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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가 된 영웅이(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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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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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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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햇볕이 따뜻하고 포근했어요. 제 마음처럼요. 왜냐고요? 오늘은 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이거든요. 엄마와 저는 꽃집에 들러 아빠에게 드릴 하얀 국화꽃 한 다발을 샀어요. 아빠는 '현충원'이라는 곳에 잠들어 계세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순국하셨거든요. 현충원에는 아빠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분이 잠들어 계세요. 저는 품에 안고 있던 하얀 국화꽃을 아빠의 묘비석 앞에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엄마를 따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후 마음속으로 아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했어요. 마치 아빠가 곁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제 꿈은 군인이 되는 거랍니다. 아빠처럼 나라를 지키는 용감한 군인이요. 엄마는 평소에도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셔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빠가 얼마나 나라를 사랑하셨는지, 훌륭한 분이셨는지 잘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아빠가 무척 자랑스러워요. 색종이를 오리고 접어 붙여서 선물뜰을 만들고, 놀이터 친구들에게 보낼 초대장도 만들었어. 현충원을 나서는 길에 입구에 서 계신 군인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충성"하고 인사를 드렸어요. 군인 아저씨는 웃으시면서 제 이름을 물어보셨어요. "제 이름은 이영웅입니다.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영웅이는 이름처럼 참 멋지고 듬직한 진짜 사나이구나." 저는 아빠처럼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저씨께서는 저를 대견해하시며 군인이 되려면 노력해야 할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 1. 나라를 사랑하고 충성하는 마음을 갖기 2. 주변을 잘 살펴보며 상황 분석의 능력을 기르기 3. 함께 협동하며 모범이 되는 행동에 앞장서기 4. 맡겨진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을 느끼기 5.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하기 군인이 되려면 체력 검사와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수첩에 적은 내용을 살펴보면서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 점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군인이 되자. 필기 공부하기. 체력 검사. 저는 반에서 늘 혼자인 애국이가 생각났어요. 애국이는 말이 조금 어눌하지만, 이야기해 보면 마음씨는 정말 천사 같아요. 저는 애국이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과 반장인 대한을 도와 우리 반이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도 즐겁게 했어요. 애국이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됐어요. 참! 기쁜 일도 생겼어요. 저희 반이 '아름다운 반'으로 뽑혔거든요. 반장 대한이와 반 친구들이 함께해 낸 거예요. 매일매일 꾸준히 달리기한 덕분인지 몸은 더 튼튼해지고 키도 더 자랐답니다. 아참, 받아쓰기도 100점을 맞았고요!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저도 아빠처럼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겠죠? "엄마, 전 꼭 군인이 될 거예요." "아빠처럼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군인이요." 엄마는 말없이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아마 아빠도 무척이나 기뻐하시겠죠! 군인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나서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해요. 군인이 되려면? 직업군인 중 부사관이 되려면, 아직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고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고, 장교가 되려 면 군별 사관학교나 일반대학의 학군사관(ROTC) 또 는 학사사관을 거쳐 선발한다고 해요. 특수사관의 경우 각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 지원할 수 있어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군인은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해요. 또 장교의 경우 분석력과 통찰력, 판단력 등을 갖춘 지도력과 인내심이 있어야 해요. 올바른 국가관, 책임감과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해요. 헬멧은 전투할 때 머리 부분을 보호하기 위하여 군인이 착용하는 철제 모자예요. 총은 상대를 상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로, 훈련이나 전쟁에서 필수적이에요. 훈련을 나가거나 전투 중에는 어디에서든 잠을 잘 수 있도록 침낭을 준비해야 해요. 방독면은 위험한 화학 물질과 유독가스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머리에 쓰는 마스크에요. 지금 담당하는 일은 어떤 일들인가요? 지금은 2년간의 의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한 인원에게, 예비군 훈련을 편성하고, 훈련에 필요한 각종 업무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군인이란 직업의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부대마다 다르지만 1주일에 1회 정도 밤샘 당직으로 인해 집에 못 들어가는 일이 있고, 체력적으로 고된 훈련이나 잦은 훈련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장교 같은 경우 계급마다 정년이 있기 때문에 진급에 신경을 써야 하죠. 직업의 매력이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군인 특성상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장점이에요. 수많은 병사가 입대하고 훈련 후엔 건강하고 건전한 생각으로 전역하는 병사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물가 인상에 따른 적절한 봉급 및 노후에 안 정적인 연금 수령이 가능한 것도 좋은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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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지구가 아파(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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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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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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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길 봐요! 초록마을이 쓰레기로 뒤덮이면 어쩌죠?" "환이가 우리 마을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그럼, 엄마와 함께 지구를 돌아보면서 환경 지킴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볼까?" "저기 버스가 오는구나. 이 버스는 천연가스 버스란다. 다른 자동차와 다르게 매연이나 먼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야." "우와! 그럼 지구가 좋아하겠어요!" "물론이지! 자, 그럼 출발해 볼까?" 쿵!쿵! 우지끈! 베어버리자! "나무를 베어 산을 없애고 빌딩을 짓는다는구나. 나무는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주고 산사태를 막아주지. 그래서 환경운동가들이 벌목 반대 운동을 하는 거야." "어라? 여우가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어요!" "사람들은 여우 털로 옷을 만들지. 그래서 많은 동물이 사라지는 거야. 동물보호 단체에서는 모피 반대 운동을 한단다. 그럼, 이제 바다로 가볼까?" "엄마! 바다에 기름이 둥둥 떠 있어요! 저기 공장에서 오염된 물을 버리나 봐요! 깨끗하게 만들어서 버리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 우리 환이가 제법 환경운동가다워졌는걸? 저기 벌써 친구들이 와서 청소하고 있구나. 우리도 가서 도와주자꾸나!" "지구가 더워져서 북극곰과 펭귄이 힘들어하고 있나 봐요." "지구를 감싸는 오존층에 구멍이 나서 지구가 더워졌단다. 그 구멍은 프레온가스 때문인데 에어컨, 냉장고, 스프레이 등에서 나온단다. 우리 지구와 동물 친구들을 위해 앞으로 프레온가스 줄이기를 해볼까?" "여긴 어디에요?"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곳이란다.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사는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세계 환경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지. 자 이제 조용히 지켜볼까?"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구를 지켜요!" 쿵짝! 쿵짝! 쿵짝! "환경운동가들이 모여서 연 음악회란다. 환경을 좀 더 가깝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린데 어떠니?" "정말 신나요! 환경운동을 이렇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니 정말 굉장한 것 같아요." "차가 정말 많아요! 엄마, 우리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환이가 정말 많이 배웠구나! 차의 연료인 석유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언젠간 없어져. 자동차 매연으로 공기도 오염되고. 그러니 앞으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꾸나." 오늘 하루 정말 많은 것들을 보았어. 난 사람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로 지구가 이렇게 아파하는지 몰랐어. 나도 이젠 환경운동가들이 노력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이걸 알려줄 거야! 나는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어. 그랬더니 사람들이 다 같이 청소하자고 하는 게 아니겠어? 이제 우리 동네는 함께 모여서 깨끗이 청소할 거야! 엄마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보니 지구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난 결심했지! 멋진 환경운동가가 되기로! 친구들아! 지구를 아끼고 지키자! 환경운동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해요. 환경운동가가 되려면? 환경운동가가 되는 길에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환경을 사랑하고 환경을 위한 노력을 실천한다면 그 사람이 환경운동가에요.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환경운동가는 어떤 곳에서 일하나요? 환경운동단체에 들어가 보다 전문적으로 국제적 환경운동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활동을 주위에 전파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환경운동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린피스는 1971년에 설립된 단체로 캐나다와 미국의 반전운동가, 사회사업가, 대학생, 언론인 등 환경보호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국제적인 환경 보호 단체에요. 현재는 전 세계 40개국 280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어요. 1969년 미국에서 설립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그린피스, 세계 자연보호 기금(WWF)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로 꼽혀요. 녹색연합은 1991년 창립된 대한민국의 환경운동단체로서 야생동물 보호운동, 백두대간 보전운동, 녹색생활운동 등 다양한 분야의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월드워치 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있어요. 환경운동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을 말해요. 환경운동가가 되는 길에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환경을 사랑하고 환경을 위한 노력을 실천한다면 그 사람이 환경운동가에요.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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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아줌마의 특별한 화장대(메이크업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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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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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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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아줌마는 아침마다 늘 생각이 많아요. "이 의상에는 어떤 화장을 할까? 흰 살결엔 핑크색 볼터치가 좋겠지! 머리는 높이 묶어볼까?" 색조화장을 하는 이유는? 볼터치는 볼에 바르는 색조화장품으로, 건강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요. 마스카라는 속눈썹을 진하고 길게 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눈을 커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줘요. 하이라이터는 얼굴의 입체감을 살려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에요. 이마와 콧대 등에 발라주면 더 도드라져 보여요. 멋쟁이 아줌마의 옆집에는 수줍음 많은 볼빨간양이 살아요. 볼빨간양은 빨간 볼 때문에 늘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다니지요. 볼빨간양은 용기를 내어 멋쟁이 아줌마 집에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수줍게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멋쟁이 아줌마는 싱긋 웃으며 볼빨간양을 화장대로 데리고 갔어요. 화장품의 종류를 알아볼까요? 기초 화장품은 피부의 특성, 상태, 계절 등에 맞추어 사용해요. 로션, 크림 등이 있죠. 기능성 화장품은 자외선 차단, 미백, 주름 개선 등의 특정한 기능을 지닌 화장품이에요. 색조 화장품은 파우더, 메이크업 베이스, 립스틱, 립글로스, 분장용 제품 등이 있어요. 쓱싹쓱싹! 멋쟁이 아줌마는 볼빨간양의 얼굴에 화장을 했어요. 그러자 볼빨간양의 얼굴에서 점점 빨간 볼이 사라졌어요. 거울을 본 볼빨간양은 달라진 모습에 신이나 말했어요. "어머나! 믿을 수가 없어요.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신이 난 볼빨간양은 당당하게 마을로 갔어요. 볼빨간양을 본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볼빨간양이 훨씬 예뻐졌네요!" "볼빨간양의 볼이 연해졌어요!" "그러게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볼빨간양은 사람들에게 멋쟁이 아줌마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 후로 멋쟁이 아줌마의 집은 늘 손님들로 북적북적 댔어요. 모두 다 멋쟁이 아줌마의 화장대에 앉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멋쟁이 아줌마는 마을사람들의 까다로운 부탁을 다 들어줘요. 노란얼굴은 하얗게, 주근깨는 깨끗하게, 주름은 팽팽하게! 멋쟁이 아줌마 덕분에 온 마을 사람들은 멋쟁이가 되었어요. 오늘은 사랑마을 학예회가 열리는 날! 그런데, 학생들은 고민에 빠졌어요. "동물 의상엔 어떤 화장을 해야 하지?" "글쎄... 아 맞다! 멋쟁이 아줌마를 찾아가 보자!" "똑!똑!똑!" 멋쟁이 아줌마가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외쳤어요. "저희 얼굴에 분장을 해주세요!" 깜짝 놀란 멋쟁이 아줌마는 이유를 물어봤어요. 그리자 아이들은 학예회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각자 맡은 동물을 알려 주세요. 얼굴에 특수 물감으로 그려 줄게요!" 아이들은 한 명씩 멋쟁이 아줌마에게 분장을 받았어요. 물론 메이크업을 마치자 귀여운 동물이 되어있었지요. "자 이제 학예회장으로 가자!" "멋쟁이 아줌마 함께 가요! 저희 학예회에 초대할게요!" 멋쟁이 아줌마와 아이들은 학예회장으로 출발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초대해주어 고맙구나!" 무대에서 아이들은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었어요. 공연을 본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모두 즐거워했어요. 그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는 바로 멋쟁이 아줌마였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을 통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직업이에요. 분위기와 상황, 인물의 성격 그리고 등장하는 장소에 따라 그 인물에게 맞는 화장을 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미용과나 전문대학에서 메이크업학과, 분장예술학과, 미용예술학과 등의 전문적인 과정을 공부해요. 또 사설기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직업훈련을 받거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실질적인 경력을 쌓는 경우도 많답니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고객의 취향을 비롯해 피부 타입, 신체구조, 성격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해요. 또 유행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도 있어야 하죠. 평소 아름다움, 꾸미기에 흥미가 있고 색에 대한 감각, 창의력이 좋은 사람에게 적합해요. 브러쉬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때에 붓을 사용하는 것처럼 화장에 사용하는 붓이에요. 용도와 화장품의 성질, 부위에 따라 다양해요. 립스틱은 입술이 생기 있게 보이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이에요. 여러 가지 빛깔과 형태가 있어 상황에 맞게 연출할 수 있어요. 파우더는 얼굴 전체에 바를 수 있는 가루 화장품 이에요. 피부색을 밝거나 어둡게 연출할 수 있어요. 색조 팔레트는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짜서 사용하는 팔레트처럼 다양한 부위에 바를 색조 화장품이 있는 팔레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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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만 있으면 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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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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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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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분위기를 내뿜는 이곳은 칙칙마을. 온통 회색빛의 건물과 집들로 가득하고, 알록달록 생생해야 할 나무와 꽃들마저도 시들시들 힘이 없어 보여요. 칙칙마을 사람들은 모두 칙칙한 기운으로 가득해요. 마을에는 웃음소리나 음악 소리를 듣기 힘들어요.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칙칙마을 사람들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해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칙칙마을에 사는 하루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밝고 엉뚱한 아이에요. 하루는 스케치북과 물감만 있으면 즐거워요. "물감만 있으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 그림은 하루의 가장 친한 친구에요. 하루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림 그리는 건 정말 즐거워. 그렇지 않니, 토토?” “멍멍!” 하루의 눈에는 칙칙마을도 신나고 재미난 것들로 넘쳐납니다. "빨간 지붕의 집은 마치 빨간 내 일기장 같아. 굴뚝에는 토끼가 숨어 있을 거 같고, 나무 위에는 곰이 엎드려 쉬고 있을 것만 같아!" 하루는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스케치북 위에 옮겨놓아요. 하루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이렇게 거꾸로 보면 마치 하늘이 바다 같네. 아름다운 해저 마을을 보는 기분이야!" "거꾸로 보는 마을은 똑바로 보는 마을과는 달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네!" 때로는 눈을 가리고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토토,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면 소리와 냄새,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게 돼. 재밌겠지?" "음! 맛있는 빵 굽는 냄새가 나. 먹음직한 빵을 그려봐야지." 비 온 뒤 맑게 갠 날에는 조그맣게 생겨난 물웅덩이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이것 봐, 토토. 웅덩이에 비친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 마을이 기분 좋게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그런 하루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하루에게 웅덩이는 새로운 칙칙마을을 표현할 수 있는 재밌는 것이에요. “저 아이는 저기서 뭘 하는 거지?!" 또 하루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며 그림을 그려요. "저길 봐, 토토! 은행잎이 떨어지는 게 마치 노랑나비 같아! 나풀나풀 날아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하루는 신나서 노랑 물감을 잔뜩 짜고 그림을 그렸어요. "이렇게 좋은 마을에 살면서 모르고 있다니..." 하루는 마을 사람들에게 칙칙마을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밌는 곳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혼자서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웠으니까요. "우리 마을이 얼마나 재밌는 것들로 가득한지 보여줘야겠다!" 그날 밤 하루는 그림을 들고 나가 마을 곳곳에 그림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나무, 전봇대, 담벼락, 버스 정류장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그렸던 마을의 모습을 전시했어요. 그림 전시를 하게 되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화가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전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요. 다음 날, 칙칙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우리 마을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매일 똑같았던 풍경이 이토록 새롭게 보이다니!" 사람들은 하루의 그림 덕분에 놀랍게도 마을을 보는 눈이 바뀌게 되었어요. 밝아진 마을 분위기처럼 마을 사람들은 늘 미소를 지으며 마을 곳곳을 아름답게 가꾸게 되었어요. 하루의 그림은 칙칙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마을을 선물해 주었어요.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등의 예술작품을 창작해요. 화가가 되려면?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 미술 관련 전공을 공부하면 기초를 닦는 데 도움이 돼요. 미대 입시를 위해서는 실기 준비가 중요한데, 보통은 중고교 시절부터 미술 실기를 준비해요.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적으로 노력해 실력을 갖춰 공모전이나 개인 작품전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화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얼마나 꾸준히 재능을 계발하는지에 달려있어요. 그림 그리기 위해 필요해요. 이젤은 그림을 그릴 때 그림판을 놓는 틀을 말해요. 종류는 미술용 이젤, 디스플레이 이젤이 있어요. 물감은 물을 들이는 물질이나 안료를 말해요. 캔버스에는 주로 오일물감을, 종이에는 수채화물감, 파스텔 등이 사용돼요. 연필은 연필의 단단함과 진하기 정도에 따라 4H부터 8B까지 나누어져 있어요. 캔버스는 유화를 그릴 때 쓰는 천을 말해요. 화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주세요. 전시를 준비하다 작업량이 많아서 밤을 새워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에 전시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끝나자마자 과로로 입원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나도 화가! 화가가 되어서 자유롭게 나만의 모나리자를 그려보아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 중 하나예요. 언제, 누구를 모델로 하여 그려진 것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죠.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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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파란대문 아저씨(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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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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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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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 이야기는 정말 정말 비밀이야!" 우리 동네 파란 대문집 아저씨는 두꺼운 검은 뿔테안경에 고무신, 알록달록 옷을 입은 아저씨야. 요리조리 빙글빙글 이리저리 뱅글뱅글 왔다갔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요리조리. 정말 수상해! 수상해! 어느 날, 파란 대문 아저씨가 친구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해.' 하지만 엄마와 함께 그냥 지나쳐야 했어. 정말 수상해! 수상해! 파란 대문 아저씨는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우리 동네 공원에서도 그 아저씨를 만난 거야. 나는 살금살금 아저씨 뒤를 따라갔지. '봐. 봐, 정말 이상해!' 아저씨는 공원 안에 사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거야. 아저씨는 회사에 다니지도 않고, 내가 아는 어른들하고는 정말 달라. "하늘아, 안녕! 바람아, 안녕! 새들아, 안녕!" 내가 창문을 열었는데 파란 대문 아저씨가 옥상에서 하늘을 보며 서 있는 거야! 한참 동안 하늘을 보더니 사진을 찍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별을 아저씨도 좋아하는 걸까? 짜잔, 봐봐! 내 보물 1호!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이 탐정 책 속에 나오는 수리 탐정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결사야. "엄마, 수리 탐정 같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자 엄마는 방긋 웃으며 말씀하셨어. "글쎄, 하지만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있지." "정말? 그게 누군데?" "그건 바로 그 책을 쓴 문학가지." "문학가? 이야기를 쓴 사람을 말하는 거야? 그럼 나도 그 문학가를 만나보고 싶어." "그렇다면 엄마가 한번 알아볼게." 드디어 약속 날. 두근두근 콩닥콩닥 가슴이 마구 뛰었어. 마치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았지. 엄마는 직접 구운 쿠키를 예쁜 상자에 담으셨어. "수리 탐정을 쓴 문학가를 만나러 출발!" 그런데 여기는... 파란 대문 집 앞에 딱 서게 된 거야!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문이 열리길 기다렸어. 왜냐하면, 여기는 그 수상한 아저씨가 사는 집이니까. 잠시 후 아저씨가 엄마와 나를 반겨주셨어. '설마 이 수상한 아저씨가 수리 탐정을 쓴 거야?' 내 보물 1호 수리 탐정을 쓴 문학가 아저씨가 우리 동네에 사는 수상한 아저씨라니! 내가 아저씨를 수상하게 생각한 건 비밀이야! "아저씨가 수리 탐정을 쓰셨다고요?" "처음 이 수리부엉이 인형을 보고 이야기가 떠올랐지." 문학가는 문학 작품을 쓰고 연구하는 사람을 말해요. 글 작가라고도 불리며 출판, 연극, 영화, 방송을 위한 문학작품을 창작하거나 소설, 시, 동화를 창작해요. 문학가가 되려면? 작가로 활동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 제한은 없지만,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같은 관련 학과에 진학해 교육을 받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또 글과 관련된 공모전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작가는 타고난 언어감각과 문장력, 표현력, 창의력, 추리력을 갖추어야 하며, 역사나 사회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장시간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내력이 요구되며,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과 호기심도 필요해요. 방송작가는 방송프로그램의 구성을 함께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하는 작가예요. 방송 원고 글을 쓰는 것 이외에도 출연진이나 인터뷰 섭외 업무, 방송의 배경음악 나레이션까지 준비하는 일을 한답니다. 드라마작가, 음악방송작가, 구성작가 등이 있어요. 시나리오작가는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를 시나리오 작가라고 해요. 영상이나 연극을 구성하고 대본을 쓰는 일을 해요. 영화시나리오작가, 연극시나리오작가, 만화스토리작가, 게임시나리오작가, 광고시나리오작가 등이 있어요.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은 작품뿐 아니라 삶 자체로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어요. 그는 삶을 마무리 하면서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유언과 함께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남기기도 했죠. 대표작으로는 '몽실언니', '황소 아저씨', '사과나무밭 달님' 등이 있어요.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일제 강점기에 탄압받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었던 인도의 시인입니다. 그는 '기탄잘리'라는 시로 아시아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세계에 동양문학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대표작으로는 '들꽃', '동방의 등불' 등이 있어요. 지금부터 무얼 하면 좋을까요? 무엇보다도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매일 일기나 독서 노트를 쓰는 습작 훈련을 통해 문장력, 표현력 등을 기르고 바른 언어 습관을 지니려고 노력해 요. 그리고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해요. 소재를 쌓아 가며 많은 상상과 탐구를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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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궁금한 무빈이(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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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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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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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뒤따라 졸졸졸. 아빠 뒤따라 졸졸졸. 할아버지 뒤따라 졸졸졸. 할머니 뒤따라 졸졸졸. 호기심 많은 무빈이가 오늘도 눈을 반짝거려요. '왜 그럴까?' "궁금해! 궁금해!" "오늘은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듯 머리가 희끗희끗 하신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어요. "이것 보세요! 구슬은 왜 아래로만 떨어지죠?" 할아버지는 갸우뚱! "궁금해! 궁금해!" "오늘은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머리에 뽀글뽀글 라면 가락이 춤을 추는 듯한 할머니가 살래살래 고개를 흔들며 물었어요.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은 왜 밖으로 튕겨 나오지 않아요?" 할머니는 갸우뚱! "궁금해! 궁금해!" "오늘은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반듯반듯 네모안경 쓴 아빠가 스마트폰을 꾹꾹 누르며 물었어요. "갯벌에 바닷물은 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움직여요?" 아빠가 갸우뚱! "궁금해! 궁금해!" "오늘은 또 뭐가 그렇게 궁금하니?" 설거지하는 엄마의 앞치마를 당기며 무빈이가 물었어요. "지구가 빙글빙글 도는데 난 왜 어지럽지 않아요?" "우리 무빈이는 궁금한 게 아주 많구나." "무빈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 바로 물리학자야." "저도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아요. 물리학자는 궁금한 걸 알아내는 사람인 거죠?" "엄마, 저도 물리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물리학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한단다. 우리 무빈이처럼 말이야." "예를 들면, 이렇게 수돗물을 틀면 물이 아래로 흐르는데, 물리학자들이라면 왜 물은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밑으로만 떨어질까? 라고 생각을 하겠지?" 물은 왜 아래로만 흐를까? 물리학자는 이렇게 나뉘어요. 이론물리학자. 주로 아주 작은 원자 단위의 세계의 물리학을 연구 하기 때문에 직접 실험할 수 없어서 생각만으로 하는 실험을 해요. 실험물리학자. 실험을 통해 연구해요. "그래서 왜 그런지 알아낸 물리학자가 있어요?" "그럼, 영국의 아이작 뉴턴이란 물리학자가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물체가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냈단다." "우와, 멋지다." 앗, 바로 이거야! 여러분도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해보세요! 유레카를 외친 일화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 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채워진 물이 자신이 들어가자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호기심과 의문이 생겼다고 해요. 이러한 사소한 호기심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밑거름이 된답니다. "저는 열심히 노력해서 꼭 물리학자가 될 거예요!" "그래, 우리 무빈이는 훌륭한 물리학자가 될 수 있을 거야." 193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폴 디랙'은, 이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로 전달하는 것이 바로 물리학 이라고 말했어요. "엄마가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작 뉴턴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설거지하세요." "호호, 다 컸네. 우리 아들." 물리학자가 되려면 성격이 꼼꼼해야 하고, 수학적 기초가 있어야 한대요. 물리를 연구한 책들이 영어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영어도 잘해야 하죠.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은 왜 밖으로 튕겨 나오지 않지요? 롤러코스터가 360도로 돌 때 순간적이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원심력과 중력이 같기 때문이에요. 물체가 든 바구니를 끈을 매달고 돌리면 물체가 쏟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죠. 갯벌에 바닷물은 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움직여요? 바다 갯벌의 물이 들어오고 빠지는 것은 달과 태양 및 기타 여러 천체의 인력과 지구의 원심력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이런 것을 밀물과 썰물이라고 해요. 왜 물은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밑으로만 떨어질까요?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지구에는 모든 것을 지구 가운데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가지고 있는데 물도 이런 중력을 받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답니다. 중력 덕분에 지구 반대쪽에서도 사람이 안전하게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답니다. 지구가 빙글빙글 도는데 난 왜 어지럽지 않아요? 비행기나 자동차가 한창 달리고 있을 동안은 속도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원리와 같아요. 어지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달팽이관의 림프액의 흔들림으로 알 수 있는 것인데 지구는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자전을 하고 있어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요. 물리학자가 되려면? 물리학자가 되려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초학 문의 특성으로 인해,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이상의 공부를 해요.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연구논문 심사를 통해 박사학위 까지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물리학자는 어디서 일하나요? 일반적으로는 연구소의 연구원이나 대학의 대학교수 또는 강사로 일해요. 또는 공채나 특채를 통해 정부기관이나 기업부설 연구소의 연 구원으로 활동해요. 증권 분석가나 컨설턴트 등의 응용 분야에서도 물리학자가 활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유명한 물리학자들은 누가 있나요? 아이작 뉴턴 운동의 3법칙(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발견한 물리학자예요. 최초로 반사망원경을 개발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우기도 했어요. 알버트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사람으로 유명해요. 광전효과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물리학자로 불려요. 이휘소. 한국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의 후보에 올랐던 물리학자에요. 세계 최초로 참(Charm)이라는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다고 해요. 실 전화를 만들어요! 바늘에 실을 꿰어서 종이컵 바닥 면 중간에 꽂아 넣어요. 나머지 종이컵에도 실을 꽃아 하나로 연결해요. 실이 풀어지지 않도록 매듭을 잘 지으면 실 전화가 완성! 소리가 컵 안을 진동한 후, 실을 타고 반대편 컵으로 전해질 거예요. 멀리서도 들리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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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의 용감한 여행(비행기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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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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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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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토비는 토끼 나라에 살고 있어요. "엄마, 다른 나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글쎄, 비버 나라에는 초콜릿 호수가 있다고 하더라." 엄마는 뜨개질을 멈추고 토비를 보며 말했어요. 어느 날 아침, 토비가 학교로 가던 길에 비버가 전단을 나눠주며 외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여러분! 비버 나라로 오세요!" "우와! 초콜릿 호수가 있대." 토끼 친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토비도 전단을 읽어 보았어요. "엄마! 저도 비버 나라에 가보고 싶어요!" 엄마는 토비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토비야, 여행은 용기가 필요하단다. 하지만 배울 점도 많을 테니, 조심히 다녀와야 한다." 토비는 신이 나서 비행장으로 달려갔어요. "정말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저게 비버 비행기구나!" 비행장에 도착하니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어요.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 비버 승무원이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아요.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자, 친절한 비버 승무원이 인사를 해요. "비버 비행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자리를 알려드릴게요. 짐은 짐칸에 넣어주세요." "여러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버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토비는 초콜릿 호수로 한걸음에 달려갔어요. 초콜릿도 마음껏 먹고, 풍덩 풍덩 헤엄도 치면서 신 나게 놀았어요. "나도 집에 갈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비버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어요. 토비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졌어요. 다시 비버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 아빠는 토비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여행은 어땠니?" "비버 나라에는 정말 커다란 초콜릿 호수가 있었어요!" "토비야, 승무원이란 탑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먼저 생각해야 한단다." "이것 좀 보세요!"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았어요. 토비의 가방에는 비버 나라에서 가져온 알록달록 초콜릿이 한가득 있었어요. "엄마, 난 비행기 승무원이 돼서 많은 나라를 구경하고 싶어요." 그러자 엄마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든 토비는 비버 승무원들을 떠올렸어요. "나도 비버 승무원들처럼 친절하고 멋진 승무원이 될 거야." 살며시 잠이 든 토비는 꿈속에서 어느새 토끼 승무원이 되어 비버 나라로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띠를 매셨는지 확인해주세요." 비버 승무원은 침착하게 안전 수칙을 말해주었어요. "아이고, 머리야. 갑자기 멀미가 나고, 머리가 아픈 것 같아." "할머니! 이 약을 드시고 담요를 덮으세요." "abcdefg..." 고슴도치가 외국어로 질문하고, 비버 승무원은 척척 대답해요. "손님 여러분, 불편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친절한 승무원들 덕분에 토비는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여러분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매주세요. 이륙합니다!" 기내에 방송이 나오고, 모두가 자리에 앉자 비행기가 날아가요. "와! 하늘을 날고 있어. 구름들이 커다란 솜사탕 같아!" 그 때,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과일 드실래요? 채소 드실래요?" 식사시간이 되자 비버 승무원들이 도시락을 나눠줘요. "와, 맛있어! 엄마가 기르시는 당근만큼 맛있는데?" 토비는 식사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비버 승무원들은 신문도 나눠주었어요. "초콜릿 호수에서 곧 축제가 열린대요." "초콜릿은 어떤 맛일까?" 신문을 읽던 사람들은 비버 나라가 더 궁금해졌어요. 비행기 승무원은 탑승객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보통 승무원이라고 하면 기내식을 준비해 주는 서비스가 전부일 것 같지만, 승무원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랍니다. 비행기 승무원이 되려면? 승무원의 다양한 업무에 적극적인 성격과 서비스 정신은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건강관리와 위기 시의 대처능력도 중요합니다. 항공운항과, 항공관광과, 항공서비스과 등의 관련학과를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훈련을 받나요? 승무원으로 항공사에 입사하게 되면 총 3개월의 훈련기간을 거칩니다. 1개월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방법을 훈련받고, 그 후에는 기내 서비스 훈련을 받습니다. 여권은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공식 신분증명서입니다. 외국으로 가는 항공사 승무원들은 항상 여권을 챙겨야 합니다. 전자 여권을 발급받으면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 자주 나가는 승무원들은 가방 싸기의 달인이랍니다. 여행 가방에는 세면도구와 평상복, 잠옷, 그리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 등이 있습니다. 유니폼은 승무원의 직업, 소속, 직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을 합니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비행기 승무원은 국제선 비행에 대비한 지식과 외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요, 또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해요. 다른 직업과는 달리 공중에서 일해야 하며, 해외 체류가 잦고, 야간이나 주말, 휴일에도 일해야 할 때가 많으므로 강한 체력이 중요해요. 또, 봉사정신, 배려심, 사회성 등이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비행기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승무원은 일을 위해 해외로 떠나지만, 도착지에서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 원하는 곳을 여행할 수 있답니다. 책에서만 보았던 세계 곳곳의 명소에 가서 좋은 풍경을 보면 비행 중에 쌓였던 피로도 잊고 '승무원이 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 승무원으로서 힘든 점은 뭔가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알고 보면 힘든 점이 많아요. 비행하다 보면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아 낮과 밤이 바뀌는데, 그때 건강이 약해지기도 하죠. 그래서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 체력을 키우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뭔가요? 비행 중에 비틀거리는 어린이 손님이 있었어요. 복도 바닥에 부딪힐까 봐 넘어지기 전에 뛰어가서 안아주었습니다. 소화가 안 돼서 현기증이 났나 봐요. 그 손님을 바닥에 눕히고 응급처치를 하자 곧 깨어났어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탑승권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좌석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짐은 좌석 밑이나 선반 위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손님 여러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현재 시각은 1월 1일 수요일 오후 4시 25분입니다. 항공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좌석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고 계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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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니다! 특급 도우미 서비스(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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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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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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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다정이의 도우미 서비스 사무실에 견학 온 날이야. 이 곳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다정아, 안녕?" "응! 어서와!"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다정이네 도우미 서비스입니다." "다정씨! 우리 동네 빨간 지붕 집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걱정 돼요.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비도 샌대요." "네, 알겠습니다. 도와드릴게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도우미 서비스에서 왔습니다!" 요정들이 지붕을 뚝딱뚝딱, 빨래도 복작복작, 청소도 반짝반짝하게 했어요. "할아버지, 안마 받으세요." 할아버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딩동 딩동." "할아버지! 반찬 가져왔어요!" 현식이가 휠체어를 타고 왔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댁 문턱이 높아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네요. "문턱에 두꺼운 판자를 대서 넘나들기 편하게 해 주자." 뚝딱뚝딱 요정들은 현식이를 위한 길을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현식이의 휠체어가 다니기 쉽게 고쳐 주려고, 울퉁불퉁한 곳, 계단 밖에 없는 곳이 어딘가 둘러봤어요. 다정이와 요정들은 우체국 계단 옆에도 평평한 길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온 동네의 불편한 부분을 뚝딱뚝딱 고쳤어요. "불편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요." "지붕을 고쳐줘서 고마워요." 현식이와 할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에이! 참, 쑥스럽게." 다정이와 요정들은 정말 상냥해요. "다정아, 너는 왜 사람들을 돕는 거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원하는 도움은 그때그때 달라. 난 그런 사람들에게 꼭 맞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다정아,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물론이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단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면 자원봉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원봉사 사이트에 신청하거나 가까운 사회 복지 시설이나 기관에 직접 문의해 신청하여 봉사활동을 해보세요. "다정아, 저 작은 친구들은 누구야?" "나와 함께 일하는 요정들이야. 아주 작고 가볍지만 힘도 세고 마음도 상냥해. 이 요정들은 안경을 끼고 일하는데, 이걸 끼고 본 것은 내 안경으로 나도 볼 수 있단다." "누구나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것을 정리하고 알려주는 것이 나의 일이야. 그러려면 항상 소식을 듣고,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해. 그래야 찾아가서 꼭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어." "어서 타! 우리와 함께 가자!" 나는 다정이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할아버지 댁으로 출발했어. 저기 할아버지네 빨간 지붕이 보이네. "저 집인가 봐! 빨리 할아버지께 가보자!" 사회복지사는 장애인, 노인, 청소년,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사회적,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에요.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발급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가에서 지정하는 교육훈련기관에서 24주 이상 교육 훈련을 이수하거나, 전문대학, 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사회복지학, 사회사업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해 자격요건이 되면 취득할 수 있다고 해요. 사회복지사는 어떤 곳에서 일하나요? 주로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지역 아동센터 등과 같은 사회복지이용시설이나 장애인재활시설, 아동양육시설, 모부자복지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의 사회복지생활시설 등에서 일하게 돼요. 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향상과 사회보장을 위한 사회 정책과 시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에요. 사회복지는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복지시설은 국민의 사회복지를 위한 시설이에요. 복리시설이라고도 하며 양로원, 복지관, 종합구민회관, 보육원, 아동상담소, 장애인 시설 등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란 직업의 매력이나 장점은 무엇인가요? 세상은 혼자만 힘들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을 통해 느끼게 돼요. 도움을 받을 곳이 있고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입니다.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을 위해서는 긴급 상담, 행사, 주말 활동 등으로 퇴근 시간이 불규칙할 때가 종종 있어요. 또 행정 업무들, 각종 민원의 발생 및 이용 장애인들 간의 마찰, 끊임없는 상담 등으로 심신이 지칠 때도 있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를 말해주세요. 힘든 나들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참여했던 분들이 감사하다며 손을 잡아주고 행복해해요. 이럴 때 가장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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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패션디자이너 도전기(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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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인형 놀이하기를 무척 좋아해요. 오늘도 나리는 인형 친구 마리에게 이런저런 옷을 입혀 보고 있어요. "마리야 이 옷도 입어볼까?" "이번 여름 특활반에서 어린이 패션쇼가 열린대요. 저도 거기에 참가하고 싶어요. 엄마! 좀 도와주세요." 나리의 엄마는 패션 디자이너예요. "물론이지, 엄마가 뭘 도와줄까?" "엄마 일하는 곳에 가 보고 싶어요." "그럼, 엄마의 사무실을 구경시켜 줄게." 며칠 후, 엄마는 사무실에 온 나리에게 함께 일하시는 분들을 소개해 주셨어요. "이건 다음 계절에 선보일 옷이란다." 나리는 작업과정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어요. "나리야, 옷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볼까?" 1. 먼저 색채를 골라요. 2. 천을 선택하여 그 색채를 염색해요. 3. 옷의 모양은 이미지 맵으로 정해요. 4.옷을 종류별로 그려요. 5. 패턴을 만들어요. 6. 천을 패턴대로 바느질해서 옷을 만들어요. 7. 샘플인 이 옷들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요. "이렇게 다양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옷이 완성되는 거란다. 우리 딸도 잘할 수 있겠지?" 엄마의 사무실을 둘러보고 온 나리는 무척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어린이 패션쇼에 내야 할 옷을 생각하니 걱정이 돼서 마리를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답니다. "나리" "나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리는 깜짝 놀랐어요. 마리가 웃으면서 나리에게 말을 걸어 왔거든요. 마리와 나리는 패션쇼장으로 날아갔어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정말 멋있었어요. "와! 너무너무 멋지다." "나도 저런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리! 우리가 너를 도와줄게." 의기소침해진 나리 앞에 마리가 요정 친구들을 데리고 나타났어요. 조개에서 추출한 자주색 염료는 가격이 비싸고 희소성 있는 색으로, 로마에서는 '황제'를 상징 하는 색이었대요. 나리는 신이 나서 드레스를 그렸어요. 그러자 마리의 요정 친구들이 거미의 실로 짠 천에다가 조개에서 구한 자주색으로 염색을 하여 멋진 드레스를 만들어 줬어요. 매우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한 채 잠에서 깬 나리는 마리가 보여준 꿈의 세계를 생각하며 학교로 향했답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패션 디자이너는 옷과 장신구, 구두 등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말해요. 옷의 기능, 소재, 착용감 등을 신경 써서 새로운 디자인을 기획해요.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면? 공개채용 시험, 의류회사에 입사, 개인 브랜드를 만드는 등의 활동으로 패션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채용을 위해서는 필기와 실기시험 또는 면접과 포트폴리오 심사과정을 거치는데, 대학교 혹은 직업훈련 사설교육기관에서 의상 디자인학, 패션디자인, 의류학 등을 전공하는 것이 유리해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 분석하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해요. 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능력이 필요해요. 여러 사람과 팀을 이루어서 일하므로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해요. 패션머천다이저는 새로 출시하게 될 옷을 계획하는 사람이에요. 시장의 특성과 유행을 분석하며 총괄적인 일을 해요. 소재, 자재부는 옷을 디자인할 때 원단의 색과 소재, 패턴 등을 제안하고 원단, 지퍼, 단추 같은 장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에요. 패턴사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패턴을 만드는 사람을 말해요. 봉제사는 디자인과 패턴이 완성되고 원단과 부자재들이 준비되면, 모든 재료를 옷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에요. 패션의 도시? 세계적인 3대 패션의 도시로는 프랑스의 파리, 이탈리아의 밀라노, 미국의 뉴욕이 있어요. 이 도시에서는 시즌마다 큰 패션쇼와 행사들이 열리는데 이를 '패션위크'라고 불러요. 시즌이란? 계절이란 뜻을 포함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는 시기를 말해요. 보통 봄, 여름과 가을, 겨울로 나누어 SS, FW라고 불러요. 실제로 그 계절의 한두 달 앞서서 패션쇼를 통해 디자인을 발표하고 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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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천사를 꿈꾸는 유미와 유주(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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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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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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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니처럼 간호사 할래." "내가 간호사잖아. 넌 환자 해!" 유미와 유주는 오늘도 아옹다옹 다투고 있어요. 병원 놀이할 때도 서로 치료하고 싶어 하고요. 유미와 유주는 인형들을 꺼내서 붕대도 감아주고 반창고도 붙여줬어요. 그러다 낮잠 시간이 되어 둘은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유주야, 유주야." 언니 유미가 동생 유주를 흔들어 깨웠어요. 유주는 눈을 비비고 깨어나 깜짝 놀랐어요. "언니, 여기가 어디야?" "나도 모르겠어." "언니 저기 언덕 위에 뭐가 있는 것 같아. 우리 가보자." 유미와 유주는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병원 안에는 장난감 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유미와 유주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폈어요. 그때, 의사 돼지가 진찰실에서 달려 나와 말했어요. "나 혼자 이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없어요. 와서 나 좀 도와줘요." 털이 듬성듬성 빠진 아기 양이 감기몸살에 시름시름 앓고 있었어요. "유주야. 우리가 돌봐주자." 유미는 아기 양에게 체온계를 물렸어요. 유주는 아기 양의 체온을 종이에 적었어요. 그리고 약을 먹여주고 이불을 덮어줬어요. "아기 양아, 걱정하지 마. 금방 나을 거야." "고마워요. 간호사님." 저 멀리서 두더지들이 뒤뚱뒤뚱 몰려왔어요. "언니, 두더지들 좀 봐. 머리에 혹이 잔뜩 났어." "어디서 맞은 걸까? 어서 얼음을 가져오자." 유미와 유주는 차가운 얼음주머니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두더지들 머리에 얹어주었어요. 유미와 유주는 두더지들에게 헬멧을 씌워 줬어요. 두더지들은 헬멧을 만지며 신나게 돌아갔어요. 두더지 잡기 놀이 때문에 두더지들은 매일 머리에 혹이 생겨요. 갑자기 주사실에서 큰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지?" 유미와 유주는 총총 달려갔어요. 아기 코끼리가 겁이 나서 울고 있었어요. 유주는 아기 코끼리에게 다가가서 엉덩이에 알코올 솜을 쓱쓱 닦았어요. 아기 코끼리는 눈을 꼭 감았어요. 유주가 아기 코끼리에게 주사를 놨어요. "많이 아팠지?" "아뇨! 저는 용감한 코끼리에요." 아기 코끼리는 뱅그르르 돌며 외쳤어요. 유미와 유주는 아파서 고생하는 인형들을 정성껏 돌봐줬어요. "이제 좀 편안해졌나요?" 유미가 차분차분 돌봐 줘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세요." 유주도 차근차근 알려줬지요. 일어나렴. 아득히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유미와 유주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함께 꿈나라에 갔다 온 유미와 유주는 마주 보며 생긋 웃었어요. 오늘도 유미와 유주는 병원 놀이를 해요. "배가 또 아파요." "따뜻한 물수건을 덮어 줄게요." 둘은 이제 번갈아 가며 사이좋게 서로 돌봐 주네요? 물론 장난감 인형들도 함께 말이에요. 우선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야 해요. 마음이 따뜻하고 봉사 정신이 강한 사람, 다른 사람들을 돕기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리고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돌봐야 하므로 수학, 생물, 화학 등과 친해지는 것이 좋아요. 또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바탕이 되어야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남자 간호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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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롱이는 신문기자(신문·방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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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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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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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롱아, 동화신문 왔다. 어서 일어나!" 엄마의 큰 목소리 때문에 놀랐지? 그래도 난 이 소리가 좋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동화신문이거든. 이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져. 신문이란?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실이나 해설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정기 간행물이에요. 여기가 동화신문사야. 동화마을 대표 신문인 동화신문을 만드는 곳! 내가 바로 이곳에 보조기자가 됐거든. 내가 취재한 사건이나 사고가 기사가 돼서 신문으로 만들어지는 거야. 참 멋지지? 신문사란 신문을 편집하여 발행하는 회사를 말해요. 앞에서 뛰어가는 이 사람은 정식 기자 봉고 선배야. 봉고 선배는 '빨리빨리'를 밥 먹듯이 외쳐. "봉고 선배, 같이 가." "빠롱아! 큰 사건이 터졌어. 빨리빨리 움직여!" 기자의 다양한 분야. 사진기자. 보도를 위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말해요. 신문사, 잡지사, 통신사 등에서 일해요. 촬영기자. 방송물을 제작하기 위해서 촬영장비를 사용하여 각종 대상을 촬영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편집기자. 취재된 기사나 사진 자료들을 신문이나 방송매체에 보도하기 위해서 편집하는 업무를 해요. 여긴 일곱 난쟁이의 집이야. 백설공주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대. "선배, 요즘 멧돼지 습격이 많았는데 공주도 그 습격을 받은 게 아닐까?" "빠롱아! 또 쉽사리 결론을 내리는 거니?" 취재수칙 복창! 문학 작품이나 기사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나 재료를 찾아내서 수집하거나 조사하는 것을 취재라고 해요. 취재수칙1. 취재는 눈으로만 보지 않고 사진과 기록으로 남긴다. 취재수칙2. 취재는 반드시 면담과 조사를 거쳐 원인이나 의도를 파악한다. 취재수칙3. 취재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을 분석하여 입증된 결론만을 기사로 쓴다. "그럼, 취재수칙 2!" "이번 사건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봉고 선배가 형사님께 물었어. "아마도 누군가 독이 든 사과를 백설공주에게 먹인 것 같습니다." 정말 침대 밑에 사과가 떨어져 있네. 사건을 입증할 증거자료니까 사진기로 정확히 찍어 놓자. 입증이란 근거나 이유를 내세워 내용이나 주장을 증명하는 것을 말해요. "빠롱아, 이번엔 검사관 할아버지와의 면담이야. 빠롱이가 한번 질문해 봐." "검사관님, 사과에 독이 있었나요?" "네. 사과에서 독이 검출됐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건, 공주의 계모인 왕비의 지문이 나왔다는 겁니다." 손가락 안쪽의 끝에 있는 살갗의 무늬를 지문이라고 해요.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고 변하지 않아 범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된답니다. "왕비가 공주에게 사과를 먹였다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할 거야." "아 그렇구나! 선배, 그럼 녹음기는 챙겼어?" "이야! 중요한 내용은 녹음한다는 것도 알고 빠롱이 정식 기자가 다 됐네." 봉고 선배는 왕비의 성으로 달려갔어. 나도 취재 내용을 편집하러 신문사로 갔어. "빠롱아, 편집 잘하고 있니?" "선배, 벌써 왔어?" "그럼. 어서 기사를 써서 신문에 실어야지." 편집은 원고 정리, 제목 작성, 지면 구성 등을 하여 신문이나 잡지 등을 완성하는 일을 말해요. "빠롱아, 기사는 과장이나 거짓이 들어가서는 안 돼. 그리고 신문은 많은 사람이 읽으니 정확하고 진실해야 해." "당연하지.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기자들은 기사에 쓸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러한 자료를 기사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소식을 전달해 준답니다. 백설공주 사건은 큰 화제를 모았어.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칭찬을 해 주었지. "빠롱아, 기사 정말 잘 썼더라." "빠롱! 정식 기자가 된 걸 축하한다!" "뭐라고, 선배? 내가 정식 기자가 된다고?" "그래. 곧 정식 기자 임명식이 있을 거야." 야호~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야. 동화신문 정식기자라니! 정식 기자가 되니 어깨가 으쓱!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지. 이제 시작이라고. 선배 사건이에요! 빨리요! 빨리! 기자가 되려면?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 신문, 방송, 잡지사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영어와 논술을 잘하면 유리해요. 관련학과로는 크게 본다면 학과 제한은 없지만 4년제 대학 이상의 정치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등 인문사회 계열 전공이 있어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신문 방송기자는 사회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분석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편견 없는 기사를 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해요.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정의감, 공정성 등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녹음기. 인터뷰할 때 녹음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이어리. 기자들이 인터뷰 일정이나 메모를 해놓기 위해 사용해요. 기삿거리. 기사에 쓰일 내용이에요. 기자가 수집한 기삿거리와 독자들이 보내준 기삿거리도 있답니다. 컴퓨터. 기자는 대부분은 휴대용 노트북으로 기사 작성을 해요. 이렇게 작성된 기사를 컴퓨터로 주고받기도 합니다. 카메라. 일부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도 한답니다. 나도 신문, 방송기자! 10년 뒤에 내가 신문에 실렸어요. 어떤 기사가 실렸을지 직접 써 보아요. 기사를 작성할 때 이런 것들을 지켜요. 공정보도. 우리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품위유지. 우리는 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한다. 정당한 정보수집. 우리는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 올바른 정보사용. 우리는 취재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 사생활 보호.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의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취재원 보호.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취재원을 보호한다. 오보의 정정. 우리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 잡는다. 언론자유 수호. 우리는 권력과 금력 등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외부의 개인 또는 집단의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한다. 갈등, 차별 조장 금지. 우리는 취재의 과정 및 보도의 내용에서 지역, 계층, 종교, 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 광고, 판매활동의 제한. 우리는 소속회사의 판매 및 광고문제와 관련, 기자가 지녀야 할 품위를 손상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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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달이의 꿈(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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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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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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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달이라는 소녀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낡은 빨간색 대문이 바로 옥달이가 사는 집이야. 가난한 소녀는 가지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소녀는 새로운 세상을 일기장에 쓰기 시작했어. 다음날 신기하게도 옥달이가 쓴 이야기가 똑같이 벌어졌어. "내가 쓴 그대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은 옥달이가 쓴 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했지. "와, 내가 써놓은 대로 세상이 만들어지네!" 날씨조차 옥달이의 일기대로였다니까. "일기장에 쓴 대로 되어버리는 세상. 내가 쓴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 재미있고 신난다!" "뭐든지 내 마음대로구나!"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게 해줘!" "돌아가신 할머니가 다시 살아나게 해줘!" "시험에 합격하게 해줘!" 하지만 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아악, 살려줘, 휴, 꿈이었구나." "훌쩍훌쩍, 아이고 저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나." "여보, 저건 진짜가 아니야, 드라마 작가가 시나리오로 쓴 세상이라고." "시나리오?" 다행히 꿈이었지만, 덕분에 소녀는 시나리오에 대해 알게 되었어. 다음 날, 옥달이는 우연히 영화 촬영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어. "자! 모두 시나리오 읽으셨죠? 그대로 갑시다!" "아저씨, 시나리오가 뭐예요?" "시나리오는 영화를 만드는 설계도나 마찬가지란다. 우리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시나리오 작가가 쓴 대로 움직이거든. 자 한번 볼래?" 영화는 모두 시나리오에 쓰여있는 대로였어. "내가 쓴 일기도 시나리오였을까? 그런데 영화 대본은 내 글과는 많이 다르네?" "하하하, 이건 네가 일기로 쓴 글과 같은 것을 촬영을 할 수 있게 바꾼 것일 뿐이야. 너의 일기도 제법이구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건 어때?" 둘러보고, 살펴보고, 읽어보고, 느껴보고. 한 번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써 보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 그리고 꿈에서지만, 옥달이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영화로 만들어졌지. 옥달이는 너무나 행복했어.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사람들을 보면 옥달이는 가슴이 벅찼어. 시나리오 작가 박옥달.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면? 시나리오 작가는 연극,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방송,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나뉠 수 있어요. 관련학과로는 연극영화과나 극작가 쪽이 있으며 문예창작과도 있어요.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도 있고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법도 있어요. 시나리오 작가의 다양한 분야. 방송작가. 라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필요한 대본을 만들고 집필하는 일을 담당해요. 완성된 프로그램을 위해서 방송작가는 방송 진행에 모두 관여하기도 해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작품의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따라서 새롭게 영화 대본을 쓰거나 기존의 문학작품을 각색하여 대본을 집필하는 사람을 말해요. 드라마 작가. 방송 드라마 대본을 쓰는 사람을 말해요.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및 소재를 설정하는 일을 해요. 준비 단계. 우선 시나리오를 분석해서 촬영 계획을 세워요. 그런 다음 연기자 선정, 촬영 스태프 구성, 촬영 장소 선택 등을 합니다. 이런 준비가 끝나면 촬영대본을 만들고 연기자들과 연기 연습을 합니다. 촬영 단계. 촬영 스태프들은 대본에 맞춰 촬영 준비를 하고 연기자들은 총연습을 거친 후에 촬영에 들어갑니다. 완성 단계 촬영 한 분량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다시 편집해요. 그리고 효과음과 자막을 넣어서 마무리 작업을 하면 영화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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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일(파티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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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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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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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속 푸른 마을에는 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 할아버지가 살고 있어요. 푸른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할아버지를 존경하지요. 며칠 후면 의사 할아버지 생신인 거 알고 있어요? 당연하죠, 안 그래도 할아버지를 위한 깜짝 생일파티를 할 생각이에요. 의사 할아버지의 생일이 다가오자, 숲속 동물들은 모두 모여 회의를 시작했어요. "숲속의 모든 꽃을 가져다가 장식해 드려요!" 공연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연극이나 음악, 무용 등을 관객에게 연출하여 보여주는 것이에요. 결국, 염소 이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의견이 맞지 않으니, 파티를 성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전문가를 모십시다." 거위씨가 마을 주민들 앞에 나타났어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의사 할아버지의 생일파티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달려왔답니다. 저는 즐거운 파티를 만드는 일에는 자신 있어요!" "이제 파티를 준비해 볼까요? 저에게 의사 할아버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마을 사람들은 거위씨에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먼저 의사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준비해 주세요. 원숭이 씨, 공연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뚝딱뚝딱 거위씨의 도움으로 파티장이 완성되고 있어요. 파티장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자신의 깜짝 생일파티를 눈치챈 할아버지는 기뻐서 웃음을 지었답니다. 마을 주민들은 깜짝 파티의 성공에 모두 행복해했어요. 거위 씨도 흐뭇한 웃음을 지었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칵테일파티 (Cocktail party). 가장 많이 행해지는 파티로서,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해요. 실용적이고 부담 없는 파티라고 할 수 있어요. 포트럭 디너 파티 (Potluck dinner). 파티 참가자들이 각각의 요리를 한가지씩 만들어서 함께 먹는 파티에요. 주최자는 장소 정도만 제공해요. 디너 파티 (Dinner party). 초청장에서 복장, 음식 순서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형식에 따라 준비되는 가장 격식을 갖추는 파티라고 할 수 있어요. 샤워 파티 (Shower party) 친한 친구들끼리 결혼과 출산 등에 필요한 물품을 선물하며 축하의 인사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파티에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파티주인공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마음이 커야 합니다. 파티는 대부분 주인공의 행복한 날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넘어가지 않고 빠짐없이 살펴야 해요. 주인공의 행복한 날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커야 하겠죠? 파티 플래너가 언제부터 되고 싶었나요? 어릴 때부터 요리하고 남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와 함께 손님맞이 음식을 하고 손님이 음식을 드실 식탁을 예쁘게 꾸미는 것을 즐거워했어요. 파티 플래너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항상 새로운 주인공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파티를 준비하기 전에 파티 주인공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또, 파티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파티 플래너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창의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세요. 미술관을 가거나, 직접 내 방을 꾸며보고, 친구의 깜짝 생일파티를 함께 준비해 보세요. 또한, 체력이 중요해요.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도 골고루 먹어요. 평소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엄마와 함께 준비해 본다면 어떨까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파티주인공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마음이 커야 합니다. 파티는 대부분 주인공의 행복한 날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넘어가지 않고 빠짐없이 살펴야 해요. 주인공의 행복한 날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커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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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카피라이터(광고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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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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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야, 이번에 사 준 무지개 양말, 상품평 올릴 건데 뭐라고 쓸까?" 엄마는 상품 후기에 상품평을 올릴 때마다 꼭 다나에게 의견을 물어봐요. 상품이란? 사고파는 물품을 말해요. 다나가 눈을 반짝이며 신고 있던 무지개 양말을 요리조리 만져봐요. "무지개를 신으니까 참 폭신해요." "참 부드럽다!" "내 양말 어때?" 엄마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요.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지개를 신고 다닌다.'는 생각을 할 수 없거든요. "와아, 우리 다나가 광고 카피처럼 말하네!" 좋은 광고 카피란? 광고하는 물건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해주고, 광고 속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들어요. "여보, 우리 다나, 아무래도 천재인가 봐." 엄마가 아빠에게 와서 칭찬을 해요. "나는 상상도 못 하는 걸 생각해 내." 아빠도 놀라워하며 끄덕끄덕 맞장구쳐요. "엄마, 카피가 뭐야?" 궁금해하는 다나에게 엄마는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요. "카피는 다나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멋진 말 같은 거야." 맞아요! 다나는 텔레비전을 볼 때 광고를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재미있는 노랫말이 라랄랄라 신이 나게 해줘요. 또, 다나는 물건마다 별명 붙이기를 좋아해요. 책은 '글자들의 놀이터' 색연필은 '무지개들의 집' 흰 도화지는 '말 없는 친구' 복슬복슬 강아지 짱이는 '굴러다니는 털 뭉치' 물건에 별명을 붙여보아요! 모양에 따라 별명을 지어요. 자그마한 물건은 '꼬마', 커다란 물건은 '거인'. 이런 식으로요. 성질에 따라 별명을 붙여보아요. 무거우면 '코끼리', 가벼우면 '생쥐'같은 방법도 있어요. 그러면 자그마하고 가벼운 휴대전화기에 '꼬마 생쥐'라는 별명을 지을 수 있겠죠? "엄마, 레몬은 너무 시고 질겨서 성격이 까칠한 거 같아." 다나는 물건에도 성격이 있대요. 그래서 엄마는 웃음이 나요. "안녕? 수줍게 빨간 토마토야!" 엄마는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다나에게 자주 책을 읽어줘요. 책 속에는 멋진 말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다나는 책을 읽으며 재미있는 내용을 적어둬요. 다나만의 상상은 다나만이 할 수 있어요. 다나의 작은 상상들이 모여 광고 카피처럼 멋진 말이 되죠. 오늘도 다나의 머릿속엔 반짝 반짝 광고 카피들이 쏟아져 나와요. "짜잔!" 엄마가 상품평으로 받은 머리띠를 다나에게 주었어요. "우와! 선물 받은 머리띠를 하니까 머리 위에 구름이 떠다녀!" 다나는 새 머리띠를 하고 두둥실 하늘에 닿은 듯 기뻤어요. "타닥타닥" "엄마, 뭐해?" 다나는 엄마에게 물어요. "응, 광고 카피로 쓸려고 다나가 한 멋진 말들을 컴퓨터에 옮겨 놓는 중이야. 잘 부탁해요, 최고의 카피라이터님!" 광고 카피라이터는 광고 속 상품을 알리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문구로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을 해요.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정해진 교육 과정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광고학 과로 진학하는 것이 도움돼요. 문구를 쓰는 방 법, 마케팅뿐만 아니라 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폭넓게 공부할 수 있거든요. 공모전에 참가하거나 방송국, 학보사 등에 들어가 실무적인 일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도 있어요. 광고 카피라이터는 어디서 일하나요? 일반적으로 광고 카피라이터는 광고기획사나 기업체의 기획, 홍보부서에 입사하거나 광고 홍보 전문가로 일하기도 하죠. 또한, 카피 관련 공모전에 입상한 후에 프리랜서 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광고문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선 상품을 선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해요. 시장 조사를 하고, 광고 전략을 세우는 단계에요. 상품을 만든 관계자를 만나 상품의 특징과 부각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회의하고 분석해요. 광고의 전략과 카피의 방향이 정해지면, 광고 문안의 길이와 형태 등의 세세한 사항을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와 협의해요.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도록, 명확한 논리를 담은 광고 문안을 작성해요. 상품의 가치와 기업의 정신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해요! 몇 가지 단어만으로 표현되는 효과적인 광고 문구를 쓰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 해요. 광고해야 할 대상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은 평소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어요. 끊임없이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생각이 막힐 때가 있어요. 다양한 서적은 큰 도움이 돼요. 나도 광고 카피라이터! 나만의 광고지를 만들어 봐요.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소중한 물건 등의 광고 주제를 정해요. 주제가 돋보일 수 있는 제목을 붙여요. 광고하는 대상의 장점을 살려 간단한 문장으로 광고 문구를 써요. 그리고 광고의 그림이 들어갈 자리와 글이 들어갈 자리를 구성해요. 글 자리에는 광고 문구와 제목을 적고, 그림자리에는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광고하고 싶은 대상의 사진을 붙여요. 그러면 나만의 광고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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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히말라야로 안내할게~!(여행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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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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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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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는 내일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요.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는 몽이는 배낭의 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어요. 아침 해가 밝았어요. 몽이는 히말라야에 가는 버스를 탔어요. 친구 페르시는 우비를 놓고 와서 울먹이고 있어요. 하지만 몽이가 씩씩하게 말했어요. "나한테 우비가 두 개 있으니까 걱정 마." 드디어 히말라야산맥 아래 도착했어요. "우리는 푼힐이라는 봉우리에 올라갈 거야." "와, 정말 높다! 우리가 정말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며칠이 걸리겠지만 날 믿어보렴!" 몽이는 지도를 펼쳤어요. 푼힐로 올라가다 보니 곧 아름다운 원주민 마을이 나타났어요. 메에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목동이 이끄는 염소 떼가 보이네요. "할아버지같이 수염이 달렸네." "아기 염소야, 여기 좀 봐봐." "우와, 나 염소 처음 봐!" "어머나, 귀여워라!" 몽이와 친구들이 산행으로 지쳐갈 즈음 알록달록한 꽃밭이 드넓게 펼쳐졌어요. "와아!" 페르시, 도베르, 테리는 탄성을 질렀어요. 친구들은 모두 하늘정원에 온 듯 행복했어요. 몽이와 친구들은 해가 질 무렵, 롯지에 도착했어요. 롯지는 등산객들이 잠도 자고 식사도 하는 곳이에요. "어서 와! 이제 쉴 수 있어." 제일 먼저 잠에서 깬 몽이는 후드득 빗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이런, 비가 와서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도베르와 테리는 걱정이 되었어요. "우비가 있으니까 천천히 올라가 보자." 페르시가 씩씩하게 말해요. 산을 올라갈수록 비가 눈으로 바뀌었어요. 산길은 하얀 눈밭이 되었어요. 어제는 꽃들이 만발했는데 오늘은 하얀 겨울 산이라니 몽이와 친구들은 어리둥절했어요. 갑자기 앞장서던 페르시가 털썩 주저앉아요. 배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대요. 몽이가 페르시를 부축하며 말했어요. "고산병에 걸렸구나! 따뜻한 옷을 입자. 오늘은 그만 올라가고 야영을 해야겠어." 까만 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몽이와 친구들은 모닥불 앞에 모여 식사를 했어요. "따뜻하다. 몽아,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친구끼리 당연한 일을 한 건데 고맙기는." "그럴 때는 조금 낮은 곳에 내려와서 따뜻하게 쉬면 돼." 히말라야의 아침이 밝았어요. 몽이와 친구들은 따뜻한 아침 식사를 하고 캠핑 장소를 깨끗이 청소했어요. 어마어마하다! 굉장해! 눈앞에 펼쳐진 히말라야의 풍경 속에 푼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요. 몽이와 친구들은 마침내 푼힐 꼭대기에 도착했어요. 저 멀리 안나푸르나의 봉우리가 하얀 눈에 덮여 있어요. 몽이는 기뻐하는 친구들을 보며 말해요. "친구들아! 다음에는 더 멋진 곳으로 안내할게." 여행가이드는 함께 여행을 다니며 멋진 장소들을 소개해주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주는 일을 하며 즐거운 여행을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여행가이드가 되려면 산이나 바다에 대한 정보와 세계 다양한 나라의 유적지와 문화를 알아야 해요. 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관광분야의 학과를 졸업한 후, 근무 상황에 따라 국내여행 안내원, 관광통역 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해요. 여행가이드는 어디서 일하나요? 일반적으로 여행 관련 회사에서 일해요. 혼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사와 서로 연결되어 여행객들을 인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많은 여행객을 안내하려면 큰 목소리가 필요해요. 마이크가 달린 확성기를 사용해서 여행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요. 여행가이드는 여행의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든 계획이 쓰여 있는 수첩을 가지고 다녀요. 꼼꼼하게 적어놓은 계획대로 움직이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 여행지의 지형과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사용해요. 최근에는 태블릿 PC나 휴대폰으로 쉽게 위치와 지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여행가이드의 다양한 분야는? 여행가이드에는 국내에서의 안내 활동을 하는 국내여행 가이드와 해외에서 활동하며 현지가이드 또는 로컬가이드라고 불리는 해외여행 가이드가 있어요. 국내여행 가이드 중에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여행을 안내하는 국내여행 안내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통역 안내사가 있어요. 여행가이드라는 직업의 장점은? 국내부터 해외까지 일을 하면서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어요. 특히 외국인 여행객에게 한국의 명소를 안내 하거나, 한국인 여행객에게 해외를 소개할 때에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도 있죠. 어떤 어린이가 여행가이드가 될 수 있을까요? 호기심이 많고 주변의 것들을 꼼꼼히 살필 줄 알아야 해요. 더 빠른 길, 더 편한 길,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은 장소 등의 다양한 여행 정보를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여행가이드가 되는 연습을 해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나도 여행가이드! "친구야, 우리 동네에 놀러 올래?" 친구를 초대해서 우리 동네를 안내해 줘요. 친구가 모르는 맛있는 빵집, 우리 동네 놀이터를 재미있게 설명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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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는 우리 반 변호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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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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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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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반갑게 지저귀는 아침, 햇살이 반짝거리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요. 오늘의 1교시는 체육 시간이에요.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줄넘기를 가지고 운동장에 모여 있어요. 아이들은 나란히 줄을 섰어요. 소심한 말랑이도 쭈뼛쭈뼛 서 있어요. 심술이 가득한 뻔뻔이가 지나가며 가만히 있는 말랑이의 어깨를 툭 쳤답니다. 지켜보던 정직이가 속삭였어요.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하니?" 말랑이는 키가 큰 뻔뻔이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겠대요. 폴짝폴짝, 줄넘기를 해요. “선생님, 화장실 다녀올게요!” 뻔뻔이는 줄넘기를 내던지고 후다닥 뛰어갔어요. 정직이는 뻔뻔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어요. 줄넘기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왔어요. 말랑이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말랑아, 왜 그래?" 정직이가 물었어요. 어머나! 말랑이의 초코바가 사라졌대요.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어요.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말랑이의 초코바가 없어졌어요. 몰래 가져간 사람이 지금 솔직히 이야기하면 용서해 줄 거예요." 선생님은 화가 난 표정으로 크게 말씀하셨어요. 교실은 조용해졌어요. 뻔뻔이가 벌떡 일어났어요 "선생님! 제 짝꿍 태평이가 아까 초코바 먹는 걸 봤습니다!" 태평이는 깜짝 놀라 말했어요. "그건 내가 집에서 가져온 거야!" 그때 정직이가 손을 들고 말했어요. "선생님! 태평이 말이 맞아요. 제 생각에는 뻔뻔이가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말랑이의 초코바를 먹은 것 같아요!" 뻔뻔이는 움찔하더니 소리쳤어요. "아니야! 난 초코바를 좋아하지 않아!" 정직이는 뻔뻔이의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거짓말! 입술에 초콜릿이 묻어있잖아!" 모두가 뻔뻔이를 바라봤어요. 뻔뻔이는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선생님, 죄송해요. 줄넘기를 하고 너무 배가 고파서 초코바를 먹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어머나, 뻔뻔이가 범인이었네요! 선생님은 뻔뻔이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하셨어요.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먹고, 거짓말로 친구에게 자기 잘못을 덮어씌웠으니, 혼이 나야 한다고 무서운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그때 소심한 말랑이가 천천히 일어나 말했어요. "저는 뻔뻔이를 용서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말랑이의 착한 마음에 감동한 뻔뻔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정직이의 용감한 변호 덕분에 교실은 즐거운 분위기를 되찾았어요. 그날 이후 억울한 일이 생기면 친구들은 변호사 정직이를 찾게 되었답니다. "변호사 정직아! 내 말 좀 들어 줘!"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경우에는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2018년부터는 법조계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 대학원인 로스쿨을 통해서만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로스쿨에 들어가려면 4년제 대학을 필수적으로 졸업해야 해요. 변호사는 어디서 일하나요? 단독개업 변호사. 변호사 자신의 이름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을 말해요. 보통 사무장과 사무직원을 고용하며 사건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합동 법률사무소 변호사. 몇몇이 모여 함께 일하는 합동법률사무소는 단독개업 변호사처럼 독립적으로 일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을 말해요. 소형, 대형 법률 사무소. 5명에서 10명 내외의 변호사들이 모여 법인의 형태로 운영하는 곳을 소형 법률 사무소라고 하고, 더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분야별로 고용되는 형태를 대형 법률 사무소라고 해요. 신분증. 변호사라는 직업을 증명하는 명찰이에요. 특히 피의자가 교도소에 있는 경우에 꼭 필요해요.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답니다. 배지. 옷깃에 달아서 변호사의 신분을 표시해요. 중간에 그려진 저울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뜻해요. 법전. 법전은 국가에서 정한 법들을 모두 모아서 정리한 책으로,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래요. 예전에는 필요한 법을 일일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이용할 수 있는 법전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요. 판례집. 법원의 판례를 모아 기록한 것을 말해요. 판례란 이미 법원에서 같거나 비슷한 소송 사건에 대한 판결을 말해요. 이것이 궁금해요. 법관은 왜 검은색 옷을 입을까요? 법정에서 법관이 입는 옷을 법복이라고 해요. 오늘날 법복은 모두 검은색이에요. 이 검은색 옷은 권위를 상징하는데, 법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올곧은 생각대로 법정을 지휘 및 판결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법원은 어떤 곳일까요? 법원은 나라의 규범인 법에 따라 판단하고 심판하는 국가 기관이에요. 국회에서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법을 만들면, 정부는 그 법에 따라 나랏일을 해요. 그리고 법원은 문제가 생겼을 때 법에 따라 재판을 해 문제를 해결해요. 우리나라의 최고 법원은 대법원이에요. 그 밑에 고등 법원과 전국 각지의 지방법원이 있어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재판할 때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어야 해요. 검사는 피의자를 국가에 고발하고 벌을 줄 것을 요구하는 일을 하고, 변호사는 고소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를 법률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해요. 그리고 판사는 재판을 통해 피고와 원고 양쪽의 의견을 듣고 법에 따라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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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가 아니야!(유전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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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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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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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 친구들 안녕? 난 호기심 많은 돼지 승우라고 해. 나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하루 일과야. 오늘도 친구들을 위해 일해 볼까?" 사자는 매운 걸 못 먹는대. 고추에 꿀을 넣어줄까? 코끼리는 씨 뱉기가 힘든가 봐. 수박에 빨대를 꽂아주자. 벌새는 파란 꽃을 좋아해. 장미에 파란색을 칠해야지. 수많은 과학자가 파란색 장미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파란 장미는 못 만들고 있대요. 겁쟁이 사자가 얼굴을 찡그렸어. 어쩌지? 고추 맛이 이상한가 봐. 멋쟁이 벌새의 날개가 엉망이 됐어. 파란 물감이 여기저기 묻었네. 코흘리개 코끼리는 상한 수박을 던져버렸어. 수박이 쿵! 깨져버렸어. 퉤퉤 저리가! 이 괴짜야! 이제 네 도움은 필요 없어! 난 방에서 혼자 슬퍼했지. "어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느 날, 마을에 큰 싸움이 벌어졌어. 넓은 밭의 주인인 욕심쟁이 토끼와 땅속에 사는 불평쟁이 두더지가 다투고 있는 거야. "이 밭은 모두 다 내 것이야! "난 토마토를 심어서 맛있게 먹을 거야. 토마토는 내 고운 얼굴을 더 곱게 만들어 준다고!" 송송송. 토마토와 감자를 자르고, 맛보고. 씨앗을 심어보고, 돋보기로 자세히 관찰했지. 연구, 연구, 유레카! 드디어 방법을 찾았어. "얘들아, 얘들아! 내가 방법을 찾아냈어!" 친구들 앞에서 내가 만든 씨앗을 땅속에 심었어. 얼마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감자와 토마토를 합쳐서 만든 식물을 '포마토'라고 해요. 줄기에는 토마토가, 뿌리에는 감자가 열려요. 난 친구들을 위해 다른 연구들을 시작했어. 재미있고 신나는 실험들이 다시 시작된 거야! 난 친구들을 위해 많은 씨앗을 개발했어. 씨 뱉기가 힘든 코끼리는 씨 없는 수박을 한입에 다 먹었어. 멋쟁이 벌새는 원하던 파란 꽃다발을 한 아름 받았지. 그리고 사자는 맵지 않은 오이고추를 선물 받았단다. 그러자 친구들 모두가 나에게 고마워했어. 난 이제 더는 괴짜가 아니야! 친구들이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찾아왔어. 덕분에 조용했던 우리 집은 친구들로 항상 북적북적 거리는 중이야. 난 내 실험실에 '생명공학연구소'라는 팻말도 붙였지! 앞으로도 친구들을 위해 신나게 연구 할거야! "이제 싸울 필요 없지?" 욕심쟁이 토끼와 불평쟁이 두더지는 손을 마주 잡고 활짝 웃었어. 친구들은 더는 나를 괴짜라고 놀리지 않았어. 드디어 친구들이 행복해졌어! "흥, 땅속은 다 내 거야! 난 감자를 심어서 마음껏 먹을 거야. 감자는 두고두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그만해, 얘들아! 기막힌 생각이 났어. 내가 토마토랑 감자 모두 심을 수 있게 해줄게! 이번엔 반드시 너희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 친구들은 투덜거렸지만 난 자신 있게 말했어. 싹이 쑤욱 자라기 시작하더니. 뿌리에는 노오란 감자가. 줄기에는 빠알간 토마토가 열리기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빨리 연구를 시작할 생각에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갔어. 뿌리엔 감자가 열리고, 줄기엔 토마토가 열리면 좋을 텐데! 연구란?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하거나 자세히 조사하는 것을 말해요. 세포. 세포는 모든 생물의 구조와 기능에 있어 기본적인 단위에요. 생물의 종류에 따라 세포의 모양과 수, 구조가 달라요. 동물의 세포는 세포벽은 없고 세포막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흐물거려요. 이에 반해, 식물의 세포는 세포막 위에 세포벽이 한 겹 더 있어, 세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단단한 모양을 유지해요. 염색체.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면 세포의 중앙에 둥근 모양의 핵이 하나씩 있는데, 그 핵 속에는 실타래 모양의 염색체들이 있어요. 생물이 갖는 유전성분을 저장·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로서, 종에 따라 수와 모양이 일정해요. DNA. DNA는 유전정보를 담는 화학 물질이에요. 염색체 내에 유전자가 존재하고, 유전자는 DNA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DNA가 모여 유전자를 이루고, 다시 수많은 유전자가 모여 염색체를 이룹니다. 유전공학자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유전공학과, 생명 공학과, 수의학과, 의학과 등 유전공학 관련 분야를 전공해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유전학, 분자생물학, 미생물학, 면역학, 발생학, 세포학 등의 좀 더 세분된 분야를 공부하며 석사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해요. 학위 취득 후에는, 논문, 연구경력 등을 심사하여 연구원이 될 수 있어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장시간 동안 반복되며 진행되는 실험들을 견뎌낼 수 있는 끈기와 연구 중 발생하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다른 분야를 함께 연계하는 개방성과 창의적 생각이 요구돼요. 무엇보다도 생명 유전과 바이러스 등을 다루는 과학자로서 연구에 정밀 하고 각별한 주의를 가지고 연구에 임할 수 있어야 해요. 유전공학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요? 유전 공학은 오늘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식량, 의료,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식량문제를 해결해 기아를 없애고, 불치병 치료와 노화를 억제하며, 환경오염이 사라지게 해 주고, 무한히 쓸 수 있는 에너지 개발 등이 가능하다고 해요. 유전공학의 전망은? 유전공학기술은 인간 생활을 위해 유용하게 응용되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투자가 증대하고 있어요. 점차 생명공학의 중심에는 유전자를 다루는 유전공학이 자리 잡게 될 것이며 무한할 가능성과 전망을 보이고 있어요. 유전공학을 반대하는 사람은 왜 그런 거죠? 유전공학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유지되는 생태계의 구조를 파괴하고, 생명 가치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유전공학을 반대해요. 특히 유전공학 기술이 악용되면 이익을 위해 다량의 인간 복제를 할 수도 있어요. 안전과 윤리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나도 유전공학자! 강낭콩을 길러봐요. 평평한 그릇에 솜을 깔고 강낭콩을 3, 4개 정도 놓아요. 솜이 적셔질 때까지만 물을 붓고 하루 동안 불려요. 물을 가득 부으면 강낭콩이 숨 막혀 해요. 4, 5일이 지난 후 강낭콩에 잔뿌리가 났는지를 관찰해요. 강낭콩을 화분으로 옮겨 심으면 강낭콩에서 싹이 나기 시작해요. 흙 속과 같은 조건을 위하여 휴지로 덮어주고 마르지 않게 계속 물을 적당히 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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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풍덩(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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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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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는 엄청난 부끄럼쟁이. 교실에서 조용히 미술책만 읽는답니다. 친구들이 말을 걸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거든요. "나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어느 날 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미술관에 견학을 갔어요. 큐리는 맨 뒤에서 쭈뼛쭈뼛. 그래도 좋아하는 그림들이 잔뜩 있어서 큐리는 기뻤어요. "얘들아, 이 그림은 루벤스가 그린 거야. 루벤스에 대해 아는 학생 있나요?" 선생님이 물어보셨지만, 아이들은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어요. 그런데 맨 뒤에서 누군가가 대답했어요. "루벤스는 17세기 벨기에 화가에요." 어머나, 큐리가 말을 하네요? 루벤스. 플랑드르의 화가로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작가예요. 대담한 명암 표현과 생동적인 표현이 특징이에요. 작품으로는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비너스와 아도니스 등이 잘 알려졌어요.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씀하셨죠. "맞아! 큐리야, 더 아는 내용이 있니?"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도 유명해요." 웅성웅성, 소곤소곤, 친구들이 말했어요. "쟤, 조용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똑똑하게 말도 잘한다." 바로크 미술, 17세기 서양 미술 양식으로, 단정하고 우아한 고전양식에 비하여 장식이 화려하고 풍요로운 특징을 지녀요. 반 친구 세레나가 물었어요. "큐리야, 난 이 그림이 참 예쁘고 마음에 들어." "응, 이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작품이야. 아름답지?" 큐리와 세레나는 모나리자 앞으로 걸어갔어요. "모나리자의 미소가 참 아름답다." "모나리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이제 큐리에게 눈을 초롱초롱 뜨며 그림에 대해 물어봤어요. "이것 좀 봐. 시계가 녹고 있어!" "응, 이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거야. 그림이 일상 같지 않고 꿈처럼 느껴지지?" 기억의 지속. 스페인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으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에요. 큐리와 아이들은 함께 미술관을 돌아다녔어요. "큐리야, 이 조각들은 굉장히 오래된 건가 봐." "응, 이건 고대 그리스 신들이야. 농사의 신, 바다의 신 등 그리스에는 신들이 정말 많았대." "저 조각상 좀 봐. 엄청나게 큰 포크를 들고 있어!" "저건 포크가 아니라 창이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창으로 폭풍우를 만들어." "큐리야, 이것 좀 봐! 물감이 잔뜩 뿌려져 있어." "이건 아주 유명한 미국 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이야." "큐리야 우리도 다음에 저런 그림 같이 그리자!" 이제 아이들은 큐리 뒤만 따라다녀요. "미술관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구나. 큐리한테 설명을 들으니 더욱 알기 쉬워." 친구들은 모두 환한 웃음으로 큐리를 바라봤어요. 큐리는 콩닥콩닥 부끄러우면서도 정말 기뻤어요. 큐레이터는 라틴어 '큐나토리아'에서 유래된 단어로,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큐리야! 넌 정말 그림에 관심이 많구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 그림을 전시해 보지 않으련? 얘들아, 너희 생각은 어떠니?" "좋아요! 큐리야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큐리는 정말 기뻤어요. 박물관의 유물 보존과 연구, 재정확보, 그에 따른 홍보를 하는 사람을 큐레이터라고 해요. 예전보다는 업무에 따라 분업화되는 추세예요. 전시회 기획이 주요 업무이며, 전시회 개최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미술관에서의 작품 구매·보존·관리 등 거의 모든 업무를 하였지만, 최근에는 연구, 홍보, 전시 등의 업무에 따라 분업화되고 있어요. 큐레이터가 되려면?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예사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할 때 유리해요. 자격증 시험은 선발인원이 적고, 정기적이지 못해 시험 볼 기회를 얻기 어려워요. 하지만 큐레이터는 무엇보다도 경험이 중요한 직업이랍니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큐레이터는 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미적 감각이 필요해요. 그리고 공간 활용과 작품 배치 등의 기획력과 창의력 또한 중요한 덕목이에요. 거기에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능력은 예술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꼭 필요해요. 갤러리스트, 미술품을 사고파는 일을 담당합니다. 에듀케이터, 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교육을 담당해요. 컨셀베이터, 소장품의 보존 처리 업무를 하죠. 레지스트라, 미술품 대여 및 구매가 주요 업무에요. 도슨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 내용을 안내해요. 손으로 만지면 절대 안 돼요. 소중한 작품을 만지면 작품이 더러워지고,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등의 훼손이 있을 수 있어요. 떠들거나 뛰어다니지 않아요. 전시장은 많은 사람이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에요.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하게 관람해야 해요. 사진은 찍기 전에 미리 허락을 받아요. 사진에 달린 플래시로도 작품이 훼손될 수 있어요. 보통은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니, 미리 물어봐야 해요. 휴대 전화는 진동으로 해 주세요.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 전화를 진동으로 바꾸면 모두가 조용하게 작품 관람에 집중할 수 있어요.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가지 마세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음식물은 정해진 장소나 휴게실에서 먹고 입장해야 해요. 가족과 함께 전시장에 가볼까요? 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요. 중요한 작품은 전시실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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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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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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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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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도깨비들이 살았어. 도깨비들은 설을 하루 앞둔 그믐날 밤이면, 몰래 사람들의 신발을 훔쳤어. 한 꼬마 도깨비가 해가 지자마자 부리나케 마을로 내려갔어. 도저히 밤까지 기다릴 수 없었거든. 가다 보니, 멧돼지와 곰이 티격태격하고 있었어. “얘들아! 마을이 어디야?” 꼬마 도깨비가 물었어. “우리를 도와주면 가르쳐 줄게. 우리 중에 누구 키가 더 크니?” 멧돼지가 씩씩거리며 물었어. 꼬마 도깨비가 대답했어. “그거야 쉽지. 서로 대어 보면 알아.” 멧돼지와 곰이 얼른 등을 마주 대고 섰지. “곰이 멧돼지보다 더 크잖아.” 꼬마 도깨비가 말했어. 곰이 자랑스럽게 말했어. “오솔길을 곧장 따라가 봐. 아름드리 나무가 한 그루 나온단다. 거기 가서 물어보렴.” 조금 가다 보니,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황소와 말이 힘자랑을 하고 있었어. “얘들아! 마을이 어디야?” 꼬마 도깨비가 물었어. “우리를 도와주면 가르쳐 줄게. 우리 중에 누가 끄는 바위가 더 무거울 것 같니?” 황소가 씩씩거리며 물었어. 꼬마 도깨비가 대답했어. “그거야 쉽지. 양손에 들어 보면 알 수 있어.” 꼬마 도깨비는 바위를 번쩍 들어 무게를 가늠해 보았어. “말이 끄는 바위가 황소 것보다 더 무겁네, 뭐.” 꼬마 도깨비가 말했어. 말이 신이 나서 말했지. “이 길로 쭉 가면 넓은 들이 나온단다. 거기 가서 물어보렴.” 조금 가다 보니, 푸릇푸릇 넓은 들에서 염소와 토끼가 티격태격하고 있었어. “얘들아! 마을이 어디야?” 꼬마 도깨비가 물었어. “우리를 도와주면 가르쳐 줄게. 우리 중에 누구 그릇에 있는 머루 즙이 더 많은 것 같니?” 토끼가 뾰로통하게 물었어. 꼬마 도깨비가 대답했어. “그거야 쉽지. 그릇이 똑같으니까 대어 보면 알아.” 꼬마 도깨비는 두 그릇을 맞대고 찬찬히 살펴보았어. “염소 머루 즙이 토끼 것보다 더 많네, 뭐.” 꼬마 도깨비가 말했어. 염소가 으스대며 말했지. “이 길로 쭉 가면 원두막이 나온단다. 거기 가서 물어보렴.” 조금 가다 보니, 시원시원 원두막에서 개와 고양이가 아옹다옹 다투고 있었어. “얘들아! 마을이 어디야?” 꼬마 도깨비가 물었어. “우리를 도와주면 가르쳐 줄게. 우리 중에 누구 널빤지가 더 넓니?” 개가 아르릉대며 물었어. 꼬마 도깨비가 대답했어. “그거야 쉽지. 널빤지를 서로 대어 보면 알아.” 꼬마 도깨비는 두 널빤지를 맞대어 보았어. “고양이 널빤지가 개 널빤지보다 더 넓네, 뭐.” 꼬마 도깨비가 말했어. 고양이가 우쭐거리며 말했지. “이 길로 쭉 가면 개울이 나온단다. 거기 가서 물어보렴.” 조금 가다 보니, 졸졸졸 개울에서 오리들이 꽥꽥거리며 놀고 있었어. “얘들아! 마을이 어디야?” 꼬마 도깨비가 물었어. “개울을 건너면 바로 마을이야.” 오리들이 친절하게 대답했지. 마을에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 꼬마 도깨비는 성큼 마을로 들어가, 폴짝폴짝 이 집 저 집 담을 넘고 또 넘었지.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으려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 집 댓돌에 신발들이 잔뜩 있지 뭐야. 꼬마 도깨비는 알록달록 꽃신을 냉큼 신었어. 너무 작아. 따각따각 나막신을 냉큼 신었어. 너무 커. 번들번들 가죽신을 냉큼 신었어. 너무 작아. 헐렁헐렁 미투리를 냉큼 신었어. 너무 커. 꼬마 도깨비는 이 신발 저 신발 신고 또 신어 보았지. 꼬끼오, 꼬끼오오! 어느새 첫닭이 울고 날이 부옇게 밝아 왔어. 꼬마 도깨비는 갈팡질팡 어쩔 줄 몰라 하다, 부랴부랴 숲으로 돌아갔지. 제 발에 맞는 신발을 찾지도 못한 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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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에취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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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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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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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땡땡땡 몬스터의 생일이에요. 생일잔치에 친구들이 많이 왔어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준비했어요. 신이 난 꿀꺼덕 몬스터는 주스도 한번에 꿀꺼덕, 케이크도 한입에 꿀꺼덕, 아이스크림도 한입에 꿀꺼덕 삼켰지요. 그날 저녁, 꿀꺼덕 몬스터는 배가 살살 아파 왔어요. 열이 펄펄 나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기침도 콜록콜록 심했지요. 불룩했던 배가 홀쭉해져 버렸어요. “내가 곧 낫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땡땡땡 몬스터가 꿀꺼덕 몬스터를 위로했어요. 땡땡땡 몬스터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어요. 벽장 깊숙이에서 감기 낫는 비법이 적힌 두루마리를 세 개 꺼냈어요. 첫 번째 두루마리를 펼쳤어요. 빨강, 노랑, 파랑, 빨강, 노랑, 파랑, 빨강, 파랑. 쿵쿵쿵 동굴에서 꽃을 찾아 통째로 삼켜라. “옳지, 여기에 들어갈 꽃을 찾아서 삼키라는 것이구나!” 쿵쿵쿵 동굴은 바위들이 쿵쿵쿵 굴러다니는 위험한 동굴이었어요. 그래도 땡땡땡 몬스터는 꽃을 찾으러 쿵쿵쿵 동굴로 갔어요. 동굴 안에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우아, 꽃이 굉장히 많네. 이 가운데 어떤 꽃이지?” 땡땡땡 몬스터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땡땡땡 몬스터는 꽃들을 살펴보았어요. “빨강 꽃, 노랑 꽃, 파랑 꽃, 빨강 꽃, 노랑 꽃, 파랑 꽃. 그 다음도 빨강 꽃, 노랑 꽃, 파랑 꽃이 와야 하니까.” 땡땡땡 몬스터는 노랑 꽃을 한 송이 가방에 넣었어요. “꿀꺼덕 몬스터한테 갖다 줘야지!” 땡땡땡 몬스터는 두 번째 두루마리를 펼쳤어요. 그때, 뒤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땡땡땡 몬스터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바위가 ‘쿵쿵쿵’ 굴러 오고 있었어요. 큰 돌, 큰 돌, 작은 돌, 큰 돌, 큰 돌, 작은 돌. 출렁강을 건너 우글우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다리 달린 벌레를 통째로 삼켜라. 땡땡땡 몬스터는 출렁강 쪽으로 마구 달려갔어요. 굴러 오던 바위가 강물 속으로 풍덩 빠지자, 강물 위로 징검다리가 여러 개 쑤욱 올라왔어요. “후유, 살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땡땡땡 몬스터는 두루마리를 다시 펼쳐 보았어요. “큰 돌, 큰 돌, 작은 돌, 큰 돌, 큰 돌, 작은 돌. 아, 가운데 있는 징검다리로 가야 하는구나!” 땡땡땡 몬스터가 가운데 징검다리에 발을 올려놓자, 나머지 징검다리들이 강물 속으로 가라앉았어요. 출렁강을 건너자 너른 들판에 벌레가 잔뜩 매달린 우글우글 나무가 있었어요. 땡땡땡 몬스터는 그중에 다리 달린 벌레를 찾아서 가방에 넣었어요. “꿀꺼덕 몬스터한테 갖다 줘야지!” 땡땡땡 몬스터는 마지막 두루마리를 펼쳤어요. “잘못된 모양의 돌을 누르라고?” 땡땡땡 몬스터는 모양 절벽으로 달려갔어요. 세모,네모,네모,세모,네모,네모. 모양 절벽에서 잘못된 모양의 돌을 누르고, 거기서 나오는 파랑 개구리를 통째로 삼켜라. 모양 절벽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돌이 박혀 있었어요. 땡땡땡 몬스터는 위에서 아래로 찬찬히 모양을 살펴보았어요. “세모, 네모, 네모, 세모, 네모, 네모. 어라, 어떤 모양이 잘못된 거지?” “세모, 네모, 네모, 세모, 세모, 네모. 옳지, 여기가 잘못되었구나!” 땡땡땡 몬스터는 잘못된 세모 모양의 돌을 눌렀어요. 그러자 구멍 속에서 파랑 개구리가 팔짝 튀어 올랐어요. 땡땡땡 몬스터는 재빨리 파랑 개구리를 잡아 가방에 넣었지요. “꿀꺼덕 몬스터한테 갖다 줘야지!” 땡땡땡 몬스터는 힘껏 달려 꿀꺼덕 몬스터의 집에 도착했어요. “자, 이걸 먹어 봐.” 꿀꺼덕 몬스터는 노랑 꽃이랑 다리 달린 벌레, 파랑 개구리를 꿀꺼덕 삼켰어요. 꿀꺼덕 몬스터는 열이 쑥 내려가고, 콧물이 뚝 멈추고, 기침이 뚝 그쳤어요! 그러자 꿀꺼덕 몬스터는 기분이 좋아서 맛있는 음식을 꿀꺼덕 먹기 시작했답니다. 꿀꺼덕 몬스터의 생일잔치. 오늘은 꿀꺼덕 몬스터의 생일이에요. 그래서 땡땡땡 몬스터가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선물은 꿀꺼덕 몬스터가 좋아하는 거미 초콜릿과 노란 고추와 빨간 참외를 순서대로 끼운 맛있는 꼬치예요. 이제 하나만 더 끼우면 완성이에요. 무엇을 끼워야 할까요? 땡땡땡 몬스터가 선물을 들고 꿀꺼덕 몬스터의 집에 도착했어요. 알록달록 풍선들이 장식되어 있고 맛있는 음식도 한가득 있네요. 그런데 꼬치에 찔려서 풍선이 하나 터지고 말았어요. 어떤 색깔의 풍선이 터진 걸까요? 약을 찾으러 출발! 땡땡땡 몬스터의 엄마가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대요. 그래서 땡땡땡 몬스터와 꿀꺼덕 몬스터는 비법이 적힌 두루마리를 가지고 약을 찾으러 떠났어요. 비법에 적힌 대로 가지 않으면 함정에 빠져요. 조심히 길을 찾아가 보세요. 땡땡땡 몬스터와 꿀꺼덕 몬스터는 무사히 길을 건너서 사랑의 나무 앞에 왔어요. 땡땡땡 몬스터와 꿀꺼덕 몬스터가 규칙에 맞지 않은 열매를 찾고 있어요. 어떤 열매를 따야 할까요? 콜록 에취 훌쩍은 색깔, 크기, 모양이 3개씩 반복되는 세 마디 규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규칙성은 아이가 자라서 배우게 될 함수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또한 규칙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수학 원리와 이론의 기초로써 집중력, 관찰력과 탐구력 등이 종합적으로 길러집니다. 콜록 에취 훌쩍은 땡땡땡 몬스터가 감기에 걸린 꿀꺼덕 몬스터를 위해 약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땡땡땡 몬스터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감기 낫는 비법 속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숨어 있습니다. 비법이 알려 주는 대로 색깔과 크기,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야만 약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비법 찾는 부분을 강조하여 읽어 주고,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어떻게 콧물 멈추는 약을 찾았지?’, ‘어떤 꽃을 가져가야 하지?’ 같은 질문을 하면서 아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규칙이란 사물의 배치나 행동 속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어느 곳에나 규칙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수학을 통해 주변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질서를 배우게 됩니다. 규칙을 찾아내고, 이해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문제 해결력을 키워 나가게 됩니다. 세 마디 규칙은 규칙을 구성하는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에, 두 마디 규칙보다 좀 더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주 보는 사물에서 색깔, 크기, 모양 등 시각적인 유형의 규칙을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규칙을 익히는 방법에는 규칙을 제시한 뒤에 그 다음에 이어질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맞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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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는 내가 지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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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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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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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베개 밑에 있을 텐데.” “어, 여기도 없네!” 부스럭부스럭,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건 누굴까? 은찬이는 잠이 깨고 말았어. “안녕, 우리는 빠진 이를 가져가는 젖니 요정이야. 태어나서 처음 나는 이가 젖니야.” “네 이가 빠졌다고 해서 가지러 왔어.” “어, 나는 빠진 이가 없는데요?” 은찬이는 입을 크게 벌려 입안을 보여 주었어. “정말 이가 모두 그대로잖아!” “분명 한은찬의 이가 빠졌다고 했는데.” 갓 태어난 아기의 이는 숨어 있어. 6개월쯤 되면 아랫니가 나. 윗니가 나고 옆의 이가 나. 3살쯤 되면 젖니가 모두 나. 젖니는 모두 20개야. 은찬이의 이가 모두 몇 개인지 세어 볼까? “어? 내 이름은 조은찬이에요.” “이런, 잘못 찾아왔군.” “빨리 나가자! 가져온 선물도 잘 챙기고.” “선물요? 이를 주면 선물을 받을 수 있어요?” 요정들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이는 왜 빠져요?” “젖니 아래에서 더 큰 이가 자라고 있는데, 쑥쑥 자라서 젖니를 밀어 올리면 쏙 빠지게 되지.” 6, 7살쯤 젖니가 빠지면 간니가 나. 간니는 모두 32개야. 간니는 부러지거나 빠져도 새로 나지 않아. “좋아요, 그럼, 선물을 몽땅 다 주세요.” “그럼 이를 다 가져가야 되는데?” “이가 없으면 이를 안 닦아도 되잖아요.” “좋아, 후회하면 안 돼! 뽀끼뽀끼 바리바리 슝슝!” “앗, 잠깐, 잠깐만요!” 은찬이가 다급하게 외쳤어. “그래도 이 한 개는 필요할 것 같아요. 딱 한 개만요! “한 개만 남긴다고? 그렇다면 앞니를 남겨야지.” 앞니 요정이 뽐내듯 말했어. "반듯하게 생긴 앞니는 나처럼 정말 예쁘지?" “앞니는 음식을 자르는 가위나 칼 같아. 앞니가 있어야 음식을 자르고 끊어 먹을 수 있지.” “무슨 소리야? 송곳니를 남겨야지!” 이번에는 송곳니 요정이 나섰어. “가장 멋진 이는 송곳니야!” “송곳니는 이름 그대로 송곳을 닮았어. 송곳니 덕분에 질긴 음식도 찢어 먹을 수 있지.” “아냐 아냐, 어금니를 남겨야지. 어금니는 가장 힘센 이거든.” 어금니 요정이 으스대며 말했어. “최고의 이는 어금니라니까!” “어금니는 절구 같아. 어금니가 있어야 단단한 음식을 으깨고 부수어 먹을 수 있지.” “잠깐만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 이를 한 개도 못 주겠어요.” “뭐? 이제 와서 이를 못 준다고?”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야.” 젖니 요정들이 당황하며 서로를 탓했어. 그때, 어금니 요정이 말했어. “싸우지 말고, 일단 나가서 방법을 찾아 보자.” 젖니 요정들은 돌아가는 척했어.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은찬이는 거울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어. “어쩌지?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 “은찬이는 이 닦는 걸 싫어하니까 썩은 이가 금방 생길 거야.” “아하! 그럼,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네!” 다음 날 아침, 은찬이는 이를 닦는 척만 했어. 바로 그때였어.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그래, 은찬이 이는 금방 썩겠네!” 어디선가 젖니 요정들의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은찬이는 얼른 이를 닦기 시작했어. “내 이는 내가 지킬래!” 내 이는 젖니, 엄마 이는 간니! 태어나서 처음 나는 이는 젖니예요. 세 살쯤 되었을 때 모두 스무 개의 이가 났어요. 젖니가 빠진 뒤에는 간니가 나요. 간니는 빠지면 더 이상 이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영구치라고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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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마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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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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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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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화로운 지구! 반짝이는 햇빛 아래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도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어.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악당들이 쳐들어왔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해!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는 전철 안이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그때 얼굴이 불그레한 아저씨가 콜록거리기 시작했어. 아저씨는 이미 악당들에게 당한 모양이야.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악당이 누군지 눈치채지 못했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해.
또 다른 아저씨가 콜록거리다 말고 재채기를 하려고 하네? “에, 에, 에.” 바로 그때, 아저씨의 몸속에 있던 악당들이 외쳤어. “자, 준비해! 출동이다!” “에취!” 어떤 악당은 할머니의 콧속으로 쏙! 또 어떤 악당은 아주머니의 입에 착! 악당들은 이 사람 저 사람 몸에 찰싹찰싹 달라붙었어. 그러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5일쯤 뒤에 할머니는 열이 펄펄 났어.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지. 그러더니 냄새도 맡지 못하게 되었어. 또 어떤 사람은 기침과 재채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하늘나라로 갔어.
바로 그때, 영웅이 나타났지. 그 이름도 유명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마스크맨! 무서운 악당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의 콧구멍을 향해 날아갔어. “저 귀여운 콧구멍은 우리의 것!” “더는 안 돼! 받아라, 마스크 방패!”
마스크맨의 마스크는 튼튼한 방패 같았어. “앗,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얍! 얍!” “감히 어디를! 우하하.” 마스크맨이 준 마스크 방패는 침방울을 막아 주었어. 당연히 침방울을 타고 돌아다니는 무서운 악당도 막아 주었지. 마스크맨의 활약은 금세 소문이 났어. 이제는 너도나도 마스크맨을 찾아. “도와줘요, 마스크맨!” “나도 도와줘요!”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마스크맨은 힘이 불끈불끈 솟았어. 마스크맨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날 때마다 악당들은 꼼짝도 못 했어.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맨의 이야기를 듣는 척만 해. 그러면 무서운 악당들은 기분이 좋아지지. “콧구멍이다! 닫히기 전에 얼른 들어가자.” 바로 그때 마스크맨 출동! “턱에 걸치는 건 안 돼요!” 후유, 마스크맨이 출동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뭐야. “얼른 코도 입도 모두 가리세요!”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 걸 싫어했어. “싫어, 싫다고! 나는 마음껏 숨을 쉬고 싶단 말이야.” “나는 감염되지 않았다니까! 왜 이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마스크맨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었어. 그러면 망설였던 악당들이 다시 살아났지. “우하하, 우리 편이 많군! 살 만한 세상이야.” 마스크 싫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아무리 뛰어다녀도 마스크맨 혼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수가 없었어.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어.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아.” 너무 힘들어. “마스크맨, 힘을 내요.” “우리가 있잖아요!” 마스크맨이 뒤를 돌아보니 많은 아이들이 마스크맨을 응원하고 있었어. “우리는 답답해도 참을 수 있어요.” “얘들아,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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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질을 멈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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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욤 씨가 만든 음식은 정말 맛있어. 항상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욤욤 씨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 아주 가끔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니까. 그런데 요즘 욤욤 씨가 만든 음식의 맛이 뭔가 달라졌어. 손님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그 이유는 글쎄. 딸꾹! 이게 다 딸꾹질 때문이야! 요리할 때마다 딸꾹! 아무리 참아도 딸꾹! 도저히 멈추지 않는 딸꾹, 딸꾹, 딸꾹질! 결국 욤욤 씨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주변 가게의 주인들이 욤욤 씨를 찾아왔어. “욤욤 씨, 요즘 가게 문이 계속 닫혀 있던데.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딸꾹질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가 없어요.” 욤욤 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과일 가게 아주머니가 나섰어. “욤욤 씨, 걱정하지 마. 우리가 도와줄게!” “나도 딸꾹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딸꾹질을 멈추려면 숨을 어떻게 쉬는지부터 알아야 해. 먼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가로막, 가로막을 기억해야 해!” 숨을 크게 들이쉬어 봐. 가슴 속이 넓어지는 게 느껴지니? 바로 이때! 갈비뼈는 올라가고, 가로막은 내려가지. 이번에는 반대로 숨을 크게 내쉬어 봐. 가슴 속이 좁아지는 게 느껴지니? 바로 이때! 갈비뼈는 내려가고, 가로막은 올라가지. “그런데, 가로막이 제멋대로 오그라드는 경우가 있어. 이때 숨을 들이쉬려고 하면 공기가 목구멍에 부딪혀서 딸꾹, 소리가 나. 이게 바로 딸꾹질이야.” “숨 때문이면 딸꾹, 숨을 쉬지 말아야 하나요? 딸꾹!” 곧 멈출 거야! 괜찮아질 거야! 힘내! “숨을 안 쉬면 사람이 살 수가 없지. 사람은 숨을 쉬면서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마시거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산소에 대해 알아보자고!” “밥을 먹고 소화할 때도, 뇌가 생각할 때도, 심장이 두근두근 뛸 때도, 산소가 필요해. 이러니 산소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어?” 과일 가게 아주머니는 설명을 이어 나갔어. 그런데 사람만 숨을 쉬는 게 아니야. 물고기도 아가미를 뻐끔거리면서 숨을 쉬어. 물고기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마시는 거야. 식물도 숨을 쉬냐고? 물론이지. 잎과 줄기의 작은 구멍으로, 뿌리로도 산소를 마셔. 그런데 제 딸꾹질은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어요? 딸꾹, 딸꾹! “아차차, 딸꾹질을 멈추려면. 뭐니 뭐니 해도 숨을 참는 게 최고야. 아, 물론 잠깐만 참고 있으라는 거야.” “에이, 그것보다는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30초만 있어 봐.” “아니에요. 혀를 한번 쭉 내밀어 보세요. 그러면 목구멍이 넓어지면서 공기가 들어가서 딸꾹질이 멈출 거예요.” “마지막으로 물을 조금 빠르게 마셔 봐요. 물을 마시는 동안 진정이 될 테니까요.” “아유, 배불러! 배 속이 출렁거려요.” 욤욤 씨는 투덜대며 말했어. “이런 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그때 모두 욤욤 씨를 빤히 쳐다보았어. “어때? 딸꾹질 딱 멈췄지?” 신기하게도 욤욤 씨의 딸꾹질은 이미 멈춰 있었어. 욤욤 씨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 다시 문을 연 욤욤 씨네 가게는 예전처럼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어. 그 뒤로 ‘딸꾹질’ 때문에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없었대. 이제 욤욤 씨는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을 네 가지나 알고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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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졸졸 땀이 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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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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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조금만 더 놀고. 오줌이 마려웠지만 꾹 참았어. 그러다 바지에 오줌을 누어 버렸어. 아이, 창피해. 화장실 가기는 너무 귀찮은데, 오줌 안 누는 방법 없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어떡해! 큰일 났다! 창피해. 앗, 드디어 찾았다! 잠자기 전, 오줌을 눌까 말까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도깨비가 뿅 나타났어. “오줌 누기 싫으면 내가 방광을 가져갈까?” “방광이 뭔데?” “몸 안에 오줌을 모아 두는 주머니야.” “어, 방광이 없으면 오줌도 안 나오겠네? 그럼, 당장 가져가!” 도깨비에게 방광을 줬더니 정말 오줌이 안 나왔어. 숨바꼭질하다가도, 만화 영화를 보다가도, 귀찮게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됐지. 오줌을 참느라 몸을 배배 꼬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한참 뒤, 배가 슬슬 아프고,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는 거야. 몸은 또 왜 이리 오들오들 떨리는지. “엄마, 나 몸이 이상해요.” 곧바로 난 엄마와 병원에 갔어. “뭐? 오줌을 안 누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랐어. “오줌은 몸에서 걸러진 찌꺼기가 물과 섞여 나오는 거야. 한번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는 버려야 해.” “그런데 오줌 누는 게 너무 귀찮아요.” “그렇다고 참으면 절대 안 돼. 오줌이 마려운 건, 방광에 오줌이 가득 찼다는 뜻이야. 오줌을 오래 참으면, 오줌에 있던 찌꺼기들이 쌓여서 몸이 아플 수 있어. 오줌은 꼭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단다.” 그날 밤, 나는 도깨비를 불렀어. “도깨비야, 내 방광을 돌려줘.” “그럼, 땀샘을 줄래? 땀샘은 땀을 만들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곳이야.” “그래? 땀샘이 없으면 땀도 안 나겠네? 그럼, 당장 가져가!” 도깨비에게 땀샘을 줬더니 정말 땀이 한 방울도 안 났어. 아무리 더워도, 열심히 운동해도, 피부가 보송보송했지. 땀이 안 나니 이렇게 편할 수가! 그런데 한참 뒤,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시원한 바람을 쐬어도 피부가 불이 난 것처럼 뜨거웠어. 그리고 몸이 왜 이렇게 가려운지. “엄마, 나 몸이 이상해요.” 이번에도 난 엄마와 병원에 갔어. “뭐? 땀이 안 난다고?”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랐어. “땀은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해 줘. 더울 때는 땀을 흘려서 몸을 식혀 준단다.” 밤이 되자 나는 큰 소리로 도깨비를 불렀어. “도깨비야, 내 땀샘을 돌려줘. 대신 내가 가장 아끼는 걸 줄게!” 나는 젤리를 꺼내 도깨비 입에 쏙 넣어 주었어. “우아, 쫀득쫀득 새콤달콤 너무 맛있다!” 도깨비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땀샘을 돌려줄 테니, 젤리 좀 더 줘!” 맛있어! 땀샘을 돌려받으니 다시 땀이 났어. 땀이 줄줄 날 때, 바람을 쐬니 정말 시원했지. 몸도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어. 신나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다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왈칵. 어! 도깨비가 또 나타났네. 설마 눈물샘을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오줌은 왜 누고 땀은 왜 흘릴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줌을 누고, 더우면 땀을 흘려요. 우리 몸에서 오줌과 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아요. 우리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 중, 몸에 필요한 것은 빨아들이고, 필요 없는 것은 몸 밖으로 내보내요. 땀과 오줌은, 필요 없는 찌꺼기가 물과 섞여서 몸 밖으로 나온 것인데, 이것을 배설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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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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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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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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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를 끌고 가는 이 사람은 ‘똥 아저씨’야. 똥 아저씨는 숲속까지 찾아와 동물들의 똥을 가지고 가. 커다란 똥, 작은 똥! 철퍼덕 똥, 마른 똥! 둥그런 똥, 길쭉한 똥! 똥은 다 좋아! 어느 날, 똥 아저씨가 동물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어. “멋진 똥으로 만든 ‘똥 호텔’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뭐? 똥 호텔이라고?” “호텔에서 똥 냄새가 나면 어쩌지?” 동물들은 머뭇거리며 똥 호텔로 향했어. 호텔에 도착한 동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어. “여기가 정말 똥 호텔이라고?” “똥 냄새가 하나도 안 나.” “호텔이 엄청 멋지다!” 그때 똥 아저씨가 나타났어. “코끼리야, 사실 그 초대장은 네 똥으로 만든 거란다.” “내 똥으로 종이를 만들었다고요?” 코끼리는 초롱초롱 눈을 반짝였지. 소똥을 모아. 소똥을 물과 섞어. 흙을 같이 섞어도 좋아. 소똥을 벽에 잘 바르면 완성! 동그랗게 빚은 소똥을 벽에 붙이기도 해. 마르면 하나씩 떼어 내서 연료로 쓸 수 있지. 똥 아저씨가 한쪽을 가리켰어. “송아지야, 네 똥으로 호텔 체험관을 완성했단다. 소똥을 벽에 바르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거든.” 송아지는 으쓱으쓱 기분이 좋았어. 돼지 똥을 저장조에 모아. 공기를 막아 놓으면 미생물이 생겨. 메탄가스를 태워서 전기를 만들어. 호텔 안으로 들어간 동물들은 화려한 전등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어. “우아, 멋있다!” “저 전등은 돼지의 똥 덕분에 불빛을 밝힐 수 있었어. 돼지의 똥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거든.” 돼지는 우쭐우쭐했어. “그럼 말똥은요?” 망아지가 서운해하자 똥 아저씨는 껄껄 웃었어. “여기 있는 열매와 채소는 모두 말똥 거름으로 키운 거란다. 말똥에는 영양분이 아주 많거든.” “이야, 정말요?” 망아지도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 “이번에는 좋은 선물을 주마. 이 하얀 가루로 씻으면 피부가 반질반질해질 거야.” “이게 뭔데요?” “휘파람새 똥으로 만든 가루비누란다.” “네? 똥 비누요?” “으악, 꿱꿱!” “내가 먼저 씻을래!” “아니, 내가 먼저야!” 동물들은 앞다투어 화장실로 뛰어가려다 우당탕 넘어졌지 뭐야? “똥 호텔이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 “맞아, 괜히 왔어.” “똥 아저씨, 미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동물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 피부가 반질반질 반짝이고, 보들보들해졌거든. “하룻밤 사이에 예뻐졌어!” “똥 비누 덕분인가 봐.” 거울에는 똥 아저씨가 남긴 편지가 붙어 있었어. 동물들은 어제 똥 아저씨에게 괜히 화낸 것 같아 미안해졌어. 잘 잤니? 너희가 와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언제든지 놀러 오렴. 참, 이 편지는 누에똥으로 만든 연필로 쓰는 거란다. 똥 아저씨가. 동물들은 똥 아저씨에게 달려갔어. “똥 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똥 아저씨의 마음도 모르고 화만 냈어요.” “아니야, 너희들 똥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미리 말해 줬어야 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물들은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야. 똥 아저씨에게 선물을 할까? 똥 아저씨에게 너무 미안한걸. 동물들은 다시 호텔 앞으로 돌아와 커다란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어. “이 정도면 좋아하시겠지?” “그럼, 그럼!” 동물들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선물 상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 그러고는 즐겁게 집으로 돌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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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공주의 특별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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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미 공주가 결혼하는 날이야. 결혼식에는 곤충들만 올 수 있대. 병정개미 일병이는 멋지게 차려입었어. 결혼식장 앞에서 안내하는 일을 맡았거든. 첫 번째 손님은 베짱이였어. "다리가 여섯 개인지 확인 좀 할게.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뉘어 있는지도." 베짱이의 몸을 요리조리 살피던 일병이가 외쳤어. "베짱이 통과!" 뒤이어 메뚜기와 방아깨비, 여치도 폴짝폴짝 뛰어서 왔어. "너희도 통과!" 베짱이의 몸을 요리조리 살피던 일병이가 외쳤어. “베짱이 통과!” 뒤이어 메뚜기와 방아깨비, 여치도 폴짝폴짝 뛰어서 왔어. “너희도 통과!” 다음 손님으로 쇠똥구리가 왔어. “몸이 머리, 가슴, 배로 나뉘어 있고, 다리도 여섯 개인데. 이 동그란 건 뭐야?” “알사탕이라고? 좋아, 통과!” 쇠똥구리는 뒷다리로 쇠똥이나 다른 동물의 똥을 굴려. 똥 속에 알을 낳기도 하고, 어른벌레와 애벌레가 그 똥을 먹기도 해. 곧이어 지네가 나타나자 일병이는 화들짝 놀라며 막아섰어. “다리가 도대체 몇 개야? 넌 곤충이 아니니까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없어.” “흥, 너무해! 멀리서 열심히 기어 왔는데. 오늘은 너희를 잡아먹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야.” 지네는 곤충과 달리 몸이 여러 개의 마디로 되어 있고, 마디마다 다리가 달려 있어. 이를 지켜보던 거미가 재빨리 다리 두 개를 감췄어. “난 다리가 여섯 개니까 들어가도 되지?” 일병이는 거미를 훑어보며 고개를 저었어. “안 돼, 머리랑 가슴이 붙어 있잖아.” 거미는 몸이 머리가슴과 배 두 부분으로 나뉘고 , 다리가 여덟 개라서 곤충이 아니야 . 실망한 지네와 거미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어. “멋진 다리춤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거미줄로 결혼식장을 예쁘게 꾸며 주려고 했는데.” “잠깐만요!” 누군가가 지네와 거미를 불렀어. 바로 개미 공주였지. “곤충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내 결혼식에 와도 좋아요.” “야호! 고마워요, 개미 공주님!” 지네와 거미는 기뻐하며 결혼식장으로 들어갔어. “우아, 개미 공주님이다!” 드디어 개미 공주가 결혼식장에 들어왔어. 한 쌍의 반짝이는 더듬이, 두 쌍의 투명한 날개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이제 결혼을 하고 나면 날개를 떼고 멋진 여왕님이 되겠네.” 모두 개미 공주의 우아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어. 개미 공주님이다! 이제 곧 여왕님이 되겠지. 맞아, 맞아! 오늘 결혼을 하면 여왕님이 되는 거야. 공주 개미는 수개미와 결혼 비행을 하며 짝짓기를 해. 결혼 비행이 끝나면 공주 개미는 날개를 떼고 여왕개미가 되어서 알을 낳아. 베짱이와 여치는 열심히 날개를 비벼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 찌르륵찌르륵,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결혼식장에 울려 퍼졌지. 수컷 곤충은 암컷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소리를 내기도 해. 베짱이는 울음소리가 베를 짜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화려하게 차려입은 나비들이 팔랑팔랑 춤을 추었어. 그러자 늠름한 개미 왕자들이 들어왔어. 이제 결혼식이 시작된 거야! 개미 공주는 풀 위로 포르르 날아올랐어. 날개를 떨더니, 이내 위로 위로 높이높이 날아갔어. 가장 멋지고 힘센 개미 왕자를 만나려고 말이야. 아름다운 결혼 비행을 보며 모두 개미 공주의 결혼을 축하했어. 여러 마리의 수개미와 한 마리의 공주 개미가 하늘로 날아올라 짝을 짓는 것을 결혼 비행이라고 해. 개미 이외에도 결혼 비행을 통해 짝짓기를 하는 곤충으로는 벌이 있어. 날이 어두워지자 반딧불이들이 빛을 총총 밝혀 주었어. 흥겨운 파티는 밤새 계속되었어. 반딧불이는 배 의 노란 부분이 산소와 만나 빛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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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코코넛 좀 옮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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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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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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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동물들은 여우를 싫어했어. 여우는 남의 것을 쉽게 빼앗았거든. 아니나 다를까, 여우가 이번에는 똥과 오줌을 누어서 오소리 집을 빼앗았어. 여우가 오소리 집을 빼앗았네. 아유, 편안해라. 여우가 누워서 쉬고 있을 때였어. 쿵! 하고 커다란 소리가 나지 뭐야? 아주아주 큰 코코넛이 여우네 집 구멍을 막아 버린 거야. 여우가 깜짝 놀라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지. “밖에 누구 없어요? 나 좀 도와줘요! 아이고, 답답해.” 하지만 아무도 여우를 도우려고 하지 않았어. 여우는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어. “날 도와주면 집을 돌려줄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제야 숲속 동물들은 여우를 도와주기로 했어. 숲속 동물들은 커다란 코코넛을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쪼아도 봤어. 하지만 코코넛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 여우는 집 안에서 소리쳤어. “주변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너무 답답해요.” 여우의 말에 멧돼지 아저씨가 주변을 둘러보았어. “옳지, 이거다!” 나무 막대 아래에, 받침대인 돌을 놓고 시소를 만듭시다! 시소는 지레의 원리와 같아. 동물들은 나무 막대와 돌로 시소를 만들었어. 그러고는 다람쥐 할머니부터 멧돼지 아저씨까지 차례로 나무 막대 위에 올라탔어. 멧돼지 아저씨가 올라타는 순간! 코코넛이 슬쩍 들리는 듯했어. “어, 어, 어! 움직인다.” 코코넛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어. “아휴, 아까워라. 살짝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앞쪽으로 모여 앉아 볼까요?” 오소리의 말에 동물들은 코코넛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앉았어. 하지만 코코넛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이상하다. 왜 안 움직이지? “아무래도 뒤쪽에 앉는 게 좋겠어요.” “그럼, 모두 뒤로 모여 보세요. 바짝 붙어 앉아 봅시다.” 멧돼지 아저씨의 말에 모두들 엉덩이를 움찔움찔 움직여 따닥따닥 붙어 앉았어. 이번에는 아까보다 코코넛이 더 많이 들렸어. 여우가 집 구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말했어. “야호! 이제 곧 나갈 수 있겠어요.” 하지만 코코넛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아!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여우야, 아무래도 우리 힘으로는 코코넛을 옮기기 힘들겠어.” 숲속 동물들이 포기하려는 순간, 여우가 애원하며 말했어. “제발 도와주세요, 흑흑. 이제 착하게 살게요.” 숲속 동물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 보기로 했어. “이번에는 돌을 앞으로 옮기고 뒤로 바짝 붙어 앉아 볼까요?” 나무 막대를 받치고 있던 돌을 코코넛에 가깝게 옮기고는 나무 막대 위로 차례로 올라탔어. 그러자. 돌을 코코넛 가까이로 옮겨 봅시다! 커다란 코코넛이 점점 위로 들리더니 나무 막대에서 떨어져 언덕을 따라 떼굴떼굴 굴러가는 게 아니겠어? “어? 코코넛이 굴러간다!” “우리가 해냈어요!” 숲속 동물들 덕분에 여우는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코코넛은 떼굴떼굴 구르고 구르다가 커다란 바위에 부딪쳐 구멍이 뚫렸어. 그 구멍으로 코코넛 주스가 콸콸 흘러나왔지. 여우는 동물들에게 우쭐대며 말했어. “코코넛 주스 맛있죠? 다 내 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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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쥐는 나무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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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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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만 살던 숲속 쥐가 도시 구경을 왔어. 숲속 쥐는 눈을 크게 뜨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어. “도시에 처음 와 보니?” 지나가던 도시 쥐가 거들먹거리며 말했어. “응, 여기 진짜 멋있다.” “촌스럽긴. 날 따라와 봐.” 숲속 쥐는 조금 망설이다가 도시 쥐를 따라갔어. 도시 쥐는 커다란 빵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어. “우아, 안이 다 보이잖아?” 숲속 쥐가 빵집 창문에 바짝 다가서며 말했어. “유리니까 그렇지.” 빵집 안에는 달콤한 빵들이 가득했어. 유리병 안에 든 초코볼을 보자마자 숲속 쥐는 다짜고짜 달려갔어. 그러자 도시 쥐가 소리쳤어. “조심해! 유리는 잘 깨진단 말이야.” 유리병이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어. 숲속 쥐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였지. “이크, 이러다 들키겠어.” 도시 쥐는 숲속 쥐를 데리고 후다닥 밖으로 도망쳤어. 마침 광장에서 피에로가 풍선을 나눠 주고 있었어. “저건 뭐야?” “고무풍선이야.” “우아, 재밌겠다!” “그래? 너도 하나 줄까?” 도시 쥐는 바구니에서 풍선을 하나 가져왔어. 고무풍선을 처음 본 숲속 쥐는 신이 났어. 바람이 가득한 고무풍선 위에서 뛰자, 숲속 쥐가 통통 튀어 올랐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무풍선은 바람이 빠져 버렸어. 바람이 빠진 고무풍선을 잡아당겼더니 쭉쭉 늘어났어. 그런데 늘어난 고무풍선을 놓았더니 다시 줄어들었지. 숲속 쥐는 고무풍선처럼 기운이 쭉 빠졌어. “깨지지 않고, 바람도 빠지지 않는 건 없어?” “왜 없어? 그런 건 우리 집에 많아.” 집에 도착한 도시 쥐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잔뜩 꺼냈어. “유리처럼 잘 깨지지도 않고 고무풍선처럼 바람이 빠지지도 않는 플라스틱이야! 어때?” 도시 쥐가 잘난 척하며 말했어. 숲속 쥐가 플라스틱 블록을 번쩍 들었어. “나 힘세지? 이렇게 큰 것도 쉽게 들잖아.” “플라스틱은 원래 가벼워!” 그때 어디선가 쿵 소리가 들렸어. “어서 숨어!” 도시 쥐가 소리치자, 숲속 쥐가 도망치면서 물었어. “너희 집인데 왜 숨는 거야?” 도시 쥐는 우물쭈물 대답했어. “숨는 거 아니야.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거야.” “맛있는 거?” 마침 숲속 쥐는 배가 많이 고팠어. 도시 쥐를 따라서 간 곳은 바로 주방이었어. “우아, 맛있는 냄새!” 배고픈 숲속 쥐는 냄비 뚜껑을 들어 올렸어. “앗, 뜨거워!” “괜찮아? 금속으로 만든 냄비라서 열에 닿으면 금세 뜨거워져.” “난 몰랐어.” 숲속 쥐는 손이 좀 아팠지만 금세 마음이 풀렸어. 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었으니까! “아함! 너무 졸려.” 배가 부른 도시 쥐는 금세 잠이 들었어. 숲속 쥐는 책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어. “어? 이건 늘 맡았던 냄새인데? 아, 나무로 만든 책장이구나.” 편안해진 숲속 쥐도 눈이 스르르 감겼어. 그때 삐죽한 게 숲속 쥐의 얼굴을 콕콕 찔렀어. “이게 뭐지?” 숲속 쥐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더듬더듬 삐죽한 걸 잡아당겼어. “야옹! 겁도 없이!” “으악, 숲속 쥐 살려!” 숲속 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 무사히 숲으로 돌아간 숲속 쥐는 다시는 도시에 가지 않았대. “내 집에서 맘 편하게 사는 게 최고야!” 우리 주변의 물건은 여러 가지 물질로 만들어져 있어요. 여러 가지 물건을 관찰하고,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아요. 물질은 물건을 만드는 재료예요. 유리컵은 유리로, 고무풍선은 고무로, 쓰레기통은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요. 우리 주위의 물건은 한 가지 물질로만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다양한 물질로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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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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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와 동생 알랑이가 놀이공원에 왔어. “어서 와, 얘들아!” 놀이 기구들의 반가운 인사에 알이는 정말 정말 신났어. “우아, 뭐부터 타지?” 나는 놀이 기구 타기 무서운데. “우리 범퍼카부터 타자!” 알이가 범퍼카 타는 곳으로 달려갔어. 알랑이는 범퍼카끼리 쾅쾅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 “어머머, 저러다 다치겠어!” 쾅!쾅! 쾅! “범퍼카는 원래 부딪쳐야 재미있는 거야.” “그래도.” “살살 부딪치면 조금 튕겨 나가고, 세게 부딪치면 많이 튕겨 나간다니까. 우아, 생각만 해도 신나.” “난 쾅쾅 부딪쳐야지.” 알이가 범퍼카에 훌쩍 올라탔어. 알랑이는 탈까 말까 하다가 겨우 탔어. 하지만 너무 무섭지 뭐야? “오빠, 이거 그만 타면 안 돼?” 결국 알이와 알랑이는 다른 놀이 기구를 타기로 했어. 이번에는 오리 배를 타러 왔어. 오리 배를 보자마자 알랑이 가슴은 콩닥콩닥. “오리 배가 물에 가라앉으면 어떡하지?” 그러자 오리 배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어. “걱정 말고 어서 타렴.” “배는 물에서 둥둥 뜬단다. 배가 밀어 낸 물의 무게만큼, 물도 배를 위로 밀어 올리거든. 그래서 배는 물에 가라앉지 않아.” 알랑이는 조심조심 오리 배에 탔어. “하하, 진짜 재미있다.” “오빠, 정말 오리 배가 안 가라앉아!” 알랑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동동 떠올랐어. “꺅!” 바이킹을 타는 친구들이 소리를 질렀어. “우아, 재미있겠다!” 알이가 바이킹 쪽으로 달려갔어. 알랑이도 허둥지둥 따라갔지. 알이가 표를 사러 갔을 때였어. 알랑이가 고개를 갸우뚱했어. “바이킹이 꼭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하네.” 그랬더니 바이킹이 하하 웃지 뭐야. “그래, 맞아! 그네와 바이킹은 고정된 곳에 매달려 있다는 점이 똑같아.” "자, 움직이는 바이킹을 보렴." "양 끝으로 높이 올라갈수록 느려졌다가, 가운데로 갈수록 점점 빨라지지. 한번 타 보는 게 어때?" 그네와 바이킹은 닮았어. 알랑이는 알이를 따라 바이킹을 탔어. 알이는 가장 무서운 끝자리에 앉아서 꺄아악! 알랑이는 덜 무서운 중간 자리에 앉아서 안전 바를 꽉 잡았어. 그네를 타는 상상을 하며 말이야. 그랬더니 조금 재미있는 것 같았어. “다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러 가자!” 알이는 신나서 눈을 크게 떴어. 알랑이는 이번에도 조금 겁이 났어. 그때 롤러코스터가 알랑이에게 말했어. “떨어질까 봐 무섭니? 안전띠를 매고 한번 타 보렴.” 우물쭈물하던 알랑이는 알이와 롤러코스터를 탔어. 롤러코스터가 쌩하고 움직였어. “빙그르르 돌다가 뚝 떨어질 것 같지? 걱정 마! 내가 빠르게 달리면 바깥으로 나가려는 힘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가 같아져서 떨어지지 않아.” “오빠, 나 이제 놀이 기구 타는 것 안 무서워.” “정말?” “응! 오리 배는 절대 가라앉지 않고, 롤러코스터는 거꾸로 돌아도 떨어지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하늘을 떠다니는 놀이 기구를 타러 가 볼까?” “응,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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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신기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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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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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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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네 가족이 ‘신기한 박물관’ 앞에 도착했어요. 엄마, 여기가 신기한 박물관이에요. 안에 뭐가 있을까요? 빨리 보고 싶어요. 현아네 가족은 궁금한 마음에 얼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예요, 여기! 신기한 박물관! “엄마, 저 벽을 좀 봐요! 검은색 점이 자꾸만 도망가요.” "현아야, 검은색 점은 없어. 검은색 사각형들이 선에 영향을 주어서 선과 선이 만나는 곳에 검은색 점이 깜박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이렇게 우리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을 착시라고 한단다." 현아는 신기해서 한참 동안이나 벽을 바라보았어요. 우리 눈이 착각을 일으켜서 사물의 크기나 모양 등을 잘못 보는 것을 착시라고 해요. 벽에서 검은색 점을 찾아 보세요. “오, 멋진 기둥이네!” 아빠가 감탄하며 말했어요. “기둥요? 제 눈에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맞아요.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현아가 동생의 말에 맞장구쳤어요. 무엇이 먼저 보이나요? “우아, 음식이다! 아빠, 제 앞에 놓인 게 더 커요!” “이런, 내 음식이 더 작잖아.” 현아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얘들아, 이번에도 우리 눈이 착각을 일으킨 거란다. 사실 음식의 크기는 둘 다 똑같아. 그리고 이건 모형이라 먹지 못한단다.” 어떤 음식이 더 커 보이나요? 이번에는 두 개의 문이 보였어요. “얘들아, 어떤 문이 더 커 보이니?” “오른쪽 문요!” 현아와 현수가 동시에 외쳤어요. “땡! 틀렸어. 두 문의 크기는 똑같아.” “진짜요? 보고 또 봐도 다른 것 같은데요.” “점점 좁아지는 줄무늬의 간격 때문에 오른쪽 문이 더 커 보이는 거야.” 어떤 문이 더 커 보이나요? “우리,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볼까?” “우아, 저기 좀 보세요! 그림이 흔들흔들 움직여요.”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요.” 현아와 현수는 복잡한 무늬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어요. “으악, 조심해!” 현아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요. “아이참, 깜짝 놀랐잖아. 이건 그냥 그림이라고!” “어이쿠, 아빠도 깜빡 속았구나.” 어? 네 개가 아니네. 아, 헷갈려. 다시 세어 봐야겠다. 코끼리의 다리는 몇 개일까요? “엄마, 발이 쑥 빠질 것 같아요.” “조심해서 엄마를 따라오렴.” 현아네 가족은 서로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내려왔어요. “아빠, 무서워요! 같이 내려가요!” “아빠도 눈이 뱅글뱅글 도는구나.”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담긴 바구니네. 맛있겠다!” “아빠, 여기 그림을 거꾸로 보라고 쓰여 있어요.” “그래? 거꾸로 보면 뭐가 달라 보일까?” “우아, 모자를 쓴 아저씨의 얼굴이 보여요!” 그림을 거꾸로 보세요. “귀여운 쥐를 그린 그림이네요.” “쥐? 엄마 눈에는 고양이 그림으로 보이는걸.” “그럼 고양이 얼굴에 쥐가 올라탄 걸까요?” “보면 볼수록 신기한 그림이구나.” 무엇이 먼저 보이나요? 박물관을 모두 둘러본 현아네 가족은 밖으로 나왔어요. “앗! 문에도 움직이는 그림이 있어요.” 빨간색 점, 파란색 점들이 출렁출렁! 계속 보니까 어지러워요. “하하, 정말 신기한 착시 박물관이었어.” 현아네 가족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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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바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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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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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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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생각이나 기분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그럼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배우처럼 연기해 봐.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주인공이 되어 보자, 뚝딱! 헨젤과 그레텔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어. “아유, 배고파.” 그때 눈앞에 과자 집이 보이지 뭐야? 과자 집을 보고 기뻐하는 헨젤이 되어 보자. 우아, 정말 맛있겠다. 사탕도 먹고, 과자도 먹을래!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 보자! 눈을 크게 뜨고 웃어 봐. 씩 웃으면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 봐. 달콤한 사탕을 먹을 때의 표정을 지어 봐. 못된 마법사의 마법에 걸린 오데트 공주는 낮에는 백조였다가 밤이 되면 사람으로 돌아왔어. 오데트 공주는 왕자가 한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답고 우아했지. 아름답고 우아하게 춤추는 오데트 공주가 되어 보자. 우아하게 춤추어 보자! 양팔을 위로 둥글게 하고 뱅그르르 돌아 봐. 양팔을 어깨 높이로 들고 한쪽 다리를 뒤로 쭉 뻗어 봐. 한쪽 팔을 위로 높이 들고 한쪽 다리를 뒤로 뻗으며 폴짝 뛰어 봐. “이 옷은 어리석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입니다.” 임금님은 거짓말쟁이들의 말을 믿고 거리에 나왔어. 그때, 임금님을 보고 한 꼬마가 소리쳤어.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부끄러워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보자.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자! 눈을 찡그리고, 양손을 모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어 봐. 눈을 옆으로 돌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봐. 눈을 크게 떴다가 혀를 쭉 내밀어 봐. 알리바바는 보물이 가득한 동굴을 발견했어. 바위 문을 열면 보물을 차지할 수 있었지. 바위 문을 여는 주문은 “열려라 참깨!”야. 또박또박 주문을 말하는 알리바바가 되어 보자. 또박또박 주문을 말해 보자! 한 글자 한 글자 정확하게 주문을 말해 봐.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빠르게 주문을 말해 봐.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천천히 주문을 말해 봐. 알라딘이 동굴에서 가져온 램프를 문지르자 큰 거인이 나타났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이었지. 네가 만약 램프의 요정이라면 어떤 몸짓을 하겠니? 이번에는 램프의 요정이 되어 보자. 램프의 요정이 되어 보자! 몸을 웅크렸다가 확 펴며 램프에서 나오는 몸짓을 해 봐. 어떤 소원도 문제없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윙크를 해 봐. 어깨를 활짝 펴고 자신만만하게 껄껄 웃어 봐. 커다란 사자가 그물에 걸리고 말았어. 사자는 도와 달라고 소리쳤지. 그때, 사자 앞에 작은 생쥐가 나타났어. 작은 생쥐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사자가 되어 보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도와 달라고 말해 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한 것처럼 빠르게 말해 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도와 달라고 말해 봐. 눈꼬리를 내리고 간절한 느낌으로 말해 봐. 나무꾼이 나무를 베다가 쇠도끼를 호수에 빠뜨렸어. “아이고, 내 도끼!” 그때, 호수에서 물보라가 일더니 금도끼와 은도끼를 든 산신령이 나타났어. 도끼를 찾는 나무꾼에게 산신령은 어떤 표정과 말투로 말할까? 산신령이 되어 보자. 산신령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 내 보자!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해 봐.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신나게 말해 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점잖게 말해 봐. 방귀쟁이 며느리는 방귀를 너무 오래 참아서 배가 아팠어. “세상에 방귀를 안 뀌고 사는 사람이 있다더냐. 시원하게 방귀를 뀌거라.” 어른들의 허락에 방귀쟁이 며느리는 참았던 방귀를 뀌었어. 시원하게 방귀를 뀌는 방귀쟁이 며느리가 되어 보자. 방귀를 뀌는 몸짓을 해 보자!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며 방귀 뽕! 실룩실룩 엉덩이춤을 추며 방귀 뿡! 뿡! 다리를 쫙 벌리고 엉덩이를 높이 올려서 방귀 뿌웅! 이번에는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닌,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되어 볼까? 아빠가 엄마에게 꽃다발을 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어. 엄마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아빠가 되어 보자.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 보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에게 뽀뽀를 해 봐. 환하게 웃으며 사랑한다고 말해 봐. 양손을 볼에 대고 귀엽게 애교를 부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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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싹둑 잘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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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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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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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우리 아들 머리카락에 껌이 붙었잖아! 아무래도 미용실에 가야겠다.” 미용실에 가면 가슴이 쿵쿵거려. 미용실 의자에 앉으면 왠지 겁이 나서 눈을 감게 돼. 그때, 머리 위에서 가위가 스르르 사르르 춤을 추네. 껌이 붙은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우아, 금세 멋쟁이가 되어서 기분이 좋아. 그런데 말이야. 자세히 보니 가위맨이 정말 멋진 거야. 게다가 저렇게 멋진 가위 집은 처음 봐. 나도 이제부터 가위맨이 될 거야!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편리한 도구, 가위! 가위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도구야. 받침점과 작용점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적은 힘으로 쉽게 물건을 자를 수 있어. 나는 집에 오자마자 가위를 꺼내서 가위맨처럼 색종이를 삭삭!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전 가위로 색종이를 순식간에 조각내지. 하지만 나는 더 멋진 가위를 가지고 싶어. “엄마, 집에 있는 가위들 좀 보여 주세요. 가위맨이 되려면 가위를 많이 알아야겠어요.” 엄마가 집에 있는 가위를 몽땅 모아서 보여 주시니 정말 신이 나. 아하, 실을 자를 때 커다란 가위를 쓰면 잘못하다가는 헝겊을 자를 수도 있겠네. 그럴 땐 쪽가위를 사용하면 되지! 족집게처럼 생겨서 실만 싹둑 자를 수 있어. 하지만 날 끝이 뾰족하니까 조심해서 사용해야 해. “족집게로는 흰머리를 쏙!” “쪽가위로는 가느다란 실을 싹둑!”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도구, 쪽가위! 쪽가위는 다른 가위랑 다르게 받침점이 끝에 있어서 큰 힘을 내지는 못하지만 정교한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돼. “이건 할머니가 화초를 가꾸실 때 쓰는 꽃가위와 가지가위야.” “왜 두 개나 돼요?” “꽃가위는 얇은 줄기나 잎을 자를 때 쓰고, 가지가위는 작은 나뭇가지를 자를 때 쓰는 거야.” 미키마우스의 귀처럼 생겼네. 까마귀? 오리? 새의 부리를 닮았는걸! “엄마, 이 가위는 가윗날이 꺾여 있어요.” “이건 붕대 가위야. 가윗날이 꺾여 있어서 피부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자를 수 있단다.” 붕대나 반창고를 자르는 붕대 가위! 다친 곳을 붕대로 감은 뒤에 안전하게 싹둑싹둑! 붕대나 반창고를 자르는 붕대 가위는 쓰고 나서 꼭 구급상자에 넣어 보관해야 해. 다른 가위랑 섞이면 병균이 옮을 수도 있어. 부엌에서 주방 가위와 집게를 가져오신 엄마가 강아지 포미에게 간식을 주려고 해. 포미에게 간식을 주고 있는데, 때마침 아빠가 오시네. 엄마, 주방 가위로 뭐 하려고요? 포미의 간식을 잘라 줄 거야. 칼을 대신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을 자를 때도 주방 가위를 사용한단다. 김이나 김치를 자를 때 말이야.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래, 오늘도 잘 놀았니? 머리 스타일이 멋져졌네! “자, 이번엔 핑킹가위를 써 볼까?” 아빠가 핑킹가위로 색종이를 자르시는데, 물결 모양으로 잘리지 뭐야? “우아! 신기해요. 아빠, 나도 써 볼래요!” 나는 핑킹가위로 종이를 자르기 시작해. 싹둑 자르기만 했는데 물결 모양이 딱! “와! 멋지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가위야. 난 지금부터 핑킹맨이다!” 나는 핑킹가위로 휴지 심과 종이컵을 싹둑싹둑 잘라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 어때, 핑킹가위로 만든 작품 정말 멋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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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콧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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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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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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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야. 정말 유명한 그림이지. 어느 날, 뒤샹이란 화가가 모나리자 그림 위에 수염을 그렸어. 그랬더니 그림이 완전히 달라 보이지 뭐야. 우아, 이 그림 정말 재미있는걸! 나도 뒤샹처럼 해 볼 테야. 그림 위에 무얼 그려 볼까? 그래! 눈물, 콧물이 좋겠어. 자, 그럼 시작해 볼까? 나도 뒤샹처럼 모나리자 그림 위에 그려 볼 거야. 모나리자가 왜 눈물을 흘리냐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앞을 빤히 보고 있잖아. 계속 그러고 있으면 눈물이 찔끔 나지. 그러니까 모나리자 눈에 눈물을 톡톡! 눈을 깜박이지 않으면 눈의 표면이 말라. 그때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야. 눈보라를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그림에도 눈물을 그려야겠어. 바람이 휭휭 불 때 눈과 먼지가 두 눈에 들어가거든. 두 눈에 눈과 먼지가 들어가면 눈물이 나와. 그러니까 사람들 눈에 눈물을 톡톡! 두 눈에 먼지가 들어가면 그걸 씻어 내려고 눈물이 나와. 하아암 크게 하품하는 아주머니 그림에도 눈물을 그릴 거야. 하품할 때에도 눈물이 찔끔 나거든. 그러니까 아주머니 눈에 눈물을 톡톡! 하품을 하면 얼굴 근육이 눈물주머니를 눌러. 그래서 눈물이 나오는 거야. 이 아저씨는 슬퍼 보여. 차라리 울면 어떨까? 한바탕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때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저씨 눈에도 눈물을 톡톡! 슬플 때 몸속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겨. 울고 나면 이 호르몬이 줄어들어서 마음이 안정되는 거야. 너무너무 무서울 때에도 눈물이 핑! 기쁘고 행복할 때에도 눈물이 또르르! 야단을 맞을 때도 왈칵 눈물이 나. 이 그림에는 콧물도 같이 그리자. 눈물이 왈칵 날 때 콧물도 나오니까. 눈물이 나오는 길은 코로 이어져 있어. 울 때 코에서 나오는 건 콧물이 아니라 눈물이야. 단오에 목욕하는 여인들. 차가운 냇물로 몸을 씻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에취! 감기에 걸리면 뭐가 나오지? 그래, 콧물이 나와! 맑은 콧물이 주르륵 나오면 감기에 걸린 거야. 콧물이 누렇게 변하면 우리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거야. 콧물이 멈추면 감기가 다 나은 거야.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에도 콧물이 나와. 마을에서 열린 떠들썩한 결혼식.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 앞에서 콧물이 주르륵! 앗, 수프에 콧물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콧속에 뜨거운 김이 들어가면 콧속의 온도를 낮추려고 콧물이 나와. 마지막으로 동물 그림에도 그려 볼까? 동물도 눈물, 콧물이 나와. 눈이 말라 있으면 눈물이 나오고,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오지. 눈도 크고 코도 긴 코끼리 그림에 눈물, 콧물을 톡톡! 동물도 눈물샘이 있어서 눈물을 흘려. 동물이 눈물을 흘릴 때는 눈이 마르거나 몸이 많이 아플 때야. 눈물과 콧물은 언제 나올까? 눈물, 콧물 모양의 스탬프를 찍으며 명화를 감상해 봐! 이제 눈물, 콧물이 언제 나오는지 알았지? 눈물, 콧물 모양의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그림이 또 있는지 찾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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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 저런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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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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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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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물감이 튀었나? 까만 깨가 붙었나? 하하, 이건 바로 점이야. 점은 검은색도 있고 갈색도 있고 푸른색도 있어. 납작한 것도 있고 불룩 튀어나온 것도 있어. 털이 삐죽 솟은 것도 있지. 점은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세포가 많아져서 피부 겉으로 솟아 나온 거야. 멜라닌 세포가 피부 깊은 곳에 있으면 푸른색, 얕은 곳에 있으면 검은색으로 보여. 사람의 몸에 있는 점은 거의 대부분, 자라면서 햇빛에 노출되어 생겨. 점은 새로 생기기도 해. 할머니, 엄마, 동생 모두 입가에 점이 있네. 가족끼리는 점이 생기는 곳도 닮는 걸까? 그건 아니야, 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이 아니거든. 뺨과 가슴에 다닥다닥 붙어서 난 갈색 점을 본 적 있니? 바로, 깨알만큼 작은 주근깨야.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주근깨가 진해지고 많이 생기지. 주근깨는 햇빛을 많이 받는 코, 뺨, 손등, 팔의 윗부분, 가슴 등에 주로 생겨. 주근깨는 피부가 하얀 사람일수록 많이 생겨.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게 더 많이 생기지. 점점 많아지는 점. 햇빛을 받을수록 점점 많아져. 나이가 들수록 점점 많아져. 점이 많아지는 게 싫다고? 그럼, 피부에 선크림을 발라 봐. 모자를 쓰거나 긴팔 옷을 입어도 좋아. 햇빛을 덜 받을수록 점도 덜 생겨. 선크림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크림이야. 피부에 여러 번 부드럽게 펴 발라야 해. 집에 돌아와서는 꼼꼼히 세수해야 해. 점은 햇빛 때문에만 생길까? 아니야, 상처로 생긴 흉터가 점이 되기도 해. 이런 점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연해지지. 있다가 없어지는 점도 있어. 아기 엉덩이에 있는 푸른 몽고점은 자라면서 없어져. 동생 엉덩이엔 있는데, 내 엉덩이엔 없네? 동물에게도 점이 있을까? 젖소의 커다란 얼룩무늬, 달마티안의 얼룩무늬도 점일까? 맞아, 그건 점이야. 털 아래의 피부도 얼룩무늬거든. 치타의 몸을 뒤덮은 검은색 얼룩무늬도 점이야. 하지만 동물들의 얼룩무늬가 모두 점은 아니야. 얼룩말의 피부는 검은색으로 얼룩무늬는 그냥 털 색깔이야. 오랜만에 우리 집 멍멍이, 복실이가 털을 잘랐어. 복실이 몸에 있는 얼룩덜룩한 무늬는 점일까? 맞아. 그건 점이야.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서 생긴 점이지. 우리 집 복실이는 나이가 들면서 털도 푸석해지고 잠도 많아졌어. 그래도 나랑 잘 놀아 주는 복실이가 정말 좋아. 할아버지의 등에 생긴 까만 점이 점점 커지고 진해졌는데, 왜 그럴까? 그건 할아버지가 아프다는 신호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 이미 있던 점이 커지고, 좌우가 다른 모양으로 바뀌거나 피가 난다면, 병원에 가야 해. 누구의 몸에 점이 가장 많을까? 점이 가장 많은 사람은 나야 나! 내가 두 번째로 점이 많아. 나는 점이 별로 없어! 햇빛이 쨍쨍, 피부에 주근깨가 생길 거야. 어디에 주근깨가 많이 생길까? 내 얼굴 어디에 점이 있을까? 몽고점은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멜라닌 세포가 피부 속 깊은 곳에 머물러서 생겨. 신생아의 엉덩이나 손발, 허리 등에 있다가 점차 연해지지. 12세 정도가 되면 없어져. 이 사람은 볼에 있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뺄 거래. 건강에 문제가 없는 점은 빼도 되거든.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눈썹 사이에 ‘빈디’라는 점을 그려. 그 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어서야. 누군가는 빼고, 누군가는 그리는 점. 내 몸 어디에 점이 있는지 이곳저곳 한번 찾아 봐! 스탬프로 콕콕 점을 찍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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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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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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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응원 대장이에요. “여보, 회사 잘 다녀오세요. 우리 남편 파이팅!” “우리 아들, 유치원 잘 다녀와! 오늘도 파이팅!” 응원 대장 우리 엄마는 언제나 기운이 넘쳐요. ‘우리 아들, 잘할 거야. 파이팅!’ 유치원에서 발표할 때, 두근두근 떨리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자신감이 퐁퐁 솟아요. “엄마, 고마워요!” 나에게 항상 자신감을 심어 주는 응원 대장, 우리 엄마예요. 아빠는 힘 대장이에요. 아빠는 집안일을 할 때,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해요. “우하하! 크고 무거운 이불 빨래는 나한테 맡겨!” 아빠가 큰 이불을 번쩍 들어 세탁실로 옮겨요. 아빠: 무거운 물건 들어 옮기기, 이불 털기 엄마: 청소기 돌리기, 빨랫감 정리하기 아들: 장난감 정리하기, 동생과 놀아 주기 딸: 장난감 정리하기 아빠는 나랑 놀 때도 힘 대장이에요. 아빠는 나를 높이 들어서 비행기를 태워 줘요. 동생이랑 같이 아빠 등에 타도 끄떡없지요. 아빠랑 노는 건 정말 신나요. “아빠가 최고예요!” 나랑 신나게 놀아 주는 힘 대장, 우리 아빠예요. 동생은 따라 하기 대장이에요. 하루 종일 나만 졸졸 따라다니거든요. 내가 놀아 주지 않으면 동생은 바로 울음을 터뜨려요. “동생아, 미안해. 오빠도 혼자서 해야 할 일이 있어.” 엄마와 아빠가 같은 아이들을 ‘형제자매’라고 해요. 남자만 있으면 형제, 여자만 있으면 자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으면 남매예요. 우는 동생을 달래는 방법은 간단해요. “내 장난감 가지고 놀래? 내가 아끼는 거야.” 동생이 울음을 뚝 그치고 활짝 웃어요. 그러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웃을 때 귀여운 따라 하기 대장, 내 동생이에요. 우리 아들, 동생 잘 보네. 동생은 어리기 때문에 잘 돌보아 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형제자매는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자라지요. 할머니는 이야기 대장이에요. 할머니가 이야기보따리를 풀면 옛이야기가 술술 나와요. 그런데 정말 이상해요. 그 많은 옛이야기는 다 기억하시면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는 가끔 깜빡깜빡하세요. 할머니는 집으로 가시다가 꼭 한 번씩 다시 돌아오세요. “스마트폰을 두고 간 것 같은데, 어디 두었더라?”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찾아 드려요. “고맙구나. 다음에 오면 또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게.” 한집에 살지 않지만, 이모랑 외삼촌도 우리 가족이에요. 우리 가족은 서로의 생일을 꼭 축하해 줘요. 오늘은 우리 가족 중, 누구의 생일일까요? 우리한테 박수를 많이 쳐 주는 박수 대장, 이모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아는 놀이 대장, 외삼촌 생일은 가족이 태어난 중요한 날이에요.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가족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어요. 오늘은 바로 내 생일이에요. 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온 가족이 모였어요. 나는 기분이 좋아 가족들 앞에서 재미있는 춤을 추어요. 우리 집에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넘쳐나요. 우리 가족을 웃게 만드는 웃음 대장, 바로 나예요. 모두 대장인 우리 가족이 정말 잘하는 게 또 있어요. 바로 서로에게 “사랑해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 가족은 모두 대장! 어떤 대장이냐고요? 지금부터 우리 가족을 소개할게요. 사랑이 넘치는 우리 가족은 모두 ‘사랑대장’이에요. 가족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 “최고예요.” 같은 말을 해 보세요.
서로에게 큰 힘을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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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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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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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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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가 좋아요. 동주가 키우는 앵무새도 좋고, 한별이가 키우는 햄스터도 좋고, 지민이가 키우는 고양이도 좋고, 여린이가 키우는 토끼도 좋지만, 나는 강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런데.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없어요. 강아지랑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요. 어? 나랑 같이 살고 싶다고? 와! 강아지네! 은별아! 우리가 함께 살면, 나랑 무엇을 하고 싶어? 우리가 함께 살면, 아주아주 크고 멋진 성을 만들어서 너랑 같이 잘 거야. 고맙지만, 크고 멋진 성은 나에게 맞지 않아. 난 작아도 아늑한 곳이 좋아. 편하게 눕고 일어설 수 있는 크기에, 따뜻하고 조용히 쉴 수 있는 아늑한 집 우리가 함께 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나누어 줄게. 친구들을 초대해서 와글와글 파티도 열어야지! 은별아, 너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내가 먹으면 배가 아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사료랑 간식, 물이야. 강아지에게는 초콜릿이나 과일씨, 양파, 고춧가루 등이 든 음식을 주면 안 돼요. 강아지는 이러한 음식들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서 먹으면 몸에 해로워요. 그럼 이건 어때? 둘이서 마법사 옷도 입고 뾰족한 모자도 쓰자. 같이 마법을 부리면서 악당을 잡는 거야. 정말 재밌겠지? 응, 재밌겠다. 하지만 난 마법사 옷은 안 입을래. 내 몸에 있는 털이 나에게는 제일 멋진 옷이거든. 너무 추울 때 입는 강아지 옷 강아지는 이미 자기만의 털옷을 입고 있지만, 털을 자른 뒤 불편해하거나 추위를 탈 때는 옷을 입혀요. 강아지 옷은 목을 죄거나 몸에 꽉 끼지 않는 것으로 골라서 입혀요. 나랑 놀이동산에 가서 하루 종일 놀이 기구도 타자. 씽씽 달리는 롤러코스터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대관람차도 타면 정말 신날 거야. 나는 놀이동산에 가는 것보다 너랑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고, 공 던지기 놀이를 하고 싶어. 내가 날마다 안아 주고, 뽀뽀도 해 줄게. 짝꿍처럼 둘이 꼭 붙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뭐든지 함께하는 거야. 은별아,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낮잠도 자고 때로는 푹 쉬어야 너랑 더 재밌게 놀 수 있거든. 어린 강아지는 하루에 18시간 이상 잠을 자고, 다 자라면 12~14시간씩 잠을 자며 에너지를 보충해요. 나, 그렇게 할 수 있어. 잘 때는 깨우지 않고, 네가 깨어 있을 때 신나게 놀기! 산책도 하고, 공 던지기 놀이도 하고 네 사료도 챙겨 주고 아늑한 집도 만들어 줄게. 정말? 약속하는 거야? 내가 약속한다고 말하려는 순간, 어? 어디 간 거죠? 강아지가 사라지고 없어요! 그날 이후, 난 매일매일 엄마 아빠에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잘 놀아 주고, 잘 키울 자신 있다고요. 강아지야, 너랑 살고 싶단 말이야. 강아지야! 꼬박 열흘째 되던 날, 엄마가 내게 물었어요. 강아지를 키우면, 배변 훈련도 시켜야 하고, 목욕도 시켜 줘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야 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 할 수 있겠니? 우리 가족도 이제 강아지를 키울 거예요. 엄마 아빠는 유기견 보호 센터에 가서 주인이 없는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했어요. 난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강아지가 이야기해 준 대로 아늑한 집을 만들었어요. 어? 그런데 어떤 강아지가 왔는지 봐요. 바로 내가 만났던 그 강아지예요! 강아지야, 안녕? 너랑 살게 돼서 정말 좋아. 내가 잘 돌봐 주고, 사랑해 줄게. 우리 재밌게 놀자! 어떻게 하면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고 강아지 집을 만들어 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면, 내가 강아지랑 엄마에게 했던 약속들을 잘 기억해 봐. 그럼, 강아지랑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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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잘 입는 방법을 알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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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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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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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쌍둥이 남매야. 우리는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딱 하나는 정말 똑같아. 바로 둘 다 옷을 잘 입는 멋쟁이라는 거야. 우리 함께 멋쟁이가 되어 볼까? 그럼 계절과 날씨부터 살펴봐. 또, 오늘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 봐. 날씨와 하는 일에 맞게 옷을 골라 입으면 멋쟁이가 될 수 있어. 자, 집에 있을 때는 어떤 옷을 입을까? 편한 옷이 최고지! 놀 때는 실내복, 잘 때는 잠옷을 입어. 참, 어떤 옷을 입든 속옷을 먼저 입어야 해. 러닝셔츠 소매가 없는 속옷으로, 땀을 잘 흡수해. 팬티 허리에 꼭 붙는 속옷으로, 몸의 중요한 부분을 보호해 줘. 잠옷 헐렁해서 잘 때 입으면 편하고, 땀도 잘 흡수해. 내복 겨울철, 겉옷 안에 입은 얇은 옷이야. 잠옷이나 실내복으로도 입을 수 있어. 이제 계절을 살펴보자. 봄가을은 낮에는 따뜻하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해. 그래서 겉옷을 입고 다니는 게 좋아. 따뜻하면 겉옷을 벗었다가, 쌀쌀하면 다시 입으면 돼. 점퍼 품이 넉넉해서 활동하기 편한 겉옷이야. 트렌치코트 벨트가 달려 있는 겉옷이야. 블라우스 하늘하늘한 천으로 만들어진 윗옷이야. 티셔츠 활동을 많이 할 때 입으면 편해. 셔츠 주로 양복 안에 입는 윗옷이야. 치마 허리부터 다리까지 하나로 이어진 아래옷이야. 치마 레깅스 치마를 바지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청바지 질긴 천으로 만들어 튼튼하고 편한 바지야. 카고 바지 건빵 모양의 주머니가 달린 헐렁한 바지야. 여름은 날씨가 더워서 땀이 많이 나. 얇고 짧은 옷을 입으면 훨씬 시원해. 래시가드 피부를 보호해 주는 운동복이야. 민소매 티셔츠 소매가 없어서 입으면 시원해. 반팔 티셔츠 면으로 된 티셔츠는 땀을 금방 흡수해. 리넨 블라우스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 바람이 잘 통해. 민소매 원피스 소매 없이 위아래가 붙어 있어서 아주 시원해. 반바지 길이가 짧아서 입으면 시원해. 고무줄 바지 고무 밴드가 달려 있어서 입고 벗기가 편해. 리넨 치마 몸에 잘 달라붙지 않아서 시원해. 모자를 쓰면 햇빛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할 수 있어. 아쿠아슈즈 물놀이할 때 신는 신발이야. 겨울은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추워. 두툼한 외투는 찬 바람을 막아 줘. 외투 안에 두꺼운 옷을 하나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겹쳐 입으면 더 따뜻해. 오늘 날씨는 어때?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고무장화를 신고, 물웅덩이에서 참방참방! 비옷 물에 젖지 않는 소재로 되어 있어. 고무장화 목이 길어서 발이 젖지 않게 해 줘. 투명 우산 앞을 잘 볼 수 있어 안전해. 가방 비에 젖지 않는 소재로 되어 있어 가방 안에 든 물건들이 젖지 않아. 눈이 오면 방수 점퍼를 입고 방수 부츠를 신고, 한바탕 눈싸움! 방수 점퍼 물에 젖지 않고 바람도 막아 줘서 스키장에 갈 때 입어도 좋아. 방수 멜빵바지 물에 젖지 않고, 흘러내리지 않아서 뛰어놀기에 좋아. 귀마개 방수 장갑 방수 부츠 눈에 미끄러지지 않고, 발이 젖지 않아. 운동을 할 땐 그 운동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보호 장구를 꼭 해야 돼. 그래야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어.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손목 보호대 헬멧 벗겨지지 않도록 턱끈을 잘 조여서 써야 해. 레오타드 아래위가 붙은 발레복이야. 토슈즈 발레를 할 때 신는 앞코가 납작한 신발이야. 튀튀 발레를 할 때 입는 치마야. 타이츠 몸에 딱 달라붙는 옷으로, 발레나 체조를 할 때 입어. 도복 태권도나 유도 등의 운동을 할 때 입는 옷이야. 실력에 따라 띠 색깔이 달라. 스포츠 양말 땀을 잘 흡수해서 주로 운동할 때 신어. 헤어밴드 머리카락을 고정시키고, 흐르는 땀을 막아 줘. 손목 밴드 손목을 보호해 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땐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어 봐. 그러면 주인공은 바로 네가 될 거야! 이제 옷 잘 입는 방법, 잘 알겠지? 생일 파티처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멋진 옷을 입어 봐. 캐릭터 드레스를 입으면 공주가 된 것 같아. 나는야, 슈퍼히어로! 이런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영웅이 된 것 같아. 명절에 입는 한복. 색동저고리에 다홍치마가 예뻐. 남자아이들은 저고리와 바지 위에, 소매가 없는 쾌자를 입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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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엉덩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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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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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숭이들이 사는 연두 마을이야. 오늘도 원숭이들이 화장실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어. 이 마을 화장실에는 변기가 하나밖에 없거든.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급하게 달려왔어. “저리 비켜 줘! 비, 비키라고!” 사자는 화장실 문이 열리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어. 변기에 앉은 사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똥을 누었어.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똥을 눈 사자도 깜짝 놀랐지 뭐야? “앗, 설마 밖에까지 들리지는 않았겠지?” 똥을 눈 사자는 기분 좋게 변기 손잡이를 내렸어. 어? 그런데 물이 내려가지 않았어. 사자는 손잡이를 내리고, 또 내렸지. 그랬더니 변기 물이 콸콸 흘러넘치는 게 아니겠어? 쿵쿵! 쾅! 쾅! 쾅! 사자가 나오지 않자, 볼일이 급한 원숭이들이 문을 두드렸어. “어떡하지? 어떡해?” “기다려! 금방 나갈게!” “동물의 왕 사자가 이게 무슨 일이람. 그냥 눈 꼭 감고 뛰어나갈까?” 원숭이들이 화장실 문을 더 세게 두드리자, 사자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나왔어.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지. “내가 다시 올 때까지 화장실에는 아무도 들어가면 안 돼! 부탁할게!” 그러고는 쌩하니 사라져 버렸어. 몇 시간 뒤, 사자가 다시 나타났어. “미안해. 사실은 내가 변기를 고장 냈어. 그래서 새 변기들을 가져왔어. 옛날에 왕이 사용했던 변기부터 다양한 모양의 변기까지 종류가 참 많아.” 옛날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가 사용했던 변기 조선 시대의 왕이 사용했던 변기, 매화틀 앞으로 너희들의 엉덩이 친구가 되어 줄 변기들을 가져왔으니까 마음껏 골라 봐. “이건 걸터앉아서 사용하는 양변기야. 너희도 잘 알지? 양변기는 오래 앉아 있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아. 그리고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리면 나쁜 세균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어.” “이건 화변기야. 쭈그리고 앉아서 사용하는 변기지. 다리가 저리기도 하지만 똥이 쑥쑥 잘 나와.” 이렇게 사용해요! 1. 변기 옆에 다리를 벌리고 서요. 2. 옷을 내리고 그대로 앉아요. 3. 똥이나 오줌을 누어요. 4. 휴지로 닦아요. 5. 일어나서 옷을 올려요. 6. 물을 내려요. “다른 변기도 보여 줄까? 이건 남자들이 사용하는 소변기야. 어떤 화가는 이 소변기를 뒤집어서 전시회에 작품으로 내기도 했지.” “이런 거 봤니?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사용하는 변기. 우주에서 사용하는 변기에는 물이 없어. 진공청소기처럼 똥오줌을 빨아들이고, 똥은 압축시켜서 보관하지.” “이건 이동식 변기야. 주로 캠핑카나 텐트에서 사용해.” “여기,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변기도 있어! 이 두 변기는 너희가 한 번쯤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온 거야.” “우아, 정말 신기해!” “어떤 변기가 좋을까?” 원숭이들은 다양한 변기를 꼼꼼히 살펴보았어. 난 화변기가 마음에 들어! 소변기도 좋을 것 같은데? 사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어. “지금부터 내 실력을 보여 줘야겠군. 자, 그럼 새 변기들을 달아 볼까? 여기 설치하는 것 좀 도와줄래?” 이제 연두 마을 화장실에는 변기가 네 개나 생겼어. 볼일이 급할 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지. 하지만 물을 내릴 때 변기에서 사자 울음소리가 나서 모두들 깜짝깜짝 놀라곤 한대. 그러더니 다 같이 말했어. “우린 모두 마음에 들어!” 난 변기가 많을수록 좋아. 변기의 종류에 따라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지? 주변에서 여러 가지 변기를 찾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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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간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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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랑 나는 둘도 없는 친구야.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우리는 항상 함께 있어. 제제가 유치원에 갈 때만 빼고 말이야. “토토야, 유치원에 다녀올게!” 제제는 아침마다 나에게 인사하고 신나게 유치원에 가. 오늘은 나도 살짝 따라가 봐야겠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곳이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제야, 어서 와!” 유치원에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친구들도 많이 있어. 어? 저 친구는 왜 울지? 아,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우는구나. 하지만 유치원에 오면 엄마랑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선생님께 인사하는 제제와, 토토를 찾아봐.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야. “오늘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볼 거예요. 우리 가족을 소개해 볼까요?” “선생님, 제가 먼저 할래요!” 우아! 우리 제제가 손을 번쩍 드네.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에 발표하려고 손을 든 친구 두 명과, 토토를 찾아봐. 지금은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이야. 차곡차곡 블록을 쌓는 친구들도 있고,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림책을 읽는 친구들도 있어. 제제 좀 봐! 친구들과 블록으로 멋진 집을 만들고 있어. 유치원에 있는 놀잇감은 친구와 사이좋게 가지고 놀아야 돼. 놀잇감을 가지고 다투는 친구 두 명과, 토토를 찾아봐. 놀잇감을 던지면 위험해. 다 놀고 나서는 제자리에 정리해야 해. 여기는 요리실이야. “가족과 함께 먹을 케이크 만들기, 시작해 볼까요?” “네, 선생님!” 생크림 케이크는 제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제제는 참 좋겠다. 즐거운 요리 시간이야. 한 책상에 세 명씩 앉은 친구들을 찾아 보고, 토토도 찾아봐. 어느덧 점심시간이야. “잘 먹겠습니다.” 시금치도 냠냠, 당근도 냠냠! 제제가 혼자서도 골고루 잘 먹네.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어. 싫어하는 음식을 휴지에 골라내는 친구 한 명과, 토토를 찾아봐. 식사를 한 뒤에는 자리를 정리하고, 깨끗하게 이를 닦아. 앗! 저 친구는 춤추면서 이를 닦고 있네? 화장실 바닥은 미끄러우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친구 두 명과, 파란 칫솔을 들고 이를 닦으러 가는 친구 한 명 그리고 토토를 찾아봐. 이제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야. 제제가 미끄럼틀을 타려고 줄을 섰어. 어? 위험하게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는 친구가 있잖아? 후유, 선생님이 달려와 막아 주어서 다행이야. 놀이 기구는 차례를 지켜서 이용해야 돼. 위험한 행동을 하는 친구 한 명과, 토토를 찾아봐. 그네를 타는 친구 앞이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곳에 서 있으면 위험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제제가 교실로 들어왔어. 쓱쓱, 지금은 미술 시간이야. 그런데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잘 안 보여. 아하! 양초로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이제 보인다, 보여! 물감으로 칠하니까 그림이 잘 보이네. 엄마, 아빠, 제제 그리고 저건. 나야, 나! 제제가 나도 그렸어! 유치원에 있는 물건은 모두 함께 아껴서 써야 돼. 물건을 마구 쓰는 친구 한 명과, 토토를 찾아봐. 이제 제제가 집에 갈 준비를 해. 겉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아까 만든 케이크도 챙겼어. 유치원에서 더 놀고 싶은데, 아쉽다. 자기 물건은 잘 챙겨야 돼. 하늘색 겉옷을 입으려고 하는 친구 한 명과, 토토를 찾아봐. 제제가 집에 왔어. 물론 나는 먼저 와서 제제를 기다렸지. “토토야, 너도 나랑 같이 유치원에 가면 좋을 텐데. 유치원은 정말 재미있거든!” 제제는 유치원이 좋은가 봐. 제제야, 나도 유치원에 가는 게 재미있어. 내일도 살짝 따라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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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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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네 가족이 새 동네로 이사를 왔어요. “엄마, 엄마! 깜박하고 수아 언니의 그림책을 가지고 왔는데, 어떡해요?” “괜찮아,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보내 주면 돼. 동네 구경도 할 겸 우체국부터 가 볼까?” “우아, 신난다! 우체국으로 출발!” 미미와 엄마는 우체국에 왔어요. “엄마, 우체국 간판에 그려진 건 뭐예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준다는 제비란다. 편지나 물건을 전해 주는 우체국에 딱 어울리는 새지. 그림책은 우편집배원이 잘 전해 줄 거야.” 우체국에서 택배를 보내는 방법 1. 알맞은 크기의 상자를 골라 물건을 넣고 포장해요. 2. 택배 운송장에, 보내는 사람과 받을 사람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써요. 3. 택배 운송장을 상자에 붙여요. 4. 물건이 담긴 상자의 크기나 무게, 배달할 곳의 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요. 우편집배원 편지나 물건 등의 우편물을 정해진 주소로 배달하는 사람 우체통 편지나 엽서 등을 넣기 위해 여러 곳에 설치한 통 우체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우편물을 배달해 주어요. 예금, 보험 등의 금융 업무도 해요. “미미야, 다음은 어디로 가 볼까?” “도서관이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싶어요.” “그럼, 행정 복지 센터부터 가야겠네! 미미 이름으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려면 주민 등록 등본이 필요하거든.” “아, 그렇구나. 그럼 행정 복지 센터로 출발!” “엄마, 그런데 행정 복지 센터는 뭐 하는 곳이에요?”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도 만들어 주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란다.” 엄마는 번호표를 뽑고, 차례가 되자 창구로 가서 주민 등록 등본을 받았어요. 행정 복지 센터는 주민 등록증을 발급하는 일부터 전입 신고, 출생 신고 등 많은 일을 해요. 공무원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의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 미미는 엄마와 도서관으로 향하다가 버스 정류장 앞에 멈춰 섰어요. “엄마, 여기에 지갑이 있어요. 누가 놓고 갔나 봐요.” “저런, 파출소에 얼른 가져다줘야겠다. 그럼 경찰관이 주인을 찾아 줄 거야.” “아하! 그렇다면 파출소로 출발!” 미미와 엄마는 파출소에 왔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미미는 주운 지갑을 경찰관에게 드렸어요. 경찰관은 미미의 연락처를 묻고 보관증을 내주었지요. “미미야, 정말 고맙구나. 우리가 주인을 찾아 줄게.” 미미는 칭찬을 들으니까 어깨가 으쓱했어요. 미미는 새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었어요. “이제 책을 빌릴 수 있는 거죠?” 신이 난 미미는 책장에서 그림책을 골랐어요. “엄마, 나 이 책 빌릴래요!” “쉿, 미미야.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해.”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 1. 자료실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아요. 2. 책은 소중히 다루어요. 3. 다 읽은 책은 반납대에 두어요. (책을 빌린 후, 반납일을 꼭 지켜요.) 4. 휴대폰은 진동으로, 통화는 밖에서 해요. 5. 자료실 안에서 음식을 먹지 않아요. 사서 사람들이 책을 쉽게 찾도록 정리하고, 책 대출과 반납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 도서관을 나오는데, 엄마의 스마트폰에서 알람음이 울렸어요. “어머나, 오늘 우리 미미 예방 주사 맞는 날이었네. 보건소로 가야겠는걸!” “안 돼요! 주사는 무서워요.” 무서워요.” “미미야, 예방 주사를 맞아야 건강하게 유치원에 갈 수 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음, 그럼 예방 주사 맞을래요. 보건소로 출발!” 미미는 씩씩하게 보건소에 왔어요. “의사 선생님, 저 예방 주사 맞으러 왔어요!” “어머, 정말 용감하구나. 금방 끝날 거야.”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예방 접종이 끝났어요. “우리 미미, 정말 대단한데!” 엄마가 미미를 꼭 안아 주었어요. 미미와 엄마가 보건소를 나와 집으로 갈 때였어요. 엄마의 스마트폰이 삐리리 삐리리! “여기 파출소입니다. 지갑 주인을 찾았어요.” “지갑 주인이 미미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 달래요.” 미미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엄마, 우리 동네가 마음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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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지식 탐험대 1 도구, 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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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시대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봐! 선사 시대는 문자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기 이전의 시대를 말해요. 우리나라에서 선사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전기 구석기 시대를 알 수 있는 연천 전곡리 유적 한탄강 근처에 있는 전기 구석기 시대의 유적지로, 여러 가지 종류의 석기가 발견되었어요. 특히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 도끼가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되어서 세계 고고학계가 떠들썩했지요. 구석기 시대 전체를 알 수 있는 공주 석장리 유적 금강 근처에 있는 구석기 시대의 유적지예요. 여러 가지 석기뿐 아니라, 후기 구석기 시대의 집터도 발견되었어요. 구석기 시대에 우리나라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아주 중요한 유적이에요. 신석기 시대를 알 수 있는 서울 암사동 유적 한강 아래쪽에 있는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지예요. 1925년, 홍수로 한강이 넘치면서 유적이 발견되었어요. 집터와 빗살무늬 토기 외에도 여러 생활 도구들이 발견되었지요. 아슐리안형 주먹 도끼 연천 전곡리 유적 발굴 현장 공주 석장리 유적 전경 막집 모형 석기 출토 상태 빗살무늬 토기 움집터 움집 모형 지레를 이용하면 편리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종이를 자를 때 필요한 가위!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가위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도구예요. 가위처럼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도구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면 힘을 적게 들이고도 무거운 물체를 움직일 수 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지레의 원리를 이용해서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었어요. 지레는 힘점, 작용점, 받침점의 위치에 따라 종류가 달라요. 1종 지레 받침점이 작용점과 힘점 사이에 있어요.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거리가 길수록 힘이 적게 들어요. 2종 지레 작용점이 받침점과 힘점 사이에 있어요.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거리가 항상 길어서 힘이 적게 들어요. 3종 지레 힘점이 작용점과 받침점 사이에 있어요. 받침점과 힘점 사이의 거리가 짧아서 힘은 더 들지만 대신 세밀하고 정교한 일을 할 수 있어요. 무엇으로 글씨를 썼을까? 사람들의 역사는 필기도구로 문자를 기록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어떤 필기도구를 사용해서 문자를 기록했을까요? 스타일러스 아주 오랜 옛날에는 나무나 금속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진흙이나 밀랍 판자 위에 글씨를 썼어요. 갈대 펜 잉크와 종이가 발명된 후, 속이 빈 갈대 끝을 날카롭게 잘라 잉크를 묻혀 글씨를 썼어요. 깃펜 속이 빈 깃대에 잉크를 묻혀 글씨를 썼어요. 깃펜은 만년필의 시초가 되었어요. 흑연 흑연이 발견된 후, 사람들은 흑연 덩어리를 종이나 실로 감싸서 글씨를 썼어요. 하지만 손에 묻어나고, 잘 부러져서 불편했어요. 연필 프랑스의 화가, 니콜라 자크 콩테가 흑연과 진흙을 섞어 연필심을 만들었고, 이것을 나무 막대에 끼워 연필을 만들었어요. 연필은 손에 잘 묻어나지 않고, 쉽게 부러지지도 않았어요. 만년필 만년필이 발명된 후로 사람들은 선명하고 날렵한 글씨를 쓸 수 있었어요. 몸통에 잉크를 넣는 부분이 있어서 펜촉에 잉크를 묻히지 않고 사용했어요. 볼펜 잉크를 계속 채워 주어야 하고, 종이가 잘 찢어지는 만년필의 불편함을 없앤 볼펜이 발명되었어요. 잉크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볼펜은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지우개는 연필로 쓴 글씨를 어떻게 지울까? 종이에 연필로 글씨를 쓰면 흑연 입자가 묻어 나오면서 연필 자국이 남게 돼요. 이 연필 자국을 지우개로 지우면 종이에 붙어 있던 흑연 입자가 지우개 가루와 합쳐지면서 떨어져 나와 글씨가 지워져요. 꼭꼭 채워라, 여러 가지 여밈 장치 지퍼 말고도 옷이나 가방 등을 여미는 여밈 장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여밈 장치들을 알아보아요. 스냅 수단추와 암단추를 꾹 눌러 맞물리게 하는 단추예요. 채우거나 뺄 때에 똑딱 소리가 나서 ‘똑딱단추’라고도 해요. 벨크로 갈고리와 걸림 고리가 있어 붙였다 떼었다 하는 여밈 장치예요. ‘찍찍이’라고도 해요. 단추 단춧구멍에 끼워 옷이 벌어지지 않게 여며 주어요. 끈 바지의 허리춤이나 가방 등을 조이거나 동여매요. 지퍼의 이름 지퍼의 원래 이름은 ‘슬라이드 파스너’예요. 1923년 고무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 굿리치가 슬라이드 파스너를 단 부츠의 이름을 ‘지퍼’라고 붙였어요. 지퍼는 이 부츠를 열고 닫을 때 나는 ‘지 지 지 프’란 소리에서 따온 이름이었지요. 이후 슬라이드 파스너 대신 ‘지퍼’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되었어요. 지퍼의 탄생 1890년대에 미국인 휘트콤 저드슨은 자주 신는 군화의 끈을 매는 것이 불편해서 지퍼를 생각해 냈어요. 처음 만든 지퍼는 모양이 거추장스럽고 고장이 많이 나서 실제로 사용되지는 못했어요. 여러 차례 문제점을 개선한 뒤에 오늘날과 비슷한 지퍼가 만들어졌지요. 지퍼는 인류의 100대 발명품 중의 하나로, 옷, 가방, 포장 등의 여밈 장치로 사용되고 있어요. 1893년 발명 특허를 받은 휘트콤 저드슨의 지퍼 서양식 상차림과 식사 도구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음식마다 다른 스푼, 포크, 나이프를 사용해요. 그런데 나라마다, 또 그날그날 메뉴에 따라 식탁에 놓는 식기와 식사 도구의 종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이프는 주 접시의 오른쪽에, 포크는 왼쪽에 놓고 음식이 나오는 순서에 따라 바깥쪽부터 차례대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서양식 식사 예절 O, X 퀴즈 손으로 빵을 뜯어요. 빵은 나이프로 자르지 않고, 한입 크기만큼 손으로 뜯어 버터나이프로 버터나 잼을 발라 먹어요. 포크와 나이프를 위로 세워 들어요. 손에 쥔 포크와 나이프 끝을 위로 세우거나 상대편을 향하게 들지 않아요. 날이 날카로워 위험해요. 냅킨을 목에 둘러요. 냅킨은 식사 전에 무릎 위에 펴 놓고, 식사를 마친 뒤 두 번 정도 접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요. 공구가 필요할 땐, 공구함을 열어 봐! 무언가를 만들고 고칠 때는 공구가 필요해요. 공구함 속에는 어떤 공구가 들어 있는지 알아보아요. 앨런 키 육각 볼트를 조이거나 풀 때 사용하는 공구 멍키 스패너 열리는 부분의 간격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볼트나 너트를 조이거나 풀 때 사용하는 공구 검전 드라이버 물체에 전기가 흐르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드라이버 드릴 나무나 금속 등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하는 공구 펜치 철사나 전선을 자르거나 구부릴 때 사용하는 공구 드릴 비트 나무나 금속 등에 구멍을 뚫기 위해 드릴에 꽂아서 사용하는 날 커터 칼 필요한 길이만큼 칼날을 빼서 사용하는 칼 톱 나무나 쇠붙이를 자를 때 사용하는 공구 장도리 못을 박거나 뺄 때 사용하는 공구 줄자 길이를 잴 때 사용하는, 띠처럼 만든 자. 절연 테이프 전류가 통하지 않도록 전선에 감거나, 전기 기구에 붙여서 쓰는 테이프 십자드라이버 십자못을 돌려서, 박거나 뺄 때 사용하는 공구 일자 드라이버 일자못을 돌려서, 박거나 뺄 때 사용하는 공구 나사못 몸의 표면에 나사 모양으로 홈이 나 있어서 드라이버로 돌려 끼울 수 있는 못 우리 집 구급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아프거나 다쳤을 때를 대비해 구급상자를 준비해 두어야 해요. 구급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아요. 응급 처치가 필요해! 코피가 나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아요. 코피가 나요 머리를 약간 앞쪽으로 숙이고, 양쪽 콧방울을 5분 정도 눌러요. 화상을 입었어요. 화상 입은 부위를 흐르는 찬물에 10~15분 정도 대고 열을 식힌 뒤, 깨끗한 멸균 거즈로 덮어요. 응급 처치를 한 후에, 상태를 지켜보다가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야 해요. 일회용 밴드 상처 난 곳을 보호하기 위해 한 번만 쓰고 버리는 반창고 알코올 솜 상처가 난 곳을 소독할 때 사용하는 솜 멸균 거즈 세균을 없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천 조각 과산화 수소수 상처를 소독할 때 사용하는 약 붕대 상처에 감는 소독한 헝겊 상처 연고 상처가 났을 때 피부에 바르는 약 탈지면 상처에 약을 바를 때 사용하는 소독한 솜 체온계 열이 나는지 알기 위해 몸의 온도를 잴 때 사용하는 도구 해열 진통제 열을 내리게 하고, 아픈 것을 덜 느끼게 해 주는 약 핀셋 탈지면을 집거나, 가시 등 피부에 잘못 들어간 것을 뺄 때 사용하는 도구 반창고 붕대를 고정할 때 사용하는 끈끈한 헝겊이나 테이프 붕대 가위 가윗날이 꺾여 있어서 안전하게 붕대나 반창고를 자를 수 있는 가위 소방관이 되어 출동하기까지 소방관이 되어 출동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요. 멋진 소방관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아요. 1 소방관이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평가하는 필기시험을 봐요. 2 체력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체력 시험을 봐요. 3 소방 업무를 하기에 알맞은 신체 조건인지, 몸에 병이 없고 건강한지 알기 위해 신체검사를 해요. 4 소방관이 적성에 맞는지, 봉사 정신을 갖췄는지 등을 알아보는 면접시험을 봐요. 5 시험에 합격해 소방관이 되면, 응급 상황에서 다친 사람을 구하는 방법을 배워요. 6 여러 가지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을 구하고 불을 끄는 훈련 등을 해요. 7 비상벨이 울리면 재빨리 방화복으로 갈아입고 불이 난 곳으로 출동해요. 미래의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 새로운 자동차가 계속 개발되면서,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도 변화하고 있어요.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무인 자동차 엔지니어 무인 자동차는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신호등이나 표지판을 확인하고, 장애물을 인식하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요. 무인 자동차 엔지니어는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무인 자동차를 검사하고 수리하는 일을 해요. 지리 정보 시스템 전문가 무인 자동차가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차선, 신호등, 표지판 등 도로의 여러 가지 정보를 담은 지도가 필요해요. 지리 정보 시스템 전문가는 여러 가지 정보를 이용해서 지도를 만들어요. 자동차 신소재 개발 연구원 자동차 신소재 개발 연구원은 가벼우면서도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일을 해요. 무게는 가볍지만, 소음은 적고 충격을 줄여 주는 소재를 개발하여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지요. 사진 속 사이드미러는, 가볍고 충격과 열에 강한 신소재인 탄소 섬유로 만들어졌어요. 사운드 디자이너 우리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를 듣고 자동차가 오는 것을 알아차려요. 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엔진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알려 주는 경고음이 필요해요. 사운드 디자이너는 이런 경고음을 만드는 일을 해요. 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조작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와 알림 소리, 차에 타고 내릴 때 나는 소리 등도 만들어요.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 안전띠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사고가 났을 때,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가지 않도록 의자에 몸을 고정해 주는 띠예요. 에어백 자동차가 충돌하는 순간 부풀어 나와 사람이 충격을 덜 받게 해 주는 공기주머니예요. 카 시트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 의자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어린이용 보조 의자예요. KTX를 타고 여행을 떠나자! 우리나라의 고속철도인 KTX는 우리나라 곳곳을 연결해 주어요. 칙칙폭폭 KTX를 타고 어디로 가 볼까요? 기차가 궁금하다면, 철도 박물관으로! 철도에 관한 모든 것이 있는 곳이에요. 과거에 우리나라를 달리던 증기 기관차, 객차 등 여러 기차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와 미래의 철도까지 살펴볼 수 있어요. 배는 어떻게 물 위에 뜰까? 배는 엄청나게 많은 짐을 싣고도 물 위에 떠 있어요. 무거운 컨테이너선은 어떻게 물 위에 뜰 수 있을까요? 컨테이너선의 구조와 뜨는 원리를 알아보아요. 위로 밀어 올리는 힘, 부력! 물속에 있는 물체는 두 가지 힘을 받아요.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과 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인 부력이지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부력이 맞서서 배가 물에 뜰 수 있어요. 기우뚱해도 다시 일어나는 힘, 복원력! 배는 오뚝이처럼 중심을 잘 잡는 복원력을 갖고 있어요. 복원력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힘을 말해요. 배의 아랫부분에 채워진 평형수가 무게 중심을 낮춰 주어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배는 어떻게 움직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배를 타고 다녔어요. 배는 어떤 힘으로 움직이는 걸까요? 다 같이 영차영차, 인력선 처음 배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노를 저어서 배를 움직였어요. 속도도 느리고 멀리 가기 힘들었지요. 바람 타고 휭휭, 범선 돛을 달아서 바람의 힘으로 배를 움직였어요. 인력선보다 빠르고,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었어요. 뜨거운 증기가 푸푸, 증기선 증기 기관은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힘을 얻는 엔진이에요. 바람이 불지 않아도 증기 기관을 이용해 배를 움직일 수 있었어요. 여러 종류의 기계선 오늘날에는 디젤 기관, 증기 터빈, 가스 터빈, 원자력 등 다양한 추진 장치를 이용해 커다란 배도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어요. 통신을 위해 전파를 주고받는 무선 안테나 증기와 연소된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 배의 뒷부분인 선미 전파를 이용해 길을 찾는 데 사용하는 레이더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운행하는 곳인 선교 승무원들이 생활하는 승무원 거주 구역 배가 나아가는 방향과 양옆을 비추는 선수 등 배의 앞부분인 선수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비행기는 많은 사람을 태우고, 무거운 짐을 싣고도 하늘 높이 날아요.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네 가지 힘 덕분이에요. 비행기를 날게 하는 힘에 대해 알아보아요. 항력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비행기를 뒤로 잡아끄는 힘이에요. 항력이 있어서 비행기의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킬 수 있어요. 양력은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힘이에요. 비행기의 두 날개에서 양력이 생겨 비행기를 하늘에 뜨게 해요. 중력은 물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중력이 있어서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어요. 프로펠러나 제트 엔진은 회전하면서 공기나 연소된 가스를 뒤로 밀어내요. 이때 생긴 추진력이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요. 비행기도 우주에 갈 수 있을까? 로켓은 빠르고 힘차게 나오는 가스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지구의 중력을 이겨 내고 우주로 나아가요. 로켓은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연료를 태워서 가스를 내뿜을 수 있어요. 하지만 비행기는 우주에 갈 수 없어요. 대부분의 비행기는 제트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제트 엔진은 공기를 빨아들인 뒤에, 공기를 압축해요. 이렇게 압축된 공기와 섞인 연료에 불이 붙으면서 가스를 내보내는데, 이때 생기는 추진력으로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요. 그래서 비행기는 공기가 없는 우주에는 갈 수 없어요. 뭐든지 척척, 트랙터! 트랙터는 뭐든지 끌 수 있는 힘센 엔진에, 어디든 갈 수 있는 튼튼한 바퀴가 달린 만능 일꾼이에요. 기계만 바꿔 달면 여러 가지 일을 척척 해내지요. 쟁기나 로터베이터, 곤포기 말고도 어떤 기계를 달 수 있을까요? 땅을 팔 때, 트랙터의 뒤쪽에 달아 사용해요. 로더와 같이 앞뒤로 달아 사용하기도 해요. 백호 로더 흙이나 거름 등을 옮길 때, 트랙터의 앞쪽에 달아 사용해요. 파종기 밭에 씨앗을 뿌릴 때, 트랙터 앞쪽 또는 뒤쪽에 달아 사용해요. 트랙터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씨앗이 밭에 뿌려져요. 포크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서 옮길 때, 트랙터의 앞쪽 또는 뒤쪽에 달아 사용해요. 농사의 옛날과 미래 농사는 할 일이 많고 힘을 쓸 일도 많아요. 농사를 돕는 기계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고, 미래에는 어떻게 농사일을 하게 될지 알아보아요. 트랙터 대신 소 트랙터가 없던 옛날에는 트랙터 대신 소가 농사일을 도왔어요. 소가 쟁기나 써레 같은 농기구를 끌게 해서, 논과 밭을 갈았어요. 자율 주행 트랙터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트랙터가 스스로 운전하며 일해요. 농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서 멀리 있는 트랙터에 명령을 내리고, 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높은 곳까지 쭉쭉, 타워 크레인!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은 건물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중장비가 있어요. 바로 타워 크레인이에요. 타워 크레인은 탑 모양의 기중기로, 높은 곳까지 무거운 짐을 쉽게 들어 옮길 수 있어요. 피라미드는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아주 오래전에도 사람들은 크고 높은 건물들을 지었어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는 어마어마하게 큰 돌을 230만 개나 쌓아 올려 지었지요. 타워 크레인과 덤프트럭도 없이 무겁고 큰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요? 피라미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옛 이집트 사람들이 커다란 경사면을 이용해 돌을 옮겼을 거라고 추측해요. 가파른 길보다 완만한 경사면에서 돌을 끌면 적은 힘이 드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타워 크레인에 어떻게 올라갈까? 타워 크레인의 운전실은 높은 곳에 있어요. 몇몇 타워 크레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보통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지요.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타워 크레인의 운전기사가 될 수 있겠죠? 트롤리 지브와 갈고리를 연결해 주는 바퀴 갈고리 짐을 들어 올리는 금속 부분 지브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팔 모양의 구조물 운전실 운전기사가 타워 크레인을 조종하는 곳 평형추 지브와 짐의 무게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매달아 놓은 콘트리트 회전 장치(선회 장치) 지브가 수평으로 360도 회전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마스트 지브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구조물 균형추 타워 크레인을 지지해 주는 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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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지식 탐험대 2 살아 있는 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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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콧물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우리는 기쁘거나 슬플 때, 아플 때에도 눈물이 나요. 또 눈물이 왈칵 날 때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감기에 걸렸을 때에 콧물이 나고요. 눈물과 콧물은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나오는 걸까요? 눈물이 만들어지고 나오는 곳 눈물샘 눈물을 만들고 내보내는 기관이에요. 눈물점 눈물이 콧속으로 빠져나가는 길의 입구로, 위아래 눈꺼풀에 있어요. 눈물소관 눈물점에서 눈물주머니까지 뻗은 관이에요. 눈물주머니 눈물소관에서 흐른 눈물이 모이는 주머니예요. 코눈물관 눈물주머니에서 콧구멍으로 통하는 관이에요. 콧물이 만들어지고 나오는 곳 콧속은 끈끈한 액체로 덮여 있는데, 이를 ‘점액’이라고 해요. 점액은 먼지나 병균들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주어요. 날씨가 춥거나 병균이 콧속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온도를 조절하고 병균을 내보내기 위해 많은 양의 점액을 만들어요. 이것이 바로 콧물이에요. 콧속에 콧물이 많아지면 코 밖으로 줄줄 흘러나오는 거예요. 우리 몸에는 주름이 아주 많아요. 주름은 피부에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에도 있어요. 우리 몸 어디에 주름이 있는지, 주름 덕분에 어떤 도움을 받는지 알아보아요. 뇌 뇌는 태어날 때부터 호두처럼 쭈글쭈글 주름져 있어요. 사람의 뇌는 동물의 뇌에 비해 주름이 많아요. 입술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할 때 입을 쉽게 벌렸다 오므렸다 하게 해 주어요. 눈가 눈을 움직이거나 표정을 지을 때 눈을 쉽게 감았다 떴다 하게 해 주어요. 목 목을 이리저리 잘 움직이게 해 주어요. 팔꿈치 움직일 때 팔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게 해 주어요. 손목 손목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며 손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주어요. 손가락 마디마디 물건을 잡을 때 손가락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게 해 주어요. 위 위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있는데, 음식물이 없을 때는 주름이 뚜렷하게 있다가 음식물이 들어오면 주름이 펴지면서 위의 크기가 커져요. 항문 똥을 눌 때 항문을 쉽게 벌렸다 오므렸다 하게 해 주어요. 무릎 걸을 때 무릎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게 해 주어요. 발목 발목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며 발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 주어요. 발가락 움직일 때 발가락을 쉽게 구부렸다 폈다 하게 해 주어요.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발에 주름이 왜 생길까? 물속에 오래 있으면 피부 속으로 물이 스며들고, 물이 스며든 부분이 부풀어 올라 피부가 쭈글쭈글해져요. 손과 발에는 지문이 있어 다른 피부에 비해 유난히 더 쭈글쭈글해져요. 머리털은 색도, 모양도 모두 달라! 머리털의 색은 멜라닌 세포의 종류 중 유멜라닌 세포와 페오멜라닌 세포의 양에 따라 결정되어요. 또, 사람마다 머리털의 모양이 다른 이유는 모낭의 모양 때문이에요. 모낭이 곧으면 곧은 머리털! 모낭은 머리털이 자라는 주머니야. 모낭이 조금 구부러져 있으면 조금 구불구불한 머리털! 모낭이 많이 구부러져 있으면 많이 구불구불한 머리털! 황인종이나 흑인종은 유멜라닌 세포의 양이 많아서 머리털이 갈색이나 검은색이에요. 백인종은 페오멜라닌 세포의 양이 많아서 머리털이 금색이나 붉은색이에요. 사람의 머리카락은 몇 개일까? 머리카락의 개수를 세어 본 적이 있나요? 머리카락의 개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8만~10만 개 정도 된다고 해요. 매일 수십 개씩 빠지고, 또 그만큼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요. 혀는 입 안에 있는 길쭉한 모양의 기관이에요. 동물들은 혀로 냄새를 맡거나, 먹이를 잡아먹어요. 또 몸을 닦거나 몸의 온도를 조절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사람의 혀는 무슨 일을 할까요? 맛을 느끼게 해요 혀에는 맛봉오리가 있어서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을 느낄 수 있어요. 음식을 먹는 것을 도와요. 음식과 침이 잘 섞이게 해 주고,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도와주어요. 말하는 것을 도와요. 입안에서 소리를 만들고, 여러 가지 발음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요. 혀를 돌돌 말아 봐! 혀를 오므려 동그랗게 말아 보세요. 혀 말기가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혀 말기는 대부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전으로 결정되는데, 간혹 예외도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방귀를 뀌어요. 사람마다 방귀 냄새도, 소리도 다르지요. 뿡! 방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아요. 방귀는 왜 냄새가 나요? 방귀는 질소, 이산화 탄소, 수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암모니아’와 ‘황화수소’라는 성분은 냄새가 아주 지독해요. 이 성분 때문에 방귀를 뀌면 냄새가 나는 거예요. 어떤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지독해요? 방귀 냄새는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져요. 지방이나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만들어져서, 방귀 냄새도 지독해요. 그런 음식으로는 달걀, 우유, 생선, 고기류 등이 있어요. 방귀 소리가 크면 냄새도 더 지독해요? 방귀 소리가 유난히 클 때가 있어요. 방귀 소리가 크면 냄새가 지독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한꺼번에 많은 양의 가스가 항문으로 빠져나오거나, 직장과 항문이 가스를 밀어내는 힘이 세면 방귀 소리가 크게 나요. 하루에 몇 번 방귀를 뀌어요? 건강한 사람은 보통 하루에 10~25번 정도 방귀를 뀌어요. 잠을 자는 동안에도 방귀를 뀌지요. 하루에 10번 넘게 방귀를 뀌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뀌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방귀를 참으면 어떻게 돼요? 몸속에 필요하지 않은 가스는 방귀를 통해 몸 밖으로 나가요. 그런데 방귀를 계속 참으면 몸속에 가스가 쌓여서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될 수 있어요. 또, 대장이 부풀어서 배가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방귀는 참지 않는 게 좋아요. 껌을 씹으면 방귀를 많이 뀐다고요?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공기는 방귀가 되어 밖으로 빠져나가요. 껌을 씹으면, 다른 음식을 먹을 때보다 공기를 많이 마시게 되어 방귀를 더 많이 뀌게 되어요. 햇빛은 몸에 점을 생기게 하는 것 말고도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끼쳐요. 햇빛을 쬐면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가 만들어지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오래 쬐면 몸에 좋지 않아요. 햇빛을 오래 쬐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눈이 상해요 강한 햇빛은 우리 눈을 상하게 해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시력을 떨어뜨리기도 해요. 일사병에 걸려요 강한 햇빛 아래에서 오래 놀면, 가슴이 뛰면서 어지럽고 심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어요. 피부가 다쳐요 뜨거운 햇빛을 오래 쬐면, 피부에 화상을 입기도 해요.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거나 긴소매와 긴바지 등으로 피부를 가리는 게 좋아요.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를 끼거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도 좋아요. 햇빛을 막아 주는 양산을 써도 좋아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왜 하얘질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가 하얘져요. 피부 표면에 만들어지는 미네랄 막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자외선을 튕겨 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외선을 흡수하는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발라도 하얘지지 않아요. 자외선 차단제의 PA, SPF는 무슨 뜻일까? 자외선 차단제에는 ‘PA’, ‘SPF’라고 쓰여 있어요. PA는 피부를 늙게 하는 자외선 A 차단 지수이고, SPF는 피부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자외선 B 차단 지수예요. PA, SPF가 높을수록 자외선을 잘 막아 주지만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부에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해요. 우리는 두 발 덕분에 서고 걷고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요. 부지런히 일하는 발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아요. 발등 발의 윗부분으로, 발의 모양을 유지해 주어요. 발뒤꿈치 걷고 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발 뒤쪽의 균형을 잡아 주어요. 발가락 발끝에 있는 부분으로, 균형을 잡거나 힘을 주어 버틸 수 있게 해 주어요. 발볼 발의 넓적한 부분으로, 발가락과 발등을 연결하는 관절이 있어요. 발허리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으로, 걷거나 달릴 때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덜어 주어요. 우리가 밖에 나갈 때 항상 신는 신발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발을 보호해 주는 여러 가지 신발에 대해 알아보아요. 추울 때 신는 털 부츠 신발 안쪽에 털이 달려 있어 발과 발목을 따뜻하게 해 주어요. 더울 때 신는 샌들 발등을 완전히 덮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신발에 비해 발이 시원해요. 비 올 때 신는 장화 고무나 비닐 소재로 만들어져서 빗물이 새는 걸 막아 주어요. 달리기할 때 신는 스파이크 슈즈 바닥에 철로 된 징이 박혀 있어 달릴 때 미끄러지지 않고 땅바닥을 디딜 수 있어요. 등산할 때 신는 등산화 질기고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져서 나뭇가지나 돌에 신발이 잘 찢어지지 않아요. 물놀이할 때 신는 아쿠아 슈즈 물속에서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미끄러짐을 방지해 주어요. 어떤 방법으로 그려 볼까? 오리고, 붙이고, 긁고, 찍는 등 재료와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아요. 데칼코마니 종이에 물감을 발라 반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에 찍어, 대칭적인 무늬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물감이 흐르거나 섞여서 뜻밖의 무늬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콜라주 잡지, 신문, 책 등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오려 붙여서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천이나 나뭇조각, 나뭇잎 등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해요. 스크래치 크레파스로 여러 가지 색을 칠하고 그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해요. 그런 다음 도구로 긁어서 처음에 칠한 색이 나타나게 하는 방법이에요. 긁는 도구에 따라 선 굵기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요. 프로타주 나뭇잎, 동전, 돌 등 올록볼록한 물체 위에 종이를 대고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칠해서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종이 아래에 있는 물체의 무늬가 그대로 베껴져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성악가는 남자와 여자가 내는 음의 높낮이에 따라 구분되어요. 낮은음을 내는 베이스부터 높은음을 내는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성악가를 알아보아요. 표도르 이바노비치 샬라핀 러시아의 성악가로, 20세기 최고의 베이스 가수로 꼽혀요.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음색, 독특한 창법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유명했어요.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독일의 성악가로, 20세기 최고의 바리톤 가수로 꼽혀요. 독특한 음색과 완벽한 발음으로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노래를 불렀어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탈리아의 성악가로, 20세기 테너의 거장으로 불렸어요.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았어요. 메리언 앤더슨 미국의 성악가로, 20세기 최고의 알토 가수로 꼽혀요. 정열적이고 강렬한 목소리로 노래했으며,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선 최초의 흑인 가수예요. 크리스타 루트비히 독일의 성악가로, 20세기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로 꼽혀요. 풍부한 성량과 폭넓은 음역,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받았어요. 마리아 칼라스 미국의 성악가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이에요.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의 슬픔, 희망 등의 감성을 극적으로 표현했어요. 알토 여자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음으로 노래해요.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와 알토의 중간 음으로 노래해요. 소프라노 여자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음으로 노래해요. 오페라의 경우 주로 여자 주인공을 맡아요. 오케스트라는 여러 연주자들이 각각의 악기를 함께 연주하며 웅장한 음악을 만들어 내요. 여러 개의 현악기, 타악기, 목관 악기, 금관 악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요.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목관 악기의 수로 결정되어요. 목관 악기가 2개씩이면 2관 편성, 3개씩이면 3관 편성, 4개씩이면 4관 편성이에요. 목관 악기의 수가 늘어날수록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져요. 플루트 구멍에 입김을 불어 넣어 연주하는 목관 악기로, 목관 악기 중에서 가장 높은 소리를 내요. 피아노 음악을 연주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악기예요. 건반을 두드려서 타악기로 보기도 하고, 건반이 현을 튕겨 소리를 내서 현악기로 보기도 해요. 무용은 음악에 맞춰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 활동이에요. 발레와 현대 무용에 대해 알아보아요. 발레는 음악에 맞추어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무용이에요. ‘발레’ 하면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모습이 떠올라요. 이것이 발레의 기본자세이지요. 여자 발레 무용수를 ‘발레리나’, 남자 발레 무용수를 ‘발레리노’라고 해요. 안나 파블로바는 러시아 출신으로,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중 한 명이에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멋진 공연을 했어요. 루돌프 누레예프는 러시아 출신으로, 최고의 발레리노예요. 안무가로도 활동하며 러시아의 고전 발레를 다른 나라에 널리 알렸어요. 이사도라 덩컨은 미국 출신의 현대 무용가예요. 형식을 깬 자유롭고 파격적인 무용으로 현대 무용을 이끌었어요. 연기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목소리, 표정, 몸짓으로 인물의 감정과 행동 등을 표현하는 것을 말해요. 연기를 하는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성우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로, 주로 라디오 드라마, 만화 영화, 외국 영화에 목소리를 입혀요. 호흡, 억양, 목소리의 강약, 빠르기 등을 다르게 하여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해요. TV 드라마 배우, 영화배우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인물의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배우예요. 배우의 연기가 영상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에 따라 배우의 표정이 훨씬 더 드러나기 쉬워요. 그래서 표정 연기가 아주 중요해요. 연극 배우 관객이 직접 보고 있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예요. 공간이 제한적이고, 관객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훈련된 목소리와 무대에 어울리는 동작이 필요해요. 뮤지컬 배우 뮤지컬 공연에 출연하여 연기하는 배우예요. 뮤지컬 배우는 관객이 직접 보고 있는 무대에서 대사와 함께 노래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해요. 팬터마임 배우 팬터마임은 일반 연극과 다르게 말을 하지 않는 연극이에요. 팬터마임 배우는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감정을 표현해요. 카메라는 필름을 넣고 찍는 것부터, 찍자마자 사진이 바로 나오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해요. 여러 종류의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아요. 뷰카메라 직접 주름상자를 움직여서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전문가용 대형 카메라로, 오래전에 사진관에서 주로 사용했어요. 필름 카메라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는 카메라예요. 물체의 모습을 필름에 저장하지요. 카메라로 찍은 뒤 사진으로 뽑아야 찍힌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점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게 만든 특수 문자예요. 어린 시절, 송곳에 눈을 찔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루이 브라유는 야간 문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오랜 시간 야간 문자를 연구하여 6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점자를 만들었어요. 루이 브라유가 만든 알파벳 점자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훈맹정음 훈맹정음은 우리나라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한글 점자로, 1926년에 박두성이 만들었어요. 박두성은 일본 점자를 가르치던 교사였는데, 한글 점자가 없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비밀리에 한글 점자를 만든 거예요. 훈맹정음도 루이 브라유의 점자처럼 6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점자는 세계 공통어일까? 전 세계가 공통으로, 6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점자를 사용해요. 그렇다고 해서 점자가 세계 공통어는 아니에요. 점자는 각 나라가 사용하는 문자에 기초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언어가 다르면 문자가 다르고, 문자가 다르면 점자도 당연히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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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형태는 다양해 어떤 친구는 아빠, 엄마하고만 살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해요. 가족의 형태는 누구와 사는가에 따라 달라져요. 여러 가지 가족 형태에 대해 알아보아요. 대가족 전통적인 가족 형태로 3대 이상이 모여 사는 가족이에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와 엄마, 자녀가 함께 살아요. 입양 가족 아빠와 엄마가, 입양한 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이에요. 입양은 직접 낳지 않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해요. 재혼 가족 아빠, 엄마가 이혼한 뒤 다른 사람과 다시 결혼하여 새 아빠나 새 엄마,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에요. 원래는 한 가족이 아니었지만, 새롭게 한 가족이 된 거예요. 핵가족 아빠, 엄마,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에요.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으며 살던 옛날과 달리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핵가족이 늘었어요. 조손 가족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나 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에요. 아빠, 엄마가 자녀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겨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봐 주어요. 한 부모 가족 아빠와 자녀 또는 엄마와 자녀만 함께 사는 가족이에요. 아빠, 엄마가 이혼이나 다른 이유로 헤어지게 되어 혼자 자녀를 키워요. 다문화 가족 아빠, 엄마 둘 중 한 명이 다른 국적, 인종, 문화를 가진 가족이에요. 요즘에는 다른 나라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서 다문화 가족도 늘고 있어요. 어떤 강아지를 키울까? 강아지는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한 동물이에요. 강아지는 저마다 생김새, 성격, 생활 습성이 다르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려면 강아지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해요. 여러 강아지 중에 내가 키우고 싶은 강아지가 있는지 찾아 볼까요? 나랑 강아지랑 닮았다고? 강아지는 보호자의 성격을 닮는다고 해요. 강아지가 보호자의 성격과 행동을 살펴서 그에 맞게 행동하기 때문이에요. 치와와 몸집이 가장 작은 강아지예요.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데, 갑자기 다가가면 무서워서 짖기도 해요. 포메라니안 털이 많고 길어서 자주 손질해 주어야 해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에요. 몰티즈 흰색 털이 엉키지 않게 자주 빗질해 주어야 해요. 활발하고 활동량이 많은 편이라 외출하여 많이 움직이게 해 주는 것이 좋아요. 푸들 양털처럼 곱슬거리는 털을 가졌어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에요. 시추 작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요. 사람을 좋아하고 영리해요. 성격도 부드러워서 잘 짖지 않아요. 강아지도 사람처럼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말을 할 수 없는 강아지는 몸짓과 짖는 소리로 기분이나 몸 상태를 표현하지요. 강아지가 하는 몸짓의 의미를 알아 두면 강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일 때 당신이 정말 좋아요. 기지개 켜는 자세를 할 때 나랑 놀아요. 뒷발로 몸을 계속 긁을 때 스트레스 받아요. 자기 코를 핥을 때 불안해요. 어떤 집들이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여러 형태의 집이 있어요. 우리 가족의 특징과 취향에 맞는 집은 어떤 집일까요? 여러 형태의 집을 살펴보아요. 단독 주택 다른 건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한 채씩 따로 지은 집이에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집을 지을 수 있어요. 아파트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지은 5층 이상의 공동 주택이에요.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를 공동으로 사용해요. 빌라 다른 나라에서는 도시를 벗어난 곳에 휴식을 위해 지은 별장을 뜻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공동 주택을 가리켜요. 주상 복합 건물 물건을 파는 상점과 집이 함께 있는 건물이에요. 보통 낮은 층에는 상점이 있고, 높은 층에는 집이 있어요. 오피스텔 사무실과 호텔의 기능을 둘 다 가지고 있는 복합 빌딩이에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무실로도 이용하고, 집으로도 이용해요. 집 안 곳곳을 살펴보자! 침실에서 푹 자고 일어난 알콩이가 욕실에 가서 깨끗이 세수해요. 세수를 하고, 발코니에 나가 밖을 보니 비가 내려요.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요. 아침밥이 다 될 때까지 알콩이는 거실에서 그림책을 봐요.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어요. 이제 유치원에 갈 시간이에요. 지글지글, 보글보글 요리해 보자!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아주 많아요.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 조리 방법을 알아보아요. 굽기 석쇠나 프라이팬을 이용하여 음식 재료를 불에서 직접 익히거나, 오븐의 열기로 익히는 방법이에요. 찌기 음식 재료를 뜨거운 수증기로 익히거나 데우는 방법이에요. 끓이기 음식 재료를 물에 넣고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해 가열하는 방법이에요. 삶기 음식 재료를 물에 넣어 익힌 후 건져 내는 방법이에요. 조리기 음식 재료를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는 방법이에요. 볶기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 음식 재료에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저으며 익히는 방법이에요. 부치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음식 재료를 뒤집어 가며 익히는 방법이에요. 튀기기 끓는 기름에 음식 재료를 넣고 익히는 방법이에요. 무엇으로 만든 옷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식물의 잎이나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그러다가 동물과 식물에서 실을 뽑아 옷감을 짤 수 있게 되었지요. 지금은 석유, 석탄 등으로 만든 실로도 옷을 만들어요. 면 티셔츠 면은 ‘목화’라는 식물로 만든 섬유예요. 면으로 만든 옷은 땀을 잘 빨아들이고, 공기가 잘 통해요. 모 스웨터 모는 양의 털로 만든 섬유예요. 모로 만든 옷은 몸을 포근하게 감싸 주어 추운 계절에 입기 좋아요. 마 셔츠 마는 삼, 아마, 모시풀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섬유예요. 마로 만든 옷은 까슬까슬하고 바람이 잘 통해 여름에 입기 좋아요. 실크 스카프 실크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섬유예요. 실크로 만든 스카프나 옷은 가볍고 광택이 나며 따뜻해요. 레이온 셔츠 레이온은 나무에서 추출한 재료로 만든 섬유예요. 레이온으로 만든 옷은 부드럽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해요. 아크릴 스웨터 아크릴은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원료로 만든 실로 짜 낸 섬유예요. 아크릴로 만든 옷은 가볍고 따뜻해요. 페트병으로 옷을 만든다고? 페트병을 깨끗이 씻어 손톱 크기로 잘라 ‘플레이크’로 만들어요. 다시 쌀알 크기의 ‘플레이크 칩’으로 만들어 실을 뽑아요. 이 실로 짜 낸 섬유로 티셔츠와 레깅스 등을 만들어요. 세계 여러 나라의 장난감 장난감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놀이 도구로, 어린이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발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제기 동전이나 쇠붙이를 종이나 헝겊으로 싼 다음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서 만든 장난감이에요. 땅에 떨어뜨리지 않게 발로 차며 놀이해요. 우리 나라의 팽이 나무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서 심을 박아 만든 장난감이에요. 땅이나 얼음판에서 채로 쳐서 돌리며 놀이해요. 체코의 마리오네트 머리, 팔, 다리 등에 실을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이에요. 인형을 움직이며 인형극을 해요. 베트남의 쭈온쭈온 잠자리 모양의 장난감이에요. 잠자리 머리 부분을 손가락 끝에 올려놓고 떨어지지 않게 균형을 맞추며 놀이해요. 일본의 켄다마 몸체와 공이 줄로 연결된 장난감이에요. 공을 몸체 양옆 받침대나 위쪽 뾰족한 부분에 끼워 넣으며 놀이해요. 호주의 부메랑 활등처럼 굽은 나무 막대기로, 오래전 원주민들이 무기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놀이용으로 사용해요. 던지면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갔다가 되돌아와요. 세계 여러 나라의 장난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은? 큐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 중 하나로, 어린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장난감이에요. 큐브는 서로 다른 색으로 되어 있는 작은 조각들을 돌려서 한 면을 같은 색으로 맞추는 퍼즐이에요. 정육면체가 기본 모양이고, 직육면체, 피라미드 모양 등 여러 종류가 있어요. 전 세계 큐브 선수들이 모여서 겨루는 큐브 빨리 맞추기 대회가 열리기도 해요. 더러운 물이 깨끗한 물로 변신! 변기에 똥을 누고 물을 내리면, 똥과 물은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요. 변기로 들어간 물은 여러 과정을 거쳐 다시 깨끗한 물이 돼요. 더러운 물이 깨끗해지는 과정을 알아보아요. 가정 변기에 똥을 누고 물을 내리면 오수관을 타고 정화조로 흘러가요. 정화조 변기에서 흘러내린 물을 정화 처리 한 후 하수도를 통해 하수 처리장으로 흘려 보내요. 침사지 물속에 있는 흙, 모래 등 무거운 물질을 가라앉혀요. 유입 펌프 커다란 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요. 최초 침전지 더러운 물을 모아 두었다가 뜨는 물질과 가라앉는 물질을 분리하여 처리해요. 포기조 물에 공기를 넣어, 미생물을 이용하여 남아 있는 유기물을 흡착시켜요. 최종 침전지 흡착된 유기물 덩어리를 가라앉히고, 맑은 물을 흘려 보내요. 소독조 깨끗해진 물은 소독을 한 뒤 강으로 흘려보내요. 물이 필요 없는 변기가 있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변기는 깨끗하고 편리해요. 하지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고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변기가 개발되었어요. 바로, 똥을 낙엽이나 볏짚으로 덮은 뒤 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퇴비변기’ 예요. 물을 아낄 수 있고, 거름으로 이용하여 흙에 좋은 영양분까지 주는 친환경 변기예요. 어떤 교육 기관에 갈까?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해 교육 기관에 다녀요. 나이에 따라 다니는 교육 기관은 모두 다르지요. 교육 기관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아요. 어린이집과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노래, 율동, 그리기, 만들기, 블록 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요. 여러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요. 초등학교 일상생활과 공부에 필요한 기초 능력을 길러요. 특히 바른 인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요. 중·고등학교 각각 3년 동안 다니며, 일상생활과 공부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길러요. 또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요. 대학교 . 원하는 분야를 더 깊게 배우고 공부해요. 배우고 싶은 과목과 수업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졸업 후 직업을 가지기 위한 준비도 해요. 우리 동네에는 어떤 공공시설이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 기관과 공공시설이 있어요. 주변에 어떤 공공시설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공공시설이란? 지역 주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해요. 공공시설은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국가나 공공 단체가 만들어요. 안전 체험관 화재, 지진, 태풍 등의 재난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며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공영 주차장 주차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주차장이에요. 사회 복지관 지역 사회 내에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으로 해요. 문화 예술 회관 공연, 전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공공 체육 시설 국민의 체육 활동을 위해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에서 만든 체육관이나 수영장 등의 체육 시설이에요. 공원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에 있는 산이나 호수, 강 등에 만든 정원이나 유원지예요. 국공립 도서관 종이책, 전자책, 멀티미디어 등의 자료를 모아 두고 사람들이 보거나 빌려 갈 수 있게 해 주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해요. 아름다운 경쟁을 위한 스포츠 정신 운동 경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잘 지키고 상대 선수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에요. 운동 경기를 할 때 지녀야 할 스포츠 정신에 대해 알아보아요. 경기 규칙 지키기 심판이 보지 않아도 경기 규칙을 잘 지키면서 경기를 해요. 협동심 가지기 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같은 팀 선수들과 힘을 합쳐 경기를 해요. 책임감 가지기 질 것 같다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요. 자신감 가지기 “잘할 수 있다.”, “끝까지 할 수 있다.” 라는 믿음을 가지고 경기를 해요. 무리한 욕심 버리기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지나치면 무리하다가 다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요. 인내심 가지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든 연습과 훈련을 참고 이겨 내요. 상대 선수 배려하기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하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해요.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동물원에는 동물들이 보다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어요. 동물과 함께하는 직업으로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동물 사육사 동물을 관리하고 보살펴요. 동물이 사는 곳을 청소하고 먹이를 주며 동물의 상태를 관찰하지요. 동물을 운동시키고 훈련시키기도 해요. 동물원 수의사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병을 치료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해요. 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서 치료할 동물에 맞는 약과 치료법, 수술법 등을 공부해요. 동물 영양사 동물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동물의 영양을 관리해요. 동물마다 건강관리를 위한 알맞은 먹이를 필요한 영양소에 맞게 식단을 짜요. 동물원 큐레이터 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연구해요. 동물이 사는 환경을 야생 환경과 비슷하게 꾸며 동물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 주어요. 동물 박제사 죽은 동물을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일을 해요. 박제된 동물은 전시와 연구, 교육을 위한 자료로 쓰여요. 동물 해설사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과 환경, 동물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려 주어요. 어떤 박물관에 가 볼까? 박물관은 여러 가지 자료와 물품을 모아 보존하며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이에요. 전시하는 물품에 따라 다양한 박물관이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박물관에 가 보고 싶나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시대부터 대한 제국 시기까지의 귀한 유물들을 모으고 연구하는 곳이에요. 전시된 시대별 역사 자료와 도자기, 미술품 등을 통해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어요.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보여 주는 곳이에요.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과 체험으로 한글의 원리를 쉽게 알려 주며 외국인들에게도 한글을 소개하고 알려요. 국립해양박물관 배, 해양 생물, 해양 산업 등 해양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 주는 박물관이에요.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바다의 역사를 알고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수족관과 해양 체험을 통해 평소 만나기 힘든 해양 생물도 관찰해 볼 수 있어요. 국립항공박물관 우리나라와 세계의 항공 역사, 항공 생활, 항공 산업 등을 보여 주는 곳이에요.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여러 비행기를 볼 수 있고, 공항 체험, 조종사와 관제사 체험, 기내 훈련 체험, 승무원 체험 등 항공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도 해 볼 수 있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환경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 주기 위해 설립되었어요. 지구의 변화 과정과 중생대에 살다가 사라진 공룡 등 생물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볼 수 있어요. 조선의 아름다운 궁궐들 궁궐은 옛날에 왕이 살면서 나랏일을 했던 곳이에요.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에는 궁궐이 5개나 있어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궁궐을 알아보아요. 경복궁 조선 시대에 지어진 5개의 궁궐 중 가장 처음으로 지어진 궁궐이에요. 일본과의 전쟁인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버렸는데, 조선 시대 말 고종 때 다시 지어졌어요. 창덕궁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궁궐로, 태종이 즉위한 뒤에 지어진 궁궐이에요. 창덕궁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버려서 광해군 때 다시 지어졌어요. 조선의 5대 궁궐 중 가장 아름다운 궁궐로 손꼽히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창경궁 성종 때 지어진 궁궐로, 왕실 웃어른들을 편하게 모시기 위해 지었어요. 그 뒤, 우리나라를 빼앗은 일본인들이 창경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이후 다시 고쳐서 지금은 옛날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경희궁 광해군 때 지어진 경희궁은 수많은 임금이 정사를 살폈던 궁궐로 조선 후기에는 가장 중요한 궁궐이었어요. 덕수궁 덕수궁의 원래 이름은 경운궁이에요. 임진왜란 때 피난을 갔다 돌아온 선조가 머무르며 궁궐이 되어서, 위치나 배치가 다른 궁궐들과는 달라요. 고종이 황제에서 물러난 뒤에 덕수궁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 이것저것 챙겨 갈 것이 많아요. 그런데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는 물건들이 있어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공 농구공, 축구공처럼 공기가 들어 있는 공은 기압 차이에 의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요. 하지만 13 이하로 공기를 빼면 가지고 탈 수 있어요. 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와 살충제 등의 스프레이 제품은 안에 들어 있는 가스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고, 수하물로도 가지고 갈 수 없어요. 물, 음료수 액체류는 액체로 된 폭발물을 가지고 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요. 하지만 100ml 가 넘지 않는 용기에 담으면 비행기 에 가지고 탈 수 있어요. 샴푸, 린스, 치약 젤 형태로 된 것들은 폭발물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요. 하지만 100ml가 넘지 않는 용기에 담으면 가지고 탈 수 있어요. 야구 배트 누군가를 위협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스포츠용품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요. 망치, 못, 드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공구류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어요. 안전한 공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공항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에요. 공항에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항 보안 검색 요원 금속 탐지기로 승객의 몸을 살피고, 엑스레이 검사기로 비행기에 가지고 타는 짐을 검사해요. 또, 폭발물이 있는지 검색해요. 공항 경찰 공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테러를 막고, 사고를 예방하며, 범죄자를 잡기도 해요. 또 공항 직원과 승객을 안전하게 지켜 주어요. 공항 세관원 다른 나라에서 사 오는 물건을 검사하여 세금을 매기고, 가지고 올 수 없는 물건을 가려내요. 위험한 약이나 무기, 폭발물 등을 찾기 위해 탐지견을 이용하기도 해요. 공항 검역관 다른 나라에서 온 농산물과 축산물 등이 안전한지 살피고, 가지고 오면 안 되는 것이 있는지 검사해요. 또 승객을 대상으로 열이 나는지 검사해서 전염병을 예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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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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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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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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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바꼭질을 좋아해요. ‘오늘은 상자 속으로 쏙 숨어 볼까?’ 콩 콩 콩! 이건 엄마가 지나가는 소리, 삭 삭 삭! 이건 건이가 걷는 소리예요. 나는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다 알아요. “숨이 어디 있니? 아빠는 건이랑 악기 연주 할 건데.” 쉿! 내가 상자 속에 숨은 건 비밀이에요. 딩동댕 딩동댕 땡! 이건 글로켄슈필 소리. 삑 삑 삐비빅! 이건 피리 소리. 차르르 찰찰 찰찰찰! 이건 탬버린 소리. 나는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어요. 어?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아빠랑 건이가 악기 연주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모두 어디 간 걸까요? 상자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니 아빠랑 건이가 상자 앞에 있어요. “아빠!” “찾았다! 우리 숨이!” “후유,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놀랐어요.” “아빠랑 건이가 쉿! 하고 가만히 있었지. 소리는 움직여야 나는 거니까.” “그네가 왔다 갔다 하면 삐걱삐걱! 깃발이 바람에 날리면 펄럭펄럭! 공을 차면 퍽! 어때? 모두 움직일 때만 소리가 나지?” “난 움직이지 않고도 소리를 낼 수 있는걸요. 이것 보세요. 으!” “하하, 입과 턱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목 안에서 소리 상자가 움직였단다. 아빠랑 같이 소리 상자를 찾아 볼까?” “아빠가 아 소리를 내면, 아빠 턱 아래로 내려가면서 목을 살살 눌러 봐. 떨리는 곳이 있을 거야.” “아, 여기다! 여기가 바르르 떨려요!” 바로 그때, 뽀옹! 내가 방귀를 뀌었어요. “아빠, 가만히 있었는데 방귀 소리가 났어요.” “방귀가 나올 때 항문 주변의 피부가 떨리면서 소리가 난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아무리 움직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곳이 있어.” “거기가 어딘데요?” “바로 우주야.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우주복을 입어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단다. 우주복에 있는 공기가 소리를 우리 귀까지 전해 주거든.” “아하! 공기가 있어야 소리가 들리는 거네요.” “아빠, 소리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그러면 이번에는 아빠랑 실 전화기 놀이를 해 볼까?” 아빠가 만들어 준 실 전화기에 귀를 대요. “여보세요! 숨아, 들리니?” “우아, 들려요, 들려!” 먼 곳에서 이야기하는데도 아빠 목소리가 들려요. “실 전화기에 달린 실이 아빠 목소리를 숨이 귀까지 전해 준 거야.” 애앵애앵 애앵애앵! 집 밖으로 소방차가 지나가요. “어? 소방차다! 소방차가 얼른 비키세요! 하네.” “맞아, 소방차 소리처럼 듣기만 해도 어떤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는 소리들이 있어.” “문을 똑똑 두드리면, 실례합니다. 누구 없어요? 라는 뜻이고, 횡단보도에서 띠리리리 소리가 나면, 길을 건너세요. 라는 뜻이야.” “딩동댕 하는 소리는. 정답이에요! 라는 뜻이지요?” “딩동댕! 맞았어!” 나는 매일 많은 소리를 들어요. 엄마 목소리, 친구 목소리, 악기 소리, 자동차 소리, 동물 울음소리. 기분 좋은 소리도 있고, 듣기 싫은 소리도 있어요. 나는 예쁜 목소리로 말할 거예요. 내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기분 좋아지게 말이에요. 공기 말고도 소리를 전달하는 물질이 있어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물과 같은 액체가 소리를 전달해 주어요. 수중 발레 선수들이 물속에서 춤출 때, 물속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와요. 물을 통해 음악 소리를 듣고 춤을 추는 거예요. 딱딱한 고체도 소리를 전달해 주어요. 나무도 소리를 전달해 주는 물질이에요. 철도 소리를 전달해 주는 물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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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의 코딩 양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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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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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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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가 가장 자주 가는 병원이 어디게? 바로 치과야! 티라노는 앞발이 너무 짧아서 양치질을 할 수 없거든. 양치질을 못 하는 티라노를 위해 공룡 치과 협회에서 로봇을 준비했어. 어떤 로봇이냐고? 티라노의 이빨을 닦아 주는 로봇이야. 의사와 프로그래머는 로봇을 데리고 첫 번째 티라노의 집으로 갔어. “코딩을 시작해 볼까요?” 컴퓨터가 알 수 있는 언어로 명령을 입력해 기계가 움직일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코딩’이라고 해.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하면 로봇이 티라노의 이빨을 쓱쓱 닦아 줄 거야. 티라노가 칫솔을 가리키면, 양치질 시작! 칫솔을 들고 날아오른다. 칫솔에 치약을 한 번 짠다. 3분 동안 칫솔로 티라노의 이빨을 닦는다. 1리터의 물을 뿌려 티라노의 입 안을 헹군다. 양치질 끝! 로봇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까요? 티라노가 칫솔을 가리키면, 로봇이 날아올라서 이빨을 닦게 해 주세요. 좋아요! 프로그래머는 코딩을 시작했어. 티라노가 칫솔을 가리키자, 프로펠러가 윙윙, 로봇이 날아올랐어. 그런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가는 거야. “아차! 멈추는 곳을 입력하지 않았어요. 코딩을 다시 할게요.” 티라노가 칫솔을 가리키면, 양치질 시작! 칫솔을 들고 날아오른다. 티라노의 콧구멍 앞에서 멈춘다. 칫솔에 치약을 한 번 짠다. 3분 동안 칫솔로 티라노의 이빨을 닦는다. 1리터의 물을 뿌려 티라노의 입 안을 헹군다. 프로그래머는 내용을 더했어. 양치질 끝! 의사와 프로그래머는 로봇을 데리고 두 번째 티라노의 집으로 갔어. 이번에도 로봇이 날아올라 양치질을 해 주었지. 그런데 티라노가 자꾸만 뭐라고 하는 거야. “양치질 더! 꾸어꾸아.” “아, 양치질을 더 하고 싶다는데요?” “양치질을 좀 더 오래 해 줄 수 있나요?” “네, 문제없어요! 코딩을 조금만 바꾸면 돼요.” 프로그래머는 양치질하는 시간을 5분으로 바꾸어서 코딩했어. 티라노는 아주 만족했지. “개운하다! 꽈꽈꾸꽈.” “훨씬 개운하다고 하네요.” 티라노가 칫솔을 가리키면, 양치질 시작! 칫솔을 들고 날아오른다. 티라노의 콧구멍 앞에서 멈춘다. 칫솔에 치약을 한 번 짠다. 5분 동안 칫솔로 티라노의 이빨을 닦는다. 1리터의 물을 뿌려 티라노의 입 안을 헹군다.양치질 끝! 세 번째 티라노도 무언가를 요구했어. “치약 더 많이! 꾸이잉꾸꽈.” “치약이 더 많았으면 좋겠대요.” “네, 문제없어요! 코딩만 조금 바꾸면 돼요.” 프로그래머는 치약을 두 번 짜는 걸로 코딩을 바꾸었어. 로봇은 날마다 티라노들의 이빨을 닦아 주었어. 매일 양치질을 할 수 있게 된 티라노들은 하루하루가 상쾌했어. 치과에 갈 일도 줄어들었지. 어떤 티라노는 코딩을 공부하기도 했어. 그러고는 코딩을 새로 만들어서 로봇에게 다른 일도 시켰다지 뭐야. 티라노가 등긁이를 가리키면, 등 긁기 시작! 등긁이를 들고 날아오른다. 티라노의 등 앞에서 멈춘다. 등긁이로 티라노의 등을 1분 동안 긁는다. 등 긁기 끝! 아 시원해 꾸아꾸아뀨. 코딩은 컴퓨터가 알 수 있는 언어로 명령을 입력해, 기계가 움직일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에요. 코딩하는 과정을 알아보아요. 코딩을 하려면 먼저 목표를 정해요. 하지만 목표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로봇과 블록 쌓기를 하고 싶다면 정확하고 자세한 순서가 필요해요. 순서가 빠지거나 바뀌면 안 돼요. 그리고 먼저 어느 상황에서 시작할지 정해야 해요. 어떤 조건에서만 움직이라고 명령하려면, ‘만일 ...라면’이라는 조건문으로 ‘조건’을 자세히 정해 주어야 해요. 로봇에게 일을 계속 시키려면 ‘계속 반복하기’ 명령이 필요해요. ‘계속 반복하기’가 없다면 로봇은 한 번만 행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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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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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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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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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으로 이사 간 유진이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예요.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 직접 부산으로 가서 만나는 건 아니래요.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어요. “아빠, 유진이를 어디서 만나요?” “메타버스 놀이공원에서 만나게 해 줄게.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는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재미난 여행도 할 수 있거든.” “우아, 얼른 유진이를 만나서 놀고 싶어요!” 나는 아빠와 함께 컴퓨터 방으로 갔어요. 아빠는 컴퓨터를 켜고 앱을 실행시켰어요. “찬이야, 11시에 유진이를 만나기로 했으니까, 회원 가입을 먼저 해 놓자. 그다음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고르면 돼. 캐릭터 이름은 뭘로 할까?” “이제 캐릭터를 꾸며 볼까? 이 중에서 어떤 옷이 마음에 들어? 캐릭터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골라 봐.” 나는 다양한 옷들 중에 번개 모양 무늬가 있는 카디건을 골랐어요. 모자와 안경까지 고르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되었어요. “아빠, 빨리 유진이 만나러 가요!” “그럼 이제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볼까?” 드디어 메타버스 놀이공원에 왔어요!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니 유진이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어요. “너 진짜 멋있다.” “유진아, 너도 정말 예뻐! 우리 놀이 기구 타러 갈까?”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큰 바이킹이 있었어요. “찬이야, 유진이랑 같이 이거 타 볼래? 진짜 놀이공원에서는 아직 못 타잖아.” 구경하던 아빠가 말했어요. 유진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나는 가운데로 갔어요. “봉에 매달려서 타면 재미있을 것 같아.” 바이킹이 움직이는 순간, 피융! 나는 갑자기 바이킹 밖으로 튕겨져 나갔어요. “아, 메타버스에서도 놀이 기구는 안전하게 타야 하는구나!” 가상 놀이공원에서도 실제처럼 안전이 중요한가 봐요. 나는 얼른 유진이 옆에 앉았어요. 바이킹이 왔다 갔다 하는데, 진짜 타는 것처럼 신이 났어요. “찬이와 유진이, 씩씩하게 잘 타네. 이번엔 옆에 보이는 고래 입 속으로 들어가 볼래? 거기도 재미있을 거야.” 입구를 지나자 고래 배 속이었어요. “저 캐릭터는 누구지?” “얘들아, 아빠가 너희랑 같이 놀려고 스마트폰으로 로그인을 했어.” 고래 배 속에는 뼈 구름다리와 물방울 풍선도 있었어요. 아빠랑 같이 있으니 더 즐거웠지요. 그러는 사이, 정해진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우리 다음 주에도 메타버스에서 만날까?” 로그아웃을 하고 메타버스 세상 밖으로 빠져나올 때쯤,외출했던 엄마가 돌아왔어요. “내비게이션이 빠른 길을 찾아 줘서 생각보다 일찍 왔어.” “히히, 오늘 점심에 피자 먹기로 한 거 기억하시죠?” “찬이가 좋아하는 불고기피자랑 고구마피자를 주문해 볼까?”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배달 앱을 켜고 피자를 주문했어요. “엄마, 나 오늘 메타버스에서 유진이 만났어요!” 엄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얼굴을 보지 않고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네, 나는 방 안에 있는데, 놀이공원에서 놀 수 있다는 것도요.” “다음 주에는 엄마랑 같이 메타버스 공룡 공원에 갈까?” “우아, 유진이도 부를래요.” “아빠도 끼워 줄 거지?” 나는 피자를 먹으면서도, 마음은 벌써 공룡 공원에 가 있었지요. 실제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 낸 것을 ‘거울 세계’라고 해요. 내비게이션은 실제 지형을 반영하여 운전을 도와주는 장치로, 거울 세계를 활용한 메타버스예요. 실제 식당의 정보를 종류별로 모아서 가상 세계로 옮겨 놓은 배달 앱도 거울 세계를 활용한 메타버스예요. 착용하기만 해도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 안경이 있어요. 세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홀로렌즈 2에 대해 알아보아요. 홀로렌즈 2를 이용하면 가상의 물체를 손으로 움직일 수 있고,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어 쉽게 교육할 수도 있어요. 또 복잡한 기계나 건물의 도면, 사람의 몸속까지 그래픽으로 볼 수 있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홀로렌즈 2를 착용하면 눈앞에 있는 기계의 사용 방법이나 수리 방법을 알려 주기 때문에 누구든 기계 다루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우주선을 조립할 때 홀로렌즈 2를 사용해서 8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을 50분 만에 마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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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멈출 수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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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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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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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렸어요. 동희는 가족들과 스키장에 왔어요. “야호, 좀 더 높은 슬로프에 도전해 볼까?” 그런데 슬로프의 경사가 너무 급해요. “으악! 멈출 수가 없어!” 동희는 온몸을 버둥거렸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요. 휘리릭, 꽈당! 동희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왜 스키가 멈추지 않았을까요? 동희는 스키를 멈추고 싶었지만 계속 앞으로 움직였어요. 반대로, 움직이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여기 차곡차곡 쌓인 블록을 보세요. 가운데 끼어 있는 블록을 망치로 세게 치면 어떻게 될까요? 망치에 맞은 블록만 앞으로 튀어 나가고, 그 위에 있던 블록은 제자리로 떨어지지요. “내가 해 보마.” 힘센 아저씨가 망치로 가운데 블록을 쳤어요. 이번에도 위에 있는 블록은 제자리로 떨어졌어요. 멈추고 싶은데 움직이고, 움직이게 하고 싶은데 제자리에 있는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이런 현상을 잘 이해하려면 물체가 힘을 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해요. 고무찰흙을 힘껏 눌러 보세요. 어떻게 되나요? 찌그러져서 처음 모양과 달라져요. 굴러가는 공을 손으로 막아 보세요. 공이 제자리에 멈춰 서요. 움직이는 축구공을 옆에서 들이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축구공이 방향을 바꾸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군요. 힘을 받지 않는 물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모양도 변하지 않고, 움직임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물체가 힘을 받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어요. 이것을 ‘관성’이라고 하지요. 동희가 언덕 위에서 내려올 때 스키를 멈출 수 없었던 것도 바로 관성 때문이었답니다. 굴러가는 공은 계속 굴러가요. “자, 받아!” 동희가 동생 은재 앞으로 공을 굴렸어요. 그런데 공이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멈췄어요. 흠, 이상한데요? 관성 때문에 움직이는 공은 계속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관성을 방해하는 다른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맞아요. 공과 바닥 사이에는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이 작용해요. 동희가 탁자를 옮기려고 힘껏 밀어요. 그런데 탁자는 꼼짝도 하지 않아요. 동희가 힘을 주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탁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이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마찰력은 물체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커진답니다. 책상 위에 놓인 필통을 툭 밀어 보세요. 필통이 조금 움직여요. 얼음 위에서 같은 힘으로 필통을 밀어 보세요. 필통이 훨씬 더 멀리 가요. 왜 그럴까요?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은 물체와 물체가 닿는 면이 매끄러울수록 작아지기 때문이에요. 마찰력이 없는 곳도 있을까요? 예, 있어요. 바로 우주 공간이에요. 우주에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나 물건이 둥둥 떠다녀요. 물체가 닿는 면이 없으니까 당연히 마찰력도 없지요. 공기가 없는 우주선 밖에서는 공기와의 마찰도 없어요. 우주에서 물체에 힘을 주면 어떻게 될까요?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물체는 힘을 주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여요. 누군가 잡지 않는다면 우주 공간으로 끝없이 날아갈 거예요. 동희는 스키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어요. 부릉, 차가 갑자기 출발하자 사람들의 몸이 뒤로 쏠렸어요. 차가 멈춰 있을 때는 사람들도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해요. 그런데 갑자기 차가 앞으로 움직이면, 멈춘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에 몸이 뒤로 쏠리는 거예요. 끼익, 버스가 갑자기 멈췄어요. 그러자 사람들의 몸이 앞으로 쏠렸어요. 사람들의 몸이 계속 앞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관성 때문이지요. 그래서 위험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해요.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면 관성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려 크게 다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자동차를 탈 때는 반드시 안전띠를 매세요. 안전띠는 관성 때문에 튕겨 나가는 몸을 잡아 주는 생명의 끈이랍니다. 자동차의 에어백도 똑같은 역할을 해요. 차가 충돌할 때 에어백이 터지면 몸이 앞으로 쏠려 차에 부딪히거나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 주지요. 쇼트 트랙 경기에도 관성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곡선 트랙을 돌 때 선수들이 바닥에 손을 짚지요? 관성 때문에 몸이 트랙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반대쪽으로 손을 짚어 중심을 잡는 거예요. 경기장에서 하는 자전거 경주도 마찬가지예요. 경기장 트랙이 평평하지 않고 안쪽으로 기울어진 것도 자전거가 관성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놀이공원에서도 관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짜릿한 롤러코스터에 작용하는 관성을 살펴볼까요? 롤러코스터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 관성이 작용해요. 힘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아래로 내려오거든요.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약간 기울어진 것이 보이지요? 롤러코스터가 빙그르르 돌 때 밖으로 튀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거예요. 이제 관성이 무엇인지 잘 알았지요? 그럼 넘어지지 않고 스키를 멈추는 법도 알겠군요. 관성 때문에 잘 멈춰지지 않는 스키는 눈과의 마찰력을 이용해서 멈춰야 해요. 두 발끝을 안쪽으로 모아서 스키의 날을 V브이 자로 만들면 마찰력이 커져서 스키를 멈출 수 있어요. “아하! 이제 스키를 안전하게 탈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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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발명 박사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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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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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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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라 나는야 서둘러 발명 박사.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든다네." 아저씨의 노랫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 퍼져요. 발명을 좋아하는 아저씨는 흉내쟁이 앵무새 삐삐와 함께 살아요. 삐삐는 아저씨의 귀여운 말동무에요. "랄라라 나는야 서둘러 발명 박사. 뚝딱뚝딱 자전거를 만든다네." 드디어 이층 자전거가 완성되었어요. "삐삐야, 이층 자전거 쌩썡이야. 어때, 멋지지?" 앵무새 삐삐가 신이 나서 날개를 파닥거렸어요. 서둘러 아저씨는 삐삐와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왔어요. "랄라라 나는야 서둘러 발명 박사. 이층 자전거 쌩쌩을 타고 어디든 간다네. 이리저리 쌩쌩, 요리조리 쌩쌩." 그런데 자동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가 기우뚱거렸어요. "아이코, 내 자전거! 이러다가 쓰러지겠어."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다시 연구를 했어요. "랄라라 나는야 서둘러 발명 박사.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든다네. 자전거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 거라네." 아저씨는 자동차 책을 모두 꺼내 읽었어요. 앗, 맷돼지다. 워워 아무리 겁이 많아도 맷돼지에 놀라다니. 쯧쯧. 이랴, 어서 가야지, 이랴! 냠냠 풀 좀 먹고요. 아이 시원하다. 아이코, 냄새야. 물 좀 마시고 가요! 그래. 목이나 축이고 가자. "자동차는 뭐니 뭐니 해도 바퀴가 중요해, 그렇지 삐삐야? 바퀴가 튼튼하면 자동차도 안전해." 삐삐가 파닥파닥 날갯짓을 했어요. "삐삐야, 그런데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 탔던 마차는 너무 불편해 보이지?" 아저씨가 마차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어요. 시계가 멈추었네? 아앗! 태엽을 이용해서 말 없이도 마차를 움직이게 하는거야. 그런데 태엽을 계속 감아야 하니까 불편하겠는걸! 맞아 그거야! 책을 읽던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동차를 발명했어! 벽시계의 태엽을 감다가 태엽 자동차를 생각해 내다니.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대단해." 정말 말이 없는데도 움직이잖아?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어떻게 움직이지?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는 갈 수가 없겠어! "획획, 바람을 이용한 자동차도 있었구나! 마치 땅 위를 달리는 배 같지 않니, 삐삐야?" 대답 대신 삐삐는 아저씨 말을 흉내 냈어요. "달리는 배, 달리는 배." 앗, 내리막길이야. 이 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15분마다 보일러에 물을 넣어야 해. 휴, 마차보다 더 불편한 것 같아. 자동차 앞부분이 무거워서 방향을 바꾸기가 어려워. 이렇게 느린 자동차를 타느니 차라리 걷는 게 빠르겠어! "삐삐야, 이건 최초의 증기 자동차야. 이 증기 자동차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자동차들이 나오게 되었단다." 아저씨가 삐삐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리처드 트레비식은 지름이 3미터 남짓한 큰 바퀴를 가진 자동차에 친구들을 태우고 시속 13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처드 트레비식이 시험 운전을 하기 위해 친구들을 태우고 시냇물을 건너던 중 자동차가 뒤집어졌습니다. 사람들을 불러 차를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으나 보일러에 남아 있던 불씨가 나무로 만든 차에 옮겨붙어 모두 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기 봐. 영국의 리처드 트레비식도 증기 자동차를 만들었어. 하지만 아직도 증기 자동차는 너무 무겁고 느렸어." 삐삐는 날개를 파악이며 아저씨 말을 따라 했어요. "무겁고 느렸어. 무겁고 느렸어." 1885년 독일의 기술자 카를 벹츠가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어요. 같은 해에 고트리프 다음러도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어요. 하루는 벤츠의 아내와 아이들이 이 자동차를 타고 외가로 갔어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자동차를 무척 신기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오르막길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결국 아이들이 차를 밀어야 했어요. 엔진이 막히자 벤츠의 아내는 핀으로 수리를 하면서 계속 자동차를 운전했어요. 연료가 떨어지면 약국에서 사서 넣었지요. 당시에는 가솔린을 약국에서 팔았어요. 다행히 벤츠의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외가에 도착했어요. 외할머니는 얼굴과 옷에 검댕이 묻은 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삐삐야, 최초로 가솔린 자동차를 만든 사람은 벤츠와 다임러야. 그리고 다임러는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도 개발했어. 이 두사람을 자동차의 아버지라고 부른단다. 용기 있게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운전한 벤츠의 아내, 베르타 벤츠는 자동차의 어머니라고 하지." 더 싸고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어야지. "여기 좀 봐. 이 자동차가 바로 헨리 포드가 개발한 자동차, 포드 모델T야." 삐삐가 아저씨 옆으로 포르르 날아왔어요. "포드 모델T가 많이 만들어져 가격이 내리자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단다."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1912년) 소리 없이 달리는 모습이 '은빛 유령' 같다고 해서 실버고스트라 불려요, 닷지 4(1918년) 닷지 형제가 개발한 자동차로 이들은 이후에 트럭도 만들었어요. 로드 투어러(1921년) 농민들이 농사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에요. 포트 모델T(1923년) 20세기 초 세계 자동차 시장을 독점했어요. 힐만 스트레이트 8(1926년) 나무로 만들었으며 전 세계에 몇 대뿐인 자동차에요. MG TD(1948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초기 스포츠카에요. 벤츠 300SL(1954년) 자동차의 양쪽 문을 갈매기의 날개처럼 위쪽으로 접어 올릴 수 있어요. 케딜락 엘도라도(1963년) 차의 뒷모습이 날렵한 비행기의 꼬리 날개를 닮았어요. 링컨 콘티넨탈(1976년) 70년대 만들어진 고급 자동차에요. "이야, 내가 만들고 싶은 자동차들이 여기 다 모여 있네! 정말 멋지지? 이보다 더 멋진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데, 이제 시작해 볼까?" 삐삐가 아저씨 옆을 뱅글뱅글 맴돌며 말했어요. "이제 시작해 볼까? 이제 시작해 볼까?" 서둘러 아저씨는 연료도 비싸지 않고 매연도 없는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랄라라 나는야 서둘러 발명 박사.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든다네." 오늘도 아저씨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집 안 가득 퍼져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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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아주머니의 꽃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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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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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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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어요. 여왕님의 생일을 맞아 모두들 기쁨에 들떠 있었어요. “가장 예쁜 꽃으로 꽃모자를 만들어야지.” 풍차 마을에 사는 곰 아주머니는 꽃 장식 대회에 낼 작품을 만드느라 열심이었어요. 여우 아저씨가 몰래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작년에는 옆집 여우 아저씨에게 일등을 내주었지만 올해는 꼭 최고상을 타고 싶었거든요. “꽃 장식 대회가 열리는 궁전으로 출발!” 부릉부릉! 곰 아주머니는 완성된 꽃모자를 차에 싣고 너구리 총각의 체리 농장을 지나고 있었어요. ‘흐흐흐, 잔가지 파쇄기를 고장 내서 꽃모자에 잔가지를 덮어씌워야지!’ 여우 아저씨가 심술을 부리려나 봐요. 이를 어쩌지요? 윙 탁탁탁! 슝슝슝! 꽃모자를 망치려던 여우 아저씨의 작전은 실패했어요. 잔가지는 여우 아저씨의 꽃 케이크에 쿡쿡 박혔고, 곰 아주머니의 꽃모자에는 예쁜 체리들이 콕콕 꽂혔지요. 곰 아주머니는 치즈를 파는 광장에 도착했어요. “배가 고픈데 치즈와 빵을 좀 먹고 갈까?” ‘흐흐흐, 치즈를 꽃모자 위로 던져야지!’ 여우 아저씨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어쩌지요? 저런, 여우 아저씨가 실수를 했어요. 커다란 치즈 덩어리들이 휙휙 날아가 여우 아저씨의 꽃 케이크 위로 떨어졌어요. 꽃 케이크가 망가져서 여우 아저씨는 꽃 장식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었어요. 곰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치즈를 먹으며 궁전으로 향했어요. 부릉부릉 끼익, 곰 아주머니는 추수가 한창인 밀밭 사이에 멈췄어요. “먼저 지나가세요. 제가 양보할게요!” 곰 아주머니가 다른 자동차들에게 길을 비켜 줬어요. ‘으하하하, 꽃모자 위로 밀짚을 잔뜩 뿌려 줘야지!’ 여우 아저씨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하지만 여우 아저씨의 계획은 또 실패했어요. 여우 아저씨가 탄 콤바인이 언덕을 넘어 사자 아저씨의 콩밭으로 들어가 버렸거든요. 여우 아저씨가 무사할지 걱정이네요. 곰 아주머니는 마음이 설레었어요. 토끼 할아버지네 과수원을 지나면 궁전이었거든요.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가야겠어.” 곰 아주머니는 잠시 과수원 앞에 차를 세웠어요. ‘흐흐흐, 꽃모자도 물줄기는 피할 수 없을걸!’ 여우 아저씨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어쩌지요? 여우 아저씨의 작전이 성공한 걸까요? 물자동차가 과수원 여기저기에 물을 뿌려 댔어요. 곰 아주머니의 꽃모자에도 살짝 물이 뿌려졌어요. “어머, 시원한 물 덕분에 꽃들이 더 싱싱해졌네!” 곰 아주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궁전으로 향했어요. 여우 아저씨는 약이 바짝 올라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꽃 농장에서 빌린 비료 살포기를 몰고 곰 아주머니를 재빨리 따라갔어요. 곰 아주머니가 궁전에 도착하자 꽃 장식 대회가 시작되었어요. 여왕님도 꼼꼼히 작품들을 살펴보았지요. 곰 아주머니의 차례였어요. 그때 여우 아저씨가 심술궂게 소리쳤어요. “비료 살포기, 발사!” 그런데 비료 살포기에서 꽃잎들이 터져 나와 꽃모자를 더욱 예쁘게 꾸며 주었어요. 곰 아주머니의 꽃모자는 올해의 최고상을 받았어요. “고마워요, 여우 아저씨!” “아, 그게 말이죠....... 미안해요, 곰 아주머니!” “뭐가요? 덕분에 상도 탔는걸요.” 부릉부릉 덜컹덜컹! 곰 아주머니와 여우 아저씨는 사이좋게 집을 향해 달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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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의 사파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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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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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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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여행가에요. 나는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토비야, 네가 평소에 좋아하는 동물을을 모두 보고 오자꾸나." "네, 아빠! 정말 신나요." 우리는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 공원으로 출발했어요. 아프리카는 무척 더워서 신고 온 운동화를 벗고 타이어로 만든 까만 샌들을 신었어요. 그리고 오버랜드 트럭을 타고 사파리로 향했지요. 덜컹덜컹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은 흔들흔들 어깨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사파리 차에 오라탔어요. 사파리 차는 초원을 향해 쌩썡 달렸어요. 기린은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뜯어 먹고 있었어요. 영양과 누 떼도 보였지요. 한참을 더 달리자 코끼리 가족이 보였어요. "와! 코끼리다." 내가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르자 안내원 아저씨가 손짓하며 말했어요. "쉿, 토비야! 코끼리를 놀라게 하면 안 돼. " "코끼리가 놀라면 공격을 하거든." "네, 조용히 할게요. 그런데 저기 아기 코끼리도 있어요." 그때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주륵주륵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비를 피해 나무 아래에 차를 세웠어요. 사람들이 비를 피하고 있는 사이, 동물들은 고개를 들어 빗물을 받아 먹었어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원숭이 떼를 만났어요. 아빠는 원숭이들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었지요. 아빠가 사진 찍는 동안 가까이에서 원숭이들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어요. 여행을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어요. 처음 먹는 아프리카 음식도 맛있었고,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손으로 먹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밥을 먹고 나자 금세 졸음이 쏟아졌어요. 달이 무척 밝다. 야생 동물 구조대들은 아직까지 일을 하나? 코끼리 그림자같이 생긴 건 뭘까? 아함, 졸려! 다음 날, 숙소 앞 울타리 안에 아기 코끼리가 있었어요. "어? 아기 코끼리잖아." 내가 아기 코끼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아빠가 다녀왔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외롭게 있는 것을 어제 이곳으로 데려왔다는구나." 나는 아기 코끼리와 조금 놀다가 초원으로 향했어요. "아빠, 동물들이 어제보다 기분 좋아 보여요." "비가 온 뒤라 시원해서 그럴 거야." 밤에 사냥을 하나 사자와 표범은 쿨쿨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한참 동안 구경하고 있는데 코끼리 떼가 보였어요. '혹시 아기 코끼리의 가족들이 아닐까?' 나는 아기 코끼리가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점심을 먹으러 숙소로 향했어요. 숙소에서는 수의사와 야생 동물 구조대가 아기 코끼리를 트럭에 태우고 있었어요. 멀리 야생 동물 구조대의 헬리콥터도 보였고요. 그때 안내원 아저씨가 말했어요. "아기 코끼리를 가족들에게 데려다주려는 모양이군!" "정말요? 우리도 구경하러 가요." 우리는 식사를 미루고 야생 동물 구조대를 따라갔어요. 멀리 코끼리 떼가 보이자 아기 코끼리를 내려 주었어요. 그런데 아기 코끼리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어서 엄마 아빠에게로 가!" 나는 아기 코끼리를 코끼리 떼 가까이로 떠밀었어요. 그때 갑자기 큰 코끼리들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아빠와 안내원 아저씨가 깜짝 놀라 뛰어왔지요. "토비야, 괜찮니?" 아빠는 나를 안고 물었어요. "네, 괜찮아요. 아기 코끼리가 가족들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야생 동물 구조대의 헬리콥터와 구급차도 달려왔어요. 안내원 아저씨와 야생 동물 구조대가 코끼리들을 초원으로 이끌었어요. 아기 코끼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뽈리 뽈리,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인데, '천천히 천천히, 다 잘될 거야'라는 뜻이래요. 아기 코끼리가 가족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였지요. 우리는 다시 오버랜드 트럭을 타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출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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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는 고양이,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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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나라 영국. 영국에서는 고양이도 버스를 탄다? 영국 런던에서는 버스를 타는 고양이 '맥'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맥'이라는 이름은 자주 타는 버스 331번 운전기사가 지어 준 것이다. '맥'은 지난 3개월 동안 일주일에 서너 번씩 331번 버스를 타고 피시 앤 칩스 가게 앞에서 내렸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맥'덕분에 331번 버스에도, 피시 앤 칩스 가게에도 손님이 많아졌다. 안녕, 나는 맥이야. 버스를 타고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 이층 버스, 굴절 버스, 고속버스. 음, 오늘은 어떤 버스를 타 볼까? 런던에서는 빨간색 이층 버스가 유명해. 나는 이층 창가 자리를 좋아해. 저 멀리 궁전까지도 훤히 보이거든. 궁전 앞에 빨간 옷을 입은 근위병들이 나란히 줄지어 척척척. "야옹, 정말 멋지다!" 창밖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어. 그랬더니 꾸벅꾸벅 졸던 사람들이 화들짝 깨고 말았어. 이키, 어서 내려야겠어. 오늘은 지붕이 없는 이층 버스를 타 볼까? 이런, 이층이 사람들로 꽉 찼네. 이층에 타면 시내가 훨씬 잘 보일 텐데. 모두들 "우아!" 감탄하며 구경을 해.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서둘러야겠어. 이번에는 기다란 굴절 버스를 타 볼까? 굴절 버스는 꼭 전철이나 기차처럼 생겼어. 문이 열리더니 휠체어를 스르륵 내려 주고, 유모차도 스르륵 버스 안까지 데려다주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버스에 올라탔어.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331번 버스를 탈 거야. 버스를 탈 땐 번호를 잘 보고 타야 해. 앗! 331번 버스가 오네. 서둘러야겠어. "안녕, 맥. 좋은 아침이야!" 331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는 늘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일하지. 정류장 안내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하셔. "이번 정류장은 단풍나무 길, 네로 카페! 다음 정류장은 하얀 언덕 마을, 피시 앤 칩스!" 하얀 언덕 마을이 가까워지면 냄새부터가 달라. 고소한 생선튀김, 감자튀김 냄새가 솔솔! 스쿨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가면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실컷 먹을 수 있어. 하루는 피시 앤 칩스 가게에서 튀김을 먹는데 아이들의 우르르 몰려가는 거야. 아이들을 따라가 보니 공원에 크고 화려한 서커스 버스가 와 있었지. 나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도 췄어. 오늘은 마을에 도서관 버스가 오는 날이야. 잠이나 잘까 하는데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거야. "빅토리아 역에는 프랑스 파리로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를 타고 바다 건너 프랑스 파리까지 갈 수 있다고?' 나는 그 버스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나는 당장 빅토리아 역으로 가 보았지. 우아, 정말 파리로 가는 버스가 있네. 파리로 가는 버스는 엄청나게 커. 사람들이 짐을 싣는 사이에 나는 얼른 버스에 올라탔어. 부릉부릉, 버스는 한참을 달려 배에 올라탔어. 이제 바다를 건너면 프랑스래. 나는 프랑스의 버스도 타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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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려라, 굴려! 쇠똥구리 케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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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아저씨가 사는 마을은 옛 무덤이 많은 곳이에요. 금빛 왕국의 옛 무덤에는 귀한 보물이 가득했어요. 하지만 옛 무덤 속의 보물은 박물관으로 옮겨졌어요. 그리고 마을에는 보물 대신 여기저기 쓰레기만 쌓여 갔어요. 오마르 아저씨는 굴착기로 흙을 퍼서 쓰레기로 가득 찬 강을 메웠어요. 스물한 번째 흙을 퍼 올렸는데 흙 속에서 무엇인가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그것은 쇠똥구리였어요. 굴착기 "꺼내 줘서 고맙습니다. 오마르 아저씨." 아저씨는 쇠똥구리가 말을 하자 깜짝 놀랐어요. 쇠똥구리는 옛 무덤의 벽화에서 보았던 사람으로 변했어요. "나는 꿈의 태양을 띄우는 케프리예요. 이 강을 따라 꿈의 빛을 굴리고 있었어요. 비록 지금은 빛이 작지만, 바닷가까지 굴려 가면 커다란 꿈의 태양이 되어 떠오를 거예요. 이곳에는 새로운 꿈이 필요해요. 나를 도와주지 않겠어요?" 케프리의 말에 오마르 아저씨는 바닷가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어요. 기중기차로 쓰레기도 치우고 다리도 놓으면서요. 다시 쇠똥구리로 변한 케프리는 아저씨 뒤를 따라 열심히 꿈의 태양을 굴려 갔어요. 기중기차 지게차 오마르 아저씨는 너클 크레인으로 수도관을 놓으며 노래를 불렀어요. "굴려라 굴려, 데굴데굴 떽떼굴. 꿈의 태양을 굴려라, 쇠똥구리 케프리." 오마르 아저씨의 노랫소리는 온 세상에 울려 퍼졌어요. 너클 크레인 낙타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케프리를 응원해 주었어요. 오마르 아저씨는 더위에 지친 케프리를 위해 로더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어요. '굴려라 굴려, 데굴데굴 떽떼굴. 힘차게 굴려라, 쇠똥구리 케프리." 로더 오마르 아저씨가 그레이더를 타고 길을 만들며 사막을 지나고 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산도 없고 바다도 없는 사막에서 어찌 된 일일까요? 그건 바로 스핑크스가 뿜어 준 바람이었지요. 그레이더 드디어 바닷가로 가는 길이 나왔어요. 오마르 아저씨는 로드 롤러로 울퉁불퉁한 길을 매끈매끈하게 닦아 주었지요. 꿈의 태양도 이제 제법 커졌어요. 사람들은 모두 케프리를 응원했어요. "굴려라 굴려, 데굴데굴 떽떼굴. 꿈의 태양을 굴려라, 푸른 바다 끝까지." 로드 롤러 바닷가 마을에 도착한 오마르 아저씨는 도서관 유리를 뽀득뽀득 닦았어요. 케프리도 아저씨를 따라 도서관 꼭대기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꿈의 태양을 바다 쪽으로 굴렸어요. 데굴데굴 떽떼굴, 데구루루. 꿈의 태양은 빠르게 바다로 굴러갔어요. 하지만 꿈의 태양은 바다를 코앞에 두고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어요. 케프리는 울상이 되었어요. 그때, 오마르 아저씨가 커다란 기중기차를 몰고 와서, 꿈의 태양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그러고는 성 위의 대포 안에 꿈의 태양을 넣고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어요. 케프리는 날아가는 꿈의 태양에 폴짝 올라탔어요. 오마르 아저씨가 크게 외쳤어요. "꿈의 태양아, 하늘 높이 떠올라라!" 펑! 그러자 마을에 꿈의 태양이 떠올랐어요. 이제 사람들 마음에도 꿈이 반짝거렸어요. 모두 옛날처럼 빛나는 왕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했어요. 오마르 아저씨는 꿈의 태양을 보며 빙긋이 웃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위잉, 철컥, 우웅. 일하는 자동차들은 종류가 다양해요. 큰 소리를 내며 힘든 일도 척척 해내지요. 땅을 파고 수도관을 묻는 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 새집과 건물을 짓는 일 등 어렵고 힘든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자동차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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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뚱땅 씨, 뉴욕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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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끽! 뉴욕에 도착한 뚱땅 씨는 어리둥절했어요. 마법 학교가 있던 시골 마을과는 다르게 뉴욕의 건물들은 무척 높고 사람들과 자동차는 바빠 보였거든요. 뚱땅 씨는 마법사 친구 엉뚱 씨를 만나러 뉴욕에 왔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아요. 뚱땅 씨는 가판대에서 뉴욕 지도를 샀어요. "아하, 아브라 카브라 번개처럼 쌩 가면 되는구나!" 이크, 뚱땅 씨가 자기도 모르게 마법의 주문을 외웠어요. 그것도 엉터리 주문을요. 그러자, 휴지통에 따다닥 번갯불이 붙었어요. 삐뽀 삐뽀 삐뽀 삐뽀! 소방차 소리에 겁이 난 뚱땅 씨는 얼른 숨었어요. “불을 어떻게 끄지? 맞아, 주문을 거꾸로 외워야지! 아브라 카브라 럼처개번!” 뚱땅 씨의 마법이 또 잘못되었나 봐요. 불을 끄려던 소방차의 호스에서 물 대신 솜사탕이 몽글몽글 나오고 긴 사다리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로 변했어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소방관들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뚱땅 씨는 덜컥 겁이 나,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마법 양탄자를 타고 달아났어요. 시장을 지나던 뚱땅 씨는 맛있는 냄새에 배가 고팠어요. "아브라 카브라, 배부르면 쌩 갈 텐데." 저런, 뚱땅 씨가 또 마법의 주문을 외웠어요. 이번에도 또 엉터리 주문을요. 시장에 있던 과일과 채소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어요. 삐오삐오 삐오삐오! 구급차 소리에 겁이 난 뚱땅 씨는 얼른 숨었어요. "주문이 또 잘못되었나 봐. 다시 거꾸로 외워 보자. 아브라 카브라, 면르부배!" 뚱땅 씨가 주문을 거꾸로 외우자 이번에는 구조 침대가 퐁! 커다란 트램펄린으로 변했어요. 구조 대원들도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로 변했지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뚱땅 씨는 너무 겁이 나, 살금살금 달아났어요. 미안하다는 말은 또 못 하고서 말이에요. 뚱땅 씨가 큰 도서관 앞을 지날 때였어요. 마침 사람들이 도서관 차에서 책을 내리고 있었지요. 뚱땅 씨는 마법 책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다시는 실수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뚱땅 씨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주문을 외웠어요. 그런데 또 엉터리 주문을요. "아브라 카브라, 마법의 책 나와라 쌩!" 도서관 차 그러자 책들이 날아올라 빙글빙글 돌더니 책 속 주인공들이 책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사람들은 도망가는 뚱땅 씨를 잡으려고 했어요. 겁이 난 뚱땅 씨는 얼른 마법 양탄자에 올라탔지요. 뚱땅 씨는 타임스 스퀘어로 날아갔어요. 수많은 광고 전광판과 불빛들이 번쩍거리고 있었어요. "아브라 카브라, 놀이동산 불꽃놀이 같네!" 이런, 또 엉터리 주문을 외웠어요. 공사를 하고 있던 전기 공사차에서 불꽃이 펑펑! 중계방송을 하고 있던 방송국차는 알록달록 불꽃이 번쩍이는 놀이동산으로 바뀌었어요. 전기 공사차. 방송국차. 겁이 난 뚱땅 씨는 장난감 가게에 숨으려고 했어요. 그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더니 장난감 가게의 돈주머니를 현금 수송차에 실었어요. "검은 옷과 돈주머니! 분명 도둑이야!" 아라브 카라브, 모두 달콤하게 변해라 쌩!" 저런, 뚱땅 씨는 은행원들이 도둑인 줄 알았나 봐요. 이번에는 뚱땅 씨의 마법이 성공했어요! 동전들은 동글동글 사탕으로, 현금 수송차는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로 변했지요. 은행원들의 몸에는 끈적끈적한 껌이 달라붙었어요. 왱, 삐용 삐용 삐용 삐용! 경찰차 소리가 들리자, 도둑을 잡았다고 생각한 뚱땅 씨는 자랑스럽게 앞으로 나갔지요. 그런데 경찰들은 오히려 뚱땅 씨를 잡으려고 했어요. "난 도둑이 아니에요, 저 사람들이라고요!" 뚱땅 씨는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어요. 하지만 뚱땅 씨를 쫓는 건 경찰차만이 아니었어요. 몽글몽글 솜사탕 소방차와 콩콩 트램펄린 구급차, 놀이동산 중계차와 달콤한 도서관 차까지....... 줄줄이 뚱땅 씨를 쫓아왔지요. 깜짝 놀란 뚱땅 씨는 곁에 있던 마차를 타고 센트럴 파크로 들어갔어요. 공원은 뚱땅 씨를 쫓아온 차들로 가득 찼지요. 그러자 아이들이 신기한 자동차들을 보고 몰려왔어요. "우아, 재미있겠다!" 아이들은 솜사탕이랑 초콜릿을 먹으며 놀이동산에서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뚱땅 씨의 소식을 들은 엉뚱 씨가 달려왔어요. 엉뚱 씨는 뚱땅 씨를 대신해 사과를 했지요. 그러자 모두들 손사래를 치며 말했어요. "아니에요. 늘 바삐 다니기만 했는데 어린이들과 놀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이날은 모두의 축제일이 되었어요. 이상하고 재미있는 마법사 뚱땅 씨 덕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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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왕의 자동차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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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주를 좋아하는 프랑소아 2세는 아주 작은 꼬마 왕이야. 아버지가 물려준 왕관을 쓰고 있던 꼬마 왕은 왕관이 너무 커서 자꾸만 아래로 흘러내렸어. “왕관이 왜 이렇게 큰 거야?” 꼬마 왕이 투덜거리자 신하들이 빙그레 웃었어. 오늘은 꼬마 왕이 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 "10시에는 나라걱정위원회의 회의가 있습니다." "12시에는 이웃 나라 국왕과 점심 식사가 있습니다." "2시에는 세계 씩씩한 어린이 시상식이 있습니다." "4시에는 애완동물 사랑 대회에서 최고의 강아지를 골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6시에는." "이제 그만! 자동차 경주는 언제 하는 거예요?" 꼬마 왕이 소리치자 신하들은 서둘러 자동차 경주 안내문을 내걸었어. 안내문을 본 꼬마 왕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 '어떤 멋진 자동차들이 모일까?' 자동차 경주 안내문 참가할 차들은 모두 일요일 12시 에펠 탑으로 모이세요. 주의할 점 1. 늦게 오면 안 됨. 2. 어린이 혼자서는 안 됨. 3. 기차나 트럭, 배는 안 됨. 4. 비나 눈이 와도 모일 것. 프랑소아 2세 꼬마 왕은 온 나라를 돌며 빠르고 멋진 자동차를 모으기로 했어. 월요일에는 노란 밀밭으로 나갔더니 빨간 자동차 한 대가 보였어. 가족들을 모두 싣고 어디 가는 길일까? 꼬마 왕은 빨간 자동차를 향해 외쳤어. "일요일 12시에 에펠 탑으로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스포츠카 화요일에는 깊은 숲길을 달리는데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동차들이 보였어. 서둘러 서둘러 어디 가는 길일까? 꼬마 왕은 자동차를 향해 크게 외쳤지. "일요일 12시에 에펠 탑으로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수요일에는 바닷가 마을을 지나갔어. 자동차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지. 꼬마 왕은 자동차들을 향해 크게 외쳤어. "일요일 12시에 에펠 탑으로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목요일에는 예술의 거리를 달렸어. 많은 자동차들이 보였어. 가볍고 힘차게 어디 가는 길일까? 꼬마 왕은 자동차들을 향해 목청껏 외쳤어. "일요일 12시에 에펠 탑으로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금요일에는 센강을 따라 달렸어. 부릉부릉 자동차들로 길이 꽉 막혔어. 줄줄이 어디 가는 길일까? 꼬마 왕은 까치발로 서서 자동차를 향해 외쳤어. "일요일 12시에 에펠 탑으로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토요일에는 미술관 앞을 지나갔어. 미술관에서 멋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싶었지만, 꼬마 왕은 잊지 않고 자동차를 향해 외쳤어. "내일이에요, 12시 에펠 탑! 모두 모두 오세요!" 자동차 경주가 열려요! 일요일에는 드디어 에펠 탑에 도착했지. 꼬마 왕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어. "우아, 자동차가 수십 대, 수백 대, 수천 대." 야호, 자동차 천국이다! 여기도 자동차, 저기도 자동차, 온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해. 꼬마 왕은 그 많은 자동차 운전자 중에서 최고의 자동차 경주 왕이 되었어. 그리고 궁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지. "프랑소아, 일어나! 자동차 경주 날이야." 아빠가 프랑소아를 깨우며 말했어. "이런 이런, 또 자기 전에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구나." 부릉부릉, 웅성웅성! 여기는 자동차 경주장이야. 빽빽하게 앉은 구경꾼들은 저마다 큰 소리로 자동차를 응원했어. 신이 난 프랑소아가 아빠에게 소리쳤어. "아빠, 1등 하는 차 좀 보세요. 어제 내 꿈에서 나온 자동차랑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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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들의 우주선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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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 76년마다 열리는 우주선 경주 대회가 다가오고 있어요. 우주 정거장에 모인 외계인들은 저마다 자기가 사는 곳에서 경주를 하자고 야단이에요. “제일 크고 멋진 목성에서 대회를 열자!” “이번에는 아름다운 금성에서 대회를 열어야 해!” “우리 경주하기 좋은 곳을 직접 찾아보자!” 모두 각자의 우주선을 타고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으로 날아갔어요. 수성에 도착하자마자 외계인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앗, 뜨거워!” “앗, 차가워!” 수성은 해가 비치는 곳은 무척 뜨겁고, 그림자가 지는 곳은 무척 차가웠어요. 온도를 조절하는 벽과 반사판이 있는 수성 우주선만 끄떡없었지요. “수성에서는 경주를 못하겠어. 금성으로 가자!” 하지만 금성도 경주를 하기가 힘들었어요. “으악, 앞이 보이지 않아!” 금성은 황산으로 이루어진 구름으로 덮여 있는 데다가 아주 뜨거웠거든요. 커다란 선풍기가 달린 금성 우주선만 황산 구름을 헤치고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넜어요. 황산 구름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쿵쿵 서로 부딪힌 외계인들은 화가 났어요. “금성도 안 되겠어. 달로 가 보자!” 모두 지구를 돌고 있는 달로 가 보았어요. 외계인들이 탄 우주선이 달 표면을 지날 때 쿵쿵 쿵쿵,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어요. “어이쿠, 왜 이렇게 구덩이가 많은 거야!” 여러 개의 작은 바퀴를 단 달 우주선만 울퉁불퉁한 달을 잘 지나다녔어요. “우리 예쁜 화성에 가서 경주하자!” 모두들 화성으로 몰려갔어요. 덜컹덜컹, 화성도 달처럼 구덩이가 많았어요. 외계인들은 하얗고 매끈매끈해 보이는 곳에 우주선을 세웠어요. “에취, 추워라. 왜 이렇게 추워?” 화성의 북극은 꽁꽁 언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지요. 외계인들은 추워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다들 우주선 안에서 덜덜 떨었어요. 화성 외계인들만 스케이트를 타며 좋아했지요. 화성 우주선에는 우주선을 데우는 난로와 바람을 뿜어내며 둥둥 떠다닐 수 있는 장치가 있었어요. “우리 목성으로 가자. 목성이 제일 커!” 외계인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으로 향했어요. “어이쿠, 땅바닥이 아니네?” 외계인들이 착륙을 하려다가 깜짝 놀랐어요. 두꺼운 구름을 지나 보니 바닥이 온통 울렁거렸거든요. 목성인들이 쭈뼛쭈뼛 말을 했어요. “목성 표면은 액체로 된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어서 그래. 하지만 목성 주변에는 위성들이 아주 많아. 장애물 경주를 하면 재미있을 거야. 어때?” “위성에 부딪히면 우주선이 고장 나서 안 돼!” 모두들 조심조심 목성을 빠져나왔어요. 다들 통신 위성으로 회의를 하면서 경주할 행성을 찾지 못해 투덜거렸어요. “다들 자기 행성에서만 경주하려고 하면 어떡해?” 외계인들은 경주할 행성을 찾지 못해 시무룩했어요. 그때 토성 외계인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우리 토성에 가 보자!” 위이잉! 모두들 우주선을 타고 토성으로 향했어요. 멀리 보이는 토성은 정말 멋졌지요. 넓고 멋진 띠가 토성을 둘러싸고 있었어요. 하지만 토성도 경주하기가 힘든 행성이었어요. 멋진 띠는 돌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었거든요. 토성의 띠를 간신히 빠져나온 외계인들은 풀이 죽었어요. 76년이나 기다린 경주인데, 시작도 못하게 생겼으니 말이에요. 그다음으로 찾아간 천왕성과 해왕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 이 넓은 태양계에 경주할 만한 행성이 없다니.” 그동안 경주할 곳을 찾아다니느라 외계인들의 우주선은 여기저기 부서져 고장이 났어요. “우리 튼튼한 우주선을 만들어 볼까?” “그래그래, 어느 행성에 가도 끄떡없는 우주선을 만들자!” 다들 신이 나서 우주 정거장으로 향했어요. 그곳이라면 모두 모여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모두들 우주복을 입고 부품을 모아 뚝딱뚝딱 우주선을 만들었지요. “우주선 벽에 항상 물이 흐르도록 만들면 갑자기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지 않을 거야.” “바퀴를 크고 두껍게 만들면 구덩이가 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 모두의 힘을 모았더니 훌륭한 우주선이 완성됐어요. 새로 만든 우주선은 정말 멋있었어요. “어서 타! 경주는 못하겠지만 태양계 여행은 할 수 있어!” 외계인들은 신이 나서 우주선에 올라탔어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태양계의 행성들이 우주선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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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물 위를 나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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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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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크고 멋진 배의 선장이에요. 쉬는 날에는 모형 배를 만드시지요. 그런데 오늘따라 배 모양이 달라 보였어요. "아빠, 오늘은 배가 아니고 비행기를 만드시는 거예요?" "아니, 이건 위그선이란 배야. 비행기처럼 빠르게 물 위를 난단다." "물 위를 나는 배요? 정말 그런 배가 있어요?" 나는 아빠에게 위그선처럼 신기한 배 이야기를 듣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어? 여기가 어디지?" "네가 우진이구나?" 두리번거리던 우진이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여기는 위그선이고, 난 이 배의 선장이란다." "위그선이라고요? 제가 지금 위그선을 탄 거예요?" "그렇단다. 이 배를 타고 배의 역사를 탐험할 건데 같이 갈래?" "우아, 신난다!" 우진이를 태운 위그선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 나갔어요. 위그선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어요. "여기는 아주 오래전의 바닷가 모습이란다." 우진이는 위그선 밖에 있는 뗏목과 통나무배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요. 위그선은 다시 물 위를 날아갔어요. 멀리 피라미드가 보였어요. "여기는 고대 이집트야. 저기 돛이 없는 작은 배가 보이지? 저건 파피루스를 엮어서 만든 배란다. 처음에는 저렇게 작은 배를 타다가 나중에는 돛이 있는 큰 배를 만들어서 탔단다." 위그선은 다시 빠른 속도로 날아갔어요. "여기는 어디예요?" 창밖으로 용암을 내뿜는 화산섬들이 보였어요. "여기는 태평양 한가운데야.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카누를 탔단다." "저렇게 작은 배로 넓은 태평양을 오갔다니 대단해요." 우진이는 망원경으로 한참 동안 폴리네시아 사람들을 살펴봤어요. 위그선은 어느새 지중해를 지나갔어요. 멀리 페니키아 사람들이 만든 배가 보였어요. "페니키아 사람들은 배를 아주 잘 만들었단다." "우리 아빠는 모형 배를 잘 만드시는데." 우진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위그선은 카르타고의 한 마을에 도착했어요. "카르타고 사람들은 저 배로 아주 먼 나라까지 다녀왔다고 해." "돛이 정말 멋져요. 저렇게 큰 돛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진이가 크고 넓은 돛을 보고 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어요. 위그선은 고대 로마의 한 항구에 도착했어요. "로마 사람들은 저 갤리선을 타고 지중해의 여러 나라를 지배했단다." 병사들을 가득 태운 갤리선이 물살을 가르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앗, 바이킹이에요. 바이킹이 나타났어요." 바이킹을 본 우진이가 겁에 질려 소리쳤어요. "괜찮아, 바이킹들은 바다의 해적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탐험가이면서 뛰어난 선박 기술자였단다." 그래도 우진이의 가슴은 여전히 벌렁거렸어요. "저 배는 잘 알아요. 콜럼버스가 탔던 배지요?" 우진이가 창밖의 배를 보며 자신 있게 말했어요. "맞아. 저 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탔던 산타 마리아호란다. 우진이가 배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구나?" 선장님의 칭찬에 우진이는 기분이 좋았어요. "쿨룩쿨룩, 왜 이렇게 연기가 많아요?" 위그선이 도착한 런던의 항구에는 연기가 자욱했어요. "증기선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이야. 증기선이 만들어지면서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배를 움직이게 되었단다." 그때 크고 화려한 여객선이 위그선 옆을 지나갔어요. 여객선은 배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어요. '아빠도 저 배를 보면 좋아하셨을 텐데.' 우진이는 아빠가 더욱 보고 싶어졌어요. 순간 위그선 앞에 거대한 빙산이 나타났어요. "앗! 위그선이 충돌해요." 놀란 우진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았어요. 번쩍 눈을 떠 보니 방이었어요. "휴, 꿈이었지만 정말 신나는 탐험이었어." 우진이가 책상 위에 놓인 위그선을 발견했어요. "앗, 위그선이다. 아빠가 드디어 완성하셨구나!" 우진이는 아빠에게로 달려갔어요.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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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의 배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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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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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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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이곳은 쓰레기산이에요.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아무도 쓰레기산을 찾지 않아요. 가끔 청소차만 왔다가 쓰레기만 쏟아 놓고 돌아가지요. 그래서 이곳에 동동 아저씨와 고양이들의 배 공장이 있는 건 아무도 몰라요. 동동 아저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뚝딱뚝딱! 배를 만들지요. "언젠가는 이 배를 타고 넓은 바다로 나갈 거야." 그러면 고양이들도 같이 가겠다고 야옹거려요. 고양이들도 바다에 가고 싶어 하지요. 동동 아저씨가 가장 빨리 만드는 배는 종이배예요. 낡은 신문지를 착착 접으면, 금세 배 한 척이 뚝딱! 이제 고양이들도 종이배쯤은 척척 만들 수 있어요. "신문지로 종이배를 만들어 보자!" 1. 종이를 반으로 접어요. 2. 접은 종이를 다시 한 번 접었다 펴요. 3. 가운데 접은 선에 맞추어 종이의 양 끝 모서리를 안으로 접어요. 7. 삼각뿔 속에 손을 넣고 양옆으로 잡아당겨요. 8. 마름모 모양의 종이를 각각 반으로 접어 올려요. 9. 다시 작은 삼각뿔 속에 손을 넣고 양옆으로 잡아당겨요. 10. 마름모 꼭대기의 양옆을 잡아당겨요. 야호, 종이배 완성! 공장 주변에 가득한 종이배를 보며 동동 아저씨가 말했어요. "물이 있어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텐데." 그때 메마른 바람이 휘이잉 불자, 종이배 몇 척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어요. 동동 아저씨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어요. "그래, 훨훨 날아 바다로 가렴." 그때 바람을 타고 우유 팩과 종이 상자 등이 날아왔어요. "오호, 배를 만들기 좋은 재료구나." 동동 아저씨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좋아했어요. "서두르면 해가 지기 전에 완성할 수 있겠어." 동동 아저씨는 고양이들과 쓰레기산을 올라가 배를 만들 재료를 더 모았어요. 동동 아저씨는 신이 나서 우유 팩을 싹둑싹둑 가위로 오리고, 착착 풀을 붙여 배를 만들었어요. 1. 가위로 우유 팩을 잘라요. 손을 다칠지도 모르니까 어른의 도움을 받아요. 2. 작은 상자로 선실을 만들고 꾸며요. 3. 우유 팩에 선실을 얹어 차곡차곡 붙여요. 4. 빨대나 나무젓가락 등으로 깃대를 만들어 꽂아요. 5. 예쁘게 꾸민 깃발을 깃대에 달아요. 동동 아저씨는 배를 만들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서 동동 아저씨는 우유 팩으로 만든 배를 타고 휘리릭 낚시를 했지요. 잠이 깬 동동 아저씨가 코를 킁킁킁, 젖은 흙냄새가 훅 밀려왔어요. "비가 오려나 봐! 배를 띄울 수 있겠어!" 동동 아저씨는 뒹굴뒹굴하며 자는 고양이들을 보며 말했어요. "모두 태우려면 배를 더 만들어야겠어!" 동동 아저씨는 공장 안에 넣어 두었던 페트병을 꺼냈어요. 그리고 책을 들여다보며 배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1. 페트병 중앙에 돛대를 꽂을 구멍을 뚫어요. 손을 다칠지도 모르니까 어른의 도움을 받아요. 2. 페트병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요. 3. 색종이, 단추, 병뚜껑 등으로 배를 꾸며요. 4. 빨대나 나무젓가락으로 돛대를 만들고, 색종이나 헝겊으로 돛을 만들어요. 물 위를 떠다니는 배, 완성! 부스럭부스럭 동동 아저씨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 스티로폼 조각을 꺼냈어요. "스티로폼은 물에 잘 뜨니까 배를 만들기 좋겠어." 고양이들도 동동 아저씨를 도와 배를 만들 재료를 더 찾아냈어요. 그때,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비가 온다! 어서어서 배를 만들자!" 동동 아저씨는 쓱쓱 스티로폼을 자르고 붙이고, 고양이들은 곁에서 착착 동동 아저씨를 도왔어요. 1. 스티로폼을 배 모양으로 잘라요. 손을 다칠지도 모르니까 어른의 도움을 받아요. 2. 입구가 구부러지는 빨대로 돛대를 만들어요. 3. 색종이나 헝겊으로 멋진 돛을 만들어요. 4. 플라스틱 조각 가운데에 고무줄을 끼우고 셀로판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시켜요. 5. 플라스틱 조각을 끼우고 고무줄로 고정시켜요. 6. 플라스틱 조각을 여러 번 돌렸다가 놓으면 배가 앞으로 나가요. 주룩주룩, 쏴쏴 비는 쓰레기산 아래에 물줄기를 만들었어요. "어서 배를 타고 바다로 가자!" 동동 아저씨와 고양이들은 서둘러 배에 올라탔어요. 배는 졸졸졸 냇물을 타고 찰랑찰랑 강으로 떠내려갔어요. 동동 아저씨와 고양이들을 태운 배는 두둥실두둥실 강을 지나 철썩철썩 바다에 도착했어요. "와, 바다다!" 동동 아저씨가 기뻐했어요. 고양이들도 신나게 노래했어요. "야옹야옹, 이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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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까뿌까 지구 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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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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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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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탐험하고 다니는 뿌까뿌까별 탐험대. 저기가 푸른 지구야? 정말 멋지다! 어서 가 보자. 여기는 열대 우림.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내려. 앗, 깜짝이야! 천둥 번개도 치네! 공기는 축축, 나무는 쑥쑥. 숲이 정말 울창해. 바닥에는 흰개미가 우글거려요. 큰부리새가 나무 열매를 콕콕 쪼아 먹고 있어요. 보아뱀이 배가 고파 입을 크게 벌리고 있어요. 여기는 메마른 사막. 이글이글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 비가 내리지 않아서 온통 모래와 바위뿐이야. 그늘도 없고 냇물도 없어. 무서운 독을 가진 독거미와 전갈도 있어요. 사막여우는 커다란 귀로 열을 식혀요. 낙타는 두꺼운 발바닥으로 뜨거운 사막을 잘 걸어요. 뾰족뾰족 선인장은 물 없이도 잘 견뎌요. 여기는 높은 산악. 와, 산이 높이 솟아 있어. 높은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깊은 계곡에는 시냇물이 졸졸졸. 산 위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적어서 헉헉 숨이 차. 늑대와 멧돼지가 숲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어요. 계곡물에 검은 도롱뇽이 살아요.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어 있어요. 여기는 푸른 열대 초원. 드넓은 벌판이 풀들로 덮여 있어. 군데군데 키 작은 나무와 웅덩이도 있지. 아주 작은 거미부터 엄청 큰 코끼리까지 모두 모두 함께 사는 동물들의 천국이야. 타조는 날지는 못해도 빠르게 달려요. 사자가 갈기를 휘날리며 가젤을 뒤쫓고 있어요. 초원에서 가장 큰 코끼리는 풀을 뜯어 먹어요. 키 작은 떨기나무가 듬성듬성 자라요. 여기는 추운 북극. 지구에서 가장 추운 극지방이야. 바다가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얼음 산, 얼음 들판 사이로 에스키모들이 휙휙 썰매를 타고 다녀. 얼음 덩어리가 바다 위를 둥둥 떠 다녀요. 둥그런 얼음집인 이글루가 있어요. 멋진 이빨을 가진 바다코끼리도 살아요. 하얀 북극곰이 물고기를 잡아요. 여기는 깊고 넓은 바다. 짜디 짠 물속에 여러 가지 신비한 생물. 물이 너무 깊고 또 넓어서 끝을 알 수가 없어. 그래서 지구가 푸르게 보여. 고래가 숨을 쉬며 분수를 내뿜어요. 산호초는 색깔도 다양하고 모양도 여러 가지예요. 뼈가 없는 문어가 먹물을 찍 쏘아요. 강이 굽이굽이 바다로 흘러요.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팔아요.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살아요. 뾰족뾰족 불가사리가 아주 예뻐요. 여기는 살기 좋은 물가. 바다와 강, 호수 곁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아. 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배가 드나들기에도 좋고, 물고기, 조개같이 먹을 것도 아주아주 풍부하거든.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지구.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 어부가 가까운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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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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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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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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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정원에 피어 있는 풀잎이나 꽃, 나무, 열매, 채소 같은 식물은 햇빛과 물 그리고 흙 덕분에 자라지요! 흙은 왜 갈색일까요? 흙은 썩은 잎사귀, 죽은 곤충들, 돌 부스러기로 이루어져서 갈색이에요. 흙 속에 있는 작은 돌은 어디에 서 왔나요? 깊은 땅속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조금씩 깨져 작은 덩어리가 되어서 생긴 거예요. 나무뿌리는 왜 필요한가요? 뿌리는 나무가 똑바로 서 있을 수 있게 해주고,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여요. 식물도 숨을 쉬나요? 식물들은 밤에 산소를 들이마셨다가 낮에 산소를 내뿜으며 숨을 쉬지요. 어떤 동물들은 왜 땅속에서 사나요? 땅속에는 동물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하고, 새끼 동물들을 키우기에 안전한 장소예요. 지구에 아주 깊은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어디에 도착할까요? 맨 처음 땅과 아주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 있는 ‘지각’이 나타나요. 그다음에는 매우 뜨거운 암석인 ‘맨틀’이 나오지요. 마지막으로 지구의 ‘핵’에 도착하게 되는데 ‘핵’은 액체이지만 매우 단단해요. 흙이 없는 곳도 있나요? 네. 바람과 물이 흙을 닳게 만드는 것을 침식작용이라고 해요. 이 침식작용 때문에 사막처럼 암석이나 모래만 있는 곳이 생기지요. 바닷가 지구의 많은 부분이 바다와 대양이에요. 그래서 지구를 푸른 별이라고 부르지요! 왜 파도가 칠까요? 물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바다를 밀어서 생기는 것이 파도예요.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요? 태양 빛이 물을 통과할 때 무지개의 색 가운데 파란색만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거예요. 밀물과 썰물이란 무엇일까요? 바닷물이 해변으로 들어오는 것을 밀물, 바다로 밀려 나가는 것을 썰물이라고 해요. 왜 바닷물은 짤까요? 몇 억 년 전부터 전해지는 작은 소금 덩어리가 붙어있는 암석이 빗물에 흘러내리기 때문이에요. 이 빗물이 바다까지 흘러가서 바닷물이 짜요. 모래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요? 바위가 작은 돌로 부서져서 모래가 되지요.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아주 오래전에 화산에서 뿜어낸 연기와 용암에서 거대한 구름이 생겨났고, 그 구름이 끊임없이 비를 만들어 낸 거예요. 이 빗물이 우묵하게 파인 땅을 채워서 바다와 대양이 되었어요. 섬은 바다 위에 떠 있나요? 섬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 밑 섬 아랫부분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요. 산꼭대기 지구에는 주름이 있어서 오목하게 팬 곳과 볼록 튀어나온 곳이 있어요.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언덕과 산이에요. 산 위에 있는 눈은 왜 여름에도 녹지 않을까요? 산으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져요. 그래서 산꼭대기에 있는 눈은 햇빛이 비쳐도 녹지 않지요! 왜 어떤 산은 뾰족하고 어떤 산은 둥글까요? 새로 생긴 산은 원래 뾰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와 바람에 깎여 둥그렇게 돼요. 왜 강물은 한 방향으로 흐를까요? 물은 항상 산과 같이 제일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바다로 흘러가요. 빙하는 무엇일까요? 빙하는 산이나 북극에 눈이 오랫동안 쌓여서 생긴 아주 두꺼운 얼음층이에요. 눈사태는 왜 일어날까요? 눈이 쌓여 있는 산 위에 다시 눈이 내려서 많이 쌓였던 눈이 갑자기 무너지거나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눈사태가 일어나지요. 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지구 표면은 아주 큰 판들로 나뉘어져 있어요. 이 판들은 움직이면서 서로 아주 세게 밀지요. 이 과정에서 생긴 주름이 산이에요. 왜 지진이 일어날까요? 판이 서로 세게 밀면 갑자기 균열이 생겨요. 이때 진동이 땅 위까지 전해져서 지진이 일어나요. 화산이 새로 생기거나 자고 있던 화산이 깨어날 때가 있어요. 연기와 시커먼 재가 분화구에서 나오면서 용암이 분출되지요. 분화구에서는 어떤 물질이 나오나요? 액체인 용암이 흘러나오거나 재가 섞인 고체 덩어리와 가스가 나와요. 용암은 왜 오렌지색일까요? 용암은 끓고 있기 때문에 오렌지색이에요! 용암은 열기 때문에 바위가 녹아서 생긴 거지요. 용암이 식으면 단단해져요. 용암을 멈추게 할 수 있나요? 아니요. 하지만 바닷물을 뿌려서 용암이 흐르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요. 화산은 모두 위험한가요? 화산이 완전히 꺼져 있으면 위험하지 않아요. 하지만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화산 근처에 사는 것은 위험해요. 사람들은 왜 화산 근처에 살까요? 화산 근처에서는 식물들이 잘 자라고 온천과 여러 가지 광물이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마그마는 어디에 있을까요? 마그마는 지구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요. 마그마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위로 솟아올라서 분화구를 통해 분출하는 것을 용암이라고 하지요! 바닷속에도 화산이 있나요? 바닷속에도 화산이 많이 있어요! 용암이 흘러나오면 바닷물 때문에 빨리 식기 때문에 어떤 화산은 바다 표면 위에 나타나기도 해요. 숲속에서 작은 숲은 물론 거대한 열대 우림에서도 나무가 많이 자라요. 나무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물이에요.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나요? 네, 모든 식물은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내요. 바다 식물인 미역도 산소를 만들지요. 식물은 왜 물이 필요할까요? 식물은 줄기와 잎, 열매가 생기고 자라나기 위해서 물이 필요해요. 식물은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요. 동물들은 왜 숲에서 사나요? 숲은 동물들이 편안히 쉴 수 있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에요. 숲이 위험한가요? 잘 보존된 숲도 있지만, 사람들이 들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 버리고 다시 심지 않아서 위험한 숲도 있어요. 왜 식물들의 잎은 녹색인가요? 엽록소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식물의 잎은 녹색이에요. 이 엽록소는 잎이 햇빛을 잘 흡수해서 에너지로 바꾸어 주지요. 모든 숲에는 같은 종류의 나무들만 자라나요? 아니에요. 비가 많이 내리는 더운 곳에는 잎이 넓은 활엽수가 많고, 추운 곳에는 잎이 뾰족한 침엽수가 많아요. 모든 나무는 잎이 떨어질까요? 활엽수 대부분은 매년 나뭇잎이 떨어지고, 침엽수는 2~3년에 한 번씩 잎이 떨어지지요. 물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요. 물은 바다에서 산으로 다시 산에서 바다로 여행해요. 물은 고체, 액체, 기체 등으로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 여러 곳에 퍼져 있지요. 구름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나요? 구름은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서 생긴 아주 작은 물방울로 대기 중에 떠 있어서 걸어 다닐 수 없어요. 비는 왜 내릴까요? 작은 구름 물방울이 많아져서 무거운 물방울이 되면서 비가 내리는 거예요. 공기는 무엇인가요? 동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기에는 산소와 질소, 이산화탄소와 가스가 섞여 있어요. 번개는 불인가요? 번개는 거대한 불꽃으로 공기 중에 전기가 통하면서 천둥이 칠 때 생겨나는 거요. 왜 바닷물은 넘치지 않을까요? 강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가요. 이 물 중 일부는 햇빛을 받아 기체로 변하여 공기 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바닷물이 넘치지 않아요. 땅 아래에 물이 있나요?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서 큰 저장고를 만들어요. 이 물은 동굴 속에서 흐르다가 지하수로 다시 흘러나와요. 앞으로 물이 모자랄 수도 있나요?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미 물이 부족해졌어요. 물을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하늘 지구는 공기와 바람에 밀려 구름이 떠다니는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바로 대기층에서 날씨가 결정되지요. 무지개란 무엇일까요? 물방울 사이를 통과하는 태양 빛으로 일곱 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어요. 왜 하늘색이 변할까요? 구름이 없으면 하늘은 아주 파랗지만 구름이 많으면 하얗게 바뀌어요. 구름에 물방울이 많아질수록 하늘색은 점점 짙은 회색으로 변해요. 날씨는 왜 변할까요? 공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류권에서만 날씨가 변해요. 바람은 왜 불까요?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지요. 이렇게 공기가 움직이면서 바람이 불지요. 왜 구름 모양은 다를까요? 구름 모양은 바람에 따라 달라져요.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가면 양 떼 모양이 생겨나지요. 오존층이란 무엇인가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인 오존층은 지구를 감싸고 있어요. 오존층은 방패처럼 태양에서 내리쬐는 위험한 광선을 막아주지요. 회오리바람은 무엇인가요? 회오리바람은 더운 공기가 찬 공기를 빨아들여서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어떻게 날씨를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기상학자들이 날씨를 관찰해서 미리 알 수 있는 거예요. 계절의 흐름 가을, 겨울, 봄, 여름 사계절이 지나가고 매년 다시 돌아오지요. 가을에는 왜 나뭇잎이 떨어질까요? 햇빛이 약해지면 나무줄기에 흐르는 수액이 더 이상 잎까지 올라가지 못해서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떨어지지요. 왜 눈이 내릴까요? 공기 온도가 0도 이하로 내려가면 구름을 이루고 있는 물방울들이 얼어서 눈이 내려요. 꽃은 왜 봄에 많이 필까요? 봄이 되면 낮이 길어지고 햇빛도 강해져서 수액이 나무 윗부분으로 올라가요. 그러면 나무눈에서 싹이 나고 꽃봉오리가 열리게 돼요. 왜 여름에 열매가 맺힐까요? 꿀벌이 한 꽃에서 다른 꽃으로 꽃가루를 옮기면 여름에 이 꽃에서 열매가 맺혀요. 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울까요? 일 년 동안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아요. 태양이 낮게 떠 있으면 햇빛이 약하고 짧은 시간 동안 비치기 때문에 겨울이 돼요. 그리고 태양이 높이 떠 있으면 햇빛이 강하고 오랜 시간 비치기 때문에 여름이 되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우기란 무엇인가요?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을 우기라고 해요. 비가 오지 않는 계절을 건기라고 해요. 지구의 서로 다른 모습 지구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눈 덮인 산과 습기가 많은 숲 그리고 불타는 사막 등 멋진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람들은 큰 도시에 가장 많이 살아요. 큰 도시들은 주로 강가나 바다 근처에서 살아요.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요? 지구에는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사막의 모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추운 밤이 계속 이어지는 결빙기에 잘게 부서진 돌이 사막의 모래예요. 지구상에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도 있나요? 바닷속 아주 깊은 곳을 제외하면 인간은 지구에 있는 모든 곳에 다 가봤다고 할 수 있어요. 날씨는 왜 지역마다 다를까요? 태양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날씨와 기후가 변해요. 유럽은 대체로 온화한 편이고 브라질은 덥고 습한 날씨지요. 북극과 남극 지방은 매우 추워요. 왜 지구는 여섯 개의 대륙으로 나누어졌을까요? 아주 먼 옛날에는 하나의 대륙인 판게아만 있었어요. 이후 판게아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졌고 서로 점점 멀어져 여섯 개의 대륙이 되었어요. 그것이 바로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예요. 인간은 언제부터 지구에서 살았나요? 2백만 년 전부터 살았어요! 최초의 원시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살았지요. 지구의 밤 사막의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관찰하기 좋아요. 밤하늘이 늘 변하는 것은 지구와 함께 달과 별이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유성이란 무엇일까요? 우주에서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온 작은 암석이 불타면서 빛을 내며 떨어지는 거예요. 밤이 되면 왜 하늘은 까맣게 될까요? 지구가 돌면서 태양이 지구 반대편을 비추기 때문에 하늘이 까맣게 되지요. 태양이 지면 어디로 갈까요?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돌아서 태양이 우리 눈에 보이는 거예요. 이때 태양은 지구 반대편을 비추고 있지요. 달은 낮에 어디에 있을까요? 달은 항상 하늘에 떠 있지만 태양이 지구를 밝게 비추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왜 별은 빛날까요? 별은 아주 뜨겁고 커다란 기체 덩어리이기 때문에 빛이 나요. 달 모양은 왜 변할까요? 달은 공처럼 항상 둥글지만, 태양이 달을 언제나 같은 방법으로 비추기 때문에 달 모양이 변하는 것처럼 보여요. 태양이 달 전체를 비추면 보름달이 되고, 조금만 비추면 초승달이 되지요. 왜 밤에는 낮보다 추울까요? 지구를 따뜻하게 해주는 태양이 밤이 되면 지구 반대편을 비추기 때문에 낮보다 추워지는 거예요. 태양계란 무엇인가요? 태양계는 태양을 포함하여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8개의 행성별이에요. 태양계 행성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있어요. 지구를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무엇을 타고 지구를 도는지에 따라 달라요. 그중에서도 비행기를 타면 지구 한 바퀴를 도는데 2일 18시간 동안이 걸려요. 태양 빛이 꺼질 수도 있나요? 아주 먼 날 꺼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태양은 거대한 행성이기 때문에 매우 뜨겁게 불타는 태양의 기체는 몇 억 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행성이란 무엇인가요? 행성은 암석이나 기체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태양 주변을 도는 별이에요. 화성인이 정말 있을까요? 옛날에는 화성에도 물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얼음처럼 차갑고 더 이상 물도 화성인도 없어요.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아주 오래전 ‘빅뱅’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폭발이 있었어요. 그 후 가스와 먼지가 우주 빈 곳을 떠돌다가 태양이 만들어졌고 암석과 가스가 모여 행성도 만들어졌어요. 지구는 46억 년 전에 생겨났지요! 지구의 남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요? 지구가 나무, 물건, 동물, 사람을 비롯해 모든 것을 떨어지지 않게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떨어지지 않아요! 여러분도 알고 있나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은 어떤 강인가요? 나일강이에요. 아프리카 르완다 숲에서 시작되어 다섯 나라를 지나서 이집트, 지중해로 흐르지요. 사막에서 물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오아시스에서 물을 구할 수 있어요. 신선한 과일이 열리는 나무도 자라고 우물도 있지요. 그래서 이런 곳에는 작은 마을이 생겼어요. 해일이란 무엇일까요? 엄청난 크기의 파도로 지진이나 바닷속 화산 폭발 후에 생겨요. 쓰나미라고도 해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일까요? 아시아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이에요. 네팔 사람들은 에베레스트산을 ‘머리가 하늘에 닿는 산’이라고 불러요. 가장 높은 폭포는 무엇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앙헬 폭포’예요. 에펠 탑 높이의 세 배나 되지요! 가장 큰 사막은 어디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은 사하라 사막으로 프랑스 넓이의 15배나 돼요. 모래 언덕은 물론 거대한 자갈 평원으로 이루어진 사하라 사막은 모로코에서 말리까지 11개 나라에 걸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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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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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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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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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과학자가 들려주는 우리 몸 이야기 '꼭 안아 주세요'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몸과 마음이 점점 자라는 것을 ‘성장’이라고 합니다. '꼭 안아 주세요' 에서는 아이가 점점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서 살아가는지 알게 됩니다.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사람이 태어나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 몸과 마음이 점점 자라는 것을 ‘성장’ 이라고 해. 우리는 대부분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생아기,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지난단다. 어느새 나는 키도 많이 크고 성숙해졌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성장할까?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 누워만 있기 싫어요. 나를 좀 안아 주세요. 아빠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해요. “우리 아기, 배고픈가?” 신생아기는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첫 4주 동안을 말해요. 대부분의 시간에 잠을 자고, 신경계가 발달하지 않아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요. 태어난 지 여섯 달. 기어다니기만 하니까 심심해요. 누가 나를 꼬옥 안아 주세요. “여보, 아기가 자꾸 우는데?” 하지만 아빠가 안으면 불편해요. 영아기는 신생아기 이후부터 만 1세까지를 말해요. 자기 몸을 스스로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고, 말을 배우기 시작해 기본적인 상호 작용을 할 수 있어요. 태어난 지 벌써 일 년. 아장아장 걸음마는 정말 힘들어요. 나를 좀 안아 주세요. “우리 아기, 잘한다!" 걸음마, 걸음마, 아빠. 나 좀 안아 달라니까요. 내 나이 세 살. 아빠 발등 위에 올라가 볼까? 나를 좀 잡아 주세요. “하나 둘, 하나 둘! 이렇게 우주까지 갈까?” “좋아요, 아빠.” 유아기는 만 1~6세까지의 시기로, 운동 능력이 발달해 움직임이 더욱 정교해져요. 기본 생활 습관과 사회 규칙을 배우기 시작하고, 자기주장도 강해지지요. 내 나이 여섯 살. 아빠, 오늘은 뭐 하면서 놀까요? 하하하! 까르르! “잡았다, 장난꾸러기!” “난 아빠랑 노는 게 정말 즐거워요.” 내 나이 열 살. 아빠랑 밖에 나가면 가끔 창피할 때가 있어요. “예쁜 우리 딸, 쪽!” “아이, 부끄럽단 말이에요!” 아동기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시기예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져요. 이제 나도 열일곱 살이에요. 혼자 있고 싶어요. 청소년기는 아동에서 성인이 되어 가는 중간 시기로, 2차 성징이 나타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마음이 생겨나요. 어른이 된 나는 이것저것 할 게 많아요. “아빠,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요.” 성년기는 만 20~39세에 이르는 시기로, 몸과 마음이 성숙되고 일생 중 가장 활동적인 시기예요. 직업인, 배우자, 부모로서 새롭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날. 아빠, 저를 꼭 안아 주세요. “축하한다, 우리 딸.” 나는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았어요. 아빠가 더욱 보고 싶어졌어요. “아빠, 우리 아기 좀 안아 보세요.” 중년기는 만 40~59세에 이르는 시기로, 감각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각 능력과 기억력이 점점 나빠져요. 어느새 아빠는 주름살이 많아지고, 키도 작아졌어요. 이제는 내가 아빠를 꼭 안아 드릴 거예요. “아빠, 사랑해요.” 노년기는 만 60세 이후부터 죽기 전까지를 말해요. 신체 능력과 감각, 지각 능력이 전보다 훨씬 떨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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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 왕자가 튼튼 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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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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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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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에는 하얗고 단단한 뼈가 있어. 뼈는 중요한 몸속 기관들을 보호해 주고, 몸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지.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골고루 잘 먹고, 푹 자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해. 꼬꼬마 과학자가 들려주는 우리 몸 이야기. 골골 왕자가 튼튼 왕이 되다는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속에는 머리뼈, 갈비뼈, 엉덩뼈, 척추뼈, 다리뼈 등 약 206개의 뼈가 있습니다. 날마다 골골대던 골골 왕자가 튼튼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뼈의 생김새와 역할, 그리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옛날 어느 왕국에 몸이 약한 왕자가 살았어. 왕자는 날마다 아프다고 골골대서 ‘골골 왕자’로 불렸어. 골골 왕자는 잘 먹지도, 잘 자지도 않고 게을렀지. “얘야! 골고루 잘 먹고, 푹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뼈가 튼튼해지고 골골대지 않지.” 왕은 골골 왕자를 걱정하며 말했어. “그래, 오늘은 운동을 좀 해 볼까?” 골골 왕자는 저녁을 먹고 숲속으로 산책을 나갔어. 그런데 그만 돌부리에 걸려 철퍼덕 엎어지고 말았지. 골골 왕자는 순간 정신을 잃었어. 골골 왕자가 눈을 떠 보니 낡은 오두막 안이었어. 오두막 안에는 커다란 가마솥이랑 크고 작은 약병들이 있었지. “큰일이야, 마녀의 집인가 봐!” 왕자는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도망치려고 했어. 그런데 오른쪽 다리에 붕대가 친친 감겨 있었어. “움직이면 안 돼, 다리뼈에 금이 갔거든.” 갑자기 나타난 마녀가 왕자를 다시 침대에 눕히며 말했어. 뼈가 약한 골골 왕자는 엎어졌을 뿐인데도 뼈에 금이 간 거였어. 골골 왕자는 마녀가 자기를 어떻게 할까 봐 벌벌 떨었어. “걱정 마, 마법으로 새 다리뼈를 만들어 줄게.” 다행히 마녀는 착한 마녀인가 봐. 마녀는 골골 왕자의 머리카락 하나를 톡 뽑았어. 그리고 주문을 외쳤지. 그런데 길쭉길쭉한 다리뼈가 아니라 동글동글한 머리뼈가 나왔지. 앗! 다리뼈가 나와야 하는데, 말랑말랑한 뇌를 보호해 주는 머리뼈가 나왔네? 마녀는 다시 왕자의 머리카락을 톡톡 뽑으며 주문을 외쳤어. 그런데 번번이 다른 뼈들이 나왔지. 마녀는 착하긴 했지만 마법 실력이 뛰어나진 않나 봐. 마녀는 왕자의 머리카락을 뽑고 또 뽑아 겨우겨우 다리뼈를 만들었어. 팔을 굽혔다 폈다 해 주는 팔뼈! 손을 움직이게 하는 손뼈! 발을 꼼지락거리게 하는 발뼈! 다리를 구부리거나 펼 수 있게 해 주는 다리뼈! “우아, 드디어 멋진 다리뼈가 나왔네요. 남은 뼈들이 아까워서 어쩌죠?” 골골 왕자가 아쉬워하며 마녀를 바라보았어. 어쩐지 마녀의 모습이 처음과는 달라 보였지. “아깝긴. 다 쓸모가 있지. 가짜 왕자를 만들 거거든?” 마녀는 사악한 미소를 띤 채 주문을 외쳤어. 그러자 뼈들이 가짜 골골 왕자로 변했어. 마녀는 골골 왕자를 오두막에 가두어 놓고는 가짜 골골 왕자를 데리고 왕국으로 가 버렸어. 골골 왕자는 마녀를 뒤쫓고 싶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 움직일 수 없었지. 사실 마녀는 못된 마녀였던 거야. 그로부터 한참 뒤, 왕위를 물려받는 즉위식이 열렸어. 가짜 골골 왕자가 왕관을 물려받으려고 할 때였어. “잠깐, 저자는 마녀가 만든 가짜입니다.” 골골 왕자가 문을 열고 들어와 외쳤어. 두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서 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벌써 다 나을 리가 없는데.” 마녀가 분한 목소리로 외치자 골골 왕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어. “당신이 가짜 왕자를 데리고 떠난 뒤에 아버지가 말씀하신 방법대로 뼈가 튼튼해지도록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금이 갔던 뼈가 붙었지요.” 골고루 잘 먹고! 푹 자고! 붕대를 풀고 좀 걸을 수 있게 되자 운동도 시작했지요. 골골 왕자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짜 골골 왕자에게 바람을 후 불며 외쳤어. “이제 그만 사라져!” 그러자 가짜 골골 왕자는 머리카락이 되어 흩어졌지. 그 뒤에 골골 왕자는 무사히 왕이 되어, 오래오래 튼튼 왕으로 불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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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꼬마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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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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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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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꼬마가 뛰어들어 왔어요. “여기에 얌전히 있어.” 꼬마는 들고 있던 작은 우주선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어요. 그러고는 서둘러 방문을 닫고 나갔어요. 방문이 닫히자, 번쩍하고 태양 모양의 등에 불이 들어왔어요. “꼬마야, 네 이름은 뭐니?” 작은 우주선은 뒤를 돌아보 고 화들짝 놀랐어요. 우주선 하나가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거든요. “이름? 나 이름 없는데?” “뭐? 아직 이름이 없다고? 이런, 나처럼 멋진 이름이 없다니 참 안타깝다!” “네 이름은 뭔데?” “나 ‘보스토크 1호’를 몰라? 보스토크는 동쪽, 해가 뜨는 곳을 뜻하지.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이름이잖아?” “글쎄 , 난 잘 모르겠는데.......” 보스토크 1호는 답답하다는 듯이 옆에 서 있던 발사체를 땅땅 두드렸어요. “모른다고?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고 우주 비행에 성공한 나를?” 보스토크 1호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내가 아니었다면, 사람이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내 위대한 이름을 쓰고 싶다면 기꺼이 빌려줄게.” “어머, 어머! 꼬마가 놀랐겠다. 그렇게 소리치면 어떻게 해?” 작은 우주선을 감싸듯 다가온 건 기다란 우주선이었어요. “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의 이름을 따서 ‘아폴로’라고 지었어. 나는 달에 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우주선이지.” 작은 우주선은 아폴로 11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성공했어? 달에 다녀온 거야?” “물론이야. 우주 비행사들과 함께 달에 도착했지. 우주 비행사들은 달 위를 걸어 다니고, 사진도 찍었단다.” “우아, 상상만 해도 떨려.” “그때는 대단했지. 전 세계인이 텔레비전으로 우리 모습을 지켜봤으니까. 어때? 너도 내 멋진 이름을 갖고 싶지 않니? 원하면 빌려줄게.” 작은 우주선이 대답하려는데....... 우주선 하나가 아주 빠른 속도로 휭 지나갔어요.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지요. 안녕? 내 이름은 ‘뉴허라이즌스’야. 새로운 지평선이라는 뜻이지. 나는 너희들보다 더 멀리 우주를 탐사했단다. 내 이야기가 기대되지 않아? 작은 우주선은 침을 꼴깍 삼켰어요. “총알보다 10배나 빠른 내가 9년 6개월을 날아서 명왕성에 도착했지. 명왕성이 얼마나 먼지 너희는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 지금은 명왕성 탐사를 마치고 더 먼 곳을 향해서 가고 있어.” 뉴허라이즌스호의 말에 주위가 조용해졌어요. 그때였어요. “먼 곳이라고 했어? 이런!” 우주선 2대가 나란히 날아오며 말했어요. “나는 보이저 1호!” “나는 보이저 2호!” 이름만 말했는데도 뉴허라이즌스호는 자리를 비켰어요. “우리 이름은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라는 뜻이지. 이제부터 우리 자랑 좀 해 볼까?” 보이저 1호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우리는 지구를 떠난 지 40년도 더 지났고, 명왕성이 있는 곳의 2배만큼 날아갔지.” 이번에는 보이저 2호가 말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목성, 토성의 비밀도 밝혀내고,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성들도 알아냈지. 하지만 꼬마야, 우리 이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단다. 너는 너에게 맞는 이름을 생각해 보렴.” 잠시 뒤, 모든 우주선이 작은 우주선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어요. “꼬마야, 이제 이름 결정했니?” “누구 이름을 쓸 거야?” 모두 작은 우주선만 쳐다보았어요. 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어요. 아까 작은 우주선을 놓고 간 꼬마였지요. “자, 얼른 가자. 꼬마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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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무슨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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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마을 뒷산 숲속에 다람쥐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다람쥐네 막내 쥐람이는 무척 호기심이 많은 꼬마였지요.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이었어요. 소리를 찾아 나선 쥐람이는 약수터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할아버지, 이런 소리 들어 보셨어요?” 쥐람이는 할아버지에게 자기가 들은 소리를 설명해 주었어요. 쥐람이는 시장으로 가기 위해 길을 따라 내려갔어요. 마을 어귀에 이르자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어요. 쥐람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어요. 계란을 가득 실은 트럭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 우아, 소리가 무척 크다! 쥐람이는 다시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시장 입구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또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어떤 아저씨가 뭔가를 입에 댄 채 말하고 있었어요. 팔딱팔딱 뛰는 오징어 사세요! 싱싱한 고등어도 있어요! 쥐람이는 아저씨가 들고 있는 게 뭔지 궁금했어요. “아저씨, 지금 들고 있는 게 뭐예요?” “이거 말이냐? 이건 확성기란다. 이걸 대고 말하면 큰 소리가 나서 멀리서도 듣고 생선을 사러 오거든.” 그 소리도 크기는 했지만, 쥐람이가 찾던 소리는 아니었어요. 시장에서 나와 조금 더 걸어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호기심이 생긴 쥐람이도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어요. 그곳에는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손에 가위를 들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었어요. “저 사람은 누구예요?” 쥐람이가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어요. “엿을 팔면서 공연도 하는 엿장수란다.” “손에 들고 있는 건 가위예요?” “그래, 맞다. 옛날부터 엿장수들은 가위로 소리를 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지.” 쥐람이는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숲속에서 들었던 소리를 꼭 찾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큰길 쪽으로 가 보기로 했어요. 사거리에 이르자 차들이 시끄럽게 빵빵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디선가 삑! 삐리릭! 하는 소리도 났지요. “저건 또 무슨 소리지?” 쥐람이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갔어요. 삐익 삐리릭 삑삑. 큰길가에 멋진 모자를 쓰고 멋진 옷을 입은 아저씨가 서 있었어요. “아저씨, 방금 그 소리는 어떻게 낸 거예요?” “이걸 입에 물고 힘껏 불면 소리가 나지. 시끄러운 곳에서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호루라기로 신호를 보내는 거야.” 호루라기 소리는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쥐람이가 찾던 소리는 아니었어요. 쥐람이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팠어요. 숲에만 살던 쥐람이에게 마을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었지요. ‘그냥 숲으로 돌아갈까? 아냐, 그 소리를 꼭 찾을 거야.’ 쥐람이는 병원을 나와서 책방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선 쥐람이가 찾던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쥐람이는 가만히 서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실망한 쥐람이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어요. 조금 가다 보니 두 명의 아이가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어요. 쥐람이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지요. “그래? 그럼 우릴 따라와 봐. 우린 지금 숲속 공원에 가는 중이거든.”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숲속에 간다고? 그럼 내가 들었던 소리가 숲에서 나는 소리였단 말이야?’ 쥐람이는 어리둥절했어요. 아이들을 따라 걷던 쥐람이는 작은 소리를 들었어요. 그 소리는 쥐람이가 찾아다녔던 바로 그 소리였어요. 쥐람이는 너무 기뻐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어요. 소리가 나는 곳은 쥐람이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청진기는 우리 몸속에서 나는 작은 소리를 듣게 해 주는 도구예요. 고무관과 요구르트병으로 청진기를 만들어 보세요. 청진기가 완성되었나요? 이제 청진기를 귀에 꽂고 가족이나 친구들의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청진기의 앞부분은 진동이 가능한 비닐 랩으로 되어 있어서, 그것을 몸에 꼭 대면 몸속의 소리가 비닐 랩을 진동시켜요. 그 진동이 고무관을 타고 우리 귀로 전해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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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거미가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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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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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뒹굴 엄마가 주는 밥 먹고, 뒹굴뒹굴 똥 싸고, 뒹굴뒹굴 놀다가, 뒹굴뒹굴 잠만 자는 거미가 있었어. 그러느라 거미줄을 쏘아 본 적도 없었어. 하루는 엄마 거미가 소리를 꽥 질렀어. “뒹굴뒹굴하지만 말고, 밖에도 좀 나가!” 거미는 주춤주춤 모자를 쓰고, 알록달록 무당벌레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섰어. 두리번두리번! 거미는 심심해졌어. “나도 거미줄이나 쏴 볼까?” 꾸물꾸물 어설프게 거미줄을 쏘았지. 거미줄을 처음 본 두더지가 빽 소리쳤어. “우아! 똥구멍에서 나오는 거미줄 좀 봐!” 옆에 있던 숲속 동물들도 말했어. “와! 멋지다. 카우보이 같아!” ‘내가 카우보이 같다고?’ 난생처음 칭찬을 들은 거미는 신이 났어. 으쓱으쓱! 길을 가던 거미는 토끼를 만났어. 토끼는 방울토마토를 하나하나 세고 있었지. “내가 방울토마토를 몇 개나 딴 거지? 1, 2, 3.” 카우보이 거미는 토끼를 물끄러미 보다가 씩 웃으며 말했어. “그걸 언제 하나씩 세고 있어? 내가 도와줄게.” 카우보이 거미는 엉덩이를 들이밀어 거미줄을 휙휙! 방울토마토를 착착 두 개씩 묶었어. “2, 4, 6, 8, 10, 12, 14, 16, 18, 20.” “우아, 둘씩 묶어 세니 정말 빠르다. 넌 친절한 거미야. 고마워!” 다음 날 카우보이 거미는 엄마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났어. 눈뜨자마자 휙! 휙! 거미줄 쏘는 연습을 했지. 오늘도 친절한 카우보이 거미가 되고 싶었거든. 친구들이 칭찬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어. 거미는 모자를 쓰고, 무당벌레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섰지. ‘어디 거미줄 쏠 데 없나?’ 카우보이 거미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주위를 살펴보았어. “오늘 꿀을 따야 할 꽃이 몇 송이지? 1, 2, 3, 4 어, 내가 어디까지 세었더라.” 꽃을 하나하나 세던 벌들은 수를 세기 힘들었어. 꽃이 바람에 흔들거려서 셌는지, 안 셌는지 헷갈렸거든. 카우보이 거미는 벌에게 말했지. “내가 좀 도와줄까?” ‘꽃이 어제 본 방울토마토보다 많네. 그럼, 오늘은 세 개씩 묶어 세어 볼까?’ 카우보이 거미는 엉덩이를 들이밀고 거미줄을 휙 휙 휙! 꽃을 착 착 착! 세 개씩 묶었어. “3, 6, 9, 12, 15, 18, 21, 24, 27, 30.” 카우보이 거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꽃을 다 셌어. “와, 묶어 세니 정말 편하다. 넌 정말 대단한 거미야!” 놀란 벌들이 말했지. 다음 날, 카우보이 거미는 엄마가 깨기도 전에 일어났어.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말했지. “나는 친절한 카우보이 거미, 게다가 대단한 거미라네. 오늘은 또 누구를 도와줄까?” 거미는 모자를 쓰고, 무당벌레 자동차를 타고 서둘러 집을 나섰지. 카우보이 거미가 여기저기 기웃기웃할 때였어. 우지끈 꽝! 갑자기 산사태가 나서 흙이 쏟아져 내렸어. 그때 언덕 위에서 쇠똥구리들의 소리가 들렸지. “어머! 이 일을 어쩜 좋아. 알이 들어 있는 우리 똥들이 굴러가네. 누가 좀 도와줘요!” 카우보이 거미는 재빨리 똥들을 쫓아가며 소리쳤어. “제가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거미는 똥들을 모으기 시작했어. ‘똥이 꽃보다 많네. 그럼, 오늘은 네 개씩 묶어 세야지.’ 카우보이 거미는 엉덩이를 들이밀어 거미줄을 휙 휙 휙 휙! 똥을 착 착 착 착! 네 개씩 묶었어. “4, 8, 12, 16, 20, 24, 28, 32, 36, 40! 똥이 모두 40개 맞나요?” “응, 40개 맞아. 넌 정말 특별한 거미구나.” 쇠똥구리들은 정말 기뻐하며 말했지. “나는야 친절하고, 대단하고, 특별한 카우보이 거미. 줄을 휙 휙! 쏴서, 착 착! 묶어 세니 빠르고 편하고 정확하잖아.” 신이 난 카우보이 거미는 으쓱으쓱 춤을 추며 집으로 왔지. 그리고 이리 휙! 저리 휙! 거미줄을 마구 쏘아 댔어. “친절하게 휙! 대단하게 휙! 특별하게 휙! 빙그르르 휙!” 거미줄을 쏘다가 피곤해진 카우보이 거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카우보이 거미는 깜짝 놀랐지. “우아!” 카우보이 거미가 휙 휙! 쳐 놓은 거미줄에 먹을 것이 잔뜩 걸려 있지 뭐야! 카우보이 거미는 이제 뒹굴뒹굴할 시간이 없었어. 숲속 친구들도 도와야 하고, 먹이 잡을 거미줄도 만들어야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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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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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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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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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던 누기 씨 앞에 종이 한 장이 펄럭. 누기 씨는 얼른 종이를 주웠어. “동물원에서 사육사를 구한다고? 재미있겠는데?” 달달 동물원 다음 날, 누기 씨가 펭귄 우리로 찾아갔더니 안경을 쓴 펭귄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저, 사육사를 구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잠에서 깬 안경 펭귄이 뒤뚱뒤뚱 다가왔어. “사육사가 되고 싶나요?” “네, 저는 청소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고.” “다 필요 없고, 딱 하나만 잘하면 돼요. 따라오세요.” 뒤뚱뒤뚱 안경 펭귄을 따라간 곳은 고릴라 우리였어. 고릴라 두 마리가 커다란 수박을 놓고 씩씩거리고 있었지. “내가 먹을 거야!” “누구 맘대로!” 안경 펭귄이 혀를 차며 말했어. “쯧쯧, 서로 먹겠다고 저런다니까요. 동물답지 못하게 말이죠. 당신이 저 수박을 고릴라 두 마리가 똑같이 먹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누기 씨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릴라 우리로 들어갔어. 땀을 뻘뻘 흘리며 수박을 둘로 똑같이 나누어 주었지. “자, 반으로 똑같이 나누었으니 한 조각씩 먹으면 돼요.” 고릴라들은 사이좋게 수박을 하나씩 들고는 우적우적, 수박씨를 퉤퉤퉤. 안경 펭귄이 안경을 올리며 말했어. “*제법인데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따라오세요.” 뒤뚱뒤뚱 안경 펭귄을 따라간 곳은 하마 우리였어. 하마 세 마리가 커다란 헝겊을 잡아당기며 싸우고 있었지. “내 거야, 이리 내놔.” “무슨 소리, 내 거야.” “내가 먼저 잡았어. 이거 놔.” 안경 펭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어. “서로 헝겊을 가지겠다고 다투고 있어요. 동물답지 못하게 말이죠. 어서 하마들을 도와주세요.” 누기 씨는 살금살금 하마 우리로 들어갔어. 하마들이 꽉 물고 있던 헝겊을 조심조심 빼서 셋으로 똑같이 나누었어. “이제 하나씩 가져가서 마음껏 몸에 두르세요.” 하마들은 기분이 좋아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머리에, 목에, 엉덩이에 헝겊을 둘렀어. 안경 펭귄이 안경을 올리며 말했어. “당신, 제법이네요!” 그때 동물원의 시계탑이 두 시를 가리켰어. “어이쿠, 얼음이 도착할 시간이군요.” 안경 펭귄이 뒤뚱뒤뚱 펭귄 우리로 향했어. 우리 앞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놓여 있었어. 누기 씨가 안경 펭귄에게 물었어. “저, 이 얼음덩어리도 나누어야 하나요?” 그 말에 펭귄들이 누기 씨를 쳐다보았어. “얼음을 나눈다고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펭귄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어. 쏙닥쏙닥, 쑥덕쑥덕. 안경 펭귄이 누기 씨에게 말했어. “우리는 얼음덩어리를 물에도 넣고, 땅에도 두고 싶어요. 얼음덩어리를 둘로 똑같이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럼요, 딱 절반 되는 곳을 자르면 되죠.” 누기 씨는 얼른 얼음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어. 한여름 햇볕에 얼음이 녹고 있었거든. 펭귄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쑥덕쑥덕. 안경 펭귄이 다시 누기 씨에게 물었어. “그럼, 네 조각으로도 나눌 수 있나요?” “물론이지요, 반으로 나누고, 다시 반으로 나누면 네 조각이 되지요.” 얼음이 녹아내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펭귄들은 또 회의를 했어. 누기 씨는 펭귄들을 불렀어. “저, 얼음이 점점 녹고 있.” 안경 펭귄이 누기 씨의 말을 자르고 물었어. “모든 펭귄이 얼음을 한 조각씩 가질 수 있게 여덟 조각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누기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 “그럼요, 두 번 나누면 넷이 되고, 다시 두 번 더 나누면 여덟 조각이 되지요.” 누기 씨의 말에 펭귄들은 신이 나서 뒤뚱뒤뚱 아장아장 이상한 춤을 추었어. 갑자기 안경 펭귄이 소리쳤어. “잠깐! 여기 있던 얼음이 어디 갔지?” “땡볕에 얼음을 놔두니 다 녹아 버렸잖아요.” 누기 씨의 말에 펭귄들은 우왕좌왕 털썩털썩. 펭귄들은 그만 엉엉 울기 시작했어. “으앙, 내 얼음! 얼음 내놔, 얼음!” 누기 씨는 동물원 냉장고에 있는 얼음들을 박박 긁어모아서 얼음 풀장을 만들었어. “안경 펭귄 씨, 동물답지 못하게 울기는 왜 웁니까? 뚝!” 누기 씨의 말에 울음을 뚝 그친 안경 펭귄은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잘난 척을 했어. “당신, 정말 제법이군요. 이게 다 내가 사육사를 잘 뽑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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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조앙 아저씨는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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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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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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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조앙 아저씨는 다 판다 가게의 주인이야. 아저씨네 가게에는 없는 게 없어. 손님이 와서 물건을 찾으면 척! 또 다른 물건을 찾아도 척척! 그러니 가게 안은 늘 손님들로 북적거렸지. “아저씨, 돋보기 있어요?” “여기 있다! 돋보기는 100원이란다.” “여기 100원이요. 우아, 여기에는 뭐든지 다 있네요!” “아저씨! 기다란 머플러 있어요?” “그럼, 있고말고. 머플러는 500원이란다.” “여기 500원이요. 다 판다 가게는 정말 최고예요.” 돈조앙 아저씨는 동물들의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으쓱으쓱. 게다가 돈도 버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지. 돈조앙 아저씨는 일을 마치고 덜컹덜컹 숲 속 버스를 타러 갔어. 누구든지 500원만 내면 버스를 탈 수 있거든. 토끼 아줌마는 100원짜리 다섯 개. 돈조앙 아저씨는 500원짜리 한 개를 내고 버스를 탔지. “돈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돈도로돈도, 돈이 좋아!” 돈조앙 아저씨는 집에 와서도 쉴 수 없었어. 온종일 번 돈을 정리해야 했거든. 돈조앙 아저씨는 노래를 부르며 돈을 정리했지. “돈도로돈도, 돈이 좋아. 동전 한쪽에는 그림! 다른 한쪽에는 숫자! 100원보다 500원이 더 커! 같은 크기끼리 모아 따로따로 정리하면 끝!” 그런데 정리를 다 한 돈조앙 아저씨는 갸우뚱했지. ‘이렇게 모아 놓으니 얼마나 벌었는지 모르겠군!’ 돈조앙 아저씨는 계산하기 쉽게 1000원씩 모으기로 했어. “돈도로돈도, 돈이 좋아. 100원짜리 열 개는 1000원! 500원짜리 두 개도 1000원!" "100원짜리 다섯 개랑 500원짜리 한 개도 1000원!” 그득그득, 쨍그랑쨍그랑! 돈조앙 아저씨는 열심히 돈을 모았어. 다음 날 다 판다 가게에 두더지가 왔어. “아저씨! 전등 달린 모자 있어요?” “그럼, 있지! 전등 달린 모자는 200원이란다.” “200원 이요? 저는 돈을 셀 줄 몰라요. 어떻게 해야 200원이 되죠?” 돈조앙 아저씨는 친절하게 대답했어. “동전 두 개를 주면 된단다.” 두더지는 지갑에서 500원짜리 한 개, 100원짜리 한 개를 꺼내 주었어. “여기요.” 돈조앙 아저씨는 멈칫했지. ‘아니, 이 녀석이 600원이나 주네. 나는 1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달라고 한 건데, 500원짜리 한 개와 100원짜리 한 개를 줬잖아? 어휴, 200원만 받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600원을 받을까? 에잇, 모른 척해야지.’ 돈조앙 아저씨는 고민, 고민하다가 600원을 받아 버렸어. 그다음 날 또 두더지가 왔어. 돈조앙 아저씨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른 척했지. “아저씨, 안녕하세요? 땅을 푹푹 파는 튼튼한 삽 있나요?” “그래, 여기 있다. 400원이니까 동전 네 개를 주면 된단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두더지는 이번에도 돈을 잘못 주었어. ‘이 녀석! 나는 100원짜리 동전 네 개를 달라고 한 건데, 500원짜리 한 개와 100원짜리 세 개를 줬잖아?’ 돈조앙 아저씨는 800원을 날름 받아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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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보리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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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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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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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마술 국을 만들어. 국자를 든 아이는 보리. 마녀의 조수야. “보리야, 국이 탈라. 어서 저어야지.” 보리는 마술 국자로 열심히 저었어. 마녀가 자기를 파리로 만들까 봐 겁났거든. 마녀가 마술 국을 먹자 펑, 펑, 펑! 강아지가 새로 바뀔 줄 알았더니, 맛이 없어서 마술이 잘 안 걸려. “뭔가 모자란 변신 마술이군. 뭐가 모자란지 보리 네가 찾아서 오렴. 안 그랬다가는.” 아뿔싸! 이러면 어쩐담! 보리는 당장 마술사 용을 찾아 나섰어. 쿵쿵거리고, 불꽃 뿜는 마술사 용은 최고의 마술 요리사거든. 보리가 한참 길을 가는데 갈림길이 나왔어. 이렇게 갈까? 저렇게 갈까? 방법은 하나, 둘, 셋, 넷, 모두 네 가지. 마술 국자가 국구리꾹, 결정! 과연 저 길 끝에 쿵쿵거리는 마술사 용이 있을까? 쿵쿵 쿵따라라. 마술사 용일 줄 알았는데 춤추는 하마잖아. 소리만으론 알다가도 모를 일. 아리송 송송! 하마는 배로 강을 건너가 보라고 했어. 보리가 한참 길을 가는데 강이 나왔어. 노랑 배를 탈까? 초록 배를 탈까? 마술 국자에서 동전이 뱅그르르 굴러 나왔어. 그림이 나오면 노랑, 숫자가 나오면 초록, 초록으로 결정! 과연 이 강 건너에 불꽃 뿜는 마술사 용이 있을까? 아이코! 불꽃 타는 냄새인가 했는데 방귀 뿜는 사자잖아. 냄새만으론 알다가도 모를 일, 아리송 송송! 사자는 꼼짝 바위를 찾아가 보라고 했어. 보리가 한참 길을 가는데 꼼짝 바위가 나타났어. “꼼짝 마! 가위바위보를 해서 네가 이기면 비켜 주지.” 가위바위보라면 자신 있는 보리! 만약에 바위가 가위를 내면 바위, 만약에 바위가 바위를 내면 보, 만약에 바위가 보를 내면 가위. 그렇다면 결정! 가위바위보! 야호, 이겼다! 보리가 곰곰 생각하니, 바위는 바위니까 바위를 낼 것 같았거든. 꼼짝 바위가 길을 비켜 줬어. 보리가 한참 가는데 쿵쿵쿵! 거대한 발소리. 흠흠, 불꽃 타는 냄새. “마술사 용이다!” 보글보글 지글지글 칙칙. 보리는 마술사 용한테 열심히 배웠어. 중요한 건 맛을 보고. 간을 맞추는 거래. 마술사 용은 보리한테 소금과 간장을 주었지. 또 마녀네 집까지 친절하게 태워다 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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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지구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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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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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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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별 외계인들의 가장 큰 꿈은 지구별에 가 보는 것이에요. 지구별로 가는 길은 백 년에 딱 한 번 열리거든요. “여러분, 드디어 지구 별로 가는 길이 열렸어요. 지구별을 여행하고 싶은 외계인은 모두 모이세요.” 대장 외계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나먼 별 외계인들은 한자리에 모였어요. “지구 별로 가는 우주선에는 단 두 명만 탈 수 있어요!” 대장 외계인의 말에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누가 가나요?” “내가 갈래요, 내가!” “자, 조용히 하세요. 지구 별에는 나무라는 것이 쑥쑥 자란대요. 키가 작으면 멀리 볼 수 없을 테니, 키가 가장 큰 외계인이 가는 게 어떨까요?” “그럼, 제가 가야겠네요. 저는 방망이를 일곱 개 세운 것만큼 크거든요.” “무슨 소리! 나야말로 구슬을 30개 쌓은 것만큼 큰걸.” 외계인들이 서로 자기가 크다고 우기자 대장 외계인은 땀을 뻘뻘 흘렸어요. ‘방망이 일곱 개만큼? 구슬 30개만큼? 둘 중 뭐가 더 큰지 어떻게 알아?’ 잠시 고민하던 대장 외계인이 말했어요. “둘씩 키를 대 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서로 키를 대 보느라 우당탕, 난리가 났어요. “내가 더 크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더 커!” 저마다 자기가 제일 크다고 우겨서 둘씩 키를 대 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고물상 외계인이 지나가다가 멈추어 섰지요. “지구인들처럼 자로 재면 되잖아요?” 고물상 외계인은 수레를 뒤적거리더니 기다란 것을 꺼내 들었어요. “이게 자예요. 이걸 사용하면 키를 정확히 잴 수 있어요.” 자를 자세히 살펴보던 대장 외계인이 물었어요. “이 눈금은 뭐고, 이 숫자는 뭔가요?” “이 눈금은 한 마디에 1센티미터로, 똑같은 간격으로 돼 있어요. 자로 쟀을 때 숫자가 클수록 키가 큰 거예요.” 대장 외계인은 기다란 자를 평평한 바닥에 세우고는 외계인들을 한 명씩 그 옆에 서게 했어요. “어디 보자. 숫자 20까지 키가 오니까, 20센티미터로군.” 이렇게 모두가 차례로 재고 보니, 가장 키가 작은 외계인은 10센티미터였어요. 그리고 가장 키가 큰 외계인은 40센티미터였지요. “야호! 드디어 내가 지구 별에 간다!” 가장 키가 큰 외계인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가장 키가 큰 외계인이 대표로 결정되자 다른 외계인들은 마음이 급해졌어요. “나머지 한 명은 누가 가나요?” “또 키가 커야 하나요?” “조용, 조용! 지구 별에는 *태풍이라는 무서운 바람이 분대요. 그럼, 바위만큼 무거운 외계인이 가야 날아가지 않겠지요?” “무거운 외계인이래!” 머나먼 별 외계인들은 서로 자기가 무겁다고 우기기 시작했어요. “나는 우주 돌 10개를 합친 것만큼 무거워요.” “쳇, 나는 주전자 20개만큼 무거워요.” 대장 외계인은 이번에도 쩔쩔맸지요. ‘둘씩 시소를 태워 무거운 외계인을 가려야 하나? 아니야, 아니야. 아까처럼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거야.’ 대장 외계인은 저 멀리 떠나고 있는 고물상 외계인을 불렀어요. “지구인들은 무게를 무엇으로 재나요?” 고물상 외계인은 말없이 수레에서 무언가를 꺼냈어요. “여기 있네요. 바로 이런 저울로 무게를 재지요. 이 저울은 1킬로그램마다 숫자로 표시되어 있네요. 저울에 올라섰을 때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클수록 무거운 거예요.” 저울로 무게를 재어 보니, 가장 가벼운 외계인은 4킬로그램, 가장 무거운 외계인은 15킬로그램이었어요. 드디어 지구별 여행을 떠날 두 명이 뽑혔어요. 가장 키가 큰 외계인과 가장 무거운 외계인이 탄 작은 우주선이 슝 날아올랐어요. “좋겠다! 나도 지구별에 꼭 가 보고 싶은데.” “백 년 뒤에나 지구 별로 가는 길이 열릴 텐데, 정말 갈 수 있을까요?” 지구 별로 가지 못하는 외계인들은 모두 아쉬워했어요. 그때였어요. “이리들 와 보세요. 내가 우주 고물들로 커다란 우주선을 만들었어요. 만약 이게 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지구 별에 갈 수 있어요.” 고물상 외계인의 말에 외계인들이 모두 우르르 뛰어왔어요. 그리고 순식간에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지요. 대장 외계인과 고물상 외계인까지 말이에요. “자, 모두 꼭 잡으세요. 출발!” 커다란 우주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올랐어요. “와, 날았다! 날았어!” “우리도 지구 별에 간다!” 고물상 외계인이 만든 우주선은 정말 대단했어요. 순식간에 외계인 대표들이 탄 작은 우주선을 지났지요. 작은 우주선을 탄 외계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두 우주선은 사이좋게 지구 별을 향해 날아갔지요. 모두들 무사히 지구별에 도착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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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 할머니의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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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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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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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에요. 깊은 산속 동물 마을에 소복소복 흰 눈이 내렸어요. 뽀글 할머니가 도치네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도치 형제들은 잘 자고 있으려나? 두 달이나 더 지나야 녀석들이 겨울잠에서 깰 텐데, 그동안 춥지 않을지 걱정이네.” 2월이에요. “에구머니, 도치네 다녀온 지 한 달이나 지났네. 이제 슬슬 뜨개질을 시작해야겠어.” 뽀글 할머니는 싱긋 웃으며 털실 뭉치를 잔뜩 꺼냈어요. 그러곤 열심히 뜨개질을 했지요. 3월이에요. “바람에서 봄 냄새가 나네.” 뜨개질을 하던 뽀글 할머니가 손을 멈추고 코를 벌름벌름했어요. 그때였어요. 막 겨울잠에서 깬 도치 형제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아이고, 얘들아. 오랜만이로구나. 겨울잠은 잘 잤니?” 뽀글 할머니는 도치 형제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4월이에요. “파릇파릇 새순이 돋았네.” 뽀글 할머니가 사과 밭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씨앗을 더 깊게 묻어야지.” 두더지네 콩밭도 기웃했지요. “거름을 넉넉히 주어야지.” 토끼네 당근 밭도 기웃기웃했어요. 5월이에요. “꽃이 폈네, 꽃이 폈어. 산에 들에 꽃이 폈어.” 콧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하던 뽀글 할머니는 도치 형제들을 만났어요. “할머니, 저희 봄 소풍 가요.” “그래그래. 잘 다녀오렴.” 6월이에요.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뽀글 할머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나기가 후드득 쏟아졌어요. 뽀글 할머니가 부랴부랴 빨래를 걷는데 도치 형제들이 후다닥 뛰어왔어요. “할머니, 할머니.” “이런, 흠뻑 다 젖었구나.” 7월이에요. 날씨가 점점 더워졌어요. 꾸벅꾸벅 졸던 뽀글 할머니가 맴맴 매미 소리에 번쩍 눈을 떴어요. “벌써 일 년의 반이나 지나갔네. 서둘러야겠어.” 뽀글 할머니는 마음이 바빠졌어요. 8월이에요. “아휴, 더워라. 땅이 지글지글 끓네.” 뽀글 할머니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어요. “할머니, 저희랑 물놀이 가요.” 뽀글 할머니는 손을 휘휘 젓더니 수박을 꺼내 왔어요. “시원하게 먹고 너희들이나 갔다 오렴.” 9월이에요. “햇살이 좋아서 과일과 곡식이 잘 익어 가고 있네.” 뽀글 할머니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높고 파란 하늘에 고추잠자리가 윙윙 날았지요. 이제 털실은 달랑 한 뭉치만 남았어요. 10월이에요. “울긋불긋 나뭇잎이 곱기도 하지!” 뽀글 할머니가 빨간 단풍잎을 보며 말했어요. “다음 달에는 도치 형제들이 겨울잠을 잘 거야. 그 전에 든든히 먹어야 겨울을 잘 나지.” 뽀글 할머니는 바구니 가득 밤을 주웠어요. 11월이에요. 뽀글 할머니가 도치 형제들을 초대했어요. “할머니, 저희는 내일부터 겨울잠을 자요.” 도치 형제들이 입을 모아 말했어요. “그래, 이건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뽀글 할머니는 그동안 뜬 이불을 슬며시 내놓았어요. 12월이에요. 깊은 산속 동물 마을에 첫눈이 내려요. 도치 형제는 뽀글 할머니가 떠 준 포근포근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겨울잠을 자고 있지요. 어느덧 일 년 열두 달이 훌쩍 가 버렸네요. 내년 봄이 오면 뽀글 할머니의 사랑으로 부쩍 자란 도치 형제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한 달은 모두 며칠이게?" "나, 알아! 한 달은 30일이야." "아니야. 한 달은 31일이야." "이상하다. 2월은 28일까지인데?" "어떤 달은 30일이고 어떤 달은 31일이야. 2월은 28일일 때도 있고 29일일 때도 있지. 그렇게 열두 달이 지나가면 일 년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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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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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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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준이가 술래예요. 준이는 토끼장 문을 열어요. “1, 2, 3, 4, 5, 6, 7, 8, 9, 10, 땡!” 준이가 숫자를 세는 사이에 토끼가 토끼장 밖으로 껑충 뛰어나와요. 토끼는 준이 방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더니 준이의 유치원 모자를 툭 건드려요. 모자 안에 있던 곰 인형이 데구루루 굴러요. 모자 안에는 토끼, 모자 밖에는 곰 인형이 있어요. “토끼가 내 모자 안에 있다!” 준이가 후다닥 뛰어 들어오자, 토끼가 모자 밖으로 껑충 뛰어 달아나요. “침대 위로 올라간 것 같은데, 어디 갔지?” 토끼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요. “우헤헤, 찾았다. 토끼가 토끼 인형들 가운데에 있네!” 준이는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라요. 하지만 토끼는 준이의 손 사이로 쏙 빠져나가요. 준이는 토끼를 쫓아가려다 꽈당 넘어지고 말아요. “왜 이리 시끄럽니?” 엄마가 화가 난 듯 말해요. 토끼를 놓친 준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그때 알록달록 튜브 안에 하얀 털 뭉치가 보여요. “튜브 안에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자세히 보니 튜브 안에는 하얀 실 뭉치뿐, 튜브 밖에서 토끼가 귀를 쫑긋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토끼가 목욕탕으로 뛰어가요. 준이도 우당탕 쫓아가요. 토끼는 벌써 욕조 안에 들어가 있어요. “이제 아무 데도 못 가!” 준이는 씩씩대며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셔요. 식탁 위에 놓인 초코볼을 입안에 쏙 넣었더니, “으악!” 초코볼이 아니라 토끼 똥이지 뭐예요. 준이가 토끼를 잡으려는 순간, 토끼가 욕조 밖으로 껑충! 이제 욕조 안에는 준이가, 욕조 밖에는 토끼가 있어요. 욕조에 있던 물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준이 너, 엄마한테 혼나 볼래?” 여기저기 토끼인 줄 알고 가 보면 모두 다른 것들이지요. 준이는 토끼가 걱정되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해요. “준이야, 계속 장난칠 거니?” “아, 알았어요. 토끼장 안에 얌전히 데려다 놓을게요.” 그때, 토끼가 집 밖으로 나가요. 준이는 정신이 번쩍 들지요. 화가 난 엄마는 집 안에 있는데, 준이는 토끼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가요. 준이는 한참을 두리번거려요. “어? 토끼가 어디 갔지? 길을 잃어버린 거 아냐?” 준이는 화가 났던 것도 까맣게 잊어요. “간판 옆에 있는 건 하얀 강아지야.” “상자 안에 있는 건 베개, 상자 밖에 있는 건 곰 인형이야.” “벤치와 벤치 가운데에 있는 건 하얀 공이야.” “우아, 찾았다. 토끼는 우체통 옆에서 풀을 먹고 있었어.” 준이는 토끼를 찾았지만 화가 난 엄마 얼굴을 생각하니 겁이 나요. 준이는 대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가요. 그런데 마당에 술래잡기 놀이터가 만들어져 있지 뭐예요? “우아! 우리 엄마, 최고!” 준이와 토끼는 신이 나서 놀이터를 팔짝팔짝 뛰어다녀요. 엄마는 화가 다 풀린 거겠죠? 안, 밖, 옆, 가운데를 알아보아요. 안과 밖은 집이나 상자, 욕조 등의 공간을 기준 삼아 사물의 상대적인 위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앞과 뒤, 위와 아래처럼 안과 밖도 서로 위치가 반대지요. 평소 아이에게 “지금 우리가 어디 안에 있지?”, “우리가 무엇 옆에 있지?”와 같은 질문을 던져 일상생활 속에서 안, 밖, 옆, 가운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은 ‘집 안’에 있고, 신발을 신은 뒤에는 ‘집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그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위치 관계를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토끼는 어디에 있었나요? 준이는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토끼를 쫓느라 바빴어요. 토끼가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토끼는 토끼 인형들 가운데에 있어요. 튜브 안에는 하얀 실 뭉치뿐, 토끼는 튜브 밖에 있어요. 함께 해 보아요. 즐거운 목욕 시간이에요. 동생은 벌써 욕조 안에 들어가 있어요. 동생은 욕조 안에 있고, 엄마랑 나는 욕조 밖에 있어요. 나도 이제 동생이랑 욕조 안에 있어요. 거실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어요.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보아요. 서랍장은 소파 옆에 있어요. 텔레비전과 오디오 가운데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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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왕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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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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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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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나라 뿔소왕은 욕심쟁이야. 누가 좋은 물건을 가지면 자기는 더 좋은 물건을 가지려고 했지. 어느 날 철갑옷을 입은 기사가 다녀간 이후로 뿔소왕은 잠도 자지 못했어. 움직일 때마다 찰칵찰칵 소리를 내는 철갑옷이 너무나 갖고 싶었거든. “온 나라의 쇠를 모두 모아 가장 멋진 철갑옷을 만들어라.” 뿔소왕의 명령에 나라 전체가 들썩였어. 한쪽에서는 쇠를 나르고, 또 한쪽에서는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지. “임금님, 정말로 멋진 철갑옷입니다.” “아니, 아니. 이건 너무 평범하지 않느냐? 철갑옷을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만들어라!” 뿔소왕은 큰 소리로 명령했어. 드디어 뿔소왕의 철갑옷이 완성되었어. 철갑옷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조금만 움직여도 찰칵찰칵 차르르 소리를 냈어. “하하하, 이 멋진 모습을 백성들과 이웃 나라 왕들에게 자랑해야겠다.” 뿔소왕은 철갑옷이 마음에 쏙 들었어. 콧대 높은 나라에 온 하하 나라 마왕과 코 나라 끼리왕은 철갑옷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어. “내 갑옷이 어떻습니까? 하하하.” 뿔소왕은 이웃 나라 왕들을 맞이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철갑옷이 너무나 무거워 꼼짝도 할 수 없었지. 신하들은 뿔소왕을 수레에 태우기 위해 도르래를 가져왔어. 도르래의 한쪽 끝을 뿔소왕의 의자에 묶었지. 신하들은 도르래의 다른 한쪽에 매달렸지만 뿔소왕은 꿈쩍도 안 했어. 신하들보다 뿔소왕이 훨씬 무거웠거든. 그때 하하 나라 마왕이 나섰어. “내가 뿔소왕보다 무겁지 않겠소? 내가 해 보겠소.” 마왕은 도르래의 의자에 냉큼 앉았어. 하지만 뿔소왕은 꼼짝도 안 했지. 철갑옷을 입은 뿔소왕은 마왕보다 무거웠어. “마왕보다 내가 더 무거우니 한번 해 보지.” 끼리왕이 큰소리를 치며 의자에 앉았지만 뿔소왕은 조금 움직이다가 말았어. 철갑옷을 입은 뿔소왕은 끼리왕보다도 무거웠어. “끼리왕, 아무래도 안 되겠소. 나와 함께 뿔소왕을 수레에 태웁시다.” “그렇게 합시다.” 마왕과 끼리왕이 함께 의자에 앉자 뿔소왕이 번쩍 들리는 게 아니겠어. 마왕과 끼리왕이 철갑옷을 입은 뿔소왕보다 무거웠던 거야. 뿔소왕은 백성들에게 철갑옷을 자랑하려고 광장으로 나갔어. 광장에 모인 백성들은 철갑옷을 입은 뿔소왕을 보며 수군거렸지. “하하하, 왕이 쇳덩어리 옷을 입었네.” “정말, 괴물이 따로 없군.” 하지만 뿔소왕은 백성들이 자기를 칭찬하는 줄로 착각했어. “백성 모두가 볼 수 있게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자!” 신하들은 뿔소왕을 태운 수레를 끌고 언덕까지 올라갔어. 그때, 언덕에 있던 독수리가 뿔소왕 주위를 맴돌더니 더 높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버렸어. 뿔소왕은 왜 언덕에 올라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말했어. “나는 백성들보다 높은 곳에 있지만, 저 독수리보다는 낮은 곳에 있구나. 더 높이 올라가라. 독수리보다 더 높이!”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신하들은 지쳐 버렸어. “우하하하, 이제 내가 독수리보다 높은 곳에 있구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야 뿔소왕은 기분이 좋아졌어. 해가 지자, 신하들이 말했어. “임금님, 이제 그만 철갑옷을 벗고 내려가셔야 합니다.” “철갑옷을 벗으라고? 절대로 안 된다.” “비탈길이라서 위험합니다, 임금님!” “시끄럽다, 시끄러워. 에잇! 다들 물러가거라!” 신하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슬금슬금 산을 내려갔어. 주위가 캄캄해져서야 뿔소왕은 신하들이 가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어. “어이구, 철갑옷이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네.” 뿔소왕은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밤을 새야 했어. 바로 그때였어. 생쥐가 뿔소왕의 철갑옷 속에 쪼르르 숨어들었어. 잠시 후 수리부엉이가 생쥐를 잡으려고 맴돌았지만 뿔소왕이 버티고 있으니 어쩌겠어. 어쩔 수 없이 수리부엉이는 다른 곳으로 날아갔지. “임금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왜 이런 곳에 계세요?” 뿔소왕은 생쥐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어. “임금님, 제가 철갑옷을 벗겨 드릴까요?” 생쥐는 철갑옷의 가죽 끈을 부지런히 갉았어. 한참 뒤 뿔소왕이 끙, 힘을 주자 철갑옷이 바닥에 떨어졌지. “후유, 이제야 살 것 같군. 생쥐야, 고맙다.” 뿔소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길을 내려왔어. 산꼭대기에는 철갑옷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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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아기 양이 스무 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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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풀죽이야?” “말랑말랑 연한 고기 좀 먹어 봤으면.” 크크와 키키는 한숨만 내쉬었지. 그런데 가만, 이게 무슨 소리야? “동생이 아기를 낳으려 해서 얼른 가야 하는데.” 창밖으로 내다보니, 발을 동동 구르는 암소 아줌마와 말랑말랑한 아기 양들이 있지 뭐야. 크크와 키키는 후다닥 달려 나갔어. “아기 양들을 돌보는 일이라면 우리한테 맡기세요.” “하지만... 괜찮을까요?” “아이고, 무슨 상상을 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풀만 먹는 늑대랍니다. 아, 싱그러운 풀맛!” “그럼, 잘 부탁드려요. 엄마 양 대신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잃어버리면 안 돼요. 아기 양들은 모두 스무 마리랍니다.” 암소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고서 급하게 떠났어. “풀죽이여 안녕. 풀과자는 이제 그만. 드디어 오늘 말랑말랑 고기를 먹는다네.” 크크와 키키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흥얼. “모두 스무 마리라고? 어디 보자.” 크크가 먼저 아기 양을 세어 보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이 녀석들아, 얌전히 좀 있어!” 아기 양들이 깡충깡충 뛰어다녀서 제대로 셀 수가 없었어. “그것도 제대로 못 세니?” 키키가 보란 듯이 아기 양을 세는데... 폴짝폴짝 팔짝팔짝 매애애애애. 양들이 어찌나 돌아다니는지 키키도 못 세는 건 마찬가지야. “이런, 스무 마리가 다 있기는 한 거야? 자꾸자꾸 세어 봐도 자꾸자꾸 틀려.” “안 되겠어. 한 마리씩 번호를 붙여 보자.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키키는 숫자 카드를 만들었어. 분명 아기 양이 스무 마리라고 했는데, 키키는 왜 20이라고 쓰는 거지? 일부러 어렵게 써서 나를 헷갈리게 해 놓고 몰래 잡아먹으려는 거 아냐?’ 크크는 언제나 ‘하나, 둘, 셋...’이라고만 세기 때문에 ‘스무 마리’가 정말 ‘20마리’인지 알 수가 없었어. 크크가 키키에게 말했어. “20마리가 스무 마리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그러자 키키는 배꼽을 잡고 웃는 거야. “키키키, 20마리가 스무 마리랑 같다는 걸 몰랐단 말이야? 내가 숫자 카드를 내밀면 네가 하나씩 세어 보든가.” “그래, 좋아!” 크크는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지. 그러는 동안 아기 양들은 요리조리 숨기에 바빴어. 식탁 밑으로, 커튼 뒤로. “이러다간 아기 양들을 셀 수가 없겠어.” “아기 양들을 모두 장난감 기차에 태우면 세기에 좋지 않을까?” “맞아,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키키는 으쓱거리면서 호루라기를 불었어. “얘들아, 기차놀이 하자!” “칙칙폭폭 칙칙폭폭 뿌우!” 요기조기 숨어 있던 아기 양들은 신이 나서 폴짝폴짝 기차에 올라탔어. 크크와 키키는 둘씩 묶어서 얼른 세어 보았어. “둘, 넷, 여섯, 여덟, 열, 열둘, 열넷, 열여섯, 열여덟, 스물.” “2, 4, 6, 8, 10, 12, 14, 16, 18, 20.” ‘한 마리도 빠짐없이 다 있군. 하지만 어떻게든 내가 더 많이 먹어야지.’ 크크와 키키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키키, 양들에게 풀을 실컷 먹인 뒤에 살찌워서 잡아먹는 게 어때?” “그거 좋은 생각인걸?” 키키는 아기 양을 한 마리씩 집 밖으로 내보냈어. “스물에서 한 마리 나가면 열아홉. 또 한 마리 나가면 열여덟. 열일곱, 열여섯, 열다섯, 열넷, 열셋, 열둘, 열하나,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 키키도 양들을 세었지. “20에서 하나 줄어들면 19. 또 하나 줄어들면 18. 17, 16, 15, 14, 13, 12, 11, 10, 9, 8, 7, 6, 5, 4, 3, 2, 1.” ‘풀숲에 숨은 아기 양을 몰래몰래 잡아먹어도 키키는 모를 거야.’ ‘풀밭에서 한두 마리 없어져도 크크는 절대 모를 거야.’ 크크와 키키는 서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하면서 집을 나섰지. “아이고, 정말 고마워요. 아기는 무사히 낳았답니다. 고생 많았지요?” 이런, 암소 아줌마가 돌아온 거야. 고맙다며 암소 아줌마가 준 선물은 크크와 키키가 제일 싫어하는 풀로 만든 과자! “풀만 먹는다고 해서 많이 샀어요.” 크크와 키키는 풀과자만 우적우적 씹어 먹었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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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타 섬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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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조이와 재키는 해적을 만났었대. 못 믿겠다고? 들어 보면 믿지 않고는 못 배길 거야. 둘은 해변에 놀러 갔다가 근사한 배 한 척을 발견했지. 조이와 재키는 배에 올라 선장실을 기웃거렸어. 그런데 말소리가 들려서 후다닥 숨었지. “문제를 풀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거 해적 체면이 서질 않는군. 이 종이에 적힌 문제를 풀어야 우타타 섬의 보물을 차지할 텐데...” 해적 선장이 한숨을 쉬었어. “에, 에, 에취!” 그런데 하필 재키가 재채기를 해서 둘은 꼼짝없이 잡혀 버렸대. “제발 돌려보내 줘요!” 재키가 울면서 부탁하자 선장이 말했어. “좋아, 종이에 적힌 문제를 해결하면 당장 풀어 주지.” 이렇게 해서 조이와 재키는 해적들과 우타타 섬으로 가게 됐대. 우타타 섬에 도착하자, 선장은 문제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어. “만약 문제를 못 풀면 섬에 버리고 갈 줄 알아!” '이 섬에 있는 물떼새 알과 바다제비 알 중 어떤 알이 더 많은가? 알이 더 많은 새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라!' 조이는 곰곰 생각하더니, 해적들을 시켜 알을 모아 오게 했어. “물떼새알이 13개. 바다제비알이 12개예요. 어떤 알이 더 많은지 알 것 같아요!” 조이가 소리쳤어. 조이는 먼저 두 종류의 알을 각각 10개씩 묶었어. 손가락 개수만큼 10개씩 묶으면 세기에 편했으니까. 두 종류의 알이 똑같이 1묶음씩이었지. “이제 나머지 알만 비교하면 돼요. 물떼새알의 나머지는 3개, 바다제비알의 나머지는 2개! 그러니까 물떼새알이 바다제비알보다 1개 더 많아요.” 조이가 문제를 풀자, 선장이 큰 소리로 외쳤어. “물떼새야!” 그러자 물떼새가 날아와 종이 한 장을 떨어뜨렸어. 그 종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적혀 있었지.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의 수를 더하면 몇 마리인가? 더한 수만큼 언덕의 계단으로 올라가라.' “두 번째 장소는 호수다! 당장 호수로 가자!” 해적 선장이 말했어. 호숫가 배에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들이 팔딱이고 있었지. 조이는 종이에 적힌 대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 “이것도 10개씩 묶어 보면 돼요. 작은 물고기는 1묶음에 나머지가 0이니까 10마리, 큰 물고기도 1묶음에 나머지가 0이니까 10마리! 묶음은 묶음끼리, 나머지는 나머지끼리 더하면 2묶음에 나머지가 0, 모두 20마리예요.” 조이가 외치자, 모두 헐레벌떡 언덕으로 향했어. “뭐 이리 갈림길이 많아?” “20번째 계단까지만 올라가면 돼요.” 조이의 말처럼, 20번째 계단에 또 다른 계단이 연결되어 있었어. 그 계단으로 올라가니 아름다운 정원과 나무들이 나타났지. 그리고 떡하니 보물 상자가 놓여 있지 뭐야. 보물 상자 앞에는 문제가 적힌 종이가 있었어. '정원에 있는 초록색 열매와 빨간색 열매를 모두 더하면 몇 개인가?' 더한 숫자가 적힌 구멍에 열쇠를 꽂아라! (단, 열쇠를 잘못 꽂으면 영원히 열 수 없다. 조이는 초록색 열매와 빨간색 열매를 따서 재빨리 세었어. “이번에도 10개씩 묶어 보면, 초록색 열매는 1묶음에 나머지가 1이니까 11개, 빨간색 열매는 1묶음에 나머지가 4니까 14개! 묶음은 묶음끼리, 나머지는 나머지끼리 더하면 2묶음에 나머지가 5, 모두 25개예요.” 조이는 세 번째 문제도 쉽게 풀었어. 조이는 25번 구멍에 열쇠를 넣었어. 찰칵, 하고 보물 상자가 열렸지. 해적들은 잔뜩 기대에 차서 들여다보았어. “애걔, 이게 뭐야?” 보물 상자에는 상어 이빨로 만든 목걸이가 들어 있을 뿐이었어. 그때 숲속에서 우타타 사람들이 달려 나왔지. 해적들과 재키는 너무 놀라 나무 뒤로 숨었어. “세 문제를 모두 풀었으니 지혜로운 왕이 될 만하오. 제발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시오.” 우타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나서서 조이에게 말했어. 우타타 사람들은 지혜로운 왕을 찾으려고 보물 상자를 놓아두었던 거야. 하지만 조이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우타타 섬의 왕이 될 수는 없었어. 우타타 사람들은 무척 실망했지만, 조이와 재키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대. 해적들은 몰래 보물을 훔치려다가 우타타 사람들에게 혼이 났지. 그래서 멀리멀리 도망쳐 버렸다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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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비아라 성 똥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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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장난감이 가득한 칸타비아라 성!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곳의 장난감은 산타에게 보내져요. 그런데 이 성을 지키는 똥깡이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못된 장난감 귀신들이 장난감을 이리저리 숨겨 놓기 때문이지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산타로부터 편지가 왔어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장난감을 모아 달라는 얘기였지요. 똥깡이와 조수는 자루를 챙겨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성안에는 다섯 개의 문이 있었지요. “장난감 자동차가 어느 방에 있지?” 왼쪽에서 첫째 방인 것 같은데요? 아니, 오른쪽에서 둘째 방인가? 아차차!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한가운데 방이네요. 장난감 자동차를 모아 주세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똥깡이는 장난감의 위치가 표시된 두루마리를 꺼냈어요. “노란 책장 앞에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담아 줘.” 그런데 조수는 파란 책장 앞의 시계를 담으려고 했어요. “파란 책장 말고, 노란 책장이라니까!” “아, 예!” “의자 옆에 있는 뱅글뱅글 레미콘도 담아 주고.” “테이블 아래, 의자 위에 있는 꼼짝 마 경찰차도 담아 줘.” 하지만 테이블 아래, 의자 위에는 경찰차 대신 쪽지가 하나 있었지요. 에잇, 장난감 귀신들이 또 장난을 쳤어! 의자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경찰차를 찾고 싶으면 테이블 아래, 의자 아래를 찾아라! 그 아래, 그 아래. 장난감 귀신 똥깡이는 다시 쪽지를 살펴보았어요. 그랬더니 깨알 같은 글씨가 보였어요. ‘그 아래, 그 아래.’ “맙소사!” 양탄자 아래에 마루가 있고, 마루 판자를 뜯어내자 그 아래에 꼼짝 마 경찰차가 숨겨져 있었어요. 그때 산타에게서 새로운 편지가 도착했어요. 똥깡이와 조수는 그 방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인형의 위치가 적힌 또 다른 두루마리를 들여다보았지요. 부드러운 털로 된 동물 모양 인형을 모아 주세요. “가장 아래 줄, 왼쪽에서 둘째 칸에 있는 수달 인형을 가져다줘.” 조수는 곧바로 수달 인형을 찾아냈어요. “가장 위 줄, 오른쪽에서 셋째 칸에 있는 원숭이 인형도!” 그런데 이번에는 거북 인형을 들고 왔어요. “그건 왼쪽이잖아! 오른쪽에서 셋째 칸이라니까.” 조수는 간신히 원숭이 인형을 찾았어요. “아래에서 셋째 줄, 오른쪽에서 첫째 칸에 있는 호랑이 인형도 필요해.” 하지만 손을 넣어 봐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어요. “저, 아무것도 없는데요.” “너 또 엉뚱한 곳에서 찾은 것 아니야?” “아, 아닌데요.” 조수는 인형 대신 쪽지 하나를 갖고 왔어요. 호랑이 인형을 찾고 싶으면 목욕탕으로 올 것! 장난감 귀신 화가 난 똥깡이와 조수는 목욕탕으로 갔어요. 거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지요. ‘손 씻기나 목욕 중, 하나를 선택하라.’ 욕조 안에는 오리 인형이, 세면대 안에는 비누가 놓여 있었어요. “손을 씻는 쪽이 더 쉬울 것 같아.” 똥깡이는 손에 비누칠을 한 뒤에 수도꼭지를 틀었어요. 그 순간 수도꼭지가 샤워기처럼 변해 버렸지요. 물이 폭포처럼 튀어서 똥깡이와 조수는 흠뻑 젖었고요. “이런 못된 귀신들!” 똥깡이가 수건을 꺼내려고 수납장을 열자, 바로 그곳에 호랑이 인형이 들어 있었어요. 커다란 자루가 어느새 장난감으로 가득 찼어요. 똥깡이와 조수는 자루를 흐뭇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문득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요. 자루 속에 들어간 똥깡이가 끈을 당기자마자 커다란 자루가 마구 흔들리더니 어딘가로 풀썩 떨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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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고 가벼워서 나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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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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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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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을에 신기한 아저씨가 나타났어. “머리카락을 뽑아서 후후 불어 봐! 신나는 놀이 기구가 짠 하고 나타난단다.” 아저씨의 말을 듣고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 “자, 먼저 온 다섯 친구들에게만 특별히 선물을 주지. 하지만 꽝도 있다는 걸 알아 두렴.” 아저씨가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서 후 불자, 시끌벅적 놀이공원이 되었어. 나무늘보가 아저씨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후 불자 꽝! 고릴라, 타조, 하마도 꽝! 꽝! 꽝! 그런데 고양이가 머리카락을 불자, 하늘 자전거가 펑 하고 생긴 거야. “이번 놀이 기구는 키 큰 친구가 타면 좋겠구나. 고양이 대신 키 큰 친구가 타 보겠니?” 어느새 하늘 자전거 조종사로 변한 아저씨가 외쳤어. "저요! 저요!" "아니, 아니, 키 큰 순서대로 줄을 서." "내 키도 크단 말이야." "왜 이래? 내 키가 더 커." "웃기지 마, 내 키가 더 커." "내 키가 가장 커." "와! 하늘을 난다." 가장 키 큰 타조가 하늘 자전거를 타며 소리쳤어. 친구들이 다시 머리카락을 뽑아서 후 불자 꽝! 꽝! 꽝! 꽝! 그런데 고양이가 머리카락을 불자, 빙글빙글 놀이 기구가 펑 하고 생긴 거야. 빙글빙글 놀이 기구는 무거운 친구가 타면 좋겠는걸? 가장 무거운 친구가 나와 보겠니? 어느새 빙글빙글 조종사가 된 아저씨가 외쳤어. "저요! 저요!" "아니, 아니. 무거운 순서대로 줄을 서." "나도 무겁다고!" "내가 더 무거워." "흥, 내가 더 무거워." "천만에, 내가 더 무거워." "내가 가장 무거워." 가장 무거운 하마가 빙글빙글 놀이 기구를 탔어. 친구들이 또다시 머리카락을 뽑아서 후 불자 꽝! 꽝! 꽝! 꽝! 이번에도 고양이가 머리카락을 불자 정글 보트가 펑 나온거야. “긴 노를 저으려면 팔다리가 긴 친구가 좋겠군. 팔다리가 긴 순서대로 줄을 서 봐.” 어느새 정글 보트 조종사가 된 아저씨가 외쳤어. 결국, 팔다리가 가장 긴 고릴라가 정글 보트를 탔어. 이번에도 고양이는 탈 수 없었지. ‘왜 나만 안 태워 주는 거야?’ 고양이는 무척 섭섭했어. 고양이는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을 후 불었지. 그랬더니 엄청나게 빠른 번개 열차가 펑 하고 나온 거야.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어느새 번개 열차 조종사가 된 아저씨가 나무늘보를 끌고 열차에 타 버린 거야. "이렇게 빠른 번개 열차는 나무늘보처럼 느린 친구가 타야 어울리지!" 그러더니 아저씨는 펑 하고 사라져 버렸어. “으아앙!” 고양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머리카락만 잘 뽑으면 뭐해. 너희는 한 번씩 다 탔지만, 난 아무것도 못 탔잖아!” 고양이의 말에 친구들은 많이 미안해했어. “어, 어쩌지?” 그때 하늘에서 꽃무늬 천이 나풀나풀 날아왔어. “아, 바로 저거야!” 고릴라가 긴 팔로 꽃무늬 천을 잡았어. 다른 친구들도 천의 모서리를 잡고서 소리쳤지. “와, 멋진 트램펄린 같은걸?” “네가 말만 하면 언제든지 우리가 트램펄린을 태워 줄게.” 친구들은 고양이를 하늘 높이 띄워 주며 말했어. “우아, 정말 신난다!” 고양이는 아주 오랫동안 하늘로 솟아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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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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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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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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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할머니의 침대 옆에는 커다란 바구니가 있어요. 바구니에는 뜨다만 뜨개질 거리가 가득해요. 오늘도 할머니는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어요. 작은 아이들에게 맞을 만한 예쁜 목도리지요. “내일 아랫마을 아이들이 놀러 온다고 했지? 다섯 뼘 길이니까 아이들에게 딱 맞을 거야.” 휘이잉, 덜컹! 휘이잉, 쾅! 잠을 자던 할머니가 큰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무, 무슨 일이야?” 창문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어요. “이러면 아이들이 올 수가 없잖아?” 할머니는 금세 울상이 되었어요.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집 앞에 쌓인 눈을 쓸기 시작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 걸음만큼 길을 내었지만 금세 눈이 또 쌓이고 말았지요. “후유, 아이들이 안 오면 떠 놓은 목도리들은 어디에다 쓴담?” 할머니는 한숨을 쉬었어요. 그날 밤,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할머니가 얼른 달려가 보니, 문 앞에 너구리와 여우 그리고 커다란 곰이 있었지요. 셋 다 눈밭을 헤매느라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오호라, 너무 추워서 왔구나. 그럼 어서 들어와야지. 암, 그렇고말고.” “몸이 꽁꽁 얼었구나.” 할머니는 쯧쯧 혀를 차더니 어젯밤에 떠 놓은 목도리를 가져와 너구리와 여우의 목에 둘러 주었어요. “어머나, 딱 맞네!” 문제는 커다란 곰이었어요. 할머니의 목도리로는 어림도 없었거든요. 할머니는 손가락을 쫙 벌려서 곰의 목둘레를 재어 보았어요. “한 뼘, 두 뼘, 세 뼘, 네 뼘 이런, 다섯 뼘도 넘잖아! 그럼, 팔로 재어 볼까? 어디 보자, 딱 한 아름이구나. 그렇다면 목도리는 아주 길어야 할 텐데.” “옳지, 남은 목도리를 모두 이어 보자.” 목도리는 곰에게 꼭 맞았지요. 할머니는 이번엔 동물들을 모두 눕게 했어요. “너구리의 키는 한 뼘, 두 뼘, 세 뼘이고, 여우의 키는 한 뼘, 두 뼘, 세 뼘, 네 뼘, 다섯 뼘이구나. 그리고 곰의 키는 이런, 이번에도 뼘으로는 잴 수가 없겠어. 양팔을 벌려서 재면 한 발, 두 발! 됐다, 됐어! 얘들아, 조금만 기다리렴.” 할머니는 동물들의 키를 재서 무엇에 쓰려는 걸까요? 할머니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어요. 한참 있다가 할머니가 가지고 나온 건 푹신푹신한 솜을 넣은 동물들의 이불이었어요. 덕분에 모두 포근하게 잠을 잘 수 있었지요. 어느 날 할머니는 집 안을 휘휘 둘러보다가 텅 빈 벽 앞에서 양팔을 쫙 벌려 보았어요. “이곳에 한 발만 한 그림 액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는 누군가 그 말을 듣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자, 눈이 녹기 시작했어요. 할머니가 잠시 밖에 나갔다 와 보니 집이 텅 비어 있었어요. “벌써들 갔나? 인사도 없이 가다니.” 할머니는 너구리와 여우, 곰이 다시 올까 싶어서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지요.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거실로 나가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텅 비어 있던 벽에 액자가 세 개나 걸려 있는 거예요. 할머니는 자세히 살펴보더니 깔깔깔 웃었어요. 액자 양 끝에 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거든요. “내 팔로 한 발이라고 했지, 언제 자기들 팔로 한 발이라고 했나? 푸하하하.” 할머니는 동물들 덕분에 한참을 웃고 또 웃었답니다. 눈이 오는 날,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가 눈 밟기를 해요. 출발하는 선을 그어 놓고 벤치나 가로등, 화단 등 정해진 곳까지 엄마와 함께 눈을 밟으며 걸어가요. 출발하는 선에서 정해진 곳까지 몇 걸음이나 떨어져 있는지 세어 보아요. 엄마 걸음으로는 몇 걸음, 내 걸음으로는 몇 걸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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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호랑이 떡 먹던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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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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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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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호랑이 세 마리가 떡할머니를 훔쳐보고 있었어요. “킥킥, 드디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되었어.” 호랑이들은 입맛을 다시며 침을 꼴딱꼴딱 삼켰지요. 저런, 할머니가 위험할 것 같다고요? 걱정할 것 없어요. 희한하게도 사람보다 떡을 더 좋아하는 호랑이들이거든요. 그래서 이름도 떡호, 떡랑, 떡삼이라나요? “에구머니!” 할머니는 무서운 꼬리점박이 호랑이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보아하니, 떡만 훔쳐 먹고 다닌다는 떡호랑이 삼총사인 거예요. 떡할머니는 떡을 모조리 빼앗길 것 같아 얼른 꾀를 내었어요. “에구, 호랑이들아! 마침 잘 만났다. 내 떡의 개수 좀 세어 주지 않으련? 우리 집 영감은 곶감보다 무섭기로 소문이 나서 내다 팔 떡이 50개보다 적으면 큰일이란다. 그런데 내가 눈이 침침해서 셀 수가 없구나.” 떡할머니는 떡이 50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수를 잘 세는 호랑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까짓 거! 내가 세어 드리지요.” “에구구, 고마워라. 50개를 세고 남는 떡은 모두 줄게.” 떡호가 차근차근 세기 시작했어요. “하나, 하나, 하나, 하나.” 그러자 떡랑이가 떡호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어요. “이런 바보! 하나, 하나가 뭐야? 내가 세는 걸 잘 보라고!” 이번에는 떡랑이가 세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세었는지 한번 볼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그런데 웬일인지, 열까지 센 떡랑이가 머뭇거렸어요. “열, 열, 열 다음이 뭐더라?” “어휴, 더 이상 못 보겠네. 내가 세는 걸 잘 좀 보라고!” 지켜보던 떡삼이가 나섰어요. “딱 50개잖아!” 떡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똑똑한 호랑이가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눈앞이 캄캄해진 떡할머니는 곰곰 생각하다 또 다른 꾀를 내었어요. “50개가 딱 맞구먼. 그런데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만 세어 줄래?” “내가 잘못 세었단 말이에요?” 떡삼이가 버럭 화를 냈어요. “그게 아니라 예전에도 개수가 맞지 않아 영감이 무척 화를 냈었거든. 한 번만 더 부탁해.” 그러고서 떡할머니는 호랑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떡 하나를 몰래 숨겼어요. 수 세기를 가장 잘하는 떡삼이가 다시 세어 보았어요. 떡할머니가 하나를 숨겼으니, 당연히 49개밖에 되지 않겠지요. “어찌 된 일이지? 아까는 50개였는데.” “에이, 바보! 너도 정확히 못 센 거잖아?” 자존심이 상한 떡삼이는 떡을 쫙 늘어놓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시 수를 세기 시작했어요. “차례대로 세어도 한 개가 모자라.” “거꾸로 세어 보아도 한 개가 부족하네?” “5개씩 묶어 세도 마찬가지네?” “10개씩 묶어 세도 1개가 부족해.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아이고, 한 개가 부족하니 집에 가긴 글렀네.” 떡할머니가 울상을 지으며 주저앉았어요. 그때 떡을 바라보던 떡호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어요. “아하,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요. 저기 유난히 큰 떡들이 보이지요? 그것을 반으로 잘라 섞어 놓으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떡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큰 떡만 골라내었어요. 골라낸 떡은 모두 10개였지요. 그러고는 각각 똑같은 크기로 나누었더니 59개가 되었어요. “됐다, 됐어! 어쨌든 50개는 넘었잖아?” 떡호랑이 삼총사는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그러나 떡할머니는 떡을 모두 빼앗길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호랑이들아, 고생 많았구나. 남은 떡 9개를 줄 테니 나누어 먹으렴.” 그러고는 느닷없이 소리를 꽥 질렀지요. “아이고, 곶감보다 무서운 우리 영감이 오네. 어서 도망쳐라, 호랑이들아!” 호랑이들은 꼬리가 빠질세라 언덕을 넘어 도망쳤어요. 떡호랑이 삼총사는 바위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헉헉댔어요. “하마터면 무서운 할아버지한테 잡힐 뻔했네.” “그러게. 떡할머니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러고는 바위에 걸터앉아 떡 9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어요. 개수를 어떻게 갈라야 할지 고민스러웠거든요. 과연 떡호랑이 삼총사는 어떻게 가르기와 모으기를 했을까요? “내가 수를 잘 세었으니, 5개는 먹어야 해.” “떡을 같은 크기로 나누는 것은 내가 생각해 냈다고.” “떡할머니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바로 나야.” 떡호랑이 삼총사는 서로 많이 먹겠다고 야단이었어요. 그때 떡삼이가 곰곰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가만, 떡이 9개니까 3개씩 나누면 되잖아!” “뭐? 네가 더 많이 먹으려고 꾀부리는 거지?” 그러자 떡삼이는 보란 듯이 떡을 하나씩 나누기 시작했어요. 떡할머니는 서둘러 장터로 향하고 있었어요. ‘후후, 호랑이들 덕분에 떡이 51개가 되었네. 그런데 고 녀석들 하는 짓이 생각할수록 귀엽단 말이야.’ 떡할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어요. 그 무렵, 호랑이들은 털을 비비며 빈둥거리고 있었어요. “아, 배고파. 떡 3개로는 모자란걸.” “어디서 떡 냄새가 솔솔 나는 것만 같아.” “시장에 나가면 떡장수가 있을지도 몰라. 한번 나가 볼까?” 떡호랑이 삼총사는 어슬렁거리며 마을로 내려갔어요. 시장에는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비단을 파는 사람, 붓을 파는 사람, 강아지를 파는 사람, 국밥을 파는 사람, 짚신을 파는 사람으로 북적였지요. “비단 한 필 사 가세요.” “붓 한 자루 사세요.” “강아지 한 마리 사세요.” “국밥 한 그릇 먹고 가세요.” “짚신 한 켤레 사 신으세요.” 어느새 떡이 많이 팔리고 20개밖에 남지 않았어요. 한 아주머니와 여자아이가 또 떡을 사 갔지요. “이제 8개만 더 팔면 되겠구먼.” 그런데 광주리 옆을 보니 보자기에 떡 4개가 떨어져 있는 거예요. 그때였어요. “으악! 호랑이다! 호랑이가 나타났다!” 장터 사람들은 이리저리 도망치느라 바빴지요. 떡할머니는 떡호랑이인 줄 알고 반가웠어요. 그러나 자세히 보니, 무서운 꼬리점박이 호랑이지 뭐예요. 떡할머니는 두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꼬리점박이가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떡호랑이 삼총사가 나타나 꼬리점박이를 혼내 주었거든요. “아니, 너희들이 어떻게.” “아이고, 호랑이가 사람을 구했네. 떡호랑이 만세!” 장터에 있던 사람들은 얼싸절싸 껴안고 기뻐했어요. 떡할머니는 떡호랑이 삼총사를 속였던 게 미안해졌지요. “떡이 12개 남았는데, 이거라도 먹으련?” 떡호랑이 삼총사는 허겁지겁 먹어 치웠어요. 그때부터 떡할머니는 고갯길을 지날 때마다 바위에 떡을 12개씩 놓아두곤 했답니다. 삼총사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을 수 있게요. 떡호랑이 삼총사가 12개의 떡을 몇 개씩 나누어 먹었을지 우리 친구들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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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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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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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네 집에는 동물 농장이 있어요. 개구쟁이 타조, 시끄러운 오리, 먹보 돼지, 수다쟁이 닭, 고집쟁이 염소, 숨어 사는 생쥐들도 있지요. 그중에서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무엇이냐고요? 타조도, 오리도, 닭도 아니랍니다. 그것은 바로, 공룡이에요. 하지만 마리의 엄마, 아빠는 공룡을 키울 수 없다고 하지요. 마리는 무척 심심했어요. 엄마, 아빠는 농장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바쁘거든요. 마리네 엄마, 아빠의 하루를 살펴볼까요? 아침에는 닭들이 낳은 알을 모으고, 점심때는 동물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요. 저녁에는 늑대가 동물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농장을 지키고요. 농장의 동물들은 마리가 안쓰러웠어요. “마리는 왜 만날 혼자 있을까?” “그야 우리보다 공룡을 좋아하니까 그렇지!” “그럼, 우리 가운데 하나가 공룡 옷을 입고 마리를 놀라게 하면 어떨까?” “와, 그거 재미있겠다!” “공룡은 키가 커야 하니까, 키가 가장 큰 친구가 공룡 옷을 입기로 하자!” 동물들은 키가 큰 순서대로 줄을 섰어요. 엄마 타조는 멀찌감치 서서 키가 가장 큰 동물을 골라내 주었지요. 바로, 아기 타조가 공룡 옷을 입게 되었어요. 딩동! 마리가 문을 열어 보니 집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어요. 상자에는 쪽지가 붙어 있었지요. ‘코리를 부탁해.’ 마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자를 열었어요. “근데 이렇게 작은 공룡도 있었나? 난 아주 커다랗고 꼬리가 긴 공룡이 좋은데. 아무렴 어때? 공룡인걸!” 다행히 마리는 아직까지 동물들의 장난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어요. “엄마, 아빠가 보시면 공룡은 안 된다고 하실 거야.” 마리는 얼른 코리를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런데 코리를 어디에 숨겨야 할까요? 마리가 저녁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코리는 옷장 안에서 무척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배가 고픈가?” 마리는 코리를 위해 풀을 뽑으러 나갔어요. 코리는 옷장 안에 숨어 있는 것이 무척 답답했어요. 하지만 공룡 옷을 벗으면 마리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아 꾹 참기로 했지요. 마리는 그릇에 풀을 담아서 코리에게 가져다주었어요. 하지만 코리는 시큰둥한 표정이었지요. “너무 조금인가?” 마리는 그릇에 가득 차도록 풀을 담아서 다시 가져다주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코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마리는 좀 더 넓적한 그릇에 풀을 담았어요. 그러자 코리는 무척 좋아하며 풀을 먹었어요. 하지만 그릇의 모양만 서로 다를 뿐 풀의 양은 똑같았어요. 코리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서 팔딱팔딱 뛰었지요. 모양이 똑같은 두 개의 그릇에 담아 보면 풀의 양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코리는 공룡 옷을 입고 있기가 점점 싫어졌어요. 옷장 안에 얼마 동안 숨어 있었는지도 궁금했고요. 그래서 마리가 표시해 놓은 달력을 바라보았어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코리가 공룡 옷을 입은 지 딱 일주일이 되었어요. 마리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코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집 안에만 있어서 답답해하는 걸까?’ 마리는 코리와 함께 산책을 나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엄마에게 들킬까 봐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코리에게 옷을 입혀 주기로 했어요. 코리에게 어떤 옷을 입혀야 할까요? 코리의 몸에 맞는 옷을 골라 보아요. “이제 간식을 챙겨 볼까?” 부엌으로 가 보니 식탁 위에 포도가 놓여 있었어요. “어떤 포도를 가져갈까?” 마리는 포도 알이 더 많이 붙어 있는 송이를 골랐어요. 어느 쪽이 더 많나요? “바구니 두 개에 과일을 가득 담아야지.” 마리는 부엌에 있던 다른 과일도 바구니에 담았어요. “윽, 바구니가 너무 무거워! 둘 중에 하나만 가져가야겠어.” 마리는 두 바구니를 양손에 들어 보았어요. 어느 쪽이 더 무겁나요? 집 밖으로 나온 코리는 농장을 마구 뛰어다녔어요. 다시는 갑갑한 옷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엄마 타조도 무척 그리웠고요. 코리가 옷을 벗어 던지자 마리가 놀라 소리쳤어요. “어? 그러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큰일이라고!” 그런데 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코리가 공룡 옷까지 벗어 던지는 게 아니겠어요? “공룡이 아니라 아기 타조였잖아!” 마리는 무척 실망했어요. 하지만 곧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요. 마리는 얼른 방으로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옷장을 뒤져 기다란 물건들을 찾아냈어요. “이 중에서 가장 긴 게 필요해.” 마리는 어떤 물건을 골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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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삼 형제와 숫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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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삼 형제가 놀이공원에 왔어. “와삭바삭 쿠키 먹을 친구는 빨리 오세요!” “와, 맛있겠다!” 판다 아저씨의 말에 원숭이 삼 형제는 쪼르르 뛰어갔어. “얘들아, 숲에서 보물 상자를 찾아오렴. 상자 속에 있는 숫자만큼 와삭바삭 쿠키를 줄게.” “숫자만큼이요?” “응, 숫자가 나타내는 수만큼.” 판다 아저씨가 원숭이 삼 형제에게 말했어. “와, 재밌겠다, 빨리 가자!” 원숭이 삼 형제는 숲으로 후다닥 달려갔지. 원숭이 삼 형제는 여기저기 샅샅이 살폈어. 그리고 잠시 후, “찾았다, 숫자 1이야!” “나는 숫자 2!” 첫째와 둘째는 신이 났어. 그런데 셋째는 고개를 갸웃갸웃! “내 상자에는 동그라미가 있어. 꼭 도넛같이 생겼네! 그럼 동글동글 도넛을 주나?” 원숭이 삼 형제는 숫자를 들고 판다 아저씨에게 갔어. “판다 아저씨, 숫자 1과 숫자 2가 나왔어요!” “그래. 숫자 1은 와삭바삭 쿠키 1개, 숫자 2는 와삭바삭 쿠키 2개를 주마.” “저는 도넛 닮은 동그라미가 나왔어요.” 셋째의 말에 판다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어. “오, 특별한 숫자를 찾았구나! 이건 도넛도 아니고, 동그라미도 아니야. 바로 ‘0’이라는 숫자란다.” “0은 쿠키가 몇 개인데요?” “여기 와삭바삭 쿠키가 1개 있어. 내가 이 쿠키를 꿀꺽 먹으면 어떻게 될까?” “쿠키가 없어져 버려요.” “맞아. 없어져서 아무것도 없지? 그게 바로 0이야.” 첫째는 숫자 1과 바꾼 쿠키 1개를 금방 먹어 버렸어. “냠냠, 맛있다. 내 쿠키가 없어졌으니 0이네.” “맞아.” “나도 와삭바삭 쿠키 먹고 싶은데.” 셋째가 울먹이자 둘째가 숫자 2와 바꾼 쿠키 2개 중 1개를 나누어 주었어. 둘째와 셋째도 사이좋게 쿠키를 다 먹고 외쳤어. “쿠키를 다 먹어서 아무것도 없으니 0!” “와삭바삭 쿠키를 먹어 버리면, 쿠키가 없으니 0!” “웽웽, 다리에 붙어 있던 파리가 날아가 버리면, 파리가 없으니 0!” “동글동글 비눗방울이 퐁 터져 버리면, 비눗방울이 없으니 0!” “그런데 얘들아, 0은 특별한 숫자라고 했지? 0은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만, 다른 숫자와 함께 있으면 완전히 달라진단다.” “0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보여 줄게. “0을 찾았으니, 다른 숫자를 고르렴.” 판다 아저씨는 숫자를 좌르르 펼쳤어. 셋째는 잔뜩 신이 났지. “저는 1을 고를래요. 그리고 0을 하나 더 골라도 돼요?” 판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어. “1 뒤에 0이 붙으면 10! 와삭바삭 쿠키가 10개야!” “우아, 신난다.” “0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떻게 될까? 10 뒤에 0이 붙으면 100!” “와삭바삭 쿠키가 100개란다!” 판다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어. “와, 쿠키가 100개요?” 셋째는 쿠키를 100개나 받았어. 원숭이 삼 형제는 놀이공원에 놀러 온 모든 친구들과 쿠키를 나누어 먹었지. 와삭, 바삭, 바사삭! 놀이공원은 행복한 소리로 가득 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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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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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나사를 조이고, 기름을 칠하자!” 오늘도 코뿔소는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었어. 멋진 자동차를 타고 세상을 구경하는 게 코뿔소의 꿈이거든. “어휴, 차고에 자동차가 꽉 찼네! 이걸 어쩌지?” 코뿔소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뚝딱뚝딱 표지판을 세웠어. ‘원하는 자동차를 빌려드려요!’ 소식을 듣고 알콩달콩 토끼 부부가 제일 먼저 찾아왔어. “코뿔소 씨, 신혼여행 갈 자동차를 빌릴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럼요! 토끼가 1, 2!” 코뿔소는 결혼한 토끼 2마리에게 딱 어울리는 예쁜 자동차를 빌려주었어. 이번에는 동글동글 판다 가족이 코뿔소를 찾아왔어. “코뿔소 씨, 가족 여행 갈 자동차를 빌리고 싶어요.” “좋아요! 좋아요! 판다가 1, 2, 3, 4!” 코뿔소는 판다 4마리에게 딱 맞는 자동차를 가져왔어. 부릉 부릉 부르릉! 자동차를 빌린 판다 가족은 손을 흔들며 여행을 떠났어. 코뿔소도 기분이 무척 좋았지. 꽥 꽥 꽥, 꽥꽥! 오리 유치원 선생님이 아기 오리들과 소풍을 가려고 자동차를 빌리러 왔어. “자, 모두 몇 마리가 타야 하는지 세어 볼게요.” 하지만 아기 오리들은 왔다 갔다 파닥파닥! “1, 2, 3, 4. 아이고, 다시!” 코뿔소는 아기 오리들의 수를 셀 수가 없었어. “아, 좋은 방법이 있어요!” 코뿔소는 돌돌돌 수레를 가져와 아기 오리들을 태웠어. 1, 2, 3, 4, 5, 6, 7, 8, 9, 10! 그리고 남은 오리는 2마리! “10마리씩 수레 1대에 태웠더니 2마리가 남았네. 그러면 모두 12마리!” “여기, 딱 12마리가 탈 수 있는 작은 버스가 있어요.” 코뿔소는 흐뭇한 마음으로 자동차를 빌려주었어. 오리 선생님은 아기 오리들을 차례차례 태웠지. “코뿔소 씨, 감사합니다!” 뛰뛰빵빵! 경적을 울리며 아기 오리들은 소풍을 떠났어.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려는데, 자동차 좀 빌려주세요!” 미어캣 가족이 우르르 찾아와서 말했어. “모두 몇 마리가 탈 거예요?” “우리는 수를 셀 줄 몰라요.” 그러자 코뿔소는 이번에도 돌돌돌 수레에 미어캣들을 태웠어. 1, 2, 3, 4, 5, 6, 7, 8, 9, 10! 하지만 아직도 미어캣들이 많이 남아 있었지. 코뿔소는 얼른 수레를 1대 더 가져왔어. 그리고 또 10마리를 태웠지. 그랬더니 남은 미어캣이 3마리! “10마리씩 수레 2대에 태웠더니 3마리가 남았네. 그러면 모두 23마리!” “마침, 딱 23마리가 탈 수 있는 큰 버스가 있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코뿔소는 웃으며 자동차를 빌려주었어. 그런데 며칠 뒤, 이걸 어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다람쥐가 몰려왔어! “코뿔소 씨, 우리에게도 자동차를 빌려주세요!” “이런! 나도 빌려주고 싶지만, 여러분 모두 탈 수 있는 자동차는 없어요. 어쩌죠?” 그러자 다람쥐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어. “우리는 숲에서만 살아서, 세상을 구경하는 게 꿈이에요.” 바로 그때, 코뿔소에게 좋은 생각이 번쩍! 코뿔소는 가지고 있던 수레 10대를 모두 가져왔어. “자, 여러분! 수레 1대에 10마리씩 타 보세요.” 다람쥐들이 수레에 모두 타니 10대가 가득 찼네! “10마리씩 수레 10대면 10, 20, 30, 40, 50, 60, 70, 80, 90, 100! 모두 100마리야!” 코뿔소는 수레를 차례차례 연결해 기차처럼 만들었어! “내 꿈도 멋진 자동차를 타고 세상을 구경하는 거예요. 운전은 내가 할 테니 우리 함께 떠나요.” 코뿔소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 부릉부릉, 돌돌돌! 날마다 자동차를 만들던 코뿔소가 드디어 여행을 떠났어. 100마리의 다람쥐들과 함께! 이제 코뿔소의 꿈도 이루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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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의 꿀 모으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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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윙! “우리는 달콤한 꿀을 따는 일벌들!” 일벌들이 부지런히 꿀을 날라요. 흐뭇한 미소를 짓던 여왕벌은 꿀의 개수를 세었어요. “1개, 2개, 3개, 4개, 5개. 흠, 겨우내 다 함께 먹으려면 모자라겠어. 일벌들아, 오늘부터 꿀통 6개씩 꿀을 담아 오렴.” 여왕벌이 일벌들에게 부탁했어요. 아침부터 일벌들이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산으로 들로 꽃을 찾아 붕붕붕. 달콤한 꿀을 모으러 붕붕붕. “1, 2, 3, 4, 5, 6! 꿀통 6개를 이제야 모두 날랐어! 아휴, 힘들어.” 벌집까지 꿀통을 1개씩 나르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졌지요. 어느 날, 엄마 백조가 아기 백조 2마리를 등에 태우고 둥둥둥 헤엄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본 일벌 비비가 소리쳤어요. “한 번에 2마리? 그래! 바로 저거야!” 다음 날, 비비는 꿀통 2개를 들고 나갔어요. 그리고 2개의 꿀통에 꿀을 담아 벌집으로 가져왔지요. “한 번에 1개씩 나르는 것보다 한 번에 2개씩 나르니까 훨씬 빠르네.” 친구들은 1개씩 날라서 1, 2, 3! 비비는 2개씩 날라서 2, 4, 6! 꿀통 6개를 다 나른 비비는 팔랑팔랑 날개를 말리며 편히 쉬었어요. 친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비비에게 물었어요. “비비야, 일 안 하고 뭐 해?” “난 벌써 끝났어.” “어? 벌써 끝났다고?” “응, 꿀통을 한 번에 2개씩 날랐더니 금방 끝나더라.” 비비는 꿀통 2개를 흔들어 보였어요. 다음 날, 비비와 친구들이 꿀을 모으러 나섰어요. 저마다 꿀통을 2개씩 들고서요. 비비와 친구들 모두 꿀통 6개를 금방 날랐지요. “2, 4, 6! 한 번에 2개씩 나르니 정말 빠르지?” 며칠 후, 비비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얘들아, 꿀통을 한 번에 3개씩 나르는 건 어때? 2개씩 나르는 것보다 더 빨리 끝나지 않을까?” “그래! 우리 3개씩 날라 보자!” 비비의 말에 친구들은 꿀통을 흔들며 좋아했어요. “2, 4, 6! 2개씩 나르는 것보다!” “3, 6! 3개씩 나르는 게 더 빨라!”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으악, 말벌이다! 말벌들이 침입했다!” 갑자기 일벌들이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모두 여왕님을 지켜라!” 비비와 친구들은 재빨리 여왕벌을 둘러쌌어요. “말벌들을 막아라! 모두 총공격!” 일벌들은 무시무시한 말벌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어요. 다행히 말벌들을 겨우 물리쳤어요. 하지만 많은 일벌이 다쳤지요. “얼마나 많은 일벌이 다친 거지?” “1, 2, 3, 4, 5. 5마리? 아, 너무 헷갈려. 여기저기 누워 있어서 제대로 셀 수가 없어. 그럼 꿀통을 나를 때처럼 3마리씩 묶어서 세어 볼까?” 비비와 친구들은 다친 일벌들을 3마리씩 나뭇잎 침대에 눕혔어요. “3, 6, 9! 9마리나 다쳤네.” 3마리씩 묶어 세니 쉽고 빠르게 셀 수 있었어요. 비비와 친구들은 다친 일벌들을 돌봐 주었어요. 여왕벌도 정성을 다해 다친 일벌들을 보살폈지요. “용감한 일벌들아, 정말 고맙구나! 얼른 나으렴.” 어느덧 흰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이 왔어요. 하지만 벌집 안은 따뜻했고, 달콤한 꿀도 넘쳐났지요. 이게 모두 비비와 친구들이 꿀통을 한 번에 2개씩, 3개씩 나른 덕분이에요. 행복한 일벌들은 더욱 신나게 몸을 흔들며 윙윙윙, 붕붕붕, 춤을 추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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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머리 끈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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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착한 라이몬은 친구들을 좋아해요. 그런데 친구들은 라이몬만 나타나면 모두 도망가 버리지요. 왜냐하면 라이몬은 무시무시해 보이는 사자거든요. ‘친구들은 내가 무서운가 봐. 같이 놀고 싶은데.’ 라이몬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때였어요. “손님, 머리 끈 보고 가세요. 100원이면 예쁜 머리 끈을 살 수 있어요. 머리 끈으로 깜찍하게 변신해 보세요.” ‘머리 끈으로 묶으면 깜찍해진다고? 그럼 친구들이 나랑 놀고 싶어 할지도 몰라. 사자, 머리 끈 사자!’ 라이몬은 알록달록 머리 끈을 구경했어요. “빨간 머리 끈 주세요!” 라이몬은 지갑에서 100원짜리 동전 1개를 꺼냈어요. “잘 골랐어요. 빨간 머리 끈은 인기가 정말 좋답니다.” “저, 어때요?” 라이몬은 머리 끈으로 갈기를 묶은 뒤 가게 주인에게 물었어요. “어머나! 정말 깜찍해 보여요.” 그때 장갑 가게가 보였어요. ‘내 손이 너무 커서 친구들이 무서워했어. 장갑을 끼면 손이 작아 보일 거야.’ “손님, 장갑 사세요. 장갑 1켤레에 400원이랍니다. 100원짜리 동전 4개면 귀여운 장갑을 살 수 있어요.” ‘손모아장갑 정말 귀여워 보이는데! 사자, 장갑 사자!’ 하지만 라이몬에게는 500원짜리 동전밖에 없었어요. 라이몬이 망설이자 장갑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말했어요. “500원은 100원짜리 5개와 같답니다.” 라이몬이 500원을 내자 장갑 가게 주인이 100원을 거슬러 주었어요. “깜찍한 머리 끈에 귀여운 장갑까지 끼었으니 이제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지.” 그때 안경 가게가 보였어요. ‘저 콧수염 안경 진짜 재미있게 생겼는걸? 저걸 끼면 다들 까르르까르르 웃을 거야. 좋았어! 사자, 안경 사자!’ 라이몬은 성큼성큼 안경 가게로 들어갔어요. “콧수염 안경 좀 써 봐도 될까요?” “그럼요! 이 안경은 코에 척 올리기만 하면 돼요. 여기 있는 안경들은 모두 1개에 800원이랍니다.” 라이몬이 지갑을 열어 보니 500원짜리 동전 1개, 100원짜리 동전 1개, 1000원짜리 종이돈 1장이 있었어요. 안경 가게 주인은 종이돈을 보고 말했어요. “1000원짜리네요.” “이걸로 안경을 살 수 있나요?” “물론이지요! 1000원은 100원짜리 10개와 같아요.” 안경 가게 주인은 1000원을 받고, 100원짜리 동전 2개를 내어 주었지요. 깜찍하고, 귀엽고, 재미있는 사자로 변신한 라이몬은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이제 친구들도 나를 좋아하겠지? 자, 친구들을 만나러 출발!” 그런데 친구들은 라이몬과 생각이 달랐어요. “라이몬이 화가 났나 봐. 머리 끈으로 갈기를 묶었어!” “장갑까지 꼈네. 권투를 하려나 봐!” “저 안경은 또 뭐야? 더 무서워 보여!” 친구들은 라이몬이 나타나자 모두 도망갔어요. 토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했지요. “토끼야, 괜찮아?” 라이몬은 얼른 장갑을 벗고 머리 끈을 풀어서 토끼의 다친 다리를 살포시 묶어 주었어요. “고, 고마워. 라이몬.” “어? 라이몬 정말 친절한데!” “라이몬, 우리랑 같이 놀자!” 라이몬은 깜찍하고, 귀엽고, 재미있는 사자는 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사자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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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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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신난다!” 우리 가족은 오늘 새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내가 마당으로 뛰어 들어가자, 강아지 별이도 총총 따라왔지요. 나는 별이 앞에! 별이는 내 뒤에! “엄마, 엄마, 내 방은 어디예요?” “오른쪽에 있는 방이 네 방이야.” “오른쪽이요?” 거실로 들어서자, 파란색 문이 2개 보였어요. “응! 시우야, 로봇을 번쩍 들어 봐.” 나는 엄마 말대로 로봇을 번쩍 들었어요. “시우가 로봇을 든 손이 오른손이야. 오른손이 있는 쪽이 바로 오른쪽이란다.” “시우야, 반대편 손도 들어 봐.” 나는 반대편 손도 번쩍 들었지요. “그 손이 왼손이야. 왼손이 있는 쪽이 왼쪽!” “그럼, 엄마 아빠 방은 왼쪽이네요! 엄마 아빠 방은 왼쪽! 내 방은 오른쪽!” “앗, 내 자동차다!” 내 장난감 자동차에는 비밀 트렁크가 짠! 트렁크 안에는 곰돌이가 있었어요. “곰돌아, 잠깐 밖으로 나와. 로봇부터 데려다줄 거야.” 곰돌이는 트렁크 밖으로! 로봇은 트렁크 안으로! 부릉부릉, 내 방으로 출발! “우아!” 나는 내 방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트렁크 안에서 로봇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어요. “엄마 아빠랑 찍은 사진이다. 헤헤!” 책상 위에는 액자도 있었지요. “아이코!” 액자를 들고 뒷걸음질하다가 넘어질 뻔했어요. 장난감 자동차에 걸렸지, 뭐예요? 나는 책상 아래로 자동차를 밀어 넣었어요. “책상 아래가 네 자리야. 여기에서 조금만 쉬고 있어. 알았지?” 그런데 내 침대 위에 상자가 있었어요. “엄마, 저 주황색 상자는 뭐예요?” “어, 아빠가 시우에게 주는 선물이야.” “선물이요?” 나는 얼른 주황색 상자를 열어 보았어요. “야호, 신난다! 상자 안에 축구공이 있네!” 나는 상자 안에 있던 축구공을 상자 밖으로 꺼냈어요. 상자 안에는 아빠의 편지도 있었지요. 시우야, 축구공 갖고 싶다고 했지?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아빠랑 축구하면서 신나게 놀자! 시우를 사랑하는 아빠가. 나는 축구공과 편지를 들고 거실로 후다닥 나왔어요. 창밖을 보니, 아빠가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 골대를 만들고 있었어요. 이삿짐 정리가 끝나고 우리 가족은 자장면을 먹었어요. “아빠, 나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질도 잘해요. 오른손이 있는 쪽이 오른쪽이에요. 아빠는 시우 오른쪽! 엄마는 시우 왼쪽!” “하하! 우리 시우, 대단한데.” 자장면을 다 먹고 아빠랑 축구를 했어요. 오른발로 축구공을 뻥 찼는데,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우아, 골인이다!” 나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지요. 넓은 마당에서 축구도 할 수 있는 우리 집이 나는 정말 좋아요. 사람이나 사물이 있는 자리를 ‘위치’라고 해요. 위치를 나타낼 때는 다른 사물과 같이 이야기해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위와 아래를 설명할 때 먼저 기준을 정해요. 책상을 기준으로 하면 책상 위에는 액자와 로봇이, 책상 아래에는 장난감 자동차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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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요, 원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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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원맨이야! 원을 그려서 문제를 해결하지. 원이 뭐냐고? 아주 동그란 동그라미가 원이야. 내 매직 방패와 매직 연필만 있으면 원을 척척 그릴 수 있어. “도와줘요, 원맨!” 어디선가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어. “원맨, 출동!”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자동차 바퀴가 뻥! 터져 있었어. 바퀴는 원 모양이니 내가 도와줘야겠군. “줄었다 늘었다 매직 방패, 자동차 바퀴 크기로 변해라! 얍!” 매직 방패가 자동차 바퀴 크기로 변하자, 매직 연필로 원둘레를 빙그르르! 동그란 원이 그려졌어! “삐죽 튀어나오거나 모난 데 없이 둥글게 잘 이어졌어. 좋아!” “동글동글 동그란 원은 데굴데굴 자동차 바퀴로 변신! 얍!” 원을 휘리릭 던지자, 원이 자동차 바퀴로 바뀌더니 터진 바퀴 자리에 착! “원 모양의 새 바퀴는 씽씽 잘 굴러갈 거예요!” “고마워요, 원맨!” 엄마와 아이가 박수를 쳤어. 그때, 건너편에서 밧줄맨이 밧줄을 안고 낑낑대며 걸어왔어. 앗, 그런데 길 위에 맨홀 뚜껑이 없어! “밧줄맨, 조심해!” 수북한 밧줄 때문에 앞이 안 보이나 봐. 내가 도와줘야겠군! 아참, 맨홀 뚜껑도 원 모양이지? “줄었다 늘었다 매직 방패, 맨홀 뚜껑 크기로 변해라! 얍!” 매직 방패가 맨홀 뚜껑 크기로 변하자, 매직 연필로 원둘레를 빙그르르! “동글동글 동그란 원은 동글납작한 맨홀 뚜껑으로 변신! 얍!” 원을 휘리릭 던지자, 원이 맨홀 뚜껑으로 바뀌더니 맨홀 구멍 위에 탁! “원맨, 고마워! 덕분에 안 다쳤어. 네가 좋아하는 와플 먹으러 가자.” 나는 밧줄맨과 함께 와플 가게에 왔어. “반으로 접힌 와플을 펼치니, 원 모양이네!” “맞아! 원 모양은 어느 쪽으로 접어도, 딱 포개져!” “우아, 원은 정말 신기해!” 와플을 맛있게 먹고 놀이공원 근처를 지날 때였어. “도와줘요, 원맨!” “어? 누군가 또 나를 찾고 있어!” 나는 밧줄맨과 함께 쏜살같이 뛰어갔어. 놀이공원 입구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어. 입장 시간이 다 됐거든. “어서 와요, 원맨! 대관람차의 커다란 바퀴가 고장 났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쩌지? 이번에는 나도 도울 방법이 없었어. 매직 방패는 내 키만큼까지만 늘어나거든! “내 매직 방패로는 그렇게 큰 원을 그릴 수 없는데, 어떡하죠?” “잠깐! 좋은 생각이 났어.” 밧줄맨은 밧줄 끝에 매직 연필을 묶어 내게 주었어. 그리고 밧줄의 반대쪽 끝은 나무 막대에 묶어 땅에 쿵! 박았지. “원맨, 밧줄이 팽팽해지는 곳까지 가서 한 바퀴 돌아 봐.” 나는 밧줄맨의 말대로 매직 연필을 잡고 한 바퀴 돌았어. 그랬더니 아주 커다란 원이 그려졌어! 놀이공원 직원은 커다란 원을 보고 깜짝 놀랐어. “우아, 정말 대단해요!” 나는 얼른 큰 소리로 외쳤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원은 대관람차 바퀴로 변신! 얍!” 원을 스르르 밀자, 커다란 원이 대관람차 바퀴로 바뀌더니 대관람차로 날아가 턱! 드디어 대관람차의 커다란 바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 “원맨 만세! 밧줄맨 만세!” 놀이공원 직원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 “동글동글 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 원맨을 불러 주세요!”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도형이에요. 원은 둥근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뾰족하거나 모난 부분이 없어요. 원은 어느 방향에서 접어도 반으로 딱 포개져요.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어도 완전히 포개져요. 원을 접고 또 접었을 때 생기는 선들이 만나는 곳이 바로 원의 중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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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병원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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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망가진 장난감을 싣고 구급차가 들어왔어요. 여기는 튼튼 장난감 병원이에요. 이곳에서 튼튼하게 고쳐진 장난감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요. 저녁이 되자, 장난감들이 하나둘 모였어요. “새로 붙인 내 꼬리 좀 봐. 멋지지?” 공룡 인형 크앙이가 원뿔 모양의 꼬리를 흔들흔들! “멋진데! 내 팔도 마음에 들어.” 로봇 삐리삐리는 삼각기둥 모양의 팔을 접었다 폈다! “내일, 상자에 나를 포장할 거래. 사각기둥 모양이라 튼튼해 보이지?” 크앙이는 집에 돌아갈 생각에 신이 났어요. “난, 이 상자에 포장한대!” 삐리삐리가 원기둥 모양 상자에 걸터앉아 말했어요. “원기둥은 넘어지면 데굴데굴 구를 것 같아. 그러다 또 다치면 어떡해?” 크앙이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일부러 던지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삐리삐리가 씩 웃었지요. 그때였어요. 도르르르르! 고양이 놀이 공 돌돌이가 신나게 굴러왔어요. “돌돌아, 조심조심 다녀. 그러다 방울이 또 빠지겠어!” 크앙이가 돌돌이를 잡아 주었어요. “얘들아, 나도 내일 집에 갈 수 있대.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 구르게 돼. 동글동글 구 모양이라서 그런가 봐. 헤헤!” “그래도 조심해야지!” 삐리삐리도 돌돌이를 걱정했어요. 바로 그때! 문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박박박! 벅벅벅! “이, 이게 무슨 소리야?” 크앙이와 돌돌이는 깜짝 놀라 삐리삐리 뒤로 얼른 숨었어요. “괴, 괴물인가 봐!” 크앙이와 돌돌이는 무서워서 두 눈을 꼭 감고 벌벌 떨었어요. 상자로 성벽을 쌓아야겠어. 상자는 반듯하니까 차곡차곡 높이 쌓을 수 있을 거야. 그럼,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겠지.” 삐리삐리는 사각기둥 모양의 커다란 상자를 먼저 놓고, 그 위에 작은 상자를 착착 쌓아 올렸어요. 순간 괴물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갑자기 괴물이 다다다다! 성벽을 향해 달려오지, 뭐예요? 쿵! 괴물이 부딪치자, 성벽이 와르르 무너졌어요. 삐리삐리가 소리쳤어요. “우리에겐 원기둥이 남아 있어! 얘들아, 빨리 원기둥을 눕혀서 굴리자!” 데굴데굴 굴러가는 원기둥에 괴물이 우당탕! 넘어졌어요. 하지만 괴물은 다음에 굴러온 원기둥을 가볍게 삭삭삭! 피했어요. 원기둥은 앞뒤로만 굴러갔거든요. 삐리삐리와 크앙이, 돌돌이는 친구들을 불렀어요. 그 소리를 듣고 공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통 통 통 굴러왔어요. 괴물은 이쪽저쪽에서 몰려드는 공 친구들을 피하지 못했어요. “어이쿠, 아야! 캬옹!” 그런데 갑자기, 돌돌이가 괴물을 향해 또르르 굴러갔어요. “어? 내 친구 야옹이 목소리인데?” 삐리삐리가 손전등을 환하게 비췄어요. “돌돌아! 나야.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다옹!” “야옹아! 너였구나!” 돌돌이와 야옹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뒹굴뒹굴 기뻐했어요. “야옹아, 난 다 나았어. 내일 집으로 갈 거야.” “정말 잘됐다옹.”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어요. 장난감 친구들은 야옹이의 품에서 편안하게 콜콜 잠이 들었지요. 날이 밝으면, 장난감 친구들은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원기둥은 위와 아래쪽이 원인 기둥을 말해요. 삼각기둥은 위와 아래쪽이 삼각형이고, 사각기둥은 어느 방향에서 봐도 사각형인 기둥이에요. 원뿔은 아래쪽이 원이고, 옆면이 곡면인 뿔을 말해요. 삼각뿔은 아래쪽이 삼각형이고, 사각뿔은 아래쪽이 사각형인 뿔이에요. 구는 평평한 곳도 뾰족한 곳도 없어요. 공처럼 생겨서 어느 방향이든 잘 굴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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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조아 선생님의 똑똑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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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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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유치원의 아이들은 해님반 다조아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선생님, 바깥 놀이 해요!” “좋아요!” “선생님, 그림책 읽어 주세요!” “좋아요!” 다조아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늘 귀담아들었어요. 그래서 모두 다조아 선생님을 좋아했지요. 반짝반짝 유치원 선생님들이 모였어요. “소풍을 언제 가면 좋을까요?” “햇빛 반짝 여름이 어때요?” “단풍 드는 가을은요?” 그러자 원장 선생님이 말했어요. “각자 가고 싶은 때에 도장을 찍어 주세요.” 여름에 가장 많은 도장이 찍혔어요. “햇빛 반짝 여름으로 결정! 이제 어디로 가면 좋을지 반끼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다조아 선생님은 길을 걸으며 곰곰 생각에 잠겼어요. ‘해님반 친구들이 어디를 좋아할까? 그래, 직접 물어봐야겠어!’ 다음 날 다조아 선생님은 해님반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여러분, 여름 소풍을 어디로 갈까요?” “놀이공원이요!” “숲 놀이터요!” “호수 공원이요!” 다조아 선생님은 해님반 친구들이 말한 세 곳의 푯말을 만들었어요. “자, 가고 싶은 곳에 줄을 서세요!” “네, 선생님!” 해님반 친구들이 후다닥 줄을 섰어요. ‘호수 공원’의 줄이 가장 길어 보였어요. 하지만 다조아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 “아하, 줄을 선 간격이 다르네.” 다조아 선생님은 바닥에 네모 칸을 만들었어요. “한 칸에 한 친구씩 차례차례 들어가 보세요! 그래야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네, 선생님!” 한 칸에 한 친구씩 들어가자, 어느 곳에 친구들이 가장 많은지 한눈에 보였어요. “이번 소풍 장소는 숲 놀이터예요!” “우아, 정말 신난다!” “여러분, 소풍 가서 무얼 하고 놀까요?” 다조아 선생님은 다시 해님반 친구들에게 물었어요. “과자 따 먹기 해요!” “보물찾기요!” “숨바꼭질할래요!” 해님반 친구들이 와글와글 대답했어요. “여러분, 하고 싶은 놀이에 붙임 딱지를 한 개씩 붙여 주세요.” 다조아 선생님이 공룡 붙임 딱지를 나누어 주었어요. “우아, 공룡 붙임 딱지다!” 다조아 선생님은 화이트보드에 네모 칸을 그렸어요. “한 칸에 한 개씩, 아래부터 차례차례 붙여 주세요!” “네, 선생님!” 해님반 친구들은 붙임 딱지를 꾹꾹 붙였어요. 붙임 딱지 줄이 위로 쭉쭉 올라갔어요. 어떤 놀이에 붙임 딱지가 가장 많이 붙었는지 한눈에 보였지요. “소풍 가서 할 놀이는 숨바꼭질과 보물찾기예요!” “와, 재밌겠다!” 반짝반짝 유치원 선생님들이 또 모였어요. “우리 해님반은 숲 놀이터에 가서 숨바꼭질과 보물찾기를 하기로 했어요.” “그걸 어떻게 정했어요?” “친구들과 다 같이 똑똑 그래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내가 보기 좋게 정리했지요. 어때요? 해님반 친구들이 원하는 게 한눈에 보이지요?” 드디어 햇빛 반짝 여름날, 시원한 숲 놀이터로 소풍을 왔어요! 해님반 친구들은 숲속을 폴짝폴짝 뛰어다녔지요. 가장 좋아하는 숨바꼭질과 보물찾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 다조아 선생님은 수업 시간이 더욱 즐거웠어요. 어떻게 결정하면 될지 잘 아니까요!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뭐지?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다 함께 똑똑 그래프를 만들어 봐야겠네.” 벌써부터 다조아 선생님의 머릿속에는 만들고 싶은 똑똑 그래프가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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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공주와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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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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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 예쁜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주의 방귀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방귀 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지요. 공주가 방귀를 뿡 뀌면 꽃이 시들고, 방귀를 뿡뿡 뀌면 고양이가 시름시름 아팠어요. 방귀를 뿡뿡뿡 뀌면 하인들이 도망가 버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가 임금님을 찾아왔어요. “제가 공주님의 요리사가 되어 방귀 냄새를 줄여 보겠습니다!” 임금님은 젊은이를 요리사로 뽑았어요. “공주의 방귀 냄새를 꼭 해결해 주게.” 요리사는 공주를 위해 몸에 좋은 채소로 음식을 만들었어요. 공주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열심히 먹었지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고개를 절레절레. “쫀득쫀득한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피자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채소 요리도 잘 먹을게요.” “그럼 딱 한 번만이에요.” 요리사는 곧바로 피자를 만들어 왔어요. “공주님, 맛있는 피자 드세요!” 하지만 피자를 본 공주는 시무룩해졌어요. “이건 너무 작아요. 겨우 내 손바닥만 한걸요.” “더 크게 만들어 주세요.” 요리사는 공주의 얼굴보다 더 큰 피자를 만들었어요. “작은 피자보다 큰 피자가 더 좋아요!” “공주님, 꼭꼭 씹어 드세요.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공주는 커다란 피자를 허겁지겁 먹었어요. 그러고는 약속대로 채소 요리도 조금 먹었지요. 다음 날, 공주에게 방귀 냄새가 솔솔 풍겼어요. 요리사가 음식을 가져오자 공주가 말했어요.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채소 요리도 잘 먹을게요.” 요리사는 정성껏 새우튀김을 만들었어요. “공주님, 바삭바삭한 새우튀김 드세요!” 하지만 새우튀김을 본 공주는 입을 삐쭉 내밀었어요. “이건 너무 적어요. 새우튀김을 더 많이 주세요.” 요리사는 새우튀김을 많이 담아 왔어요. “새우튀김이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더 맛있어 보여요!” “공주님, 천천히 드세요. 음식을 빨리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공주는 순식간에 새우튀김을 다 먹어 치웠어요. 그러고는 채소 요리도 아주 조금 먹었지요. 그다음 날, 공주가 구두를 신다가 뽀오오옹 뽕뽕 방귀를 뀌었어요. 지독한 냄새에 요리사는 비틀비틀, 놀란 고양이는 쌩 도망가 버렸지요. “공주님, 기름진 음식은 이제 그만 드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소시지 딱 한 개만 먹을게요. 제발요!” 요리사는 하는 수 없이 소시지 한 개를 가져왔어요. “어머, 이건 너무 짧아요. 이것보다 더 긴 소시지를 갖다주세요.” 요리사는 성에서 가장 긴 소시지를 가져왔어요. “짧은 소시지보다 긴 소시지가 훨씬 좋아요!” 공주는 기다란 소시지를 뽀드득뽀드득,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버렸어요. 잠시 후 뿡뿡뿡뿡 뿌지직 뿌우우웅! “앗! 공주님 방귀 냄새!” “너무 지독해! 얼른 나가자!” 하인들 모두 밖으로 도망쳤지만, 요리사는 꾹 참고 공주 곁을 지켰어요. 하지만 요리사는 방귀 냄새에 쓰러지고 말았지요. “요리사님! 요리사님!” 요리사가 깨어나지 못하자 공주는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요리사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이에요.” 공주는 그날 이후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운동을 하면 몸에 가스가 쌓이지 않아!” 공주는 높은 탑의 계단을 척척 올라갔어요. 하인들은 낮은 탑에서 큰 소리로 공주를 응원했어요. “공주님, 힘내세요!” 공주의 방귀 냄새는 점점 줄어들었고, 요리사도 다시 건강해졌어요. 공주는 요리사에게 약속했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리사님 음식도 잘 먹을게요.” 공주와 요리사는 서로의 손을 꼬옥 잡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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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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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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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마을에 사는 기리기리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아. “기리기리야, 저기 잎사귀 좀 따 줄래?” 쓰리쓰리가 말 했어. “잎사귀라면 나한테 맡겨.” 기리기리는 쓰리쓰리보다 목이 더 길어. 그래서 나무의 잎사귀를 쉽게 딸 수 있었어. “우아! 기리기리야, 고마워!” “기리기리야, 나도 저 위에 있는 연한 잎 좀 따 줄래?” 어느새 포리포리도 다가왔어. “포리포리야, 제일 연한 잎으로 따 줄게.” 기리기리는 포리포리보다도 목이 더 길어. 그래서 높은 가지에 난 잎사귀도 쉽게 딸 수 있었지. “기리기리야, 넌 정말 최고야!” 기리기리의 목이 얼마나 긴지 이 나뭇가지로 한번 재어 볼까? 쓰리쓰리의 목은 나뭇가지 3개만큼 길어. 포리포리의 목은 나뭇가지 4개만큼 길고, 기리기리의 목은 나뭇가지 5개만큼 길지. 누가 봐도 기리기리의 목이 가장 길었어. 그런데 목이 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친구들과 줄넘기를 할 때마다 기리기리는 목이 계속 줄에 걸렸거든. 줄을 넘으려고 폴짝 뛰면 탁! 다시 뛰어도 탁탁! “또 걸렸네. 나도 줄넘기 잘하고 싶은데.” “기리기리야, 괜찮아. 다시 뛰어 봐!” 친구들이 위로해 주었지만 기리기리는 속상했어. 그뿐만이 아니야. 숨바꼭질만 하면, “찾았다, 기리기리!” 번번이 술래에게 들켰어. 긴 목 때문에 쏙 숨을 수가 없었거든. 기리기리를 쉽게 찾아내는 건 친구들만이 아니었어. 기리기리는 무시무시한 사자들에게도 자주 들켰지. “이대로는 안 되겠어!” 기리기리는 초원 마을 뭉크 족장님을 찾아갔어. “뭉크 족장님, 제 목이 짧아지게 해 주세요!” “짧아지게 해 달라고?” “네! 지금 저의 목은 이 나뭇가지 5개만큼 길어요. 나뭇가지 1개만큼 목이 짧아지게 해 주세요.” “그렇게나 짧아지게?” 뭉크 족장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 “수리수리, 마수리, 짧아져라, 짤짤짤!” 목이 짧아진 기리기리는 더 이상 예전의 기리기리가 아니야. “얘들아, 안녕? 나는 짜리짜리라고 해.” “안녕? 만나서 반가워.” 짜리짜리의 목은 포리포리보다 더 짧고, 쓰리쓰리보다도 짧아. 짜리짜리의 목이 가장 짧았지. “짜리짜리야, 우리랑 같이 힘겨루기 놀이 할래?” “나도 같이 하자고? 좋아!” 하지만 짜리짜리는 목이 짧아서 친구들과 힘겨루기 놀이를 할 수 없었어. “얘들아, 우리 잎사귀 따 먹자.” 짜리짜리도 잎사귀를 따려고 목을 쭉 뻗었어. 그런데 어쩌면 좋아! 짜리짜리는 더 이상 잎사귀를 딸 수가 없었어. “짜리짜리야, 우리가 따 줄게.” 짜리짜리는 친구들이 잎사귀를 따 줘야 먹을 수 있었어. “그런데 기리기리는 어디 있지?” 짜리짜리는 또 뭉크 족장님을 찾아갔어. “뭉크 족장님, 목이 다시 길어지게 해 주세요.” “다시 길어지게 해 달라고?” “네, 목이 너무 짧아서 불편해요. 예전처럼 길어지게 해 주세요.” “어서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지.” 그때였어. 저 멀리 사자들이 나타났지 뭐야. “얘들아, 다들 도망쳐!” 기리기리는 큰 소리로 외쳤어. 덕분에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 “기리기리야, 그동안 어디 갔었어?” “우리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쓰리쓰리와 포리포리가 기리기리에게 달려왔어. “친구들아, 나도 보고 싶었어.” 기리기리와 친구들은 서로를 꼭 안아 주었어. 목이 길고 짧은 건 중요하지 않아. 기리기리는 자기 그대로의 모습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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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당근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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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당근 대회?” 당근밭으로 가던 토리는 대회를 알리는 글을 보았어요. “우아, 당근 트로피랑 갈갈이 당근주스를 준다고? 좋았어! 가장 무거운 당근을 뽑아서 대회에 나가야지.” 슈퍼 당근 대회 가장 무거운 당근을 가져오면 당근 트로피와 갈갈이 당근주스를 드립니다! 갈갈이 당근 협회 당근을 뽑아 집으로 돌아가던 토리는 시소를 타고 있는 곰과 고양이를 만났어요. 곰은 아래로 쿵! 고양이는 위로 호이! “무거우면 아래로, 가벼우면 위로! 곰이 고양이보다 더 무겁구나!” 토리는 곰과 고양이를 번갈아 보았어요. 토리를 본 곰이 인사를 했어요. “토리야, 안녕? 너도 시소 탈래?” “아니, 다음에 탈게. 난 집에 가서 당근을 골라야 해.” 토리는 수레를 달달달 끌고 집으로 갔어요. “어느 당근이 더 무거울까?” 토리는 가장 커 보이는 당근 두 개를 골라 양손에 하나씩 들어 보았어요. 하지만 어느 당근이 더 무거운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때, 친구들이 타고 놀던 시소가 반짝 떠올랐어요. 토리는 시소처럼 생긴 양팔저울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세모 당근과 동그라미 당근을 양쪽에 올리고 무게를 쟀어요. 세모 당근은 아래로 쑥! 동그라미 당근은 위로 호이! “무거우면 아래로, 가벼우면 위로! 세모 당근이 동그라미 당근보다 더 무겁네! 세모 당근을 대회에 가져가야겠어.” 드디어 슈퍼 당근 대회가 열렸어요. 당근을 가져온 동물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어요. 그런데 여우는 당근 대신 당근 모양 풍선을 가져왔어요. 말은 당근 대신 무를 가져왔지요. 슈퍼 당근 대회는 진짜 당근으로만 겨뤄야 했어요. 아쉽지만 여우와 말은 슈퍼 당근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어요. 가장 무거운 당근을 찾기 위해 동물들은 차례차례 두 줄로 섰어요. 너구리 심판이 양팔저울로 당근의 무게를 쟀어요. 누구의 당근이 무거운지 겨룬 끝에 세 개의 당근이 남았어요. 그것은 바로! 생쥐, 돼지, 토리의 당근이었지요. 먼저 생쥐와 돼지의 당근 무게를 쟀어요. 생쥐의 당근이 아래로 쑥! 돼지의 당근은 위로 호이! 생쥐의 당근이 더 무거웠어요. 돼지의 기다란 당근이 더 무거워 보였는데, 길다고 더 무거운 건 아니었어요. 그다음 생쥐와 토리의 당근 무게를 쟀어요. 양팔저울은 기우뚱기우뚱하다가 생쥐의 당근이 위로 호이! 토리의 당근은 아래로 쑥! 토리의 당근이 더 무거웠어요. “슈퍼 당근 대회 최종 우승자는 토리!” 토리는 당근 트로피를 들고 폴짝폴짝 뛰었어요. “상품으로 갈갈이 당근주스도 드립니다.” “우아, 신난다!” 토리를 지켜보던 생쥐는 시무룩해졌지요. “생쥐야, 우리 같이 당근주스 마실래?” 토리가 생쥐에게 말했어요. “정말? 토리야, 고마워.” 둘은 사이좋게 토리의 집으로 갔어요. 집에 도착한 토리는 긴 컵과 넓적한 컵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생쥐가 마시기 편한 넓적한 컵에 당근주스를 따라 주었어요. 그런데 생쥐는 또 시무룩해졌어요. “토리야, 네 주스가 더 많아 보여.” 생쥐의 말에 토리는 웃으며, 크기와 모양이 같은 컵 두 개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새로 가져온 컵 두 개에 긴 컵과 넓적한 컵에 있던 주스를 부었어요. “어? 주스의 양이 똑같네! 주스의 높이가 높다고 양이 더 많은 건 아니구나.” 생쥐가 머리를 긁적였어요. 둘은 사이좋게 당근주스를 마셨어요. 토리는 꼴깍꼴깍, 생쥐는 쪼르르 쪽쪽. 정말 즐거운 슈퍼 당근 대회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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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금 몇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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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이제 나는 형이야!” 오늘은 내 동생을 처음 만나는 날이에요. 드디어 엄마, 아빠가 동생을 안고 집에 왔어요. “우아! 정말 쪼그맣네!” 작은 입을 오물오물, 작은 몸을 꼼지락꼼지락. 봐도 봐도 신기했어요. “엄마, 동생은 언제 커요?” “잘 먹고 잘 자면, 쑥쑥 클 거야.” 그런데 잠시 후, 동생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요. “응애, 응애, 으앙!” 나는 깜짝 놀랐지요. “엄마, 어떡해요? 동생이 울어요! 배고픈 거 아닐까요?” “맘마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아, 오줌을 눴네.” “동생이 배고파서 우는 줄 알았어요.” “3시에 맘마 먹었으니, 1시간밖에 안 지났어.” “1시간? 엄마, 1시간이 뭐예요?” “우리 후니가 시간이 궁금하구나. 여기 짧은바늘과 긴바늘이 있지? 긴바늘이 1바퀴 돌면 1시간이야.” “그럼 동생은 언제 또 맘마 먹어요?” “3시에 먹었으니, 6시에 먹으면 되겠다. 3시간 후에 먹거든.” 나는 고개를 갸웃갸웃! “그럼 6시는 언젠데요?” “짧은바늘이 6, 긴바늘이 12에 오면 6시란다.” 나는 동생이 배고플까 봐 시계만 쳐다보았어요. 그림책을 보다가 똑딱똑딱 시계 보고, 그림을 그리다가 째깍째짝 시계 보고. 6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요. 째깍, 째깍, 째깍! 앗, 드디어 짧은바늘이 6, 긴바늘이 12에 왔어요. 나는 엄마에게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엄마, 엄마 6시예요!” “호호! 형 덕분에 동생이 배고프지 않겠네. 고마워!” 엄마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엄마, 다음에는 또 언제 먹어요?” “3시간 후니까 9시에 먹지. 짧은바늘이 9, 긴바늘이 12에 오면 9시야. 후니가 저녁 먹고, 씻은 다음 잠자리에 들 때쯤 동생은 맘마를 먹겠네!” “엄마! 내가 안 자고 꼭 알려 줄게요!” 6시! 동생이 맘마를 먹는 동안 쓱쓱 싹싹 그림을 그렸어요. 7시! 냠냠 쩝쩝 맛있게 저녁을 먹었지요. 8시! 뽀득뽀득 세수하고 치카치카 양치한 뒤. 두근두근, 9시가 되기를 기다렸어요. 두근두근, 9시가 되기를 기다렸어요. 짧은바늘이 9를 가리킬 때쯤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생이 맘마 먹는 걸 보지 못했지요.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났어요. “엄마! 내 동생 맘마는요?” “호호호, 6시에 먹었단다. 이제 9시에 먹으면 돼!” “동생이 맘마 먹는 걸 보고 싶었는데. 엄마, 9시가 되면 내가 꼭 알려 줄게요!” 내가 씩씩하게 말하자, 엄마는 활짝 웃었어요. “우리 후니는 정말 멋진 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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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잡은 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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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스컹크 덩크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엄마가 오면 깜짝 놀래 줘야지.’ 덩크는 침대 아래에 꼭꼭 숨었어요. 그때, 달칵! 소리가 들렸어요. ‘어? 이건 창문 열리는 소린데?’ 창문을 열고 폴짝! 여우 도둑이 살금살금 들어왔어요. “아무도 없겠지? 자, 무엇을 가져갈까?” 갑자기 여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아, 배고파! 뭐 먹을 거 없나?” 덩크는 여우 뒤를 몰래 따라갔어요. 여우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어요. “어? 도넛이 딱 한 개 있네. 한 개는 너무 작아!” 그러자 숨어 있던 덩크가 킥킥! “작은 게 아니라, 적은 거예요.” 여우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누, 누구야?” 여우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어요. ‘유령은 아니겠지?’ 방으로 간 여우는 옷장 문을 벌컥 열었어요. “우아, 옷이 정말 많네.” “옷이 모두 몇 개지?” 그러자 숨어서 따라온 덩크가 킥킥! “옷은 ‘개’가 아니라 ‘벌’이에요. 한 벌, 두 벌.” 덩크의 목소리에 여우가 벌벌 떨었어요. “누구야? 유령이야?” 여우는 덜덜 떨며 책이 가득한 방으로 갔어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큰 소리로 말했어요. “우아, 책이 많네. 고소한 벌레 요리, 냄새나는 방귀 뀌기! 다 내가 보고 싶었던 책들이잖아.” “책이 모두 몇 벌이지?” 그러자 몰래 따라온 덩크가 킥킥! “책은 ‘벌’이 아니라 ‘권’이에요. 한 권, 두 권.” 덩크의 소리에 여우가 펄쩍펄쩍! 어찌나 무서웠던지 이빨이 딱딱 부딪쳤어요. 여우는 허둥지둥 장난감이 있는 방으로 갔어요. 침대 아래로 삐죽 나온 덩크의 꼬리가 보였지요. 여우의 가슴이 콩닥콩닥! 그때 인형이 여우의 눈에 들어왔어요. “인형이 세 권이네?” 그러자 숨어 있던 덩크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킥킥! ‘인형이 세 개’라고 해야죠.” 여우가 소리 나는 쪽으로 홱 돌아섰어요.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가 이불을 휙 걷었어요. “잡았다! 스컹크 한 개가 숨어 있었구나.” 덩크가 침대 밖으로 빠져나오며 소리쳤어요. “동물은 ‘마리’라고 해야죠! 스컹크 한 마리요!” 덩크는 후다닥 도망쳤어요. “거기 서!” “서면 잡을 거잖아요!” “이런, 왜 이렇게 똑똑한 거야? 너, 나이가 몇 살이야? 사 살이야, 오 살이야?” “네 살, 다섯 살이라고 해야죠. 나는 다섯 살이에요!” 덩크는 여우에게 잡히고 말았어요. “잡았다! 다섯 살짜리 스컹크 한 마리!” 그 순간, 덩크의 엉덩이에서 방귀가 뿌우우우웅! 지독한 방귀 냄새에 여우가 비틀비틀 밖으로 나왔어요. 바로 그때 덩크가 소리쳤어요. “도와주세요! 도둑이에요!” 그러자 지나가던 경찰차가 끼익 멈췄어요. “이크, 경찰차 한 마리가 왔잖아!” 깜짝 놀란 여우가 펄쩍 뛰며 말했어요. “경찰차는 한 ‘마리’가 아니라 한 ‘대’야! 여우 도둑, 너를 체포한다!” 여우는 곰 경찰에게 붙잡혔지요. 며칠 뒤, 도둑을 잡은 덩크는 용감한 꼬마 영웅상을 받았어요. “어머나, 도둑을 어떻게 잡았대요?” “정말 대단해요. 덩크에게 그 비결을 들어 봐야겠어요.” 덩크는 도둑 잡은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오늘도 아주 바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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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박물관에 간 시골 쥐와 도시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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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쥐의 집에 놀러 온 시골 쥐는 깜짝 놀랐어. “우아! 멋진 자동차, 비행기, 배 책이 가득하네.” “시골 쥐야, 내가 진짜 탈것들을 보여 줄까?” “와, 정말이야?” “응! 교통 박물관에 가면 다 볼 수 있어!” 시골 쥐와 도시 쥐는 교통 박물관에 도착했어. “자동차, 비행기, 배가 다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시골 쥐의 말에 도시 쥐는 어깨가 으쓱했지. “헤헤, 얼른 구경하러 가자!” “헉! 이, 이것 좀 봐! 여기 고양이가 있나 봐!” 시골 쥐는 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어. “걱정 마. 여러 번 와 봤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본 적 없어!” 도시 쥐는 시골 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시골 쥐와 도시 쥐는 ‘부릉부릉 운전 체험장’에 왔어. “여기에선 누구나 운전해 볼 수 있어.” 시골 쥐는 운전석에 냉큼 올라탔어. 도시 쥐도 옆 자동차에 얼른 올라탔지. 시골 쥐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노란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슝! 도시 쥐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자, 빨간 자동차가 왼쪽으로 휙! “우아, 재밌다!” 시골 쥐는 자동차를 이리저리 구경하며 말했어. “그런데 바퀴는 왜 동그라미 모양이야?” “바퀴가 뾰족뾰족 세모나 반듯반듯 네모 모양이라고 상상해 봐. 자동차가 꼼짝도 못 할걸? 바퀴가 동글동글 동그라미 모양이어야 잘 굴러가거든.” 이번에는 커다란 버스를 구경하러 왔어. “와! 저것 봐! 휘어지는 굴절 버스에 지붕 뚫린 2층 버스까지 있어!” 시골 쥐가 방방 뛰며 좋아하자 도시 쥐는 더 우쭐했어. “뭐, 이 정도 가지고.” “도시 쥐야, 버스는 왜 네모 모양이야?” 시골 쥐가 또 묻자 도시 쥐가 대답했어. “버스가 네모 모양이어야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탈 수 있어.” “세모 모양 버스에 탔다고 상상해 봐. 양쪽 끝에 타게 되면 몸을 구부리고 있어야 할걸?” 이번에는 위이잉 비행기와 뚜우뚜우 배를 보러 왔어. 시골 쥐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지.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 “야호! 내가 배를 타고 있어. 붕붕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시골 쥐는 점점 신이 났어. 도시 쥐가 비행기 앞의 뾰족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어. “시골 쥐야, 비행기의 앞이 왜 세모 모양인 줄 알아?” “아니! 왜 그런 거야?” “앞이 세모 모양이어야 비행기가 날 때 공기를 잘 비켜 가거든.” “비행기의 앞머리가 네모 모양이면, 공기가 앞을 가로막아 빠르게 날지 못해. 배도 마찬가지야. 물을 잘 비켜 가라고 배의 앞머리도 세모 모양이지.” “아, ‘공기야, 비켜라! 물아, 비켜라! 나는 세모다!’ 하는 거네.” “하하, 맞아!” 바로 그때였어! “도저히 못 참겠다! 야옹!” 시골 쥐와 도시 쥐를 숨어서 지켜보던 고양이가 와락 달려들었어! 시골 쥐와 도시 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붙잡히고 말았지. “너희들, 아주 똑똑하던데, 나보다 똑똑한지 한번 볼까? 내가 내는 문제를 다 맞히면 풀어 줄게.” “자, 첫 번째 문제! 자전거랑 자동차 중에서 어떤 게 더 빠르지?” 고양이의 질문에 도시 쥐가 당당하게 말했어. “그거야 자동차가 더 빠르지!” “야옹! 제법이군.” “그럼, 두 번째 문제! 자전거와 자동차와 비행기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빠르지?” 이번에는 시골 쥐가 씩씩하게 말했어. “당연히 비행기가 가장 빠르지. 비행기는 자전거보다, 자동차보다 더 빨라.” ‘흠. 대단한데? 어떤 문제를 내야 대답을 못 할까?’ 고양이는 곰곰 고민에 빠졌어. “좋아! 마지막 문제! 자동차와 버스 중 어떤 게 더 빠르지?” “그야, 자동차가 더 빠르지!” 시골 쥐가 자신 있게 대답했어. “아니야. 버스가 더 빨라!” 도시 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그러자 고양이도 고개를 갸우뚱! 그 틈에 시골 쥐는 자동차 안으로 쪼르르, 도시 쥐는 버스 안으로 폴짝 올라탔어. “뭐가 더 빠른지 직접 보여 줄게!” “고양이야, 잘 봐!” 자동차와 버스가 동시에 부릉부릉, 출발! “누, 누가 더 빠른 거지?” 고양이는 자동차와 버스를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했어. 시골 쥐와 도시 쥐는 쌩쌩 신나게 달아났지. “그럼, 동그라미 모양 버스는?” 시골 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어. “바닥이 둥글어서 넘어지기 쉽지. 그래서 버스가 네모 모양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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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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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늑대가 있었어. 늑대는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만들어 수첩에 적어 두었지. 그렇지만 다른 동물들과 수수께끼 놀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늑대가 나타나면 모두들 무서워서 도망가 버렸거든. 어느 날 앵두가 숲속을 지나가고 있었어. 앵두를 발견한 늑대는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짠! 하고 나타났지. “아이, 깜짝이야!” “앵두야, 안녕? 어디 가는 길이야?” “할머니 집에 가는데.” “앵두야, 수수께끼 한번 풀어 볼래?” “응, 좋아!” 앵두는 도망은커녕 좋다고 했어. 늑대는 수수께끼 수첩을 펼쳤어. “검정, 하양, 검정, 하양... 검정, 하양 줄무늬가 죽죽! 차례차례 되풀이되는 동물은?” “헤헤! 얼룩말이지!” ‘아니, 이렇게 쉽게 맞히다니!’ 늑대는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이건 연습 문제지. 진짜 수수께끼는 이제부터야.” 늑대가 수첩을 펼쳐 앵두에게 보여 주었어. “여기, 무늬가 비슷한 동물끼리 모여 있어. 얼룩말은 어느 쪽에 속할까?” “늑대가 있는 쪽은 점무늬, 내가 있는 쪽은 줄무늬! 얼룩말은 줄무늬니깐 내가 있는 쪽에 속해. 내 말이 맞지?” 앵두는 다시 할머니 집으로 향했어.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늑대가 짠! 하고 또 나타났어. “수수께끼 하나 더 내도 될까?” “응, 좋아!” 늑대가 수첩을 펼치자 열매 붙임 딱지가 보였어. “이 열매들을 같은 색깔끼리 나누면 어떻게 될까?” 늑대가 물었어. “빨강은 빨강끼리, 노랑은 노랑끼리, 초록은 초록끼리!” 앵두는 열매 붙임 딱지를 척척 붙였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늑대는 어쩔 줄 몰랐지. 앵두가 싱긋 웃으며 또 말했어. “열매를 다르게 나눌 수도 있어.” “어떻게?” “씨가 1개인 자두, 망고, 아보카도! 씨가 여러 개인 수박, 참외, 사과! 이렇게도 나눌 수 있지.” “앵두야, 너 정말 똑똑하다!” “앵두야, 수수께끼 하나만 더 맞혀 봐. 응?” “또? 그럼 빨리 내 봐.” 늑대는 얼른 수첩을 펼쳐 문제를 냈어. “빙글빙글 달팽이처럼 한쪽으로 감기는 것은?” “빙글빙글 소라, 빙글빙글 카멜레온 꼬리!” 앵두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어. “어때? 모두 빙글빙글 한쪽으로 감기는 모양이지?” “아이고, 자꾸 빙글빙글 돌리니까 어지러워.” “수수께끼 하나 더 내 볼까?” 늑대의 말에 앵두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할머니 집에 너무 늦게 가면 안 되는데...” “그건 걱정 마. 내가 업어다 줄게. 나는 바람처럼 빨리 달릴 수 있거든.” “정말? 그럼 하나만 더 내 봐.” 늑대가 후다닥 수첩을 또 펼쳤어. 수첩에는 꽃들이 차례차례 그려져 있었어. “빈칸에는 어떤 꽃이 와야 할까?” “꽃잎이 3장, 5장, 8장! 순서대로 붙어 있네! 3, 5, 8, 3, 5, 8... 3 다음이 비었으니까 5! 꽃잎이 5장인 꽃이 올 차례야.” 앵두가 꽃밭에서 예쁜 꽃을 하나 골랐어. “여기 있다! 꽃잎이 5장인 꽃!” 앵두는 늑대에게 꽃을 선물했어. “하하하, 넌 정말 수수께끼 박사야.” 앵두와 늑대는 활짝 웃었지. “이제 보니 예쁜 꽃이 많네.” “아! 할머니에게 꽃목걸이를 만들어 선물하면 어때?” 늑대가 수줍게 말했어. “꽃목걸이? 좋아!” 앵두와 늑대는 하양, 보라, 빨강, 하양, 보라, 빨강... 차례차례 되풀이해서 꽃을 엮었어. 늑대는 약속대로 앵두를 업어다 주었어. 앵두는 늑대와 만든 꽃목걸이를 할머니에게 드렸어. “어머나, 이거 나에게 주려고 만든 거니?” 꽃목걸이를 받은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었지. 그 뒤로도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늑대는 앵두와 할머니와 함께 수수께끼 놀이를 하며 놀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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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마법의 방을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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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꼬르륵!” 숲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은 배가 고팠어요. 그런데 과자로 만든 집이 보였어요. 둘은 헐레벌떡 달려가 냠냠! 쩝쩝! 과자 집을 떼어먹었어요. 그런데 어쩌죠? 여기는. 마녀의 집이었어요! 외출하고 돌아온 마녀는 몹시 화가 났어요. “내 과자 집을 뜯어 먹다니! 예쁜 과자 집을 원래대로 만들어 놓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마녀는 헨젤과 그레텔을 마법의 방에 가두어 버렸지요. 마녀는 과자 집을 고치기 위해 밀가루와 설탕, 달걀을 사러 나갔어요. 마녀의 과자 집은 엄청나게 복잡했어요. 한번 갇히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지요. 가끔 마녀도 나가는 문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문 주변에 힌트가 적혀 있는 문제를 만들어 두었지요. 헨젤과 그레텔이 마법의 방을 둘러보니 노란 문과 파란 문이 보였어요. “오빠, 어느 문이 나가는 문일까?” “그레텔, 여기 문제가 있어! 문제를 풀면, 어떤 문인지 알 수 있을 거야.”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 한 번! “노랑, 파랑. 노랑, 파랑, 파랑. 노랑, 파랑, 파랑, 파랑. 노랑 다음에 파랑이 하나씩 늘어나.” “오빠, 그럼 여기 빈칸은 뭐야?” “빈칸은 파랑! 그래! 나가는 문은 파란 문이야.” 헨젤과 그레텔은 파란 문을 열고 나왔어요. 그런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진 문이 또 있었지요. “오빠, 이번에는 문이 세 개나 있어!” “걱정 마. 저기에 문제가 있어. 문제를 풀면, 이 방에서도 나갈 수 있을 거야.”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동그라미. 동그라미 다음에 뭐가 들어갈까?” 헨젤이 중얼거리자, 그레텔이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알았다! 되풀이되는 모양에 답이 있어.” 그레텔이 세모가 그려진 문을 열자, 이번에는 문이 아홉 개나 있었어요. “오빠, 문이 더 많아졌어. 어떡해?” “그레텔, 이번에도 문제를 풀면 돼.” 헨젤은 바닥에서 문제를 찾았어요. “1, 2, 3, 4! 수가 1씩 늘어나고 있어.” 헨젤이 말하자, 그레텔이 소리쳤어요. “오빠, 이번에도 내가 풀게! 4 다음 수는 나도 알아!” 그레텔이 씩씩하게 문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레텔은 어떤 문을 열었을까요? 헨젤과 그레텔이 5가 적힌 문을 열고 나오니, 구불구불한 복도가 보였어요. 둘은 손을 꼭 잡고 복도를 따라 걸었지요. “그레텔, 저기 문이 있어.” 헨젤이 문을 힘차게 밀어 보았어요. 하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오빠, 문이 하나뿐인데도 열리지 않아. 어떡해?” “오빠, 이 쪽지는 뭐지?” 그레텔이 문 옆에 붙어 있는 쪽지를 떼었어요. “곰을 세 번 두드리라는데?” “곰? 곰이 없는데 어떻게 두드려? 그레텔, 쪽지를 다시 살펴보자!” 그레텔이 내민 쪽지를 본 헨젤이 소리쳤어요. “이건 곰이 아니야!” “하하, 쪽지를 거꾸로 돌려서 봐!” “쪽지를 거꾸로 돌려 보라고? 아하! 곰이 아니라 문이었어!” 그레텔은 문을 똑! 똑! 똑! 세 번 두드렸어요. 철커덩! 문이 활짝 열렸어요. 드디어 헨젤과 그레텔은 마법의 방을 탈출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마녀의 과자 집 밖으로 나왔지요. 그때 저 멀리 마녀가 보였어요. “그레텔, 어서 도망치자!” “오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녀의 과자 집을 고쳐 주고 싶어!” 마녀는 헨젤과 그레텔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마법의 방을 어떻게 탈출했지?” “마녀님, 과자 집을 망가뜨려서 죄송해요.” “우리도 도와드릴게요.”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와 함께 과자를 구웠어요. “과자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놀러 오렴.” 마녀의 과자 집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했답니다. "오빠, 마법의 방에서 어떻게 탈출하지?" "그레텔, 걱정하지 마." "헨젤과 그레텔! 내 과자 집에서 탈출하지 못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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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떤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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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동산 위에 떴지. 꼬마 부엉이가 노래를 연습했어요. 엄마 생일날 노래를 부르기로 했거든요. 그때 여우가 굴에서 나왔어요. “부엉이야, 그 노래는 틀렸어! 달님은 쟁반같이 둥글지 않다고!” “달님은 바람 빠진 공처럼 일그러진 모양이야. 내가 저번에 분명히 보았어.” 여우가 거들먹거리며 말했어요. 그때 수풀 사이에서 멧돼지가 나타났어요. “무슨 소리! 달님은 수박 반쪽짜리 모양이야. 내가 저번에 분명히 보았어.” 멧돼지가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어요. 그때 덤불을 헤치며 곰이 나타났어요. “무슨 소리! 달님은 가는 잎사귀가 구부러진 모양이야. 내가 저번에 분명히 보았어.” 곰이 가슴을 퉁퉁 치며 말했어요. 꼬마 부엉이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얼마 전에 본 달님은 분명히 쟁반같이 둥글고, 밤새도록 환하게 빛났거든요. “아닌데, 달님은 둥근 모양인데.” 그 소리를 듣고, 황새 아저씨가 나타났어요. “이상하다. 나는 일그러진 모양, 반쪽짜리 모양, 구부러진 모양, 둥근 모양의 달님을 다 본 것 같아.” 그러자 동물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어요. 꼬마 부엉이가 말을 꺼냈어요. “그럼 달님이 뜨길 기다렸다가 확인해 볼까요?”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동물들은 달이 가장 잘 보이는 동산 위로 올라갔어요. 얼마 뒤, 밤하늘에 쟁반처럼 둥근달이 떠올랐어요. “저것 봐요, 내 말이 맞죠?” 꼬마 부엉이가 으스대며 날개를 파닥거렸어요. 다른 동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요. “참 이상하네.” 그때 달님이 웃으며 말했어요. “모두 다 내 모습이에요. 나는 원래 둥글지만, 날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들어 보여요. 그러다 다시 조금씩 차올라 둥글게 보이지요.” “그러니 제발 싸움은 그만하고, 조용히 해 주세요.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어요.” “네, 달님. 미안해요.” 그날부터 숲 속 동물들은 달의 모양이 바뀌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어요. 깜깜한 밤에 하늘을 보세요. 예쁜 달이 떠 있지요? 그런데 어떨 때는 둥근 모양이었다가, 어떨 때는 길쭉한 모양이기도 해요. 이처럼 달의 모양이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달은 둥근 보름달에서 점점 가늘어졌다가, 다시 차올라서 보름달이 돼요. 이렇게 달의 모양이 계속 변하는 이유는 달이 지구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때 달은 태양의 빛을 받는데, 태양과 지구 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태양 빛을 받는 부분도 달라져요. 그래서 우리 눈에 달의 모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 보이는 거예요. 달이 지구 주위를 돌다 보면 달, 지구, 태양이 일직선으로 서게 되는 때가 있어요. 이때 달은 태양 빛을 온전하게 받아서 우리 눈에 쟁반처럼 동그란 달이 보이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보름달이지요. 가끔은 둥근달의 반쪽만 보일 때가 있어요. 달, 지구, 태양의 위치가 ㄴ자 모양으로 꺾여 있어서 우리 눈에 달이 반쪽만 보이는 것이지요. 그중 오른쪽이 통통한 달을 ‘상현달’, 왼쪽이 통통한 달을 ‘하현달’이라고 해요. 깜깜한 밤하늘에 달이 없으면 무섭지요?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런 일이 일어나요. 지구, 달, 태양이 나란히 서면 우리가 바라보는 쪽의 달은 태양 빛을 받지 못해서 어두워요. 그래서 우리 눈에 달이 보이지 않는데, 이런 때를 ‘그믐’이라고 해요. 낮에는 달이 왜 안 보여요?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할 뿐이야. 낮에는 태양 빛이 너무 강해서, 달이 빛을 받아 반사해도 그 빛이 약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하지만 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컴컴한 날에는 달을 희미하게 볼 수 있단다. 달이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것은 왜인가요? 달에는 운석이 떨어지면서 생긴 크고 작은 구덩이가 많아. 그래서 마치 지구의 산처럼 높이 솟은 곳도 있고, 지구의 바다처럼 움푹 들어간 곳도 있지. 높은 곳은 햇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에 아주 밝게 보이고, 낮은 곳은 햇빛을 잘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둡게 보이는 거란다. 달은 왜 지구 주위를 돌아요? 지구처럼 큰 물체(또는 천체)는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어. 이를 ‘중력’이라고 하는데, 달 역시 지구의 중력에 잡혀서 멀리 가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지. 만약 지구의 중력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달이 지구에 와서 부딪혔을 것이고, 지구의 중력이 더 약했다면 달은 다른 곳으로 가 버렸을 거야. 하지만 지구는 딱 알맞은 힘으로 달을 잡아당기고 있단다. 그래서 달이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거야. 달에는 정말 토끼가 사나요? 달에 사는 토끼 이야기는 옛날 사람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거란다. 달의 표면이 얼룩덜룩하게 보여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상상을 했던 것이지. 옛날 사람들의 눈에는 얼룩덜룩한 모습이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처럼 보였나 봐. 사실 달에는 물도, 공기도 없어서 아무도 살지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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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의 컴퓨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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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상 위에 ‘컴퓨터’라는 게 놓였어. 그 앞에는 꼭 나처럼 생긴 ‘마우스’가 있었지. 그것은 컴퓨터에 이어져 손아귀에서 딸깍딸깍 소리를 냈어. 내 이름도 마우스야.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컴퓨터가 생긴 뒤, 이 집 사람들의 생활은 많이 변했어. 시장에 안 가고도 컴퓨터 앞에서 딸깍딸깍 몇 번이면 시장 보기 끝! 원하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가장 싸게 파는지도 컴퓨터가 척척 알려 주었어. 컴퓨터로 은행 일도 보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어. 조그만 게 참 재주도 많아. 그런데 이런 컴퓨터가 집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 병원, 은행, 슈퍼마켓, 회사, 주민센터, 경찰서. 컴퓨터가 없는 곳이 없지, 뭐야. 지난번 슈퍼마켓에서 보니까 계산원이 물건에 레이저 총을 핑핑 쏘던걸. 그 총은 컴퓨터와 이어져 있어서 물건값을 척척 계산해 주었어. 경찰서에서는 컴퓨터로 도둑도 잡아. 차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훔친 차인지 아닌지 금방 알려 주거든. 컴퓨터에 이어진 감시 카메라로 도둑 모습도 찰칵! 기상청에서는 가장 힘센 슈퍼컴퓨터가 일해. 기온, 구름 사진 등을 분석해서 날씨를 예측하지. 사람이 하면 오래 걸리고 실수도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아주 빠르고 정확해. 이뿐만이 아니야. 의사 로봇이 사람을 수술하고, 청소 로봇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공장에서는 조립 로봇이 물건을 만들고. 이런 로봇들은 다 컴퓨터로 조종해. 컴퓨터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다니 정말 놀라워. 컴퓨터가 없을 때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몰라. 앗, 진짜 고양이다. 도망치자! 후다닥. 컴퓨터가 있어 편리한 세상. 컴퓨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어요.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길을 찾거나, 물건을 살 때도 컴퓨터를 이용해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또 무엇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물건 계산하기. 빨간빛이 나오는 총처럼 생긴 것은 물건의 바코드를 읽는 스캐너예요. 컴퓨터와 연결된 스캐너가 바코드를 읽는 순간 자동으로 물건값이 계산되고, 창고에 물건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바로 알 수 있어요. 편지 쓰기. 컴퓨터로 보내는 편지를 ‘이메일’ 또는 ‘전자 우편’이라고 해요. 컴퓨터로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메일로 보낼 수 있지요.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 음악, 동영상까지도요. 날씨 예측하기. 슈퍼맨처럼 힘이 센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해요. 덩치도 크고 초고속으로 계산을 해 주지요. 기상청에서 쓰는 슈퍼컴퓨터는 날씨뿐만 아니라,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예측해 주어요. 인터넷. 인터넷은 전 세계의 컴퓨터가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정보를 나누어 쓸 수 있는 것을 말해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동시에 대화할 수 있어요. 물건 사기. 옛날에는 시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물건값을 비교하고 샀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컴퓨터로 여러 가게의 물건을 한꺼번에 비교하며 살 수 있어요. 은행.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 없이,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통장을 만들거나 돈을 보낼 수 있어요. 은행들끼리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서나 돈을 찾고 입금할 수 있어요. 척척박사. 컴퓨터에 대해 알고 싶어요. 컴퓨터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1946년에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전자계산기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컴퓨터의 시초란다. ‘에니악’이라고 하는 이 최초의 컴퓨터는 사실 전쟁에서 대포가 떨어지는 위치를 계산하려고 만들어졌어. 이 컴퓨터는 사람이 했을 때 7시간 걸린 계산을 단 3초 만에 계산했다고 해. 마우스는 '생쥐라는 뜻인데, 어떻게 이 이름이 붙여진 거예요? 1968년에 미국의 엥겔바트 박사가 마우스를 처음 만들었단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름이 마우스가 아니었대. 한 연구원이 이것이 쥐가 웅크린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우연히 ‘마우스’라고 불렀대.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전 세계 공통으로 부르게 된 것이란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뭐예요? 그게 그렇게 무서운 거예요? 바이러스는 컴퓨터의 가장 무서운 적이야. 컴퓨터에 침입해 고장을 일으키거나 저장된 내용을 지워 버리기도 하거든.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해를 끼친다고 해서 붙여진 거야. 컴퓨터를 사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요? 컴퓨터는 민감한 기계라서 조심해서 다루어야 고장이 나지 않는단다. 음식을 먹으면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 음식 부스러기나 음료수가 들어가면 고장이 나기 쉬워. 또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아. 컴퓨터가 뜨거워지면 작동이 멈출 수 있거든. 컴퓨터로 보내는 편지를 ‘이메일’ 또는 ‘전자 우편’이라고 해요. 컴퓨터로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이메일로 보낼 수 있지요.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 음악, 동영상까지도요. 슈퍼맨처럼 힘이 센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해요. 덩치도 크고 초고속으로 계산을 해 주지요. 기상청에서 쓰는 슈퍼컴퓨터는 날씨뿐만 아니라,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예측해 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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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달리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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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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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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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째깍. 시계에서 소리가 나요. 바로 시계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 시간이 가는 소리. 시계 안에는 바늘이 세 개 있어요. 바늘이 없다면 그건 엉터리 시계. 빠르고 가벼운 초바늘. 날씬한 분 바늘. 뚱뚱하고 느긋한 시 바늘. 60초가 흘러 1분이 되고, 60분이 흘러 1시간이 되고, 24시간이 모여 하루가 지나요.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는 바로 지금, 이 시각! 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지금 몇 시지? 아침에는 잠에서 깨어나고, 아침밥을 먹고, 엄마, 아빠는 회사에 가고,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요. 낮에는 점심밥을 먹고, 아이들은 공부하고, 엄마, 아빠는 일하고, 다 함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요. 째깍째깍 이렇게 하루가 지나요. 만약 시곗바늘이 천천히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 힘들어. 조금 쉴래! 도대체 지금이 아침이야, 낮이야? 밥 먹은 지 한 시간 지났는데, 또 배가 고파! 왜 퇴근 시간이 안 오지? 아, 지루해. 빨리 달려 볼까? 만약 시곗바늘이 빨리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 깜깜한데, 벌써 아침이야? 자고 일어났는데도 너무 피곤해. 벌써 회사에 가야 하나?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은 뒤죽박죽 엉망이 되고 말 거예요. 그래서 시계는 정확해야 해요. 세 개의 시곗바늘이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지요. 시계 속의 세 친구,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거죠? 째깍째깍,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해요! 째깍째깍 재미있는 시계의 역사. 요즘에는 아주 다양한 시계가 있어요. 바늘의 위치로 보는 ‘바늘 시계’, 숫자로 보는 ‘전자시계’ 등 가지각색의 시계가 있지요. 시계가 발명되기 전의 옛날 사람들도 여러 방법으로 시간을 알았어요. 그러면 옛날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시계를 만나 볼까요? 해시계.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져요. 시간에 따라 태양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도 달라져요. 태양이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는 정오에는 그림자가 가장 짧고, 해가 질 무렵이면 그림자가 길어지지요. 이렇듯 바늘의 그림자 위치와 길이로 시간을 확인한 것이 바로 ‘해시계’예요. 물시계. 해시계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해가 안 뜨는 밤에는 사용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물시계를 만들었지요. 좁은 구멍으로 물이 조금씩 떨어지게 하여, 고이는 물의 양이나 줄어든 물의 양으로 시간을 확인했어요. 모래시계. 날이 추워서 물이 꽁꽁 얼어 버리면 시간을 어떻게 확인했을까요? 모래시계는 물 대신 떨어지는 모래로 시간을 알려 주었어요. 좁은 구멍으로 모래가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을 잴 때는 편리하지요. 하지만 모래가 다 떨어지면 시계를 뒤집어 놓아야 했어요. 기계 시계. 자연물을 이용한 시계는 아주 불편했어요. 그래서 기계의 발달과 더불어 기계 시계가 등장했지요. 기계 시계는 톱니바퀴나 태엽이 돌아가면서 바늘이 움직이는 시계예요. 보통 세 개의 바늘로 시간을 확인했어요. 전자시계. 시곗바늘 대신 숫자로 시를 알려 주는 전자시계가 등장했어요. 앞에 보이는 숫자는 시를 뜻하고, 가운데 보이는 숫자는 분을, 뒤에 보이는 숫자는 초를 뜻해요. 사람들은 이제 전자시계로 몇 분, 몇 초인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해시계를 만들어요! 하루 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림자! 어떨 때는 거인처럼 주욱 커졌다가 또 어떨 때는 난쟁이처럼 작아지지요. 해시계를 만들어 그림자로 시간을 확인해 볼까요? 준비해요. 두꺼운 종이. 고무찰흙. 수수깡. 연필. 이렇게 해요. 1. 두꺼운 종이를 동그랗게 잘라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요. 구멍을 중심으로 해를 그려요. 2. 구멍에 수수깡을 끼우고, 고무찰흙으로 고정해요. 3. 햇빛이 드는 곳에 종이를 놓고, 수수깡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매시간 표시해요. 해시계의 비밀을 알고 있나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수깡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고, 그림자의 위치도 달라지는 걸 확인했나요?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낮과 밤이 생기고, 태양 둘레를 끊임없이 돌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달라지고, 그림자의 길이도 달라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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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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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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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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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물고기 들. "더러운 물을 끓이면, 그 표면에 앙금이 떠오르는 법이다." 대위는 업신여기듯 나와 다른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그 앙금이 생긴 거야......" 그는 곱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아마 내가 가장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손을 내밀고,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대장님, 우리는 배가 고파요." 그 장교는 함께 온 도이칠란트 사람을 뒤돌아보았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나에게 친절한 웃음을 보냈다. "아무도 알 수는 없을거야......" 도이칠란트 사람도 익숙하지 못한 이탈리아 말로 말했다. "어떤 물이 더러운지 아무도 모르잖아?" "카이저(옛 로마의 정치가)를 낳은 이탈리아는 더럽고 가난한 거지투성이가 되었어. 나폴리에서는 말이야." 대위는 악담이라도 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열명은 되었다. 그는 조심스레 조그만 가죽 지갑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어, 그것을 우리들에게 던졌다. 나한테서는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주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허리를 굽혀 그 동전을 주우려 하지 않았다. 나는 두 장교를 쳐다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꼬마 하나가 나이든 소년의 발길에 채여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보고, 도이칠란트 사람의 얼굴에 비웃음 같은 것이 떠올랐다. "카이저 집안이 이탈리아를 지배했던 시대에는 거지같은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나?" 도이칠란트 사람은 우리한테 더 던져 주기 위해, 동전 하나를 지갑에서 꺼내며 이탈리아 대위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 동전이 바로 내 옆에 떨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며칠이나 먹지 못하고 지냈기 때문에) 그것을 집어들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왜 집지 않느냐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물론 그 때도 거지는 있었지, 하지만 이렇지는 않았어." 도이칠란트 장교는 이탈리아 대위의 대답에 아주 신물이 낫 듯이 하품을 했다. 그 순간 나는, 이탈리아 대위가 우리를 비웃듯 도이칠란트 장교는 이탈리아 대위를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동전을 여자아이가 집었다. 그 아이는 도이칠란트 장교가 하나 더 던져 주기를 기다리면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까 비명을 지른 꼬마가 도이칠란트 장교에게 다가갔다. 꼬마는 진흙을 손에 가득 쥐고 있었다. 꼬마는 그것을 도이칠란트 장교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대장님, 돈을 주시면 이 진흙을 먹어 보이겠어요." 도이칠란트 장교는 웃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손가락으로 조그만 동전을 집어 올렸다. 그 아이는 진흙을 입에 넣고 삼키려 했다. 흙은 바싹 말라 있었다. 꼬마는 캑캑거리면서 흙을 토해 버렸다. 도이칠란트 장교가 웃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웃었다. 꼬마는 또 울기 시작했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꼬마에게 동전을 주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이 웃음보다 더 가슴 깊이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자 도이칠란트 장교는 나를 보았다. 그는 커다란 동전을 골라서 내던졌다. 그것은 내 오른쪽 발 앞 2,3센티미터쯤 되는 곳에 굴러 왔다. 그 위에 발을 올려 놓기만 하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너는 빵 하나를 넉넉히 살 수 있어!) 내 머리 속에서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동전을 발로 차 버렸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웃고, 이탈리아 대위도 미소지었다. "그런 짓을 하면 너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도이칠란트 장교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말했다. 그런것은 나도 알고 있다는 듯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더러운 물 속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그것은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 먹힌다. 거의 다 잡아 먹히지. 그러나 용케 살아 남는 놈도 있어." 도이칠란트 장교는 놀리듯이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탈리아 대위는 그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길 저쪽으로 멀어져 갔다. 아이들은 거의가 두 사람을 뒤쫓아갔다. 뒤에 남은 아이는 진흙을 먹어 보인다던 꼬마와, 두 번째 동전을 주운 여자아이였다. 꼬마가 얻은 동전을 보려고 손바닥을 펴는데, 여자아이가 꼬마한테서 그 동전을 빼앗았다. 꼬마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여자아이는 달아나 버렸다. 꼬마의 눈물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풍경 속에서 몇 줄기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더러운 뺨을 타고 흘렀다. 사람의 얼굴은 웃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있는가 하면, 화를 내게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이 꼬마의 조그만 얼굴은 울게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작은 물고기들이라고.) 나는 도이칠란트 장교의 말을 큰 소리로 되풀이했다. 꼬마는 그대로 울고만 있다. 그는 보도 바깥테를 두른 돌에 앉아 있었다. 손으로 얼굴을 비비기 대문에 눈물과 흙먼지가 뒤범벅이 되어 있다. 나는 꼬마한테로 걸어갔다. 나는 전에 꼬마를 본 일이 있지만, 이름은 모른다. 나는 꼬마에게, 그런 동전으로는 살 것이 없다고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꼬마가 울고 있는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꼬마가 얼굴을 들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누나가 내 돈을 빼앗아 갔어." 그렇게 말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동정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고 거칠게 말했다. "그만 울어." 꼬마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으나, 울음은 그쳤다. "따라 와." 이렇게 말한 뒤 나는 꼬마가 따라오는지 어쩌는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성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지는 자기에게 무엇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에 따라 모든 사람을 평가한다. 마치 솟아 오르는 물의 양으로 샘을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먹을 것만이 소중하다. 굶주림은 다른 모든 감정을 밀어내 버린다...... 이 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괴로움과 미움 때문에 여러 번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 가난한 사람의 비명이 늘 옳은 말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엇이 옳은지를 모르게 될 것이다. 성당에는 세 사람의 신부가 있다. 돈 카를로 신부는 젊고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 그의 고해서(자기가 지은 죄를 신부님에게 고백하는 곳)에는 여자아이들이 밀린다. 돈 아르만도 신부는 보통 사람들처럼 자기 이익만을 찾아 자기만이 편안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나머지 한 사람, 일 베키오 신부는 피에트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나이가 많아 모두들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에게 고해(신부님에게 자기 죄를 밝히는 일)를 하고, 그는 그것을 들어 주고 있다. 이따금 그는 눈물을 흘렷다. 사람들은 거의가 눈물을 흘리는 신부를 존경하지 않았다. 눈물은 약한 자가 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당 안은 썰렁했다. 나는 꼬마의 어깨를 잡고 '할아버지' 피에트로 신부의 고해소가 있는 곳으로 갔다. 신부는 어느 할머니의 고해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할머니는 신을 신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발바닥을 보고 할머니가 시골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할머니가 뭔가 신부님께 드릴 것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닭 같은 좋은것이 아니고 빵일거야. 신부님께 드리기 위해 어젯밤에 구운 빵일 거야.) 할머니는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두세 번 한숨을 쉬었다. 할머니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가, 곧 무릎을 바꿨다. 나는 빵 냄새를 상상하면서, 빵에 대해서만 줄곧 생각했다. 꼬마는 내 곁에 서 있다. 그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남아 있다. '됐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꼬마는 가슴이 찢어진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나는 그 셔츠를 열어 해쳤다. 그렇게 하면 갈빗대가 튀어나와 그늘진 꼬마의 가슴이 신부에게 보일 것이다. 겨우 할머니의 고해가 끝났다. 신부가 무슨 말을 했지만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지막 기도를 하고, 성호(천주교 신자가 십자를 긋는 일)를 그엇다. 천천히 할머니는 일어났다. 할머니의 무릎은 굳어있었다. 할머니는 성당 안을 둘러보았다. 성당 안은 어두웠다. 나폴리에서는 반 이상의 시민이 굶주리고 있어서, 초를 살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할머니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데로 가서, 다시 한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울렸다. 나는 할머니가 길게 기도하지 않기를 바랐다. 할머니가 나간 뒤에 나는 피에트로 신부한테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금방 일어나서 성당 앞문으로 나갔다. 나는 서둘러 꼬마를 고해소로 끌고가 그 위에 올려 앉혓다. 나는 그 옆에 서서 신부의 모습을 가리고 있는 커튼 너머로 말했다. "피에트로 신부님...... 피에트로 신부님......" 신부가 겨우 알아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늙은 신부는 커튼을 밀치고, 얼굴을 내밀었다. 심한 근시여서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다. "저예요...... 구이도에요...... 친구를 데려왔어요."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꼬마를 가만히 신부 쪽으로 밀었다. 신부는 몸을 구부려 꼬마를 들여다보았다. "성모님......" 신부는 중얼거리면서 꼬마의 머리 위에서 십자를 그었다. "굶주리고 있어요." 신부는 끄덕였다. 꼬마는 벌써 할머니가 가지고 온 빵을 보고 있었다. 빵은 그냥 형식적으로 종이에 싸인 채, 신부 옆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신부는 천천히 빵을 들어올리며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칼은 너무나 많이 갈았기 때문에, 날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조그만 빵을 반으로 잘라 그 하나를 꼬마에게 주엇다. 꼬마는 두 손으로 빵을 받고는, 흘끗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은, 입에 뼈다귀를 물고 빼앗기지나 않을까 바짝 도사리고 있는 개의 눈과 꼭같았다. 꼬마는 제단 앞을 지나, 성당 안에서 가장 어두운 구석 자리로 뛰어갔다. 뛰어가면서 어느 새 빵을 먹고 있었다. 나는 꼬마와 빵을 나눠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화가 났다. 그 때 늙은 신부가 중얼거렸다. "저 아이는 기도하는 것을 잊었구나." 그 때 나는 피에트로 신부가 돈 있는 집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는 북부 사람인데, 성당에다 재산을 모두 바쳤지만 바보이기 때문에 다른 신부보다 높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부님, 나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요." 신부는 나를 내려다 보았다. 한 손에는 아직도 나머지 빵 절반과, 또 한 손에는 호주머니칼을 갖고 있었다. "구이도, 너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구나. 너는 저애가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왔지?" 신부가 미소를 짓자, 나도 웃어 보였지만, 줄곧 신부의 손에 있는 빵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신부가 얼굴을 찡그렸다. "너는 나한테서 빵을 얻으려고, 그 애를 미끼로 데리고 온 것은 아니겠지?" 나는 얼굴을 돌려 버렸다. "그 애는 동전 하나를 얻었어요. 그런데 그애의 누나가 그것을 빼앗았어요. 그래서 나는 불쌍하게 생각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짓말은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 나는 돈 카를로 신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지만 파에트로 신부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신부는 주머니칼을 잡더니, 나머지 빵을 두 조각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나는 조그만 칼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빵의 한가운데에서 칼이 멈췄다. 나는 늙은 신부를 얼른 쳐다보았다. 나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빵을 먹고, 우유를 한잔 마셨다." 늙은 신부는 혼잣말처럼 천천히 말했다. 그는 빵에서 칼을 빼내고는 나머지 빵을 모두 나에게 주었다. "고마워요, 신부님." 나는 급히 말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나는 장님처럼 그 빵껍질을 만지고 있었다. "이제 가거라." 늙은 신부는 지친 듯한 소리로 말하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나는 빵을 한 입도 먹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입구에서 성수에 손을 적시고 무릎을 꿇었다. 제단과 고해소 옆에 서있는 늙은 신부의 모습이 보였다. 밖에 나와서, 나는 빵을 먹었다. 빵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밀가루빵으로 맛이 있었다. 나는 빵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느닷없이,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이놈, 넌 뭘 갖고 있는 것야." 나는 뛰어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카를로 신부에게 잡히지 않았다. "빵이에요. 피에트로 신부님이 주셨어요." 나는 빵을 등뒤에 감추고 잡히지 않게 카를로 신부에게서 떨어지면서, 화난 소리로 말했다. "훔쳤구나." 카를로 신부가 말했다. 나는 머리를 흔들고 뒷걸음질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신부는 껄껄 큰 소리로 웃었다. 신부의 단정한 얼굴이 그 품위없는 웃음 때문에 밉게 일그러졌다. "그 늙은이는 성당에 있는 것을 모두 남에게 주어 버린단말이야. 너 같은 녀석을 위해, 성모님까지 벌거숭이로 만들 모양이야." 나는 돈 카를로 신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피에트로 신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는 제단 옆에 서 있는 마리아상의 금관을 팔아서 빵을 사고 싶어했다. 나는 계단의 맨 아랫단까지 내려와, 달아나려 하면서 뒤돌아보았다. 이제 나는 안전한 장소에 와 있었기 때문에, 돈 카를로 신부에게 욕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피에트로 신부에게 일러바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내가 빵을 먹고 있는 모습을 카를로 신부가 잘 볼 수 있도록 나는 빵을 입으로 가져갔다. 카를로 신부는 '그런 빵 따위는 얼마든지 있어.' 라고 하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돌아서더니,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잘 때 먹기 위해 나는 조그만 빵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배가 고프면 좀처럼 잘 수가 없지만, 조그만 빵 조각이라도 천천히 씹고 있으면 배고픈 걸 잊을 수가 있다. 어른들은 식당에 갈 수 있다. 술이나 커피를 마실 돈이 없어도, 거기에서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아이들, 다시 말해 '작은 물고기'들도 자기들이 모이는 장소를 가지고 있다. 나는 '우리들'이 모이는 장소인 광장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거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좁은 빈터인데, 그 때문에 우리들의 모이는 곳으로 쓸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2,3미터 떨어져 있으면서 그 여자아이, 다시 말해 꼬마의 누나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강마른 몸에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아이가 열 살이나, 그보다 조금 더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여자아이보다 얼굴의 반만큼이나 더 컸다. 나는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갔지만, 눈은 여자아이 주위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 있었다. 그들은 이 근처 가게에 도둑이 들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이든 아이들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잔뜩 뻐기면서 웃음을 떠올렸다. "왜 너는 동생한테서 돈을 뺏는 그런 짓을 하니?" 나는 그만 여자아이에게 바보스러운 질문을 했다. 여자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네 동생에게 빵을 절반이나 얻어 줬단 말이야." 나는 자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아이가 얼굴을 들었다. 여자아이의 머리는 길게 늘어져 있었고 더러웠다. "그애는 바보야. 흙 같은 것을 먹으면 죽는단 말이야. 지난 주에도 군인에게 보이려고 살아 있는 고구마벌레를 먹어 버렸어. 그 애는 바보야. 크질 못해." 여자아이는 내가 무어라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빵조각을 만지작거렷다. 스스로도 놀랐지만, 갑자기 그 조각을 둘로 잘라 조그만 쪽을 여자아이에게 주었다. 나는 내가 한 일에 아주 놀라서, 내 손을 남의 손이기나 한 것처럼 바라보았다. 나는 여자아이가 빵을 와락 거머잡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아이는 두 손가락으로 빵을 얌전히 집어올려 입에 가져갔다. 빵은 아주 작았기 때문에 한입에 삼켜 버릴 수도 있었으나, 여자아이는 오랫동안 빵을 씹고 나서야 겨우 삼켰다. 여자아이가 말했다. "고마워... 내 이름은 안나라고 해." 나는 내 이름을 말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여자아이에게 빵을 준 것에 마음이 흐뭇했다. 나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몇 살이니?" 여자아이는 땅에다 11이라는 숫자를 발로 썼다. 나는 웃고, 그 옆에다 내 나이를 썼다. "열 두 살이구나." 여자아이는 큰 소리로 말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이보다는 크구나." "안나!"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여자아이는 얼굴을 들었다. 모이는 곳 끝 쪽에 등이 굽은 조그만 할머니가 서 있었다. 그 할머니는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너희 엄마니?" 안나는 머리를 저으며, 안녕, 하는 손을 흔들고는 할머니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안나는 할머니와 함께 이 모이는 곳으로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그 여자아이를 만나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구이도!" 소년들 중 하나가 나를 불렀다. "누군지 알고 있어?" 순간, 나는 안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아직도 도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지." "누가 했지?" 몇 아이가 소리쳤다. 나는 그들에게서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나는 모이는 장소 끝에까지 가서 소리쳤다. "돈 카를로 신부가 한 거야!" 모두 웃었다. 나도 흐뭇해서 혼자 히죽 웃었다. 집. 달팽이는 등에 집을 지고 다닌다. 도마뱀은 벽에 나 있는 마음에 드는 굴을 집으로 삼는다. 주인이 없는 개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을 집으로 삼아 밤이 되면 그 곳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냄새로 자기들 집을 알고 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동네 이름이나 번지로 주소를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리켜 '떠돌이'라고 부르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도 역시 저마다 자기의 집을 가지고 있다. '절름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거지는 계단 밑에서 살았었다. 그는 그 곳에 누더기를 깔아 놓고 살았다. 그 누더기는 아무도 가져가려고 하지 않을 만큼 더러운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절름발이는 죽었다. 순경은 거지를 가리켜 '떠돌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순경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내 귀로 들었다. '절름발이'가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사람은 나였다. 그는 칼라브리아에서 태어났는데, 언제나 고향 마을을 그리워했었다. 그가 죽었을 때 내 머리에 처음 떠오른 것은, '그는 고향 마을로, 흙속으로, 가축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절름발이'는 자기가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런 소리를 했기 대문에, 그의 형제들이 그를 마을에서 내쫓아 버렸던 것이다. 어느 일요일,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절름발이가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며 큰 소리로 욕했다. 신부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묻자, 절름발이는 하나님이 그렇게 시켰다고 대답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신부는 절름발이를 성당에 못 오게 했다. '절름발이'는 몇 번이나 그 이야기를 나한테 해 주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다하고 난 뒤, 늘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성당은 하나님의 것이야, 구이도. 성당은 하나님의 것이야." 나는 언제나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는 나쁜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 늘 기뻐했었다. 다른 거지들이 '절름발이'를 놀려 주면 그는 꼭 소리내어 울었다. 그가 가장 즐겨 이야기한 것은 형제들과 함께 가지고 있던 땅과, 가축, 특히 암소에 대한 일이었다. "구이도, 그놈은 말이야. 성모 마리아처럼 빛깔이 새하얗고, 게다가 큰 놈이었어. 정말이지, 온 마을에서 그렇게 큰 놈은 없었어......" '절름발이'는 이렇게 말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곤 했다. 나는 혼자서 곧잘 상상했다. 그럴 때 그의 눈 속을 엿보았다면, 거기에는 마을에서 가장 큰 암소의 모습이, '마리아처럼 새하얀' 암소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라고. '절름발이'의 집은 아주 오래된 집 계단 밑이었다. 춥고 습기찬 곳 이다. 다른 거지들은 아무도 그 곳을 탐내지 않았다. 그가 죽은 뒤에는 두 마리의 개가 그 곳을 차지했다. 누더기며 잡동사니 들도 모두 개의 것이 되었다. 내가 왜 그 '절름발이' 이야기를 했는지 나도 모르겟다. 그는 남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는 곳의 한 성당에는 성 요셉의 벽화가 걸려 있다. 그것은 빛깔이 있는 작은 돌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돌 하나가 떨어져 나가고 없다. 그 돌이 없어진 곳은 성 요셉의 얼굴이나 옷 같은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오른쪽 발언저리의 배경이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그 벽화를 바라볼때면 돌이 없어진 곳이 또렷이 눈에 띄고, 그 곳이 벽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처럼 만일 내가 '절름발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도 아마 모자라는 곳이 생겨 '이야기할걸 빠뜨린 게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구이도의 집... 나의 집은 거리 중앙에 험하게 솟아 있는 산기슭 동굴 속이다. 그 산꼭대기에는 많은 부자가 살고 있고, 그 곳은 보메로라고 불린다. 그 동굴은 조그맣고 그속에는 목수의 작업장과, '헐렁헐렁'이라는 별명을 가진 할아버지의 마구간이 있다. 나는 그 곳을 '구이도의 집'이라고 했지만 목수는 목수대로 자기 집이라고 하고, '헐렁헐렁' 할아버지도 집세를 목수에게 내고 말과 함께 살면서,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우리들 누구의 집도 아니다. 날마다 목수는 '비아로마'의 사무실로 가서 사람들에게서 거둔 집세를 공증인에게 물고 있다. 공증인은목수가 누구를 위해서 집세를 거두고 있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도 '헐렁헐렁' 할아버지나 목수의 일을 도와 집세를 물고 있다. 나는 말을 돌봐주기도 하고, 심부름 같은 것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동굴 속에 저마다 자기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목수는 동굴의 대장이었기 때문에, 가장 넓은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동굴의 안쪽을 마구간으로 쓰고 잇고, 나는 말 옆의 구석진 곳을 차지하고 있다. 그 구석진 곳이 구이도의 집이다. 부자는 자기네 저택이 몇 층짜리라든가, 주위의 뜰이 얼마나 크다던가, 마당에 어떤 희귀한 꽃이 있는가 하는 것 따위를 자랑한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초라한 집 앞을 지날 때에도, 그러한 집에도 그런 대로 자랑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 또한 부잣집의 테라스나 하인같이,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안나를 처음 만난 바로 뒤에, 나의 집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보물을 손에 넣었다. 내가 그 보물의 이름을 댔다가는 웃음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내는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때처럼, 재빨리 단숨에 말해 버리려 한다. 그것은 털로 짠 깔개다. 밝은 햇빛이 빛나는 나폴리도, 북풍이 산에서 불어 오면 추워진다. 수족관의 종려나무는 축축한 찬바람에 맞서면서 '우리는 이 곳의 식물이 아니야. 우리는 이 곳 식물이 아니야.' 하고 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나폴리가 처음 폭격받았을 때 폭파된 집 속에서 그 깔개를 찾아냈다. 얼마 동안 그 깔개가 팽개쳐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커버는 찢어지고 속은 비어져 나왔다. 그래도 전쟁 중에는 모직깔개가, 설사 커버가 찢어졌다 해도 귀중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그것을 살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지만, 처음 그것을 찾아냈을 때부터 나의 것, 다시 말해 구이도 집의 것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그 깔개를 동굴까지 가져올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누군가 도와 줄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깔개를 보여 주어도 그것을 탐내지 않을 사람 이어야 했다.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생각한 것은, 순경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밤에 옮겨야 한다는 것 이었다. 순경들 가운데는, 우리가 분명 우리들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물건을 운반하고 있어도 모르는 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순경들은 부랑아를 무슨 원수처럼 생각했다. 나는 폭파된 건물 속에서 기어나와 '우리들의' 장소로 갔다. 늦은 오후였다. 이제 어두워질 것 이다. 언제나처럼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다. 나는 가장자리에 있는 돌에 앉아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서 오늘 밤 깔개를 운반할 때 누구에게 도와 달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레나토는 신이 없었다. 그는 깔개를 훔치려 하지 않을까? 루이지...... 그라면 마음놓을 수 있는데 너무 어린 것 같다. 내가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그 깔개를 가져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나가 골목길로 해서 모이는 곳에 왔다. 안나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힘이 있어 보였다. 안나하고라면 깔개를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1리라를 갖고 있다. 안나는 1리라를 받고 나를 도와 줄까? "안나......" 나는 가만히 불렀다. "왜?" 안나가 대꾸했다. 내가 걷기 시작하자, 안나가 따라왔다. 안나는 영리하기 때문에, 나한테서 두세 걸음 떨어져서 따라왔다. 안나는 중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안나가 얼른 뒤따라왔다. "나는 좋은 것을 찾아냈어. 그런데 나 혼자서는 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어. 좀 도와 주지 않겠니? 깔개야." 안나는 땋아 내린 머리를 손가락에 감고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순경이 무서워." 안나가 너무 솔직하게 말했기 때문에, 안나는 정말로 무서워하고 있지는 않으며 적어도 특별히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안나는 2리라를 바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큰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에 옮겨야만 해. 12시가 지나서 우리 집까지 옮기고 싶어." 나는 먼저 안나에게 반 리라면 어떻겠냐고 말하려고 생각했다. 그거라면 값을 올릴 수가 있다. 맞은편이 이쪽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의 돈을 바랄 때는 적은 값을 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는 걱정이 되어 이렇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 "도와준면 1리라 줄게." 안나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깔개는 무거워." "그렇지만 그렇게 먼 데로 옮기지는 않아." 나는 얼른 말했다. 나는 안나는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지만 어쨋든 안나는 약속한 대로 와 주었다. 폭파된 집을 달이 비추고 있었다. "여기야" 나는 말한 뒤, 한 구석을 가리켰다. 안나는 깔개를 흘끔 보고나서, 달을 쳐다보았다. "구이도, 여기는 기분이 나빠서 싫어." 나는 안나가 겁쟁이라고 웃었지만, 쥐죽은 듯한 고요함 속에서 부러진 대들보와, 무너진 벽의 그림자가 마루에 그늘을 드리운 것을 보고 있으니 나도 무서워졌다. "자......" 나는 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밤에 묘지를 빠져 나올 때 하는 소리처럼. 내가 깔개의 한 쪽을 잡고 안나가 다른 한 쪽을 잡았다. "구이도, 무거워. 그만두자." 안나가 속삭였다. "너는 약속했잖아!" 나는 소리쳤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밤에 도전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너는 약속했잖아!" 우리는 겨우 무너진 벽 위로 깔개를 끌어 올렸다. 추운 밤이었다. 길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고 어두웠다. 동굴에 돌아오는데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우리는 몇 번이나 멈추어 쉬어야만 했다. 동굴에는 커다란 현관이 있었는데, 밤에 드나들 때는 작은 쪽의 출입구를 썼다. 그 입구는 깔개를 운반하기에는 넉넉했지만 안나는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 갈 수 있었다. 말은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히힝거렸다. 내가 소리치자 말은 나라는 것을 알고는 조용해졌다. 동굴 속 내 자리에는 조그만 나무 상자가 놓여 있다. 나는 그 속에다 귀중품을 넣어 둔다. 나는 그 상자를 열고, 쓰다 남은 초를 찾아서 불을 켰다. 촛불이 지직거리면서 커다란 그늘을 만들었지만, 이 곳은 나의 집이다. 이 어두운 한 구석에는 무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말 냄새와 온기를 느끼고 있으면, 느긋한 기분이 된다. "아주 좋은 곳이구나." 안나가 칭찬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자랑스러워졌다. 내가 말 궁둥이를 가볍게 두드리자, 말이 꼬리로 내 얼굴을 쓸었다. 그것을 보고 안나가 웃었다. 우리는 깔개를 상자 옆 한 구석에 깔고, 둘이 그 위에서 뒹굴었다. 안나가 다시 말했다. "아주 좋은 곳이구나. 나는 아주머니한테 쫓겨나면 여기 올 거야." 나는 물었다. "쫓겨날 것 같니?" "모르겠어." "쫓겨나면 이리로 와도 좋아." 나는 이렇게 말해 버리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한 것을 뉘우쳤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여기에 살고 싶진 않았다. 안나는 끄덕였다. "도와 준 값을 줘." 나는 웃옷 호주머니에서 1리라를 꺼내 안나에게 주었다. 안나는 확인해 보고 나서 웃옷 속에 밀어 넣었다. 나는 작은 문 입구를 열어 주었다. 안나는 밖으로 나가자, 몸을 떨었다. "고맙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는 밤길을 돌아가는 안나의 발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입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의 토막초는 다 타 버리지는 않았다. 나는 두 장의 비단 주머니를 주워 와서, 그것을 이불 대신 쓰고 있다. 나는 그것을 몸에 덮었다. 그리고 초를 남겨 두기 위해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문득, 아무 까닭도 없었지만, 나는 초를 모조리 써 버리고 싶어졌다. 나는 초가 지직거리며 사그라져 가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4,5분동안 촛불을 바라보며 뒹굴었다. 초는 다 타버리자 탁탁 튀었고 심지는 녹은 촛농속으로 넘어져 버렸다. '깔개 때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깔개를 얻었기 때문에 초를 모조리 써 버린 거야.' "구이도, 괴로움이나 불행이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람들은 하나님이 생명을 주신, 뼈가 있는 헐렁헐렁한 자루와 같은 것일 뿐이야." 나는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할 때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우리 사람들은 '뼈가 있는 헐렁헐렁한 자루'일 뿐이라는 말을 할아버지가 즐겨 썼기 때문에 '헐렁헐렁'이라는 별명이 생겻던 것이다. 1943년 1월의 추운 아침이었다. 할아버지는 일하러 가기 위해 말을 끌어 내고 있었다. 그 말은 암컷인데 한참 일할 나이를 이미 지나 버린 말이었다. 적어도 15살은 되었고, 아무리 먹이를 많이 먹어도 살이 찔 수 없는 나이였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먹이를 말한테 주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말과 빵을 나눠 먹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공주야." 할아버지는 말한테 마구를 씌우면서 말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말은 가만히 서 있다. 커다란 다갈색 눈으로 열려 있는 동굴 입구를 슬픈 듯이 보고 있다. "공주야, 지금은 일하는 철도 아니다. 하지만 달리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우리는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말이 할아버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래요, 왕자님. 삶은 괴로운 것이에요." 말은 금방이라도 이런 말을 할 것같이 보였다. 둘 사이가 좋은 것은, 늘 그들의 마음이 하나로 통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할아버지가 말을 때리는 것을 본 일이 없다. 그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나는 새들에게 설교를 하고 있는 성 프란시스코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성 프란시스코와는 다르다. 할아버지는 자기 말만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개를 무서워하여 돌을 던지곤 했다. 할아버지는 세상을 그릇되고 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는 은둔자 같은 사람이다." 피에트로 신부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이 두 노인도 묘하게 사이가 좋았다. 그들은 길에서 만나면 오래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가는 일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두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거기에 두 사람을 친하게 맺어 주는 무엇인가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때때로 생각했다. '헐렁헐렁' 할아버지가 세상을 미워하는 마음과, 신부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둘 다 똑같이 어린이 같은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나는 할아버지가 말을 마차에 메우는 것을 거들어 주고 나서, 할아버지가 부두로 말을 데리고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자기는 절대 마차를 타지 않았다. 언제나 고삐를 잡고, 커다란 수레바퀴 옆을 걸어서 간다. 마차에다 짐을 싣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무렵, 내 생활은 이미 날이 밝아 버린 하루 같은 것이었다. 내일이 되면 또다른 세계가 찾아오겠지만 그 세계는 일할 것이 있는 사람만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목수는 오지 않았다. 목재가 없었던 것이다. 목수가 수선하리라 생각했던 마차는 동굴 앞에 버려진 채 있다. 나는 문을 닫고 자리로 돌아와 다시 누웠다. 나는 지난 밤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뱃속이 비어 있으면, 아침 추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나는 비단 주머니를 뒤집어 썼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옷을 모두 입었는데도, 나는 늘 입고 있는 바지 위에다 낡은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역시 추웠다. 가난한 사람들은 손님을 대접할 수 없는데도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찾아오게 만들어 놓으셨다. 그 무렵, 나폴리 사람들은 벼룩손님을 가득 기르고 있었다. 보메로에 사는 부자들에게조차 때로는 벼룩이 달라붙었다. 나는 부자나, 장교나 또는 하인에게 짐을 들리고 있는 부인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멈추어서서 몸을 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웃었다. 벼룩은 모두, 맛있는 것을 먹고 있는 부자한테 달라붙으면 좋을 텐데. 그들의 피는 우리들의 것보다 훨씬 맛이 있을 게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가슴을 긁고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벌써 등이 가려워졌다. 드디어 나는 참을 수가 없어 일어섰다. "우리 아버니는 아프리카에서 전사했어요, 군인이었어요. 대장님, 나는 배가 고파 죽겠어요" 내가 뒤에서 쫓아가자, 그 중위는 내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한눈을 팔았다. 나는 그의 뒤에 바싹 달라붙어 뛰면서 소리쳤는데, 그가 듣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는 늘 아침에 벌써 여러 명의 아이들한테서 같은 말을 들었을 것이다. "대장님, 이탈리아를 위해서예요. 하나님을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뭔가를 베풀어 주세요." 그 장교는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탈리아를 위해서라고?" 그는 내뱉듯이 말하고 웃었다. "하느님, 조국, 가족이라고...... 나폴리에서는 거지도 그런 것을 알고 있구나." "정말이에요, 대장님. 우리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전사했어요." 나는 울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나서 눈을 커다랗게 떴더니 그 중위가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부가 낚시에 고기가 걸린 것을 아는 것처럼 거지도 자기 바늘에 상대가 걸린 것을 안다. 장교는 조그만 지갑을 꺼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는 50첸테시모(이탈리아의 잔돈)를 주었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장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아까와 같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국을 위해서다." 그리고 장교는 멀리 사라져 갔다. 동냥을 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사람의 마음은 자물쇠 같은 것이어서, 열쇠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껄이는 말뿐 아니라 얼굴의 표정도 열쇠가 된다. 어떤 사람은 명랑한 거지에게만 뭔가를 주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거지가 비참해 보이는 것을 바라는지, 네 신세는 아직 그다지 가엾지 않구나, 라고 말한다. 잘난 체하는 거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영리한 거지는 상대에 따라서 어떤 태도라도 취할 수 있었다. "나는 고아예요. 엄마 없는 아이한테 적선 좀 하세요. 아주머니, 부디 이 불쌍한 아이에게 뭔가를 좀 주세요." 내가 따라다닌 아주머니는 온통 까만 옷을 입고 있다. 아주머니는 부모, 남편, 아들 중 누가 죽어서 상복을 입고 있는 것일까! 아주머니의 구두는 해져 있다. 하지만 그 즈음에는 모든 사람의 구두가 다 해져 있엇다. 전쟁을 한참 하고 있는 때여서, 부자들도 새 양복을 갖지 못했다. "아주머니, 부디 뭘 좀 주세요.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어요." 그 여자는 얼른 나를 보았지만, 내가 쳐다보자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아주머니 돈이 없으시면, 저를 위해 기도라도 해 주세요." "내 이름은 구이도예요. 나는 아직 열 두 살이에요.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나를 위해 기도쯤은 해 주세요." 그 여자는 길을 둘러보았다. 때때로 이것은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좋은 징조였다. "아주머니, 부탁이에요." 나는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가만히 말했다. 그 여자는 백 속을 뒤져 10첸테시모 동전을 꺼내더니, 나를 보지 않고 그것을 주었다. "은총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큰소리로 외치며 멈춰 선 채 아주머니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길 모퉁이에서 길을 건널 때, 아주머니는 얼른 뒤돌아서 나를 보았다. 아주머니는 거지한테 뭘 준 일이 한번도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아주머니가 눈을 맞추면서 히죽 웃었다. 재수좋은 날과, 재수없는 날이 있다. 이런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첫 마수가 좋은날이 반드시 가장 재수 좋은 날 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겨울에 매우 따뜻한 햇빛을 느끼고 눈을 뜰 때가 있다. 오늘은 재수가 좋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뱃속이 비어 있어도 십자를 긋고 웃어야 한다. 하지만 점심때가 되기 전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그리하여 아침에 눈을 떴을 때보다 더 뱃속이 빈 채로 근 날 밤은 침대에 들어가게 된다. 또 다른 때에는 이 세상에서 자기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뜰 때도 있다.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면 바로 이런 소리가 들린다. "구이도, 이걸 좀 도와 줘." 아니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동냥을 하면 그 사람이 2리라나 준다. 그래서 ,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몸 속에 따뜻한 기운이 돌게 된다. 성모 마리아가 몰래 지켜 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고 눈을 떴을 때의 비참했던 기분을 말끔히 잊어버린다. 나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1시쯤에 벌써 나는 먹을 것을 넉넉히 살 만한 돈을 얻었다. 게다가 내일 몫으로 1리라를 고스란히 남길 수가 있었다. 나폴리에는 많은 식당이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때로는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돈 있는 사람은 하얀 천으로 덮인 안쪽 테이블에서, 돈 없는 사람은 부엌문에서 요리하는 사람에게 먹다 남은 찌꺼기를 사 먹는다. 그러나 1943년 겨울부터는 종업원들이 찌꺼기를 먹게 되었다. 전쟁의 피해가 늘었기 때문이다. 날마다 거지는 늘고, 돌봐 주는 사람은 줄었다. 일을 찾는 사람은 많고 일거리는 적었다. 큰 부자는 나폴리를 떠나서 시골에 있는 자기 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난하고 땅도 없어서 남의 일을 안 하면 살아갈 수 없는 시골 사람들은 나폴리로 왔다. 그들에게는 노새와 나귀 냄새가 배어 있다. 나폴리에 오면 바로 거지가 되었다. 불행한 거지들도 자기들의 식당을 가지고 있다. 지하실이나 길가에서 불을 피워 여자들이 뼈와 야채 수프를 만들어서는 그것을 그릇에 담아 팔고 있다. 나는 그런 식당 가운데 한 식당으로 갔다. 정말이지 그 날은 운이 좋았다. 내 그릇 속에 기름이 많은 커다란 살코기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릿느릿 씹었다. 나는 수프를 더 살 수 있었지만, 빵을 먹고 싶었다. 빵은 고기나 다른 생활 필수품과 마찬가지로 배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가난한 사람은 주소가 없었다. 집이 없었다. 나폴리 시민이 아니었다. 그들은 등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급 수첩을 가질 수 없었다. 배급 수첩이나 빵을 암시장에서 사야만 했다. 그래서 제일 빵이 필요한 사람들은 빵을 가장 비싼 값으로 사야만 했다. 나는 어느 빵집으로 갔다.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내게는 배급 수첩이 없었으므로 나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 섰다. 그 곳에 들어서면 빵집 안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여기는 여느 때는 닫아서 잠가놓는다. 내가 그 문 가까이 가는데 뒤에서 조그만 나귀가 끄는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아주 좁은 골목이었기 때문에 나는 문에 몸을 꼭 붙이고 마차를 피해야만 했다. 내가 어깨로 문을 밀자,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빵을 굽는 솥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김과 빵 냄새가 감돌고 있다. 마차가 지나가 버린 뒤 나는 조심스레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좁은 창고인데 밀가루와 장작이 놓여 있다. 그 창고에서 빵을 굽는 넓은 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빵 직공들이 일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문께로 가서, 문 뒤에 몸을 숨기고 틈새기로 빵굽는 방을 엿보았다. 내 바로 앞에 선반이 있고 솥에서 막 꺼낸 빵을 거기서 식히고 있다. 나는 손을 깍지끼고 빵집의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마리아께 기도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지만, 고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숨어 있던 장소에서, 빵을 굽는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 나는 한손을 내밀어 빵을 집었다. 하마터면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 빵은 너무 뜨거웠으므로 손가락이 데었다. 나는 빵을 가슴에 안고 창고에서 골목으로 뛰쳐나왔다. 나는 문을 닫으면서, '도둑이야......' 하는 몹시 성난 소리가 들려 오지 않나 걱정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골목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빵은 1파운드짜리 빵이었다. 나는 빵을 둘로 잘라 하나는 웃옷 속에다 집어넣었다. 나는 빵의 절반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절반은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도중에 개를 만났다. 나는 빵을 조그맣게 잘라 개에게 주었다. 이 행운을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날 더 이상 아무에게도 동냥하지 않았다. 동냥을 하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쉽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해님이 겨우 모습을 나타냈다. 나는 동굴에서 깔개를 끌어내어 막대기로 두들겻다. 그리고 나서 '헐렁헐렁' 할아버지가 말한테 물을 주는 통에다 물을 길어 몸을 씻었다. 오랫동안 나폴리에는 비누가 없었다. 굶주림이 온 나라 안에 퍼져 있듯이 온 나라에는 더러움이 퍼져 있다. 정말이지, 나폴리의 가난한 사람들은 늘 더러웠다. 갈아입을 양복이나 셔츠가 있어서 깨끗이 빨아 입어도 어디나 모두가 더럽기 때문에 아무리 애를 써도 더러움이 다시 배어 버리는 것이다. 저녁때 나는 모이는 곳으로 갔다. 모두의 얼굴에 오늘은 좋은 날이 아니라는 표정이 나타나 있기 때문에 나는 놀랐다. 나는 울고 있는 조그만 소년 앞을 지나갔다. 안나가 동생과 함께 돌 가장자리에 앉아있다. 나는 물엇다. "왜 집에 들어가 있지 않니?" "춥기도 하고 또 여자애가 밖에 나와 있을 시간이 아니야." 안나는 나를 쳐다보자 웃었다. "빵 가진 거 없어?" "없어." 나는 힘을 주어 말했다.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안나도 내 얼굴을 보고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주머니가 아파 누워 있어." "그렇다면 더구나 집에 있어야 하잖아." 나는 소리쳤다. 나는 안나가 내 말을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안나는 순순히 일어나서 동생의 손을 잡고, 자기가 살고 있는 어두운 길 쪽을 걸어갔다. 나는 뒤쫓아가서 호주머니에 있는 빵을 안나에게 주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그 곳에 그대로 서서 이렇게 소리쳤다. "잘 자, 안나." 모이는 곳 끝에서 안나의 소리가 되돌아 왔다. "잘 자, 구이도." 모이는 곳에 왔을 때 나는 마음이 흐뭇했었는데 지금은 비참했다. 내일은 재수가 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 왔다. 나는 깔개 위에 뒹굴며 나머지 빵을 셋으로 쪼갯다. 하나는 몸이 녹는 대로 오늘 밤에 먹고 다른 하나는 내일 아침 먹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또 하나는 안나를 만나면 줄 셈이었다. 구이도. 어린아이들은 흔히 자기의 영혼이 조그만 몸에서 빠져 나가 버린 것처럼, 그래서 전혀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자기 이야기를 한다. "루이지는 울고 있어." 조그만 루이지는 이렇게 말하며 어머니에게서 위로받고 싶어서 눈물에 젖은 얼굴을 어머니 쪽으로 돌린다. 사실 거의 모든 아이들은 '나는 울고 있어.' 라든가 '나는 갖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지 않는 아이도 더러는 있다. 아마, 그 아이들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 말하는 것은 구이도에 대한 이야기다...... 나에대한 이야기다...... 아니,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 구이도와 나는 같은 아이지만 아주 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도이칠란트 장교가 아이들에게 돈을 던졌을 때, 나는 남을 밀치고 돈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구이도 쪽은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러한 구이도를 비웃기도 하고, 욕할 수 도 있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같은 것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아주 가끔이지만, 나는 슬플 때나 울고 있을 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나폴리에 오기 전에 나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면,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이도!" 나는 집을 바라보았다. 이모가 부르고 있었다. "구이도!" 온 집안의 셔터와 문은 한낮의 열기를 막기 위해 닫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같이 보이지 않았다. 이모는 뒤쪽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왜 이모가 나를 부르는지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 침대 곁에 앉아 있으라는 것 이었다. 나는 망설였다. 결국 들어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들어가면, 어두운 방과 침대와 베개 위의 어머니 얼굴을 보게 된다. 어머니의 얼굴은 성당 벽 움푹 들어간 곳에 있는 성상처럼 누렇게 되어 있었다. 나는 10살이었지만, 침대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소리내어 울어 버렸다. 소리없이 누워 있는 어머니를 보고 울었다. 나는 어머니를 무서워하고 있었으므로 그 여자는 이미 내 어머니가 아니었다. 이것은, 집 아래 있는 돌담에 기대 앉으면서, 내가 머리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눈물이 내 눈에서 넘쳐 흘렀다. "구이도!" 나는 천천히 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이모한테 잔소리를 을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서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다.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이 얼굴을 돌렸다. "어머니가 죽었다." 이모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가 처음 배가 아프다고 말했을 때부터 너무나 울어서, 이젠 눈물이 남아 있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엄마하고 나란히 앉아 있을수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비뚤어진 아이라서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2주일이 지났다. 이모가 이웃 사람들에게 소곤거리며 이야기 하고 있다. "그애는 아무도 따르지 않고,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나는 이모에게 내가 문 밖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두 번 기침을 했지만. 곧 이모가 나한테 들려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았다. 이모는 나에게 직접 잔소리하는 것이 지겨웠던지, 아니면 시끄럽게 싫음 소리를 하느니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여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던지 그 어느 쪽이다. 이모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거의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슬픔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서, 아무하고도 이야기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애는요, 하루종일 한 마디도 입을 떼지 않아요." 이모는 내가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일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되풀이하며 나를 나무라고 있다. 아마 눈으로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모는 아주 수다쟁이인데, 잠자코 있을 때도 손은 이야기하는 것처럼 움직이곤 한다. 이모는 아이를 여덟 낳았는데, 그 중 여섯이 살아 있다. 넷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둘은 아래였다. 이모는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욕을 퍼붓는가 하면 곧바로 입을 맞추곤 했다. 이모는 언제나 바삐 움직이면서 요리며 빨래며 청소를 했다. 나는 이모를 보고 있으면 병아리를 거느린 암탉을 생각한다. 암탉이 병아리를 팽개쳐 버리고 어디로 가버리지 않도록 암탉에 다리에다 돌을 비끄러매 놓았는데 이모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는 늘 생각했다. 밤에 이모부가 잠든 뒤면 (이모부는 일을 잘 했으니까) 이모는 방 구석에 있는 마리아 그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고 마리아에게 수다를 떨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모가 마을의 소문을 되풀이하고 이웃사람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깍지끼고 마리아를 그윽이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렇다, 하고 나는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이모는 말을 안 하는 것을 싫어한다. '너는 가장 나쁜 죄를 짓고 있는게 틀림없어.' 나는 어머니가 하던 말을 생각해 내고, 미소를 지었다. "안토니아 이모는 말이다, 아주아주 오래 살 거야. 하나님은 이모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대면 견딜 수가 없을테니, 이모를 천국으로 데려가지 않을거고, 악마도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머니와 이모 사이에는 깊은 애정은 없었지만, 어머니 쪽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가 이모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안토니아 이모는 그것을 몰랐다. 이모는 자기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이모가 소리를 높였다. 나는 얼결에 돌아서서 촛불에 비쳐진 이모의 얼굴을 보았다. 이모가 말했다. "그애의 엄마도 무뚝뚝한 편이었어요." 나는 큰 소리를 내어 웃을 뻔했다. 어머니는 무뚝뚝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모에게 아무것도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뿐인데 이모는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이모는 거의 누구하고나 친하게 이야기했으니까. (안토니아......) 이 때 처음으로 나는 '이모'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고, 그 이름을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나는 집에서 돌담으로 내려왔다. 나는 어머니와 같이 이 곳에 잘 앉아 있곤 했었다. 담 옆에 자라난 덩굴풀의 달콤한 냄새가 내 코를 찔럿다. 훨씬 뒤, 나는 나폴리의 야채장수 앞을 지나갈 때나, 박하 냄새를 맡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곤 했다. 그 날 밤 나는 이모부의 집을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 집에서 구박을 받은 때문이 아니고, 내가 이 집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을 설명해도, 이모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모는 동생이나 조카를 가족으로 생각했고, 가족은 마땅히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와 둘이서, 메시나 해협 건너 시칠리아 섬의 메시나 시에서 살았었다. 아버지가 아비시니아 전쟁에 나갔을 때, 나는 아주 어렸었다. 이모는 어머니와 나에게 자기네 집에 와 있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것을 정중히 거절했다. 어머니는 이모가 나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메시나 해협이 보호해 주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어머니는 병에 걸리고 나서야 이모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모와 이모부가 살고 있는 농장은 어머니 부모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거기서 태어났던 것이다. "구이도, 아주 기막힌 곳이란다." 어머니는 기차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번이나 말했다. "구이도, 아주 기막힌 곳이란다." 나는 창 밖을 내다보며, 기차가 지나가는 터널의 수를 세고 있었다. "하지만 구이도, 그 곳은 감옥이란다...... 감옥이란다." 어머니 목소리에 너무나 가시가 돋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창에서 얼굴을 돌려 뒤돌아보았다. 어머니의 얼굴은 새파랬다. 어머니는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겨우 9살이었으니까. "너는, 이모부와 이모에게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는 말이다, 늘 꽥꽥 소리를 지른단다. 영리하지 못해. 그러나 바탕은 나쁜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는 흘끗 창 밖을 보았다. 자리가 꽉 차서, 나는 어머니와 꼭 붙어 앉아 있었다. "게다가 욕심꾸러기란다. 농사꾼이지. 땅에 아주 많은 욕심을 낸단다." 나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좀처럼 질문을 하는 일이 없었다. 나는 어머니가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려고 할 때는, 아이에게 말하는 그런것도 아닌, 마치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늘 이야기 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모는 너에게 늘 거짓말을 할 거다. 모두가 거짓말을 할거다. 그 곳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곳이란다. 그 곳 사람들은 자기가 언제, 왜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른단다." 나는 어머니에게 바싹 다가앉으면서 속삭였다. "그 곳 사람들이라니, 누구 말이에요?" 어머니는 잠자코 웃었다. 나는, 어머니는 이미 그 곳에 가 있어. 우리는 아직 절반밖에 오지 않았는데, 하고 생각했다. "여자들 말이다. 남자도 그래. 하지만 거의가 여자야. 늘 거짓말을 한단다. 너한테 거짓말을 해서 혼도 내주고, 칭찬도 할 거다. 그래서 결국, 너도 거짓말로 형편없이 돼 버릴 테지." 어머니의 뺨에 한 줄기 눈물이 반짝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키스했다. 어머니는 나를 꼭 껴안고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귀여운 구이도." 어머니는 농장에 가서 1년 가까이 살았다. 처음에는 산공기가 어머니 몸에 좋은 것 같았다. 어머니와 나는 곧잘 둘이서 '산 마르코' 마을까지 2킬로미터 길을 산책했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어머니는 너무 더워서 꼼짝하지 못했다. 그 뒤에는 겨울 추위에 견뎌 내지 못했다. 그래도 가을 동안은, 나하고 돌담까지 걸어가서 거기에 앉아,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머니의 아버지, 다시 말해 외할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는 만난 일이 없지만 외할머니는 우리가 있는 메시나로 한번 찾아온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지금도 살아 있다. 세관 직원과 결혼한 이모와 함께 파리에 살고 있다. 외할머니는 메시나에 꼭 한 번 왔는데, 내가 기억하는 모습으로는 까만 양복을 입은 조그만 할머니였고, 손가락이 딱딱하고 차가웠다는 점이다. 나는 어머니가 할머니에 대해서 마치 젊은 여자에 대해서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젊은 여자란 어머니처럼 젊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람의 일생을 셋으로 나눠서 생각한다. 아이와, 어른과, 노인으로. "우리 어머니는 말이다 우리 아버지를 무서워했어. 아버지는 정말 건강했어. 건강하고...... 무쇠같았어. 하지만 이젠 돌아가셨어. 어머니는 지금도 정정하게 살아 있는데 말이다." "그 때 어머니는 뒤를 이을 남자애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기가 죽어 있었어. 여자아이만 셋이고, 남자애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땅은 사위의 것이 되는 거지." "그것이 아버지의 걱정거리였어. 며느리란 외양간에 막 사들인 암소 같은 것이지만, 사위는 새 주인이란다. 사위는 빵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위엄을 보이기 위해 사위를 두들겨패 보아도, 때린 주인이 나이를 먹으면, 사위는 그런 일을 모조리 잊어버려. 그래서 아버지는 안토니아하고 주제페를 결혼시켰어. 주제페는 몸이 약했으니까."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자기가 주인으로 있고 싶었던 거야. 아버지는 100살까지 살 셈이셨지. 하지만 그렇게는 못 살았어. 어느날, 가마니를 들어올려 마차에 쌓다가 쓰러져 버렸어. 숨을 거두었을 때는 겨우 쉰 여섯이였지." 짧은 가을날 오후에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잘 들을 때도 있었지만 때에 따라서는 듣는 척하기만 했다. 아무튼 어머니는 내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어머니의 오직 하나뿐인 말벗이였고, 어머니가 이야기를 원했던 오직 한 사람의 상대였다. 어머니는 정말 자기 혼자뿐이었고, 자기가 아파서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돈에 팔렸어." 10월의 밝은 해가 빛나고 있는 날이었다. 여름처럼 더웠으나 공기는 겨울처럼 맑았다. 나는 도마뱀을 보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그 말을 듣고 돌아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노예처럼 돈에 팔렸다는 말이 어린 나를 이상하게 끌어당겼다. "구이도, 너는 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가만히 어머니의 야윈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갈색의 눈만이 크게 보였다. "지난 번 생일로 스물 일곱이었어요. 엄마, 나는 알고 있어요. 스물 일곱이에요."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는 젊은 것인가, 많은 것인가? 나는 생각해 본 뒤 젊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한 것은 겨우 열 다섯 살 때였어. 약혼을 한 것은 열 넷이었고." 열 넷이나 열 다섯은 아이들의 나이나 다름 없었다. 열 넷은 어른의 나이라기보다 아이들의 나이고, 열 다섯은 그렇지 않다는 것일까? "아버지도 열 다섯이었어요?" 어머니가 웃었기 때문에 나는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돌아앉아 다시 한번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우리가 약혼했을 때, 서른 다섯이었고, 결혼 했을 때는 서른 여섯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어른이 나이 차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고, 아이들은 늘 나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어 보았다. "아버지는... 멋진 사람 이었어요?" 나의 기억 속 어딘가에 나를 자기 무릎에 앉혀 주던 군복입은 남자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멋진 사람이었어." 어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가 나쁜 것은 아니었어. 나빳던 사람은 우리 아버지하고... 나의 어머니였어. 너의 아버지는 말이다. 지참금도 없는 나하고 기꺼이 결혼해 주었어. 그 무렵 우리 집은 땅을 나누어 줄 형편이 아니었단다." "또 배수가 잘 되는 귀중한 염소 방목장을 팔 필요도 없었지. 네 아버지는 중위였어. 성대한 결혼식이었지. 모두가 만족해 했단다......" "나는 그 때 어려서 잘 알수가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아주 만족해 하셨어. 한 번뿐이었지만 그는 만족해 하셨단다." 어머니가 '그'라고 하는 분은 나의 외할아버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보통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불렀다. 가시가 돋친 듯이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때로 어머니는 자기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저거도 이해는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할아버지는 정말 건장한 사나이임에 틀림없으리라. '무쇠처럼 건장한' 이라는 말은 아마 더할 나위 없이 꼭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자기 어머니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잘 이야기 했었다. 다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구이도의 이야기'를 간단히 끝내고 싶다. 어머니나 이모부나 이모나 산 마르코 마을은 이 이야기와 직접 관계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관계는 있다. 이야기란 거미줄 같은 것이다. 중심에서부터 가는 줄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 나가고 고작해야 너덧 개의 씨줄이 그 사이를 이어, 기둥처럼, 그 거미줄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어머니는 봄에 죽고 나는 여름에 그 곳에서 달아났다. 1941년 여름이었다. 그 때 나는 11살이었다. 내 나이는 11살이지만, 구이도의 나이는 그렇지 않다. 구이도는 훨씬 나이가 더 들었다...... 나는 그 농장에서 도망쳐 나올 때 처음으로 도둑질을 했다. 내가 훔친 돈은 내 것이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2,3주 전에 나에게 25리라를 주었다. 그 돈은 장례식이 끝난 뒤 이모에게 뺏겻다. 나는 이모를 욕할 마음은 없다. 어린애가 25리라를 갖고 있어도 별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모는 그 돈을 저금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도망치던 날 밤에 부엌의 마리아상 뒤에 감춰 둔 상자에서 25리라를 훔쳤다. 상자에는 50리라 이상이 들어 있었지만 나는 25리라 밖에 갖지 않았다. 그 날 밤 나는 검은 그림자를, 특히 옹이투성이인 올리브 나무 그림자를 보면서 걸었던 것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촌들과는 달라서 어둠을 그렇게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어머니도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머니 말에 따르면 밤에 돌아다니는유령은, 유령을 본 사람의 마음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밤에 조심할 일이란 넘어지지 않는 것 뿐이었다. 나폴리에 가려고 생각했던 쪽은 내가 아니고 구이도 쪽이었다. 나였다면 틀림없이 잡혀서 이모집으로 되돌아가게 됏을 것이다. 나였다면 차표라든지 주소 같은 것에까지 머리를 잘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나였다면 역에 있는 역원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을 때 웃지 못하고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모부와 이모네 집으로 가요. 나폴리에 살고 있어요." 나는 조금 전, 이모부의 이름을 쓴 종이 쪽지를 살며시 내 보였다. 이름밑에 어머니와 같이 살았던 메시나의 아파트 주소를 적어 놓았다. 그리고 메시나 대신, 크고 굵은 글자로 '나폴리'라고 써 놓았다. 차표를 팔고 있는 역원은 종이쪽지와 나를 보았다. "이모부가 역에 마중을 나와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창구에다 10리라짜리를 들이밀었다. 역원은 중얼중얼했지만, 차표를 내주었다. 나는 차표를 거머쥐고 다른 한 손으로 잔돈을 모아 쥐었다. 그 때 그 종이쪽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얘, 잠깐 기다려!" 나는 역에서 달아나고 싶었지만. 그 때 '나폴리까지 걸어 갈 수는 없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멈춰섰다. 그렇게 한 것도 구이도 쪽이었다. 역원은 종이쪽지를 들어올려 보이면서 말했다. "주소를 놓고 갔다. 이모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서 주소를 갖고 가는 것이 좋을 거다." "고맙습니다." 나는 종이쪽지를 받았지만, 역원은 마음놓지 않았다. 역원은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잊지 않도록 해." "고맙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하고 그 '이모부의 주소'를 조심스레 접어서 셔츠 호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기차를 타고 나서 나는 한숨을 돌렸다. 기차가 초만원이어서, 이렇게 복잡하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장의 검표는 없었다. 나는 커다란 나폴리역에서 나오자마자 차표를 던져 버렸다. 식당이 나란히 서 있는 넓은 광장에는, 한가운데에 분수가 있고(그 분수에서는 물이 솟지 않았지만)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아직 어둡지는 않았지만 나는 혼자여서 불안해졌다. 나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 때 나는 언젠가 어머니가 했던 말을 생각해 냈다. 그 것은 내가 겨우 어머니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였다. "구이도, 너는 굳세져야해. 오직 너 혼자니 말이다. 무쇠처럼 강해지는거다...... 알겠니...... 하지만 친절해야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다른 사람도, 견딜 수 없게 되니까 말이다. 또 너무 강해져서 외돌토리가 되어서도 안돼." "엄마가 너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잊지 마. 나는 몰랐지만 구이도 너는 틀림없이 사랑과 강함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그 둘만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거다." 나는 남의 눈에 띄지 않을 곳의 잠자리를 찾아 광장을 가로지르면서 어머니가 들려 주었던 그 말을 소리내어 스스로에게 들려 주었다. "구이도, 너는 굳세져야만 한다. 너는 오직 혼자뿐이니까 말이야." 할아버지의 죽음. 1943년 봄이 되자, 나폴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부자까지도 굶주리게 되었다. 게다가 공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12월 5일의 공습 이후로 전쟁은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이미 우리들의 생활이 되어 버렸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 더욱이 노인의 죽음 따위, 는 거의 이야기할 값어치조차 없어진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혼자인데다 또 가난했다. 할아버지에게 가족이나 형제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아무에게도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한 일이 없었다. 나폴리 전체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생각된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공습이 있은 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폭격 뒤처리를 한다고 거의 날마다 부두에서 일했다. 4월 어느날, 할아버지는 나에게 함께 가서 거들어 달라고 했다. "구이도, 나는 늙어서 말이다. 쓸모 있는 것은 말과 마차지, 나는 아니야. 나를 도와 주지 않겠니?" 할아버지는 마차 옆을 걸으면서 말에게 일이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구이도, 말은 시골에 있어야 하는 짐승이야. 도회지의 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란다. 말은 우리가 스파게티(국수 같은 이탈리아의 음식)를 좋아하는 것처럼 풀을 좋아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도 도회지의 시멘트와 돌로 된 세계의 사는 그런 동물은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 그 때 처음으로 나폴리를 떠나자는 생각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나서 나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왜 시골로 가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땅에 침을 뱉고 투덜투덜 말했다. "시골 말이냐? 시골에서는 아무도 나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지 않는단다." "모두가 나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몇 마일씩이나 떨어져서도 큰 소리로 외쳐 대고 말이지. 게다가 시골에는 사람이 필요없단다. 땅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시골에서 떠난 것이구나, 라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가난한 농사꾼이라 땅을 나눠 갖지 못했구나. 나는 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말에게는 시골이 좋지 않아요!"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내가 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커다란 수레바퀴의 빗장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말을 위해서는 그야 좋은 곳이지." "말은 사람이 아니니말야. 말은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다, 개하고는 달라. 개는 사람과 마찬가지야, 자기가 죽을 때도 모르고 있어. 서로 물어뜯기도 하고 상대편을 잡아 먹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말은 풀을 먹고 살아. 풀이 없어지면 드러누워 죽어 간다. 말은 십자가에서 죽어간 예수처럼 착한 짐승이야......" "사람은 말이다. 역시 상대편을 잡아 먹고 산단다. 사람은 악마가 생명을 불어 넣은 뼈가 있는 헐렁헐렁한 자루와 같은 거야." 나는 웃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내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았으리라고 생각한다. "피에트로 신부님도 그런가요?... 그리고 할아버지도, 역시 악마가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항구 가까이에 와 있었다. 먼 저편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헐렁헐렁'할아버지가 아이였을 때도 바다는 지금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피에트로 신부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글쎄 미움이나 나쁜 마음이 얼굴의 상처처럼 뚜렷이 보일 때조차도 사람은 착하다고 믿고 있어...... 그는 스스로 눈을 감고 있는거야. 그래서 성인처럼 모든 것이 착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어때요?" 나는 할아버지가 자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답할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나 말이냐?" 할아버지는 슬쩍 얼굴을 돌렸다가 다시 내 눈을 바라보며, 겁먹은 아이처럼 자신없이 미소지었다. "너희들이 나를 '헐렁헐렁'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를 바보라고 비웃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할아버지는 잠시 숨을 돌리고 천천히 계속했다. "지금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그러나 전에는 아무래도 좋지 않았어...... 나는 사람이 무엇인지를 알 수 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약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참을 수가 없어. 구이도, 나는 늙어 버렸다. 머지 않아 모든게 끝나 버리겠지만 말이다." 할아버지는 고삐를 당겨서 말을 세웠다.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괴로운 일뿐이다, 구이도. 너나 다른 아이들 모두에게 말이다." 할아버지는 등 뒤의 거리 쪽을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사람이란 악한 거야. 악의 덩어리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무서운 일 아니겠니?" 할아버지는 '너무나 무섭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나서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미소지었다. "돈 피에트로 신부는 말이다, 하나님이 있다고 믿고, 그래서 괴로움을 참고 있다." "나는...... 나는, 악마가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믿는 것은 그것뿐이다. 악마가......악마가 있다고 말이지." 할아버지는 악마가 있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헐렁헐렁' 할아버지가 고삐를 늦추자, 말은 휴식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굶주리고 가난했지만 사는 것이 '너무나 무서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하기로 되어 있는 부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물었다.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의 탓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나는 망설였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아무도 나무랄 수 없다면, 그래도 그렇게 무서운 것이에요?" 할아버지는 더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나는 할아버지가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그는 세계와 나폴리와 메시나를 향해, 바다 저쪽에 있는 온 세계를 향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정오 가까이 되었을 때 나는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몇 마리의 파리를 보았다.(그것은 진짜 파리는 아니었지만.) 멀었기 때문에 파리처럼 보인 비행기였던 것이다. 4대였다. 물에 닿을 듯 말 듯하면서 날아 왔다. "쌍발 폭격기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곳에는 20명 이상의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비행기가 왜 여기로 온 것인지를 깨닫고 벽 뒤에 숨었다. 나는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공포로 새파랗게 질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건 상관없다는 듯이 차분한 사람도 있었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없었다! 나는 벽 뒤에서 뛰쳐나왔다. 할아버지는 한 손을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 말 목을 쓰다듬으면서 말 옆에 서 있었다. 비행기의 폭음이 들렸다. 비행기는 항구의 하늘 위를 돌고 있었다. 공격 목표는 커다란 독 복판에 닻을 내리고 머물러 있는 도이칠란트의 배였다. 나는 한 자리에 못 박힌듯 우뚝 서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일을 잊고 있었다. 나 자신의 일조차 잊고 있었다. 비행기는 도이칠란트 배로 다가가, 폭탄을 떨어뜨렸다. 나는 그것이 폭탄이라는 것을 곧 알았다. 여기에서 보면, 아무도 다칠 것 같지 않은 까만 돌멩이처럼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폭탄은 놀라울 만큼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나는 귀가 멍해져서 엎드렸다. 배가 폭탄에 맞았다. 거대한 구름같은 연기가 배에서 솟아올랐다. 세 대의 비행기는 다시 바다 저쪽으로 날아갔는데 하나가 방향을 돌려서 곧장 우리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벽이 있는 곳으로 도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 비행기는 폭탄은 떨어뜨리지 않고 부두에다 기관총만 쏘아댔다. 비행기는 아주 낮게 떠 왔기 때문에 프로펠러가 땅 위의 흙먼지를 구름처럼 말아올렸다.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엎으려 있었다. 얼마 뒤에야 겨우 조용해졌다. 나는 조심조심 얼굴을 들었다. 비행기는 바다 저쪽으로, 기체를 모로 세우면서 날아갔다. 나는 맞지 않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일어나서 웃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벽 뒤에서 나오면서 소리내어 웃었다. 20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합쳐서 웃고, 항구 저쪽에서는 도이칠란트 배가 불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모두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웃음을 멈추었다. 나는 돌아서서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나 말이 총을 맞았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말은 넘어져 있었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나는 말 뒤에 있는 마차에 정신이 팔렸다. 우리는 그 마차에다 폭격당한 창고 벽의 파편을 싣고 있었던 것이다. 말의 뒷발은 일어서려는 것처럼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헐렁헐렁' 할아버지는 말의 얼굴 곁에 손발을 쭉 뻗고 누워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말을 보살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곁에 가 보니 할아버지의 등에 총알 구멍이 나 있었다. 네 명의 남자가 할아버지를 벽 있는 데까지 운반해 와서, 거기에 눕혔다. 할아버지는 죽은 것이다. 그 때 한 사나이가 호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날을 빼내서 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안 돼요!" 나는 부르짖었다. 그 사나이는 뒤돌아봤다. 화가나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괜찮겠지, 얘야? 괜찮겠지?" 말은 총알을 여러 발이나 맞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내 쪽으로 향하고 있는 눈은 공포와 고통으로 흰자위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지 말아요! 불쌍해요!" 나는 소리쳤다. 나는 공포에 쫓기는 사람처럼 부두를 달려 항구를 떠났따. 나는 거리의 좁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그 골목은 건물 벽으로 막혀서 항구와 푸른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헐렁헐렁' 할아버지와 돈 피에트로 신부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신부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당 안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몹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입구옆에 놓여 있는 성수에 손을 적시기 전에 가만히 서서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고해소에는 신부가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도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나는 카를로 신부가 있는 것을 몰랐다. "나는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젊은 신부를 흘끔 쳐다봤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문득 카를로 신부가 무섭다기보다 미워졌다. "할아버지라고? 누구를 말하는 거냐?"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돈 피에트로 신부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런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카를로 신부는 모르는 체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카를로 신부가 피에트로 신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그는 비웃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피에트로 신부님 말예요. 나는 피에트로 신부님과 얘기 하고 싶어요." 나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놀랍게도 카를로 신부는 성호를 그었다. "피에트로 신부님하고요." 나는 되풀이했다. "피에트로 신부님은 돌아가셨다." 나는 머리를 흔들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어!' "간밤에 자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소리쳤다. "거짓말이에요!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요!" 순간 나는 카를로 신부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마 내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넌 이제 빵을 얻을 수가 없다." 물론 나는 늘 빵을 얻으러 성당에 오긴 했지만 그것은 너무 심한 말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이처럼 몹쓸 말을 들은 적이 없었고 이처럼 짖궂은 앙갚음을 당한 적도 없다. 몸 속에서 노여움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당신은 좋아하고 있죠?" 나는 돈 카를로 신부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부터는 당신이 빵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신부에게 뺨을 얻어맞아서 아팠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노여움이 가라앉지 않아서 다시 내뱉듯이 말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어요! 미워하고 있었어요! 죄를 지은 거예요!" 나는 성당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뒤돌아서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았다. 어두워서 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피에트로 신부님을 미워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죽였어요! 큰 죄를 지은 거에요!" 나는 카를로 신부에게 소리쳤다. 나는 햇빛이 환한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 소리쳤다. 그러나 나의 미움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은 다 할아버지였어." 나는 중얼거리면서 되풀이해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그것으로 두 사람이 죽었다는 무서운 사실을 견딜 수 있었다. 다른 세계. "엄마 더러운 형이야." 그 아기는 나에게서 엄마에게로 눈길을 옮기며 말했다. 아기 엄마는 부엌 테이블 앞에서 커다란 시골식 빵을 한조각 잘라 나에게 주었다. "가난해서 그렇다." 아기 엄마는 아기에게 말하고,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아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너도 나 같은 생활을 하면 이렇게 될 거다. "더러운 형이야." 아기는 다시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의 손을 흘끗 보았다. 아기 엄마는 나에게 빵을 주고 얼굴을 찡그리며 아기를 바라보더니, 곧 아기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포도주를 마시겠니?" 나는 입에다 빵을 너무 맣이 넣어서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반쯤 남아 있는 포도주병을 들고 커다란 컵에다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나는 목이 말라서 포도주를 꿀꺽꿀꺽 마셨지만 무척 신 포도주였다. 나는 마시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게 시냐?" 아주머니는 마음에 걸리는 듯이 이렇게 말하고,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자 당황해 하면서 덧붙였다. "괜찮은 줄 알았구나. 요리에 쓰는 포도주란다." 나는 미소지었다. 나는 아주머니가 어느 포도주병으로 할까 망설이면서 오랫 동안 선반을 보며 서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빵을 흘끔 보았다. "한개 더 먹겠니?"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주머니, 고마워요." 나는 대답하면서 덧붙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어제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그런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큰 빵을 주었다. 그리고 말도 하지 않고 다른 포도주병을 들더니 컵에다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왜 엄마한테 목욕을 시켜 달라지 않아?" 아기가 너무나 진지하게 나에게 물었기 때문에 나는 우스워졌다. "엄마가 없어서야." 아기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기가 살고 잇는 세계는 내 세계와 다르다. 더구나 아기는 지금 4살이다. "누구한테나 엄마는 다 있잖아. 왜 목욕을 시켜 달라지 않지?"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한 번 대답했다. "엄마가 없어." "그럼, 왜 안나가 시켜 주지 않지?" 나는 안나란 말을 듣고 내 친구 안나를 생각하고서 히죽 웃었다. 안나 쪽이 틀림없이 나보다 훨씬 더러웠다. 아기의 말을 듣고 있던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말을 거들었다. "안나는 말이지, 우리 집 하녀다. 가끔 아기 목욕을 시켜주거든. 이 애는 어느 집에나 안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아기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자기가 어떤 바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것이리라. "왜 엄마는 이 형을 목욕시켜 주지 않지?" 아주머니가 큰 소리를 내어 웃었기 때문에 나는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어졌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조르지오, 어쩌면 시켜 줄지도 몰라." 그 말을 듣고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도망칠 차비를 했다. "농담이다, 얘야. 그런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지 마라." 나는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렸다. 나는 화가 났다. 특히 아가 엄마에게. "너는 몇 살이지?" "열 두 살이에요." 나는 대답하고 손수건으로 코를 만졌다. "손수건으로 닦지 않았어. 손수건으로 닦지 않았어." 꼬마 조르지오가 우습다는 듯이 소리질렀다. "네 이름은 뭐지?" "구이도라고 해요." "구이도?" 아주머니는 천천히 되풀이하더니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좋은 이름이구나.' 하고 말했다. 나는 이름이 좋다든가 나쁘다든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름은 돌멩이 같은 것으로 그냥 그 뿐인 것이다. "어디서 사니?" "저 아래쪽에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루를 가리켰다. 나는 그 날 오후 보메로에서(그것은 동굴보다 위쪽에 있는 언덕 꼭대기 지역인데 동냥을 다니고 있었다.) 보메로에는 친절한 집이 셋 있는데 그 세 집에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나를 쫓아 내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집은 그 세 번째 집이다. 지금까지 안나라는 게 이 집 하녀의 이름인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얼굴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주인 집 음식을 기분좋게 내게 동냥해 주었다. 다른 두 집은 이미 다녀왔다. 한 집은 비어 있었는데 그 집 가족은 모두 나폴리를 떠나 버렸다. 다른 한 집에서는 백작이 직접 10리라를 주었다. 만일 여기가 보메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세 번째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보메로에는 가게가 두셋밖에 없는데 내가 들어가면 나를 도둑으로 취급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백작은 좀 남다른 사람이었다. 언제나 신부복 같은 발목까지 덮이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내가 처음 백작 집에 갔을 때, 나는 하인에게 내쫓겼을 뿐 아니라 뺨까지 얻어 맞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그 집에다 침을 뱉으려 했다. 내가 그렇게 화가 나 있지 않았다면 그 백작 노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 나는 달아나 버렸을 것이다. "꼬마야, 너는 왜 우리 집에다 침을 뱉으려 했지?" 백작은 이층 창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겨울이었는데 그는 목에다 빨간 플란넬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 뺨을 때린 하인이 문을 열어 줄 때 까지 얌전히 기다렷다. 문이 열렸을 때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주인님이 너하고 이야기하고 싶으시단다." 내가 그를 따라갈 낌새를 보이지 않자 그는 덧붙였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나는 달아나려 했던 것을 감추려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문으로 다가갔다. "내가 때렸다는 건 말하면 안 돼." "왜 말하면 안 되죠?" 나는 되물었다. 나는 목도리를 두른 늙은 백작만큼 이 하인이 무섭지는 않았다. "잠자코 있으면 50첸테시모를 주겠다." 내가 손을 내밀자 하인이 내 손바닥에다 50첸테시모를 놓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하인은 뭔가 입 속으로 중얼중얼했는데 나는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한테 일러 줄 거야,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때렸다고 일러 줄 거야.) 그러나 나는 백작 앞에 갔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넓은 방이면 가구며 벽에 걸려 있는 그림에 기가 꺾였기 때문이다. "왜 너는 우리 집에다 침을 뱉으려 했지?" 나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내가 가난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침을 뱉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한테 침을 뱉는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거야." 나는 민주주의라는 말의 뜻을 몰랐다. 그래서 늙은 백작한테서 눈을 돌렸다. 반대쪽 벽에 레이스 장식의 야회복을 입은 부닝늬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백작은 내가 무엇에 정신이 팔려 있는 지 알자, 이렇게 말했다 "그건 우리 할머니 초상화다." 나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물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백작은 웃었다. "나는 일흔 한 살이다." 나는 바보 같은 말을 한 것을 알고 얼굴이 빨개졌다. 백작은 친절한 사람이어서 그 이상 내가 난처해하지 않도록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너는 고아냐?"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언제나 하는 소리로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전사했어요.' 라고 하려다가, 이 아름다운 방에서는 그런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 그만두었다. "너는 한 주일에 한 번 여기에 와도 좋다." 백작은 커다란 가운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나에게 2리라를 주었다. "한 주일에 한 번이야. 너무 자주 오지는 말고." 나는 허리를 굽히고 고맙다고 말했다. 늙은 백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나는 네가 꼬마라고 해서 뭐든지 주려고 하는 건 아니다. 자, 이제 돌아가." 다시 한번 나는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돌아보자, 아까 그 하인이 닫은 문이 어느 새 열려 있었다. '"쟈코모, 이 애는 한 주일에 한 번 와도 된다." 하인은 백작의 그 말에 만족한 듯이 웃음짓고 있었는데, 문을 닫자마자 그 웃음이 사라졌다. (문에다 귀를 대고 듣고 있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들릴 게 뭐야."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하인은 내가 길에 나설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길에 나서자, 뒤에서 소리쳤다. "알았지. 한 주일에 한 번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노인이 얼굴을 내밀었던 창을 보고 서 있었다. 나는 쟈코모에게 무슨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두번 다시 여기에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또 가고 말았다. 배가 고파서 그런 자존심을 가지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늙은 백작과 헤어졌을 때의 이야기도 해 버리자. 그 때 백작은 나에게 10리라를 주었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그날 내가 처음에 간 집은 빈 집이 되어 있엇다. 그 집 가족은 없어져 버렸다. 나는 백작의 집으로 갔을 때 문에서 그 하인과 만났다. 나를 집 안에 들여주지 않았다. 모두가 짐을 꾸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쓸 짬 같은 게 없다는 것이다. 나는 뱃가죽이 등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백작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이층 방문이 열리고 백작이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다. 나는 하인이 대답하기 전에 소리쳤다. "나예요, 꼬마예요." 백작이 늘 나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백작이 말했다. "올라 와." 나는 '어때요?' 하는 듯이 쟈코모를 보고 히죽 웃었다. 그는 쓰디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백작은 외출복을 입고 있었고 방 안은 반쯤 비어 있었다. 나는 레이스 장식의 야외복을 입은 부인의 초상화를 찾았다. 그것은 없엇다. 초상화가 걸려 있던 벽에는 희미하게 네모진 자리만 남아 있엇다. "그런데 꼬마야, 너는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냐?" 그렇지는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 주일에 한 번씩 받던 2리라를 받으러 온 것이다. "선장은 배에서 맨 마지막에 탈출하는 모양인데 말이다." 백작은 가구가 거의 없어진 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런 소리는 거짓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고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백작은 선장도 아니고 나폴리는 배도 아니다.) 나는 입을 열어 물어 보았다. "떠나는 거예요?" 나는 그런 것을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말이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 백작은 말을 끊었다. 틀림없이 그 뒤에 '꼬마야.' 하려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꿔서 내 이름을 물었다. 내가 우물우물 이름을 말하자, 백작은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그래, 구이도. 나는 떠나는거야. 나이도 먹었고 이제 돌아오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나서 지갑을 꺼내어 나에게 10리라 지폐를 주었다. "자, 돌아가. 너는 어리니까." 백작은 어깨를 두드리고 어리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일이기나 한 듯이 되풀이해서 말했다. 현관에서 쟈코모를 만났다. 그러나 뜻하지도 않은일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니 기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 엄청난 일은 아니니까. 쟈코모가 나에게, 5리라를 주었던 것이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려 하는데 그는 나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쟈코모에게는 5리라가 큰 돈 이다. 나의 1리라와 마찬가지로. "아래쪽은 대단하냐?" 나는 백작과 하인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폭격이 심했지? 무섭지 않았니?" 나는 대답했다. "무서웠어요." 무서운 폭격이었다. 나폴리에서 항구가 아닌 곳이 그처럼 폭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폭탄이 나폴리 곳곳에 떨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당하지 않았다. 폭격당한 집에서 군인들이 시체와 부상자를 끌어 내고 있었다. "아이 무서워!" 나는 아주머니가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앙갚음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서 곧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 누구나 무서워해요." 왠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말해 주자, 아주머니는 실망한 것 같았다. "불행한 일이야...... 어쩌면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아주머니는 슬픈 듯이 말했다. 나는 조르지오의 얼굴을 보았다. 그애는 가난한 사람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검먹은 얼굴로 엄마를 보고 있었다. 엄마가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애도 슬퍼하는 것 같았다. 저애는 엄마가 하는 말을 못 알아 듣고 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엄마가 절망하고 있는 것을 슬퍼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언제나 그렇다. 부모가 곤란해 하면 아이는 슬퍼지게 마련이다.) (무엇 때문에 괴로워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러는 것이다. 나는 아기에게 웃어 주었지만, 아기는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되돌아 보았다. 아기는 엄마가 웃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말했다. "가야겠어요.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겠어요." 아주머니는 입술을 깨물고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혼자란다. 안나는 언니한테 가서 없다. 우리 집 아빠는 로마에 있다." 아주머니는 무서워서, 내가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다시 빵 한쪽을, 살라미소시지까지 곁들여서 주었다. "안나는 곧 돌아오지 않나요?" 나는 물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온다고 했어." 아주머니는 더 있어 달라는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때까지 있어 줘.' 하는 것이었는데, 그 말을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더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은, 보메로의 경찰관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 곳 경찰관은 나폴리 어느 곳의 경찰관보다 엄했다. 그들은 밤에, 길에서 부랑아를 발견하면 잡아서 고아원으로 데리고 간다.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 집 뒤쪽에서 들려 왔다. 사이렌이 세 번째 울렸을 때, 조르지오가 울기 시작했다. (케이블 철도의 역 쪽이군.) 하고, 나는 정확한 장소를 알아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앉아라. 여기 있어 줘야겠다." 아주머니의 눈이 아주 크게 보였다.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나는 아주머니와 아기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기는 소리를 죽이고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공습. "여기는 공습받지 않을 거예요. 보메로는 공습받지 않는 다니까요." 내 말에 아주머니는,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깍지끼고 웃으려고 했다. 나는 아주머니의 입술이 엄마처럼 두껍지 않고 얇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머니가 겁먹은 듯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믄요. 또 항구일 거예요. 아니면 포츠올리나 공장 같은곳이죠." 나는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덧붙였다. (항구라든가 공장 가까이에는, 가난한 사람만이 살고 있어요.) "그래도... 잘못해서 공습받을지도 모르잖니......" 아주머니는 속삭이듯이 말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부엌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나는 창가에 서 있으면서, 복도에 잇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창이 없기 때문이다. "복도에 있는 편이 낫겠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재빨리 아기 조르지오를 무릎에서 내렸다. 그리고 내 말대로 움직였다. 복도에는 의자 두 개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나는 전깃불을 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초는 없어요?" 내가 물었다. 아주머니는 대답 대신 곧 초를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아기는 완전히 겁을 먹고 뒤를 따라다녔다. 아주머니가 돌아왔을 때, 나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셔터를 내려놓고 오겠어요. 가끔 유리가 튀어요. 이것좀 보세요." "부탁한다." 아주머니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먼저 부엌으로 가서 안팎의 셔터를 내렸다. 부엌에서 식당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나는 그 문을 열기 전에, 잠시 그 자리에서 사방을 살펴 봤다. 아주머니네 집을 백작의 집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방은 일곱 개였다. 하나는 아주 작은 방으로 하녀가 쓰는 방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은 조르지오의 방이었다. 그애의 침대는 커다란 요람 같았으며 위에 차양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연한 하늘빛의 아주 얇은 천이었기 때문에,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그것은 색을 칠한 네 개의 기둥 위에 쳐져 있었다. "너는 거지아이다." 나는 큰 소리로 일러 준 다음 내 목소리에 쫓기듯이, 다시 한번 말했다. "구이도, 너는 거지아이야... 거지아이야." 그 방에서 나오려 할 때, 나는 헝겊으로 만든 곰인형을 보았다. 침대 옆에는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그림책이 쌓여 있었다. 그 속에서 그림책 4권을 집었다. 나는 어렸을 때, 인형을 갖고 있었다. 개 인형인데, 그 때는 엄마와 함께 메시나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조르지오 인형은 그것보다 훨씬 컸다. 내가 복도로 돌아왔을 때, 조르지오는 아주머니의 무릎위에 앉아 있었다. 아기는 이제 울지 않았다. 나는 곰인형을 아기에게 주고, 그림책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기의 엄마는 나를 보더니 만족한 듯이 미소지었다. "구이도, 코냑을 마시겠니?" 나는 하마터면, 마신다고 할 뻔했다. 그러나, 나는 전에 한 번 코냑을 마셨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거절했다. 물론 고맙다는 인사는 했다. 겨우 12살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코냑을 권하는 것은, 나를 어른으로 대접해 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 오지 않나 해서, 가만히 앉아 귀기울이고 있었다. 늙은 백작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인 쟈코모가 전에, 백작도 영지를 세 군데나 가지고 있는데, 그 곳에는 각기 100명 이상의 가족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영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을때, 나는 하인이 나를 놀라게 하려고 한껏 과장해서 말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백작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땅을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조그만 땅도 없어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백작은 지금 그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백작이 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구이도,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는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그러나 비행기가 날아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생각해 보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나는 커다랗게 소리지를 뻔했다. (그런 소리를 한 것은, 도망가는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야. 자기를 변명하고 있엇어. 내 이름을 물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이따금 알 수없는 일이 있을때면 말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질문하고, 구이도가 대답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해 왔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나는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백작은 자기가 도망치건 치지 않건 아무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거야. 그는 우리를 모르고 있어. 알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야.) "나는 오늘 아침에 촛불을 켰다."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멍청해 있었다. "그렇게 하면 좋은 일이 있다지 않니? 나는 공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때때로 잔잔한 바다에 파도가 이는 것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노여움이 치밀어오른다. 그것은 몸 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우리 엄마는 일요일마다 아버지를 위해서 촛불을 켰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전사했어요." 아주머니는 얼굴을 숙이고,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촛불을 켰을 때는,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돼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신음하듯 깊이 한숨을 쉬었다. "촛불을 켜면 늘 좋은 일이 일어나요." 나는 내 조금 전의 소리와 다른 것도 마음 쓰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나는 화내고 있지 않았다. 아주머니를 동정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피에트로 신부나 '헐렁헐렁' 할아버지만큼 하나님을 알고 있지는 않아.) "구이도, 우리는 서로 도와야겠지?" "그래요." 대답을 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무서워하고 있다, 무서워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두를 위해서 기도하겠다." 아주머니는 머리를 숙여 무릎 위에 앉아 잠이 들락말락하는 아이에게 입맞췄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모두를 위해. 알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을 위해, 어떻게 기도할 수가 있을까. 기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거야, 그렇지 않다면 기도는 안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 기도를 하는 것은 자기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를 마리아님께 보여 드리는 일뿐이거든. 그런 것은 속임수다. 무서워하고 있기 때문에 속이고 있는 거야.) "우리는 모두가 하나님의 아이들이다. 나도, 조그만 조르지오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아기를 너무 꼭 안았기 때문에 아기가 울었다. "가난한 사람도 하나님의 아이야." 나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아주머니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의 일을 알아요?) 너무 화가 나서 나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주머니와 나는 동시에 폭음을 들었다.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마리아님......" 아주머니가 두 손을 쳐들었기 때문에, 아기가 무릎위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나는 엄마의 일을, 엄마가 얼마나 용감하게 죽음을 견디고 있었던가를 생각했다. 그 즈음 우리는 가난했다. 죽음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다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가엾게도 흐느끼면서, 조르지오가 소리쳤다. "안나! 왜 안나는 없지? 안나를 데려와!" "오늘은 안나를 내보내는 게 아니었어. 아침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기의 엄마는 흐느꼈다. 나는 조르지오의 방에서 갖고 온 그림책을 흘끔 내려다 보았다. 나는 맨 위의 그림책을 집어 아주머니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기한테 읽어 줘요." 아주머니는 그림책을 받아들고는 펼쳤다. 그 때, 맨 첫번째 폭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항구쪽에서 들려 왔다. 아주머니는 그림책을 떨어뜨리고는 울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 부디 지켜 주십시오.' 하고 중얼거렸다. "안나! 안나!" 아기는 이렇게 소리치면서 두리번두리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나는 폭음에 귀를 기울이며, 나폴리의 어디가 폭격당하는가를 생각하면서, 그렇지, 하녀가 아기를 돌봐 주고 있었구나. 그 하녀가 어떤 뜻에서는 아기의 엄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그만 조르지오가 나의 진짜 동생처럼 귀여워졌다. "이리 와." 나는 아주머니 무릎에서 아기를 안아 올려, 내 무릎에 놓고는 코에 주름을 잡으며 히죽 웃었다. "무서워하지 마." 조르지오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려 했는데, 도리어 온 얼굴이 눈물투성이가 되었다. 아주 묘한 얼굴이 되었으므로 나는 웃어 버렸다. 내가 웃자 마음이 놓이는 듯 아기도 웃으려 했다. "어느 책을 읽을까. 이게 좋겠니?" 아기는 힘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 애는 테이블 위의 다른 그림책을 가리켰다. "옛날에 옛날에 세 마리의 조그만 병아리가 있었습니다. 까만 것과 흰 것과 빨간 것과......" 나는 읽기를 그만두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폭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창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고 집이 흔들렸다. 내가 살고 있는 쪽이다. 나는 친구인 안나와 안나의 동생을 생각했다. "읽어 주렴." 조르지오가 아닌 아기의 엄마가 말했다. 나는 세 마리의 조그만 병아리 이야기를 계속 읽었다. 까만 병아리는 장난 꾸러기엿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그림책을 읽은 일이 없다.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읽는 동안 마음이 좀 풀렸다. 세 번째 책을 다 읽었을 때(거의가 그림이고, 이야기는 아주 짧았다.) 공습이 끝났다. 비행기가 사라짐에 따라 폭음이 작아졌다. 고사포 소리가 그쳤다. "잘 읽는구나!" 아주머니는 아까와 달리 차분한 소리로 말했다. 조르지오는 내 무릎에서 미끄러져내려 제 엄마 무릎으로 갔다. 공습경보 해제 사이렌이 들려 왔다. "아주 다른 소리처럼 들리는구나." 아주머니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습경보 해제 사이렌 소리는 공습경보 사이렌과 똑같은 소리인데, 나에게도 전혀 다른 소리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부엌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네 말대로다. 보메로는 폭격을 받지 않았어." 나는 힐끗 아주머니를 보고는 아주머니가 사이렌 소리처럼 달라진 것을 알았다. "이제 나는 돌아가야 해요." "자고 가지 않겠니? 자고 가도 좋아.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아주머니가 기침을 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아주머니는 아까 내가 있어 주기를 바랐듯이, 지금은 나가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우리 집 쪽이 폭격당한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은 없잖아." "친구가 있어요!" 나는 그렇게 소리치고 급히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보내지 마. 나는 형이 좋아!" 나는 아기의 일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기가 엄마의 치마를 잡고 그 옆에 서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가야 해. 그렇지만 또 올게." 나는 조르지오에게 미소를 보내며, 아가의 뺨을 만졌다. "또 와...... 또 와......" 조르지오가 소리쳤다. "그래, 꼭 또 오너라." 아기의 엄마가 캔디라도 뺏듯이 끼여들었다. 조르지오와 같은 나이로 보였다. "구이도!" 아주머니가 나를 불렀을 때, 나는 문에 손을 대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돈을 줄 생각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차렸다. 만약 내가 거절하면 아주머니는 언짢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를 언짢게 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지갑을 가지러 부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지갑을 들고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내가 늘 보는 광경이었다. 몇 번이나, 나는 이렇게 기다리면서, 지갑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적어도 1리라는 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 대신, 아주머니가 너무 많은 돈을 주지 않도록 해 주십사고 기도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내 손바닥에다 50첸테시모를 놓아 주었을 때, 나는 웃을 뻔했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많이 주셔서 고마워요!" 아주머니는 얼굴을 붉혔다. 아주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나는 문밖으로 나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나는 길에 나와서, 너무나 큰 소리로 웃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그 뒤에 나는 곧 울고 말았다. 폭격이 끝난 뒤. 나는 집 근처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무너진 벽에서 솟아나는 먼지 냄새와 연기 냄새를 알아차렸다. 연기 냄새는 기분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냄새였지만, 먼지 냄새는 코를 쿡 찔렀다. 안개 같은 먼지가 공기와 함께 입 속으로 들어왔다. 이 사이에 끼여서 혓바닥이 까끌까끌했다. 집같이 단단한 것도 싱겁게 무너지고 대대로 죽 살아 온 건물이 몇 분 동안에 폐허가 되어 버렸다니 믿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옛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상상 할 수밖에 없이 되어 버렸다. 죽었다...... '헐렁헐렁' 할아버지처럼, 집도 죽은 것이다. 집은 슬퍼해 주는 가족도 없는 노인처럼, 아무 미래도 없이 죽어 갔다. 우리들이 모이는 곳 근처에서도 몇몇 집이 폭격을 당했다. 아이들이 무너진 집터를 파내고 있엇다. 한 할머니가 막대기로 아이들을 쫓으려 했지만,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할머니를 놀리고 있다. 나는 그 할머니를 알고있다. 할머니는 지금 자기의 발밑에서 쓰레기더미처럼 되어 버린 아파트의 조그만 방에서 살고 있엇다. 할머니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한 손에 조금 깨어진 물주전자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동강난 무거운 기둥을 옆으로 치우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내내 할머니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댔다. 소년하나가(나이든 소년 가운데 하나인데, 부모가 있고 집안이 그다지 어려운 소년은 아니었다.) 할머니에게 돌을 던졌다. 그 돌이 할머니의 등을 맞혔다. 큰 돌은 아니어서 맞아도 별 일은 없었다. 그래도 할머니는 쓰레기 속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주전자가 손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깨어져 버렸다. 나는 안나를 찾으러 아주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을 못 본 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 왜 그래요?" 할머니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나를 보더니, 다시 손을 위에 올려 팔 속에다 얼굴을 묻었다. "누굴 찾고 있어요?...... 누구예요?"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할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서진 주전자 한 조각이 내 발께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 조각을 주웠다. 그 주전자는, 깨지기 전에는, 아주 아름다운 것이었음에 틀림없으리라. 결혼식 날에 아주머니나 아저씨에게서 선물로 받는 그런 주전자였는데, 실제로 쓰는 일은 없는 그런 물건이었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주 귀중한 물건이었다. 가난한 사람은 실제로 쓰지 않는 그런 물건은 거의 갖고 있지 않으니까. "누구를 찾고 있어요? 가르쳐 주면, 나도 찾아 줄게요." 할머니는 다시 나를 보았다. 이번에는 입술을 움직여 웃으려 했다. 바보 같은 웃음이었다. 이제 공포의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괴로움의 빛이 감돌고 있다. "내 고양이야." 할머니는 겨우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눈물이 눈꼬리에 넘쳐 흘렀다. 두 방울의 커다란 눈물이 눈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눈물인 것처럼 눈꼬리에 괴어 있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없어진 아이의 이름을 있는 힘을 다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할머니가 속삭였다. "가엾게도......" "가엾게도!" 나는 사기 주전자 조각을 팽개쳐 버렸다. 그 조각이 돌에 부딪쳐 쨍그랑 깨어졌다. 할머니는 또다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내 것이라고는 그 고양이뿐이었는데......" 나는 할머니를 업신여기고 있었는데, 지금은 불쌍하게 보였다. "할머니, 내가 찾을거예요...... 꼭 찾을 거예요...... 아마 도망갔는지도 몰라요. 폭격 소리에 놀라서 말예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할머니는 좀처럼 얼굴을 들지 않았다. 내가 걷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뒤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돌을 던진 아까의 그 소년이 소리내어 웃었다. 소년은 막대기 두 개로 깡통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길가에 죽 늘어서 있는 집 가운데 여러 집이 폭격을 받아 이가 빠진 것처럼 된 광경을 보기 훨씬 전부터 안나의 집이 틀림없이 폭격당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군인들이 무너진 집 속에서 일할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저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보도에 몰려 있는 사람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누군가를 찾아 냈다!" 내 옆에 남자가 소리쳤다. 나는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 근처 사람은 아니었다. 입고 잇는 옷이 너무 훌륭했다. "여자다...... 저기, 저 봐!" 우리는 찢어진 까만 양복을 입고,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쓰레기 밑에는, 아직도 누군가가 깔려 있을 게 틀림 없어." 내 옆의 남자가 들뜬 소리로 말했다. "안나!" 나는 속삭였다. "그렇지, 저 속에는 몇백 몇천의 시체가 깔려 있어." 그 사나이는 나를 보더니 말을 건네 왔다. 나는 말없이 그 사나이를 흘끔 보았다. 그는 얼굴을 돌려 머리에 성호를 그었다. 가까스로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나는 사나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나이는 내 곁을 떠나 다른 구경꾼들 속으로 사라졌다. 안나의 시체가 무너져 내린 벽 밑에 파묻혀 있는 것을 상상했다. 안나의 몸은 아까 그 여자처럼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성호를 그었다. 그러자 나는 살아 있다는 감정이 가슴을 흔들어 댔다.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동굴로 돌아왔을 때, 조그만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는 반짝반짝 촛불이 빛났다. 안나가 내 깔개에 앉아 있고, 그 옆에 동생이 있었다. 나는 말없이 서서 둘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죽 안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서 몹시 안타까워했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나 스스로에게 타이르기도 했다. 내가 울고 있는 조그만 아이의 앞을 지나쳤을 때 달래 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많은 집들이 폭격당했고, 살아 남은 사람들은 쓰레기더미 속을 기어다니며 부모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엄마......아머지......할아버지......아주머니......"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죽어 버리다니, 말도 안 돼. 그냥 다른 일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지금 안나는 깔개 옆 땅바닥에 막대기로 뭔가를 쓰고 있다. 언제나처럼 꼬마동생은 울고 있었다. 나는 그처럼 작은 몸에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안나는 내 그림자가 자기를 덮을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윽고 얼굴을 든 안나가 아주 낮은 소리로 무어라 말했기 때문에, 나는 무슨 소리인지 거의 알아 듣지 못했다. "아주머니가 죽었어."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여 앉았다. 꼬마는 나에게 몸을 밀어붙이더니 울음을 멈췄다. 안나는 아직도 뭔가를 쓰고있다. 조심스럽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처럼 안나는 먼저 그은 직선 옆에다 또 한 줄의 직선을 그었다. 나는 발을 내밀어 그 두 직선 위에다 놓았다. 안나는 막대기를 버리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울고 있지는 않았군, 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 때 안나의 눈이 글썽해졌다. 안나는 나처럼 손으로 눈물을 닦으려하지 않고, 눈물이 넘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눈물이란 진주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런 글을 어디에서 본 일이 있지만, 믿지는 않았다. 눈물이 진주라니. 그러나 촛불빛으로 보고 있으려니까, 안나의 눈물은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서 꼭 진주같았다. 안나가 울자 동생도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내가 이렇게 말하자 꼬마는 더욱 짧게 울었다. 나는 내가 때려서 울리고 있는 듯한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울지 않으면 빵을 사 줄게." 꼬마는 내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애는 더러운 손으로 눈과 코를 문지르고 있었다. 안나에게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의 눈물은, 지껄일 만큼 지껄이지 않으면 마음이 개운치 못한 것처럼, 흘릴 만큼 흘리지 않으면 마음이 개운치 못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나는 울기 시작했을 때처럼 갑자기 울음을 멈췄다. 한숨을 쉬고 다시 막대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잡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놀란 것처럼 막대기를 가만히 보고 있더니 갑자기 팽개쳐 버렸다. 안나가 말했다.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나는 너희 집으로 갔었어...... 난 네가 정말 죽은 줄 알았어." "우린 도망쳤어. 아주머니는 혼자 남아 있었어. 병이 나서 방 안에 누워 있었지. 그러다가......" "글쎄 울면서 고양이를 찾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단다." 이렇게 말을 꺼내면서 나는 안나의 말을 막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우리 집에서?" 안나가 얼떨떨해서 물었다. 안나는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 생각해 내려는 것처럼 이마를 찌푸렸다. "다른 집이야. 광장 근처에서야." 나는 안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할머니가 울면서 찾고 있던 것이 고양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애는 왜 할머니한테 돌을 던졌을까?" 나는 안나가 물어 볼 때까지 그런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듣고 보니, 나도 안나처럼 왜 그애가 그런 이상한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지아이들은 거의가 도둑질을 한다. 그리고 진짜로 화가나면 다른 아이에게 돌을 던진다. 그러나 할머니한테 돌을 전지는 일 같은 건 본 일이 없다. 나는 자신없이 말했다. "아마 그 자식은 겁을 먹고 있을 거야. 그렇게 공습을 당한 뒤니까, 겁을 먹고 돌을 던졌다고 생각해." 안나는 동생 쪽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난 알 수가 없어. 마리오는 말이지 늘 울고만 있는데도 공습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 .무서워서 울 수도 없었던 모양이야." 꼬마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애는 머리를 흔들면서 누나의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었다. 꼬마는 누나가 미소짓는 것을 보자, 소리내어 웃고는 나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 형이 빵을 사 준대?" 나는 말했다. "여기 있어도 좋아." "고맙다...... 정말 고마워." 안나는 아주머니가 죽었다고 말했을 때보다 더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방랑. "구이도, 안 됐다만......" 동굴의 집 주인인 목수가 작업대에서 비스듬히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는 입을 오므려, 이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을 말없이 나에게 알리려고 했다. 나는 어깨를 추스르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목수는 나이가 들었는데, 이젠 재목을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동굴을 집세를 물어 가면서 얻어 둘 필요도 없었다. 새집 주인은 나이든 목수의 연장까지 다 사 버렸으며 동굴에 남이 남이 사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네 가족끼리 살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집은 2,3일 전의 폭격으로 날아가 버렸다. "안 됐다만......" 목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구이도, 나쁜 세상을 만난 거야."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장 나쁜 불행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나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 어른의 눈과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조차도 노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모두 지쳐 있기 때문이에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요. 할아버지만이 지쳐있어요. 조용히 늙어가고 싶은데도 전쟁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지쳐 있는 거예요.) "나는 저 애들이 여기 있는 것에 아무 트집도 잡지 않았어." 목수는 몸짓으로 문께를 가리켰다. 그 바로 바깥에 안나와 동생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오래 전에 목수에게, 안나와 마리오는 남매인데, 그들을 돌봐 주던 아주머니가 공습으로 죽어 버렸다고 얘기해 두었었다. "네가 두 아이를 돌봐 줘야 한다고 말했을 때 난 네 말을 믿어 주었었지." 노인은 웃었지만 그의 입가는 웃고 있지 않았다. 목수는 나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얼굴을 돌리고 쭉 내 집이라고 생각했던 동굴의 한 구석을 바라보았다.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나폴리를 떠나 버리려고 생각해 왔지만 이 동굴을 생각하면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집을 잃는 것이 무서웠다. 문득, 나는 보메로에 있는 조르지오 아가의 방이 생각났다. 나는 눈을 감고, 조그만 하늘빛 덮개가 씌워져 있던 이상한 침대를 생각했다. (집이라니? 이런 데를 어떻게 집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여기서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어디 갈 거니?" 목수가 묻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이 얼른 튀어나왔다. "로마로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속으로 무척 놀랐다. 어째서 로마라고 말했을까? 나폴리를 떠나려고 생각했을 때도, 나는 뚜렷이 어디로 간다는 생각 따위는 해 본 적이 없다. 다만 풀에 덮인 시골을 언제나 생각했을 뿐이다. 로마는 나폴리 같은 도회지였다. 왜 나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로마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니?" 목수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모부가 있어요."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면서 속으로는 웃었다. 목수가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덧붙였다. "철도에서 일하고 있어요." 노인은 그것은 올바르고 착실한 일이다, 라고나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이어 나는 이모와 사촌들 얘기를 했다. 그리고 보메로의 조르지오네 집을 로마의 이모부네 집처럼 설명했다. 나는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쭉 내가 어떻게 이처럼 계속해서 술술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도 이상하게 여겼다. "구이도, 너는 그리 가면 되겠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면서 아주 짧은 순간에 내게도 로마에 이모와 이모부가 있다고 생각했다. "구이도, 혼자 가는 거야. 아무도 데려가면 안 돼. 너의 이모부나 이모는 남이 오는 걸 싫어하실 테니 말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혼자서 가거라." 목수가 그렇게 다 말하기 전에 마리오는 울음을 멈추었다. 나는 마리오가 왜 그렇게 몹시 우는지를 알고 있었다.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아마 먹은 것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나와 나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배가 아팠다. "네, 혼자 가겠어요." 나는 목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구이도." 목수는 내가 안나와 그 작은 동생을 내동댕이치고 가는 일이 자기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처럼 열심히 말했다. 나는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새삼스럽게 묻지 않았다. "너의 이모부는 화물 운송부에서 일하고 있느냐?" "그래요." "나도 알고 있는데, 거기는 급료가 좋고 연금이 나와. 너는 친척이니까, 돌봐 달랄 수가 있어. 하지만 남을 돌봐 달랄 수는 없는 일이지." 한순간 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런 이모부 따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목수는 온통 구겨진 1리라 지폐를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내게 주었다. "자, 받아 둬라. 필요할 때가 있을 거다." "고마워요." 이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헐렁헐렁' 할아버지가 집세를 물지 못했을 때, 목수가 할아버지와 말을 내쫓아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일을 생각했다. "새 집주인은 언제 오나요?" "내일이다. 너는 오전중에 나가야 한다." "나가겠어요." 나는 대답하면서 1리라짜리 지폐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아무것도 훔치지 마라." 목수가 숨을 죽이며 말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동굴 속의 물건을 훔치다니 생각 해 본 적도 없다. "구이도, 안 해도 될 말을 해 버렸구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수의 얼굴에 뉘우침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내게 쓸데없는 지혜를 가르쳐 준 것을 뉘우치고 있었다. 내가 그런 일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목수에게 말했다. "내 깔개를 드릴까요?" 목수가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미워졌다. "구이도, 내일 아침에 와서 너한테 사기로 하지. 3리라를 주마." 나는 생각했다. '그는 내가 동굴 속의 물건을 훔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3리라로 나를 매수하려고 한다.' "아침 몇 시에 와요? 나는 빨리 떠나고 싶어요." "아침 몇 시에 와요? 나는 빨리 떠나고 싶어요." "미사가 끝나고 오마." 노인은 말하고 작업대에서 내려와 내 머리를 가볍게 만졌다. "3리라를 주마." 나는 목수를 동굴 입구까지 바래다 주었다. 우리가 안나 앞을 지나서 길로 나가려 하자 안나가 우리를 쳐다봤다. 목수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혼자서 가는 거야. 아무도 데리고 가면 안 돼." 나는, 뭔가 한 대 먹여 줄 수가 없을까, 목수에게 의심을 불러 일으켜 내가 동굴 속의 물건을 훔칠 것 같은 불안함을 안겨 줄 수 있는 좋은 말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수도 불행해 보였다. 목수는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꼭 땅을 봐야 하겠다는 듯이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기다리고 있겠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요."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을 테니까요." "너는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안았다. "네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래도 말이다. 나쁜 세상이라서 말이야. 나는 늙은이야. 나는 내 물건을 팔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단다." "사실 물건 같은 건 아무 값어치도 없어. 팔 수 있는 건 이 장소란다. 이 장소에 대한 내 권리야. 그러나 연장이 없어져 버리면, 새 집주인이 경찰에 고발해서 나한테 한푼도 주지 않게 될 테니 말이다." 노인은 빠른 말투로 말했다. 마치, 천천히 이야기 했다가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없게 될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겠어요. 깔개는 사 주지 않아도 돼요." 목수는 옆으로 비켜서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는 좋은 애로구나. 구이도, 용기를 내라." 우리는 헤어졌다. 목수는 멀어져 갔다. 그러나 몇 걸음 가기 전에 돌아보았다. "구이도, 이모부와 이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러면 잘 지낼 수 있어. 그냥 시키는대로 다 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왜 그는 동굴에서 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엇다.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마침내 그 까닭을 분명히 알았다. (그는 무서운 거다. 죽을 때까지 겁을 먹으며 사는 사람이야.) 나는 목수가 불쌍해졌다. 노인이면서도 안나의 조그만 동생과 꼭 같았기 때문이다. "이모부라니 누구 얘기야?" 내가 동굴로 돌아오자 안나가 물었다. 웃으면서 나는 말했다. "로마의 화물 운송부에서 일하고 있어."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는 그대로 엉터리 이모부의 얘기를 더 계속했겠지만, 금방 안나의 표정을 알아차렸다. 나는 말했다 "이모부 같은 건 없어. 모두 엉터리 소리야." 안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옆을 보았다. "거짓말이야." 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럼, 왜 그런 소리를 했니?" 나는 스스로도 왜 그런 엉터리 소리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더 거짓말을 했다. 안나에게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킬 만한 거짓말을. "나는 목수에게 이모부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러지 않았다가는 그 목수가 우리를 갈 데 없는 아이라고 해서 경찰에 일러바칠지도 모르니까 말야." 안나는 후, 하고 한숨을 쉬며 감탄한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안나는 내 설명에 만족하고 있었다. 부모가 없는 나폴리의 아이들, 조그만 물고기들은 누구나 무척 경찰을 무서워하고 있다. 경찰은 고아를 잡아서 고아원으로 데리고 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아이들 가운데는 동냥으로 애써 번 돈을 어른에게 주어 자기들의 양부모로 삼고는, 고아원에 가는 것을 피하는 아이도 있다. 그 고아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나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고아원에서 도망쳐 온 소년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등은 얻어맞아서 멍투성이였다. "나는 파리에 이모부가 한 분 계셔, 그러나 주소를 몰라. 너는 친척이 있니?" 내 말을 듣고 나서 안나가 속삭였다. "얘, 그 이모부한테는 가지 마라." 그 소리를 듣고 나는 기뻣다. "나는 너를 버려 두지 않겠다." 나는 약속하며 목수의 충고를 생각해 보았다. (목수라면 안나를 내버리고 혼자서 가 버릴 거야. 나더러 그렇게 하라니 말야. 그 사람은 온 세상을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모양이야.) 나는 큰 소리로 말햇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 거야!" 나폴리를 떠나. 사람은 심한 상처를 입으면 금방 죽어 버린다. 죽어 가고있는 동안에도 벌써 죽음의 신이 와서 이렇게 말한다. "이젠 내가 데리고 간다." 도시는 죽는 일이 없다. 도시는 죽는 일이 없다. 폐허 속에서조차도 죽음을 줄곧 뿌리치면서 생명력이 솟아난다. 아이들도 부모가 죽은 지 1주일도 안 되는데, 벌써 뒤어놀고 있다. 어른은 폭파된 건물 지하실에다 새집을 만든다. 쥐조차도 까만 눈을 반들거리며 쓰레기더미 속에다 발가벗은 조그만 새끼를 숨겨두고서 그 속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죽음의 냄새는 떠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모른다. 그것은 농부가 숨이 막히는듯한 귤꽃의 달콤한 냄새에 중독되어 버리는 것처럼, 죽음의 냄새에 코가 느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다른곳에서 이 거리로 온 사람은,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공포가 이 거리에 넘치고 있음을 느끼게 되리라. "이 도시는 죽어 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겁이 나서 도망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폐허에서 생겨나는 것도, 폐허에 묻힌 시체 냄새에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평화로운 생활이라든지, 다른세계의 생활을 생각해 내면서부터 공포가 솟아나는 것이다. 사람은 물을 마시러 흙탕물로 끌려가는 말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구나 그 말은, 아침에는 깨끗한 샘에서 물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말은 고개를 돌려 버리리라. 그러나 나는 몇 주일 전에 더운 8월의 칼라브리아에서 물이 없어진 물구덩이의 질척한 흙탕물을 말이 삼키는 것을 본 일이 있다. 1943년 초여름의 나폴리 시민은, 그런 말과 같았다. "너하고 네 동생은 먼저 깨끗이 씻어야 해. 너희 둘 다 너무 더러우니 말이다." 안나는 하소연하듯이 나를 보고 마리오의 손을 잡더니, 동굴 한가운데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 나는 물을 담은 양동이를 놓아 두었다. 그 양동이는 '헐렁헐렁'할아버지의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말한테 물을 먹일 때 그 양동이를 썼다. 그 물은 내가 광장의 공동수도에서 길어 온 것이다. 이 근처에서는 거기밖에 물을 길어 올 데가 없었다. 낮에는 여자나 아이들이 양동이 또는 주전자를 가지고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이었다. 나는 그 날 아침 해가 뜨기 전에 거길 갔다왔다. 나는 기다리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빨리 온 사람은 나 하나만이 아니었다. "옷을 벗겨. 그렇게 하고서는 씻겨 줄 수가 없잖아." 양동이의 물에 손을 적셔 마리오의 얼굴과 팔을 그냥 물이나 묻히려는 듯이 살살 문지르고 있던 안나는 내 말을 듣고 움찔했다. "미안하다." 나는 안나가 동굴 저 속으로 달려갔을 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되풀이해서 말하자 안나는 되돌아서서 내 말에 가만히 귀기울였다. "나는 말이지. 남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 "우리는 부모님의 심부름을 가고 있는 중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양복을 벗기고 있는 동안 마리오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팽개쳐 둔 톱밥 무더기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목수 아주머니의 요리용 땔감이었는데 목수가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톱밥을 한 주먹 쥐고 와서 마리오의 몸을 문질럿다. 마리오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코를 훌쩍거렸다. "걸어가면서 울면 안 돼. 울기라도 하면 어른한테 의심을 받아. 누나하고 내 뒤에 꼭 붙어서 오는 거야...... 울면 안 된다." 꼬마는 끄덕이고, 내 눈을 흘끔 보았다. 그 애의 눈은 아직 젖어 있었지만 얼굴은 아주 진지했다. 내가 웃자 꼬마도 따라 웃으려 했다. 마리오는 몸을 말리려고 동굴 바로 바깥쪽 바위 위에 앉았다. 그 바위는 지난 번 공습 때 벼랑 위에서 떨어진 것이다. 나는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는 마리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리오는 정말 빼빼 말라서 약해 보이는구나. 그래서 무슨 일에나 눈물을 흘리고만 있구나.) 안나는 동굴 구석으로 양동이를 들고 갔다. 나는 뒤에서 소리쳤다. "귀하고 목을 씻어." 안나가 대답했다. "더러운 물로는 깨끗이 씻을 수 없어." 나는 다시 말했다. "그럼 양동이를 이리 줘. 하지만 그 전에 발을 씻어 둬."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 오면, 그 바다의 신선한 냄새를 담아 온다. 내가 광장에 가자, 해가 솟고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여자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나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광장을 둘러보았다. 나는 여기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문득 나는 나폴리를 떠나는 것이 무서워졌다. 어떻게 해서 동굴에서 쫓겨나서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스스로 나폴리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동굴을 떠나갈 계획을 세우고는 있었지만 동굴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 나는 그 동굴이 나의 집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집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이에 집을 비워 주어야만 한다면, 그것은 내 집이 아니다. 내가 동굴로 돌아왔을 때, 꼬마 마리오는 아직도 입구 옆에 앉아 있었다. 내가 나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진지한 얼굴이었다. 안나는 더러운 면 속옷을 입은 채 동굴 속에 서 있었다. 양복은 목수의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양복감이 어떤 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밤색으로, 찢어져 있었다. 안나는 늘 그 양복만 입고 있었다. "집에... 아주머니 집에 다른 옷은 없었어?" 안나는 고개를 흔들고 양동이를 들어 올렸다. "몸을 씻고 나서 꼬마한테 옷을 입혀 줘." 이렇게 말한 뒤, 나는 깔개에 가서 앉았다. 나는 아주 막막해져 버렸기 때문에 목수 말이 옳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할 수만 있다면 혼자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개 옆에 내 신과 갈아 입을 셔츠와 낡은 바지가 놓여 있었다. 깔개 속에 조그만 담배통을 숨겨 놓았었다. 나폴리를 떠날 때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이다. 나는 깔개 속에 손을 넣어 깡통을 꺼냈다. 그 통을 구멍이 나지 않은 쪽 호주머니에다 넣었다. 갈아 입을 셔츠는 지난번에 폭격된 집에서 찾아낸 손수건에다 쌌다. 낡은 바지는 안 가지고 가기로 했다. 갖고 갈 값어치도 없었다. 또 나는 이가 여러 개나 빠진 빗과 끝이 좁은 칼도 갖고 있었다. 안나와 마리오는 다시 양복을 입었다. 꼬마는 낡아빠진 신을 신고 있었지만, 안나는 맨발이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묻혀 빗으로 빗었다. 마리오의 머리는 감은 뒤여서 아직 젖어 있었다. 나는 그 머리를 빗겨 주려 했지만 몹시 엉켜있었다. 오랫동안 빗으로 빗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리오는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나는 안나에게 빗을 주었다. 안나는 머리를 다 빗고 나서, 조그맣게 말했다. "미안해." 또 이가 둘 바졌다. 다시 한번 나는 마리오의 머리를 빗겨 주려고 했다. 이번에는 잘 빗길 수 있었다. 나는 말했다. "자, 가자." 나는 안나와 마리오를 앞서게 했다. 나는 조금 전에 혼자서 떠나고 싶어했던 것을 생각해 내고 나 자신이 아주 싫어져 버렸다. 아침 8시다. 광장에는 물을 긷기 위해 많은 여자와 아이들이 줄을 서 있다. 그 속에 안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애가 있다. 나는 그애를 알고 있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애다. 그러나 내가 주의 깊게 본 것은, 그 여자애가 아니고 마리아가 입고 있는 양복이었다. 새 것은 아니었다. 마리아에게는 부모가 있었지만 가난했으니까. 그러나 안나의 양복에 견주어 보면, 새 것이나 다름 없었다. "네 옷을 팔지 않을래?" 마리아는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는 흔히 주운 물건을 팔았고 어떤 소년은 빵을 사려고 입고 있는 셔츠를 팔기도 했지만 자기의 양복을 팔거나 사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아마 우리는 모두가 다른 옷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얼른 덧붙였다. "2리라 줄게." "물 길을 차례가 될 대까지 잘 생각해 볼게." 마리아가 대답했다. 마리아는 줄 끝쪽에 서 있었다. 나는 그 날 안으로 나폴리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엇다. 나는 말했다. "그렇게 기다릴 수가 없어. 자, 결정하자." "이건, 아무래도 팔 수가 없어... 엄마가 안 된다고 할거야. 그렇지만, 너는 왜 이걸 사고 싶어하지?" "저 애를 위해서야." 나는 안나 쪽으로 팔을 들어 보였다. 안나는 길 옆에 서 있었다. "저 애는 지금 입고 있는 옷밖에 없어." 안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안나는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엇다. "우리는 나폴리를 떠나. 저 애의 아주머니가 죽어 버렸어. 경찰에 잡히면 안 되니까 말야." 마리아는 안나에게 동정하는 듯한 웃음을 보냈다. 나는 놓치지 않고 말했다. "3리라에 저애 옷까지 줄게." "나는 저런 옷은 갖고 싶지 않아. 찢어졌고, 더러워." 나는 마리아를 보았다. 그애는 깨끗했고 머리는 빗으로 곱게 빗겨져 있었다. 조금 있다가 마리아가 말했다. "집에 다른 옷이 있어." "그거라면 팔아도 좋아. 하지만 그 전에 물을 길어야만해." "네가 지금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거니?" 나는 되물었다. 나는 안나에게,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입히고 싶었다. 다른 것은 싫었다. "저 애가 입고 있는 것보다도 좋고, 깨끗해." 나는 마리아의 말 속에 비웃음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너는 네가 옷을 빨지 않잖아. 엄마가 빨아 주니까...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라면, 5리라 줄게." 마리아는 고개를 흔들고,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마리아의 앞에는 아직도 몇몇 여자가 있다. 나는 어떤 양복을 입고 있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안나에게 눈길을 돌릴 때마다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안나에게 찢어지지 않은 깨끗한 양복을 입혀 주고 싶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대답해 줘." 그런 소리를 해 봤자 소용이 없는데도 하고 말았다. 시간이 무척 느리게 지나갔다. 여자들은 양동이나 주전자에 물을 길어서는 머리에 이고 갔다. 전쟁 전에는 여자들이 머리에 물건을 일 때는 머리카락을 상하지 않게 머리에다 손수건이나 천 같은 것을 깔았었다. 이제 그런 천도 얻을 수 없다. 조그만 천조차 귀중품이어서 얻을 수 없을 뿐더러, 여자들은 이미 머리칼 같은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 것 같았다. 겨우 마리아의 차례가 돌아왔다. 마리아는 주전자에다 물을 긷고는 따라오라고 우리에게 손짓했다. 마리아의 아파트는 폭격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다른 아파트보다도 좋았다. 문은 새로 만든 것 같았다. 마리아가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줘. 곧 돌아올게. 엄마한테 알리고 싶지 않아." "몇 층에 살고 있니?" 나는 물었다. "3층이야." 마리아는 말하고 아파트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파트를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안나는 마리아에게 속은 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단념하고 돌아오려 했을 때, 마리아가 문에서 나왔다. 마리아가 문을 닫는데, 그애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소리가 들려 왔다. "자, 이거야." 마리아는 겨드랑이 밑에 마구 말아서 끼고 온 양복을 내밀었다. 그것은 안나가 입고 있는 양복보다 훨씬 좋았지만 많이 낡았고, 마리아가 입고 있는 것만큼 깨끗하지 못했다. 아주 촌스러운데다가 벨트가 없었다. "2리라야." "3리라야."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복을 뺏어 버릴 듯한 몸짓을 했다. 나는 그런 것에 많은 돈을 줄 마음이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옷이 몸에 맞는지 어떤지 모르잖아." 나는 생각이 없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 때 나는 안나의 얼굴을 보았다. 안나의 얼굴에 필요 없다든가, 부끄럽다든가, 갖고 싶다든가 하는 감정이 기묘하게 뒤얽힌, 슬픈 듯한 표정이 나타나 있었다. 이 옷을 입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마리아에게 말했다. "이리로 와." 마리아는 말하고는 안나를 아파트 안으로 데리고 갔다. 나중에 안네에게 들으니까, 안나는 마리아의 집으로 올라갔고, 거기에 어머니도 있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양복을 팔면 안 된다고 했어'라고 했던 마리아의 말은 거짓말임에 틀림없었다. 둘이 길에 나왔을 때, 안나는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양복을 조금 컸지만, 안나는 양복을 몸에 맞추려고 허리께에 신경을 쓰면서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그래, 샀다." 나는 마리아에게 3리라를 주었다. 마리아는 그 돈을 왼쪽 신 속에 넣었다. "어디로 갈 거니?" 마리아가 묻자, 나는 당황하여 북쪽이야. 라고 대답했다. 남쪽이라고 대답하는 편이 좋았을는지도 모르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폴리는 남에서 온 사람들로 넘치고, 그 남쪽은 훨씬 더 심하다고 말하고들 있었으니까. 게다가, 남쪽에는 나의 이모부와 이모가 살고 있고, 엄마가 파묻혀 있다. "카시노로 간다." 나는 느닷없이 말했다. 나는 그 거리가 나폴리 북쪽에 있고, 거기에 수도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데냐고?" 나는 되묻듯이, 안나를 흘끔 보았다. 우리는 아직도 나폴리 교외에 있었다. 해는 이미 져버렸다. "우리가 가는 카시노란 곳이 어떤 데냐는 말이니?" 우리가 걷고 있던 길가의 집은 지붕이 낮았다. 모든 집이 높은 담으로 둘러쳐져 있고, 담 안쪽은 마당이었다. 집은 한 채 한 채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안나 쪽은 보지 않고 말했다. 나는 카시노가 큰지 작은지조차 모른다는 것을 안나에게 눈치채이고 싶지 않았다. "발이 아파." 꼬마 마리오는 우리 뒤에 있었다. 지쳐 버린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애의 맨발은 흙투성이였다. 나는 마리오의 신을 벗겨 버렸다. 너무 더운 때는 신을 신고 있으면 지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곧, 잘 데를 찾아 줄게." 나는 명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의 일로, 마리오는 내가 얼굴을 찡그리면 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겁을 먹지만 웃어 주면 가끔 자기도 웃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그애들을 돌봐 줘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라도 그런 기분을 표정에나 말로 나타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쪽에서 길이 둘로 갈라지고, 표지판이 서 있었다. 거기 카시노라고 씌어 있고, 그 곳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표지판 한쪽을 아베르사, 다른 한쪽은 카세르타였다. 어느 쪽이 카시노로 가는 길일까? 카세르타로 가는 길 쪽은 바로 시골로 갈 수 있는 길인 듯 그다지 사람이 다닌 발자국이 없었다. 나는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음을 생각해 냈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 가운데 하나가 그 곳에서 왔던 것이리라. "카세르타를 지나서 가자." 나는 안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웃을 뻔했다. 그쪽 길을 택한 것은 카시노와 카세르타의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시골로 들어섰다. 목초지였다.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잘 자리를 찾고 있었다. 따뜻하니까 아무데서나 잘 수 있지만, 나는 어둠 속에서, 아무 울타리도 없는 한데서 자는 것을 마리오가 무서워 할 거라고 생각했다. 겨우 밭 한가운데에서 조그만 돌로 된 오두막을 찾아냈다. 오두막에 가려면 낮은 벽을 기어서 넘기만 하면 된다. 밭은 덩굴풀이 덮여 있으니, 거기에 개 같은 것을 없으리라. 나는 오두막으로 다가가면서, 개가 짖을지도 모른다고 반쯤 예상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거리에서는, 개가 사람이라면 아이조차도 무서워한다. 거리의 개는 잘 채이기도 돌에 얻어맞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골의 개는 다르다. 시골의 개는 땅의 것이고, 농장의 것이다. 그 곳에 다른 사람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개는 전혀 짖지 않았다. 우리는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벌써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 같았다. 문은 붙어 있지 않았고 지붕의 한 부분도 무너져 있었다. 지난 번 가지치기에서 잘린 포도덩굴이 벽 쪽으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나는 안나에게 덩굴 가운데서 가느다란 것을 모아 놓으라고 한 뒤, 잠 잘 곳을 만들기 위해 오두막 구석을 치웠다. 가는 포도덩굴조차도 너무 딱딱해서 그 위에서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나와 나는 그 위에 깔기 위해, 언저리에 나 있는 긴 풀을 뽑아 왔다. 나는 마리오가 잘 수 있도록 안나의 낡은 양복과 내 셔츠를 깔았다. 마리오가 말했다. "배가 고파." 나는 나폴리를 떠나기 전에 사 두었던 빵을 두껍게 세 조각 냈다. 나는 마리오에게 가장 조그만 것을 주었다. 마리오는 제일 꼬마였기 때문이다. 마실 것이 없었고, 이 포도밭 근처에서 우물 앞을 지나온 기억도 없었다. 그러나 오두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밭이 있고, 그 사이에는 나무가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농부는 흔히 자기네 땅 끝에 과일나무를 심어 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빵을 먹으면서 그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무는 거의가 무화과나무였다. 무화과는 8월이 지나야 익는다. 재수좋게 그 속에 자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자두 열매는 작고 딱딱했다. 익지 않은 자두 열매를 먹으면 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아파진다. "자." 나는 마리오와 안나에게 자두를 네 개씩 주었다. 자두는 생각보다 맛이 있엇다. 시골 사람은 정말 행복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기에는 언제나 과일이 있다. 겨울에는 귤이 열린다. 문득 나는 자랑하고 싶어졌다. (구이도, 너는 나폴리에서 아이 둘을 구해 주었다. 너는 둘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잘 곳을 찾아 주었다. 구이도, 잘 했어.)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잠든 꼬마 마리오와 안나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나는 잘 수가 없었다. 피곤했지만 편해질 수는 없었다. 무언가가 발을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소리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달은 보름이 가까웠다. 하늘에는 별이 푸르게 빛나고 있고 멀리서는 개가 짖었다. 그 울음 소리를 듣자 더욱 쓸쓸해졌다. "루나...... 달님." 나는 소리내어 말했지만, 작은 목소리였다. 그것은 기도 할 때의 말이나 마찬가지로 마술의 말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님.' 하는 것은 신성한 말이지만 마술의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천히 가만히 말하는 것이다. '빵'이라는 말도 배가 고프면 마술의 말이 된다. 왜 마술의 말은 속삭이듯이 해야 하는 것일까. 어째서 화내며 소리치는 말과는 다른 것일까. 박쥐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이모부의 농장에도 많은 박쥐가 있었는데 밤에 머리 위에서 그림자처럼 날아다니던 모습밖에는 본 적이 없다. '박쥐......' 그것은 기분나쁜 말이다. 박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의 집' 그것은 평화롭고 즐거운 말이다. 나는 이런 이상한 것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떨까. 그러다가 다시 내일 일을 생각했다. 내일은 카세르타에 도착할까? 그 곳은 어떤 거리일까? 메시나 같은 곳일까? 아니, 더 작은 거리일 거다. 바다 근처는 아니지. 내가 엄마하고 산책했던 산 마르코 마을 같을까? 나는 산 마르코 마을이 정말 작은 산속 마을이었기 때문에 그 곳으로 가는 표지판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러자 나는 어느 새 부드러운 바람에 실리듯이 어머니의 일을 생각하고 있엇다. 나는 이미 카세르타의 거리 따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와 둘이 앉아 있던 돌담 생각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내가 늘 지켜 보았던 도마뱀이 생각났다. 나는 강했을까, 어머니가 바랐던 것처럼, 또 나는 친절했을까. 나는 건강했을 때의 어머니 얼굴을 그려 보았다. 나는 이 때 비로소 어머니는 아주 상냥했지만 무쇠처럼 강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새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안나의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안나는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 겁먹은 목소리다. 나는 포도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으므로 안나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았다. "안나" 나는 불렀다. 안나는 오두막 입구 바로 밖에 서 있다. 안나는 얼굴에 달빛을 가득 받고 있었다. "구이도." 안나는 속삭이듯이 되불렀다. 안나는 내 쪽으로 오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 이름을 불렀다. "아, 구이도." 안나는 내 곁에서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가 없어진 줄 알았어...... 구이도, 네가 없어진 줄 알았어!" 나는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구름이 땅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안나가 속삭였다. "나는 잊지 않고 늘 깨끗이 씻을게." 그런 다음 안나는 똑바로 고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아주머니는 쭉 아팠어. 우리는 방이 하나밖에 없었어. 부엌을 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야. 모두 우리를 쫓아내고 싶어했어. 이제 아파트도 없어졌고, 모두 죽어버렸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이렇게 말하며 모두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나폴리에 있을 때, 우리에게 일어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은, 달이 빛나고 부드러운 밤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어떠한 일이나 다 중대한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조그만 상처를 남겨 둔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다 그렇다.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상처 자국이 삶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자, 자야지. 내일은 많이 걸어야 하니까." 나는 안나를 먼저 오두막에 들어가게 하여 자게 했다. 달빛이 문으로 들어와 마리오의 얼굴을 비춰 주고 있다. 마리오는 곤히 잠자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포로. 가난한 사람은 늘 자기를 지킨다든가, 도둑에게도 명예가 있다는 말 따위는 다 거짓말이다. 굶주린 쥐가 제 새끼를 먹어치우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한테서 물건을 훔치는 더 가난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그 남자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것을 안 것은, 카세르타까지의 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때였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앞지르기도 하고 뒤떨어지기도 했는데, 그 남자는 우리와 같은 걸음걸이로 우리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초라했다. 머리에는 다 낡은 전투모를 썼으나, 맨발이었고 손에는 막대기 하나만 쥐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어쩐지 그 남자가 싫었다. 여태까지 본 많은 피난민과 다른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나쁜 사람이나 비겁한 사람으로 보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잠시 쉬어 가자." 나는 말했다. 커다란 나무 하나가 길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 밑에 파란 풀이 나 있고, 기둥 옆에 둥근 돌이 있었다. 나는 안나와 꼬마가 풀 위를 뒹굴고 있는 동안, 돌에 앉아 있었다. 곁눈으로 나는 우리를 뒤따라온 그 남자를 지켜보았다. 남자는 우리가 멈추자 역시 멈춰 서더니 곧 우리 쪽으로 두세걸음 다가왔다. 커다란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쪽을 보았다. 농부가 탄 마차가 오고 있다. 그 남자도 뒤돌아보고 있었다. 나는 안나에게 속삭였다. "저 마차가 이리로 오면 일어나서 마차 옆에서 걷는 거야." 길에는 마차의 농부와, 우리를 쫓아온 남자와, 우리뿐이었다. 농부가 말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데까지 오자, 나는 바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농부는 대답을 하지 않고 뭔가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리가 잠시 동안 뒤를 따라 걷자, 농부는 말했다. "타고 싶으면, 마차를 타." "그라체...... 고마워요." 나는 마리오의 무릎을 안아 밀어올렸지만, 마차 옆의 널빤지가 너무 높아서, 마리오를 마차에 태울 수가 없었다. "자, 내가 태워 주지." 그 남자가 말했다. 나는 '저리 비켜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대로 소리칠 수가 없었다. 사나이는 마리오를 나한테서 빼앗아, 쉽사리 마차에 태웠다. "당신 아이들이오?" 농부는 그 남자를 흘끔 보았다.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농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많은 통행인을 태워, 내 말을 지치게 할 뿐이지?) "그래요, 카세르타로 가는 길예요. 친척이 있어요." 나는 그 남자와 아무 관계도 없다고 소리칠 수도 있었지만 어른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른과 아이의 입씨름에서는, 아이의 말은 간단히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무튼 당신도 잠시만 타시오." 마차 임자는 할 수 없이 웃고는 몸을 조금 당겨, 사나이를 앉히기 위해 자기 옆자리를 내주었다. 우리 아이들은 돌아앉아 짐차에 탔다. 두 사람의 등은 우리 뒤의 머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었다. "저 사람은 무슨 짓을 할 셈이지?" 안나가 내게 속삭였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나도 그 남자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꼬마인 마리오는 마차를 탔기 때문에 너무나 좋아서 누나와 나에게 번갈아가면 웃어 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동냥을 시켜 그 돈을 가로채는 어른이 있다거나,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치고 싫다고 하면 마구 때리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이 남자는 그런 사람일까? 나는 그 남자의 등을 보려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머리카락이 목 둘레에서 흰머리가 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 남자는 다른 사람과 다른 데가 없다.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호주머니 속에는 칼과 6리라가 든 조그만 통이 있다. "튀어내릴 수 있어." 다시 안나가 속삭였다. 나는 마리오를 가리켰다. 마리오는 뛰어내릴 수가 없고, 게다가 농부나 사나이는 우리가 뛰어내리는 소리를 듣고, 마차를 세울 것이다. 어른이 둘이다, 나는 농부가 그 남자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짓을 하지 말고, 그 남자가 혼자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으리라. 농부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돈벌이를 해 봤자 벌 수가 없어. 돈 따위는 아무 값어치도 없어졌으니 말야." 농부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슬픈 듯이 말을 이었다. "정말 이 전쟁 때문이지!" 그리고는 농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가 대꾸했다. "그래도 당신들은 먹을 것이 있어서 괜찮아요. 나폴리에서는 절반 이상의 사람이 배를 곯고 누워 있어요." "그렇지요 덕택으로 우리에겐 먹을 게 있소. 그래도 언제까지... 언제까지 있을지... 군인이 훔치기도 하고, 다른 곳 사람이 훔치기도 하고......" 농부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아마, 우리가 그 '다른 곳 사람', 부랑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나폴리나 남쪽의 다른 거리에서 달아나 먼 북쪽으로 가면, 먹을 것과 일거리가 있을 거라고 믿는, 굶주림과 희망에 쫓긴 사람들이라는 것을. "하긴 나쁜 놈도 있지요." 남자는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 뒤에 곧 농부를 위협하듯이 말했다. "나는 빵을 달라고 할아버지한테 칼을 꽂은 놈을 본 일이 있어요." "뭐라고? 왜 빵만 뺏고 내버려 두지 않았지? 왜 칼로 찔러 버렸지?" 농부는 우리를 뒤돌아보았다. 우리 아이들을 보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마음놓는 것 같았다. "나쁜 놈이 있지요." 사나이는 웃었지만 비열한 웃음이었다. 농부는 입을 다물더니 고삐를 흔들어 말을 몰았다. 첫번째 네거리에서 농부는 말을 세웠다. 그리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나는 여기서 꺾어 가오. 카세르타로 가려면, 이대로 곧바로 가면 돼요." 남자는 중얼거렸지만, 일어서지 않았다. 나는 마리오를 마차의 옆 절빤지에다 안아올려, 길에 내려 준 뒤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이 가엾은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거요?" 그 소리는 거지의 소리가 아니었다. 농부는 궁지에 몰린 듯이 길 위쪽을 두리번거렸다. 사람의 그림자는 전혀 없었고, 수레바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어머니를 잃었고, 우리는 뱃속이 비었어." 그가 한 말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지만, 그 말투에는 '돈을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죽일거야.' 하는 위협이 담겨 있엇다. "살려 줘!" 농부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농부가 보고 있는 곳에 눈길을 보냈다. 남자는 농부의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 한쪽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길고 가는 칼이였다. 빵을 자르기보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 꼭 알맞은 칼이었다. 꾸물거리며 농부가 지갑을 꺼냈다. 가죽지갑이었는데, 아주 닳아빠진 것이었다. 농부는 손이 너무 떨려서 지갑의 끈을 풀 수가 없었다. 농부는 강도의 무릎에다 지갑을 끄르지 않은 채 내던졌다. 강도는 왼손으로 지갑을 잡고는 바른손의 칼을 재빨리 넣었다.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생긴 일 이었기 때문에 칼이 진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럼, 조심해서 가요." 사나이는 마차 옆에 서서 농부를 업신여기듯이 히죽히죽 웃었다. 농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고삐 끈으로 농부는 말 궁둥이를 몹시 갈겼다. 마치, 가엾은 말을 때리는 것으로 도둑놈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말은 수레채 속에서 뛰어오르면서 마차를 끌었다. 농부는 마부석에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곧 몸을 바로 잡아 다시 한 번 말을 때렸다. 말은 옆길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돈이란 아무 값어치도 없다고 한 말 잊지 마!" 남자는 농부에게 그렇게 소리치고는 소리 높여 웃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로 돌아섰다. "야, 꼬마들아. 너희들 이 아빠한테 이름이나 가르쳐 줘." 안나는 마리오를 몸 뒤에 숨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말만 잘 들으면 좋은 아빠가 돼 줄 거다. 만일 듣지 않으면......" 사나이는 우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몹시 혼내 주겠다는 듯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 싫어요. 저리 가요." 나는 남자에게 도둑놈이라든지, 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따라와. 먹을 걸 줄 테니까." 남자는 농부의 지갑을 우리에게 흔들어 보였다. "만약 도망이라도 친다면 붙잡아서, 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만큼 혼내 줄 테다." 그는 '죽는다'는 말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껄이는 것을 그만두더니 잠시 안나를 보고 히죽히죽 웃었다. 안나는 눈에 공포를 가득 담고 있었다. 꼬마는 금방이라도 울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는 안나들처럼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무서워하라고 폭력을 쓰는 것은 겁쟁이가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망을 치면, 이자는 어떻게 할까? 이탈리아의 길에 넘치고 넘치는 피난민 속에 섞여 버리면 이자는 두번 다시 우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아니, 우리가 달아나도 자기의 나쁜 짓에 이용할 수 있는 아이를 또 찾아내어 때려서 억지로 도둑질을 시키기도 하고, 동냥을 시키기도 할 것 이다. "당신을 따라 갈게요." 나는 밝은 소리로 말하고, 그에게 내 속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안나에게 눈짓을 했다. 도둑. "틀림없이 그 뚱보 농사꾼은 무서워하고 있었어. 공포로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고." 도둑은 소리내어 웃었다. 나도, 농부가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 우습기나 했다는 듯이 함께 히죽 웃었다. 나는, 자기 스스로 아버지라고 한 사나이에게 우리를 믿게끔 만들면 도망치는 것이 훨씬 쉬우리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말이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뺏는 놈과, 뺏기는 놈이야. 바다의 물고기와, 물고기를 잡아서 먹어버리는 어부하고 말이다." 사나이는 또 웃었다. 나는 생각했다. (도둑놈이란 자기 수다에 만족해하는 허풍쟁이 로구나.) 그러나 그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전에, 어딘가에서 그런 소리를 들은 일이 있다...... 도이칠란트 장교다. 내가 안나와 마리오를 만난 날이다! 그 장교도, 물고기 이야기를 하고, 사람을 물고기에 비유했다. 그도 자기를 어부라고 여기고 적어도 조그만 물고기를 잡아 먹는 커다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둘 다 강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친절하지 않다. 그냥 스스로를 깎아 먹는 사람들이다. 약한 자를 겁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지켜 줄만한 강한 면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야.) 우리 앞쪽 왼편에 옆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조그만 마을로 통해 있고, 교회가 보였다. 도둑은 잠시 멈춰섰다. 마리오는 너무 지쳐서 길가의 흙탕속에 앉아버렷다. 사나이는 흘끔 마리오를 보고, 머리를 흔들고는 그 좁은 길 쪽으로 따라오라고 몸짓을 했다. "도망치자." 안나가 속삭였다. 그러나 나는 마리오의 손을 잡고 도둑의 뒤를 따라갔다. "팔 빵이 없어요." 교회 옆의 조그만 가게에서,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나 사나이는 두 개 있는 테이블 중의 하나 앞에 앉아, 두툴두툴한 테이블 널빤지에 팔굽을 세웟다. "먹을 걸 줘요. 돈은 있어요." 아주머니는 우리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웃어 주었다. "당신 아이들이에요?" 아주머니는 미심쩍은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 아주머니라면 알아 줄지도 모른다, 우리를 믿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둑은 한숨을 쉬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엇다. "이 애들의 어머니가 죽어서요. 내가 북에 있는 여동생한테로 데려가는 길예요." 아주머니는 마리오에게서 도둑에게로 웃는 얼굴을 돌렸다. 그녀는 쉽사리 도둑의 말재주에 넘어갔다. (어른들은 늘 상대를 쉽게 믿어 버리는구나.) 나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콩이라면 있어요. 2리라 내면 당신들 모두에게 나눠줄 수 있어요." 도둑은 두 손을 쳐들었다. "아, 이 무슨 일이오. 모두가 가난한 사람을, 집없는 애들을 밥벌이로 삼는군요. 이탈리아 사람은 남자거나 여자거나 모두 아이들이 밤에 밖에서 굶주린 채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전에 자기만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고요. 한심한 일이지." 아주머니가 얼굴을 돌려 버리자 도둑은 꼬마 마리오를 가리켰다. "우리는 하루 종일 걸어왔어요. 이 꼬마는 지쳐 버려서, 선 채 자 버릴 것만 같아요. 이애 어머니가 보면 천당에서 울고 있겠지요. 그래도 나는 돈을 갖고 있어요." "우리는 거지가 아니오, 적어도 아직은 그렇지 않아요. 제발, 포도주를 한 병만 줘요. 목이 타서 죽겠으니." 아주머니는 가만히 부엌으로 통하는 문께를 어깨넘어로 흘끔 뒤돌아보았다. 아마 부엌 저편이 침실인 모양이었다. 그녀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냥 줄 수는 없어요. 우리 주인은 말이죠, 거지한텐 아주 까다로워요. 그래도 1리라만 주면 먹을 것과 포도주를 줄게요." "아주머니, 정말 친절히 해 줘서 고맙군요." 도둑은 그렇게 말하고 호주머니에서 1리라를 꺼냈는데, 훔친 지갑은 내놓지 않았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 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아이가 없구나. 그래서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거야. 아이가 없어서 외로운 모양이야.) 아주머니는 자기 아이를 가진 일이 없는 여자들이 그러는것처럼 아주 상냥하게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안나와 내가 선 채로 있는 것을 알자 변명이라도 하듯이 말했다. "너희들도 앉아." "그라체...... 고마워요." 안나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배가 고픈 것하고 목이 마른 것하고, 어느 쪽이 더 견딜까?" 우리가 식사를 끝내자 도둑은 이렇게 지껄이면서, 병에서 컵에다 마지막 포도주를 따랐다. "목을 매어 죽게 되는 사람은 총살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몰라요." 나는 전에 목수가 '헐렁헐렁' 할아버지와 입씨름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되뇌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도둑은 좋아했다. "내일은 카세르타에 도착한다. 옛날엔 부자 거리였지. 나폴리의 임금님이 피서를 갔던 곳이야. 옛날에는 부르봉 왕조 때문에 번창했던 곳이니까. 우리 몫도 조금은 남아 있을 거다." 나는 도둑에게 맞장구를 치고 있엇지만, 마음속으로는 소리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일은 너 같은 것과 있을 게 뭐야.) 도둑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안 것처럼, 몸을 굽혀 테이블 위로 내밀면서 내게 속삭였다. "네가 동냥을 하는 동안은 말이다, 내가 꼬마를 봐 주마. 만일 네가, 얻은 것을 가져오지 않으면 가져올 때까지 너를 때려 줄 거다." 나는 안나를 보았다. 안나가 화를 내고 있는지 무서워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문득 안나의 무릎을 보았더니, 그애가 두 손을 꼭 주먹쥐고 있었다. 꼬마 마리오는 의자 위에서 자고 있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먹을 것을 주면, 동냥을 하겠어요. 그렇지만 우리를 때리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달아나 버리겠어요. 그러면 당신은 꼬마만 데리고 있게 돼요." 도둑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맛살을 찌푸렸다 농부의 지갑을 훔친 것은 그 때 순간적으로 생각났던 일이다. 아마 우리에게 동냥을 시키려고 한 것도 우리를 뒤쫓아 오는 동안에 생각해 낸 것이리라. 그렇다면 달아나기는 쉽다. 이것은 그가 위험한 인간이라는 경고이기도 하지만, 이 도둑 같은 인간은 10리라 때문에 살인을 한다. 이런 인간은 짐승 같은 욕망이나 감정으로 모든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달아나면 꼬마를 죽일 테다." 달빛이 안나의 얼굴을 비추고, 안나는 돌아누웠다. 가만히 나는 안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안나, 일어나!" 겨우 눈을 떴을 때, 안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는 옛날 그대로구나. 양지기가 있고 개울과 길고 푸른 풀과 나무가 있다.) 문득 나는 행복해졌다. 나는 풀잎 하나를 뽑아 그 끝의 부드러운 곳을 씹었다. '오늘도...... 내일도...... 내가 죽어 버려도 이 곳은 그냥 이대로겠지. 지금은 나 같은 아이가 있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아이가 여기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놀랐다. 나는 전에 이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 주위의 것을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다니. "일어나." 나는 속삭였다.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안나를 흔들었다. 천천히 안나는 눈을 뜨더니 조용히 물었다. "내가 자고 있었어?" 내가 웃자, 안나도 몸을 일으키면서 웃었다. 안나가 움직이는 바람에 선잠이 깬 마리오는 엎드려 두 팔로 머리를 감쌋다. 우리는 뒹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오는 조그만 강아지 같았다. 나는 안나 앞으로 몸을 굽히며 그 애의 머리를 가볍게 때려 주었다. "카시노까지 얼마나 가야 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처해졌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또 그게 무슨 문제인가?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는 바로 전에 개울에서 출발했다. 나는 마리오에게 빵조각을 주고 함께 개울물을 먹었다. 그래도 벌써 피곤해졌다. "안나 카시노가 좋은 거리가 아니면 어떻게 하지? 카푸아처럼 군인만 가득하고 빵이 없으면 어떡하지?" 나는 안나에게 가볍게 되물어 보았다. 그 물음이 안나를 불안하게 만들더라도 그냥 농담으로 말한 것 뿐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게 말이다. 안나가 대답했다. "그 때는 어디 다른 데로 가지 뭐." "그래도 어태까지 쭉 카시노에 대해서만 물어 보았잖아." "나는 이제부터 가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는 걸 좋아해. 그리고 가면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아." "무엇이든 이름이 없어서는 안 돼. 내 이름이 안나고, 네 이름이 구이도인 것처럼 말야. 개는 개고 고양이는 고양이라 부르잖아. 나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거기 이름이 있으니까 그 곳이 있잖아. 그러니까 너도 네 앞에 그것이 있다는걸 아는 거야." 나는 마음이 좀 놓였지만 그래도 어쩐지 전보다 더 난처해졌다. "카시노가 어떤 곳인지 네가 어떻게 아니?" "우리 고모가 뉴욕에 있어. 카시노가 좋지 않으면 뉴욕에 가면 돼." 나는 웃어 버렸다. 뉴욕은 넓은 바다 저쪽의 미국이라는 나라에 있고, 걸어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해서 뉴욕이 어떤 곳인지 네가 알 수 있단 말이니?" 안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느닷없이 말했다. "아주 부자 거리야." "나폴리와는 달라. 하지만 나폴리처럼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이스키아나 카프리 같은 조그만 섬이 있어. 크고 높은 뾰족 탑이 있는 교회가 많이 있어. 궁전도 있는데 궁전은 모두가 금으로 되어 있고, 아침에 해가 뜨면 금바늘 처럼 빛나." "거리 주위에는 높은 성벽이 있는데 그 아래는 파란 바다가 있어. 그 아래에는 고운 빛깔의 물고기가 가득 있어. 거리에는 궁전과 정원이 있고 초콜릿 상자에 그려져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놀고 있어. 모두가 행복해." 옛날, 아직 어머니와 메시나에 있을 무렵, 나는 뉴욕에서 온 그림엽서를 본 일이 있다. 커다란 다리는 있었지만 궁전이나 교회는 그림엽서 속에 없었다. "뉴욕이 그런 덴지 어떻게 아니?" 안나는 자신 있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미국이 부자 나라가 아니라는 거야? 미국으로 가는 사람은 누구나 떠나는 때는 가난해도 부자가 돼서 이탈리아로 돌아오는걸." 그 말이 맞다는 걸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불과 몇 해를 지나다가 자기 고향 마을로 돌아와 집을 사고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시칠리아에서 들은 일이 있다. "그래도, 아마 교회 같은 것은 세우지 않을 거야." 나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안나는 미소짓더니 말했다. "로마가 나폴리보다 부자가 아니라고 하는 거니? 로마에 나폴리보다 훌륭한 공원이 없다는 말이니?" "알겠니? 로마는, 나폴리를 뉴욕에 비유한다면, 나폴리보다 훨씬 가난해. 그러니까 뉴욕에는 로마보다 훨씬 훌륭한 교회와 커다란 궁전이 꼭 있을거야. 부자가 아름다운 것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가난한 여자도 아름다운 옷을 좋아해." 나는 웃고 안나의 말에 찬성했다. 나는 어머니가 가장 좋은 양복을 자랑하던 일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뒤 내내 검은 상복을 입어야 했지만 어머니의 가장 좋은 양복은 반짝거리는 천으로 만들어져 있엇고 목 둘레에는 레이스가 달려 있었었다. 어두워졌다. 따뜻한 밤이었다. 이제 곧 달이 뜰 것이다. 별은 벌써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언덕 저편에 달빛이 비쳤다. 누군가가 실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달이 소리없이 천천히 떠올랐다. 올리브 나뭇잎에 달빛이 반짝였다. 길 반대편에 같은 사이를 두고 심어 놓은 포도나무의 줄이 연필로 그린 그림처럼 떠올라 왔다. 나는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자. 포도밭에서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거야." 나는 마리오를 안고 도랑을 건넌 뒤 포도밭에 내려 놓았다. 내가 마리오를 내려놓자, 마리오는 내 손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달을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가만히 마리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어쨋든 마리오는 아직 네 살이었다. "저쪽에 바다가 있어. 카시노는 바다 근처니?" 우리들은 구릉 지대를 빠져나왔다. 평지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안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바다 가까이로 가고 있었다. 나도 포도밭에서 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아주 지쳐 있었다. 조금 뒤쪽에 길 표지판이 있는데 한쪽은 세사, 아우룬카, 한쪽은 포르미아라 써 있었다. 나는 포르미아로 가는 길을 택했으나 곧 후회했다. 포르미아는 아주 먼 곳임에 틀림없다. 멀리까지 내다보았지만 목초지와 밭밖에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문이 있고 밭을 가로질러서, 오솔길이 그 속에 있는 집에까지 이어져 있엇다. 문 맞은편에 좁은 흙탕길이 지대 쪽으로 이어져 있다. 무척 큰 나무가 그 낮은 지대를 뒤덮고 있었다. 우리는 토마토 몇 개를 훔쳐서 내 셔츠로 쌌다. 너무 더웠기 때문에 셔츠를 입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안나와 마리오에게 토마토 두 개씩을 주고 문 옆에 있는 돌에 앉아 토마토를 먹었다. 다 먹고 나서 나는 멍하니 그 넓적한 돌의 먼지에다 손가락으로 낙서를 했다. 그 돌은 대리석인데 거기에는 글씨가 몇 자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안나와 마리오를 일어서게 하고 그 겉면의 흙과 먼지를 털어 냈다. 글씨가 많이 나타났지만 나는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글씨가 신부가 말하던 라틴어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덜거덕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길로 뛰어나가 보았다. 포르미아가 있다고 생각되는 북쪽에서부터,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은 기다란 트럭의 행렬이었다. 그 앞머리에는 탱크 한 대가 아스팔트 위에 캐터필러 자국을 새기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도망쳐......" 나는 안나와 마리오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문 옆의 흙탕길로 접어들었다. 트럭에는 군인이 가득 타고 있었다. 대포가 실려 있는 차도 여러 대가 되었다. "저놈들은 도이칠란트 사람이야." 나는 안나에게 속삭였다. 크게 소리쳐도 트럭이나 탱크 소리가 크기 때문에 길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으므로 그렇게 속삭이듯 말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안나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 나폴리일 거야." 나는 대답하면서 아버지 일을 생각했다. 아버지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저런 탱크에 타고 있었을까? 나는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던 오직 하나의 기억을 실마리로, 아버지가 어떤 군복을 입고 있었는지 기억해 내려 했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전사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어떻게 전사했는지도 모르고, 어머니도 이야기해 준 일이 없다. 마지막 차가 지나갔다. 그것은 조그만 오픈카로 뚜껑이 없는 자동차인데, 장교 세 명이 타고 있었다. 천천히 엔진 소리가 사라져 가고 공중에 날아올랐던 흙먼지가 또다시 땅위에 떨어졌다. 나는 생각했다. '얼마만큼, 얼마만큼의 군인이 죽어 가는 것일까?' 나는 우리 머리 위에 높이 솟아 있는 둑 위의 커다란 나무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본 나무 가운데서 가장 큰 나무였다. 흙탕길은 땅 속으로 막 파고들듯이 이어져 있었다. 커다란 나무그늘로 덮여 있엇기 때문에 그 길은 지하도같이 보였다. 이것은 마술의 길이며 꿈속에서 걷는 길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안나도 같은 것을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안나는 자기 혼자서 멋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꼬마 마리오가 두쫓으며, 안나의 손을 잡았다. 마리오는 마술에 걸린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리오는 무서워졌는지도 모른다. "안나......" 나는 소리쳤다. 안나는 뒤돌아보고 미소를 띠었지만 멈춰서지는 않았다. 이윽고 우리는 문이 큰길로 향해 있는 집을 보았다. 또 하나의 조그만 문에서 뻗어 나온 오솔길이 우리가 있는 길과 이어져 있었다. "진짜로 부잣집이구나. 농부의 집이 아니야." 안나가 말했다. 집 안에서 여자가 누구를 야단치고 있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집을 지나치자, 둑이 낮아지면서 땅이 다시 길과 같은 높이가 되었는데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길은 푸른 풀과 나무로 뒤덮인 골짜기로 내려갔다. 그리고 골짜기 위로 뻗어 나갔다. 길 옆에는 풀과 덤불과 작은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이것은 마술의 길이야."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골짜기로 내려가면서부터 길은 커다란 돌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 돌은 나폴리의 큰 성당의 석상처럼 닳았고 반들반들했다. 안나와 나는 망설였다. 우리는 양옆의 풀로 덮인 길로 발을 내딛는 것이 무서웠다. 그 길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러나 발을 내딛어 보고 그 길이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마리오의 손을 한쪽씩 잡고 걸었다. 길 복판쯤 왔을 때 나는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조그만 개울과 나무가 보였지만 길 끝에까지 갈 용기는 없었다. 안나도 밑을 내려다 보았다. 갑자기 우리는 그 길의 나머지를 달려갔다. 누군가가 내 뒤에서 소리쳤다. 마리오였다. 나는 마리오를 데리러 되돌아갔다. 한 번은 길의 반대쪽을, 길이 우리 뒤에서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뒤돌아보았다. 없어지지는 않았다. 골짜기 반대쪽에 커다란 집이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그 '마술'의 길은 다리였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본 다리와는 달랐다. 붉은 벽돌로 만든 커다란 아치가 여러 개나 있는 아치 다리였다. 나는 시칠리아의 해안에서 본 난파선이 생각났다. 그 난파선은 모래밭에 내던져져 있었다. 바람과 파도로 반쯤 망그러져 내던져져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항구에서 본 많은 배보다 훨씬 배다워 보였다. 안나가 말했다. "틀림없이 오래 된 다리일 거야." "그래, 폼페이 거리처럼 옛날에 만들어진 것일 거야." 다리 옆에 골짜기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있었다. 우리는 그 오솔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동그란 돌 사이에서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 한 번 보였다. 여기도 마술의 장소라고 생각하자 나는 조금 몸이 떨렸다. 골짜기의 개울은 너비가 4야드쯤 되었고 깊이는 1피트쯤 되었다. 골짜기의 개울은 너비가 4야드쯤 되었고 깊이는 1피트쯤 되었다. 개울 곁에는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거기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안녕." 어떤 남자가 집 문 앞에서 말을 걸어 왔다. "안녕, 아저씨."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예절바르게 대답했다. 아저씨는 웃음띤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가 친절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의 주름은 노여움 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저씨, 우리는 여행하고 있어요." 아저씨는 아이들만 셋이서 여행하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이, 다시 한 번 미소지었다. "그래, 어디서 왔니?" 처음에 나는 '메시나에서요.'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북부 사람들이 시칠리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그만두었다. 그들은 시칠리아 사람을 도둑이나 산적으로 밖에 생각지 않는다. 나폴리 사람도 신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우리는 칼라브리아의 산 마르코 마을에서 왔어요." 나는 그가 그런 마을에 대해 들은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덧붙였다. "아저씨, 그 곳은 아주 조그만 마을이에요." 그 집 문 안에서는 웅웅거리는 듯한 낮은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 왔다. 나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저씨가 말했다. "물방아다." 나는 소리쳤다. "물방아라고요? 어떻게 해서 제분기를 물로 움직여요?" "이리 와, 보여 주마." 꼬마 마리오는 문께까지만 왔을 뿐이었지만 안나와 나는 집안으로까지 들어갔다. 집 안은 밀가루로 새하얬다. 커다란 돌절구가 겹쳐져서 돌아가고 있었다. 톱니바퀴와 바퀴의 굴대가 괴로운 듯이 신음하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이런 것 모두를 움직이는 것은 이 밑을 흐르고 있는 물이다. 지하수인데 말이다. 산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린단다." 나는 골짜기를 내려올 때, 둥근 돌 틈에서 기운차게 흐르는 물을 보았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물방앗간 주인이 지렛대 세 개를 잡아당기자 물방아가 멈추어섰다. 그러자 지하수가 조그만 시내가 되어 졸졸 흘러갔다. 마리오는 무서운 소리가 그쳤으므로 우리에게로 왔다. 그애는 물방앗간 주인에게로 가서 그 손을 잡았다. 그애는 모르는 사람을 아주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꼬마가 말했다. "배가 고파요." 물방앗간 주인은 화를 내려는 듯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얼른 마리오의 다른 한 손을 잡아끌어 물방앗간 주인한테서 떼어 놓았다. 물방앗간 주인은 마리오에게 웃어 보이더니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뜯었다. "너한테 뭘 찾아 주겠다만, 글쎄 아무도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내 쪽을 보고 그는 다시 말했다. "네 동생이냐?" "네, 그리고 얘는 여동생 안나예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안나를 흘끔 보았다. 안나는 내가 한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 때 나는 문득 안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나에게 내 이야기를 했지만 안나는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안나가 고아인지, 안나와 마리오의 부모님이 아직 살아 있는지 어쩐지도 몰랐다. 물방앗간 주인은 우리에게 자기 도시락을 나눠 주었다. "자, 마셔." 그는 그렇게 말하고 포도주병을 나에게 주었다. 그 포도주는 농부의 보통 포도주처럼 시었는데 독하고 진했다. "우리는 밤새 포도밭에서 잤어요." 마리오는 물방앗간 주인한테 일러바치고, 우리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원망스러운 듯이 덧붙였다. "형들은 늘 나한테 제일 작은 빵밖에 주지 않아요." 물방앗간 주인이 웃었다. "이 방앗간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는 망설이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그는 자기 말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나는 세사에 살고 있어. 여기서 2마일쯤 떨어진 데야." "그런데 만일 어디로 여행하는 사람이 와서 그 사람이 정직한 사람인데, 잠시 있을 곳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는 그 사람에게 밤 동안 이 방앗간을 지켜 달라고 싶단 말야. 길을 걸어 오는 많은 사람들 속에는 도둑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물방앗간 주인은 마리오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런데 이 골짜기 조금 위쪽에 농부가 한 사람 있다. 나하고 친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내가 없는 동안 여기를 지켜 주고있어." "아마 그도 누가 밭일을 도와 주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돈은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요즘은 먹는 것이 돈보다 중요한 때니 말이다." 물방앗간 주인이 말을 끝내자 안나가 재빨리 말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살고 싶어요." 물방앗간 주인은 정중하게 안나와 나에게는 악수를 하고 꼬마 마리오에게는 안아서 키스해 주었다. 물방앗간 주인은 세사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방앗간 옆의 조그만 창고로 안내해 주었다. 그 창고는 방앗간에서 직접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기서 자면 된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방앗간에서 밀가루 부대를 몇 장 갖다 주었다. "먼지투성이지만 말야, 잘 털면 좋은 이불이 된다." 그는 텅 빈 방 마루에다 그 부대를 던졌다. "나는 방앗간을 자물쇠로 잠가 두겠다. 만일 수상한사람이 오면 농부를 불러 오면 된다." 나는 누가 수상한 사람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모른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물방앗간 주인이 태평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도둑 따위를 걱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방앗간 문에다 커다란 자물쇠를 잠갔다. 그리고는 '안녕, 내일 아침에 다시 오마.' 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가 다리 옆 오솔길을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중년이었다. 어깨에다 밀가루 부대를 메고 있는 것처럼 조금 앞으로 구부정하게 걷고 있었다. "누구를 때리니?" 안나는 한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부대를 때리지 뭘 때려?" 이렇게 대꾸하면서 안나는 아직도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는 웃었다. "도둑놈을 때리고 있는 것 같구나." 안나는 웃기 시작했다. "그 물방앗간 주인은 좋은 사람이야." 나는 안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나는 다시 가루와 먼지를 털려고 부대를 힘주어 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살아 있어야 하는거지? 왜 하나님은 그런 사람들을 살려두지?" "왜, 마리아님은 그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도록 표시를 해 두어, 세계의 끝으로 도로 내쫓아 버리지 않으시지?" 안나는 막대기를 내던졌다. 풀 위에 주저앉더니 놀랍게도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나는 소리쳤다. 꼬마 마리오가 누나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금방 함께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 마리아님은 그렇게 하고 계실 거야. 그런데 우리들에게 그 표시가 보이지 않는 것 뿐 아닐까?" 나는 안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안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안나는 내 손을 밀어 냈다. "우리 아버지도 그런 사람이야. 자기 일밖에 생각지 않아! 모두를 바보로 알고 비웃고 있는거야." 나는 얼굴을 돌렸다. "너의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니?" "감옥이야." 안나는 대답하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감옥이야." 안나는 대답하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감옥이야." 안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감옥에서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나는 미움에 가득 찬 안나의 목소리를 듣고 무서워졌다. 해가 지고 있었다. 골짜기는 반은 그늘이 지고, 반은 금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어.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었어." "아마, 그럴 거야." 안나가 되받아서 말했다. 그런 뒤에 안나는 웃으며 꼬마 동생을 풀숲에 밀치더니 동생과 장난을 했다. 도이칠란트 병사.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었다. 우리는 그 동안 골짜기 사이에 있는 농장의 일을 도와 주며 지냈다. 우리에게는 먹을 것이 있었고 일하지 않을 때는 개울에서 놀았다.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는 개울의 돌을 모아, 물놀이를 하기 위해서 허리가 잠길 만큼 깊이의 웅덩이를 만들기도 했고 꽃을 꺾거나 개구리를 잡았으며 서로 돌을 던지며 놀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방앗간 밑의 물처럼 흘러 갔다. 그 여름의 기억 때문에 곧이어 찾아온 겨울을 견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골짜기에서는 우리는 전쟁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우리는 물방앗간 주인과 농부에게서 전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듣고 있었다. 나에게는 전쟁이 폭풍이나 지진처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는 전쟁은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농부의 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었다. 나는 전쟁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안나에게 내 생각을 설명하려 했지만 안나는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안나는 전쟁은 무서워하고 있었다. 안나는 전쟁을 악이며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나는 전쟁에 대해서 말하려 하지 않았다. 도이칠란트 병사가 온 날은 이탈리아가 항복한 그 날이었다. 물방앗간 주인이 휴전 뉴스를 가져왔다. 그와 농부는 기뻐하며 브랜디를 마시고 평화를 축하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미국 이야기를 했다. 우리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미국이 외국이 아니었다. 아주 멀리 바다 저쪽에 있지만 거기에는 아저씨와 형제와 아이들이 가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나라이고 어떤 뜻에서는 우리 나라이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가 미국을 프랑스나 도이칠란트만큼이나 가까운, 아니 그보다 훨씬 가까운 나라처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해서!" 물방앗간 주인이 컵을 쳐들었다. 우리는 포도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머리 위에는 포도가 제철이 되어 잘 익어 있었다. "평화를 위해서!" 농부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입에 컵을 가져가면서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곧 우리 모두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시끄러운 모터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세사로 가는 길 쪽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 형편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가 들어온 일이 없었다. 물방앗간 주인과 농부는 테이블에서 일어나고, 우리는 모두 잘 볼 수 있도록 농부네 집 뒤에 있는 작은 둔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커다란 트럭이 두 개의 고무 바퀴가 달린 대포를 뒤에 끌고 다리의 앞쪽 가까이에서 멈췄다. 물방앗간 주인이 말했다. "그래도 전장은 끝났어." 우리는 군인들이 트럭 짐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놈들은 도이칠란트 병사들이야." 농부는 말하면서 장교를 가리켰다. 그 장교는 트럭의 헤드라이트에 한 손을 집고 트럭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다리를 보고 있었다. 대포는 고사포였다. 도이칠란트 병사들은 다리 위쪽 포도밭에 빈터를 만들어 거기에 진을 쳤다. 모두 여덟 명인데 장교가 하나, 중사가 하나, 그리고 졸병이 여섯이었다. 그들은 농장에 물을 얻으러 오고 야채를 사 갔다. 그들은 다리 밑 개울의 조그만 웅덩이에서 몸을 씻었다. 그들은 예절 바르게 행동했다. 특히 그 장교가 그랬고, 이탈리아 말도 아주 잘했다. 그는 아주 젊었고 우리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리오와 놀아 주었으며, 마리오는 장교의 모습을 보면 반드시 달려 갔다. 처음에 안나와 나는 도이칠란트 병사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날마다 그들을 보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좀처럼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친구가 된 것은 한개의 동전 때문이었다. 나는 다리 밑에서 손가락 사이로 자갈과 모래를 흘려 보내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때 나는 조그만 녹색 돌을 보았다. 나는 그 돌을 주워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는 그것이 돌이 아니라 녹이 슬어 짙은 녹색이 된 금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금속을 한참 닦자 둘레에 글씨로 둘러친 무늬가 있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그 글씨를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금속을 농부에게 보이려고 농장으로 올라가다가 젊은 도이칠란트 장교를 만났다. 나는 농부 대신 그 장교에게 내가 찾아낸 것에 대해 말했다. 아마 그 전날에 그가 꼬마 마리오에게 설탕을 주었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이건 동전이다!" 젊은 장교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나서 놀란 말투로 말했다. "고대 로마 동전이다!" "고대 로마 동전이라니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되물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나폴리 사람들과 같은 동전을 쓰지 않았다는 말일까. 녹으로 새파래진 이 조그만 금속이 동전이라는 것을 어떻게 그는 알았을까? 그가 말했다. "옛날 거야." "폼페이 시대 것이로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에게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웃으면서 손바닥 안에서 그 동전을 몇번이나 뒤집어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그 동전을 자세히 살펴감에 따라 얼굴이 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평화로운, 꿈꾸는 듯한 얼굴로. 이것은 마술의 동전이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베스파시아누스 시대의 것이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그 동전을 방앗간까지 가지고 가서 깨끗이 닦았다. 그래서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동전은 구리 빛깔이 되었고, 녹의 흔적이 아주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오늘 밤 동안 이것을 초에 담가 두자."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왜 이런 동전이 대포와 여덟 명의 군인의 대장인 이 장교에게 이처럼 중요한 것일까? 나는 물었다. "베스파시아누스란 누구예요?" "고대 로마의 황제인데, 다스린 기간은......" 이 장교는 연대를 생각해 내려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예수 탄생 후 60년쯤이다. 나는 모든 황제의 연대를 알고 있지." 나는 그 동전을 그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행운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이칠란트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주는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가져도 좋아요." 나는 말했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웃었다. 내가 흘끔 쳐다보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다, 이건 네 것이다." 그는 동전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만일 내가 동전을 그에게 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그는 나한테 이 동전을 돌려 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가 웃은 것은 그가 도이칠란트 장교니까. 돌려 줄 필요 같은 것이 없다는 그런 뜻에서였으리라. 물방앗간 주인은, 다른 도이칠란트 군인이 세사에 있는 그의 집으로 몰려 와서 밀가루 부대를 달라고 했다는 소리를 했고, 도이칠란트 병사에게 기름이나 포조두를 빼았긴 농가의 소문도 들려 주었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나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 햇빛에 동전을 비춰 주었다. "그것은 황제의 표시에요?" 나는 그 무늬를 보고 열쇠 생각이 나서 그렇게 물었다. 장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이건 임금님이 갖고 있는 홀을 닮은 지팡이란다." 그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있는 동전의 앞면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훌륭한 황제였어요?" 나는 물었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앞호주머니에 동전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는 오래된 다리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나에게 대답했다. "다른 황제만큼은 위대하지 못했지. 그러나 강한 사람이었어." "강한 사람이었다고요?" 비로소 나는 그 말이 입에 담는 사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무솔리니(이탈리아의 독재 정치가, 파시스트 당수.)처럼 말예요?" 장교는 업신여기듯이 웃었다. "이탈리아 인이 고대 로마인만큼 강하지 못한 것처럼, 무솔리니는 로마 황제의 발밑에도 못 간다." 갑자기 장교의 얼굴이 밉게 보였다. 나는 소리쳤다. "좋아요! 그 편이 좋아요!" 그 때 나는 이탈리아 인이 고대 로마 인이 아닌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너는 무솔리니를 존경하고 있니?" 도이칠란트 장교가 물었다. 그의 얼굴은 다시 온화해져서 젊게 보였다. 나는 망설였다. 지금까지 그런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는 파시스트(권력으로 침략 정책을 취하는 폭력적인 독재정치)였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탈리아를 위해서, 무솔리니를 위해서 아프리카에서 전사 한 것을 아는 것처럼, 메시나에서 나는 검은 셔츠를 입은 청년들을 본 일이 있고 그들 동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일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로 내가 무척 어렸을 때였다. 지금 나는 거지였다. 집없는 아이고, 거리에 떠도는 마리아님의 아이다. 나폴라에서 도이칠란트 사람이 말했듯이, 작은 물고기였다. 나는 포스터나 신문에서 본 일이 있는 파시스트 당수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탈리아의 위대함도 고대 로마와 더불어 망한 거야." "위대함이라니요?" 나는 도이칠란트 장교가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보통 도이칠란트 장교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를거다." 도이칠란트 장교는 미소를 띠고 골짜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뭘 보고 있는 걸까? 말과 같이 같은 경치를 보아도 저마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도이칠란트 장교는 부하와 대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나는 걸어서 개울가까지 갔다. 마리오가 거기에서 놀고 있었다. 꼬마는 돌을 모아, 그것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무늬를 만들고 있다. 그 애는 나를 보자 얼굴을 들고 웃었다. 나는 무엇을 만들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애는 자기 작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교회야." 나에게는 그냥 돌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러나 마리오는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그 애는 내 대답 같은 것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놀이로, 자기 생각으로, 자기 세계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모두가 장님이야. 게다가 모두 벙어리고. 그래서 전쟁 같은 것이 일어나는 거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골짜기 위쪽에 있는 우리들의 웅덩이까지 걸어갔다. 나는 수면을 보면서 앉아 있었다. 어째서 그 동전이 도이칠란트 장교에서 그토록 귀한 것이 되었을까? 아주 옛날에 죽어 버린 황제의 이름이 왜 그에게는 마술이 되었는가? 나는 황제의 이름 베스파시아누스를 외려고 했다. 성 베스파시아누스라는 그런 성인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성 크리스토퍼(기독교의 순교자인데, 여행자를 보호하는 성인.) 메달의 부적처럼 마력이 있어서 우리를 지켜 줄지도 모르지만. 그 때 나는 그 동전이 금이나 은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나는, 도이칠란트 장교가 구리로 만든 동전 하나가 자기를 지켜 준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도이칠란트 장교를 비웃었다. 바람이 골짜기로 내리불고 나뭇잎이 버석이며 소리냈다. 바람은 서늘했다. 곧 가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집이 있으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째서 나는 겨울을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일까? 낙엽은 바람에 실리어 모진 바람이 부는 대로 방황을 계속 한다. 개울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는 흐름을 따라 떠간다. 가난한 사람도 폭풍 속의 나뭇잎이나 개울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와 마찬가지다. 자기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힘에, 때로 이해할 수도 없는 힘에 휘둘려서 괴로움을 당한다. 살레르노가 연합군 손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나폴리는 여전히 도이칠란트군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그 날 아침은 언제나와 다름없는 가을 아침이었다. 하늘은 맑게 개었고, 공기는 조금 찼으며, 겨울 기운이 떠돌고 있었다. 몇번이나 미국과 영국 비행기가 골짜기 위쪽 하늘을 날아갔다. 여느 때는 아주 높은 곳을 날아갔기 때문에 도이칠란트 병사들은 비행기를 쏘려고 하지 않았다. 두세 번 쏘았지만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다. 그 날은 네 대의 비행기가 우리 머리 위에서 다른 때보다 아주 낮게 떠서 날아갔으므로 도이칠란트 병사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농장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농부가 말했다. "영국 비행기다." 도이칠란트 군의 고사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가운데가 까만, 희고 조그만 구름 같은 것이 두세 개 생기는데 놀랍게도 그 한 방은 비행기에, 또 한방은 엔진 가운데 맞아서 뭉게뭉게 검은 연기가 한 줄기 뿜어져 나왔다. 다른 비행기는 계속 날고 있었는데 포탄을 맞은 비행기는 빙글빙글 돌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개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도이칠란트 병사들이 다시 쏘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중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 비행기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날 때 남자 하나가 안에서 뛰어나왔다. 그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나서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리로 온다!" 농부가 소리쳤다. 낙하산이 바람을 타고 우리들 쪽으로 점점 내려왔다. 나는 부활제의 장엄미사를 드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부를 쳐다보면서 성가를 듣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거기에 없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앞의 광경에 감동해서 손발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낙하산을 탄 비행사는 여름에 식물의 씨가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골짜기 쪽으로 날려 갔다. 그가 자기에게 무슨일이 일어나려 하는지 보고 있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때 기관총 소리가 났다. 우리는 멍청해져서 먼저 도이칠란트 병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두 자루의 기관총을 가지고 있었다. 고사포 양 옆에 놓아 두고 있었다. 그 한 대만이 불을 뿜고 있다. 젊은 장교는 고사포 뒤에 서 있었다. 그가 명령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우리가 낙하산을 탄 비행사를 뒤돌아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손을 흔들고 있지 않았다. 벌써 죽은 것이리라. 도이칠란트 병사는 비행기가 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줄곧 기관총을 쏘아 댔다. 그들이 쏘는 것을 멈추자 침묵이 밀려오고 개가 가까운 농장에서 짖어 댔다. "왜 쏴 죽인 거지?" 나는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농부는 내 말 따위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밭을 가로지르고, 포도밭을 지나, 골짜기 아래로 뛰어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달렸는데, 발 끝에까지 가서 멈춰섰다. 마리오가 뒤쫓아 왔기 때문이다. "돌아가!" 나는 소리쳤지만, 마리오는 나한테서 겨우 두세 걸음 떨어진 곳까지 쫓아왔다. 나는 돌아서서 마리오의 얼굴을 보았다. 마리오의 얼굴이 뭔가 내 마음을 때려, 나는 야단을 치려던 마음과는 달리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마리오는 다가와 나에게 바싹 붙었다. 나는 마리오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낙하산의 흰 천이 골짜기 밑 쪽에서 보였다. 농부는 천천히 언덕으로 올라왔다. 하루의 고된 일을 끝냈을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는 나와 꼬마를 보더니 보고 온 것을 알려 주듯이 머리를 흔들고는 말했다. "죽었다." 농부는 도이칠란트 병사들 쪽을 쳐다봤다. 군인 몇이서 골짜기를 내려가 죽은 비행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성 주제페 님...... 성 주제페 님......" 농부는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나서 자기가 본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고래를 흔들었다. "정말 젊은 청년이었어......" 그는 마리오의 얼굴을 쓰다듬고 농장으로 되돌아갔다. 마리오와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집에서는 농부의 아내와 두 딸과 안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질문에 농부는 다만 고개를 흔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부엌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에 그는 포도주병과 컵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우리가 늘 식사 할 때 앉는 집 밖의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는 컵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서 단숨에 다 마셨다. 그는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우리 아들도 그렇게 죽은 거예요?" 그의 아내가 소리치자 농부도 되받아 소리쳤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가 거기 있었어? 나는 그리스 같은데 간 일이 없어!" 그의 눈에 눈물이 괴어 있었다. 그도 아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이리라. "아아...... 어쩌다가 우리는 아들을 뺏겨 버렸을까요?" 그녀는 지금 막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처럼 소리쳤다. 그녀가 아들의 전사 통지를 받은 것은 벌써 2년도 저 전의 일이었다. 같은 전보를 우리 어머니도 받았었다. 그러나 농부의 아내는 영국인 비행사가 죽는 것을 직접 본 오늘까지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그 자들에게도 토마토를...... 그리고 포도도 팔지 않겠어요." 막내딸이 소리쳤다. 그녀는 노여움으로 눈을 번쩍이고 있었다. 열여덟 이었는데, 이 때 어른이 된 것이다. 농부는 어깨를 으쓱했다. "달라는 것은 파는 거야." 그는 중얼중얼 말하고 컵에 포도주를 채웠다. "그자들은 전쟁에서 져. 곧 저자들도 죽을 거다...... 죽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도 전에 죽는다. 오후 늦게 물방안갓 주인이 왔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방앗간에 오지 않았다. 밀 수확이 오래 전에 끝나서 이제 빻을 밀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왔어." 물방앗간 주인은 우리가 입을 열기 전에 말했다. 그는 흥분해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나는 물방앗간 주인과 농부의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농부의 눈은 오늘 사건으로 슬픈 듯했다. "우리가 그를 묻어 주세. 지금까지 세사에서 있었던 어느 장례식보다 훌륭한 장례를 치러 주는 게 어떻겠나." 물방앗간 주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농부의 아내는 찬성하고 미소지었지만 농부는 물방앗간 주인을 보면서 말했다. "자네 스스로 그걸 생각해 냈나?" 물방앗간 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네 생각인가, 그 멋진 생각은?" 물방앗간 주인은 풀이 꺾인 것 같았다. 좋은 일이라고 믿고 말하러 왔는데,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언짢아진 사람 같았다. "저 곳에 있는 나이 어린 군인들은 겁을 먹고 있다네. 영국 사람을 소리 없이 묻어 주자고, 그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들은 아주 겁을 먹고 있어!" "장례를 치를 때 총을 쏴 대서 더 많은 장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니까." 농부는 도이칠란트군의 고사포를 보고 있었다. 군인들은 아침부터 내내 고사포에 나뭇가지를 덮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 고사포의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영국인 비행사는 세사 아우룬카에 묻혔다. 많은 사람들이 장례에 참가하여 묘까지 따라갔지만 장례는 조용히 치러졌다. 거리에는 피난민이 넘치고, 도이칠란트군 한 부대가 거리와 이어져 있는 교외에 진을 치고 있었다. 피난민은 남에서 왔다. 도이칠란트 군은 북쪽으로 후퇴하면서 자기들의 앞쪽에다 피난민을 내세웠다. 피난민은 자신이 살던 마을이나 농장에서 자꾸 떠나고 있었다. 몇몇 피난민이 골짜기를 지나서 갔다. 모두 등에 짐을 진 가난한 가족들이었다. 나는 폭풍이 쓸고 간 바닷가를 떠올렸다. 부서진 배와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바닷가. 전쟁이란 그런 폭풍 같은 것이고 우리는 부서진 뱃조각이었다. 영국 병사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 우리는 도이칠란트 병사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이칠란트 병사들을 보면,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난 것처럼 밭으로 도망쳤다. 우리는 도이칠란트 병사를 만나면 안 되기 때문에 아무도 물놀이하기 위해 웅덩이로 가지 않았다. 물론 그러다가 그들과 만나게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군인들은 이탈리아 말을 거의 못했으므로 피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야기를 걸어 오면 모르는 체하면 되니까. 그러나 그 장교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마침내 우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우리가 막 일어났을 때 왔다. 그 때 우리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씻으러 개울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다리 옆에 서서 방앗간을 보고 있었다. 내가 얼른 걷기 시작하자, 그는 내 이름을 불렀다. 그는 며칠이나 자지 않은 사람처럼 지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수염을 깎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너희들, 여기서 나가거라." 그는 내가 가까이 가자 그렇게 말했다. 나는 멍청해졌다. 그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방앗간을 써야겠다. 너희들 같은 좀도둑이 돌아다니는 것은 싫단 말야." 장교는 말하면서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보았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훔친 일이 없다는 것을 그가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도둑! 우리는 좀도둑이 아니에요!" 나는 성이 나서 말했다. 나는 '더구나 살인자도 아니고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땅을 내려다보았다. "점심때까지 방앗간에서 너희들 물건을 가지고 나가라." "물방앗간 주인한테는 이야기했어요?" 나는 말하면서 젊은 장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오랫동안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장교는 이윽고 고개를 숙였다. "너는 전쟁이라는 것을 모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전쟁이 무엇인지 누가 알고 있는가? 군인인가? 떠도는 사람들인가? 무솔리니인가? 아니면 영국이나 미국의 높은 사람들인가? 아아니, 아무도 전쟁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마도 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땅은 말하겠지. '사람이란 얼마나 바보인가. 내 주위에서 살고 있는 동물중에서 가장 영리하고, 가장 바보같은 동물이 사람이다.' 장교가 명령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점심때까지야."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장교가 하는 말뜻을 알았다. 그는 자기가 방앗간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다만 우리를 쫓아 내고 싶을 뿐인 것이다. 그는 낙하산을 탄 비행사를 쏘라고 명령했을 때 자기가 아주 나쁜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목격자인 것이다. 안나와 마리오가 방앗간에서 나왔다. 마리오는 장교를 보자, 미소를 짓고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그 애는 왜 도이칠란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냥 안나나 내가 야단을 치니까 우리의 말을 듣고 있었던 것 뿐이다. 그애는 도이칠란트 장교에게 달려가 설탕을 달라고 했다. 장교가 마리오에게 소리쳤다. "저리가, 좀도둑 녀석아!" 마리오는 겁을 먹었을 때처럼 울상이 되었다. 그 애는 도이칠란트 장교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도이칠란트 사람은 화를 내면서 안나와 나를 흘끔 보고, 그리고 마리오의 뺨을 세게 때렸다. 마리오가 땅바닥에 굴렀다. "살인자! 살인자! 살인자!" 안나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꼬마 동생에게 달려가 동생을 안았다. "여기서 나가!" 장교는 소리치고 떨리는 손으로 세사 쪽을, 그 저쪽을 손가락질했다. 그때 우리는 죽는다, 영국 비행사처럼 죽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발길을 돌려 걸어갔다. 우리는 조금 있는 짐을 챙겨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러 농장으로 갔다. 농부는 몹시 성을 내며 자기 집에 있어도 좋다고 했다. 농부가 그렇게 말해 준 것은 기뻤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농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남아 있으면 농부나 그의 가족에게 재난이 떨어지게 된다. 내가 사양하자, 농부는 그 이상 권하지 않았다. 도이칠란트 병사는 굶주린 말벌이나 마찬가지였다. 굶주린 말벌은 그냥 닥치는 대로 쏘니까, 저희들끼리 쏘기까지 한다. 도이칠란트 병사는 한 가족을 다 죽이거나 마을을 파괴하는 따위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울 것이다. "저자들은 미치광이다." 농부는 이렇게 말하고 성호를 그었다. 농부의 아내는 우리에게 음식을 주었다. 우리가 실컷 먹고 난 뒤에도 그녀는 자꾸 더 먹으라고 했다. 그녀는 가지고 가라고 빵과 치즈를 주고, 농부는 10리라를 주었다. 그 돈은 우리가 한 심부름 값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농부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가 그런 일을 하다니,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선심을 쓴 것이다. 그는 먹는것에는 인심이 좋았지만, 돈에 대해서는 구두쇠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출발하자 가족 모두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두번 다시, 도이칠란트 장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그는 세사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오는 재빨리 내 손을 잡고 내 뒤에 숨었다. 안나는 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나는 겁을 먹으면서 장교의 허리에 꽂혀 있는 권총을 보았다. "자, 이것은 네 거다." 장교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가 내민 조그만 구리 동전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당신한테 준 거예요." "이런 건 필요없어! 필요없어!" 그는 되풀이 해서 말했는데, 그 목소리는 갈라지고 성을 내고 있는 아이 같은 말투였다. 나는 동전을 받아서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물방앗간 주인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것은 농부의 아내가 내 몸에 맞게 고쳐서 만들어 준 것이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내 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마리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리오는 내 양복에 얼굴을 묻고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도이칠란트 사람도 속으로 울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가 가 버리자 안나가 물었다. "그 사람이 뭘 주었니?" "동전이야...... 고대 로마 동전이야." "그런 건 버려, 버려!" 안나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돌아서서 도이칠란트 사람의 등을 노려보았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다 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가지고 있을 거야. 이것이 그 사람에게는 행운을 가져다 주지 못했지만, 그것은 이것이 고대 로마 동전이고 그 사람이 고대 로마 인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그렇지 않아. 구이도, 너는 도이칠란트 장교보다는 훨씬 고대 로마 인에 가까우니까.' 갑자기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자, 가자." "어디로 가는 거야?" 안나가 물었다. 우리는 마리오의 손을 한쪽씩 잡았다. "카시노에......" 나는 대답하면서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간다고 느꼈다. 카시노로 가는 길. 우리는 세사 아우룬카에서 카스텔포리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갈릴리아노 강을 넘었다. 그 날 밤 우리는 그 둑에서 피난민과 섞여서 잤다. 우리는 얼어 버렸다. 10월이었지만 밤이 되자 다른 해보다 훨씬 추워졌다. 그 해 겨울은 아주 추울 것 같았다. 불행의 톱니바퀴가 언제까지나 돌아간다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돌고 있는 것이다. 어제의 괴로움은 오늘의 불행에 비하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꼬마는 잠들었어?" 안나가 속삭였다. 마리오는 우리들 사이에 끼여서 자고 있다. "잠들었어." 나는 대답했다. 안나는 손을 머리맡에 깍지끼고 똑바로 누워 있다. 안나는 별로 가득 찬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가 오면 어쩌지, 구이도?" 나는 안나가 오늘 밤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밤과 낮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동굴이라도 찾게 되겠지 뭐. 산에는 동굴이 많이 있어." 그리고 나서 나는 덧붙였다. "아마, 우리는 수도원에 있을 수 있을거야." 안나는 미소지었다. 내 말에 안나는 마음놓는 것 같았다. "방앗간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안나는 눈을 감았다. 마리오는 무릎을 껴안다시피 웅크리고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고 있다. 나는 그애 위에 몸을 굽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가 나도 잠이 들었다. "그 빵을 내게 줘!" 그 남자가 말했다. 나는 안나와 마리오에게 빵을 나눠 주고 있었다. 이제 빵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내게 줘!" 나는 땅바닥에 왼손을 짚고 앉아 있었다. 나는 다른 한 손을 움직여 돌을 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내 남자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하지만 빵을 주어 버리면 우리는 굶주리게 된다.) 그 남자는 거지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하려 했다. "이 꼬마가...... 이 애도, 빵이 있어야해요." 그러자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이 남자는 거지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게 줘...... 한조각이면 돼." 남자는 성이 나서 명령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는데 끝에가서 슬피 흐느끼는 듯한 말투가 되어 버렸다. 나는 빵을 한 조각 잘라 그에게 던져 주었다. 그는 그 절반을 입 속에 넣었다. 남자가 우리의 빵을 모두 빼앗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는 뭔가를 중얼거리며 노여움이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저쪽으로 가버렸다. 나는 손의 돌을 버리고 안나를 보았다. 나는 안나가 그 남자에게 겁을 먹지 않았나 해서 걱정했지만 안나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남자가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안나의 눈에 업신여기는 빛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남자가 가엾어졌다. 어른이 아이한테서 빵을 얻어야 하다니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머지 빵을 셔츠 속에 넣었다. 앞으로는 죽 빵을 감춰 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자, 가자." 나는 말하고는 마리오를 안아 일으켰다. 안나는 일어서면서 내 쪽을 보고 미소지었다. 나는 안나가 동생의 손을 잡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안나는 내 손을 잡았다. 얼마 안 가서 우리는 개울을 건넜다. 카스텔포리로 가는 길은 왼쪽으로 꺾여져 있다. 우리는 개울을 따라 오른쪽 길로 갔다. 이미 우리는 산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밤이 되자, 길은 개울과 멀어져 산타안드레아 마을로 이어졌다. 나는 어떤 농부에게 동냥하여 밤 한 줌을 얻었는데 날것을 그대로 먹는 수밖에 없었다. 밤을 구울 불을 지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날 밤도 또 한데서 잤다. 길에는 다른 피난민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의가 오랫동안 가난 같은 것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우리 모두 똑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더럽고 누더기를 두른 사람들의 무리로. 우리를 앞질러 가고 있는 도이칠란트 병산들은 물론 그런 것을 분간할 수 없으리라. 그렇지만 우리는 가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 낼 수 있었다. 우리는 여자의 걸음걸이나 남자가 산 쪽을 불안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즈음에는 도이칠란트 병사들도 달라져 버렸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전쟁에서 그것은 이탈리아 때문이다, 라고 하는 것 같은 업신여김 뿐이 아니라 미움까지 드러나 있었다. 이탈리아가 항복하기 전까지, 도이칠란트 사람은 우리 이탈리아 사람들의 우정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이 행동했었다. 그래도 그들은 늘 우리의 법률에는 따르고 있었다. 지금은 트럭을 탄 병사들이 시골의 이집 저집을 뒤지고 있었다. 그들은 농부들의 가축이며 다음 해 봄을 위해 남겨 둔 얼마 안되는 씨앗까지 빼앗았다. 그들은 거의 돈을 치르지 않았고, 때로는 소나 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한 농부를 죽이기도 했다. 때로 도이칠란트 병사는 죽인 동물을 등에 지고 걸었다. 그들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마치 우리가 그 곳에 있지도 않는 것처럼 우리를 앞질러 지나갔다. 그 날 오후, 우리는 길가에서 쉬고 있는 도이칠란트군의 한 부대 앞을 지나갔다. 그들은 식사를 하며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병사에게 가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먹을 것을 얻으러 왔다고 빵을 입에 넣으려는 병사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들은 웃음을 그쳤다. 내 바로 곁에 있던 병사가 저리로 가라는 듯이 길 쪽으로 팔을 흔들었다. 나는 모른 체하고 그냥 있었다. 그러자 다른 병사가 총을 들어 우리를 겨냥했다. 쏠 생각일까,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조금도 무섭지가 않았다. 아무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병사들이 뭐라고 하자 그 병사는 총을 내렸다. 안나와 마리오와 나는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아까 뭐라고 했던 병사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지만 멈춰섰다. 그 병사는 우리에게 달려와서 나에게 돌맹이 하나를 주었다. 다른 병사들이 웃고 돌을 가져왔던 병사는 우쭐대며 돌아갔다. 나는 그 병사가 늘 동료들을 웃기는 바보 같은 어릿광대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돌을 던져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얌전히 길가에 돌을 놓고 말했다. "당케?......고맙습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다시 걸었다. 나는 도이칠란트 말을 두 개밖에 몰랐다. '부디'와 '고맙습니다' 였다. 병사들은 이제 웃지 않았다. 잠시 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잘했다. 훌륭해!" 나는 뒤돌아 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가운데 가장 우스꽝스럽게 생긴 남자였다. 남자는 키가 작고 말랐는데 그의 양복은 뚱뚱한 사람의 것인 듯 헐렁했다. 그는 양복을, 웃옷과 바지를, 한 가닥의 새끼로 묶어서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새 깃털을 꽂은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그의 구두였다. 그 구두는 모양이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마치 그의 발이 찌그러져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남자는 웃으면서 나에게 잘 보이도록 한쪽 발을 들었다. "이거야말로 진짜 에누리 없는 이탈리아 구두다. 최신 유행이지. 이 구두는 처음에는 안에 책을 넣어 들고 다니는 가방이었지. 이 구두는 틀림없는 금양모의 가죽일거야(그리스 신화의 왕자 이아손은 전국에서 수십 명의 영웅들을 모아 인류가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커다란 배 아르고를 타고 숱한 모험을 이겨 내면서 금양모 가죽을 손에 넣음). 내 이름은 이아손이고 말이다. 그 남자는 아주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는 웃어 버렸다. "내 이름은 구이도이고, 이쪽은 안나, 그리고 꼬마는 마리오예요." 자기를 이아손이라고 한 그 남자는 모자를 재빨리 벗고 우리에게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의 머리는 거의 벗겨져 있었다. "나는 이처럼 황량한 삶의 싸움터에서 다른 길동무를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너희는 어느 나라 사람이지? 너희들의 왕국 이름이 뭐지?" 나는 왕국이 있다는 말을 듣고 히죽 웃었다. "우리는 나폴리에서 왔어요." "양시칠리아(시칠리아, 나폴리 양국이 1816년에 합쳐, 양시칠리아 왕국으로 불리었음.) 왕국이구나." 그는 말하고, 얼굴을 찡그리면 덧붙였다. "폐하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괴로운 입장에 계시군." 나는 머리를 까닥까닥 움직여 인사하고는 호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그 남자에게 3분의 1을 잘라 주었다. 그러자 그는 위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조그만 치즈를 꺼내 그것을 넷으로 잘랐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내가 정중히 머리를 숙이자 안나도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그가 말했다. "이제 점심때가 다됐어. 휴식을 한 뒤 '담화'를 하기로 하자. 서민의 말로 하자면, '잠시 이야기나 하기로 하자.'" 우리는 가까운 밭으로 갔다. 나무 그늘에 앉았는데 그 땅은 딱딱했다. 이아손 씨는 이탈리아의 땅은 전쟁이 난 뒤로 딱딱해졌다고 했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먹기 위해 치즈를 조금씩 씹으면서 물었다. "아저씨 이름은 정말 이아손이에요? 그건 이탈리아 사람의 이름이 아니잖아요." "이름이란 뭐지? 네 부모님 생각으로 지어 준 게 아니냐? 아니면 소망을 나타내기라도 한 거냐?" "오늘날 이탈리아에는 겁에 질리고 굶주리는 무솔리니와 같은 베니토라는 이름의 어린애가 얼마나 되는지 아니? 나는 내 아들에게 단테라는 이름을 지어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 아들은 읽고 쓰는 것을 배우지 않을지도 몰라. 이름은 혼이 들어가는 집 성벽에 꽂힌 깃발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그는 말을 끊고 나머지 치즈를 입 속에 넣었다. "내 이름은 루이지라 한다." 그는 기분 나쁜듯이 자기 이름을 말했다.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메시나에서도 나폴리에서도 그런 이름을 가진 많은 소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선생이었어. 아니 지금도 선생이야. 학교가 없어져도 나의 고귀한 직업은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선생이다." "직업 가운데서 가장 고귀한 거지. 시인에게만은 따르지 못 하지만." 안나가 웃었다. 루이지씨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안나는 웃음 소리를 낮췄지만 여전히 미소는 띠고 있었다. "젊은 숙녀께서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모양이군. 만일 갔었다면 반드시 학생의 첫째 조건인 선생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을 텐데 말야." 안나가 성이 나서 말했다. "나는 학교에 간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선생님이 아니에요. 아저씨는 우리처럼 길을 가는 그냥 그런 사람이에요." 루이지 씨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의 즐거워 보이던 얼굴이 슬프게 변했다. "이제 곧 겨울이 되고 밤이 되면 추워진다. 그 때는 어떻게 할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불을 피울 수 있는 동굴을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이번 겨울에 모두 죽어 버릴 거다. 아아, 모두 죽어 버릴 거다." 그는 '죽는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나는 마리오를 보았다. 나는 꼬마가 그 말을 으르렁거리는 개나 거미줄같이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아님이 우리를 지켜주세요." 나는 말하고 선생님을 흘끔 보았다.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우리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처음도 끝도 없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안나와 마리오는 재미있다는 듯 웃어 댔다. 뒤에 나는 루이지 씨는 늘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명랑하다가도 어느 새 우울해지고, 낙관하고 있다가도 곧 비관하곤 했다. 어중간할 때가 없었다. 한낮이 아니면 한밤이었다. 오전과 오후, 가을과 봄은 그에게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너희는 어디로 가는 길이냐? 너희가 가려는 곳이 어디지?" 우리는 한 시간 이상이나 쉬고 있었고 빵과 치즈는 벌써 치운 지 오래였다.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카시노에 가요." 나는 그가 함께 가 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좋아졌고 어른이 있어서 지켜주면 훨씬 마음 든든하기 때문이다. "수도원으로 간다...... 그렇지 거기서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그래, 꼭 줄 거다." 나는, 그렇고 말고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해줄지 어떨지 벌써부터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반이 카시노에 간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날 밤, 우리는 산 조르지오라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 리리 강 기슭에서 잤다. 우리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었다. 우리가 진짜 빵을 다시 한 번 입에 넣을 수 있는 때가 두번 다시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안나와 마리오는 곧 잠이 들었지만 나는 잘 수가 없었다. 나는 선생님 곁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도 자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선생이 되기 위해 북쪽에서 남쪽 칼라브리아로 온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자기 집이 부자라고 했다. 나는 북쪽이 훨씬 잘 사는데 왜 남쪽으로 와서 살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가 블로냐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해 줬을 때, 문득 그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한순간 나는 그를 업신여겼는데 그러다가 피에트로 신부를 떠올리고는 아마 하나님도 바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같이 바보 같은 사람이 있고 모두가 그를 바보라고 비웃고 있었지만 그러한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아들인 것이다. 나는 루이지 씨를 보았다. 그는 지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몇 살일까? "구이도, 나는 자겠다." "내일은 카시노에 도착해요." 내가 말하자, 선생님은 웃옷을 끌어당기고는 한숨을 쉬었다. 산 저쪽에서 이상한 빛이 보였다. 나는 그 빛을 지켜보고 있었다. 천천히 달이 떠올랐다. 나는 느닷없이 생각했다. (모두가 바보 같은 사람을 비웃지만 두려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워하기도 한다. 너도, 구이도 너도 바보 같은 사람이다......) 카시노. "정말 추운 겨울이구나!" 루이지 씨는 발밑 땅을 뒤덮고 있는 눈을 내려다보았다. "틀림없이 하나님이 노하고 있는 거예요." 나는 말하면서 골짜기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수도원 바깥에 서 있었다. 우리 아래쪽에는 눈에 뒤덮인 카시노 거리와 평야가 펼쳐져 있다. 1월 중순부터인데 지난 몇 년 동안 이탈리아에는 없었던 그런 추운 겨울이었다. 수도원은 피난민으로 넘쳐 있었다. 식량이 거의 없는데도 날마다 사람들이 줄지어서 왔다. 루이지 씨는 거리 저편 골짜기를 가리켰다. 군대가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연합군이었다. 그리고 카시노에는 도이칠란트군의 대부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여기를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구나. 곧 여기서 전쟁이 시작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꼬마 마리오가 앓고 있었다. 그애는 수도원 안의 수도사가 병실로 쓰고 있는 커다란 방에 누워 있다. 담요를 뒤집어쓴 그애는 정말 조그맣게 보였다. 눈만이 크게 빛나고 있었고 그 눈은 이젠 더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리오는 열이 높았다. "아마 도이칠란트군이 항복할 거예요." 나는 말했다. "하지 않을걸." 선생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들은 하지않아...... 저걸 봐라!" 루이지 씨는 수백 피트 밑에 있는 도이칠란트군의 기관총 진지를 가리켰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굶주리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투성이고, 추위에 떨고 있어. 그들도 쓸데없이 고생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그들은 항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왜 여기 있는지 왜 싸우고 있는지 그것조차도 모르게 되어 버렸어. 그래도 여기 있으면서 죽어 갈 거야. 생각하는 것보다 죽는 쪽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내가 그의 얼굴을 뒤돌아 쳐다봤을 만큼 미움에 차 있었다. 이런 얼굴을 보면 그가 지금까지 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전에 그는 배고픈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농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항복했어요. 이탈리아 군대는 항복했는데, 도이칠란트군은 왜 항복하지 않아요?" 루이지 씨는 웃었다. "우리 이탈리아 사람은 승리의 진군을, 그 영광을 바라고 있을 뿐이란다."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덧붙였다. "나는 파시스트였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어요. 모두가 그랬어요." "구이도,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야! 그런 소리를 해서 속여서는 안 돼! 나는 지나칠 만큼 역사책을 읽었다. 시저와 로마 제국에 대해서 읽었어." "나는 책 속의 글 사이, 하얀 여백에 무엇이 씌여 있는지를 몰랐어. 그 하얀 여백에 씌어있는 것이야말로 이야기되지도 않고 씌어지지도 않은 진실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씌어진 말만을 읽고 씌어지지 않은 것은 읽지 못하면 우리는 사물을 참되게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자주 루이지 씨는 나를 얼떨떨하게 하는 말을 했다. 그럴때, 나는 백작을 떠올렷다. 그는 나폴리를 떠날 때 나에게 10리라를 주었다. "어떻게 씌어 있지도 않은 것을 읽을 수 있어요?"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물어 보았다. "처음으로 읽기를 배우게 될 때, 아이들은 말이라는 것 하나하나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지." "그래도 아이들은 하나의 글자가 다른 글자와 다르고, 하나의 말이 다른 말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는 글을 모조리 읽을 수 있게 된다.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할 수가 있어...... 무솔리니의 연설을 생각해 봐." "나는 그가 로마에서 연설하는 것을 듣고 군중과 함께 열광해서 소리쳤다. 나는 그가 이야기 하고 있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지. 그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의 영광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죽음이며 굶주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비참한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는 사람들이 흘리는 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알았어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루이지 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도 내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혼자서 계속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알았으면 말이다. 무솔리니가 연설하지 않은 말을 알았으면 나는 군중과 함께 환성 같은 것을 지르지 않았을거야. 그러나 구이도, 나한테는 들리지 않았던 거다." "우리는 거의가 다 듣지 못했어. 부끄러운 일이다." 루이지 씨는 몸을 떨어 댔다. 나는 말했다. "추워요." 그는 속삭였다. "말하지 않았던 말이 지금 트럼펫처럼 높이 울리고 있다... 트럼펫처럼 높이 울리고 있다." 나는 마리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애는 넓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매트리스에 누워 있다. 안나가 속삭였다. "마리오는 죽게 되는 걸까?" 나는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안나는 마리오 옆에 무릎을 꿇었다. 안나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안나는 울겠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내 생각은 들어맞지 않았다. 안나는 동생의 이마에 손을 대고 천장을 쳐다보며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도를 하는 것이다. 나는 마리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솟아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하나님의 뜻이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는가 싶어서 나는 돌아보았다. 수도사 한 사람이 내 곁에 서 있었다. 그럴 수가 없다고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나는 하나님이 마리오 같은 조그만 아이에게 그런 괴로움을 주신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도사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는 수도사의 말을 듣고는 노여움을 담은 어두운 눈으로 뒤돌아 그를 보았다. "그럴 거예요. 하나님의 뜻이겠지요! 하나님은 남자니까. 그렇지만 마리아님은 그런 것을 용서치 않아요. 마리아님은 여자이기 때문이에요." 수도사는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상냥한 미소가 안나를 더욱 성나게 했다. "하나님은 이 세상만 다스리고, 마리아님이 하는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어요." "하나님은 마리아님을 천국의 한 방에다 가둬 버린 거예요. 그래서 우리들의 기도가 마리아님께 이르지 못하는 거예요." 수도사는 슬픈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사람들의 불행을 아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기 몫의 아주 작은 배급빵을 거의 모두를 남에게 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넓은 수도원 마당으로 나와 서 있게 되자 안나는 다시 물었다. "마리오는 죽어 버리는 거니?" 나는 죽지 않는다고 말할 참이었으나 그러지 않고 중얼거리듯이 말해 버렸다. "그래." "나는 죽, 그 애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 나는 놀라서 안나를 보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나는 아직 안나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너는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성이 나서 말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야. 우리들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우리 아저씨가...... 그 아저씨는 전쟁 전에 죽었어." "새끼 한 마리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물에 넣어 죽여 버렸어. 그래, 하나님은 그런 짓을 하셔. 마리오는 물에 넣어져 죽게 되는 한 마리 새끼 고양이란 말이야." 안나는 마지막 말을 콧소리로 말하고는 울어 버렸다. 안나는 나에게 매달려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다. 안나가 한 말은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울어 버렸다. 아침에 우리가 마리오 곁에 있었을 때, 우리에게 말을 걸어 왔던 수도사가 그 날 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복도에 누워 있는데 찾아왔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아주 옛날의 역사 얘기를 해 주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을 다른데로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우리 주위의 세계에서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리고 싶은 것 같았다. 수도사를 보자 안나는 물었다. "죽었어요?" 수도사는 망설이더니 말했다. "아니, 아직 죽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애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거다." 안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곁에 있을 테야." "나도 함께 있을게." 나는 말했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루이지 씨가 함께 가도 좋으냐고 물었을 때,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두세 걸음 가서 안나는 선생님 쪽을 뒤돌아보고 미소지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안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마리오는 한밤중이 조금 지났을 때 죽었다. 그 애는 자면서 숨을 거두었다. 안나와 나는 아침 햇빛이 창으로 비쳐들때까지 마리오 곁에 앉아 있었다. 수도사 한 사람이 마리오가 죽은 것을 알자, 그애 위에서 성호를 긋고 얼굴에 담요를 덮었다. "이 애는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 수도사는 우리에게 말했다. 이 세상은 조그만 마리오에게 집을 주지 않았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는 마리오와 처음 이야기했을 때의 그 애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마리오는 도이칠란트 장교에게서 돈을 얻으려고 스스로 흙을 먹으려 했었다. "죽었느냐?" 선생님은 우리를 보자 머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우리들을 팔에 안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지만 말은 더 하지 않았다. 동굴. 1월이 끝나갈 무렵, 카시노 거리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 싸움을 수도원에서 지켜보았다. 여기에서 내가 우리라고 하는 사람은 루이지 씨다. 안나는 마리오가 죽은 뒤로 수도원 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안나는 주방에서 수도사들의 일을 도와 주고 있었다. 우리는 새벽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안나의 얼굴을 못 보는 일이 흔히 있었다. "얼마나 많은 군대가 저 밑에 있을까?" 루이지 씨는 골짜기 저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포대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탄알이 역 가까운 곳에서 폭발했다. 우리가 서 있는 데서 보면 그러한 일은 진짜 일어나는 일같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탄알이 폭발하고 있는 아래쪽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상상할수가 없었다. "저자들은 점점 위로 이동해 와요." 나는 어젯밤 수도원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도이칠란트군의 새 대포진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도이칠란트군은 수도원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런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까?" "게다가 도이칠란트군이 여기 없다는 것을 저쪽 군대가 알고 있을까? 구이도, 이제 골짜기의 저 대포가 여기를 향해 포문을 열거다. 틀림없어. 여기를 나가는 게 좋겠다...... 나가는게 좋겠어." 선생님은 우리가 여기에 온 뒤부터 날마다 해 왔던 말을 다시 되풀이했다. 오늘은 이렇다할 까닭도 없이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 "혼자 가면 좋잖아요." 오랫동안 루이지 씨는 말이 없었는데, 이윽고 가만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마 그렇게 할 것 같구나." 나는 놀라서 그를 보았다. 나는 그가 정말 우리를 두고 혼자 가 버릴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구이도, 우습게 생각되지 않니? 나는 지금도 살고 싶은거다. 나는 중년인데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진짜 좋은 선생도 아니었어." "나는 단정하지도 못했고, 아이들은 나를 바보로 취급해서 웃기도 했지. 그래도 나는 살고 싶다. 나는 간밤에 생각해 봤어." "나는 나 스스로에게 타이른거다. '루이지, 너는 여기 남아서 죽어버려' 그러나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 '싫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라고." "구이도, 내가 무엇에 가장 놀랐는지 아니?" 선생님은 골짜기를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그 소리가 나를 향해 부르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노여움에 찬 소리였어."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 나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고, 지금이라면 잘 할 수 있을거야." "안나가 나가겠다고 할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는 안나와 함께 있을 생각이에요." 나는 안나의 어두운 얼굴을 떠올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가서 안나한테 말하고 와, 구이도. 여기에서는 곧 식량이 바닥나 버릴 거다. 오늘 아침에 열 사람이 죽었어." "그 가운데는 바로 어제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할아버지도 있어. 나는 무섭다...... 나는 죽은 사람이 무서운 거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이름이 이아손이라고 했던 사나이는 지금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자기 발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안나한테 이야기해 보겠어요. 그렇지만 안나가 가고 싶어하지 않으면 그 때는 나도 여기 남겠어요." "안나를 찾아봐라. 자, 안나와 얘기하고 와." 루이지 씨는 부탁한다는 듯이 말했다. 유탄 한 발이 수도원 훨씬 아래편 산비탈에서 폭발했다. "곧 포탄이 이리로 쏟아진다. 비행기도 날아올 거다. 구이도, 안나한테 말하고 와." 나는 안나를 찾았다. 먼저 주방으로 갔으나 안나는 없었다. 안나는 긴 복도의 우리가 늘 자곤 했던 한쪽 구석에 있었다. 안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안나는 발에 우리가 밤에 이불 대신 덮는 누더기를 두르고 있었다.나는 안나 곁 마루 위에 앉았다. 안나는 두 발을 비비대고 있었다. 발이 동상에 걸리면 무엇보다도 곤란하게 된다. 발이 따뜻해지면 가려워지고 너무 세게 문지르면 살갗이 벗겨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피가 나와서 걸을 수가 없게 된다. 나는 말했다. "바셀린이나 올리브유가 조금만 있어도 좋은데." 그러나 바셀린 같은 것은 없고, 올리브유가 있으면, 요리에 써 버리고 말 것이다. "이젠 아무것도 없어, 구이도. 아무것도 없다고.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 뒀지만 먹을 것은 이제 없어." 내가 안나를 찾으러 주방에 들어갔을 때, 그 곳에는 수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얼마 안 되는 기름덩어리 고기와 기름과, 몇 장 안 되는 월계수 잎이 들어간 물에 지나지 않았다. "안나, 우리는 여기서 나가야 해. 루이지 씨는 여기가 곧 싸움터로 변한다고 말했어." 안나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애는 무릎 위에 깍지끼고 있는 자기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나, 구이도?" 나는 얼떨떨해 하면서 안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안나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생각나? 마리오가 흙을 먹었을 때의 일?" 안나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나?" "그래...... 그래, 생각나." "그 때 나는 그애가 죽어 버릴 거라고 했지?" "생각나지 않는걸......" 나는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나는 처음 나폴리에서 꼬마 마리오에게 말을 걸었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생각해 내려 애썼다. "나는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그애한테서 돈을 빼앗아 버렸어." 나는 겨우 생각이 났지만 안나의 말에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 "나는 나쁜 애야, 구이도! 나쁜 애야." 안나가 너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봤기 때문에 나는 얼굴을 돌려 버렸다. 이윽고 나는 속삭였다. "안나, 우리는 모두가 나빠. 아주 오래 전에 내가 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일이 있지? 그 때 나는 호주머니에 빵을 절반 이상이나 숨겨 갖고 있었어." 내가 그렇게 털어놓자, 안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마리오가 죽은 뒤로 처음 보는 미소였다. 나는 문득 복도 저쪽의 한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곳에는 며칠 전에 카시노에서 온 늙은 부부가 두 장의 커다란 사진을 가지고 누워 있었다. 그 사진은 벽에 새워져 있었는데, 단벌 옷을 입고 진지한 모습으로 세상은 그윽히 지켜보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사진이었다. 안나가 속삭였다. "저 할아버지는 죽었어. 좀 전에 알았어." 비로소 나는 루이지 씨의 공포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나가자! 여기 있으면 이 곳이 우리의 무덤이 돼버려. 나는 살고 싶어. 루이지 씨처럼 나는 살고 싶다고!" 나는 두 손으로 안나의 얼굴을 잡아 안나가 억지로 내 눈을 보게 했다. "안나, 우리는 나쁘지 않아. 우리는 좋지도 않아. 우리는 작은 물고기야, 가난하니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 그래도 살아갈 권리는 있어!" 나는 대포 소리가 들려 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자들은 나쁘지 않다는 거야? 누가 서로를 죽이라고 명령했지?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 구이도는 하지 않았어!" "너는 좋은 애야." 안나가 속삭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하고 갈 거지?" 안나가 얼굴을 돌리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못하게 했다. "만일 가지 않는다면, 나도 여기 남겠어. 나를 위해서라도 가 줘." 안나의 눈에 눈물이 괴었다. 그리고는 알아 들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거야, 구이도." 나는 안나의 말을 듣고 기쁜 나머지 뛰어오르며 웃었다. 그 때 우리 두 사람은 반드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루이지 씨를 찾으려고 큰 방에서 뛰쳐나가다가 두 노인의 사진 앞에서 멈춰섰다. 나는 그 사진을 마구 구겨서 찢어 버리고 싶었다. 유리와 액자까지도. 그러나 나는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가 않아. 구이도, 너는 좋은 애가 아냐. 너는 작은 물고기인 거야. 그렇지만 강한 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게다가 낚싯바늘을 알아 볼 수가있고.' 매일, 매일의 이름이 없어졌다. 토요일도, 수요일도, 화요일도, 모두가 같아졌다. 추위와 굶주림 뿐이었다. 우리는 2월 첫 무렵 어느 새벽에 수도원을 떠났다. 산에는 구름이 끼어 있었다. 저 멀리 아래쪽 카시노에서는 퉁 하는 대포 소리며 기관총의 타다닥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먼저 북쪽으로, 다음에는 동쪽을 향해서 전쟁터를 빠져나가, 연합군에게 해방됐다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우리는 전선에 가까워질 때마다 쫓겨 났다. 두번쯤은 군인이 명령해서 그렇게 했지만 거의가 총에 맞아서 그렇게 했다. 닷새 동안 우리는 거의 먹을 것도 없이 산 속을 해매 다녔다. 그 뒤에 상처입은 염소를 찾아내어 그것을 잡아 먹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양치기의 빈 오두막에서 사흘 동안 머물렀다. 염소는 바짝 말라서 갈비고기는 거의 없었지만 염통과 간장은 맛이 있었다. 그 염소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굶어 죽었을 것이다. 눈이 쌓여 있었으므로 물은 얼마든지 있었다. 괴롭고 무서운 겨울이었다. 안나는 뒤꿈치와 발가락이 동상에 걸려서 살갗이 갈라져 있었다. 우리는 때투성이였다. 머리카락은 더러워져서 새둥지 같았다. 카시노 평야를 산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어느 동쪽 산 중턱에서 우리는 도이칠란트군 진지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엉금엉금 기면서 산허리를 내려가는데 커다란 소리가 날아왔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 그 남자는 이탈리아 말로 말하는 동시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와 2,3피트 떨어진 곳에서 몸을 겨우 반쯤만 덤불에 감춘 체 엎드려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일러 주었다. "기회가 있어, 이쪽으로 기어 와. 서면 안 돼. 아니면 총에 맞아." 나는 도이칠란트군 진지를 흘끔 뒤돌아 보았다.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생각없이 나는 무심코 일어서려 했다. "엎드려!" 그가 소리쳤다. 바로 그 때 탄환이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가 불과 50야드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폭발했다. 그 소리로 잠시 동안 귀가 멍해졌다. 그 남자가 말했다. "내 뒤에서 기어서 따라와. 기어서 와야 한다고!" 우리는 산허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두 발의 탄환이 폭발했다. 그것은 골짜기에서 날아왔다. 그 어느 것도 우리 가까이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도이칠란트군이 쏘아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두 진지의 중간에 들어와 있었다. 그 곳은 두 군대가 그 장소를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무인지대'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저기야." 그 남자는 앞쪽을 손가락질했다. 그 곳은 동굴이었다. 입구는 좁고 일부가 커다란 바위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천장은 높아 안나와 나는 허리를 굽히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굴은 무척 큰 편이었으나 안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조그맣게 보였다. 우리는 차갑고도 신선한 바깥에 있다가 들어왔기 때문에, 동굴 속의 악취가 곱절이나 심하게 느껴졌다. 곳곳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그 곳에 있는 사람은 거의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남자는 노인들 뿐이었다.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이 지방에서 전쟁이 시작됐을 때 이 동굴로 피난해 왔다. 그들이 이리로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들어가도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지만 눈길만은 우리에게로 쏠렸다. 동굴 저 안쪽에서 여자가 신음하고 있었다. "낳았어?" 우리를 동굴로 데리고 온 남자가 말했다. 나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루이지 씨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한 여자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 "아이를 낳으려 하고 있어."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전에 동굴에 대해서 얘기해 줬었지. 구이도." 안나는 그렇게 속삭이고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동굴은 나폴리에 있을 때 살았던 것과 같은 그런 동굴이었다. 여자는 다시 괴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아기가 태어나려 하고 있다. 이런데서조차, 이렇게 춥고 더러운 동굴 속에서조차도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하고 있어.) 구출. 동굴 속 마루와 벽은 차갑고 축축했다. 가끔 천장에서 물방울이 밑에 누워 있는 사람 위로 떨어졌다. 공기는, 더러웠지만, 외양간처럼 따뜻했다.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만난 남자는 길 잃은 염소나 양을 잡을 수 없을까 해서, 먹을 것을 찾으러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내가 먹을 것이 없다고 할 때는 말 그대로 정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 사람들은 그래도 먹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염소 먹이이기 때문에 사람의 배를 채워 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온 밤에 그 여자는 아기를 낳았다. 남자아이였다. 그들은 산 허리에 나 있는 조그만 나무 껍질을 벗겨서 그것을 삶기도 하고, 만일 그 나무가 어린 것이면 날것으로 먹기도 했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는 이상스런 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양이 울음 소리와 꼭 같았다. "아기 엄마가 젖이 전혀 나오지 않는대." 안나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동굴 밖에 앉아 있었다. 아래 골짜기에서 보면 그 곳은 바위로 가려져 있고 있고 위쪽 도이칠란트군 대포진지에서 보면 덤불로 가려져서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가 없었다. 보통 이 곳에서 음식을 만들곤 했는데 오늘은 불을 피우지 않았다. 어제 그 연기 때문에 대포알이 날아왔으니까. "엄마가 뭘 먹지 않으면 저 아기는 죽어 버려." 안나가 다시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 동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득 아기가 여자에게, 안나 같은 여자아이에게조차도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동굴 안의 아이 하나가 죽어도, 이 갓난아기가 죽는 것만큼 여자들은 슬퍼하지 않으리라. 그런데도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태어난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고, 젖을 달란다든가 따뜻하게 해 달라고 울 뿐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조차도, 다른 때는 자기 자리에서 움직인 일이 없으면서도 아기를 한 번 보기 위해 다리를 끌면서 온다. 할머니들은 젊은 사람 같은 눈빛으로 입가에 미소를 띠고 서로 쿡쿡 찌르면서 가만히 말하는 것이다. "아이고, 정말 예쁜 사내애구나!" 할아버지들은 오지 않았다. 남자는 동굴의 입구를 바라고며 가만히 앉아 있다. 그들은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고는, 한층 깊은 절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기 집을 잃었다는 것을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구원을 청하러 가야 해. 누군가가 전쟁터를 지나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골짜기의 군인들에게 연락해야 한단 말이다." 루이지 씨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동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는 한호하게 말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바위 아래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밑에 있는 군인들은 누구예요?" 그러자 안나가 말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들도 사람이야." 우리가 산 속을 해매어 다녔던 그 며칠 사이에 나는 군인은 모두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들은 연합군이야, 이제 우리의 적은 아니야." 루이지 씨는 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이기고 있어. 기분 좋아 있을 거라고." "나도 함께 가겠어요!"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선생님이 아직 간다는 말을 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뢰가 제일 위험하지."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소리높여 말했다. "왜 우리 둘이 죽어야 하는거지?" 지뢰라는 말을 듣고 나는 무서워졋다. 그런 것으로 죽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둘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배가 되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안나를 보았다. 나는 안나가 가지말라고 말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안나는 잠자코 땅을 보면서 앉아 있었다. 동굴 안에서 아기가 몹시 울고 있었다. 어른이 달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무서워하고 있어. 그렇지만 여기 있는 것보다는 해보는 편이 훨씬 좋아.' '곧 모두가 동굴 안에서 죽기 시작 할 거야.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우리는 죽은 사람을 묻어 주는 일조차도 못 하게 돼!' 기도하며 마리아님을 부르고 있는 여자의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미소지었다. 하나님이 마리아님을 천국의 한 방에다 가둬 버려 그 때문에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실 수 없다고 했던 안나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중얼거렸다. "마리아님, 어서 나오세요. 마리아님의 아이인 우리를 구해 주옵소서.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죽어 버립니다." 밤이 되었을 때 선생님과 나는 동굴 밖에 서서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두웠지만 하얗게 반사되는 눈빛으로 둘러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50야드쯤 떨어져 이 산을 기어서 내려가는거야. 그러면 한 사람이 지뢰를 밟아도 한 사람은 살 수 있다. 그래서 말이다, 구이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루이지 씨는 소리를 낮춰서 계속 말했다. "기억해 두어야 한다. 내가 죽게 되도 너는 도와 주러 오는 그런 짓은 하지 말고, 그냥 전진하는 거야!" 우리는 껴안고 서로의 두 뺨에다 키스했다. 그 뒤에 선생님이 속삭였다. "나는 지금도 왕자 이아손이다. 구이도, 이 아래에 금양모 가죽이 있다." 내가 겨우 몇 야드를 기어갔을 때, 뒤에서 안나의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뒤돌아보려 하는데 루이지 씨의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눈 속을 재빨리 가고 있다. 벌써 산허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50야드쯤 떨어진다면 나는 훨씬 더 왼쪽으로 기어가야 한다. 안나가 속삭였다. "나는 빠져나가겠어." 나는 말하고 나서 얼른 고쳐 말했다. "우리는 빠져나가는 거야, 안나. 우리는 빠져나가는 거야." 안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양쪽 눈에 키스했다. "구이도, 너는 내 오빠야, 오빠야......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안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나는 곧 나를 밀어붙이고는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다시 루이지 씨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커다란 바위에 달라붙어 앞으로 나아가면서 평평한 장소는 피했다. 정찰병에게 들키는 것이 무서웠을 뿐 아니라 산이 흙으로 덮인 곳은 지뢰를 묻기 쉽기 때문이다. 내 손은 추위로 얼어 있었다. 한번 나는 선생님이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쉬면서 눈을 먹어 목이 마르지 않도록 했다. 나는 배가 아팠다. 그러나 배가 고파서가 아니고 무서웠기 때문이리라. 인기척이 없는 산은 한없이 고요했다. 잠깐 동안 나는 일어나서 산을 내려가고 싶어졌다. "루이지 선생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들어 주리라 생각해서 나는 속삭였다. "안나...... 엄마...... 피에트로 신부님...... '헐렁헐렁' 할아버지......" 나에게 친절하게 해 준 사람들의 이름을 산을 기어내려가면서 어둠을 향해 속삭였다. 갑자기 지뢰가 둔한 소리를 내면서 폭발하고 땅이 흔들렸다. 나는 빛 때문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루이지 선생님!" 나는 소리쳤다. 선생님의 대답은 없었다. 위쪽 도이칠란트 기관총 진지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탄환이 나에게서 훨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루이지 선생님! 루이지 선생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오랫동안 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가 겨울 추위 때문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낮고 굵은 소리가 날아왔지만, 내가 모르는 말이었다. 나는 바위 뒤에 숨어서 소리쳤다. "나는 어린애에요!" 그 산허리에는 이탈리아 아이 말고는 아무도 있을 리가 없는데도 나는 계속 소리쳤다. "나는 이탈리아 아이예요......" 또다시 그 목소리의 임자가 무슨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솟아 있는 바위 뒤에서 군인이 총을 나에게 겨누면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눈을 감고 기어 나갔다. 그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했다. "나는 이탈리아 아이예요...... 나는 이탈리아 아이예요." 군인은 내 얼굴을 만지면서 나를 억지로 자기에게로 돌려세웠다. 그의 얼굴은 나와 마찬가지로 흙투성이였다. 그는 내 눈에 공포가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나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그 군인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 키스했다. 그 낯선 군인은 내가 손을 물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빼갔는데, 이어 미안하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나란히 기어서 다른 군인들이 있는 장소로 갔다. 그 곳은 기관총 진지였다. 나를 발견한 군인이 장교에게 뭔가를 보고 했다. 장교는 무척 젊었다. 아무도 이탈리아 말을 몰랐다. 그 장교는 나에게 초콜릿 한 개를 주었다. 나는 그 초콜릿을 먹고 나서 안나 것도 얻을 생각을 했다. 내가 초콜릿을 갖다 주면 안나가 무척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군인 하나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이제는 곧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우리 주위에는 군인만이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한 대의 트럭을 보았다. 미국 국기가 그 문에 그려져 있었다. 겨우 우리는 외딴 집에 도착했다. 그 집은 파괴되어서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아래층의 방 하나가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문과 커튼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 두 가지가 방의 밝은 빛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 주고 있었다. 방 안에는 열 명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 거의 모두가 서 있었는데 한 사람이 책상에 앉아서 수첩에 뭔가를 적어 넣고 있었다. 내가 책상 있는 데까지 가자, 모두가 나를 뒤돌아 보았다. 그 장교는 수첩에서 고개를 들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알지 못했지만 젊은 남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어디서 왔느냐?" 그는 이탈리아 말로 물었다. "산에서요." 나는 말하고 뒤쪽을 가리켰다. "저 곳에 도이칠란트군이 있느냐?" 나는 열심히 대답했다. "있어요. 그 곳에는 도이칠란트군이 있어요." 책상에 앉아있던 장교가 그 젊은 남자에게 무슨 말을 했다. 그는 말하면서 나한테서 눈길을 빼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를 그 이탈리아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았다. "너는 혼자였니?" 나는 소리쳤다. "나는 다른 아저씨와 함께 왔어요...... 루이지 선생님과 왔어요! 아저씨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 산 중턱에 쓰러져 있을 거예요. 지뢰가 폭발했어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나한테 가라고...... 가야만 한다고 했어요." 장교는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말을 젊은 남자가 통역하자, 그는 가엾다는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는 동굴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 장교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모두가 굶주리고 있어요! 모두가 굶주리고 있어요!" 나는 되풀이해서 말하고 젊은 이탈리아 사람에게 소리쳤다. "모두가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말해 주세요.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나흘 전에 태어난 아기가 있다고 말해 주세요." 이탈리아 사람이 통역을 끝내자 미국 장교가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산에서 처음 만난 군인의 미소와 같은 것이었다. "너는 도이칠란트군이 있는 곳을 아느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 장교가 우리를 도우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 친구들을 구해 주겠다." 그 이탈리아 사람이 말했다. 그는 작고 마른 남자인데 북부 사람 같은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내일 밤까지는 힘들겠구나. 우리는 먼저 동굴 위에 있는 도이칠란트군의 기관총 진지를 없애버려야 하니까." 나는 안나가 이 일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또다시 루이지 씨의 일이 생각나서 그를 찾으러 누구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탈리아사람이 통역하려 하지 않았다. "얘야, 그는 죽었다. 죽어 버린 것이다. 설사 살아 있다 해도 그를 위해 군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는 틀림없이 죽었을 거다." 나는 울어 버렸다.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미국 장교는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군복 호주머니를 뒤져서 초콜릿 하나를 꺼냈다. 바로 그 때 이탈리아 장교가 나를 껴안았다. 나는 군복에 숨어서 울었다. "저기 봐라. 모두가 오고 있다." 나는 이틀 전 밤에 만난 이탈리아 장교 옆 방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동굴이 있는 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보이지 않아요." 나는 마주 속삭였다. 희미한 빛이 동쪽에서 비치고 있었다. 날이 밝아 왔다. "모두 곧 온다." 그는 다시 말하고 미소지었다. 나도 미소를 보냈다. 어딘가 이 사람은 루이지 씨를 생각케 한다. 선생님처럼 그도 자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친절하게 해 주었다. 그는 나에게 양복을 얻어다 주었고 장교가 쓰고 있는 농가에서 몸을 씻게 해 주었다. 내가 만난 군인들은 거의가 미국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카시노에는 캐나다 인도, 영국인도, 프랑스 인도 내가 지금 까지 들은 일도 없는 아주 먼 나라의 군인도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은 군인의 것이었다. 나에게는 너무 컸지만, 몇 해만에 처음으로 내 몸에서 이가 없어졌다. "이제 보이지?" 장교가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눈을 크게 뜨자, 거무스름한 방위 사이를 따라 하얀 눈 속에서 검은 점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생각처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나는 안나의 모습을 찾으려했으나 모두가 똑같아 보였다. "왜 더 빨리 오지 않았어요. 지금은 너무 밝아요." 나는 불안해져서 말했다. 우리가 볼 수 있다면 틀림없이 도이칠란트군에게도 보일 것이다. "정찰병이 동굴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겠지." "왜 나를 가지 못하게 했어요?" 나는 성이 나서 말했다 장교는 미소를 띠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을 뿐이다. 내가 정찰병을 안내해 가려 했을때, 미국 장교는 거의 나를 보내 줄 듯했었다. 그런데 이 이탈리아 장교가 얼굴을 찡그리고 영어로 그에게 무슨 말을 했다. 나는 도이칠란트군이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하루 종일 그들은 도이칠란트군 진지에다 구포(총 쏘는 몸체가 대포구멍 보다 짧은 화포)를 쏴 댔다. 아마 도이칠란트군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겨우 모두가 바로 가까이까지 왔기 때문에,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맨 앞에 군인이 서고 그 뒤에를 안나와 다른 아이들이 따르고, 그 다음에 여자와 남자가 따라왔다. 맨 뒤에 다시 군인들이 따라오면서 몸이 약해 걸을 수 없는 노인 몇 명을 도와주고 있었다. 한 대의 기관총이 산 아주 위쪽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몸을 굽히고 걷고 있던 사람들은 곧 몸을 펴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안나!" 나는 소리치면서 뛰어올랐다. 타앙...... 타앙...... 타앙...... 우리의 양 옆에서 구포가 크게 소리를 냈고 기관총은 가만 있었다. 안나가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나는 안나에게 서 있지 말고 뛰라고 손짓을 했지만 내게로 달려와 매달렸다. "뛰는 거야......" 미국군이 화난 듯한 몸짓을 했다. 나는 안나의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피난처를 향해 달렸다. "저 뒤로 가는 거야, 전쟁터 두쪽에는 먹을 것이 있어." 이탈리아 장교는 무너진 농가 앞에 멈춰서서 그렇게 소리쳤다. "대장님......" 동굴에 있던 할아버지 하나가 소리쳤다. "나는 맨발이오. 신이 없소!" "뒤로...... 저 뒤로 가요......" 그는 아랫길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말로 말했다. 그들을 구한 군인들은 이탈리아 말로 말하지 않았다. 나이든 장교가 그 집에서 나왓다. 그는 오버를 입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고, 문간에 서 있는 젊은 군인에게 무슨 말을 두세 마디 했다. 잠시 뒤에 다른 군인이 커피 한 잔을 그에게 가져왔다. 그는 커피를 식히면서 천천히 마셨다. "잘 가라." 이탈리아 장교는 나와 악수하고 덧붙였다. "조심해서 가야 한다, 구이도." "고맙습니다." 나는 말하고 '당신도 조심하세요.' 하고 말하려는데 오버를 입은 장교가 이탈리아 장교를 불렀다. 이탈리아 사람 모두가 곧 그쪽을 돌아보았다. 그 낯선 장교가 큰 소리로 아주 무뚝뚝하게 뭐라고 말했다. "우리가 더럽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안나는 성이 나서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걸 아니. 저 사람은 이탈리아 말로 말하고 있지 않아." "나는 알 수 있어...... 저봐, 저 사람이 어떤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지 보란 말이야...... 아무리 보아도 우리는 더러울 뿐이야." 나는 미소지었다. 우리는 이미 그 농가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나도 그 나이든 장교에게 한순간 노여움을 느꼈다. 나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표정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안나, 남을 미워해서 자기를 갉아먹으면 안 돼." 카시노 거리에서 탄환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카시노는 이미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 "구이도, 너는 어떻게 미워하지 않고 배길 수 있니?" "나도 미워하고 있어, 안나...... 그러나 그렇게 몹시 미워하는 건 아니야......" 나는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안나에게 내가 좋은 아이라든지, 피에트로 신부처럼 악을 용서하는 사람으로는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전쟁에, 그 괴로움에, 반드시 거기에 문제가 있어. 만일 우리가 우리들의 더러운 것 만을 보고 왜 우리가 더러운지를 생각하지 않은 그 남자를 미워한다면...... 그 때는 그때는......" 문득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알았다. "그 때는 내가 그 남자와 같게 돼 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이 아무 뜻없는 일이 되어 버려. 필요한 일은 이해하는 일이야......" "이해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동물하고 다른 거야. 행복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 "우리를 더럽다고 한 그 남자를 용서하라는 거야?" 나는 안나의 새둥지 같은 머리와 흙투성이 얼굴을 보았다. "그래, 용서해야 해."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이란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득 노란 가운을 입고 서 있는 백작의 모습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웃으면서 생각했다. '백작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해 줄 것이다.' "내가 죽 같이 있어도 되니, 구이도?" 안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안나는 동굴에서 함께 온 피난민을 흘끔 보았다. "나는 네가 가 버렸을 때, 아주 무서웠어. 나는 정말 외토리였어. 나는 지뢰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를 구하러 가고 싶었어. 하지만 너무나 무서웠어. 아주 캄캄한 밤이였으니까." 나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 거야." 우리는 오랫동안 말없이 걷고 있었다. 갑자기 안나는 앞쪽의 길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거야, 구이도?" 나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모두 다 떠올렸다. 집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없을까? "백작 할아버지가 있었어. 나폴리에서 우리는 알고 지냈어. 할아버지는 나폴리에서 자기 영지 가운데 한 곳으로 돌아갈 때 나에게 10리라를 주었다. 어쩌면 그 할아버지와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거야. 그 할아버지는 부자야. 우리를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몰라. "10리라는 큰 돈이야. 큰 부자임에 틀림없겠다." 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정색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할아버지를 찾아보자." 나는 말했다. 안나는 언제나 우리 여행의 끝이 될 목적지를 갖지 못하면 기분이 개운치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늘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생각이 있어 왔다. 마치 피에트로 신부님과 '헐렁헐렁' 할아버지의 생각이 다르듯이. 그런데 사람들은 늘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생각에는 도무지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는 주장이 지나쳐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우려고까지 한다. 서로 미워할 줄밖에 모르는 것이다. 마침내는 자기가 올바르다고 여겨 상대편을 때리고도 태연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끝내는 전쟁까지 벌인다.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면서. 그러므로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나쁘다, 나쁜 쪽은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늘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전쟁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 한, 아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는 한 전쟁은 없어지지 않으리라. 그러나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보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여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한 것일 뿐이다. 좋든 나쁘든 그것은 같은 사람끼리 품은 생각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즉 어느 쪽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인간인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동 구이도가 늘 생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것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을 만날 때라도 구이도는 그가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는 사람은 서로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일이며, 또한 가장 어려운 일인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남을 속인다. 그러나 구이도는 늘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상대편도 또한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 이윽고 소년들은 모두 어른이 되어 간다. 어른이 됨에 따라서 구이도가 어린이의 마음 속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럴때 모두 구이도를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구이도를 늘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 둘레를 둘러보자. '이것은 나쁘다.' '저것은 나쁘다.'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남을 공격하기란 쉽고 그럼으로써 자기가 좋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편을 나쁘다고만 생각해 버리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왜 어려운가. 하나만 그 예를 들어보자. 나는 길을 걸을 때 자동차가 달려오면 어떻게 저토록 거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하고 화가 난다. 그러나 내가 차를 타고 갈 때에는 길을 걷는사람들이 어쩌면 저토록 조심하지 않고 찻길을 방해하는가 싶어 화가 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갈수록 상대편이 자기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만 같다. 1967년에 발표된 에릭 호가드의 '조그만 물고기'는 보스턴 글로브 혼 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이어서 북 월드 아동문학상, 제인 애덤 아동문학상과 온갖 상을 받은 작품이다. 읽어보면 왜 상을 받았을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 글은 제 2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의 고아 구이도가 안나와 마리오라는 두 어린이와 함께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고독과 공포 속에서도 사람다운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구이도는 전쟁을, 전쟁을 벌이는 어른들의 세상을 차차 알게 된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어른들 세상에대한 뼈아픈 비판이다. 그러나 이 작품 밑바닥에 흐르는 강한 인간주의는 구이도라는 주인공과 함께 한 번 읽으면 잊혀지지 않는 깊은 감동을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심어 준다. 에릭 호가드는 바이킹 세계를 그린 처녀 작품 '로겐 집안의 하콘' 이래로 다섯 작품을 썼다. 작품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런 만큼 그 하나하나의 작품들은 지은이의 강한 열의와 양심이 느껴지는 빼어난 작품들이다. 호가드는 1923년 4월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덴마크 사람이다. 17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캐나다로 옮겼다. 제 2차세계 대전 때 군인으로 나가 싸웠으며 이탈리아에도 갓다. 그 때 겪은 일이 '조그만 물고기'를 쓰게 한 것이다. 지금은 다시 덴마크로 돌아가서 살고 있으며 작품은 모두 영어로 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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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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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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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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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크리스마스에 슐리만은 아버지로부터 어린시절의 선물 중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세계사’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는 불길에 싸인 트로이의 그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트로이의 용사가 아버지를 등에 업고 아들의 손목을 잡고서 큰 성벽과 성문으로 달아나고 있는 그림을 보았을 때, 슐리만은 그만 흥분이 되어 외쳤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틀렸어요. 이 책을 지은이는 트로이를 보았을 거예요. 아니면 이 책에 이렇게 그려 놓을 수 없지 않아요?” “얘 야.” 하고 아버지는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란다.” “하지만 트로이에는 정말로 이 그림과 같은 큰 성벽이 있었겠지요?” “있었지.” 슐리만은 얼마 동안 그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만일 정말 그런 성벽이 옛날에 있었다면, 모두 없어지지는 않았을 거야. 큰 자취가 아직도 남아 있을 거예요.” 슐리만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말했으며 마침내 슐리만이 언젠가는 트로이를 발굴하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아버지에게는 이것이 하나의 장난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슐리만에게는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꿈이었습니다. 아직 여덟 살도 되지 않았으나 그때부터 이 소년은 자기의 일생에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며 끝까지 그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소년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은 그가 마흔여섯 살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이루어진 꿈. 트로이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것이 슐리만 혼자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까지도 세계의 학자들이 골머리를 앓아 왔습니다. 몇백 명이라는 훌륭한 학자들 이 몇백 권이라는 훌륭한 책을 써 냈으나, 그래도 문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트로이는 정말로 있었다, 그 성벽과 문은 틀림없이 있었다. 만일 팔 장소만 알아내어 넉넉히 깊게 파기만 한다면 이 도시가 정말 있었던 터가 나타나리라. 이렇듯 굳게 믿은 몇몇 사람들도 더러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모두가 공상이야. 전설이지. 그것도 터무니없는 전설이고말고." 왜 이렇게 두 가지의 반대되는 의견이 있었을까요? 그것은 누구라도 ‘일리아스’ 책을 펼쳐 그 속에 씌어 있는 것과, 초기의 그리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견주어 본다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일리아스’는 역사에 나타나기 전의 그리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쓰여 있는 생활이나 습관, 여러 가지 일들은 초기 그리스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또 문명도 훨씬 발달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그리스인이 처음으로 역사의 빛 속에 나타났을 때는 매우 소박하고 단순한 민족이었습니다. 그 무렵의 그리스인들은 성벽이 있는 도시도, 아름다운 궁전도, 강력한 함대도, 힘이 있는 임금님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시대의 사람이, 또 그것보다도 훨씬 앞 시대의 일을 쓴 이 ‘일리아스’의 이야기가, 10년이나 공격받고도 끄떡하지 않는 성벽이며 1천 척을 헤아리는 함대며 화려한 궁전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니 정말 어찌 된 까닭일까요? 그리스는 역사가 뒷걸음질 친 것이었을까요? 물론 ‘일리아스’를 노래한 시인 호메로스가 남달리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리스 인이 아주 높은 문명을 그전에 가졌고 그런 다음 야만 시대로 돌아갔다가 다시 문명을 갖게 되었다고 믿는 것보다도, 문제는 훨씬 쉬워집니다. 하지만 한번 ‘일리아스’의 책을 알게 되면, 그것이 ‘공상’이라는 생각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 책의 줄거리 모두가 살아 있습니다. 하찮은 것에 이르기까지 눈앞에 환히 떠오르도록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렇지도 않다, 저렇지도 않다, 하고 입씨름을 벌였습니다. 또 호메로스 시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긴 논문을 쓰고 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뚜렷하게 밝혀 놓지 못했습니다. 슐리만에게 학자의 입씨름 같은 건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에게 트로이는 아버지에게서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꼭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어디를 파면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트로이는 정말로 있었다’고 하는 몇몇 학자 들은 트로이가 소아시아 해안의 어떤 곳에 있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부날바시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작은 마을이 어째서 꼽히게 되었는가 하면 까닭이 있었습니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옆에 두 개의 샘이 있는데 하나는 따뜻한 물이 솟고, 다른 샘에서는 차가운 물이 솟는다고 했습니다. 부날바시에 바로 그런 두 개의 샘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근동의 해안에 닿아, 어렸을 때부터 꿈에 그려온 트로이의 끝없이 넓은 들판을 눈앞에 보았을 때 슐리만은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러나 첫눈에 부날바시의 마을이 자기가 찾는 꿈의 도시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만일 학자들이 트로이가 바닷가에서 세 시간이나 걸리는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면, 그리스인이 어떻게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의 배에서 트로이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방이 72개나 있는 커다란 프리아모스의 궁전이며 성채 핵토르와 파리스의 궁전 누각과 그곳을 지나 성안에 목마를 끌어들인 큰 성문 등이 작은 언덕 위에 어떻게 세워졌을까요? 슐리만은 샘을 조사한 다음 술리만이 찾아낸 샘은 두 개가 아니라 34개나 되었는데 그것은 모두 차가운 물이었습니다. 또 한 장소로 얼른 눈을 돌렸습니다. 또 하나의 장소란 바닷가에서 겨우 한 시간 걸리는 곳으로 둘레보다 높고 평평한 넓은 땅이었습니다. 한가운데에는 힛사를리크라 불리는 언덕이 솟아 있습니다. 그곳에 눈 길이 멎었을 때, 슐리만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섬뜩했습니다. 그곳은 마치 슐리만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프리아모스의 아크로폴리스 그리스 말로 ‘높은 도시’란 뜻이 있었구나!” 게다가 또 한 가지 까닭이 있었습니다. 이 히사르리크의 옛터에는 앞서 기원전 6세기에 세워진 역사적인 건축물이 있었던 일이 있으며, 새로운 '일리온’이라고 불리었습니다. 이것은 프리아모스의 일리온이 있었던 곳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어진 것이 아닐까요? 옛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리온’ 이라는 신비하고 빛나는 이름에 이끌린 많은 왕이나 황제들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1천 마리의 수소를 제물로 바쳤습니다. 또 마케도니아의 왕이며 옛날 동방의 여러 나라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무기를 신전에 바쳤습니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왕은 서울을 이곳으로 옮기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로마의 유스티아누스 황제도 또한 이 제단에 참배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꿈에 이끌려 여기에 왔을까요? 슐리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는 터키의 관청을 찾아가 발굴 허가를 받았습니다. 일꾼들이 모였습니다. 1870년 4월에 처음으로 땅을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슐리만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히사르리크는 틀림없이 자연의 훌륭한 요새였으며, 로마인의 옛 서울이었던 일리온의 터전을 몇 미터 파 내려간 땅 속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그 일리온의 옛 터전 밑에 또 다른 폐허가 있었습니다. 폐허 밑에는 또 폐허, 어디까지 계속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슐리만은 너무나 흥분하여 정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나는 궁전이며 신전의 옛 터전 밑에서 아주 옛 물건의 벽을 찾아냈습니다.' 슐리만은 히사르리크에서 보낸 편지 속에 이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깊이 5미터의 곳에서 두께 2미터나 되는 세상에서 놀랄 만한 성벽을 찾아냈습니다. 또한 2미터 반 아래에서 이 성벽이 두께 2미터 반의 다른 성벽 위에 얹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프리아모스 궁전이나 미네르바 신전의 벽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슐리만은 이제 겨우 수수께끼의 문턱에 선 것뿐이었습니다. 깊게 파면 팔수록 모든 것이 점점 뒤섞여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더 큰 것을 파내게 되었습니다. 히사르리크는 마치 옛 전설의 보물 곳간과도 같았습니다. 그곳은 하나뿐이 아닌 많은 도시가 섰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은 살다가 죽고, 성벽은 무너져서 파묻혀 평평하게 되고, 하나의 문명은 다른 문명으로 바뀌었던 것입니다. 그곳에 서 있던 하나의 도시가 무너졌다는 사실이, 그 뒤 히사르리크로 옮겨 온 사람들의 건설을 방해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때에 따라서는 하나의 도시가 파괴된 뒤 또 다른 도시가 세워지기까지는 몇 세기라는 세월이 흘러 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에 무너진 옛 터전 위에는 몇 미터나 되는 쓰레기와 흙이 쌓였습니다. 멸망한 사람들은 그 이름조차 잊혀지듯 불이 나 칼에 대한 무서운 교훈도 잊혀지며, 끊임없이 새로운 벽이 옛 벽 위에 세워지고는, 이윽고 다시 무너져서 평평하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발굴하는 일은 날이 갈수록 잘 되어 갔습니다. 마케도니아의 탑이 나타났는가 하면 아테네 신전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보지도 못했던 무기며 서툰 솜씨로 만든 우상, 태어나 처음 보는 물 항아리 등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파묻힌 도시를 찾아내는 것은 정말 손에 땀이 배는 아슬아슬한 일이었습니다. 하물며 호메로스가 3천 년 가까이나 인류를 즐겁게 한, 위대한 시로 읊었던 도시를 찾아내는 일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이윽고 차례차례 일곱 개의 도시 나중에는 아홉 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 뒤에 더 많이 찾아냈지만, 찾아내게 되자 그것은 정말 눈이 휘둥그래지는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온 세계 학자들의 눈은 히사르리크에 쏠렸습니다. 학자들의 눈만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학식이 있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트로이 발견이라는 감격적인 사건에 밤이고 낮이고 떠들썩했습니다. 그들에게는 트로이가 다만 선사 시대의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으면서 자라났으며 유럽의 학식이 있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몇 세기 동안이나 그 책을 읽으며 교육을 받았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들은 마룻바닥에 장난감 나무로 트로이의 성을 쌓곤 하였던 것입니다. 어른이 되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남녀 주인공을 노래며, 시며, 극본으로 썼으며, 그림으로 그렸고, 조각으로 나타냈습니다. 호메로스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호메로스의 시에 나오는 남녀보다 더 뛰어난 남녀를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아킬레스와 헥토르는 가장 용감한 남성이었으며, 헬레네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히사르리크에서 찾아낸 몇 개의 도시 가운데 어느 것이 프리아모스의 도시였을까? 이것이 슐리만이 밝혀내고 싶었던 문제였습니다. 맨 위에 있던 폐허가 로마의 일리온의 옛 터전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밑의것, 본디의 땅바닥 바로 위에 있던 유적이 아직 쇠붙이를 쓸 줄 모르고 연장이나 무기를 모두 돌로 만들었던 먼 옛날 선사 민족의 자취였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자취는 쉽게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슐리만도 잘못 판단했습니다. 그는 밑에서 두 번째의 도시 석기 시대 사람들의 집터 바로 위에 있는 도시가 자기가 꿈꾸던 도시라고 단정해 버렸습니다. 이윽고 슐리만은 발굴을 시작한 지 3년 뒤에 큰 문이 있는 두꺼운 성벽과 그리고 이 성벽 안에 온갖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는 집 한 채를 찾아냈습니다. 성벽은 불에 탄 자취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믿은 슐리만은 곧 그 집을 ‘프리아모스 궁전’, 그 문을 ‘스카이아 문’ 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실 그 도시는 겉모양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트로이는, ‘일리아스’의 굉장한 작품과 비기면 너무도 작았습니다. 하지만 슐리만은 시인들이 흔히 그렇듯 호메로스가 무엇이든 더 꾸며서 말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리아모스의 보물. 놀라운 성공이었지만 슐리만은 마음속으로 실망했습니다. 슐리만은 어렸을 때부터 또 하나의 꿈 파묻힌 금을 찾아내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발굴을 계속하고 있었던 3년 동안, 그가 가장 크게 바랐던 일은 이 트로이에는 금과 청동이 많이 있었다는 진짜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슐리만은 옛 도시를 반쯤 파내서 박물관에 가득 찰 만큼 훌륭한 옛 물건들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250명의 일꾼을 시켜서 3년 동안 파낸 25만 입방미터의 모래나 자갈 속에는 한 덩이의 금도 없었습니다. 슐리만은 이제 지쳐 버렸습니다. 이 옛 터전을 파내는 어려움에 더 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1873년 6월 15일을 히사호리크에 머무는 마지막 날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굴을 영원히 끝내기로 했던 그 전날, 슐리만은 바라고 있었던 금을 찾아냈습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슐리만 부부는 땅 밑 8미터쯤에 있는 ‘프리아모스’ 궁전 바로 옆의 둘러싼 벽 가까이에 몇 사람의 일꾼들과 같이 서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슐리만의 눈에 이상한 모양을 한 물건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구리로 된 물건이었으며 그 뒤에서 틀림없는 빛이 반짝이고 있지 않겠습니까. 금이었습니다! 자기의 꿈이 지금 정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자 슐리만의 가슴은 몹시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더 빨리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일꾼들을 멀리 보내야 합니다. 금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나 알리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모두 도둑맞기 때문입니다. “곧 쉬라고 말해요.” 슐리만은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아직 일곱 시밖에 되지 않았잖아요?”부인은 남편이 이렇듯 빨리 쉬라고 하는 데 놀라서 물었습니다. “빨리, 오늘은 내 생일인데 이제야 생각났다고 일러요. 모두들 오늘은 일하지 않더라도 품삯을 준다고 하며 마을로 돌려보내요. 그리고 아무도 구경하러 오지 않도록 조심하고.” 부인이 시킨 대로 하여 모두 돌아가자 슐리만은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빨리 당신의 커다란 목도리를 가져오도록 해요.” 벌써 슐리만은 구리 그릇이 파묻혀 있는 구멍 둘레를 정신없이 칼로 깎아 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슐리만은 손을 집어넣어 하나의 금을 꺼낼 수가 있었습니다. 금은 눈이 부실만큼 있었습니다. 값으로는 따질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목도리에 싸서 자기들의 숙소에 가져갔습니다. 문을 잠그고 무사히 방에 들어앉게 되자, 두 사람은 보물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막힐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슐리만이 금사슬을 부인의 목에 걸어 주고 귀에 귀걸이를 달아 주었을 때, 이 두 사람은 떨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꿈속의 금이 사실로 나타났으니까요. 어쩌면 슐리만이 부인의 머리에 씌운 왕관이야말로 ‘헬레네’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왕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의 흥분이 가라앉자 두 사람은 차근차근 보물을 조사했습니다. 왕관이 둘, 반지가 12,271, 거의 하트 모양의 장식판이 4,066개, 우상이 16개, 금목걸이나 귀걸이, 단추, 세모꼴 장식 등이 24개, 그 밖에 모두 합해서 8,700에 이르는 온갖 금제품들이었습니다. 이 밖에 몇 개의 술잔이 있었는데 하나는 금, 하나는 호박, 하나는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금 술병도 하나 있었습니다. 이 보물은 어째서 슐리만이 찾아낸 장소에 놓여 있었을까요? 슐리만은 곧 하나의 생각을 해냈습니다. 그는 보물 이 상자 모양으로 꼭꼭 뭉쳐져 있었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것은 보물이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게 아닐까? 상자는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불길을 만나 타버렸으며, 보물은 그 모양대로 남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보물 바로 옆에서 찾아낸 구리 열쇠가 그 생각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슐리만은 옛날에 일어났던 일을 머릿속으로 짜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트로이가 불에 탔을 때, 누군가가 급히 보물을 상자에 담고 열쇠를 뽑을 사이도 없이 옮겨 냈겠지요. 불길이나 적에게 쫓기던 그 사람은 할 수 없이 벽 옆에다 상자를 내려놓았으며 상자는 곧 옆집의 재나 벽돌로 1〜2미터나 파묻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럴듯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맨 처음의 보물이 있었던 곳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또 하나의 보물을 찾아내고 게다가 옆의 궁전 벽 위와 그 언저리에서 세 개의 보물을 찾아내자 슐리만은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아무도 보물을 옮기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하고 슐리만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불이 나고 궁전 안의 방에서 불타 떨어졌던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보물이 어떻게 해서 그곳에 있는지, 슐리만은 그것이 프리아모스의 보물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트로이이다! 이것이 스카이아의 문이다! 이것이 프리아모스의 궁전이고 이것이 프리아모스의 보물이다!고 말입니다. 슐리만의 생각이 틀린 것으로 증명되고 아래로부터 여섯 번째이며 위에서부터 네 번째인 도시가 트로이라고 밝혀진 것은 그가 죽고 나서 3년 뒤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슐리만이 판단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이룩한 업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트로이 사람의 파묻힌 세계를 다시 살아나게 한 공로는, 여섯 번째의 도시를 발굴한 슐리만의 부지런한 후계자 델프페르트의 것도 아니고 꾸준한 노력으로써 ‘여섯 번째 도시’가 바로 호메로스가 말한 트로이라는 것을 알아낸 미국 사람 블리젠의 것도 아닌, 오직 이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를 믿은 슐리만의 것이었습니다. 아가멤논의 무덤. 여러분은 혹시 '프리 아모스의 보물’을 찾아냈기 때문에 슐리만도 만족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열여덟 나라의 말을 거침없이 잘 할 만큼 지식욕에 불타 있었던 사람이 이 조그마한 발굴에 만족할 리가 없습니다. ‘프리아모스의 보물’을 찾아내기 전에도, 슐리만은 미케네의 발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미케네는 슐리만에게 트로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아가맴논 왕 트로이에 싸움을 건 아카이아 사람의 모든 우두머리들의 지도자였던 아가맴논이 다스린 고장이었으니까요. ‘황금의 땅 미케네.’라고 호메로스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슐리만은 처음으로 그리스 땅을 찾아갔을 때 미케네의 폐허를 대충 보아 두었고, 그때 이미 언젠가는 이곳에서 발굴을 하리라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미케네에서는 무엇인가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벌집 모양의 커다란 지하 무덤이 둘레 언덕들에 흩어져 있고 가장 큰 언덕 위에는 사자를 새겨 놓은 문 옆에 아직도 군데군데 높이 15미터나 되는 무너진 성벽이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벽 안의 궁전은 자취도 없었습니다. 몇천 년을 두고 이 언덕으로 불어 친 바람이 폐허를 티끌로 파묻어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 전체에 작은 떨기나무가 우거져 있었습니다. 언덕에서 양 떼를 모는 그리스의 농꾼들은 아가멤논도 미케네도 거의 알지를 못했습니다. “힘이 센 장사가 이 벽을 쌓았어요.” 농꾼들은 정말로 사이클로프스 호메로스의 시에 나오는 애꾸눈 거인인지 누구인지가 쌓았을 듯싶은 커다란 돌을 가리키며 슐리만에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기에는 그들이 빵을 굽던 부뚜막도 있어요.” 하면서 이번에는 벌집 모양의 무덤을 가리켰습니다. 술리만은 웃으면서 농꾼에게 말했습니다. “이 벽은 미케네의 성벽이라네. 저 언덕 위에는 아가맴논의 궁전이 서있었지. 저 문을 지나, 임금님 이 군대를 거느리고 전쟁에 나갔어.” 이리하여 슐리만이 그리스 바닷가에서 발굴을 시작했을 때, 발굴하리라 생각했던 것은 아가맴논의 궁전이 아니라 그 무덤이었습니다. 슐리만은 권세 높았던 임금님의 무덤에 있는 금의 전설을 굳게 믿고 있었으며, 더구나 ‘프리아 모스의 보물’을 찾아낸 뒤부터는 더욱더 그러했습니다. 한편 아가맴논의 무덤은 많은 고고학자들이 꿈꾸는 목표였었으나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는데, 언젠가는 발견되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모두, 이 무덤이 성 벽 밖에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슐리만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덤이 안에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다시 그의 생각은 학자들의 비웃음을 받게 되었으나, 슐리만은 자기 자신의 판단과 호메로스의 시가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열로 준비에 나서서 일꾼을 사들여 드디어 1876년 8월, 유명한 사자의 조각이 새겨진 문에서 약 12미터 떨어진 성벽 안쪽에 35미터 평방의 넓은 구덩이를 파도록 명령했습니다. 여전히 슐리만은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발굴이 얼마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꾼들은 두 줄로 늘어선 똑바로 세워진 매끄러운 넓적돌 울타리를 찾아냈습니다. 슐리만으로서는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인데, 곧 자기의 예상이 옳았다는 것을 더욱 더 굳게 믿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울타리는 아킬레스의 방패에도 그려져 있듯이, 도시의 장로들이 회의나 재판할 때 앉는 장소인 ‘잘 닦여진 돌 울타리 ’라고 슐리만은 상상했습니다. 그의 의견으로는 이 울타리 속에 아가맴논이 잠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발견이 이 의견을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그 발견은 제단으로서 아래쪽에 확실히 무덤이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단이란 죽은 사람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소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슐리만이 생각했던 대로 1미터를 더 파내려 갔더니, 땅 거죽으로부터 7미터 깊은 곳에 바위를 기둥처럼 깎은 다섯 개의 무덤 머릿부분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무덤에서 네 번째에는 다섯 개의 시체가 있고, 가장 적은 무덤에서 다섯 번째에는 단 하나, 밖에는 각각 세 개씩의 시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체와 함께 많은 보물이 파묻혀 있었습니다. 슐리만과 부인이 일꾼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조심조심 파낸 첫째 무덤에는 옛날에 한 부분이 도굴당한 흔적이 있고, 가운데의 시체에는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힌 장식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금은 있었는데, 금장식품의 빛이 흙이나 재속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두 구의 시체에는 얼굴에 황금 가면, 이마 와 눈과 가슴에는 황금 가리개와 황금 쟁반과 금박, 허리 언저리에 황금 팔찌와 허리띠가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이 시체가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은 이 사람이 죽고 나서 만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충분히 무장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60자루의 검과 단검, 그것들 대부분에는 아름답게 장식된 자루가 달려 있고 작은 칼이며 창이며 전쟁에 쓰는 도끼도 그 가까이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 밖에 금이나 은으로 만든 잔, 석고로 만든 꽃병, 금단추나 호박구슬 등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무덤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섞여 세 개의 왕관이 있었습니다. 이 왕관은 아름다운 것이었으나, 그다음의 세 번째 무덤에 묻혀 있었던 것에 비긴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의 무덤에는 시체가 그야말로 금이나 보석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모두 여자였습니다. 반지며 팔찌며 목걸이, 왕관이나 장식품 말고도 뱀, 나비, 꽃,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이 된 700장의 금박, 누에며 글리핀 몸통과 다리는 사자 같고 날개나 부리는 독수리를 닮은 괴물이며 수사슴이며 비둘기, 사자를 거느린 귀부인을 나타낸 많은 금장식품이 있었습니다. 시체의 하나는 머리에 왕관을 썼고 은을 씌운 수정 손잡이가 달린 홀 같은 것이 몇 개나 옆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슐리만은 이 발견을 온 세 계에 알렸습니다. ‘나는 비길 데 없을 만큼 많은 장식품이며 보석과 보물을 찾아냈다. 온 세계 박물관의 보물을 모두 합치더라도 이 보물의 5분의 1도 안 된다.’ 슐리만은 이렇게 그 감격을 친구에게 써보냈습니다. 하지만 슐리만은 자기가 발견한 보물의 수효 못지 않게 그 장식품의 정교한 솜씨에도 몹시 감동했습니다. “이 보물들의 장식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도저히 입으로 말할 수는 없다. 반지 하나만 보더라도, 거기에 새겨진 사냥에나 전쟁의 모양을 조각하려면, 아마도 조각사가 5년은 걸렸으리라.” 그런데 슐리만은 자기가 정말로 아가맴논과 그 가족이 묻힌 곳을 발견했는지 어떤지는 의심해 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파묻힌 문명. 오늘날에 와서는 슐리만이 잘못 알았다는 것을 우리들도 알 수 있습니다. 슐리만은 호메로스에 반한 나머지 아가맴논의 무덤을 발견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나중에 생긴 그리스 전설로 아가맴논의 무덤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던 것을 발견한 셈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이 무덤들은 아가 맴논보다 400년쯤 앞 시대의 것이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고고학의 공적으로 말한다면, 슐리만이 어떠한 무덤을 발견하든 그다지 차이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슐리만이 파묻혀진 문명을 부활시키기 위해 제2의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입니다. 그 뒤, 고고학자들은 잇따라 그리스로 모였고 있을 만한 곳을 여기저기 팠습니다. 아가멤논 임금님의 무덤 발견이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독일의 학자들은 슐리만을 비웃었을 뿐이었으나, 영국 사람들은 흥분으로 들끓었습니다. 슐리만은 그리스 역사의 시작보다도 앞서, 그리스에 아주 훌륭한 문명이 영화를 누렸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파고 또 파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밖에도 좀 더 많은 유적을 탐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와 같은 문명이 하나의 도시에만 있었을 까닭이 없습니다. 미케네 이외의 잊혀진 도시, 파묻혀진 세계의 놀랄 만한 유물이 아직도 땅속에 많이 있을 것입니다. 슐리만 자신은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으며, 그것으로, 용기를 얻은 사람들도 열에 들뜬 것처럼 고전 시대의 유물만을 발굴하고 있는 사이에, 슐리만 자신은 벌써 62세가 되어 있었으나 또 하나 자기의 예감을 실행해 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슐리만은 티린스의 성터를 발굴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옛날 티린스가 있었던 장소는 거의 백 년 전부터 고고학자에게 알려져 있기는 했으나 일부러 파 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땅 위에 나타나 있는 성벽이 불에 타서 몹시 검게 그을려 있었고, 그 때문에 고고학자들 이 중세 건물의 일부분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슐리만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옛날 책에서 티린스의 대 성벽에 대해 읽은 일이 있었고, 아직도 그것이 거기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슐리만은 여태까지보다도 더 운이 좋았습니다. 첫해의 여름, 일꾼들은 벌써 호메로스의 시에 있는 티린스의 궁전 바닥 전체를 파냈습니다. 가운데뜰이며 넓은 방이며 현관이 나왔습니다. 남녀 각각의 방들도 있었습니다. 또 궁전 둘레에는 이것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커서 그것에 비긴다면 안의 궁정은 초라할 정도였습니다. 궁전은 마치, 탑과 같은 대 성벽 그늘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였고, 성벽의 어떤 부분은 두께가 17미터나 되며 그 안에 복도며 방이 있었습니다. 궁전에는 아름다운 벽화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선수와 황소를 나타낸 그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그림은 굉장히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마구 날뛰는 황소와 한 손으로 그 뿔을 움켜잡으면서 이 괴물의 등에 올라타려고 하는 선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신기한 황소의 그림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그 무렵에는 아직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발견된 몇 개의 그림 가운데 첫 번째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궁전 그 자체는 확실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 역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그리스 동해안에 문명을 가진 민족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두말할 필요 없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 민족은, 그리스인이 북쪽에서 홀러 들어오기 전 몇천 년 동안이나 이곳에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케네와 티린스를 쌓은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그리스 인과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또 어떠한 무서운 재난이 있었기에 힘들여 이루어 놓은 것이 자취도 없이 멸망했을까요? 시간이 지나고 고고학자들이 이 알려지지 않은 민족이 남긴 물건을 더 많이 발굴함에 따라, 이 민족들이 그리스 땅뿐 아니라 둘레의 모든 섬들에도 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학자들은 이 문명의 중심이 크레타 섬이었다고 믿기에 이르렀습니다. 확실히 전설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이름이 되풀이되며 전설 속에 나타납니다. 미노스의 이름은 입법자로서, 수도 크노소스로부터 훨씬 멀리까지 미치는 권력을 가진 지배자로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해군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으로서 알려져 있는 인물은 미노스이다.’라고 그리스 최초의 역사가는 썼습니다. 또 건축가인 다이달로스가 저 유명한 ‘미궁’을 세운 것도 이 미노스 왕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학자들이 고대 크노소스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곳에 가보았더니, 그런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몇 개의 로마 시대의 집터 그것도 머릿돌뿐인 것이 쓸쓸하게 호기심 많은 학자의 눈길을 끌 뿐이었습니다. 하기야 그곳에는 ‘신사의 머리’라고 부르는 무엇인가 뜻이 있어 보이는 언덕이 있고 그 위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글자를 새긴 커다란 석고 덩어리인, 무너진 벽이 몇 개 남아 있긴 했습니다. 여기를 발굴하면 무엇인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 이 한둘만은 아니었습니다. 슐리만 자신도 이 언덕에 마음이 끌려 크레타의 지사로부터 발굴 허가를 얻었지만, ‘신사의 머리’의 땅 임자가 자기 땅을 남이 파헤치는 것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이 크레타 사람이 주장하는 엄청난 값을 치를 정도라면, 슐리만은 차라리 이 땅을 사 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윽고 그는 단념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상인으로서도 성공해 온 그였기 때문에 아무리 고고학을 위한 일이라고는 해도 터무니없는 값으로 사고 싶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슐리만은 그곳을 꼭 발굴하고 싶어, 1890년 죽기 전 해까지 교섭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실업자로서의 본능이 고고학자를 이겼습니다. 그리하여 술리만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공적에 못지 않는 빛나는 명예를 나기에게 가져다줄 모험을 놓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그 생애를 마치고 말았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19세기도 저물어 가는 무렵, 한 사람의 영국 신사가 크레타 섬을 찾아왔습니다. 이 사람은 그리스 화폐나 그 밖에 그리스 문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10년 동안 옥스퍼드 대학의 박물관장으로, 크레타 말이라고 생각되는 문자의 표본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니, 크레타 문자를 찾는다는 것은 그저 구실에 지나지 않는, 아서 에반스의 하나의 변명이었습니다. 사실, 에반스를 이 섬까지 오게 만든 것은 미노스와 다이달로스와 미궁의 전설 속에 무엇이 숨어 있나, 실제로 조사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였습니다. 에반스는 크레타 섬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크노소스의 고대 유적과 ‘신사의 머리’라고 불리는 언덕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 본 저 석고의 덩어리가 에반스의 마음을 이끌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 위에 새겨진 이상한 문자를 보고 있는 사이에 그는 발굴하고 싶은 생각이 불길처럼 타올랐습니다. “여기가 미노스 왕의 궁전 어쩌면 저 신비스러운 미궁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지만 크레타의 땅 임자는 발굴에 대해서 여전히 고집을 부렸습니다. 두 사람은 교섭에 교섭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소를 모두 사들인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1900년, 에반스는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노스의 궁전. 손을 대기가 무섭게 수확이 나타났습니다. 유적은 땅 밑 겨우 반 미터쯤, 곳에 따라서는 몇 센티밖에 안 되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서너 시간 작업을 하자 곧 그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우선 벽의 자취가 모습을 나타내고 파기 시작한 지 9주일이 되자 2에이커 (1에이커는 약 4천 평방미터)에 걸친 넓고 큰 선사시대의 건물이 입을 딱 벌린 에반스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 건물은 매우 넓고도 크며 지금까지 나타난 부분만 하더라도, 이것에 비긴다면 미케네나 티린스의 궁전 은 소꿉장난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파면 팔수록 끝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1년에 걸친 작업이 끝났을 때, 에반스는 이제 1년만 지나면 작업이 끝날 거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앞으로도 25년간이나 그 건물과 그것에 딸린 것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며 본디 상태로 만들고 마침내 6에이커 전체에 걸친 유적을 바라보게 되리라고 말했다 하더라도 에반스는 아마 믿지를 않았겠지요. 이 궁전에는 어떤 임금님이 살고 있었는지 물론 아무도 몰랐지만, 에반스는 거리낌 없이 그것을 미노스라 불렀으며 그 백성을 미노아인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건물 전체의 구조는 곧 알 수 있었습니다. 거의가 네모꼴인데, 움푹한 정사각형을 이루고 남북에 큰 문, 다른 두 방향에는 약간 작은 출입구가 있습니다. 한가운데에는 길이 60미터, 너비 30미터가량인 가운데뜰이 있고 이 둘레에는 궁전의 양쪽 날개가 감싸듯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옛날에는 4층의 건물이 솟아 있었고 평평한 지붕으로 덮여 있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쉽게 알 수가 있었는데 날개 건물의 양쪽에서 내민 곳 그 날개의 속은 아주 복잡한 것 같았습니다. 잇따라 복도와 방이 이어져 그곳을 제대로 길을 잃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비탈에 세워진 건물의 한 구획에서는 다섯 단의 층계가 달린 건물이 아직 그 한 부분이 남아 있고, 여기도 역시 안이 복잡했습니다. 전체가 꼬불꼬불한 미로인 것만 같았습니다. 25년이나 지나고서야 에반스는 구석구석까지 이 유적의 안을 알게 되고 이 궁전을 ‘실제적인 흔해 빠진 건물’이라고 했지만, 크노소스에 온 사람들이 이 궁전을 미로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겉에서 보면,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내부의 광경을 상상할 수 있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습니다. 궁전으로서는 더할데 없이 단순하고 검소했습니다. 그런데 안은 안락하고 넉넉한 생활을 말해 주는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저장실의 크기만 봐도 에반스는 그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하실의 한 구역에는 40명의 도둑도 숨을 수 있을 만큼 큰 독이 몇 줄씩 늘어서 있고 어느 것이나 소용돌이무늬 또는 이런 독을 나를 때 사용한 밧줄을 나타낸 밧줄 무늬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이 독만 보더라도 미노스의 임금들의 틀림없는 기름이었습니다. 아마 멀리 이집트까지 배로 보내어졌겠지요. 에반스는 꼼꼼하게 이 창고에 기름이 얼마만큼 저장되어 있었는지 계산하여, 77,400리터 정도나 있었다는 대답을 얻어냈습니다! 더구나 기름은 그 저장소에 저장된 물건들의 아주 적은 부분이었습니다. 귀중한 물건을 좀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굴들이 이 지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의 줄 사이에 네모진 납을 발라 놓은 땅굴이 늘어서 있고, 지금은 완전히 메워져 있으나 정성을 들인 그 구조로 보아 그 옛날에게 바다 여러 곳의 많은 재물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궁전의 서쪽에는 바깥돌이 있습니다. 궁전이 활기에 넘쳐 있었을 무렵, 시민들이 크노소스의 임금에게 물건을 팔러 온 곳은 여기였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궁전 바깥 벽의 튀어나온 토대 위 그늘에 앉아 흥정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또 시민의 장로들이 모여서 회의를 연 곳도 어쩌면 여기였을 것입니다. 이곳까지 궁전의 생활이 미쳐 시민들과 궁전 사람들의 생활은 이곳에서 한데 뒤섞였던 것입니다. 건물의 중심은 커다란 안뜰이었습니다. 이 안뜰의 동쪽에 있는 방들은 궁전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관리하기 위한 온갖 일터 궁전에서 쓸 기름을 짜고 필요한 독을 빚으며 궁전의 오지 그릇에 물감을 칠하고 궁전에서 쓸 쇠붙이를 만들든 가 하는가 있었습니다. 또 왕비의 일인, 궁전 살림을 다스리는 곳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왕비의 방은 그 구역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서 훌륭한 둥근 기둥, 의자, 벽화 등이 있고 궁전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습니다. 그것은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장소 같았습니다. 햇빛은 두 개의 구멍을 통해 홀러 들어왔고 그 벽은 소용돌이무늬와 바다에서 뛰노는 글리핀과 춤추는 소녀의 그림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나라의 정치나 종교에 사용하는 방들은 모두 가운데뜰의 반대쪽에 있었습니다. 이 서쪽에 있었던 ‘옥좌의 방’ 발견은 크노소스의 발굴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일꾼들의 괭이 끝이 등받이가 높은 석고의 옥좌 꼭대기에 부딪쳐 흙 위쪽에 아름다운 곡선이 나타났을 때, 비로소 에반스는 일꾼들이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것을 파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꾼들은 가슴을 설레며 이것을 파냈고 그 둘레의 흙을 걷어 냈습니다. 방 안에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의자는 그때 벽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옛날 고문관들이 앉았던 돌의자는 옥좌의 양쪽에서 세 방향으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방의 또 한쪽은 다른 방에 이어져 있고 옛날 그곳에는 휘장이 쳐져 있었다고 여겨졌습니다. 옥좌가 있는 방바닥에 는 뒤엎어져 깨진 기름 항아리가 하나, 기름을 따르는 데 쓰는 도구 조각이 몇 개 흩어져 있었습니다. 옆방과 반대쪽 입구는 안쪽 방으로 통하고 성스러운 것 가운데 가장 신성한 것이라고 일컬어진 미노아의 위대한 어머니 신(다모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조그맣고 검소한 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옥좌가 있었던 이 방은 그 옛날 보기 드문 아름다운 방이었다는 것을 에반스는 곧 알게 되었습니다. 벽에는 아직 뚜렷한 그림 자국이 남아 있고 바닥을 수북이 덮고 있는 티끌 속에는 온갖 물건의 부스러기들과 유리 보석 등이 있었습니다. 에반스는 이 방에 완전히 마음이 끌려 처음대로 해 놓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솜씨 있는 미술가에게 벽화를 수리시켰기 때문에 우리들은 지금 옥좌에 임금님이 앉아 있던 무렵의 방을 그대로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크노소스의 임금님은 신관이었고 또 그 사람의 궁전은 신전이 기도했던 모양입니다. 옥좌의 방 안쪽 신전이 궁전 가운데 단 하나뿐인 예배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가운데 뜰로 향한 두 개의 작은 방에는 각각 그 가운데에 네 개의 석고 덩어리로 이루어진 기둥이 서있고, 네 개의 덩어리에는 미노아의 대모신의 표적인 ‘라브리스’, 곧 양쪽으로 날이 선 도끼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색다른 그림은 마치 기독교에서 십자가를 사용하듯이 미노아인이 사용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궁전의 곳곳에 벽에도, 돌덩어리에도, 회벽이나 물감 칠한 흙 그릇에도, 봉인에도, 신전의 제단 벽에도 그 그림이 새겨져 있고, 왕비의 메가론(건축 양식의 하나)의 바닥에는 조각까지 되어 있어 그 수효는 궁전의 벽에 있는 다른 그림을 모두 모은것 보다도 훨씬 많기 때문에, 에반스는 이 대모신을 ‘양날 도끼 부인’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어머니 신을 숭배하는 일이 이 궁전의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건물 서쪽 날개의 대부분은 신전의 모임이라 해도 좋았고, 옥좌가 있는 방은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져 있음이 뚜렷했습니다. 아마 임금 자신이 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었나 봅니다. 에반스의 말처럼 임금은 ‘이 섬의 신인 대모신의 땅 위의 아들’로서 옥좌에 앉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종교적인 의식이 어떠한 것인지 우리는 거의 모릅니다. 하지만 미노아의 종교가, 죽고 나서의 생활을 걱정하는 어두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궁전을 한 바퀴 돌아본 사람이면 곧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이 세상에서의 좋은 생활, 즐거움, 아름다움, 이익, 매력, 편안함을 찬양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궁전은 갈색을 띤 오렌지색, 노란색, 검정빛, 엷은 푸른색이나 짙은 푸른색 등색깔도 가지가지였습니다. 복도의 바닥 위에서 찾아낸 임금의 놀이 도구 하나를 보더라도 이 사람들이 밝은 색깔이나 화려한 것들이나 즐거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놀이 도구는 금과 은과 수정과 상아로 만들어져 있으며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러한 놀이 도구로 즐긴 사람들이 이 세상을 슬프게 여겼을 턱이 없습니다. 관람석이 돌층계로 되어 있고 500명이나 되는 구경꾼이 모두 무대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던 야외극장에서도 쓸쓸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 여기서 궁전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권투 선수며 씨름꾼이 자기의 재주를 겨루었을 것입니다. 또 호메로스가 ‘금발의 아리아드네를 위해 다이달로스가 넓은 크노소스에 만들었다’고 말한, 콜도스, 곧 젊은 사람들이 춤을 추었던 무도장도 바로 이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림과 타블레트. 미노아 인이 즐거운 생활을 좋아했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에반스가 감탄했던 것은 미노아 인이 날마다의 생활을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하수도며 환기 장치며 화장실이며 햇빛이 밝게 드리워지게 만든 구멍이며 수채, 쓰레기터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애쓴 점이었습니다. 궁전이 영국의 버킹검 궁전만큼이나 크고 높이도 여러 층 되는 건물로서 훌륭한 계단이 있으며 구름다리나 계단참이나 기둥들이 석고나 회칠 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데는, 에반스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장 놀랐던 것은 미노아 인이 지금의 우리들의 집에도 없을 듯한 위생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메가론에 이어진 작은 목욕실에는 왕비를 위해 붉은 찰흙으로 구워 만든 목욕통까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 고대 건물은 모든 점에서 현대적인 느낌이 아주 강했기 때문에, 이것은 기원전 1400년쯤 멸망한 것이다 하며 에반스는 늘 스스로에게 되풀이하여 들려 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습니다. 벽화 속에서 에반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도 우리 들이 오늘날 하고 있는 일을 하고 똑같은 생각으로 생활을 하는 것 만 같았습니다. 옷자락이 긴 옷이며 소매가 부푼 짧은 웃옷을 걸치고 이마에 한 가닥의 머리 털을 늘어뜨린 명랑한 여자들은 아무리 보아도 현대의 파리 여성 같은 모습입니다. 이 부인들은 극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때로는 장갑을 끼어 보거나, 그것을 접는 식 의자에서 늘어뜨리거나 활발한 손짓으로 그 대화에 멋을 곁들여 가며 말하곤 했습니다. 이 부인들이 수 천년 전에 살았다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에반스는 이 그림이 사실은 역사 이전 시대의 크레타 생활을 그린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그림 속의 신사 복장에 눈길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무늬가 있는 천으로 허리를 감은 모습,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장화, 허리부터 위는 벌거숭이인 몸, 머리 위로 둘둘 감은 긴 머리털, 이것을 보면 이 신사들이 그 귀부인들과도 무지 어울린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이 햇빛을 보기까지는 미노아 인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하고 에반스도 물론 이것저것 상상해 보았습니다. 미노아 인은 정말 어떤 인종이었을까요? 일꾼들이 빛깔이 칠해지고 실제 사람 크기대로 그려진 ‘술 따르는 젊은이’를 발견한 날은 에반스에게는 기념할 만한 날이었습니다. 미노스의 옥좌 발견마저도, 에반스가 아득한 옛날 사람을 처음으로 본 그 감격적인 순간에 비긴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잊혀져 있던 세계에서 오랜 세월을 지난 뒤, 이제 다시 나타난 싱싱한 젊은이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일꾼들 마저 마음이 끌린 듯 황홀한 눈초리로 쳐 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초상화는 뾰족하고 긴 금은 컵을 들고 있는 아름다운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오른손으로 컵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밑을 받치고 무거운 몸을 뒤로 젖히고 있습니다. 이 젊은이는 점잔을 빼고 몹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무늬가 있는 천을 허리에 두르고 허리띠를 꼭 매고 있습니다. 왼팔에는 은장식품이 둘, 오른 손목에는 팔찌를 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에반스가 본 사람과는 하나도 닮은 데가 없었습니다. 아주 색깔이 검고 살결은 붉은 기가 감도는 갈색인데, 에반스는 곧 이것이 남자를 나타내는 정해진 색깔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흑인도 아니고 셈족도 아닙니다. 색깔이 매우 검은 머리는 곱슬곱슬했으나 이 ‘술 따르는 젊은이’는 유럽인 그대로였습니다. 사실, 이 별세계에서 온 사나이의 옆얼굴은 두꺼운 입술 말고는 거의 옛날 그리스인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이 ‘술 따르는 젊은이’가 정말 미노아 인일까, 하고 에반스는 생각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볼수록 더욱더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또 그림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에반스는 미노아 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똑똑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키가 작고 색깔은 검은 데 수염은 깨끗이 깎고 있습니다. 운동가 같은 모습을 하고 허리 언저리가 아주 가늘었습니다. 이것도 또한 으레 정해진 그림 그리는 법이었을까요? 손과 발은 적고 두꺼운 입술, 이마에서부터 오뚝하게 날이 선 긴 코, 물결치는 검은 머리는 상투처럼 틀었습니다. 이들에게 바다를 지배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훌륭한 궁전을 세우고 예술 작품을 남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멸망하고 이 사람들의 작품은 모두 함께 사라져버렸으나, 다만 그 위대한 임금님의 전설만이 남았습니다. 어느 날 가운데뜰 가까운, 틀림없이 제사를 올릴 때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는 복도를 청소하고 있을 때 에반스는 석회에 조각한, 무척 높아 보이는 인물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조각을 조사하고 있는 동안에 반스의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에반스는 이것이야말로 이 왕궁(신전)에 정말로 있었던 신관(왕)의 초상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복도의 장엄한 구조로 봐서도 그렇게 믿어졌지만 그림을 자세하게 살펴 보고 나자 더욱 그렇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임금님은 젊고 우아했습니다. 무섭다든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임금님은 뽐내듯이 옥좌에 앉아 있거나 군대를 지휘하거나 공물을 받거나 사자 사냥에 나서거나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임금님은 백합이며 갈대가 우거진 아름다운 목장을 발걸음도 가볍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가슴에 대고 왼손은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습니다. 가슴은 발가숭이이며 한 아름 되는 백합 꽃다발을 목에 걸고 있고 머리에는 같은 꽃 왕관을 썼으며, 그 꼭대기에는 커다란 공작의 깃이 세 가닥 의젓하게 꽂혀 있습니다. 왼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었을까요? 왕의 표적이 되는 물건이었을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임금님은 미노아나 미케네의 신성한 동물이라고 여겨지던 저 글리핀을 거느리고 있었을까요? 그런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모습에 나타난 거룩함은 똑똑히 알 수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백합의 들판을 걷고 있으며 그 왕관은 같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에반스는이 그림의 자세한 점에 이르기까지 거룩함이 넘쳐 있는 것만 보아도, 지금 눈앞에 있는 그림의 모습이 땅 위의 임금이라는 지위 이상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나타난 미노스 그 사람이라고 믿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크노소스에서 지내는 사이에, 에반스는 미노아 인에게 깊은 정을 느끼게 되어, 이제는 그들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미노스의 궁전은 에반스에게 그들이 어떠한 모습이었고 어떠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어떠한 음식을 먹고 있었는지, 어떠한 물건을 갖고 있었으며 어떠한 식으로 일하고 놀며 창조하고 어떠한 식으로 신을 믿었는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에반스는 미노아 인과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미노아 인이 쓴 기록을 읽지 않는다면 그 사상을 알 수가 없습니다. 에반스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발굴을 시작한 첫해만 하더라도 도서관을 하나 만들 만큼의 타블레트를 파냈습니다. 타블레트는 흙으로 만든 책판을 말합니다. 궁전을 불태운 불길에서 타블레트는 구워져서 더욱더 단단해졌을 뿐입니다. 맨 처음 에반스는 크레타에 그 이상한 문자를 조사하러 왔던 것인데, 미노아 인이 그 문자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거의 몰랐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타블레트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를 썼지만, 아직도 깊은 비밀에 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없습니다. 넉넉한 시간과 재료만 갖추어진다면 어떠한 암호라도 풀리게 마련이며, 학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수수께끼의 열쇠’도 땅속에서 발굴될 희망이 있으니까요.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옛 모습 그대로의 미노스 궁전을 되살리려고 애쓰고 있던 에반스의 마음을 괴롭힌 것은, 다만 이 미노아 문자의 수수께끼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크노소스를 파괴했는가, 또 그것은 어째서였는가, 하는 문제도 에반스의 마음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파묻혀 있는 물건을 헤아리고 땅속의 층마다 나타난 것을 주의 깊게 기록한다, 흙 그릇을 분류한다, 건축이나 그림이나 장식이나 문자의 형식을 비교해 본다, 기록의 연결 부분이 끊어진 곳을 정리한다, 이집트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발굴된 토기는 낱낱이 연대를 생각해서 끼어 맞춘다, 온갖 고고학의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에반스는 미노스 궁전이 숱한 어려움을 겪은 긴 역사를 가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습니다. 궁전은 기원전 2000년보다 조금 앞 시대에 세워지고, 몇 세기가 지난 기원전 1750년 무렵 몹시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미노아 인은 낙담하기는커녕 새로운 건축 양식, 새로운 장식 방법을 써서, 뒤이어 이내 큰 궁전을 지었습니다. 훌륭한 원형의 꽃 장식과 소용돌이 모양의 조각이며 고대 세계의 어디에서도 만들어진 일이 없는 생생한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이윽고, 또 기원전 1570년 무렵 궁전은 다시 파괴되었는데 이것은 굉장한 지진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에반스도 아주 자신이 있었습니다. 파괴된 범위가 크고 도저히 사람의 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큰 힘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길게 이어져 한 줄로 묻힌 물건들이 이따금 본디 모습을 고스란히 나타내며 파묻혀 있는 것입니다. 동쪽 비탈의 위쪽, 충충으로 된 언덕 위에 많은 흙 그릇이 창고 바닥에 그대로 고스란히 그 큰 지진 때문에 파묻혀 있음을 에반스는 발견했습니다. 또 궁전의 벽에서부터 무게 1톤이 넘는 거대한 바위가 6미터나 날아가, 돌램프를 만드는 작은 직공들의 집을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궁전은 이 지진 속에서도 다시 세워졌습니다. 또 한 번 궁전은 높이 솟아 뱃사람들의 좋은 목표물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또 재난이 닥쳐왔습니다. 기원전 1400년 무렵 미노스의 궁전은 무너졌고 마침내는 다시 우뚝 솟는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에반스가 무엇보다도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마지막으로 궁전을 파괴한 사람에 대해서였습니다. 그것은 정말 누구의 짓이었을까요? 어째서 미노스의 궁전을 파괴했을까요? 파괴자를 일러 주는 실마리는 곳곳에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모든 사실이 번갯불처럼 적이 닥쳐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재난의 전날 밤, 한 무리의 직공들이 석회석 덩어리를 앞에 놓고서 무엇인가 바삐 만들고 있었습니다. 직공들이 연장을 그곳에 급히 팽개친 것처럼 어지럽게 흩어져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옥좌의 방에서는 바닥 위에 엎어진 기름 항아리와 깨어진 그릇이 발견되었는데, 적이 나타난 순간 임금이 무엇인가 종교적인 의식을 베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임금님의 놀이 도구만 해도 그렇습니다. 복도에 버려지고 파묻혀진, 보석을 아로새긴 귀중한 이 장난감은 얼마나 느닷없이 재난이 닥쳐 왔는가를 말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에반스가 느낀 일이지만, 미노아인들은 파괴자가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별로 하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미노아 인은 궁전 둘레에 방어 시설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케네나 티린스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미케네는 파묻힌 지 수백 년 지났는데도 두께 14미 터, 높이 16미터나 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또 티린스는 두께 19미터 반, 높이 7미터 반이나 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말입니다. 크노소스에는 궁전의 항구 쪽을 향한 곳에 요새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어쨌든 이만큼 부유하고 이만큼 큰 궁전이라면 반드시 보물도 많았을 것입니다. 숱한 적이 이것에 눈독을 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미노아 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가 있었을까요? 무엇이 미노아 인을 안심시켜 주었을까요? ‘지금 알려져 있는 사람 가운데서 처음으로 해군을 만들어 낸 사람은 미노스이 다. 미노스는 지금 우리 들이 그리스 바다라고 부르는 바다의 주인이 되어.’라고 그리스의 역사가가 썼다고 앞에서도 말했습니다. 이 수수께끼의 대답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미노아 인은 자기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평스럽게 아름다운 것이며 즐거움이며 명랑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크레타의 대대의 왕은 바다의 왕이었고, 그 해군은 주위의 바다를 지배했으며 그 힘이 흔들리지 않는 한 쳐들어오는 적을 겁낼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몇 사람의 해적 따위가 궁전으로 쳐들어오는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것쯤은 요새만으로도 끄떡없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크노소스를 파괴한 것은 해적들이 아닙니다. 파괴된 모양이 좀 더 무서운 것으로 보아 훨씬 강한 적이 궁전의 벽을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그 적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요. 에반스는 이 문제로 골치를 앓는 동안, 자기의 깊은 경험에 비추어 꿈과 같은 망상은 모두 마음에서 몰아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여러 번에 걸친 궁전의 파괴 원인은 무서운 자연의 힘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크노소스가 자리 잡은 지역은 보기 드물게 지진이 잦은 곳이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온 유럽에서 이렇게 지진이 많은 곳은 없습니다. 최근 500년 동안 크레타는 1세기에 2회 꼴로, 대지진은 1856년에 일어났고 그때 재난을 당한 1,200명의 사람들 가운데 538명이 죽었으며 3,920호의 집 중에서 남은 것은 겨우 18호였습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에반스는 크노소스를 파괴한 자가 누구냐 하는 여러 가지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지진이 일어나고 이어서 화재와 또 어쩌면 가난한 사람들의 폭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역사학이나 문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여전히 좀 더 감격적인 지금까지의 주장, 에반스가 발굴한 몇 개의 그림을 비롯하여 똑같은 광경을 나타내는 작은 우상, 반지, 조각이 된 바위, 찰흙판 등에서 암시를 얻어 짜 맞춘 주장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커다란 황소와 그 뿔에 사람이 매달린 그림이 티린스에서 발견되었을 때에는 누구 한 사람 그 뜻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슐리만 같은 사람마저도 사람들이 황소 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밖에 상상하지를 못했습니다. 에반스가 미노스의 궁전에서 발견한 그림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누구도 그 뜻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그 뜻이 뚜렷해졌습니다. 미노아 인은 종교 의식의 일부분으로 행하는 공공 오락에 엄청나게 큰 황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투우사가 투기장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이 사나운 짐승과 싸웠던 것입니다. 소년뿐 아니라 소녀도 이 스포츠를 했습니다. 곧 황소의 뿔을 잡고 그 등에 올라탔던 모양입니다. 이 숨 막히는 듯한 스포츠는 오늘날 우리들이 에스파냐나 멕시코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미노아 인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광경을 생생하게 벽화로 남기고 있습니다. 에반스는 이 벽화가 위쪽 건물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궁전의 동쪽 비탈에서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한 마리의 황소와 세 명의 투우사의 그림이었습니다. 소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소년 투우사가 그 등에서 재주를 넘고 있습니다. 소녀 하나는 소년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손을 뻗쳐 붙잡든가 받쳐 주려 하고 있고 또 한 소녀는 소 앞에 서있습니다. 이 소녀는 불을 움켜잡고 역시 재주를 훌쩍 넘어 황소에 올라타려 하고 있었으며, 이 소녀는 이 경기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뿔 하나는 앞으로 내밀어져 소녀의 왼쪽 겨드랑이 밑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소녀가 무사히 뿔을 잡고서 황소의 등에 올라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릅니다. 마치 황소가 벌써 이 소녀를 이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받아 죽일 것처럼 보였습니다. 목숨을 건 이 스포츠에 참가한 소년이나 소녀들은 누구였을까요? 소년 소녀는 자기 스스로 목숨을 내건 것일까요? 아니면 마지못해 황소와 싸워야만 되었을까요? 에반스는 이 투우사들이 포로가 아니라는 의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포로라기에는 너무나 기품이 있고 우아하게 보이며 머리의 모양도 지나칠 만큼 그 무렵의 유행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에반스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에 나타난 사람들은 전설 속에 나오는 소년 소녀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포로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미노스의 궁전은 전설에 나오는 미궁이고 미노타우로스란 말에서 미노스는 황소를 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은 ‘포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 그 전설이란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크레타에 미노스라고 부르는 위대한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건축가 다이 달로스는 이 임금님을 위해 미로와 같이 넓고 복잡하게 뒤얽힌 건물을 지었습니다. 여기에 임금님은 무서운 괴물을 살게 하였습니다. 그 건 물은 '미궁’이라고 불리었고, 반은 사람이 고반은 소인 그 괴물은 ‘미노타우로스’라고 불리었습니다. 그런데 미노스에게는 안드로게 오스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안드로게오스는 어느 때 인가 아테네의 경기에 참가하여 그리스인을 모두 물리쳤을 만큼 무술이 뛰어났습니다. 아테네의 임금님 아이게우스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침내 안드로게오스를 죽여버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미노스는 자기 아들이 살해되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미노스는 불덩어리처럼 성을 내고서 대함대를 불러 모으자 단숨에 쳐없애겠다고 아테네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아테네는 평화를 맺자고 간곡히 사정했습니다. 미노스는 그 사정을 받아들였으나, 그 조건은 굉장히 나빴습니다. 9년마다 아테네인은 공물로서 일곱 명의 소년과 일곱 명의 소녀를 크레타에 보내어 이들로 하여금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섬기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쓰라린 일이었으나 아테네인은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세 번째로 미노아의 사자가 아테네에 이르러, 공물을 바치라면서 아이게우스에게 재촉하고 있을 때 마침 테세우스가 이 도시에 돌아왔습니다. 테세우스는 아이게우스 왕의 아들인데 다른 고장에서 자라나 이제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아테네에 온 것입니다. 사람들이 아버지 때문에 슬픈 일을 당하고 원망하는 것을 보자, 테세우스는 몹시 안타까워 자기가 크레타로 보내지는 소년의 하나로 뽑힐 것을 결심했습니다. 아이게우스는 만나자마자 아들과 헤어지는 것을 슬퍼했지만, 테세우스의 결심은 굳었습니다. 이리하여 근심에 잠긴 배가 검은 돛을 달고 바다로 나가는 것을 아테네의 사람들은 기슭에서 슬퍼하며 배웅했습니다. 그때 테세우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자기가 무사히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면 검은 돛을 흰 돛으로 바꾸어 달고 돌아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노소스에 이르자 포로들은 미노스 앞에 끌려갔습니다. 그때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는 아테네에서 온 아름다운 젊 은이를 보자 마음을 온통 빼앗겼습니다. 그날 밤 테세우스가 흙굴로 된 감옥에서 자고 있으려니까, 아리 아드네가 찾아와 달아나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테세우스는 자기 혼자만 달아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리 아드네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어 테세우스를 구해 주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리 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칼 한 자루와 실을 한 타래를 주었습니다. 칼은 테세우스가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실은 미궁에서 꾸불꾸불 엇갈린 길을 돌아올 때 표적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실의 한쪽 끝은 아리아드네가 손수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테세우스는 이 실을 팔뚝에 매고 괴물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리하여 이 용사는 어둠침침한 미궁의 깊숙한 곳에서 미노타우로스를 만나 용감하게 싸우게 됩니다. 이윽고 괴물이 숨이 끊어져 발밑에 쓰러지자 테세우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같이 온 사람들과 섬을 빠져나갔는데, 그 때 금발인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가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테네의 젊은이들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고향의 집들이 보이자 너무나 기쁜 나머지 흰 돛을 올리는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한편 아이게우스 왕은 검은 돛을 보자 자기 아들이 죽은 줄만 알고 바닷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은 그 뒤부터 오늘날까지 아이게우스의 바다와 같은 뜻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을 있었던 이야기라고 그리스인은 믿고 있었습니다. 바른대로 말한다면 그리스인은 얼마쯤 이 전설에 두려움마저 품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자기들이 지금 갖고 있는 저 ‘낡은 배’는 크레타로 떠날 때 테세우스가 탄 배라고 믿었으며, 해마다 델로스의 섬에 모신 태양신 아폴로에게 바치는 특별한 제물을 신고서 이 배를 출항시키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배가 항해를 하고 있는 동안 아테네의 사람들은 몸가짐을 조심하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의 사형은 이 신성한 배가 돌아올 때까지 30일 동안이나 미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리스인의 마음에 이렇게 큰 인상을 준 이 이야기 뒤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 하고 학자들은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이 이상한 이야기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혹 사실이 아닐까요? 방과 방이 이어지고 그 밖에 숱한 통로, 계단, 안뜰 등이 얼기설기 얽히어 있는 이 유적을 볼 때, 미노스의 궁전이 바로 전설의 미궁이라고 다른 학자들은 믿었던 것입니다. 그 이름의 내력마저도 분명했습니다. 에반스 자신도 문제로 삼았던 것처럼 궁전의 곳곳에 새겨져 있는 미노아의 여신인 ‘양날의 도끼’는 이 궁전이 신성한 그림 때문에 유명했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밖의 일은 ‘황소 타기’의 그림이 말해 주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했습니다. 그 소년 소녀는 아마도 그리스 땅에서 공물로 끌려왔을 것이고,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바쳐지지는 않더라도 목숨을 걸고 황소와 맞섰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진을 몸소 경험하기도 한 에반스는 학자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에반스는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이 아무래도 궁전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침입해 온 사람들이 파괴자로서가 아닌 식민지로 옮겨온 사람들로서 크레타에 건너온 광경을 상상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황폐한 폐허가 된 출입구, 돌로 지어져 허리를 구부리면 사람도 지날 수 있을 만큼 큰 하수도, 미로 그대로인 커다란 궁전 터 같은 것들에 놀라는 모습을 눈에 떠올렸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 무렵 아직도 본디의 장소에 새겨져 있었던 생생한 그림을 보고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펴는 광경을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마어마하게 큰 궁전의 이상한 모습이며 무서운 광경이며, 게다가 저 황소와 투우사의 그림을 보는 사이에 어느덧 그들은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이윽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굳게 믿어져가는 과정을, 에반스는 상상했던 것입니다. 파괴자. 하지만 만일 지진으로 파괴되었다는 주장을 믿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미노스의 궁전이 마지막에 인간의 손으로 파괴되었다고 믿는다면 어떨까요? 파괴한 것은 누구였을까요? 전설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그리스 사람이 침략해왔을까요? 그 문제를 풀자면, 우리들은 크노소스가 무너지기 바로 전인 수백 년 동안에 유럽에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유럽에, 그 미궁의 벽에 그려져 있었던 것과 같은 키가 작고 살결이 검으며 입술이 두터운 모습의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었던 시대에, 또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남서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민족이 처음에 어디로부터 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카스피 바다 지방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들이 오늘날 유럽의 온 지역에 살고 있는 살결이 흰 인도 아리안 인종입니다. 그런데 그 무렵 이 사람들은 살결이 검은 미노아 인이 나, 미노아 인을 쫓아내고 미케네나 티린스를 세운 사람들과 견주어 보면 문명이 훨씬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니, 그들은 전혀 문명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름다운 궁전도 없고 미술도 없고 정해진 집마저 없으며, 가축 떼를 먹일 풀을 찾아 여기저기 유목민처럼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목초를 찾아 유럽 온 지역으로 나아갔습니다. 그중의 한 무리인 아카이아 인은 그리스까지 내려와 거기서 처음으로 문명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던 것입니다. ‘황금으로 잘 사는 미케네’가 아카이아 사람들의 눈에 얼마나 놀랍게 비쳤을까요! 미케네의 시민들이 갖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훌륭하게 보였을까요! 유목민들은 지금까지 이 같은 것을 본 일도 없었으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을 자기들 것으로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하여 미케네를 공격했던 것인데 커다란 성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카이아 인은 그 고장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살결이 검은 인종의 예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확실한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아카이아 인이 두 번째로 공격하자 미케네인은 어머니 나라의 따뜻한 보호를 받으려고 크레타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크레타 섬에 사는 미노아 인이 기꺼이 맞아 주지 않았으므로, 마침내 크노소스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했다는 학자도 있습니다. 또 아카이아 인이 먼저 미케네 인을 멸망시키고 그런 뒤 바다에서 세력을 떨치기 시작하여 미노아 인을 정복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또 크노소스를 파괴한 자가 누구이든 간에 그 상처는 미노아 인에게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미노아 인은 마침내, 두 번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전쟁에 진 섬사람의 일부는 바다를 건너 소아시아로 달아났고 거기서 헤브라이 인과 싸운, 구약 성서에 있는 저 델리시테 인이 되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사람만이 옛날의 호화로움을 간직한 터로 몰래 되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황폐한 궁전의 방에 엉성한 칸막이를 만들고 가난한 생활을 했을 뿐입니다. 아카이아 인이 마침내 에게 바다 곳곳의 지배권을 차지했던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정말로 있었던 인물을 바탕삼아 노래되고 있는 것이라면, 아카이아 인의 아가맴논이 황금의 도시 미케네를 지배하고 아카이아인 이 도메네우스가 크레타를 다스리고, 메넬라오스, 아킬레스, 오디세우스들이 저마다 왕국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됩니다. 그들은 트로이에 싸움을 걸었습니다. 그동안에 도리아 인이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맨 처음 그리스인으로 알려져 있는 민족입니다. 도리아 인은 아카이아 인과 같은 핏줄이었으나 처음으로 미케네를 보았던 무렵의 아카이아인 만큼도 문명을 갖지 못 한 야만인이었습니다. 도리아 인은 자기 들보다 먼저 그리스에 나아간 형제들과 한 핏 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아 인에게 아카이아 인은 낯선, 약탈해도 상관없는 색다른 도시의 주민이었습니다. 도리아 인은 그것을 해치웠습니다. 닥치는 대로 무엇이고 파괴하며, 자기들이 파괴한 것으로부터는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습니다. 도리아 인으로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도리아인, 곧 그리스 인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란 다만 용감한 말이나 행동뿐이었습니다. 도리아 인은 넋을 잃고서 트로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핵토르나 아킬레스의 이름은 도리아인 자신들의 영웅의 이름보다도 점점 친근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카이아 인의 트로이 이야기는 도리아인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넓고 큰 묘지. 그리스의 역사가 기원전 776년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의심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데는 많은 곡괭이나 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기원전 776년이란, 역사가들이 그리스의 시작이라고 정해 놓고 있었던 해입니다. 그런데 이집트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집트가 지금은 비록 사라져 버렸지만, 일찍이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역사는 알 수 없게 되었으나, 그 역사의 기념물은 그곳에 남아 있어 누구라도 똑똑히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피라미드나 오벨리스크(뾰족한 돌의 탑이나 거대한 조각상)가 사막에 서 있어, 이집트가 돌을 잘라 내어 나르든가 또는 돌을 높이 쌓아 올리는 데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위대한 임금님들의 고향이었음을 소리높이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집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나라입니다. 유럽의 중부와 북부가 야만인이 사는 땅이었을 무렵, 이집트는 벌써 아득하게 오랜 나라였습니다. 2천 년 전 로마인이 세계를 지배했을 무렵, 그 무렵 벌써 이집트의 역사는 잊혀졌고, 파묻힌 문명의 유물을 보려고 많은 관광객이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푸는 열쇠를 갖지 못한 파묻혀진 문명! 그렇듯 그 기념물을 칭찬한 로마인도 그것을 쌓게 한 파라오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파라오로부터 훨씬 뒷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옛날의 로마 인보다도 좀 더 잘 이집트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은 이상스럽고 또 놀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고고학의 마법의 쟁이는 멸망한 이집트의 세대를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사라져 버린 이집트 인에 대해서는 다른 고대의 민족이며 또 바로 어제 그 문명이 멸망한 초기 그리스인 이나 로마인의 일 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알 만한 것은 거의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후의 덕택이기도 합니다. 이집트는 고고학자의 낙원입니다. 파기만 하면 발견되는 것입니다. 이집트에선 아무것도 썩지 않으며, 모처럼의 것이 부서지든가 엉망진창이 되든가 하는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교묘한 조각, 아무리 훌륭한 물건을 파내더라도, 그것이 수천 년 동안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지만 마치 조각사의 손에서 금방 받아 쥔 것처럼 생생하고 완전해 보입니다. 메마른 사막의 흙은 어떠한 것이라도 영원히 보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또 까닭이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입니다. 먼 옛날 사람들은 모두 저세상의 생활을 믿고, 죽은 사람에게 그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도 가장 처음, 종교의 바탕이 되었던 생각이라고 믿어집니다. 동굴에 살았던 크로마뇽인(지금부터 수천 년전 석기 시대 유럽에 살았습니다)조차도 죽은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부싯돌이며 뼈로 만든 투창을 놓아 주고 바다에서 잡힌 조개껍질이나 생선뼈의 염주, 목걸이 따위로 시체를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역사상 이집트인 만큼 열심히 저세상을 믿은 민족은 없습니다. 이 같은 생각은 이집트인의 이 세상 생활에까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물건을 무덤에 함께 파묻은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집트 인은 실물(실제로 있는 물건 또는 사람)은 파묻지 않게 되었으나 그 대신 실물을 본뜬 작은 모형을 파묻었습니다. 약 4700년 동안이나 이집트 인은 그 풍습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니까 50세기 가까운 세월에 걸쳐 이집트인은 그 위대한 문명이 낳은 여러 가지 식료품이며 식기며 의복이며 가구며 보석이며 조각이며 장식품이며 책이며, 그 모든 것을 완전히 보존하는 땅속에 파묻어 왔던 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그 문명의 완전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인은 어째서 발굴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로마인은 보물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을 성나게 할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로마인이 나 그 뒤 아주 최근까지 이곳을 찾은 사람만 하더라도 사막의 모래 속에 있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땅 위에 보이는 기념물에만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눈을 둥그렇게 떴습니다. 이상야릇한 상형 문자 그림 모양의 문자를 보고서 이 이상한 그림의 뜻이 무얼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인의 파묻혀진 세계를 되살리겠다고는 누구 하나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나폴레옹이 이집트에 원정 왔습니다. 나폴레옹은 그 기념물에 감동한 나머지 전쟁이 끝나자 군대를 피라미드 앞에 나란히 세우더니 감격의 연설을 했습니다. “4000년의 역사가 여러분을 굽어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집트의 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나폴레옹은 아직 아무도 생각한 일이 없는 이 나라에 대한 연구를 계획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군대와 함께 많은 학자를 이집트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목적은 이 나라의 놀라운 문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있었습니다. 상형 문자와 도굴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게 된 첫 발견은, 1799년 나폴레옹의 부하인 한 군인의 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군인이 참 호를 파고 있으려니까 무엇인가 단단한 것이 쟁이에 부딪혔습니다. 그는 조심조심 물건의 둘레를 파고 이것을 끄집어 냈습니다. 그것은 신문지를 하나 펼친 만큼의 납작한 돌로서 그 겉에 이상한 문자가 새겨져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겉에 묻은 먼지를 깨끗이 불어 보았으나 도무지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자 가운데는 오벨리스크나 무덤에 새겨진 이상한 기호와 닮은 것이있었습니디. 이 군인도 그것 만은 알았으므로, 그것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것이 지금까지 사람이 발견한 가장 귀중한 보물의 하나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돌(나일강의 로제 타 물굽이 옆에서 발견되었으므로 ‘로제타 돌’이라고 불립니다)은 몇백 년 동안 학자들이 찾고 있었던 마법의 ‘열쇠’였기 때문입니다. 무릇 이 상형 문자만큼 학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이 이상야릇한 기호만 풀게 되면 세월의 휘장은 걷혀올려지고 잊혀진 이집트인의 모든 역사를 읽을 수 있고 그 옛날 위대했던 민족의 생활이며 습관이며 생각까지도 모두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하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처음부터 매듭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때때로 학자가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영락없이 다른 학자가 그것은 잘못되어 있다거나 좀 더 심할 경우에는 그것이 엉터리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 상형 문자는 도무지 풀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뱀, 거위, 사자, 사람의 머리, 부엉이, 매, 망치, 꿀벌, 물고기, 종려 잎사귀, 연꽃, 웅크리고 있는 사람, 손을 머리에 올린 사람, 걷고 있는 사람 그것들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동그라미, 네모, 세모, 반달, 묶은 매듭 하나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수수께끼를 푸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상형 문자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말로써 씌어진 것을 손에 넣어, 양쪽을 비교해 보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리스 문자와 상형 문자와 고대 이집트의 상업 문자로 씌어진 신관(제사장)의 고시문(널리 알리는 글), 안성맞춤인 로제타 돌이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학자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윽고 이 돌이 1801년, 영국으로 넘겨지고 대영 박물관에 간직되자 학자들은 곧 비석의 문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형 문자의 정체를 알아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실망하고는 연구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학자인 프랑수아 샹폴리옹은 끝내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버티며 문제와 씨름을 한 샹폴리옹은 토머스영이라는 사람이 앞서한 연구의 방법으로 해 나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고유명사를 풀어 간 다는 방법이었습니다. 우선 영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로제타 돌의 문자 속에 이런 식의 작은 괄호 촉에 든 것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에 해당되는 부분의 그리스 글을 보니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이집트를 다스린 왕조의 이름의 이름이 새겨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괄호 속의 이집트 문자도 당연히 프롤레마이오스라고 단정을 내릴 수가 있는 셈입니다. 이 기호는 문자를 나타내고 문자는 다음과 같이 발음하는 것이라고 영은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추리였습니다. 그러나 샹폴리옹은 그 뒤 곧 이 결론을 시험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피레 섬에서 문자를 새긴 오벨리스크가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이 비석 문자도 역시 그리스어와 이집트어의 양쪽 문자로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떤 기호가 작은 괄호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기호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샹폴리옹은 곧, 이 괄호 속의 문자가 여자 이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영이, 괄호 끝에 있는 ()라는 기호는 여자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문자를 조사해 보았더니 기쁘게도 그것에 해당되는 곳에 클레오파트라라는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으로 샹폴리옹은 자기의 추리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왜냐하면 ()를 나타내는 기호는 양쪽 말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네 개나 새로운 글자를 알았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쉽게 풀린다고, 샹폴리옹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샹폴리옹은 앞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조금도 몰랐습니다. 이집트인은 이름을 쓸 경우만 문자를 쓰고, 다른 말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호는 낱말 전체를 나타내는가 하면, 어떤 기호는 철자의 음을 나타내고 또 어떤 것은 문자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샹폴리옹의 앞에 열린 오직 하나의 길은 카르토슈(작은 괄호는 그렇게 불리었습니다)를 찾아내서 이름을 푼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지루한, 끈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로제타 돌이 발견되고 23년이 지나서야 샹폴리옹은 겨우 수천의 기호 가운데서 111개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마리였으며 이제 이집트의 수수께끼는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체를 알게 되는 일은 다만 시간문제 였습니다. 이 동안 상형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었지만, 그 값어치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박물관이나 골동품 수집가는 다투어 이것을 손에 넣고 싶어 했습니다. 그것은 이집트의 과거에 대한 관심이 세상에서 높아졌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만 다른 사람이 차지하기 전에 이집트의 옛날 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이집트로 달려갔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들은 탐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무엇을 망가뜨리 든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되도록 빨리 관 속에 있는 파피루스의 두루마리를 손에 넣는 게 목적이므로, 관을 억지로 비틀어서 열고는 발견된 것은 기록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무덤을 도굴하는 일에 이집트 인도 기꺼이 협력하곤 했습니다. 이집트인은 옛날부터 조상들의 귀중한 유물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무렇게나 마구 파낸 것을 외국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집트를 위해서 이집트의 유물을 보존하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오귀스트 마리에트라는 프랑스인입니다. 마리에트는 루브르 박물관을 위해 문서를 사러 이집트에 보내졌는데, 이 나라에 와서 2주일도 되기 전에 자기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는 어떻게 하면 이 불행한 나라를 좀 먹는 도굴꾼의 무리로부터 이집트의 유물을 지킬 수 있을까, 그것만 곰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카이로에 닿자마자 그는 맨 먼저 높은 데로 올라가 서쪽 사막의 가장자리에 흩어져 있는 기념물을 굽어보았습니다. 무덤이나 돌기둥이나 조각상 등의 이상한 광경을 보았을 때, 마리에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싫어졌습니다. 루브르에 가져가는 문서 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유물들이 자기에게 살려 달라고 구원을 청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리에트는 자유와 곡쟁이와 삽이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마리에트는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마리에트는 알렉산드리아의 어떤 사람의 정원에서 몇 개의 아름다운 스핑크스(머리는 여자의 모습이고 몸은 사자인 큰 돌조각상)를 보았습니다. 며칠 지나서 카이로에서 똑같은 모양의 것을 보았고 기제에서도 몇 개 보았습니다. 마리에트는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썼습니다. 어쩌면 어딘가 스핑크스를 많이 넣어 둔 곳이 있고, 지방 관리의 정원 장식품으로 쓰기 위해 도굴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 사카라라는 고장을 지나서 여행을 하고 있을 때 마리에트는 모래 위로 뾰족 머리를 내밀고 있는 스핑크스를 발견했습니다. 곧 웅크리고서 둘레를 살펴보았더니 타블레트가 하나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는 이집트의 거룩한 소에게 바치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황무지야말로 아득한 옛날의 묘지인 것입니다. 이집트인이 신들에게 어울리는 제사를 올리며 프타신이 모습을 바꾸어 태어났다고 믿어지는 거룩한 소를 묻었던 곳입니다. 마리에트는 그전에 어떤 오래된 책에서 이 묘지에는 신전으로 통하는 스핑크스가 늘어선 큰길이 있다는 걸 읽은 일이 있었습니다. 마리에트는 자신이 지금, 바로 그 큰길에 서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리에트는 너댓 명의 일꾼을 모아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길이가 200미터 남짓한 큰 길로서 마리에트들의 쟁이는 141개의 스핑크스와 그 밖에도 몇 개의 주춧돌을 발굴해 냈습니다. 그러나 착실하고 열심인 마리에트마저도 어떻게 하면 발굴을 잘할 수 있는지를 거의몰랐습니다. 하물며 으스대며 스스로를 ‘훌륭한 발굴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발굴하는 방법은 지금의 고고학자들을 오싹하게 할 정도로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고고학의 목적과 방법이 요즘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그것을 부끄럽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고고학을 발달시키게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그때는 아직 소년이었습니다. 그 사내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튼튼하지 못했으므로 자기 집 도서실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화학 실험을 하며 무게를 달든가 치수를 재든가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런던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 대영 박물관의 진열품이 될 만한 옛날 돈을 찾든가, 아니면 몇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동품 가게 주인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이 주인은 그때까지 소년이 만난 사람 가운데서 ‘가장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소년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이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년은 고고학을 꿈처럼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이집트를 마구 파헤치고 있는 무리보다는 발굴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겨우 여덟 살 때피 트리 소년은 “흙 속에 있는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찾아내고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거기에 있는가 알기 위해서는, 흙을 1센티 미터씩 1센티미터씩 깎아 나가야만 해요.” 하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20년 뒤 이집트 땅을 밟은 플린더스 피트리는, 발굴의 첫째 되는 그 규칙을 누구한 사람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황폐해진 땅과 약탈의 자취를 보자, 그는 구역질이 나듯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그 파괴도 끝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피트리가 이집트에 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발굴하는 사람들은 피트리의 방법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했고 그 방법을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리하여 마침내 새로운 고고학의 정신이 퍼지고 수 천년을 두고 이집트인을 가리고 있던 어둠에 밝은 빛이 드리워졌습니다. 카의 집. 1880년, 피트리가 이집트에 와서 먼저 생각한 것은 기제에 있는 몇 개의 피라미드의 안쪽과 바깥쪽을 측량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피라미드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곧, 어째서 파라오는 이렇게 애를 쓰고 많은 비용을 들이고 나라의 막대한 자원을 써가면서, 이런 돌산을 쌓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커다란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피라미드만으로도 12에이커의 넓이를 차지하고 있고, 높이는 138킬로미터에 이르며 토대의 높이는 0.8킬로미터 이상이나 됩니다. 지금까지 그림으로 수십 번 보았다 해도 실제로 눈앞에 이것을 보게 되면, 어째서 고대 사람들의 피라미드를 세계의 일곱가지 불가사의의 첫째로 꼽았는지 새삼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만든 피라미드 산의 정체를 알아내는 열쇠는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도 몸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집트인의 믿음에 있습니다. 이집트인은 시체를 ‘목숨의 빈 껍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인에게 시체는 그것이 보존되 고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쓸 수 있는 ‘허물’이었습니다. 바꿔 말한다면 마음(정신)과 몸(육체)의 연결은 죽어도 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과 몸은 서로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며 한 쪽만으로 선 완전할 수 없다, ‘몸의 한쪽이 상해 감에 따라 마음도 차츰 없어져가고, 또 몸뚱이가 썩는다는 것은 모든 영혼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라고 이집트인은 믿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생각해 본다면, 피라미드는 그다지 어려운 수수께끼는 아닙니다. 이러한 믿음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생각해 본다면, 피라미드는 그다지 어려운 수수께끼는 아닙니다. 또한 이러한 믿음의 결과로 이집트에서는 두 가지 기술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이집트인은 시체가 썩어 없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향기로운 기름으로 썩는 것을 막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둘째로 미라를 안전하게 보관해 두기 위해 무덤을 세우는 기술을 발달시켰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깊이 연구한 결과, 마침내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피라미드를 무엇 때문에 쌓아 올렸는지 이것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것을 해 낼 수가 있었을까? 이 몇만 톤이나 되는 돌을 어떻게 나르거나 쌓아 올렸을까?” 하고 관광객들은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떴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 질문에는 누구도 대답할 수가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온갖 상상을 했습니다. 엉뚱한 일까지도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색다른 생각은 이집트인이 어떤 비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나중에 없어지고 말았지만 아주 무거운 것을 나를 수가 있는 장치 였다, 라는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이 우리에게 올바른 대답을 알려 주었습니다. 엘베르세라는 곳의 투트 헤테프의 무덤에서 이집트인의 방법을 똑똑히 보여 주는 그림이 발견되었습니다. 기원전 2000년쯤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은 거대한 돌조각상을 옮기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는데, 기계도, 기계적인 장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움직이는 데는 세계에서 가장 간단하고 가장 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돌조각상을 썰매 같은 것에 올려놓고 172명의 사람들이 모래 위를 끌고 갑니다. 땅 위에서 나를 때 이집트인은 별다른 장치나 연구도 없이 모두 사람의 힘에 의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돌을 잘라 내는 데도 또한 원시적인 방식이 쓰였습니다. 이집트인은 잘라 내려는 바위에 홈을 파고 홈에 따라 구멍을 파고 나무쇄기를 단단히 박은 다음 그 위로 물을 부었습니다. 이윽고 나무가 불어나면 그 압력에 의해 바위는 홈의 선을 따라 갈라졌습니다. 이집트인의 방법은 모두 그처럼 간단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갖고 있는 기계 같은 장치는 하나도 없었으나, 다만 이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참을성과 일에 대한 숙달이었습니다. 그럼 다시 무덤으로써의 피라미드를 생각해 봅시다. 이 이집트인의 무덤이, 다만 미라의 안식처였을 뿐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 즉 죽은 사람의 카의 집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옛날의 이집트인의 생활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죽은 사람의 영혼인 카에게는 무덤 속이 집이 됩니다. 거기서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먹고 마시며, 이승에서 필요했던 물건은 모두 거기에 갖추어져있습니다. 카는 사람을 그대로 닮고 있어서, 잊히는 일을 무엇보다도 싫어합니다. 친구나 친척은 언제나 그곳에 물건을 갖다주고 무엇인가 돌봐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때문에 피라미드는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과는 아주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속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드나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방문자는 거룻배로 그곳에 닿으면, 배는 강기슭 입구의 옆에 매어둔 다음, 피라미드로 통하는 지붕이 있는 길로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먼저 동쪽에 세워 진작은 신전에서 파라오의 카를 위해 가져온 제물을 바친 다음, 남편 파라오의 무덤 동쪽에 있는 쿠프의 세왕비의 피라미드에도 참배합니다. 묘지에서 올리는 의식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모두 참가했고 신분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모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돌봐 주어야 할 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라미드 둘레에는 파라오 신하들 무덤이 늘어서고, 신하들의 친척은 파라오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엄숙하게 집안사람들의 카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집트인은 자기들이 죽고 난 뒤, 그러니까 자기들의 카가 무덤 속에서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살아 있을 동안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아무리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역시 미덥지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남에게 돈을 주고 오래까지 잊지 않도록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자기 스스로 영원한 집을 마련하는 사람은 반드시 땅의 일부를 갈라주어 언제까지나 자기의 카에게 음식을 바치는 비용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이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몇 대고 몇 십 대고 자손 되는 이는 죽은 사람인 카의 음식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인은 이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이 언제까지나 분부한 것을 지켜 준다고 믿을 수가 없었으므로 이집트인은 그 점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발굴가들이 비로소 사카라의 신하들 무덤을 발굴했을 때, 안쪽의 벽 곳곳에 그려져 있는 정교한 그림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림은 거의 다 시골 생활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온갖 광경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밭갈이며 씨 뿌리기며 가을 걷이며 곡식의 저장, 방아 찧는 그림을 비롯하여 집에서 기르는 새의 시중이며 가축을 놓아기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집트인이 그렇게 시골 생활을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하고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시골 생활을 못내 그리워했기 때문에 이런 그림을 골랐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잡거나 요리되고 있는 가축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은 어쩐 까닭일까요? 누군가 문득 생각해 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골 생활’을 그린 그림이 아니고 ‘먹을 것’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집트인은 자기들의 카가 굶주리는 일이 없도록 무덤의 벽에 먹을 것의 그림을 그리게 했던 것입니다. 비록 친척 되는 이가 음식을 가져오는 것을 잊더라도 카는 굶어 죽을 걱정이 없습니다. 카는 그림의 음식을 바라보고 눈으로 배를 불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발굴자가 이 그림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그림은 고대 이집트에 관한 도서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굴자들은 피라미드에 대하여 실망하고 있었으므로 이 그림이 더욱 소중했습니다. 저 돌산들에는 거의 무엇 하나 숨겨져 있지 않았으니까요. 파라오들이 편안하게 눕혀진지 몇백 년 뒤에는 피라미드가 하나도 남김없이 도둑들에게 도굴을 당하고, 파라오와 함께 파묻혔던 보석이며 보물이 모두 도둑맞았던 것입니다. 사실, 피라미드는 너무 커서 지나치게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즉 도둑들은 거기에 가면, 보물이 반드시 있을것이다, 하고 눈독을 들였던 것입니다. 한편 기제에 있는 귀족들의 무덤, 그것은 마스타바라고 합니다.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거의가 검소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는 죽은 사람의 미라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지 않고, 게다가 미라는 마스타바의 훨씬 아래쪽인 작은방에 묻혀 있으며 그 깊이는 땅속 27미터나 되기 때문에 너무 깊이 파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무덤 속에 힘을 들일 만큼 값있는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도둑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마스타바는 카가 사는 작은 집입니다. 거기서 발견되는 것은 죽은 사람의 돌비석(그 이름이나 신분이나 족보를 그린 돌)과 미라에게 만일의 일이 생겼을 경우 예비의 몸으로 언제라도 쓸 수 있는 몸 크기의 조각상밖에 없었습니다. 이것과는 반대로 피라미드는 그 안에 훌륭한 보물이 있다고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도둑들도 자연히 이것을 손에 넣으려고 어떤 위험, 어떤 수고를 무릅쓰더라도 거기에 들어가 보겠다는 욕심을 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윽고 가까스로 이것을 깨닫게 되자, 뒷날의 파라오들은 방법을 바꾸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크기보다도 탄탄하게 만드는 게 좋다, 피라미드는 크게 만들면 만들수록 도둑들의 눈을 벗어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에, 피라미드는 좀 더 작게 하고 안에 있는 보물이 도둑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기로 했습니다. 건축가와 도둑의 지혜 겨루기. 대 피라미드를 쌓을 무렵에도 건축가들은 한두 가지의 꾀를 썼습니다. 이를테면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이 13미터 되는 북쪽에 있는 구멍의 돌을 치워야만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뒤에 발명된 연구에 견준다면,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침내 건축가와 도둑의 경쟁이 시작되어 서로 상대편을 이기려고 갖은 재주를 다 부렸습니다. 이 경쟁이 얼마나 불꽃 튀기는 것이었나 하는 것은 하와라에 있는 아멘엠헤트 3세의 ‘벽돌’로 된 피라미드를 발굴한 피트리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이 무덤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어디에 입구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전에 이것을 찾아내려고 한 탐험가도 있었으나, 고작 북쪽의 ‘벽돌’을 몹시 파괴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피라미드는 ‘아직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이었고 안에서 무엇이 발견될지 짐작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어떤 파라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그 이름마저 확실치 않았습니다. 피트리는 먼저 피라미드의 북쪽을 조사했으나 거기서는 입구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쪽의 중간쯤을 조사했습니다. 이 역시 입구가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피트리는 나머지 뒤 방향의 가장자리에 쌓인 산더미 같은 모래며 벽돌 따위를 실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입구를 찾는 것을 단념하기로 했습니다. 중심부까지 터널을 뚫는 편이 차라리 쉬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생각보다 훨씬 작업이 늦어져, 몇 주일이 지났는데도 겨우 구멍이 반쯤 뚫렸을 뿐이었습니다. 그 두꺼운 ‘벽돌’의 바깥벽을 겨우 뚫고 들어가자 이윽고 눈앞에 하나의 방벽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에 힘을 얻어 피트리는 터널을 계속 파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피트리는 자기의 가장 큰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을 알았습니다. 방의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겠습니까. 전에 도둑이 들어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도둑들이 어떻게 하여 들어왔을까, 하고 피트리는 이것저것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얼른 구멍 옆으로 달려가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구멍은 너무나 좁아서 피트리는 곧 내려가 볼 수가 없었으나, 먼저 그곳에 괴어있는 물의 깊이를 조사하고 줄사다리와 함께 소년 하나를 내 려 보냈습니다. 이윽고 소년이 든 촛불에 비쳐 두 개의 돌관이 떠올랐습니다. 피트리는 도둑이 뚫어 놓은 구멍을 좀 더 넓히고 그 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물이 허리까지 차서 조사하기가 힘들었지만 피트리는 값어치 있는 물건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것이 누구의 피라미드인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발로 더듬어 느낀 바로는 바닥에 돌 부스러기 같은게 깔려있고 그중에는 명기(시체와 함께 묻는 생활 도구)도 얼마쯤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꾼들은 물밑을 찾는 일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으나, 몇 명의 소년들에게 특별 품삯을 주기로 약속하고 쟁의로 바닥 언저리를 긁어모아 납작한 종이 날에 걸리는 잡동사니들을 건져 내게 했습니다. 피트리는 아맨엠 헤트 3세의 이름이 새겨진 설화석고(석고의 한 가지)의 항아리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으로 큰 돌 관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관은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피트리는 그 대답도 윗방에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방을 치우다가 일꾼들이 설화석고로 만든 아름다운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하나하나 이름을 붙인 모두 합해서 백 개가 넘는 제물의 그림이 제단 거죽에 가득 새겨져있고 어느 것이나 모두 왕의 딸인 프타네펠에게 바치고 있었습니다. 이 공주는 아마도 아버지가 왕위에 있을 때 죽은 모양으로, 그 파라오는 이 공주를 몹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무덤에 묻였던 모양입니다. 피트리는 이제 달리 아무것도 찾아낼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둑이 들어온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피라미드의 위아래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군데군데 흙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를 깔고 손과 발의 힘을 이용하여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미끄러지든가 기어가든가 물속을 걷든가 하면 되도록 바깥쪽에 가까운 곳까지 이르렀습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자, 진짜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꽤 확실히 알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피라미드의 남쪽에 있는 이 지점은 2주일 걸려서 치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수천 년 전 도둑들이 찾아낸 입구가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도둑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건축가들이 만들어 놓은 비밀통로를 도둑이 어떤 식으로 하나하나 찾아냈는지 알았습니다. 피라미드의 남쪽이라는, 그 예 가 없는 입구를 찾아내기까지 도둑들이 얼마나 참을성 있게 꾸준히 일을 했을까요? 더구나 이것은 겨우 첫걸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입구를 찾자마자 도둑들은 또 하나의 곤란에 부딪쳤던 것입니다. 길게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캄캄한 어둠 속으로, 언뜻 보아 출입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방까지 곧장 나있습니다. 도둑은 벽이나 바닥을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어디고 나갈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도둑들의 끈기는 마침내 천장의 커다란 창문에서 나가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은 좋아하며 그리로 침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또 웬일일까요. 그들이 본 것은 돌덩어리로 완전히 막힌 길뿐이었습니다. 이 ‘방해물’도 도둑들을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헤쳐나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막다른 골목 같은 길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이 막다른 길은 도둑들의 주의를 엉뚱한 데로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진짜 길은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도 훤하게 뚫려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도둑들이 진짜 길로 밀어닥쳤을 때, 거기에는 두 번째의 빈 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을 찾으면 좋은지 알고 있는 도둑들이 잠시 찾고 있는 동안 ‘미닫이 창문’의 문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을 옆으로 열자 눈앞에 또 다른 길이 나타났습니다. 앞에 또 다른 길이 나타났습니다. 또 빈방으로 통하는 그 비밀을 찾아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기어올라가 그 밖으로 나가면 또 길이 있고 다른 방으로 통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없던 것이 보였습니다. 방바닥에 두 개의 우물처럼 수직갱이 파여있습니다. 그 구멍은 무덤으로 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도둑은 그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옆길로 꾀어들이기 위한 ‘가짜 우물’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방은 몹시 도둑들의 속을 태웠습니다. 그 방은 무덤방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내려고 마구 뜯어낸들 장식품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둑들은 이 실패에도 풀이 꺾이지 않고 길의 바닥을 찾다가 마침내 안이 막힌 비스듬한 땅굴을 발견하고 이것을 지나 무덤방으로 침입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장 큰 '방해물’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방에는 문이 없었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은 천장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도둑들은 천장의 돌을 들어 올리고 싶었으나 그것은 자그마치 45톤이나 되었습니다! 야단났습니다. 도저히 그렇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둑들은 유리처럼 단단한 사암으로 된 천장 돌에 구멍을 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트리는 얼기설기 얽힌 캄캄한 길과 ‘미닫이 창문’의 방을 지나 다시 한번 밖으로 나오자 이 피라미드를 고안해 낸 건축가와 그 수수께끼를 푼 도둑 모두에게 감탄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무리 도둑이라도 사람인데 어떻게 다른 도움이 없이 보물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가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남았습니다. 정말 이 피라미드를 관리하는 신관이 명령을 어긴 것이나 아닐까요? 이집트 끝 무렵의 신관은 거의가 도둑과 손을 잡고 죽은 사람의 보물을 훔쳤다고 합니다. 아멘엠헤트의 신관들도 도둑에게 꾀었던 것이 아닐까요? 신관의 배신을 누가 알겠습니까? 카만은 알 테지만, 그 카라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둑들이 미라를 파괴하면 그 순간 카는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장례식의 화려함을 말해 주는 것으로 도둑이 남기고 간섬록암과 ‘유리 바위’의 장식품 조각들이 조금 남아 있을 뿐입니다. 도둑들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가져갔던가 아니면 불태워 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무덤 방만은 어지간한 도둑들도 파괴하지 못했습니다. 피트리가 흙 그릇의 조각들을 주워 모으고 있는 사이에 깨달은 일이지만, 그 방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덩어리의 단단한 황색의 석영암을 꿰뚫은, 길이 육칠 미터, 두께 1미터에 가까운 엄청나게 큰 보석으로 내부가 만들어져있었습니다. 그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 구조는 더욱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피라미드의 중심에 있는 무게 110톤의 보석! 어지간한 피트리였지만 그것을 생각할 때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둑이 건축가를 이기지 못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피트리는 자꾸만 생각했습니다. 호화롭기 이를 데 없는 아맨 엠헤트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었다면! 그런데 하와라의 묘지에는 피라미드의 실망을 메우어줄 일이 몇 개쯤 있었으므로, 피트리는 그다지 낙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묘지에서 도굴을 당하지 않은 가장 오랜 무덤은 ‘홀타’ 라는 이름의 대귀족 무덤이었습니다. 거기에서는 좋은 유물이 나올 것 같았으므로, 어떠한 ‘방해’가 있더라도 그 관을 무사히 꺼내어 그 귀족이 죽음의 잠자리에 들었을 때의 호화로운 광경을 꼭 보겠다고 피트리는 결심했습니다. 그 ‘방해’란 아라비아인이 다스릴 때 하와라 지방 거의가 운하의 물이 불어난 까닭으로 물속에 잠긴 일이 있고 그 때문에 지하 12미터의 방에 있는 돌관이 반쯤 물투성이가 되어 있는 일이었습니다. 돌 관 속의 유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몇 달 동안을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도둑들이 보여준 끈기 못지않은 참을성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작업은 12미터의 우물 밑바닥, 캄캄한 방 속에서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얄미운 물을 첨벙거리면서, 해야만 했습니다. 좁은 장소에서 그러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피트리는 촛불을 의지하여 돌 관을 꺼내기 위해 먼저 돌조각들을 치우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것이 끝나자 더욱 어려운, 뚜껑이 열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돌 관이 아무리 해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뚜껑의 돌은 두께 60센티미터에 가깝고 거의 물속에 있습니다. 뚜껑 전체를 움직이려면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이것을 둘로 자르는데 또 몇 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이윽고 뚜껑 반쪽이 들어 올려졌는데 하필이면 그것이 안쪽 관의 발쪽이 아니겠습니까. 피트리는 코까지 물속에 들이밀며 하루 종일 안쪽의 관을 끌어내려고 땀을 흘렸지만, 또 한쪽인 뚜껑돌 아래에서는 그것을 끌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남은 반쪽의 뚜껑돌도 들어내야만 했습니다. 며칠 뒤, 일꾼들이 뚜껑돌의 바닥과 물과의 사이에 머리를 들이밀 수 있을 만큼 뚜껑 돌을 들어 올렸으므로 나는 안쪽의 관을 타고 앉아 또 하루 지긋지긋한 날을 보냈다. 내가 그 속에 앉아 얄미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않으면 머리도 구부릴 수 없을 정도였다. 관의 겉뚜껑은 단단히 관에 끼여 있었다. 속 뚜껑을 억지로 열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지만 관이 바닥의 모래에 묻혀 있었으므로 발로 쇠 지렛대를 사용하여 구멍을 파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그것은 모두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물속 깊이 있었다. 모든 일을 손으로 더듬어 가며 해야 했고 검은 물속에서 어떻게 되어있는지 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작업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피트리는 그 고생스러운 광경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돌 관에는 손잡이 같은 것이 달려 있지 않았으므로 피트리는 마지막으로 뚜껑에 구멍을 뚫는 방법을 썼습니다. 몇 개의 구멍에 튼튼한 볼트를 꼭 맞게 끼고 이것에 밧줄을 매어 관이 나올 때까지 일꾼들을 시켜 잡아당기게 했던 것입니다. 저승으로 가는 여행. 금은과 온갖 보석이 홀타와 함께 관 속에 넣어져 있었습니다. 피트리는 보석마다 그 위치를 확인하면서 그 하나하나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의 두려움을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오싹했습니다. 보석 그것은 지옥의 악마로부터 홀타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살아 있을 때에도 눈에 보이지 않은 악마들은 홀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적인 악마는 홀타를 병에 걸리게 하고 마침내는 죽게 했습니다. 살아 있을 때 홀타는 온갖 ‘마술’을 다 써가며 이적과 맞섰지만 죽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마술’에 힘 입 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목숨의 근원인 태양처럼 찬란한 금의 장식품, 하늘의 높은 신처럼 둥근 보석, 사람의 핏빛과 같은 보석,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처럼 녹색인 보석 이것은 모두 악마를 예방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것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것을 홀타는 알고 있었습니다. 탈 없이 영원한 생활에 들어가려 하는 사람은 이 세상의 온갖 주문, 온갖 마술의 방법을 속속들이 알고서 저승에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저승으로 가는 여행은 무척 어려움이 많은 긴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뿔이 있는 독사, 악어, 원숭이, 괴물, 뱀, 불길 등 무서운 것이며 ‘방해물’이 뒤따를 것이 뻔합니다. 죽은 사람을 도와 여행을 탈 없이 마치는 것은 올바른 ‘말’ 뿐입니다. 더구나 오시리스신(죽은 사람들의 왕으로 저승을 다스리는 신)과 42명의 재판관 앞에 서려면 또 다른 말이 필요했습니다. 거기에서는 진실의 저울로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저울질되고 고백과 마지막 소원이 허락됩니다. “저는 주인에게 노예를 늘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고 그는 바른대로 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아무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남을 죽인 일도 없고 신들의 신전이나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아아, 영원히 살아 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만 했을까요! 너무나 많아서 이집트인은 나중에 죽기 전에 그것을 모두 외는 일을 단념했던 모양입니다. 작은 피라미드가 몇 개 발굴되자 탐험 가는 파라오의 무덤 방벽에 새겨져 있는 여러 가지 기다란 종교적인 가르침을 발견했습니다. 이를테면 저승에서는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하는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따위의 가르침을 말입니다. 나중에는 중산층들도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여 그 글귀를 자기들의 관에 새기도록 하였고 좀 더 뒷날에는 모든 관 속에다 죽은 뒤에 필요한 가르침을 모두 쓴 ‘죽은 사람의 책’을 함께 넣어 파묻었습니다. 죽는다는 일, 훌륭히 파묻힌다는 일은 살아 있는 이집트인에게는 아주 중대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집트인은 그 일만을 지나칠 만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어쩐 까닭인지 그것이 이집트인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민족의 성질을 그 생활 태도, 몸 가까이에 두는 물건들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집트 인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파라오들의 궁전을 몇 개 다시 세우려고 한 발굴가들은 그들의 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파라오의 궁전은 겉으로 보기에 흙벽돌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 안은 갖가지로 화려했으며 고상한 취미의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의식을 올리는 방에는 진기한 나무를 조각한 것이며 사치스럽게 칠한 둥근 기둥이 늘어서서 지붕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들의 문짝마다 금 은으로 아로새겼고 공작들이 나 유리 보석이 박혀있었습니다. 많은 벽은 화려한 색깔로 치장되었고 천장이나 바닥은 숲이나 늪이나 강의 자연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가구나 그릇은 하나하나가 그 주인의 고상한 취미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파라오와 그 가족 파라오가 많은 왕비를 거느리고 때로는 백 명 남짓한 아이들을 갖고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대가족이었는데, 그들은 아주 고상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둘러싸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고 아침부터 밤까지 생활이 모두 즐거웠던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렇게 살자면 많은 직공이나 관리나 하인이나 노예가 필요했습니다. 오랫동안 이집트에서 조사를 한 유명한 학자인 가스통 마스페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파라오의 화장을 위해서만도 스무 명이 넘는 화장사에게 일거리를 주었다. 파라오의 머리나 목을 면도하는 왕실에 딸린 이발사들, 검은빛이나 푸른빛의 가발을 만들고 머리 칼을 구부려 머리에 씌운 뒤 왕관에 맞도록 손질하는 미용사들이 있고 손톱을 깎고 다듬어 주는 사람, 몸에 뿌리는 향유나 머릿기름, 눈꺼풀을 검게 물들이는 사람, 입술이나 볼에 칠하는 연지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파라오는 구두를 만드는 사람, 허리띠를 만드는 사람, 바느질을 맡아 하는 사람, 옷감의 좋고 나쁨을 고르는 사람 속옷감만을 다루는 사람, 길고 짧고 두껍고 엷은 허리에 꼭 끼는 옷이나 외투 그리고 옷자락을 길게 끌리는 부인의 옷만 만드는 사람 등등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옷들은 거의가 흰옷이었고 더운 나라였기 때문에 자주 빨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또 보석 등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 왕홀 등 온갖 의식에 따라 파라오에게 필요한 아주 많은 종류를 생각한다면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왕비나 그 밖에 후궁의 귀부인들도 많은 시녀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옷들은 거의가 흰옷이었고 더운 나라였기 때문에 자주 빨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또 보석 등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 왕홀 등 온갖 의식에 따라 파라오에게 필요한 아주 많은 종류를 생각한다면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왕비나 그 밖에 후궁의 귀부인들도 많은 시녀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심심할 때에는 누구나 음악사며 가수며 춤추는 사람이며 어릿광대나 난쟁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고상하고 호화로운 생활이었습니다. 따라서 살아 있는 동안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있었던 이 임금님이나 귀족 들은 죽고 나서도 아름다운 것과 떨어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그들은 중산층처럼 무덤에다 자기들이 사용하고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의 작은 모형을 만들어 함께 파묻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진짜 물건들을 몸 가까이 두기를 바라고 그 고집이 그들을 멸망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욕심 많은 도둑들은 무덤이 크거나 입구가 비밀로 감추어져 있거나, 막다른 방으로 만들어져 있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을 파헤쳤습니다. 임금님의 무덤은 하나하나 도굴당하고 마침내 제18왕조가 들어섰을 때에는 온 이집트에서 도둑의 약탈을 당하지 않은 임금님의 무덤은 거의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파라오들은 이것을 보고서 갈팡질팡했으나 어쩔 수도 없었습니다. 마침내 파라오들은 어떤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라오와 도둑. 파라오들은 자기들의 미라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물을 시체와 함께 파묻지 말거나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무덤을 감추든가 두 가지 중의 어느 쪽인가를 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결코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쓰라린 것을 참아야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카에게 먹을 것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딱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무덤은 사람 눈에 띄지 않는 황야에 몰래 감춘다 하더라도 무덤의 신전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이것은 카에게는 아주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카는 날마다 무덤에서 신전까지 발이 아프도록 걸어갔다가 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파라오들은 자기들의 카에게 이런 불편을 참게 하려고 결심할 때까지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 마침내 파라오들은 꽤 대담한 결심이기는 했으나 무덤을 안전하게 하는 오직 하나의 방법으로 이것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신전과 무덤을 떼어 놓는 것입니다. 파라오들은 수도 테베에 있는 강 건너편의 무덤의 신전을 세우기는 하되 무덤은 묘지의 북쪽에 있는 황폐한 작은 골짜기에 몰래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새로운 계획대로 기원전 1500년 무렵부터 500년가량, 대대로 파라오들은 자기의 시체를 그 작은 골짜기에 파묻게 했습니다. 그곳은 ‘파라오 무덤의 골짜기’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파라오들은 겨우 무덤 속에서 영원히 평안한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도둑들도 무덤들을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파라오들은 다시 실패했습니다. 그것은 파라오들 이전 시대의 조상들처럼 여전히 꽤 많은 보물을 자기들의 무덤 속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끈기만 있다면, 아주 훌륭 한 돈벌이가 되는데 숨긴 장소를 좀처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쯤으로 단념해 버리는 도둑이 있을까요? ‘파라오 무덤의 골짜기’는 그때부터 500년 동안 서른 명의 파라오들의 엄청난 보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만한 보물을 위해서라면 도둑들도 웬만한 위험이나 수고쯤은 아까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숨긴 장소를 비밀로 해두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대대의 파라오들이 잠자는 곳이 어디인지 똑똑히 알고 있는 이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먼저 무덤을 만드는 데 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아마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죽도록 땀 흘리며 일해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인 일꾼은 아주 조금만 돈을 주면, 꾀임에 넘어갈 것이 뻔합니다. 때로는 자기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명의 사람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린다는 끔찍한 방법을 쓴 파라오도 있긴 합니다. 파라오 투트메스 1세의 주임 건축가 이네니는 자기의 무덤 벽에 적은 이력에 ‘단 한 사람도 보는 이도 없고 듣는 이도 없이 벼랑에 있는 폐하의 무덤을 파는 감독을 했다.’고 썼습니다. 이네니는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이네니의 명령으로 무덤을 만든 백 명 남짓의 증인들을 죽여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언제나 일꾼들 모두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비밀은 아무래도 새어 나가게 마련이니까요. 강한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파라오의 무덤은 얼마만큼 안전했습니다. 그러한 시대에는 파라오의 조상이 잠자는 것을 방해하는 자는 무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임금님의 무덤은 도둑을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배자가 약해지자 도둑맞지 않는 무덤이 없게 되었습니다. 무덤을 도굴하는 도둑질은 더욱더 심해지고 나중에는 보기 흉할 만큼 드러내 놓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마땅히 무덤을 지켜야 할 사람이 앞장서서 그 꼴불견의 짓을 저지른 적도 많았습니다. 어느 옛날 문서에 ‘죽은 사람의 도시’의 장관 페베로오가 도둑의 한 무리로 고발된 일이 있습니다. 이 사나이를 고발 한 사람은 페셀이라는 정직한 테베 시장으로 묘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로오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우겼습니다. 조사를 위해 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공교롭게도 위원 가운데 몇 사람은 이 도둑질에 관계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수단을 다하여 악당 로오를 무죄로 만들고, 셀은 거짓 고발을 했다는 죄를 뒤집어쓴 채 유죄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조사는 재빨리 진전되어, ‘죽은 사람의 도시’의 행정 당국이 위로는 장관으로부터 아래로는 한낱 일꾼에 이르기까지 모두 썩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무덤 도둑 질은 하나의 직업으로 조직되고 무덤을 지키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가장 나쁜 악당이었던 것입니다. 그 무렵 임금의 힘은 아주 약해서, 파라오들은 거의 무덤 도둑질을 그만두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파라오는 모두 도둑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제21왕조의 신관(왕)들은 이따금 생각난 것처럼 도굴당한 조상의 미라를 하나하나 다시 파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왕들도 마침내 귀찮기만 했던 모양입니다. 한 파라오는 너무나 품이 많이 드는데 성을 내어, 모두 모아서 함께 파묻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도굴당한 열세 파라오들의 미라를 모아 아맨호테프 2세의 골짜기 무덤에 모셨고 또 아스템케브 왕후의 완성되지 않은 무덤에는 마흔 명의 왕실 사람들이 무더기로 채워졌습니다. 우연하게도 이 사람들은 3000년 뒤 발굴될 때까지 그곳에 편안히 누워 있었습니다. 3000년이 지난 뒤 어떤 가난한 아라비아인의 한 식구가 왕후 아스템케브의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이 무덤은 파라오 무덤의 골짜기에서가 아니라 바깥쪽인 테르엘바플리의 신전 근처의 높은 동산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압델 라스울은 꽤나 약삭빠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옛날 물건들이 관광객에게 비싼 값으로 팔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곧 한밑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심을 받는다면 자기 가족에게 화가 미치므로 한꺼번에 모든 걸 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들은 조금씩 물건을 팔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이들도 남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차례로 팔려고 내놓는 물건들이 여느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굉장히 큰 보물 더미를 발견한 거라고 관리들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6년 뒤 압델 라스울의 일가족은 체포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른다고 끝까지 우겨댔지만, 마침내 어느 날 가족 하나가 자백을 하고 ‘유물 보관소’의 관리를 보물이 있는 장소에 안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압델 라스울과 에밀 브르그슈 베이와 또 한 사람이 남의 눈을 피해 가며 갔습니다. 주위는 황폐하여 쓸쓸했고, 일행이 얼마쯤 가는 사이에 카이로에서 온 이 관리는 자기가 뜻하지 않은 일에 부딪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자 라스울은 갑자기 눈앞에 입을 벌리고 있는 캄캄한 깊은 구멍을 손가락질했습니다. 이것이 무덤일까요? 라스울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설마 파라오의 보물이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이런 구멍 속에 있다고 믿어지지 않았으나 그래도 브르그슈는 들어가 보리라 결심하고 압델 라스울이 구멍 입구에 밧줄을 손에 잡자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브르그슈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놀라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쯤 막힌 길을 거꾸러지다시피 해서 모퉁이 하나를 돌았을 때, 저도 모르게 비틀비틀 뒷걸음질 칠 만큼 많은 미라의 관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흥분할 대로 흥분한 브르그슈는 길 가장 자리로 걸어갔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방으로 통해 있었고 거기에는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거나 바닥 위에 눕혀져 있는 금박을 씌운 커다란 미라의 관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브르그슈의 가슴은, 아까 밧줄을 잡고 구멍으로 내려왔을 때보다도 더 뛰었습니다. 눈앞에는 3000년 전 그 자리에 있었던 임금님들의 시체가 있고 그 가운데는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위대했던 사람들, 특히 그 왕궁에서 모세가 자라났다고 하는 저 가장 위대한 람세스 2세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발견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투탕크 아멘(투탕카멘)왕. 이렇게 많은 파라오의 진짜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은 의기양양하여 콧대가 자못 높았지만, 그런데도 이것을 모두 내 주고 바꾸어도 좋다고 생각되는게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도굴되지 않은 임금님의 무덤, 파라오가 편안하게 눕혀졌던 때 그대로 무엇이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임금님의 무덤이었습니다. 그것은 발굴가들 누구나가 갖고 있는 꿈이었습니다. 언제나 도둑들이 고고학자를 앞질렀기 때문에 이 꿈은 오랫동안 차례차례 실망으로 끝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면 무엇인가 뜻하지 않게 재수가 좋은 ‘노다지’ 가 발견되어, 꺼져가고 있던 희망을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이 사람들은 다시 활기 있게 발굴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카너번과 카터가 있었습니다. 하워드 카터는 전문적인 고고학자이며, 앞서 나온 피트리에게서 발굴의 훈련을 받고 생애의 대부분을 이집트에서 발굴로 보낸 사람입니다. 카너번은 좋은 가문에서 훌륭한 대학을 마친 사람이며, 골동품을 모으는 게 취미였습니다. 이 두 사람은 친구였고 내년 동안이나 함께 일을 했습니다. 어쨌든 카너번과 카터는 무작정 ‘파라오 무덤의 골짜기’를 파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은 하나의 확실한 무덤, 파라오, 투탕크 아멘의 무덤을 찾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그것이 있는 장소를 알아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그 계획이 우스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투탕크 아멘의 무덤은 이미 발견되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카너번과 카터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투탕크 아멘과 왕비의 모습과 이름이 그려진 그릇의 조각이 있었던 무덤구덩이는 임금님을 파묻는 장소치고는 너무나도 작고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그 물건이 나중에 거기에 갖다 놓아진 것이고 파라오 자신이 그 장소에 묻힌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투탕크 아멘의 무덤은 자기들이 골라 놓은 장소인 골짜기의 중심부에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두 사람은 믿고 있었습니다. 그 언저리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증거라고 여겨지는 투탕크 아멘 왕의 장례식에 사용된 그릇의 조각이든 두 개의 물병이 발굴되었기 때문입니다. 1917년 가을, 이 발굴가들이 전에 보아 두었던 장소를 조사하고 나서 마침내 정식으로 발굴을 시작했을 때 그들은 그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이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앞서 파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버려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본디의 땅에 첫 쟁이질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을 모두 치워야만 합니다. 그 뒤 몇 년 동안이나 두 사람은 잤습니다. 아마도 람세스 6세의 무덤을 파는데 사용된 듯싶은, 그 옛날 직공들이 살고 있었던 몇 개인가의 돌 움막집 터인 작은 지역 말고는 한 치도 남기지 않고 파헤쳤습니다. 이 움막집은 파라오의 무덤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카터와 카너번은 존경의 마음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만일 이 움막집 언저리를 발굴하면, 유명한 람세스 6세의 무덤을 참배하는 사람 들의 길을 파게 되므로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곳을 버려두고 그 대신 가망이 있다고 생각되는 다른 장소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곳도 전과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6년이나 걸려 가면서 잤는데도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자, 카너번은 앞으로 계속 파야 할지 어떨지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터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파헤치지 않은 땅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는 한 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움막집의 구역이 남아 있습니다. 카터는 그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22년 11월 1일 카터는 일꾼들을 움막집 구역에 옮겼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하고자 한, 카터 자신도 깜짝 놀라 우뚝 서버렸을 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작은 구역의 발굴을 시작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일터에 가 본 카터는 무엇인가 색다른 일이 생겼다는 걸 느꼈습니다. 주위가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발굴하는 사람도 없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재빨리 들어가 보았더니 맨 먼저 파기 시작 한 움막 아래쪽에 바위를 깎아 만든 얕은 층계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카터는 자기의 눈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6년 동안 실망과 낙심만 해 왔는데, 이제 바야흐로 자신이 대발견의 입구에 서있다는 게 정말일까요? 카터가 파라고 명령하자 일꾼들은 한꺼번에 파나갔습니다. 다음날 오후까지 카터는 층계 위 가장자리를 모두 볼 수 있었고 이윽고 12단의 층계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열두 번째 층계와 같은 높이에 봉인을 하고서 싸바른 문의 위쪽이 보였습니다. 카터의 흥분은 열이 오르듯이 줄곧 높아졌습니다. 무엇인가 엄청난 무엇인가가 그 아래 있는 것 같습니다. 카터는 문을 때려 부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렀습니다. 혼자서 이 문 아래 있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좋을까요? 카너번은 그때 영국에 있었는데, 이것은 카터의 발견이자 또한 그의 발견이 아닐까요? 놀라는 일꾼들을 시켜 카터는 층계에 다시 흙을 덮으라고 명한 다음 아래와 같은 전보를 카너번에게 쳤습니다. “마침내 골짜기에서 놀랄 만한 발견을 했네. 완전한 봉인이 된 훌륭한 무덤, 자네의 도착을 기다리며 그대로 두었네. 축하하네.” 카너번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카터는 이것이 결코 한낱 꿈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무덤의 입구는 람세스 6세의 무덤 입구 아래서부터 겨우 4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른 무덤에서 이렇게 가까운 곁에 또 하나의 무덤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주일이 지나자 카너 번은 딸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드디어 카터는 일꾼들에게 다시 한번 층계를 파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하여 봉인을 하고 있는 문 아래쪽에서, 카터들은 그만 섬뜩하고 놀랄 만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파라오인 투탕크 아멘의 봉인입니다. 이제야말로 카터들은 모든 걸 알았습니다. 이 문안은 투탕크 아멘의 비밀 보물광 이거나 아니면 두 사람이 지금까지 찾고 있었던 바로 그 무덤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불안케 만든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문의 일부분이 고쳐지고 그 고쳐진 부분에 똑똑히 묘지의 표적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이 문은 일부분 파괴되어 묘지의 관리인 손으로 고쳐졌던 것입니다. 도둑이 유물에 손을 대기 전에 붙잡혔을까요? 투탕크 아멘의 호화로운 유물은 하다못해 그 얼마쯤이라도 이중 봉인의 문안에 남아 있을까요? 아니면 몇 년 동안이나 두 사람의 참을성 있는 수고에 보답하는 것은 휑뎅 그렁한 벽뿐일까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면서 두 사람은 문을 때려 부수었습니다. 그 저쪽에는 또 다른 ‘방해물’이 있어 앞으로 나가는 걸 가로막고 있습니다. 통로는 돌멩이로 파묻혀 있었습니다. 도둑은 여기를 빠져나갔을까요? 두 사람은 하나 둘 돌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다음 날을 카터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날’, ‘이제 두 번 다시는 맞이할 수 없는 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날 두 사람은 다시 하나의 봉인된 문이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그 문도 처음 것과 마찬가지로 열렸다가 도로 닫힌 자국이 또렷이 남아있었습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 연장도 제대로 잡을 수 없습니다. 카터는 문에 가까스로 작은 구멍을 뚫고 촛불을 디밀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눈이 차츰 어둠에 익자 “방 안의 자질구레한 것들이 천천히 안갯속에서 나타났다. 진기한 동물, 조각상, 그리고 금 곳곳에 금이 빛나고 있었다.” “무엇이 보이나?” 카터가 벙어리처럼 멍청히 넋을 잃고 서있으므로 카너번이 걱정스러운 둣 물었습니다. “아아, 너무나 훌륭해!” 카터는 겨우 이 말밖에 못 했습니다. 그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이제까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놀랄 만한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박물관 하나가 가득해질 만큼 많은 물건이 그 한방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금빛으로 칠해져 있고 옆구리에 이상한 짐승 모양을 조각한 침대 의자가 셋, 파수병처럼 마주 본 어떤 국왕의 조각상 두 개가 가장 중요한 물건 같았으나 그 둘레에 무늬 박힌 문갑, 설화석고로 만든 꽃병, 신주를 모셔두는 작은 장, 침대, 의자, 금을 박은 옥좌, 수북이 쌓아 놓은 흰 상자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망가진 전차(싸움 차)의 산더미 등 온갖 것이 가득 있었습니다. 카터와 카너번은 놀라 두근거리던 마음이 가라앉자 그제야 방 안에 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이곳은 한낱 비밀의 보물광이었을까요? 다시 한번 찬찬히살펴 보았더니 두 개의 조각상이 파수병처럼 서 있는 사이에 봉인된 문이 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발견의 첫 단계에 들어섰을 뿐인 것입니다. 두 사람이 본 것은 맨 바깥방이었습니다. 파수병 같은 조각상이 서 있는 문 뒤에는 아마도 또 다른 방들이 이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 방들 가운데 하나에서 파라오의 관이 발견될 것입니다. 이튿날, 새로 발견한 문을 부수고 전깃불 공사를 한 뒤, 둘레가 똑똑히 보이게 되자마자 두 사람은 파수병인 왕의 조각상 사이 문으로 달려갔습니다. 멀리서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이곳도 또 도둑이 앞질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쪽 가까이 작은 구멍이 뚫렸고, 이것을 메우어 다시 봉인을 한 자국이 뚜렷이 나 있었습니다. 이 문을 부수고 도둑이 얼마만큼 훔쳐 갔는지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을 누르기란, 앞서 한 번 파낸 층계를 다시 파묻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억누르는 힘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카터와 카너번은 보물 찾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고고학자이며 자기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바깥방의 물건들을 어쩌다가 잘못 망가뜨릴 짓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쨌든 그곳에 너무 많은 물건이 있어 두 사람은 그저 어리둥절하기 만 했습니다. 흥분한 두 사람은 미친 사람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차례차례 유물들을 살펴보다가 또 하나의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침대 의자의 그늘에 가려진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입니다. 도둑이 뚫고 난 뒤 도로 봉인이 되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두 사람은 아주 밝은 전등을 구멍까지 끌고 가서 안을 들여 다 보았습니다. 방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방보다는 작지만 너절하게 놓여있는 물건이 훨씬 많은 듯한 방이었습니다. 게다가 무척 심하게 어지럽혀져있습니다. 바깥방은 묘지 관리인이 도둑이 들은 뒤 청소를 할 속셈으로 얼마쯤 치웠지만, 이곳은 그대로 내버려 둔 모양입니다. 도둑은 지진이라도 난 듯 마구 흩어 놓았으므로, 바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도 없을 만큼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카터와 카너번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일은 몇 날이나 걸리는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가구며 옷, 식료품, 전차, 무기, 산책 지팡이, 보석 등 박물 관이 가득해질 만큼의 보물 모두를 사진 찍고 이름을 적은 꼬리표를 붙이고 손질하고 짐을 꾸려서 배에 싣자면 아주 큰일이었던 것입니다. 하늘 같은 영화. 한편 이런 일을 하면서도 카터와 카너번은 파수병과 같은 왕의 조각상이 서 있는 그 문안에 무엇이 있는가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그 쪽에 힐끗 눈길을 보냈지만 끝내 유혹을 이겨냈습니다. 바깥방의 유물들을 탈 없이 모두 짐으로 꾸리고 마지막 허섭스레기까지 말끔히 치운 다음, 혹시 염주알 하나라든가 유물의 조각 따위가 아직 남아 있지 않는가 확인한 다음에, 그 문을 열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그날이 오자, 조용한 가운데 카터는 발판 위에 올라가 떨리는 손으로 정성껏 석회를 깎아 내어 그 속에 박혀 있는 돌맹이를 빼냈습니다. 이윽고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이 뚫어지자 카터는 안쪽에 전등을 비췄습니다. 눈앞 약 1미터 되는 곳부터 눈길이 닿는 데까지 누르스름 한 벽 같은 것이 이어져 있습니다. 돌을 몇 개 더 치우고 나자 비로소 카터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방은 틀림없는 무덤 방이고 누르스름한 벽은 돌 관을 덮고 지키기 위해 세워진 커다란 금박을 씌운 덮개였던 것입니다. 문을 다 뜯어내는 데는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윽고 카터는 바깥방보다 1미터 20센티미터쯤 낮게 만들어져 있는 무덤방에 들어갔고 카너번도 관 덮개와 벽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 뒤따랐습니다. 관 덮개라고 했지만, 그 덮개에 또 지붕이 있어 마치 방처럼 만들어진 것입니다. 모양도 컸고 거의 방 가득 들어찼는데 높이 2미터 반, 길이 5미터, 넓이는 3미터나 되었습니다. 게다가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금박으로 덮여 있습니다. 카터와 카너번은 장식 품을 조사하느라고 꾸물거리지는 않았습니다. 집처럼 생긴 덮개의 한쪽에 커다란 문짝이 달려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빨리 그것에 다가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도둑이 손을 대었는지 않았는지였습니다. 빗장을 뽑고 문을 열었습니다. 안쪽에는 바깥쪽과 똑같이 생긴 덮개가 또 하나 있고 역시 빗장이 달린 문짝이 있는데 봉인되어 있습니다. 다행하게도 그것은 뜯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임금님은 무사했던 것입니다.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놓은 카터들은 그제야 그곳에 놓아두고 둘레에 보이는 것을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깃줄을 끌고 방 끝으로 가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벽은 막혀 있지 않고 거기에 낮은 문이 있었습니다! 문은 두 사람을 손짓하여 부르듯 열려 있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갔더니 바깥쪽의 방들보다 작지만 그 방에는 이 무덤에서 가장 좋은 보물이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문을 향해 아주 아름다운 기념물이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놀란 나머지 숨이 멋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조그만 신주를 모시는 장같이 생긴 것인데 역시 금박에 덮여 있습니다. 위에 코브라(뱀)의 조각이 있고 그 둘레에는 ‘신주장’을 지키듯 두 팔을 뻗치고 있는 네 명의 죽음의 여신상이 서있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지옥의 표시로 표범의 신 아누비스가 ‘신주장’위에 있는 ‘썰매’에 누워 있고 그 뒤의 대 위에 황소의 머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방의 한쪽에는 꽤 많은 검은 ‘신주장’이며 상자가 놓여 있고, 카터들이 열린 문 너머로 혹표범의 무리들 위에 선 투탕크 아멘의 상을 볼 수 있었던 것 하나 말고는 모두 ‘뚜껑’이 닫혀 있었습니다. 방 여기저기에는 이 밖에도 많은 작은 관이며 모형 배가 있었습니다. 그 밖에 전차 하나와, 상아와 나무로 된 작은 상자 몇 개가 방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도둑은 확실히 여기까지 들어오긴 했으나 작은 상자는 거의가 아직도 봉인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다지 많이 갖고 가지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카터와 카너번은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물건은 3000년 전의 생활을 말해 주는 유물입니다. 그런데도 겨우 어제오늘, 또는 1년이나 2년 전의 것처럼 여겨집니다. 투탕크아멘은 틀림없이 기원전 1400년에 이집트를 다스렸는데, 임금님은 바로 얼마 전에 죽었을 뿐이고 자기들은 그 장례식에 참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상한 이 무덤보다 오히려 20세기인 현실의 세계가, 넋을 잃다시피 한 이 두 발굴가에게는 꿈결처럼 생각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곧 임금님의 관을 덮은 덮개를 뜯어 헤쳐 볼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이집트 정부가 반대했으므로 작업을 미루어야만 했습니다. 이집트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는 사이에 카너번은 죽고 말았습니다. 무덤에서 돌아온 카터는 슬프고 무거운 마음으로 혼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돌관은 거의 방을 다 차지하여 손을 댈 여지도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깥 부분인 덮개는 각각 무게가 4분의 1톤부터 4분의 3톤이나 됩니다. 상처를 내지 않고 움직이기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카터의 참을성을 좀 더 시험하기나 하듯 돌관을 덮는 덮개는 둘도 아닌 네 개나 있었습니다. 이것을 탈 없이 운반해 내는 데 80일이나 걸렸습니다. 마침내 ‘방해물’이 치워지고 돌관이 나타났습니다. 노란 석영암을 파서 만든 관인데 팔을 뻗친 여신들을 돋보이도록 새겨 놓고 있습니다. 기묘하게도 그 뚜껑은 석영암에 어울리게 색칠을 했으나, 석영암이 아닌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금이 가서 손질해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직공들이 관의 뚜껑을 떨어뜨려 비슷한 것을 만들 사이가 없었으므로 화강암을 대신 쓴 것이라고 카터는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너무 비좁은 장소라 금이 갔던 것이겠지요. 뚜껑을 열었을 때, 언뜻 보아 그 속의 물건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안에 누워 있는 것은 아마포로 둘둘 감겨 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터가 정신없이 아마포 자락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사이에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관이 나타났습니다! 그 관은 왕 자신의 모습처럼 만들어졌고 대부분이 넓은 돋을새김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머릿부분과 양손은 두텁고 큰 금덩어리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가슴 위로 마주 잡은 두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와 ‘도리깨’ 같은 것을 잡고 얼굴은 금을 얇게 입혀 불룩하게 내밀도록 했는데 두 눈은 ‘얼룩들’과 ‘흑요석’, 눈썹과 눈꺼풀은 천연의 ‘유리들’이었습니다. 소년 왕의 이마는 눈 부신 상감 세공으로 만들어진 코브라와 콘도르가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그 둘레에 작은 꽃다발 고리가 감겨져 있습니다. 카터는 그것이 뒤에 남겨진 소녀 왕비의 ‘이별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카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갖 사치를 다한 임금님의 물건들 가운데서 아직도 색깔을 남기고 있는 이 몇 송이의 시든 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그것은 3000년이란 시간이 정말 얼마나 짧은지 겨우 어제와 오늘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관 뚜껑을 여는 것이 다음 번 일이었습니다. 카터는 이때 벌써 안에 아마도 또 하나의 관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짐작은 맞았습니다. 안의 관도 역시 사람의 모양으로 이 임금님의 초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금박에 화려한 색유리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 관의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안에 세 번째의 관이 있고, 이상히도 무거웠던 세 번째 관은 모두 금덩어리였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라오의 장례가 사치를 다한 것이라고는 상상하고 있었지만 이만큼 희한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도둑들이 언제나 임금님의 ‘시체’를 발견하려고 애썼던 것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관 속의 금만 하더라도 250만 달러의 값어치가 되니까요. 더구나 투탕크 아멘은 이집트의 역대 왕 가운데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이집트의 역사에서 가장 그 세력이 희미했던 시대에 왕위에 오른 소년 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집트가 영광의 절정에 있었던 무렵의 위대한 파라오의 장례용 관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투탕크 아멘의 속 관 앞에서 놀란 채 몸이 굳어 그저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이와 같은 감회였습니다. 이윽고 금의 '손잡이'로 마지막 뚜껑을 열었습니다. 임금님의 미라가 나타났습니다. 얼굴에는 임금님의 얼굴을 본 떠 만든 금가면이 씌워져 있고 시체 둘레에는 물건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면 아래에는 예쁜 왕관이 있고 목둘레에는 악마를 쫓기 위한 많은 목걸이, 가슴에는 금으로 된 ‘가슴받이’, 오른쪽 정강이에 상 이집트의 콘도르, 왼쪽 정강이에 하 이집트의 코브라 뱀이 붙어 있었습니다. 발에는 네 개의 발 고리쇠, 발끝에는 금으로 된 샌들, 발가락과 손가락에는 금반지, 두 팔에는 귀중한 돌을 아로새긴 금은 팔찌가 있었습니다. 시체의 둘레에는 모두 101 군데에 143점의 물건들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카터는 보물을 조사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일생 동안 꿈만 꿀 뿐인 일을 해낸 그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여태까지 이런 발견이 이루어졌던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한 일조차 없었습니다. 이것은 얼마만 한 값어치가 있을까요? 1500만 달러? 2000만 달러? 돈의 가치 따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카터는 파묻힌 문명의 증거로써 투탕크 아멘의 무덤이 헤아릴 수 없는 값어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숱한 왕의 시체 가운데서 이것만이 도둑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오직 하나뿐이긴 했지만, 파묻힌 파라오의 세계, 빛과 매혹과 노예 제도와 고생스러운 노동의 세계, 두려움과 마술과 아름다움과 뛰어난 기술의 세계를 되살리는 데는 그것 하나로도 충분했습니다. 신비한 흙무더기.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두 강 사이에 메소포타미아 평원이 있습니다. 일찍이 이 메소포타미아 평원에는 큰 도시가 늘어서고 그 도시를 다스리는 임금님들은 자기 땅의 아득한 저편까지 세력을 떨쳤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놀랄 만큼 슬기로운 수도사들과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뜰, 세계의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진 탑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남아 있습니다. 사실 이 고장에는 티글라트필레세르, 센나케 리브, 네브카 드네자르 둥 무서운 임금님들의 이름이 얽혀 있습니다. 헤브라이의 예언자는 니네베(아시리아 제국의 마지막 수도) 나바빌론(아시리아에게 멸망된 바빌로니아의 수도)의 악독함을 소리 높이 짖꾸고 있는가 하면 자기들을 압박하고 괴롭힌 제국을 만든 임금님들의 호사스러움과 잔인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니네베나 바빌론은 정말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요? 크고 훌륭한 문명이 태어났다가 쓰러지고 더구나 그 자취마저 남기지 않는다는 일이 있을까요? 이 나라의 형편을 살펴보아도 옛날 이곳에 뛰어난 문명이 있고 대바빌로니아 제국이 있었으며 이 세상의 온갖 것을 멸망시킬 수 있는 노여움을 터뜨린 니네베가 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상상케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황폐한 메소포타미아 평원 어디를 보아도 호기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비참한 마을 사람들 곧 다루기 힘든 베두윈 족이나 살인자인 쿠르드 족이 옛날에 훌륭한 조상을 가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영화를 돌이 켜주는 피라미드도, 신전도, 조각도, 오벨리스크도 없고 무엇인가 그 ‘표적’을 찾아내려는 나그네는 아무도 읽을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는 한두 개의 ‘벽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나그네는 평원 여기저기에 솟아 있는 여느 흙무더기에서 그런 ‘벽돌’을 주울 수 있습니다. 이 흙무더기가 무엇이냐고 고장 사람에게 물어도 아는 이가 없습니다. 흙무더기이죠. 다만 그것뿐. 그들의 어린 시절도 그 아버지의 시대에도 그 또 할아버지의 시대에도 그 흙무더기는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베두윈 족은 그 대답으로 만족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흙무더기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고 궁금해 했습니다. 흙무더기에는 어떠한 비밀이 있을까요? 무덤으로서는 너무나 큽니다. 또 하나의 허물어진 도시가 이 아래 잠자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이것은 백 년 전에 몇몇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의문이었습니다. 그 비밀이 지금은 풀렸습니다. 오랜 역사의 이집트도 이제는 오래되었다는 걸로 뽐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과 똑같을 만큼, 또는 그것보다 오랜 문명 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을 깬 아시리아. 1842년 폴 에밀 보타라는 프랑스 인이 메소포타미아 모술 시의 영사 대리로 임명되었는데, 그는 몹시 남다른 인물이었습니다. 보타는 전에 이집트에서 영사 대리로 있었던 박물학자인데 과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 기후가 나쁜 예멘이나 시리아에도 산 일이 있습니다. 그는 활발한 활동가인데다가 37살인데도 여전히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고고학에의 꿈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유명한 역사학자였으므로 보타는 역사를 무엇보다도 좋아했습니다. 모술에 부임 명령을 받기 훨씬 전부터 메소포타미아의 흙무더기 속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히 여겼습니다. 그 속에 틀림없이 고대 세계가 파묻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 땅을 밟게 되자마자 보타는 흙무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를 밝혀 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굳은 신념과 큰 희망, 용솟음치는 과학 정신을 품고서 보타는 먼저 모술의 언저리를 하나하나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집마다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무엇인가 매우 오랜 것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인가 옛날 물건을 가져오면 곧 그것을 사들였고 그것이 나타난 장소를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디를 파면 가장 좋은가 알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어디가 어딘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으므로, 이윽고 보타는 흙무더기가 발견되면 닥치는 대로 파보리라고 결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모술의 바로 건너편에 쿠윤지크라는 곳이 있습니다. 보타로서는 그곳도 파볼만 한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꼬박 1년의 작업이 끝났건만 문자를 새긴 약간의 ‘벽돌’과 조각품의 부스러기 두서너 개 말고는 이렇다 할 물건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보타의 열렬한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지 어떤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보다가 생각에 잠겨 일꾼들의 발굴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한 아라비아인이 보타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우연히 지나가던 옆 마을 사람이었는데,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발길을 멈추었던 것입니다. 이 사람이 보타에게 정중히 말을 걸었습니다. 프랑크(아라비아 인의 말로 서양인이란 뜻)는 문자가 새겨진 ‘벽돌’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쓸모없는 장소에서 파고 있는가? 그가 사는 호르사바드 마을에는 많은 ‘벽돌’이 있다. 만일 프랑크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갖다주겠소, 나는 물감으로 염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벽돌’로 부뚜막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보타는 그 사나이를 상대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아라비아인에게 가끔 속은 일이 있기 때문에, 아라비아인이 참된 말을 한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사나이의 말은 보타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시간은 지나고 자기가 열심히 한 일에서 아무런 수확도 없다는 것을 알자, 보타는 용기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보타는 아라비아인의 말을 한 번 믿어 보기로 하고, 일꾼 두서 너 사람을 그 아라비아인의 마을로 보냈습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습니다. 1주일도 지나기 전에 좋은 소식을 가진 심부름꾼이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문자와 조각이 하나 가득 새겨져 있는 나란한 벽 두 개가 발굴되었다는 것입니다. 보타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멍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도 빨리! 보타는 허둥지둥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보타가 오랫동안 꿈꾼 그 벽입니다! 하지만 그 벽은 어떤 벽일까요? 정말 보타는 무엇을 발굴한 것일까요? 보타로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조각 속에서 보타를 쳐다보는 사람은 모두가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그런 옷이나 무기나 물건은 본 일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일이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그곳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눈앞에는 이 고대 사람의 비밀을 푸는 하나의 열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조각 사이에 씌어져 있는 쇄기 모양(설형 문자)의 문자입니다.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보타로서는 읽을 수 없었으나, 다만 그 문자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쇄기 문자, 곧 설형 문자는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하고 나서부터는 쓰이지 않았으므로, 조각 속의 사람들이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전의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그 벽은 니네베의 벽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이 아시리아인의 손으로 쌓아졌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보타는 생각했습니다. 호르사바드에는 보타가 바라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이 파묻혀 있었습니다. 옛 유물로 가득 찬, 한없이 늘어선 방들이 흙무더기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요새를 공격하는 광경을 나타낸 조각, 싸움에서 죽은 사람의 수를 기록하는 서기, 끌려가는 포로, 무참히도 창에 찔려 있는 포로, 전차와 앞발을 번쩍 든 말, 또한 임금님의 옷을 입고 으스대며 웃음 짓는 정복자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보타는 자기의 가장 큰 소망이 이루어졌다는 것, 아시리아 임금님들의 궁전이 발굴되었다는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 이런 보고서를 보냈습니다. "니네베의 영화롭던 때의 물건이라고 생각되는 조각을 발견한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믿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국민은 몹시 흥분하여 이런 놀라운 대사업에는 온갖 원조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타를 도와 그 일을 계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곧 자금을 만들어야만 한다, 프랑스에 가져올 수 없는 것은 하나하나 스케치를 하기 위해 미술가를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타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어려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처럼 애써서 파낸 조각이 발굴하자마자 형체가 부쉬지고 마는 것입니다. 벽을 받치려고 나무 기둥을 갖다 대면 보타가 안 보는 사이에 언덕 꼭대기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훔쳐가 버립니다. 모술의 파사(태수)도 보타에게 나쁜 감정을 품었습니다. 보타가 금을 찾기 위해 발굴하는 줄로만 알고는 그 일에 온갖 훼방을 놓았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발굴의 지시를 하든가 복구 작업을 하든가 스케치를 하든가 기록을 계속하는 일은, 지칠 줄 모르는 보타 같은 사람이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시리아의 유물을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은 숙련된 기술의 힘이라기보다도 보타와 같은 사람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역사책에서 아시리아인과 날개가 달린 황소와 사자 사냥과 전쟁 광경 같은 사진을 보아 익숙해져 있는 오늘날의 우리로서는, 그로부터 3년 뒤 마침내 보타가 찾아낸 조각품과 엷은 돋을새김이 프랑스 땅에 닿았을 때의 소동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그 무렵에는 아직도 그러한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아시리아는 2000년 동안 잠자고 있었습니다. 1842년까지는 니네베나 바빌론의 유물을 모두 합쳐도 1제곱미터도 안되는 상자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시리아인이 어떻게 도시를 공격하고 성벽을 기어올라갔으며 주민을 찔러 죽이고 포로나 보물을 빼앗아갔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것은, 그 조각의 뛰어난 아름다움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그들의 잔인함과 권력으로 해서 더욱더 널리 알려진 이 신비한 민족을 본다는 호기심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입니다. 두울 샤르킨에 있는 그 궁전에서 나온 조각품은 그 무렵에 깜짝 놀랄 만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술가나 작가나 역사가들이 기뻐하며 보타의 발굴품을 보러 모여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상상으로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옷, 진짜 무기, 진짜 전화, 진짜 아시리아인으로 연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것은 모두 그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보타가 발굴을 시작했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 찾아가겠지요. 잊혀진 문명의 모습은 머지않아 그 사람들의 손으로 남김없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옳았습니다. 이윽고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고고학자가 될 오스틴 헨리레이어드가 이때 벌써 그 흙무더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레이어드의 발굴. 레이어드는 영국 사람입니다. 그는 늘 동양을 좋아하고 그리워했습니다. 그는 동양에 관한 책을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서 읽었습니다. 아라비아 문자를 배우고 페르시아 말도 조금 배웠습니다. 전에 선장이었던 사람에게서 육분의의 사용법도 배웠습니다. 망원경이나 한난계, 기압계, 나침반, 시계도 손에 넣었습니다. 의사인 친구까지 사귀어 동양에서 가장 걸리기 쉬운 병의 증세를 알아 두고, 상처를 치료할 경우의 메스 사용법도 배웠습니다. 이와 같은 지식이 모두 나중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레이어드는 동양에 대한 이러한 지식 말고는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열여섯 살 때 배우기 시작한 법률이 싫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런던의 법률 사무실에서 6년 동안 지낸 뒤, 이제는 달아나든가 눈물을 머금고 자기의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끝에 첫 번째 길을 택하리라 결심했으며, 마침내 혼자 스웨덴과 러시아를 거쳐 동양으로 가는 나그네길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1840년 머나먼 여행을 거듭한 끝에 아시리아의 흙무더기를 찾은 레이어드는 곧 그 흙무더기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마음을 깊이 움직이는 것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2년 뒤, 레이어드는 모술에서 보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흙무더기 몇 개를 발굴해 보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때의 레이어드에게는 돈이 없었지만,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흙무더기와 아시리아 고대의 유물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레이어드의 그러한 열성이 마침내 영국 대사를 감동시켰습니다. 대사는 60파운드의 자금을 대주었습니다. 그것은 1845년, 레이어드가 처음으로 흙무더기 발굴을 생각한 지 5년이 지난 뒤 였습니 다. 레이어드는 한시도 꾸물대지 않았습니다. 60파운드에 자기의 얼마 안 되는 저금을 보태자, 말에 실은 한 쌍의 자루 말고는 하인도 짐도 없이 니네베를 다시 한번 되살리려고 하는 부푼 마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는 모술을 향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레이어드는 온갖 고생을 참고 온갖 방해에 부딪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모술의 태수가 훼방을 놓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 태수가 전에 보타의 발굴을 방해한 그 사람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레이어드는 그 발굴기에 똑똑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한 성질의 인물인 것 만은 틀림없습니다. 이 사나이는 터키인이 땅은 모두 터키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애꾸눈에 귀는 한쪽밖에 없고 키가 작은 뚱뚱보였습니다. 게다가 얼굴은 박박 얽었으며 목소리는 왕방울 같았고 하는 짓 마저 거칠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이 지방을 다스리기 위해 콘스탄티노플에서 보내지자, ‘이빨세’ (자기가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맛없고 거친 식사를 하면 이빨이 썩게 되므로 그 보상으로 받는 세금)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조그만 시작일 뿐이었습니 다. 드디어 그가 다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무서움과 절망에 빠졌습니다. 아무에게서나 재산을 빼앗고, 여기저기서 사람의 목을 베었습니다. 조그만 어린이들만을 잡아먹지 않았을 뿐, 그야말로 사람들이 말하듯 악마와 같은 사나이였습니다. 레이어드는 이내 깨달았듯이 그 고장 사람들은 모두 이 사나이가 하는 대로 마지못해 따르고 있었습니다. 레이어드는 그따위 사나이와 교섭할 생각을 하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도저히 발굴 계획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총과 창을 사들여, 이제부터 마을 가까이에서 산돼지 사냥을 한다 하고서는 살며시 티그리스 강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시골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길목마다 사나운 베두인족이 나타나 태수에게 재물을 빼앗긴 분풀이로 아무나 붙들어 죽인다고 위협하면서 돈을 꽤 앗아 가곤 했습니다. 발굴의 전망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잘 사귀는 재주가 있는 레이어드는 그날 안으로 흙무더기 가까이에 천막을 치고 있는 무리의 우두머리 아와드와 친해졌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그곳에서 벌써 여섯 명의 일꾼을 얻게 되었습니다. 레이어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 몸이 달아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전날 밤은 땅속의 궁전과, 엄청나게 큰 괴물과, 사람 모양의 조각상, 숱한 비석의 문자 등이 눈앞에 줄곧 어른거려 한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자기 꿈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이었으니까요. 그가 선택한 장소가 발굴에 썩 좋은 장소라는 것은 그 흙무더기를 힐끗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습니다. 땅거죽은 모두 문자가 씌어 있는 벽돌로 덮여 있었으니까요. 레이어드가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자, 땅 위로 설화 석고의 조각이 비쭉 나와 있는 곳으로 아와드가 안내해 주었습니다. 레이어드는 거기부터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정말 운이 좋게도 두서너 시간 일을 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여러 장의 판석을 이은 벽 위쪽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방의 벽이라는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레이어드는 될 둣이 기뻐했으나 만족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꾼들 반을 그 곳에 남게 하여 일을 시키고 나머지는 앞서 설화 석고의 조각을 발견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시 행운이 레이어드를 찾아왔습니다. 파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문자가 새겨진 벽을 파내니, 해가 저 물 때까지 ‘흙무더 기 안에 꽤 넓은 건물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레이어드는 마음 놓고 잠을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겨우 여섯 명의 일꾼을 부려서 하루 일을 했을 뿐인데 궁전이 있는 곳을 두 곳이나 찾아냈던 것입니다. 다음날 또다시 다섯 명의 인부가 지원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레이어드는 흙무더기를 온통 파헤치는 미치광이일 뿐이었습니 다. 그러나 그는 꼬박꼬박 품삯을 치렀으므로 일꾼들은 만일 그가 정말 그런 돌 때문에 귀중한 돈을 쓰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싶어 한다면 기꺼이 그 돌을 찾아 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종족의 우두머리 아와드는 어떤 생각으로 레이어드가 발굴을 하려 하고 있는지, 자기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레이어드가 금박을 씌운 ‘자국’이 있는 상아의 조각상과 두서너 장의 금박을 발견하자, 드디어 내 생각대로구나, 하고 아라비아인 추장은 생각했습니다. 추장은 살며시 레이어드를 부르더니 너덜너덜 찢어진 종이에 싼 금박을 몇 장 꺼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이곳에는 틀림없이 금이 있습니다. 곧 알라신의 도움으로 모두 파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도 해선 안 됩니다! 파샤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장이 말한 대로 되었습니다. 이 태수는 벌써 레이어드가 니무르드에서 하고 있는 일을 눈치채고, 작업이 진전되기도 전에 대장이나 군인으로 꾸민 스파이를 보내어 레이어드가 하는 일 모두를 감시하게 했습니다. 금박을 찾아낸 일이 알려지자 대장은 레이어드를 향해서 단 한마디로 그만두라고 명령했습니다. 레이어드는 서둘러 모술로 갔습니다. 태수는 여러 가지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는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 흙무더기는 지금까지 회교도(이슬람 교도)의 묘지로 사용되어 왔고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으며, 그런 짓을 하면 이 고장 사람이 성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느 틈엔지 먼 마을에서 무덤의 비석을 가져다가 흙무더기 위에 세워 놓았던 것입니다. 다행하게도, 때마침 이때 그 태수에게 ‘신의 벌’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쁜 짓만 일삼던 그는 태수의 자리에서 쫓겨나 비가 줄줄 새는 낡은 집 단칸방에서 초라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태수가 갈리자 레이어드는 겨우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레이어드가 흙무더기에 다가가자 두 사람의 아라비아인이 뛰어왔습니다. 한 사람이 외쳤습니다. “나리, 어서 따라오십시오! 니무르드의 모습을 찾아냈습니다.” 아라비아인들은 이 흙무더기를, 그들의 성경 속에 있는 니무르드의 무덤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레이어드의 희망은 처음부터 보타가 호르사바드에서 발굴한 것과 같은 날개 달린 큰 조각상을 찾아내는 것이었으므로 지금 일꾼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이내 알았습니다. 그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흙무더기에 달려가 보았더니 정말 기대했던 대로였습니다. 큰 조각상의 윗몸이 흙 속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아라비아인이 그걸 보고서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 큰 조각상 때문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시크(회교의 신관)가 부하를 반이나 데리고서 마을에서 재빨리 달려왔는데, 구덩이 속에 내려가 조각상이 한낱 돌이라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고 오라고 말해도 금방 곧이듣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용기를 내어 살펴보고 온 시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언자가...그분에게 평안 있으라! 가장 키가 큰 야자나무보다 크다고 말씀하신 이교도의 거인들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노아가...그분에게 평안 있으라! 대홍수가 일어나기 전에 저주한 이교도의 신상 가운데 하나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이윽고 이 소식이 모술에게 알려지자 좀 더 소동이 커졌습니다. 카디 (터키의 재판관)로서는 무엇이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위대한 ‘사냥꾼’ 니무르드의 유골인지 아니면 그의 석상에 지나지 않는지 카디는 알고 싶었습니다. 태수도 니무르드가 회교의 예언자였는지 아니면 다른 신을 믿는 이교도였는지 그다지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알라 신의 노여움이 자기들에게 떨어지 지 않도록 무엇인가 예방을 하려 했으므로, 레이어드는 유물을 공손히 모시고 지금 곧 발굴을 멈추도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믿음이 깊은 자의 조상들(자기들의 조상들)에게 아무런 나쁜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작업을 시작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 큰 조각상의 뒤를 이어 또 많은 조각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발굴함에 따라 날개가 달린 사자와 황소가 열세 쌍 이상이나 이 고대의 도읍 카라에 있는 앗슈르나시르팔의 궁전에서 나타났습니다. 쿠윤지크의 땅 속. 레이어드는 보타가 오랫동안 쿠윤지크라 부르는 흙무더기를 파헤치고 끝내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는 것을 듣고 있었으나, 이제 귀찮게 굴던 모술의 태수도 갈렸으므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자기가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큰 흙무더기에 하나도 유물이 없을 까닭이 없다 생각하고, 찬찬히 흙 가죽 전체를 조사한 다음, 발굴할 장소를 정했습니다. 만일 레이어드에게 땅속을 꿰뚫어 보는 힘이 있었다 해도 이보다 훌륭하게 좋은 장소를 고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레이어드는 니무르드에서의 경험을 살려, 아시리아인이 대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사용했다고 하는 흙벽돌의 토대까지 파내려 갔습니다. 6미터쯤 파자 토대에 닿았으므로 이어서 여러 방향으로 줄을 잤습니다. 곧, 수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꾼이 하나의 벽을 찾아냈는데, 그것을 따라 나갔더니 날개 달린 황소로 장식된 넓은 방으로 통하는 입구가 나타났습니다. 네 주일 동안 작업을 계속하자 길쭉한 아홉 개의 방이 나타났습니다. 궁전이 화재를 당했기 때문에 조각들은 거의 석회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나마 남은 것만으로도 그 궁전이 니무르드에서 발견한 것과는 비길 수조차 없을 만큼 훌륭한 궁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보타가 그토록 오랫동안 ‘헛되이’ 찾다가 나중에는 팽개쳐 버린 이 쿠윤지 그야말로 저 위대한 아시리아의 대성 채인 니네베, 바로 그곳이었으니까요. 그 벽이야말로 센 나케리브 왕의 궁전 벽이었습니다. 그 옛날 여러 민족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센나케리브 왕이 한낱 전설 속의 임금님이 아니라는 사실이니 네베를 발 견함으로써 밝혀졌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역사였습니다. 여기에 그 왕의 궁전이 있습니다. 그 왕의 온갖 못된 짓이 그려져 있습니다. 참혹한 광경을 새겨 놓게 했던 둥근 통 모양의 찰흙 도장이 있습니다. 그 왕은 약탈을 했고 포로를 불에 태워 죽였고 베어 죽이든가 창에 찔러 죽이든가 했습니다. 센나케리브는 ‘나는 쳐들어갔다, 나는 정복했다, 나는 약탈했다, 나는 온갖 것의 씨를 말리게 했다. 나는 불을 질러 태워 버렸다.’ 하는 일 같은 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여 센나케리브가 강물처럼 흐르는 적의 핏속으로 말을 달리게 했고, 들판을 병사들의 시체로 풀처럼 덮었는지를 학자들은 레이어드의 발견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왕에 대해 칭찬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가 아시리아의 임금님들 가운데, 이를테면 앗슈르나시르팔 만큼은 나쁘지 않았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군인 260명을 나는 칼로 베고 머리를 잘라서 쌓아 놓았다. 나는 그들의 성문에 모난 기둥을 기대게 하고 받란을 일으킨 주모자 모두의 가죽을 벗겼으며, 그 가죽으로 모난 기둥을 둘러쳤다. 어떤 자는 기둥 속에 흙과 함께 싸 발랐고 어떤 자는 ‘말뚝’에 꼬챙이처럼 꿰었다. 또 어떤 자는 기둥 둘레에 못 박았다. 이것은 앗슈르나시르팔의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 임금님의 기록이든 마찬가지로 피와 불과 시체와 고문과 손을 자르고 발을 잘랐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기록이 쌓여 감에 따라, 아시리아인이 그 평판대로의 사람이었다는 것이 환히 드러났습니다. 아시리아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레이어드는 그 잔인한 아시리아의 왕 조차도 피를 흘리게 하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정말이지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잔인한 앗슈르바니팔 (센나케리브 왕의 손자)조차도 책은 좋아했으니까요. 왕은 책을 아주 좋아하여 자기의 도서관에 3만 권의 책을 모으게 했습니다. 센나케리브 왕의 궁전 방 가운데서 나중에 지어진 두 개의 방에서 레이어드는 앗슈르바니팔 왕이 가지고 있던 책의 절반을 찾아냈습니다. 그 귀중한 산더미 같은 타블레트를 조사하면서 레이어드는, 이 발견이야말로 자기의 공적 가운데 가장 빛나는 수확임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도서관은 레이어드가 발견한 것들 가운데 가장 많이 고대 아시리아를 이야기해 주고 있었습니다. 칼로 살고 있었던 아시리아 인이 이렇게 힘들여 가며 찰흙에 쓸 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앗슈르바니팔이 가지고 있었던 책의 대부분은 바빌론이 나보르시파의 도서관에 있었던 타블레트의 사본인데, 거의가 종교적인 것, 그 밖의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예언이나 꿈이나 제물로 바친 양의 간을 조사하여 앞일을 예언하는 방법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그밖에 주문이나 악마를 쫓는 방법에 관해 씌어진 것도 많았습니다. 성수와 7이란 숫자는 매우 좋은 것이라 여겨졌으며 ‘성경의 구절’을 외어 가며 손발의 둘레에 예방의 실을 일곱 번 감으면 어떠한 악마라도 쫓겨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레이어드는 가장 가치가 있는 나머지 반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레이어드가 빛나는 영예를 한 몸에 지닌 채 쿠윤지크를 떠나고 나서, 얼마 뒤에 호르무즈드 라쌈이 앗슈르바니팔 왕의 궁전에서 도서관 책의 나머지 반을 파냈던 것 입니다. 바빌로니아의 위대한 문학 작품이 발견된 것도 바로 라쌈이 파낸 타블레트에서 였습니다. 그 타블레트가 런던에 보내져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자, 아시리아 옛 유물 부분의 조수로 있던 조지 스미스라는 사람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872년의 가을 어느 날, 스미스는 커다란 조각을 앞에 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읽은 이야기가 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처럼 여겨져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대홍수의 이야기였습니다. 스미스는 계속해서 그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썼으며, 이윽고 그 줄거리가 헤브라이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몹시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크게 다른 점도 있습니다. 헤브라이의 이야기는 노아의 그 방주의 이야기만으로 되어 있는데, 타블레트의 이야기는 길가메시라는 바빌로니아의 영웅이 영원한 생명을 찾아헤맸을 때 겪은 숱한 모험들 가운데 한 부분인 것 같았습니다. 스미스가 그것을 발견하고 흥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나머지는 어디에 있을까요? 대영 박물관에 없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아마도 쿠윤지크의 어딘가에 아직도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스미스가 이 발견을 발표하자, 런던의 신문이 곧 도움의 손길을 뻗쳤습니다. 만일 쿠윤지크에 가서 모자라는 타블레트를 찾아내려는 학자가 있다면, 발굴 비용으로 1천 기니를 신문사에서 주겠다는 것입니다. 성공의 가망은 산더미 같은 마른 풀 속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조지스미스는 자기가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스미스는 성서의 이야기 바탕이 되어 있는 ‘대홍수 이야기’의 없어진 부분을 거의 모두 찾아낸 것입니다. 수수께끼를 풀다. 두 사람이 고작 몇십년 동안에 아시리아를 2000년의 잠에서 깨어나게 했습니다. 보타는 아주 많은 업적을 쌓았고 레이어드는 좀더 많은 일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리아는 쐐기 모양의 문자를 하나 하나 읽어서 푸는 천재들이 없었다면 본디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만큼 놀랄 만한 기적 같은 이야기는 또 어디 있을까요. 로제타 돌 보다 더 어려웠는데도 학자들은 저마다 다른 세 나라의 국어로 사용되고 있는 설형 문자의 기원에 관해 놀랄 만한 학설을 세웠습니다. 17세기에 이탈리아의 여행자 피에트라 델라바레는 설형 문자를 베껴서 자기 나라에 보낸 일이 있습니다. 바레는 어째서 이것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가 하는데 대한 자기의 생각을 말했는데, 사람들은 이 쇄기 모양의 문자를 여러 가지로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문자가 아니라는 학자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인이 사용한 소용돌이 모양의 장식과 같은 것으로 하나의 장식이라고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많은 여행자는 유명한 페르세폴리스의 폐허를 찾고 바위나 기념물에 새겨진 문자를 봄에 따라, 이것이 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자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의 도읍이라서 아시리아인을 다스린 민족의 옛날 수도라고 믿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쇄기 모양을 한 문자의 어느 것인가를 페르시아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어느것인 가, 그게 문제입니다. 비문에는 문자가 세 줄로 나란히 씌어진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복자는 자기네 말이 가장 뛰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한가운데 두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양쪽의 문자는 정복된 두 민족의 글자가 아닐까요? 학자는 그렇게 믿고 가운데의 문자를 예를 들면 ‘가’, 그 밖의 것은 ‘나’, ‘다’라고 불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습니다. 어떤 학자는 '가’ 비문 속에 자주 나타나는 일정 한 왜기 모양을 가려내어, 이것을 분별사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연구는 잠시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쐐기 문자와 비긴다면 로제타돌의 경우 문제는 간단했습니다. 세 개의 문자 가운데 하나는 학자가 잘 알고 있는 그리스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셋 다 학자가 모르는 언어였습니다. 비문의 어느 것을 보더라도 무슨 말이 씌어져 있는지, 또 모래밭에 찍힌 새 발자국과 다름없는 몇 개의 쐐기 모양 가운데 하나하나가 어떤 발음과 뜻을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열쇠는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괴팅겐 대학의 그리스어 선생인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그로테펜트라는 독일 학자가 마침내 훌륭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동양 사람들은 좀처럼 조상의 방법을 버리지 않는다고 이 학자는 생각했습니다. 만일 이 사람들의 조상이 어떤 방법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그것 이 자손들의 방법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이집트의 파라오를 예로 들어 봅시다. 1500년 동안 파라오들은 똑같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그 무덤을 쌓았습니다. 지금 비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까요? 아마 페르시아의 임금님들은 전의 임금님들과 같은 방법으로 비문을 새겼을 것입니다. 그로테펜트는 페르시아가 이미 설형 문자를 쓰지 않게 되고 나서부터도 으레 다음과 같은 일정한 방법으로 그 비문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갑 위 대한 왕, 여러 왕의 왕, 이란 및 아니란의 왕, 갑의 아들, 위 대한 왕, 여러 왕의 왕, 이 란 및 아니란의 왕.’ 아마, 하고 그로테팬트는 생각했습니다. 페르시아의 임금님들이 아직 설형 문자를 쓰고 있던 시대에도 같은 방법으로 썼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페르세폴리스의 비문도 그런 것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일 정말 그대로라고 한다면 여기서 단서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틀림없이 첫 글자는 왕의 이름이고 다음에 오는 것 이 분별사, 그다음의 두 글자 가운데 하나는 ‘왕’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왕’이라는 글자는 비문의 첫 부분에 몇 번이나 되풀이되고 있겠지요. 그로테펜트는 이것을 머리에 두고서 비문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기쁘게도 생각하던 대로의 것들을 거기서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한편 페르세폴리스에 있는 비문은 어느 것이나 모두 두 개의 문자 가운데 하나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만일 이 두 개의 문자가 그로페텐트의 생각대로 정말 이름이라고 한다면 뜻은 뚜렷해집니다. 기념물은 어느 것이나 두 임금님을 위해 세운 것이 되며, 기념물에는 ‘양쪽’의 이름이 씌어 있을 것입니다! 그로페텐트는 한 임금님은 다른 임금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으므로 한 임금님을 X, 다른 임금님을 노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이윽고 그는 연구하고 있던 두 개의 짧은 비 문을 다음과 같이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X왕 2의 아들, V왕 X왕의 아들. 그러자그로페텐트의 마음에 얼른 짚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비문은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짝지워져 있는데 할아버지는 이름 뒤에 ‘왕’이라는 낱말이 없는데, X V 둘 다 뒤에 ‘왕’이 붙어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결론 내리기가 쉬웠습니다. 할아버지는 임금님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세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로테팬트는 이 실마리를 얻자 한결 열심히 연구를 계속했고, 페르시아 역사를 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그리스 문헌 가운데 그러한 본보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곤란하게도 그러한 본보기는 세 개나 발견되었습니다. 그로테펜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본보기가 히스타스페스,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학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열쇠였습니다. 학자들은 이것을 실마리로 하여 연구를 시작했고 얼마 뒤 ‘가’의 문자 몇 개를 풀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이지만 때 마침 이 무렵, 학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도 모르는 한 젊은 육군 장교가 오로지 혼자 힘으로 쐐기 모양의 문자를 읽는 법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도행 기선을 타고 있는 핸리 로린슨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배에는 군인이며 유명한 동양학자인 존 매컴이 타고 있었습니다. 존은 이 젊은이에게 흥미를 갖게 되어, 몇 시간이나 페르시아 말과 문학과 역사를 들려주었습니다. 로린슨이 그 뒤 찾아갔던 장소에는 고대의 유물이 아주 많았습니다. 설형 문자의 비문도 곳곳에 있었습니다. 로린슨은 페르시아에 머무른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설형 문자의 연구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로테덴트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독일에서 연구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런데도 연구 방법은 거의 같았으며, 로린슨도 이름을 읽고 푸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로린슨이 푼 맨 먼저의 이름 또한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와 히스타스페스라는 사실입니다. 그 실마리는 둘 짝지워진 문자 세 개를 빼놓으면 두 개의 비문이 모두 같다는 사실이었고, 짝지워진 그 문자가 아버지와 아들을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로린슨은 추측했던 것입니다. 로린슨은 이 수수께끼를 풀자면 이름이 많이 들어 있는 긴 비문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베히스툰에 있는 세 종류의 언어로 씌어진 비문이야말로 안성맞춤이 아닐까요? 물론 그 장소에 가기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이 문자를 새기게 한 임금님은 뒷날의 임금님이 자기 업적에 대한 기록을 없애지 못하도록 몹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임금님은 하늘 높이 솟은 500미터의 험한 돌벼랑, 그것도 땅에서 곧장 90미터나 되는 곳에 다 조각과 비문을 간수해 놓았습니다. 거기까지 가자면 기어올라가야만 합니다. 로린슨이 승마도 하고 사냥도 하고 운동도 했던 것이 아주 쓸모 있게 된 것입니다. 로린슨은 하루에 으레 서너 번씩 미끄러지기 쉬운 벼랑을 기어올라가 열심히 문자를 베꼈고, 마침내 비문에서 페르시아어로 된 부분을 모두 베꼈습니다. 바빌로니아어로 쓰인 부분은 훨씬 긴 사다리와 밧줄과 나무못을 많이 준비하지 않으면 도저히 닿지가 않습니다. 로린슨은 몇 년 뒤 또 찾아와서 목숨을 걸 만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것을 베꼈습니다. 어쨌든 로린슨은 먼저 페르시아어 부분의 연구만으로 만족했습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연구를 계속하여 1846년에는 왕립 아시아 협회를 통하여, 숱한 전쟁의 자취를 세계에 말해 주는 다리우스 왕의 말을 번역해서 출판했습니다. 로린슨이 다시 베히스툰에 있는 세 종류 말로 쓰인 비문을 연구하고 있는 동안, 학자들은 보타나 레이어드가 발굴하여 지금은 아시리아어는 바로 바빌로니아어라고 알게 된 같은 종류의 비문 몇 개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페르시아어 글월의 해석보다도 훨씬 힘이 들었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어는 기호 하나가 한 문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아시리아어는 때에 따라 기호 하나로 철자음 하나를 나타내는가 하면, 단어 전체를 나타낼 경우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호 하나가 풀기 쉽도록 하나의 철자음 또는 하나의 단어를 나타내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호의 대부분은 발음이 하나일 뿐 아니라 몇 개인가의 다른 단어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몹시 까다롭기 때문에 만일 앗슈르바니 팔의 도서관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학자들은 아마도 골머리만 썩이다가 말았을 것입니다. 학자들은 타블레트를 정리하다가 그 가운데 몇 줄로 늘어 놓은 기호표를 발견했습니다. 그 표는 서기가 쓰기 위해 만든 ‘사전’이 었습니다. 더구나 그 사전에는 학자들이 찾고 있는 매우 귀중한 지식의 열쇠가 들어 있었습니다. 표에는 이따금 이런 것이 있습니다. 뜻은 알기 쉬웠으므로 학자들은 곧 이것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에 이런 우스 광스러운 문자가 생겼을까?” 사람들은 놀라운 기호표에 대한 말을 듣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같은 기호로 전혀 다른 세 개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니, 정말 어떻게 읽는 것일까? 학자들이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학자들은 아주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 말이 정말 있습니다.” 한 학자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이 아직 읽지 못한 글을 한 편 주십시오. 그것을 우리들이 따로따로 번역하고, 당신들은 번역한 것을 비교해 보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똑같은 것을 읽고 있는지 어떤지 알게 될 것이 아닙니까?” 왕립 아시아 협회가 그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협회는 로린슨까지 합친 학자 네 명에게 아직 풀리지 않은 아시리아, 바로 바빌로니아의 글을 하나 내주었습니다. 네 사람은 따로따로 번역을 해서, 자기의 번역문을 내놓았습니다. 번역문 네 개는 모두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문자는 정말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요? 바빌로니아인은 어떻게 하나의 기호가 몇 개의 다른 뜻을 갖는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요? 학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상히 여겼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것을 이상히 생각했습니다. 학자들은 여기에 틀림없이 까닭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파고든다면 그 까닭이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설형 문자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알 수 있을 테지요. 드디어 학자들은 그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루어진 예언. 학자들은 때에 따라서 기호 하나가 단어 전체를 나타낸다는 것으로써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다만 한 가지를 뜻하고 있습니다. 곧 패기 모양은 전에 상형 문자였고 그전에는 그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정말이지 기호 가운데는 유치한 그림처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형문자) 은 손이라는 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디 그림은 무엇을 나타내려고 했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놀랄 만큼 뛰어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인은 자기들의 글자를 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본디 그림은 다른 민족의 문자를 나타낸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 민족은 헤브라이 인이나 아 라비아 인이나 페니키아인, 바빌로니아인, 아시리아인 등을 포함한 셈족이 아닌 다른 민족이었을 것입니다. 바빌로니아인과 아시리아인은 알려지지 않은 그 민족의 문자를 빌었던 것입니다. 그 문자를 빌어온 다음 그들은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그림을 자기들의 말로 쓰 다가 다음에는 그 그림을 자기들 말의 다른 단어를 쓰기 위한 철자로 썼다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 새로운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여느 사람들은 도무지 그것을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기호 하나가 어째서 여러 개의 음을 나타내는지 설명하지 못하니까 ‘어떤’ 민족이라는 둥 엉뚱한 말을 하는 게 아니오?” 하고 비웃었습니다. “만일 당신네들의 의견이 옳다면 그 어떤 민족의 원래 말로 씌어진 비문은 왜 없죠? 그 어떤 민족이란 누구이지요? 어디서 왔나요? 아무도 듣지 못한 민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한 것을 보여 주시오.” 그래도 학자들은 그 의견을 고집했습니다. 잘 모르는 그 민족에게 ‘수메르인’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왜냐하면 두서너 개의 아주 오랜 비문 속에서, 바빌로니아 지방에 있던 임금님들이 자기들을 가리켜 수메르 및 아카드의 왕이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메르어로 쓴 비문이 있는 유물을 찾아내겠습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장소는 바빌로니아에 있습니다. 가장 오랜 비문이 나타나는 곳은 거기니까요.” 하고 학자들은 말했습니다. 얼마 뒤 그 예언은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프랑스 영사 대리가 텔레로의 흙무더기를 발굴하여 학자가 예언한 바로 그것을 파냈던 것입니다. 에르네스트 드 샤르객은 레이어드처럼 메소포타미아 고고학 연구에 꼭 알맞은 사람이었습니다. 동양의 생활 방법도 잘 알며 몸도 튼튼했습니다. 텔레로의 언덕에 대해서는 바스라에 사는 친구로부터 들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는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언덕은 길이가 약 4킬로미터, 너비가 2킬로 미터 남짓한 타원형이며 가장 가까운 읍에서 13킬로미터 나 된다고 합니다. 일 년 중 비가 오지 않는 여섯 달은 사막이며 나머지 비가 오는 여섯 달은 늪지대가 되는 곳입니다. 샤르객은 그다지 큰 희망도 품지 않고 유적을 조사하기 위해 텔레로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닿자마자 그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흙 위에 토기와 문자가 씌어있는 ‘벽돌’이며 조각의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흙무더기 기슭에는 어깨에 글자를 새긴 큰 조각상의 한 부분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곧 작업 계획이 샤르객의 머릿속에 세워졌습니다. 그 조각상은 지금 놓여 있는 곳에서 나온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운 곳 어딘가의 높은 곳에서 굴러떨어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높은 곳을 파내면 조각상이 생겼을 무렵의 또 다른 유물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샤르객의 추리가 들어맞았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습니다. 파기 시작하자 넓은 건물이 나타나더니 온갖 유물이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서 중요한 것은 조각을 한 엔나툼이라고 부르는 임금님의 큰 돌비석과 라가시라는 고대도를 다스렸던 구데아 임금님의 섬록암 조각상 여러 개, 둥근 통 모양의 붉은 흙으로 만들어진 그 임금님의 도장 두 개였습니다. 그 어느 것에나 약 2천 줄가량의 쇄기 모양 문자가 새겨졌고 학자가 예언했듯이 이 문자는 셈 계통의 것과 다른 말이라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아름답다는 점에서 본다면 샤르객이 발굴한 것은 그다지 뛰어난 것이 못되었습니다. 조각상은 조잡하고 서투른 솜씨인데다가 머리가 없는 것도 몇 개인가 있었습니다. 비록 조각상이 유치하기는 했으나 그런 것쯤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아주 어렸던 시대의 미술이고 아시리아인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거의 잊혀졌던 옛 세계의 미술인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민족, 바빌로니아인이 세력을 얻기 전 1500년 동안 바빌로니아를 지배한 민족의 작품이었습니다. 어쨌든 샤르객은 이 수메르인에 대해 빗발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수메르인은 어떤 인종에 속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어디서 왔나요? 수메르인과 바빌로니아인의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하고 말입니다. 샤르객도 다른 누구도 그 질문에 다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신비로운 고대인에 대해서는 그 때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수메르인의 역사 윤곽이 조금씩 밝혀지고 다른 고고학자가 샤르객의 뒤를 이어 바빌로니아에 찾아감에 따라 좀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는 옛날로 옛날로 거슬러올라가 조금씩 밝혀졌습니다. 니네베나 바빌론도 이제 땅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몇 개의 도시에 비긴다면 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4000년 전에 벌써 완전히 죽어 없어져 버린셈 족이 아닌 옛날의 인종, 지금은 그 이름도 잊혀지고 겨우 30년 전 드샤르객이 발굴할 때까지는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도 몰랐던 수메르인에게서 아시리 아인과 바빌로니아인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도 밝혀졌습니다. 바빌로니아인은 건축, 특히 아치의 사용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치를 만든 수메르인에게서 이어받았습니다. 바빌로니아 법률은 수메르 법률을 흉내 내어 만들어졌습니다. 바빌로니아인은 수메르인의 예술을 본땄을 뿐만 아니라 수메르 문자를 고쳐서 바빌로니 아 설형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바빌로니아의 신들조차도 수메르의 신들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고고학자들이 이처럼 놀랄 만한 사실을 밝혀낸 고대 수메르의 여러 도시는 아시리아의 도시보다 훨 씬 더 허물어진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되살리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수메르 건축의 특징인 지글러트 다시 말해 계단이 있는 탑이 그 도시에 있다는 것만은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대영 박물관과 펜실베니아 대학의 공동 조사단이 처음 세웠을 때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우르의 지글러트를 자세하게 조사하여 그 구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그 탑은 몹시 색다른 탑입니다. 마치 집짓기 나무를 차례로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며 각 층은 아래층보다 작은데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으며 꼭대기에는 제사를 드리는 신전이 있습니다. “수메르인들은 도시를 만들 때는 으레 이 탑을 만들었는데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이 벽돌에는 어떠한 뜻이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이상히 여겼습니다. “이것은 산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 날카로운 추리가 역사가들이 모두 몰라서 쩔쩔매고 있던 수메르 인의 기원을 알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까지 밝혀 주었습니다. 그것은 수메르인이 산이 많은 곳에서 왔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산을 쌓는 민족이 평원에서 왔을리는 없을 테니까요. 수메르인은 산골, 아마 인도에서 왔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도에 있을 때 수메르인은 산꼭대기에서 신을 모시고 신들에게 예배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조각에는 산꼭대기에 선신들의 모습이 나타나있으니까요. 수메르인들은 이 평원까지 와서 살게 되었을 때 고향에서처럼 신들에게 예배드릴 수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벽돌을 몇 톤씩 만들고 그것을 쌓아 올려 평원에 인공산을 만들고 옛날에 산길을 본떠 아래부터 위까지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글러트 곧 '신의 산'인 셈입니다. 이것은 또한 그 유명한 건물 바벨 탑이 뜻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바빌론. 몇천 년에 걸친 역사와 문학과 미술이 흙무더기 속에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차례로 도시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바빌론이 없는 바빌로니아? 말도 안 되지!”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바벨 탑이 솟아 있고, 이상한 정원이 하늘에 매달려 있으며, 입법자 함무라비가 살고, 이스라엘의 아들이 포로가 되어 끌려갔고, 다니엘이 사자의 밥으로 던져졌다고 일컬어지고,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그 도시를 우리는 찾아내야 한다!” 바빌론이 없는 고대 세계란 불완전한 것입니다. 많은 고고학자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바빌('신들의 문' 이라는 뜻을 가진 '바빌라니'를 생략한 말)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흙무더기를 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이 흙무더기를 파헤친다는 작업은 너무도 엄청났으므로 19세기가 끝나갈 때까지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1890년이 끝나갈 무렵, 독일의 로버트 콜드웨이는 바빌에서 잿물을 칠한 돋을새김 벽돌 조각을 발견하자, 바빌론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침내 발굴대가 만들어지고 1899년, 발굴이 시작되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자기들이 엄청난 일에 덤벼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250명이 14년 동안 발굴한 끝에 겨우 절반을 파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곳이 다른 폐허보다 어려웠던 것은 흙이 훨씬 더 높이 쌓여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장소에서는 발굴자가 으레 2미터 나 3미터, 많아야 6미터를 파면 폐허에 닿을 수 있었는데, 바빌에 서는 12미터에서 20미터까지 파야만 했습니다. 한 번 시작한 이상 독일인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바빌이 틀림없이 그 비밀을 드러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빌이 어떤 비밀을 나타낸다는 것일까요? 만일 사람들이 상상하듯, 정말로 바빌론이 그 아래 누워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바빌론일까요? 그것은 함무라비 왕의 바빌론은 아닙니다. 독일의 발굴대는 함무라비의 바빌론을 발굴하겠다는 희망은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센나케리브가 이곳을 파괴했다고 그 기록에 씌어 있기 때문입니다. '온 누리의 왕 센나케리브'는 이 도시를 정복하여 자기의 맏아들을 왕으로 앉혔습니다. 그러자 바빌로니아인은 엘람인에게 구원을 청하고 센나케리브에게 반란을 일으켜, 그의 아들을 엘람으로 잡아갔습니다. 센나케리브는 미친 듯이 성을 냈습니다. 사나운 폭풍우처럼 적군에게 덤벼들어 마음껏 피를 흘리게 한 다음, 그는 함무라비의 바빌론을 자취도 없이 파괴해 버렸습니다. 로버트 콜드웨이가 찾아내려고 한 것은 센나케리브가 파괴한 폐허 위에 세워진 새로운 바빌론입니다. 폭군 센나케 리브도 마침내 피비린내 속에서 죽어 갔습니다. 자기의 아들들에게 살해되었던 것입니다. 아들 가운데 하나인 에사르핫돈이 권력을 빼앗았습니다. 이 사람이 두 번째 바빌론을 세웠습니다. 그 뒤 나보폴랏사르와 네부카드넷자르가 새로운 바빌론을 크게 재건했고, 이윽고 바빌론은 근동에서 으뜸가는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독일의 발군 대원들이 생각했던 것은, 두 번째 바빌론의 영화가 얼마만큼 아직도 남아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발굴 대원이 특히 알고 싶었던 것은 바빌론의 방어 시설이었습니다. 물론 성벽이 발견되겠지요. 그 무렵 성벽이 없는 도시란 껍질이 없는 굴처럼 몸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벽의 규모가 얼마나 컸을까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유명한 그리스의 여행가 헤로도투스는 이것에 관해 놀랄 만한 기록을 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로도투스는 먼저 물이 가득 넘실거리는 깊고 넓은 해자가 있는데, 이것이 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께 50큐핏, 높이 200큐핏의 벽이 있고 둘레에 놋쇠로 된 문이 백 개나 달려 있는데, 이 바깥벽은 제2의 방어 설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두께는 앞서의 벽만 못하지만, 거의 똑같을 만큼 탄탄한 성벽이 또 하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발굴 대원은 그것이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고고학의 방법에 의해 이 숫자가 정말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헤로도투스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독일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90미터 되는 벽 높이에 대해 헤로도투스가 말한 것은 물론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벽이 엉망으로 무너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께는 고대 동양의 어떠한 도시의 성벽도 일찍이 가져 보지 못한 그러한 두께입니다. 26미터의 성벽이 그 무렵 틈만 있으면 남의 성벽을 파괴하려 했던 적과 바빌론 시민 사이에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이 도시가 센나케리브의 손으로 저 무서운 운명을 겪은 뒤, 바빌론 사람들은 아무리 성벽을 두텁게 해도 마음 놓고 잠을 잘 수는 없었겠지요. 정말 마지막으로 바빌론이 멸망한 것은 이 성벽이 뚫렸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민끼리 다투었기 때문이며, 그 싸움이 지긋지긋해진 수도사 일파가 메디아의 키로스를 맞아들이기 위해 성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성벽이 지키고 있을 무렵에 꽃 피었던 영화들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네부카드넷자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결코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의 바빌론은 눈부실 만큼 화려한 도시였습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임금님들과 마찬가지로 네부카드넷자르도 자기의 재물과 권력과 위대함을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수수함과 아름다움으로 사람 눈을 끌었던 것과는 반대로, 그는 다만 사람의 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낌없이 낭비하고 요란하게 자랑한다는 것이 네부카드넷자르의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궁전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이시타르 문으로 이르는 화려한 길은 조그마한 시작일 뿐입니다. 웅대한 바깥 현관과 널찍한 안뜰, 옥좌가 있는 52미터와 17미터에 이르는 큰 방, 다시 말해 세계 일곱 가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역 사에 그 이름을 남기는 ‘공중 정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발굴 대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은 지글러트였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맨 처음 바벨 탑은 함무라비의 바빌론과 더불어 영원히 사라졌지만 아마도 옛날 탑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는 곳에 거의 같은 모습으로 또 하나의 탑이 폐허가 되어 솟아 있었습니다. 대원은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그 폐허를 발굴했습니다. 일찍이 ‘인간의 건방진 본보기’라고 일컬어졌던 바벨 탑은 이제 커다란 벽돌로 만든 크나큰 상자 모양의 자취 밖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구약 성서 시대의 유대인 눈으로 이것을 바라볼 수가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이것이 높이 90미터 남짓한 7충 건물의 모습으로 솟아 있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수도사들의 훌륭한 저택과 넓은 보물광, 신전, 외국인을 위한 숙소 둥에 둘러싸여 솟아 있는 ‘바벨 탑’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유물 가운데서 독일의 발굴가들에게 이 도시의 정신을 가장 잘 가르쳐 준 것은 건물이 아니라 큰 길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때까지 있던 어떠한 도로와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빌론을 꿰뚫는 동맥임과 동시에 그 주민에게는 마지막 방어 시설이었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요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비록 적이 26미터의 성벽을 넘어 쳐들어오더라도 이 임금님의 ‘행차 도로’에서 가로막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길에 있는 많은 사자를 그린 벽돌로 된 큰 벽에 둘러싸여, 적은 마치 함정에서 포위되고 만 것처럼 되어 버리니까요. 적이 그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면, 높은 곳에서 비 오듯이 화살이나 돌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마치 다가오는 사람에게 덤벼들 것만 같은 무서운 사자가 그려져 있어, 평화로운 때라도 오싹하는 듯한 큰 길입니다. 잿물을 칠한 황소와 용이 그려져 있는 이시타르 문이 그 길 중심이 되어 있어서,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인상적인 도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발굴 대원들은 큰길이 매우 단단하게 포장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맨 밑에는 벽돌을 깔았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덮었으며 거죽에는 커다란 널빤지 돌을 깔아 놓았습니다. 한가운데는 흰 석회암의 큰 널빤지 돌로 포장했으며 양 옆의 인도는 빨간 각판암으로 깔았는데 이음새를 아스팔트로 맴질해 놓았습니다. 더구나 돌 하나하나마다, 파묻혀 있는 쪽의 거죽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새겨 놓았습니다. ‘나는 참전 바빌론의 왕 나보폴랏사르의 아들,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넷자르이다. 위대한 주님 마르두크의 행 렬을 위해, 나는 바벨의 길에 돌을 깔았다. 주님 마르두크이시여, 나에게 영원한 삶을 주시옵소서.’ 2000년 전 임금님의 그 말이 발굴 대원을 얼마나 흥분시켰을까요? 바빌론은 폐허가 되어 여기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있는 돌은 그 옛날 생활의 이모저모를 소리높이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밀림의 비밀. 1836년, 뉴욕에 존 엘 스티븐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달리 호기심이 많았으며 이상한 것을 조사하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거의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적 같은 것을 조사하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버려진 마야 인의 도시에 관해 씌어진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었는데, 스티븐스는 말할 것도 없이 그 책을 읽은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기록은 정확하지 못하고 만 족할 만한 것이 못되었지만 그는 그것에 열중했습니다. 이윽고 그는, 그 폐허를 자세히 조사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상히 여겼습니다. 스티븐스의 친구이며, 10년 동안 구세계 고고학의 기념물을 조사하고 있던 프레드릭 캐더우드 또한 여기에 관심을 가졌으므로, 두 사람은 함께 조사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스티븐스는 나귀를 부릴 마부와 인디언 일꾼을 고용했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나귀를 타고, 과테말라 국경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혼듀라스 영토의 코판 마을을 향해 떠났습니다. 비로소 스티븐스는 왜 여행자가 유적을 좀처럼 찾아가지 않는지 겨우 깨달았습니다. 길이 그만큼 험했습니다. 내륙 지방으로 가는 길은 과테말라 시로 통하는 도로이지만 빠져나갈 수도 없을 만큼 빽빽한 숲을 지나야 하며, 비좁고 험한 때로는 한 발자국 옮기는데도 아슬아슬한 산길을 넘어야 했습니다. 나귀는 몇 번이나 수렁 길에 배까지 빠졌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미끄러지기 쉬운 바위나 나무뿌리, 수렁, 가파른 언덕길이나 내리막길이 있으면 스티븐스들은 헐떡이는 나귀 곁으로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그 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상처투성이가 되어,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재난은 잇따라 일어납니다. 나귀 등에서 굴러떨어진 캐더 우드는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걸, 하고 낙심하며 중얼거렸습니다. 마침내 그 고생도 끝나는 날이 왔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 가면서 가까스로 코판 마을에 닿은 그들은 폐허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스티븐스도 캐더우드도 아주 놀라운 것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전에 읽은 것에서 커다란 호기심을 느끼기는 했지만, 경험으로 보면 그러한 것은 거의 과장이 많았으므로 그곳에서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 만큼 안내 자가 마체 테로 길을 헤쳐가며, 지금까지 꿈에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기념물 앞에 안내했을 때의 놀라움은 한결 컸습니다. 두 사람은 돌로 조각된 기념물 앞에서 놀란 나머지 한동안 말을 못 했습니다. 색다르고 훌륭한 옷을 걸친 사람의 모습, 사방이 그림 글씨로 둘러싸인 복잡한 무늬로 새겨진 돌, 그것은 야만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술, 그것도 아주 위대한 미술이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똑똑히 알 수 없는 거친 아름다움을 가진 최고의 미술이었습니다. 그것과 비숫한 것을 본 일조차도 없는 두 사람은 반쯤 넋 나간 채, 차례차례 안내해 주는 기념물 쪽으로 고꾸라질 듯 비틀거리며 따라갔습니다. 그와 같은 기념물 열 넷을 다 보고 난, 스티븐스와 캐더우드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나무들 사이에 우뚝 솟은 피라미드는 같은 건물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계단을 올라가 황폐한 꼭대기를 지나쳐, 테라스를 가로지르며 이쪽 저쪽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높이 30미터의 넓은 테라스까지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건물의 밑바탕이 되는 벽 가장자리까지 내려가 본 두 사람은, 좀 더 깊이 있게 이 유적에 대해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세계였습니다. 역사가는 중남미 대륙에 살았던 종족은 야만인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유물은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건축을 하고 이 같은 돌을 조각한 것은 야만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를 세운 민족은 정말 어떤 민족일까요? 코판의 유적 조사를 끝낸 두 사람은 다른 잊혀진 도시로 떠났습니다. 스티븐스는 조사한 유적을 스케치하고 유적지의 약도를 그리고,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를 자세히 기록하여, 2년 뒤 ‘중앙아메리카, 치아파스 및 유카탄 여행기’를 출판했습니다. 그 책에는 두 사람이 본 모든 것의 기록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깜짝 놀라게 하는 많은 그림도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입을 딱 벌렸습니다. 일찍이 아메리카 대륙에 보통 인디언과 다른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옛 아메리카 땅에 고대의 어느 대민족 못지않은 민족이 영화를 누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눈을 둥그렇게 뜨며 놀랐습니다. 스티븐스의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려, 출판된 지 석 달도 못되어 10판을 찍어냈습니다. 영국, 독일, 멕시코에서는 사람들이 다투어가며 이걸 샀고 곧 다시 찍어 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아메리카의 유적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이 이상한 인디언 예술가들은 누구일까? 어디서 온 것일까? 어떻게 그곳에 이르렀을까? 그들은 짐승 같은 함성을 지르며 청교도의 머리 가죽을 벗기고 도끼로 그들을 찍어 죽인 야만인과 같은 인종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야흐로 대문명의 주인공이 된 마야인에 대한 입씨름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인디언인 이상 어떠한 것에서도 자기들의 힘만으로 그만큼 진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옛 대륙 어디에선가 틀림없이 도움을 받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야 인도 피라미드와 같은 것을 쌓아 올렸으니까요. 인도라는 이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조각들 속에 코끼리를 닮은 것이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스티븐스와 캐더우드는 수수께끼로 통하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중앙아메리카는 그리스와는 달라, 희망에 넘친 고고학들이, 술리만의 발자취를 뒤 쫓은 것처럼 두 사람의 뒤를 쫓아, 발굴대가 밀어닥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야인의 유적 발굴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밀림의 고고학은 웬만해서는 꺾이지 않는 강한 정신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 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 결과 마야의 상형 문자를 연구하려는 학자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앞일에 대해 절망하게 되었습니다.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정확한 자료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겠습니까? 스티븐스의 조사가 있은 지 42년이 지나서야 겨우 알프레드 모즐레이가 일곱 번이 나 밀림에 들어가서 그 무렵 알려져 있던 온갖 유적의 사진이나 그림뿐 아니라 많은 비문, 유물 전체의 탁본까지 떠왔습니다. 마야 문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즐레이의 발밑에 명예의 꽃다발이라도 놓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무렵에 매우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져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높아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형 문자를 푸는 열쇠가 이미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마야 인에 대해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마야의 로제타 돌이라고 할 물건이 마드리드의 왕립 역사학회 도서관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다는 것을 안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1893년, 브러슬드 불르버그가 그것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에스파냐 정복자 시대에 만들어진 곰팡이투성이인 옛날 책인데 300년 동안 아무도 거들떠본 적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씌어진 몇 개의 서투른 글씨가 하룻밤 사이에 귀중 한 보물이 되어 유리 상자 속에 고이 간직된 것입니다. 그 옛날 책 ‘유카탄 풍물지’는 유카탄 지방의 2대째 주교 인디에고데 란다라는 사람이 쓴 것입니다. 그 사람은 몹시 모순된 성격의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란다는 1562년 7월 어느 날, 마야의 책들을 마니 광장에서 불태워 버리라고 명령을 내 렸으며, 마야 문명을 없애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그 파괴자는 옛날 전설을 즐기는 고고학자의 정신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마야에서 쫓겨 난 임금님 코코무와 친 구가 된 그는 갖은 애를 써서 코코무가 알고 있는 마야의 전설을 모두 알아냈습니다. 란다는 또 마야 신관의 아들에 게서도 여러 가지 전설을 들었습니다. 그는 이 전설들과 함 께 마야의 한 달인 20일의 날짜를 나타내는 상형 문자와 마야의 1년인 18개월을 나타내는 상형 문자의 스케치를 ‘유카 탄 풍물지’에 실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마야 상형문자를 해석한 것만큼 값진 것은 다시없을 거예요. 에스파냐 인이 멕시코에서 빼앗아 간 금을 모두 합치더라도 이 문자만큼의 갚어치는 안됩니다. 마야 인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찾고 있던 학자들은 그 주교를 축복했으며 한편으로는 책을 불태우게 한 그를 저주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란다는 모두 엉망진창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에스파냐 군인이 유럽에 가지고 온 모양인데, 마야에 관한 책 세 권이 남아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몹시 기뻐하며 이 책들을 란다의 상형 문자와 대조해 보았습니다. 그 양쪽을 돌비석의 글과도 비교했습니다. 마침내 기념물의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모두는 아니지만 오늘날에도 문자의 30퍼센트만 해독했을 뿐입니다. 그 내용은 몹시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유적이 건설된 연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그 무렵 무엇이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연대를 알았다 해서 무슨 쓸모가 있지?” 그런데 마야 기념물에 새겨져 있는 연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뜻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꺾이지 않는 정신을 가진 고고학자가 밀림 생활의 가혹한 조건을 무 릅쓰고 마야 인의 부활을 위해 열심히 일을 시작했을 때, 맨 먼저 알게 된 것은 마야인이 그 기념물을 세운 것은 어떤 특별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적어도 1500년 동안 마야 인은 규칙적으로 20년마다, 대도시에서는 10년이나 5년마다 그 기념물을 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실에서 꽤 많은 여러 가지 일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도시 어느 것을 보더라도 그것이 언제 세워지고 버려졌으며, 어느 때 또 하나의 도시로 옮겨 살았는지, 또 언제 밀림 제국에서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학자들이 애쓴 끝에, 부분적으로 알려져 있던 마야 인의 역사가 그 연대를 바탕으로 전체의 윤곽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기념물을 지었다가 버리고 다시 짓는 것으로 되풀이된 놀랄 만한 역사였습니다. 서기 68년쯤에 마야 인은 첫 번째 밀림 도시 썩스액턴을 세워 1500년 뒤 에스파냐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마야 인은 120년쯤 척스액턴에 살다가 24킬로 미터 가량 떨어진 티칼에 사람들을 보내어 그곳에 새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티칼의 기념물에서 발견되는 마지막 연대는 서기 424년인데 그 무렵, 마야 인이 그 도시를 버린 모양입니다. 어쩌면 그 도시가 이미 기념물을 세울 값어치가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 뒤에도 마야 인은 차례로 커다란 도시를 세웠다 가는 버렸습니다. 서기 530년부터 926년의 사이에 마야 인은 제국 전체를 버리고 말았습니다. 몇몇 도시의 주민들 모두 유카탄반도로 옮겨갔습니다. 오륙 백 년 동안 한 민족이 세워 놓은 제국과 신전과 궁전과 그 위대한 문명을 쌓아 올리는 바탕이 되었던 농경지까지 버리고, 땅은 메마르고 강물도 없는 고장으로 옮겨 살았던 것입니다. “어째서 마야 인이 그런 짓을 했을까?” 연대를 새긴 돌로 이런 놀랄 만한 사실을 차례차례 밝혀 낸 학자들은 그런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서운 병이 퍼져서 쫓겨난 것일까? 전쟁이나 아니면 전쟁의 위험 때문에 옮겨 간 것일까? 아니면 종교나 미신 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가야만 했을까?” 저마다 여러 가지 의견을 내세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잦은 이동과 마지막 대이주의 비밀이 흉년 탓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만일 농사짓는 방법이 2000년 전과 지금이 똑같다고 한다면, 마야 인은 농사를 짓기 전에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고 밭의 덤불이나 풀을 불태워 버렸겠지요. 이듬해에는 같은 밭에 곡식을 심지 않고 다른 땅을 개척하여 갈고, 앞서의 밭은 장소에 따라 2년에서 7년까지 놀려 두는 것입니다. 나무나 풀이 다시 무성하고 거름이 될 만하면 또 그 밭을 불태워 경작합니다. 이런 일을 거듭할수록 땅은 점점 불 때문에 못쓰게 되므로 오랫동안 땅을 쉬게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토지는 차츰 메말라 마침내는 잡초만이 자라게 됩니다. 곡식을 심을 수 있는 토지를 찾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점점 도시에서 멀리 가야만 되었고, 이윽고 오고 가는 그 일이 귀찮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카탄반도로 옮겨갔고 마침내 옛 도시에는 사람 하나 살지 않게 되었으며, 밀림이 그 위에 덮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옛제국의 마술. “중요한 것은 미라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 미라가 되리라고 여겨지는 살아 있는 이집트 인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라는 피트리의 말은 고고학자를 바른길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밀림의 영웅인 고고학자들은 피트리와 꼭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들이 여기서 살려 내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조각이 새겨진 건물과 돌기둥,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과 신전 따위가 아니라, 이것을 만든 잊혀진 예술가인 것이다. 우리가 이 유물들을 조사하는 중요한 목적은 유물에서 마야인을 되살려 내기 위해서이다.” 학자들은 나무뿌리와 덩굴, 더위, 곤충, 열병, 밀림의 야수, 뱀 따위와 싸우면서 여러 가지 기념물에서 마야인의 생활과, 성격, 습관과 생각 등을 밝혀 내려고 애썼습니다. 이를테면 옛 제국의 건축물에 새겨진 조각은 사실 돌에 그려진 그림과 같은 것이지만, 고고학자에게는 그것이 마야 인이 비할 데 없는 예술가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많은 마야 인이 노예였다는 것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돌 연장으로 새겨진 조각은 어느 것이나 꽤 많은 시간이 걸린 것들이니까요. 사람과 짐승이 뒤섞인 어려운 모양의 무늬로 새겨져 있는 건물 앞부분, 창문과 입구 위에 가로질러 걸친 돌과 들보, 제단과 돌기둥들을 조각하는 데에는 몇천 명의 솜씨 좋은 조각사들이 동원되었습니다. 또 몇천 명의 일꾼들이 돌을 끌고, 자르고, 다듬으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그다지 곡식에 손이 가지 않는 씨 뿌리기와 가을걷이 무렵에 농민 모두가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나 신전에서 일하기 위해 동원되었겠지요. 또 신관들은 엄숙한 의식이라든가 훌륭한 차림으로 자신 들을 돋보이 게 하고 있는데 아마 마술은 신관들이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요. 신관은 해와 달과 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 가운데 몇 사람은 뛰어난 마술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천문학, 특히 정확한 시간을 알아맞히는 데에 힘을 기울인 결과 해와 달과 떠돌이별을 보고서 시간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완전한 달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은 그 무렵에 있던 어 떠한 고대 달력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입니다. 또 음력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오랫동안 양력과 대조하여 올바르게 사용했습니다. 또 일식이나 월식을 예언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온갖 ‘마술’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신관들은 머리를 짜내고 그것에 어울리는 무대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카네기 협회를 위하여 작업에 참가한 올리버리케트슨이 1928년 웍스액턴에서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 하나를 파낼 때까지, 신관이 이 피라미드를 무엇에 사용했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리케트슨이 찾아간 첫 번째 마야 도시의 폐허 가운데 한 줄로 늘어선 세 개의 신전 바로 맞은편에, 높이 약 17미터인 피라미드 모양의 언덕이 솟아 있었습니다. 꼭대기가 봉우리처럼 뾰족했으므로 신전의 토대는 아닌 둣합니다. 하기야 꼭대기에 석회 토대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나무로 지은 오두막집이 그곳에 세워져 있던 때도 있었나 봅니다. 그것은 사람을 제물로 바친 장소였을까요? 물론 그랬겠지만, 리케트슨은 다른데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 둘레에서 작업을 계속하면서 리케트슨은 이 건물과 마주 보는 세 신전터와의 관계를 줄곧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924년에도 그는 카네기 협회를 위해 조사단의 한 사람으로 척스액턴에 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프랑스 브롬이란 사람이 피라미드와 마주 보는 언덕 위에 선 세 신전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에 크나큰 흥미를 느꼈던 것입니다. 춘분, 추분과 하지, 동지에 태양이 뜨든가, 지든가 할 때의 방향과 각도에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리케트슨은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을 마주 보는 나직한 단 위에 돌기둥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리케트슨은 이 돌기둥의 중심선 위에 경위의(각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설치했습니다. 그 다음 세 신전 문지방 중심 선 위에 못 말을 세우고 저마다의 각도를 재었습니다. 그 결과는 놀랄 만한 것이었습니다. 돌기둥과 신전은 확실히 특별한 생각으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전체가 엄청나게 큰 해 시계였습니다. 마야의 천문학자들은 태양이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떠오르거나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신전을 지었습니다. 태양이 1번 신전 북쪽 정면 모서리 뒤에서 떠오를 경우에는 하지인 6월 21일이고, 3번 신전 남쪽 정면 모서리 뒤에서 떠오를 때에는 동지인 12월 21일이며, 2번 신전 중앙 뒤에서 똑바로 떠오를 때에는 춘분과 추분 다시 말해서 밤낮의 길이가 같을때 3월 21일이거나 9월 22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신관들은 이 엄청나게 큰 해시계를 만들게 했을까요? 마야 인의 생활은 단순했으므로 그렇게 꼬박꼬박 정확한 날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농사를 주로 지었던 마야 인은 씨를 뿌릴 때와 가을걷이 때만 대충 알면 됩니다. 하지만 신관은 틀림없이 농경기 때마다 이 해 시계로 ‘마술’과 같은 의식을 베풀었을 것입니다. 사람들 이 두려워하는 이상하고도 성대한 의식을 올리고, 신관은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에 올라가 밭에 씨를 뿌리라든가 추수를 하라든가 하는 하늘의 명령을 이 높은 곳에서 내렸을 것입니다. 리케트슨은 신전과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과 돌기둥을 천문학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는가 하는 문제를 푼 것이 무척 기뻤지만, 피라미드형 건물의 비밀을 똑똑히 밝혀 낸 것은 한결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는 처음 그 둘레에서 조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 피라미드에는 무엇인가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이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 뾰족한 상자처럼 보였습니다. 어느 날 그는 귀퉁이 쪽을 주의 깊게 파보다가 그 건물 안에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또 하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얼마나 기했을까요? 바깥쪽은 상한 데가 심했기 때문에 안에 있는 것을 파내기 위해 죄다 부수어도 그다지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리케트슨은 작업에 착수하자, 안쪽의 건물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네 면에 계단이 있는 나직한 언덕 같은 토대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 꼭대기에 정면에만 계단이나 있는 다른 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단 양편에는 석회를 씌운 거대한 돌조각상이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입에 엄청나게 큰 이빨이 있는 돌조각상은 크기가 2.5제곱미터나 되며 사람을 많은 무서운 괴물의 얼굴입니다. 이것은 곳곳에 열여덟개나 있었습니다. 왜 이 안쪽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덮어 씌워져 있었을까요? 리케트슨은 그 위에 좀 더 큰 건물을 세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야 인이 그 목적을 이루었는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다만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안쪽에 있는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아주 아름답다는 것뿐입니다. 그 형식은 색달라 다른 피라미드와는 전혀 닮은 데가 없습니다. 그것은 마야 인보다 먼저 이 같은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의 미술과 고대 여러 제국의 미술을 잇는 다리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들 초기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을 쌓은 사람들의 역사는 어떠한 것이었을까요? 리케트슨은 다만 상상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야인의 임금님과 신관과 귀족이 에스파냐 사람의 손으로 멸망되자 마야 문명도 멸망했습니다. 마야인의 역사는 쉬엄쉬엄, 토막 토막으로 또는 빈틈투성이인 채로 겨우 이어 맞출 수 있을 뿐입니다. 달밤의 치첸 잇사. 어둠 속에 묻혀버린 마야 문명을 되살려 내려고 몹시 애쓴 탐험가 가운데 톰슨만큼 큰 성과를 올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톰슨은 다른 사람 같으면 도저히 덤벼들지 못할 일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가며 40년 이상이나 유카탄반도에서 지냈습니다. 그 모험 덕분에 그는 아주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인디언이 장치한 독이 든 쥐 덫에 치여 발 하나가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잇사의 성스러운 연못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귀가 조금 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 번이나 밀림의 열병에 걸려 머리털이 모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틈슨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모한 탐험에 재산을 모두 써버렸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다!” 톰슨이 어린 시절을 보낸 뉴잉글랜드에는 곳곳에 인디언의 유물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는 무늬가 있는 돌을 발견하여 지방 박물관에 갖다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톰슨은 자기 나름대로의 고고학자였던 것입니다. 어느 날 톰슨은 스티븐스의 여행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인디언 유적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을 뜨게 해 주었습니다. 그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마야 문명의 기록을 읽은 톰슨은 이 놀랄 만한 인디언이 전에 자기가 박물관에 기증한 화살촉이나 돌매를 만든 단순한 사람들과 형제인지 아닌지 자기 눈으로 알아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침 유카탄 주재 영사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톰슨은 1885년부터 25년 가까이 그곳 영사를 지 내면서 자신의 계획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인디언처럼 생활하면서 유카탄반도의 끝에서 끝까지 여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고대 도시나 신전 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찾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무렵까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 몇 곳을 발견했고 수많은 귀중한 조사를 해냈습니다. 톰슨은 디에고 데 란다의 유명한 ‘유카탄 풍물지’도 보았습니다. 그는 곰팡이투성이인 옛날 책에 씌어 있는 온갖 것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특히 마음이 끌린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란다 주교가 잇사족의 거룩한 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주교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극장에서 바라보이는 뜰에는 넓고 아름다운 돌길이 나 있었다. 그 돌길을 스무 걸음쯤 걸어가면 샘이 나온다. 가뭄 때에는 샘에 사는 신들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제물로 바쳐져 샘 속에 던져진 사람들은 두 번 다시 물 위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 마야 인의 신앙이었다. 그들은 그 밖에도 가장 귀중한 보석과 물건을 숱하게 던져 넣었다. 만일 이 나라에 금이 있다고 한다면 이 샘 이야말로 그 대부분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며 그만큼 이 샘에 대한 인디언의 신앙심은 깊다. 톰슨은 그 의식의 광경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쿨쿨칸의 신전 계단을 내려와 거룩한 샘으로 향하는 엄숙한 마야인의 행렬이 마음에 떠오릅니다. 북소리와 슬픈 피리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포로가 된 전사와 아름다운 아가씨와 온갖 귀중한 물건들을 물에 던져, 샘 속 깊이 산다고 믿어지는 신의 노여움을 누그러뜨리려는 광경이 눈앞에 보입니다. 그는 그 샘을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그 샘을 찾아내어 샘 속에 가라앉은 비 밀을 밝혀 내리라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톰슨은 영사가 되자 틈나는 대로 치첸 잇사를 찾아갔습니다. 그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평생 동안 겪은 어떠한 경험도 그가 쿨쿨칸 도시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달 밝은 밤이었습니다. 톰슨은 벌써 며칠째 밀림을 계속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완전히 지쳐서 말을 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안내자의 외침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디언이 앞쪽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톰슨은 눈을 뜨자마자 졸음이 달아나 버렸습니다. 앞에 있는 매우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몹시 큰 그리스 신전과 같은 것이 높다랗게 솟아 있습니다. 성처럼 우람하게 보입니다.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커지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톰슨은 직감으로 그것이 쿨쿨칸의 신전임을 알았습니다. 감동으로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지쳐 있었지만 잠도 자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내자는 발에서 안장을 떼어 내자 곧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톰슨은 잠든 사나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며시 빠져나와 가파른 신전 계단을 힘들여 가며 올라갔습니다. 계단에는 나무나 덤불이 무성했습니다. 땅에서 24미터가 되는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톰슨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눈앞에 신전이 있었습니다. 입구를 들여다 보자 안에 있는 복잡한 돋을새김이 어렴풋하게 보였습니다. 이 잊혀진 신전의 아름다움과 훌륭함과 이 상함이 톰슨의 온몸을 감동과 두려움으로 떨리게 했습니다. 톰슨은 신전의 주인인 신이 왜 이 신전을 이 도교가 들여 다 보아 더럽히느냐고 호통을 칠 것만 같아 두려운 듯 뒤돌아 보았습니다. 저만치 죽음의 도시가 내려다보였습니다. 도시 둘레에는 다른 유물들이 가득히 널려 있었습니다. 꼭대기 위에 건물이 있는 피라미드 같은 것 열 개 가량이 달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유령처럼 희끄무레했으며 나머지는 먹물을 풀어 놓은 듯 캄캄했습니다. 이윽고 톰슨의 눈길이 문득 넓게 솟아오른 길에 못 박혔습니다. 그 길은 신전에서, 나무들이 그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커다란 연못까지 곧장 이어져 있었습니다. 톰슨은 숨을 죽인 채 돌처럼 우뚝 서 버렸습니다. 순간 그는 알았습니다. 그는 다만 지그시 지켜볼 뿐입니다. 이 리본과 같은 길이 거룩한 길입니다. 저 검은 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운 큰 연못이 야말로 ‘거룩한 샘’입니다. 거룩한 샘의 비밀. 마야 인이 음료수로 사용했던 맑은 샘에 대해서는 톰슨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연못이었습니다. ‘거룩한 생’이 있는 황폐한 농장을 사들인 그는 샘가의 작은 신전에 자주 참배했습니다. 톰슨은 잠시 도자기가 이 농장을 산 목적을 잊지 않았습니다. 틈만 있으면, 거룩한 샘 옆에 서서 보물을 꿈꾸고 제 물을 바치는 제사 광경을 상상하며 어두컴컴한 물속을 들여 다 보곤 했습니다. ‘거룩한 샘’ 은 어딘지 무섭고 이상한 느낌을 톰슨에게 주었습니다. 모양은 달걀처럼 생겼는데 가장 넓은 곳의 너비는 약 57미터이며 기슭은 캄캄하고 울퉁불퉁합니다. 기슭의 바위 들은 비바람에 깎여져 있습니다. 그 바위 벼랑에서 똑바로 밧줄을 늘어뜨려 보았더니 수면까지 24미터나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얼마나 끔찍한 광경이었을까요? 꽃으로 장식된 아가씨들, 온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연못가의 벼랑에서 멀리 던져지면 공중을 날아 24미터나 되는 벼랑 아래로 떨어져 물에 가라앉는 것입니다. 이윽고 톰슨은 마음이 급해져 전부터의 계획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계획이란 자기가 연못에 뛰어들어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제물’의 증거를 닥치는 대로 건져내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모한, 그야말로 미치광이 같은 짓이었습니다. 톰슨도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도 없고 자금도 없습니다. 기계도 그다지 잘 다루지 못 하는 데다가 위험은 크고 성공할 가능성은 적었습니다. 그러나 톰슨은 반드시 그것을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침 이 무렵, ‘학술회의’가 있어 톰슨은 미국에 갔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톰슨은 어떤 모임에 참가했다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거룩한 샘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하고 자기가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증명할 작정인지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크고 깊이도 모르는 연못에 들어간다는 건 자살하는 거나 마찬가지네.” 가까운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반대했습니다. 남이야 뭐라든 톰슨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톰슨은 얼마쯤 자금을 도움받고 준설기와 잠수법에 대 한 가르침을 받기 위해 보스턴으로 갔습니다. 만일 보물이 정말 물속에 있다 하더라도 자맥질만으로는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진흙과 나뭇잎과 바위와 오물이 수백 년 동안 그 위에 쌓여 있을 것입니다. 잠수복으로 단단히 차려 입고 오물이 아닌 무엇인가를 건져 내고 싶다면 대규모의 준비를 해 두어야만 합니다. 그런 모든 준비를 갖춘 다음에야 톰슨은 ‘거룩한 샘’이 있는 농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톰슨은 치랜 잇사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샘의 어디쯤에 들어가면 좋을지 벌써 생각해 두었습니다. 여느 인디언 비숫한 크기와 무게의 나무 인형을 만들고 그것을 물속에 던져, 떨어진 장소를 알아냈던 것입니다. 바로 그 장소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준설기를 장치했습니다. 입을 벌린 강철의 ‘턱’이 물속으로 들어가 그 밑에 쌓여 있는 것을 한입 베어 물자, 이윽고 썩은 나무며 가랑잎이며 부러진 나뭇가지 등, 첫 수확물을 갖고서 올라왔습니다. 그것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같은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톰슨은 이렇게 썼습니다. ‘며칠 동안 준설기는 싫증이 날 만큼 올라왔다가는 내려가고 올라왔다가는 내려가 오물과 바윗돌, 오물, 또 오물을 베어 물고서 올라왔다.’ 이것이 끝없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거대한 ‘턱’은 겨우 한 그루의 나무줄기를 물고 올라왔고 이번에는 사슴과 미국 표범의 뼈를 하나씩, 그러고는 또 오물, 또 오물이었습니다. 그것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지간 한 톰슨도 이제는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쌓아 올려진 산더미 같은 오물을 보자 아무리 마음을 다져 먹으려고 해도 헛일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는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준설기 턱이 베어 물고 온 초콜릿 빛깔의 오물 위에 엷은 노란빛의 둥근 것이 두 개 얹혀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진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톰슨은 대담하게도 그것 가운데 하나를 입에 넣어 맛본 다음 불속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향긋한 향기가 주위에 감돌았습니다. 톰슨의 가슴은 마구 방망이질 쳤습니다. 전에 마야 연대기에서 읽은 것이 햇빛처럼 환하게 가슴 한가운데서 떠올랐습니다. “제물. 우리의 조상을 ‘거룩한 나무’의 진을 불태워 향긋한 연기와 함께 ‘태양의 신’에게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 노란 것은 마야의 향료었던 것입니다. 그날 밤,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톰슨은 푹 잠을 잤습니다. 그 뒤, 몇 달 동안, 준설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전의 꽃병과 향로, 활촉, 창날, 도끼, 돌매, 둥근 구리 접시, 방울, 금접시와 장식품, ‘옥’ 조각 등 흥미로운 것을 쉴 새 없이 갖고 올라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젊은 남녀의 뼈였습니다. 그것으로 톰슨은 옛날 전설이 자세한 점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느 날 준설기는 연못 밑바닥의 바위 조각을 물고 올라왔습니다. 준설기는 이제 그 할 일을 다했던 것입니다. 남아 있는 보물을 찾으려면, 이번에는 사람의 손으로 물속의 바위 틈을 더듬어 찾아야만 합니다. 톰슨은 날마다 잠수복을 입고 ‘거룩한 샘’ 속에 들어가서 보물을 갖고 올라왔습니다. 작업이 끝났을 때에는 전설이 옳았다는 것을 틀림없이 증명했을 뿐 아니라 막대한 보물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금으로 된 물그릇과 술잔이 다섯 개, 납작한 접시 마흔 개 반지 스무 개, 방울 백 개, 그리고 물 양동이로 몇 개나 되는 금 부스러기 등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값진 보물이 나왔습니다. 그 밖에 옥 염주알, ‘옥’ 장식 품, 조각, 토기, 작은 칼,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창날, 몽둥이 등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수확’ 이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발견보다도 마야 민족의 역사를 자세히 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제사장의 무덤. 만일 누군가 톰슨에게 치첸 잇사에서 올린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물론 ‘거룩한 샘’이라고 대답하겠지요. 그럼, 그다음은? 그다음은 제사장 무덤의 발견입니다. 어느 날 톰슨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작은 신전을 부지런히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신전 바닥을 조사하던 그는 문득 한가운데에 잘 손질이 된 커다란 돌기와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톰슨은 이제까지 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그 아래 보물이 있다는 표시일까요? 주의 깊게 ‘기왓장’을 움직여 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아래 네모진 커다란 우물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우물 둘레의 벽은 아주 색달랐습니다. 그것은 돌로 되어 있고 깨끗이 다듬어서 하나하나 끼워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우물 같은 굴은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톰슨은 우물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를 쫓은 다음 3,5미터나 되는 우물 안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구렁이가 반쯤 파먹은 사람의 뼈 무더기가 있었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포개어져 파묻힌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밖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적이 실망한 톰슨은 흩어진 것들을 치우고 마지막 남은 사람 뼈 두서너 개까지 치웠는데, 바닥에 또 돌기와 하나가 놓여 있지 않겠습니까! 아까처럼 그것을 치우자, 또 우물 모양의 무덤이 있습니다. 톰슨은 그곳에 있는 해골을 치우고 재빨리 바닥을 조사했습니다. 거기에도 마찬가지로 ‘기와’가 있습니다. 아래에는 또 무덤이 있습니다. 톰슨은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더욱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무덤이 차례로 겹쳐져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틈슨이 네 번째 무덤을 조사하자 사람 뼈 밑에 또 ‘기와’가 있었습니다. 다섯 개의 무덤이 차례로 겹쳐져 있는 것입니다. 톰슨은 이만하면 자기가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 밑바닥에 이를 만한 깊이 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곳은 여느 피라미드 모양의 건축물 밑바닥처럼 단단한 석회암으로 되어 있었으므로 정말 밑바닥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그 ‘돌기와’가 또 발견되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것을 들어 올리자, 눈앞에 바위를 그대로 깎아 낸 계 단이 있고, 그 계단은 바위를 꿰뚫은 방으로 통하고 있었습니다. 지하를 향해 곧장 내려가는 계단만큼 이상한 것은 없습니다. 계단과 그것에 이어지는 방에는 나무를 태운 재가 가득했습니다. 청소를 해야만 했습니다. 톰슨은 그곳을 나와 일꾼들을 불러왔습니다. 그다음 그는 맨 아래층 재 속에 파묻힌 채 재를 바구니에 담아 일꾼 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일꾼은 우물 입구로 기어올라가 맨 바깥 신전에 서 있는 톰슨의 젊은 아들들에게 건네줍니다. 그런 일을 되풀이하면서 톰슨은 정신없이 재를 퍼냈습니다. 손과 발로 재를 헤쳐 감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잘 닦인 ‘옥 이 나타났습니다. 얼마쯤 지나자 일꾼 네 명이 내려올 수 있는 장소가 생겼습니다. 꽤 지쳐 있었지만 발이 바닥에 닿았으므로 톰슨은 기뻤습니다. “이걸로 오늘 일은 끝이오.” 그는 일꾼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마침 벽에 가볍게 기대 놓은 듯한 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옥 조각이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돌 밑을 한 번 보고 나갑시다.” 톰슨은 두 팔로 납작한 돌판을 잡아 끌어당겼습니다. 돌이 마치 저절로 쓰러지는 것처럼 쓰러지자 그 아래 바닥에는 시커먼 구멍이 크게 평 뚫려 있었습니다. 그 구멍에서 찬바람이 불어올라 왔습니다. 순간 촛불이 모두 꺼졌습니다. “오 하느님!” 하고 원주민 하나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지옥의 입이다!” 하고 다른 일꾼들도 외쳤습니다. “그렇지 않아. 지옥의 ‘입’ 은 뜨거운 불올 내뿜는다고.” 톰슨은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말했습니다. 원주민을 이해시키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대답이었습니다. 원주민들은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조금 뒤로 물러나더니 모자며 웃옷으로 바람을 가리고 촛불을 다시 켰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옷을 살며시 치우고는, 이번에는 바람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톰슨은 구멍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주 깊고 둥근 벽이 깎아지른 듯 곧장 뚫려 있습니다. 톰슨은 등불을 금속 줄자 끝에 붙들어 매어 아래로 내려보냈습니다. 15미터였습니다. 이튿날은 내려가는 준비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다음날 만일에 대비하여 나이프를 입에 물고 램프를 손에든 톰슨은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윽고 방 한가운데 바닥 흙무더기에 발이 닿자마자, 그는 자기의 꿈이 이루어졌음을 알았습니다. 바로 발밑에는 모양도 아름답게 다듬어진 둘레 5센티미터가량의 ‘옥’이 램프 불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아름다운 팔찌, 조금 떨어진 한쪽에는 설화 석고인 듯한 반쯤 투명한 재료로 만든 깨진 꽃병 조각이 있었습니다. 그 꽃병은 전에 ‘옥’ 따위의 보석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모양으로, 지금은 진주조개껍질로 만든 물건, 진주 목걸이 조각들, 꽃병, 항아리 따위와 뒤섞여 주위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톰슨은 처음 치첸 잇사 신전을 발견했을 때부터 자기가 아주 지위가 높은 신관이 영원히 쉬는 장소를 발견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피라미드 토대의 암석 아래 28 미터 되는 곳에 파묻혀 있던 보물을 보게 되자 이런 확신이 문득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것은 다만 신분 높은 어떤 신관의 무덤만은 아니다. 이것은 저 유명한 제사장 무덤이 틀림없다.’ 그런 생각은 직감일 뿐이며 쿨쿨칸이 멕시코에 돌아갔다는 전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톰슨은 그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위쪽에 있던 다른 무덤에 대해서는, 그는 누구의 것인지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히 여겨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보았을 뿐입니다. 그것은 같은 신전에 있던 신분이 낮은 신관들의 무덤이었을까요? 이 사람들은 저절로 죽은 것일까요? 아니면 제사장이 죽었을 때, 죽은 뒤에도 섬기게끔 살해되었던 것일까요? 마야 인은 돌을 몹시 중히 여겼고 고대의 많은 민족과 마찬가지로 금보다도 돌을 더 귀중히 여겼다는 것은 톰슨도 알고 있었습니다. ‘옥’은 그 색이 생명을 나타내는 녹색, 자라나는 식물의 색깔이기 때문에 인디언도 무척 소중하게 여깁니다. 마야 인은 이 ‘옥’올 악마를 막는 예방으로 사용했을 뿐 만 아니라 태양과 뱀을 숭배할 때에도 사용했을 것입니다. 마야 인의 임금님이나 신관이 이 조그마한 ‘옥’을 선물하거나 받았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선물하거나 받았다는 뜻입니다. 이 ‘옥’을 ‘거룩한 샘’에 던져 넣으면 목숨 다음으로 중요한 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셈입니다. 그런데 마야 인은 어디서 이 ‘옥’을 찾아내 가져온 것일까요? ‘옥’이 나지 않는 이 지역, ‘옥’의 산지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콜롬비아나 알래스카일 뿐인데, 그들은 정말 어디서 ‘옥’을 찾았을까요? 톰슨이 처음으로 치첸 잇사에 왔을 무렵에는 그곳이 밀림이었으며 황폐한 폐허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마야 인의 위대성이 적어도 일부분은 되살려져 있으므로, 치첸 잇사는 멕시코와 아메리카가 자랑하며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관광지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톰슨이 달 밝은 밤에 기어올라가, 피라미드 모양의 토대에서 처음으로 ‘거룩한 샘’을 본 그 무서운 신전도 부서진 양면은 완전히 다시 손질되었으며 다른 두 면은 일부러 손을 대지 않고 남겨 놓았습니다. 이제 신전은 옛날의 마야의 영화를 말해 주면서 우뚝 서 있습니다. 그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른바 ‘전사의 신전’이 있습니다. 이 신전 또한 날개 달린 뱀을 모시는 것인데 쿨쿨칸의 신전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발굴한 모리스가 ‘전사의 신전'이라고 이름 지었던 것입니 다. 모리스가 그렇게 부른 까닭은, 가운데 기둥에 창을 앞에 세운 전사를 조각한 것이 몇 개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전이 카네기 협회가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한낱 흙무더기였습니다. 어쨌든 치첸 잇사가 일부분밖에 본디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마야 인의 죽음의 도시들도 모두 남김없이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세월에 의해 너무나도 심하게 파괴되고, 게다가 두 개의 제국을 본디 대로 하기란 정말 큰 작업 이니까요. 치첸 잇사만으로도 마야 인이 얼마나 빛나는 건축가였는지를 증명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사실 마야 인은 여러 가지 점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지붕을 받치는 건축법을 몰랐기 때문에 벽을 몹시 두껍게 해야만 했습니다. 무거운 돌을 나를 가축도 없었습니다. 수레나 다른 기계 장치도 없었습니다. 그 모든 어려움을 마야 인은 뛰어난 재주와 굳은 마음으로 이겨내어 훌륭한 문명을 이룩했던 것입니다. 마야 인이 정신적인 면에서도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는 것은, 연대가 새겨져 있는 돌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마야 인은 최고의 조각가이며 최고의 예술가였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았던 여러 민족 가운데서 가장 창조적 이었습니다. 마야 인은 상형 문자를 발명했을 뿐 아니라 두 가지 숫자 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들의 아라비아 숫자, 또 하나는 로마 숫자와도 비교할 수 있겠지요. 마야 인은 그 밖에도 제로의 기호와 ‘자리바꿈’ 계산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시간의 계산은 거의 완전한데, 마야인의 달력은 1148년 동안 단 하루도 틀리지 않고 쓰여 왔습니다. 이러한 재능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마야인은 백성에게 지식을 주지 않고 문화를 극히 적은 사람들 신관, 창, 귀족만이 독차지했다는 무서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데란다가 만일 그때 책을 불태우지 않았다면! 또 에스파냐 사람에게 반항한 마야의 신관들이 숨겨 놓은 책을 얼마간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을 찾아내는 일은 발굴가들 모두의 꿈이었고 틈슨도 한 번은 발견할 뻔했습니다. 우연한 일로 한 원주민이, 자기는 몇 년 전 어떤 옛날 무덤에서 봉인을 한 병을 발견했다고 틈슨에게 말했습니다. 그 사나이는 안에 보물, 금이 나 보석이 들어 있는 줄로만 생각했는데, 종이 같은 것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알자 몹시 실망했습니다. ‘종이’란 말을 듣고 톰슨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이 어떤 종이였소?” 톰슨은 물었습니다. “뭐, 차곡차곡 접은 조그만 종이쪽지였어요.” 원주민은 대답했습니다. “무엇인가 빨갛고 까만 원숭이 비슷한 것을 많이 그린 것이긴 했지만." 바로 그것이 마야의 책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야의 상형 문자는 무슨 얼굴 모양을 한 것이 아주 많고, 책은 종이 양쪽에 쓴 다음 차곡차곡 접은 한 장의 종이인 것입니다. 톰슨은 온몸이 떨렸습니다. 이 사나이는 그 종이를 어떻게 했을까요? 사나이는 병을 집에 가지고 돌아가 제단 뒤에 두었습니다. “그 종이를 나에게 보여주면 훌륭한 말을 한 필, 그리고 좀 더 훌륭한 안장을 한 벌 주겠소.” 톰슨은 그렇게 약속하자, 이번에는 인디언이 아까의 톰슨처럼 흥분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마을로 달려갔습니다. 그것은 헛수고였습니다. 인디언의 여자가 종이를 찢어 버렸고 남아 있는 건 병뿐이었으니까요. 이런 일은 고고학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우리 들은 희망을 갖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고고학자는 많은 기적을 이룩했고, 파묻힌 것을 찾아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언젠가는 재수가 좋은 발굴가가 아직 모르는 마야 상형 문자의 열쇠를 우리들에게 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열 대용의 헬멧을 쓴 영웅이 유카탄반도로 왜 마야 인이 옮겨갔는지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겠지요. 또 ‘뱀의 배’로 찾아와서 마야 인에게 여러 가지 것을 가르쳐 준 차아네스가 누구인지, 언젠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웅 쿨쿨칸이 누구였었는지도 우리들이 알 때 가 곧 다가올 것입니다. 이윽고 언젠가는. 알렉산더 대왕은 자기가 정복할 땅이 이제는 남아 있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운 나머지 울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슬픈 야심입니까! 알렉산더가 좀 더 다른 정복에 대해서 생각하고 한숨 지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먼 옛날이야기입니다. 물론 오늘날은 그 누구도 정복할 세계가 없다고 울 필요가 없습니다. 고고학자는 더더구나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온 세계가 고고학자의 일터이며, 어디든지 인류가 생활하고 그 손으로 만든 것이 남아 있는 장소라면, 그곳은 고고학자가 정복해야 할 세계이니까요. 이를테면 브리튼 제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고학자들은 인간의 역사를 점점 거슬러 올라가서,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이 5000년 동안이나 브리튼 제도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알려지지 않은 고대 브리튼인을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들을 정복한 로마인보다도 예술에 대해 날카로운 느낌을 가진 아주 뛰어난 예술가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브리튼 제도는 놀라움에 넘쳐 있습니다. 이제부터 어떠한 물건이 나타날지 아무도 예언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드 샤르책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시작한 일은,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겨우 1927년에 이르러 대영 박물관과 펜실베니아 대학의 공동 발굴대가 하나의 무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전에 발견된 수메르 발굴품의 광채를 지워버릴만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임금님 내외의 무덤으로써 슈바드라고 불리는 왕비는 남편인 왕이 죽은 뒤 함께 묻힌 것처럼 보입니다. 어떠한 발굴가도 이와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기원전 3300년경, 65명의 사람들이 임금님의 장례식과 함께 산 채로 파묻혔고 이어서 25명이 왕비의 죽음을 쫓아 파묻혔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조금도 반항한 흔적이 없으므로 아무리 보아도 스스로 원해서 죽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그들은 누워 있습니다. 여자들은 이 마지막 의식을 위해 좋은 옷을 입었고 머리 장식을 했으며, 줄줄이 옆 방향으로 누워 있습니다. 줄 첫머리에는 하프를 갖고 금관을 쓴 음악사가 있었습니다. 그 앞쪽에는 금이나 보석으로 장식한 ‘썰매’ 그 앞에 두 마리의 나귀 뼈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마부, 조금 떨어져서 구리 창과 투구를 쓴 여섯 명의 군인, 또 그 맞은편에 두 대의 소달구지와 더욱 많은 하인과 군인이 파묻혀 있었습니다. 임금님의 무덤에는 도둑이 들어왔었으나 왕비 쪽은 손댄 혼적이 없고 5000년 남짓한 옛날, 왕비가 저승을 위해 갖춘 준비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아, 우리들이 모르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트로이의 임금님들 무덤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또 기원전 1500년경 대제국을 건설하고 소아시아에서 가장 강했던 민족, 힛타이트인의 유래도 수수께끼 속에 싸여 있습니다. 이 민족은 어디서 왔을까요? 어떤 인종에 속하고 있었을까요? 힛타이트의 쐐기 모양 문자의 타블레트는 터키의 한마을인 보가즈 쾨이인 핫투샤시에서 수천 개나 발견되었고, 더구나 이 타블레트의 내용은 아주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는 아히야바라는 민족에 대해서 되풀이해 가며 나옵니다. 학자는 이것을 호메로스가 노래 한 아카이아 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 다. 정말, 트로이 인뿐 아니라 힛타이트 인을 짓밟고 약탈한 이 유명한 바다의 침략자는 어떠한 역사를 갖고 있을까요? 또, 그리스와 그리스의 식민지가 있습니다. 백 년 이상이나 반도에서 쉴 새 없이 발굴이 계속되어 왔지만, 그리스는 아직도 발굴할 데가 많습니다. 자주 발굴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마저 아직까지도 즐거운 ‘사냥터’이고 이 도시의 어딘가의 집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때에 따라서는 역사적인 발견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미케네의 문명에 대해서는 슐리만이 겨우 그 들어가는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숱한 전설이 얽힌 무덤이 곡괭이와 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케네에서 멀지 않은 고대의 미디아 성에서는, 1926년 스웨덴의 학자가 어떤 임금님과 왕비와 공주의 도굴되지 않은 무덤을 발굴하고 거의 슐리만의 발견에 비길 만한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물건들이 기원전 14세기에 파묻힌 그대로 고스란히 파묻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도 또한 많은 발굴이 행해졌으나, 아직도 그 비밀을 모두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로마나 품페이나 헤르물라네움마저 발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에트르스키 인은 지금껏 이탈리아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뛰어난 미술을 남기고 있는 이 민족은 유럽의 어느 말과도 다른 말로써 수백의 비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리스 문자로 쓰여있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도 충분히 번역 못하고 있습니다. 에트르스키인은 어디서부터 왔을까요? 수메르인과 무언가 관계를 갖고 있지나 않았을까요? 에트르스키 인은 흔히 잡은 동물의 간장을 조사하여 미래를 점쳤습니다. 간장의 점은 미래를 예언하는 방법으로는 아주 신기한 것인데, 그것은 수메르 인이 곧잘 사용한 방법이며 소아시아에서는 아주 보통 일이었습니다. 그것에 얽힌 어떠한 이야기가 없을까요? 페르시아는 거의 손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페르세폴리스의 폐허는 미국 발굴대의 손으로 대충 밝혀지고 페르시아 대궁전의 언덕길이나 계단이나 ‘톱날’ 벽은 일부분 되살려지고 있지만, 페르시아 전체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고고학의 낙원입니다. 인더스 강 유역에서는 모헨조다로 문명이 탐험해 달라고 소리 높여 부르고 있습니다. 4000년 이상이나 거슬러 올라가,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말해 주려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점에서 많이 닮은 수메르 문명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었을까요? 수메르의 폐허에서 발견된 신기한 돌 도장 가운데는 모현조다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확인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문화는 과연 공통의 기원을 가진 것일까요? 수수께끼에 싸인 아시아는 최근에 이르러 과거의 침묵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몽고, 아프가니스탄, 시베리아 등은 이제부터 정말 정복해야 할 세계입니다. 빙점 아래의 차가운 온도가 이집트의 건조한 흙과 마찬가지인 작용을 하여, 완전히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시베리아에서는 특히 그러 합니다. 1924년과 이듬해인 25년에 바이칼 호수 바로 남쪽에서 2백 개의 무덤이 발견되었습니다. 기원전 1세기 경의 유물인 듯싶습니다. 그중에는 도둑을 맞은 것도 있지만 부유한 유목민 우두머리의 말 장식은 유목민도 아주 높은 문명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이집트가 지금까지 보여 주었고, 또 앞으로 보여 줄 만한 것 말고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겠지요. 옛날 아프리카의 북해 안에서 영화를 누렸다는 그리스의 식민지나 카르타고의 여러 도시는 어디에 있을까요? 동아시아에는 거의 손이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지나 밀림에 삼키어졌다가 몇 년 전에 겨우 구출된 앙코르 대사 원의 주인, 크메르 인에게는 어떠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렇다고 가장 시시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계가 다시 한번 정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야 지방만이라도 넉넉히 백 년은 걸릴 일거리가 있고, 게다가 마야만이 남북 아메리카에서 되살려지고 연구해야 할 단 하나의 문명은 결코 아닙니다. 여기저기 숱한 적에서 고고학자는 일을 계속하고 있고, 어느 날인가 이야기의 모든 모습이 밝혀지겠지요. 인간이 언제 신세계에 왔는지, 왔을 때에는 얼마만큼의 지식이 있었는가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대지의 제2차 정복은 매우 참을성이 필요한, 금방 수확이 드러나지 않는 일입니다. 나중에 풍부한 수확이 있는 대신 오랜 시련과 실망이 따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고고학의 매력은 참으로 큽니다. 그것은 추리 소설의 오싹하는 느낌과 수수께끼 풀이만큼의 흥미로움을 갖고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에게는 대지 속에서 비밀을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왜냐하면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덧붙인다는 일만큼 보람 있고 훌륭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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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숲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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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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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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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아빠는 로러를 침대에서 안아 올려 창가로 데려갔다. 집 바로 앞에 두 마리의 늑대가 와 있었다. 털이 더부룩 한 개와 똑같이 생긴 두 마리의 늑대는 환하게 비치는 큰 달을 향해 주둥이를 들더니 울기 시작했다. 객은 으르렁대며 문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등의 털을 곤두세우고 날카로운 이 빨을 늑대 쪽으로 드러 낸 채. 늑대는 계속 울어 댔지만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통나무로 지은 이 집은 매우 살기 좋았다. 2층에는 넓은 다락방이 있으며, 비가 지붕을 두드릴 때 거기에서 놀면 기분이 참 좋았다. 아래층에는 작은 침실과 큰 방이 있었다. 침실에는 창이 하나, 나무로 만든 덧문으로 닫도록 되어 있었다. 큰 방에는 나무틀에 유리를 끼운 창이 두 개 있고, 앞쪽과 뒤쪽의 두 문에는 문짝이 달려 있었다. 집 둘레에는 곰이나 사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나무를 지그재그로 관 울타리가 빙 둘러쳐져 있었다. 집 앞마당에는 모양 좋은 큰 떡 갈나무가 두 그루 서 있었다. 아침마다 로러는 눈을 뜨면 곧장 창가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다. 어느 날 아침이 두 그루의 큰 나뭇가지에 죽은 사슴이 한 마리씩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빠가 전날 그 사슴을 총으로 쏘아 로러가 잠든 뒤에 가지고 온 것이다. 그리고 늑대가 그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나무에 높다랗게 매달아 놓았다. 그날 점심 식사 때 아빠와 엄마, 로러와 메리는 그 사슴 고기 요리를 먹었다. 너무나 맛있어서 로러는 그 사슴고기를 모두 먹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고기의 대부분은 소금을 뿌려 연기로 그슬려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겨울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되면 유리창에 성에가 끼었다. 머지않아 눈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통나무집은 눈 속에 파묻힐지도 모르며, 호수나 개울도 얼어붙게 될 것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계속되면 아빠가 사냥을 나가더라도 사냥감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고기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곰은 겨울잠을 자러 구멍에 모두 들어가 버릴 것이다. 다람쥐는 나무 구멍에 들어가 탐스러운 꼬리를 코 언저리에 재치 있게 감고는 잔뜩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사슴과 토끼는 겁쟁이긴 하지만 매우 날래다. 비록 아빠가 사슴을 잡는 다 해도 가을의 사슴처럼 토실토실 살이 찌지 않고 비쩍 말 라 맛이 없을 것이다. 얼어붙을 듯이 춥고 눈에 파묻힌 '큰 숲’에서 아빠 혼자 하루 종일 사냥감을 찾아다니다 밤이 되어 엄마와 메리와 노 러가 있는 곳으로 빈손으로 돌아 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조그만 집에는 되도록 많은 식량을 저장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아빠는 정성 들여 사슴 가죽을 벗기 고 그 가죽에 소금을 뿌려 펼쳐 놓았다.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음에는 고기를 토막토막 잘라 판자 위에 펴 놓고 소금을 뿌렸다. 속이 빈 큰 나무에서 잘라 낸 긴 통나무가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아빠는 전에 그 양쪽 끝으로 손을 집어넣어 닿는 곳에 못을 몇 개 박아 두었었다. 그것을 세워 그 위에 조그 만 지붕을 씌우고 아래쪽에는 조그만 문을 뚫어 놓았다. 그 문에 가죽으로 만든 경첩을 달아 나무 구멍에 딱 맞도록 끼 워 넣어 조그만 문이 만들어진 것으로 겉에는 나무껍질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사슴고기에 소금을 뿌려 5,6일쯤 그대로 두었다가 아빠는 고깃덩어리마다 끝 쪽에 구멍을 뚫어 끈을 끼웠다. 로러는 아빠가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속이 텅 빈 통나무에 박아 놓은 못에 그 고기를 매달아 놓을 때까지 곁에 붙어 있었다. 아빠는 통나무에 사다리를 걸친 고 꼭대기까지 올라간 다음 지붕을 한쪽으로 치워 놓고 통나무 안에 팔을 쑥 집어넣어 박아 둔 못에 고기를 매달았다. 그런 다음 아빠는 지붕 올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내려오더니 로러에게 말했다. “장작 패는 받침 나무 있는 데 달려가서 히코리 생나무 지저깨비 좀 주워 오렴. 깨끗하고 새하얀 것으로.” 로러는 아빠가 곰을 쏘아 죽이지 못해 실망했다. 곰고기를 참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빠도 낙심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말했다. “뭐, 괜찮아. 베이컨은 살았으니까 말이야.” 어느 날 헨리 아저씨 가 ‘큰 숲’을 지나 말을 타고 왔다. 아저씨는 아빠가 돼지 잡는 것을 거들어 주러 온 것이다. 엄마는 칼을 이미 날카롭게 갈아 놓았고, 핸리 아저씨는 폴리 아주머니의 칼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로러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얼마 뒤 로러는 가슴 두근거리며 한쪽 귀에서 손가락을 하나만 빼고는 가만히 귀기울여 보았다. 이제는 울고 있지 않았다. 그 뒤의 여러 가지 일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완전히 식자 아빠와 아저씨는 나무에서 내려놓고 부분별로 잘라 냈다. 햄을 만드는 넓적다리살, 어깨살, 옆구리살, 갈비살, 배의 살을 떼어냈다. 심장과 간장과 혓바닥과 치즈를 만드는 머릿고기, 그리고 소시지를 만드는 작은 고기 토막이 냄비에 하나 가득 찼다. 뒷문 헛간에서 고기를 판자 위에 올려놓고 골고루 소금을 뿌렸다. 넓적다리살과 어깨살은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 사슴 고기처럼 속이 빈 통나무에 넣어 그슬리기 위해서였다. 아빠는 말했다. “히코리 나무 연기로 그슬린 햄은 맛이 최고니까 말이야.” 아빠는 돼지 오줌통에 바람을 넣었다. 흰 풍선처럼 만들어지자 끝을 단단히 묶어 메 리와 로러에게 주었다. 두 아이는 그 풍선을 높이 던져올려 공치기도 하고, 땅에서 튀는 것을 차면서 놀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풍선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돼지꼬리였다. 아빠는 꼬리의 가죽을 모두 벗겨 내고 굵은 쪽 끝에 뾰족한 막대기를 찔러 넣었다. 엄마는 요리용 난로 앞문을 열고 쇠 쓰레받기에 시뻘건 석탄을 퍼냈다. 로러와 메리는 번갈아 가며 돼지꼬리를 석탄불에 구웠다. 핸리 아저씨는 점심 식사를 끝낸 뒤 돌아가고 아빠는 ‘큰 숲’으로 일하러 나갔다. 그러나 로러와 메리와 엄마는 이제부터가 큰일이다. 엄마에게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로러와 메리는 그것을 거들어야 했다. 이따금 엄마는 갈색 찌꺼기를 건져냈다. 그것을 헝겊 위에 놓고 꼭 짜서 기름을 다 빼고 나면 찌꺼기는 따로 모아 두었다. 나중에 옥수수빵을 구울 때 맛 내기로 쓰는 것이다. 바람이 윙윙 쓸쓸한 소리를 내며 불어 댔다. 그러나 로러와 메리가 호박을 가지고 소굽놀이하는 다락방은 아늑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메리는 로러보다 나이가 많아 헝겊으로 만든 네티라는 인형을 가지고 있었다. 로러는 손수건으로 싼 옥수수자루밖에 없었으나 그것도 좋은 인형이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는 밤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아빠는 난롯가에 앉아 사냥에 쓸 총을 손질했다. 먼저 깨끗이 닦아 반짝거리게 한 다음 맞물리는 경첩과 꽉 눌러 놓는 철판의 용수철에 새의 깃털로 곰 기름을 발랐다. 어느 날 아침 아빠는 일찍 돌아오더니 서둘러 두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나갔다. 곰을 잡은 것이다. 로러와 메리는 깡충깡충 뛰고 손뼉을 치며 좋아라 떠들어 댔다. 메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나는 넓적 다리 고기가 먹고 싶어! 넓적 다리 고기가 좋아!” 메리는 곰의 넓적다리 고기가 얼마나 큰지 모르고 있었다. 로러와 메리는 엄마의 일을 거들었다. 아침에는 늘 접시를 닦았다. 메리는 나이가 위여서 로러보다 많이 닦을 수 있었으나, 로러는 자기의 조그만 찻잔과 접시를 정성 들여 닦는 정도였다. 엄마는 우유를 담은 작은 냄비에 이것을 넣어 불에 올려놓고 우유가 데워지면 우유와 당근을 베 주머니에 옮겨 넣는다. 그런 다음 멋진 노란색으로 물든 우유를 도자기 그릇에 짜넣으면 크림이 아름다운 빛깔로 물든다. 이렇게 하여 버터가 노랗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이 버터 만들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차례다. 엄마가 버터를 틀에 넣어 찍어 내는 것이다.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나무틀 밑바닥에는 잎이 두 개 붙은 딸기가 하나 새겨져 있었다. 토요일에 엄마가 빵을 구울 때, 두 아이는 저마다 반죽한 가루를 조금씩 얻어 조그만 빵을 구워본다. 이따금 쿠키 재료를 조금씩 얻어 조그만 쿠키도 굽는다. 로러는 조그만 파이 접시로 파이를 구워 본 일도 있었다. 다른 사람은 살지 않는 ‘큰 숲’에 오직 한 채뿐인 이 조그만 통나무집은 눈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 따뜻하고 잘 정돈되어 정말 살기 좋았다. 아빠도 엄마도 메리도 로러도 갓난 아기 캐리도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 가운데 밤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게다가 밤에는 아빠가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로러와 메리가 이야기해 달라고 조르면 아빠는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긴 구레나룻을 둘의 얼굴에 문지르기 때 문에 두 아이 모두 간지러워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 웃어댔다. 그럴 때면 아빠의 눈은 몹시 즐거운 듯이 파랗게 빛났다. 어느 날 밤 아빠는 블랙 수전이 난로 앞에서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발톱을 냈다 오므렸다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물었다. “너희들, 표범이 고양이였다는 이야기 알고 있니? 커다란 산고양이 였다는 이야기 말이야.” 로러가 물었다. “표범은 어떻게 울어요?” “여자 같은 목소리란다.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아빠는 표범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로러와 메리는 무서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도 의자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말했다. “그러지 말아요, 여보!” 그러나 로러와 메리는 이렇게 무서운 것이 매우 좋았다. 말은 할아버지를 태우고 정신없이 달려가기 시작했단다. 말도 역시 무서웠던 거야.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표범한테는 당해 낼 수 없었지. 표범은 어두운 숲속을 바싹 붙어 쫓아왔어. 배가 고픈 표범이었기 때문에 더 잘 쫓아왔지. 금방 길 오른쪽에서 큰 소리로 울었는가 하면 다음에는 왼쪽에서 운단 말이야. 더욱이 바로 뒤에서. 할아버지는 안장 위에서 몸을 잔뜩 앞으로 구부리고 말을 좀 더 빨리 달리게 하려고 하셨단다. 말은 있는 힘을 다해 달렸는데도 표범은 마냥 바로 가까이에서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거든. 그러자 할아버지 눈에 얼핏 표범의 모습이 보였지. 바로 머리 위 나무 꼭대기에서 꼭대기로 나는 것이. 매우 큰 시커먼 표범으로 마치 블랙 수전이 쥐한테 달려들 둣이 공중을 날았어. 블랙 수전의 몇 배나 되는 큰 표범이. 할아버지에게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 그러나 바로 뒤 어두운 숲속에서 바싹 뒤쫓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금방이라도 덤벼들려는 그놈을. 표범은 번개처럼 말 등에 올라탔단다. 바로 지금까지 할아버지가 앉아 있던 자리에 말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어. 표범을 등에 태운 채 ‘큰 숲’으로 달려갔단다. 곰이나 표범을 쏠 때는 처음의 한 방으로 쏘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총알을 장전하고 있는 동안 상처 입은 곰이나 표범에게 공격당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러와 메리는 아빠가 혼자 ‘큰 숲’에 가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 아이 모두 아빠라면 틀림없이 처음 한방으로 곰이든 표범이든 쏘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라이저 아주머니가 엄마에게 말했다. “푸른색 프린트 스커트였어요.” 엄마가 말했다. “어머나, 저런!” “프린스 녀석이 스커트 뒤를 크게 찢어버렸지 뭐예요. 얼마나 화가 나는지 회초리가 있었으면 힘껏 때려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프린스는 오히려 내게 으르렁 대지 않겠어요.” 아빠가 말했다. “프린스가 당신한테 으르렁거렸단 말입니까?” 일라이저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그렇다니까요.” 피터 아저씨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도 무서웠지만 엘러는 더 무서워했어.” 엘러가 끼어들었다. “그건 거짓말이야. 조금도 무섭지 않던걸.” 앨리스가 대꾸했다. “하지만 목이 마르다고 떠들어 댔잖아.” 눈을 빛내며 이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로러는 누구보다도 가장 기뻤다. 로러의 양말에는 헝겊으로 만든 인형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로러는 인형을 안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빨간 벙어리장갑도 캔디도 좋았으나, 무엇보다도 이 인형이 가장 좋았다. 곧 살럿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마침내 모두 썰매에 올라탔다. 편안하고 따뜻하게. 아빠가 마지막으로 덮는 모피를 그들의 몸 둘레에 단단히 찔러 넣어 주었다. “안녕! 안녕!” 모두 큰 소리로 말하고 마침내 떠났다. 말이 힘차게 발굽 소리를 내고 짤랑짤랑 방울 소리를 울리면서 썰매는 미끄러져갔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요란한 방울 소리도 사라져 버리고 크리스마스는 끝났다. 얼마나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는가! 그러나 의자에 앉자마자 로러는 울음을 터뜨리고 발뒤꿈치로 의자를 탕탕 걷어찼다. 로러가 말했다. “일요일 따윈 아주 싫어.” 아빠는 읽고 있던 책을 놓으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러, 이리 오너라.” 제임스 위에 앉은 돼지는 계속 꿀, 꿀, 꿀 울부짖고. 언덕 밑에 가서야 겨우 썰매가 멈추었다는구나. 돼지는 제임스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숲속으로 달아나 버렸지. “여자아이도 그처럼 착해야 했었어요?” 로러가 묻자 엄마가 대답했다. 여자아이는 더 어려웠단다. 로러가 말했다. “우리 것은 진짜 곰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스키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여보세요, 소치는 아가씨 오늘 밤 나오지 않으시겠소? 오늘 밤 나오지 않으시겠소? 여보세요, 소 치는 아가씨, 오늘 밤 나오지 않으시겠소?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춥시다. 로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두 기다리고 있는데, 입이 아무래도 떼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마침내 물었다. “로러, 뭐라고 해야 되지?” 로러는 그제야 겨우 입을 열어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조그만 소리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첫날에는 엄마가 요리용 난로의 재를 깨끗이 쓸어 내고 청소를 한다. 다음에는 깨끗하고 반질반질한 통나무를 태워 조그만 베 주머니에 그 재를 넣어 둔다. 그날 밤, 아빠는 큰 알맹이가 달린 옥수수를 몇 자루나 가지고 돌아왔다. 엄마는 난로 앞에서 아빠와 마주 앉아 흔들의자를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짜다가 둔 양말 위에서 뜨개바늘이 언뜻언뜻 보였다. 난로 불빛과 음악이 있는 긴 겨울밤이 또 찾아온 것이다. 바이올린은 아빠의 노래를 따라 어쩐지 구슬프게 울리고 있다. 오, 스잔나 울지 말아요. 나는 간다오, 캘리포니아로 사금이라는 것을 보러 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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