나고 평강 공주의 오빠인 영양왕이 왕위에 올랐어요. 젊고 용감한 영양왕은 온달과 뜻이 잘 통했어요. 영양왕 역시 한강 유역을 되찾는 데 관심이 많았지요. 온달은 영양왕을 찾아가 말했어요. “폐하! 한강 유역을 되찾지 못하는 한 고구려는 큰 힘을 펼칠 수 없습니다. 제가 신라군을 무찌르고 한강 유역을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영양왕은 온달을 전쟁터로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온달, 그대에게 고구려의 운명을 맡기겠소.” 영양왕과 온달은 두 손을 꼭 맞잡았어요. 신라를 치러 가기 전날 밤, 온달은 평강 공주에게 약속했어요. “부인, 나는 한강 유역을 되찾지 못하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서방님, 부디 고구려를 위해 용감하게 싸워주십시오.” 온달은 고구려 군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갔어요. 한강 유역에 도착한 온달은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신라군을 공격했어요. 갑자기 쳐들어온 고구려군 앞에서 신라군은 쉽게 무너져버렸어요. 신라군은 다시 무장을 하여 전쟁에 나섰지만 온달의 지휘에 따라 용감하게 싸우는 고구려군을 당해낼 수 없었지요. 온달은 신라군을 몰아내고 그곳에 산성을 쌓았어요. 고구려군이 한강 유역을 되찾았다는 소식은 평양성에도 알려졌어요. 영양왕은 기쁜 마음으로 온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지요. “이제 고구려가 다시 최고의 시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소. 온달 장군, 그대는 하늘이 고구려에 내린 충신이오. 이제 평양성으로 돌아오시오.” 영양왕에게 편지를 받은 온달은 곧 답장을 썼어요. “폐하의 뜻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니 여기에 남아 한강 유역을 지키겠나이다.” 물론 온달도 어서 평강 공주를 만나고 싶었지요. 하지만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더 컸던 온달은 전쟁터에 남기로 했던 거예요. 온달이 생각했던 대로 남쪽으로 쫓겨난 신라군은 다시 힘을 길러 고구려군을 치기 위해 올라왔어요. 먼 곳에서 내려와 오랜 전쟁을 치른 탓에 무기와 먹을 것이 모자랐던 고구려군은 조금씩 지쳐갔어요. 신라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고구려를 공격했지요. 온달과 고구려군은 아차산까지 밀렸어요. 아차산성을 빼앗기면 한강 유역을 다시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온달과 고구려 군은 죽을 힘을 다해 신라군과 맞서 싸웠지요.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라군이 쏜 화살이 온달의 가슴으로 날아왔어요. “우욱!” 온달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움켜쥐고 말에서 떨어졌어요. 부하들이 달려왔지만 온달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지요. “온달 장군님, 온달 장군님!” 고구려 군사들은 목놓아 울며 온달의 죽음을 슬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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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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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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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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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수나라는 고구려 땅을 자주 침략했어요. 영양왕은 어떻게 하면 국경 지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늘 고민했지요. 그때 한 신하가 들어왔어요. “폐하! 요동 지역 관리가 편지를 보내왔사옵니다!” 순간 영양왕의 눈썹이 꿈틀했어요. 요동 지역은 고구려와 수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요한 곳이어서 다른 곳보다 군사를 더 많이 두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지역이었거든요. 영양왕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편지를 펼쳤어요. 편지를 읽는 영양왕의 얼굴이 일그러졌어요. ‘폐하! 수나라 양제가 백만 명이나 되는 수군과 육군을 이끌고 고구려로 쳐들어오고 있다 하옵니다. 저희도 목숨을 걸고 싸우겠으니 폐하께서도 하루빨리 군사를 일으키셔서 수나라 대군을 물리쳐 주소서!’ 편지를 읽은 영양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어요. “당장 갑옷을 준비하라! 그리고 대신들을 모두 불러 모으라!” 왕의 부름을 받고 들어온 고구려 대신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어요. “당장 수나라 군을 무찔러야 하오!” 몇몇 대신이 말했어요. 그러나 많은 대신들은 고개를 저었어요. “상대는 수나라 백만 대군이오. 우선 지금은 항복을 하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힘을 모아 전쟁을 해야 하오.” “그래요. 우리 고구려 군은 수나라 군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도무지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전쟁이에요.” 많은 대신들은 질 것이 뻔한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우선 항복을 하고 수나라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했어요. 영양왕은 답답한 얼굴로 대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요. “그런 어리석은 이야기는 그만두십시오!” 그때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외쳤어요. 그 사람은 을지문덕이었지요. 을지문덕은 키가 크고 눈빛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을지문덕은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우리가 항복하면 수나라 황제는 분명 폐하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오. 그런 후에는 고구려를 지배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목숨을 구걸해야겠소? 그럴 바에는 당장 나가서 싸웁시다!” 영양왕은 을지문덕의 늠름한 모습에 믿음이 생겼어요. “역시 그대는 용감한 사람이오. 오늘부터 그대가 고구려 군을 총지휘하여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해주기 바라오.” 을지문덕은 영양왕 앞에 무릎을 꿇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예, 폐하. 반드시 수나라군을 물리치고 고구려를 구하겠나이다!” 수나라에 항복하자고 했던 대신들은 을지문덕이 못마땅했어요. “누구는 자존심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압니까? 질게 뻔한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에 피하려고 하는 것이오!” “맞습니다. 일단 수나라를 안심시킨 다음 전쟁 준비를 해서 수나라를 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을지문덕이 말했어요. “우리가 항복해서 수나라의 지배를 받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수나라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고구려를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잃기는 쉬우나 한번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몇 갑절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을지문덕이 이렇게 말하자 할 말이 없어진 대신들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어요. 고구려가 항복하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수나라 황제 양제는 웃음을 터뜨렸어요. 수나라 사람들은 천하에서 수나라가 으뜸가는 강대국이며,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주변 나라들은 항상 수나라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살아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고구려는 달랐어요. 자신들이 고구려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고 있었거든요. 고구려를 건방지게 여겼던 수나라 황제 문제는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크게 지고 말았어요. 그 뒤 수나라 문제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 양제는 호시탐탐 고구려를 빼앗겠다고 욕심을 부렸어요. 그래서 백만 명이나 되는 군사를 모아 고구려를 침입했던 것이지요. “반드시 고구려를 정복하여 돌아가신 아바마마의 원한을 풀어드리리라!” 양제는 곧 공격명령을 내렸어요. 수나라 백만 대군 이야기를 들은 고구려 군은 두려움에 떨었어요. “군사의 수가 많고 적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군사의 수가 적어도 지혜를 모으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을지문덕은 불안해 하는 장수들을 달랬어요. 을지문덕은 우선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요수와 압록강, 살수에 숨어 있게 했지요. “그렇지 않아도 군사의 수가 적어서 걱정인데 이렇게 군사를 나누면 어떻게 수나라 백만 대군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장수들은 을지문덕의 계획에 불만이 많았지요. 하지만 을지문덕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두고 보십시오. 수나라 백만 대군 중에서 살아 돌아가는 자는 얼마 되지 않을 테니!” 다른 장수들은 을지문덕의 작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걱정스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지요. 수나라 백만 대군이 드디어 요수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배에 올라 강을 건너기 시작했지요. 그때였어요. 강변에 숨어있던 고구려 군이 수나라 군을 향해 활을 쏘아댔어요. 배 안에 있던 수나라 군사들은 미처 활을 쏠 겨를도 없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물에 빠져 죽었지요.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지만 많은 수나라 군사들이 요수를 건넜어요. 비록 강을 건너긴 했지만 한바탕 싸움을 치른 후라서 수나라 군사들은 지쳐있었지요. 그 순간 천지가 뒤 흔들리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어요. 와아아! 압록강변에 숨어있던 고구려 군사들이 수나라 군사들을 공격했어요. 겨우 숨을 돌리던 수나라 군사들은 칼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지요. “허둥대지 말고 질서를 유지해라!” 수나라 양제는 살아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간신히 그곳에서 빠져나왔어요. 두 번이나 고구려 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양제는 조금씩 겁이 났어요. 하지만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지요. “고구려 군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달려드는 것뿐이다! 이제 요동성으로 쳐들어가자!” 양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나라 군은 함성을 지르며 요동성으로 달려갔어요. 그러나 요수를 건너면서 많이 지쳐있던 수나라 군사들은 요동성 전투에서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어요. “폐하! 차라리 요동성을 두고 곧장 평양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수나라 장수 우중문 이양 제에게 말했어요. 양제는 이대로 물러서는 게 몹시 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우중문의 말에 따르기로 했어요. ‘어쨌든 이기는 게 중요하니, 자존심은 잠깐 접어두자.’ 평양성은 고구려의 수도답게 탄탄한 성벽에 둘러싸여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지요. 양제는 평양성을 꼭 손에 넣고 싶었어요. 그때 갑자기 고구려 군사 몇 명이 나타나 수나라 군을 공격했어요. “하하하! 고구려는 군사들이 다 도망간 모양이군.” 양제는 낡은 갑옷을 입고 비실비실 움직이는 고구려 군사들을 비웃었어요. “이제 승리는 우리 것이다. 공격하라!” 양제가 명령을 내리자 수나라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고구려 군사들을 뒤쫓았어요. 사실 고구려 군사들은 을지문덕이 시킨 대로 움직였어요. 을지문덕이 수나라 군사들을 살수 쪽으로 꾀어내려는 것이었지요. 고구려 군사 몇 명이 수나라 군을 유인하고 있을 때, 을지문덕은 살수에 둑을 쌓는 공사를 지휘하고 있었어요. 군사들뿐 아니라 근처에 사는 백성까지 모두 와서 흙과 돌을 날랐지요. “아니, 전쟁 중에 난데없이 둑을 쌓으라니.......” “그러게 말이야!” 사람들은 투덜거렸어요. 이때 한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군에 항복하기로 했대요.” “뭐야, 결국 항복할 거면서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켰단 말이야?” “처음부터 전쟁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을지문덕 장군이 기어코 우겨서 전쟁을 시작한 거래요.”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비겁하게 항복을 해?” 사람들은 울분을 터뜨렸어요. “아니야. 을지문덕 장군님은 지략이 뛰어난 분이셔. 분명 무슨 생각이 있으실 거야. 그러니 우리는 어서 둑이나 쌓자고.” 몇몇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겨우 마음을 돌리고 둑을 쌓았어요. 고구려 군사들을 쫓아 살 수 근처에 다다른 우중문은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을지문덕이 항복의 뜻을 담아 보낸 편지였지요. ‘장군의 지략은 하늘만큼 높고, 장군의 용맹함은 땅을 꿰뚫을 정도입니다. 이제 수나라에 항복하오니 저희의 항복을 받아주소서.’ 편지를 읽은 우중문은 우쭐해졌어요. “푸하하! 수나라와 나를 우습게 보더니 이제야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구나.” 그때 을지문덕이 수나라 진영에 들어왔다는 연락이 왔어요. “감히 장군을 몰라보고 이런 일을 저질렀나이다.” 을지문덕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우중문은 마음을 놓았어요. “내일은 평양성으로 오시지요. 고구려 왕이 평양성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수나라 황제께 항복 문서를 올릴 것입니다.” 을지문덕은 이렇게 말하고 수나라 진영을 나왔어요. 우중문은 이 소식을 양제에게 알렸지요. 다음 날, 양제가 이끄는 수나라 군사들은 한껏 들뜬 기분으로 평양성으로 향했어요. 항복을 받으러 가는 길이니 양제를 비롯한 모든 군사들은 긴장이 풀어졌지요. 이윽고 수나라 군대는 살수에 도착했어요. 이 강을 건너야 평양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요. 다행히 강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어서 강을 건너기가 쉬웠어요. 수나라 군사들이 강을 건너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던 을지문덕은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자, 둑을 무너뜨려라!” 고구려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강을 막고 있던 둑을 무너뜨렸어요. 그러자 둑 안에 있던 물이 순식간에 넘쳐나면서 엄청난 힘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지요. 난데없이 거대한 물줄기가 무서운 속도로 몰아치자 강을 건너던 수나라 군사들은 깜짝 놀랐어요. 그제서야 양제와 우중문은 을지문덕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명령을 내렸어요. “하, 함정이다! 모두들 뭍으로 올라가라!” 수나라 군사들은 뭍으로 올라가려고 아우성을 쳤지요. 그때 강 위에서 을지문덕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뭍으로 올라오는 수나라 군사는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없애라!” 으아악! 을지문덕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숨어있던 고구려 군사들이 수나라 군사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어요. “후퇴하라! 후퇴하라!” 겨우 살아남은 양제와 수나라 군사들은 압록강 쪽으로 달아났어요. 수나라를 출발할 때 백만이 넘었던 군사들은 살수에서 대부분 목숨을 잃고 겨우 목숨을 건져 살아 돌아간 군사는 고작 2천7백 명에 불과했어요. “만세! 고구려 만세!” “을지문덕 장군 만세!” 고구려 군사들과 백성들은 만세를 불렀어요. 영양왕은 평양성 밖으로 직접 나와 을지문덕과 고구려군을 환영했어요. 이처럼 지혜로써 놀라운 승리를 거둔 을지문덕은 살수대첩의 영웅으로서 역사에 길이 빛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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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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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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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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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개로왕은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 고구려를 자주 공격했어요. 고구려도 백제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백제군이 워낙 강하여 매번 패배하곤 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구려 장수왕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더욱이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해 이웃 나라인 신라와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백제를 칠 수 없었지요. ‘백제를 치려 해도 신라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마땅한 방법이 없구나.’ 장수왕은 궁리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우선 백제에 첩자를 보내 적의 움직임을 살펴봐야겠다.’ 장수왕은 백제에 보낼 첩자로 마땅한 사람을 알아보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했지요. 어느 날, 한 스님이 장수왕을 찾아왔어요. “저는 승려 도림이라고 합니다.” “오호, 도림이라면 바둑을 잘 두기로 유명한 분이 아니오?” 도림의 바둑 실력은 고구려에서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장수왕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 스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듣자 하니 백제 개로왕은 바둑을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소승이 개로왕에게 접근하여 백제의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으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도림의 말을 들은 장수왕은 무릎을 치며 기뻐했어요. “그런 기막힌 방법이 있었구려. 내가 뭐 도울 일은 없겠소?” 도림은 바둑의 고수답게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어요. “제가 백제 땅으로 넘어갈 때, 고구려군을 시켜 소승을 쫓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니, 무슨 까닭으로 그리하란 말이오?” “제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도림은 고구려에 큰 죄를 지어 고구려군에게 쫓기는 척하며 백제 땅으로 넘어갔어요. 그리고 백제 개로왕에게 자기를 숨겨 달라고 부탁했지요. 개로왕은 도림을 대궐로 불러들였어요. “스님은 고구려에 큰 죄를 지어 백제로 몸을 피하셨다고요?” “그렇사옵니다.” “요즘 고구려 사정은 어떠하오?” “언제 백제군이 쳐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두려워하고 있사옵니다.” “허허허, 그렇소?” “예, 그러니 고구려는 크게 걱정하실 게 없사옵니다.” 개로왕은 도림에게 고구려 사정을 전해 듣고는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어요. “그대의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려. 그대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줄 테니 앞으로 나의 곁에서 도움을 주시오.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소승은 불법에 전념하면서 그저 바둑이나 두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사옵니다. 고구려에 죄를 짓고 쫓겨난 몸이니 조용히 산속에서 바둑을 두며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개로왕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입가에 웃음이 번졌어요. “그 말이 사실이오? 실은 나도 바둑을 정말 좋아한다오. 말 나온 김에 우리 바둑이나 한 판 두어봅시다.” 평소에 바둑을 좋아하는 개로왕은 바둑판을 가져오게 했어요. 두 사람의 바둑 대결이 시작되었어요. 첫 판은 개로왕이 이겼지요. “폐하의 실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소승은 폐하의 상대가 아니 될 듯싶습니다.” “하하하! 이제 겨우 한 판을 두고서 무슨 소리요? 자, 다시 둡시다.” 두 번째 판은 도림이 이겼어요. “일대일이로군. 자, 이제 마지막 판으로 승부를 가려 봅시다.” 개로왕이 말했어요.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바둑 세 판을 내리 두었지요. 세 번째 판은 승부가 잘 나지 않았어요. 사실 도림의 실력은 개로왕을 이기고도 남을 만큼 뛰어났지요. 하지만 바둑은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만큼 아슬아슬해야 흥미롭거든요. 그래서 개로왕이 불리하다 싶으면 도림이 일부러 한두 수 잘못 두어 양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팽팽하게 겨루는 것처럼 만든 것이었지요. “오늘처럼 재미있게 바둑을 두어보기는 난생 처음이오.” “저 역시 그러하옵니다.” “이제부터 이곳에 머물면서 나와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떻겠소?” 개로왕은 크게 흡족해하면서 물었어요. 개로왕은 시간이 나는 대로 도림을 불러 바둑 두기를 즐겼어요. 그리고 점점 나랏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도림과 바둑을 두는 일에만 몰두했지요. 도림은 바둑을 통해서 개로왕과 더욱 친해졌어요. 이제 개로왕은 도림을 믿고 의지하면서 나라의 여러 중요한 일까지 상의하곤 했어요. 하루는 도림이 개로왕에게 말했어요. “소승이 고구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폐하께서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소승이 산세와 풍수지리를 볼 줄 알기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자 개로왕의 귀가 솔깃했어요. “지금의 궁궐은 어떤 것 같소?” “일단 성 밖으로 나가 살펴보도록 하지요.” 도림은 개로왕과 함께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나왔어요. 높은 산 위로 올라가자 대궐 주변이 한눈에 들어왔지요. “보십시오. 대궐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습니까? 주위의 나라가 함부로 쳐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니, 이곳이야말로 아주 좋은 자리입니다.” “오호, 그렇소? 그것 참 다행이구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걱정이라니, 그것이 무엇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저기를 보십시오. 대궐이 있는 터는 좋으나 그 크기가 너무 작습니다. 이것은 크고 훌륭한 밥상 위에 간장 종지 하나만 달랑 놓여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폐하의 위엄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림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대궐의 크기가 작은 것 같았어요. “그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구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우선 대궐을 넓혀 새로 단장하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에는 토성을 높이 쌓아 올리고, 하천의 둑을 보수하여 홍수에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왕족의 묘가 부실하니 묏자리를 크게 키우십시오. 그래야만 폐하의 위엄이 생기고 만백성이 폐하를 따를 것이옵니다.” 도림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개로왕은 즉시 대궐과 성곽을 보수하는 공사를 시작했어요. 공사에는 엄청난 양의 나무와 벽돌이 필요했지요. 전국의 산에서 나무를 베어냈고 사람들을 동원해서 벽돌을 굽게 했어요. 또 바위산을 깨어낸 큰 돌로 관을 만들어선 왕들의 유골을 정리했어요. 엄청난 규모의 공사로 나라의 창고는 텅텅 비고 백성의 살림살이는 점차 힘들어져 갔어요. 개로왕은 북쪽 국경 지역을 지키는 군대까지 데려와 일을 시켰지요.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백성들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으리으리한 대궐이며 성곽이 다 무슨 소용이람?” “이제는 고구려군이 쳐들어와도 창을 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도림은 사람들의 불만을 듣게 되었지요. ‘백성과 군사들의 불만이 대단하구나. 이제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루었으니 어서 이곳을 떠나야겠다.’ 이튿날 새벽, 도림은 아무도 모르게 대궐을 빠져나와 고구려로 달아났어요. 도림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개로왕은 깜짝 놀랐어요. “무엇이 어째? 도림이 달아났다고?” “그렇사옵니다. 도림은 폐하께서 바둑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고구려 장수왕이 보낸 첩자였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개로왕은 풍수지리를 내세워 대궐과 성곽을 다시 지으라던 도림의 충고가 백제를 혼란에 빠지게 하려는 계략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아하! 내가 속았구나.” 하지만 땅을 치며 후회해도 때는 늦었어요. 이미 시작한 공사를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거든요. 개로왕은 장수왕과 도림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분하고 화가 났어요. 그때 고구려 대궐에서는 장수왕과 도림이 크게 기뻐하며 웃고 있었어요. “하하하! 단 한 필의 말도 단 한 자루의 칼도 쓰지 않고 적국을 무너뜨렸으니 과연 그대야말로 뛰어난 장군이오!” 장수왕은 도림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지요. 적국으로 가서 엄청난 일을 해낸 도림에게는 높은 벼슬과 함께 큰 상이 내려졌어요. “폐하,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백제의 백성은 굶주려있고 군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백제 왕을 향한 원망이 하늘을 찌를듯하니 폐하께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백제를 공격하셔야 할 것입니다.” 도림이 말하자 장수왕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일 당장 군사를 이끌고 백제의 위례성을 공격하겠소. 자, 우리 내일의 승리를 위해 잔을 높이 듭시다!” 다음날 동이 트기 전, 장수왕은 3만 대군을 이끌고 백제로 향했어요. 이미 많은 군사들이 공사에 동원되어 백제의 국경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요. 백제 국경을 단숨에 무너뜨린 고구려군은 그 기세를 몰아 백제 수도인 위례성까지 공격해 들어갔어요. 고구려군이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은 개로왕은 마음이 다급해졌어요. 서둘러 갑옷을 입고 투구를 챙겨든 개로왕은 문주 왕자를 불러 말했어요. “아비는 이곳에 남아 군사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니 너는 남쪽으로 몸을 피해 백제 왕조를 이어가야 한다!” 성 밖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고구려 군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어요. 와아! 와아! 위례성은 이제 고구려 군에게 완전히 포위됐어요. 개로왕은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 방어만 할 뿐이었지요. “폐하, 더 이상은 안되겠습니다.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시옵소서!” 신하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디로 도망가란 말이냐? 차라리 여기서 싸우다가 죽는 것을 택하겠다.” “아니 되옵니다. 일단 몸을 피하셨다가 힘을 모은 후에 다시 군사를 일으켜 싸우면 될 것이옵니다.” 개로왕은 결국 신하들의 말대로 군사 수십 명을 거느리고 성의 뒷문으로 빠져나와 달아났지요. “저기 개로왕이 도망치고 있다! 어서 뒤쫓아라!” 고구려 군사들이 개로왕을 발견하고 말을 달려 쫓아오기 시작했어요. 말들이 일으키는 검은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말발굽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어요. “게서 지 못하겠느냐! 게 섰거라!” 개로왕을 쫓는 군사 중에 유난히 앞장서서 달리는 세 명의 장수가 있었어요. 고구려에서 용맹하기로 손꼽히는 제우, 재증걸루, 고이만년이었어요. 세 장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망치는 개로왕과 백제 군사들을 뒤쫓았어요. “거기 서라! 어서 목숨을 내놓아라!” 뒤를 돌아본 개로왕은 깜짝 놀랐어요. 세 장수는 한때 백제 장군이었던 사람들이었거든요. 개로왕이 나라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옳은 말을 하는 충신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벌을 주자 이에 불만을 품고 고구려로 넘어간 사람들이었지요. “꼼짝 마라! 이놈들!” 세 장수는 개로왕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어요. 뒤따라온 고구려 군사들이 주변을 에워쌌지요. 백제군은 고구려군에게 맞서 싸웠지만 고구려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어요. “그동안 안녕하셨소이까?” 고구려의 장수가 된 제우, 재증걸루, 고이만년은 말에서 내려 개로왕 앞으로 걸어왔어요. “네놈들은 한때나마 나의 부하가 아니었느냐?” “그렇소. 비록 잠시였으나 그대는 우리가 모시던 왕이었으니 우선 절을 받으시오.” 세 장수는 개로왕에게 절을 했어요. “하하하! 그래도 너희들은 아직 제정신인가 보구나. 잠깐이나마 내가 너희를 오해했다. 내 다시 힘을 모아 나라를 일으키면 너희들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재증걸루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지요. “예, 그 상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런데 상을 받기 전에 저희가 먼저 폐하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저희가 받고 싶은 상을 말씀드리지요.” 재증걸루가 눈짓을 하자 제우와 고이만년이 개로왕 앞으로 다가갔어요. 세 사람은 차례로 개로왕의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이런 무엄한 놈들! 이게 무슨 짓이냐?” 개로왕이 호통을 쳤어요.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는 부모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백성을 보살피지 않는 왕은 왕으로서의 자격이 없소.” 세 장수의 고함 소리에 개로왕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어요. 재증걸루가 다가와 차갑게 웃으며 말했어요. “이제는 우리가 받고 싶은 상을 말할 차례요. 우리는 당신의 목을 원하오. 자, 어서 그대의 목을 내놓으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고이만년이 개로왕의 목을 내리쳤어요. 이렇게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에게 패하고, 백제군과 백제의 왕자, 왕비와 후궁까지 고구려로 끌려갔어요. 개로왕은 도림의 계략에 빠져 왕으로서의 임무를 잊고 결국은 나라와 목숨마저 잃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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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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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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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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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럇! 이럇!” 검은 말을 탄 청년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강가를 힘차게 달렸어요. 청년은 어깨에 커다란 활을 멘 채 말에 박차를 가했지요. 뒤에서 갑옷을 입은 군사가 말을 타고 뒤쫓아왔어요. “왕자님, 왕자님! 제발 멈추십시오!” 군사는 가까스로 청년의 말 옆으로 달려와 외쳤어요. “안 됩니다. 더 가시면 안 됩니다!” 말을 멈춘 청년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어요. “나도 알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고구려 땅이라는 걸 말이야.” 청년은 말을 끌고 강가로 걸어갔어요. “이 강이 흘러 한강으로 가겠지. 원래 한강은 백제의 땅이었는데.” 이렇게 중얼거리는 청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어요. 청년은 백제 동성왕의 아들 사마 왕자였어요. 사마 왕자는 체격이 좋고 무예 실력이 뛰어난 데다가 품성도 너그러워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사마 왕자는 백성의 생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백성이 입는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혹시 백성을 괴롭히는 관리는 없는지 억울하게 고통 받는 백성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지요. 사마 왕자는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한강 근처로 나갔어요. 한강 근처는 땅이 기름져서 농사가 잘 되었지요.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한강 유역에 나라를 세운 것도 땅이 비옥했기 때문이에요. 또, 한강은 중국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교통로였어요. 이렇게 중요한 곳이다 보니 고구려와 신라는 걸핏하면 한강 유역을 빼앗으려 백제로 쳐들어왔어요. 그러다 결국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에게 한강 유역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어요. ‘언젠가 내 손으로 반드시 한강 유역을 되찾고 말 테다.’ 사마 왕자는 한강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사마 왕자가 돌아서는데 한 군사가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왔어요. 군사는 사마 왕자의 앞에서 말을 멈추었지요. “사마 왕자님!” 군사는 서둘러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말했어요. “사마 왕자님, 폐하께서, 폐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사마 왕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건강하시던 아바마마께서 갑자기 왜?” “누군가가 몰래 폐하를 해친 것 같습니다.” 사마 왕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요. “감히 누가 아바마마를 해쳤단 말이냐?” “백가가 자객을 보낸 것 같사옵니다.” “백가라면, 좌평말이냐?” 사마 왕자는 급히 말을 달려 대궐로 들어갔어요. 사마 왕자는 백가를 잘 알고 있었어요. 백가는 성격이 호탕하고 무예 실력이 뛰어나 동성왕이 아끼고 믿었던 신하였지요. 백가가 동성왕의 신임을 얻게 되자 자연히 백가의 주변에는 벼슬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모여들었어요.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자 백가의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왕이 될 사람, 신하가 될 사람이 정해지는 건 아니지. 누구든 힘만 키우면 왕이 될 수 있어. 나라고 왕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백가는 벼슬을 얻어 보려는 사람들이 몰래 건넨 돈으로 군대를 따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대신들 중에서도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을 꼬여서 자기 편으로 만들었지요. 이를 눈치 챈 동성왕은 백가의 힘이 더 커지기 전에 백가를 변방 지역으로 보내기로 했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백가가 자객을 보내 동성왕을 없앴던 거예요. 대궐에 도착한 사마 왕자는 동성왕의 방으로 달려갔어요. 차갑게 굳어 버린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사마 왕자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바마마!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제가 대궐을 비우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흑흑흑.” 그때, 가장 나이가 많은 한 신하가 조용히 말했어요. “왕자님, 지금 온 백성이 폐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도 백가가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고 있사옵니다.” 다른 신하가 말했어요. “왕자님! 한시라도 빨리 왕위에 오르셔서 이 나라를 안정시키셔야 합니다.” 사마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나는 왕위를 이어받을 이 나라의 왕자다. 이런 혼란한 때에 반란이 일어나면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정신을 차려서 나라를 추스려야 한다.’ 이렇게 사마 왕자는 왕위에 올랐어요. 그가 바로 백제 제25대 무령왕이지요. 백가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산속으로 숨었어요. 무령왕은 백가를 생각하면 분노를 느꼈지요. 대신들도 백가를 처벌하자고 했지만 무령왕은 고개를 저었어요. “지금은 백가를 처벌할 때가 아니라 백성들을 돌봐야 할 때요. 나라에 가뭄이 들어 굶어 죽는 백성들이 많다고 하는데 지금 백성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소. 돌아가신 아바마마께서도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실 것이오.” 무령왕은 대궐 창고를 열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었어요. ‘자식이 굶는데 혼자 배불리 먹는 부모가 없듯이 백성들이 굶주리는데 혼자 배불리 먹는 왕이 어디 있겠는가?’ 무령왕은 이런 생각에 하루 한 끼는 죽으로 해결했어요. 이 사실을 안 백성들은 무령왕의 마음 씀씀이에 크게 감동했어요. 사람들의 감동은 곧 나라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어졌지요. 백가는 여전히 왕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요. ‘젊은 왕이 나라를 다스려 봐야 얼마나 잘 다스리겠어? 백제의 왕위는 내 것이나 마찬가지야.’ 이렇게 생각한 백가는 군대를 이끌고 가림성을 공격하여 그곳을 근거지로 삼아 본격적인 반란을 준비했지요. 이 소식을 들은 무령왕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어요. “백성들의 생활을 돌보기 위해 어떻게든 참아 보려 했건만 더는 참을 수 없다. 당장 역적 백가를 처단할 것이다!” 무령왕은 군사를 이끌고 가림성으로 향했어요. 무령왕의 군사 행렬을 바라보던 백성들도 괭이며 죽창을 들고 무령왕의 뒤를 따랐지요. 하지만 무령왕은 백성들에게 말했어요. “그대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전쟁은 나와 군사들이 할 일이니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보살피도록 하라.” “우리들은 폐하가 아니었다면 모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부디 폐하를 도와 전쟁터에 나가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만들어진 대규모의 군대는 가림성으로 향했어요. 무령왕이 대군을 이끌고 가림성에 도착하자 백가는 성문을 걸어 잠그고 화살을 쏘아 댔어요. 거센 화살 공격에 놀란 무령왕의 군대가 조금씩 뒤로 물러섰어요. 그때 무령왕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무령왕은 군사를 둘로 나누어 한 무리는 가림성 주변의 산으로 올라가게 했지요. “가림성보다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서 그곳에서 불화살을 쏘도록 하라!” 군사들은 무령왕의 지시대로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가림성으로 불화살을 쏘기 시작했어요. “으아악! 뜨거워.” “으윽!” 불화살을 맞은 백가의 군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어요. “숨 돌릴 틈도 주지 말고 계속 공격하라!” 무령왕이 이끄는 백제군은 백가의 반란군에게 쉴새없이 불화살을 쏘아 댔어요. 가림성 안은 금세 불바다가 되었지요. 드디어 가림성 문이 열리고 검은 연기가 퍼져 나왔어요. 그 속에서 백가의 모습이 보였지요. 백가는 무령왕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어요. “폐하,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무령왕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부모와 같은 왕을 죽이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너를 이대로 살려 둔다면 너와 같은 사람들이 또다시 나라를 뒤엎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너의 목을 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결국 무령왕은 백가를 죽이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지요. 무령왕은 백제를 강한 나라로 키우려면 제일 먼저 고구려에 빼앗긴 한강 유역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한강 유역으로 쳐들어갔지요. “백제군이여! 온조대왕은 고구려 왕자였지만 이곳으로 와 새로운 나라를 세우셨다. 따라서 한강은 우리의 영원한 고향이다. 당장 한강에서 고구려군을 몰아내자!” 무령왕의 우렁찬 외침에 백제군의 사기가 높아졌어요. 고구려군도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오랫동안 전쟁을 준비해 온 백제군을 당해 낼 수는 없었지요. 며칠간의 밀고 밀리는 전쟁 끝에 무령왕은 드디어 한강 유역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전쟁에서 이긴 무령왕은 한강의 물을 떠 마시며 하늘을 향해 외쳤어요. “아바마마, 온조대왕 폐하, 백제의 선왕들이시여! 기뻐하소서! 드디어 백제가 한강을 되찾았나이다!” 하지만 한강을 그대로 빼앗길 고구려가 아니었어요. 고구려 안장왕은 그 후로 여러 번 대군을 이끌고 한강 유역으로 쳐들어왔어요. 무령왕은 그때마다 필사적으로 한강을 지켰지요. 고구려뿐 아니라 말갈족도 백제에 자주 쳐들어왔어요. 심지어는 말갈족과 고구려군이 함께 백제를 치러 오기도 했지요. 하지만 무령왕은 한강 유역을 되찾았을 때부터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하고 튼튼한 성을 쌓았지요. 그래서 말갈족과 고구려군은 번번이 백제군에 크게 패해 돌아가고 말았어요. 무령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무령왕은 중국에 있는 양나라를 이용하여 고구려와 말갈족을 막아 내려 했어요. 양나라는 오랫동안 고구려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요. 양나라 왕이 고구려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무령왕은 양나라에 사신과 선물을 보냈어요. “저희 백제는 양나라와 가깝게 지내고자 하오니 부디 저희의 청을 들어 주소서.” 무령왕의 공손한 편지와 선물을 받은 양나라 황제는 매우 기뻐하며 백제와 손을 잡았어요. 백제가 양나라와 손을 잡자 고구려와 말갈족은 함부로 백제를 침략하지 못했지요. 고구려와 말갈족의 침입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무령왕은 왜나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왜나라에는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어요. 왜나라 해적인 왜구들은 백제 바닷가 마을을 침략해 식량을 빼앗아 가고 마을에 불을 지르는 행동을 하곤 했지요. 무령왕은 전쟁을 통해 왜나라를 다스리기보다는 문화를 통해 왜나라를 다스리려 했어요. 그래서 학문이 뛰어난 학자들을 왜나라에 보내 발달된 백제 문화를 전해 주었지요. 백제를 형제의 나라로 여기게 된 왜나라는 이제 함부로 백제를 침략하지 않았어요. 백제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당하면 도와주기로 약속까지 했지요. 이제 백제 백성은 더 이상 전쟁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백성들이 생업에 몰두하자 백제에서는 질 좋은 물건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백제에 좋은 물건이 많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러 나라 상인들이 백제로 몰려들었어요. 중국, 왜나라는 물론이고 멀리 인도와 이란의 상인들까지 백제의 물건을 사갔어요. 외국 상인들이 백제의 물건을 다른 나라에 가져다 팔게 되면서 백제라는 이름은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이제 백제는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무령왕은 백제 역사상 빛나는 업적을 쌓은 훌륭한 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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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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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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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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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한 마을에 아름다운 여인이 살았어요. 남편이 일찍 죽어 혼자 사는 여인에게 마을 남자들은 청혼을 했지요. 하지만 여인은 연못가 근처 작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 살았답니다. 하루는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연못가에서 잘생긴 청년이 자기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놀란 여인은 급히 물속으로 몸을 숨겼지요.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에요?” 화를 내는 여인에게 청년은 다정하게 웃으며 사과했어요. “미안합니다. 그대의 모습이 아름다워 저도 모르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얼른 연못을 빠져나와 옷을 걸쳤어요. 연못에는 연보랏빛 안개만 자욱히 끼어 있고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지요. 여인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며칠 후 여인은 방에서 수를 놓고 있었어요. 빙그레 웃던 청년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 어린 손길로 수를 놓았지요. 찰랑찰랑. 문밖에서 물소리가 들려 여인은 밖을 내다보았어요. 그때 연못 가운데서 연보랏빛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지난번에 보았던 그 청년이 나타나는 게 아니겠어요! 청년은 여인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속삭였어요. “며칠 전 연못에서 당신을 처음 본 후 잊을 수가 없었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여인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어요. “사실은 저도 줄곧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청년은 여인을 꼭 끌어안았어요. 청년의 몸에서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은은한 향기가 났어요. 둘의 사랑은 깊어갔고 어느덧 여인은 임신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날도 여인의 집으로 청년이 찾아왔어요. 유난히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청년이 말했어요. “사실 나는 서해 용궁의 왕자요. 저 연못은 서해로 통하는 길이라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세상 구경을 하려고 연못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다가 우연히 그대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소. 그래서 몰래 그대를 만나왔는데 얼마 전 이 사실을 아신 아버지께서 화를 내며 당신과 우리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하셨소.” 여인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자기 배를 꼭 감싸 안았어요. 그런 여인의 모습이 애처로워 청년은 마음이 아팠지요. “아버지께서는 내가 당신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면 당신과 아이는 살려주겠다고 하셨소.” 여인은 숨죽여 울기만 할 뿐이었어요. 청년은 여인을 달래며 말을 이었어요. “곧 태어날 아이는 지혜롭고 재주가 많을 것이오. 하지만 아이의 재능이 일찍 알려지면 사람들이 해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오. 언젠가 그 아이가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오.” 말을 마친 청년은 여인이 말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몇 달 후 여인은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어요. 아이를 본 여인은 깜짝 놀랐지요. 아이의 눈, 코, 입, 귀, 심지어는 손가락까지 청년을 꼭 닮았기 때문이에요. 여인은 청년의 말이 생각나 일부러 아이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천하게 키웠지요. 아이는 마를 캐다 팔아먹을 것을 마련하고 어머니를 정성껏 모셨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름도 없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 서동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서동이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이랍니다. 어느새 서동은 청년이 되었어요. 하루는 서동이 깊은 골짜기로 마를 캐러 갔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돌을 발견했어요. 서동은 얼른 그, 돌들을 주워 주머니에 담았지요.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아름다운 돌들이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었어요. “야, 여기 예쁜 돌들이 많구나. 이것들을 모아 새집을 지어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지.” 서동은 집 한 채를 지을 만큼 돌이 모일 때까지 어머니께는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이제 서동도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무도 서동과 혼인하려 하지 않았어요. 얼굴도 잘생기고 품성이 착하기는 했지만, 집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이에요. 서동은 조금씩 외로워졌어요. 제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 혼인을 하여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졌어요. 하루는 서동이 시장 거리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장사꾼들이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신라의 선화공주가 그렇게 미인이라며?”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마음씨도 아주 곱대.” 장사꾼들의 이야기를 들은 서동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선화 공주에 대한 생각이 꽉 들어찼어요. ‘선화 공주님은 얼마나 예쁘게 생겼을까? 아, 한 번만이라도 만나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동은 선화 공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는 없었어요. 가난한 백제 청년이 감히 신라의 공주를 사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게 뻔했거든요. 하지만 서동은 선화 공주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결국 서동은 어머니께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았어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화를 낼 줄 알았던 어머니는 뜻밖에도 선선히 허락을 했어요. “네가 그렇게 보고 싶다면 한번 선화 공주를 만나 보렴.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란다.” 서동을 배웅하는 어머니는 오래전 헤어진 청년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렸어요. “그때 당신은 우리 아이가 언젠가는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라고 하셨지요. 서동이 얼굴도 모르는 적국의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신라로 떠나도록 허락했답니다. 부디 서동을 지켜주세요.” 드디어 서동은 신라에 도착했어요. 신라에서도 선화 공주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지요. “어떤 분이 선화 공주님과 혼인하실까?” “당연히 신라 최고 귀족 가문 아드님 아니겠어?” “아니야. 중국 당나라에서 왕비로 모셔갈 수도 있다던 걸.” 서동은 어떻게 해야 선화 공주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때 서동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서동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놓고, 가져온 마를 나누어 주었지요. “자, 이건 아저씨가 그냥 주는 거야. 대신 내가 가르쳐 주는 노래를 날마다 대궐 앞에서 불러야 해.”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서동에게 노래를 배웠어요. 그날부터 신라에는 이상한 노래가 떠돌기 시작했어요.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이를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아이들 몇 명이 대궐 앞에서 부르던 노래가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으로 퍼지더니 신라 전 지역으로 퍼졌답니다. 결국 진평왕도 그 노래를 듣게 되었어요. “무엇이라고? 선화 공주가 밤마다 서동이라는 남자를 안고 간다고?” 화가 난 진평왕은 선화 공주를 불러 야단을 쳤어요. 영문을 모르는 선화 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아바마마, 맹세컨대 저는 한 번도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 말을 믿어주세요!” 하지만 진평왕은 선화 공주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어요. “시끄럽다! 당장 공주를 대궐 밖으로 쫓아내거라.” 선화 공주를 불쌍히 여긴 왕비와 언니들은 선화 공주에게 황금 덩어리를 건네주며 말했어요. “아바마마께서 화가 풀리시면 너를 다시 대궐로 불러들이실 거야. 그때까지만 참으렴.” 왕비는 선화 공주를 깊은 산속에 있는 절에 보내기로 했어요. “그곳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잠시 숨어있다가 내가 연락을 하면 다시 돌아오너라.” 선화 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대궐을 나섰어요. 대궐 밖에서는 사람들이 무심코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서동이를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선화 공주는 눈물이 핑 돌았어요. ‘도대체 서동이라는 사람은 누구길래 나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걸까? 그 사람이 정말 원망스럽구나.’ 대궐을 떠난 선화 공주는 으슥한 산길로 접어들었어요. 그때 한 무리의 산적이 나타나 선화 공주 앞을 가로막았지요. “꼼짝 마라!” “흐흐흐, 살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걸 다 내놓아라!” 선화 공주는 무서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외쳤어요. “나는 신라의 선화 공주다. 감히 이게 무슨 짓이냐!” 산적들은 배를 잡고 웃었어요. “그런 거짓말에 속을 줄 알아? 그럼 나는 백제의 왕이다.” 그때 누군가가 나무 위에서 바람처럼 뛰어 내려오더니 산적들을 물리쳤어요. “어이쿠, 이놈은 뭐냐?” 산적들은 깜짝 놀라 모두 달아났지요. 선화 공주는 놀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어요.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많이 놀라셨지요?” 선화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어요. 거기에는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이 서 있었어요. 정신을 차린 선화 공주는 청년에게 인사했어요. “누구신지 모르지만, 저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청년이 선화 공주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는 게 아니겠어요? “공주마마!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바로 서동이옵니다. 공주님을 사랑한 나머지 아이들을 시켜 그런 노래를 부르게 했습니다.” 선화 공주는 깜짝 놀랐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화 공주는 서동이라는 사람을 몹시 원망하였지요. 그런데 눈앞에 서 있는 멋있는 청년이 서동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서동은 지금까지 선화 공주가 보아왔던 어떤 귀족보다 잘 생기고 품위가 넘쳤어요. 게다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산적과 싸우기도 했지요. 선화 공주는 조금씩 서동에게 믿음이 생겼어요. 서동이 정중하게 이야기했어요. “저와 혼인해 주신다면 평생 공주님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서 저의 부탁을 거절하셔도 공주님이 가시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래. 어쩌면 이분이야말로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인지도 몰라.’ 선화 공주는 수줍게 말했어요. “아닙니다. 서동님을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선화 공주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서동의 손을 잡았어요. 그러고는 서동을 따라 백제로 갔어요. 서동의 어머니는 선화 공주를 보자 깜짝 놀랐어요. ‘과연 그분의 말씀대로 서동은 보통 아이가 아니구나.’ 선화 공주는 대궐을 나올 때 어머니와 언니들이 챙겨준 황금 덩어리를 꺼내 서동에게 주며 말했어요. “이것은 아주 값진 보물입니다. 이것을 팔면 집을 짓고 논과 밭도 살 수 있답니다.” 황금 덩어리를 본 서동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이게 값진 보물이라고요? 나는 이것과 똑같이 생긴 돌을 잔뜩 주워 숲속 동굴에 쌓아 두었어요.” 서동은 선화 공주를 데리고 황금을 모아둔 동굴로 갔어요. 동굴 안에 가득 쌓인 황금을 본 선화 공주가 말했어요. “서방님, 이 황금을 팔아 집과 논밭을 사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쓰는 것이 어떨까요?” 욕심 없고 착한 서동은 공주의 말을 따랐어요. 서동과 선화 공주는 황금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어요. 서동에 대한 소문은 백제 전 지역에 퍼졌지요. 몇 년 후 백제 왕이 갑작스레 병으로 죽자, 대신들은 누구를 왕으로 모실까 고민했어요. “서동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재산이 많은 데다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어 칭찬이 자자합니다. 서동을 왕으로 모신다면 백성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서동은 백제 무왕이 되었어요. 무왕은 가난을 많이 경험해 보아서 백성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지요. 무왕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며 어진 정치를 편 훌륭한 왕이 되었답니다. 가난한 마 장수 서동과 고구려의 온달을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사람 다 낮은 신분이지만 공주를 아내로 맞았고, 아내의 도움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니까요. 또한 고구려의 온달이 바보가 아니라 하급 귀족이었다고 보는 것처럼, 백제의 서동 역시 가난한 마 장수가 아니라 낮은 귀족 출신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지요. 서동이 선화 공주와 결혼했을 무렵, 백제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계속되는 권력 다툼으로 제28대 혜왕과 제29대 법왕이 각각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은 후 왕의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로 비록 낮은 귀족 출신이지만 신라 왕실을 처가로 둔 서동이 백제 왕으로 추대받은 것이 아니었나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시기에 왕이 된 무왕은 왕권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정복 전쟁을 통해 백제의 땅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의 생활을 보살폈지요. 무왕은 백제의 도읍을 익산으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도읍에 기반을 둔 귀족의 세력이 강해지면 왕권을 위협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귀족 세력이 자리 잡지 못한 익산으로 가고자 했던 것이지요. 익산으로 도읍을 옮기는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렇게 무왕은 혼란스러웠던 백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훌륭한 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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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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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부는 사비성의 대궐 마당으로 대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요. 백제 무왕이 대신들을 바라보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어요. “내가 죽으면 누가 이 나라를 다스릴지 걱정이었소. 다행히 왕자가 지혜롭고 용맹하여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니 나라를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구려. 이제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겠소.” 말을 마친 무왕이 숨을 거두었어요. 무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사람이 바로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이랍니다. 왕이 된 의자왕에게 신라에서 한 여인을 보냈어요. 의자왕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속셈이었지요. 여인이 온 후로 의자왕은 나랏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온통 노는 일에만 빠져버렸어요. 신라에서 온 여인은 값비싼 옷과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하기를 좋아했어요. 의자왕은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으라고 명령했지요. 여인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사들이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거든요. 게다가 의자왕은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데려와 궁녀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잡혀 온 궁녀의 수가 무려 3천 명이 넘었답니다. 왕이 나랏일을 돌보지 않으니 나라는 엉망이 되고, 백성들은 점점 살기가 힘들어졌어요. 의자왕의 행동을 보다 못한 성충이라는 신하가 간절하게 말했어요. “폐하께서 나랏일을 소홀히 여기시고 여인과 노는 일에만 빠져 계시니 백성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라가 어지러운 틈을 타 이웃 나라에서는 침략의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시고 군사를 길러 전쟁에 대비하지 않으면, 장차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게 될지 모릅니다.” 성충의 말을 들은 의자왕은 버럭 화를 냈어요. “뭐가 어째? 이 늙은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감히 왕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해? 여봐라, 이놈을 당장 끌고 나가서 사형에 처해라!” 백제의 장수 성충은 어이없이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나라 꼴이 말이 아니구나! 왕 앞에서 옳은 소리를 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군.' 이제 신하들은 아무도 왕을 말리려 하지 않았어요. 그 무렵, 사비성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히히힝! 붉은 털이 난 흉측한 말이 나타나 오회사라는 절 주위를 빙빙 돌며 기분 나쁘게 울부짖다 사라졌어요. 깨갱, 깨갱, 깨갱! 또, 수십 마리의 흰 여우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 대궐 지붕을 뛰어다니며 난리를 피우기도 했지요. 어느 날엔 가는 부여 강기슭에서 엄청나게 크고 괴상한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어요.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죽은 물고기를 먹었다가 배탈이 나서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졌어요. 괴상한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으흐흐 으흐흐. 으히히 으히히. 대궐 안 느티나무 근처에서 사람이 흐느끼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성안의 우물이 모두 핏빛으로 물들었어요. 또, 하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개구리가 떨어지는가 하면, 승냥이처럼 생긴 개가 대궐을 향해 밤새 짖어대다 사라지는 일도 있었지요. 어느 날에는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놀란 사람들이 도망치다 서로에게 밟히고 깔려서 죽기도 했어요. 해가 지고 나면 대궐 어디선가 이런 소리도 들려왔어요.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의자왕은 화가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마구 소리를 질러 댔어요. “누가 저런 이상한 소리를 내는지 당장 알아내라!” 의자왕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신하들이 대궐 마당을 파 보았어요. 얼마나 팠을까. 바로 그때, 땅속에서 큰 거북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게 보였어요. 그런데 거북의 넓적한 등에 뭔가 새겨져 있었지요. 백제는 보름달, 신라는 초승달. 의자왕은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어 무당을 불렀어요. 점을 친 무당이 말했지요. “보름달은 꽉 차서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날이 갈수록 제 모양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초승달은 점점 둥글어지면서 환한 빛을 낼 수 있지요. 이 말은 백제는 보름달이 제 모양을 잃어버리듯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망하고, 신라는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듯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의자왕은 그 자리에서 무당을 죽여버렸어요. 의자왕은 다른 무당을 불러 똑같이 물었어요. 이 무당은 꾀가 많았지요. ‘지난번 무당은 정직하게 대답을 했다가 죽임을 당했지. 먼저 왕의 기분을 좋게 만든 다음 대궐을 빠져나가야겠다!’ 무당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어요. “폐하, 점괘의 내용이 기가 막히게 좋은 줄로 아뢰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둥글고 훤하지만, 초승달은 가늘고 빛도 흐리지요. 보름달인 백제는 크게 번성하고, 초승달인 신라는 머지않아 망할 것이라는 점괘이옵니다.” 기분이 좋아진 의자왕은 호탕하게 웃었어요. “하하하, 네 말이 맞다! 여봐라, 이 무당에게 상을 내리거라!” 귀한 옷감과 보석을 받은 무당은 대궐을 빠져나오며 식은땀을 닦았지요. “어서 다른 나라로 도망가야겠다. 점괘는 분명 백제가 망한다는 뜻이었어.” 한편, 신라의 무열왕도 백제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다! 이번에는 반드시 백제를 이겨야 한다!” 백제와의 전쟁에서 이겨본 적이 거의 없던 신라는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당나라에 지원군을 부탁했어요. 이때를 위해 무열왕은 당나라에 선물과 사신을 보내며 친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요. 당나라 황제는 소정방을 대장군으로 하여 13만 명의 대군을 신라에 보냈어요. 강하기로 소문난 당나라 군대가 돕기 위해 왔다는 소식에 신라군의 사기가 한층 높아졌지요. 당나라 소정방의 부대는 바다로, 신라 김유신의 군대는 육지로 각각 백제를 공격했어요. 그날도 여전히 의자왕은 술에 취해있었어요. 그런데 군사 하나가 달려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지요.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당나라 군대는 백마강을 둘러쌌고 신라 군도 탄현을 넘어섰다 하옵니다!” 의자왕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백제가 망할 것이라던 점괘, 대궐에 연달아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 눈물로 호소하던 성충의 모습이 의자왕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많은 조상과 충신, 심지어 무당까지 백제의 멸망을 경고해 주었는데 내가 가벼이 여겨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구나. 이 위기를 어찌 해결할 것인가?’ 의자왕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한 장수가 나섰어요. 바로 계백 장군이었지요. “폐하, 신 계백 목숨을 걸고 백제를 위해 싸우겠나이다.” “오, 계백 장군! 그대가 있었구려. 이제 백제의 운명은 장군의 손에 달려있소.” 의자왕은 계백 장군의 두 손을 잡고 말했어요. 하지만 계백 장군이 이끄는 결사대는 겨우 5천 명뿐이었지요. 계백 장군과 결사대는 용감하게 싸웠지만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신라군은 그 기세를 몰아 소부리성을 향해 밀고 들어왔어요. “신라군은 들으라! 누구든 백제 왕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당나라 군사도 사비성을 향해 물밀듯이 쳐들어왔어요. 의자왕은 직접 백제군을 지휘하며 병사들을 격려했지만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아, 진작 성충의 말을 귀담아들을 것을.......” 의자왕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어요. 둥! 둥! 두둥둥! 당나라 해군을 태운 배가 요란한 북소리를 울리며 다가오고 있었어요. 적군이 코앞까지 밀고 들어오자, 의자왕은 마음이 다급해졌어요. “폐하, 우선은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잠시 곰나루로 피하시옵소서!” 신하들의 간절한 부탁에 의자왕은 왕자를 데리고 황급히 대궐 뒤 부소산으로 올라갔어요. ‘아!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백성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어찌 이대로 갈 수 있단 말인가!’ “대궐 정문이 무너졌다 하옵니다.” 대궐을 살피고 온 군사의 말에 의자왕이 다급하게 외쳤어요. “불을 질러라!” 신하와 군사들이 어리둥절하여 의자왕을 바라보았어요. "대궐 안의 보물을 적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불태워 없애는 것이 낫다!" 가까스로 사비성을 빠져나온 의자왕은 뒤따르던 궁녀들을 버려두고 웅진성으로 도망쳤어요. 궁녀들을 발견한 신라군과 당나라 군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왔어요. 달아나던 궁녀들 앞으로 시퍼런 강이 펼쳐졌어요. 궁녀들은 적군에게 잡히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답니다. “적에게 붙잡혀 노예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궁녀들은 앞다투어 몸을 던졌어요.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궁녀들의 모습이 마치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과 같았지요. 훗날 사람들은 이 바위를 낙화암이라고 불렀어요. 왕자 융과 함께 웅진성으로 몸을 피한 의자왕은 소정방에게 선물을 보내 군사를 데리고 당나라로 돌아가달라고 부탁했지요. “하하하! 이 소정방을 어떻게 보고 이런 수작을 한단 말이냐?” 소정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요. 하는 수 없이 의자왕은 왕자를 보내어 항복을 알렸어요. 그 자리에 있던 신라 태자 법민은 백제 왕자 융을 자기가 탄 말 앞에 꿇어앉혔어요. 백제 신하들은 분통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대로 지켜볼 뿐 다른 방법이 없었지요. 며칠 뒤, 달아났던 의자왕도 소부리성으로 끌려왔어요. 신라의 무열왕은 의자왕이 항복했다는 말을 듣고 소부리성으로 직접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큰 잔치를 베풀었지요. 소정방을 비롯한 신라와 당나라의 장수들은 높은 곳에 차려진 잔칫상 앞에 앉았어요. “백제는 대대로 신라를 괴롭혔다. 그대는 죄를 뉘우친다는 뜻으로 술을 따라 올리도록 하라!” 의자왕은 무릎을 꿇은 채 신라 무열왕의 술잔에 술을 따랐어요. 소정방은 의자왕과 왕자, 많은 포로를 이끌고 당나라로 돌아갔답니다. 이렇게 해서 백제는 의자왕 대에서 멸망하고 말았어요. 나라가 세워진 지 678년 만의 일이었지요. 총명하고 어진 성품으로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던 의자왕은 결국 비운의 왕이 되고 말았답니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오해를 받는 인물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의자왕이 멸망한 나라의 마지막 왕이었기 때문이에요. 김부식은 '삼국사기'에 의자왕이 난폭하고 어리석었으며 궁녀를 3천 명이나 두었다고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다르게 중국의 역사 기록에는 의자왕을‘해동증자’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해동’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부르는 말이고, ‘증자’란 어질고 학식이 깊은 사람을 말하지요.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의자왕은 유능하고 어진 왕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때는 신라를 공격해 40개가 넘는 성을 빼앗기도 했고, 귀족의 힘을 눌러 백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나라를 잘 다스렸던 의자왕은 신라에서 보낸 여인의 꾐에 넘어가 나랏일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습니다. 충신들을 귀양 보내거나 사형에 처했으며 술과 놀이로 나날을 보냈지요. 이런 시기에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쳐들어왔으니, 백제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거예요. 백제의 충신이자 용감한 장수였던 계백 장군이 결사대를 이끌고 나가 끝까지 싸웠지만 당나라의 13만 대군과 손을 잡은 신라군을 당해 낼 수 없었습니다. 의자왕은 사비성을 버리고 웅진성으로 도망쳤다가 결국 당나라 장수 소정방에게 항복을 하고 말았지요. 이렇게 해서 의자왕을 마지막으로 700여 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백제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삼국 통일을 이루겠다던 태자 시절의 꿈을 잃어버린 의자왕은 결국 자기 손으로 백제의 마지막 왕이 되는 비운을 맞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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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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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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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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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이름난 장수 계백이 사비성 밤거리를 쓸쓸히 걸어가고 있었어요. 웬일인지 계백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신라가 당나라와 함께 백제를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당나라와 손을 잡은 신라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의자왕은 신하들과 오늘도 잔치만 벌이고 있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계백의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달님, 높이높이 솟아서 어기여차,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장에 다녀오는 우리 님, 어기여차, 무사히 돌아오게 해 주소서. 그 노래는 백제 사람이 즐겨 부르는 '정읍사'였지요.' 과연 저 노랫소리를 앞으로 얼마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백제가 망하면 다시는 듣지 못할 텐데....' 계백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무왕의 첫째 아들인 의자왕은 왕이 되기 전에는 총명하고 용감한 왕자였어요. 장차 왕위를 이을 태자로 정해진 후에는 수사 제도를 만들었지요. 수사 제도는 나라의 힘을 기르기 위해 지혜와 무예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을 훌륭한 장수로 키워 내는 제도였어요. 계백도 바로 수사 제도를 통해 장수가 되었답니다. 의자 태자는 계백, 성충, 흥수와같은 훌륭한 수사와 함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며 나라의 앞날에 대해 밤새워 이야기하곤 했지요. "내가 왕이 되면 그대들의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이오. 우리 힘을 합쳐 백제를 강한 나라로 만들도록 합시다." 의자 태자의 진심 어린 말에 세 명의 수사는 굳게 맹세했어요. "백제와 의자 태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무왕의 뒤를 이어 의자 태자가 왕위에 올랐어요. 그런데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던 의자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나랏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날마다 잔치에 빠져 지내고 나라를 걱정하며 왕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하는 신하들을 멀리 귀양 보내거나 옥에 가두어 죽게 하는 일도 생겼답니다. 그날도 사비성 대궐에서는 의자왕과 신하들이 잔치를 벌이며 술에 취해 있었지요. 그때 군사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어요. "폐하! 큰일났사옵니다. 소정방을 앞세운 당나라의
13만 대군이 서해를 건넜고, 신라에서는 김유신이 5만 대군을 이끌고 백제를 공격해 오고 있다 하옵니다." 깜짝 놀란 의자왕은 신하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지만 자리에 모인 신하들 가운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때 한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어요. "폐하! 백제에는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는 왜나라가 있지 않습니까? 왜나라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의자왕은 무릎을 쳤어요. 게다가 의자왕의 누이동생이 왜나라 왕비였으니 왜나라에 도움을 구하면 바로 도우러 와 줄 것이라고생각했지요. "하지만 왜나라군이 백제까지 오려면 적어도 석 달은 걸릴 것입니다." 다른 신하가 말했어요. "그렇구나. 왜나라의 군대가 들어오기 전까지 누군가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을 막아 주어야 할텐데, 과연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그때 의자왕의 머릿속에 한 장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래! 계백이 있었지. 당장 계백을 불러 오라!" 늠름한 모습으로 계백이 들어서자 의자왕은 마음이 듬직해졌어요. 의자왕이 계백의 손을 잡고 말했어요. "내가 어리석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소. 그대를 백제군 대장군에 임명하겠으니 부디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해 주시오." 의자왕의 간절한 부탁에 계백은 힘차게 대답했어요. "목숨을 다 바쳐 폐하와 백제를 지키겠나이다!" 계백은 무기 창고부터 둘러보았어요. 창고 안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버려 둔 칼이며 창과 방패가 벌겋게 녹이 슬어 있었어요. 계백은 군사들을 모아 보았어요. 훈련을 받지 못한 군사들은 이름만 군사일 뿐 칼도 제대로 잡을 줄 몰랐지요. '이런 군사를 데리고 전쟁에 나갔다가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질 것이 뻔하다. 차라리 새로 군사를 뽑는 것이 낫다.' 계백은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군사 5천 명을 골라 결사대를 만들었어요. 전쟁터로 나가기에 앞서 계백은 군사들에게 말했어요. "지금 백제는 크나큰 위기에 처했다. 이번 전투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이긴다면 백제는 강한 나라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백제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물러선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손도 신라와 당나라의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계백의 말을 들은 군사들의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어요. "결코 우리 후손들을 다른 나라의 노예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자!" 결사대 군사들이 함성을 질렀어요. 집으로 돌아온 계백은 가족을 불러 모았지요. "내일이면 나는 결사대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갈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겠지만 만약 전쟁에서 진다면 그대들은 모두 당나라와 신라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목숨은 소중한 것,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제 최고 장수의 가족이 다른 나라의 노예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계백의 말이 끝나자 계백의 아내가 굳은 다짐을 한 얼굴로 말했어요. "저희는 이미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희들을 거두어 주소서!" 계백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칼을 들었어요. 계백은 사랑하는 가족의 시체를 뒤로 하고 백제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치르기 위해 집을 나섰어요. 계백과 5천 명의 결사대는 황산벌에 이르렀어요. 이미 황산벌 동쪽은 신라군이 빙 둘러싸고 있었지요. 빼곡하게 들어찬 신라군을 본 결사대는 멈칫거렸어요. 계백은 군사들을 보고 호통을 쳤지요. "우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을 잊었는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패배란 없다! 자, 칼을 들고 용감하게 나가자!" 와아아!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결사대의 함성이 황산벌 가득 울려 퍼졌어요. 신라군도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려왔지요. 와아아! 넓은 황산벌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어요. 쉽게 승리하리라 생각했던 신라군은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백제 결사대의 모습에 당황했어요. 결국 신라군은 백제 결사대의 열 배가 넘는 군사를 가지고도 싸움에서 물러서고 말았지요. 와아! 와아! 백제 결사대는 승리의 함성을 질렀어요. 황산벌 전투에서 승리한 백제 결사대는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왜나라군이 백제를 도우러 오고 있다는 소식에 결사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지요. 하지만 군사들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순간에도 계백은 앞으로 전쟁을 어떻게 이끌지 궁리하고 있었어요. '왜나라군이 도착하려면 앞으로 석 달은 더 걸린다. 그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황산벌을 지켜야 한다.' 백제 결사대와 싸워서 진 신라군의 사기는 형편없이 떨어졌어요. "하하하! 어떻게 5만이 넘는 군사로 5천 명을 당해 내지 못한단 말이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김유신과 신라군을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리자 분위기가 험악해졌어요. 당나라군과 신라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았으면서도 서로 은근히 경쟁하는 사이였거든요. 김유신은 신라의 명예와 무너진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다시 싸움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신라군은 백제 결사대와의 전쟁에서 번번이 패하고 말았지요. 더구나 백제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왜나라가 백제에 대규모의 군사를 보냈다는 소식을 들은 김유신은 더욱 초조해졌답니다. '만약 왜나라군이 도착하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백제 결사대는 왜나라군이 도착할 때까지 목숨을 걸고 황산벌을 지키려 할 것이다. 어떻게든 왜나라군이 도착하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날 밤, 계백은 의자왕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어요. '폐하! 저와 5천 결사대는 죽음을 각오하고 황산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5천 명의 군사로 신라와 당나라 군사를 막아 내는 것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약속을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사비성을 떠나십시오. 왜나라에서 군사를 보내 줄 때까지 웅진성으로 피해 계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폐하가 안전하게 계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계백은 정성스레 쓴 편지를 접어 소식을 전달하는 군사에게 건넸어요. 편지를 보낸 계백은 밖으로 나왔지요. 군사들은 변변한 잠자리도 없이 꺼져 가는 모닥불 옆에서 몸을 웅크려 새우잠을 자고 있었어요. 식량도 거의 떨어져 며칠째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있었지요. 군사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본 계백은 목이 메었어요. 계백은 모닥불에 장작을 집어넣으며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반드시 백제를 되살리겠다고 다짐했어요. 다음 날 아침,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웬 신라 군사 하나가 백제 결사대의 진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나는 계백의 목을 가지러 왔다! 계백은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백제 군사들은 이 겁 없는 신라 군사를 잡아 계백 앞으로 끌고 왔어요. "투구를 벗겨 보아라." 계백이 명령을 내리자 백제 군사가 신라 군사의 투구를 벗겼어요. 군사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주변에 둘러선 군사들은 깜짝 놀랐지요. 신라 군사는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 난 어린 소년이었거든요. "보아하니 나이도 어린 듯한데 네가 어찌 전쟁터에 나왔느냐?" 소년은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는 신라 화랑 관창이다. 네 목을 가지러 왔으니 잔말 말고 당장 목을 내놓아라!" 소년의 당돌한 말에 화가 난 백제 군사가 관창의 목을 치려 했지만 계백이 손을 들어 말렸지요. 소년의 앳된 얼굴을 본 순간,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거든요. "화랑 관창! 그대의 용기는 칭찬할 만하지만 아직 어린 너를 죽이기는 싫으니 돌아가거라." 계백이 관창을 그대로 돌려보내자 백제 군사들이 불평을 터뜨렸어요. "장군님! 신라 군사를 왜 돌려보내셨습니까? 목을 베어 신라군에게 본때를 보여 주었어야 합니다!" 주변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계백이 입을 열었어요. "신라 소년의 눈을 보았는가? 그 소년은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네. 신라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기꺼이 죽으러 온 것일세.
우리가 그 소년을 죽이면 신라군은 우리의 행동에 분노하면서 공격해 올 걸세." 그때였어요.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방금 돌려보냈던 신라 화랑 관창의 목소리였어요. "계백, 목을 내놓아라! 아니면 내 목을 베어라!" 관창의 모습을 본 백제군은 기가 막혔지요. 관창은 또다시 계백 앞으로 끌려왔어요. 관창은 전혀 기죽지 않고 야무지게 말했지요. "계백! 나는 네 목을 가지고 돌아갈 것이다. 또한 너희 나라 왕의 목도 가져갈 것이다." 관창의 말을 들은 백제 군사들은 크게 화를 냈어요. "감히 저 녀석이 폐하를 욕보이고 있습니다." "장군님! 이번에도 살려 보내시면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저 녀석을 살려 보내신다면 더 이상 장군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계백도 더는 관창을 살려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관창, 너는 우리의 적이지만 참으로 용기 있고 훌륭하다. 하지만 나도 이제는 너를 살려 줄 수가 없구나." 계백이 눈짓을 하자 백제 장수 하나가 관창의 목을 베었어요. "소년의 목을 말에 매달아 신라군에게 보내도록 하라."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계백은 군사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이제 신라군이 성난 파도처럼 공격해 올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 싸움이 될지도 모르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말에 매달린 관창의 목을 보고 분노한 신라군은 백제 결사대를 향해총공격을 퍼부었어요. 계백은 비장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지요. "백제 군사들이여! 백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순간이 왔다. 나가서 싸우자!" 백제 결사대는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어요. 황산벌은 또다시 핏빛으로 물들고 군사들의 시체가 쌓여갔어요. 하지만 아무리 목숨을 걸고 싸운다 해도 5천 명의 백제 결사대가 5만 대군을 이길 수는 없었지요. 결국 계백과 5천 결사대는 모두 죽음을 맞고 말았답니다. 이 전쟁을 마지막으로 백제는 완전히 망하고 말았어요.
"김유신 장군님! 적장 계백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신라 군사 하나가 계백의 시체를 끌고 왔어요. 이미 숨이 끊어졌는데도 계백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요. 김유신은 조용히 계백의 눈을 감겨 주었어요. "비록 적군의 장수이긴 하나 계백은 정말 훌륭한 장수였다. 계백의 시체를 정중히 모신 다음 장례식을 치르도록 하라." 신라군은 계백의 장례식을 정중히 치러 주었어요. 백제의 마지막 장수 계백은 백제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던 삼국 시대에서 백제가 멸망하기 전에 치른 큰 싸움이 '황산벌 전투'입니다. 당나라와 손잡고 백제를 치러 온 신라는 황산벌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백제를 멸망시킵니다. 계백 장군이 황산벌 전투에 나오기 전 자기 손으로 가족의 목숨을 거두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조선 시대에 서거정, 최부, 안정복 같은 학자는 계백 장군을 최고의 영웅으로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권근은 군대의 우두머리가 미리 전쟁에 질 것이라 생각하고 가족들을 죽였으니 백제 군사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하며 계백 장군을 비난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의 판단이 어찌되었든 간에 용감하고 품위 있게 자신의 길을 선택한 계백의 의지는 존경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 큰 지혜를 배우고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계백 장군은 전투에서 졌지만 나라를 위해 계백 장군이 기울인 노력은 무엇보다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적장인 김유신 장군조차도 계백 장군을 존경했던 것이지요.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줄 알았던 계백 장군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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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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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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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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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한반도 남쪽에 아직 임금도 없고 나라의 체계도 갖추지 못한 아홉 마을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어요. 각 마을에는 그 마을을 대표하는 촌장이 있었지요. 아홉 마을의 촌장들은 구지봉에 모여 마을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함께 해결했답니다. 구지봉은 생김새가 마치 거북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구지봉'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여느 때처럼 아홉 촌장이 회의를 하기 위해 구지봉에 모였어요. 그런데 촌장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요. "북쪽에 고구려라는 나라가 섰는데, 임금을 중심으로 백성들이 똘똘 뭉쳐 나라의 힘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하오." "백제에 대한 소문은 들으셨소? 거기도 임금이 있어서 백성들을 한데 모아 나라를 발전시켜 가고 있대요." "그런데 우리만 아직 임금이 없어 힘이 약하니 고구려나 백제가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끝장이오." 촌장들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어요. 이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기 누가 와 있느냐?" 촌장들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상하군. 어디서 들리는 소리일까?" 모두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머리 위에서 누군가 호통쳤어요.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여기 누가 와 있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가장 나이 많은 아도간 촌장이 대답했지요. "저희는 아홉 마을 촌장들인데 회의를 하려고 여기 모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분은 누구신지요?" "나는 하늘을 다스리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내려왔다. 옥황상제께서 아홉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도움을 주라고 하셔서 아홉 사람이 모인 곳을 찾아다니던 중이니라." "저희가 모두 아홉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게로구나. 내가 너희를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저희에게 임금님을 내려 주십시오." 촌장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지요. “그래? 그럼 너희의 소원을 들어주마. 각자 흙을 한 줌씩 쥐고 봉우리를 돌면서 내가 가르쳐 주는 노래를 부르도록 하여라.” 곧 이어 노랫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어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촌장들은 시키는 대로 흙을 한 줌씩 쥐고 구지봉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촌장들은 손에 흙을 쥐고 몇 번이고 구지봉을 돌며 노래를 불렀어요. 촌장들이 조금씩 지쳐갈 무렵,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이 갈라지더니 하늘에서 기다란 자줏빛 줄이 내려왔어요. 줄에는 번쩍이는 금궤가 매달려 있었지요. “아니, 저게 뭐지?” “어서 가서 봅시다!” 촌장들은 금궤가 떨어진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어요. 촌장들이 금궤를 열려고 하자 아도간 촌장이 말했어요. “하늘에서 내려 준 귀한 선물인 듯하니 모두 절을 올리고 나서 열어 봅시다.” 아도간 촌장의 말에 따라 촌장들은 금궤 앞에서 공손하게 절을 올렸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금궤를 열었지요. “어이구, 세상에! 이게 웬 황금이오?” 누군가 놀라서 외쳤어요. 금궤 안에는 커다란 황금 덩어리가 여섯 개나 들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황금 덩어리가 아니라 황금 알이었어요. “임금님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왜 알을 보낸 거지?” 젊은 촌장이 투덜거렸어요. 그러자 아도간 촌장은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어요. “아니야, 이 알은 보통 알이 아닐 걸세.” 촌장들은 이 여섯 개의 알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제 생각에는 아도간 촌장께서 이 알들을 잘 보살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촌장이 말하자, 다른 촌장들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알들은 내가 소중하게 모시겠소.” 아도간 촌장은 알이든 금궤를 조심스럽게 들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 날 아침, 금궤를 열어 본 아도간 촌장은 깜짝 놀랐어요. 그 안에는 알 대신 껍데기들만 수북하게 들어 있었거든요. '이런 낭패가 있나! 금궤를 옮기면서 알을 다 깨뜨린 모양이구나.' 그때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귀엽게 생긴 아이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웃고 있었어요. 아이들 가운데 몸집이 크고 영리해 보이는 아이가 아도간 촌장을 보며 방긋 웃었지요. 아이 머리에는 황금빛 알껍데기가 묻어 있었어요. 알에서 아이들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은 촌장들은 헐레벌떡 아도간 촌장의 집으로 달려왔어요. 그런데 촌장들이 도착할 때쯤 아이들은 벌써 걸음마를 하고 있었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고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기품이 있어 보이니 임금님을 내려 보내 주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도간 촌장의 말에 다른 촌장들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아도간 촌장이 말했어요. "여섯 알 가운데 유난히 큰 알 하나가 있었소. 내 생각에는 바로 그 알에서 이 아이가 나온 것 같소. 여섯 아이 중 이 아이가 제일 크니 으뜸이라는 뜻의 '수로'라고 부릅시다." 촌장들은 아도간 촌장의 말에 찬성했어요. 그달 보름날, 수로가 왕위에 올랐어요. 바로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이에요. 수로왕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성장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어요. 수로왕은 우선 아홉 마을을 모두 합친 다음, 다시 여섯 지역으로 나누고 나라 이름을 '가야국'이라고 지었어요. 수로왕이 금관가야를 다스리기로 하고 알에서 깬 나머지 다섯 형제들에게 다섯 가야를 맡겼지요. 그리하여 고령의 대가야, 김해의 금관가야, 고성의 소가야, 진주의 고령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함안의 아라가야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와주며 발전하게 되었답니다. 왕위에 오른지 2년이 되자, 수로왕은 '신답평'이라는 곳을 도읍으로 삼았어요. 그리고 이곳에 대궐과 관청을 짓고 나랏일에 힘을 기울였지요. 그런데 이 무렵, 탈해라는 사람이 가야국으로 찾아왔어요. 탈해는 수로왕을 찾아 궁궐로 들어와 큰 소리로 외쳤어요. "나는 수로왕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왔소. 나와 한번 재주를 겨루어 봅시다. 만약 나에게 지면, 왕위를 내놓으시오!" "나는 하늘이 내려 준 임금이다. 왕위를 내놓으라니, 무례하구나!" 결국 수로왕과 탈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어요. "이야아압!" 탈해가 휘익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어요. 그러자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탈해는 사라지고 대신 무서운 매 한 마리가 나타나 수로왕에게 달려들었어요. 수로왕 역시 변신술을 써서 커다란 독수리로 변했지요. 푸드득 꺅꺅꺅! 독수리는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카로운 부리를 이용해 매를 공격했어요. 다급해진 탈해는 독수리보다 큰 짐승으로 모습을 바꾸기 위해 다시 한 번 공중제비를 돌았어요. 그런데 탈해는 참새로 변하고 말았지요. 그러자 수로왕이 재빨리 새매가 되어 참새에게로 날아가 억센 발톱으로 단숨에 몸통을 움켜쥐었어요. 짹짹짹! 참새 울음소리와 함께 '펑' 하고 연기가 피어올랐어요. 그러자 탈해와 수로왕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수로왕은 탈해를 떡하니 깔고 앉아 목덜미를 꽉 움켜쥐고 있었지요. “제가 임금님을 몰라보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탈해는 용서를 빌었어요.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수로왕을 당해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다시는 임금의 자리를 넘보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느냐?” “예, 하늘에 두고 맹세하겠습니다.” “그대를 죽일 수도 있지만 살려 주겠다.” 탈해는 수로왕에게 절하고 궁궐을 떠났어요.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신하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기뻐했지요. “임금님 만세! 만세! 만세!” 어느 날 아홉 마을 촌장들이 수로왕을 찾아와 말했어요. “임금님, 하늘에는 해와 달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옵니다. 임금님께서도 이제 배필을 맞으셔야 마땅하옵니다. 현명하고 아름다운 처녀들을 뽑겠으니 그 중에서 왕비를 선택하심이 어떠하실지요?” 촌장들의 말에 수로왕은 고개를 저었어요. “어제 내가 꿈을 꾸었다오. 멀리서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배 한 척이 오고 있었소. 온갖 꽃으로 장식한 배에는 아리따운 공주가 타고 있더이다. 그 공주야말로 하늘이 내게 보내 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니 그대들은 염려 마시오.” 며칠 뒤 수로왕은 다시 꿈을 꾸었다며 유천간이라는 신하를 불렀어요. “발 빠른 말 한 필을 줄 것이니 그 말을 타고 당장 망산도에 가 보아라.” 그리고 신귀간이라는 신하를 불러서는 승점이라는 곳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어요. 유천간이 망산도에 도착했을때, 바다에 배 한 척이 보였어요. 붉은 깃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배였지요. 승점에 가 있던 신귀간은 유천간이 올린 횃불을 보고는 즉시 말을 달려 수로왕에게 와서 보고했어요. “하늘이 내게 배필을 보내 주시는구나!” 수로왕은 기뻐하며 말했어요. “너희들은 어서 가서 공손히 왕비를 맞이하도록 하라.” 수로왕의 명령을 받은 신하들이 망산도에 도착했을 때, 바닷가에는 이미 배가 도착해 있었답니다. 그곳에 있던 유천간이 신하들과 그 배를 찾아갔어요. 배에는 먼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공주와 신하들이 타고 있었지요. “저희들은 가야국의 수로임금님을 모시는 신하들이옵니다. 공주님을 대궐로 모시라는 임금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 유천간의 말에 공주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어요. “어찌 처음 보는 분들을 가벼이 따라나설 수 있겠습니까?” 공주 일행을 데리러 갔던 신하들은 궁궐로 돌아와 수로왕에게 공주의 말을 전했어요. 그러자 수로왕은 신하를 거느리고 몸소 공주 일행을 맞으러 나갔지요. “잘 오셨소. 나는 가야국의 수로왕이라고 하오.” “안녕하신지요?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로 성은 허, 이름은 황옥이라고 하며, 나이는 열여섯 살이옵니다.” 공주는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수로왕에게 인사했어요. “저희 부모님 꿈에 옥황상제께서 나타나셔서 저를 바다 건너 가야국의 수로왕에게 보내 왕후로 삼도록 하라고 명하셨다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임금님께 온 것입니다.” 수로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어요. “참으로 신기한 일이오. 나 역시 그대가 붉은 깃발이 달린 배를 타고 오는 꿈을 꾸었다오. 꿈에서 본 대로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구려.” 며칠 뒤, 수로왕과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의 혼인식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거리로 구름처럼 몰려나왔어요. 악사들이 앞장서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왕과 왕비를 태운 수레가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길 양쪽으로 갈라서서 수레를 향해 꽃을 뿌리며 춤추고 노래했지요. 그 후 수로왕은 금관가야뿐 아니라 나머지 다섯 가야에 대해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갖고 백성들을 잘 보살폈어요. 그리하여 가야 백성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삼국시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고구려, 백제, 신라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세 나라 말고도 가야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가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 속에서 빨리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각 왕을 중심으로 완전한 국가를 이룬 데 비해 가야는 여섯 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나누어져 있어서 강한 세력으로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기록을 보면 김수로왕은 42년에 태어나 199년까지 가야를 다스렸다고 해요. 김수로왕의 ‘수로’라는 이름은 ‘으뜸’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김수로왕은 함부로 다른 나라를 누르거나 지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섯 가야의 왕들은 김수로왕을 ‘으뜸왕’으로 모시며 따랐던 것이지요. 여섯 개로 나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김수로왕은 여섯 개의 가야를 화합시키며 평화롭게 다스린 너그러움과 능력을 모두 갖춘 훌륭한 왕이었답니다.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은 본래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습니다. 48년에 배를 타고 가야로 온 허황옥은 김수로왕의 왕비가 되어 이듬해 태자 거등공을 낳았습니다. 용성국 왕과 적녀국 공주 사이에 알로 태어난 석탈해는 궤짝에 담겨 바다를 표류하다가 아진포에 사는 한 할머니가 발견하여 데려다 길렀습니다. 신라 제3대 유리왕이 죽자 남해왕의 유언에 따라 왕위에 올랐습니다. 왕위에 있었던 기간은 57~80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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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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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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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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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반도 진한 지역에 여섯 마을이 있었어요. 땅이 기름지고 울창한 숲이 있고 맑은 시내가 흐르는 살기 좋은 곳이었지요. 여섯 마을에는 각각 마을을 대표하는 촌장이 있었어요. 알천 양산촌 촌장의 이름은 ‘알평’으로, 오늘날 ‘이’씨의 조상이 된 사람이에요. 돌산 고허촌 촌장 ‘소벌도리’는 ‘최’씨의 조상이고, 무산 대수촌 촌장 ‘구례마’는 ‘손’씨의 조상, 자산 진지촌 촌장 ‘지백호’는 ‘정’씨의 조상, 금산 가리촌 촌장 ‘지타’는 ‘배’씨의 조상, 명활산 고야촌 촌장 ‘호진’은 ‘설’씨의 조상이에요. 여섯 촌장은 사이가 무척 좋아 무슨 일이든지 서로 의논해서 처리했지요. 여섯 마을이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그런데 말씨나 풍습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니 이런저런 오해와 다툼이 생기고, 마을끼리도 자주 싸우게 되었지요. 생각다 못 한 촌장들은 각기 아들들을 데리고 알천 옆에 있는 큰 언덕에 모여 회의를 했어요. “요즘 사람들이 자주 싸우고 모두 제멋대로이니 참으로 걱정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나겠어요.” “매일 싸움이 그치지 않으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이때 지백호 촌장이 벌떡 일어나 말했어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이렇게 여섯 마을로 나누어져 있어서 싸움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섯 마을을 하나로 묶어 나라를 만들고, 나라를 다스릴 만한 훌륭한 임금을 구해야 합니다.” 지백호 촌장의 말에 다른 촌장들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지백호 촌장의 말씀이 옳소. 그렇다면 우선 임금을 모실 만한 도읍을 정합시다. 그런 다음, 뛰어난 사람을 찾아 임금으로 모십시다.” 촌장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장소를 이야기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았지요. 한참을 찾아 헤매던 촌장들이 잠시 나무 그늘에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어요. 알평 촌장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어요. “여러분! 저것 좀 보십시오! 저게 무엇입니까?” 모두들 알평 촌장이 가리키는 곳을 본 순간 입을 떡 벌렸어요. 울창한 숲 저편 하늘 위로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걸려 있고, 찬란한 빛이 비치고 있었지요. “칠십 평생을 살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이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벌도리 촌장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성을 질렀어요. “저곳으로 한번 가 봅시다. 아무래도 하늘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알려 주려나 봅니다.” 성미 급한 지타 촌장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뛰기 시작했어요. 다른 촌장들도 무지개를 쫓아 뛰어갔지요. 촌장들이 숲길을 한참 뛰어서 닿은 곳은 양산 마을에 있는 ‘나정’이라는 우물가였어요. 촌장들은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았어요. 히히힝! 눈처럼 하얀 말 한 마리가 숲 주위를 서성거리며 울고 있었지요. 그리고 말 앞에는 커다란 자주색 알이 하나 놓여 있었어요. “아니, 이게 무슨 알이지요?” “손대지 마시오.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르지 않소?” 그때였어요. 하얀 말은 길게 울음소리를 내더니 하늘로 껑충 뛰어올랐어요. 그러더니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따라 올라갔지요. 말이 있던 자리와 알 주변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 왔어요. 촌장들은 놀라운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잃었어요. 소벌도리 촌장이 침착하게 다가가 알을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어요. “아무래도 아까 그 말은 하늘의 심부름꾼 같소. 그리고 이 알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임에 틀림없소.” 다른 촌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기뻐했어요. 촌장들은 조심스럽게 알 주위에 둘러섰어요. 그러나 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지요. 바로 그때였어요. 저 멀리서 커다란 천둥이 울리더니 하늘에 떠 있던 커다란 오색 무지개가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아 거꾸로 걸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쿠르릉! 쿵! 쿵! 쿵! 무지개는 요란한 소리를 울리면서 다가왔어요. “아이고, 사람 살려!” 촌장들은 깜짝 놀라서 이리저리 흩어졌지요. 촌장들은 우물 뒤에, 바위 뒤에, 또 나무 뒤에 숨어서 숨을 죽인 채 무지개를 지켜보았어요. 무지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알을 향해 곧장 다가가더니 알을 박살 낼 듯이 그대로 덮쳤어요. 그러자 알이 쫙 갈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이럴 수가!” 알 속에는 아주 건강한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어요. 무지개의 오색 빛은 하나로 섞이더니 금가루처럼 아이의 몸에 쏟아져 내렸어요. 아이의 몸은 밝게 빛났답니다. 촌장들은 아이를 안고 가 맑은 물에 씻겼어요. 아이의 몸에 묻어 있던 금가루가 강물에 씻겨 나가자 강은 점점 금빛으로 물들어 갔지요. “아, 우리가 기도한 보람이 있어요.” “맞습니다. 하늘이 내려 주신 아이가 틀림없어요.” 어느새 숲 속 짐승들과 하늘을 나는 새, 작은 벌레들까지 몰려와 주위를 돌며 춤을 추었어요. 하늘에는 환한 대낮인데도 달이 높이 떠 해와 함께 밝게 빛나고 있었답니다. 소벌도리 촌장은 기뻐하며 아이를 높이 쳐들었어요. 촌장들은 하늘이 임금을 내려 주셨다며 몹시 기뻐했어요. 그때 호진 촌장이 말했어요. “잠깐만! 아이 이름을 먼저 지어야 하지 않겠소?”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좋은 이름을 생각했어요. 그러자 알평 촌장이 말했어요. “아이 몸에서 빛이 났으니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혁거세’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촌장들은 참 좋은 이름이라며 박수를 쳤어요. 그러자 구례마 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어요. “성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 성을 어떻게 짓지?” “우리 중 누군가의 성을 따르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성을 지읍시다.” 그러자 소벌도리 촌장이 말했어요. “박처럼 둥근 알에서 태어났으니 ‘박’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리하여 아이의 이름은 ‘박혁거세’가 되었어요. 박혁거세는 여섯 촌장과 진한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량리’라는 마을에서 소동이 일어났어요. 사량리에는 ‘알영’이라는 깊고 맑은 우물이 있었는데, 우물가로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날아와 며칠째 우는 것이었어요. 끄윽, 크으윽! 휘리리릭! 키이요오! 닭 머리를 한 용은 주위가 울리도록 큰 소리로 울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촌장들에게 달려왔어요. 촌장들은 모두 헐레벌떡 알영으로 달려갔지요. “이럴 수가! 혹시 진한이 망하려고 이러는 걸까요?” 지타 촌장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하자 소벌도리 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아니오, 비록 닭의 머리를 하고 있지만 저것은 분명히 용이오. 용은 예로부터 아주 귀하고 신기한 동물이라오. 그러니 이것은 경사가 일어날 징조요.” 그때였어요. 크아아악! 소리를 지르던 용이 갑자기 입에서 불길을 토해 내더니 우물에 무엇인가를 떨어뜨리고 하늘로 사라져 버렸어요. “이크! 도대체 뭘 떨어뜨리고 간 거지?” 촌장들은 우루루 우물로 달려가 그 안을 들여다보았지요. 우물 안에는 뽀얀 피부를 가진 여자 아이가 맑은 물속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어요. 촌장들은 물고기처럼 능숙하게 헤엄을 치다가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미는 아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지요. 지타 촌장이 우물 속에서 아이를 건져 나왔어요. “아니, 그런데 아이 입이 왜 이렇지?” 촌장들은 아이 입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입술 대신 닭의 부리가 달려 있었거든요. “어째서 입술이 닭의 부리처럼 생겼을까?” “맞아요. 아주 예쁜 아이인데, 저 부리 때문에 영 거슬리는군요.” “어떻게 하면 떼어 낼 수 있는지 어디 봅시다. 아얏!” 지백호 촌장이 부리를 자세히 살피려다 그만 코를 깨물렸어요. 호진 촌장은 손가락을 물렸지요. “누가 저 흉한 부리를 없앨 수 있을까요?” 모두가 궁리를 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지요. 이때, 소벌도리 촌장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요즘 들어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군. 지난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흰 말이 임금이 될 아이를 주지 않았소? 이제 또 용이 아이를 주었으니, 아무래도 두 일 사이에는 어떤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소.” 이 말을 듣자 다른 촌장들도 고개를 끄덕였지요. 소벌도리 촌장이 말했어요. “이 여자 아이를 우리 임금이 되실 분께 데려갑시다. 그럼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나올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 말인가요?” “그건 모르겠소. 하지만 그런 예감이 듭니다.” 촌장들은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박혁거세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아이의 입술에 달려 있던 보기 흉한 닭의 부리는 온데간데없고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로 바뀌어 있었거든요. 아이는 예쁜 입술로 방긋이 웃고 있었지요. “혁거세왕과 이 아이가 과연 인연은 인연인가 보오.”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방글방글 웃으며 반가워했어요. 두 아이가 나란히 누워 손을 잡고 노는 모습은 참 사랑스러웠지요. “보시오. 두 아이는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이 틀림없소.” 촌장들은 박혁거세의 짝이 될 어여쁜 왕비를 찾았다고 매우 기뻐했어요. “임금의 이름은 혁거세로 정했는데, 왕비가 될 아이의 이름은 뭐라고 부르지요?” 호진 촌장이 말을 꺼냈어요. “뭐 좋은 이름 없을까?” 그러자 아이를 우물에서 안고 나온 지타 촌장이 말했어요. “알영이 어떨까요? 알영은 진한에서 가장 맑은 우물이잖아요. 우리 왕비님이 그 우물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자라나셨으면 좋겠어요.” 지타 촌장의 말에 나머지 촌장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어요. “그래, 알영! 좋은 이름이군요.” “허허허, 박에서 나온 박혁거세 임금님, 우물에서 나온 알영 왕비님이라. 정말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왕이 될 아이에 이어 왕비가 될 아이까지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은 몹시 기뻐하며 잔치를 열었어요. 농사가 잘되는 알평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향기로운 과일을 가져오고, 구례마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맛있는 고기를 가져왔어요. 손재주가 뛰어난 호진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아침부터 뚝딱뚝딱 천막을 세웠고, 지백호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울 땔감을 가득 해 왔지요. 소벌도리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박혁거세와 알영에게 입힐 예쁜 옷들을 지어 왔고 지타 촌장의 마을 사람들은 음악을 연주했어요. 걸핏하면 티격태격 싸우던 여섯 마을의 주민들은 혁거세와 알영을 번갈아 안아 보며 서로 기쁨을 나누었어요. “허허허, 우리 임금님과 왕비님은 아직 어린데도 벌써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구려.” “이제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겠군요.” 잔치는 밤새도록 계속되었고 여섯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한 식구처럼 가까워졌어요. 사람들은 힘을 합쳐 박혁거세와 알영이 살 궁궐을 지었어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두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지요. 세월이 흘러 두 아이가 열세 살이 되었을 때, 박혁거세는 왕이 되고 알영은 왕비가 되었어요. 박혁거세는 왕이 되어 여섯 마을을 한 나라로 통일했지요. 그리고 나라 이름을 ‘서라벌’이라고 지었어요. ‘서라벌’은 ‘계림국’이라고도 불렀어요. 계림국은 ‘닭을 닮은 용이 왕비를 주고 간 나라’라는 뜻이지요. 박혁거세왕과 알영 왕비는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잘 다스렸어요. 그러자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서라벌은 더욱 큰 나라가 되었지요. 박혁거세왕과 알영 왕비가 죽은 뒤에, 서라벌은 나라 이름을 ‘신라’로 바꾸고 더욱 크고 강한 나라로 발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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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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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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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깍깍 까악 까아악. 신라 어느 바닷가에 난데없이 까치 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니, 무슨 까치 울음소리가 이리 극성스럽지?” 바닷가 근처에 사는 할머니가 그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왔어요. “저게 뭐지?” 저 멀리 바다 위로 커다란 배 한 척이 다가왔어요. 바람에 펄럭이는 돛 주위로 까치가 새카맣게 무리를 지어 날고 있었지요. “배 모양이나 돛 색깔을 보아 하니 신라 배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저 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배가 바닷가에 다다르자 할머니는 가까이 가 보았어요. 배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요. “이상하네. 이렇게 큰 배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할머니는 배 뒤쪽에 까치 떼가 모여 있는 것을 보았어요. ‘까치 떼가 바다에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고. 아무래도 저기에 뭔가 있을 것 같군.’ 이렇게 생각한 할머니는 까치 떼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어요. 할머니가 다가가는 소리에 놀란 까치 떼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날아갔어요. 까치들이 날아간 자리에는 큼직한 궤짝하나가 놓여 있었지요. 할머니는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났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는 용기를 내어 궤짝 뚜껑을 열었지요. “앗!” 궤짝을 연 순간 할머니가 비명을 질렀어요. 궤짝 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거든요. 할머니는 눈을 비비고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궤짝 안에는 금, 은, 수정, 진주 같은 온갖 보석이 가득 들어 있었지요. 그리고 그 보석 사이에 둥글고 커다란 알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아니, 이건 뭐야? 무슨 알이 이렇게 커다랗게 생겼을까?” 할머니가 알을 만지자마자 알이 ‘쩍’하고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귀여운 사내아이가 나왔어요. “그놈 참 잘생겼다. 웃는 얼굴은 더 귀엽구나!” 외딴 바닷가에서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아온 할머니는 아이를 얻게 되어 몹시 기뻤어요. 할머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폈지요. “할머니, 대체 그 아이는 어디서 데려온 거예요?”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 하며 이렇게 물을 때마다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 얼마 전에 바다에서 데려온 아이라네.”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어요. 할머니가 처음 배에서 데려올 때만 해도 알에서 막 나온 갓난아이였는데 사흘이 지나자 이가 나고 일주일이 지나서부터는 엉금엉금 기기 시작한 거예요. 어느 날 할머니가 아이를 업고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등에 업힌 아이가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할머니,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얘야, 방금 네가 말했니?” 할머니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묻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저는 사실 동해 용왕의 아들이랍니다.” “용왕의 아들이라고?” 아이의 말에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아이는 할머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동해 바다에 사는 용왕이 적녀국 근처의 바다를 지나다가, 우연히 적녀국 공주가 탄 배가 파도에 뒤집히는 것을 보았어요. 용왕은 공주가 바다 속으로 빠지는 것을 보고, 공주를 구해 주었지요. 적녀국 공주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용궁에서는 난리가 났고, 신하들은 두 사람의 혼인을 반대했어요. 하지만 용왕은 적녀국 공주 없이는 살 수 없었고, 적녀국 공주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용왕과 적녀국 공주는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식을 올렸어요. 하지만 어렵게 혼인한 두 사람 사이에는 7년 동안이나 자식이 없었어요. 신하들은 또다시 왕비와 헤어지라고 했지요. 그런데 7년 만에 드디어 왕비가 아이를 가졌어요.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였어요. 왕비는 아이가 아니라 커다란 알을 낳았거든요. 신하들은 왕비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그 알이라도 버리라며 용왕을 설득했어요. 이번에는 용왕도 신하들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지요. "용왕은 나라가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알을 버리자며 왕비를 달랬지요. 왕비도 슬펐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대신 왕비는 용왕에게 부탁하여 튼튼한 궤짝에 알을 담고 커다란 배에 실어 바다 위로 올려 보내도록 부탁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까치에게 알을 지키도록 했지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어요. “저는 바로 그 알에서 나온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저를 구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일렀어요. “용왕의 아들인 너는 반드시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용왕의 자손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꿋꿋하게 견뎌 내야 한다.” 할머니는 문득 생각난 듯 말했어요. “그러고 보니 아직 네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었구나. 네 이야기를 들으니 좋은 이름이 생각났다. 까치가 가져온 궤짝에서 알을 깨고 나왔으니 성은 ‘석’이라 하고, 이름은 ‘탈해’라고 하자꾸나.” 석탈해는 하루가 다르게 영특한 소년으로 자랐어요. 할머니는 석탈해가 들어 있던 궤짝에 금은보화도 함께 있었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석탈해가 어른이 되어 꼭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였지요. 석탈해는 자라면서 더욱 의젓해졌어요. 하지만 석탈해는 집이 가난하여 할머니가 고생하시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지요. 어느 날 토함산에 올라 서라벌의 경치를 내려다보던 석탈해의 눈에 크고 멋진 집 한 채가 들어왔어요. 집 앞으로는 맑은 시내가 흐르고 뒷편으로는 아름다운 산이 있는 그 집은 부자 호공의 집이었어요.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할머니께 저 집을 꼭 드려야지.’ 이렇게 생각한 석탈해는 그날 밤 호공의 집에 몰래 들어가 마당에 숫돌과 숯토막을 묻어 놓았지요. 그리고 날이 밝자 시치미를 떼고 호공을 찾아가 말했어요. “이 집은 먼 옛날 제 조상이 살았던 집이니 이제는 저에게 돌려주셔야겠습니다.” 호공은 기가 막혀 물었어요. “도대체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 어째서 이 집이 네 조상의 집이라는 것이냐? 그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라도 있느냐?” 석탈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그렇다면 내일 관아에 가서 재판을 받도록 합시다.” 다음 날 석탈해와 호공은 잘잘못을 따지러 관아로 갔어요. “듣자 하니 네가 호공의 집을 내놓으라고 한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냐?” 관리가 엄한 얼굴로 묻자 석탈해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예, 맞습니다. 제 조상님이 대대로 대장장이를 하며 그 집에 사셨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마당을 파 보십시오. 그럼 제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나올 것입니다.” “만약 네가 호공의 집을 빼앗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너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관리는 군사들을 보내 호공의 집 마당을 파 보게 했지요. 괭이로 마당을 파자 마당에서 숫돌과 숯토막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지요. 호공은 펄쩍 뛰었지만 관아에서 내린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어요. 결국 그 집은 석탈해의 것이 되었지요. 석탈해는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께 자신이 한 일을 말했어요. “할머니! 어서 짐을 싸세요. 오늘부터 우리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화난 얼굴로 석탈해를 꾸짖었어요. “석탈해야, 꾀를 써서 남의 집을 빼앗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다. 당장 호공에게 집을 돌려주도록 해라.” “할머니, 거짓말한 것이 밝혀지면 저는 분명 큰 벌을 받을 거예요.” 할머니는 석탈해에게 말했어요. “그렇다면 호공에게 사과한 뒤, 돈을 주고 떳떳하게 그 집을 사거라.” “할머니, 제게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러자 할머니가 집 안 깊숙이 숨겨 두었던 궤짝을 꺼내 왔어요. 할머니가 궤짝의 뚜껑을 열자 금은보화가 눈부시게 빛났어요. “이건 네가 들어 있던 궤짝이란다. 나는 네가 반듯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보물을 숨겨 두었단다. 이 보물을 꺼내 쓰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네가 크면 더 좋은 일에 쓰려고 참아 왔단다. 그러니 이 보물을 호공에게 가져다주고 용서를 빌도록 해라.” 석탈해는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할머니 말씀을 따르겠어요.” 할머니는 석탈해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석탈해야, 너는 너의 뛰어난 능력을 나쁜 일에 썼다. 앞으로는 부디 네 재능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만 쓰도록 하거라.” 석탈해는 호공에게 가서 용서를 빌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어요. 그리고 나머지 보물을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들에게 나눠 주었어요. 석탈해에 대한 소문은 신라 곳곳에 퍼져 칭찬이 자자했어요. 석탈해 이야기는 남해왕의 귀에도 들어갔어요. 남해왕은 석탈해를 대궐로 불렀어요. 석탈해를 만나 본 남해왕은 석탈해의 지혜와 곧은 품성에 감동을 받았지요. “과연 듣던 대로 그대는 훌륭한 젊은이구려. 내 자네를 사위로 삼고 싶은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고?” 그리하여 석탈해는 남해왕의 공주와 혼인식을 올렸어요. 얼마 후 남해왕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남해왕의 유언에 따라 유리왕이 왕위를 이었어요. 석탈해는 유리왕을 도와 신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유리왕이 세상을 떠나자 그 뒤를 이어 석탈해가 신라 제4대 탈해왕이 되었답니다. 탈해왕은 왕위에 있는 기간 동안 정성을 다해 백성을 보살피고 아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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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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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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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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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해왕은 대궐 안 연못가에 앉아 생각에 잠겼어요. 왕비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지요.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걱정은 무슨....... 그저 물고기들을 보고 있는 중이오.” 탈해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어요. 하지만 왕비는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진 탈해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아들을 낳지 못해서 걱정을 끼쳐드리는군요. 저는 왕비 자격이 없습니다.” 탈해왕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무슨 말을 그리하시오? 그런 얘기 하지 마시오.” 왕비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어요. 마침 호공이라는 신하가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았어요. “그대도 들었는가? 어찌 하늘은 내게 아들을 주시지 않는단 말인가?” “반드시 신라의 왕위를 이어받을 총명한 왕자님이 태어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집으로 돌아가는 호공은 탈해왕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어요. 호공은 함께 가던 하인에게 말했지요. “오늘은 숲길로 가자꾸나. 그 숲길이 내 마음을 달래줄 것 같구나.” 호공은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반월성 서쪽에 있는 울창한 숲을 산책하곤 했어요. 숲의 이름은 ‘시림’이었는데, 시림은 어느 숲보다도 깨끗한 공기와 맑은 기운을 지니고 있었지요. 호공과 하인이 시림에 들어서는데 저만큼 앞에서 이상한 빛이 보였어요. 시림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있어서 낮에도 어두웠기 때문에 숲 속에서 빛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이상하구나. 이 숲에 저런 밝은 빛이 들다니.” 하인도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호공은 옷소매로 눈을 닦아낸 뒤 다시 숲 쪽을 보았어요. 빛을 향해 다가갈수록 빛은 더욱더 밝아졌지요. 그때 하늘에서 자줏빛 구름이 빠르게 내려오더니 숲에 기둥을 세우는 게 아니겠어요? 구름 기둥이 정말 곱고 아름다워 호공의 입이 절로 벌어졌어요. “참으로 기이한 일이로다. 아마도 하늘이 내게 기쁜 소식을 알려 주려는 것 같구나.” 호공은 허둥지둥 구름 기둥을 향해 달려갔어요.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구름 기둥 한가운데에 뭔가가 걸려있었지요. “저기 걸려있는 것이 무엇 같으냐?” 호공이 하인에게 물었지만 하인도 알 수가 없었어요. 구름 기둥이 눈부셔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답니다. 그때 하늘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어요. “호공아, 네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려면 먼저 마음을 맑게 닦아야 하느니라.” 그 소리는 들떠있던 호공의 마음을 나무라는 듯 했지요. 호공은 마음을 가라앉혔어요.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호공은 일어서서 앞을 보았어요.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른거리기만 하던 것이 또렷이 보였지요. 그것은 바로 황금 상자였어요. 그리고 그 나무 아래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흰 닭 한 마리가 목청을 뽑고 울어대고 있었어요. 꼬끼오, 꼬끼오! 쥐 죽은 듯 고요한 숲속에 닭 울음소리가 퍼져나갔어요. “이 닭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틀림없어. 우는 소리가 다르구나.” 호공은 그 길로 탈해왕에게 달려갔어요. 황금 상자 이야기를 들은 탈해왕은 몹시 들떴어요. “아무래도 하늘이 우리 신라에 좋은 선물을 주신 것 같소. 어서 가봅시다.” 탈해왕과 호공은 여러 신하들을 거느리고 서둘러 숲으로 갔답니다. 숲은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요. 황금 상자가 걸려있다는 나무 밑에 도착했을 때, 흰 닭이 우렁차게 울었어요. 꼬끼오! 호공은 나뭇가지 위를 가리켰어요. “임금님! 저기 옵니다.” 나뭇가지 위에는 정말로 눈부신 빛을 내는 황금 상자가 걸려있었답니다. 흰 닭은 숲이 떠나갈 듯 우렁차게 울어 댔어요. 탈해왕은 넋을 잃고 황금 상자를 바라보았지요. 정신을 차린 탈해왕은 신하들에게 상자를 내리라고 했어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신하들이 탈해왕의 명령에 따라 상자를 내려놓자마자 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던 흰 닭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답니다. “황금 상자를 조심스럽게 다루어라!” 탈해왕이 조바심을 내며 말했어요. 군사들은 탈해왕 앞에 황금 상자를 조심조심 내려놓았어요. 탈해왕은 떨리는 손으로 살며시 황금 상자를 열었어요. 상자 안에는 귀엽고 잘생긴 사내아이가 누워있었답니다. 탈해왕과 호공은 놀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어요. “하늘에서 보내신 아이인가 봅니다. 임금님이 왕자님을 바란다는 것을 알고 말입니다.” “그렇사옵니다. 우리에게 왕자님이 없는 걸 알고 하늘이 보내신 겁니다.” 신하들이 입을 모아 말했어요. 탈해왕은 아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었어요. “정말 하늘에서 왕자를 내려 주셨나 보오.” 탈해왕이 아이를 안고 대궐로 돌아오는데 하늘의 모든 새와 땅의 짐승들도 축하하는 듯 탈해왕의 뒤를 따라왔어요. 탈해왕은 아이의 이름을 ‘알지’라고 짓고 정성스럽게 길렀어요. 알지는 무럭무럭 자랐지요. 어느 날, 탈해왕은 신하들을 한자리에 모았어요. “나는 이 아이를 태자로 삼도록 하겠소. 그러니 그대들도 그렇게 대해주기 바라오!” 신하와 백성들은 총명한데다 의젓하고 마음이 따뜻한 알지를 좋아했어요. 탈해왕도 알지를 몹시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답니다. 알지는 전왕인 유리왕의 아들 파사 왕자와 친하게 지냈어요. 어느 날 파사가 알지에게 물었어요. “형님, 사람들이 형님은 상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사실입니까? 저희는 모두 어마마마의 배에서 나왔는데 왜 상자에서 나오셨지요? 대신들은 형님이 왕족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말인지요?” 알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요. “내가 숲에서 태어났다고 하나 부모님이 사랑으로 키워주셨으니 난 두 분의 아들이야. 이제 답이 되었느냐?” 지나가던 탈해왕과 호공이 우연히 이야기를 들었어요. “임금님, 태자님의 지혜로움이 이미 어른들을 앞서는 듯 하옵니다.” 탈해왕도 흐뭇해하며 알지를 바라보았지요. 알지가 열 살이 되던 해, 알지를 키우고 보살펴 주던 왕비가 병을 앓기 시작했어요. 병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을 텐데 어떤 의원도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지요. 어머니를 깊이 사랑한 알지는 밤낮으로 열심히 보살폈지만 왕비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왕비의 장례식이 끝나고 알지가 슬픔에 젖어 멍하니 대궐 안을 거닐고 있는데 궁녀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후궁 정씨가 왕비님의 밥에 독약을 탔단 말이야? 그런다고 왕비가 될 수 있을까?” “그러게 말이야. 대궐은 너무 살벌해. 다들 임금 자리를 차지하려고 난리잖아.” 알지는 대궐 안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를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권력이 무엇이길래 사람을 해친단 말인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알지와 파사가 대신들의 아들들과 함께 대궐 마당에서 구슬치기를 하며 놀고 있었어요. 알지의 구슬이 파사의 것보다 더 많아지자 파사가 우기기 시작했지요. “그 구슬은 제 것입니다.” “파사야, 내가 이겼으니까 내가 가져가는 거야.” 파사는 계속 고집을 피웠어요. “형님이 이긴 것이 아닙니다. 제가 실수를 한 것이니 이번 판은 무효입니다.” 파사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말했어요. “너희도 봤지? 너희는 누구 편이야? 알지 형님 편이야 내 편이야?” 아이들은 멍하니 두 사람을 쳐다보기만 했어요.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느냐? 우리는 모두 같은 핏줄이고 형제인데 왜 편을 나누느냐?” 파사는 화가 나서 알지를 노려보았지요. “형님이 어떻게 같은 핏줄입니까? 대궐 안에서 형님을 왕자로 인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네가 이겼다. 이 구슬을 다 줄 테니 편 가르기는 그만하자꾸나.” 알지는 구슬을 주며 파사를 달랬어요. 시간이 흘러 탈해왕도 많이 늙었어요. 대궐 사람들은 조금씩 다음 왕이 누가 될 것인지 쑥덕거렸어요. 탈해왕은 알지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지만 알지가 왕의 핏줄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반대하는 신하가 많았지요. 총명한 알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답니다. 알지는 탈해왕을 찾아갔어요. 탈해왕은 반갑게 알지를 맞았지요. “알지야, 이제 나는 늙었다. 나는 너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알지는 침착하게 대답했어요. “아바마마, 누가 왕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사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파사에게 왕위를 물려주심이 어떠하신지요? 파사는 전왕인 유리왕의 아들이니 왕위를 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탈해왕은 화를 내며 알지를 꾸짖었지만, 알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알지가 왕이 되는 문제를 두고, 대궐은 술렁거렸어요. 마음이 심란한 알지는 책에 빠져들었지요. 알지가 대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어요. 알지가 있는 것도 모르고 대신 몇 명이 은밀히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답니다. “이 사태를 막아야만 하오. 어떻게 숲에서 주워 온 태자를 왕으로 삼는단 말이오? 우리 신라의 임금 자리가 근본도 모르는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게 말이 되오?” 다른 신하도 흥분하며 말했어요. “당연히 임금의 자리는 유리왕의 자손인 파사 왕자에게 가야 할 것이오. 알지 태자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우연히 대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알지는 생각에 잠겼어요. “나라가 튼튼하려면 신하들이 임금을 믿고 모셔야 하는데 내가 왕이 되면 이 나라가 매우 시끄러워지겠구나.” 탈해왕은 나이가 들어 몇 년간 병석에 누워있다 숨을 거두었어요. 신라에는 새로운 왕이 필요했지요. 태자인 알지가 왕위를 잇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알지는 며칠째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알지는 결심을 하고 파사를 불렀어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불렀소. 나는 그대가 임금이 되었으면 하오.” 뜻밖의 말에 파사는 깜짝 놀랐어요. “나라가 튼튼하려면 신하와 백성들이 잘 따르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오. 많은 사람들이 그대가 왕이 되길 원하니 그리해주시오.” 파사는 당황해하며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어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형님의 인품을 제가 아는데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신라의 임금은 형님이 되셔야 합니다.” 알지는 파사의 손을 잡았어요. “누가 왕이 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소? 부탁하오.” 결국 대신들과 알지의 뜻에 따라 파사가 왕위에 올랐어요. 왕이 된 파사는 언제나 알지와 나랏일을 상의하고 의견을 구했지요. 알지도 아낌없이 왕을 도와주었어요. 알지의 도움으로 파사왕은 신라의 영토를 넓히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요. 알지는 늘 뒤에서 파사왕을 열심히 도와 신라를 강한 나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다가 생을 마쳤지요. 비록 알지는 왕이 되지 못했지만 알지의 6대 후손인 미추왕이 왕위에 오른 이후부터 알지의 후손들이 계속 왕위를 이어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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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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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찾아오자 신라의 대궐 처마 서까래 밑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었어요. “형님! 저 제비집은 지저분해서 보기 싫어요.” 미사흔 왕자가 형 눌지 왕자에게 말했지요. “맞아요. 당장 치워 버리라고 하세요.” 복호 왕자도 거들었답니다. 그러자 눌지 왕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동생들을 타일렀어요. “아우들아,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주 중요하고 소중하단다. 너희들에게는 저 제비집이 지저분하고 쓸모 없어 보일지 몰라도 제비에게는 둘도 없는 보금자리란다.” 미사흔 왕자와 복호 왕자는 자기들의 생각이 짧았다며 부끄러워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내물왕이 세 왕자를 불렀어요. 대궐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와 있었지요. 바로 왜나라에서 온 사신들이었어요. 왜나라 사신들은 거들먹거리며 웃고 있었어요. 내물왕은 몹시 슬픈 얼굴로 왕자들을 바라보더니 미사흔 왕자에게 말했답니다. “미사흔아! 왜나라 사신들이 너를 데려가고 싶어한다. 너를 보내면 왜왕이 더 이상 우리 신라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니, 이를 어쩌면 좋겠느냐?” 미사흔 왕자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눌지 왕자가 미사흔 왕자를 안으며 내물왕에게 말했지요. “아바마마! 미사흔은 너무 어립니다. 차라리 저를 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내물왕은 호통을 쳤어요. “너는 맏아들로 왕이 될 몸이다. 진정으로 신라를 위한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마라!” 결국 미사흔 왕자는 왜나라로 끌려가고 말았답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미사흔 왕자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내물왕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지요. “미사흔아, 미사흔아.” 괴로워하던 내물왕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눌지 왕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무척 마음이 아팠답니다. 내물왕이 세상을 떠나자 친척인 실성이 왕위에 올랐지요. 눌지 왕자가 너무 어렸거든요. 하지만 실성왕이 다스리는 신라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졌어요. 고구려는 걸핏하면 신라를 공격했고 백제까지도 신라를 침략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지요. 신라는 서쪽, 남쪽, 북쪽 모두 적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힘이 없다니’ 눌지 왕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이번에는 고구려에서 사신을 보내와 복호 왕자를 볼모로 내놓으라고 했어요. 실성왕은 오랜 생각 끝에 어렵게 말을 꺼냈지요. “복호야, 정말 미안하구나. 나라를 위해 네가 고구려로 떠나 주어야겠다.” 복호 왕자는 눈물을 참고 대답했어요. “나라를 위해 내린 결정이니 따르겠습니다. 어린 미사흔도 견디고 있는데 제가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그날 밤, 눌지 왕자는 복호 왕자와 약속했어요. “복호야, 내가 왕이 되면 반드시 너를 데려 오마.” 복호 왕자는 웃으며 말했답니다. “저는 형님이 약속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예요!” 복호 왕자를 떠나보내고 난 후 실성왕은 나날이 기력을 잃어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실성왕이 세상을 떠나자 눌지가 왕위에 올랐어요. 눌지왕은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아우들과 뛰놀던 정원을 거닐 때면 눌지왕은 자기도 모르게 대궐 처마 서까래 밑의 제비집에 눈길이 갔지요. “제비들은 해마다 돌아오는데 미사흔과 복호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눌지왕 역시 이전의 두 임금처럼 볼모로 잡혀 간 왕자들을 그리워하다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신하들은 회의를 했어요. “이대로 두면 눌지왕마저 돌아가실 것이오.” “그렇소. 어떻게든 미사흔 왕자와 복호 왕자를 모시고 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단 말이오? 왕자를 몰래 데려오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그 날로 신라는 불바다가 될 것이오.” 이때, 말없이 앉아 있던 박제상이 일어섰어요. “제가 왕자님들을 구해 오겠습니다.” 박제상은 평소에도 정의롭고 용감해서 많은 사람의 신임을 받았지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눌지왕은 박제상을 불렀어요. “박제상! 정말 고맙소. 만약 그대가 내 아우들을 데리고 와 준다면 큰 상을 내리겠소.” 그러나 박제상은 고개를 가로저었지요. “신하가 임금을 위해 일하는 것은 상을 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왕 결심을 했으니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 대궐을 나온 박제상은 집에도 들르지 않고 그 길로 배를 타고 고구려로 떠났어요. 박제상은 벼루 파는 장사꾼으로 변장하고는 물어물어 복호 왕자의 집까지 찾아갔어요. 박제상은 복호 왕자의 집 앞에서 노래를 지어 불렀지요. “토함산 산줄기에 봄이 오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네. 강남 갔던 제비는 돌아오는데 내 아우는 왜 돌아오지 않는가.” 방에서 그림을 그리던 복호 왕자는 이 노랫소리를 듣고 귀가 번뜩 뜨였어요. 신라에 있을 때 들어 본 듯한 가락도 그러하거니와 가사에 담긴 내용이 자기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복호 왕자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어요. “그대는 누구인가?” 그러자 박제상은 모두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대답했지요. “저는 벼루를 파는 장사꾼입니다요.” 총명한 복호 왕자는 박제상의 눈빛을 보고 보통 벼루 장수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답니다. 그래서 복호 왕자도 아주 큰 소리로 말했어요. “오호! 벼루가 정말 좋아 보이는군. 잠깐 들어와서 구경 좀 시켜 주오.” 이렇게 해서 박제상은 자연스럽게 복호 왕자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지요. 박제상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복호 왕자에게 절을 올렸어요. “복호 왕자님! 저는 임금님의 뜻을 받들어 왕자님을 구하러 왔사옵니다.” 복호 왕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형님이 왕이 되셨다는 소식은 나도 들었습니다. 형님께서 왕이 되면 나와 미사흔을 꼭 신라로 데려가겠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을 잊지 않으셨군요.” “그러하옵니다.” 박제상은 서둘러 짐을 풀었어요. 벼루 밑에는 약이 들어 있었지요. “왕자님, 이것은 잠이 오는 약입니다. 오늘 밤 제가 나루터에 배를 대어 놓겠으니, 왕자님께서는 이 약을 미리 술에 탄 다음 이곳을 지키는 군사들을 불러 술을 대접하십시오. 술을 마신 군사들이 깊이 잠들면 쉽게 빠져나오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박제상은 날카로운 단검도 손에 쥐어 주었어요. 약과 단검을 받아든 복호 왕자는 곧 조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답니다. 성격이 활달한 복호 왕자는 다행히 고구려 군사들과 사이가 좋았어요. 고구려 군사들은 복호 왕자가 권하는 술을 아무 의심 없이 마시고는 곯아떨어지고 말았답니다. 복호 왕자는 미리 싸 두었던 짐을 들고 집을 빠져나왔어요. 짐 속에는 고구려 산과 땅의 모양, 고구려군의 수와 군대의 위치 등 신라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 들어 있었지요. 복호 왕자는 고구려에 있으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신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모으고 있었던 거예요. “왕자님, 여기입니다.” 어둠 속에서 박제상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박제상은 복호 왕자를 잡아끌더니 준비해 온 옷을 입혀 주었어요. 그러고는 배에 잔뜩 실린 곡식과 과일을 가리켰어요. “왕자님과 저는 지금부터 곡물 장수입니다. 그리고 이 배는 장삿배지요. 아무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이것들은 우리가 신라까지 가면서 먹으면 되겠군.” 복호 왕자는 오랜만에 마음 놓고 웃었어요. 박제상이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복호 왕자와 박제상은 무사히 신라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박제상이 복호 왕자를 구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라벌 시내는 기쁨으로 술렁거렸지요. 10년 만에 다시 만난 눌지왕과 복호 왕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 “박제상! 이 모든 것이 다 그대 덕분이오!” 눌지왕은 박제상을 칭찬하며 큰 잔치를 열었어요. 하지만 술기운이 돌자 눌지왕의 얼굴에는 다시 그늘이 졌어요. “오늘 같은 날, 미사흔도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데.” 미사흔 왕자가 왜국으로 간 지도 벌써 16년이 넘어 가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미사흔 왕자를 생각하며 슬픔에 젖어 들었답니다. 그때였어요. 박제상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요. “지금 바로 왜나라로 가서 미사흔 왕자님도 구해 오겠습니다.” 눌지왕이 박제상을 말렸어요. “왜나라는 고구려보다 훨씬 더 위험하오. 게다가 오늘은 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떠나도 내일 떠나도록 하시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박제상은 눌지왕과 복호 왕자에게 절을 올리고는 대궐 문을 나섰답니다. 박제상은 홀로 작은 배를 타고 왜나라로 갔어요. 이번에는 대담하게 신라인 복장 그대로 왜왕을 찾아가 말했지요. “신라왕이 제 재산을 다 빼앗고 가족들도 모두 죽였습니다. 신라를 도망쳐 왔으니 여기서 살게 해 주십시오.” 박제상이 어찌나 절실하게 말을 했던지, 왜왕은 박제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어요. 박제상은 왜왕의 신발을 닦아 주기도 하고 대궐 마당을 쓸기도 하면서 왜왕의 마음을 산 다음 넌지시 말했지요. “신라가 싫어서 이곳으로 왔는데 막상 살아 보니 외롭습니다. 이곳에 신라 왕자님이 계신다고 하던데 제가 그 분의 하인 노릇을 하며 살면 안 되겠습니까?” 왜왕은 이번에도 박제상을 믿고 허락해 주었답니다. 드디어 박제상은 미사흔 왕자와 한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박제상은 미사흔 왕자를 만나 자신이 왜나라에 온 이유를 말했지요. 미사흔 왕자는 무척이나 기뻤어요. 다음 날부터 박제상은 미사흔 왕자를 모시고 낚시와 사냥을 다녔어요.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며 생활에 불만이 없는 척하면 왜왕의 감시가 느슨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박제상과 미사흔 왕자는 왜왕 모르게 신라로 돌아갈 배를 구해 놓고 왜나라의 여러 정보들도 알아내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었지요. 안개가 짙게 낀 어느 날 밤, 박제상은 미사흔 왕자를 배에 태우며 말했어요. “왕자님!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없어지면 의심을 사게 됩니다. 그러니 먼저 신라로 가십시오.” 그러나 미사흔 왕자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대 혼자 남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오. 절대 나 혼자 돌아갈 수 없으니 어서 배를 타시오.” “아닙니다. 왕자님만 무사히 신라에 가시면 저는 죽어도 상관 없습니다. 지금이 좋은 시간이니 서둘러 가시옵소서.” 박제상이 눈짓을 하자 사공이 바로 노를 젓기 시작했어요. 미사흔 왕자가 박제상을 불렀지만 이미 박제상은 자취를 감춘 뒤였지요. 미사흔 왕자를 떠나 보낸 박제상은 방으로 들어가 자기가 미사흔 왕자인 것처럼 행동했어요. 어쩌다 왜왕의 신하가 찾아오면 병이 났다며 돌려보냈지요. “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일주일째 바깥출입도 못 한단 말인가?” 왜왕이 직접 미사흔 왕자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가 돼서야 모든 것이 밝혀지고 말았지요. 왜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박제상을 잡아 고문을 했어요. “왜 나를 배신했느냐?” 왜왕이 부르르 떨며 묻자 박제상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나는 신라의 신하요. 그러니 신라 임금의 뜻을 받드는 것이오.” 왜왕은 박제상의 충성심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박제상을 달래기 시작했지요. “그대 같은 신하를 곁에 두고 싶구나. 내 신하가 된다면 그대를 살려 주고 큰 상도 내리겠다.” 그러자 박제상은 대궐이 떠나갈 듯 웃으며 말했어요. “개, 돼지가 될지언정 왜왕의 신하 노릇은 하지 않겠소.” 왜왕은 박제상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박제상! 비록 적국의 신하지만 네 충성심은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죽일 수밖에 없다.” 결국 박제상은 왜나라 땅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답니다. 한편, 미사흔 왕자는 무사히 신라에 도착했어요. 다시 만난 기쁨에 미사흔 왕자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고 난 눌지왕이 물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박제상이 보이지 않느냐?” 미사흔 왕자는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어요. 눌지왕과 복호 왕자는 물론, 신하들도 모두 박제상의 충성심에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이 소식은 박제상의 아내에게도 전해졌어요. 하지만 박제상의 아내는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혹시라도 살아 돌아올지 모를 남편을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그 자리에서 지쳐 숨을 거두고 말았지요. 박제상의 아내는 숨을 거둔 후 몸이 그대로 돌처럼 굳었어요. 훗날 사람들은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하여 그 돌을 망부석이라고 불렀답니다.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박제상. 그는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일한 위대한 충신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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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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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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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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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경림이라는 숲에서 요란한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무당이 굿을 하는 소리였어요. 개울가에서 놀던 동네 아이들이 소리에 끌려 숲 쪽으로 가려고 하자 동네 어른이 아이들을 말리며 말했어요. “아서라! 천경림 근처에는 가면 안 된다.” “우리 마을에 있는 숲인데 왜 가면 안 돼요?”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요. 동네 어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천경림은 보통 숲이 아니야. 신라 귀족들이 태어난 신성한 숲이라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함부로 가면 안 돼. 특히 오늘처럼 귀족들이 굿을 하는 날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단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낯선 청년이 말을 타고 우물가로 왔어요. 연보라색 비단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청년은 오똑한 코에 짙은 눈썹이 잘생긴 얼굴이었지요. 한눈에 봐도 귀족인 걸 알 수 있었어요. “제가 목이 말라서 물 좀 얻어 마시려고 왔습니다.” 한 아낙이 두레박에 물을 떠서 청년에게 내밀었어요. 청년은 공손하게 물을 받아 마시고는 정중하게 두레박을 돌려주었어요. 그러고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천경림으로 향했어요. “천경림으로 가는 걸 보니 역시 귀족 청년이군.”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다른 귀족과는 달리 무척 정중하구먼.” 마을 사람들은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수군거렸어요. 천경림에 도착한 청년은 말에서 내려 귀족들이 굿을 벌이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칭칭칭, 챙챙챙! 덩덩덕, 쿵덕, 쿵딱딱! “하늘의 자손인 신라 귀족들이 하늘에 아룁니다. 부디 저희에게 부귀영화가 가득하게 해 주시고.” 요란하게 울리는 악기 소리에 청년은 눈썹을 찌푸렸어요. 청년의 이름은 이차돈으로 신라 귀족이었지요. 신라에서는 귀족을 하늘의 자손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설에 따르면 신라 귀족들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곳 천경림이었어요. 당시 신라 사람들은 하늘과 땅은 물론 세상 모든 것에 영혼이 있으니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해야 한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신라 귀족들은 해마다 무당을 불러 천경림에서 굿을 했는데, 귀족이라면 반드시 이 자리에 참석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차돈은 천경림에서 굿을 하는 것이 싫었어요. 이차돈은 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차돈의 아버지 길승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며 이차돈을 야단쳤어요. “우리는 신라 귀족이다. 귀족은 하늘의 자손이다. 그런데 하늘의 자손인 네가 천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귀족을 욕되게 하는 짓이다.” 이차돈은 아버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마을 아이들이나 저나 겉모습도 똑같고 다같이 귀합니다. 그런데 어찌 천함과 귀함을 나누십니까?”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이차돈의 종아리를 더욱 세게 때렸지요. 이 일이 있은 뒤, 이차돈은 말수가 줄었어요. 귀족 아이들과도 어울리는 일 없이 언제나 책만 읽었지요. 그즈음 이차돈은 우연히 한 스님을 알게 되었어요. 이차돈은 평소에 궁금해하던 것을 스님에게 물었어요. “스님, 정말 하늘의 자손과 천한 사람이 따로 있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니 신분이나 혈통으로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동물 또한 사람만큼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고귀한 존재라고 하셨지요.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뜻을 전하는 데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날부터 이차돈은 불경을 읽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차돈이 불경 공부에 매달리는 것을 안 아버지가 스님이 있는 절을 찾아가 화를 내며 말했어요. “신라를 어지럽히는 종교를 감히 내 아들에게 가르쳤단 말이오? 살고 싶다면 당장 이 나라를 떠나시오.” 신라 귀족들은 불교를 싫어했어요. 불교의 가르침 중에 귀족이나 평민이나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차돈의 아버지 길승은 큰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만약 스님이 떠나지 않으면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어요. 스님은 어쩔 수 없이 신라를 떠나야 했어요. 떠나기 전날 밤, 스님은 이차돈에게 염주를 주었어요. “사람에게는 108개의 고민이 있답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슬플 때 이 염주알을 굴리면서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이차돈은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스님을 동구 밖까지 배웅했어요. 떠나는 스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차돈은 다짐했어요. ‘불교는 훌륭한 종교다. 반드시 신라에 불교가 널리 퍼지도록 할 것이다.’ 칭칭칭, 챙챙챙! 덩덩덕, 쿵덕, 쿵딱딱! 잠시 지난날을 떠올리던 이차돈은 숲에서 울려 퍼지는 요란한 악기 소리에 정신을 차렸어요. 숲에서는 굿이 한창이었어요. 그때, 살아 있는 소가 버둥거리며 끌려왔어요.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무당이 마구 칼을 휘두르더니 소를 찔렀어요. 움머어. 소는 몸부림도 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어요. 귀족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달라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어요. 그 모습을 보던 이차돈은 고개를 돌렸어요. ‘하늘의 자손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잔인한 짓을 한단 말인가? 이것이 정말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차돈은 염불을 외기 시작했어요. 귀족들은 깜짝 놀라 이차돈을 바라보았어요. 이차돈의 아버지 길승은 화가 나 그만 쓰러지고 말았어요. 이차돈이 천경림에서 염주를 돌리며 염불을 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신라 곳곳으로 퍼졌어요. 귀족들의 눈을 피해 절에 다니던 사람들과, 목숨을 걸고 불교를 전하던 스님들은 기뻐했어요. 이 소문을 들은 법흥왕이 이차돈을 대궐로 불러들였어요. 근심 어린 얼굴로 이차돈을 맞이한 법흥왕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어요. “그대가 불교를 믿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불교에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가르친다는데, 그 또한 사실인가?” “예, 모든 사람이 다 귀한 존재입니다.” 법흥왕의 물음에 이차돈은 침착하게 대답했어요. 법흥왕은 옷소매 안에서 염주를 꺼냈어요. 이차돈은 깜짝 놀랐어요. 법흥왕이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폐하께서도 불교를 믿고 계십니까?” 법흥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자네와는 좀 다른 이유로 불교를 믿고 있네. 불교에서는 백성들이 편안하려면 왕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하더군.” 그제서야 이차돈은 법흥왕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당시 신라는 귀족들의 힘이 강한 나머지 왕이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귀족들은 왕을 무시하고 백성들을 제멋대로 괴롭혔지요. 하지만 왕은 귀족들에게 벌을 줄 수도 없었어요.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라고 생각하는 귀족들은 왕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왕위에서 끌어내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앗았기 때문이에요. 왕과 백성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귀족의 세력을 꺾어야만 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법흥왕은 불교를 나라의 종교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불교를 국교로 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귀족이었던 대신들이 거세게 반대했기 때문이에요. “폐하! 신라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종교가 있사옵니다. 어찌하여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불교를 나라의 종교로 삼으려 하십니까?” “불교를 믿는 중들은 머리를 빡빡 깎고 이상한 옷을 입고 다니며 사람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들이 많아진다면 신라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번번이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던 법흥왕은 귀족의 신분으로 불교를 믿는 이차돈을 만나 몹시 반가웠어요. 법흥왕의 고민을 알게 된 이차돈은 어떻게 하면 불교를 신라의 국교로 삼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때 이차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차돈이 법흥왕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자 법흥왕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어요. “안 되오. 어찌 죄 없는 그대를 죽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차돈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어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부디 저의 청을 들어주십시오.” 며칠 뒤, 이차돈은 군사들을 이끌고 천경림으로 향했어요. “폐하의 명령이다! 당장 천경림의 나무를 베어라! 이곳에 절을 지을 것이다.” 이차돈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사들이 힘차게 도끼를 휘두르며 나무를 베기 시작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귀족들은 깜짝 놀라 천경림으로 몰려갔어요. “이보게,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이 숲은 우리 귀족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일세. 그런데 감히 이 숲의 나무를 베고 절을 지으려 하다니!” 이차돈은 귀족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말했어요. “만약 폐하의 명령을 어긴다면 당신의 목숨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이차돈의 엄한 모습에 귀족들은 꼼짝도 못 한 채 천경림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귀족들은 몹시 화가 났지만 무턱대고 법흥왕을 죽일 수는 없었어요. 법흥왕이 미리 왕의 군대를 키워 놓았거든요. “신라에 불교가 들어오면 귀족들은 끝장이야.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하늘의 자손이라고 우길걸? 그러면 우리 귀족들의 영광은 다 끝나는 거야!” 귀족들은 법흥왕에게 몰려갔어요. “폐하! 천경림은 하늘의 자손인 귀족들의 성지입니다. 그런데 이차돈을 시켜 그곳의 나무를 다 베어 내고 절을 지으라는 명령을 내리시다니요?” 법흥왕은 화를 내며 말했어요. “뭣이? 천경림을 베어 내고 절을 짓다니?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내 이차돈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법흥왕의 말을 들은 귀족들은 어리둥절했어요. 귀족들은 법흥왕과 이차돈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법흥왕은 이차돈을 잡아들이고 광장에 사형장을 만들라고 명령했어요. 이차돈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연보라색 비단옷에 검은 모자를 단정하게 쓴 이차돈은 염주알을 굴리며 가부좌를 틀고 염불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은 화가 났지요. 하지만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법흥왕이 이차돈을 향해 소리를 질렀어요. “그대는 감히 나의 명령이라 속이고 천경림을 파괴했다. 불교를 위해 나와 귀족들을 배신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이차돈은 당당하게 말했어요. “오늘 저는 불교를 위해 죽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고 나면 여러분은 불교가 위대한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늘이 그 증거를 보여 줄 것입니다.” 이차돈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어요. 이윽고 망나니가 칼을 들고 나타났어요. 이차돈은 두 눈을 꼭 감고 염불을 했어요. 둘러섰던 백성들도 용기를 내어 염불을 따라 외기 시작했지요. 망나니가 칼을 휘두를수록 염불 소리도 커져 갔어요. 드디어 망나니가 칼을 휘둘러 내리쳤어요. 이차돈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올랐어요.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잘려 나간 이차돈의 목에서 하얀 피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자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꽃송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아아, 부처님이 나타나셨다!” 백성들은 감격하여 더욱 큰 소리로 염불을 외웠어요. 귀족들은 두려워서 벌벌 떨었지요. 그 순간 법흥왕이 귀족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외쳤어요. “이 광경을 보라! 하늘이 우리에게 화를 내고 계신 것이다. 나는 그대들 때문에 하늘에 큰 죄를 짓게 되었다. 그대들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귀족들은 몸을 엎드린 채 용서를 빌었어요. “다시는 폐하의 말씀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저희가 하늘의 자손이라고 하지 않겠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이후, 법흥왕은 중대한 발표를 했어요. “이제부터 신라의 종교는 불교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불교를 믿을 수 있다. 귀족들도 불교를 믿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천경림의 나무를 마저 베어 내고 그곳에 이차돈을 위한 절을 지을 것이다.” 그리하여 신라 백성들은 자유롭게 불교를 믿게 되었고 법흥왕은 귀족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었어요. 몇 년 뒤, 귀족들의 성지이던 천경림에는 이차돈을 위한 절이 세워졌어요. 법흥왕은 그 절에서 기도를 하며 이차돈에게 깊이 고마움을 전했어요. ‘그대의 죽음으로 신라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소. 그대의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오.’ 이렇게 이차돈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고 신라에 불교를 널리 알린 순교자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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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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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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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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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가닥 딸가닥. 고구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신라의 외딴 마을에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어요.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밖을 내다보았어요. 고구려 군사 한 무리가 말을 타고 마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지요. “으악, 고구려군이다!” 신라 백성들은 재빨리 짐을 꾸려 산으로 달아났어요. 고구려군은 순식간에 마을을 점령했어요. 신라 백성들은 산속에 숨어 지내며 신라군을 기다렸어요. “차라리 내려가서 항복하는 게 나을 거야. 신라군이 와도 질 게 뻔하니까. 쿨럭쿨럭.” 한 노인이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며 말했어요. “서쪽으로는 백제군이 쳐들어오고, 남쪽 해안으로는 왜구들이 쳐들어오고. 이게 다 약한 나라에서 태어난 죄예요.” 아이를 안은 여자가 울먹이며 말했어요. 당시 신라는 북쪽의 고구려, 서쪽의 백제에 비해 작고 약한 나라였어요. 그래서 늘 두 나라의 침략에 시달렸답니다. “후유, 소문을 들으니 이번에 왕위에 오르는 임금님은 겨우 일곱 살이래요.” 한 남자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모두들 얼굴이 어두워졌지요. 그때, 대궐에서는 왕의 즉위식이 열리고 있었어요. 일곱 살짜리 어린 왕은 의젓한 얼굴로 금관을 쓰고 옥좌에 앉았어요. 바로 신라 제24대 진흥왕이었지요. 진흥왕은 큰아버지 법흥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어요. 그런데 진흥왕을 바라보는 어머니 지소 부인의 얼굴에는 근심이 어렸어요. 왕이 어리다는 이유로 대신들이 벌써부터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즉위식을 마친 뒤, 지소 부인은 진흥왕을 불러 조용히 말했어요. “폐하가 앉으신 자리는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어른도 제대로 감당하기 힘든 자리이지요.” 어린 진흥왕은 가만히 지소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그래서 저도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머니!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제가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진흥왕의 말에 지소 부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어요. “알겠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폐하를 돕겠습니다.” 지소 부인은 현명한 여인이었지요. 지소 부인은 진흥왕과 함께 밤낮으로 공부를 했어요. 특히 역사 공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역사책을 보면 지난날 훌륭한 왕들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는지,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 어떤 잘못을 하여 벌을 받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는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셔서 훌륭한 왕들을 본받으십시오.” 지소 부인은 지리 공부도 열심히 가르쳤어요. “땅의 모양과 성질을 알면 어느 곳에 무슨 농산물을 키워야 풍년이 드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산과 골짜기의 위치와 모양을 알면 전쟁을 할 때 유리합니다. 그러니 우리 신라뿐 아니라 고구려, 백제, 가야 등 다른 나라의 지리도 아셔야 합니다.” 지소 부인은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됨됨이도 잘 살펴야 한다고 했어요. 누가 정직한지, 아첨을 잘하는지, 충신인지, 간신인지 말이에요. 어머니 지소 부인의 가르침으로 진흥왕은 나날이 총명해졌어요. 진흥왕이 열여덟 살 되던 어느 날, 지소 부인이 진흥왕에게 물었어요. “폐하! 신라가 강해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진흥왕은 거침없이 대답했어요. “한강 유역을 되찾는 것입니다.” 진흥왕은 열띤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어요. “신라는 땅도 좁고 인구도 적습니다. 그래서 늘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수나라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한강을 차지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강에서 배를 타면 서해로 갈 수 있고, 서해만 건너면 당나라 땅에 바로 닿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한강 유역은 땅이 기름져서 해마다 풍년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고구려와 백제는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늘 으르렁거렸지만 힘이 약한 신라는 쳐다만 볼 뿐 감히 싸움에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진흥왕의 대답에 지소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제대로 알고 계시는군요. 폐하께서는 더 이상 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십니다. 이제부터는 폐하 스스로 이 나라를 잘 다스려 주십시오. 오늘부터 저는 절로 들어가 폐하와 신라의 발전을 기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진흥왕은 열여덟 살이 된 해부터 직접 나라를 다스렸어요. 지난 십 년 동안 지소 부인이 진흥왕을 잘 가르쳤기 때문에 대신들은 진흥왕이 어리다고 해서 함부로 얕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진흥왕은 언제나 마음이 갑갑했어요. 대궐 안의 늙은 대신들은 도무지 진흥왕의 큰 꿈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폐하! 신라는 본디 작은 나라입니다. 너무 욕심을 내시면 공연히 고구려와 백제로부터 또 침략을 당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하옵니다. 백제와 고구려는 저희들끼리 자주 싸웁니다. 그러니 우리 신라는 그때그때 상황을 보아서 고구려가 강하면 고구려 편을 들고, 백제가 강하면 백제 편을 들면 됩니다. 그것이 안전합니다.” 대신들과 회의를 마친 진흥왕은 화가 치밀어 몇 시간이고 활을 쏘거나 혼자서 말을 타곤 했답니다. ‘아,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이 없을까?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때, 진흥왕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 어머니의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신라의 우수한 젊은이들을 뽑아 가르친 다음 나를 돕게 하면 되지 않을까?’ 진흥왕은 당장 명령을 내렸어요. “건강하고 총명한 젊은이들을 뽑아 한데 모은 다음 글과 무예를 가르치도록 하시오!” 신라 곳곳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여러 번의 시험을 거쳐 뽑힌 우수한 젊은이들이 진흥왕 앞에 섰어요. 진흥왕은 흡족한 얼굴로 젊은이들을 보며 말했어요. “꽃처럼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구나. 그대들을 화랑이라고 부르겠다.” 화랑은 말 그대로 꽃 같은 젊은이라는 뜻이에요. “내가 화랑을 뽑은 것은 장차 우리 신라를 지고 나갈 대들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대들도 잘 알다시피 우리 신라는 작고 약해 언제나 고구려와 백제로부터 시달려 왔다. 고구려와 백제를 이기려면 그대들처럼 훌륭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나라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열심히 글공부를 하고 무예를 갈고 닦아라. 그리하여 나라가 위태로울 때 공을 세워 다오.” “폐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자랑스러운 신라의 대들보가 되겠습니다.” 화랑들은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화랑들은 경서를 공부하고 칼과 창을 쓰는 법, 활쏘기, 말타기 등 무예를 갈고 닦았어요. 무리를 지어 전국의 산과 들, 골짜기를 다니기도 했지요.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땅의 모양과 성질을 익히기 위한 공부이기도 했답니다. 또한 단체 생활을 하면서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도 길렀어요. 동료 화랑을 친형제처럼 사랑하는 마음은 전쟁터에서 뜨거운 우정과 의리로 발휘되었고, 그것은 곧 승리의 원천이 되었지요. 당시 신라에는 원광이라는 훌륭한 스님이 있었어요. 원광 스님은 화랑들이 신라에 큰 힘이 되어야 한다며 화랑을 위한 계율을 정해 주었답니다. 첫째, 나라와 임금님께 충성할 것. 둘째, 부모님께 효도할 것. 셋째, 친구는 믿음으로 사귈 것. 넷째, 전쟁터에 나가면 절대 물러서지 말 것. 다섯째, 목숨이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말 것. 이 다섯 가지 계율은 ‘세속오계’라고 해서 화랑들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되었어요. 진흥왕은 신라의 군대도 강하게 훈련시켰어요. 군인들에게 녹봉을 넉넉하게 주자 신라 곳곳에서 많은 남자들이 군사가 되겠다며 몰려들었지요. 진흥왕은 군사들을 철저하게 훈련시켰어요. 그리고 화랑들에게 신라군을 이끌게 했답니다. 화랑들은 여러 가지 병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적은 희생으로 크게 승리할 수 있는 법도 잘 알고 있었지요. 게다가 무예도 뛰어나 군사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나라의 힘을 키우고 있을 무렵, 때마침 좋은 기회가 왔어요. 고구려에 한강 유역을 빼앗기고 수도를 웅진으로 옮길 만큼 궁지에 몰린 백제 성왕이 고구려 도살성을 공격해 빼앗아 버린 것이었지요. 그러자 고구려도 지지 않고 백제의 금현성을 빼앗았어요. 그러고는 무서운 기세로 백제를 공격하기 시작했답니다. 백제 성왕은 서둘러 신라에 사신을 보내 지원군을 요청했어요. 백제는 진흥왕의 큰아버지인 법흥왕 때까지 신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진흥왕은 백제 사신을 향해 차갑게 말했어요. “신라는 백제를 위해 피 한 방울도 흘릴 수 없으니 돌아가라.” 진흥왕의 말에 백제 사신보다 신라 대신들이 더 놀랐어요. “폐하! 신라와 백제의 동맹은 법흥왕도 지키신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깨시면 안 됩니다.” 대신들의 하소연에 진흥왕은 단호하게 말했어요. “지금까지 신라와 백제는 동맹 관계였다. 그런데도 백제는 틈만 나면 신라의 서쪽 국경을 침범하곤 하였다. 그런데 왜 신라만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그러자 다른 대신이 말했어요. “폐하의 마음은 압니다만, 지원군을 보내지 않으면 전쟁이 끝난 뒤 반드시 백제가 보복을 해 올 것입니다.” 마침내 진흥왕의 분노가 폭발했어요. “그대들은 언제까지 백제의 눈치를 볼 것인가?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모두들 우리를 얕보고 괴롭힐 것이다!” 진흥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놀라운 명령을 내렸어요. “고구려와 백제는 계속 싸우느라 지금 매우 지쳐 있다. 그러니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도살성을 공격하라!” 진흥왕의 명령을 받은 이사부 장군이 신라군을 지휘하여 도살성을 공격했어요. 그동안 꾸준히 무예를 갈고 닦은 화랑들이 앞장섰지요. 신라군이 공격을 시작하자 도살성의 군사들과 백성들은 넋을 잃었어요.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으로 지칠대로 지친 데다 잘 훈련받은 화랑과 신라군이 밀어닥치니 도무지 버틸 재간이 없었어요. 도살성 전투에서 신라군은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였어요. 다른 나라 군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용감하게 적을 공격했지요. 특히 화랑들의 활약이 대단했어요. 화랑들은 ‘전쟁터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는 계율을 마음에 새기며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어요. 마침내 신라군은 도살성을 손에 넣었어요. “믿어지지가 않아, 우리 신라가 이기다니!” 신라군과 화랑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도살성 전투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흥왕과 신라 백성들은 몹시 기뻐했어요. 이제는 대신들도 더 이상 진흥왕의 말에 반대할 수 없었어요. 한편, 고구려의 조정에서는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자기 편에 유리한 왕족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서 상대를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어요. 기회를 만난 진흥왕은 서둘러 백제에 사신을 보내 지난번에 지원군을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한편 손을 잡고 함께 고구려를 공격하자는 말을 전했어요. 백제 성왕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신라와 손을 잡기로 했어요. ‘일단 신라와 손을 잡고 고구려를 치자. 백제를 제일 위협하는 고구려를 정복한 다음 신라를 공격하는 거야.’ 이리하여 신라는 고구려의 동쪽, 백제는 고구려의 서쪽을 공격했어요. 왕위 싸움에 정신이 없던 고구려는 갑작스러운 신라와 백제의 공격에 깜짝 놀랐어요. 서둘러 반격을 했지만, 신라와 백제가 양쪽에서 공격해 오니 가운데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지요. 용감한 화랑이 주축이 된 신라군은 죽령 이북의 고구려 땅 10군을, 백제군은 한강 아래쪽 고구려 땅 6군을 빼앗았어요. “세상에, 우리가 그 무서운 고구려를 이기다니!” 신라 백성들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답니다. 그러나 진흥왕은 생각에 잠겼어요.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강 유역을 손에 넣지 못하면 신라는 절대 강해질 수 없다.’ 그 후 진흥왕은 군사를 일으켜 백제가 점령하고 있던 한강 아래쪽 6군을 빼앗았어요. 이로써 진흥왕은 오랫동안 염원했던 한강 유역 정복의 꿈을 이루게 되었어요. 진흥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답니다. “한강은 큰 바다를 지나 당나라로 닿는다. 이제 물길을 얻었으니 신라는 영원히 강한 나라로 빛나리라.” 한강 유역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은 백제 성왕은 분노에 떨었어요. “아버지 무령왕이 되찾았던 한강 유역을 내 손으로 잃다니! 이런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성왕은 신라 관산성을 공격했어요. 백제군은 무서운 기세로 신라군을 무찔렀어요. 관산성이 거의 백제군에 의해 점령당할 무렵, 진흥왕이 보낸 지원군이 도착하여 백제는 승리를 코앞에 두고 후퇴를 하게 되었어요. “안 된다!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절박해진 성왕은 직접 말을 몰고 싸우다 신라군에게 붙잡혀 그만 전사하고 말았어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백제군은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신라군의 완벽한 승리였지요. 신라인들은 한강 유역에 커다란 비석을 세우고 진흥왕의 업적을 기록했어요. 이것이 바로 진흥왕순수비랍니다. 진흥왕순수비는 오늘날에도 그 모습이 남아 있어요. 진흥왕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신라 남쪽에 있던 작은 나라 대가야까지 정복했어요. 그리하여 신라의 땅은 낙동강 유역의 경상남북도 지방과 한강 유역, 강원도, 경기도 지방까지 이르게 되었지요. 정복 전쟁을 마친 진흥왕은 그동안 전쟁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흥륜사를 지었어요. 흥륜사가 완성된 날은 온 나라 백성들에게 떡과 술을 나누어 주고, 감옥의 죄수도 풀어 주었답니다. 진흥왕은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 신라를 한반도 제일의 나라로 만들었어요. 진흥왕이 다스리는 동안 신라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요. 그러나 왕위에 오른 지 37년 되던 해, 진흥왕은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병이 점점 심해지자 진흥왕은 사륜 태자를 불러 말했어요. “언제나 왕도를 지키도록 하여라.” 진흥왕은 짧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어요. 진흥왕은 세상을 떠났지만 진흥왕이 만든 화랑 제도는 그 뒤로 더욱 발전하여 서기 668년, 화랑 출신의 뛰어난 장수들의 활약으로 삼국 통일을 이루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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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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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대궐 위로 아침 해가 떠올랐어요. 지증왕은 오늘도 아침 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어요. “하늘의 저 해는 우리 신라 바다에서 가장 먼저 뜨는데 어찌하여 신라는 고구려, 백제에 비해 이다지도 약하단 말인가!” 지증왕의 걱정처럼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나라의 힘이 약했어요. 그러다 보니 고구려와 백제의 침략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증왕은 고구려와 가까운 곳에 있는 하슬라주가 걱정되었어요. ‘하슬라주는 동해와 가까운 곳이다. 북쪽에는 고구려가 있고, 동쪽으로 나가면 우산국이 있다. 하슬라주를 잃으면 신라는 땅뿐 아니라 바다까지 잃는 것이다. 유능한 장수를 보내 잘 지키도록 해야겠다.’ 지증왕은 고민 끝에 지략이 뛰어나고 용맹하기로 이름난 이사부를 하슬라주에 보내기로 했어요. “이사부 장군! 그대를 하슬라주 군주로 임명하니 부디 하슬라주를 잘 지켜 신라의 안전과 발전에 도움을 주시오.” 지증왕의 말에 이사부는 고개를 숙였어요. “폐하, 목숨을 걸고 폐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이사부는 하슬라주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경비를 철저히 했어요. 이사부는 하슬라주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지요. 하지만 이사부는 하슬라주의 군주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이사부는 거도라는, 자신의 선조처럼 신라의 영웅이 되고 싶었어요. 거도는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을 공격해 신라 땅으로 만들었지요. ‘나도 우산국을 정복하여 신라의 영토를 넓혀야겠다.’ 이렇게 결심한 이사부는 군사 훈련에 노력을 기울였어요. 하지만 우산국 우해왕의 수군은 매우 강했어요. 신라가 우산국을 쉽사리 정복하지 못하는 것도 막강한 수군의 힘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대마도에서 온 풍미녀라는 여인을 아내로 맞으면서 우해왕은 나라를 돌보지 않고 매일 술과 놀이에 빠져 들었지요. 우해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않는다는 소문은 이사부의 귀에도 들어왔어요. ‘그래, 지금이 우산국을 공격하기 좋은 때다!’ 이사부는 본격적으로 우산국을 정복하기 위한 작전을 세웠어요. 우해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않자 살기가 힘들어진 우산국 백성들은 해적이 되어 신라 바닷가 마을에서 마구 노략질을 했어요. 걸핏하면 식량을 빼앗고, 마을에 불을 지르는 통에 신라 백성들은 살기가 힘들었지요. “폐하! 우산국 해적이 신라 백성을 못 살게 굴어 신라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우산국 해적을 물리쳐 신라 백성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대신들의 간청에 지증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사부를 떠올렸지요. 지증왕은 주저 없이 이사부를 불렀어요. “이사부 장군! 그대의 용맹과 지혜는 이미 알고 있소. 그대라면 우산국의 해적을 물리칠 거라 믿소.” “폐하, 이날만을 기다려 왔나이다!” 이사부가 힘차게 대답했어요. 하슬라주로 돌아온 이사부는 곧 군사들을 불러 모았어요. “우리는 그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전쟁 준비를 해 왔다. 이제야말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때다. 우산국의 해적들이 우리 신라의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산국의 해적을 무찌르자!” 이사부의 우렁찬 목소리에 군사들이 함성을 질렀어요. “와! 신라 만세, 이사부 장군 만세!” 하지만 이번 전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어요. 신라는 이제껏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에 대비해 육군 훈련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수군은 강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워낙 강한 우산국 수군과의 전투에서 신라가 승리할 리는 그다지 없었지요. 드디어 우산국을 공격하러 가는 날이 밝았어요. 신라군은 여러 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힘차게 노를 저었어요. 이사부는 뱃머리에서 군사들을 지휘했어요. “신라의 역사는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그대들의 용맹함을 하늘과 땅이 알게 하라!” 동해 바다를 힘차게 나아가던 이사부의 군대는 바다 위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우산국의 수군과 마주쳤어요. 우산국 군사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이사부가 신라 군사들을 향해 외쳤어요. “겁먹지 마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와와와! 신라군과 우산국 두 나라의 배가 부딪쳤어요. 신라군은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막강한 우산국 수군을 당해 내기란 역시 힘들었어요. 이사부는 분통을 터뜨렸어요. “우산국에 지다니, 분하다!” 이사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동해로 달려가 우산국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그날도 이사부는 우산국을 생각하며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그때 길 한쪽에서 요란한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챙강챙강챙강. 삘릴리삘릴리. 이사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지요. 그곳에서는 북청사자놀이가 한창이었어요. 길 한복판에서 무서운 사자탈을 쓴 광대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지요. 광대들이 쓰고 있는 탈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사부의 머릿속에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 바로 저거야. 이제 우산국을 물리칠 수 있어.” 이사부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어요. 이사부는 군사들을 불러 모았어요. “그대들은 숲으로 가서 통나무를 베어 오도록 하라.” 군사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사부를 바라보았지요. “나무는 베어다가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두고 보면 알 것이다. 나무 중에서도 아름드리 큰 나무들로 골라 베어 오너라.” 군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무를 베러 숲으로 갔어요. “도대체 나무를 베어다가 무엇을 하시려는 걸까?” “누가 아니래? 우산국 해적을 무찌르는 것이 급한데 왜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군.” 군사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베어 날랐어요. 어느새 군사들이 베어 온 나무들이 마당 안에 가득했어요. 이사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요. “수고했다. 그대들의 수고가 장차 신라를 일으킬 것이다.” 이사부는 군사들 앞에 북청사자놀이에 쓰이는 탈을 높이 들어 보였어요. “이 탈이 보이느냐? 바로 동물의 왕 사자다. 지금부터 이 나무들을 잘라 이것과 똑같은 사자탈을 만들어라. 아무리 용감한 남자라 해도 벌벌 떨 정도로 크고 무섭게 만들어야 하느니라.” “장군님! 사자탈을 무엇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군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군사들은 불평을 하면서 나무를 깎아 사자탈을 만들고 커다란 몸통을 붙였어요. 며칠 내내 군사들은 사자탈을 만들었어요. 백성들은 너도나도 모여들어 이 광경을 구경했어요. 드디어 마당은 나무 사자들로 꽉 찼어요. 나무 사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섭고 사나워 만든 군사들조차도 움찔 놀랄 정도였지요. “이제 곧 나무 사자를 만든 까닭을 알게 될 것이다.” 이사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어때, 이 사자가 무서워 보이느냐?” 군사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리둥절해했지요. “이 사자가 우산국을 정복할 것이니 나무 사자들을 모두 배에 실어라.” 군사들은 더욱더 혼란스러웠지요. “우산국을 정복하러 간다더니 우산국 수군들하고 북청사자놀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군사들은 투덜대며 나무 사자를 배에 실었답니다. 나무 사자를 실은 신라의 배는 우산국을 향해 푸른 물결을 가르며 나아갔어요. 배의 앞머리에는 신라 군사들이 만든 매서운 표정의 나무 사자가 매달려 있었어요. 신라의 배가 우산국 근처에 이르렀을 때 이사부는 우산국에 전령을 보냈어요. ‘우산국의 우해왕은 들으라. 그대가 지금이라도 신라에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다. 그러나 신라에 맞서 싸우려 한다면 그대는 물론 우산국의 백성들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사부가 보낸 편지를 읽은 우산국의 우해왕은 큰 소리로 웃었어요. “하하하! 가소롭기 짝이 없군. 정 그렇다면 우산국 수군의 위력을 보여 주마!” 하지만 우산국의 군사들은 조금씩 불안해했어요.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 같아. 신라 수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사부 장군이 단단히 벼르고 온다는데.” 우해왕의 대답을 전해 들은 이사부가 미소를 지었어요. 곧이어 바다 반대쪽에서 우산국의 배가 나타났지요. 우산국 군사들은 신라의 뱃머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게 뭐야, 사자야? 귀신보다 더 무섭게 생겼잖아!” 그때였어요. 무시무시한 나무 사자의 입에서 ‘훅’하고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지요. 우산국 군사들은 겁에 질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저게 뭐야? 무시무시한 짐승이 우리를 잡아먹고 말 거야. 어서 항복하자!” 갑판 위에 선 이사부가 당당하게 우해왕을 노려보았어요. “우해왕은 들으라! 지금 당장 칼을 버리고 항복하지 않으면 이 무서운 짐승을 우산국에 풀어 너희들을 잡아먹게 할 테다! 살고 싶으면 당장 항복하라.” 이사부의 호령이 떨어지는 동시에 신라군이 쏜 화살이 우산국 군사들이 탄 배를 향해 쏟아졌어요. 겁에 질려 허둥대던 우산국 군사들은 어쩔 줄 몰라 했어요. 우해왕은 마지막 힘을 다해 명령했어요. “겁먹지 말고 공격하라! 신라군을 막아라!” 하지만 겁에 질린 우산국 군사들은 배를 돌려 후퇴하기 시작했어요. “도망가지 마라! 싸워라, 마지막까지 싸워라!”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절망에 빠진 우해왕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이사부의 배가 다가왔어요. “우해왕이여, 이제 싸움은 끝났다. 항복하라!” 우해왕은 그제서야 항복의 뜻으로 투구를 벗었어요. “이제 우산국은 우리 신라 땅이다!” 이사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라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와와와, 이사부 만세! 신라 만세!” 마침내 우산국은 신라의 땅이 되었어요. 이사부는 지혜를 발휘하여 적을 물리쳤기 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사람 없이 평화롭게 우산국을 손에 넣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지증왕은 몹시 기뻐했어요. “무예가 뛰어난 자도 훌륭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더 훌륭하다! 이사부야말로 진정 훌륭한 장수로다!” 이제 신라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바닷가 근처의 백성들도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지요. 지금도 울릉도 앞바다에 가면 투구봉과 사자 바위를 볼 수 있는데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우해왕이 벗었다는 투구가 투구봉이 되었고, 이사부가 만든 나무 사자가 사자 바위가 된 것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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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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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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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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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깊은 골짜기에 한 무리의 소년들이 줄을 맞춰 씩씩하게 걷고 있었어요. 다부진 몸에 눈이 빛나는 소년들이었지요. 신라에서는 열두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의 소년 중에서 건강하고 총명한 소년들을 뽑아‘화랑도’라는 수련단체를 만들었어요. 화랑도에 들어간 소년들은 뛰어난 스승에게 학문과 무예를 익혔지요. 화랑도 안에서도 특히 뛰어난 소년은‘화랑’으로 삼았어요. 그리고 화랑을 따르는 소년들을‘낭도’라고 불렀지요. 화랑은 자상한 형처럼 낭도들을 보살폈고, 낭도들도 착한 아우처럼 화랑을 따랐지요. 토함산 골짜기에 들어온 소년들은 바로 화랑 사다함을 따르는 낭도들이었어요. 사다함은 신라의 높은 귀족 가문 출신으로, 겸손하고 성실해서 사다함을 따르는 낭도는 1천 명이 넘었어요. 화랑은 한자리에 앉아 공부만 하거나 무예만 익히지는 않았어요. 신라 곳곳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찾아다니며 마음을 바르게 닦았지요. 여행을 하는 것은 책을 읽거나 무예를 익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신라의 지형을 익힐 뿐 아니라 여행 중에 생기는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면서 우애를 돈독히 했어요. 험한 산길을 걸어온 터라 낭도들은 몹시 힘들어했어요. 그 모습을 본 사다함이 차분하게 말했어요. “낭도들이여, 우리는 이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도록 합시다! 주위에 힘들어하는 낭도가 있으면 서로 도와주도록 하시오.” “그럽시다!” 낭도들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사다함은 나이가 어린 낭도들을 행렬의 맨 앞에 세웠지요. “사다함 님! 저희는 아직 어린데 왜 행렬의 앞에서 나요? 뒤에 계신 형님들께 죄송합니다.” 어린 낭도가 물었어요. “약한 사람이 앞에 서서 걸으면 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 더 잘 걸을 수 있단다.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앞서가는 사람들을 도우며 참을성을 배우게 되지.” 낭도들은 사다함의 지혜와 배려심에 다시 한번 감탄했지요. 사다함은 많은 화랑도 중에서도 으뜸 화랑도로 손꼽혔어요. 사다함은 모든 일에 모범을 보이며 낭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아꼈고, 낭도들도 사다함을 본받아 열심히 학문과 무예를 익혔어요. 또 낭도끼리도 사이가 좋아 긴 여행 중에도 싸우는 일이 없었지요. 사다함과 낭도들은 낮에는 행진을 하고 밤에는 신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다함과 낭도들은 가끔 활쏘기나 칼싸움 등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겨루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긴 사람은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았고, 진 사람도 부끄러워하거나 불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산으로 여행을 떠난 어느 날, 사다함은 그만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사다함은 낭도들에게 몹시 미안했어요. “내가 어리석어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모두가 고생을 하게 되었소. 미안하오.” 사다함이 진심으로 사과하자, 낭도들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렇지 않아요. 이곳은 우리 모두가 처음 와본 곳이잖아요. 서로 머리를 모으면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너무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여전히 사다함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고 한 낭도가 말했어요. 유난히 사다함을 믿고 따르는‘무관’이라는 낭도였지요. “사다함님!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다시 길을 찾아보지요.” 다들 무관의 말에 찬성했어요. “고맙다, 무관! 날씨가 추우니 먼저 불을 피워야겠어. 그대들은 여기서 천막을 치시오. 내가 가서 땔감을 구해 오겠소.” 사다함의 뒤를 무관이 따라나섰어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숲에 대해 잘 아니 도움이 될 거예요.” 사다함과 무관은 사이좋게 땔감을 구하러 갔지요. 사다함의 부모님은 불교를 믿었어요. 그래서 언제나 사다함에게 이렇게 주의를 주었지요. “너는 화랑이니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절대 다른 사람과 싸우지 말고 너보다 약한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히지 않도록 해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여라. 그것이 부처님의 뜻이다.” 그래서 사다함은 땔감을 구할 때도 살아있는 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죽은 나무나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들만 주웠어요. 그러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도 무관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지요. 바로 그때였어요. 무관의 등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가만히 뒤를 돌아본 무관은 깜짝 놀라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어둠 속에서 곰이 눈동자를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지요. 곰은 무관을 노려보더니 두 발로 우뚝 섰어요. 무관은 소리를 질렀어요. “사다함 님, 곰이에요! 곰이 나타났어요!” 무관과 떨어져서 나뭇가지를 줍던 사다함은 얼른 몸을 돌렸어요. “무관, 기다려! 내가 도우러 갈게!” 사다함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무관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어요. ‘사다함 님은 화랑이야. 사다함 님이 다치거나 죽으면 우리 낭도는 지도자를 잃는 거야. 그런데 바보같이 사다함 님을 부르다니!’ 무관은 또 소리를 질렀어요. “사다함 님, 이제 괜찮으니 오지 않아도 됩니다. 곰이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사다함은 영리한 소년이었어요. 사다함은 무관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요. “거짓말하지 마.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봐. 내가 가서 구해줄게.” 무관은 곰을 노려보았어요. 무관을 공격하려던 곰이 주춤하며 서는 순간, 어둠을 뚫고 화살이 날아오더니 곰의 가슴에 그대로 꽂혔어요. 우어어어. 곰은 울부짖으며 쓰러졌어요. 사다함과 무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후, 사다함과 무관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요. 이 일이 알려지자 낭도들은 사다함을 더욱 따르게 되었어요. “목숨을 걸고 무관을 구하다니! 사다함 님이 정말 존경스러워.” “무관은 또 어떻고! 사다함 님을 살리려고 일부러 곰이 달아났다고 거짓말까지 했잖아.” “사다함 님과 무관은 우리의 자랑이야.” 이렇게 용맹하고 지혜로운 사다함을 지도자로 둔 낭도들은 아무리 힘든 길을 가도 즐겁기만 했어요. 며칠 뒤, 사다함과 낭도들은 남쪽 바닷가에 도착했어요. 그곳에는 왜구가 노략질을 일삼아 폐허가 된 마을이 있었지요. 사다함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어요. “신라의 백성들이 왜 이런 비참한 일을 당했겠소? 바로 힘이 없기 때문이오! 그러니 우리가 신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어야 하오!” “신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자!” 사다함과 낭도들이 외치는 우렁찬 함성이 거친 파도 소리를 누르고 바닷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지요. 그때 신라를 다스리던 진흥왕은 남쪽의 대가야를 정복하기 위해 전쟁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사다함은 당장 낭도들을 불러 모았지요. “낭도들이여, 그대들은 신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한 것을 잊지 않았을 것이오. 이제 그 맹세를 지킬 때가 왔소. 대가야 정복에 우리가 앞장섭니다.” “좋습니다!” 낭도들은 사다함의 말에 큰소리로 대답했어요. 다음날, 사다함은 진흥왕을 찾아갔어요. “폐하! 이번 전쟁에 저와 낭도들이 나가게 해주십시오.” 진흥왕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정말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하지만 너희는 아직 어리니 다음에 참가하도록 해라.” 사다함은 물러서지 않았지요. “나라를 사랑하는데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없는 줄로 아옵니다. 부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사다함의 씩씩한 태도에 진흥왕은 몹시 감동했어요. 결국 진흥왕은 사다함과 낭도들이 전쟁에 나가는 것을 허락했어요. 둥둥둥. 힘찬 북소리와 함께 신라군이 대가야를 공격했어요. 대가야의 군사들은 전단성 성문을 꼭 걸어 잠그고 싸웠어요. “신라의 군사들이여! 성을 함락시켜라!” “대가야의 군사들이여! 목숨을 바쳐 성을 지켜라!” 신라 군도 대가야 군도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싸웠어요. 전단성은 튼튼해서 도무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요. 게다가 대가야군이 불화살을 쏘아대며 격렬하게 저항하자 신라군은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어요. 사다함은 분해서 이를 갈며 낭도들에게 외쳤어요. “신라군이 후퇴해도 우리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화랑이오. 화랑은 신라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오.” “와! 대가야를 정복하자!” 사다함은 용감하게 말을 몰아 전단성으로 달려갔어요. 그 뒤를 무관이 따르자 어린 낭도들도 함성을 지르며 전단성 앞으로 몰려갔지요. 대가야군은 물론 신라군조차도 어린 소년들이 겁 없이 적의 진영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다함은 무관을 데리고 성벽 아래로 갔어요. 대가야군은 성 앞쪽에서 낭도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사다함은 대가야군이 미처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성한 쪽 구석에 갈고리를 맨 밧줄을 던졌어요. 밧줄을 타고 올라간 사다함은 마주친 대가야 군사의 목을 단검으로 찔렀어요. 그때 대가야 군사 하나가 칼을 들고 사다함을 향해 달려갔어요. 이를 본 무관이 재빨리 화살을 쏘았지요. “고맙다, 무관!” “지난번에는 사다함 님이 저를 살려주셨잖아요.” 두 소년은 죽을힘을 다해 대가야 군과 맞서 싸웠어요. “사다함과 무관 이성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들어가자!” 낭도들은 밧줄을 타고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대가야군이 화살을 쏠 때마다 어린 낭도들이 꽃잎처럼 성벽에서 떨어졌지요. 그 모습을 본 신라 군도 떨쳐 일어났어요. “대체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가? 우리 동생, 우리 조카, 우리 아들만 한 소년들은 저리 용감하거늘!” 신라군은 함성을 지르며 전단성으로 다시 뛰어들어갔어요. 사다함과 무관은 다른 낭도들과 힘을 합쳐 성문을 열었어요. “와아! 성문이 열렸다!”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다 무찌르자!” 신라군은 밀물처럼 전단 성안으로 밀고 들어갔답니다. 그때, 무관이 달아나던 대가야 군사를 막아섰어요. 챙, 챙! 불꽃튀는 칼싸움이 벌어지는 순간 다른 대가야 군사가 나타나 등 뒤에서 무관을 찔렀답니다. 무관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요. “무관!” 사다함이 달려와 무관을 안아 일으켰지요. 무관은 그 와중에도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사다함 님! 저 안 찔렸어요. 사다함 님을 놀라게 하려고 장난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얼른 가서 적을 무찌르세요.” 사다함은 무관의 뺨에 얼굴을 비비며 외쳤어요.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사다함은 옷을 찢어 무관의 등을 칭칭 감싸 흐르는 피를 막았어요. 그동안에도 신라군과 대가야군은 치열하게 싸웠어요. 하지만 대가야군은 점점 힘을 잃었고 달아나는 군사가 많아졌어요. 해가 질 때쯤, 신라군은 전단성을 완전히 함락하고 대가야 왕에게 항복을 받아냈어요. “대가야를 정복했다!” “폐하 만세! 화랑도 만세!” 신라군과 화랑도는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어요. 그러나 바로 그 시각, 사다함은 정신을 잃어가는 무관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무관, 정신 차려! 제발!” 무관은 간신히 죽음을 면했지만 그 후 다시 활을 쏘지도 칼을 쓸 수도 없게 되고 말았어요. 뿐만 아니라 그때 입은 상처로 병을 앓게 되었지요. 사다함과 낭도들이 대가야 정복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자 진흥 왕은 몹시 기뻐했어요. 진흥왕은 사다함과 낭도들을 대궐로 불러 진수성찬을 대접하며 말했어요. “대가야 정복전쟁에서 네가 세운 공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번 전쟁에서 잡은 가야인 노예 3백 명을 상으로 주겠다.” 순간 사다함의 얼굴이 흐려졌어요. 사다함은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것을 매우 싫어했거든요.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고 머리를 조아렸어요. “폐하, 고맙습니다.” 잔치가 끝나자 사다함은 줄줄이 줄에 묶인 가야 노예 3백 명을 데리고 대궐을 나왔어요. 인적이 뜸한 산길에 이르자 사다함은 노예들을 묶은 줄을 하나하나 풀어주며 말했어요.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한 법입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여러분을 노예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어서 여러분의 고향으로 돌아가십시오.” 가야 노예들은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며 사다함에게 절을 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진흥왕은 또다시 사다함을 불러 말했어요. “너의 재능, 너의 용기, 너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이 모두 마음에 든다. 너에게 벼슬을 내리겠다.” 그러자 사다함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어요. “제 친구 무관이 병을 앓고 있습니다. 무관을 돌보게 해주십시오. 나라에 충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진흥왕은 사다함의 됨됨이에 더욱 감동했지요. 사다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름시름 앓던 무관은 며칠 뒤 그만 죽고 말았어요. 하루도 무관 옆을 떠나지 않고 돌보던 사다함은 목놓아 울었어요. “무관! 너와 나는 목숨을 걸고 함께한 친구야. 비록 부모님은 다르지만 우리는 한 형제와 같아. 네가 없으니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구나.” 그날부터 사다함은 밥 한 숟가락,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 무관을 따라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용맹하고 정의로운 사다함은 나라와 친구를 지극히 사랑한 의리 있고 올바른 화랑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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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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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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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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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왕은 나랏일에 도무지 흥미가 없었어요.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놀이와 술, 여자뿐이었지요. 당시 신라에는 복사꽃처럼 아름답고 고운 도화녀라는 여인이 살았어요. 도화녀는 비록 가난했지만 성실한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어느 날 도화녀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장터로 가고 있었어요. 때마침, 진지왕이 대궐 밖으로 행차를 했어요. 진지왕의 행렬이 다가오자 도화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머리를 숙였지요. 그런데 진지왕의 행렬이 도화녀 앞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 도화녀의 머리를 감싼 수건이 벗겨졌어요. 그러자 도화녀의 고운 얼굴이 드러났지요. 진지왕은 도화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도화녀를 바라보았답니다. 대궐로 돌아온 진지왕의 머릿속에는 온통 도화녀에 대한 생각뿐이었어요. 며칠을 고민하던 진지왕은 도화녀를 대궐로 불렀어요. 그러고는 대궐에서 함께 살자고 했지요. 하지만 도화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한 여자가 어찌 두 남편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비록 폐하의 명령이라 해도 제 남편을 두고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진지왕은 화가 났어요. “그대가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겠느냐?” 도화녀는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어요. “제목에 칼이 들어올지라도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를 따를 수는 없사옵니다.” 진지왕은 도화녀의 뜻을 도저히 꺾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다면 나중에 그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와 함께 살겠느냐?” 도화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진지왕은 도화녀를 돌려보내 주었어요. 그해에 진지왕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어요. 술과 여자에 빠져있던 진지왕을 신하들이 쫓아낸 거예요. 대궐에서 쫓겨난 진지왕은 이내 세상을 떠났어요. 그로부터 2년 뒤에 도화녀의 남편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어느 날 밤, 도화녀의 앞에 진지왕이 나타났어요. “그대의 남편이 죽으면 나와 함께 살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하느냐? 이제 그대의 남편이 죽었으니 나를 받아주겠는가?” 진지왕의 물음에 도화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날부터 진지왕은 도화녀와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진지왕이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그 후 도화녀는 뱃속에 아이를 갖게 되었어요. 도화녀는 열 달 후에 아이를 낳고, 아이의 이름을 비형이라고 지었어요. 도화녀가 이미 세상을 떠난 진지왕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신라 곳곳으로 퍼졌어요. 소문은 퍼지고 퍼져 대궐 안까지 들어갔어요. 진지왕의 뒤를 이은 진평왕도 비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참 신기한 일이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찾아와 함께 살고 게다가 아이까지 낳다니! 이 일이 사실이라면 비형이라는 아이는 신라의 왕족이니 저대로 대궐 밖에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소.” 진평왕의 말에 신하들은 강하게 반대했어요. “폐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찌 죽은 자가 산자를 찾아와 아이를 낳겠습니까? 그것은 그저 헛소문일 뿐입니다.” 하지만 진평왕은 비형을 대궐 밖에 내버려 두는 것은 진지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형을 대궐로 불러들였지요. 진평왕은 비형을 정성껏 보살피고, 비형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집사라는 벼슬도 내렸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궐 안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어요. “그러니까 비형이 밤마다 어디론가 나간다는 거야? 도대체 어딜 가는 걸까?” “글쎄 그걸 모르겠다니까! 아무튼 늘 혼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는 새벽녘에야 들어온다잖아.” 대궐 안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렇게 수군거렸지요. 결국 진평왕도 그 소문을 들었어요. “비형이 하는 짓이 수상하다고 하는데, 대체 무얼 하고 다니는지 아는 사람이 없느냐?” 하지만 신하들도 비형이 어디를 가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진평왕은 답답했어요. “내가 군사 50명을 줄 테니 오늘 밤부터 비형을 몰래 감시하라. 행여 이상한 낌새가 보이거든 즉각 나에게 알리도록 하라!” 그날 밤, 군사들은 몰래 숨어서 비형의 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폐하의 명령이니 정신 바짝 차리자고.” 밤이 깊어지자 비형은 밖으로 나와 담장을 훌쩍 넘었어요. 군사들이 뒤를 바짝 쫓았지만 비형이 워낙 빨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참을 달린 비형은 황천이라는 시내가 있는 언덕에서 멈추었어요. 군사들은 숲 속에 몸을 숨기고 비형을 지켜보았지요. 비형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어요. “모두들 이리 나오게. 내가 왔어.” 비형의 말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어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도깨비였어요. 파란 얼굴에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도깨비, 아기 도깨비, 어른 도깨비, 온갖 도깨비들이 모여들었지요. 군사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도깨비가 틀림없었지요. “저건 말로만 듣던 도깨비잖아. 그러면 비형이 이제껏 도깨비하고 놀았던 거야?” 군사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비형과 도깨비들은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요. “친구들, 춤이라도 좀 춰 보게나. 이렇게 심심해서야 자네들을 만나러 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그러자 도깨비들은 비형 앞에서 춤을 추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비형은 무척 즐거워했지요. 한참 춤을 추던 도깨비가 비형에게 말했어요. “자네는 우리 도깨비들을 정말 친구로 생각하는 거요?” 비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나는 그대들과 이렇게 어울려 노는 것이 즐겁소. 그것 말고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소?” 동이 틀 무렵, 도깨비들은 비형에게 인사하고 뿔뿔이 흩어졌어요. “어이, 도깨비 친구들! 내일 또 보세.” 군사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진평왕에게 이야기했어요. 진평왕은 믿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비형을 불러 물어보았어요. “듣자 하니, 네가 밤마다 도깨비들과 어울려 논다는구나. 그 말이 사실이냐?” 비형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대답했어요. “예, 그러하옵니다.” “도깨비들이 네 말을 잘 듣는다 하던데, 그것도 사실이냐?” 비형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진평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어요. “그렇다면 도깨비들을 시켜 신원사 북쪽 냇가에 다리를 놓도록 하여라. 가능하겠느냐?” “폐하께서 시키시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비형은 그날 밤, 도깨비들을 찾아가 진평왕의 말을 전했어요. 도깨비들은 한쪽에 모여 잠시 의논한 후, 눈 깜짝할 사이에 신원사 냇가에 돌다리를 만들었지요. “자, 이제 되었습니까?” 비형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어요. 다음날, 날이 밝자 비형은 진평왕을 찾아갔어요. “신원사 북쪽 냇가에 다리가 완성되었으니 가서 보시지요.” “아니, 벌써 다리가 완성되었단 말이냐?” 진평왕은 비형을 따라 신원사 북쪽으로 갔어요.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어제까지 없던 돌다리가 세워져있었지요.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돌다리를 보고 진평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허허허,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렇게 훌륭한 다리를 본 적이 없다. 지금부터이 다리를 귀교라 부르겠노라.” 진평왕은 며칠 후 다시 비형을 불렀어요. “너와 친한 도깨비들이 내 곁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듯한데, 나를 도와줄만한 도깨비가 없겠느냐? 있으면 추천해 보아라.” 비형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어요. “길달이라는 도깨비가 있사온데, 힘이 좋은 데다 지혜로워 폐하의 일을 잘 도울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일 당장 길달을 대궐로 데리고 오너라.” 다음 날, 길달은 비형과 함께 대궐로 왔어요. 대궐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길달을 보았지요. 진평왕 이 길달에게 물었어요. “그대는 나를 위해 일해줄 수 있겠는가?” 길달은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도깨비인지라 사람의 일은 잘 모르오나, 무슨 일이든 시키시면 제 능력이 되는 한 열심히 하겠습니다.” 길달의 말을 들은 진평왕은 무척 만족스러워했어요. 그날부터 길달은 부지런히 진평왕을 도와 일을 했어요. 대궐 도서관을 청소하기도 하고, 부서진 대궐 처마도 금세 원래 모습대로 돌려놓았지요. 진평왕은 점점 길달을 믿고 아끼게 되었답니다. 시간이 흘러 길달도 사람이 사는 세계에 조금씩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길달은 점점 시무룩해졌어요. 그런 길달을 보고 비형이 물었어요. “길달, 무슨 일 있소? 요즘은 그대의 표정이 좋지 않구려.” 길달은 슬픈 얼굴로 비형을 보았어요. “이제는 나의 친구들이 그립소. 집에도 가고 싶고....... 날 보내주면 안 되겠소?” 하지만 비형은 길달에게 냉정하게 말했어요. “그대는 이미 대궐에 들어왔으니 마음대로 갈 수 없소. 그대는 폐하께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소?” 이야기를 들은 진평왕은 길달에게 가족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하들 중에 자식이 없는 임종을 불러 말했지요. “임종, 그대에게는 아직 자식이 없다고 들었소. 길달을 데려가 아들로 삼으면 어떻겠소? 길달은 본디 도깨비이지만 심성이 착하고 앞으로 나라의 큰 재목이 될 것이니 친아들처럼 생각하며 보살펴주시오.” 임종은 길달을 집으로 데려왔어요. 길달은 대궐로 들어온 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서 몹시 지쳤지요. 그러던 어느 날, 비형이 길달을 불렀어요. “흥륜사 남쪽 문이다 헐었는데 그 문을 다시 세울 수 있겠소?” 길달은 얼굴을 찡그렸어요. “난 이제 지쳤소. 흥륜사의 문만 세우면 여기를 떠나게 해주시오.” 하지만 비형은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길달은 그날 밤 흥륜사 문을 새로 지어놓고 비형을 찾아왔어요. “이제 돌아가도 되겠소?” 하지만 비형은 고개를 저었어요. “아무래도 안되겠소. 도깨비로 살던 때는 잊고 사람으로 살아보시오.” 길달은 슬퍼졌어요. 길달은 매일 밤 지붕 위에서 잠을 잤어요. 방 안에 있으면 갇혀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거든요. 길달은 도깨비로 살던 때가 그리웠어요. 하지만 비형이 허락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었지요. 비형의 눈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비형이 나타나 길달을 가로막았어요. “이대로는 안되겠어.” 길달은 여우로 변신해서 산으로 도망갔어요. 날이 밝자 비형은 길달이 도망친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냈어요. “괘씸한 것 같으니라고. 그리 일렀건만 도망을 갔단 말인가!” 비형은 도깨비들을 찾아갔어요. 비형이 부르는 소리에 도깨비들이 모였어요. “너희들이 길달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안다. 어서 길 달을 내놓아라!” 하지만 도깨비들도 길달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어요. “어서 길 달을 찾아오너라!” 도깨비들은 혼비백산해서는 길달을 찾아 나섰지요. 다음 날, 비형은 다시 도깨비들을 찾아갔어요. 도깨비들은 길달을 잡아 놓고 비형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감히 누구 마음대로 도망을 친 것이냐? 폐하께서 그렇게 아끼고 사랑해 주셨거늘 그대는 그 은혜를 모른단 말인가!” 길달은 비형을 노려보며 말했어요. “나는 더 이상 사람 세상에서 사람처럼 살기 싫소. 다시는 대궐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오. 나를 대궐로 데려가려거든 차라리 나를 죽이고 데려가시오.” 비형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요. “다시 말해 보거라. 내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도 내 뜻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길달은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러자 비형은 다른 도깨비들 앞에 서길 달을 없애버리고 말았어요. 길달의 죽음을 본 다른 도깨비들은 뒷걸음질 치며 도망갔어요. “비형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비형이 우리 친구를 죽였어! 다시는 비형을 안 볼 테야.” 그 뒤로 비형은 도깨비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신라 사람들은 귀신을 쫓을 때 비형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불렀어요. 왕의 넋이 낳으신 아들 비형의 집이 바로 여기네. 날고 뛰는 온갖 귀신들아 함부로 이곳에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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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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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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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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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 법사는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신라의 고승이에요. 원광 법사는 어릴 때부터 총명해서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벼슬을 하는 것보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마음을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무 살 때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답니다. 하루는 열심히 불법 공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밖으로 나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어허, 내가 헛소리를 들었나 보군!” 원광 법사가 다시 법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어요. “하하하! 여기요. 여기!” 그 소리는 법당 앞 나무 위에서 들려왔지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나무 위에 하얀 수염을 기르고 도포를 입은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이었어요. “아니, 누구십니까?”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산신령이라오.” 노인은 하얀 수염을 바람결에 휘날리며 말했어요. “내 법사님을 쭉 지켜 봤는데 참으로 훌륭하더이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밤낮으로 불법을 공부하고 덕을 쌓는 모습은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들 것이오.” 부드럽게 말하던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성난 빛으로 변했어요. “그런데 이웃 절에 있는 중은 법사님과는 영 딴판이오. 불공을 드린답시고 정성도 없이 시끄럽게 목탁만 두드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니 산속의 동물들이 괴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지경이라오. 그러니 법사님이 가서 제발 그만두라고 전해 주시구려. 아니면 멀찌감치 다른 산으로 가든가.” “노인께서 직접 말씀해 보시지 그러십니까?” “내 말은 도통 듣지를 않으니 법사님께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소?” “아무튼 제가 나설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수행자 입장에서 시끄러우니 염불을 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아닙니까?” 원광 법사가 말했어요. “그럼 할 수 없군. 내 그 중을 살려 두지 않으리다.” 말을 마친 노인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원광 법사는 노인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웃 절로 찾아가 노인의 이야기를 전했지요.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옮기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무슨 화를 입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자 중은 불같이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스님은 어째서 요망한 여우에게 홀려 쓸데없는 말을 하고 다니는 게요?” “여우라니요?” “허, 그 노인은 산신령이 아니라 여우가 둔갑한 것이오. 불법을 공부하는 스님이 어찌 그것도 모른단 말이오? 아무튼 말씀 대로는 할 수 없으니 당장 돌아가시오!” 이웃 절의 중이 걱정되어 찾아갔던 원광 법사는 무안만 당한 채 돌아오고 말았지요. 그날 밤, 노인이 또 원광 법사를 찾아왔어요. “내 말을 전하셨는지요?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원광 법사는 시치미를 떼며 대답했어요. “저는 그 스님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허허허, 내 벌써 다 알고 왔는데 어찌 거짓말을 하시오? 두고 보시오. 그 중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테니!” 말을 마친 노인은 껄껄대며 웃었지요. “아니, 염불을 좀 시끄럽게 한다고 하여 어찌 사람을 해친단 말입니까? 노인은 산신령이라 하셨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지요.” 원광 법사가 간청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나는 한다면 하고야 맙니다. 이제 법사님이 아무리 사정한다 해도 듣지 않을 것이오!” 노인은 호통을 치더니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별 이상한 노인이 다 있군. 어제 그 스님의 말로는 여우가 둔갑을 한 거라고 했는데, 도무지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군. 어쨌든 그 스님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바로 그때였어요. 꽈르릉! 꽈르르릉! 갑자기 산자락 뒤에서 벼락이 내리쳤어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문짝이 덜그럭거리고, 법당 마룻바닥이 덜컹거리면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강한 떨림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어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원광 법사는 부리나케 법당 밖으로 나가 보았어요.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필시 그 스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야. 어서 찾아가 봐야겠다!’ 원광 법사는 바로 길을 나섰어요. 이웃 절에 도착한 원광 법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절이 무너진 뒷산 흙더미에 완전히 뒤덮여 버린 것이었지요. 흙더미 사이로 팔 하나가 삐죽 나와 있는 것이 보였어요. 바로 이웃 절에 살던 중이었어요. 중은 흙더미에 깔려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지요. 원광 법사가 절로 돌아오자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노인을 보는 순간 원광 법사는 화가 치밀었어요. “산신령이라는 분이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 원광 법사가 따져 묻자 노인이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어요. “그 중은 계율을 지키기 싫어 산속으로 도망쳐 들어와 닥치는 대로 짐승을 잡아먹었다오. 벌을 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원광 법사는 여전히 노인을 노려보았어요.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당신은 산신령이 아니라 3천 년 묵은 여우임에 틀림없소.” 그러자 노인은 슬픈 얼굴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다음 날 아침, 원광 법사는 무너진 절터로 가 보았어요. 노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지요. 흙더미를 파헤쳐 보니 부엌이 있던 자리에서 커다란 무쇠솥이 나왔어요. 솥뚜껑을 열어 본 순간 원광 법사는 놀라움에 숨이 막히는 듯했어요. 솥 안에 노루와 고라니가 반쯤 익은 채 들어 있었던 거예요. 이번에는 헛간 쪽으로 가 보았어요. 흙더미를 치우자 곰 가죽과 여우 가죽 따위가 잔뜩 쏟아져 나왔어요. ‘아, 노인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원광 법사는 노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밤, 노인이 다시 나타났어요. 원광 법사는 노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요. “제가 오해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아니오. 상대가 형편없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끝까지 감싸려는 법사님의 자비로운 마음에 무척 감동했소. 법사님 같은 분이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부처님의 진리를 더 공부하고 온다면 우리 신라에 많은 도움이 될 텐데.” 그것은 원광 법사도 바라는 일이었어요. 당시에는 스님이라면 누구나 중국 진나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했지요. 진나라에는 유명한 절이 많고 훌륭한 스님도 많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스님들이 불법을 공부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진나라까지 가려면 만만치 않은 여비가 필요했어요. 게다가 신라에서 진나라로 가려면 적국인 고구려 땅을 지나야 했는데, 설령 고구려 땅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하더라도 바다에서 왜구를 만나 목숨을 잃기 일쑤였지요. 노인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광 법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어요. “내가 법사님을 안전하게 안내하겠소. 내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오면 고구려 군사와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진나라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리 한단 말입니까?” “내가 낮에는 나비가 되고 밤에는 반딧불이가 되어 법사님을 인도할 테니 믿고 따라오시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크고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나비는 어서 가자는 듯 원광 법사에게 팔랑팔랑 날갯짓을 했어요. 원광 법사는 서둘러 등짐을 챙겨 메고 나비를 따라 나섰지요. 하얀 나비는 험한 산속에서도 용케 좋은 길을 찾아냈어요. 밤이면 반딧불이가 어두운 밤길을 환히 밝혀 주고 동굴로 안내해 지친 원광 법사를 쉬게 해 주었지요. 이윽고 원광 법사는 고구려와 진나라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이르렀어요. 그러자 나비는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노인의 도움으로 진나라에 도착한 원광 법사는 11년 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깨달음을 얻어 장엄사라는 절에서 설법을 시작했어요. 그러자 부처님의 진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스님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진나라 곳곳으로 금세 쫙 퍼졌어요. 진나라 사람들은 너도나도 원광 법사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장엄사를 찾았지요.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중국 땅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게 되었어요. 중국을 통일하려는 수나라가 진나라로 쳐들어왔던 거예요. 전쟁이 일어나자 다른 나라에서 온 스님들은 앞 다투어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원광 법사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요. “십수 년을 함께 보낸 이 나라 사람들을 버리고 나 혼자 돌아갈 수는 없어.” 원광 법사는 장엄사를 지키며 두려움에 떠는 진나라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어요. 그리고 하루빨리 중국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부처님께 빌었지요. 장엄사에도 수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왔어요. 피난민들이 많이 숨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수나라 군사들이 올 것을 미리 눈치챈 원광 법사는 산속에 비밀 동굴을 만들어 진나라 사람들을 숨겨 놓고 홀로 절을 지키고 있었어요. “당장 진나라 피난민들이 숨어 있는 곳을 대라!” 수나라 군사가 원광 법사의 목에 칼을 대고 협박했어요. “나는 모르는 일이오.” 원광 법사는 당황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침착하게 대꾸했어요.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수나라 군사들이 잔인하게 웃더니 절 마당에 차곡차곡 장작을 쌓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어요. “진나라 피난민들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으면 너를 태워 죽이겠다.” “나 한 사람 죽어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기꺼이 죽겠소.” 그때였어요.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수나라 장수 한 명이 절 마당으로 들어섰고, 수나라 군사들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지요. 수나라 장수는 원광 법사를 보더니 서둘러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절을 했어요. “원광 법사님! 훌륭하신 분을 몰라 뵙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어젯밤 막사에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저희 수나라 군사들에게 묶여 있는 원광 법사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원광 법사님을 구하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이니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묵묵히 수나라 장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원광 법사는 노인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으로 왈칵 목이 메는 것 같았어요. “노인이 나를 잊지 않고 도와주었구나.” 원광 법사는 마음속으로 노인에게 감사를 드렸어요. 신라로 돌아온 원광 법사는 예전에 수행을 하던 절로 노인을 찾아갔어요. 노인을 만난 원광 법사는 공손히 합장을 하며 말했지요. “신령님 덕분에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위험한 전쟁 중에도 목숨을 건졌습니다.” 노인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법사님은 내 스승이오. 법사님을 만난 후로 나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오. 어떤 일에도 성내지 않고 누구에게도 벌을 주지 않았소. 이제 나도 죄를 씻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소.” “사람으로 태어나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어요. “나는 오늘 목숨이 다할 것이오. 그래서 마지막으로 법사님을 보러 온 것이오. 내일 아침 일찍 이 근처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 밑으로 오시오. 그러면 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오.” 말을 마친 노인은 조용히 사라졌어요. 다음 날 아침, 원광 법사는 근처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 밑으로 갔어요. 나무 주위를 살피던 원광 법사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지요. 나무 밑에 여우 한 마리가 죽어 있었거든요. ‘아! 노인은 정말 여우였구나. 그런데도 사람인 나를 미워하지 않고 도와주다니!’ 원광 법사는 여우의 시체를 깨끗이 씻긴 다음 정성스럽게 짠 관에 넣어 고이 묻어 주었어요. 원광 법사는 진평왕의 부름을 받고 대궐로 들어갔어요. 진평왕은 원광 법사를 나라의 스승인 국통으로 임명했지요. “그대의 뛰어난 덕으로 우리 신라 사람들을 잘 이끌어 주길 바라오.” 국통이 된 원광 법사는 신라 불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가 99살의 나이로 황룡사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신라를 대표하는 스님으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은 원광 법사는 너그럽고 따뜻한 성품으로 여우를 감동시키고 결국 여우의 도움으로 고승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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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과 설씨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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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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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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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외진 시골 마을, 하늘이 회색으로 물들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뚝딱뚝딱! 산자락에서 연방 나무 찍는 소리가 들렸지요. 숲 속에서 몸매가 다부진 청년 한 명이 장작을 패고 있었어요. 눈발이 날리는 겨울 저녁인데도 청년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어요. “아, 덥다!” 청년은 윗도리를 벗어 놓고 다시 장작을 팼어요. 커다란 지게 가득히 장작이 쌓였는데도 청년은 도끼질을 멈추지 않았어요. 청년의 이름은 가실로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 줄곧 이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었지요. 한참이나 장작을 더 패고 나서야 가실은 허리를 폈어요. 등을 타고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어요. 쌓인 장작을 바라보는 가실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돌았어요. 가실은 높이 쌓은 장작더미를 지게에 지고 마을 끝에 있는 초가로 향했어요. 허물어진 울타리에 작은 흙 마당, 문살에 붙은 낡은 창호지. 보기만 해도 가난이 묻어나는 집이었어요. 가실은 이 집에 사는 설 낭자를 사랑하고 있었지요. 설 낭자는 남의 집 바느질을 대신해서 번 돈으로 병든 아버지를 모시며 어렵게 살고 있었답니다. 쿨룩쿨룩! 방 안에서 설 노인의 기침 소리가 들렸어요. ‘날이 추워지니 기침이 더 심해지시는구나.’ 가실이 장작을 부엌 앞에 부려 놓고 몰래 나가려 할 때, 부엌문이 열리며 설 낭자가 나타났어요.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었지만 설 낭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가실님, 오래전부터 저희 집에 장작을 놓아 두고 가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인사도 못 드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저 제가 쓸 장작을 패는 김에 설 낭자 것도.” 가실은 말끝을 맺지 못하고 쑥스럽게 웃었어요. 설 낭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마침 저녁밥이 다 되었어요. 반찬은 없지만 같이 드세요.” 설 낭자가 권하자 가실은 못 이기는 척 방으로 들어갔어요. “어서 오게, 가실. 안 그래도 한번 보고 싶었다네.” 기침을 하던 설 노인이 반갑게 가실을 맞았어요. 방에는 단출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어요. 잡곡으로 지은 거친 밥에 반찬이라고는 간장 한 종지와 김치뿐이었지만,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지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가실을 바라보던 설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어요. “전쟁터로 나가기 전에 자네와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고 싶었다네.” ‘전쟁터’라는 말에 가실은 깜짝 놀랐어요. “어르신. 물론 지금 신라가 백제와 전쟁 중이긴 합니다만, 연세도 많고 몸도 편찮으신 어르신이 어찌 전쟁터에 나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설 낭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요. “세금을 내지 못했더니 아버지를 전쟁터로.” 가실은 화들짝 놀랐어요. 저녁 밥상을 물리고 나서 설 노인이 가실에게 말했어요. “자네에게 부탁이 있다네.” 가실은 조용히 설 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어요. 설 노인은 터져 나오는 기침을 어렵게 삼키고 입을 열었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내가 전쟁터로 나가면 우리 집에는 딸 아이 혼자 남는다네. 게다가 한번 전쟁터로 나가면 살아 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딸아이를 생각하면 제대로 눈을 감을 수도 없을 것 같네. 그래서 자네가 내 딸과 혼인해 주었으면 싶네.” 가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어요. 가난한 고아라는 이유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자신을 사윗감으로 생각해 주는 설 노인이 고마웠지요. 게다가 혼인할 사람이 사랑하는 설 낭자라니 가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답니다. 그러나 가실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았어요. 과연 설 낭자가 아버지를 전쟁터에 보내고 자신과 혼인해서 행복해질런지, 가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았어요. 가실은 밤새 고민했지요. 마음 같아서는 설 낭자와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설 노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날이 밝자 가실은 설 낭자의 집으로 갔어요. 설 낭자는 떠나는 아버지를 위해 옷을 짓고 있었답니다. 가실은 설 노인에게 절을 하고 씩씩하게 말했어요. “어르신! 어르신께서 전쟁터에 가시는 것은 무리입니다. 어르신을 대신해 제가 전쟁터에 가겠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는 이곳에 설 낭자와 함께 남으십시오.” 설 낭자와 노인은 깜짝 놀랐어요. “안 돼, 그럴 수 없네. 나는 어차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일세. 그러니 내가 가겠네.” 하지만 단단히 결심을 하고 온 가실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아닙니다.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제 성의를 봐서라도 허락해 주십시오.” 설 낭자와 노인은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어요. 가실이 설 노인을 대신해 전쟁터로 간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어요. “정말 대단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아버지를 대신해서 전쟁터에 나가다니.” “그만큼 가실이 설 낭자를 좋아한단 뜻이지.” 설 낭자는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옷감을 사서 혼례식 때 입을 새 옷을 지었어요. 하루는 가실이 설 낭자를 찾아와서 말했어요. “설 낭자, 혼례식을 좀 미루도록 합시다.” 뜻밖의 말에 설 낭자는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가실을 바라보았어요. 가실은 설 낭자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어요. “내가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그때 혼인해도 늦지 않소. 지금 혼인했다가 혹시라도 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낭자가 힘들 것이오.” 설 낭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가실님은 꼭 살아 돌아오실 것입니다. 그러니 혼인을 하고 떠나세요.” 설 노인도 가실을 설득했어요. “자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도리가 아닐세. 혼례식을 올리고 떠나게.” 그래도 가실이 고집을 꺾지 않자 설 낭자는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냈어요. 그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설 낭자에게 남겨 주신 보물이었지요. 설 낭자는 거울을 쪼개 반쪽을 내밀며 말했어요. “저는 끝까지 가실님을 기다릴 것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러도 이 거울 조각만 있으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가실은 설 낭자가 건네는 거울 반쪽을 소중하게 받아 쥐고는 길을 떠났어요. 설 낭자는 마을 개울까지 가실을 배웅했지요. 가실은 묵묵히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설 낭자는 아직까지 그대로 서 있었답니다. “꼭 살아 돌아오겠소.” 가실은 이렇게 외치고는 돌아섰어요. 설 낭자는 눈물을 흘리며 가실에게 손을 흔들었지요. “싸워라, 신라군이여! 진격하라!” 와와와! 전쟁터는 아수라장이었어요. 여기저기서 불화살이 날아다니고 칼과 창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어요.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요.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을 하며 단련된 가실은 신라 군사 중에서도 싸움을 잘하는 군사로 손꼽혔어요. 가실은 한 무리의 적군을 생포하기도 했고, 적의 성으로 몰래 들어가 성문을 여는 위험한 일도 척척 해냈지요. “저 녀석은 이름을 날리려고 목숨을 건 것 같아.” 군사들은 수군거렸어요. 하지만 가실이 이렇게 열심히 싸우는 건 바로 설 낭자 때문이었어요. 신라가 이기지 않으면 설 낭자에게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가실이 떠나고 3년이 흘렀어요.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로 끌려나간 마을에는 여자와 아이, 노인들만 남아 힘겹게 살고 있었지요. 설 낭자도 남의 집 농사일을 돕거나 바느질을 해 주며 품삯을 받아 지냈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어요. 이즈음 이웃 마을의 부잣집 청년이 설 낭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 청혼했어요. “세상에! 이웃 마을의 부잣집 아들이 설 낭자에게 청혼했대요. 이제 설 낭자는 고생 다 끝났네요.” “무슨 소리야? 설 낭자가 가실을 두고 딴 사람에게 시집을 가면 안 되지. 가실이 누구 때문에 전쟁터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가실이라고 별 수 있겠어요? 3년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벌써 전쟁터에서 죽은 거라고요.” 마을 아낙네들은 모이기만 하면 설 낭자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설 낭자는 부잣집 청년의 청혼을 거절했어요. “저는 이미 가실님과 혼인하기로 약속한 몸입니다. 그러니 청혼을 거두어 주십시오.” 청년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설 낭자의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가실은 3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전쟁터에서 죽은 게 틀림없어요. 그런데 설 낭자가 자기 때문에 혼인하지 않고 평생 혼자 힘들게 산다면 하늘에 있는 가실도 슬퍼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제 청혼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설 노인이 나섰어요. “도련님처럼 높으신 분이 미천한 제 딸을 아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사람은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제 딸과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자 청년은 한숨을 쉬더니 애원하듯 말했지요. “알겠습니다. 설 낭자가 가실을 기다리는 동안 저도 혼인하지 않고 설 낭자를 기다리겠습니다. 언제라도 마음이 바뀌면 저와 혼인해 주십시오.” 청년이 돌아간 뒤, 설 낭자는 가실을 지켜 달라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어요.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어요. “저 성만 정복하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신라군은 성난 파도처럼 고구려 성을 공격했어요. 가실도 맨 앞에서 용감하게 싸웠어요. 그런데 가실은 마지막 싸움에서 그만 고구려 군사에게 붙잡혀 고구려 평양성으로 끌려가고 말았어요. 가실은 몇 번이나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붙잡혀 왔어요. 그러는 동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요. ‘설 낭자, 혹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계시오? 보고 싶소.’ 가실은 밤마다 거울을 보며 설 낭자를 그리워했어요. 그즈음, 고구려는 북쪽의 오랑캐와 전쟁을 시작했지요. 고구려에 포로로 잡혀 온 가실은 고구려 군사가 되어 전쟁터에 나갔어요.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신라로 돌려보내 줄지도 모른다.’ 가실은 목숨을 걸고 싸웠어요. 설 낭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으니까요. 한편, 이웃 마을 부잣집 청년은 계속해서 설 낭자에게 청혼을 했어요. “설 낭자! 가실이 떠난 지 벌써 7년이오. 전쟁도 끝났고, 다른 군사들은 다 돌아왔는데 가실만 돌아오지 않고 있소. 이제 가실을 잊고 나와 혼인해 주시오.” “가실님은 제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7년이란 시간을 길다 할 수 있겠습니까?” 설 노인도 설 낭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얘야. 아무래도 가실은 죽은 것 같구나. 그런데도 계속 기다려야겠니?” 설 노인이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마다 설 낭자는 말없이 자리를 피했답니다. 가실은 전쟁에서 오랑캐군을 무찌르고 큰 공을 세웠어요. 고구려 왕은 가실을 불러 칭찬했어요. “그대는 신라 사람이면서도 고구려 군사보다 더 열심히 싸워 공을 세웠다. 그래서 그대를 고구려 장군으로 임명할까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가실은 고구려 왕의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웠어요. 신라로 돌아가면 가실은 여전히 미천한 신분으로 평생 가난하게 살겠지만, 고구려에서는 부유하고 명예롭게 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가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저에게는 혼인하기로 한 여인이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 여인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를 신라로 보내 주시는 것 외에 바라는 게 없습니다.” 가실의 곧은 마음에 감동한 고구려 왕은 가실을 안전하게 신라로 보내 주었어요. 그즈음 설 노인은 병에 걸렸어요. 딸은 혼인도 못 한 채 나이를 먹는데, 자기를 대신해 전쟁터로 나간 가실은 소식도 없으니 근심이 깊어져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이지요. 설 낭자는 거울을 꺼내 보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아, 가실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 낭자는 돌아오지 않을 가실을 기다리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낡은 옷을 걸치고 초췌한 얼굴을 한 남자가 설 낭자의 집 앞에 나타났어요. 고구려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크고 작은 고생을 한 가실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지요.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커녕 집안사람 누구도 가실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가실은 품속에서 깨어진 거울을 꺼내 설 낭자에게 건네며 말했지요. “설 낭자,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하오.” 설 낭자는 눈물을 흘리며 가실의 품에 안겼어요.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축복해 주었어요. 며칠 뒤, 가실과 설 낭자는 혼례식을 올렸어요. 그리고 설 노인과 행복하게 살았지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은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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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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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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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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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 바람이 물러가고 서라벌에 봄이 왔어요. 대궐 뒤뜰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지요. 승만 공주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사뿐사뿐 걸어왔어요. “덕만 언니! 어서 나와요. 이제 곧 출발해요.” 그 소리에 다른 한 소녀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요. 진평왕의 딸 덕만 공주였지요. “오늘이 춘추의 생일인데 덕만 언니는 꾸미지도 않고 그렇게 책만 읽고 있으면 어떡해요?” 덕만 공주는 책을 덮으며 빙긋이 웃었어요. “조카 생일 잔치에 이모가 요란하게 꾸밀 필요가 뭐가 있니?” 덕만 공주는 수수하고 검소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덕만 공주의 얼굴에서는 지혜로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지요. 진평왕은 여러 딸 가운데서 덕만 공주를 가장 아꼈어요. 그래서 때가 되면 덕만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어 나라를 다스리게 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었지요. 생일을 맞은 김춘추는 천명 공주의 아들이었어요. 김춘추의 집 앞은 축하 인사를 하러 온 귀족들로 시끌벅적했어요. 이윽고 화려한 가마를 타고 진평왕과 덕만 공주, 승만 공주가 도착했어요. 귀족들이 뒤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왕위를 이을 왕자가 없으니 참으로 걱정이오.” “그렇다면 다음 왕은 당연히 왕족 중에서 골라야 하지 않겠소?” “글쎄, 공주이긴 하지만 덕만 공주님은 훌륭한 성품과 지혜를 지니셨으니 장차 이 나라를 잘 다스리실 것 같기도 하오만.” “공주가 왕이 되다니! 그건 말도 안 되오.” 덕만 공주는 귀족들의 이런 수군거림을 모두 듣고 있었어요. ‘머지않아 그대들은 나를 왕으로 모시게 될 것이오. 나는 반드시 훌륭한 왕이 될 것이오.’ 덕만 공주는 이렇게 다짐했어요. “이모님들께서 와 주시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김춘추가 덕만 공주와 승만 공주에게 의젓하게 인사했어요. 김춘추는 올해 열다섯 살로, 화랑 수련을 받고 있었지요. 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이 무겁게 말을 꺼냈어요. “다들 폐하께 왕자님이 없고 공주님만 있다 하여 말이 많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새 왕을 뽑는다는 핑계로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자 진평왕이 말했어요. “이보게, 나는 덕만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이네. 내가 죽은 후에 혹시 덕만 공주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자네가 막아 주길 바라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김춘추가 씩씩하게 말했어요. “덕만 이모님은 훌륭한 왕이 되실 겁니다. 제가 이모님을 지켜 드릴 테니 염려 마십시오.” 덕만 공주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아바마마, 이런 든든한 조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모두들 김춘추와 덕만 공주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당나라 황제가 그림과 꽃씨 한 봉지를 신라에 보내왔어요. 그림에는 신라에서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꽃이 그려져 있었지요. 모두들 신기해 하며 그림을 들여다보는데 덕만 공주가 조용히 말했어요. “이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군요.” “아니, 그림을 보고 꽃에 향기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 진평왕이 묻자 덕만 공주가 대답했어요. “꽃씨를 심어 꽃이 피면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꽃씨를 심자 싹이 나고 자라 꽃이 피었는데 놀랍게도 덕만 공주의 말처럼 그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았어요. “과연 향기가 나지 않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알았느냐?” 덕만 공주가 그림을 펼쳐 보이며 말했어요. “꽃에서 향기가 나면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벌과 나비가 없지 않습니까?” 진평왕과 대신들은 덕만 공주의 총명함에 감탄했어요. 그날 밤, 덕만 공주와 김춘추가 대궐 뜰을 걷고 있었어요. “이모님, 왜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김춘추가 묻자 덕만 공주가 말했어요. “춘추야, 너는 당나라 황제가 왜 그런 그림을 보냈다고 생각하느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춘추는 고개를 갸우뚱했지요. 덕만 공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요. “그 그림 속의 꽃은 모란꽃이란다. 모란꽃은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어서 벌과 나비가 모여들지 않지. 당나라 황제는 혼인하지 않고 혼자 있는 나를 비웃으며 그림과 꽃씨를 보낸 거야. 그렇지 않아도 신라를 얕잡아 보고 있는데 여자가 왕이 되면 신라를 실컷 무시하겠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귀족들마저 내가 왕이 되면 나라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덕만 공주는 주먹을 꼭 쥐었어요. 몇 년 뒤, 진평왕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귀족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고 있었지요.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군사들이 들어왔어요. “누, 누구냐?” 귀족들이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그러자 군사들 사이에서 김용춘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감히 그대들이 선왕의 뜻을 거스르려는 것인가!” 덕만 공주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귀족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김용춘이 들이닥친 것이었지요. 덕만 공주 대신 다른 사람을 왕으로 세우려던 귀족들은 사형을 당하거나 나라 밖으로 쫓겨났어요. 이렇게 하여 덕만 공주가 진평왕의 뒤를 이어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이 되었지요. 덕만 공주가 왕위에 오르고 얼마 안 있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서라벌에 영묘사라는 절이 있는데 절 마당에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 연못을 옥문지라고 불렀어요. 흰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날, 갑자기 옥문지에 개구리 떼가 나타나서 울어 대기 시작한 거예요. “한겨울에 개구리가 울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아무래도 나라에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소.” 대신들과 백성들은 가슴을 졸였어요. 한편, 선덕여왕을 싫어하던 귀족들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여자가 왕이 되었으니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라며 선덕여왕에게 잘못을 돌렸지요. 그러고는 선덕여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왕위에 올리자고 부추기기 시작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선덕여왕은 알천 장군과 필탄 장군을 불러 명령을 내렸어요. “군사 2천 명을 데리고 서라벌 서쪽에 있는 여근곡이라는 골짜기로 가시오. 거기에 분명 백제군이 숨어 있을 것이니 그들을 잡아 오시오!” 알천 장군과 필탄 장군은 선덕여왕의 뜬금없는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하지만 선덕여왕을 믿고 따르던 두 사람은 각각 군사 1천 명을 이끌고 서라벌 서쪽으로 향했어요. “여근곡을 아시오? 나는 여태껏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소.” “나도 그러하오. 하지만 여왕 폐하의 명령이니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며칠을 헤맨 두 사람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가 맞닿는 곳에 도착했어요. 그 마을에 있는 골짜기가 바로 여근곡이었지요. 알천 장군은 몸이 재빠른 젊은 군사 한 명과 전쟁 경험이 많은 늙은 군사 한 명을 뽑았어요. “마을 사람처럼 차려 입고 주변을 다니면서 백제군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보아라. 나머지 군사들은 백제군을 찾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도록 하라.” 두 명의 군사는 나무꾼 차림을 하고 여근곡을 샅샅이 뒤졌어요. 한참을 찾아다니던 두 사람은 드디어 골짜기 깊은 곳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어요. 두 사람은 몸을 바짝 낮추고 연기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답니다. 그곳에서 낯선 군복을 입은 군사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어요. 늙은 군사가 속삭였지요. “저들은 백제군이야. 예전에 전쟁터에서 봐서 알아.” 두 사람은 한걸음에 알천 장군과 필탄 장군에게 달려가 백제군을 찾았다고 보고했어요. 알천 장군과 필탄 장군은 바로 공격 작전을 세웠어요. “내가 백제군의 앞쪽에서 공격하겠으니 필탄 장군은 골짜기 뒤쪽을 막고 있다가 달아나는 백제군을 치면 될 것이오.” “완전히 독 안에 든 쥐를 잡는 셈이군요. 하하하!” 밤이 깊어지자 신라군은 공격 준비를 서둘렀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백제군은 세상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었지요. 알천 장군은 백제군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는 공격 명령을 내렸어요. “공격하라! 백제군을 무찌르자!” 신라군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백제군이 숨어 있는 골짜기로 달려갔어요. 신라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백제군은 크게 당황했지요. 잠이 덜 깬 백제 군사들은 부랴부랴 갑옷을 챙겨 입고 무기를 찾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지요. 신라군의 공격에 백제군은 바람 앞의 낙엽처럼 쓰러졌어요. 겨우 살아남은 백제 군사는 우왕좌왕하며 골짜기 뒤쪽으로 달아났어요. 하지만 골짜기 뒤쪽에는 이미 필탄 장군이 이끄는 신라군이 쫙 깔려 있었지요.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해치워라!” 필탄 장군이 이끄는 신라군도 용감하게 백제군을 공격했어요. 백제군은 결국 신라군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지요. “여왕 폐하 만세! 만세!” 신라군은 여근곡이 떠나가도록 만세를 불렀어요. 여근곡에서 거둔 승리로 대궐 안은 온통 잔치 분위기였어요. 대신들이 선덕여왕에게 물었지요. “폐하! 백제군이 여근곡에 숨어 있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러자 선덕여왕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개구리 얼굴을 자세히 보면 투구를 쓴 군사의 모습과 닮았소. 그래서 나는 적군이 우리 신라를 공격해 올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오. 겨울에 내리는 눈은 흰색이고, 흰색은 서쪽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서라벌 서쪽에서 적군이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것이오.” 대신들은 선덕여왕의 뛰어난 지혜와 예지력에 감탄했어요. 여자가 왕이 되었다고 불안해 하던 대신들도 점차 선덕여왕을 믿고 따르기 시작했지요.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라며 신라를 무시하던 고구려와 백제의 왕도 선덕여왕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어요. 선덕여왕은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어요. 자식이 많거나 노인을 모시고 사는 집에는 세금을 줄여 주었고 가난한 사람에게서는 세금을 받지 않기도 했어요.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에 대비해 군사를 강하게 훈련시켰지요. 또한 나라 안에 절을 많이 짓게 했어요. 선덕여왕은 황룡사에 9층목탑을 세웠어요. 목탑의 각 층은 신라를 위협하던 일본, 중국, 오월, 탁라, 응유, 말갈, 단국, 여적, 예맥, 이렇게 아홉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선덕여왕은 신라가 이 아홉 나라를 누르고 강한 나라가 되게 해 달라는 소망을 담아 9층목탑을 세웠던 거예요. 하지만 끝내 선덕여왕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비담이라는 귀족이었지요. 비담은 자기가 왕이 되고 싶어서 군사를 모아 반란을 일으켰어요. 그즈음 선덕여왕이 이상한 말을 했어요. “나는 정확히 한 달 뒤에 죽을 것이오. 내가 죽거든 승만 공주를 다음 왕으로 받드시오.” 대신들은 선덕여왕의 말에 당황했지요.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반역자 비담은 곧 잡힐 것이옵니다. 약해지시면 아니 되옵니다.” 대신들이 간절하게 말을 해도 선덕여왕은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지요. 비담의 반란을 지켜보던 김춘추가 선덕여왕에게 말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이모님을 지켜 드리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입니다.” 김춘추는 신라 최고의 장수 김유신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반란군 앞으로 나아갔어요. “여자를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 선덕은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라!” 비담이 이끄는 반란군의 공격에 맞서 김춘추의 군대는 격렬하게 싸웠어요. “여왕 폐하를 모욕하고 반란을 일으킨 자들을 처단하라!” 반란군과 김춘추의 군대가 한참 싸우고 있을 때, 선덕여왕이 세상을 떠났어요. 선덕여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 반란군은 기세가 더욱 높아졌지요. “선덕이 죽었다! 여자가 왕이 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다.” 김춘추와 김유신을 비롯한 장수들은 비담과 힘겹게 싸우면서 선덕여왕의 유언에 따라 승만 공주를 신라 제28대 진덕여왕으로 모셨어요. “또 여왕이라고? 그것은 절대 안 된다!” 비담의 반란군은 더욱 거세게 공격해 왔어요. 하지만 김춘추와 김유신의 군사들도 최선을 다해 맞서 싸웠지요. 오랜 전쟁 끝에 김춘추와 김유신은 반역자 비담을 사로잡았어요. 진덕여왕은 비담의 반란군 무리에게 엄한 벌을 내렸어요. 진덕여왕은 선덕여왕을 본받아 백성들을 사랑하는 어진 왕이 되었지요.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와 뛰어난 능력으로 나라를 잘 다스린 선덕여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으로 역사에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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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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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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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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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연분홍 벚꽃이 서라벌을 물들였어요.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아리따운 아가씨 두 명이 걸어왔지요. 이들은 김서현의 딸들로 언니 이름은 보희, 동생 이름은 문희였어요. 두 사람 다 미인이었지만 생김새와 성격은 달랐답니다. 보희는 희고 갸름한 얼굴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을 가진 조용한 처녀였어요. 연분홍 저고리에 연두색 치마를 입은 보희는 조심스럽게 그늘로만 걸었어요. 문희는 동그란 얼굴에 눈이 크고 시원스런 활달한 처녀였어요. 문희는 크고 대담한 소용돌이 무늬가 그려진 치마에 짙은 보라색 저고리를 받쳐 입고서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성큼성큼 걸었지요. “아, 정말 봄이 한창이네! 나도 올해는 시집가고 싶어.” 보희는 문희를 흘겨보며 나무랐어요. “문희야, 처녀가 그런 말을 어떻게. 넌 부끄럽지도 않니?” 보희의 말에 문희는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답니다. “언니도 시집가고 싶지? 장롱 안에 예쁜 옷과 장신구를 잔뜩 모아놓은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보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남의 장롱은 왜 뒤지고 그러니?” 무안해진 보희는 톡 쏘아붙이고는 뾰로통해져서 돌아섰어요. 문희는 빙그레 웃으며 보희를 달랬어요. “오늘은 유신 오라버니가 돌아오는 날이잖아. 그러니 화 풀어, 응? 미안해.” 보희는 문희를 흘낏 쳐다보고 선 다시 함께 걷기 시작했어요. 보희와 문희의 오빠 김유신은 화랑이었어요. 그날은 김유신이 다른 화랑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날이었답니다. 문희와 보희는 오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음식 재료를 사러 나왔어요. 토함산에 땅거미가 질 때쯤 김유신은 다른 화랑들과 함께 말을 타고 서라벌 시내로 들어섰어요. 석 달 만에 집으로 오는 길이었지요. 체격이 큰 김유신은 보희보다는 문희와 더 닮았답니다. 김유신은 옆에서 함께 달려가는 김춘추를 바라보며 씩 웃었어요. 김유신보다 키가 약간 작은 김춘추는 인상이 좋은 귀공자였어요. 김춘추는 당시 신라를 다스리는 선덕여왕의 조카였는데 거만하지 않고 겸손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지요. 뛰어난 인물만 모아 놓았다는 화랑 중에서도 김유신과 김춘추는 눈에 띄었어요. 김유신은 무예에, 김춘추는 시와 역사에 재능이 있었지요. 두 사람은 서로 시기하지 않고 자기가 가지지 못한 능력에 대해 진심으로 칭찬했답니다. 김유신이 김춘추에게 말했어요. “우리 집에서 저녁이라도 먹고 가게. 우리 집이 이 근처라네.” “초대해 주니 고맙군. 안 그래도 배가 몹시 고팠어.”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김유신의 집으로 갔어요. 김유신의 집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겼어요. 말발굽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보희가 나왔지요. “오라버니,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무슨, 좋은 경험하고 왔지. 이분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여왕 폐하의 조카 되는 김춘추 공이시다. 인사하거라.” 보희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다소곳이 인사했어요. 김춘추는 잠시 보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그런데 문희가 보이지 않는구나. 문희는 어디 갔지?” “오라버니, 저 여기 있어요!” 어디선가 문희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두리번거리던 김춘추는 깜짝 놀랐어요. 문희가 나무 위에 올라가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나 김유신은 놀라지 않았어요. “문희, 너 또 나무를 탔구나. 아버지에게 야단맞으려고.” “오라버니가 어디까지 오셨나 궁금해서 올라와 봤죠. 오라버니와 친구분이 말을 타고 저쪽 골목을 달려오시는 것도 봤어요.” 김춘추에게는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희가 다른 여자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어요. 며칠 뒤 토함산 기슭에서 날카로운 칼 소리와 우렁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화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젊은이가 칼 솜씨를 겨루었지요. 그 두 젊은이 중 한 명이 김유신이었답니다. 김유신은 예리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살펴본 다음 정확하게 상대의 급소를 찔렀어요. 상대 화랑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어요. 연습이라 칼끝에 부드러운 솜을 대긴 했지만 공격당한 쪽에서는 제법 충격을 받았지요. 승부가 결정 나자 화랑들이 박수를 쳤어요. 가장 크게 박수를 치는 사람은 김춘추였답니다. 김유신은 칼집에 칼을 꽂고 화랑들에게 인사했어요. 그러고 나서 쓰러진 화랑을 일으켜주려고 손을 내밀었지요. 쓰러진 화랑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김유신이 내민 손을 뿌리쳤어요. “흥! 무예 좀 한다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네 몸에는 멸망한 가야 왕족의 피가 흐르고 있어. 넌 절대 신라의 영웅이 될 수 없다고!” 그 말에 김유신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어요. 멸망한 가야의 핏줄, 그것은 김유신에게 가장 큰 상처였지요. 김유신의 증조할아버지 구해왕은 금관가야의 왕이었답니다. 그런데 구해왕은 신라 법흥왕이 가야를 치러 오자 항복하고 말았어요. 신라 왕실은 구해왕을 따뜻하게 맞이했어요. 구해왕도 신라에 충성을 다했지요. 구해왕의 아들 김무력은 전쟁터에서 훌륭한 공을 세워 신라 장수들을 제치고 각간이라는 높은 벼슬을 맡았어요. 김 무력의 아들 김서현도 신라를 대표하는 명장이었지요. 그 김서현의 아들이 바로 김유신이에요. 김유신 또한 신라에서 제일가는 화랑으로 칭송받았어요. 그러나 신라의 귀족들과 대신들은 은근히 가야의 후손인 김유신의 집안을 무시하거나 질투했지요. ‘아무리 공을 세우면 뭐해? 그래봤자 망한 나라의 후손인데.’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신라 귀족들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김서현은 김유신이 화랑으로 뽑혔을 때 이렇게 당부했어요. “우리 집안 사람은 더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신라 사람보다 훨씬 많이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거라.” 김유신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무예를 익혔지요. 그렇지만 동료 화랑에게 가야의 핏줄이라는 비난을 받을 때는 다리에 힘이 빠졌어요. 하지만 김춘추는 김유신을 위로해 주었지요. “유신! 자네 증조할아버지는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셨네. 질게 뻔한 전쟁을 해서 불쌍한 백성들이 목숨을 잃는 걸 두고 볼 수 없으셨던 거야. 자네는 자랑스런 핏줄을 타고났으니 절대 주눅 들지 말게." “신라 왕족인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좀 이상하군.” 김유신은 쓴웃음을 지었어요. 그러면서도 김춘추 같은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졌어요. “춘추! 자네가 내 가족이면 참 좋겠어.” “자네와 나는 이미 친형제나 다름없네.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니까.” 김유신과 김춘추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어요. “언니! 춘추 공 정말 멋지지 않아?” 이제 막감은 머리의 물기를 닦아내며 문희가 물었어요. “글쎄, 난 잘 모르겠던데.” 이부자리를 펴던 보희는 새침하게 말했지요. “난 춘추 공이 마음에 들어. 춘추 공이 청혼하면 당장 받아들일 텐데.” 사실 보희의 가슴도 두근두근 뛰었어요. 보희도 춘추 공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러나 보희는 문희보다 철이 들었기에 현실을 잘 알고 있었지요. “문희야, 춘추 공은 여왕 폐하의 조카야. 그런데 어떻게 네가 그분과 혼인을 하니?” 그러나 문희는 야무지게 말했어요. “춘추 공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나도 포기하겠지만 신분 때문에 물러서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문희도, 보희도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잠들었던 보희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어요. 문희도 덩달아 잠에서 깼지요. “문희야, 정말 망측한 꿈을 꿨어. 내가 토함산에 올라갔는데 오줌이 마려운 거야. 그래서 사람 없는 곳을 찾아 몰래 오줌을 누었지. 그랬더니 오줌에 서라벌이다 잠겨버린 거 있지? 아이, 부끄러워. 처녀가 그런 꿈을 꾸다니.” “서라벌이 다 잠겼다고? 그건 언니가 대단한 힘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보희는 고개를 저었어요. “그럴 리가 없어. 생각하기도 싫어.” 그러자 문희가 제안했답니다. “언니가 갖고 싶어 하는 내 비단 치마를 줄 테니까 그 꿈을 나한테 팔아.” 보희는 망측한 꿈을 예쁜 치마와 바꾼다는 게 미안했지만, 그 꿈을 얼른 잊어버리고 싶고 치마도 탐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문희는 장롱에서 치마를 꺼내 보희에게 주고는 창문을 열었지요. 그리고 환하게 빛나는 달님을 향해 기도를 올렸어요. “달님! 이제 서라벌이 잠기도록 오줌을 눈 건 보희가 아니라 문희입니다. 이것을 잊지 마시고 제 꿈을 이뤄주세요.” 보희는 그런 문희를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보았답니다. 햇볕 좋은 오후, 김유신의 집 마당에서 김유신과 김춘추는 공을 차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만 실수로 김유신이 김춘추의 옷고름을 밟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김춘추의 옷고름이 떨어지면서 저고리 앞섶이 활짝 열렸지요. “아이고, 미안하네.” “아니, 괜찮아. 새끼줄로 동여매고 가지, 뭐.” 김춘추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어요. “왕족인 자네가 새끼줄로 옷을 여미고 다니면 안 되지.” 김유신은 김춘추를 자기 방에 가있으라 하고 별당으로 달려갔어요. 마침 보희가 툇마루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지요. “보희야, 내가 실수로 춘추공의 옷고름을 밟아 옷고름이 떨어졌단다. 그래서 우선 내 방에 있으라 했으니 가서 춘추 공의 옷고름 좀 달아주렴.” 그러자 보희는 고개를 저었어요. “오라버니, 처녀가 부끄러워서 어찌 그런 일을 해요?” 김유신은 난처했어요. 그때 방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문희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오라버니, 제가 할게요.” “그래, 고맙다. 어서 가서 좀 도와주렴.” 문희는 반짇고리를 챙겨들고 김춘추가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갔어요. 문희를 보자 오히려 김춘추가 더 당황했지요. 그러나 문희는 여유 있게 미소를 지으며 김춘추의 옷고름을 꿰매주었어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면서 즐겁게 바느질을 하는 문희의 모습을 바라보던 김춘추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어요. 활달하고 솔직한 성격의 문희는 지금까지 김춘추가 대궐에서 보던 왕족 아가씨들과는 달랐답니다. 김춘추와 문희의 시선이 자꾸만 마주쳤어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거예요. 김춘추와 문희는 몰래 만나기 시작했어요. 왕족인 김춘추가 신분이 다른 문희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알려지면 김춘추와 문희는 물론이고 김유신까지 곤란해질 수 있었거든요. 둘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만 마음이 무거웠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몰래 만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문희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가 임신한다는 것은 그 여자는 물론 집안 전체의 수치였어요. ‘집안 식구들이 알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 문희는 이 사실을 김춘추에게 알렸어요. 그러나 김춘추도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문희는 몇 번이나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려고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요. 김춘추는 김유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요. 김유신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문희를 만나왔으니까요. 김유신은 활달하던 문희가 늘 방에만 있고, 김춘추가 자기를 피하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문희는 용기를 내어 김유신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어요. 김유신은 노발대발했어요.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가 임신을 하다니! 너는 우리 집안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너를 죽여 집안의 명예를 되살리겠다.” 김유신은 하인들을 시켜 장작을 쌓게 한 다음 명령했어요. “너는 집안의 수치다! 얼른 이곳으로 올라가거라.” 문희는 눈물을 꾹 참으며 장작더미 위로 올라갔어요. 김유신의 명령에 하인들은 울먹이며 장작에 불을 붙였지요. 검은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때, 대신들과 김춘추를 거느리고 첨성대 주변을 산책하던 선덕여왕이 검은 연기를 보게 되었답니다. “춘추야, 네 친구 유신 공의 집이 저 부근 아니냐? 그 근처에서 불이 났나 보다.” 사람들이 연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김유신 집의 하인이 울며 달려오더니 김춘추 앞에 엎드렸어요. “제발 우리 문희 아가씨를 살려주십시오. 문희 아가씨가 춘추 공과 몰래 만나고 임신까지 했다는 걸 안 유신 공께서 지금 문희 아가씨를 불에 태워 죽이려고 하십니다.” 그 말에 선덕여왕과 대신들은 모두 놀랐어요. 김춘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지요. “여봐라, 뭣들 하느냐. 불이 저렇게 타오르고 있는데. 여왕의 명령이니 문희 낭자를 살려주라고 김유신 공에게 전하거라.” 대신들이 김유신의 집으로 달려갔어요. 김춘추는 선덕여왕 앞에 엎드려 애절하게 하소연했어요. “이모님,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왕족인데도 신분이 다른 문희 낭자를 사랑했습니다. 저는 낭자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제발 저희들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선덕여왕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김춘추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어요. “사람의 마음은 신분보다 더 강한 법이다. 왕의 권한으로 너와 문희의 혼인을 허락하마.” 그리하여 김춘추와 문희는 성대한 혼례식을 올렸어요. 몇 년 뒤 선덕여왕의 뒤를 이은 진덕여왕마저 자식 없이 죽자 김춘추가 왕이 되었어요. 그리고 문희는 왕비가 되었지요. 문희가 비단 치마 한 벌로 산 꿈, 그것은 바로 왕비가 되는 꿈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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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 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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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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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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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은 아름다운 곳 이었어요. 서라벌에는 토함산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특히 저녁노을이 질때 보이는 부드러운산의 능선은 보는이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켰어요. 덩, 덩, 덩!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서라벌에 울려 퍼졌어요. 신라의 국교가 불교였기 때문에 서라벌에는 절이 많았지요. 그래서 저녁이 되면 어디서나 종소리를 들을수 있었답니다. 김무림과 그의 아내는 서라벌의 어느절에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어요. 김무림은 소관이라는 높은벼슬을 지내고 있는 귀족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것으로 칭찬이 자자했지요. 남 부러울것 없어 보이는 이 부부 에게도 걱정은 있었어요. 바로 자식이 없다는것 이었지요. 부부는 매일 저녁 절에 와서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어요. “부처님, 아이를 얻게 되면 부처님의 참된 제자가 되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어느날, 잠을 자던 김무림의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어요. 그 소리에 놀란 김무림도 잠이 깼지요. “부인, 왜 그러시오. 악몽이라도 꾸었소?” 김무림의 아내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꿈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산을오르고 있는데,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 떠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큰별 하나가 저를 향해 날아 오더군요. 너무 놀라얼떨결에 그 별을 품에 안았는데 어찌나 뜨겁던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아내의 말을 듣고 김무림이 기뻐하며말했어요. “부인! 그 꿈은 분명 태몽이오. 드디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아이를 주시려나보오.” 부부는 기뻐하며 부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어요. 김무림의 아내는 곧 아이를 가졌어요. 그리고 열 달이 지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답니다. 뒤늦게 자식을 본 김우림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지요. 김무림은 아이의 이름을 선종랑이라 짓고 정성껏 키웠어요. 선조랑은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글을 익히고 몸가짐을 단정히 했어요. 불경도 열심히 읽었고요. 선종랑은 특히나 욕심이 없었어요. 장난감이나 먹을 것이 생기면 다른 아이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어요.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지요. 김무림의 아내는 혹시라도 선종랑이 몸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여 고기를 먹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선종랑은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것도 죄악인데 어떻게 먹기까지 하겠느냐며 끝내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어요. 선종랑이 불경에만 파묻혀 살자 김무림의 아내는 걱정을 했어요.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 스님이 될 모양이에요.” 김무림이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어요. “선종랑을 낳기 전에 아이를 주시면 부처님의 제자로 키우겠다 약속하지 않았소? 그러나 선종랑이 스님이 된다고 해도 말릴 수는 없소.” 사실 김무림도 선종랑이 결혼도 하고 벼슬도 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과 한 약속이었지요. 몇 년 뒤, 김무림부부는 병이 들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선종랑은 부모님의 장례를 정성껏 치른 다음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남은 돈으로는 원녕사라는 절을 지었어요. 그리고 스님이 되어 ‘자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선종랑이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선덕여왕은 신하를 보내자 자장 스님을 설득했어요. “선종랑! 여왕님께서 당신을 필요로 하시니 어서 대궐로 들어오시오.” 선종랑은 신하에게 호통을 쳤어요. “선종랑이라니, 그게 누구요? 내 이름은 자장이오! 그리고 스님이 어찌 벼슬을 한단 말이오?” 이 말을 전해 들은 선덕여왕은 안타까워했어요. “우리 신라에 꼭 필요한 인재인데......” 선덕여왕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자장 스님을 설득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자장 스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단 하루를 살아도 부처님 안에서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부처님의 품을 떠나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요.” 선덕여왕도 더는 자장 스님에게 대궐로 들어오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자장 스님은 꾸준히 불경 공부를 했지만, 조금씩 답답함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신라불교는 역사가 너무 짧아서 공부를 깊이 할 수가 없구나. 우리보다 먼저 불교를 받아들인 당나라에 가서 더 깊게 공부를 해보아야겠다.’ 자장 스님은 당나라로 떠났지요. 당나라에는 신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부할 것이 많았어요. 뿐만 아니라 인도나 티베트 같은 외국에서 온 스님들도 많았고요. ‘부처님이 태어나 신나라 인도에서 온 스님들이 이렇게 많다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좋은 스승을 찾아다니며 7년이라는 시간을 불경 공부에 매달리는 동안 자장 스님은 당나라에서 손꼽히는 스님이 되었답니다. 선덕여왕은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편지를 보냈어요. 자장 스님은 고민에 빠졌어요. ‘내 마음의 평화만 찾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처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신라로 돌아가 두려움에 떠는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자장 스님은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부처님! 제조국 신라는 작고 약한 나라여서 외적의 침입이 끊이지 않습니다. 신라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날도 자장 스님은 기도 전에 목욕을 하려고 한 선지라는 연못으로 갔어요. 이때 갑자기 연못에 물안개가 끼더니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 나타났어요. 자장 스님은 깜짝 놀라 그 노인을 바라보았어요. “놀라지 마시오. 나는 한 선지를 지키는 신선이오. 부처님의 심부름으로 그대를 찾아왔소.” 자장 스님은 무릎을 꿇고 귀를 기울였지요. “신라로 돌아가 황룡사에 9층 목탑을 세우고 신라를 위해 기도하시오. 그러면 신라는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될 것이오.” 신선은 말을 마치더니 홀연히 사라졌답니다. 자장 스님은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한 선지를 향해 절을 올렸어요. 신라로 돌아온 자장 스님은 대궐로 가서 선덕여왕을 만났어요. 그리고 신선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어요. “황룡사에 9층 목탑을 세우면 신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선덕여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어요. “그렇습니다. 탑은 하늘을 향한 간절한 소망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신라는 백제, 고구려, 왜, 말갈, 당나라, 오월 등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걸핏하면 신라를 침략하거나 협박하지요. 그러니 이 나라들로부터 신라를 지켜내겠다는 소망을 담아 탑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라에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선덕여왕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신라의 모든 산을 뒤져 좋은 나무를 골라 황룡사에 9층 목탑을 만들라.” 선덕여왕은 자장 스님을 공사 책임자로 임명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신라 곳곳에서 좋은 나무들을 다 모아오긴 했는데, 정작 탑을 쌓을 줄 아는 기술자가 없었던 것이에요. 이리저리 알아보던 자장 스님은 백제에 있는 아비지라는 사람이 탑을 아주 잘 쌓는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지요. 자장 스님은 아비지에게 황룡사에 탑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신라와 백제는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데, 신라에 가서 탑을 쌓는 게 옳은 일일까?’ 며칠을 고민하던 아비지는 드디어 마음을 정했어요. ‘나는 탑을 쌓는 예술가다. 게다가 탑을 쌓는 것은 부처님의 뜻을 받드는 일이 아닌가?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신라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탑이라고 하니 가서 돕는 것이 옳겠다.’ 어렵게 마음을 정한 아비지는 신라로 찾아왔어요. 아비지는 황룡사에 어울릴만한 웅장한 탑의 모양을 결정했지요. 그런 다음 하루 종일 탑 쌓는 일에 매달렸답니다. 2년이 지나서야 황룡사 9층 목탑은 뼈대를 갖추게 되었어요. 자장 스님이 아비지에게 부탁했어요. “이제부터가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 아홉 개 층 하나하나는 신라를 괴롭히는 아홉 나라를 나타내지요. 맨 아래에서 부터 왜, 당나라, 오월, 탁라, 백제, 말갈, 단국, 여적, 예맥이라오.” 갑자기 아비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어요. “아홉 나라에 백제도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백제도 신라를 자주 침략하고 괴롭히지 않소?” 아비지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자장 스님도 마음이 아팠어요. 백제 사람인 아비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자장 스님은 다시 선덕여왕을 찾아가 말했어요. “예술작품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훌륭하게 완성됩니다. 부처님께 바치는 탑인만큼 순수하게 신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선덕여왕도 아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답니다. “나는 신라의 여왕이오. 아비지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신라를 먼저 생각해야 하오. 아비지를 설득해 어떻게든 탑을 완성시키시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자장 스님이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백제에서는 이미 우리 신라가 황룡사에 9층 목탑을 쌓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탑에 백제의 이름을 넣는다면 당장 신라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백제 대신 은유라는 오랑캐 나라의 이름을 넣는 게 어떨지요?” 자장 스님의 말에 선덕여왕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아비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스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자장 스님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아비지는 뛸 듯이 기뻤어요.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면 당장 일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날부터 아비지는 목탑 쌓는 일에 빠져들었지요. 자장 스님은 아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신라 사람이든 백제 사람이든 자기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 법이지. 하루빨리 백제와 신라가 하나가 되는 날이 와야 할 텐데......” 자장 스님은 혼잣말을 하며 합장을 했어요. 드디어 황룡사 9층 목탑이 완성되었어요. 신라가 평화 속에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이 탑은 신라 사람에게 위로와 평화를 가져다주었지요. 황룡사 9층 목탑이 완성된 뒤에도 자장 스님은 신라불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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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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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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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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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몇 시간째 풀숲에 숨어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소년이 보고 있는 건 저만치서 풀을 뜯고 있는 하얀 야생마였지요. 그 말은 튼튼하고 영리하기로 소문난 말이었어요. 그동안 여러 사람이 그 말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모두 헛수고였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말 뒷발에 차여 크게 다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소년은 꿋꿋하게 며칠째 이 야생마를 잡으려고 쫓아다니고 있었지요. 소년의 이름은 관창으로, 신라에서 용맹하기로 이름난 품일 장군의 아들이었어요. 관창의 몸은 온통 말에 올라타려다 떨어질 때 입은 상처투성이였어요. 하지만 관창은 포기하지 않고 말을 따라 이곳 언덕까지 올라온 것이었어요. ‘화랑은 싸움 중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아. 내가 말에게 질 줄 알아?’ 관창은 조그만 주먹을 야무지게 쥐었어요. 한참을 살피던 관창은 말을 향해 천천히 기어갔어요. 말에서 떨어질 때 다친 종아리가 아팠지만 꾹 참았지요. 말은 풀을 뜯는데 정신이 팔려있어 관창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관창은 잽싸게 몸을 날려 말 위에 올라탔어요. 히히히힝! 놀란 말은 이리저리 몸부림을 쳤지만 관창은 침착하게 말 등에 매달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말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는 속도가 빨라 관창은 금방이라도 몸이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만 같았지요. 관창은 두 손에 힘을 주어 야무지게 말갈기를 휘어잡고는 몸을 낮춰 중심을 잡았지요. ‘여기서 떨어지면 안 돼! 이 말이 나를 주인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해.’ 말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관창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어요. 관창이 탄 말은 언덕을 달리고 시내를 건너 시장으로 들어왔어요. 정신없이 날뛰는 말은 장사하는 사람의 물건을 뒤엎고, 가게 천막을 부수고, 시장 마당 한 켠에 쌓아둔 장작도 쓰러뜨렸어요. “아이코! 이게 무슨 난리야!” “모두들 비키세요! 위험해요!” 관창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말 등에 매달려 있는 관창을 발견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요. “아니, 세상에! 저 아이는 품일 장군 댁 아들이잖아?” “무슨 수로 야생마에 올라탄 거지?” 난리를 치며 달리던 말은 조금씩 관창을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관창은 마음 속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관창이 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품일 장군은 김유신 장군과 흠순 장군, 흠순 장군의 아들 화랑 반굴과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김유신 장군은 신라군의 우두머리로 고구려와 백제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장수였지요. 그때 갑자기 말 한 마리가 대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어요. 품일 장군은 관창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워! 워!” 관창이 침착하게 달래자 말은 숨을 고르며 그 자리에 얌전히 섰어요. 관창은 재빨리 말에서 내려 품일 장군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어요. “손님들을 놀라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어린 네가 말을 타다니!” 관창 옆으로 다가와 말을 살피던 반굴이 말했어요. “안장을 얹었던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야생마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반굴의 말을 듣고는 다시 한 번 놀랐지요. 관창을 지켜보던 김유신 장군이 인자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이 야생마를 어디서 잡았느냐?” “며칠째 지켜보다 드디어 오늘 성 밖 언덕에서 잡았습니다. 이제 이 말은 제 것입니다!” 관창의 야무진 대답에 흠순 장군은 품일 장군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품일 장군, 훌륭한 아들을 두셨구려!” 김유신 장군도 관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아무래도 너는 나중에 큰일을 할 듯 싶구나. 그래,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관창은 화랑 반굴을 쳐다보고 나서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저는 반굴 형님 같은 훌륭한 화랑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김유신 장군님 같은 영웅이 될 것입니다.” 관창의 대답을 들은 김유신 장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관창아, 너는 신라에서 제일가는 영웅이 될 게다.” 관창은 눈을 빛내며 김유신 장군을 바라보았어요. 시간이 흘러 관창은 어엿한 화랑이 되었어요. 화랑 반굴과 관창이 말을 타고 토함산 기슭을 달려가고 있었어요. 반굴과 관창은 토함산 정상에 도착했어요. 산 아래로 신라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어요.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신라에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지요.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공격하기로 한 것이었어요. 반굴과 관창도 이번 전쟁에 나가게 되었어요. 올해로 열여섯 살이 된 관창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 처음이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용기가 솟아나는 것 같았지요. “관창아! 우리, 신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자!” 반굴이 내민 손을 힘차게 잡으며 관창은 다짐했어요.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신라군은 소정방 장군이 이끄는 당나라군과 함께 백제의 황산벌에 도착했어요. 그 당시 백제 의자왕은 나라를 돌보지 않고 술과 여자에 빠져있었어요. 게다가 교활한 신하의 꼬임에 넘어가 충성스러운 신하들을 귀양 보내거나 사형에 처하는 일도 있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백제군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도 못했어요. 신라는 백제를 공격하기에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었지요. 소문에는 백제의 계백 장군이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황산벌로 오고 있다고 했어요. ‘신라군이 5만, 당나라 군이 13만......, 18만 대군을 고작 5천 명의 군사로 상대하겠다니, 과연 계백은 용기 있는 장군이다.’ 관창은 비록 적국의 장군이었지만 계백 장군이 존경스러웠어요. 드디어 황산벌 서쪽에서 계백 장군이 이끄는 5천 명의 백제 결사대가 나타났어요. 신라군과 당나라군은 터무니없이 적은 백제 군사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지요.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백제 결사대에게 신라군과 당나라군이 밀리기 시작했어요. 계백 장군은 적군의 앞으로 나가며 힘차게 외쳤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군사들이여! 백제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자!” 계백 장군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신라와 당나라의 군사들이 낙엽처럼 쓰러졌어요. 계백 장군의 모습을 본 백제군은 용기를 내어 더욱 거세게 싸웠어요. 신라군과 당나라군은 백제 결사대의 엄청난 기세에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결국 싸움에서 지고 말았어요. 예상치 못한 백제군의 공격에 김유신 장군을 비롯한 신라 장군들은 고민에 빠졌어요. 흠순 장군이 화랑 반굴을 막사 안으로 불러들였어요. “반굴아! 백제의 강한 공격으로 신라군과 당나라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네가 적진으로 들어가 용감하게 싸워 신라의 사기를 올려주어야겠다.” “아버지의 뜻을 기꺼이 받들겠나이다!” 반굴은 곧 군사 3천 명을 이끌고 백제군과 전투를 벌였지만 여전히 백제군의 반격은 아주 거셌지요. 휭! 그때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반굴의 가슴에 꽂혔어요. 말에서 떨어진 반굴은 목숨을 잃고 말았지요. 반굴의 죽음을 본 신라군은 겁을 먹고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반굴이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라군과 당나라군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당나라 소정방은 전쟁에 진 책임을 신라군에게 돌렸고, 신라 군사와 당나라 군사는 걸핏하면 다투기 시작했지요. 관창은 형님으로 따르던 반굴이 백제 군사가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겨있었어요. 그때 품일 장군이 관창을 불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관창아, 반굴은 죽음으로써 신라와 화랑의 명예를 살렸다. 이제는 네가 나설 차례다!” “아버지!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반굴 형님의 원수를 갚고 계백의 목을 가져 오겠습니다.” 관창은 말을 타고 백제군 진영으로 달려갔어요. 관창은 검을 휘두르며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갔어요. 하지만 관창 혼자 싸우는 것은 무리였지요. 백제군에게 사로잡힌 관창은 계백 장군 앞으로 붙들려 갔어요. “혼자 몸으로 적진에 들어오다니 참으로 맹랑한 놈이구나.” 계백 장군은 부하들에게 일러 투구를 벗기게 했지요. 투구를 벗은 관창의 얼굴을 본 순간 계백 장군은 깜짝 놀랐어요. 관창은 전쟁에 나오기에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거든요. “대체 너는 누구냐?” “나는 신라 품일 장군의 아들, 화랑 관창이다!” 관창은 적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아직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인가?” “나는 올해 열여섯 살이다!” 관창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계백 장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이번 전쟁에 나올 때 죽기를 각오하고 내 손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고 나왔다. 나의 가족이 살아남아 적의 포로가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너는 내 막내아들과 나이가 같구나. 이번만은 살려 줄 테니 어서 돌아가도록 해라!” 계백 장군이 눈짓을 하자 부하들이 관창을 말에 태워 돌려보냈지요. 품일 장군은 돌아온 관창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어요. “누가 너더러 살아 돌아오라고 했느냐? 네가 할 일은 화랑으로서 장렬하게 싸워 우리 신라군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관창은 고개를 숙이고 품일 장군의 말을 듣고 있었어요. ‘겉으로 이렇게 화를 내시지만 속으로는 나를 아끼신다는 것을 잘 안다. 백제의 계백 장군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그러나 계백 장군은 나의 적! 아버지의 말씀대로 나는 신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 관창은 이렇게 다짐하고는 품일 장군이 머무는 막사 앞에서 큰절을 올렸어요. “아버지! 이번에는 반드시 적장 계백의 목을 베어 오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신라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관창은 말에 올라타 백제군의 진영으로 달려갔어요. 멀어지는 관창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품일 장군은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어요. “적장 계백은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관창은 소리를 지르며 백제군에 맞서 싸웠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백제군에게 붙잡혀 계백 장군의 막사 안으로 끌려갔어요. “그렇게 알아듣게 타일렀거늘 어찌 다시 돌아왔는가? 정녕 목숨을 버리려느냐?” 계백장군이 호통을 쳤어요. 하지만 관창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계백 장군을 노려보며 말했지요. “나는 신라의 화랑이다! 화랑은 싸움에서 질지언정 결코 물러나지는 않는다. 나는 계백의 목을 베러 왔다. 그러니 목을 내놓든가, 아니면 내 목을 베어라!” 계백 장군은 관창의 용기가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어요. “신라 화랑 관창! 네 용기와 기상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너와 나는 적이니 이제 나도 더 이상 너를 살려둘 수가 없구나. 나를 용서해라.” 계백이 신호를 하자 둘러서 있던 백제 장수가 관창의 목을 베었어요. “품일 장군님! 관창의 말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보초를 서던 군사의 말에 품일 장군과 김유신 장군이 뛰어나왔어요. 말안장에는 관창의 목이 매달려 있었어요. 품일 장군은 천천히 다가가 관창의 목을 끌어안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너는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자랑스런 화랑이다. 장하구나, 내 아들아!” 이 모습을 본 신라군의 가슴에 커다란 분노가 일고 용기가 솟아올랐어요. “저렇게 어린 소년도 신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우리가 이렇게 죽치고 있어야 되겠는가!” “나가자! 나가서 싸우자!” 분노한 신라군은 성난 파도처럼 백제군을 향해 뛰어 들어갔어요. 백제 결사대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지만 관창의 죽음으로 사기가 오른 신라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어요. 신라군은 계백 장군의 결사대를 무찌르고 그 기세를 몰아 백제를 정복했어요. 관창의 용감한 죽음으로 신라는 삼국 통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화랑 관창은 신라의 영웅으로 남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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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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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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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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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김용춘과 김서현이 이끄는 신라군이 고구려의 낭비성으로 향했어요.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운데 힘이 가장 약한 신라는 끊임없이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을 받고 있었지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신라도 군사력을 길러 고구려를 치고 말겠다.” 진평왕은 왕족 출신 김용춘을 대장군으로, 최고 장수 김서현을 대장으로 한 군대를 만들어 낭비성을 공격하도록 명령했어요. 신라 군사 중에 유난히 용맹한 기세로 말을 달리는 군사 한 명이 눈에 띄었어요. 바로 김서현 장군의 아들 김유신이었지요. ‘반드시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겠어. 그래서 아버지 처럼 신라 최고의 장수가 될거야!’ 김유신은 말고삐를 힘차게 당기며 다짐했어요. 한참을 달린 신라군은 낭비성이 보이는 언덕에 이르렀어요. “신라군이여! 낭비성을 빼앗아 고구려의 기세를 꺾어놓자!” 신라군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낭비성을 향해 달려갔어요. 그때였어요. 피융, 피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어요. 고구려 군사들이 숨어 있다가 신라군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한거예요. 당황한 신라군이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은 이미 고구려군으로 둘러싸여 있었지요. “아뿔싸! 우리가 속았다. 함정에 빠지고 말았구나! 어서 후퇴하라!” 김용춘 대장군과 김서현 대장이 명령을 내렸지만 너무 늦었어요.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화살에 신라군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지요. 신라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했어요. 신라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김용춘 대장군이 공격 명령을 내려도 군사들은 쭈뼛거리며 눈치만 볼 뿐 싸우려 하지 않았어요. 그 때 김유신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어요. “대장군님! 제가 나가 싸워 신라군의 사기를 올리겠습니다.” 김용춘 대장군은 물론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 대장도 깜짝 놀랐어요. “용기는 가상하다만, 너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전쟁터에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 않느냐?” 김용춘 대장군이 말렸지만 김유신은 이미 굳게 결심을 했어요. “군사는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전쟁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더구나 저는 화랑으로서 다른 군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김서현 대장은 아들의 용감한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지요. “좋다. 너의 이름을 걸고 용감하게 싸우고 돌아오너라!” 김용춘 대장군의 허락을 받은 김유신은 낭비성으로 달려갔어요. 김유신을 발견한 고구려 군사들도 달려왔지요. 하지만 김유신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고구려 군사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고구려군의 우두머리는 어서 나와 내칼을 받아라! 결투를 하여 내가 지면 우리 신라군이 물러나고, 내가 이기면 고구려군이 항복하고 물러나야한다.” 김유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구려 군사 가운데서 몸집이 큰 장수가 앞으로 나섰어요. “건방진 신라 꼬마야! 너는 오늘로 끝장이다!” 고구려 장수는 커다란 삼지창을 휘두르다가 그대로 김유신을 향해 뻗었어요. 김유신은 재빨리 삼지창을 피하고는 칼을 휘둘러 고구려 장수의 가슴을 찔렀어요. “우욱!” 고구려 장수는 가슴을 움켜쥐며 피를 토했어요. 고구려 장수가 말에서 떨어지자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라군이 함성을 질렀어요. “김유신이 고구려 장수를 물리쳤다!” “우리도 나가서 싸우자!” 고구려 군이 허겁지겁 반격했지만 신라군의 치열한 공격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만세! 우리가 낭비성을 함락*했다!” 김유신이 당당하게 낭비성 위로 올라가 신라의 깃발을 꽂았어요. 김서현 대장은 김유신이 자랑스러웠어요.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김용춘 대장군이 흐뭇하게 말했어요. “두고 보게. 김유신은 분명 신라의 영웅이 되어 삼국통일을 이룰 걸세.” 김유신은 낭비성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했어요. ‘비록 지금은 신라의 힘이 약하지만 고구려와 백제를 정복하고 반드시 삼국통일을 이룰 것이다!’ 김유신은 금관 가야의 후손으로 김유신의 증조할아버지는 금관가야의 구해 왕이었어요. 구해 왕은 신라의 법흥왕이 금관가야를 공격하자 신라에 항복하고 신라 사람이 되었지요. 신라 사람이 된 구해 왕과 자손들은 신라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요.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도 전쟁터에서 빛나는 공을 많이 세웠지요. 하지만 신라 귀족들은 김유신의 집안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어요. ‘망한 나라의 왕족 주제에 재주만 믿고 건방지게 구는군!’ 김유신이 화랑이 되어 뛰어난 무예실력을 보여도 친구들은 오히려 김유신을 따돌릴 뿐이었지요. 하지만 김유신에게도 의지가 되는 친구가 있었어요. 바로 신라의 왕족인 김춘추였지요. 김춘추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괴로워하는 김유신을 위로하며 김유신의 재능을 칭찬해 주었어요. “걱정 말게. 자네는 신라 최고의 영웅이 될 거야.” “고맙네. 자네도 신라 최고의 왕이 될 거야.” 김유신과 김춘추는 이렇게 서로를 격려했어요. 시간이 흘러 김유신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어요. 김유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은 서라벌에서 제일가는 미인으로 소문난 기생 천관이었어요. 천관은 김유신이 멸망한 금관가야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걸 알고 김유신을 더욱 애틋하게 생각했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사랑을 키워 갔어요. 김유신과 천관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소문은 금세 서라벌에 퍼졌지요. 하루는 김유신의 어머니만 명부인이 김유신을 불러 엄하게 꾸짖었어요. “너는 신라의 화랑으로서 장차 신라를 이끌어갈 사람이다. 더구나 너의 아버지는 멸망한 나라의 후예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신라 최고의 장수가 되셨다. 그런데 한낱 기생과 사랑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하고 네 장래까지 망친다면 더 이상 너는 우리 집안의 사람이 아니다.” 김유신은 입술을 깨물며 약속했어요. “어머니, 이제 다시는 천관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잊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천관을 잊을 수 없어 괴로워하던 김유신은 술을 마시며 그리움을 달랬어요. 그날도 술을 잔뜩 마시고는 말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한참을 가다 눈을 뜬 김유신은 깜짝 놀랐어요. 자신을 태운 말이 천관의 집 앞에 서있었거든요. 김유신의 말이 항상 하던 대로 천관의 집으로 온 것이었지요. 천관이 맨발로 뛰어나오며 김유신을 반겼어요. 김유신은 천관을 외면한 채 말에서 내려 칼을 뽑아 들었어요. “주인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은 필요 없다!” 김유신은 단칼에 말의 목을 베었어요. 그러고는 천관을 쳐다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렸답니다. 천관도 김유신의 뜻을 알기에 김유신을 붙잡지 않고 그 자리에서 눈물만 삼켰어요. 그날 이후, 천관은 김유신을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훗날 김유신은 천관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으로 천관의 집에 절을 짓고‘천관사’라 이름 지었어요. 멸망한 나라의 후손이라는 괴로움,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김유신은 이런 슬픔을 묵묵히 견디며 무예를 닦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그리하여 낭비성 전투에서 빛나는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 김유신은 어엿한 신라의 영웅이 되었어요. 화랑들도 예전처럼 김유신을 함부로 비웃지 못했지요. 김유신의 절친한 친구 김춘추가 누구보다 기뻐했어요. “우리 반드시 신라의 이름으로 삼국통일을 이루세.” 김유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김춘추의 손을 잡았어요. 김유신은 군사를 지휘하는 법을 부지런히 익혀 신라 최고의 명장이 되었어요. 김춘추는 사람을 설득하는 재능을 잘 살려 외교에 전념했지요. 당시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위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김춘추는 목숨을 걸고 당나라에 가 신라와 당나라가 손을 잡는 데 큰 몫을 맡았지요. 군사 분야에서는 김유신이, 외교 분야에서는 김춘추가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신라는 점차 강대국으로 커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신라에 큰 위기가 닥쳤어요.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여 신라의 당항성을 점령한 거예요. 당항성은 신라가 당나라를 오가는 길목으로 신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지요. “김유신 장군! 그대만이 신라를 이 위기에서 구할 수 있소.” 선덕여왕은 김유신을 대장군 다음 직책인 상장군에 임명했어요. 김유신은 신라군을 이끌고 백제의 가혜성을 공격했어요. 백제는 고구려와 함께 당항성을 공격하느라 가혜성 수비에 신경을 쓰지 못했지요. 김유신은 신라 군사들에게 엄하게 명령했어요. “백제군을 공격하되 일반 백성은 결코 해쳐서는 안 된다. 함부로 노략질을 해서도 안되고 신라에 항복하는 자는 따뜻하게 맞이하라!” 그러자 백제 군사와 백제 백성들은 순순히 신라에 항복해 왔어요. 당황한 고구려 군과 백제군은 나머지성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당항성을 떠났고, 신라는 당항성을 되찾을 수 있었지요. 김유신이 선덕여왕에게 승리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대궐로 갈 때였어요. 군사 하나가 급하게 달려와 말했어요. “장군님, 큰일 났습니다. 백제군이 국경 근처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김유신은 그 길로 바로 군사를 이끌고 다시 전쟁터로 향했어요. 한편, 김유신의 집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김유신을 위해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가족들은 김유신이 거의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대문 밖으로 나와 김유신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대문 앞까지 온 김유신은 가족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어요. 김유신이 부하를 불러 말했어요. “우리 집으로 가 우물물 한 그릇만 떠오너라.” 김유신은 부하가 떠온 우물물을 받아 꿀꺽꿀꺽 마시고는 호탕하게 말했어요. “물맛이 변하지 않았으니 모두 잘 지내고 있겠구나. 이제 그만 가자!” 자신의 가족보다 나라를 위하는 김유신의 모습을 본 신라군은 사기가 한층 더 높아져 전쟁에서 크게 이겼답니다. 선덕여왕의 뒤를 이은 진덕여왕이 자식 없이 죽자 조카인 김춘추가 왕위에 올랐어요. 바로 제29대 태종무열왕이에요. 김춘추가 왕위에 오르면서 김유신은 든든한 세력을 얻었어요. 태종무열왕은 뛰어난 외교술로 당나라로부터 도움을 약속받았어요. 김유신과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 연합군은 황산벌에서 백제의 5천 결사대와 전투를 벌였어요. 황산벌전투에서 승리한 나당 연합군은 백제 수도사 비성을 공격하여 마침내 백제를 멸망시켰어요. 그런데 당나라 황제가 신라를 도와준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 당나라는 신라에 힘을 빌려주어 백제를 친 다음, 신라를 차지할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태종무열왕은 이미 당나라 황제의 속셈을 꿰뚫었어요. 그래서 김유신과 계획을 세워 당나라 군을 공격했지요. 신라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당나라 군의 대장군 소정방은 당나라로 달아나고 말았답니다.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김유신은 신라에서 왕 다음으로 높은 대각간이 되었어요. “폐하! 폐하와 제가 젊었을 때 한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힘을 합쳐 삼국통일을 이루자는 것 말입니다.” 김유신의 말에 태종무열왕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소. 이제 고구려를 정복하는 일만 남았소. 머지않아 그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이오.” 하지만 태종무열왕은 김유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폐하! 제가 반드시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겠나이다.’ 김유신은 태종무열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문무왕과 함께 고구려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어요. 때마침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죽음으로 나라 안이 혼란스러웠어요. “폐하! 지금이야말로 고구려를 칠 좋은 기회입니다.” 김유신의 말에 문무왕은 고구려 공격에 나섰어요. 고구려 군도 거세게 반격했지만 이미 연개소문의 세 아들의 권력싸움으로 약해진 고구려는 신라의 적수가 되지 못했지요.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손에 넣은 신라는 드디어 삼국통일을 이루게 되었어요. 김유신은 태종무열왕을 떠올렸어요. “폐하! 드디어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서라벌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김유신의 집에서 수십 명의 군사가 울며 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었어요. 소문을 들은 김유신이 슬픈 얼굴로 말했어요. “그 군사들은 진짜 군사가 아니라 내 속에 있던 영혼들이다. 영혼이 빠져나갔으니 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김유신은 문무왕을 찾아가 말했어요. “큰 나라는 이룩하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부디 충성스러운 신하를 가까이 두셔서 나라를 잘 다스려주소서.” 문무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유신의 손을 꼭 잡았어요. 며칠 뒤, 김유신은 79살의 나이로 생을 마쳤어요. 나라를 위해 자신의 행복도 기꺼이 버렸던 김유신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영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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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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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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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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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평왕 시절, 불지촌이란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불지촌은 ‘부처의 지혜가 피어난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이 마을에 설담날 부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설담날 부부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식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설담날의 아내는 하늘에서 큰 별 하나가 쏜살같이 자신의 품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고 아이를 가졌어요. 설담날 부부는 아이를 낳기 위해 고향으로 가고 있었지요. “아! 여보, 배가 아파 오는 걸 보니 아이가 나오려나 봐요!” 밤나무골에 이르렀을 때 설담날의 아내가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설담날은 부랴부랴 마른 풀을 긁어모아 아내가 누울 자리를 마련했지요. “어서 이리로 누우시오.” 설담날의 아내가 자리에 눕자마자 금세 갓난아이의 힘찬 울음소리가 밤나무골 가득히 울려 퍼졌어요. “아니, 저것이 무엇일까?” 설담날은 아내가 누워 있는 쪽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지금 막 태어난 갓난아이 주위로 오색찬란한 구름이 떠 있었어요. 그 구름은 점점 퍼지더니 마침내 온 골짜기를 뒤덮었지요. 불지촌 사람들도 아름다운 구름을 보고 밤나무골로 뛰어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설담날이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말했지요. “하늘의 빛을 받고 태어난 아이가 여기 있구려!” “우리 불지촌에 큰 인물이 태어난 것 같네요.”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둘러싸고 신기해 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설담날은 아내에게 말했어요. “이 아이는 하늘의 빛을 받아 얼굴에 성스러움이 가득하구려. 아이 이름을 서당이라고 짓고 크게 키우도록 합시다.” 이 아이가 바로 신라의 불교를 크게 일으켜 세운 원효 스님이랍니다. 원효 스님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는 스승 없이도 혼자 학문을 닦을 정도로 총명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황룡사에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지요. 어느 날 원효 스님은 의상 스님이 있는 낙산사를 찾아가고 있었어요. 남쪽 들녘에 이르렀을 때, 한 여인이 논에서 벼를 베고 있었지요. 평소 장난을 좋아하는 원효 스님은 여인에게 농담을 건넸어요. “배고픈 중에게 그 벼라도 좀 주시려오?” 그러자 여인이 대답했어요.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드릴 것이 없소이다.” 원효 스님은 무안해서 껄껄 웃으며 자리를 떴어요. 얼마를 걸어 시냇가에 이르자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원효 스님이 마실 물을 청하자 여인은 빨랫감을 담궈 놓은 물을 떠 주는 것이었어요. 원효 스님은 깜짝 놀라 그 물을 쏟아 버리고 손수 깨끗한 물을 찾아 마셨답니다. 그때였어요. 옆에 있던 소나무 위에서 스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스님, 스님.” 원효 스님이 올려다보니, 파랑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스님을 부르는 것이었어요. “아니, 네가 나를 불렀느냐?” “스님밖에 누가 더 있답니까?” “그래, 무슨 일이냐?” “스님은 그만 포기하세요.” 파랑새는 그 말을 하고는 푸드득 날아가 버렸어요. 원효 스님이 둘러보니 소나무 아래 붉은 신 한 짝만이 놓여 있었어요. 원효 스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 신발을 주워 들고 걸음을 재촉했어요. 저녁 무렵에 낙산사에 도착한 원효 스님은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일어서다가 무심히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았지요. 그림 속 소나무 가지에는 아까 본 파랑새와 똑같이 생긴 새가 앉아 있고, 나무 아래에는 관세음보살이 서 있었어요. 그런데 그 관세음보살은 붉은 신을 한 짝만 신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가만히 다가가 관세음보살의 얼굴을 살피던 원효 스님은 더욱 놀랐어요. 관세음보살의 얼굴이 낮에 우연히 마주쳤던 벼 베던 여인, 빨래하던 여인과 똑같았던 거예요. ‘이럴 수가. 내가 얼마나 마음이 맑지 못했으면 관세음보살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했을까!’ 원효 스님은 이렇게 한탄했어요. 그리고 관세음보살이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자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요. 먼저 벼 베는 여인이 원효 스님에게 벼를 주지 않은 이유를 생각했어요. ‘내가 중이라는 이유로 일하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히 여겨서 꾸짖은 게로구나.’ 다음에는 빨래 담근 물을 떠 주던 여인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다가 손뼉을 쳤어요. ‘그래! 부처님께서는 더러운 것이든 깨끗한 것이든 마음에 두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는 물이 더럽다는 이유로 그 여인의 정성을 무시했어. 내가 잘못했구나.’ 이 일을 계기로 원효 스님은 더욱 불교 공부에 힘썼어요. 그리고 새로운 결심을 했어요. “이 좁은 신라 땅에서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넓은 당나라로 가서 불교에 대해 깊이 공부해 보자.” 원효 스님은 결심한 것을 의상 스님에게 말했어요. “참으로 좋은 생각일세. 지금 당장 떠나세.” 그리하여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은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어요. 어느 날, 온종일 걷던 두 스님이 산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마침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요.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야겠네.” 의상 스님의 말에 원효 스님도 찬성했어요. “오, 저기 동굴이 있군. 밖에서 자는 것보다 저기가 낫겠어.”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했던 두 스님은 동굴 바닥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어요. 얼마가 지나고 원효 스님은 심한 갈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 목이 마르군. 물, 물이 어딨지?’ 스님은 잠이 덜 깬 상태로 머리맡을 더듬거렸지요. ‘마침, 여기 물그릇이 있군.’ 스님은 그릇을 들고 벌컥벌컥 시원하게 물을 마셨어요. 그러고는 곧 잠에 빠져들었답니다. 이튿날 잠에서 깬 원효 스님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해 대기 시작했어요. “우웩! 우웨엑!” 그 소리에 의상 스님이 잠에서 깨어났지요. “아니, 이 사람아. 왜 그러는가?” “저 물! 저 더러운 물을 내가 마셨다네. 우웩!” 원효 스님이 가리키는 곳에는 흉측한 해골이 있었어요. 원효 스님은 간밤에 자다가 목이 말라 해골에 고인 빗물을 마셨던 거예요. “아니, 어째서 해골에 담긴 물을 마셨단 말인가?” “지난밤에 목이 말라 해골물인 줄 모르고 마셨던 걸세.” “그럼 물을 마신 것은 지난밤인데 어째서 지금 구역질을 하는 건가? 구역질을 하려면 지난밤에 했어야지.” 의상 스님의 말을 들은 원효 스님은 구역질을 멈췄어요.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이 멍한 표정이었지요. ‘그래, 모르고 마셨을 땐 물맛이 그렇게 시원하고 달더니 골에 고인 썩은 빗물임을 알게 되니까 뱃속이 뒤집히도록 구역질이 나오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원효 스님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해골물은 그대로인데 어째서 어제는 그토록 달콤했다가 오늘은 구역질이 날 만큼 더럽게 여겨지는 걸까?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해골물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어제는 해골물인 줄 모르고 있다가 오늘은 알게 되었다는 차이일 뿐이었지요. 원효 스님은 문득 깨달았어요. ‘그렇다! 이 세상 모든 이치가 오로지 마음에 달렸구나!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거야. 그렇다면 굳이 먼 당나라까지 가서 불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의상 스님이 일어서며 말했어요. “하하하. 원효, 정신을 어디 두고 있는가? 날이 밝았으니 다시 길을 떠나세.” “의상, 나는 당나라에 가지 않으려네.” “아니, 왜 그러는가?” “불법을 공부하러 굳이 당나라까지 갈 필요가 없네. 나는 도가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 원효 스님은 그때부터 사람들이 보기에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아니, 저런 형편없는 중놈이 있나? 저길 좀 보게. 머리를 깎은 중놈이 떡하니 술을 마시지 않나?” “술뿐인가? 잘 보게나. 안주로 먹는 게 고기 아닌가!” “어럽쇼? 한 손엔 술병을 들고, 다른 손으로 주모 손을 잡고 장난을 치고 있네 그려!” “도대체 저 중놈이 누군가?” “원효라고 하는군.” “아니, 원효라면 덕이 높기로 유명한 스님이신데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지?” 사람들은 원효 스님의 변한 모습을 보고 혀를 찼어요. 스님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는데 고기나 술을 먹어서는 안 되고, 또 여자와 어울리면 안 된다는 것들이었어요. 그러나 원효 스님은 이런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했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원효 스님을 미치광이라며 손가락질했어요. “저런 주정뱅이가 스님이라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봐.”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원효 스님에게 점잖게 충고했어요. “부처님의 제자가 이렇게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함부로 행동해서야 되겠소?” 그럴 때면 원효 스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난 술을 마실 때도 부처님께 기도를 하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부처님께 기도를 하는 순간에도 돈 생각, 자식 생각 등으로 마음을 어지럽힌답니다. 그러니 술을 먹고 안 먹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요. 하하하.” 그러다가도 마음이 내키면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도 했어요. “몸은 계율을 지키면서 마음으로는 추악한 생각을 하는 것이 더 나쁜 것입니다. 몸이 계율을 어겨도 마음이 순수하면 그 사람이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원효 스님은 늘 이렇게 말했어요. 이 무렵, 왕비가 큰 병에 걸렸어요. 유명한 의사들도 고치지 못하고 별별 약을 다 써도 소용이 없었어요. 생각다 못 한 진평왕은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약을 구해 오게 했어요. 사신이 배를 타고 당나라에 도착했을 때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을 만났어요. 노인이 물었어요. “어디서 온 사람인고?” “신라의 사신으로 왕비님의 약을 구하러 왔습니다.” “잘 왔소. 왕비는 곧 나을 것이오.” “무슨 신통한 약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세상에 전해지지 않은 금강삼매경이라는 불경이 있소. 이 책을 세상에 퍼지게 하면 왕비의 병이 깨끗이 나을 것이오.” 노인은 사신의 다리를 찢고 그 속에 불경을 넣은 다음 약을 발라 주었어요. 신기하게도 사신은 아픔을 느끼지 않았지요. “이 불경을 가지고 가서 원효 대사에게 해석해 달라고 하시오. 그래야 왕비의 병이 나을 것이오. 꼭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오.” 신라로 돌아온 사신은 진평왕에게 당나라에서의 일을 말했어요. 그러고는 금강삼매경을 바쳤지요. 진평왕은 매우 기뻐하며 곧 원효 스님을 찾아오라고 명했어요. 신하가 경전을 들고 원효 스님을 찾아갔더니 원효 스님은 이미 소를 타고 마중을 나와 있었어요. 신하가 불경을 올렸더니 원효 스님은 붓을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소를 타고 대궐에 이를 때까지 불경을 모두 풀이하여 적었답니다. 진평왕은 황룡사에서 이 내용을 가르치게 했어요. 원효 스님이 설법을 하던 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황룡사에 구름같이 모여들었어요. 원효 스님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지요. 법회가 있은 뒤 왕비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원효 스님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어요. 하루는 원효 스님이 점심밥을 먹다가 별안간 밖으로 나가서 입에 담겨 있던 물을 서쪽으로 뿜었어요. “스님, 진지를 드시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 물을 뿜으시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제자가 이상히 여기며 묻자 원효 스님이 대답했어요. “서쪽에 있는 절에 불이 나서 그 불을 끄려고 물을 뿌렸다네.” 며칠 후 서쪽에 있는 그 절에서 스님이 왔어요. 제자는 지난번 원효 스님의 말이 기억나 스님에게 이야기했어요. 서쪽 절에서 온 스님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며칠 전 우리 절에 불이 났었습니다. 불길이 잘 잡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데 별안간 멀쩡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소나기가 쏟아져 불이 꺼졌지요.” “그게 언제쯤이었나요?” “점심밥을 먹던 중이었지요.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밥알이 섞여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아니, 그럼 정말로 원효 스님이 불을 끈 것인가! ” 또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당나라에 있는 큰 절에서 스님들이 모여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늘에서 커다란 나무 접시 하나가 나타나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요. 열린 법당문으로 나무 접시를 본 스님들은 놀랍고 신기해서 마당으로 달려나왔지요. 그 순간 법당 안의 대들보가 와지끈 부러지며 지붕이 폭삭 주저앉았어요. 스님들은 깜짝 놀랐지요. “우리가 이 접시를 보러 나오지 않고 계속 법당 안에 있었다면 모두 깔려 죽을 뻔 했소.” “그러게 말입니다. 저 접시가 우리를 구했습니다.” “접시에 무슨 글이 새겨져 있는 것 같은데요.” 스님들은 나무 접시에 쓰여진 문장을 읽어 보았어요. ‘신라의 원효가 이 나무 접시를 던져 수많은 생명을 구하노라.’ 이 일을 믿을 수 없었던 당나라 스님 몇 명이 신라로 원효 스님을 찾아왔어요. 그리고 법당이 무너지던 바로 그날, 원효가 나무 접시를 당나라 쪽으로 던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원효 스님은 정말 위대한 분이시구나.” 당나라 스님들은 몹시 감격하며 원효 스님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어요. 원효 스님은 그 후로도 줄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쳐 우리나라 불교의 큰 별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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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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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각딸각! 딸가닥딸가닥! 조용한 오후,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서라벌을 뒤흔들었어요.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지요. 저 멀리서 하얀 말이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왔어요. 말 등에 화려한 안장이 얹힌 것으로 보아 분명 어느 귀족 집의 말인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말 위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지요. “화랑들이 산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데 혹시 거기서 도망친 말이 아닐까?” “글쎄,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말고삐를 쥐고 달려가는 게 보였어요. “어, 저분은 김한신 어른 댁 도련님이 아닌가?” “아니, 그 댁 도련님은 화랑인데 왜 길 한가운데서 말고삐를 잡고 뛰어다니시겠는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그날 저녁 대궐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소년을 불러 놓고 호통을 쳤어요. “신라 최고 가문의 아들인 네가 수련을 하다 말고 돌아오다니 이런 망신스러울 데가 어디 있겠느냐. 화랑의 세속오계를 외워 보거라!” 소년은 낮은 목소리로 세속오계를 말했어요. “첫째, 나라와 임금님께 충성한다. 둘째, 부모님께 효도한다. 셋째, 친구 사이의 의리를 지킨다. 넷째, 전쟁터에 나가면 물러서지 않는다. 다섯째,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소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회초리로 종아리를 내리쳤어요. 회초리가 부러지자 아버지는 새 회초리를 들며 말했지요.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터에서 물러서지 말아야 하거늘 겨우 수련을 하다 도망치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느냐? 너는 나라에 충성을 다하지 않았고 부모에게도 불효를 저질렀다. 게다가 같이 고생하는 친구를 두고 혼자 도망쳤으니, 세속오계를 모두 어긴 것이나 다름없다!” 소년은 종아리가 부르터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어요. 아픔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무는 바람에 소년의 입술에는 핏방울이 맺혔지요. 아버지가 회초리를 멈추자, 소년은 무릎을 꿇고 앉아 또박또박 말했어요. “아버지, 저는 세속오계 가운데 다섯째 계율을 지키기 위해 나머지 네 개의 계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다섯째 계율은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어려서부터 활쏘기를 배웠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살아 있는 동물에게 활을 쏘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짓은 사람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사슴 사냥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사슴에게 활을 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련을 포기하고 돌아온 것입니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작은 벌레도 함부로 죽이지 않았고 생선이나 고기로 만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소년이 화랑 수련을 받다 보면 차츰 달라질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결국 소년은 화랑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만 거예요. “우리 집에 아들이라고는 너 하나뿐인데 화랑이 되어 이름을 날리기는커녕 스님처럼 살려 하니 정말 걱정이로구나.”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소년의 눈이 빛났어요. “아버지, 저는 스님이 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소년의 목소리에서는 간절함이 배어났어요. 아버지는 아무리 말려 보았자 소용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지요. “좋다. 네가 바라는 대로 스님이 되거라.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 소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를 쳐다보았어요. “스님이 되더라도 신라의 왕족으로서 나라에 어려움이 닥치면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한다.” “약속하겠습니다. 아버지!” 소년은 아버지께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방에서 나왔어요. 몇 년 후, 소년은 황복사라는 절로 들어가 ‘의상’이라는 이름의 스님이 되었어요. 신라에서 유명한 스님이 된 의상 대사는 원효 대사와 친구가 되었어요.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의 의상 대사와 달리 원효 대사는 활달한 성격이었지요. 원효 대사는 한때 화랑으로 전쟁터에 나간 경험도 있어요. “나는 생명을 해치는 일을 할 수 없어 화랑을 그만두었다네.” 의상 대사의 말에 원효 대사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자네 생각이 옳아. 나도 전쟁터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네.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꼭 전쟁터에 나가 싸우지 않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나라에 힘이 될 방법이 있을 거야.” 원효 대사의 말이 끝나자 의상 대사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어요. “우리 함께 당나라에 가서 불교 공부를 하는 게 어떻겠나? 우리나라의 불교는 당나라에 비해 아직 많이 뒤처져 있으니 말이야.” 원효 대사도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했답니다. 이윽고 당나라로 떠나는 배를 타기로 한 날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날 마침 비가 쏟아졌어요. 둘은 근처의 바위 동굴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지요. 다음 날 아침, 의상 대사가 눈을 떠 보니 원효 대사가 몹시 괴로운 표정으로 토하고 있었어요. “여보게, 원효. 자네 도대체 왜 그러나?” 원효 대사는 입을 틀어막은 채 옆을 가리켰어요. 원효 대사가 가리킨 곳을 살피던 의상 대사는 깜짝 놀랐어요. 거기에는 사람 해골이 나뒹굴고 있었거든요. “새벽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그 물이 저 해골에 담긴 것이 아니겠는가! 그 순간 갑자기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원효 대사가 갑자기 빙그레 웃음을 지었어요. “의상, 나는 당나라에 가지 않겠네.” 의상 대사는 원효 대사의 말에 어리둥절했어요. “나는 깨달음을 얻었네. 해골에 담긴 물인 줄 모르고 마셨을 때는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더니 해골에 담긴 물인 걸 알고 나서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다니! 세상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 깨달음은 꼭 당나라에 가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난 신라로 돌아가겠네.” 의상 대사는 홀로 떠나게 되어 섭섭했지만 원효 대사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어요. “나는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했네. 당나라에 가서 불교 공부를 더 하고 돌아오겠네.” 원효 대사와 헤어진 의상 대사는 혼자 배를 기다리다가 마침 신라를 다녀가던 당나라 사신 일행을 만났어요. “의상 대사 아니십니까! 지난번 서라벌에서 대사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았는데 여기서 또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의상 대사는 사신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당나라까지 갈 수 있었지요. 오랜 항해 끝에 드디어 배가 당나라 양주 땅에 닿았어요. 이미 당나라에도 의상 대사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양주를 다스리는 장군 유지인이 의상 대사를 정성스럽게 맞이했지요. “대사님! 부디 양주에 머무르시면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대사님을 위해 좋은 절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의상 대사는 잠시 흔들렸지만 곧 마음을 바로잡았지요.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이곳에 공부를 하기 위해 왔으니 편안하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신라를 떠나기 전, 의상 대사는 당나라에 지엄 스님이라는 학식 높은 스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지엄 스님을 찾아 종남산의 지상사로 갔지요. 지상사 입구에 들어서자 지엄 스님이 달려 나와 의상 대사를 반갑게 맞이했어요.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의상 대사는 깜짝 놀랐지요. “지엄 스님께서 어찌 저를 아십니까? 또, 제가 올 것을 어떻게 미리 아셨습니까?” “어젯밤 꿈에 커다란 나무를 보았는데 부처님께서 바다 건너 동쪽에서 온 나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그 나무가 당나라를 뒤덮는 게 아니겠소?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나무 위에 올라가 보았더니 둥지 안에서 귀한 보배가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었다오. 잠에서 깬 뒤 동쪽 나라에서 귀한 분이 오실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오.” 지엄 스님의 꿈 이야기를 들은 의상 대사는 부끄러워졌어요. “저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스님께서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지엄 스님은 의상 대사를 제자로 삼았어요. 의상 대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신라 불교의 역사가 짧다며 무시하던 당나라 사람들과 스님들도 의상 대사가 들려주는 설법과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에 감탄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지엄 스님이 의상 대사에게 푸른 쪽잎을 보여 주며 말했어요. “의상! 이 쪽잎으로 푸른 물감을 만드는데 어찌된 일인지 쪽잎보다 쪽잎에서 뽑아낸 물감이 더 푸르고 아름답다네, 허허허.” 의상 대사가 어리둥절해하자 지엄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어요. “내가 쪽잎이고 자네는 쪽잎으로 만든 푸른 물감이라네. 이제 스승인 나보다 자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알고 있으니 넓은 세상으로 나가 불법을 전하도록 하게.” 처음에는 조심스레 거절하던 의상 대사도 결국은 지엄 스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지요. “스님의 뜻을 받들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습니다.” 종남산을 내려온 의상 대사는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갔어요. 장안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은 물론 멀리 인도와 아라비아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도시였지요. 의상 대사의 소문을 익히 들었던 당나라 스님들은 의상 대사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들려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지요. 의상 대사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당나라 황제도 의상 대사의 가르침을 듣고 싶어 했답니다. 당나라에 머무르고 있던 신라 사람들은 의상 대사를 무척 자랑스러워했어요. 의상 대사는 낯선 나라에서 힘든 생활을 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신라 사람들을 정성껏 도와주었어요. 하루는 여러 스님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던 의상 대사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서 조용히 말을 건넸어요. “저는 김흠순 나리께서 보낸 사람입니다. 나리께서 급히 스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김흠순은 당나라와 가깝게 지내기 위해 신라에서 보낸 뛰어난 재상이었지요. 처음 장안에 왔을 때 의상 대사도 김흠순을 만나려 했지만 당나라가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어서 만날 수 없었어요. 의상 대사는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김흠순의 집으로 몰래 들어갔어요. 김흠순은 반갑게 의상 대사의 손을 잡았어요.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금 당나라는 겉으로 신라와 가까이 지내는 척 하지만 사실은 신라를 공격하려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라는 당나라의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신라에 알리려 하자 당나라 황제가 군사를 풀어 저를 감시하고 있으니 의상 대사께서 제 대신 신라에 이 소식을 알려 주십시오.” 김흠순의 말을 들은 의상 대사는 지금이야말로 신라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당나라 황제는 의상 대사가 김흠순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당장 의상 대사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다행히 의상 대사는 당나라 군사가 들이닥치기 전에 장안을 빠져나갔답니다. 하지만 신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찾아간 나루터에는 어느새 당나라 군사들이 쫙 깔려 있었어요. 의상 대사는 배를 타는 것을 포기하고 위험한 산길을 헤치며 신라로 향했어요. 의상 대사는 산속에서 산적을 만나 가진 물건을 빼앗기기도 했고, 군사들에게 쫓겨 달아나다 벼랑에서 굴러 크게 다치기도 했지요. 갖은 고생 끝에 신라에 도착한 의상 대사는 그동안에 쌓인 피로와 긴장감 때문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의상 대사는 대궐로 들어가 문무왕을 만났어요. 마침 문무왕은 당나라에 보낼 선물을 준비하느라 대신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지요. “폐하! 당나라는 지금 신라를 공격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당나라의 공격에 대비하시는 것이 옳을 줄 싶습니다.” 문무왕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어요. “하지만 김흠순이 당나라에서 보내온 편지에는 당나라가 신라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는 내용밖에 없소.” 문무왕이 내민 편지를 읽은 의상 대사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폐하! 이것은 김흠순이 쓴 편지가 아니옵니다. 김흠순은 지금 당나라 군사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어서 편지를 보내기는커녕 사람조차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의 내용을 믿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대신들은 의상 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의상 대사는 신라와 당나라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문무왕은 몹시 혼란스러웠지요. 대신들과 의상 대사의 말 중에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고민하던 문무왕은 이윽고 결정을 내렸어요. “의상 대사는 비록 스님이지만 신라 왕실 사람이오. 우리를 배신할 리가 없소.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분이 나라를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의상 대사는 눈물을 흘리며 문무왕에게 큰절을 올렸어요. 문무왕은 전쟁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도 당나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사신과 선물을 보냈지요. 의상 대사의 말대로 몇 년 후 당나라는 말갈족과 함께 신라로 쳐들어왔어요. 미리 전쟁 준비를 해 두었던 신라는 침착하게 당나라를 물리칠 수 있었지요. 전쟁이 끝난 후 의상 대사는 신라 곳곳에 절을 짓고 신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어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의상 대사는 뛰어난 스님이자 훌륭한 애국자였답니다. ‘나라와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친구와 의리를 지키며, 전쟁터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며, 생명이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화랑이라면 꼭 지켜야 하는‘세속오계’의 내용입니다. 화랑은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전쟁터에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지요. 신라 왕족 김한신의 아들이었던 의상 대사는 이런 문제로 고민을 했지요. 그리고 결국 화랑의 길을 버리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상 대사는 스님이 된 후
에도 신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무렵 당나라 황제는 삼국 통일을 이룬 신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당나라에 머물고 있었던 의상 대사는 당나라 황제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신라로 돌아와 문무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요. 처음에는 당나라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의상 대사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당나라의 침입을 미리 막아 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의상 대사는 원효 대사와 더불어 신라 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으로 꼽힙니다. 불교 공부를 하기 위해 당나라로 가던 중, 원효 대사는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는‘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진리를 깨닫고 신라로 돌아갔지만, 의상 대사는 당나라로 가서‘화엄종’을 공부하고 신라에 이를 널리 알렸습니다. 의상 대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애국자이자 신라의 불교와 문화를 발전시킨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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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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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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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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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여름은 무더웠어요. 그날도 하루 종일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지요. 맴맴맴매애애앰. 나무 위에서 매미들이 울어 댔어요. 높은 나무 위를 다람쥐처럼 재빨리 올라가는 소년이 있었어요. 바로 김유신 장군의 둘째 아들 원술이었지요. 나무 밑에서는 원술의 형인 삼광과 아우인 장이, 원망이가 손에 땀을 쥐고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막내 원망은 겁이 나는지 울먹이며 말했어요. “원술 형! 내려와. 떨어지면 다치잖아. 나 매미 안 가져도 돼.” “원망아!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매미를 잡아 줄게.” 원술이 야무지게 대답했어요. 나무 위에 있던 원술은 저만치서 마을로 들어오는 군대를 보았어요. 원술의 얼굴이 환해졌어요. “형! 신라군이 돌아오고 있어. 아버지가 돌아오고 계셔!” 원술의 말에 삼광과 다른 형제들은 만세를 부르며 달려 나갔어요. 원술도 서둘러 매미를 잡아 호주머니에 넣고는 나무를 내려왔어요. 원술의 아버지 김유신은 신라의 용맹한 장군이었어요. 김유신은 신라에 쳐들어온 백제와 전쟁터에서 싸워 이기고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만세! 김유신 장군이 승리하고 오셨다.” 백성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만세를 부르며 춤을 추었어요. 김유신은 막내 아들 원망과 장이, 그리고 첫째 삼광을 차례로 안아 주었어요. 그런데 원술이 매미를 들고 있는 걸 보고는 호통을 쳤어요. “고얀 놈! 아버지와 군사들은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는데 너는 죄 없는 매미나 잡고 있었단 말이냐?” 김유신의 호통에 원술은 화들짝 놀랐어요. 이때 삼광이 나서서 원술을 감쌌어요. “아버지, 원망이가 매미를 잡아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김유신은 원술에게 더 화를 냈어요. “동생이 철이 없어 생명을 죽이려 하면 네가 말려야 하거늘.” 아버지의 호통에 원술은 눈물을 흘리며 어딘가로 달려갔어요. ‘어째서 아버지는 나만 미워하실까? 나는 형보다 글공부도 훨씬 잘하고 무예 실력도 뛰어난데 아버지는 나만 미워하셔.’ 원술은 눈물을 닦으며 계속 달렸어요. 원술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어요. ‘지금 들어가면 또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겠지.’ 원술이 조용히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어요. 원술의 아버지 김유신이었어요. 김유신은 커다란 손을 들어 올렸어요. 원술은 눈을 질끈 감았지요. 그런데 김유신은 원술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어요. 그것은 작고 멋진 칼이었어요. “원술아, 나는 너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단다. 그래서 너를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것이니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알아 주렴.” 칼을 받아든 원술은 김유신을 꼭 끌어안았어요. 김유신은 원술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너는 신라를 위해 큰일을 할 사람이다. 그러니 부디 건강하고 당당한 청년으로 자라야 한다.” “예,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원술은 칼을 달빛에 비춰 보며 환하게 웃었어요.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어요. 넓은 들판에 누런 흙먼지를 실은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지요. 이 흙바람 속에서 신라군과 당나라군이 서로 노려보며 서 있었어요. 신라군 진영에서는 황금색 깃발이 힘차게 펄럭거렸어요. 황금색 깃발 아래에서 젊은 장수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당나라군을 노려보았어요. 바로 원술이었지요. 아버지 김유신에게 칼을 선물 받은 그날부터 원술은 학문과 무예에 열중하여 화랑으로 뽑혔고 이번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지요. ‘나쁜 놈들! 감히 우리 신라를 넘보다니!’ 원술은 이를 악물었어요. 신라군과 당나라군은 함께 힘을 합쳐 백제와 고구려를 쓰러뜨렸어요. 그런데 신라를 이용해 백제와 고구려를 친 다음 신라를 전부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던 당나라가 신라를 공격해 온 것이지요. 원술이 칼을 뽑아 들고 외쳤어요. “신라는 피땀 흘려 고구려와 백제를 물리쳤다. 이제 와서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길 수는 없다. 진격하라!” 두둥두둥두두둥! 북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신라군은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달려 나갔어요. 당나라 군대도 맞서서 달려왔어요. 와아아! 와아아! 칼과 칼이 부딪치고, 창과 창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어요. 화살이 흙바람을 뚫고 공중을 날아다녔어요. “으악!” “우욱!” 많은 병사들이 화살에 맞거나 칼을 맞고 쓰러졌어요. 원술의 명령에 따라 신라군은 함성을 지르며 당나라군을 공격했어요. 당나라군은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지요. “당나라군이 달아난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와와와!”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어요. 갑자기 요란한 함성을 울리며 나타난 낯선 군사들이 신라군의 뒤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말갈 군대였지요. “아뿔싸! 속았구나!” 원술은 당황했어요. 당나라는 미리 말갈과 손을 잡고 신라를 공격하기로 했던 거예요. 당나라군과 말갈군이 양쪽에서 공격하는 바람에 신라군은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어요. 전쟁에서 졌다는 것을 깨달은 원술이 칼을 휘두르며 당나라군을 향해 달려갔어요. ‘나는 신라의 화랑이다! 화랑은 전쟁터에서 죽을지언정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 원술을 막고 나섰어요. 원술의 충성스러운 부하 담릉이었지요. 담릉은 원술에게 애원했어요. “지금 적진으로 가시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켜라! 나는 죽으러 가는 것이다.” “안 됩니다. 지금 당장은 억울하셔도 후퇴하셨다가 다음번 기회를 노리십시오.” 그러자 원술이 분노에 떨며 외쳤어요. “나는 신라의 화랑이다! 전쟁터에서 죽을지언정 절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비켜라!” 원술이 나아가려 하자 담릉은 원술의 말고삐를 빼앗아 들고 사정했어요. “원술님! 신라에는 원술님 같은 장수가 필요합니다. 부탁이니 제발 이번에는 목숨을 아끼시고 다음 기회에 복수하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원술도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어요. ‘담릉의 말이 옳다. 죽는다고 해서 전쟁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술은 담릉의 말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은 군사 몇 명을 이끌고 돌아왔어요. 원술이 전쟁에서 지고 돌아오자 김유신은 불같이 화를 냈어요. “나는 네가 화랑으로서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원했다. 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다 죽어 명예를 지켜야 하거늘 너는 전쟁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네 부하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도 비겁하게 혼자 도망쳐 나왔다. 너는 오늘부터 내 아들이 아니다!” 김유신의 호통에 원술은 무릎을 꿇은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요. 그러자 담릉이 안타까운 마음에 김유신 앞에 나서서 말했어요. “장군님!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원술님께서는 적진으로 가서 싸우려 하셨는데 제가 말렸습니다. 제가 원술님께 일단 살아남았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유신은 발을 구르며 화를 냈어요. “아무리 담릉이 사정했다 하더라도 너의 마음이 흔들린 것을 용서할 수 없다. 당장 나가거라. 너는 오늘부터 화랑도 아니고, 내 아들도 아니다!” 원술은 묵묵히 집을 나왔어요. 집을 나온 원술은 절로 들어가 잘못을 뉘우치며 기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슬픈 소식이 들려왔어요. 아버지 김유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지요. 원술은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왔어요. 원술은 굳게 닫힌 대문을 두드리며 어머니를 불렀어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아버지 모습을 뵙게 해 주십시오.” 이때 대문 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어요. “도대체 밖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데 이렇게 시끄럽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원술은 세차게 대문을 치며 외쳤어요. “어머니! 문 좀 열어 주십시오. 저는 어머니의 아들 원술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문을 열어 주지 않은 채 차갑게 쏘아붙였어요. “나에게는 원술이라는 아들이 없으니 돌아가시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에게까지 용서를 받지 못하자 원술은 견딜 수 없이 슬펐어요. 며칠 동안 대문 앞에서 울던 원술은 어딘가로 사라져 오랫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원술은 새로운 각오를 했어요. ‘그래. 나는 이 치욕을 씻지 않는 한 절대로 당당한 자식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치욕을 씻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내 손으로 당나라군을 무찌르고 신라를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결심한 원술은 태백산 깊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병법을 공부하고 열심히 무예를 닦았어요. 원술이 사라진 후 원술의 재능을 몹시 아까워하던 문무왕은 몇 번이나 사람을 풀어 원술을 찾았지만 번번이 허사였어요. 그러는 사이 신라 사람들은 원술을 잊어 갔어요. 김유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당나라 황제는 몹시 기뻐했어요. “이제 김유신이 죽었으니 신라군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이제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게다가 김유신의 아들 원술까지 사라졌다고 하니 이번에야말로 신라를 공격할 좋은 기회다.” 이렇게 생각한 당나라 황제는 신라로 쳐들어왔어요. 사기가 크게 떨어진 신라 군사는 아무리 공격 명령을 내려도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 버렸어요. 그때 한 무리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신라군에 가세했어요. 그리고 조금의 빈틈도 없이 조직적으로 당나라군을 무찌르기 시작했지요. 그 군사들은 갑옷도 입지 않고 짐승 가죽으로 만든 거친 옷을 걸치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떤 군대보다 용감하게 잘 싸웠지요. 신라 장군들은 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장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장수는 원술이었어요. 가죽옷을 입은 군사들은 그동안 원술이 태백산에서 훈련시킨 부하들이었어요. 원술은 맨 앞에서 적에게 칼을 휘두르며 용감하게 싸웠어요. “원술이다! 김유신 장군의 아들 원술이 살아 돌아왔다!” 이제 신라 군사들은 다시 용기를 되찾았어요. “와! 원술이 돌아왔다! 싸우자!” 신라군은 원술의 지휘에 따라 당나라군을 몰아세우기 시작했어요. 원술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신라군은 당나라군을 이길 수 있었어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원술은 문무왕 앞에 불려 갔어요. “원술! 그대가 우리 신라를 구했으니 그대의 공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그대에게 큰 벼슬을 내리겠노라.” 그러나 원술은 품속에서 칼을 하나 꺼내며 말했어요. “이것은 제 아버지 김유신 장군이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 아버지는 이것을 주시며 신라를 위해 큰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전쟁에서 지고 비겁하게 혼자 도망친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그 치욕을 씻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얼굴을 들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옵니다.” 말을 마친 원술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무왕에게 절을 올렸어요. “앞으로도 신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는 산에서 내려와 목숨을 걸고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벼슬이나 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대궐을 나온 원술은 다시 부하들을 이끌고 산으로 들어갔어요. 그 후로는 아무도 원술을 본 사람이 없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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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과 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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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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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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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문무왕 때 광덕과 엄장이란 두 스님이 있었어요. 둘은 마치 한 몸같이 절친한 사이였어요. 책은 물론이고, 신발이나 속옷까지도 네 것 내 것 구분이 없었지요. 광덕이 빨래를 하면 엄장은 밥을 짓고, 엄장이 청소를 하면 광덕은 장작을 해 왔어요. 둘은 그렇게 서로 도우면서 열심히 불교 공부를 했어요. “우리가 지금은 함께 살지만, 언젠가는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겠지?” “그래, 태어날 때 그랬듯이 죽는 것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광덕과 엄장은 마당에서 햇볕을 쬐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이보게 엄장, 부탁이 있네. 혹시라도 자네가 먼저 극락에 가게 되면 반드시 나에게 알리고 가야 하네.” “허허허, 자네도 마찬가질세. 우리 두 사람 중에 누구라도 먼저 극락에 가게 되거든 알려 주기로 하세.” 둘은 이렇게 약속하며 껄껄껄 웃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났어요. 광덕은 스님이었지만, 분황사에서 만난 여인과 혼인을 했어요. 분황사는 신라에 있는 아주 큰 절인데, 광덕의 아내는 원래 분황사에서 일하는 노비였답니다. 그런데 분황사에 머물던 광덕이 이 노비 처녀를 가엾이 여겨 함께 살게 된 것이지요. 광덕은 아내와 함께 분황사 부근에 살면서 짚신 만드는 일을 했답니다. 한편, 엄장은 광덕의 집과 가까운 남악이라는 곳에 암자를 짓고 혼자 살았어요.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도 부처님께 예불을 올린 뒤, 암자 부근을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석양이 지고 있었어요. 활활 타오르는 단풍잎처럼 붉게 물든 하늘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지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이보게, 이보시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왔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릴까? 누가 나를 부르나?’ 엄장은 걸음을 멈추고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어요. ‘어허, 내가 헛소리를 들었나 보군.’ 엄장은 다시 숲길로 들어섰어요. 그때 다시 어떤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어요. “엄장, 이보게 친구, 내 말이 안 들리는가?” 엄장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그러자 거기에 광덕이 서 있었답니다. “아니, 이 사람아, 깜짝 놀랐네!” 엄장은 반가운 마음에 광덕에게 손을 내밀었지요. 그러자 광덕이 재빨리 한 걸음 물러서면서 말했어요. “나에게 손대지 말게.” “아니, 왜 그러는가?” “이유는 묻지 말게나. 나는 지금 서쪽으로 가려고 하네. 그러니 그대는 잘 있다가 때가 되면 나를 따라오게나. 그럼 잘 있게!” 갑자기 눈부신 빛이 광덕을 감쌌어요. 엄장은 눈이 부셔 고개를 돌렸지요. 그리고 잠시 후 돌아보았을 때, 광덕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니, 이 사람이 금세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엄장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엄장은 숲 속의 오솔길을 달려가면서 광덕을 찾아보았지만, 광덕은 어디로 갔는지 끝내 보이지 않았답니다. 다음 날, 엄장은 광덕의 집으로 찾아갔어요. “광덕 있는가? 나 엄장이 왔네. 어서 이리 나와 보게.” 엄장은 큰 소리로 광덕을 불렀어요. “어서 나오래도? 아니, 이런 고약한 사람이 다 있나? 자네한테 따지러 왔네. 어제저녁에 숲길에서 그게 뭔가? 사람이 말도 없이 혼자 가 버리고 말이야. 어서 나와 보래도!”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광덕의 아내가 나왔어요. “엄장 스님, 어서 오십시오.” “부인, 안녕하셨소? 지금 집에 광덕이 있소?” “예, 계십니다만, 나오실 수가 없사옵니다.” “아니, 있으면서 내 목소리를 듣고 나와 보지도 않는단 말이오? 고약한 사람, 대관절 무슨 이유로 나올 수 없다는 거요?” 엄장의 물음에 광덕의 아내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어요. “스님, 광덕 스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광덕의 아내가 말했어요. “뭐, 뭐라고? 아니, 부인 방금 뭐라고 하셨소?” “어제저녁 석양 무렵에 광덕 스님은 돌아가셨답니다.” 엄장이 되묻는 말에 광덕의 아내는 한결같이 대답했지요. “부인, 어째서 거짓말을 하시오? 어제 석양 무렵이라면, 내가 숲에서 산책을 하다 광덕을 만났던 시간인데. 하하하!” 엄장은 광덕과 그의 아내가 짜고 장난을 치는 거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엄장은 단숨에 광덕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방문을 열어 보니 아랫목에 광덕이 누워 있었어요. 가까이 다가가 본 엄장은 숨이 콱 막혔어요. “아, 사실이었구나! 광덕이 세상을 떠났어!” 그러자 지난 저녁의 일이 떠올랐어요. 자신이 가까이 가서 손을 대려고 하자, 엄장이 다가오지 못하게 물러서던 광덕이었지요. 그리고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지요. ‘그렇다면 숲에서 만난 광덕은 이미!’ 그제서야 엄장은 모든 것을 깨달았어요. ‘이유는 묻지 말게나. 나는 지금 서쪽으로 가려고 하네. 그러니 그대는 잘 있다가 때가 되면 나를 따라오게나. 그럼 잘 있게!’ 어제 저녁 광덕이 한 말이 떠올랐어요. ‘먼저 죽는 사람이 남는 사람에게 일러 주자고 약속했었지. 그 약속을 지키려고 일부러 왔단 말인가?’ 엄장은 광덕의 우정에 새삼 가슴이 메었어요. 이튿날, 엄장은 광덕의 아내와 함께 광덕의 시신을 거두어 경건하게 다비를 했어요. 그리고 타고 남은 재를 모아 강에 뿌렸지요. “스님,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랄 게 있나요. 부인이 고생하셨지요.” “피곤하실 텐데, 그만 돌아가 쉬시지요.” “그런데 부인 혼자 두고 가려니 걱정이 되는군요.” 집 앞에 홀로 서 있는 광덕의 아내를 두고 발길을 돌리자니 엄장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부인, 혼자 지내실 수 있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처음이라 적적하겠지만 곧 익숙해지겠지요.” 그러나 엄장은 외딴 집에서 홀로 살아갈 부인이 마음에 걸렸어요. 사실 엄장도 혼자 사는 데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요. “부인, 알다시피 광덕과 저는 서로 가릴 것 없는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습니까? 저는 친구를 잃었고, 부인은 남편을 잃어 외로운 처지가 되었으니 함께 의지하며 사는 것이 어떻겠소?” 광덕의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공손히 대답했어요.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광덕 스님을 섬기듯이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던 광덕의 아내가 선선히 허락하자 엄장은 속으로 놀랐어요. “아무래도 부인이 내 집으로 올 수는 없는 일이니, 내가 오겠소이다.” “그리 하십시오.” 이렇게 해서 엄장은 암자에 있던 자신의 짐을 광덕이 수행하던 방으로 옮겼어요. 그날 밤이었어요. 들창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유난히 밝았지요. 엄장은 잠이 오지 않았어요. ‘광덕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몸이야 재가 되어 강에 뿌려졌으니 어디로 가고 말고가 없고, 과연 영혼은 서방정토에 갔을까?’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광덕! 자네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자네의 부인과 살게 되어 미안하네. 대신 자네의 부인을 아끼고 사랑해 주겠네.’ 그때였어요. 건넛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어요. 중얼거림 같기도 하고, 노랫소리 같기도 한 말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광덕의 아내도 잠이 안 오나 보군. 그런데 뭘하는 거지?’ 엄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귀를 기울였어요. 달님, 달님! 서쪽 나라까지 가시겠지요? 서쪽 나라 가시면 무량수 부처님 앞에 아뢰어 주세요. 부처님께 두 손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 전해 주세요. 아아, 이 몸만을 남겨 두고 가신 나의 님이 마흔여덟 가지 큰 소원 이루실까요? 광덕의 아내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노래였어요. ‘원왕생’이란 죽으면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나서 살기를 원한다는 뜻이에요. 두 손 모아 부처님께 비니 극락에 태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서쪽으로 흘러가는 하늘의 달님에게 부탁하는 노래였답니다. “부인, 부인!” 광덕의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적적한 마음을 노래로 달래고 있을 때, 문밖에서 엄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십니까?” “잠깐 방문 좀 열어 주시오.” 광덕의 아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엄장을 방으로 들였어요. “부인도 잠이 안 오시는 것 같구려. 나 역시 광덕을 보내고 나니 적적하고 쓸쓸한 마음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소이다.” 엄장은 이렇게 말하며 광덕의 아내의 곁으로 다가앉았어요. 광덕의 아내가 살짝 피하려 하자, 이번에는 다짜고짜 광덕의 아내의 손을 덥석 잡았어요. “아니, 왜 이러십니까?” “부인, 마음이 허전해 견딜 수가 없소. 오늘은 나와 함께 지냅시다!” “스님,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광덕의 아내는 냉정한 태도를 보이며 엄장을 꾸짖었어요. “어찌 이런 행동을 하면서 서방정토에 가시겠다 하십니까?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품으셨군요.” 광덕의 아내의 엄한 호통 앞에서 엄장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 한 번 고집을 부렸어요. “부인, 광덕하고 나는 속옷도 구별 없이 입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소. 부인 또한 광덕과 부부로서 살았는데 나라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이오?” 광덕의 아내가 대답했어요. “제 남편은 십 년이나 저와 살았으나 단 하루도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단정히 앉아 한결같이 아미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또 밝은 달빛이 창에 비치면, 그 달빛에 의지해 불경을 읽으실만큼 열심이셨으니 어찌 극락에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광덕의 아내의 말에 엄장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고개를 떨구었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방 안에 맑은 향기가 돌더니 광덕의 아내가 가만히 일어섰어요. 엄장은 깜짝 놀랐어요. 광덕의 아내는 바로 관세음보살이었어요. ‘아뿔싸! 관세음보살님이 나를 시험하신 것이었구나.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엄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엄장! 그대는 친구인 광덕에 비해 아직 공부가 부족하니 더욱더 노력하여 마음을 갈고 닦도록 하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관세음보살은 안개처럼 사라졌어요. 엄장은 관세음보살이 사라진 문 쪽을 향해 절을 올렸어요. “관세음보살님! 부끄럽습니다. 오늘부터 저도 열심히 공부를 해서 광덕에게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겠습니다.” 엄장은 그 길로 당장 짐을 싸들고 분황사로 달려갔지요. 분황사에는 덕이 높기로 유명한 원효 스님이 있었어요. 엄장은 원효 스님에게 간밤의 일을 이야기했답니다. 엄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원효 스님은 조용히 말했어요. “결국 광덕은 관세음보살님과 계속 함께 살다가 극락으로 갔군. 그런데 자네는 오히려 관세음보살님의 시험에 걸려들다니.” 엄장은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원효 스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수십 년을 공부하고서도 이 지경으로 제 마음도 다스리지 못하니 십 년 공부가 허사였나 봅니다.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그러자 원효 스님은 징을 하나 내밀며 말했어요. “머릿속에 잡스러운 생각이 가득 차면 징을 치고 집중해 보게. 그러면 잡스러운 생각이 날아갈 것이네.” 엄장은 원효 스님이 준 징을 들고 암자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오로지 부처님만을 생각하며 마음을 맑게 갈고닦았어요. 그래도 잡생각이 나면 징을 쳤어요. 징, 징! 처음에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징을 쳐야 했어요. 그러나 날이 갈수록 징을 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십 년 후에는 하루 종일 징이 한 번도 울리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엄장도 광덕처럼 맑은 마음으로 도를 이루어 극락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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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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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한 바닷가에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뚝딱뚝딱. 쩌엉쩌엉. 석공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절을 짓고 있었어요. 돌조각이 여기저기 널린 절 마당에서 석공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석탑과 석등을 만들고 있을 때, 신문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났어요. 신문왕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지요. “폐하! 절의 이름은 지으셨는지요?” 신하가 신문왕에게 조심스레 물었어요. “감은사라고 지었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보답한다는 뜻일세.” 신문왕의 눈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어요. 신문왕은 태자 시절, 아버지인 문무왕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네 할아버지와 나는 신라 백성들을 늘 전쟁터로 내몰기만 했다.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였지만 백성들에게는 힘든 세월이었을 것이다. 네가 왕이 되거든 백성들을 잘 보살피고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해 주도록 하여라.”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얼마 후, 문무왕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어요. 숨을 거두기 전, 문무왕은 마지막 말을 남겼어요. “내가 죽거든 나를 화장하여 동해에 묻어 다오. 그러면 내가 바다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 삼국 통일을 이룬 문무왕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까지 나라를 걱정했지요. 신문왕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동해 바다에 능을 만들었어요. 바다 속의 바위를 잘 다듬고 그곳에 문무왕의 유골을 모셨지요. 사람들은 문무왕을 모신 수중 무덤을 ‘대왕암’이라고 불렀어요. 신문왕은 마음이 답답해지면 바닷가로 나와 대왕암을 바라보곤 했어요. 신문왕은 문무왕을 기리며 대왕암이 보이는 언덕에 절을 짓기로 했어요. 바로 지금 짓고 있는 감은사예요. 신문왕은 문무왕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렸어요. ‘아바마마, 아직도 백성들은 서로 미워하며 다투고 있습니다. 부디 제가 신라, 백제, 고구려 백성들을 화합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십시오.’ 신문왕이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한 늙은 여인이 달려와 울부짖었어요. “네가 신라의 왕이냐? 내 아들을 살려 내라! 전쟁터에서 죽은 내 아들 살려 내!” 신문왕과 신하들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했어요. “저 괘씸한 늙은이를 당장 옥에 가두어라.” 한 신하가 외쳤어요. 그때 젊은 여인이 다급하게 달려와 무릎을 꿇고 빌었어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고구려 사람들입니다. 제 오라버니가 오래전 고구려 군사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후에 고구려가 망하자 저와 어머니는 신라에 끌려오게 되었지요.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해지셨습니다. 부디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신문왕은 가엾은 얼굴로 노인과 젊은 여인을 바라보더니 둘러섰던 신하들에게 말했어요. “저 노인과 여인에게 쌀과 옷감을 주어서 보내거라.” 쌀과 옷감을 받아 들고 쓸쓸히 떠나는 두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문왕은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감은사의 공사가 자꾸 중단됐어요. 절을 짓는 기술자들이 서로 헐뜯으며 싸웠기 때문이지요. 신라의 기술자들이 거만하게 말했어요. “신라 땅에 신라 왕의 절을 짓는데 감히 우리 말을 듣지 않는 거냐? 멸망한 고구려와 백제 놈들 주제에.” 하지만 백제 기술자들의 자존심도 대단했어요. “우리 백제의 건축 기술은 이미 당나라에서도 인정했다. 신라에서 자랑하는 황룡사 9층목탑도 백제 기술자 아비지가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느냐?” 고구려 사람들도 뒤질세라 신라 사람들을 매섭게 야단쳤어요. “너희 신라 놈들은 비겁하다. 당나라와 손잡고 같은 민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치지 않았느냐?” 이렇게 신라, 백제, 고구려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헐뜯으니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었어요. 기술자들끼리 다툼이 있을 때마다 신문왕은 감은사로 달려가 기술자들을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어요. “신라는 전쟁에서 이긴 나라다. 전쟁에 이긴 나라의 사람들은 전쟁에 진 백제, 고구려 사람을 너그럽게 대해야 하거늘 왜 그리 옹졸하게 구느냐?” 그러고는 백제 사람들을 다독였지요. “백제인의 예술적 재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곳에서 그대들의 재능을 잘 발휘해 주기 바란다.” 또, 고구려 사람들에게도 말했어요. “우리 신라는 고구려인의 활달한 기상을 본받고 싶다. 그러니 그대들이 고구려의 명예를 걸고 이 절을 잘 짓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 온갖 어려움 끝에 감은사가 겨우 완공되었어요. 감은사가 완공되던 날, 신문왕은 온 나라의 백성들에게 술과 고기를 선물로 내렸어요. 어느 날, 신문왕이 감은사에서 백성들의 화합을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였어요. 신문왕이 기도를 마치고 막 일어서려는데 신하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어요. 신하는 바다에 관한 일을 맡아 보는 박숙청이라는 사람이었어요. 박숙청은 신문왕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더니 다급하게 말했어요. “폐하,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왕암 근처 바다에 작은 산 하나가 떠 내려와 둥둥 떠 있습니다.” 박숙청의 말에 깜짝 놀란 신문왕과 신하들이 서둘러 대왕암 근처로 달려갔어요. 박숙청의 말대로 작은 산이 둥실 떠서 물결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어요. 산에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지요. 그런데 다음 순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이 둘로 쫙 갈라지면서 산에 가득 있던 대나무들도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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