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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바드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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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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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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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그다드는 너무 지루해. 저 바다를 건너면 얼마나 신나는 세상이 펼쳐질까?” 신드바드는 바닷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가 선원이 되기로 결심했어. 선원이 된 신드바드는 바닷물이 철썩거릴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신드바드와 선원들은 커다란 섬을 발견했어. "와! 드디어 육지가 나왔어." "저기서 쉬었다 가자!" 오랫동안 육지를 밟지 못한 선원들은 모두 환호했지. 선원들은 섬에 올라 불을 피워 요리를 하고, 나무의 열매를 땄어. 신드바드도 단단한 열매를 툭 땄지. 그런데 신드바드가 열매를 쪼개려고 커다란 칼을 내리치자 땅에서 빨간 피가 솟구치더니, 섬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거대한 파도가 일며 바닷물이 섬으로 쏴 밀려들었지. “으악! 피해요, 피해!” 사실 육지는 섬이 아니라 커다란 고래의 등이었던 거야! 신드바드와 선원들은 사납게 요동치는 고래를 피하려 했지만, 대부분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어. 하지만 신드바드는 다행히 작은 통을 붙잡아 가까스로 목숨 을건졌어. 바다에 동동 떠다니던 신드바드는 파도에 밀려 육지에 닿았어.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나게 크고 둥근 알을 발견했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알이었어. 그때, 갑자기 커다란 새가 하늘을 가리며 나타났어. 코끼리도 삼킨다는 전설의 새 로크였어! 신드바드는 깜짝 놀라 얼른 알 밑에 숨었어. 그리고 밤이 되자 슬쩍 로크의 다리에 터번으로 몸을 친친 묶었지. ‘여기를 탈출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아침이 되자, 로크는 바다의 안개를 뚫고 아주 깊은 계곡에 내려앉아 커다란 뱀을 잡았어. 그 사이 신드바드는 재빨리 터번을 풀고 바위틈에 몸을 숨겼지. “휴, 다행이다. 이제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지?” 신드바드는 요리조리 계곡을 살폈어. 그때 계곡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어. “저걸 가지고 나가면 부자가 될 거야!”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고깃덩이가 툭 떨어졌어. 신드바드는 전에 들었던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났지. 그 계곡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요. 다이아몬드를 얻으려면 고깃덩이를 던져 박히게 합니다. 그리고 먹이를 찾는 새들이 고깃덩이를 잡고 날아오르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놀래킨 다음 고기를 놓치게 하지요. 그러면 고기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가질 수 있어요. 신드바드는 다이아몬드를 주머니에 넣고 터번으로 가장 큰 고깃덩이에 몸을 꽁꽁 묶었어. 그리고 로크가 다시 올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어. 한참 뒤 다시 로크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어. 로크는 신드바드가 묶여 있는 큰 고깃덩이를 휙 낚아채더니 다시 하늘로 올라 계곡을 벗어났지. 하지만 이대로 로크의 둥지까지 가면 어떻게 될지 몰랐어. 그전에 어떻게든 육지를 찾아 내려가야 했지. 그때 어디선가 챙강챙강 시끄러운 소리가 났어. 그러자 로크가 고깃덩이와 함께 신드바드를 떨어뜨리고 말았어.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신드바드를 보고 깜짝 놀랐어. "저는 신드바드라고 합니다." "고향까지 배로 태워다 주시면 다이아몬드 몇 개를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흔쾌히 신드바드를 고향까지 데려다 주었어. 고향 바그다드로 돌아온 신드바드는 다이아몬드 덕분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어. 화려한 집을 짓고, 많은 하인을 거느리게 되었지. 하지만 신드바드는 작은 배 한 척을 만들어 다시 모험을 떠났어. 용감하고 지혜로운 신드바드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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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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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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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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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어느 마을에 잭이라는 소년이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어. 어느 날, 젖소의 젖이 나오지 않자 어머니가 말했어. “잭, 젖소를 팔아먹을 것을 사 오렴.” 그런데 잭이 시장에 가다가 허름한 옷을 입은 노인을 만났어. “얘야, 이 콩과 젖소를 바꾸지 않겠니? 이건 보통 콩이 아니라 요술 콩이란다.” 잭은 요술 콩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젖소와 바꿔버렸어.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콩을 창밖에 던져버렸어. “젖소를 이런 콩 몇 알과 바꿔 오다니!” 그런데 다음날,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 콩이 밤새 쑥쑥 자라 하늘까지 뻗어있는 거야. “우아! 저 하늘엔 뭐가 있을까?” 잭은 호기심에 콩나무에 올랐어. 구름 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집이 있었어. “누구 안 계세요?” 잭이 문을 똑똑 두드리자 거인 아주머니가 나왔어. “이런, 내 남편이 보면 당장 빵 속에 넣어서 먹어버릴 거야! 어서 도망치렴.” 그때 쿵쾅 쿵쾅 천둥 같은 소리가 났어. 바로 거인 아저씨가 오는 소리였지. 잭은 놀라서 재빨리 벽난로 뒤에 숨었어. 킁킁. “어?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나는데.” 그러자 거인 아주머니가 말했어.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아닐 거예요.” 다행히도 거인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 밥을 다 먹자 거인 아저씨는 금화 자루를 꺼내 금화를 세기 시작했어. “하나, 둘, 셋, 넷..... 아이고, 졸려!” 그러고는 이내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고 말았지. 잭은 살금살금 벽난로에서 나와 바늘과 실로 도르래를 만들어 책상 위의 금화 자루를 내렸어. 그리고 금화 자루를 메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어. “세상에! 이제 먹을 것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크게 기뻐하셨어. 하지만 금화는 이내 바닥이 나고 말았지. 잭은 커다란 자루를 가지고 다시 콩나무에 올랐어. 그리고 살금살금 거인의 집에 들어갔지. 킁킁. “사람 냄새가 나는데? 내 금화를 훔쳐 간 녀석일 거야! 이번에는 꼭 잡고 말 테다.” 하지만 거인 아저씨는 곧 잭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어. 잭은 찬장 안에 꼭꼭 숨어있었거든. 거인 아저씨는 닭을 데리고 와 말했어. “황금달걀을 낳거라!” 그러자 닭은 신기하게도 황금달걀을 퐁퐁 낳았어. 그리고 곧 아저씨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들었지. 잭은 닭이 놀라지 않게 검은 천으로 닭의 눈을 가리고 커다란 자루에 넣어 주르륵 콩나무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어. 이내 잭은 부자가 되었어! 하지만 잭은 한 번만 더 올라가 보기로 했어. 킁킁. “내 닭을 훔쳐 간 사람 냄새 군! 이번에는 꼭 잡아서 빵 속에 넣어 먹을 테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인 아저씨는 잭을 찾지 못하자 황금 하프를 가져왔어.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라!” 거인 아저씨는 하프의 노랫소리에 슬슬 잠이 들고 말았지. 잭이 하프에게 물었어. “나랑 같이 갈래? 네가 원할 때만 노래하게 해줄게.” “좋아요.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그런데 그때 거인 아저씨가 잠에서 깨고 말았어! “이놈! 이번에는 내 하프를 훔치려고? 어림없다.” 잭이 힘껏 하프를 메고 콩나무 줄기를 타자 거인 아저씨도 콩나무 줄기를 타고 따라 내려왔어. “네 이놈!” 잭은 얼른 도끼로 콩나무의 밑동을 쾅쾅 찍어 바다를 향해 쓰러뜨렸어. 그러자 거인 아저씨도 바다에 풍덩 빠지고 말았지. 그 뒤로 잭과 어머니는 더 큰 부자가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며 행복하게 살았단다. 잭과 콩나무는 영국 잉글랜드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옛이야기예요. 집에서 키우던 젖소를 요술 콩과 바꾼 잭은 밤새 하늘까지 자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요. 그리고 거인의 금화 자루, 황금 알을 낳는 암탉, 노래하는 하프를 몰래 가지고 내려 온답니다. 땅에 내려온 잭은 도끼로 콩나무 밑동을 내리쳐 뒤쫓아 오는 거인을 바다에 떨어뜨리지요. 잭과 어머니는 큰 부자가 되어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 민담은 어른이 되어 가는 남자아이의 모험 이야기예요. 심리적으로 보면 잭과 콩나무는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시기의 아이, 남성으로 성숙해 가는 시기의 아이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답니다. 영국의 민담을 정리한‘조지프 제이콥스’ 조지프 제이콥스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잭과 콩나무, 암탉 페니 등 영국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수집한 민속학자예요. 영국은 켈트 족, 앵글로색슨 족 등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이 중 켈트 족의 민담을 주로 모았지요. 신화가 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민담은 주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조지프 제이콥스가 담아낸 이야기들은 인간의 다양한 성격과 삶의 방식을 이야기 한다는데 의의가 있지요. 힘이 없거나, 똑똑하거나 멍청하거나 능청스러운 다양한 주인공의 성격이 드러나고, 여성들의 독립적이고 강인함을 이야기하며, 힘들지만 지혜롭게 역경을 이겨 내던 영국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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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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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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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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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소년 톰이 학교 복도의 창문 틀을 넘고 있어요. 단짝 허크가 창밖에서 불러냈거든요. “어이, 톰! 사냥놀이 나가자!” 허크는 술주정뱅이의 아들인데,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고 늘 맨발에 발바닥이 까맸어요. 톰은 허크와 숲에서 사냥놀이를 하다가 늦게야 집으로 돌아갔어요. “톰! 학교 수업도 빠지고 사냥을 갔다 와? 공부하기 싫으면 일을 해봐라. 일하는 게 힘든 줄 알아야 공부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줄을 알 거야!” 톰은 이모에게 심하게 꾸지람을 듣고 울타리를 페인트칠하라는 벌을 받았어요. ‘이 넓은 울타리를 나 혼자 어떻게 다칠 한담?’ 톰은 종일 일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때 벤 이 죽은 쥐를 가지고 걸어오는 것이 보 어요. 톰은 좋은 생각이 번쩍 떠올랐어요. “어이, 톰! 일하는구나?” 벤 이 놀리자 톰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일이라니? 울타리를 칠하는 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야.” 놀이라는 말에 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죽은 쥐를 줄게. 나 한 번만 하게 해줘.” “음, 좋아!” 톰은 마지못해 주는 척 시치미를 떼며 붓을 주었어요. 결국, 동네 친구들은 모두 한 번씩 페인트칠을 하게 되었고, 톰은 죽은 쥐와 새총 등을 얻었지요. 톰은 힘들이지 않고 일을 모두 마쳤어요. 그리고 이모에게 칭찬도 듣고 맛있는 사과도 먹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허크가 톰에게 말했어요. “톰, 공동묘지에 가면 귀신이 나온대. 오늘 밤에 확인하러 가보자.” 톰은 밤이 되자 이모 몰래 공동묘지에 갔어요. 그런데 그곳에는 뜻밖에도 주정뱅이 머프와 로빈슨 의사, 악당 인디언 조가 있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어요. 인디언 조와 로빈슨의 사가 말다툼을 하더니 갑자기 인디언 조가 로빈슨 의사를 칼로 찔러 죽인 거예요! 그리고 술에 취해있는 머프의 손에 칼을 쥐여주고는, 머프를 깨우며 말했어요. “머프! 자네가 술에 취해 로빈슨의 사를 죽이고 말았어.” 톰과 허크는 너무 놀라 허겁지겁 도망을 쳤어요. 다음날, 마을은 발칵 뒤집혔어요. “머프가 사람을 죽였다네.” “저렇게 매일 술만 마시니 언젠가 사고를 칠 줄 알았어.” 머프는 로빈슨 의사를 죽인 사람으로 지목되었고, 인디언 조는 그 광경을 보았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톰은 양심에 가책을 느꼈어요. 하지만 인디언 조가 보복을 할까 두려워 입을 다물었지요. 머프의 마지막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어요. “머프는 범인이 아니에요! 로빈슨의 사를 죽인 건 인디언 조예요!” 톰은 용기를 내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혔어요. 그러자 인디언 조는 창문을 깨고 도망쳐버렸지요. 톰은 마을의 스타가 되었어요. “톰 덕분에 머프가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어!” 하지만 톰은 밤이 되면 인디언 조가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웠어요.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이었어요. 톰은 여자친구인 베키와 함께 동굴을 발견했어요. “우리 여기 들어가 보자!” 둘은 동굴 여기저기를 탐험했어요. 그런데 그만 동굴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날이 어두워져서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를 시간이 흘렀어요. 베키와 톰은 점점 지쳐갔어요. 그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어요. 톰과 베키는 살금살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세상에! 인디언 조가 곡괭이로 십자가가 그려진 바위 밑을 파고 있었어요. 인디언 조가 톰과 베키를 발견하자 톰은 베키의 손을 잡고는 뛰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뛰는데 뒤에서 비명이 들렸어요. 인디언 조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 거예요. 한참을 달리는데 앞에 환한 빛이 드는 게 보였어요. “출구야! 드디어 나갈 수 있게 되었어!” 베키와 톰을 찾아 헤매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울음을 터트렸어요. “오! 베키, 사랑하는 내 딸!” “오! 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톰은 이모가 우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어요. 며칠 뒤 톰은 허크와 함께 다시 동굴을 찾았어요. “허크, 인디언 조가 동굴 안에 보물 상자를 묻어놓았어. 가보자!” 둘은 반나절 내내 십자가가 그려진 바위 밑을 팠어요. 과연 그곳에는 많은 양의 금화가 있었고, 둘은 부자가 되었지요. 하지만 톰은 부자가 된 것보다도 신나는 모험을 한 것이 훨씬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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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이상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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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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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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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는 스웨덴에 사는 개구쟁이 소년이에요. 닐스는 걸핏하면 집에서 키우는 가축을 못살게 굴었어요. 닭과 병아리가 모이를 먹을 때면 고함을 치며 뛰어들었어요. 소의 꼬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뒤뚱거리는 거위의 엉덩이를 뻥 차기도 했어요. 어느 날 닐스는 식탁 위에서 난쟁이 할아버지를 보게 되었어요. “우아, 조그만 사람이잖아!” 닐스는 신기해서 잠자리채로 난쟁이 할아버지를 잡았어요. “나는 이 집을 지키는 요정이야. 이렇게 괴롭히면 곤란하단다.” 하지만 닐스가 장난을 그만두지 않자, 난쟁이 할아버지는 요술을 부렸어요. 그러자 닐스가 점점 작아지더니 난쟁이가 되어버렸어요! 괴롭힘을 당하던 가축들은 닐스를 콕콕 쪼았어요. 닐스는 도망을 치다가 집에서 기르는 거위 몰텐의 꼬리를 덥석 붙잡았어요. 몰텐은 하늘을 날고 싶어 매일 날갯짓을 연습하던 거위였지요. 푸드덕푸드덕! “나도 같이 갈래!” 순간, 몰텐은 기러기떼를 보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네가 가면 우리 엄마가 슬퍼하실 거야.” 닐스가 말했지만 몰텐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노력하면 날 수 있다는 것을 안 몰텐은 기러기 떼를 따라 훨훨 날았지요. 기러기 떼는 자꾸만 쫓아오는 몰텐이 궁금했어요. “거위 한 마리가 따라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기러기떼의 대장 ‘아카’가 말했어요. “우리 편이라면 도와주는 것이 좋겠어.” 아카의 말에 기러기 떼는 몰텐이 뒤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춰 호숫가에 내려앉았어요. 그때, 몰텐이 기러기 떼를 노리는 여우를 발견했어요. “꽥꽥! 모두 피하세요. 여우가 다가와요!” 몰텐이 외치자, 기러기 떼는 모두 하늘로 푸드덕 날아올랐어요. 화가 난 여우가 몰텐에게 소리쳤어요. “너 때문에 사냥에 실패했어. 너를 꼭 잡아먹겠다!” 그날 밤, 아카는 숲속의 안전한 곳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몰텐과 닐스도 쉴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기러기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몰텐과 닐스가 좋아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몰텐과 닐스가 두루미들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어요. 그런데 잔치에 여우가 몰래 끼어들었지요. “다 같이 힘을 합쳐 싸워요!” 닐스의 말에 두루미와 기러기들은 함께 싸워 여우를 쫓아냈어요. 그러나 안심할 수 없던 기러기들은 바다 위 작은 섬에서 잠을 자야만 했어요. 여우는 꾀를 내어 물개에게 기러기를 물어오라고 했어요. 물개는 기러기들이 잠든 사이에 살금살금 다가갔지요. 하지만 닐스만은 잠을 자지 않고 있었어요. 기러기와 몰텐을 지켜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닐스는 물개가 다가오자 돌멩이를 던져 쫓아버렸어요. 다음날, 기러기들에게 양의 우두머리가 찾아왔어요. “여기에 머물면 여우에게 잡아먹힐 수 있단다. 이 섬에도 못된 여우 세 마리가 살거든.” 그때 닐스가 말했어요. “양에게는 멋진 뿔이 있잖아요. 다 함께 힘을 모으면 여우를 이길 수 있어요!” 양들은 닐스의 말에 용기를 내어 못된 여우들을 뿔로 들이받아 낭떠러지로 데굴데굴 떨어뜨려버렸어요. 멋진 모험을 한 닐스는 집이 그리웠어요. “엄마랑 아빠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갈래.” 몰텐도 언제나 기러기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아카 대장은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집까지 바래다주었어요. “잘 가. 멋진 모험이었어.” 몰텐과 닐스가 말했어요. 몰텐은 닐스를 등에 태운 채, 집 담장에 앉았어요. 그런데 닐스가 폴짝 뛰어내리자 요술이 풀리면서 전처럼 키가 커졌어요. “엄마, 아빠! 제가 돌아왔어요!” “오오, 우리 아들!” 집으로 돌아온 닐스는 그 뒤부터 가축들과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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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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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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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에 도로시라는 소녀가 헨리 아저씨와 샘 아주머니, 강아지 토토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무서운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도로시와 아저씨, 아주머니는 얼른 지하실로 숨었어요. 그런데 토토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도로시는 놀라서 토토를 찾으러 올라갔어요. 그런데 침대 밑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토토를 발견하자마자, 집이 마구 흔들리더니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통째로 하늘로 올라가고 말았어요. 잠시 뒤, 집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어느 마을에 떨어졌어요. 쿵! 밖에는 아름다운 마녀와 난쟁이들이 있었어요. “나는 북쪽 마녀예요. 아가씨가 집으로 나쁜 동쪽 마녀를 무찔러주어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동쪽 마녀가 신던 마법의 구두를 선물로 드릴게요.” 도로시는 어리둥절했지만, 집 바닥을 보니 마법의 구두를 신은 동쪽 마녀의 발이 보였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캔자스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기는 만타킨 나라예요. 저는 잘 모르지만,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도로시는 토토와 함께 오즈로 향했어요. 옥수수밭을 지날 때였어요. 커다란 허수아비가 도로시를 불렀어요. “아가씨, 제 등에 있는 막대기 좀 떼주세요. 저는 머리가 짚으로 가득 찬 바보랍니다. 오즈께 가서 지혜를 달라고 할 거예요.”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불쌍해 함께 길을 떠났어요. 숲을 지날 때였어요. 양철로 된 나무꾼이 삐걱삐걱 다가왔어요. “아가씨, 내게 기름칠 좀 해주세요. 녹이 슬어 움직이기 힘들어요!” 도로시는 기름통을 구해와 기름칠을 해주었어요. “고마워요. 나는 심장이 없어서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해요. 오즈께 가서 심장을 달라고 할 거예요.” 양철나무꾼도 도로시를 따라가기로 했어요.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이 한참 길을 걸을 때였어요. 숲속에서 사자가 튀어나오더니 큰 소리로 토토를 위협했어요. “이런, 못된 사자 같으니!” 도로시가 사자의 뺨을 찰싹 때렸어요. 그러자 사자는 엉엉 울었어요. “저는 사실 겁쟁이랍니다. 그래서 용감한 척을 하려고 일부러 소리를 지른 거예요. 오즈께 가서 용기를 달라고 할래요!” 그렇게 오즈로 가는 길은 사자도 함께하게 되었어요. 험한 절벽에 다다랐어요. “이런, 다리가 없네.” 도로시가 걱정하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양철 나무꾼이 도끼로 저 나무를 찍어 다리를 놓는 건 어때요?” 그 말에 양철 나무꾼은 나무를 쾅쾅 찍었어요. 그때 무서운 괴물이 나타났어요. 모두 겁을 먹고 두려움에 떨자 사자가 말했어요. “내가 저 괴물과 싸울 때 어서 다리를 놓고 도망가요!” 그렇게 사자가 싸우는 동안 모두 무사히 절벽을 지났어요. 그리고 양철 나무꾼은 다리를 끊어 괴물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버렸지요. 그러자 도로시가 외쳤어요. “허수아비의 지혜와 사자의 용기, 양철 나무꾼의 능력 덕분에 모두 살았어!” 드디어 도로시와 친구들이 오즈의 나라에 도착했어요. “오즈의 마법사님,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렇게 쉽게는 어림없지. 나쁜 서쪽 마녀를 무찌르고 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 그래서 도로시와 친구들은 서쪽 마녀가 사는 윙키 나라로 향했어요. 서쪽 마녀는 이 사실을 알고 날개 달린 원숭이 떼를 보내 도로시와 친구들을 모두 잡아들였어요. 그리고 빗자루로 도로시를 넘어뜨려 구두를 가져가려 했지요. 그런데 화가 난 도로시가 물동이를 서쪽 마녀의 머리에 주르륵 부어버리자 서쪽 마녀는 녹아서 사라져 버렸어요. 물에 약한 마녀가 눈 녹듯 녹아버린 거예요! 다시 오즈의 나라에 가자, 오즈가 시치미를 떼며 말했어요.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때 토토가 오즈 뒤의 커튼을 걷어 젖혔어요. 그러자 웬 할아버지가 있었지요.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허허, 내가 바로 오즈의 마법사야.” 오즈는 할 수 없이 허수아비에게는 뇌 모양의 묵직한 톱밥을, 양철나무꾼에게는 심장 모양의 등불을, 사자에게는 용기가 생기는 약을 주었어요. 하지만 도로시는 알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이미 현명하고, 배려심이 깊고, 용기가 있다는 것을요. 오즈는 도로시를 비행기구에 태워주었어요. 하지만 토토가 무서워서 뛰쳐나가는 바람에 집에 갈 수 없게 되었지요. 그때 북쪽 마녀가 말했어요. “마법의 구두 뒤축을 세 번 부딪히고 소원을 말해보세요.” 도로시가 탁, 탁, 탁 세 번 부딪히며 말했어요. “그리운 내 집으로 데려다줘.” 그러자 눈 깜짝할 새에 집에 도착했어요. 아주머니와 아저씨 품에 안긴 도로시는 무척 기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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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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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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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앨리스가 언니와 함께 언덕에 올랐어. 하지만 언니가 계속 책만 읽자, 앨리스는 지루해졌어. 그때 어디선가 흰토끼가 회중시계를 보며 바쁜 듯이 뛰어왔어. “이런, 너무 늦겠는걸.” 앨리스는 호기심에 흰토끼를 쫓아갔어. 그런데 흰토끼를 따라간 앨리스는 깊은 굴속으로 쿵 떨어지고 말았어.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문이 많은 방이었지.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앨리스는 탁자 위에 놓인 열쇠로 문을 다 열어보려 했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커튼 뒤의 아주 작은 문에 열쇠를 꽂아 돌리 자문이 철커덕 열렸어! 하지만 문이 너무 작아 나갈 수가 없었지. 앨리스는 탁자 위에‘나를 마셔요.’ 라고 쓰여있는 작은 병의 물을 꿀꺽꿀꺽 마셨어. 어어! 그런데 앨리스의 몸이 점점 작아지는 거야. 열쇠를 집을 수 없을 만큼! 이번에는 탁자 아래에 놓인 과자를 먹었어. 그랬더니 몸이 쑥쑥 커지며 천장까지 닿아버렸어!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자 방은 어느새 연못이 되어버렸지. 그때 흰토끼가 앨리스를 보고는 놀라서 장갑과 부채를 떨어뜨리고 정신없이 달아났어. 앨리스가 토끼의 부채로 부채질을 하자 몸이 다시 작아졌어. 그래서 동물들과 함께 헤엄쳐 나갔지. 연못을 빠져나온 앨리스와 동물들은 흠뻑 젖고 말았어. “젖은 몸을 어떻게 말리지?” “달리기를 해서 말리자!” 우습게 생긴 도도새가 말하자 모두 달리기를 시작했어. 그때 흰토끼가 다시 나타나 앨리스에게 말했어. “내 부채와 장갑이 어디 갔지? 얘,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찾아줄래?” 흰토끼의 집에 간 앨리스는 목이 말라 탁자 위에 놓인 물을 꿀꺽 마셨어. 어머! 그러자 앨리스의 몸이 다시 커져버렸어! 놀란 토끼는 달아났다가 친구들과 함께 수레에 돌멩이를 가득 싣고 나타났어. 동물들은 앨리스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어. 하지만 돌멩이는 과자로 변해버렸지 뭐야! 앨리스가 과자를 집어먹자 다시 몸이 작아졌어. 밖으로 나온 앨리스는 작은 집을 발견했어. 집안에는 어떤 부인이 우는 아기를 달래고, 그 옆에는 커다란 고양이가 씩 웃고 있었어. “네가 좀 달래 보렴. 난 여왕님과 약속이 있거든.” 하지만 아기의 얼굴이 돼지로 변한 것을 보고 앨리스는 황급히 아기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어. 밖에는 아까 본 고양이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었어. “이 숲에서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니?” 앨리스가 묻자 고양이가 말했어. “모자 장수와 산토끼에게 물어봐.” 하지만 모자 장수와 산토끼는 엉뚱한 말만 늘어놓았어. “여기도 소용없겠어.” 앨리스는 화가 나 자리를 떴어. 앨리스는 트럼프 정원사들이 흰 장미에 빨간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곳에 갔다가 여왕의 행렬을 보았어. 앨리스는 여왕에게 정중히 집에 가는 길을 물었지. “크로케 시합을 해서 네가 이기면 알려주지.” 앨리스는 여왕과 함께 고슴도치를 공으로, 홍학을 방망이 삼아 시합을 했어. 하지만 여왕을 이기지는 못했어. 그래도 앨리스는 여왕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달라고 사정했어. 그러자 여왕은 독수리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그린 펀을 불러 앨리스를 가짜 바다거북에게 데려가라고 명령했어. 앨리스는 가짜 바다거북을 만나, 물어물어 재판관에게 가보기로 했지. 재판관은 여왕이었어. 때마침 여왕은 하트의 잭에게 파이를 훔친 죄로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었어. “이런 재판이 어디 있어요! 그만한 일로 목숨을 빼앗다니!” 앨리스가 소리치자 여왕은 트럼프 병정들에게 앨리스를 혼내주라고 했어. 그때 어디서 인지 언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어. “앨리스, 앨리스!” 놀라서 눈을 번쩍 뜬 앨리스는 그제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어. “휴! 큰일 날뻔했네!” 앨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으로 향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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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마야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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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꿀벌 마야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밖에 나가보지 못했어요. 마야는 세상이 어떤지 몹시 궁금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마야는 언니들을 따라 성 밖 구경을 나가게 되었어요. 세상은 무척 아름다웠어요. 꽃내음이 달콤하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상쾌했지요. 그런데 한참 하늘을 날며 놀던 마야는 당황했어요. 언니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언니들, 모두 어디 갔어요?” 마야는 종일 언니들을 찾아다녔어요. 마야는 해가 지자 지쳐서 튤립꽃 위에 내려앉았어요. 튤립꽃의 달콤한 꿀을 먹고 나자, 힘이 불끈 솟았지요.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마야는 날이 저물자 어느 이름 모를 잎 속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요. 아침이 되자 풍뎅이 아저씨가 마야에게 인사했어요. “꿀벌아, 잘 잤니?” “안녕하세요? 저는 마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구나. 내 이름은 페피야.” 마야가 아침이슬로 세수를 하자 페피 아저씨는 장미꽃 꿀을 주었어요. 마야는 페피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연못가의 연잎 위에 앉았어요. 그때 파리 한스가 날아와 소리쳤어요. “비키지 못해? 그 연잎은 내 거야.” “잎사귀에도 주인이 있니?” “그럼. 여태 그것도 몰랐니?” 마야는 비로소 세상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잠자리 시누크가 파리 한스를 덥석 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꿀꺽 삼켜버렸어요. 마야가 놀라자, 시누크가 멋쩍게 말했지요. “놀랄 거 없어. 파리는 우리 잠자리들의 먹이니까 어쩔 수 없단다.” 그때 풀숲에서 비명이 들려왔어요. “도와주세요!” 마야가 풀숲으로 가보니 장수풍뎅이 쿠르트가 뒤집혀서 버둥거리고 있었어요. 마야가 풀잎 하나를 내려주자, 쿠르트는 풀잎을 잡고 뒤집혔던 몸을 일으켰어요. “고마워, 꿀벌아.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그런데 그날 밤 잠잘 곳을 찾던 마야가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어요. “흐흐흐, 어디 맛 좀 볼까?” 흉측한 무당거미가 스르르 다가오며 말했어요. 마야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어요. “살려주세요!” 그때 갑자기 거미줄이 툭 끊어지면서 마야가 땅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장수풍뎅이 쿠르트가 거미줄을 끊은 거예요. 마야는 쿠르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또다시 잠잘 곳을 찾아 날았어요. 그때 누군가 마야의 등을 꽉 움켜잡았어요. 무서운 말벌이었지요. “꿀벌이잖아! 우리 여왕님께 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말벌은 마야를 성으로 데려가서 감옥에 가두었어요. 감옥 안에는 곤충들의 뼈가 여기저기 널려있었어요. 그때 벽 틈으로 말벌 여왕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내일 아침 일찍 꿀벌 성을 공격한다!” 마야는 매우 놀랐어요. 한밤중이 되자, 마야는 꽁무니의 침으로 자물쇠를 열고 있는 힘을 다해 꿀벌 성으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여왕님께 이 사실을 알렸지요. “병사들아, 전쟁 준비를 하고 힘껏 싸우자!” 꿀벌 여왕님의 말에 꿀벌들은 성문 뒤에 숨어있다가 다음날 말벌들을 공격해 무찔렀어요. '꿀벌 마야의 모험'은 호기심 많은 어린 꿀벌 마야가 틀에 박힌 삶을 거부하고 고향을 떠나 다양한 곤충들을 만나며 겪는 모험담이에요. 바깥세상이 궁금하던 마야는 처음으로 성 밖 구경을 나가게 된 날,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그러나 세상이 모두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살아가기 위한 무서운 싸움이 있었지요.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던 마야는 말벌에 잡혀 감옥에 갇힌 뒤에야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깨우치지요. 마야는 꿀벌 성을 공격하려는 말벌들의 계획을 알아내고 필사적으로 탈출하여 이를 알려 공을 세우지만, 그와 동시에 여럿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 자유는 그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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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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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년 5월 어느 날, 걸리버가 탄 배가 동인도를 향해 가다 폭풍우에 산산조각이 났어요. 걸리버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가 며칠 만에 어느 작은 섬에 닿았어요.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깬 걸리버는 따가운 햇빛에 눈이 부셨어요. 그래서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주위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사람들이 활과 창을 겨누고 있었어요. "여기는 소인국이다! 너를 우리 국왕에게 데리고 가겠다!" 지위가 높아 보이는 한 사내가 말했어요. 소인국 사람들은 거대한 수레를 만들어 걸리버를 싣고 성으로 향했어요. 걸리버는 국왕에게 공손히 말을 건넸어요. "저는 걸리버라고 합니다. 당신들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자 국왕은 걸리버를 소인국에 살 수 있도록 허락했어요. 소인국 사람들은 모두 걸리버를 좋아했어요. 걸리버는 사람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경치를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기도 했어요. 국왕은 걸리버를 위해 멋진 공연을 보여 주었어요. 사람들이 줄을 타면서 춤을 추는 놀라운 묘기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국왕에게 걱정거리가 생겼어요. 이웃 나라에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식이었어요. 걸리버는 망원경으로 이웃 나라 쪽을 보았어요. 항구에는 선박 50척과 군함. 수송선들이 닻을 내리고 있었지요. 걸리버는 수많은 갈고리를 밧줄에 연결해 무기를 만들었어요. 다음날 이웃 나라 함대가 우르르 몰려오자 걸리버는 성큼성큼 걸어가 군함마다 갈고리를 걸어 소인국의 해안으로 끌고 갔어요. 병사들이 활을 휙휙 쏘았지만 소용없었지요. 승리한 소인국 국왕은 걸리버에게 이웃 나라 황제를 잡아 오라고 했어요. 이웃 나라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걸리버는 정중하게 사양하며 말했어요. "국왕께서는 이미 승리하셨습니다. 저들과 평화 조약을 맺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걸리버의 말에 국왕은 이웃 나라와 조약을 맺어 평화롭게 지냈어요. 하지만 소인국 사람들 중 걸리버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전쟁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몇몇 신하들이었지요. 이들은 걸리버가 소인국을 배신하고 이웃 나라 편에 섰다고 거짓 소문을 퍼트렸어요. 걸리버는 그 사실을 알고 이웃 나라 왕에게 요청해 이웃 나라로 건너가 머물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걸리버는 바닷가에서 자신이 타고 왔던 배에서 떠내려온 구명보트를 발견했어요. 여기저기 손을 보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걸리버는 뚝딱뚝딱 구명보트를 손질하고 나무로 노를 만들었어요. 작은 사람들도 걸리버를 도왔어요. 며칠 후 떠날 채비가 끝나자 왕은 암소 여섯 마리와 수소 네 마리, 같은 수의 숫양과 암양을 선물로 주었어요. 1701년 걸리버는 드디어 작은 사람들의 나라를 떠났어요. 다음 날 오후. 걸리버는 바다 저 멀리 수평선 부근에 떠 있는 배 한 척을 발견했어요. 배의 돛 위에는 영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지요. 걸리버는 두 팔을 휘둘러 구조를 요청했어요. "살려 주세요!" 마침내 고향에 도착한 걸리버는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 왕에게 선물 받은 작은 동물들을 구경시켜 주고 많은 돈을 벌었지요. 하지만 걸리버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걸리버는 이제 어떤 신 나는 모험을 하게 될까요? 걸리버 여행기는 원래 타락한 영국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쓴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떠나는 모험을 좋아하는 걸리버는 동인도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어요. 그러나 항해 중에 폭풍우를 만나 파도에 밀려 작은 사람들의 나라인 소인국 (릴리퍼트)에 머물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이웃 나라(블라훼스크)와의 전쟁을 막아 평화롭게 지내게 하는 등 걸리버는 많은 일을 해내요. 이 작품은 모험 정신과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 주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 준답니다. 조나단 스위프트 영국의 소설가(1667˜1745)로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어요. 영국에서 정치가 템플 경 밑에서 비서 생활을 하며 고전과 역사를 배우고, 정치가의 길로 들어섰어요. 그러다가 1724년 드레이피어의 서한과 함께 1726년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런던에서 출간해 확고하게 그의 이름을 떨쳤어요. 주요 작품으로는 통 이야기, 책의 전쟁, 스텔라에게 보내는 일기 등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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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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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카이와 게르다라는 소년과 소녀가 살았어요.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요. 할머니는 카이와 게르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눈의 여왕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키스를 하면 모든 것을 얼려 버리고 모든 기억도 빼앗아 버린단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두 사람은 눈의 여왕을 상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카이가 공원에서 눈썰매를 탈 때였어요. 하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 카이를 데리고 멀리 떠나 버렸어요. "카이, 나는 눈의 여왕이야. 널 데리러 왔어." 눈의 여왕이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카이의 몸은 꽁꽁 얼고 모든 기억도 잃어버렸지요.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먼 여행을 나섰어요. 추위에 몸은 꽁꽁 얼고, 발도 무척 시렸지요. 그때 숲에서 까마귀가 나타나 말했어요. "얼마 전 공주가 어떤 소년을 데리고 와서 결혼을 했어. 혹시 그 아이일지도 모르니 가 볼래?" 까마귀의 말에 게르다는공주가 사는 성으로 갔어요. 게르다는 밤이 되자, 몰래 공주의 방에 들어가 소년을 깨웠어요. "카이, 내가 왔어!" 하지만 달빛에 비친 소년은 카이가 아니었어요. 게르다는 공주와 소년에게 사과를 하며 그간의 사정을 말했어요. "황금 마차를 줄 테니 타고 가렴. 친구를 꼭 찾길 바랄게." 게르다는 황금 마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 도둑 떼를 만났어요. "하하!이 꼬마 숙녀를 노예로 만들까?" 그때 대장의 딸이 말했어요. "그 아이는 건들지 마. 나랑 친구할 거야." 그날 밤 게르다는 대장의 딸과 함께 도란도란 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나누었어요. 다음 날, 산비둘기가 날아와 게르다에게 카이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갔다고 말해 주었어요. 그러자 대장의 딸은 게르다에게 순록을 내어 주며 말했어요. "눈의 나라는 온통 눈과 얼음뿐이야. 이 순록이 도움이 될 거야." 순록은 게르다를 요술 할머니의 집에 데려다주었어요. "여기서 하루 쉬도록 하렴. 내일부터는 너 혼자서 카이를 구하러 가야 한단다. 그곳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거든." 게르다는 요술 할머니의 배려로 따뜻한 곳에서 오랜만에 푹 쉬었어요. 게르다는 혼자서 눈의 나라에 들어갔어요. 매서운 바람이 게르다의 몸을 파고들었어요. 그런데 얼음 성에 거의 다다를 무렵 커다란 눈송이들이 무서운 모습의 병사들로 변해 게르다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얼음 성을 지키는 병사들이었던 거예요. 게르다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어요. "카이를 제발 만나게 해 주세요." 그러자 갑자기 게르다의 입김이 천사들로 변했어요. 천사들은 얼음 성의 병사들을 모두 잠재워 버렸지요. 게르다는 용기를 내어 천천히 얼음 성으로 향했어요. 성안은 온통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게르다는 그곳에서 카이를 발견했어요. 카이는 바닥의 얼음 조각을 맞추고 있었지요. 하지만 창백하고 하얀 얼굴이 마치 얼음 인형 같았어요. "카이, 내가 왔어!" 게르다가 달려갔지만 카이는 계속 얼음 조각만 맞추었어요. 게르다는 슬퍼서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그런데 눈물이 카이의 손등에 닿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게르다의 눈물이 잃어버린 카이의 기억을 되찾아 준 거예요. 카이와 게르다는 얼음 성을 빠져나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고향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카이와 게르다만 멋진 청년과 숙녀가 되어 있었을 뿐이었지요. 둘의 사랑과 우정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답니다. 어느 날 저녁 카이와 게르다는 할머니께 눈의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눈의 여왕이 카이를 얼음 성으로 데려가 버렸지요. 이 사실을 알게 된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길을 떠나요. 온갖 역경을 이겨 내며 카이를 찾아 헤매던 게르다는 마침내 눈의 여왕의 얼음 성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눈의 여왕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카이를 향한 게르다의 사랑의 힘이 천사를 불러 여왕의 병사들을 무찌르고, 마침내 게르다는 카이를 만나지요. 게르다의 뜨거운 눈물이 얼음 인형 같던 카이의 손등에 떨어지자 카이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두 사람은 고향 집으로 돌아와요. 이 작품은 사라져 버린 친구를 찾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길을 떠나는 게르다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우정을 깨우쳐 주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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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소녀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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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여름, 하이디가 이모 데테를 따라 알프스의 산길을 올랐어요. 데테 이모가 도시에서 일을 하게 되어 알프스의 중턱에 사는 할아버지와 살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는 무척 무뚝뚝하셨어요. 하지만 이모가 돌아가자 하이디에게 빵과 치즈와 염소 젖을 주고, 다락방에 포근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셨지요.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이디는 알프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피터라는 소년이 찾아왔어요. 할아버지의 염소를 돌봐 주는 아이인데, 금세 하이디와 친구가 되었지요. 오후가 되자, 하이디는 피터의 집에 놀러 갔어요. 피터의 할머니는 앞도 못 보시고, 편찮으셨지만 하이디의 손을 잡으며 예뻐해 주셨어요. "작고 예쁜 손이구나." "사랑스러운 아이야." 하이디는 하루하루가 무척 행복했어요. 매일 피터와 함께 뛰놀고, 피터의 할머니께는 맛있는 빵을 가져다 드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하이디의 집에 목사님이 찾아왔어요. "할아버지, 하이디를 학교에 보내셔야지요. 글도 배우고, 책도 읽고,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야 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를 치셨어요. 그러자 데테 이모가 찾아와 하이디를 데리고 도시로 가 버렸지요.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거예요!" 데테 이모는 하이디를 프랑크푸르트의 제제만 씨 댁에 맡겼어요. 제제만 씨 댁에는 로텐마이어 아주머니와 클라라라는 소녀가 살았어요. 클라라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지요. 로텐마이어 아주머니는 하이디가 못마땅했어요. 하지만 클라라가 하이디를 좋아해서 계속 곁에 두기로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의 할머니가 오셨어요. "어휴, 귀엽게 생겼네." 다행히 할머니는 하이디를 무척 아껴 주셨고, 글도 가르쳐 주셨지요. 덕분에 하이디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나 하이디는 할아버지와 피터가 보고 싶었어요. 제제만 씨의 집에서 맛있는 빵을 먹을 때면 피터의 할머니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 "하느님, 빨리 알프스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저는 알프스가 좋아요." 며칠 뒤, 클라라의 할머니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셨어요. 하이디는 할머니가 계시지 않자 풀이 죽어 식사도 하지 않고. 잠도 잘 자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제제만 씨 댁에 소란이 일어났어요. "이걸 어째! 밤 열두 시가 되면 유령이 나타나요. 어젯밤에 분명히 현관문을 잠갔는데 열려 있지 뭐예요!" 이 소식을 듣고 제제만 씨가 의사인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드디어 밤 열두 시가 되었어요. 그러자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복도에는 하얀 물체가 터벅터벅 걸어 다니고 있었어요. 제제만 씨가 얼른 달려가 유령을 잡았어요. 그런데 확인해 보니 흰 잠옷을 입은 하이디였어요! "몽유병이네. 알프스가 너무 그리워 마음의 병이 깊어진 걸세." 친구의 말에 제제만 씨는 하이디를 알프스로 돌려보내기로 했어요. "할아버지!" 드디어 하이디는 그리운 할아버지 품에 푹 안겼어요. 그리고 클라라가 챙겨 준 빵을 피터의 할머니께 드렸지요. 하이디는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쐬며 신 나게 뛰놀았어요. 며칠 뒤 클라라가 제제만 씨와 함께 알프스로 놀러 왔어요. 하이디는 클라라의 휠체어를 밀면서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었어요. 그런데 피터는 왠지 하이디를 뺏긴 것만 같아 클라라가 미웠어요. 그래서 클라라의 휠체어를 골짜기 밑으로 밀어 버렸지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클라라가 하이디의 손을 잡고 다리에 힘을 주자 일어설 수 있게 된 거예요! "내가 일어설 수 있게 된 건 피터 덕분이기도 해." 클라라의 말에 제제만 씨는 클라라, 하이디 그리고 피터를 안으며 큰 소리로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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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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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독일에 하멜른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해 창고마다 곡식이 가득가득 차 있었지. 하지만 곡식이 풍족하다 보니 마을 어디에나 쥐가 들끓었어. 쥐가 너무 많아서 고양이조차 쥐에게 쫓겨 다닐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베개와 이불 속에도 나타났어. 찍찍거리는 소리는 또 얼마나 시끄러운지 옆 사람에게도 소리를 질러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지. 부엌도 쥐들의 천국이었어. 음식을 만들려고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웠어. 주걱을 들고 아무리 쫓아도 소용없었지. 결국, 음식이란 음식은 쥐들이 모두 먹어 치워서 사람들은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어. 마을 사람들은 쥐를 없애 달라고 시청으로 한꺼번에 몰려가 따졌어. “도대체 시장이라는 사람은 무엇을 하는 겁니까?” “쥐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대책을 세워 주세요!” 웅성웅성 사람들의 소리에 시장이 밖으로 나왔어. 하지만 시장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지. 그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어. “제가 모든 쥐를 쫓아내겠습니다.” 시장은 기쁜 표정으로 이 낯선 사람을 맞이했어. “금화 천 냥만 주신다면 마을의 모든 쥐를 없애겠습니다.” 기다란 깃털을 꽂은 모자에 줄무늬 옷을 입은 사나이가 말했어. “쥐만 없애 준다면 오만 냥이라도 주겠소!” 시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지. 그 말에 사나이는 들고 있던 금빛 피리를 들고 시청을 나섰어. 사나이는 마을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피리를 불었어. 그러자 건물의 계단, 창문, 하수도 등에서 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사나이를 따르기 시작했어. 강가에 다다른 사나이가 한쪽 발을 강물에 담그자, 쥐들은 모두 강으로 뛰어들어 죽었지. 다음 날 아침, 정말로 마을에는 단 한 마리의 쥐도 찾아볼 수 없었어. 하지만 시장은 마음이 바뀌었지. “내가 언제 오만 냥이랬던가? 오십 냥이었네! 이거나 받고 썩 꺼져!” 피리 부는 사나이는 화가 나 말했어. “약속을 어긴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오!” 그러고는 마을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단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성 요한과 성 바울의 축일에 하멜른 마을로 돌아왔어. 그러고는 피리를 불며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지. 그러자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나와 사나이의 뒤를 졸졸 따라갔어. 교회에 있던 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고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쥐들처럼 아이들도 강에 빠진 것이라고 믿었거든. “우리가 너무했어요. 이 일을 어째!” 한편, 사나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숲을 지나 산기슭에 다다랐어. 피리를 더 크게 불자 바위산이 쩍 갈라지며 동굴이 생겨났지. 아이들이 사나이를 따라 모두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바위에 생겼던 틈은 순식간에 메워졌어. 하지만 다리가 아픈 한 아이만은 동굴 속으로 따라가지 못했어. 다리가 아픈 아이는 마을로 돌아와 이 일을 사람들에게 전했어. 사람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지만, 아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지. 그 뒤로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걸어간 길을 ‘소리 없는 거리’라고 불렀어. 지금도 하멜른 시에 가면 시청 건물에 이때의 일이 기록되어 있단다. 독일의 하멜른이라는 도시에 쥐가 너무 들끓어 사람들이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시장은 쥐를 모두 잡아 주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자 광대 차림의 한 남자가 쥐를 모두 없애 주겠다고 말했어요. 남자가 피리를 불며 골목길을 돌아다니자 피리 소리에 홀린 쥐들이 남자를 따랐고, 결국 강물에 빠져 죽었어요. 하지만 다음 날 시장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지요. 얼마 후 교회의 축일에 남자는 마을로 다시 찾아와 피리를 불었어요. 그러자 이번엔 아이들이 춤을 추며 따랐어요. 남자는 아이들을 이끌고 숲 속 동굴 속으로 사라진 후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로 하여금 욕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또 약속의 중요성과 신의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랍니다. 그림 형제.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로, 형은 야코프이고 동생은 빌헬름이에요. 형제가 모두 괴팅겐 대학교의 교수를 지냈으며, 그들의 전문 분야인 언어학의 영역에서는 형 야코프의 업적이 크나 그림 동화를 만드는 데는 동생 빌헬름이 더 큰 역할을 했어요. 그림 동화의 원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의 동화예요. 이 동화집에는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브레멘의 동물 음악대 등 240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어요. 그림 형제가 지은 책으로는 독일 전설, 독일어 사전 등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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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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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광장에 '행복한 왕자'라는 동상이 있었어. 몸은 황금으로 되어 있고, 두 눈은 아름다운 사파이어로 되어 있었지. 그리고 칼자루에는 반짝반짝 루비가 박혀 있었어. 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왕자' 동상을 사랑했어. 가을 어느 날, 동상 아래로 제비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왔어. 친구들은 이미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갔지만, 여름내 갈대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혼자 남아 있던 제비였어. 제비는 바람이 불면 갈대 아가씨가 너울너울 춤추는 것을 보고 사랑에 빠졌었어. 하지만 갈대 아가씨가 사랑을 받아 주지 않자 혼자 남쪽으로 날아가던 중이었지. 제비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보았어. "후, 정말 시원하다!" 그때 제비의 머리 위로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졌어. 고개를 들어보니 물방울은 바로 행복한 왕자가 흘리는 눈물이었지. "왕자님, 왜 우세요?" 제비가 물었어. "나는 살아 있을 때, 행복한 왕자였어. 사람들은 나를 사랑했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은 참 아름다웠어." "그렇게 나는 행복한 채로 죽었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높은 곳에 있으니 세상의 온갖 슬픈 것들이 보여. 내 심장은 납으로 만들어졌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 "저길 봐. 가난한 여인과 아픈 아이가 있어. 여인은 바느질을 하느라 손이 거칠고, 아픈 아이에게는 줄 수 있는 것이 물밖에 없어." 그리고 왕자는 제비에게 칼자루의 루비를 뽑아서 가난한 여인의 집에 물어다 달라고 부탁했어. 제비는 왕자의 심부름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왕자의 얼굴을 보니 가엾은 생각이 들었어. "좋아요. 해 드릴게요." 제비는 잠이 든 여인의 곁에 루비를 물어다 놓고 아이에게는 파닥파닥 날개를 쳐 열을 식혀 주었어. 다음 날 제비는 남쪽 나라로 날아갈 채비를 했어. 그런데 왕자가 또다시 부탁을 하는 거야. "저 다락방의 청년을 봐." "글을 쓰고 있지만 춥고 배고파서 더 이상 쓸 수 없나 봐. 내 한쪽 눈의 사파이어를 빼서 갖다 줄 수 없겠니?" 제비는 왕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왕자의 눈에서 사파이어를 빼내 청년에게 가져다주었단다. 다음 날 왕자는 또다시 나머지 한쪽 눈에 박힌 사파이어를 성냥팔이 소녀에게 가져다주라고 부탁했어. 제비는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꽁꽁 어는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따뜻해졌어. 하지만 왕자는 더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지. 겨울이 다가오자 왕자가 말했어. "제비야, 더 추워지면 넌 죽고 말거야. 이제 떠나렴." 하지만 제비는 왕자의 곁에 남아서 도시 곳곳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어. "왕자님, 저기에 죽어 가는 거지가 있어요. 그 옆 골목에는 굶고 있는 갓난아이도 있고요." 그 말에 왕자는 순금으로 된 몸의 금박을 벗겨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라고 했어. 왕자가 황금빛 금박을 벗고 흉한 잿빛으로 변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행복해졌지. 마침내 겨울이 왔어. 제비는 너무 추워서 몸이 얼어 갔어. 하지만 왕자의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 어느 날, 제비는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어. 그래서 힘겹게 왕자의 어깨에 올라 속삭였지. "왕자님, 그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왕자님께 이별의 키스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저는 이제 죽음의 나라로 간답니다." 제비는 왕자에게 입맞춤을 하고는 왕자의 발밑에 떨어져 죽었단다. 사람들은 흉하게 변해 버린 행복한 왕자 동상을 활활 타오르는 불에 녹여 버렸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납으로 된 심장은 녹지 않았어. 어느 날, 신께서 천사에게 말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두 가지를 가지고 오너라." 천사는 왕자의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지고 갔어. 그러자 신께서는 매우 기뻐하며 제비와 왕자를 천국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해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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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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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농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게으름뱅이이고, 할머니는 잔소리꾼이었지.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고,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잔소리를 했단다. “영감, 일하러 안 갈 거예요? 밭 좀 매요!” 할머니의 잔소리에 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곡괭이를 메고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갔어. 하지만 떡갈나무 아래 시원한 그늘을 보자마자, 또다시 벌렁 눕고 말았지 뭐야. “어이, 시원하다. 잠이나 더 자야지.”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저 좀 살려 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어. 그 소리는 떡갈나무 아래 웅덩이에서 나는 소리였지.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어. 그 소리는 떡갈나무 아래 웅덩이에서 나는 소리였지. “할아버지, 저 좀 구해 주세요. 웅덩이에 마차가 빠져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지 뭐예요.” 자세히 보니 작은 꼬마 요정이었어.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마차와 요정을 들어 올려 땅 위에 사뿐히 내려놓았단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제가 선물을 드릴게요.” 꼬마 요정이 할아버지에게 말했어. “보답으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대신 소원은 할머니가 말씀하셔야 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달려갔어. “할멈, 할멈! 요정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대요. 내 얘기 좀 들어 봐요!” 할아버지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어.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말이 믿기지 않았어.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당장 소시지가 먹고 싶어요. 소시지를 주세요!” 할머니가 이야기하자 놀랍게도 식탁에는 소시지가 가득 차려졌어. “어머나! 영감, 진짜네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 말했어. “아니, 영감. 이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진짜인 걸 알았으면 좋은 소원을 빌었을 텐데! 아이고!” 할머니는 벌컥 화가 났어. 그래서 홧김에 말했지. “이 소시지가 영감 코에 확 붙어 버렸으면 좋겠구려!” 그러자 정말로 소시지가 할아버지의 코에 철썩 붙어 버렸어. 홧김에 말한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거야. “아이고, 내 코에 소시지가 붙어 버렸잖소. 이거 흉측해서 어떡해!”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콧방귀를 뀌었어. “흥! 잘되었어요. 마지막 소원은 큰 걸 빌 거야!”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 “그럼 난 이 소시지를 코에 평생 붙이고 살란 말이오? 빨리 세 번째 소원으로 내 코에 붙은 소시지를 떼어 주게나.” 하지만 할머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단다. “흥! 평생 소시지나 붙이고 사세요.” 그때 방 안에 차려진 소시지의 냄새를 맡고 쥐들이 나타났어. 쥐들은 소시지를 야금야금 하나씩 갉아 먹기 시작했지. 그러고는 곧 할아버지의 코에 붙은 소시지도 갉아 먹었어. “아이고, 나 죽네! 내 코는 사라지고 말 거야. 엉엉!” 할아버지가 코에 붙은 쥐를 보며 울면서 외쳤어. 그 모습을 보자, 할머니는 미안한 생각이 들지 뭐야. ‘흠, 그래도 영감이 있어야 행복할 거야.’ 할머니는 엉엉 우는 할아버지를 보며, 마지막 소원을 빌었어. “영감 코에 붙은 소시지를 떼 주세요!” 그러자 할아버지의 코에 붙은 소시지가 똑 떨어졌어. 그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사이가 좋아졌어. 비록 세 가지 소원을 제대로 쓰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곁에 있어 무척 행복했지. 할아버지도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마지막 소원을 빌어 주어 무척 고마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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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과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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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귀여운 아이 모양의 생강 과자를 만들기로 했어. 생강가루를 듬뿍 넣은 밀가루 반죽으로 몸을 만든 다음, 건포도와 초콜릿으로 두 눈을 만들고 고소한 호두로는 코를, 빨간 산딸기 잼으로는 입을 만들었지. 오븐 안에서 생강 과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 구워졌어. 그런데 할머니가 오븐을 열자 갑자기 생강 과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정원으로 달아나는 거야! “거기 서, 생강 과자 아이야!”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허둥지둥 생강 과자 아이를 쫓아갔어. 생강 과자 아이가 달아나며 소리를 질렀지. “나는야, 생강 과자 아이. 따끈따끈 정말 고소하죠. 날 잡아 봐요. 하지만 잡을 수 없을걸요!” 생강 과자 아이가 들판을 지나는데, 암소가 생강 과자 아이를 보고 말했어. “음, 향긋한 냄새. 정말 맛있어 보이는 생강 과자구나. 내가 널 먹어야겠다.” 암소가 입맛을 다시며 쿵쾅쿵쾅 생강 과자 아이를 쫓아왔어. 그러자 생강 과자 아이가 약 올리며 말했어. “나는야, 생강 과자 아이." "난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빠르죠. 날 잡아 봐요. 하지만 잡을 수 없을걸요!” 생강 과자 아이는 채소밭에서 말을 만났어. 말도 군침을 흘리며 말했어. “내가 좋아하는 생강 과자잖아. 내가 널 먹어 주마!” 말도 따가닥따가닥 생강 과자 아이를 쫓아왔어. 그러자 생강 과자 아이가 말했어. “나는야, 생강 과자 아이." "난 할아버지 할머니, 커다란 암소보다도 빠르죠. 날 잡아 봐요. 하지만 잡을 수 없을걸요!” 생강 과자 아이가 강가에 다다랐어.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 암소와 말이 뒤쫓아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었어. 그때 여우가 살금살금 다가왔어. 생강 과자 아이는 후들후들 겁이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어. “나는야, 생강 과자 아이." "난 할아버지 할머니, 커다란 암소랑 말보다도 빠르죠. 날 잡아 봐요. 하지만 잡을 수 없을걸요!” 그러자 여우가 다가와 능청스럽게 말했어. “어차피 난 널 잡아먹을 생각이 없어. 내가 강 건너편에 데려다 줄 테니 내 꼬리에 올라타.” 생강 과자 아이는 상냥한 여우의 말에 꼬리에 훌쩍 올라탔어. 여우는 강을 건너다가 말했어. “강이 깊은걸. 물에 빠지지 않게 내 등에 와서 엎드려.” 생강 과자 아이가 등에 엎드리자. 여우는 또다시 말했어. “내 등은 아주 미끄러우니까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 내 귀를 꽉 잡아.” 잠시 뒤에 여우가 또 말했어. “강이 너무 깊어. 젖지 않게 내 코 위로 올라와.” 그 말에 생강 과자 아이가 여우의 코를 향해 폴짝 뛰었어. 바로 그때, 여우가 갑자기 입을 쩍 벌리더니 생강 과자 아이를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지 뭐야! 결국, 장난꾸러기 생강 과자 아이는 여우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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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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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집에 엄마 염소와 아기 염소 일곱 마리가 오손도손 살고 있었어. 엄마 염소는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야 했지만 늑대 때문에 아기 염소들만 두고 나가기가 걱정스러웠어. 엄마 염소는 아기 염소들을 불러 말했어. “엄마는 먹을 것을 구하러 가야 한단다. 그동안 늑대가 올지도 모르니, 함부로 문을 열면 안 돼. 늑대는 발이 까맣고 목소리가 쉬었으니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엄마 염소가 집을 나서자 이때를 기다리던 늑대는 살금살금 염소네 집으로 갔어. 그리고 똑똑똑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어. “얘들아, 문 열어라! 엄마다!” 하지만 아기 염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넌 우리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는 예쁜 목소리인데 네 목소리는 쉬었잖아! 너 늑대지?” 아기 염소가 물었어. 늑대는 곧장 냇가로 가서 부글부글 입안을 헹구고 꿀을 듬뿍 먹고서 목소리를 가다듬었어. 늑대는 다시 문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작고 부드럽게 내어 말했어. “얘들아, 문 열어라. 엄마다!” 하지만 아기 염소들은 문틈으로 시커먼 늑대의 발을 보았어. “아니야! 우리 엄마 발은 하얀데 네 발은 시커멓잖아. 넌 늑대야!” 늑대는 궁리를 한 끝에 빵 가게로 달려가 가루 반죽을 발에다 척척 발랐어. 그리고 하얀 가루를 솔솔 뿌렸지. 늑대는 다시 아기 염소들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어. “얘들아, 문 열어라. 엄마다!” 아기 염소들이 문틈으로 보니 엄마처럼 발이 하얀색이었어. 목소리도 곱고 말이야. 아기 염소들은 덜컥 문을 열었어. 하지만 집에 들어온 것은 무서운 늑대였단다. “이놈들!” 아기 염소들은 뿔뿔이 흩어져 숨기 시작했어. 첫째는 식탁 밑에. 둘째는 침대 속에. 셋째는 난로 속에. 넷째는 부엌 찬장 속에. 다섯째는 옷장 속에. 여섯째는 빨래통 속에. 일곱째는 커다란 시계 속에 숨었어. 늑대는 아기 염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지. 하지만 막내 염소만은 찾지 못했어. 시계추가 움직이고 있었거든. 배가 부른 늑대는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나무 밑에 누워 잠이 들었어. 집에 돌아온 엄마 염소는 깜짝 놀랐어. “어머! 내 아기들이 어디 갔지?” 그때 시계 속에 숨어 있던 막내가 문을 폴짝 열고 나왔어. “엄마, 저 여기 있어요!” “엄마, 늑대가 형이랑 누나들을 잡아 먹었어요.” 엄마 염소는 엉엉 울면서 밖으로 나가 자고 있는 늑대를 찾았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 늑대의 배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거야! 엄마 염소는 가위와 바늘, 실을 가져와 가위로 싹둑싹둑 늑대의 배를 갈랐어. 그러자 아기 염소의 머리 하나가 쏙 빠져나왔어. 조금 더 가르자 나머지 다섯 마리도 차례대로 쏙쏙 튀어나왔지. “우리 예쁜 아가들. 어서 돌멩이를 주워 오렴.” 아기 염소들이 돌멩이를 주워 오자, 엄마 염소는 늑대의 배 속에 돌멩이를 가득 채우고는 배를 꿰맸어. 얼마 뒤 잠에서 깬 늑대가 목이 마르는지 연못으로 향했어. 그런데 움직일 때마다 배에서 딸가닥딸가닥 소리가 나는 거야. “아기 염소를 먹었는데 왜 돌멩이 소리가 나지? 이상하군.” 연못에 온 늑대가 물을 마시려고 몸을 숙였어. 바로 그때 배속에 든 돌이 너무 무거워 늑대가 연못에 풍덩 빠져 죽고 말았어. “늑대가 죽었다! 늑대가 죽었어!” 아기 염소들은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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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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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방앗간 집 주인에게 세 아들이 있었어. 세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나누어 가졌어. 첫째와 둘째는 물레방앗간과 당나귀를 차지하고, 막내에게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고 집에서 쫓아냈지. "야옹아,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막내가 걱정하자 고양이가 말했어. "주인님, 저에게 장화 한 켤레와 자루 하나만 마련해 주세요." "그러면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막내는 고양이의 부탁을 들어주었어. 고양이는 장화를 신은 다음 자루를 어깨에 척 메더니 숲으로 들어갔어. 고양이는 자루 안에 곡식을 넣고 덫을 만들었어. 그리고 풀밭에 누워 자는 척을 했지. 잠시 뒤, 먹이를 찾던 토끼가 자루 속의 곡식을 보고 안으로 쏙 들어가자, 고양이는 재빨리 끈을 쭉 잡아당겨 자루 입을 조였어. 고양이는 토끼를 잡아 임금님이 사는 궁전으로 찾아갔어. "임금님, 저의 주인인 카라바스 후작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고양이는 넙죽 인사를 하고 임금님께 토끼를 바쳤어. "오, 그래? 후작에게 고맙다고 전하여라." 그 뒤에도 고양이는 많은 선물을 카라바스 후작의 이름으로 바쳤고, 그때마다 임금님은 수고했다며 돈을 주었어. 어느 날, 임금님이 아름다운 공주와 마차를 타고 강가로 산책을 나오게 되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고양이는 막내에게 후다닥 달려갔지. "주인님, 빨리 옷을 벗고 강물에 들어가세요." 고양이는 막내가 강물에 들어가자 벗어 놓은 옷을 재빨리 바위틈에 숨겼어. 마차가 가까이 다가오자 고양이가 큰 소리로 외쳤어. "도와주세요! 도둑이 카라바스 후작님의 옷을 빼앗고 물에 빠뜨렸어요!" 그 말에 깜짝 놀란 임금님은 후작을 구하고, 새 옷을 주었어. 새 옷을 입은 막내는 훌륭한 귀족처럼 보였지. "그대가 카라바스 후작인가? 내가 성까지 데려다 주겠네." 한편, 고양이는 재빨리 밭으로 가서 농부들을 불러 모았어. "조금 있으면 임금님이 마차를 타고 지나갈 것이오. 이 밭이 누구의 것이냐고 묻거든 카라바스 후작님의 것이라고 답하시오. 그러면 여러분을 괴롭히는 마귀를 없앨 수 있소." 마귀를 없앨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어. 사실 넓은 밭은 모두 무시무시한 마귀의 것이었지. 고양이는 말을 마치고 마귀가 사는 성으로 찾아갔어. "안녕하세요, 마귀님?" "제 주인이신 카라바스 후작님께서 조금 있으면 선물을 가지고 오실 것입니다. 제가 그 뜻을 전하려고 먼저 왔습니다." 마귀는 싱글벙글 웃으며 고양이를 맞이했어. "그런데 마귀님은 여러 동물로 변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어. "하하하, 물론이지. 한 번 보겠느냐?" 펑 소리와 함께 마귀는 커다란 사자로 변했어. "어떠냐?"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생쥐처럼 작은 동물로는 변하기 어렵겠지요?" 고양이가 약 올리듯 말했어. "뭐야!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냐?" 마귀는 버럭 화를 냈어. 그러고는 펑 소리와 함께 생쥐로 변했지. 그러자 고양이는 마귀를 날쌔게 덮쳐 냉큼 삼켜버렸어! 때마침 임금님의 마차가 성에 도착했어. "카라바스 후작의 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고양이는 마차가 도착하자 성문을 활짝 열고 정중히 인사했어. "카라바스 후작의 성은 정말 크고 아름답구나!" 임금님과 공주는 막내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 임금님은 공주와 함께 성 안 여기저기를 구경하고는 얼마 후, 막내와 공주를 결혼시켰어. 그리고 막내의 충실한 신하가 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영리한 꾀와 지혜를 이용해 막내가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리도록 도와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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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돼지 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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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아기 돼지 삼 형제와 엄마 돼지가 살고 있었어. 어느 날 엄마 돼지가 아기 돼지들에게 말했어. "이제 너희도 많이 컸으니 행복을 찾아 떠나거라."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성큼성큼 길을 떠났지. 길을 가던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짚을 져 나르는 아저씨를 만났어. 첫째 아기 돼지가 물었어. "아저씨,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짚을 좀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첫째 아기 돼지는 짚으로 대충대충 집을 지었지. 다른 두 아기 돼지는 계속 길을 갔어. 그러다 나뭇가지를 등짐으로 나르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어. 이번에는 둘째 아기 돼지가 물었지. "아저씨, 집을 지으려는데 나뭇가지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럼, 물론이지." 둘째 아기 돼지는 나뭇가지로 듬성듬성 집을 지었어. 혼자서 길을 가던 셋째 아기 돼지는 벽돌을 싣고 가는 아저씨를 만났어. "집을 지으려는데 벽돌을 좀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셋째 아기 돼지는 며칠 동안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튼튼한 벽돌집을 완성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무서운 늑대가 첫째 아기 돼지의 집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 "아기 돼지야, 문 좀 열어 줘." "같이 놀자!" "싫어! 나를 잡아먹으려고 그러지?" 첫째 아기 돼지가 외치자 늑대는 힘껏 입바람을 불어 밀짚으로 만든 집을 날려 버렸어. 첫째 아기 돼지는 둘째 아기 돼지의 집으로 허겁지겁 도망을 갔어. 하지만 곧, 둘째 아기 돼지의 집으로 늑대가 쫓아온 거야. "아기 돼지야, 문 좀 열어 줘." "같이 놀자!" "싫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그러지?" 그러자 늑대는 이번에도 입바람을 불어 나뭇가지로 만든 집을 부숴 버렸어. 첫째와 둘째 아기 돼지는 셋째 아기 돼지의 집으로 후다닥 도망갔어. 곧이어 늑대가 냉큼 뒤쫓아 왔어. "아기 돼지야, 문 좀 열어 줘. 같이 놀자!" "싫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그러지?" 아기 돼지 삼 형제가 함께 소리쳤어. "흥! 그러면 집을 날려 버리는 수밖에 없지." 늑대는 이번에도 있는 힘을 다해 훅 하고 입김을 불었지만 튼튼한 벽돌집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결국, 늑대는 속임수를 쓰기로 했지. "아기 돼지야, 내일 아침 여섯 시에 같이 맛있는 무 뽑으러 갈래?" "그래, 좋아." 셋째 아기 돼지가 대답했어.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셋째 아기 돼지는 다섯 시에 일어나 먼저 무를 뽑아왔어. 여섯 시가 되자 약속대로 늑대가 찾아왔어. "안녕, 아기 돼지야, 같이 무밭에 가자." "나는 벌써 한가득 가져왔어. 가려거든 너 혼자 가." 셋째 아기 돼지가 창문 사이로 빼꼼히 얼굴만 내밀며 말했어. 늑대는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말했어. "아기 돼지야, 내일 아침 다섯 시에 맛있는 사과 따러 갈까?" "그래, 좋아." 하지만 다음 날도 셋째 아기 돼지는 늑대보다 일찍 사과를 따서 집에 돌아왔어. 결국, 이날도 늑대는 셋째 아기 돼지에게 속고 만 거지. 잔뜩 화가 난 늑대는 엉금엉금 지붕으로 올라가 굴뚝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하지만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이미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지. 커다란 솥에 물을 펄펄 끓였거든. 하지만 굴뚝을 타고 내려오던 늑대는 그만 발이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뜨거운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어. "으악!" 온몸을 덴 늑대는 겨우 빠져나와 엉엉 울며 도망쳤지. 그 뒤로 아기 돼지 삼 형제는 튼튼한 벽돌집에서 오손도손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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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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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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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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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았어.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모두 다른 옷을 입었지. 특히 새 옷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구경을 하고는 입어 볼 정도였어. 그러던 어느 날, 두 명의 옷 만드는 기술자가 찾아와서 임금님께 말했어. "임금님, 저희는 세상에서 단 한 벌뿐인 옷을 만듭니다. 똑똑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만,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요." 임금님은 옷 만드는 기술자의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어. "좋아, 너희에게 옷을 만들 수 있는 방을 주겠다. 옷을 만드는데 드는 돈도 얼마든지 주겠노라." 그날부터 두 사람은 성에 머물며 딸깍딸깍 요란하게 옷을 만드는 척했지. 베틀에 앉아 옷을 짜는 흉내를 내면서 매일 재료를 살 금화를 달라고 했어. 며칠이 지나자 임금님은 옷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임금님은 가장 똑똑한 신하에게 말했지. "가서 옷이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냉큼 확인하고 오거라." 하지만 신하의 눈에 옷은 보이지 않았어. '이런, 내가 바보란 말인가.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놀림을 받을 거야.' 신하는 망신을 당할까 봐 옷 만드는 기술자에게 거짓으로 말했어. "훌륭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이군." 옷 만드는 기술자를 만나고 온 신하의 말에 임금님은 만족스러웠어. 그래서 옷을 만들 금화를 듬뿍 주었지. 두 기술자가 신기한 옷을 만든다는 소문은 온 나라에 쫙 퍼졌어.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데 정말일까?" "옷이 완성되면 임금님이 행차를 한대. 그때 보면 되겠지." 사람들도 신기한 옷이 완성되기를 기다렸어. 며칠이 지나자, 임금님은 직접 옷을 확인하기로 했어. 하지만 옷이 눈에 보이지 않을까 봐, 살금살금 다가가서 옷 만드는 방을 살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임금님의 눈에도 옷이 보이지 않는 거야. '이거 큰일이군. 내가 바보인가? 그렇다면 나는 바보 임금이군!' 임금님은 옷이 안 보인다고 말하면 망신을 당할까 봐 두 사람에게 훈장까지 주며 칭찬을 했어.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임금님을 속이고 있는 사기꾼이었어. 두 사람은 배꼽이 빠지게 웃었어. 그리고 누군가 볼 때만 일하는 척하고, 밤에는 펑펑 놀기만 했지. "임금님은 정말 멍청해! 만들지도 않은 옷이 어떻게 보인단 말이야? 행차 날 옷을 드리고 우리는 이 금화를 가지고 도망치면 되는 거야!" 드디어 행차 날이 되었어. 두 사람은 임금님께 옷을 입혀 드리는 척을 했어. 임금님도 옷을 입는 척하고는 거울 앞에서 폼을 잡았지. "이 옷은 공기처럼 가벼워서 입은 느낌이 전혀 나지 않으실 겁니다." 신하들도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바보라고 생각할까 봐 한마디씩 했어. "임금님, 정말 훌륭한 옷입니다." 드디어 임금님이 새 옷을 입고 거리 행차를 나갔어. 사람들도 임금님의 새 옷을 보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옷이 보일 리 없었어. '아이고, 내 눈에는 옷이 안 보이네. 내가 바보인가 봐.'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두 임금님의 옷을 칭찬했어. "저 화려한 수를 봐요." "정말 멋진 옷이야." 임금님은 사람들의 말에 우쭐대며 계속 행차를 했어. 그때 한 소녀가 깔깔 웃으며 말했어. "하하하, 임금님은 아무것도 입지 않으셨어! 벌거숭이 임금님이잖아." 그제야 사람들은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며 웃었어. "정말이야! 임금님은 벌거벗었어!" 임금님은 그제야 자신이 두 사람에게 속은 것을 알았어. 하지만 이들은 벌써 금화를 챙겨 멀리 도망친 뒤였지. 임금님은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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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의 동물 음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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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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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방앗간에서 일하는 당나귀가 살았어. 하지만 늙고 병이 들자, 주인은 먹이도 주지 않고 구박만 했지. "힘도 못 쓰는데 먹이는 먹어서 뭐 해!" 주인의 구박에 당나귀는 집을 떠나기로 했어. 당나귀는 길을 가다가 음악대 행렬을 보았어. 북이 둥둥둥, 트럼펫이 빠빠빠. 음악대의 연주 소리에 당나귀는 신이 났지. "좋아, 브레멘에 가면 음악가가 될 수 있을 거야. 가서 음악대에 들어가자!" 당나귀는 곧장 브레멘으로 향했어. 당나귀가 어느 마을을 지날 때였어. 나무 아래에 사냥개 한 마리가 털썩 주저앉아 있었어. "사냥개야, 왜 이러고 있니?" "난 늙어서 사냥을 못 해. 주인이 나를 없애려고 하길래 도망쳤는데, 갈 곳이 없어." "그럼 나랑 브레멘에 갈래? 가면 멋진 음악대에 들어갈 수 있어." 당나귀의 말에 사냥개는 뛸 듯이 기뻤지. 당나귀와 사냥개가 공장 앞을 지날 때였어. 고양이 한 마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앉아 있었어. "고양이야, 왜 이러고 있니?" "내가 늙어서 쥐를 잡지 못하니까 주인이 나를 쫓아냈어. 어디로 가야 하지?" "우리랑 브레멘에 가자. 음악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러자 고양이도 무척 기뻐하며 함께 길을 나섰어. 당나귀와 사냥개, 고양이가 농장을 지날 때였어. 수탉 한 마리가 우렁차게 울고 있는 거야. "수탉아, 왜 이렇게 울고 있니?" "내일 주인집 잔칫날이라서 날 잡아먹는대. 그래서 마지막으로 크게 우는 거야." "우리랑 브레멘에 갈래? 넌 좋은 가수가 될 거야." 수탉도 기뻐하며 함께 가기로 했어. 밤이 되자, 넷은 잠잘 곳을 찾아 숲으로 갔어. 높은 나무에 올라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던 수탉이 외쳤어. "얘들아, 저기 불빛이 보여! 가 보자!" 가까이 가 보니 낡은 집이었어. 집 안에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우걱우걱 음식을 먹으며 돈을 세고 있었지. 바로 도둑들이었던 거야. 넷은 도둑들을 쫓아내기로 했어. 당나귀가 앞발을 들어 창틀에 쑥 올라섰지. 사냥개는 당나귀의 등에 올라타고, 사냥개의 등에는 고양이가, 고양이의 머리 위에는 수탉이 올라섰어. 그러고 나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어. "히히힝! 왈왈왈! 야옹! 꼬끼오!" 그러자 소리가 너무 커서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어. 도둑들은 유령이 나타난 줄 알고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지. 도둑들이 달아난 집에서 넷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쿨쿨 잠을 잤어. 한편, 달아난 도둑들은 집이 잠잠해지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로 했어. 도망치느라 챙기지 못한 돈도 가져와야 했거든. "네가 가서 안을 살펴보고 와." "네, 대장." 집 안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부하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고양이의 눈을 숯불로 알고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가까이 댔어. 그러자 깜짝 놀란 고양이가 도둑의 얼굴을 할퀴었지. 도둑은 허둥대다가 사냥개의 꼬리를 밟았고, 사냥개는 도둑의 다리를 물었어. 그러자 당나귀는 뒷발로 도둑의 엉덩이를 뻥 차 버렸지. 수탉은 "꼬끼오!" 하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고 말이야. 정신없이 도망쳐 나온 부하가 대장에게 말했어. "대장! 안에 무서운 마녀와 유령이 있어요. 마녀가 손톱으로 내 얼굴을 할퀴고, 문 앞에선 괴물이 내 다리를 칼로 찔렀어요! 그리고 괴물이 내 엉덩이를 차자 유령이 '물러가지 못해!'하고 소리쳤어요!" 그 말에 도둑들은 허둥지둥 달아났지. 아침이 되자, 도둑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혔어. 그리고 네 동물 친구들은 그 집에서 매일 음악을 연주하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단다! 늙고 병들어 주인이 구박하자 집을 나온 당나귀가 브레멘으로 향했어요. 당나귀는 길을 가다가 늙은 사냥개와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와 잔칫집에 닭고기 요리가 될 위기에 처한 수탉을 만나게 되어 함께 음악대에 들어가기 위해 브레멘으로 향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잘 곳을 찾던 네 친구가 불빛을 발견하고 향했는데, 그곳은 도둑들의 집이었어요. 네 친구는 큰 소리로 그들을 쫓아내고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을 잤어요. 그리고 불이 꺼진 집에 다시 들어온 도둑을 혼내서 완전히 쫓아내고는 그곳에서 매일 음악을 연주하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답니다. 이 동화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참고 견디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음을 깨우쳐 주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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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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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오두막집에 곰 가족이 살고 있었어. 아빠 곰은 힘이 세고 무척 뚱뚱했고, 엄마 곰은 요리를 잘하고 통통했지. 그리고 아기 곰은 재롱을 잘 부리고 조그마했어. 그러던 어느 날, 곰 가족이 산책을 나갔어. 그런데 눈부신 금발 머리 여자아이가 호기심에 곰 가족의 오두막집에 몰래 들어간 거야. 여자아이는 오두막집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식탁 위에 놓인 죽 세 그릇을 보았어. "아, 배고파. 내가 먹어야지." 제일 큰 그릇에 담긴 죽은 너무 뜨거웠고, 조금 큰 그릇에 담긴 죽은 너무 차가웠어. 하지만 작은 그릇에 담긴 죽은 알맞게 따뜻했지. 여자아이는 작은 그릇에 담긴 죽을 홀랑 먹어 버렸어. 배가 부른 여자아이는 거실에서 세 개의 의자를 보았어. 제일 큰 의자는 너무 딱딱했고, 조금 큰 의자는 너무 푹신했어. 하지만 작은 의자는 아주 편했어. "여기에 앉아야지!" 그런데 여자아이가 앉자. 작은 의자는 와지끈 부서지고 말았어! 바닥에서 일어난 여자아이는 방으로 들어갔어. 방에는 세 개의 침대가 있었지. 제일 큰 침대는 너무 크고 높아 불편했어. 조금 큰 침대도 마찬가지였어. 작은 침대는 여자아이에게 딱 맞았어. 그래서 작은 침대에 누워 쿨쿨 잠을 잤단다. 그때 산책을 마친 곰 가족이 돌아와 죽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았어. 그런데 아기 곰이 죽 그릇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거야. "으앙!누가 내 죽을 다 먹어 버렸어요!" 아기 곰은 망가진 자신의 의자도 보았어. "누가 내 의자도 다 부서뜨려 놓았어요. 으앙 으앙!" "이상하다, 이상해!" 곰 세 마리는 집 안을 둘레둘레 살펴보기로 했어. 살금살금, 살금살금. 그때 곰 세 마리는 방 안에서 쿨쿨 자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어. "누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요!" 아기 곰이 여자아이를 보고 큰 소리로 외쳤지. 깜짝 놀란 여자아이는 벌떡 일어났어. 그러고는 아빠 곰과 엄마 곰, 아기 곰을 보고 허둥지둥 달아났어. "어서 쫓아가요!" 곰 세 마리는 여자아이를 뒤쫓았지만 금발 머리에 햇빛이 반사되자 너무 눈이 부셔 쫓아가지 못했어. "으앗! 눈부셔!" 그 뒤로 여자아이는 곰 가족의 집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단다! 어느 날 금발 머리 소녀가 산책을 나갔다가 비어 있는 곰 가족의 오두막집에 들어갔어요. 금발 머리 소녀는 식탁 위에 놓인 죽 세 그릇 중, 제일 작은 그릇에 담긴 죽을 먹었어요. 그리고 거실에 있는 제일 작은 의자에 앉았다가 부서뜨리고 말지요. 세 개의 침대가 놓여있는 방에 들어가서는 콩콩 뛰며 놀다가 제일 작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버렸고요. 한편, 산책에서 돌아온 곰 가족은 금발 머리 소녀를 발견하게 되고, 잠에서 깬 소녀는 곰 가족을 보고는 당황해서 달아나지요. 하지만 금발 머리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신 곰 가족은 뒤쫓아 가지 못한답니다. 이 이야기는 호기심을 가득 품고 곰 가족의 집 여기저기를 탐험하는 금발 머리 소녀의 용감함과 건강함을 나타내지만, 남의 집에 들어가거나 남의 물건을 사용할 때는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 주는 이야기랍니다.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는 예로부터 영국 잉글랜드 지방에서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이야기예요. 민담이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지은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요. 금발 머리와 곰 세 마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유대계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J. 제이콥스가 19세기 무렵, 영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수집하여 엮은 영국 민담집에 실려 있어요. 재빠르고 영리한 곰. 몸집이 크고 영리한 곰은 몸무게 27~46킬로그램의 가장 작은 태양곰 (말레이곰)에서부터 1톤 정도의 거대한 불곰까지 크기가 다양해요. 그리고 나무에 쉽게 기어오를 수 있으며, 수영도 잘하지요. 갈고리 모양의 큰 발톱이 있어 구멍을 파거나 고기잡기도 쉽게 해요. 곰은 일반적으로 잡식성이지만 육식성인 북극곰은 바다표범을, 나무 위에 잔가지로 집을 짓고 사는 안경곰은 채소류를 잘 먹어요. 북극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곰은 굴속에서 겨울 내내 겨울잠을 자는데, 자기 전에 몸무게를 늘려 체력을 비축해요. 야생 곰의 수명은 20~30년이지만, 사람이 돌보는 곰은 더욱 오래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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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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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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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 이 일기장을 갖게 된 얘기부터 해 볼까요. 1942년 6월 12일은 내 생일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들뜬 나는 어제 받은 생일 선물이 궁금하여 부엌으로 갔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선물 꾸러미들을 하나씩 풀어 보기 위해서였죠. 그 속에는 이 일기장과 장미 꽃다발, 청색 블라우스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쁜 선물이 바로 이 일기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일기를 쓴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을 이 일기장에 털어놓고 싶어요. 열세 살 소녀인 나 안네는 일기장을 마음의 친구로 삼고 속 깊은 이야기를 쓸 겁니다. 내 마음의 친구인 이 일기장의 이름을 '키티' 라고 부르겠습니다. 작문 시간에 대한 추억. 유태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 후 언니인 마르고와 나를 낳고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이사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도 전쟁에 휩싸였습니다. 독일군은 네덜란드에서도 유태인을 학대했는데 유태인은 전차도 자동차도 탈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의 자유는 너무 많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 나는 유태인 중학교 1학년이고, 언니는 같은 학교 4학년입니다. 학교 생활은 그런 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모든 선생님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작문 선생님인 켑터 선생님과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내가 너무 떠들어대니까 '수다쟁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해 오라고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작문의 주제는 '재잘거리는 것은 여자의 특징이며, 나의 어머니는 나보다 더 수다쟁이이므로 나의 수다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나의 작문을 보고 웃으셨는데 내가 또 떠들자 이번엔 '고쳐지지 않는 수다쟁이'라는 작문 숙제를 내 주셨습니다. 그 후에도 나의 떠드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자 이번엔 '꽥꽥꽥, 나테비르크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오도록 했습니다. 나를 골려 주려는 선생님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더욱 그럴싸한 작문을 완성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은 나를 이해해 주셨고, 그 후론 나의 수다를 웃어넘겨 주셨습니다. 새로 옮겨 간 집. 키티님! 요사이 세상이 발칵 뒤집힐 일이 일어났습니다. 유태인 호출 사건이지요. 어제는 우리 집에도 누가 찾아왔습니다. 언니의 호출장을 갖고 온 것입니다. 나는 강제 수용소와 차가운 감옥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언니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언젠가 은신처 얘기를 하신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쌌습니다. 나의 짐 가운데 가장 먼저 넣은 것이 바로 이 일기장입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마련해 놓은 은신처로 짐을 옮겼습니다. 그 곳은 아버지가 근무하던 사무실 건물에 있는 비밀 장소였습니다. 우리는 짐을 정리하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가 쓸 방은 층계 오른쪽에 있는 비밀문을 통해 들어와 계단 왼편의 통로 끝에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의 은신을 도운 회사 동료였던 환 단 씨네 가족도 곧 이사를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신처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갔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언니 편만 드는 것 같습니다. 환 단 씨네 가족과 우리의 동거인. 환 단 씨 부부와 아들 페터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페터는 첫인상이 함께 어울리지 못할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열다섯 살로 자신만의 소굴인 다락방에 틀어박혀 책을 보거나 게으름만 피웠습니다. 환 단 아주머니는 내게 잔소리가 많은 분입니다. 내가 말이 많고 장난꾸러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머니는 내가 하는 일마다 잘못되었다며 가르치려고 야단입니다. 우리는 이 환 단 씨네 가족과 종종 토론회를 갖습니다. 키티님! 우리 집에 또 한 명의 동거인이 생겼습니다. 알베르트 둣셀이라는 치과 의사인데 그는 내게 세상 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유태인에 관한 비참한 뉴스들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매일 밤, 수백 대의 비행기가 네덜란드 상공을 지나며 독일의 도시들은 폭음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합군이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도 가끔 전해 주지만 나는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 년 동안의 은신처 생활. 우리가 숨어 지내고 있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포격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우리들은 벌벌 떨었지만 그것도 일 년 정도 지내다 보니 일상 생활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은신처에 머무는 사람들은 날로 사이가 나빠져 갔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북적대고 살다 보면 욕설과 싸움이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키티님! 그런데 나에게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페터입니다. 언제부터인지 페터는 꿈에서도 나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페터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 혼자서만 좋아하는 걸까요. 그런 페터가 한참 동안이나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페터가 내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너무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도 페터와 나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페터의 다락방은 우리들의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락방에서는 푸른 하늘과 커다란 밤나무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들은 자연을 감상하고 참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일기에 관해서도 그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페터와 나이가 같은 언니 마르고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마르고도 페터를 사랑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니는 우리들의 우정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나는 문장력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브의 꿈 이란 동화는 내가 쓴 첫 작품인데 어떻게 그런 줄거리를 생각해 냈을까 하며 스스로 감탄한답니다. 나는 죽어서도 영원히 살아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작가야말로 죽은 후에도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밖에 나는 역사와 미술, 음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은신처 생활의 위기. 키티님! 사무실의 비밀 문을 통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은신처가 발각될 뻔했습니다. 도둑이 들어 비밀 경찰들이 이 곳을 왔다간 거죠. 다행히 사무실만 조사하고 떠났지만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 후로 우리의 은신 생활은 더 조심스러워 졌습니다. 한 가지 더 괴로운 얘기는 우리에게 식료품을 대 주던 가게 주인이 유태인을 채용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식료품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은신 생활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우리는 빨리 연합군이 상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라디오를 통해 영국군의 상륙 작전이 개시된 걸 알았습니다. 우리는 2년에 걸친 이 은둔 생활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힘이 솟았습니다. 그러나 독일 장군에 의한 히틀러 암살 실패 이후 히틀러는 전 독일군에게 그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우리 유태인들은 히틀러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게슈타포에 의해 학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나의 성격에 대한 평가. 키티님! 유태인 학살이라는 말은 너무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제 성격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나는 이따금 사람들 앞에서 경박한 광대가 됩니다. 고집 세고 수다스럽고 아는 체하는 이런 모습은 나의 신중한 모습이 숨어 버린 것입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신중한 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경박한 안네의 모습에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신중한 모습의 안네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 두 가지 모습이 바로 안네늬 모습이죠. 안네가 죽기까지. 안네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일기장에 옮긴 3일 후, 은신처가 비밀 경찰에 발각되어 가족과 함께 체포됩니다. 가족들은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습니다. 어머니와 언니가 죽은 후에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 안네는 결국 장티푸스라는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다행히 안네의 아버지 프랑크 씨는 그 곳에서 도망쳐 나와 네덜란드로 돌아오지요. 그는 은신처에서 주운 일기를 다른 사람으로 부터 건네 받게 됩니다. 우리가 안네의 일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덕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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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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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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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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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사랑스런 한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소녀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에게 뜻밖의 불행이 찾아왔어요. 소녀의 어머니가 병이 들어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지 뭐예요. 어머니는 정성어린 간호에도 아랑곳없이 소녀의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흑흑흑, 어머니! 돌아가시면 안 돼요.” 소녀는 슬피 울었어요. “얘야, 그만 울거라. 너를 보니 내 마음이 더욱 아프단다.” 슬퍼하는 소녀를 보다못한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모셔 왔어요. “너를 보살펴 주실 새어머니란다. 인사 드려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소녀는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를 했어요. 새어머니는 데리고 온 두 딸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오늘부터 이 아이들을 언니라고 부르거라.” 그런데 새어머니의 인상은 예사롭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새어머니와 두 언니가 생겨 소녀는 진심으로 기뻤어요. 어느 날, 아버지께서 멀리 여행을 가시고 집에는 소녀만 남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안 계시자 새어머니와 언니들은 소녀를 구박하기 시작했어요. “얘, 오늘부터 집안 일은 네가 맡아 하도록 해라.” 새어머니가 말했어요. “방 청소가 끝나면 벽난로도 청소해야 한다.” 새어머니는 집안의 궂은 일은 모두 소녀에게 시켰어요. 뿐만 아니라 소녀의 예쁜 옷도 빼앗아 버리고 누더기 옷만 입혔어요. 잠도 추운 다락방에서 재웠답니다. 어느 날, 언니들이 소녀를 놀렸어요. “얘, 넌 옷이 그게 뭐니? 얼굴에는 검은 재까지 묻었잖아!” 하루 종일 집안 일에 지친 소녀는 자신을 돌볼 틈이 없었어요. 그 후로 언니들은 소녀를 ‘신데렐라’라고 부르며 놀렸어요. 신데렐라란 ‘재를 뒤집어 쓴 아이’란 뜻이었어요. 어느 날, 궁전에서 왕자님의 신부감을 뽑는 무도회를 연다는 소식이 마을에까지 전해졌어요. 신데렐라의 집에도 초대장이 도착했어요. 새어머니와 언니들은 무도회 때 입을 드레스와 모자를 고르느라 야단이었어요. “이번 무도회엔 나라 안의 예쁜 아가씨들은 모두 참석하겠지? 아! 왕자님의 신부가 되고 싶어.” 큰언니가 말했어요. “언니보다 내가 더 예뻐. 틀림없이 왕자님은 나를 선택할 거야.” 언니들은 거울 앞에서 서로 잘난 척하며 다투었어요. 신데렐라도 무도회에 가고 싶었어요. “어머, 신데렐라! 너도 무도회장에 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언니들이 말했어요. 그러자 새어머니가 잘라 말했어요. “넌 안 돼! 집안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맞아, 일도 일이지만 그런 옷을 입고 어떻게 무도회에 가겠니?” 신데렐라는 무도회장 가는 것을 포기했어요. 마침내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어요. “신데렐라! 내 모자 어때?” “신데렐라! 내 구두는 닦아 뒀니?” 신데렐라는 언니들 시중을 드느라 정신없이 바빴어요. 한껏 멋을 낸 새어머니와 언니들이 집을 나섰어요. 혼자 남게 된 신데렐라는 너무 슬퍼 눈물이 났어요. 그 때, 갑자기 집 안이 환해지더니 어디선가 요정이 나타났어요. “놀라지 말아요. 난 요정이예요.” “요정이라고요?” “이제 눈물을 닦고 소원을 말해 보아요.” 신데렐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한 가지 소원이 있어요. 저도 무도회장에 가 보고 싶어요.” “좋아요. 지금 가서 호박 한 개와 도마뱀 두 마리, 생쥐 다섯 마리를 잡아 와요.” 신데렐라는 요정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요정은 길다란 지팡이로 호박을 ‘툭’쳤어요. 그러자 호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황금마차로 변했어요. 그리고 도마뱀은 두 사람의 마부가 되었고 생쥐 다섯 마리는 백마로 변했어요. 신데렐라는 탄성을 질렀어요. “옳지 이젠 아가씨를 변신시킬 차 예요.” 요정이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자락을 살짝 건드리자 어느 새 누더기 옷은 화려한 드레스로 변했어요. “아,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요정은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리구두를 신데렐라에게 선물했어요. 유리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꼭 맞았어요. “그렇지만 꼭 명심할 것이 있어요. 밤 12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해요. 밤 12시에서 1분만 늦 어도 마법이 풀어진답니다.” “명심하겠어요, 요정님. 정말 고맙습니다.” 신데렐라가 탄 마차는 궁전을 향해 나는 듯 달려갔어요. 신데렐라가 마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왕자님도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그만 넋을 잃었어요. “아름다운 아가씨! 무도회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왕자님은 신데렐라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향해 걸어 들어왔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왈츠에 맞춰 춤을 추었어요. “춤추는 모습이 한 쌍의 나비 같아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했어요. 왕자님은 신데렐라의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행복에 겨운 신데렐라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지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12시를 알리는 종 소리가 들렸어요. ‘어머, 이 일을 어쩌지 12시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깜짝 놀란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을 뛰쳐 나왔어요. “아가씨, 잠깐만 기다려요.”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불렀지만 너무 급한 신데렐라는 구두 한 짝을 내버려 둔 채 무도회장을 빠져 나왔어요. 성 문을 나서는 순간 마법이 풀리면서 마차와 마부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어요. 신데렐라의 옷도 누더기 옷으로 변했답니다. 하지만 유리구두는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한 짝을 소중히 보관했어요. 한편, 왕자님은 유리구두 한 짝을 주워 성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날마다 신데렐라를 생각했어요. “아, 아름다운 그 아가씨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 신데렐라도 왕자님이 보고 싶어 날마다 왕자님이 계신 성만 바라보았어요. 무도회가 끝난 후 몇 일이 지나자 궁전에서 신하들이 나왔어요. 신하들은 아름다운 유리구두를 들고 있었어요. “왕자님께서 이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고 계시오.” 왕자님은 유리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아가씨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유리구두를 신어 보게 했어요. 하지만 유리구두가 발에 맞는 아가씨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신하들은 신데렐라의 집으로 왔어요. 언니들은 서로 먼저 유리구두를 신겠다고 다투었어요. 큰언니는 커다란 발을 유리구두 속에 밀어넣으려다 ‘ 꽈당’하고 넘어졌어요. 보다못한 신하들이 큰언니를 말렸어요. “어휴, 언니는 저리 비켜, 내가 신어 보겠어.” 유리구두를 신은 작은언니가 소리쳤어요. “어머, 구두가 내 발에 딱 맞아요.” 하지만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자 구두가 훌렁 벗겨지고 말았어요. 언니들은 망신만 당했어요. “큰일이야. 이 집이 마지막이었는데 구두의 주인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왕자님이 아시면 크게 실망하실 텐데.” 신하들은 힘없이 돌아섰어요. 하지만 신하들은 신데렐라에게도 유리구두를 신어 보게 했어요. “왕자님께서 나라 안의 모든 아가씨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신어 보게 하셨어.” “자, 어서 유리구두를 신어 보도록 해요.” 신하들은 구두를 신데렐라의 발 앞에 내려 놓았어요. 신데렐라는 유리구두 속으로 살며시 발을 넣었답니다. 놀랍게도 유리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꼭 맞았어요. 그제야 신데렐라는 소중히 간직해 두었던 나머지 유리구두도 꺼내 신었어요. 그 때, 벽난로를 청소하던 신데렐라가 말했어요. “저 제가 한번 유리구두를 신어 보면 안 될까요?” 신하들은 누더기를 입은 아가씨를 힐끔 쳐다보았어요. 옆에서 지켜 보던 언니들이 나서며 말했어요. “신데렐라, 넌 무도회장에 가지도 않았잖아.” 이 모습을 본 새어머니와 언니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 순간 요정이 또 모습을 나타냈어요. 요정이 길고 가느다란 지팡이를 들어 신데렐라의 옷에 대자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에 갔을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변했어요. “드디어 찾았다.” 신하들은 기뻐서 손뼉을 쳤어요. 신데렐라는 신하들을 따라 궁전으로 갔어요.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얼마 후, 궁전에서는 성대한 결혼식이 치러졌어요. 그 곳에는 새어머니와 언니들의 모습도 보였어요. 신데렐라는 새어머니와 언니들을 용서해 주었답니다. 왕자님과 신데렐라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행진을 했어요. 그 때, 요정이 나타나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아름다운 꽃가루를 뿌려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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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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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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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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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는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런데다 프랑스어를 가르치시는 아멜 선생님이 문법에 대해 질문한다고 했는데 예습도 못했습니다. 몹시 겁이 난 나는 차라리 학교에 가지 않고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아 버릴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날씨는 맑고 따스한 기운이 넘쳤습니다. 멀리 산기슭에서는 티티새 우는 소리가 들려 왔고, 제재소 뒤편에 있는 리페르 목장에서는 프러시아 군인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런 것들이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학교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내가 면사무소 앞을 지날 때, 사람들은 게시판을 읽고 있었습니다. 벌써 2년 동안이나 전쟁에 관한 소식이 그 곳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견습공과 함께 거기서 게시판을 읽고 있던 대장장이 아저씨가 내게 소리 쳤습니다. "프란츠, 그렇게 서두를 필요없어. 어차피 학교에 지각할 염려는 없으니까!" 나는 아저씨가 나를 놀리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쳐 학교 마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수업 시작 전에 나는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책상 뚜껑 닫는 소리도, 귀를 막고 큰 소리로 책을 외는 소리도, 선생님이 큰 자막대기로 탁자를 두드리며 조용히하라고 고함 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열려진 창문으로 살짝 보니, 친구들은 벌써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아멜 선생님은 자막대기를 옆구리에 낀 채 왔다갔다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문을 열고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두렵고, 걱정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꾸중 들을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멜 선생님은 전혀 화도 내시지 않고 부드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얘! 프란츠야, 얼른 자리로 가 앉아라. 하마터면 너 없이 수업을 시작할 뻔했구나." 나는 곧바로 자리로 가서 앉았습니다. 두근거리던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몰랐습니다. 가만히 보니 선생님은 가슴에 레이스 장식이 달린 초록 정장을 입고, 머리에는 검정 비단 모자를 쓰고 계셨습니다. 그 차림은 장학관이 오는 날이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만 입던 옷이었습니다. 교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더욱더 이상한 것은 교실 뒷자리에 마을 어른들이 우리들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삼각 모자를 손에 들고 계시는 오르제 영감님 옛날에 면장을 지냈던 어른, 우체부 아저씨 등 낯익은 사람들이 슬픈 표정으로 아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제르 영감님은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프랑스어 책을 무릎 위에 펴 놓고 커다란 안경을 쓴 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때, 아멜 선생님이 교단으로 올라가 말을 꺼냈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엄숙하였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시간이 제가 여러분께 가르칠 수 있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에서는 독일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습니다. 새 독일어 선생님이 내일부터 여러분을 가르칠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 될 겁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이제까지 왜 이렇게 조용했는지 알았습니다.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며 면사무소 앞 게시판에 적힌 것도 이런 내용이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라니!' 나는 프랑스어라곤 겨우 글씨나 쓰는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아직도 배울 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영영 배울 수 없다니...... 이제야 나는 지난날 시간을 헛되이 보낸 일과 수업 시간에 딴청을 부린 일 등이 후회스럽게 지나갔습니다. 특히 수업을 빼 먹고 새를 잡으러 다닌 일과 자르강에서 썰매를 타느라고 공부를 게을리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몹시 따분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프랑스어 책과 성경이 이제는 서로 헤어지기 힘든 친한 친구처럼 여겨졌습니다. 아멜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시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도, 자막대기에 얻어맞았던 기억도 모두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내가 외워야 할 차례가 된 것입니다. '선생님이 물어 본 문법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의 질문을 들었으나, 첫마디부터 막혀 버렸습니다. 그러자 아멜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프란츠, 이것만은 잊지 말아라. 우리는 보통 '뭐, 시간은 많으니까 공부는 내일 하면 되지' 하고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 공부를 내일로 미룬 것이 우리 알자스 지방의 가장 큰 불행을 불러 올 줄이야. 결국, 조국어까지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저 프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게 분명하다. '뭐라고, 너희 나라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이라고 주장만 하지 자기 나라 말은 제대로 읽고 쓰지도 못하잖아.' "프란츠, 꼭 너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교육에 소홀했던 게 잘못이라는 거지. 얘들아, 미안하구나. 조국 프랑스어에 대한 공부를 많이 가르쳐 주지 못했어." 아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프랑스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남의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자기 말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다면, 언젠가 나라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은 프랑스어 책을 들고,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우리가 배울 곳을 먼저 읽으신 선생님은 문법에 관해 설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평소의 어려운 문장들도 너무 쉽게 이해되어 나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선생님의 정성어린 설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선생님은 마치 학교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모든 지식을 우리들에게 전해 주려는 듯 열심이었습니다. 나 역시 이렇게 수업에 몰두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문법이 끝나고 글씨 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날, 선생님은 새로운 글씨본을 준비해 오셨는데 책의 겉에는 '프랑스, 알자스' , '알자스, 프랑스'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그 소리 없는 외침에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모두 열심히, 그리고 조용하게 글씨 쓰기에 전념했습니다. 얼마나 고요했는지 종이 위로 미끄러지는 펜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잠깐 풍뎅이가 교실로 날아 들어왔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학교 지붕 위에서는 비둘기들이 낮은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프러시아 놈들은 저 비둘기들한테도 독일어로 울라고 할까?' 가끔 책에서 눈을 떼어 고개를 들면 아멜 선생님의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교단에 서서 교실 구석구석과 교정을 살피며, 주변의 물건들을 모두 눈에 넣어 가려는 듯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마치 이 작은 학교 전부를 담아 가지고 떠날 듯이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는 똑같은 자리에서 교정을 마주한 지가 40년이나 되었습니다. 닳고 닳은 책상과 의자, 훌쩍 자라 버린 뜰 안의 호두나무, 선생님께서 손수 가꾸신 담쟁이덩굴이 지붕까지 뻗어서 창가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이 분에게는 얼마나 큰 슬픔이겠습니까? 더구나 위층 방에서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가방에 짐을 챙기며 왔다갔다하고 있는 누이동생의 발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선생님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다음 날이면 이 곳을 떠나야 합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그 모든 슬픔을 참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셨습니다. 글씨 쓰기 다음은 역사 시간이었습니다. 그 분의 목소리는 감동에 젖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니, 우스꽝스럽긴 했으나 슬픔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아, 나는 그 마지막 수업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 갑자기 성당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성당의 큰 시계가 낮 12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프러시아 군대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 소리는 바로 교실 창문 밑에서 들려 왔습니다. 잠시 후,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바 베 비 보 뷰'를 노래하도록 시켰습니다. 모두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교실 뒤편에서는 오제르 영감님이 안경을 쓴 채 프랑스어 교본을 들고 어린 학생들과 함께 더듬더듬 글자를 읽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교단 앞에 선 선생님의 키가 이렇게 크게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여러분, 나...는, 나는......."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무엇인가 선생님의 목을 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칠판으로 가서 분필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힘껏 커다랗게 글씨를 썼습니다. '프랑스 만세!' 선생님은 칠판에 머리를 기댄 채 말없이 계셨습니다. 잠시 후, 몸을 돌리지도 않은 채 손을 뒤로 가리키며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끝났다, 이젠 돌아가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시적 감성이 뛰어났던 알풍스 도데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작품이에요.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도데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 나입니다. 이 속에 나오는 프란츠는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아이였어요. 우리나라 시골 개구쟁이가 뛰어노는 모습과 꼭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고향인 알자스 주가 프러시아에 점령되자 프란츠가 다니는 초등 학교에서는 더 이상 프랑스어를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라를 빼앗기고 마지막 수 업에서만은 그렇게 어렵던 프랑스어가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됩니다. 개구쟁이 프란츠는 마음껏 할 수 있었을 때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후 회하지요.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프란츠는 나라 잃은 슬픔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랍니다. 우리나라도 말과 글을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죠. 그래서인지 더욱 우리 어린이 들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인지도 모릅니다. 잘 읽었는지 물어볼까요? 우리도 나라를 빼앗겨 우리의 말과 글을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어요. <마지막 수업>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답니다. Q 아멜 선생님이 장학관이 오는 날이나 학교 행사 때만 입던 정장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 까? Q 앞으로 프란츠의 학교에서는 프랑스어 대신 무엇을 배우게 되나요? Q 프랑스어를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된 프란츠는 무엇을 후회했나요? Q 마지막 수업을 읽고 우리의 한글에 대한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Q 여러분도 프란츠처럼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후회한 적이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마지막 수업은 기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Q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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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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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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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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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르치르와 미치르는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입니다. 오늘 저녁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벌써 이웃집에서는 흥겨운 크리스마스 파티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빠, 저 집 크리스마스 트리 좀 봐, 예쁘지?" 미치르가 창가에 서서 부러운 듯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미치르, 우리도 언젠가는 저런 멋진 트리를 만들게 될 거야." 치르치르는 어른처럼 여동생을 달랬습니다. 그때, 이웃집 할머니가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우리 벨이 몹시 아프단다. 파랑새를 보면 낫는다니, 너희들이 구해다오." 할머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모자를 치르치르에게 내밀었습니다. "이 모자를 쓰고 다이아몬드를 왼쪽으로 돌려 봐라." 치르치르가 다이아몬드를 돌리자, '빛의 요정' 이 나타났습니다. 뒤따라 '물의 요정', '우유의 요정', '과자의 요정', '불의 요정' 들이 나타났습니다. 두 발로 서서 걷는 개와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빛의 요정이 너희들을 안내할 테니 따라가거라." 할머니의 말에 치르치르가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꼭 파랑새를 구해다 드릴게요."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여러 요정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빛의 요정이 창문을 열자, 달님이 '빛의 사다리' 를 내려 주었습니다. 사다리를 올라가자 '추억의 나라' 가 나타났습니다. 추억의 나라에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에 안겼습니다. "어서 오너라, 많이들 컸구나." "할아버지, 우리는 파랑새를 구하러 왔어요. 어디 가면 있을까요?" 치르치르의 말에 할아버지는 파랑새가 든 새장을 주셨습니다. "이걸 가지고 가거라, 그리고 우리를 잊지 말아다오." 치르치르 일행은 사다리를 타고 추억의 나라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파랑새가 까만 새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거 헛수고했잖아." 실망한 치르치르와 미치르에게 빛의 요정이 말했습니다. "실망하지 말아요, '방의 나라'에 가면 파랑새가 있을 거예요." 수많은 방으로 이루어진 방의 나라는 '밤의 여왕'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치르치르 일행은 밤의 여왕을 찾아갔습니다. "여왕님, 저희들은 파랑새를 구하러 왔습니다. 파랑새를 찾게 해 주십시오." "안돼! 파랑새 같은 건 없어!" 밤의 여왕은 손을 내저으며 무섭게 소리쳤습니다. "그럼 할 수 없군요, '빛의 임금님' 께 부탁하는 수밖에." 치르치르가 다이아몬드를 돌리려 하자, 밤의 여왕이 사정했습니다. "제발, 방을 보여 줄 테니, 빛의 임금님은 부르지 말아다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방의 나라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습니다. 방마다 전쟁을 일으키는 악마, 병을 퍼뜨리는 악마, 불행을 주는 악마들이 득시글거렸습니다. 악마들은 밖으로 나오려고 서로 싸우며 버둥거렸습니다. 치르치르 일행은 그때마다 얼른 방문을 닫아걸었습니다. 마지막 방 앞에 이르렀을 때, 밤의 여왕이 소리쳤습니다. "안돼! 그 문을 열면 모두 죽고 말아." 그 방은 밤의 여왕이 무서워하는 '빛의 방' 이었습니다. "흥! 이 방에 파랑새가 있나 보군. 얼른 열어 보자." 치르치르는 마지막 방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역시 빛의 방에는 많은 파랑새들이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야, 파랑새다!" 치르치르는 나뭇가지에 앉은 파랑새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파랑새를 구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치르치르는 파랑새를 새장에 넣어 가지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빛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파랑새는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어디서 파랑새를 찾지?"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걱정하자, 다시 빛의 요정이 위로했습니다. "자, 용기를 가져요. 저 숲속에는 진짜 파랑새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치르치르 일행은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속의 큰 떡갈나무에 파랑새가 앉아 있었습니다. "떡갈나무님, 그 파랑새를 우리에게 주세요." 미치르가 이렇게 말하자, 떡갈나무가 쏘아붙였습니다. "어림없는 소리! 이 파랑새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아." 떡갈나무는 큰 가지를 휘둘렀습니다. 그러자 숲속의 무서운 동물들이 덤벼들었습니다. 깜짝 놀란 치르치르는 재빨리 다이아몬드를 돌렸습니다. 순간, 숲속이 환해지고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파랑새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이, 어쩌면 좋아! 파랑새가 보이지 않네." 미치르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 저기 '미래의 궁전'이 있구나! 저기 가면 진짜 파랑새가 있을 거예요." 빛의 요정이 숲 저쪽에 있는 큰 궁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미래의 궁전에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세상에 나가 희망을 안겨 주는 아기로 태어날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일들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모래시계를 든 '시간의 할아버지'가 북을 치자, 몇몇 아이들이 배에 탔습니다. "파랑새를 구하러 왔다고 했지? 여기 있다." 배가 세상으로 떠나자, 시간의 할아버지가 파랑새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 "야, 파랑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무척 기뻤습니다. "자, 우리도 돌아가자." 그런데 미래의 궁전을 나서자, 치르치르 일행이 탔던 구름이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모두들 땅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파랑새도 놓쳐버렸습니다. "아악! 살려 줘!" "엄마, 살려 주세요!"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몸부림을 쳤습니다. "얘들아, 그만 일어나거라! 웬 잠꼬대를 그리 심하게 하니?" 어머니가 흔드는 바람에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잠에서 깨었습니다. 벌써 크리스마스 아침이었습니다. "아, 파랑새는 어디 갔지?" "여기 있단다,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오신 거야."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창틀에 파랑새가 든 새장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야, 정말 파랑새구나.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를 가지고 이웃집 벨한테 갔습니다. "어머, 파랑새네! 고맙다, 얘들아!" 파랑새를 본 벨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벨, 파랑새는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어. 그러니 어서 나아."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와 더불어 날마다 벨과 함께 놀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벨이 건강을 되찾자, 친구가 되어 주었던 파랑새를 푸른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파랑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파랑새는 희망입니다. 치르치르 일행은 파랑새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이들이 겪은 시간들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랍니다. 희망은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치르치르 일행의 여행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희망을 찾아다닙니다. 그때마다 각기 다른 희망을 갖기도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도 한답니다. 어쨌든 치르치르 일행은 번번이 파랑새를 찾지 못합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셨답니다. 그러나 그들이 경험한 것들이 바탕이 되어 좌절하지 않고 서로를 위하고 도와주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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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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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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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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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다정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날마다 행복했지만, 자식이 없어 허전했습니다. "하느님, 엄지손가락만 한 아기라도 좋으니, 제발 제회에게 아이를 주세요." 부부는 밤마다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꽃의 요정이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이 꽃씨를 잘 가꾸어 보세요. 틀림없이 소원을 이룰 거예요." 부부는 기뻐하며 꽃씨를 예쁜 화분에 심었습니다. "어서어서 자라거라, 자라서 우리 소원을 들어다오." 부부는 화분을 햇볕이 잘드는 창가에 두고,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꽃씨는 곧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서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아름다운 튤립이에요. 어서 활짝 피었으면......" 부인은 빨간 꽃봉오리에 입맞춤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꽃이 활짝 피고, 꽃 속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여자 아이가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꽃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방긋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오, 하느님! 이렇게 귀여운 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부는 기뻐하며, 아이의 이름을 엄지 공주라고 지었습니다. "엄지 공주야, 어여쁘게 자라다오." 부부는 엄지 공주에게 비단옷이며 꽃잎 침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대야에 연못을 만들고, 나뭇잎 배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두꺼비가 창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야, 이렇게 예쁜 아가씨는 처음 보는 걸!" 두꺼비는 잠자는 엄지 공주의 모습에 넋을 잃었습니다. "어머, 여기가 어디지?" 이튿날 연잎 위에서 잠을 깬 엄지 공주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옆에서 두꺼비 두 마리가 소곤거리고 있었습니다. "네 색싯감이 마음에 드니?" "예쁜 색싯감을 데려다주어서 고마워요, 엄마." 그 말을 들은 엄지 공주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싫어, 두꺼비 색시가 되는 건 싫단 말야, 집에 가고 싶어." 엄지 공주의 마음을 안 가재와 물고기들이 의논했습니다. "저 연잎을 옮길 수만 있으면, 엄지 공주를 구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줄기를 자를 테니까, 너희들이 멀리 끌고 가." 가재는 튼튼한 앞발로 연잎 줄기를 싹둑 잘랐습니다. 물고기들은 연잎을 끌고 밀며 열심히 헤엄쳐 갔습니다. "멈춰라! 내 색시를 내놔라!" 아들 두꺼비가 쫓아오며 소리쳤습니다. "영차, 영차, 힘을 내. 이러다가는 두꺼비에게 잡히겠어." 물고기들이 열심히 헤엄쳤지만, 두꺼비는 점점 다가왔습니다. 그때,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엄지공주님, 이 풀을 잡아요. 내가 끌어 줄게요." 엄지 공주는 호랑나비가 내민 풀줄기를 잡았습니다. 호랑나비가 끌자 연잎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엄지 공주를 쫓아오던 두꺼비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와, 만세! 나비님,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엄지 공주님, 잘 가세요, 조심해요." 호랑나비도 날개를 가볍게 흔들며 멀어져 갔습니다. 그때, 풍뎅이가 날개를 붕붕거리며 날아왔습니다. "참 귀여운 아가씨로구나! 내 색시로 삼아야겠다." 풍뎅이는 엄지 공주를 숲 속으로 데려갔습니다. "얘들아, 내 색싯감이야. 아주 예쁘지?" 풍뎅이는 상수리나무의 진을 빨아먹고 있는 친구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쳇! 수염도 없고, 날개도 없잖아." "다리가 두 개밖에 없는 풍뎅이도 있나? 하하하." 친구들이 놀리는 바람에 풍뎅이는 혼자서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엄지 공주는 마을을 찾았지만, 숲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숲에 낙엽이 지더니, 눈 내리는 겨울이 왔습니다. "이러다가는 얼어 죽겠어. 엄마, 어디 계세요? 보고 싶어요." 엄지 공주는 가랑잎을 둘러쓰고 마을을 찾아 헤맸습니다. 밤이 되었을 때, 멀리 불빛이 보였습니다. "앗, 집이다! 저기 집이 있어." 그 집을 찾아가자, 들쥐 할머니가 반겨 주었습니다. "엄지 공주야,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 엄지 공주의 지난 이야기를 들은 들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이웃에는 두더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들쥐 할머니, 나 엄지 공주에게 장가보내 주세요." 엄지 공주에게 반한 두더지는 날마다 들쥐 할머니를 졸랐습니다. "엄지 공주야, 두더지 총각하고 결혼하려무나, 아주 부자란다." 엄지 공주는 두더지가 싫었지만, 거절을 못했습니다. "두더지와 평생을 땅속에서 살아야 하다니......." 엄지 공주는 서글픈 마음에 동굴 안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굴 바닥에 병든 제비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어머나, 가엾어라!" 엄지 공주는 정성을 다하여 제비를 간호했습니다. 두더지는 빨리 결혼하자고 날마다 엄지 공주를 졸랐습니다. "두더지님, 따뜻한 봄이 오면 그때 결혼해요, 네?" 엄지 공주는 이렇게 두더지를 달랬습니다. "하느님, 저는 두더지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저를 구해 주세요." 엄지 공주는 드레스를 지으며,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꽃 피는 봄이 오고, 제비도 건강해졌습니다. 마침내 결혼식 날이 되어, 두더지가 신랑 차림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두더지님, 오늘 결혼하면 저는 영영 햇빛을 볼 수 없게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밖에 나가 해님을 보고 올게요." 엄지 공주는 두더지의 허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해님, 안녕! 꽃들도, 나무들도 안녕!" 엄지 공주는 눈물로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제비가 와서 엄지 공주를 등에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았습니다. "엄지 공주님,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거에요.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건 잘못이지요." "제비님,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됐어요. 나하고 따뜻한 꽃의 나라로 가요." 제비는 숲을 지나고 강을 건너, 아름다운 꽃나라로 갔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있다니, 꿈만 같구나." 엄지 공주는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엄지 공주님,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나라 왕자가 꽃의 요정들을 거느리고 다가와 인사하였습니다. "엄지 공주님, 이 꽃나라의 왕비가 되어 주십시오." 왕자는 엄지 공주에게 황금관을 씌워 주고, 등에 하얀 날개도 달아 주었습니다. 엄지 공주는 왕자님과 함께 꽃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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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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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는 소문난 말썽쟁이예요. 제제네 집은 아주 가난했죠. 가족들은 제제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꾸짖고 매를 들었어요. 제제는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죠. "제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니?" 제제는 자기의 아름다운 노래를 가족들이 즐겁게 들어 주지 않아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가족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실컷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그것은 바로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답니다. 어느 날, 제제는 토토카 형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어요. 토토카 형이 잠시 걸음을 멈추며 어떤 집을 가리켰어요. 제제네 가족이 새로 이사할 집이었죠. "제제, 바로 저 집이야, 마음에 드니?" "응, 좋아, 그런데 왜 이사를 해야 하는 거야?" 그 집의 울타리 사이에는 망고나무와 타마린 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집세가 여덟 달이나 밀렸단다. 아버지께서 공장 사장과 싸우고 일을 그만둔 게 여섯 달이 넘었잖니." 제제의 얼굴빛이 어두워졌어요. "그래서 막내 누나랑 엄마가 공장에 다니는 거야?" "그렇단다, 제제." 문득 제제는 집에서 기르는 닭들이 생각났어요. 닭들의 이름은 '검은 표범'과 '사자'였어요. 제제가 동생 루이스와 함께 동물원 놀이를 할 때 부르는 이름이었죠. "토토카 형, 검은 표범과 사자도 이리로 데리고 올 거지?" "물론이지, 닭장도 뜯어서 옮길 거야." 제제는 토토카 형에게 손가락을 걸며 다짐을 받았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제제는 다시 이사 할 집을 구경하러 가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토토카 형뿐만 아니라 엄마와 둘째 누나, 루이스도 함께였죠. "엄마, 우리 언제 이사 가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곧 짐을 꾸려야 할 거야." 엄마는 몹시 지쳐 보였어요. 엄마는 학교라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야 했죠. 그래서 책을 읽을 줄도, 글을 쓸 줄도 몰랐어요. 거리의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제제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받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제제의 형제들은 아직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죠. 그 때였어요. "바로 여기다. 우리가 새로 이사 올 집이야." 엄마의 말에 모두들 그 집을 바라보았어요. 그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약간 작았어요. 그때, 둘째 누나가 제제의 손을 놓고 마당으로 들어가더니 나무를 끌어안으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이건 이제부터 내 나무야!" 토토카 형도 이에 질세라 나무 한 그루를 껴안으며 외쳤어요. "그렇다면 이 나무는 내 거야! 내가 주인이라고!" 이 모습을 본 제제가 그만 울상이 되었어요. "누나, 내 나무는 없잖아." 둘째 누나는 그제야 제제 생각이 났어요. "뒷마당에 가 보면 나무가 더 있을지 몰라." 제제는 서둘러 둘째 누나와 함께 뒷마당으로 가 보았어요. 한데 그곳에는 가시 많은 오렌지 나무와 볼품없이 조그만 라임 오렌지 나무밖에 없었어요. "여기에는 멋진 나무가 없잖아." 제제는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제제, 저 오렌지 나무는 좋아 보이는구나." "싫어, 누나! 차라리 저 라임 오렌지 나무를 갖겠어." "제제, 잘 생각했어. 작지만 정말 예쁜 나무로구나."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가 정말 좋아서 자기 나무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어요. 둘째 누나는 제제의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제제, 이제 곧 이 나무도 커다란 나무가 될 거야. 너와 함께 자라면 아마 형제처럼 보일지도 몰라." 제제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혼자 중얼거렸죠. "그래, 이 라임 오렌지 나무도 멋진 나무로 자랄 거야." "제제, 네 생각이 맞아 용기를 내." 제제는 깜짝 놀라며 라임 오렌지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나무야, 너 지금 내게 말을 한 거니?" "그래, 맞아. 네가 지금 하는 말도 듣고 있어. 귀를 대봐. 가슴이 뛰는 소리도 들릴걸." 제제가 라임 오렌지 나무에 귀를 대자 정말 소리가 들렸어요. "톡, 톡, 톡." "나무야, 넌 다른 사람들하고도 말할 수 있니?" "아니, 난 너하고만 이야기할 수 있어." 라임 오렌지 나무는 덧붙여 말했어요. "어느 날, 예쁜 요정이 와서 내게 속삭였단다. 착한 아이와 친구가 되면 말할 수 있게 되고, 아주 행복해진다고 말이야." 제제는 자기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제, 내 가지에 올라타 보겠니?"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그럼, 이제 몸을 흔들면서 눈을 감아 봐, 이렇게 멋진 망아지 타 봤어?" "정말 최고야!" 제제는 기분이 좋아져 라임 오렌지 나무를 쓰다듬었어요. 그때 둘째 누나가 다가왔어요.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잘 있어, 친구야. 넌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나무야." "제제, 내 말이 맞지?" 둘째 누나가 제제에게 물었어요. 그러나 둘째 누나도 라임 오렌지 나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은 몰랐죠. "응, 누나 말이 맞아. 내 나무는 아주 굉장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그로부터 며칠 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야 제제네 가족은 이사를 했어요. 제제는 날마다 라임 오렌지 나무와 함께 지내게 됐죠.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를 '밍기뉴'라고 불렀어요. 이사를 오고 나서 제제는 한동안 얌전하게 굴었어요. 하지만 그런 모범생 같은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임신한 동네 아줌마에게 스타킹으로 만든 가짜 뱀으로 장난을 치다가 들켜 엄마에게 매를 맞기도 했어요. 제제는 토토카 형과 '박쥐 놀이'라는 새로운 놀이도 생각해 냈어요. 자동차 뒤에 매달려 가는 박쥐 놀이는 위험하기는 했지만, 여간 신나는 것이 아니었죠. 제제가 박쥐 놀이를 하지 못한 차는 딱 한 대뿐이었어요. 그것은 포르투갈 사람의 차였답니다. 그 차를 볼 때마다 제제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어요. '언젠가는 저 차에도 매달려 볼 거야!' 얼마 후, 제제는 마침내 포르투갈 사람의 차에 매달릴 기회를 잡았어요. 다른 차들보다 훨씬 무서웠지만, 있는 힘을 다해 그 차에 매달렸죠. "야호!" 제제는 해냈다는 기쁨에 소리를 쳤어요. 그러자 포르투갈 사람이 차에서 내려 제제를 몹시 야단쳤어요. "이런 겁 없는 녀석, 조그만 녀석이 당돌하구나!" 하지만 제제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온 제제는 밍기뉴에게 그 일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제제는 포르투갈 사람을 피해 다녔어요. 그렇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 제제가 유리 조각에 발을 베어 절룩거리며 학교에 가던 날이었죠. 차를 타고 가던 포르투갈 사람이 제제 곁으로 다가와 말했어요. "얘야! 내 차에 타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이 말에 제제는 서운했던 마음이 풀렸어요. 그날부터 제제는 포르투갈 사람의 집에도 직접 찾아갈 만큼 친한 사이가 되었죠. "아저씨!" "오, 제제로구나. 어서 들어오렴." 제제는 포르투갈 사람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나는 네가 그 정도 말썽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걸." "전 새총으로 남의 집 창문을 깨뜨린 적도 있어요. 고양이한테 구슬을 삼키게도 했어요." 제제는 잘못한 일들을 털어놓을 때마다 마음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제제, 내가 보기에 너는 오히려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천사 같구나." 포르투갈 사람은 제제가 진심으로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믿었어요. 제제는 포르투갈 사람의 차를 타고 산이며, 강이며, 이곳저곳 구경 다니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하루는 제제가 포르투갈 사람에게 밍기뉴에 관한 비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둘째 누나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 비밀을 말이에요. "밍기뉴는 말하는 라임 오렌지 나무예요. 아저씨와 함께 저의 가장 친한 친구죠." "밍기뉴라고? 나도 한번 보고 싶구나." 제제는 밍기뉴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나자, 포르투갈 사람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아저씨'라는 말보다 더 친근한 표현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아저씨를 이제부터 '포르투카'라고 부르고 싶어요." "포르투카라. 좋은 이름이로구나. 그렇게 부르도록 하렴." 포르투카는 제제를 친아들처럼 사랑해 주었답니다. 제제는 포르투카에게 약속했어요. "앞으로는 공부도 열심히 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포르투카는 제제의 다짐에 커다란 보람을 느꼈어요. "장하구나, 제제. 널 지켜 보마." 그러나 포르투카는 제제 곁에 오래 있어 주지 못했어요. 기차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죠. 제제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아누웠어요. 포르투카와 함께했던 날들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밍기뉴에게 갈 마음도 생기지 않았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늘 말썽쟁이라고 나무라기만 하던 가족들이 진심으로 제제를 걱정해 주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과자며 사탕을 사 가지고 문병을 왔어요.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둘째 누나가 하얀 꽃 한 송이를 들고 들어왔어요. "제제, 이것 좀 보렴." "그게 뭐야, 누나?" "밍기뉴의 첫 번째 꽃이란다. 이제 곧 어른 나무가 되어 열매도 맺을 거야." 제제는 밍기뉴 꽃을 한동안 바라보았어요. 밍기뉴처럼 자기도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소중한 친구였던 포르투카도, 어린 시절 꿈의 세계에서 함께 했던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도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고 깨달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만큼 훌쩍 커 버린 자기의 모습을 느꼈던 것이죠. 제제는 포르투카와 밍기뉴를 통해 사랑을 알았어요. 가난한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고, 자기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 갈 수 있는 지혜를 배웠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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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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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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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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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어느 마을에 못된 악마가 살았단다. 악마는 어느 날 신기한 거울을 발명해 다른 악마들에게 자랑을 했지. “천사도 이 거울에 비추면 우리처럼 흉하고 못생기게 보일 거야. 낄낄낄.” 거울을 발명한 못된 악마는 그 거울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어. 얼마 후, 악마는 하느님과 천사들이 사는 곳에 이르게 되었지. 그런데, 갑자기 거울이 아주 작은 조각으로 깨지고 말았어. 악마는 하느님이 벌을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도망을 갔단다. 거울 조각들은 바람을 타고 어떤 것은 사람의 눈 속에 들어가고 어떤 것은 사람의 마음 속에 내려앉았단다. 거울 조각이 몸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마음씨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되었지. 거울 조각은 카이와 겔다라는 아이가 사는 도시에도 떨어졌단다. 카이와 겔다는 비록 가난했지만 사이좋은 친구였어. 겔다는 카이와 함께 장미꽃을 가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던 어느 날, 카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겔다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난 이제 장미꽃은 보고 싶지도 않아!” 겔다는 카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카이, 왜 그러니? 왜 얼굴을 찡그리고 안 하던 말을 하는 거야?” “나도 몰라. 뭔가 내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아.” 카이는 눈을 비볐어. 그럴수록 눈은 더 많이 아프고 따끔거렸지. 악마의 거울 조각이 카이의 눈과 마음속으로 들어간 것이었어. 그날 이후 카이는 심술 많은 아이로 변했단다. 눈이 펑펑 오는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어. 카이는 근사한 썰매를 끌고 가는 사람을 만났어. 그때, 카이의 마음속에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 사람의 썰매에 자기의 썰매를 몰래 끈으로 묶었어. 이상한 사람은 얼굴이 눈처럼 하얗고, 키도 큰 여자였단다. 눈의 여왕이었지. 카이는 덜컥 겁이 났어. 썰매는 시간이 갈수록 빨리 달렸어. “이제 그만 멈춰요!” 썰매는 카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숲길을 계속 달리기만 했단다. 그때, 여자가 말했단다. “카이, 떨고 있구나. 내 털 옷 속으로 들어오렴.” 카이는 너무 추워서 그 여자의 옷 속으로 들어갔단다. “잠시 후면 내가 사는 눈의 나라에 도착할 거야.” 눈의 여왕은 카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어. 카이는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금방 기분이 좋아졌어. 어느새, 썰매는 카이를 태우고 구름 속을 날아가고 있었단다. 카이는 눈의 나라로 들어가 영영 마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단다. 겔다는 카이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었지. 카이가 눈의 여왕과 함께 눈의 나라로 간 것도 모르고 말이야. 다음 날 아침, 겔다는 카이를 찾으러 다녔단다. 하지만 카이를 찾을 수가 없었어. 마침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단다. 겔다는 한 번도 신은 적이 없는 빨간 구두를 신고 호수로 갔어. “카이, 어디로 간 거니? 설마, 호수를 건너간 것은 아니겠지?” 그때, 햇님이 겔다를 위로했어.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카이가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 것을 까마귀가 보았대요.” 겔다는 호수에 있는 배를 타고 건너기 시작했단다. “카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겔다가 탄 배는 벚꽃이 피어 있는 언덕을 돌아 낯선 곳에 닿았어. 그곳에는 작은 창문이 달린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있었단다. “혹시 내 친구 카이를 보지 못했나요?” 그때, 한 노파가 문을 열고 나와 말했어.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떻게 이 먼 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겔다는 그동안 일어난 일을 노파에게 모두 말해 주었어. 노파는 겔다 앞에 맛있는 산딸기와 과자를 내놓았어. 겔다는 너무 배가 고파 그것을 먹고 잠이 들었단다. 겔다는 어느새 카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어. 왜냐하면 노파가 요술을 부렸기 때문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겔다는 들판 한구석에 피어 있는 장미꽃 한 송이를 발견했어. “어머, 이런 곳에도 장미꽃이 피어 있었네!” 겔다는 장미꽃을 꼭 껴안고 입을 맞추었단다. 그러자 그동안 겔다의 머릿속에서 잊고 있었던 카이 생각이 났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빨리 카이를 찾아야 할 텐데." "장미꽃아, 너는 내 친구 카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저 멀리 커다란 성에 아름다운 공주님과 씩씩한 소년이 살고 있는 것은 알아요. 그 소년이 카이일지도 모르지요.” 겔다는 장미꽃이 가르쳐 준 숲길을 걷기 시작했단다. “까옥까옥, 아가씨는 혼자서 어딜 그렇게 가시나요?” 까마귀가 겔다의 머리 위에서 물어보았단다. “까마귀야, 혹시 내 친구 카이를 보지 못했니?” “하지만 그 아이는 아가씨를 까맣게 잊고 있을 거예요.” “날 그 성으로 안내해 주겠니?” 그날 밤, 겔다는 까마귀의 도움으로 아이와 공주님이 살고 있는 방 가까이 갈 수 있었단다. “카이, 이제야 널 찾았어!” 겔다는 아이의 뒷모습만 보고 카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카이가 아니었단다. 겔다는 그만 실망을 하고 말았지. 그때, 예쁜 공주님이 나타났어. “아가씨는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온 거죠?” 겔다는 그동안의 일을 공주님과 아이에게 모두 말해 주었단다. “저런, 가엾어라! 하지만 아가씨가 카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다음 날 아침, 공주님은 말이 끄는 황금 마차를 겔다에게 주었단다. 마차는 어두운 숲속을 횃불처럼 반짝이며 계속해서 달렸어. 나무가 너무 많아 낮인지 저녁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단다. “와 황금마차다!” 마차가 막 숲길을 돌려고 할 때였단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도적들이 겔다가 탄 마차를 가로막았어. 그런 다음 마부를 때려눕히고 겔다를 마차 밖으로 끌어냈지. 그때, 두목의 딸이 말했단다. “어머, 예쁘기도 해라. 아빠, 이 애하고 놀게 해 줘.” 두목은 딸을 너무 귀여워해서 겔다를 살려 주기로 했단다. 그날 밤, 두목의 딸이 물었어. “너는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길이었니?” 겔다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두목의 딸에게도 모두 말해 주었단다. “저런, 가엾어라. 하지만 카이는 이곳에 없어. 그러니까 여기서 나와 함께 살지 않겠니?” “안 돼! 난 카이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 “알았어. 아빠한테 말해서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하게 할게.” 다음 날 아침, 순록과 함께 있는 겔다에게 비둘기가 말했단다. “카이는 눈의 여왕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눈의 나라로 갔답니다.” “순록아,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지 않겠니?” “그렇게 할게요.” 마침내, 랩란드에 도착한 겔다와 순록은 어느 허름한 오두막집을 찾아 들어갔어. “눈의 나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의 나라는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요.” 오두막집 주인이 대답했어요. 순록이 겔다가 겪은 이야기를 주인에게 들려주었단다. “제발, 겔다 아가씨가 눈의 여왕으로부터 카이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주인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단다. “하지만 난 아무런 힘이 없단다.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건 길을 가르쳐 주는 것뿐이란다.” “겔다 아가씨에게 눈의 여왕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실 수는 없나요?” “순록아, 겔다 아가씨는 이미 눈의 여왕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단다. 그 힘은 겔다 아가씨의 착하고 맑은 마음씨야.” 주인은 순록에게 눈의 나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어. “겔다 아가씨, 용기를 내요. 카이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순록은 겔다를 태우고 눈 속을 달렸단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길을 막았지만 겔다는 참았어. 눈의 나라에 도착한 순록은 겔다를 내려놓고 눈물을 흘렸단다. “순록아, 고마워. 카이를 꼭 구해 올 테니 기다려야 해.” 겔다는 눈보라 속을 조금씩 조금씩 걸어갔단다. 장갑과 장화도 신지 않고 말이야. 한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어. 겔다 앞에 여왕의 눈사람 군사들이 나타났단다. 겔다는 깜짝 놀라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단다. “하느님, 저를 사랑하시거든 제발 도와주세요.” 그러자 손에 창과 방패를 든 천사들이 겔다 앞에 나타났단다. 눈의 군사들은 금방 흩어지고 말았지. 겔다는 있는 힘을 다해 성안으로 들어갔단다. 겔다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정원에서 서성이는 카이를 금방 발견할 수 있었어. “카이, 이제야 겨우 널 찾았구나.” 겔다는 카이를 꼭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단다. 겔다의 눈물은 카이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가 나쁜 유리 조각을 모두 녹였어. “겔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여기는 어디지?” 겔다는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카이에게 모두 말해 주었단다. “겔다, 네가 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했구나.” 카이는 겔다가 너무 고마워 눈물을 흘렸단다. 그러자 카이의 눈 속에 있던 유리 조각도 함께 빠져나왔어. “카이, 여기는 너무 추워. 어서 집으로 돌아가.” 겔다와 카이는 순록을 타고 눈의 나라를 도망쳤어. 그 후, 카이와 겔다는 고향으로 돌아와 착하고 행복하게 살았단다. 예쁜 장미를 키우면서 말이야. 눈의 여왕.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눈의 여왕은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데르센이 지은 작품입니다.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았지만, 안데르센은 꿈을 잃지 않고 자랐으며 동화를 통해 꿈과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눈의 여왕 역시 카이와 겔다 두 친구를 통해 아름답고 참된 꿈과 우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악마가 만든 유리 거울 조각이 눈에 들어간 카이는 못된 아이로 변하고 마침내 눈의 여왕에게 잡혀 갑니다. 겔다는 카이가 없어지자 카이를 찾아 눈의 나라로 갑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눈의 나라에 도착한 겔다는 그곳에서 카이를 발견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겔다의 눈물이 카이의 마음속에 흘러 들어가 마침내 유리 조각은 빠져나오고 카이는 예전의 착한 친구로 되돌아옵니다. 겔다의 우정이 카이를 구해 낸 것입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카이나 겔다처럼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도록 노력해 보세요. 이것이 궁금해요. 순록. 사슴과에 속하는 포유동물. 짧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암수 모두 뿔이 있어요. 대부분 봄이나 가을에 큰 무리를 이루어 장거리 이동을 하며 생활하고 노르웨이나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추운 나라에 많이 살고 있어요. 코끝이 털로 덮여 있어 눈 속에서도 먹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주로 이끼를 먹고 사는데 그 외에 마른풀이나 버드나무의 잎, 쑥 등도 잘 먹어요. 산딸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산과 들에서 많이 자라는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 뿌리는 길게 옆으로 자라고 커다란 군집으로 발달한답니다. 줄기 전체에 가시가 드문드문 나 있고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을 하고 있어요. 열매는 먹을 수 있어 식용으로 활용하거나 약으로 쓰기도 해요. 산딸기는 나무딸기, 산딸기나무, 흰딸, 참딸이라고도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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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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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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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동구 밖에 있는 큰 느티나무 아래로 놀러 갔습니다. 언니가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앨리스는 꽃반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앨리스는 사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빨간 조끼를 입은 흰토끼가 앨리스 앞을 지나갔습니다. "이거 또 늦겠는걸!" 토끼는 조끼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어 보면서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토끼는 우물처럼 생긴 동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나, 이런 곳에 동굴이 있었다니." 앨리스도 토끼가 들어간 동굴로 뛰어들었습니다. 순간, 몸이 풍선처럼 둥둥 떠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어둡던 동굴 속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 그릇이 놓인 선반, 책장들이 휙휙 지나갔습니다. 한없이 내려가던 앨리스는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어이쿠, 이제야 다 왔나보다!" 앨리스가 둘러보니 커다란 방 안이었습니다. 방 한가운데에 유리 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토끼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앨리스도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문이 너무 작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앨리스는 탁자 위에 놓인 병을 발견했습니다. 병에는, '나를 마셔요.' 라고 쓴 꼬리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어디 마셔 볼까?" 병에 든 것을 마시자, 앨리스의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앨리스는 너무 작아 문을 열 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작아졌으니 어떡하지?" 두리번거리던 앨리스는 과자 봉지를 보았습니다. 봉지에는 '나를 먹어요!'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옳지, 이걸 먹어 보자." 과자를 먹자, 앨리스는 금세 커져서 머리가 천장에 닿았습니다. "아아, 이걸 어쩌지?" 더럭 겁이 난 앨리스는 엉엉 울었습니다. 한참 울던 앨리스는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가 흘린 눈물이 연못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토끼가 부채질을 하며 첨벙거리며 달려왔습니다. "토끼님, 어디로 가죠? 나도 데려가요." 앨리스의 말에 토끼는 깜짝 놀라 부채를 내던지고 달아났습니다. 앨리스는 방 안이 너무 더워서 부채를 주워 부쳤습니다. 그러자 몸이 다시 작아져서 눈물의 연못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연못에 빠진 앨리스 주위에는 온갖 동물들이 함께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앨리스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못에서 헤엄쳐 나왔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동물들도 뒤따라 나왔습니다. 앨리스는 동물들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얼마쯤 걷자, 엄마 게가 아기 게들에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게 아주머니, 혹시 빨간 조끼를 입은 토끼님을 보셨나요?" 엄마 게는 앨리스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습니다. 앨리스는 다시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꽃밭이 나타났습니다. 꽃들이 고운 목소리로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예쁜 꽃들이 노래를 하네!" 앨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꽃 한 송이를 꺾으려 했습니다. "안돼! 꽃을 꺾으면 안돼요. 그건 우리들의 안식처랍니다." 크고 작은 나비들이 춤을 추며 앨리스 주위를 빙빙 돌았습니다. "아, 미안해요, 나비님들. 꺾지 않을게요." 앨리스는 부끄러워서 얼른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갈림길에 이르자, 새장처럼 생긴 큰 새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참 이상한 새로구나. 몸이 그냥 새장이네." 앨리스는 그 이상한 새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빨간 조끼를 입은 토끼님을 보셨나요?" "저쪽으로 곧장 가 봐요. 방금 토끼가 지나갔으니까!" 새가 가리키는 쪽으로 가자, 회색 토끼와 모자 장수가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앨리스가 다가가자, 모자 장수가 먼저 말했습니다. "앨리스 아가씨, 여기 앉아 차나 마셔요." 그때,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울렸습니다. 앨리스는 얼른 나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습니다. "여왕님이시다! 모두들 비켜라!" 여왕님 앞에서 흰토끼가 나팔을 불며 외쳐 댔습니다. 병정들은 모두 트럼프였습니다. 들판에 다다른 여왕님은 공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여왕님은 홍학을 거꾸로 들고 나섰습니다. "자, 이 방망이로 저 공을 힘껏 쳐라." 여왕님이 앨리스에게 명령했습니다. 홍학이 방망이고, 공은 고슴도치였습니다. "살아 있는 동물로 놀이를 하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앨리스는 어이가 없어서 뒷걸음질쳤습니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홍학의 머리로 고슴도치를 치란 말야, 이렇게." 여왕님이 시범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홍학이 여왕님의 치마를 무는 바람에 여왕님이 넘어졌습니다. 여왕님은 이것을 앨리스 때문이라고 덮어씌웠습니다. "앨리스를 당장 끌어내 재판을 벌여라!" 여왕님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습니다. 앨리스는 재판정에 섰습니다. 흰 토끼가 재판장이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앨리스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재판장이 말하자, 여왕님이 재판장에게 명령했습니다. "재판도 필요 없다. 앨리스는 사형이다!" "세상에 이런 재판이 어디 있어요?" 앨리스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일은 나빠요!" 앨리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앨리스의 몸이 점점 커지더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을 본 여왕님도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습니다. "앨리스는 요술쟁이다! 잡아라!" 여왕님의 명령에 트럼프 병정들이 창을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앨리스는 더럭 겁이 나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앨리스를 잡아라! 놓치면 안 된다." 트럼프 병정들이 몰려오고, 여왕님과 토끼, 모자 장수까지 쫓아왔습니다. "얘, 앨리스, 일어나!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요란하게 하니?" 언니가 흔드는 바람에 앨리스는 꿈에서 깨었습니다. 앨리스는 언니에게 이상한 나라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을 말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지요. 상상의 세계는 꿈의 세계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꿈을 꿀 때 더 많은 상상을 해 내기도 한답니다. 이야기 속의 앨리스도 꿈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해본답니다. 몸이 물병보다 작아지거나 눈물이 연못을 이루기도 하며 여러 가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상력은 이야기를 쓰거나 새롭게 편리한 물건을 발명하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모든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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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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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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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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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는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는 착한 소녀였어요. 웬디에게는 존과 마이클이라는 두 남동생이 있었어요. 동생들과도 언제나 사이좋게 지냈어요.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외출을 하게 되었어요. “웬디야, 오늘 저녁 파티에 다녀올 동안 동생들을 잘 돌보거라.” “예,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웬디는 의젓하게 대답했어요. 웬디와 동생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나나도 마치 인사를 하듯 큰 소리로 짖었어요. “멍멍! 멍멍멍!” 어느 새 밤이 깊었어요.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총총 빛났어요. 웬디는 존과 마이클을 재우기 위해 침실로 갔어요. “이제 잘 시간이야.” 동생들은 더 놀고 싶었지만 누나의 말을 듣기로 했어요. 아쉬운 듯 장난감을 내려놓고 침대로 올라가 누웠어요. “누나,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 줘.” “백설 공주 이야기를 들려 줄까? 그 대신 얼른 자야 해.” “와, 신난다!” 웬디는 백설 공주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 공주는 그 자리에 쓰러져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 할머니로 변장한 새 왕비의 속임수에 그만......” 한데 웬디의 이야기를 문 틈으로 엿듣는 아이들이 있었답니다. 피터 팬과 요정 팅커벨이었어요. 그들을 발견한 나나가 사납게 짖어 댔어요. “컹컹! 컹컹!” 나나는 피터 팬의 그림자를 물어뜯었어요. 피터 팬은 깜짝 놀랐어요. “웬디, 도와 줘! 나는 꿈의 섬에서 온 피터 팬이야!” 웬디는 계속 짖어 대는 나나를 말렸어요. 그리고 피터 팬에게 물었어요. “꿈의 섬이라니. 처음 듣는걸?” 피터 팬은 웬디에게 바싹 다가섰어요. “그 곳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의 섬이야. 신나는 일들이 아주 많이 벌어지지.” 웬디는 피터 팬의 이야기가 참 신기했어요. “정말 꿈의 섬은 흥미로운 곳이로구나!” 피터 팬은 꿈의 섬에서 가지고 온 도토리 목걸이를 웬디에게 선물하며 말했어요. “웬디야, 네가 동생들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어. 그 이야기를 꿈의 섬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들려 주지 않겠니? 그 곳의 아이들은 엄마가 없단다.” “너, 내 이야기를 자주 엿들었나 보구나?” “미안, 미안.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웬디는 생각에 잠겼어요. 잠시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꿈의 섬에 한번 가 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피터 팬에게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고마워, 웬디. 팅커벨이 너희들을 도와 줄 거야.” 팅커벨은 웬디와 존, 마이클에게 반짝거리는 가루를 뿌리며 요술을 걸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웬디와 동생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어요. “믿을 수가 없어. 내 몸이 떠오르다니!” “웬디, 이제 너희들도 나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 어서 내 뒤를 따라오렴.” 피터 팬과 팅커벨은 세 아이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나나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는 듯 짖어 대는 소리가 들려 왔어요. 얼마쯤 하늘을 날았을까요?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초록빛 섬이 보였어요. “저기가 바로 꿈의 섬이란다.” 멀리서 보아도 아주 멋진 섬이었어요. 그 때였어요. 어디선가 대포알이 ‘슝’ 하고 날아왔어요. “앗, 후크다!” “팅커벨이 너무 반짝거렸어. 모두들 피해!” 후크는 피터 팬과 싸우다가 악어에게 물려 한 쪽 팔을 잃은 해적 선장이었죠.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피터 팬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어요. 세 아이들과 피터 팬은 뿔뿔이 흩어져 섬으로 내려왔어요. 피터 팬이 팅커벨을 나무랐어요. “팅커벨, 네가 반짝반짝 빛을 내어서 후크 선장에게 들켰잖아.” 그렇지만 일행은 후크 선장을 피해 무사히 아이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어요. 아이들은 웬디와 두 동생을 위해 환영 파티를 열었어요. 웬디도 그 보답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요. 정말이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파티가 열리는 동안 후크 선장이 다시 나타나 피터 팬을 해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어요. 후크 선장은 피터 팬을 해치고 부하들과 함께 꿈의 섬을 빼앗으려는 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 때, 후크 선장을 노리는 악어가 나타났어요. 언젠가 후크 선장의 한 쪽 팔을 삼켜 버린 그 악어였죠. 악어는 후크 선장의 다른 쪽 팔마저 꿀꺽 삼키려고 살금살금 다가왔어요. 그것을 본 후크 선장은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을 쳤답니다. “악, 악어다! 후크 살려!” 피터 팬은 악어 덕분에 겨우 위험에서 벗어난 셈이었죠. 다음날, 피터 팬은 웬디와 존과 마이클을 인어들이 살고 있는 섬으로 데리고 갔어요. 인어들은 웬디와 두 동생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모두들 인어들과 함께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살려 줘요!” 후크 선장에게 잡혀 온 인디언 소녀 릴리의 목소리였어요. 해적들이 외딴 바위에 매달아 놓았던 것이죠. 릴리는 인디언 추장의 딸이었어요. 피터 팬은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어요. 겁에 질린 릴리 앞에는 악어들이 쩍쩍 입을 벌리고 있었어요. “기다려, 내가 구해 줄게!” 피터 팬은 칼을 빼어 들고 악어들을 물리쳤어요. 그리고 바위에 묶여 있는 릴리를 풀어 주었어요. “고마워요, 피터 팬. 우리 마을로 초대하고 싶어요.” 릴리는 감사의 표시로 피터 팬과 웬디 일행을 데리고 인디언 마을로 갔어요. 추장이 직접 나와 모두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인디언들은 곧 모닥불을 피우고 맛있는 음식으로 피터 팬과 웬디 일행을 대접했어요. 모두들 신나는 북소리에 맞춰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했어요. 그런데 웬디는 웬지 쓸쓸해졌어요. 부모님과 나나가 있는 집 생각이 났던 것이죠. 밤이 깊어지자, 웬디와 아이들은 다시 어린이의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들은 피곤한지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하지만 웬디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래, 아쉽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놓고 이 곳을 떠나자.’ 이렇게 생각한 웬디는 정성들여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피터 팬에게 편지를 썼어요. ‘피터 팬, 이제 나와 동생들은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는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그 동안 아주 즐거웠어. 마지막 선물로 케이크를 만들어 놓았으니까 맛있게 먹으렴. 그럼, 안녕!’ 그런데 이 모습을 또 후크 선장이 엿보고 있었어요. 웬디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죠. 후크 선장은 교활한 꾀를 내었어요. 피터 팬의 목소리를 흉내내 어린이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죠. “웬디, 나 피터 팬이야. 문 좀 열어 줘.” 웬디는 깜빡 속았어요. 왠지 피터 팬의 목소리와 다른 듯했지만, 밤새워 노느라 목소리가 좀 변했으려니 했어요. “피터 팬, 생각보다 일찍 왔구나.” 웬디가 문을 열어 주자 후크 선장과 해적들이 몰려왔어요. 그들은 아이들을 밧줄로 꽁꽁 묶었어요. 힘이 약한 아이들은 해적들과 맞서 싸울 수가 없었어요. “하하하! 이제 피터 팬만 해치우면 되겠구나!” 웬디와 동생들은 방 한구석에서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웬디에게 후크 선장이 물었어요. “이 케이크는 누가 먹을 거지?” “피터 팬에게 선물로 주려는 거예요.” 후크 선장은 웬디의 말을 듣고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무릎을 탁 쳤어요. “좋아, 그러면 되겠어!” 후크 선장은 곧장 주머니에서 독이 든 병을 꺼내더니 케이크에 골고루 뿌렸어요. “안 돼요! 피터 팬에게 독이 든 케이크를 줄 수는 없어요.” 후크 선장은 웬디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어요. “이제 피터 팬도 끝장이다. 이 꼬마 녀석들은 모두 악어들에게 데려다 주어라. 그러면 악어들도 더 이상 나를 쫓아다니지 않을 거야.” “예, 선장님!” 피터 팬과 아이들의 운명이 너무나 위태로워졌어요. 자칫 꿈의 섬이 해적들의 소굴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었어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팅커벨이 이 광경을 몰래 지켜 보고 있었어요. 한편, 피터 팬은 인디언 마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해적들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간 후에야 집으로 돌어왔어요. “모두들 어디 갔지, 웬디도 보이지 않네?” 피터 팬은 아이들을 찾아 이곳 저곳 살펴보다가 케이크를 발견했어요. 배가 출출했던 피터 팬은 덥석 케이크를 집어들었어요. 그 때, 팅커벨이 나타나 소리쳤어요. “안 돼! 피터 팬, 먹으면 안 돼!” 팅커벨의 말에 피터 팬은 어리둥절했어요. “피터 팬, 그 케이크에는 독이 들어 있어!” 그러나 피터 팬은 팅커벨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이거 웬디가 만든 것이지? 그래서 못 먹게 하는구나!” 팅커벨은 자기의 말을 믿지 않는 피터 팬이 안타까웠어요. “팅커벨, 너 왜 자꾸 웬디를 시샘하니?” “내가 웬디를 시샘한다고?” 팅커벨은 자기의 진심을 이해해 주지 않는 피터 팬 때문에 슬퍼졌어요. “좋아, 이 케이크를 내가 먹어 볼게. 어떻게 되는지 잘 봐, 피터 팬.” 케이크를 조금 떼어 먹은 팅커벨은 금세 정신을 잃어 버렸어요. “피터 팬, 이제 내 진심을 알겠지. 안녕! 잘 있어.” 그제야 피터 팬은 왜 팅커벨이 케이크를 먹지 못하게 말렸는지 알게 되었어요. 피터 팬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어요. “내가 잘못했어. 케이크 속에 독이 든 줄도 모르고 무턱대고 화를 내서 미안해. 제발 눈을 좀 떠 봐.” 그런데 그 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피터 팬의 눈물이 팅커벨의 얼굴에 떨어지자, 팅커벨이 다시 살아나지 뭐예요. “오, 팅커벨, 다시 살아났구나!” “피터 팬,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아이들이 후크 선장에게 잡혀 갔어.” 팅커벨은 피터 팬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들려 주었어요. “정말 야단났군. 어서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겠어!” 피터 팬이 악어들이 사는 섬으로 갔을 때, 웬디와 아이들은 막 악어 밥이 되려던 참이었어요. 후크 선장은 해적선에서 맨 먼저 웬디부터 악어들에게 던져 주려고 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웬디가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후크 선장은 아주 잔인한 사람이었어요. 기분 나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면서 웬디를 내던졌어요. 하지만 그 순간 번개같이 날아온 피터 팬이 악어들에게로 떨어지는 웬디를 붙잡았어요. “후크 선장, 가만 두지 않겠어! 내 칼을 받아라!” 후크 선장은 갑자기 나타난 피터 팬을 보고 당황했어요. 부하들과 함께 칼을 빼어 들고 달려들었지만, 용감한 피터 팬을 당해 낼 수는 없었죠. 웬디의 두 동생과 어린이 섬의 아이들도 모두 힘을 합쳐 후크 선장 일당과 싸웠어요. 마침내 뒤로 물러서던 해적들이 칼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자기들이 악어 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던 것이죠. 끈질기게 피터 팬과 맞서던 후크 선장도 결국 칼을 놓치고는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와, 이겼다!” 모두들 신이 났어요. 웬디도 피터 팬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었어요.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죠. 웬디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어요. 피터 팬도 헤어짐이 너무나 아쉬웠어요. “웬디, 너를 잊지 못할 거야.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 피터 팬은 후크 선장이 사라져 버린 해적선에서 어린이 집 아이들을 모두 내리게 했어요. 그리고는 요술을 걸어 해적선이 둥실둥실 날아오르게 했어요. 아이들은 하늘로 날아오른 웬디와 두 동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잠시 후, 멀리 웬디네 집이 보였어요. 아무래도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웬디가 피터 팬에게 물었어요. “피터 팬, 우리 집에 가서 함께 살지 않을래?” “웬디, 나도 너랑 헤어지는 건 싫어. 그렇지만 내가 살 곳은 꿈의 섬이야. 난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고 싶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안녕, 피터 팬!” 피터 팬은 웬디와 두 동생을 문 앞에 내려다 주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웬디는 점점 멀어져 가는 피터 팬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어요. 이 동화는 영국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제임스 배리에 의해 지어졌어요. 1904년, 크리스마스 아동극으로 처음 상영된 피터 팬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공상의 나라 아이가 된 피터 팬을 따라 소녀 웬디와 동생들은 요정 팅커벨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아 꿈의 섬으로 갑니다. 해적. 바다를 누비고 다니다 지나가는 배를 위협하여 물건을 빼앗는 도둑. 해적의 발생은 바다 교통이 발달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옛날에는 이런 해적의 피해가 아주 심했어요. 요즈음에는 옛날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도 없어지지 않고 공해상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상선을 습격하여 물건을 빼앗는 해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해적은 국제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어느 나라 군함이라도 이들을 체포하여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놓았답니다. 악어. 하천이나 호수, 습한 지대에 사는 파충류의 종류 중 가장 큰 동물에 속해요. 몸은 물에서 생활하기에 적당하게 발달되어 있고 머리가 크고 넓으며 입은 가늘고 길지요. 뒷다리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으며 꼬리는 강하고 커서 헤엄을 치는데 큰 역할을 하고 먹이를 때려눕힐 때 무기로 사용한답니다. 요즈음은 악어 가죽이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잡기 때문에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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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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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아라비아의 바그다드에 신드바드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남의 짐을 날라 주고 받은 품삯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젊은이였어요. 어느 날, 신드바드는 어느 부잣집 주인의 초대를 받았어요. "사실 내 이름도 신드바드라네. 뱃사람 신드바드라고 하지." 주인은 신드바드에게 맛있는 요리와 차를 대접 하였어요. 배불리 음식을 먹고 난 신드바드는 부러운 듯이 물었어요. "주인 어른은 어떻게 해서 이런 큰 부자가 되었어요?" "내가 이런 큰 부자가 된 데는 긴 사연이 있다네." 주인은 옛일을 생각하듯 지그시 눈을 감았어요. 주인은 신드바드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기 시작하였어요. 어느 날, 신드바드는 큰 배에 물건을 잔뜩 싣고는 바다로 나갔어요. 배는 몇 날 며칠을 넓은 바다 위를 떠다녔어요. 그러자 뱃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쳤지요. 그때, 눈앞에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났어요. "우와, 섬이다!' 뱃사람들이 모닥불을 지펴 밥을 해 먹으려 할 때였어요. 흔들흔들, 갑자기 섬이 움직이는 게 아니겠어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에요. 알고 보니 그건 섬이 아니라 아주아주 커다란 고래의 등이었어요. "으악, 사람 살려!" 사람들은 모두 바닷물 속에 내던져졌어요. 신드바드는 간신히 널빤지 하나를 붙잡았어요. 둥실둥실, 신드바드는 널빤지를 붙잡은 채 며칠을 떠다녔어요. 그러다가 겨우겨우 어느 섬에 닿았어요. 지칠 대로 지친 신드바드는 먹을 걸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났어요. 임금님의 말을 돌보는 남자였어요. 그 남자는 따끈따끈한 음식도 주고 푹신푹신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어요. "저런, 정말 큰일날 뻔했군요!" 마침내 기운을 차린 신드바드가 바그다드로 가는 배를 알아보러 항구에 나갔을 때였어요. 낯익은 배 한 척이 항구에 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 저건 내 물건을 실었던 배가 틀림없어." 신드바드는 기뻐하며 배로 다가갔어요. 선장도 신드바드를 얼싸안고 좋아하였어요. 신드바드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어요. 물론 친절하게 대해 준 남자에게도 푸짐한 선물을 주었구요. 부자가 된 신드바드는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 예전처럼 좋은 집에서 살았답니다. 신드바드에게는 또다시 친구들이 생겼어요. 돈은 아무리 써도 줄지를 않았어요. 하지만 신드바드는 다시 항해를 나갔어요. 넓은 바다와 새로운 도시를 구경하며 장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항해를 하던 일행은 또 어느 섬에 내렸어요. 예쁜 꽃들이 피어 있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섬이었어요. "참, 아름다운 섬이구나!" 신드바드는 혼자 어슬렁 어슬렁 산책을 하였어요. 그러다간 시원한 나무 그늘에 누워 쿨쿨 낮잠을 잤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잠에서 깬 신드바드는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과 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신드바드는 섬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어요. "저게 뭘까?" 그때,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졌어요. '끄윽끄윽' 괴상한 소리도 났어요. 아기새에게 코끼리를 잡아서 먹인다는 무시무시한 루크새였어요. "앗, 그럼 이게 루크새의 알이잖아! 큰일났다!" 겁에 질린 신드바드는 얼른 몸을 숨겼어요. '옳지,저 루크새에 매달리면 여길 빠져 나갈 수 있겠구나!" 그래서 머리에 둘렀던 터번을 풀어서 루크새의 발목에 몸을 단단히 묶었어요. 다음 날 아침, 루크새는 그런 줄도 모르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요. 이윽고 루크새가 어떤 골짜기에 내려앉았어요. 신드바드는 재빨리 끈을 풀고는 도망을 쳤어요. '도대체 여긴 어디일까?' 신드바드는 골짜기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어요. 그런데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발 밑에는 무서운 독사가 우글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 난 이제 죽었구나!" 신드바드는 독사를 피해 골짜기로 도망을 쳤어요. 그때, 발 밑에서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였어요. "아니, 이건 다이아몬드잖아! 다이아몬드야!" 눈이 휘둥그레진 신드바드는 다이아몬드를 호주머니에 마구마구 집어 넣었어요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 '퍽' 하고 떨어졌어요. 집 채만한 고깃덩어리였어요. 그 고깃덩어리 속에 다이아몬드가 쑥쑥 박혔어요. "아, 이제 알았다! 사람들이 독사 때문에 여길 못 오고 저 고깃덩어리로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는구나! 고기를 가져간 루크새가 둥지에서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이아몬드를 주워 가는 거야!" 신드바드는 얼른 고깃덩어리에 자기 몸을 또 묶었어요. 얼마 후, 커다란 루크새가 날아와 고깃덩어리를 덥석 물고 하늘 높이 날아갔어요. 사람들이 새에 매달린 신드바드를 구해 주었어요. 신드바드는 그 보답으로 다이아몬드의 절반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답니다. 신드바드는 또 바다로 나갔어요. 신드바드는 지난 번처럼 여러 도시를 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았어요. 그런데 신드바드가 탄 배가 어느 섬에 닿았을 때였어요. "앗, 저건 루크새 알이다! 위험해요! 만지지 말아요!" 신드바드는 목이 터져라 외쳤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돌을 던져 알을 깨 버리고 말았어요. 그 순간, 어미 루크새가 '꺽꺽' 울며 날아오는 게 보였어요. 큰 날개를 무섭게 퍼덕거리면서 말이에요. "어서 배를 타세요! 빨리 달아나야 해요!" 루크새는 두 발에 잡고 있던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배 위로 내던졌어요. "우지끈 뚝딱" 배는 그만 산산조각이 났어요. "아이쿠, 큰일났다!" 신드바드는 이번에도 간신히 널빤지 하나를 붙잡고 허우적거렸어요. "휴우, 이제 살았구나!" 겨우 목숨을 구했는데 시냇가에서 웬 할아버지가 신드바드를 부르는 게 아니겠어요? "젊은이, 이리 와서 날 업고 저 시내를 건너 줄 수 없겠나?" "그러죠, 할아버지!" 기운을 차린 신드바드는 할아버지를 번쩍 안아서 등에 업었어요. "자, 이제 다 왔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찰싹 더 달라붙었어요. "할아버지, 제발!" 신드바드는 애원을 하였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히려 신드바드에게 이 쪽으로 가라, 저 쪽으로 가라 명령을 하였어요. 졸리면 신드바드의 목을 감고 잤어요. 신드바드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어요. 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마침 조롱박이 주렁주렁 열린게 보였어요. '옳지, 저거다!' 신드바드는 조롱박을 몇 개 따서는 포도밭으로 달려갔어요. 한 알 한 알 포도를 으깨어 조롱박 속에 넣었지요. 며칠 후, 조롱박 속의 포도는 포도주가 되었어요. "할아버지, 맛있는 포도주 좀 드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조롱박에 든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셨어요. 마침내 할아버지는 몹시 취해 버렸어요. "옳지, 이 때다!" 신드바드는 할아버지를 땅 위에 내려 놓고 허둥지둥 도망을 갔어요. 그 할아버지는 사람을 잡아먹는 바다의 마귀였답니다. 사람을 보면 업어 달라고 하고선 지칠 때까지 끌고 다니다가 잡아먹는답니다. 신드바드는 그 때서야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어요. 무사히 바그다드로 돌아온 신드바드는 그 동안 모은 많은 재산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물론 가난한 이들을 도와 주면서 말이에요. 이야기를 마친 뱃사람 신드바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젊은이, 나는 하루 아침에 이렇게 큰 부자가 된 게 아니라네.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면서 얻은 것일세." 그 때서야 짐꾼 신드바드는 고개를 끄떡였어요. 그 후, 짐꾼 신드바드는 열심히 일을 하여 뱃사람 신드바드처럼 큰 부자가 되었어요. 물론 남을 도와 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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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마야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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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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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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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산에 꿀벌들의 성이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꿀벌들은 꿀을 모으기 위해 성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아기 꿀벌 마야가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나가는 날입니다. "성 밖에는 예쁜 꽃과 아름다운 새들이 많단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동물들도 많으니까 조심해야 돼요." 카산드라 선생님이 아기 꿀벌들에게 바깥 세상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거미와 말벌은 우리의 적이란다. 만약 말벌이 덤빌 때는 뒤에 숨겨진 창으로 찌르는 거야, 이렇게." 선생님은 꽁무니에 달린 침을 꺼내어 찌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 출발!"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꿀벌들은 성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야도 언니 꿀벌들을 따라 힘차게 날았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싱그러운 바람이 부는 들판은 온통 아름다운 꽃밭이었습니다. "야, 바깥세상에는 신기한 게 참 많구나! 정말 멋있어!" 마야는 신이 나서 하늘 높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어? 이상하다, 모두들 어디로 갔지?" 한참 정신없이 날다 보니, 마야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나 어떡해? 언니, 언니!" 애타게 언니들을 찾았지만, 언니 꿀벌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야는 성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길을 몰랐습니다. "아, 배고파! 여기서 쉬었다 가야지." 마야는 빨간 튤립 꽃잎에 내려앉았습니다. "어머! 아주 맛있는 꿀이 있네." 튤립 꽃 속에는 향기로운 꿀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마야는 꿀로 요기를 했습니다. 배가 부르자, 마야는 언니 꿀벌들을 찾을 생각도, 성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었습니다. "세상은 참 자유롭고 재미있는 곳이야!" 마야는 마냥 신이 나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날이 저물었습니다. 밤이 되자 춥고 겁이 나서, 마야는 장미꽃 속에 몸을 움츠리고 잠을 청했습니다. 멀리서 부엉이가 '부엉, 부엉' 하고 울었습니다. 아침에 닭이 '꼬끼오!' 하고 울자, 해님이 환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마야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잘 잤니, 꿀벌아? 나는 장수풍뎅이 페피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제 이름은 마야예요. 어제 처음 세상 구경을 나왔어요." "그래? 만나서 반갑구나. 하지만 조심하거라. 세상에는 위험한 게 많단다." 마야와 장수풍뎅이는 장미꽃 꿀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장수풍뎅이와 헤어진 마야는 공원의 연못으로 갔습니다. 연못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연잎 사이를 헤엄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쉬어 가야겠다." 마야는 커다란 연잎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때, 쇠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뽐내면서 소리쳤습니다. "비켜! 거긴 이 한스님의 자리란 말야." 깜짝 놀란 마야는 영문도 모르는 채 얼른 자리를 비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커다란 말잠자리가 쇠파리 한스를 덥석 물었습니다. "아악! 살려줘요, 나 좀 살려줘!" 쇠파리는 악을 썼지만, 순식간에 말잠자리 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마야는 너무나 끔찍해서 몸서리를 쳤습니다. "꿀벌아, 나는 잠자리 시누크야.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파리를 잡아먹지 않으면 난 굶어 죽거든." 마야는 말잠자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곤충들은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면서 살아가고 있단다." 바로 그 순간, 개구리가 기다란 혀를 내밀어 말잠자리를 잡아먹으려고 했습니다. "앗, 위험해요!" 마야가 외치자 말잠자리는 재빨리 날아갔습니다. 그때 또 숲 쪽에서 비명이 들려 왔습니다. "도와주세요! 나 좀 도와줘요!" 마야가 숲으로 가 보니, 장수하늘소가 발랑 뒤집힌 채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나 좀 도와다오! 우리는 한번 뒤집히면 혼자 일어나지 못한단 말야." 마야는 기다란 풀잎을 장수하늘소에게 늘어뜨렸습니다. 장수하늘소는 간신히 그 풀잎을 잡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후유, 살았네! 고맙다, 꿀벌아. 나는 쿠르트라고 해." "쿠르트 아저씨, 일어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장수하늘소와 마야는 함께 기뻐했습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야는 잠잘 곳을 찾아다니다가 그만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앗! 큰일났네. 거미는 우리의 적이라고 했는데." 마야가 발버둥을 치자 거미줄은 더욱 마야의 몸을 죄었습니다. "흐흐흐, 이 스파이더님의 저녁 식사는 꿀벌이구나. 어디 만찬을 즐겨 볼까?" 무시무시한 무당거미 스파이더가 갈고리 주둥이를 내밀며 다가왔습니다. 마야는 무서워서 까무러칠 지경이었습니다. 그 순간, 거미줄이 툭 끊어져서 마야는 땅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습니다. "널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마야." 장수하늘소가 뿔로 거미줄을 끊어 마야를 구해 준 것입니다. "고마워요, 쿠르트 아저씨. 흐흐흑."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마야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아까는 네가 날 구해 주었잖니. 우리 항상 조심하고, 도우며 살자. 잘 가거라." 장수하늘소는 마야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다시 잠잘 곳을 찾던 마야는, 이번에는 말벌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히히히, 맛있는 꿀벌이군. 내일 아침에 여왕님께 갖다 드려야겠는 걸!" 말벌은 마야를 데려다가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아,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언니들을 따라 열심히 꿀이나 따는 건데." 마야가 후회하고 있을 때, 벽 틈으로 말벌 여왕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두 준비를 단단히 하여라. 내일 아침 일찍 꿀벌의 성으로 쳐들어간다!" '뭐, 우리 성에 쳐들어간다고? 어쩌면 좋아. 빨리 여왕님께 알려야 하는데.' 마야는 이리저리 궁리를 하였습니다. '옳지, 나한테 창이 있지.' 마야는 한밤중에, 꽁무니에 있는 침으로 자물쇠를 부수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캄캄한 밤길을 이리 부딪히고 저리 뒹굴면서, 마야는 가까스로 성을 찾았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여왕님. 말벌 군대가 아침 일찍 쳐들어온답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마야는 급히 여왕 앞에 나아가 말했습니다. "뭐라고? 말벌 군대가 쳐들어와? 이렇게 중대한 소식을 전해 줘서 고맙다, 마야. 하지만 우리는 항상 전투 준비가 되어 있으니 염려하지 마라." 여왕은 꿀벌 병사들에게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말벌 군대가 새까맣게 몰려왔습니다. 그러자 숨어 있던 꿀벌 병사들이 먼저 공격했습니다. "총공격! 말벌들을 무찔러라!" 말벌들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와, 만세! 못된 말벌들을 무찔렀다!" 꿀벌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습니다. "모두 잘 싸웠다. 이번 승리는 마야의 공이 크다. 마야에게 큰 상을 내리리라." 마야는 여왕으로부터 큰 상을 받고, 열심히 일하는 꿀벌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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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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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오래국이라는 나라의 화과산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어요. 그 바위의 꼭대기에 달걀같이 생긴 돌이 하나 얹혀 있었지요.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천둥 번개가 치더니 그 돌에 벼락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어요. 그러자 그 속에서 돌원숭이가 나왔어요. 돌원숭이는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어요. “오늘부터 내가 임금이다. 알겠느냐!” 어느 날, 돌원숭이는 부하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소용돌이가 치는 폭포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신기하게도 폭포 밑에는 예쁜 꽃이 피어 있고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수렴동이라는 동굴이 있었어요. 돌원숭이를 따라 수렴동에 도착한 원숭이들은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늙은 원숭이 하나가 죽었어요. 돌원숭이는 큰 충격을 받고 며칠이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나도 언젠간 늙어 죽을 걸 생각하니 너무 슬프구나.” “이 세상에서 죽지 않는 것은 하느님과 신선뿐입니다.” 돌원숭이는 부하 원숭이의 말을 듣자마자 신선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어요. 마침내 돌원숭이는 신선을 만나 제자가 되었어요. 그리고 신선으로부터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얻고, 칠 년 동안 열심히 수련을 쌓아 일흔 두 가지의 도술을 배웠어요. 그 중 가장 뛰어난 것이 근두운이라는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법과 자기 몸의 털을 뽑아 자기와 똑같은 원숭이를 몇 백이라도 만드는 재주였어요. 재주를 익힌 손오공은 신선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수렴동으로 돌아왔어요. 손오공이 돌아와 보니 수렴동은 엉망진창이었어요. 그 동안 무시무시한 괴물이 쳐들어와 원숭이들을 괴롭히고 죽인 것이었어요. 손오공은 곧바로 근두운을 타고 괴물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어요. “이놈, 수렴동 왕이 왔다. 어서 나와 내 주먹 맛 좀 봐라!” 그러자 무거운 갑옷 차림에 커다란 칼을 허리에 찬 괴물이 뛰어나왔어요. 괴물은 힘껏 손오공의 머리를 칼로 내리쳤어요. 하지만 손오공의 머리는 돌보다도 단단해서 칼이 두 동강 나고 말았어요. 그러자 괴물은 더욱 무서운 요괴로 변하여 다시 덤벼들었어요. 손오공은 자기 몸의 털을 한 줌 뽑아 입으로 훅 불면서 소리쳤어요. “원숭이로 변하라. 이얍!” 공중으로 흩어진 털들이 수백 마리의 원숭이로 변해 벌 떼처럼 덤벼들어 요괴를 무찔렀어요. 괴물을 물리친 손오공은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바닷속 용왕을 무찌르고 ‘여의봉’이라는 막대기를 빼앗아 왔어요. 하늘나라에서 그 모습을 본 옥황상제는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벌을 주기보다 벼슬을 주어서 달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오공은 큰 벼슬이라도 주는 줄 알고 크게 기뻐하였으나 맡겨진 일은 말을 돌보는 것이었어요. 화가 난 손오공은 마구간의 말들을 마구 때려 죽이고 수렴동으로 돌아와 버렸어요. “고얀 놈! 단단히 혼내 주어라.” 옥황상제는 왕자에게 군사를 주어 수렴동으로 쳐들어가게 했어요. 그러자 손오공도 자기 몸의 털을 뽑아 만든 군사로 맞섰어요. 왕자가 호랑이로 변하여 공격하면 손오공은 사자로 변하여 맞섰어요. 싸움은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어요. 그 때, 동쪽 하늘이 빛나면서 부처님이 나타났어요. “손오공아, 그만 멈추어라. 네가 아무리 날뛰어도 내 손바닥을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에 손오공은 코웃음을 쳤어요. “그렇다면 근두운을 타고 내 손바닥을 벗어나 보아라.” 부처님이 오른 손바닥을 펴자,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번개처럼 날아갔어요. 한참을 날다 보니 눈앞에 다섯 개의 기둥이 나타났어요. “어떠냐, 단숨에 땅 끝까지 왔잖아. 여기다 표시를 해 놓고 가자.” 얼마 후, 손오공이 돌아오자 부처님이 물었어요. “어디를 갔다 왔느냐?” “하늘 끝 기둥에다 글씨를 써 놓고 왔소.” 그러자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며 오른손을 펴 보이셨어요. “어, 어떻게 거기에 내 이름이.” 부처님의 가운뎃손가락에 자기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손오공은 깜짝 놀라서 달아나려고 했어요. “이놈, 어딜 가려고. 그까짓 하찮은 재주만 믿고 너무 우쭐거리면 못 쓴다.” 부처님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본떠서 오행산이라는 바위산을 만들고 손오공을 붙잡아 그 바위산 밑에 가두었어요. “아이고, 부처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러나 부처님은 들은 체도 않고 천축이라는 나라로 돌아가 버렸어요. 손오공이 오행산 바위 속에 갇힌 지도 오백 년이 지났어요. 어느 날,당나라 장안을 떠나 천 축으로 가던 삼장 법사가 이 곳을 지나게 되었어요. 손오공은 스님에게 구해 달라고 애걸을 하였어요. 삼장 법사는 손오공을 불쌍히 여겨 구해 주었어요. 그리고 약속대로 손오공은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 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함께 떠났어요. 천축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였어요. 지친 손오공이 삼장 법사 몰래 도망치려고 하자, 금빛 머리테가 날아와 손오공의 머리를 꽉 죄었어요. 손오공은 꼼짝없이 삼장 법사에게 붙잡히고 말았지요. 손오공과 삼장 법사가 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그 곳에는 처녀만 잡아 가는 돼지 괴물이 살고 있었어요. 손오공의 여의봉에 혼이 난 돼지 괴물은 잘못을 뉘우치고 삼장 법사로부터 저팔계라는 이름을 받고 제자가 되었어요. 삼장 법사 일행이 큰 강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일행이 강을 건너려고 하자 물 속에서 흉하게 생긴 요물이 나타났어요. 손오공과 저팔계는 힘을 합쳐 사오정이라는 요물과 싸웠어요. 혼이 난 사오정도 삼장 법사의 제자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났어요. 어느 날, 험한 바위 산에 접어들었을 때였어요. 은각 마왕이 노인으로 변장하여 삼장 법사 일행을 납치해 가고 말았어요. 손오공은 삼장 법사를 구하기 위해 은각 마왕이 사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은각, 금각 형제와 막 싸우려고 하는데 은각이 손오공을 불렀어요. 손오공이 대답을 하는 순간 그만 은각이 들고 있던 호리병 속으로 빨려들어갔어요. 그러나 손오공은 재빨리 파리로 변해 빠져 나왔어요. 삼장 법사 일행을 구한 손오공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하루는 일 년 내내 불을 뿜는 화염산이 길을 막았어요. 손오공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불을 끄는 ‘파초선’ 얘기를 듣고는 그 부채를 가지고 있는 나찰녀를 찾아갔어요. 손오공은 나찰녀의 남편인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파초선을 빼앗아 왔어요. 결국 우마왕과 나찰녀는 손오공에게 불 끄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요. 손오공이 파초선을 마흔아홉 번 흔들자, 금세 비가 세차게 내리며 타오르던 불이 꺼졌어요. 삼장 법사 일행은 마침내 천축국에 도착했어요. 일행은 부처님 앞에 나가 무릎을 꿇었어요. “먼길을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도 삼장 법사 모시고 오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부처님은 인자한 표정으로 일행을 위로한 뒤,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할 귀중한 불경을 삼장 법사에게 주었어요. 불경을 받은 삼장 법사 일행은 사람들의 행복을 빌며 당나라로 돌아왔어요. 돌에서 생겨난 원숭이가 신선으로부터 ‘손오공’이란 이름을 얻고 도술을 배웁니다. 의기양양해진 손오공은 우주의 질서를 깨면서 말썽을 일으킵니다. 화가 몹시 난 옥황상제는 손오공을 오행산에 가두어 버리는데 500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죄값을 치르게 됩니다. 마침 지나가던 삼장 법사가 보고 손오공을 구해 주지요. 삼장 법사의 제자가 되어 불경을 구하러 천축으로 가던 손오공은 도중에 돼지의 괴물 저팔계와 강물 속의 괴물 사오정을 만나 일행이 된답니다. 천축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한데 손오공 일행은 요괴들과 싸우는 등 우여곡절을 격은 후 천축국으로 들어갑니다. 부처님은 손오공을 칭찬하고 소중한 불경을 심장 법사에게 내어 줍니다. 불경을 받은 심장 법사와 손오공 일행은 다시 당나라로 돌아와 세상을 편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작가와 작품 해설. 서유기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손오공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 명나라 때의 문학자인 오승은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승은은 가난한 문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글을 잘 썼고 그림도 잘 그렸다고 합니다. 한때 벼슬을 하기도 했으나 거의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 나갈 정도로 빈곤하게 살다 간 문인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당나라 황제의 명으로 불전을 구하러 인도로 가는 삼장 법사의 종자인 손오공이 주인공입니다. 원숭이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났으며 도술을 써서 천제의 궁전을 발칵 뒤집은 죄로 500년 동안 오행산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나가던 삼장 법사에 의해 구출되어 삼장 법사의 종으로 그를 따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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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요술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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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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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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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아라비아의 어느 마을에 알라딘이라는 소년이 있었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알라딘은 어머니와 단 둘이 외롭게 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나는 네 삼촌이란다. 네 아버지 동생이지.” 그런데 삼촌은 다음 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알라딘을 데리고 길을 나섰어요. 삼촌은 알라딘을 깊은 산 속으로 데리고 갔어요. “삼촌, 무서워요! 그냥 집으로 가요?” 순간 삼촌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어요.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알라딘이 모닥불을 피우자 삼촌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요. “수리수리 마수리...수리수리...얍!”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우르릉 쾅! 우지직 쩍!”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며 갈라지더니 작은 구멍이 나타났어요. 삼촌은 알라딘에게 이상하게 생긴 반지를 주며 말했어요. “알라딘, 저 속으로 들어가면 어딘가에 오래 된 낡은 램프가 있을 게다. 나는 몸이 커서 들어갈 수가 없구나. “당신은 마..., 마법사?” 무서움에 떨며 알라딘은 땅속 작은 구멍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환하게 빛이 나는 곳으로 다가갔어요. 거기엔 갖가지 보석이 매달린 나무가 있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은 처음이야!” 알라딘은 보석을 따서 주머니마다 가득 집어 넣었어요. “참, 램프를 찾아야지. 어디에 있나....” 나무 주위를 둘러보니 낡은 램프가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었어요. “알라딘, 램프를 찾았구나. 램프 먼저 내게 주렴.” 그 순간 알라딘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싫어요. 나가기 전에는 드릴 수 없어요.” “괘씸한 녀석, 어디 혼좀 나 봐라! 수리수리 마수리...얍!” 마법사가 주문을 외자 구멍의 뚜껑이 ‘쾅’ 하고 닫혀 버렸어요. “살려 주세요! 제발 저를 꺼내 주세요!” 알라딘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덜덜 떨면서 흐느껴 울었어요. 그 때 , 문득 마법사가 준 요술 반지가 생각났어요. 알라딘은 얼른 손가락에 끼고 있던 요술 반지를 문질렀어요.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거인이 나타났어요.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뭘 도와 드릴까요?” “당신은 누구세요?” 알라딘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주인님, 저는 반지 거인입니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모셔다 드릴 수 있답니다.” 반지 거인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알라딘에게 깍듯이 ‘주인님’이라고 불렀어요. “그렇다면 당장 날 집으로 데려다 줘.” “알겠어요. 주인님! “ 반지 거인은 알라딘을 등에 태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집에 도착했어요. “어머니, 그 사람은 나쁜 마법사였어요.” 알라딘은 보석과 램프를 어머니께 보여 드리며,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했어요. “큰일날 뻔했구나. 알라딘!” 어머니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어머니! 램프를 팔아서 먹을 걸 사요. 비록 낡기는 했지만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야겠구나 알라딘. 깨끗이 닦은 후에 팔도록 하자.” 어머니가 램프의 먼지를 닦으려고 뚜껑을 문지르는 순간 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램프 속에서 하얀 연기와 함께 또 다른 거인이 나타나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하는 것이었어요.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알라딘과 어머니는 깜짝 놀라 그만 뒤로 넘어질 뻔했어요. “저는 램프 거인입니다. 무엇이든 명령만 내리십시오.” “우리는 지금 먹을 것이 필요한데....” 알라딘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느 새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어요. “주인님!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램프를 문질러 주십시오.” 알라딘과 그의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알라딘이 사는 마을에 임금님의 외동딸인 공주님이 나들이를 하게 되었답니다. 아름답고 마음씨 곱기로 소문이 난 공주를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구경을 나왔어요. 알라딘도 공주님을 보기 위해 마을 어귀로 달려나갔어요. “와! 소문대로 정말 아름답군. 어쩜 저리 고울까?” 그 날 이후로 알라딘은 그만 공주를 짝사랑하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알라딘이 진정으로 공주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석들을 가지고 임금님을 찾아갔어요. “임금님! 제 아들이 밤낮 없이 공주님 생각만 하고 밥도 먹지 않고 있으니 한 번 만이라도 공주님을 만나게 해 줄순 없을까요?” 알라딘의 어머니는 보석을 내놓으며 임금님께 사정을 하였어요. “그렇다면 그 청년을 한 번 보고 싶구려.” 소식을 들은 알라딘은 너무 기뻐 램프 거인을 불렀어요. “램프 거인, 임금님께 아주 멋진 궁전을 새로 지어드리고 싶어.” 알라딘이 화려하고 멋진 새 궁전을 바치자 임금님은 무척 기뻐했어요. 그래서 임금님은 흔쾌히 결혼 승락도 하였답니다. “알라딘이 공주와 결혼한다고! 말도 안 돼!” 소문을 들은 마법사는 부랴부랴 아라비아로 돌아왔어요. 마법사는 어떻게 하면 요술 램프와 공주를 빼앗을까 매일매일 궁리했어요. “옳지! 바로 그거야!” 마법사는 램프 장수로 변장을 하고는 알라딘의 성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쳤어요. “낡고 오래 된 램프를 새 램프로 바꾸어 드립니다!” 산책을 하고 있던 공주가 마법사의 외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램프를 새 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알라딘님도 기뻐하실 거야.” 공주는 하녀를 시켜 낡은 램프를 새 램프로 바꾸어 오라고 말했어요. “드디어 요술 램프를 내 손 안에 넣게 되었군. 히히히!” 성을 빠져 나오자마자 마법사는 요술 램프를 문질렀답니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알라딘의 성과 공주를 빨리 내가 있는 곳으로 옮겨 놓아라.” 저녁때가 되어서야 돌아온 알라딘은 깜짝 놀랐어요. 살고 있던 성과 공주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어리둥절해하던 알라딘은 손에 끼고 있던 요술 반지를 문질러 반지 거인을 불렀어요.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자욱하더니 반지 거인이 나타났어요. “주인님, 아까 마법사가 와서 공주와 성을 자기가 사는 곳으로 옮겨 놓았어요.” “당장 나를 그 곳으로 데려다 줘.” 반지 거인은 알라딘을 등에 태우고 순식간에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어요. 성에는 마침 마법사가 외출을 하고 없었어요. “공주, 무사했구려. 염려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만 하시오.” 알라딘은 공주에게 잠 오는 약을 주면서 말했어요. “이 약을 술에 타 두었다가 마법사가 오면 먹이도록 해요.” 알라딘이 몸을 숨기자 공주는 마법사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저녁때가 되자 마법사가 돌아왔어요. “오늘은 제가 맛있는 음식과 귀한 술을 준비했어요.” 알라딘만 찾던 공주가 웃으며 반기자 마법사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공주, 이제야 알라딘을 잊은 모양이구려. 자, 어서 한 잔 따르시오.” 마법사는 신이 나서 술을 몇 잔이고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졸음이 오지....” 마법사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말았어요. 마법사가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자고 있는 사이, 알라딘이 들어와 마법사의 품 속에서 요술 램프를 꺼냈어요. 그리고는 요술 램프를 문질렀어요. 그러자 이번에도 ‘펑’ 소리와 함께 램프 거인이 나타나 말했어요. “주인님, 뭘 도와 드릴까요?” “나와 공주, 그리고 이 성을 본래 있던 자리로 옮겨 줘!” 그리고는 요술 반지를 문질러 반지 거인을 불렀어요.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반지 거인, 저 못된 마법사를 아주 먼 섬으로 보내 다시는 아라비아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 버려!” “알겠어요. 주인님!” 알라딘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알라딘과 공주, 그리고 성은 예전에 있던 자리로 옮겨졌어요. 이 소식을 들은 임금님과 아라비아의 백성들은 크게 기뻐하며 성대하게 잔치를 벌였어요. 세월이 흘러 임금님이 왕위를 물려 줄 때가 되었답니다. “알라딘, 이제 자네가 내 뒤를 이어 나라를 다스려 주어야겠네. 무엇보다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게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임금님!” 얼마 후, 알라딘은 정식으로 임금의 자리에 올랐어요. 임금이 된 알라딘과 왕비가 된 공주는 요술 램프와 요술 반지를 좋은 일에 쓰며 나라를 잘 다스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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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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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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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은 마을에 잭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소젖을 짜며 말했습니다. "얘야, 이제 우유가 안 나오는구나." "젖소가 너무 늙어서 그래요, 어머니." "큰일이다, 우유를 팔아야 빵을 살 수 있는데." 어머니는 몹시 걱정했습니다. "하는 수 없지. 이 젖소를 팔아서 씨앗을 사자꾸나." 이튿날, 잭은 젖소를 팔러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얼마쯤 가자, 이상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 왔습니다. "얘, 그 젖소를 이 콩과 바꾸자." "아주 신기한 콩이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에 잭은 젖소를 콩과 바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잭은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아니, 젖소를 이 콩 한 알과 바꾸었다고? 에이, 바보 같으니라고!" 어머니는 호통을 치며 콩을 마당에 던졌습니다. "앗, 저게 뭐지?" 다음 날, 잭도 어머니도 깜짝 놀랐습니다. 마당에 커다란 콩나무가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구나, 그 할아버지 말씀대로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봐." 잭은 하늘로 뻗은 콩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한번 올라가 볼까?" 호기심 많은 잭은 콩나무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갔습니다. 구름 위에는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저 성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아마 굉장한 사람일 거야." 잭은 조심스럽게 성으로 다가갔습니다. 성문 앞에 이르자, 안에서 거인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잭이에요. 저 콩나무를 타고 올라왔어요."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고 배가 고프겠구나. 들어오너라" 할머니는 잭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었습니다. 잭이 음식을 먹고 있는데, '쿵, 쿵!' 하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인님이 오신다. 잭, 어서 저 벽난로 안에 숨어라!" 할머니가 말한 주인은 머리에 뿔이 돋친 거인 도깨비였습니다. "할멈, 나 배고파, 먹을 것을 줘요." 도깨비는 할머니가 차려 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더니 큰 자루에서 금화를 꺼냈습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금화를 들고 계속 하나, 둘, 셋만 세던 도깨비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저 금화만 있으며 젖소가 없어도 돼.' 잭은 몰래 금화 자루를 메고 성을 빠져나왔습니다. "어머니, 이 금화 좀 보세요. 우린 이제 부자예요." 잭은 콩나무를 타고 성에 갔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날부터 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의 것을 가져다 놀며 먹고 사는 건 나쁜 짓이란다." 어머니가 걱정했지만, 잭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염려 마세요. 부자인데 뭣 하러 힘든 일을 해요?" 금화는 얼마 안 되어 다 없어졌습니다. '또 성에 가서 금화를 가져와야지.' 잭은 다시 콩나무를 타고 도깨비 성으로 올라갔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배가 고파서 또 왔어요." 할머니는 맛있는 빵을 주었습니다. 잭이 빵을 먹고 있을 때, 또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할멈, 가서 암탉을 가져와요. 황금알이 필요해." 도깨비 말에 할머니가 뒤뜰에서 암탉을 안고 왔습니다. "닭아, 닭아, 어여쁜 닭아, 황금알을 낳아라." 도깨비가 말하자, 닭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달걀을 낳았습니다. 싱크대 밑에 숨은 잭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세상에 황금알을 낳는 닭이 있다니, 저 닭만 있으면 부자가 되겠는걸!' 잭은 도깨비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 암탉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건 또 웬 닭이냐?" 어머니가 묻자, 잭은 뽐내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머니, 이건 황금 달걀을 낳는 닭이에요. 도깨비가 주었어요." 잭은 도깨비가 말하던 대로 닭에게 말했습니다. "닭아, 닭아, 어여쁜 닭아, 황금알을 낳아라." 그러자 닭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 달걀을 낳았습니다. "보셨죠? 이 닭은 날마다 황금알을 낳을 거예요." 그러나 며칠 안 되어 암탉은 죽고 말았습니다. 다시 굶게 된 잭은 콩나무를 타고 도깨비 성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잭은 재빨리 선반에 숨었습니다. "할멈, 술을 가져와요. 황금도 황금알을 낳는 닭도 못 찾았소." 도깨비는 화가 나서 술만 들이켰습니다. "하프야, 음악을 들려 다오." 그러자 하프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참 신기한 하프로구나. 저건 굉장히 비쌀 거야.' 잭은 그 하프를 가져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도깨비가 잠든 뒤, 선반에서 내려온 잭이 하프를 집어 든 순간이었습니다. "주인님, 도둑이에요." 갑자기 하프가 사람처럼 소리쳤습니다. "뭐, 도둑? 잡아라, 도둑 잡아라!" 도깨비가 눈을 번쩍 뜨고 외쳤습니다. 잭은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꼬마야, 꼼짝 마라. 잡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도깨비는 뒤뚱거리며 잭을 쫓아왔습니다. 잭은 재빠르게 콩나무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도깨비도 뒤따라 콩나무에 매달려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얼른 도끼를 가지고 오세요!" 어머니가 들고 온 도끼로 잭은 콩나무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콩나무 밑동이 찍히자, 콩나무가 흔들렸습니다. "누가 콩나무를 흔드는 거야? 그만둬!" 도깨비가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위험해, 그만둬! 나 떨어지겠다!" 잭은 못 들은 척하고 도끼질을 계속했습니다. 콩나무 밑동이 끊어지자, 도깨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얘야, 엄마는 무서워서 못 살겠다. 앞으로는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자꾸나." 도깨비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습니다. "예, 어머니. 열심히 일할게요." 이튿날부터 잭은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습니다. 옆에서는 항상 하프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잭은 일이 조금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잭의 신기한 하프는 어느덧 공주님에게까지 소문이 퍼졌습니다. 공주님은 하프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러 잭을 찾아왔습니다. "참 아름다운 하프 연주 소리예요. 내일 또 와도 되겠지요?" "예, 언제든지 오십시오." 공주님은 날마다 왔습니다. 하프 소리에 감동한 공주는 잭과 결혼을 했습니다. 잭은 마침내 임금님이 되어 공주님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잭처럼 남의 것을 훔쳐서 부자가 되는 것은 나쁜 방법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말도 있듯이 한 번의 도둑질이 두 번이 되고 그러다가 정말 도둑이 되고 마는 것이죠. 잭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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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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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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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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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마리와 프리츠는 많은 선물을 받았어요.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부터 누나 마리와 동생 프리츠의 가슴은 설렘으로 콩콩 뛰기 시작했어요. "야호! 선물이다. 누나, 빨리 풀어 보자." 프리츠는 부모님께 아침 인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선물 꾸러미를 풀기 시작했어요. 인형도 있고 장난감 병정과 그림책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마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선물은 마이어 아저씨가 손수 만들어 주신 호두까기 인형이었죠. 한데 프리츠는 호두까기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못생긴 인형이 뭐가 좋아?" 괜히 심술이 나서 호두까기 인형을 마구 흔들었어요. 그러다가 그만 호두까기 인형의 턱이 망가지고 말았지, 뭐예요. "프리츠, 이게 무슨 짓이야! 호두까기 인형이 불쌍하잖아." 마리는 손수건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망가진 턱을 단단히 매주었어요. "호두까기 인형아, 아파도 조금만 참아."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에게 따뜻한 입김을 호호 불어 주었어요. 그날 밤, 다른 식구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리는 자지 않고 호두까기 인형 곁에 있었어요. 아픈 호두까기 인형을 혼자 두고 그냥 잘 수가 없었거든요. 어느새 시계는 열두 시를 알렸어요. 앗! 그런데 어디선가 험상궂게 생긴 생쥐 나라 대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났어요. "우리는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않고 있는 아이들을 혼내 주는 싸움꾼 쥐들이다." 생쥐들은 당장이라도 마리에게 달려들 태세였어요. "모두 달려가 생쥐 나라 군대를 무찌르자!" 호두까기 인형이 앞장서서 큰 소리로 외쳤어요. 인형과 장난감 병정들은 싸움을 잘하지 못했어요.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생쥐 나라 대장을 이길 수는 없었어요. "으하하! 인형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덤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마리가 슬리퍼를 벗어 힘껏 생쥐 나라 대장에게 던졌어요. "못된 생쥐야, 호두까기 인형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생쥐 나라 대장은 엉엉 울면서 허겁지겁 도망쳤어요. 호두까기 인형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야호!" 그때였어요. "마리야,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면 어떡해." "생쥐 나라 대장은 어디로 갔나요?" 엄마는 걱정스러 눈빛으로 한동안 쳐다보았어요. 혹시 몸에 열이 나는지 이마를 짚어 보며 물었어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구나, 생쥐 나라 대장이라니?" 엄마는 지난밤에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때, 마침 마이어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아저씨는 프리츠가 망가뜨린 호두까기 인형을 말끔하게 고쳐 주었어요. 마리는 마이어 아저씨에게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려주었어요. "마리야, 마법에 걸린 호두까기 인형 이야기를 들어 보았니?" "아니오. 마법에 걸린 호두까기 인형이라고요?" 마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어요. 오래전, 필리페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태어나기 전이었지. 왕은 아기가 태어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큰 잔치를 열었단다. 그런데 궁전에 살고 있던 생쥐 나라 대장이 일곱 마리나 되는 새끼들과 함께 말썽을 부린 거야. 음식을 마구 먹어 치운 것이지. 사람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벌이려던 참이었는데 말이다. '버릇없는 생쥐 놈들, 감히 내 음식을 더럽히다니!' 왕은 생쥐 나라 대장의 새끼들을 찾아내 전부 죽였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쥐 나라 대장은 새끼를 잃은 슬픔에 목이 메었지. '내 아이들을 해치다니! 곧 태어날 공주에게 복수하고 말겠어!' 그래서 필리페 공주가 태어났을 땐 늘 경비병과 고양이들이 보초를 섰단다. 그러던 어느 날, 경비병과 고양이들이 깜빡 잠이 든 사이에 생쥐 나라 대장은 공주의 얼굴에 지린내 나는 오줌을 싸고 도망갔어. 공주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말았지. 왕이 마법사를 찾아 가자, 마법사는 한참 동안 주문을 외더니 호두를 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했어. 단, 수염을 한 번도 깎지 않고 진흙탕에서 장난을 쳐 본 적이 없는 소년이 껍데기를 깨서 공주에게 먹여야 한다고 했지. 그러고 나서 두 눈을 꼭 감은 채 일곱 발짝 뒤로 물러서서 머리를 흔들어야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지. 왕은 서둘러 수염을 한 번도 깎지 않고 진흙탕에서 장난을 쳐 본 적이 없는 소년을 찾았어. 며칠 후, 신하들은 이웃 나라의 잘생긴 소년을 궁전으로 데리고 왔지. "제가 필리페 공주님의 병을 낫게 해 드릴게요." 소년은 아직 어렸지만 씩씩하게 말했어. "오, 그대가 공주의 병을 낫게 해 준다면 만 마리의 말과 만 개의 황금 덩어리를 주겠네." 소년은 서둘러 호두를 깨서 알맹이를 잘게 부순 다음 공주의 입에 조금씩 넣어 주었지. 그리고 눈을 감은 채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지. 필리페 공주의 얼굴은 점차 제 모습을 되찾아 갔어. 그런데 마지막 일곱 발자국째 발을 내딛으려고 할 때 생쥐 나라 대장이 나타난 거야. 소년은 생쥐 나라 대장에게 결투를 청했지. 소년의 무술 솜씨가 대단해서 생쥐 나라 대장쯤은 상대가 되지 않았지. 마침내 생쥐 나라 대장은 소년의 칼에 가슴을 찔리고 말았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지만, 순순히 물러설 생쥐 나라 대장이 아니었어. 허둥거리며 도망을 가면서도 소년에게 무서운 저주의 마법을 걸었지. '아카라카 요리수리, 호두까기 인형으로 변해라!' 결국 소년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호두까기 인형으로 변하고 말았지. 이것이 바로 마법에 걸린 호두까기 인형의 이야기란다. 그날 밤, 마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어요. 벽에 난 구멍 속에서 생쥐 나라 대장이 기어 나와 마리에게 다가왔어요. "네 사탕과 과자를 내게 줘, 그렇지 않으면 호두까기 인형을 부숴 버릴 테다." 다음 날 밤에도 생쥐 나라 대장은 선물로 받은 것들을 내놓으라고 마리에게 다그쳤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마리는 생쥐 나라 대장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견디기가 힘들어진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에게 울먹이며 말했어요. "호두까기 인형아, 어떻게 하니?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너를 해치겠다는구나." 마리의 눈물이 호두까기 인형의 몸에 떨어졌어요. 그러자 놀랍게도 호두까기 인형이 손을 내밀며 마리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어요. "칼을 좀 구해 주세요. 제가 생쥐 녀석을 혼내 줄게요." 그날 밤, 호두까기 인형이 환한 얼굴로 마리를 찾아왔어요. "마리 아가씨, 제가 생쥐 나라 대장을 물리쳤어요." 소년이 마법에 걸려 호두까기 인형이 된 다음에도 생쥐 나라 대장은 계속 못게 굴었어요. 그런데 마리를 만나고 나서는 다시 용기를 얻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마리 아가씨, 저를 도와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싶군요."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호두까기 인형의 나라로 날아갔어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호두까기 인형의 나라는 아주 아름다웠어요. 사탕으로 된 풀밭을 가로지르자, 아이스크림 궁전이 나타났어요. "너무 멋지구나, 호두 까기 인형아!" 그런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마리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죠. 눈을 떠 보니 엄마가 침대 옆에 서 있었어요. 마리는 또다시 지난밤의 일을 이야기했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엄마는 마리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깜빡 또 잠이 들었답니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나자, 엄마가 말했어요. "마리야, 마이어 아저씨의 조카가 너를 만나러 왔구나." 엄마가 방문을 열자 말끔한 차림새의 소년이 다가왔어요. 그는 마리의 귀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어요. "마리 아가씨, 당신의 도움과 진심 어린 눈물 덕분에 마법이 풀렸어요. 정말 고마워요." "뭐라고요?" 마리는 깜짝 놀랐어요. 호두까기 인형이 마이어 아저씨의 조카였다니! 훗날, 마리와 소년은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마리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듯했지만, 소년은 마리를 너무너무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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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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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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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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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엄마양과 일곱 마리 아기양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엄마양이 말했습니다. "오늘이 막내 생일이다. 엄마가 케이크를 사 올 테니, 집 잘 보고 있어라." "네, 엄마! 염려 말고 다녀오세요." 아기양들이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엄마양은 일곱 마리 아기양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습니다. 이때, 숲속에서 늑대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히히히......., 오늘이 내 생일인가? 맛있는 양고기를 먹게 생겼는걸." 늑대는 살금살금 양들의 집으로 갔습니다. "엄마다. 문 열어라." 늑대는 엄마양의 목소리를 흉내내었습니다. "아냐, 엄마가 아냐. 저건 늑대야." 일곱 마리 아기양들은 속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만물박사인 부엉이를 찾아갔습니다. "부엉아, 어떻게 하면 목소리가 부드러워지니?" "노란 분필을 먹으면 고와지지." 부엉이가 일러 주었습니다. 늑대는 얼른 문방구에 가서, 노란 분필을 훔쳐 먹었습니다. 그러자 늑대의 목소리가 정말 부드러워졌습니다. 늑대는 다시 양들의 집으로 갔습니다. "엄마다, 문 좀 열어라!" 늑대는 또 엄마양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글쎄, 엄마 목소리같기도 한데." 아기양들이 소곤거렸습니다. 그런데 문 밑으로 늑대의 시커먼 발이 보였습니다. "어라? 이건 엄마 발이 아니야." 늑대는 또 들키고 말았습니다. 늑대는 다시 부엉이를 찾아갔습니다. 부엉아, 어떻게 하면 손과 발이 하얗게 될까?" "손과 발에 밀가루를 발라 봐." 부엉이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늑대는 손과 발에 밀가루를 듬뿍 바르고 갔습니다. 그러자 아기양들이 소리쳤습니다. "손하고 발을 보여 줘요! 우리 엄마는 손발이 하얗거든." 늑대는 손과 발을 얼른 문 밑으로 들이밀었습니다. "와, 엄마다! 어서 문을 열자." 아기양들은 깜빡 속아서 문을 열었습니다. "크앙!" 문이 열리자, 늑대가 입을 딱 벌리고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악, 늑대다! 어서 숨어라!" 아기양들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 밑에, 난로 속에 숨었습니다. 선반에도, 찬장에도 숨었습니다. 늑대는 아기양들을 하나씩 찾아 내어 통째로 삼켰습니다. 막내는 벽에 걸린 뻐꾸기 시계 안에 숨었습니다. "이상한걸? 한 마리가 더 있을 텐데." 늑대는 침대 밑이며 책상 서랍까지 살폈습니다. 선반 속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막내는 들키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마침내 뻐꾸기 시계를 보았습니다. 늑대가 뻐꾸기 시계에 손을 뻗었을 때였습니다. "뻐꾹, 뻐꾹, 뻐꾹!" 시계가 세 시를 알리면서, 막내를 태운 뻐꾸기가 튀어 나왔습니다. 뻐꾸기는 곧바로 늑대의 이마를 힘껏 쪼았습니다. "앗, 도깨비다! 도망 가자." 늑대는 겁을 먹고 후다닥 도망쳤습니다. 얼마 뒤, 엄마양이 돌아왔습니다. "얘들아! 엄마다, 문 열어라!"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어머, 문이 열려 있네! 무슨 일일까?" 엄마양이 급히 들어가 보니, 집 안이 엉망이었습니다. 게다가 아기양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아! 아가들이 늑대에게 잡아먹혔나 봐!" 엄마양은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그때, 뻐꾸기 시계가 네 시를 알렸습니다. "뻐꾹, 뻐꾹, ......., 매애, 매애!" 시계 소리에 맞춰 아기양의 울음소리도 들렸습니다. "앗, 저건 막내 목소리다!" 엄마양은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 뻐꾸기 시계 속에서 막내가 튀어나왔습니다. 막내 아기양은 엄마양에게 늑대 이야기를 했습니다. "빨리 늑대를 찾으러 가자." 엄마양과 막내는 들로 나갔습니다. 어디선가 늑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다가가 보니, 늑대는 풀밭에 벌렁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늑대 뱃속의 아기양들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가들이 늑대 뱃속에서 살아 있구나. 얼른 꺼내 줘야겠다." 엄마양은 가위로 늑대의 배를 갈랐습니다. 곧 여섯 마리의 아기양들이 늑대 뱃속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와, 살았다! 답답해서 혼났네." 아기양들은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얘들아, 돌멩이를 주워 오너라. 늑대 뱃속을 돌멩이로 채워야 해." "그럴게요. 엄마." 아기양들은 돌멩이를 주워다가 늑대의 뱃속에 넣었습니다. 엄마양은 땀을 뻘뻘 흘리며 늑대의 배를 꿰맸습니다. 그리고는 모두들 큰 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한참 기다리자, 늑대가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아아, 목말라! 물을 마셔야겠군" 늑대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끙끙거렸습니다. "이상하다, 배가 왜 이렇게 무겁지?" 늑대는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늑대는 간신히 우물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몸을 숙여 물을 마시려던 늑대는 '첨벙!' 하고 우물 속에 빠졌습니다. 뱃속의 돌멩이가 머리 쪽으로 쏠렸기 때문입니다. "으악! 살려 줘요! 늑대 살려요!" 늑대는 우물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조용해졌습니다. "만세! 늑대가 죽었다!" 양들은 기뻐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날 저녁, 막내 아기양의 즐거운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막내야, 생일 축하한다." "엄마, 고맙습니다." "막내야, 우리도 생일 축하한다." 아기양들도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 뒤, 일곱 마리 아기양들은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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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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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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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어느 마을에 양치기 소년이 있었어요. 소년은 양지바른 풀밭에서 양에게 풀을 뜯기고 있었어요. 심심해진 소년은 재미있는 궁리를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곤 두 손을 나팔처럼 모으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늑대다아! 늑대가 나타났다아!” 마을 사람들은 그만 깜짝 놀랐어요. “드디어 늑대가 나타난 모양이다, 어서 가자!” 사람들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산으로 달려갔어요. 손에 손에 몽둥이 하나씩을 들고 말이에요. “어디, 어디 있니? 늑대가 어디 있니?” 그러나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을 보고는 속은 걸 알았어요. “어른들을 속이다니, 정말 나쁜 아이로구나!” 사람들은 어이없는 얼굴로 돌아갔어요. 소년의 심심풀이 장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였어요. 그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부리나케 달려갔어요. “이런 또 속았군. 버릇없는 녀석!” 번번이 양치기 소년에게 골탕을 먹은 마을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났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어요. “느,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어요. “아이구, 저 녀석이 또 심심한가 보구먼!” 마을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않고 하던 일만 하였어요. 소년은 거짓말을 좋아하다 그만 양들을 모두 잃고 말았어요. 당나귀 어느 집에 당나귀와 개가 있었어요. 당나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주인이 늘 개만 귀여워하고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거든요. 맛있는 음식도 개에게만 줬어요. 당나귀는 개가 몹시 부러웠어요. "개야, 넌 참 좋겠다." "주인님이 너만 이뻐하잖아. 어떻게 하면 나도 너처럼 귀여움을 받을 수 있을까?" “어려울 것 없어. 그저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있다가 그대로 따라 하렴. 알았지?”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 곁으로 다가갔어요. 주인은 개가 귀엽다는 듯 고기를 연방 던져 주었어요. 식사가 끝나자 개는 앞발을 식탁 위에 턱 올려놓았어요. 그리곤 주인의 손등이며 얼굴을 마구 핥았어요. “허, 그 녀석. 귀엽기도 하지!” 주인은 웃으면서 개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이제 보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군. 어디 나도 해 보자!’ 당나귀는 성큼성큼 주인 앞으로 다가갔어요. 그리곤 개처럼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었어요. 당나귀는 또 식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주인의 뺨을 핥았어요. 그리고 나서는 주인에게 몸을 쓱쓱 비비며 어리광을 부렸어요. 그러자 주인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어요. 덩달아 깜짝 놀란 당나귀가 펄쩍 뛰는 바람에 주인의 얼굴이 당나귀 앞발에 힘껏 채이고 말았어요. 화가 난 주인은 당나귀를 흠씬 때려 주고 나서 꽁꽁 묶어 광에 가둬 버렸답니다. “에구, 그냥 주는 밥이나 먹을 걸!” 당나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후회를 하였답니다. 까마귀와 물병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이었어요. 목이 마른 까마귀는 여기저기 마실 물을 찾아다녔지만 우물도 냇물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 때 마침, 길 옆에 물병 하나가 놓여 있는 게 보였어요. 까마귀는 신이 나서 물병으로 다가갔어요. 까마귀는 얼른 길쭉한 부리를 물병 속에 집어 넣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부리가 물에 닿지 않았어요. “까악까악, 아휴, 목 말라!” “어떡하지?” 까마귀는 물병 속의 물을 보며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곤 어디선가 돌멩이 한 개를 물어다 물병 속에 쏙 집어 넣었어요. 돌멩이가 한 개, 두 개씩 들어가자 물병의 물은 점점 높이 올라왔어요. 마침내 까마귀는 물병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어요. 물병의 물을 쭈욱 마신 까마귀는 그 때서야 활짝 웃었어요. 그리곤 ‘까악까악’ 노래를 부르며 멀리멀리 날아갔어요. 정말 꾀많은 까마귀지요. 한 개, 두 개. 우와! 시원해! 개구리와 소. 아기개구리들이 풀밭에서 폴짝폴짝 뛰어놀고 있었어요. 그 때, 어디선가 어마어마하게 큰 동물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우와, 크다. 어서 달아나, 밟히면 큰일난다!” 숨차게 달려온 아기개구리들은 아빠를 불렀어요. “아빠, 머리에 이렇게 큰 뿔이 났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에요!” 아기개구리들은 개굴개굴 신나게 떠들어댔어요. 그러자 아빠개구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너희들이 소를 본 모양이구나. 소는 무서운 동물이 아니란다.” 그러자 막내개구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그렇담, 아빠도 소만큼 커질 수 있어요?” “그럼, 커질 수 있고 말고! 볼래?” 아빠개구리는 숨을 잔뜩 들이마시고는 배를 불룩 내밀었어요. “아니예요, 더 컸어요!” “어떠냐, 이만하면 됐지?” “아녜요, 아직 멀었어요!” 아기개구리들은 고개를 저었어요. 아빠개구리는 아까보다 숨을 더 많이 들이마셨어요. 배도 더 크게 부풀렸어요. “얘, 얘들아! 이만하면 되, 되었니?” “아니요!” 아기개구리들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어요. 아빠개구리는 아까보다 배를 더 크게 부풀렸어요. “얘, 얘들아! 이만하면 되, 되었니?” “아니요!” 아기개구리들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어요. “그럼 이, 이만하면.” 아빠개구리는 숨을 몰아쉬며 자꾸자꾸 배를 커다랗게 부풀렸어요. 바로 그 때였어요. “뻥!” 마침내 아빠개구리의 배가 풍선처럼 터져 버리고 말았어요. “어? 아, 아빠!” 아기개구리들이 울며 매달렸지만 아빠개구리는 대답이 없었어요. 뻥! 으앙! 엉엉! 아빠! 달팽이의 집. 보름달이 둥그랗게 뜬 밤이었어요. “얘들아, 어서 나오라. 같이 놀자!” 귀뚜라미, 베짱이, 여치, 방울벌레 같은 풀벌레들이 모두 풀밭으로 나왔어요. 음악회를 열자는 달님의 말에 숲 속 친구들은 무척 기뻐하였어요. 그리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풀벌레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정말 아름답구나! 그런데 달팽이가 안 보이는구나, 웬일이지?” 달님은 고루고루 달빛을 비추며 달팽이를 찾았어요. 하지만 달팽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게으른 달팽이는 음악회가 열리는 줄 알면서도 집에서 쿨쿨 잠만 자고 있었거든요. 다음 날, 달님은 달팽이에게 걱정스레 물었어요. “어젯밤엔 네가 안 보이더구나. 어디 몸이라도 아픈 게냐?” 달팽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하였어요. “그냥 집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서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늘어지게 잠을 자고 난 달팽이는 하품을 하였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등에 집이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았어요. “앗, 이게 무슨 일이지?” 달팽이는 집을 떼어 내려 안간힘을 썼어요. 떼굴떼굴 굴러도 보고 높은 데서 뛰어도 보았어요. 하지만 집은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도, 도와 주세요!” 달팽이는 소리를 질렀어요. 목소리마저 이상해졌어요.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러 보았지만 노래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달팽이는 언제나 집을 등에 지고 살게 되었답니다. 물론 노래도 못 부르게 되었구요. 이솝 이야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이솝의 창작이라고 전해지는 이솝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거의 사람이 아닌 동식물을 내세웠어요. 그렇지만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게 만들었어요. 이야기의 내용 대부분이 사람들의 약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면서 올바른 행동을 제시해 주는 의미가 있는 풍자적인 동물 설화집입니다. 이솝 이야기의 작가 이솝은 고대 그리스의 노예로 태어났어요. 이솝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우화를 들려 주었다고 해요. 이렇게 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솝의 이야기를 나중에 설화집으로 만들면서 지금까지 전해 오게 된 것이랍니다. 그래서 원작 부분은 전혀 알 수 없으며 전해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추가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 ‘까마귀와 물병’ ‘달팽이의 집’ 등도 이솝의 대표적인 우화 중 하나랍니다. 거짓을 일삼다가 크게 후회한다는 내용과 꾀 많은 까마귀에게서도 여러 가지 지혜를 배울 수 있어요. 당나귀. 말과 얼룩말과 함께 말속에 속하는 동물. 당나귀는 집에서 기르는 가축화된 것과 들판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는 야생의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야생으로는 아시아 당나귀와 아프리카 당나귀 두 종류가 있어요. 색깔은 회백색이 많지만 적색이나 갈색 당나귀도 있어요.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데 많이 이용하였고 소나 말과 같이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고 말보다 빨리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까마귀. 우리 나라 전역에서 살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예요. 다리와 온몸이 검은색이고 광택이 난답니다. 이마의 깃털은 비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목과 가슴의 깃털은 버드나무 잎 모양을 하고 있어요. 주로 새의 알과 새끼, 들쥐, 파리, 벌, 딱정벌레 등과 농작물이나 과일을 먹고 살기 때문에 농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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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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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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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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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앙리 파브르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곤충학자입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었어요. 그는 일생을 곤충 연구에 바쳤으며, 84세에 이르러서는 곤충기를 써 곤충 연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요. 곤충기는 파브르가 곤충들의 습성과 생활을 관찰하고 실험하여 기록한 총 10권의 책입니다. 이 책은 곤충의 생태, 특히 본능에 대한 세밀한 관찰로 유명하답니다. 붉은병정개미 이야기. 붉은병정개미는 노예 사냥을 잘 하는 별난 곤충이랍니다. 새끼를 기르는 일도 서투르고, 먹이를 찾아다니지도 않지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있는 것도 가져올 줄 모르는 게으름뱅이지요. 그러나 붉은병정개미는 자기들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거나 집안 일을 거들어 줄 노예들을 사냥하러 가는 일엔 열심입니다. 그럼, 붉은병정개미가 어떻게 노예 사냥을 하는지 따라가 볼까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붉은병정개미 떼가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어딘가를 바쁘게 가고 있어요. 그 줄의 길이는 무려 5에서 6미터는 되는 듯합니다. 잔디밭을 지나고, 좀더 먼 곳까지 나아가 낙엽이 쌓인 산 속으로 들어간 붉은병정개미가 찾아 낸 것은 반불개미집이었어요. "총 공격! 서둘러 번데기를 물고 밖으로 나와라!" 선두 개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정개미 떼는 사방으로 흩어져 반불개미의 집 안으로 쳐들어가 치열하게 싸움을 벌입니다. 싸움에서 승리한 붉은병정개미 떼는 저마다 입에 번데기 하나씩을 물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갑니다. "자, 어서들 힘을 내자구. 이 어린 것들이 자라서 우리의 충실한 하인이 되는 거라고." 붉은병정개미들의 노예 사냥을 관찰하던 파브르는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개미들이 아무리 험하고 꼬불꼬불한 길이라도 자기들이 올 때 지나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행진 도중에 큰 일이 벌어지거나 아무리 피곤해도 왔던 길을 바꾸는 법은 없지요. 어느 날, 파브르는 시멘트로 바른 연못가를 행진하고 있는 개미 떼를 발견했어요. 그 연못에는 금붕어가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 줄지어 행진하고 있는 개미 떼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내리쳤어요. 그 바람에 몇 줄의 개미 떼가 연못 속으로 날려 들어가고 말았어요. 연못에 빠진 개미들은 그만 금붕어의 먹이가 되고 말았지요. "살아 남은 개미들은 계속 행진하라!" 개미들은 흐트러진 줄을 다시 정리하고 행진을 계속합니다. 파브르는 개미들이 돌아올 때도 다시 이 길로 돌아오는지 기다려 보았어요. 얼마 후, 싸움터에서 얻은 번데기를 입에 물고, 저마다 아까 지나갔던 연못가 길로 되돌아오고 있는 붉은병정개미 떼를 만날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많은 개미들이 바람에 날려 연못에 빠졌지요. 두 번씩이나 피해를 입어도 붉은병정개미 떼는 왔던 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행진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면 붉은병정개미는 어떻게 갔던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되돌아오는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병정개미가 개미산 같은 물질을 바닥에 뿌려 놓은 후, 더듬이로 그 냄새를 맡고 찾아온다고 믿고 있었어요. 과연 그럴까요? 파브르는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어요. 파브르는 손녀 뤼시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뤼시, 할아버지가 지금 개미 연구를 하는데 네가 좀 도와 주지 않겠니?" "좋아요, 할아버지." 붉은병정개미와 반불개미의 싸움을 구경한 적이 있는 뤼시는 신이 나서 뜰 안팎을 뛰어다니며 붉은병정개미를 감시했어요. "할아버지! 빨리 나와 보세요. 붉은병정개미가 반불개미 집으로 막 들어갔어요." "지나간 길을 잘 기억해 두었니?" "그럼요. 지나간 길에 흰 돌을 군데 군데에 놓아 두었어요." "그래, 잘 했구나. 개미들이 돌아오기 전에 지나간 길을 쓸어 내고 새 흙을 깔아 놓자." 파브르는 네 군데 정도 빗자루로 쓸어 내고 다른 곳의 흙을 떠다가 깔아 놓았어요. "할아버지, 무얼 하시는 거예요?" "붉은병정개미가 정말로 냄새를 뿌려 놓고 길을 찾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란다." 붉은병정개미 떼가 입에 번데기를 물고 되돌아오고 있었어요. "어, 이상하다. 아까 왔던 길이 아닌가 봐. 옆으로 가 볼까?" "잠깐! 내가 한번 새 흙 위를 지나가 볼 테야." "좀 이상하기는 해도 아까 그 길이 분명해. 어서들 따라오라고." 붉은병정개미 떼는 새 흙이 덮인 길목을 만날 때마다 이리저리 허둥댔어요. 어떤 개미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다시 오고. 또 어떤 개미는 옆으로 비껴 돌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개미가 길을 찾는 힘은 냄새가 아니라 눈이었어요. 앞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병정개미는 자기들이 지나갔던 길의 모습이 달라질 때마다 허둥대며 한참을 머뭇거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어디가 변했는지 열심히 알아보려고 했어요. 개미의 눈은 아주 가까운 거리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길에서 작은 돌멩이 몇 개만 치워도 다른 곳에 온 것처럼 허둥대지요. 그렇지만 붉은병정개미는 한 번 본 길은 정확하게 기억했다가 눈으로 되짚어 가는 것만은 분명했어요. 곤충에 관해서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모벌 정도는 알고 있을 거예요. 오래 된 담장 밑이나 사람의 발길이 드문 비탈진 오솔길 아래, 거미가 그물을 칠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대모벌은 바쁘게 날아다니지요. 대모벌은 새끼들에게 거미만을 먹이로 잡아 주기 때문이지요. "나는 거미줄 따위는 하나도 겁 안 난다고." "뭐라고? 독이 있는 내 송곳니에 물리면 넌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걸." 그런데 거미는 자기 그물에 걸려드는 곤충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무서운 곤충이랍니다. "어떤 놈이든 내 거미줄에 걸리기만 해 봐라. 그 날로 내 밥이 될 테니." 대모벌과 거미는 맞닥뜨리기만 하면 서로 자기가 더 세다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언제나 대모벌이지요. 대모벌은 어떻게 해서 거미와의 싸움에서 항상 이기는 것일까요? 그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파브르는 관찰해 보기로 했어요.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른 7월의 어느 날입니다. 검정대모벌 한 마리가 거미 사냥을 위해 집을 나섰어요. 벌이 거미의 그물 가까이 다가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거미가 구멍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여섯 개의 앞발을 구멍 밖으로 쑥 내밀고 있는 것이 먹이감이 나타나면 재빨리 낚아채려는 모양입니다. '앗, 대모벌이잖아. 장수말벌 잡기는 식은 죽 먹기인데 저 녀석은 만만치가 않아. 정신 바짝 차려야 해.' "겁쟁이 왕거미 안녕? 오늘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인데 자신 있으면 나와서 잡아 봐." 대모벌이 살짝 약을 올리고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저놈이 또 약을 올리기 시작하는군. 그래도 이번엔 안 넘어가." 왕거미도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잠시 후, 대모벌이 다시 나타나 거미 구멍 앞에서 얼쩡거립니다. 그러자 거미도 몸을 반쯤 내밀고 공격 자세를 취했어요. "겁쟁이 거미야! 그렇게 집에서 고개만 내밀지 말고 어서 나와서 나와 대결해 보자고." "그렇게 자신 있으면 네가 들어와서 덤벼!" "흥. 내가 그런 바보짓을 왜 해. 싸움은 밖에서 하는 거야." "어서 나와 겁쟁이 거미야." 대모벌은 실컷 약을 올리고는 다시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자 왕거미는 구멍 안으로 또 쏙 들어갑니다. 얼마 후, 대모벌이 다시 날아와 구멍 앞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그때 거미가 번개같이 구멍 밖으로 나와 대모벌 앞에 섰어요. 깜짝 놀란 대모벌은 허겁지겁 달아나고 왕거미도 재빠르게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며칠 후, 파브르는 대모벌이 거미에게 덤벼들어 다리 하나를 문 채 구멍에서 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이제 포기하고 나오는 게 좋을걸." "어림없는 소리. 내 뒷다리가 굴 안에 버티고 있어." "어서 내 다리나 놓으시지." 한참을 끌고 당긴 대모벌은 힘이 빠졌는지 거미의 다리를 놓아 주고 날아가 버립니다. 거미는 자기 집 속에서는 용감하지만 일단 구멍에서 나오게 되면 겁쟁이가 되지요. 대모벌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거미를 구멍 밖으로 끌어 내려고 하는 거랍니다. 다음 날, 대모벌은 왕거미를 다시 찾아왔어요.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새로운 작전으로 놈을 꼭 끌어 내고 말 테다.' "너, 참 끈질긴 놈이구나. 어디 한번 해 볼 테면 해 봐!" 거미가 구멍에서 앞발을 내밀며 공격 태세를 갖춥니다. 대모벌이 날개를 파닥이며 이리저리 기회를 노리는 듯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덤벼들어 거미의 앞발을 물고 힘껏 끌어당겨 내던집니다. 순식간에 구멍 밖으로 내던져진 거미는 벌써 용기를 잃고 맥을 못춥니다. 대모벌은 발을 구부리고 바닥에 움츠린 거미의 가슴에 침을 한 방 놓습니다. "급소를 찔렀더니 한 방에 가는군. 우리 아기들은 신선한 먹이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마취를 시키는 게 최고야." 거미는 그대로 마취가 되어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대모벌이 거미를 잡는 솜씨가 여간 아닙니다. 그러면 대모벌은 잡은 왕거미를 어떻게 할까요? 대모벌은 먹이를 그대로 둔 채 거미 구멍을 조사하러 갔어요. 대모벌은 깔때기처럼 쳐 놓은 그물을 하나하나 건드려 봅니다. 거미줄을 건드렸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빈 집이라는 증거이지요. 그런데 대모벌은 땅 위를 걸을 때처럼 그물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닙니다. 이번에는 더듬이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서 살피고 난 후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여러 개의 구멍을 조사하고 난 대모벌은 마취시킨 거미를 물고 흙담을 기어올라 가장 마음에 드는 구멍 속에 집어 넣습니다. 구멍 속에서 나온 대모벌은 담 여기 저기에서 부서진 석회 조각을 골라다가 구멍을 막고는 날아가 버립니다. 다음 날, 파브르는 그 구멍을 조사해 보았어요. 거미는 은실 그물로 둘러싸인 구멍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미의 잔등 위에는 벌이 낳은 하얀 알들이 놓여져 있었지요. 이처럼 대모벌은 먹이와 알을 자기가 직접 지은 집이 아닌 거미 집에 낳아 두고는 떠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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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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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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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어리석은 임금님이 있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새 옷을 갈아입어야만 마음이 편했어요. 임금님은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매일 매일 옷타령만 했답니다. “임금님, 이 옷은 우리 나라 최고의 재봉사가 만든 옷입니다.” 어느 날, 신하가 새 옷을 지어 임금님께 보여 드렸습니다. “에이, 그 옷은 빛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왕은 옷을 보며 투덜거렸어요. 신하들은 임금님의 옷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다함께 모였어요. “아무리 좋은 옷을 만들어 드려도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온 나라에 알려 새로운 재봉사를 뽑기로 합시다.” 신하들은 모두 찬성을 했어요. 이 소식은 나라 안에 있는 모든 백성들에게 알려졌어요. “임금님의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드는 사람에게 큰 상을 준대요.” 사람들은 큰 상을 준다는 말에 모두 궁궐로 몰려들었어요. “임금님, 제가 멋진 옷을 지어 드리겠어요.” “임금님, 이 옷감으로 옷을 만들면 마음에 꼭 드실 겁니다.” “임금님, 그 옷감보다 이 옷감이 더 훌륭합니다.” 사람들은 임금님 앞에서 서로 잘난 척하며 다투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실망을 하고 돌아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재봉사 두 사람이 나타나 임금님 뵙기를 청했어요. “저희들은 임금님이 깜짝 놀랄 만한 훌륭한 옷을 지어 드릴 수 있답니다.” “깜짝 놀랄 만한 훌륭한 옷이라 했느냐?” 임금님은 귀가 솔깃해졌어요. “그럼요, 이 신기한 옷감은 멍청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보지만 똑똑한 사람들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인답니다.” “오 그래? 정말 그런 옷감이 있단 말이냐?” 임금님이 두 재봉사의 말에 속아 넘어가자 두 재봉사는 신이 났어요. 이 두 재봉사들은 임금님을 골탕먹일 사기꾼들이었어요. 거짓말에 속은 임금님은 두 재봉사에게 많은 상을 주면서 부탁했어요. “빨리 옷을 만들어 보여 다오. 벌써 그 옷이 입고 싶어지는걸.” 그 날부터 두 재봉사는 옷감을 짜는 시늉을 했어요. 철커덕 철커덕, 베 짜는 기계는 밤낮없이 소리를 냈어요. 임금님은 혼자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그것 참 재미있겠어. 내 신하 중 어떤 사람이 멍청하고 똑똑한지 금방 알 수 있겠구먼. 허허, 그 옷을 언제쯤 입어 볼 수 있을까?’ 임금님은 옷감이 얼마나 짜졌는지 궁금해졌어요. ‘혹시 그 옷감이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떡하지?’ 임금님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멍청한 임금님이란 소릴 들을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임금님은 신하들 중 한 사람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임금님은 많은 신하들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늙은 대신을 불렀어요. “재봉사들이 얼마만큼 옷감을 짰는지 살펴보고 나에게 알려 주시오.” “알겠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임금님의 명령을 받은 늙은 대신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혹시 내 눈에 옷감이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늙은 대신은 이런 걱정을 하며 베 짜는 곳으로 갔어요. 두 재봉사는 늙은 대신을 보자 더욱 열심히 옷감 짜는 척을 했어요. “어흠, 수고들 하네.” “아이고 나리, 어서 오십시오.” 재봉사들은 늙은 대신을 베틀 앞으로 안내했어요. “나리, 이 옷감의 빛깔을 보십시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재봉사들은 아무 것도 없는 베틀을 향해 말했어요. ‘아니, 이게 웬일일까?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잖아.’ 늙은 신하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나를 멍청한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그래서 늙은 대신은 거짓말을 했어요. “음, 정말 아름다운 옷감이야.” 그러자 두 재봉사는 눈을 찡긋거리며 속으로 ‘껄껄껄’ 웃었어요. 늙은 신하는 임금님께도 거짓 보고를 했어요. “임금님, 옷감의 빛깔과 무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말 훌륭했습니다.” “허허허, 그래요. 언제쯤 옷감을 다 짤 것 같소?”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금님은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어요. ‘이번엔 좀더 젊고 똑똑한 신하를 보내 봐야지.’ 젊은 신하도 똑같은 걱정을 하며 베 짜는 곳으로 갔어요. 두 재봉사는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처음과 똑같은 거짓말을 했어요. “나리, 이렇게 아름다운 옷감은 처음 보실 겁니다.” 두 재봉사는 팔을 벌려 옷감을 받쳐드는 시늉을 하며 말했어요. 하지만 젊은 대신의 눈에도 옷감이 보일 리가 없었어요. ‘거참, 내 눈에는 옷감은 커녕 실오라기 하나 보이지 않구먼.’ 이렇게 고민하던 젊은 대신도 임금님 앞에 가서는 또 거짓을 아뢰었어요. “임금님! 역시 소문대로 아주 훌륭한 옷감이었어요.” 임금님은 젊은 대신의 말도 믿었어요. 신기한 옷감에 대한 소문은 온 나라에 퍼졌어요. 이제 안심한 임금님은 직접 베 짜는 곳으로 가 보고 싶었어요. ‘두 사람의 대신들 눈에 옷감이 보였다면 내 눈에도 틀림없이 보일거야.’ 임금님은 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옷감 짜는 곳에 도착했어요. “여봐라! 오늘은 내가 직접 옷감을 보러 왔노라.” “예, 임금님! 잘 오셨습니다. 옷감을 보시면 틀림없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재봉사들은 임금님을 베틀 앞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베틀 앞에 선 임금님은 빈 베틀을 보고 몹시 당황했어요. ‘아니, 이럴수가? 옷감이 보이질 않다니.’ 그 때, 한 신하가 나서며 말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옷감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가 맞장구를 쳤어요.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임금님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럼, 신하들 눈에는 옷감이 보인단 말인가?’ 신하들이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고 백성들이 멍청한 임금님이라고 부를까 봐 겁이 났어요. 할 수 없이 임금님도 그만 신하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듣던 대로 참으로 아름다운 옷감이오. 내 마음에 꼭 든단 말이야.” 신하들은 임금님의 옷이 완성되면 성대한 행차를 벌이자고 말했어요. “그래, 그것 좋은 생각이군.” 임금님도 찬성을 했어요. 더욱 신이 난 재봉사들은 임금님께 말했어요. “임금님! 밤을 새워 옷을 완성하겠습니다.” 임금님은 재봉사들에게 많은 금화를 선물로 주었어요. 얼마 후, 재봉사들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야! 드디어 옷감이 완성됐다. 이제 옷 만드는 일만 남았어.” 재봉사들은 허공을 향해 뭔가를 꿰매는 흉내를 냈어요. 며칠이 또 지나자 재봉사들은 손에 뭔가를 든 것처럼 하며 임금님 앞으로 왔어요. “이것은 바지입니다. 어서 입어 보시지요.” 재봉사들은 임금님의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히는 척했어요. “이제 저고리를 입으시고 망토를 두르시면 됩니다.” 임금님은 재봉사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임금님, 이 옷은 거미줄보다 가볍습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생각될 겁니다.” 재봉사들이 이렇게 말하자 임금님도 맞장구를 쳤어요. “정말 가벼운 옷이로다.” 거울에 비친 임금님의 모습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옆에서 지켜 보던 신하들은 입을 모아 말했어요. “임금님 정말 잘 어울립니다.” 드디어 임금님의 성대한 행차가 시작되었어요. 백성들은 신기한 옷을 구경하기 위하여 성 앞으로 모여들었어요. “임금님 옷은 멍청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앟는데.” “세상에 그런 옷도 있어?” 사람들은 모두 수군거렸어요. 드디어 임금님이 백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백성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임금님의 모습은 겉옷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였기 때문이지요. 정말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누구 한 사람 진실을 말하지 못했어요. “정말 임금님의 옷은 멋있어.” “임금님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 때, 사람들 속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입을 열었어요. “헤헤헤,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배꼽을 내놔도 부끄럽지 않나 봐.” 그 때서야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 맞아, 임금님은 아무 것도 입지 않았어.” 임금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아이쿠, 내가 속았구나.’ 임금님은 그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임금님은 속옷만 입은 채 더욱 당당하게 걸어갔어요. 왜냐하면 백성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으로 돌아온 임금님은 어린아이를 불렀어요. 그리고 신하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어요. "여러분은 이 어린아이보다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오." "물론 나도 잘못이 많았던 것을 인정하오. 앞으로 사치를 부리지 않고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임금이 될 것이오." 신하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뉘우쳤어요. 임금님은 용기 있는 어린아이에게 많은 상을 내렸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안데르센은 어릴 때부터 동물이나 꽃들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했답니다. 언젠가 안데르센은 물고기가 되어 바닷속을 헤엄치는 공상을 하다가 큰 웅덩이에 빠지는 일도 있었답니다. 어른이 된 안데르센은 이곳 저곳을 다니며 동화의 소재를 찾았어요. 그러던 중 스페인 기사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벌거벗은 임금님은 이 때 지은 동화랍니다. 나라는 돌보지 않고 날마다 옷 타령만 하는 임금님 앞에 두 명의 재봉사가 나타났어요. 그 재봉사들은 사기꾼이었지요. 멍청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기한 옷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임금님은 속고 말지요. 옷이 완성되었다는 말에 임금님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보이는 척했어요. 왜냐하면 임금님은 멍청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나중에는 신하들조차도 진실을 말하지 았어요. 결국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 백성들 앞에서 행진을 했어요. 그때, 한 어린이가 외쳤어요. ‘임금님은 벌거숭이야’라고. 창피를 당한 임금님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했어요. 이 이야기는 그 당시 사치스럽고 허풍 센 귀족들의 생활을 비웃듯 재미있게 꾸민 것이랍니다. 이것이 궁금해요. 재봉사. 천이나 가죽, 종이 들을 이용하여 옷을 만드는 사람. 요즘에는 재봉사라는 말 대신에 패션디자이너 라고 부르는 것이 옳겠지요. 지금은 찾기가 쉽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옷을 수선하거나 만들어 주는 재봉사들이 아주 많았어요. 그리고 옛날에는 주로 손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으나 재봉틀이 발명되고부터는 기계를 이용하여 옷을 만들기 시작하였어요. 지금은 우리 가정에서도 재봉틀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재봉틀을 가정집에서도 많이 이용하였답니다. 베틀. 실을 뽑아 베를 짜는 나무로 만든 기계. 우리나라 베틀은 주로 무명이나 모시, 명주, 삼베 등의 피륙을 짜는 데 이용되었어요. 지금은 모두 전기를 이용하여 기계로 베를 짜지만, 옛날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베틀로 베를 짰는데 이 베틀로 짠 베를 이용해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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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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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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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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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착한 제페토 할아버지는 혼자 살았어요. 가끔씩 찾아오는 이웃 사람들도 해가 저물면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갔어요. “제페토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잘 가게. 식구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니 부럽군.” 모두 돌아간 텅 빈 집 안에는 어디선가 들려 오는 풀벌레 소리만 가득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오늘도 식어 버린 수프로 저녁 식사를 대신할 참이었어요.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옆집에서는 웃음소리가 자주 새어 나왔어요. “하하하! 우리 아들이 참 장한 일을 했구나.” “엄마, 이 치즈 빵은 정말 맛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자기에게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한 할아버지는 나무를 깎아서 인형을 하나 만들기로 했어요. ‘옆집 아이처럼 귀여운 나무 인형을 만들어야지. 동그란 얼굴에 오뚝한 코, 입도 예쁘게 말이야.’ 제페토 할아버지는 정성껏 나무를 깎고 다듬었어요. ‘쓱쓱 뚝딱, 뚝딱 쓱쓱.’ 밥 먹고 잠자는 일도 잊을 만큼 열심이었죠. 마침내 나무 인형은 완성되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가만히 나무 인형을 가슴에 안아 보았어요. ‘나무 인형이 진짜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데 그날 밤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제페토 할아버지가 잠든 사이에 천사가 나타난 것이죠. 천사는 요술 막대를 나무 인형에게 갖다 대며 말했어요. “나무 인형아, 이제 너는 말을 하고 움직일 수 있단다. 앞으로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진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요술 막대를 든 천사는 다시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요.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무 인형이 인사를 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어요. “오, 네가 말을 하다니.” 제페토 할아버지는 자기 볼을 꼬집어 보았어요. 분명 꿈은 아니었죠. “정말 반갑다. 네 이름을 뭐라고 할까. 그래, 피노키오가 좋겠어. 너도 마음에 드니?” 제페토 할아버지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족이 생겨서 너무나 기뻤어요. “피노키오야, 네가 있어 너무 행복하구나. 내일부터 학교에도 보내 주마.” 제페토 할아버지는 당장 연필이며, 공책이며, 가방을 사 주었어요. 그렇지만 피노키오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 날 아침, 피노키오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가 정성껏 싸 준 책가방을 메고 가는데, 빵집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어요. 피노키오는 다짜고짜 빵집으로 들어갔어요. 빵을 처음 본 피노키오가 신기해하며 자꾸만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대는 바람에 빵집은 온통 크림과 잼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답니다. “도대체 네 부모님은 누구냐?” “제페토 할아버지가 저를 만드셨어요.” 피노키오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어요. 결국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 대신 감옥에 갇히고 말았죠. 피노키오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에요. 피노키오는 반성을 하기는커녕 신이 났어요. 할아버지가 없으니 이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죠. 어느새 저녁이 되었어요. 집 안에 혼자 남은 피노키오는 무섭고 배가 고팠어요.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지금쯤 맛있는 저녁을 먹었을 텐데.” 피노키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보았어요. 가난한 제페토 할아버지의 집에는 수프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어요. 그나마 피노키오는 어떻게 끓여 먹는지도 알지 못했어요. “할아버지 빨리 돌아오세요!” 그제야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리워졌답니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어요. 피노키오 걱정으로 한숨도 못 잔 제페토 할아버지는 쉬지도 못하고 수프를 끓였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가 수프를 다 먹고 나자 조용히 타일렀어요. “얘야, 오늘부터는 부디 착하게 살아야 한다.” 피노키오는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먹을 거나 좀 더 주세요.” 피노키오는 자기만 수프를 먹었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무척 배가 고팠지만, 꾹 참았어요. 맛있게 음식을 먹는 피노키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지요. “그래, 내가 나가서 뭘 좀 사 오마.” 이때, 밖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어요. 잠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제페토 할아버지의 손에는 책과 배 한 개가 들려 있었어요. 한데 제페토 할아버지가 입고 나갔던 스웨터가 보이지 않지 뭐예요. “스웨터는 어떻게 하셨어요?” “음, 그걸 팔아 이 책과 배를 샀단다.” 순간 피노키오는 마음이 아팠어요. “할아버지, 이 책을 가지고 내일 학교에 가겠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다시 기운이 나는 듯했어요. 스웨터 따위는 전혀 아까운 줄 몰랐죠. 다음 날, 피노키오가 또다시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어요. 빵집을 지나 언덕길로 들어서는데, 이번에는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려 오지 뭐예요. 마침 옆에 있던 여우와 고양이가 피노키오를 꾀었어요. “우리 마을에 꼭두각시 인형 극단이 왔대. 함께 보러 가자.” 피노키오는 인형극이 아주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난 돈이 없는걸.” “네가 가지고 있는 책을 팔면 돼.” 여우와 고양이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스웨터를 팔아 사 준 책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할아버지 생각에 잠시 망설이던 피노키오는 결국 책을 팔아 표를 사고 말았죠. “와, 너무 재미있다!” 피노키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인형극을 보았어요. 이때, 못된 여우와 고양이가 인형극단 단장을 만나서 심상찮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단장님, 저 나무 인형을 데리고 다니면서 공연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을 거예요.” “말하는 나무 인형은 다시 만나기 어렵죠.” 단장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해 보았어요. ‘정말 저 말하는 나무 인형만 있으면 틀림없이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을 수 있을 거야.’ 단장은 여우와 고양이에게 금화 다섯 닢을 건네주고는 피노키오를 창고에 가두고 말았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피노키오는 겁이 나서 울음을 터뜨렸죠. 그러자 단장은 마구 매질을 하며 무섭게 소리쳤어요. “넌 내일부터 나와 함께 인형극을 해야 해. 말하는 나무 인형이라,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겠는걸. 으하하!” 피노키오는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생각을 하자 더욱더 집으로 가고 싶어졌어요. ‘아,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와 줄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피노키오는 울다 지쳐 그대로 창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천사가 다시 나타났어요. 천사는 모르는 척 피노키오에게 물었어요. “할아버지가 사 주신 책은 어떻게 했니?” 피노키오는 무척 반가워하며 말했어요. “여우와 고양이가 몰래 제 책을 훔쳐 갔어요. 천사님, 빨리 좀 구해 주세요.” 천사는 피노키오의 거짓말에 화가 났어요. 그 벌로 피노키오의 코가 쭉쭉 늘어나게 만들었어요. “천사님, 제 코가 왜 이렇죠?” 천사는 코가 늘어난 이유를 설명해 주었어요. “나쁜 짓을 한 건 여우와 고양이예요.”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을 할수록 자꾸만 길어졌어요. 그제야 피노키오는 잘못을 인정했어요. “천사님,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을게요!” “좋아, 다시 한번 너를 믿어 보마. 여기서 나가면 곧장 제페토 할아버지에게로 돌아가거라.” “예, 할아버지에게 돌아가 착한 아이가 될게요.” 천사는 딱따구리를 불렀어요. 딱따구리에게 피노키오의 코를 쪼아 본래의 모습대로 만들어 주도록 했답니다. 창고를 탈출한 피노키오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어요. 스웨터를 팔아 책과 배를 사 온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이제야 알았어. 어서 가서 용서를 빌고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 드려야지.’ 피노키오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어요 “할아버지! 제가 돌아왔어요.” 그런데 제페토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죠. “할아버지! 제페토 할아버지!” 피노키오는 목이 메도록 큰 소리로 제페토 할아버지를 불렀어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안 됐다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얘야, 제페토 할아버지는 너를 찾아 바다로 나갔다가 커다란 고래에게 잡아먹혔지.” “뭐라고요, 그게 정말이에요?” 한동안 엉엉 소리 내 울던 피노키오는 마음을 굳게 다졌어요. “할아버지를 구해야 해!” 피노키오는 정신없이 바다로 달려갔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물속으로 들어가자, 피노키오를 발견한 고래가 서서히 다가왔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를 삼킨 바로 그 고래였죠. “우와, 엄청나게 큰 고래구나!” 막상 고래를 본 피노키오는 두려워졌어요. 그렇지만 제페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냈어요. ‘쩍!’ 고래가 피노키오를 삼키려고 커다란 입을 벌렸어요. 일부러 잡아먹히려고 하는 피노키오의 속셈을 알아차릴 수는 없었죠. “으악!” 피노키오는 비명을 지르며 온갖 물고기들과 함께 고래 뱃속으로 휩쓸려 들어갔어요. 고래의 식도를 지나 위장 속에 다다르자, 한 구석에 힘없이 앉아 있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어요. “할아버지!” “아니, 피노키오로구나!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어요. “할아버지, 다시는 말썽 피우지 않을게요.” “괜찮다, 다시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단다.”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깊이 감동했어요. “얘야, 빨리 여기서 빠져나갈 궁리를 해 보자꾸나.”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는 무릎을 맞대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답니다. “맞아! 불을 피워 보는 것이 어떻겠니?” “불이라고요?” “그래, 이 속에 연기를 가득 채워서 고래가 기침을 하도록 만드는 거야.” “그거 좋은 방법인데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고래가 먹이와 함께 삼킨 나무토막이며 옷가지들을 주워 모아 불을 지폈어요. 곧 매운 연기가 고래 배 속에 가득 차올랐죠. 연기를 참다못한 고래는 마침내 굉장히 큰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어요. 그 바람에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힘내세요, 할아버지!”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업고 헤엄을 쳐 뭍으로 올라왔어요. 그날부터 피노키오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었답니다. 학교도 빠지지 않고, 집에 돌아와서는 열심히 할아버지의 일도 도왔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꼭 제페토 할아버지의 몫은 따로 남겨 두었어요. “착한 아이가 되어 주어 고맙다, 피노키오야.” 제페토 할아버지는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노키오 앞에 다시 천사가 나타났어요. “아주 착한 아이가 되었구나, 피노키오. 앞으로도 늘 할아버지를 보살피며 착하게 살거라.” 천사는 약속한 대로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피노키오는 제 몸에서 ‘콩당, 콩당’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어요. 굉장히 황홀한 느낌이었죠. 신바람이 난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피노키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동화 작가 콜로디(1826 1890)가 지은 동화입니다.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고 나갈 어린이들을 훌륭하게 길러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콜로디는 평생을 아동문학집에 전념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 피노키오의 원래 제목은 피노키오의 모험이었다고 합니다. 이 피노키오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명작 중의 하나이지요. 이야기 속의 피노키오는 마치 어린이 여러분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나무 인형을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 덕분에 피노키오는 완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말하고 움직일 수 있게 변합니다. 말썽만 피우던 피노키오는 친구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지만 천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합니다. 피노키오를 찾아 나선 할아버지가 고래에게 잡아먹히게 되자 피노키오는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래의 뱃속에 들어갑니다. 결국 할아버지를 구한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온갖 어려운 일을 지혜롭게 이겨 낸 피노키오는 용기 있고 정직한 어린이가 되고 가슴이 뛰는 진짜 사람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궁금해요. 꼭두각시 여러 가지 이상한 탈을 씌운 인형을 말해요. 그리고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죠. 꼭두각시는 대개 나무로 만들어 인형극에 많이 사용하는데 사람이 무대 뒤에서 끈으로 연결된 것을 잡고 움직이면 인형이 춤을 추게 되어 있지요. 이런 꼭두각시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때의 것은 얇은 널빤지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딱따구리 깊은 산 속에 살면서 날카롭고 단단한 부리로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새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젓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 고목이 우거진 곳의 나무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서 생활한답니다. 새끼는 딱정벌레나 개미의 유충을 먹여서 키우고 어미 새는 장수하늘소나 나무의 열매를 먹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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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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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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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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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교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탈무드는 나라 잃은 유대 민족이 그들의 후손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율법을 책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에요. 탈무드는 총 20권이며, 1만 2천 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랍니다. 그 속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배워야 할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지혜의 바다’ 또는 ‘지혜의 보물 창고’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나귀와 다이아몬드. 옛날 이스라엘의 어느 마을에 라비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종교인 유대교를 믿고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을 ‘라비’라고 하지요. 그 라비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 시내로 져다 파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라비는 나무를 팔기 위해 오고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탈무드를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안 되겠어. 장사를 나갔다 오면 하루가 다 가고, 탈무드를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걸. 난 라비인데. 이렇게 공부에 소홀해서는 안 되지.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라비는 더욱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하여 당나귀 살 돈을 마련하였습니다. 라비는 마침내 한 아랍인으로부터 당나귀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당나귀를 한 마리 사자. 그러면 걸어서 시내를 오고 가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절약될 거야.” “스승님,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제 스승님께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비의 제자들은 스승이 당나귀를 산 것을 기뻐하며, 냇가에서 당나귀를 물로 씻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나귀를 씻기던 라비의 제자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당나귀의 목에서 보석 한 개가 떨어졌어요! 이거 보세요.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다이아몬드예요. 제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라비에게 달려와 말했습니다. “스승님, 이제 더 이상 나무를 져다 팔지 않아도 되겠어요.” 제자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그 다이아몬드를 당나귀를 판 상인에게 당장 돌려 주도록 해라.” 그러자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스승님, 이 당나귀는 스승님이 산 당나귀가 아닙니까? 어찌 아랍인 상인에게 도로 갖다 주라고 합니까?” “내가 산 것은 당나귀지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것만 가지면 되지 않느냐?” 라비는 아랍인 상인에게 다이아몬드를 돌려 주러 직접 장터로 갔습니다. “내가 당신한테서 산 당나귀에게서 이 다이아몬드가 나왔소. 그래서 돌려 주려고 왔소.” 라비가 다이아몬드를 내밀자 아랍인 상인은 놀라운 눈으로 라비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이 당나귀를 사 갔고 이 당나귀에게서 다이아몬드가 나왔으니 당연히 당신 것인데 왜 그것을 내게 돌려 주는 것이오?” “유대의 전통은 돈을 내고 산 물건 이외에는 더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돌려 주는 것이죠.” “유대인들의 신은 참으로 훌륭하군요.” 라비의 대답을 들은 아랍인 상인은 감탄하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혜로운 아버지의 유서.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마을에 아주 지혜로운 유대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유대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아들을 예루살렘에 있는 좋은 학교에 유학을 보냈답니다. 그래서 그 유대인은 방학 때가 아니고는 아들을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예루살렘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이에 그만 몹쓸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기 전에 아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유서를 남겼습니다. 유서의 내용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하인에게 물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다만 원하는 것 한 가지만 가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침내 아버지는 아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 집 하인은 주인이 남긴 유서를 보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주인님께서 모든 재산을 나에게 남기셨어! 세상에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다니. 어서 예루살렘으로 가서 주인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지. 하인은 그 길로 예루살렘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유서를 보여 주며 주인의 아들을 위로했습니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도련님. 비록 주인님께서 모든 재산을 저에게 주셨으나 도련님에게도 원하는 것 한 가지는 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도련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서 말씀해 주세요. 주인님께서 유언하신 대로 제가 그것만은 꼭 지키겠습니다.” “어찌 아버님께서 하인인 자네에게는 모든 재산을 다 주시면서 아들인 나에게는 겨우 한 가지, 원하는 것만 물려 주신다고 하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기는 하였으나 아버지가 남긴 유서를 보고는 놀랍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를 마친 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지혜롭다는 한 라비를 찾아갔습니다. “아버지는 어째서 아들인 저에겐 조금의 재산도 남겨 주시지 않았을까요?” 아들이 불평을 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이 유서를 살펴보면 당신 아버님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 수가 있소.” 라비는 유서를 찬찬히 읽어 보더니 감탄스럽다는 듯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젊은이! 당신 아버님은 정말 당신에게 훌륭한 재산을 남기셨소.” “뭐가 훌륭한 재산이란 말이요!” 아들은 여전히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며 말했습니다. “모든 재산을 하인에게 주게 되면, 그는 기뻐서 당신에게 달려가 그런 사실을 알릴 것이고, 재산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재산은 결국 모두 하인한테 돌아가게 되었는데요.” “역시 젊은이라 지혜가 부족하군요. 하인의 재산은 전부 주인에게 속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시오? 당신의 아버님께서는 당신이 원하는 것 한 가지만은 당신에게 물려 준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잖소?” 라비가 답답하다는 듯 젊은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 하인을 소유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재산은 제 것이 된다는 말이지요?” 아들은 그제야 유서에서 아버지가 남기신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습니다. “이제야 알겠소? 아버님의 깊은 뜻을. 이 얼마나 현명하고 애정이 깊은 생각이오. 그러니 어서 가서 하인에게 젊은이가 원하는 한 가지가 무엇인지 분명히 말하시오.” 뒤늦게 아버지의 참뜻을 깨달은 젊은이는 라비가 가르쳐 준 대로 하였습니다. 젊은이는‘역시 나이 많은 사람의 지혜는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하인도 자유의 신분으로 해방시켜 주었답니다. 은화가든 지갑. 옛날, 이스라엘의 어느 마을에 장사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장사꾼은 도시에서 물건을 싼 값으로 사다가 변두리 동네에 파는 일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도시에 물건을 사러 간 장사꾼은 며칠만 기다리면 물건을 아주 싸게 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며칠 후에 사는 것이 좋겠는걸. 그 때까지 여기서 묵어야겠어.' 장사꾼은 여관에서 며칠 기다렸다가 물건을 사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돈이 많이 든 지갑을 몸에 지니고 있었으므로 몹시 불안했습니다. 도둑이 들어와 그것을 훔쳐 갈까 봐 마음 놓고 잠을 자지도 못했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런 낯선 곳에서 도둑이라도 만나면 꼼짝없이 돈을 다 빼앗길 텐데.' 장사꾼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자신의 돈지갑을 땅에 파묻기로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장사꾼은 자기만 알 수 있도록 돌멩이로 작은 표시를 해 놓고는 여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 물건을 싸게 판다는 날이 되었습니다. 상인은 장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돈지갑을 묻은 장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내, 내 돈, 내 지갑이 없어졌어!" 돌멩이로 표시해 둔 곳을 파 보았지만 장사꾼의 지갑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당시의 일을 떠올려 보았지만, 돈을 땅에 묻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것 참, 알 수 없는 일이군. 어떻게 내 돈을 도로 찾는단 말인가?" 장사꾼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크게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던 장사꾼은 조금 떨어진 곳에 집이 한 채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디 가까이 가서 살펴보아야겠다." 장사꾼은 그 집으로 가서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집 벽에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옳거니, 집 주인이 이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내가 돈을 파묻는 것을 본 것이 틀림없어." 장사꾼은 그 집에 살고 있는 늙은 영감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겠는걸. 그래, 이렇게 여쭈어 봐야겠어." 장사꾼이 그 집 문을 두드리자 한 노인이 나왔습니다. "노인장의 지혜를 좀 빌릴까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장사꾼은 노인장을 높이 치켜세우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는 이 도시에서 물건을 사려고 지갑 두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작은 지갑에는 은화 500개가 들어 있고, 또 다른 큰 지갑에는 은화 800개를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오! 그런데 그게 어찌 되었다는 게요?" 노인 영감은 눈을 반짝거리며 장사꾼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작은 지갑은 아무도 모르게 묻어 두었는데, 나머지 큰 지갑도 땅 속에 묻어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 두는 것이 좋을까를 모르겠어요." "내가 만일 젊은이라면, 먼저 지갑을 묻어 둔 곳에다 큰 지갑도 묻어 두겠소." "역시 그게 좋겠지요. 영감님 말씀대로 하지요." 장사꾼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장사꾼이 돌아가자, 더 큰 욕심이 생긴 영감은 큰 지갑까지 가지려고 자기가 훔쳐 온 지갑을 본래 있던 곳에다 다시 묻어 놓았습니다. 장사꾼은 그것을 숨어서 보고 있다가 영감이 돌아간 후 무사히 자기의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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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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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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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한 마리가 언덕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았어. “오늘은 양을 잡아먹을까? 거위를 잡아먹을까?” 날마다 먹는 생각만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늑대의 눈이 반짝거렸어. 토실토실한 아기 돼지 삼 형제가 길을 걷고 있었거든. 아기 돼지 삼 형제는 각자 살 집을 지으러 가는 길이었어. 자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 돼지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서야 집을 지었어. “지푸라기로 집을 지으면 좋을 거야. 구수한 냄새도 나고 잠을 잘 때도 포근하겠지.” 첫째 돼지는 지푸라기로 대충대충 벽을 쌓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에 휙휙 흔들거리는 지푸라기 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키득키득 웃었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돼지는 온종일 놀다 하늘이 어둑해진 뒤에야 집을 지었어. “나뭇가지로 집을 지으면 멋질 거야.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나뭇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타도 좋겠지.” 둘째 돼지는 나뭇가지로 대충 벽을 올리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나무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배꼽을 잡고 웃었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셋째 돼지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을 지었어. “주룩주룩 비가 내려도 펄펄 눈이 내려도 끄떡없는 튼튼한 집을 지어야지.” 셋째 돼지는 하루 종일 벽돌을 날라 꼼꼼히 벽을 올리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이 쌩쌩 불어도 걱정 없는 벽돌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쳇 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어. 밤이 되자, 늑대가 첫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잠꾸러기 돼지야, 문 열어라!” 첫째 돼지는 덜덜 떨면서 지푸라기 문을 꼭 잡았어. “싫어요.” “킬킬, 그렇다고 내가 그냥 갈 줄 알고?” 늑대는 두 볼을 풍선처럼 부풀렸어. 그러고는 있는 힘껏, “푸우우우” 하고 입김을 불었어. 지푸라기로 대충대충 만든 집은 모두 날아가 버렸어. 첫째 돼지는 ‘걸음아, 날 살려라.’ 셋째 돼지네 집으로 도망을 갔지. 다음 날 밤, 늑대가 둘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늑대는 문 앞에서 둘째 돼지를 불렀지. “놀기 대장 돼지야, 놀자!” “늑대는 정말 싫어요.” 둘째 돼지가 오들오들 떨며 나무문을 꽉 잡아당겼어. “뭐야? 내가 싫다고?” 늑대는 앞발을 번쩍 쳐들었어. 그러고는 있는 힘껏 나무집을 부숴 버렸어. 나뭇가지로 대충 만든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둘째 돼지도 ‘걸음아, 날 살려라.’ 셋째 돼지네 집으로 도망을 갔지. 다음 날 밤, 늑대는 셋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늑대는 문 앞에서 셋째 돼지를 불렀지. “부지런한 돼지야, 놀자!” “지금은 잠잘 시간이에요.” 셋째 돼지는 침대로 올라가 불을 끄고 누웠어. “흥, 건방진 돼지 같으니라고. 가만두나 봐라.” 늑대는 두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고, 배를 불쑥 내밀고 앞발을 번쩍 쳐들었어. 후후후! 쿵쾅쿵쾅 쾅! 하지만 벽돌집은 끄떡도 안 했어.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도 아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어. 다음 날 이른 아침,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었어. 늑대가 다시 셋째 돼지를 찾아왔어. “부지런한 돼지야!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단다. 함께 따러 가지 않을래?” “아직 아침도 안 먹었는걸요.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면 그때 오세요.” 늑대가 돌아가자 셋째 돼지는 재빨리 사과 밭으로 달려갔어. 셋째 돼지가 나무에 올라 바구니 가득 사과를 따고 있을 때, 늑대가 나무 아래서 시커먼 얼굴을 쑥 내밀었어. “너 혼자 사과를 다 따려고?” 늑대가 꼴깍 침을 삼켰어. 셋째 돼지는 사과 한 알을 힘껏 던지며 외쳤지. “사과가 데굴데굴 굴러가요. 저 사과를 주워 주세요.” 늑대는 헐레벌떡 사과를 쫓아갔어. 그사이 셋째 돼지는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 문을 잠가 버렸어. 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를 쫓아가던 늑대는 한참을 달리고서야 셋째 돼지에게 깜빡 속은 걸 깨달았어. 늑대는 뿌드득뿌드득 이를 갈았지. “내 이 녀석을 반드시!” 늑대는 하루 종일 셋째 돼지의 집을 지켜보며 어떻게 하면 잡아먹을 수 있을지 생각했어. “그래, 바로 그거야!” 그날 밤, 늑대는 지붕을 타고 셋째 돼지의 집 굴뚝으로 살금살금 올라갔어. 그때 셋째 돼지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커다란 솥에 보글보글 물을 끓였지. 아무것도 모르는 늑대는 굴뚝으로 단숨에 내려갔어. 바로 그 순간, 아기 돼지 삼 형제는 힘을 합쳐 솥뚜껑을 열었어. 풍덩! “앗, 뜨거워. 앗, 뜨거워.” 늑대는 새빨개진 엉덩이를 움켜잡고 뛰쳐나갔어.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지.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셋째 돼지가 단단하게 지은 벽돌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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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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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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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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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아름다운 성에 젊은 왕자가 살았어요. 어느 추운 겨울날, 한 노파가 찾아와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었어요. “왕자님, 장미를 드릴 테니 잠시만 쉬어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장미는 얼마든지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 보시오.” 왕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노파의 부탁을 거절했어요. “그러시군요. 흐흐흐.” 순간, 노파는 아름다운 마녀의 모습으로 변했어요. “결국 마법을 피할 수가 없겠군.” “마법이라니?” 왕자님이 마녀를 노려보았어요. 다른 사람의 가련함을 모르는 왕자님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지요. 이것은 왕자님의 나이가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만 피는 장미랍니다. 만일 왕자님께서 이 장미가 시들기 전에 진실한 사랑을 얻는다면 마법이 풀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마녀는 그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왕자님의 몸은 털북숭이 야수로 변해 버렸고 성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보잘 것 없는 물건으로 변했어요.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갔어요. 왕자님은 성 안에 갇혀 외롭게 살아야 했습니다. 오직 마법의 거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왕자님은 성 밖 숲 속에서 요란스런 늑대의 울음소리와 사람 소리를 들었어요. 아마도 길을 잃은 나그네가 늑대를 만난 것이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왕자님은 그 사람을 도와 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어요. “쾅 쾅 쾅!” 그 때, 누군가 황급히 성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마을에 사는 모리스라는 사람이었어요. “아무도 안 계십니까?”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 때, 슬그머니 의자가 움직였어요. 모리스는 깜짝 놀랐지만 늑대에게 쫓기느라 너무 힘이 빠져 털썩 의자에 앉았어요. 그러자 이번엔 찻주전자가 탁자 위에 놓인 찻잔에 차를 가득 따라 주었어요. 모리스는 영문도 모른 채 차를 마셨어요. “네놈은 누구냐? 크아앙!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갑자기 야수의 모습을 한 왕자님이 모리스를 보고 외쳤어요. “살려 주세요. 늑대들에게 쫓겨 그만 이 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내 얼굴을 본 이상 살려 보낼 순 없지.”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시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자님은 무서움에 벌벌 떨고 있는 모리스를 지하 감옥에다 가두어 버렸답니다. 한편, 모리스의 딸 벨은 아버지를 태우고 길을 떠났던 말이 혼자 돌아온 것을 발견했어요. 말은 아직도 겁에 질려 부르르 고개만 흔들었어요. “날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줘. 그럴 수 있지?” 벨은 곧바로 말 등에 올라 고삐를 움켜쥐었어요. 말은 숲이 나타나자 더 이상 가려고 하지 않았답니다. 벨은 하는 수 없이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숲 속을 헤매던 벨은 야수가 살고 있는 성을 발견했어요. “계세요? 안에 아무도 안 계시나요?” 벨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성 안을 두리번거렸어요. 순간, 벨은 어두운 계단 꼭대기에 있는 괴물을 발견했어요. 야수는 벨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혹시 여기 계시나요?” “내가 잠시 지하 감옥에 가두어 두었소.” 벨은 야수로 변한 왕자님에게 말했어요. “제발 아버지를 풀어 주세요. 대신 제가 여기 있겠어요.” 그리하여 벨은 아버지 대신 왕자님의 성 안에서 살게 되었어요. “흠흠, 내 모습이 보기 흉하면 쳐다보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내 방에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돼요!” 왕자님은 정중하게 말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벨은 너무 답답해 성 안을 둘러보았어요. 그러다가 야수가 살고 있는 방인 줄 모르고 그만 문을 열었어요. “누구냐?” 야수가 버럭 고함을 질렀어요. “내 방에는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 벨은 야수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성 밖으로 도망쳤어요. 한참을 도망치던 벨은 자기가 성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를 어째? 길을 잃어 버렸나 봐.” 그 순간 늑대들이 벨에게 덤벼들었어요. “아악! 사람 살려.” 벨은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어요. 그 때, 누군가 벨의 어깨를 잡았어요. 야수였어요. “혼자 숲 속을 다니는 건 위험해요!” 그 때 갑자기 늑대 한 마리가 야수를 향해 덤벼들었어요. 야수는 있는 힘을 다해 늑대들과 싸웠어요. 얼마 후, 늑대들이 모두 도망치고 나서야 야수는 긴장이 풀린 듯 숨을 몰아 쉬었어요. “어머, 피가 나요.” 야수는 늑대들과 싸우느라 피가 나는지도 몰랐어요. 벨은 자기의 옷을 찢어 야수의 팔을 묶어 주었어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벨은 낑낑거리며 야수와 함께 성으로 돌아왔어요. 그 날 이후, 벨은 야수와 친해져서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춤을 가르쳐 주기도 했어요. 야수는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벨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어요. 어느 날, 벨이 용기를 내어 야수에게 말했어요.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딱 하루만 아버지를 보고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야수는 망설였지만 약속을 믿고 허락했어요. 모리스는 죽은 줄 알았던 딸이 돌아오자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어요. “어쨌든 네가 살아 돌아오다니 기쁘구나.” “아버지, 전 하루밖에 있을 수가 없어요. 그 분과 그렇게 약속을 했어요.” “안 된다, 그 괴물에게 내 딸을 빼앗길 순 없어.” 그 때, 벨을 짝사랑하던 사냥꾼 개스통이 들어왔어요. “당신은 아버님과 같이 있어요. 내가 사나운 괴물을 물리치고 올 테니까.” “안 돼요! 절대로 그 분을 해치면 안 돼요!” 사냥꾼 개스통은 결국 마을 사람들을 모아 야수가 살고 있는 성으로 갔어요. “안 돼요!” 벨은 마을 사람들을 말리려 했지만 듣질 않았어요. 한편, 야수가 살고 있는 성으로 쳐들어간 개스통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야수를 둘러쌌답니다. 개스통은 야수에게 칼을 휘둘렀어요. 야수 역시 화가 난 얼굴로 개스통과 싸웠어요. 개스통의 칼이 야수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으~으윽!” 야수는 사납게 몸부림을 치다 개스통을 향해 몸을 던졌어요. 야수와 개스통은 함께 그만 성벽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안 돼요~! 제발 죽으면 안 돼요.” 그 때, 벨이 달려오면서 외쳤어요. “제발 죽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다시 왔잖아요. 흐흐흑.” “아름다운 아가씨, 난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랍니다. 마법을 풀기 위해선 아름다운 아가씨의 진실한 사랑을 받아야 하죠. 정원에 피어 있는 장미꽃이 시들기 전에요.” “당신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벨은 야수의 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러자 야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멋진 왕자의 모습으로 변하였어요. 성 안에 있던 물건들도 본래의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벨의 진정한 사랑으로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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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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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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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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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나라에 아름다운 궁전이 하나 있었어요. 그 궁전에는 늠름하고 잘생긴 열한 명의 왕자와 어여쁜 공주가 살고 있었지요. 궁전 뜰에는 왕자들과 공주가 뛰어노는 소리에 조용할 날이 없었어요. “엘리사, 우리 술래잡기할까?” 술래잡기에서 공주는 번번이 술래가 되고 말았어요. “엘리사, 오빠들을 찾아보렴.” “하하하! 귀염둥이 아가씨, 여기 있어요.” 공주가 오빠를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으면 오빠들은 일부러 잡혀 주곤 했어요. 왕과 왕비는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말았어요. 아름답고 인자하던 왕비가 병이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왕비는 왕자들과 공주를 가까이 오게 했어요. 그리고 한 사람씩 작별의 키스를 해 주었어요. “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막내 공주를 끝까지 지켜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왕에게 말했어요. “제가 죽으면 착한 새 왕비를 맞이하셔서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세요.” 말을 마친 왕비는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얼마 후, 왕은 새 왕비를 맞아들였어요. 새 왕비는 겉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마술을 부리는 마녀였어요. 마녀는 왕자들과 공주 앞에서만 무서운 마녀의 모습을 드러냈어요. 왜냐 하면 마녀는 아이들을 무척 싫어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저 왕자들과 공주를 성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을까?’ 마녀는 틈만 나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엘리사 공주를 더욱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엘리사 공주를 당장 내쫓아 버려야지.” 그리고는 며칠 동안 엘리사에게 물 한 방울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주의 얼굴은 병든 사람처럼 보였어요. 마녀는 임금님께 말했어요. “임금님, 요즘 엘리사의 몸이 좋지 않아요. 공기가 맑은 곳에서 요양을 하면 건강해질 거예요.” 임금님은 새 왕비가 엘리사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줄 알고 흐뭇했어요. “정말 고맙구려. 우리 엘리사를 친딸처럼 여겨 주니.” 그래서 엘리사 공주는 오빠들과 헤어져 시골로 보내졌어요. “호호호, 이제 왕자들 차례야.” 마녀는 이제 왕자들을 쫓아 낼 궁리를 했어요. 어느 날, 왕비가 울면서 왕에게 말했어요. “임금님, 너무 억울합니다. 왕자들은 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않아요. 그뿐만 아니라 왕께서 빨리 돌아가시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난 왕은 당장 왕자들을 내쫓아 버리라고 명령했어요. 왕비는 무서운 마법을 써서 왕자들을 백조로 만들어 쫓아 버렸어요. “호호호, 불쌍한 백조들아, 내 눈앞에서 멀리 사라져 버려라. 그리고 다시는 이 성에 돌아오지 말아라.” 백조로 변한 열한 명의 왕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성 주위를 몇 바퀴 날아다니다가 어디론가 떠나갔어요. 세월이 흘러 엘리사 공주가 어느덧 열다섯 살이 되어 다시 성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성 안의 모습은 예전 같지가 않았어요. ‘웬일일까? 오빠들이 보이지 않아.’ 궁금해진 엘리사 공주가 새 왕비에게 물어 보았지만 대답은 신통치가 않았어요. “엘리사, 오빠들은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단다.” 착한 엘리사 공주는 새 왕비의 말을 믿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들은 돌아오지를 않았어요. 엘리사 공주는 새 왕비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왕비는 엘리사 공주도 영원히 쫓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왕비는 잠이 든 엘리사 공주를 마차에 태워 깊은 산 속에 버려 두고 성으로 돌아왔어요. 아침이 되자 새 왕비는 왕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엘리사 공주는 오빠를 찾으러 간다며 성을 떠났습니다.” 임금님은 새 왕비의 말을 믿었어요. “지금쯤 오빠들은 어디에 있을까?” 엘리사 공주는 울면서 숲 속을 헤매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딸기 바구니를 옆에 낀 노파를 만났어요. “할머니, 혹시 열한 명의 왕자를 못 보셨나요?” “글쎄, 보지 못했는걸. 하지만 저기 호숫가에서 왕관을 쓴 열한 마리의 백조를 보긴 했어.” ‘아! 오빠들이 틀림없을 거야.’ 엘리사 공주는 노파가 일러 준 호숫가를 찾아 백조들이 나타나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해가 지고 하늘은 빨갛게 노을이 졌어요. 그 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열한 마리의 백조들이 호숫가로 날아왔어요. 백조들이 땅에 닿자 놀랍게도 늠름한 왕자로 변했어요.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엘리사 공주는 오빠들에게 달려갔어요. “오빠!” “아니, 넌 엘리사가 아니냐?” 엘리사 공주와 왕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왕자들은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지내다가 밤이 되면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어요. “새어머니는 나쁜 사람이에요. 이제 성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아침이 되어 왕자들은 다시 백조로 변해 하늘을 날아갔어요. 날이 다시 어두워지자 백조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물고 호숫가로 돌아왔어요. 날마다 백조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물고 왔어요. “됐어. 이 정도면 튼튼한 그물을 짤 수 있을 거야.” 밤마다 오빠들은 그 버드나무 껍질로 그물을 짜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엘리사 공주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멋지고 훌륭한 그물이 완성되어 있었어요. “엘리사! 위험하니 빨리 이 곳을 떠나자구나.” 그리고 백조들은 엘리사 공주를 그물에 태우고 하늘을 날아갔어요. 며칠을 쉬지 않고 날아간 곳은 어느 바닷가였어요. 열한 마리의 백조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어요. “오빠, 저기 동굴이 있어요. 저 곳이 좋겠어요.” “그래, 여기라면 안심이구나.” 엘리사는 흐느껴 울면서 간절히 기도를 했어요. “하느님, 제발 오빠들을 구해 주세요. 마법을 풀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기도를 하던 엘리사 공주도 그만 쓰러져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엘리사 공주의 꿈속에 천사가 찾아왔어요. “쐐기풀로 옷을 짜서 그 옷을 오빠들에게 입히면 마법이 풀어질 거야. 다만 열한 벌의 옷이 완성되기까지는 단 한마디도 해서는 안 돼. 말을 하면 왕자들과 너는 죽고 만단다.” 잠에서 깨어난 엘리사 공주는 오빠들에게 꿈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당장 쐐기풀을 뜯어 와야겠어요.” 쐐기풀은 동굴 주변이나 무덤가에 많이 피어 있었어요. 그러나 가시가 많은 쐐기풀을 뜯기란 여간 여려운 게 아니었어요. ‘어떤 어려움도 참고 이겨 낼 거야.’ 엘리사 공주는 다시 한 번 굳게 마음먹었어요. “엘리사가 우리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는 것 같아.” 오빠들은 엘리사 공주가 안스러워 어찌 할지 몰랐어요. 엘리사 공주는 쐐기풀을 뜯어 실을 뽑은 다음 옷을 짜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아침, 백조로 변한 오빠들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엘리사 공주 혼자 남아 열심히 옷을 짜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냥개 한 마리가 동굴 속으로 뛰어 들어왔어요. 사냥개는 엘리사 공주를 노려보며 ‘컹컹’ 짓기 시작했어요. 그 때 사냥꾼이 나타나 사냥개를 꾸짖었어요. 그만 두지 못해!” 사냥개는 금방 얌전해졌어요. 엘리사 공주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어요. “오, 아름다운 아가씨 정말 미안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동굴 속에 혼자 있나요?” 엘리사 공주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사냥꾼은 엘리사 공주가 말 못하는 벙어리인 줄로만 알았어요. “안타깝게도 말을 못하는군요. 사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랍니다. 나와 함께 성으로 갑시다.” 엘리사 공주를 불쌍하게 생각한 왕은 성으로 데리고 갔어요. 성에 도착해서도 엘리사는 쉬지 않고 옷을 짰어요. 대신들이 이런 엘리사 공주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정말 이상한 여자야. 왜 하필이면 쐐기풀로 옷을 짜는 것일까?” “그러게 말이야.” 엘리사는 수군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옷만 짜고 있었어요. 어느 날, 왕은 엘리사 공주에게 청혼을 했어요. 엘리사 공주도 젊은 왕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왕은 많은 신하들과 대주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엘리사 공주와 결혼을 했어요. 대주교는 젊은 왕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헛소문을 퍼뜨렸어요. “왕비는 마녀가 틀림없어. 좋은 옷을 두고 쐐기풀로 옷을 만드는걸 보면.” 소문은 꼬리를 물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어요. 왕은 크게 화를 내며 대주교를 나무랐어요. ‘반드시 왕비가 마녀인 것을 증명해 보이겠어.’ 대주교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엘리사 공주가 아홉 벌의 옷을 지었을 때 그만 실이 바닥나고 말았어요. ‘이 일을 어쩌지. 쐐기풀을 구하려면 동굴까지 가야 하는데 너무 멀잖아.’ 할 수 없이 엘리사 공주는 성 근처에 있는 무덤가에 가 보기로 했어요. 밤이 되자 엘리사 공주는 무덤가로 향했어요. 그리고는 정신없이 쐐기풀을 뜯기 시작했어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 보던 대주교는 ‘옳지’ 하고 왕에게로 달려갔어요. “왕비님은 왜 이 밤중에 무덤으로 갔을까요? 마녀가 아니라면 왜 이런 짓을......?” 왕은 대주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무덤가로 달려갔어요. “이럴수가!” 왕은 그만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어요. 이제 왕도 어쩔 수 없이 대주교의 말을 믿게 되었어요. 그리고 엘리사 공주를 감옥에 가둘 것을 명령했어요. 엘리사 공주는 너무나 억울했지만 변명을 할 수도 없었어요. ‘아, 너무 하세요. 난 마녀가 아니예요.’ 엘리사는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결국 엘리사 공주는 재판을 받고 화형을 당하게 되었어요. 화형은 마녀들에게만 내리는 무서운 형벌이었어요. 왕은 변명 한 마디 못하고 죽게 된 왕비가 불쌍해서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옷을 짤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엘리사 공주는 감옥에서도 쉬지 않고 뜨개질을 했어요. 이제 마지막 한 벌이 남았어요. ‘아, 시간이 없어. 내일이면 사형장으로 끌려갈 텐데. 마지막 한 벌도 빨리 완성해야지.’ 엘리사는 밤을 새워 옷을 짜기 시작했어요. 날이 밝자 사형을 집행하는 관리가 엘리사 공주를 데리러 왔어요. 엘리사 공주는 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뜨개질을 계속했어요. 사람들은 마녀의 화형식을 보기 위해 형장으로 모여들었어요. “저기 마녀가 나타났어.” “아직도 이상한 옷을 짜고 있잖아, 정말 뻔뻔스러워.” “저 옷도 빼앗아 불태워야 해요.”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 때, 어디선가 열한 마리의 백조들이 날아왔어요. “앗, 백조 떼다.” 백조들은 엘리사 공주를 감싸며 빙빙 날고 있었어요. “저것 좀 봐! 백조들이 왕비를 보호하고 있어.” 백조들이 엘리사 공주를 감싸고 있는 사이 엘리사 공주는 재빨리 마지막 옷을 완성했어요. “아! 드디어 열한 벌의 옷이 완성되었어. 자, 오빠들 어서 이 옷을 받으세요.” 엘리사 공주는 백조들에게 옷을 던져 주었어요. 옷을 입은 백조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왕자로 변했어요. 드디어 마법이 풀린 것이었어요. 왕자들은 엘리사 공주를 꼭 안아 주었어요. 그리고 왕자들은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엘리사는 마녀가 아닙니다. 오빠들을 마법에서 구해 주기 위해서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던 것뿐이죠.” 이제 사람들은 엘리사 공주의 참모습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엘리사 공주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격까지 했어요. 왕도 엘리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어요. 왕은 남을 모함하는 나쁜 버릇을 가진 대주교에게 무서운 벌을 내렸어요. 엘리사 공주는 오빠들과 함께 아버지 나라로 갔어요. 왕자들은 힘을 합쳐 나쁜 마녀를 내쫓아 버렸어요. 이제 나라는 다시 평화롭게 되었어요. 엘리사 공주는 두 나라를 오가며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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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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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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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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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어여쁜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임금님은 공주의 이름을 '오로라'라고 지었습니다. 사람들은 공주가 태어난 것을 축하했습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세 명의 요정도 와서 축복의 말을 해 주었습니다. "공주님께 저의 아름다움을 드리겠어요." "저는 다정스런 목소리를 드릴게요." 그때,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마녀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흥! 감히 나를 초대하지 않다니. 공주는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기 전에 물레에 찔려 죽을 것이다. 히히히." 소름 끼치는 목소리와 함께 마녀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들 놀라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러자 아직 축복의 말을 하지 않은 요정이 나서서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입을 맞추면 다시 깨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안심이 안 되어,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라 안에 물레를 모두 불태워 버려라!" 그래서 온 나라의 물레가 모조리 불에 타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공주의 이름을 '로즈'로 바꾸고, 세 요정에게 부탁했습니다. "공주가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맡아서 잘 키워 주시오." "임금님, 염려 마십시오. 공주님은 저희들이 보살피겠습니다." 세 요정은 공주를 아무도 모르는 숲 속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주는 오랜 세월을 숲 속에서 세 요정과 살았습니다. 드디어 공주의 열여섯 번째 생일이 되었습니다. 요정들은 생일 파티 준비를 하느라 몹시 바빴습니다. 어여쁜 아가씨로 자란 공주는 숲속을 거닐며 산딸기를 땄습니다. 그러다가 시냇가에 앉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숲속의 새들도 몰려와 공주와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랫소리는 숲속 멀리멀리 퍼졌습니다. 그때, 말을 탄 멋진 청년이 노랫소리에 이끌려 숲속으로 찾아왔습니다. '어머, 이 숲속에 저렇게 멋진 분이 계시다니!' 공주는 꿈을 꾸듯 황홀해했습니다. 청년은 이웃 나라의 필립 왕자였으나, 자기가 왕자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아가씨, 노랫소리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함께 춤을 추실까요?" 숲속의 동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자와 공주는 즐겁게 춤을 추었습니다. "아가씨, 낯선 사람을 가까이 하면 안 됩니다." 요정들의 말이 갑자기 생각난 공주는, 춤추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공주는 왕자와 금방 헤어진 것이 슬퍼서 엉엉 울었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실 아가씨는 이 나라의 공주님이십니다. 공주님은 내일 이웃 나라 필립 왕자님과 결혼하게 되어 있으니, 그 청년은 잊으세요." 요정들이 공주를 달랬습니다. 이튿날, 공주는 요정들과 함께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필립 왕자가 공주를 만나려고 다시 찾아왔지만, 공주는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공주와 요정들이 성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로라, 오로라, 이리 오렴." 그것은 마녀가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공주는 그 소리에 이끌려, 맞은편에 있는 낡은 성으로 향했습니다. 나사 모양의 원형 계단을 오르자, 옥탑방이었습니다. "하하하. 어서 오너라, 오로라! 너는 내 말을 잘 듣지?" 그곳에는 공주를 저주한 마녀가 물레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주는 이 물레를 돌려라, 어서!" 마녀가 명령했습니다. 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물레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물레를 돌리려던 공주는 그만 실을 감는 뾰족한 토리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아얏! 으으음." 공주는 스르르 그 자리에 쓰러져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오로라 공주가 잠들자, 그 성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다 잠들고 말았습니다. "공주를 구할 사람은 필립 왕자밖에 없어." 요정들은 급히 왕자를 찾아갔습니다. "오로라 공주님이 마법에 걸려 깊이 잠들었습니다. 왕자님만이 공주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공주님을 구해 주십시오." 요정들은 왕자에게 공주 이야기를 하고, 마법의 칼과 방패를 주었습니다.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오로라 공주님을 구해 오겠습니다." 왕자는 굳게 다짐하고, 공주가 잠들어 있는 성으로 갔습니다. "마녀야, 기다려라! 내가 너를 처치해 주마." 왕자가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자, 마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습니다. "흥! 어림도 없는 소리. 어디 마음대로 해 보아라." 마녀는 성 둘레에 가시나무를 두르고, 용으로 변하여 왕자에게 불을 뿜어 댔습니다. 왕자는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왕자가 휘두르는 마법의 칼은 번쩍번쩍 빛을 발하며 용을 위협했습니다. 그러자 용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왕자가 소리치며 용의 가슴을 향해 칼을 힘껏 던졌습니다. "에잇! 내 칼을 받아라! 용으로 변했던 마녀는 비명을 지르며 죽고 말았습니다. 마녀가 죽자, 성 둘레에 쳐졌던 가시나무가 아름다운 장미로 변했습니다. 왕자는 공주가 잠들어 있는 안의 옥탑방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오로라 공주, 내가 왔어요. 어서 일어나시오." 왕자는 잠들어 있는 공주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공주가 "아, 잘 잤다!" 하고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아, 당신은." 오로라 공주는 앞에 서 있는 청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오로라 공주! 내가 바로 이웃 나라 필립 왕자입니다." 왕자는 그제야 자기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왕자님! 고맙습니다." 공주가 깨어나자, 그성안에 잠들었던 모든 것들이 함께 깨어났습니다. 그 뒤 오로라 공주는 필립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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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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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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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물과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가 있었어요. 그 나라의 왕비는 마음씨가 착하고 무척 아름다운 분이었어요. 어느 날, 왕비가 귀여운 아기를 낳았어요. “어머, 어쩜 저렇게 예쁘기도 할까?” “공주님의 살결이 눈보다 더 흰 것 같아.” 사람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백설 공주’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몸이 허약한 왕비는 곧 백설 공주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어요. 백설 공주가 예쁘고 착한 아가씨가 되었을 무렵, 왕은 새 왕비를 맞아들였어요. 새 왕비 역시 아름답기는 했지만 심술이 가득한 것이 탈이었어요. 왕비는 자기가 아끼는 요술 거울에게 물어 보았어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우냐?” 그러자 요술 거울이 당연하다는듯이 대답했어요. “눈처럼 하얗고 착한 백설 공주님이 제일 아름다워요.” 자기가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던 왕비는 화가 치밀었어요. 하지만 요술 거울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답니다.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게 된 왕비는 한밤중에 사냥꾼을 불러 명령했어요. “백설 공주를 숲 속으로 데려가 아무도 몰래 없애 버리게.” 사냥꾼은 차마 백설 공주를 해칠 수가 없었어요. “백설 공주님, 어서 도망가세요! 왕비께서 공주님을 해치려고 합니다.” 백설 공주는 너무나 무서웠어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어요. 백설 공주는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몰랐어요. 무작정 숲 속으로 달려가다가 그만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어요.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린 백설 공주 곁에는 귀여운 동물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모여 있었어요. 흉내내기 왕 앵무새, 달리기 왕 토끼, 도토리 줍기 왕 다람쥐, 맵시내기 왕 사슴, 느림보 왕 거북....... 방귀 왕 스컹크도 있었어요. 물론 지난 밤의 일도 알고 있었지요. “백설 공주님, 우리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게요.” 달리기 왕 토끼가 말했어요. 그제야 백설 공주는 안심이 되었어요. “공주님처럼 마음씨 착한 일곱 난쟁이들이 사는 집이에요.” 동물들은 공주님을 모시고 일곱 난쟁이 집으로 갔어요. 그 때, 일을 마친 일곱 난쟁이들이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인기척에 깜짝 놀란 백설 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을 보고 환한 얼굴로 인사했어요. “이 집의 주인들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아가씨는 누구시죠?” “백설 공주라고 해요.” “공주님께서 왜 이렇게 깊은 숲 속까지 들어오셨나요?” 백설 공주는 이제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어요. 일곱 난쟁이들도 돌아가며 한 사람씩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일곱 난쟁이들은 백설 공주와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즐거워서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답니다. “백설 공주님, 이제 우리와 함께 이 곳에서 살아요!” “고마워요, 여러분.” 백설 공주는 하루하루가 아주 행복했답니다. 일곱 난쟁이들이 일하러 나가면 깨끗이 집 안 청소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었죠. 가끔은 숲 속의 동물 친구들이 백설 공주를 도와 주기도 했어요. “공주님이 만든 음식은 정말 맛있어.” “이렇게 고소한 쿠키는 처음이야.” 그런데 일곱 난쟁이들은 마음 속으로 걱정이 되었어요. 그 못된 왕비가 요술 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어느 날, 왕비는 또다시 요술 거울에게 물어 보았어요. “거울아, 거울아!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이번에도 요술 거울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죠. “일곱 난쟁이와 살고 있는 백설 공주님이 가장 아름다워요.” “뭐라고! 백설 공주가 살아 있다고!” 왕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어요. “내가 직접 일곱 난쟁이들의 집으로 가 봐야겠군.” 왕비는 백설 공주가 못 알아보게 할머니로 변장을 했어요. 그리고 뱀의 다리, 두더쥐의 눈, 개구리의 꼬리, 도마뱀의 날개를 녹여서 독이 든 사과를 만들었어요. “이 사과만 백설 공주에게 먹이면 돼, 흐흐흐!” 할머니로 변장한 왕비의 입에서 으스스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오늘도 숲 속에서는 아침 식사를 마친 일곱 난쟁이들이 일을 하러 길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어요. “백설 공주님, 우리가 일을 하러 간 사이에 누가 찾아오더라도 절대로 문을 열어 줘서는 안 돼요.”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백설 공주가 저녁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할머니로 변장한 왕비가 찾아왔어요. 백설 공주는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 주지 말라던 일곱 난쟁이들의 당부를 깜빡 잊고 말았어요. “아가씨,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오. 좀 쉬어 가면 안 될까요?” “정말 안 됐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호호, 착한 아가씨로군.” 백설 공주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수프를 대접했어요. “이런, 아가씨에게 너무 신세를 지는군. 내게 사과가 한 개 있는데 먹어 볼라우?” 할머니로 변장한 왕비는 재빨리 허리춤에서 빨간 사과를 꺼냈어요. 백설 공주는 손님의 성의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선뜻 사과를 받아 한 입 베어 물었어요. 사과를 먹자마자 백설 공주는 금세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때마침, 이 광경을 지켜 본 숲 속의 동물들이 허겁지겁 일곱 난쟁이들을 부르러 달려갔어요.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일곱 난쟁이들도 백설 공주를 죽음 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할 수는 없었어요. 일곱 난쟁이들은 슬피 울면서 유리로 만든 관에 백설 공주를 넣어 양지 바른 곳에다 옮겨 놓았어요. 숲 속 동물들의 낯빛에서도 웃음기가 싹 가셨어요. “우리가 좀더 잘 보살펴 드려야 했는데.......” “한 명씩 돌아가며 보초라도 서야 했는데.” 일곱 난쟁이들과 숲 속 동물들은 좀처럼 백설 공주 곁을 떠나지 못했어요. 백설 공주를 잃은 일곱 난쟁이들과 숲 속 동물들의 슬픔은 가실 줄 몰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나라 왕자가 그 곳을 지나가다 마침 유리관 속에 잠들어 있는 백설 공주를 발견했어요. 그리고는 일곱 난쟁이들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불쌍하게 생각한 왕자님은 유리관을 열고는 백설 공주에게 키스를 했어요. 이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지 뭐예요! 오랫동안 죽음 같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백설 공주가 스르르 깨어나 미소를 짓는 것이었어요. “왕자님, 당신이 절 구하셨군요.” “아,당신은 내가 본 여자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군요.” 일곱 난쟁이들도 껑충껑충 뛰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어요. 용맹스런 왕자를 보고 숲 속으로 돌아갔던 동물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백설 공주님, 만세!” “왕자님, 만세!” 왕자님은 백설 공주에게 자신의 성으로 가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백설 공주도 왕자님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해서 백설 공주는 일곱 난쟁이들과 헤어지게 되었죠. “여러분, 고마웠어요. 어디에 가더라도 잊지 못할 거예요.” 일곱 난쟁이들도 헤어짐이 슬펐어요. 그렇지만 백설 공주가 행복해지려면 왕자와 함께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들은 한 사람씩 손을 잡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어요. 숲 속의 동물 친구들에게도 손을 흔들어 인사했어요. 왕자의 나라에 도착한 둘은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어요. 그런데 못된 왕비가 그만 백설 공주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말았어요. 왕비는 굉장히 화가 났어요. 스스로 분을 삭이지 못해 비명을 질러대기까지 했죠. 왕비는 요술 거울에게 다가가 다시 물어 보았어요. “거울아, 거울아, 백설 공주보다 내가 더 아름답겠지?” 요술 거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아요! 이제 다시 백설 공주님이 가장 아름다운 분이에요. 백설 공주님은 마음씨까지 천사 같은 분이랍니다.” “뭐라고!” 왕비는 요술 거울을 향해 크게 소리쳤어요. “이런 버릇없는 거울 같으니라고....... 주인도 몰라 보다니!” 왕비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요술 거울을 내던져 버렸어요. ‘쨍그랑!’ 신기한 요술 거울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어요. 왕비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머리카락은 온통 헝클어졌고 값비싼 옷도 갈기갈기 찢어졌어요.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제풀에 지친 왕비는 소동을 그쳤어요. 그러나 이미 모든 사실을 알아챈 사람들은 왕비를 감옥에 가두었답니다. 이제 못된 왕비는 평생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고 말았답니다. “나쁜 짓을 일삼더니 드디어 벌을 받는 거야.” 그 동안 왕비에게 시달림을 당했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수군거렸어요. “착하고 예쁜 백설 공주님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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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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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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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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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의 광장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돌기둥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둥근 돌기둥 위에는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서 있었지요. 왕자의 몸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으로 씌워져 있었고, 두 눈에는 검푸른 빛깔의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칼자루에는 또 빨간 루비가 빛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왕자의 동상을 아주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어요. “왕자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셔!” “왕자님은 꼭 천사 같아!" 어느 날,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이 도시의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다른 제비들은 이미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갔지만 갈대와 노닥거리느라 뒤처지게 된 것이었어요. 제비가 갈대를 처음 만난 것은 이른 봄날이었어요. 노란 나비을 쫓아 날아가다 갈대의 날씬한 몸매에 마음을 빼앗겨 친구가 되기로 한 것이었지요. 그러는 사이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자, 제비들은 서둘러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 버렸어요. 제비는 밤이 되어 잘 곳을 찾다가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보았어요. 제비는 왕자의 발 사이에 사뿐히 내려앉았어요. “우와, 황금 침실이네!” 제비가 막 잠을 자려고 할 때였어요. 갑자기 머리 위로 커다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어요. 놀랍게도 왕자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당신은 누구세요?” 제비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난 행복한 왕자란다.” “그런데, 행복한 왕자님이 왜 울고 계시나요?” 그러자 왕자님이 대답했어요. “이렇게 높은 데 서 있으니 슬픈 일들을 많이 보게 되는구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 주고 싶지만 난 동상이라서 움직일 수가 없어.” “안 됐군요, 왕자님.” “저기 좁은 거리에 가난한 집이 한 채 있는데 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하고 있구나. 그런데 앓아 누워 있는 아이가 과일을 몹시 먹고 싶어하는구나." "제비야, 내 칼자루에 박힌 루비를 빼다가 대신 가져다 주지 않겠니?” “전 갈 길이 바빠서 안 돼요, 왕자님.” “제비야, 그러지 말고 내 부탁 좀 들어 주렴. 응?” 왕자님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부탁하였어요. 제비는 왠지 왕자님이 가여워 보였어요. “알았어요, 오늘 하룻밤만 심부름을 해 드리겠어요.” “고맙다, 제비야!” 제비는 루비를 물고 가난한 집을 찾아갔어요. 그 곳에는 병든 소년이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제비는 열어 놓은 창으로 살그머니 날아 들어가서 바느질 바구니에 루비를 조심스레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왕자님에게로 돌아왔어요. “참 이상해요." "추운 날인데도 온몸이 훈훈해진 것 같아요.” “그건 네가 착한 일을 하고 왔기 때문이란다.” 제비는 흐뭇한 마음으로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다가 곧 잠이 들었어요. 이튿날, 제비는 왕자님에게 인사를 했어요. “왕자님! 이젠 가야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제비야, 제비야! 착한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하고 지내지 않겠니?” 왕자님이 슬픈 목소리로 또 부탁을 했어요. “저 건너편 다락방에 한 젊은이가 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딱해서 볼 수가 없구나.” 제비는 왕자님을 올려다보았어요. “그 젊은이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난롯불은 꺼졌고, 며칠 동안 굶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어 보여. 그에게 내 사파이어 눈 한쪽을 빼다 주렴.” 제비는 하는 수 없이 다락방으로 날아갔어요. 젊은이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책상 위에는 사파이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어요. 젊은이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다음 날, 제비는 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왕자님을 찾았어요.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 한 번만 더 내 부탁을 들어 주지 않겠니?” “벌써 겨울이에요." "눈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구요.” “제비야, 저 아래 어린 성냥팔이 소녀가 가엾게도 성냥을 하수도에 빠뜨리고 울고 있구나. 돈을 가져가지 못하면 매를 맞아야 한단다." "내 한쪽 눈을 마저 빼 저 소녀에게 가져다 주렴.” 제비는 하는 수 없이 왕자의 한쪽 눈을 마저 빼 가지고 소녀에게로 날아갔어요. 제비는 성냥팔이 소녀의 손바닥에 사파이어를 떨어뜨렸어요. 제비는 이젠 정말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눈먼 왕자님을 보니 차마 떠날 수가 없었어요. 그 때 왕자님이 말했어요. “아니야, 이제 너는 남쪽 나라로 가야 해.” 왕자님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어요. “언제까지나 왕자님 곁에 있겠어요.” 그 날 밤도 제비는 왕자님의 발 밑에서 잠을 잤어요. 그리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신기한 것들을 왕자님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제비야, 내 대신 도시를 날아다니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는지 알아 봐 주지 않겠니?” 제비는 이제 도시의 구석구석을 날아다녔어요. 제비는 제일 먼저 어느 부잣집 대문 앞에 헐벗고 굶주린 거지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어두운 뒷골목으로 날아가 보니, 그 곳에도 굶주린 아이들이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어요. 다리 밑에는 두 명의 남자아이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누워 있었어요. “너무 춥고 배가 고파.” 아이들이 신음하듯 중얼거렸어요. 야간 경비원이 순찰을 돌다가 호통을 치며 아이들을 쫓아 냈어요. “여기서 자면 안 돼. 어서 가!” 아이들은 비틀거리며 다른 곳으로 쫓겨갔어요. 제비는 지금까지 본 것들을 모두 왕자님에게 들려 주었어요. 왕자님은 마음이 너무나 아팠어요. “제비야, 내 몸은 순금으로 덮혀 있단다. 내 몸에 붙어 있는 금을 한 조각 한 조각 떼어 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렴.” “알겠어요, 왕자님.” 제비는 왕자님의 몸에서 금박 조각을 떼어 내어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야, 금조각이다! 이것으로 먹을 것을 사면 되겠네.” 아이들의 창백했던 얼굴에 금세 붉은 빛이 돌았어요. “난, 이제야 정말 행복한 것 같구나.” 왕자님이 기뻐하는 걸 보니 제비도 행복했어요. 그러나 눈부시게 빛나던 왕자님의 몸은 이제 보기 흉한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어느덧 서리가 내리고 눈이 오기 시작했어요. 제비는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날갯죽지를 비비며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바늘에 찔린 듯 시리고 아팠어요. 그래도 제비는 왕자님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 동안 왕자님과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날은 더욱 추워지고, 제비는 언 몸을 녹이려고 갖은 애를 써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왕자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 제비는 그만 왕자님의 발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다음 날 아침, 도시의 광장을 지나던 시장이 흉하게 바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보았어요. “세상에, 왕자님 동상이 어떻게 저렇게 변했을까? “너무 흉해서 못 봐 주겠군요.”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이것 봐! 칼자루에 박힌 루비도 없고, 몸에 입힌 금도금도 모두 벗겨지고 없잖아.” “저걸 보게, 발 밑에 제비가 죽어 있네.”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어댔습니다. “이제 저 쓸모 없는 동상을 당장 끌어내립시다!” 사람들은 왕자님의 발 밑에 죽어 있는 제비를 쓰레기더미에 던져 버렸어요. 그리고 왕자님의 동상마저 녹여 버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녹여도 심장만은 녹지를 않는 것이었어요. 쇠붙이를 녹이던 기술자는 왕자님의 심장을 제비를 버린 쓰레기더미 위에다 버렸어요. 그 때, 하느님이 천사에게 말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두 가지만 찾아오라고 말이에요. 천사는 땅으로 내려와 버려진 제비 한 마리와 납으로 된 왕자님의 심장을 가져갔어요. 그것을 본 하느님이 말했어요. “왕자님과 제비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행복을 누릴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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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구둣방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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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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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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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마음씨 좋고 부지런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작은 구듯방을 했습니다. 구듯방에서 항상 밤늦도록 열심히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구두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영감, 눈이 오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러게 말이오. 구두 만들 가죽도 얼마 없는데,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할아버지는 밤새도록 빨간 가죽으로 조그만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할멈, 이 구두를 봐요. 예쁘지? 이것을 팔아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합시다!" "아주 멋지군요. 좋은 임자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는 싱글벙글하며 빨간 구두를 진열장에 내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눈싸움을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소녀가 구둣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달달 떨고 있었습니다. "쯧쯧! 얘야, 들어오렴. 이 구두 신어 봐라." 할아버지는 소녀에게 빨간 구두를 신겨 주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금 남은 빵으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가죽도 없고, 참 걱정이에요. 아까 그 구두를 팔았어야 하는 건데." "걱정하지 말아요. 그래도 그 가엾은 아이는 따뜻하게 지낼 거요." 할아버지는 다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야.' 할아버지는 늘 기쁜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구두 밑창을 만들고 나자 가죽이 모자랐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별나라에서 난쟁이 천사들이 날아왔습니다. "영차, 영차! 이 가죽은 제법 무거운 걸." "힘을 내, 빨리 가야 구두를 다 만들 수 있어." 난쟁이 천사들은 제각기 가죽이며 실, 못 따위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다 왔다." 난쟁이 천사들은 할아버지의 구둣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자, 어서 구두를 만들자." 가죽을 메고 온 난쟁이 천사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벌써 밑창을 만들어 놓으셨는 걸." 난쟁이 천사들은 서둘러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난쟁이 천사들의 구두를 만드는 솜씨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동이 틀 무렵, 멋진 구두가 다 만들어졌습니다. 난쟁이 천사들은 기뻐하며 별나라로 올라갔습니다. '어떻게든지 가죽을 구해서 구두를 다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구둣방으로 나온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 이게 어쩐일이지? 어제 가죽이 모자라서 만들다 말았는데." "글쎄,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요?" 할머니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구두를 진열장에 놓았습니다. "이 구두 아주 멋지군요. 우리 손녀에게 딱 맞겠어요." 구두는 곧 신사 할아버지에게 팔렸습니다. "자, 어서 가죽을 사러 갑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 거지 할머니가 다가와서 사정했습니다. "춥고 배고파요. 이 늙은이를 좀 도와주세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는 가죽을 사려던 돈을 모두 거지 할머니에게 주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구둣방에는 또 예쁜 구두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영감, 이 구두들을 좀 보세요. 정말 훌륭한 구두예요." "참 이상한 일이군.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구두를 가지런히 진열했습니다. 구두는 금세 다 팔렸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구두 판 돈으로 가죽을 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웃을 도왔습니다. 한밤중이었습니다.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문득 잠에서 깨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할머니는 구둣방의 커튼을 살며시 열어 보았습니다. "아니, 저게 뭐야?" 할머니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했습니다. 구둣방에서 난쟁이 천사들이 구두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못을 받아. 이쪽부터 꿰매야 하니까." 난쟁이 천사들은 작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열심히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다 만든 구두는 이리 줘, 광을 내야지." 한쪽에서는 '쓱쓱 싹싹' 약을 바르고 광을 내었습니다. 난쟁이들이지만 여간 재빠르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여러 켤레의 멋진 구두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튿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난쟁이 천사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주 귀여운 난쟁이들이었어요. 그런데 가엾게도 모두 벌거숭이였다오." "그거 큰일인 걸. 감기라도 들면....... 옳지! 우리가 옷과 구두를 만들어 줍시다." "좋은 생각이에요, 영감, 어서 만들어 봅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작은 옷을 만들고, 구두도 만들었습니다. 그 작고 예쁜 옷과 구두를 구둣방에 가지런히 놓아두었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우리 옷이잖아." 구둣방에 온 난쟁이 천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 구두도 있어, 너무 예쁘고 귀여운걸."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인가 봐. 입어 보자." 난쟁이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었습니다. 멋진 구두도 골라 신었습니다. 난쟁이 천사들은 모두 신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난쟁이 천사들을 위한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케이크도 작게 만들었습니다. 한밤중에 찾아온 천사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기뻐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트리를 만드셨구나." 난쟁이 천사들은 춤을 추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난쟁이 천사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였습니다. "저 아이들이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살면 좋을 텐데!"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나 새벽이 되자, 난쟁이 천사들은 서둘러 떠났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난쟁이 천사들은 손을 흔들면서 별나라로 날아갔습니다. 그 뒤로 난쟁이 천사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구두는 날이 갈수록 더 잘 팔렸습니다. "할아버지네 구두를 신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대요." 사람들은 저마다 할아버지가 만든 구두를 신어 보고 싶어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부자가 되었지만,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 남을 도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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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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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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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탈리아에 이름을 떨치던 두 가문이 있었어요. 두 집안은 서로 원수처럼 지내며 만나기만 하면 싸웠어요. 바로 몬테규라는 집안과 캐퓰릿이라는 집안이었죠. 그런데 몬테규 집안에는 씩씩하고 잘생긴 로미오라는 청년이 있었어요. 로미오는 검술도 뛰어나고 학식도 풍부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청년이었어요. 반면 캐퓰릿 가에는 또 천사처럼 아름다운 외동딸 줄리엣이 있었어요. 줄리엣의 아버지는 그런 딸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패리스라는 백작이 결혼 문제로 줄리엣의 아버지를 찾아왔어요. 패리스 백작은 재산도 많고 인품이 뛰어난 미남 청년이었어요. 줄리엣의 아버지도 마음속으로 신랑감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좋아, 오늘 밤 연회가 있으니 참석해 우리 딸을 만나 보게." 드디어 캐퓰릿 가의 연회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몬테규 사람들만은 이 연회에 초대하지 않았어요. 몬테규 사람들 또한 캐퓰릿 가의 연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죠. 그때였어요. 로미오의 친구인 벤볼리오가 말했어요. “로미오, 오늘 캐퓰릿 집안에서 연회가 열린다네. 우리 가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을 찾아보자고?” 하지만 로미오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도 원수 집안인 캐퓰릿 가의 연회에는 갈 수가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그건 좀 위험한 것 같아." 친구 벤볼리오는 계속해서 로미오를 재촉했어요. "가면무도회니까 가면을 쓰고 가면 아무도 우릴 알아보지 못할 거야." 그날 밤 로미오의 친구들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가면을 쓰고 캐퓰릿 가의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마침 줄리엣도 신랑감을 고르기 위해 연회에 참석해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로미오의 심장이 그만 멎을 것만 같았지 뭐예요. "베로나에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니!" 로미오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로미오는 용기를 내어 줄리엣에게로 다가갔어요. 그리고는 조용히 사랑을 고백했어요. "당신의 손을 잡고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저에게 더 큰 영광은 없겠습니다." 줄리엣도 로미오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로미오는 꽃잎 같은 줄리엣의 입술에 입맞춤을 할 수 있었어요.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의 맹세였어요. 그때였어요. 줄리엣의 하녀가 다가오며 외쳤어요. "아가씨! 어머님이 찾고 계세요." 짧은 맹세의 시간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로미오는 줄리엣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당신을 찾으신다는 어머님은 어떤 분이세요?" 줄리엣이 뒤돌아서며 한 마디 남겼어요. "이 집의 주인마님이에요." 줄리엣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미오의 몸이 그만 뻣뻣이 굳어지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저 예쁜 숙녀가 원수 집안인 캐퓰릿 가의 딸이란 말인가?’ 줄리엣 또한 나중에야 자기가 만난 그 훌륭한 청년이 몬테규 가의 로미오라는 것을 알고 말았어요. ‘아! 사랑은 찾아왔건만 왜 이렇게 하늘이 돕지 않는 것일까?’ 두 사람은 서로 가슴앓이를 하며 고민에 빠졌어요. 그 날 밤, 로미오는 줄리엣을 한 번만이라도 더 보기 위해 정원에 몸을 숨기고 있었어요.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캐퓰릿 가의 집안에 불빛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하였어요. "로미오님! 당신이 진정 저를 사랑하신다면 집안과의 인연을 끊고 다가오세요." 줄리엣은 혼자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어요. 바로 그때, 로미오는 줄리엣의 고백을 듣게 되었어요. "오, 줄리엣! 모두 버리더라도 당신을 택하겠소." "아니, 로미오님. 어떻게 이런 위험한 짓을 하시는 거예요?" "내 목숨은 그리 중요하지 않소. 오직 당신의 사랑이 필요할 뿐이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맹세를 하였어요. "로미오님, 진정 저를 사랑한다면 저와 결혼을 하겠다고 맹세해 주세요."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밤이 새도록 사랑을 속삭였어요. 다음 날 로미오는 로렌스 신부님을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줄리엣과의 결혼을 주선해 달라고 간청을 했어요. 그렇지만 신부님은 고개를 저었어요. "하지만, 줄리엣과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신부는 골똘히 생각하다 무릎을 탁 쳤어요. "옳지, 어쩌면 오랫동안 원수지간으로 살아온 두 집안을 화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지." 마침내 두 사람은 부모님 몰래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런데 두 사람의 사랑에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어요.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시오를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가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발생했어요. 로미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이 싸우다 로미오가 그만 티볼트를 찔러 죽이고 말았어요. 이 사실은 마침내 영주까지 알게 되었고 영주는 로미오를 멀리 만투아라는 곳으로 추방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줄리엣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는 부모님이 그만 패리스 백작과의 결혼 날짜를 잡았던 것이었어요.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를 찾아가 이 모든 사실을 고백했어요. "신부님, 어쩔 수 없이 패리스와 결혼해야 한다면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겠어요." 로렌스 신부는 한 가지 방법을 내놓았어요. 그것은 일단 패리스와 결혼 약속을 하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결혼식 전날 밤, 자신이 만든 약을 먹으면 42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캐퓰릿 가의 묘에 유해를 안치할 때, 그때 깨어나 로미오와 함께 다른 나라로 도망을 치는 것이었어요. 드디어 결혼식 전날 밤이 되었어요. 줄리엣은 몰래 침실에 들어가 신부님이 준 약을 단숨에 마셨어요. 줄리엣의 몸은 점점 싸늘하게 변해 갔어요. 다음 날, 유모가 들어와 줄리엣의 몸을 흔들었지만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어요. "결혼식 날,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캐퓰릿 가는 큰 슬픔에 잠기고 집 안은 온통 떠나갈 듯 울음소리로 뒤덮이고 말았어요. 줄리엣은 신부님의 말처럼 캐퓰릿 가의 무덤에 안장되었어요. 한편 신부는 줄리엣과 꾸민 계획을 로미오에게 전해 주기 위해 만투아로 편지를 보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신부의 편지가 도착하기도 전에 줄리엣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먼저 로미오의 손에 들어갔어요. "아! 줄리엣, 나를 두고 먼저 가다니 말도 안 돼!" 로미오는 그 길로 독약을 사 품속에 간직하였어요. 그러고는 미친 듯이 말을 달려 캐퓰릿 가의 무덤에 도착하였어요. 그때, 패리스 백작이 앞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백작은 로미오의 칼싸움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백작을 물리친 로미오는 꽃으로 장식된 관으로 다가가 뚜껑을 열었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줄리엣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요. "오, 내 사랑 줄리엣. 당신을 따라가기 위해 이렇게 달려왔소." 로미오는 줄리엣의 뺨에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는 준비한 약을 마시고 쓰러지고 말았어요. 안타깝게도 이때서야 약 기운이 서서히 사라진 줄리엣이 깨어나고 있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던 줄리엣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흑흑, 로미오님! 내가 죽은 줄 알고 그만. 로미오님이 없는 세상이라면 나도 살아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줄리엣은 로미오의 칼을 집어 들고 자신의 가슴을 힘껏 찔렀어요. 이 때서야 로렌스 신부로부터 모든 얘기를 전해 들은 캐퓰릿 가와 몬테규 가의 사람들이 무덤으로 달려왔어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리고 말았어요. 두 집안의 아버지들은 이 슬픈 청년과 숙녀의 사랑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말았어요. 오랫동안 원수로 지내 온 두 사람은 드디어 악수를 나누고 화해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을 길이길이 기억하기 위해 순금으로 된 동상을 만들기로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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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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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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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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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카렌이라는 귀여운 소녀가 살았답니다. 이 소녀는 병든 어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했기 때문에 남의 집 일을 하며 아주 힘들게 살고 있었어요. 너무 가난했던 카렌은 구두를 살 돈조차 없어 맨발로 다녀야 했습니다. 어느 날, 카렌은 길을 걷다가 유리 조각에 발을 찔렸습니다. 가엾게 여긴 구둣방 아주머니가 가게에 남아 있던 빨간 가죽으로 구두를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걸 신고 다니면 발을 다치지 않을 거야."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카렌은 어머니에게 빨간 구두를 보여 드렸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팔을 뻗어 카렌의 뺨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예쁜 구두를 신은 네 모습을 볼 날이 많지 않을 것 같구나." 깜짝 놀란 카렌이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면 안 돼요!" 그러나 어머니는 이내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카렌은 몸부림을 치며 울어 보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어머니의 장례식 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에 신고 갈 검정 구두가 없었습니다. '이걸 신고 장례식에 가면 안 되는데.' 그러나 카렌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반해 장례식이라는 것도 잊고 외쳤습니다. "정말 나한테 잘 어울리는 구두야!"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고, 어머니의 장례 행렬을 따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빨간 구두를 신은 카렌을 보고는 혀를 찼습니다. "원 저런. 어머니 장례식에 빨간 구두를 신고 오다니!" 카렌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구두라곤 빨간 구두밖에 없었으니까요. "얘야, 어쩌다 그런 구두를 신고 장례 행렬을 따라가는 것이냐?" 어떤 부자 할머니의 물음에 카렌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신발이 그것밖에 없었구나. 쯧쯧.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나와 함께 살지 않겠니?" "그래도 돼요? 할머니." 카렌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뒤, 부자 할머니네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부잣집에서 살게 된 카렌은 어여쁜 숙녀로 자랐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카렌에게 어울릴 구두를 하나 사 주려고 구둣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구두 중에 유난히 카렌의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빨간 구두였습니다. 역시 카렌은 빨간 구두가 제일 갖고 싶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진 할머니는 카렌이 고른 구두가 검정 구두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빨간 구두를 신은 모습을 보면 모두들 예쁘다고 할걸.' 이튿날,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에 갔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카렌을 쳐다보았습니다. 교회에는 검정 구두를 신고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은 자신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배가 끝난 뒤, 할머니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카렌을 꾸짖었습니다. "교회에 빨간 구두를 신고 오다니 또다시 그럴 테냐!" 카렌은 할머니의 화난 모습을 보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할머니, 잘못했어요. 다시는 교회에 빨간 구두를 신고 가지 않겠어요." 그러나 카렌은 다음 일요일에도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로 갔습니다. 교회 문 앞에 앉아 있던 턱수염이 긴 늙은 군인이 카렌을 보고 말했습니다.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에 들어가면 하느님께 벌 받아요, 아가씨." 카렌은 목발을 짚고 일어서는 늙은 군인을 흘깃 한번 쳐다보더니 교회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어도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은 자신의 모습에 반해 기도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카렌이 교회에서 나오자 늙은 군인이 소리쳤습니다. "빨간 구두야, 춤을 추어라!"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카렌이 신고 있던 빨간 구두가 자기 맘대로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신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서 멈출 수가 없어요!" "어떻게 된 거냐, 얘야?" 그때 카렌의 빨간 구두가 할머니를 마구 찼습니다. 황급히 마부가 카렌을 붙잡고 구두를 벗기자 겨우 소동이 멈췄습니다. 할머니는 카렌이 또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에 온 걸 알고 무척 화가 났습니다. "나를 속이고 또 빨간 구두를 신고 오다니. 넌 정말 나쁜 아이로구나." 카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한편, 카렌의 구두에 차였던 할머니는 그 후 병이 나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카렌은 할머니를 정성껏 보살펴 드렸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병은 더욱 깊어져 시름시름 앓게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카렌은 마을에서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빨간 구두를 신은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 거야.' 무도회장에서 카렌의 빨간 구두는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곧이어 연주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카렌도 할머니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렌의 구두가 제멋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구두는 카렌이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자꾸 그 반대 방향으로만 춤을 추며 나아갔습니다. 그만두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카렌은 무도회장을 나왔으나 그래도 구두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카렌이 하느님께 빌었습니다. "제발 멈추게 해 주세요." 그래도 빨간 구두는 멈추지 않고 춤을 추었습니다. 카렌은 전에 교회 문 앞에서 만났던 늙은 군인을 보았습니다. 그 군인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채 빨간 구두에게 명령했습니다. "빨간 구두야, 더욱 빨리 춤을 추어라!" 카렌이 구두를 벗어 보려 했지만 더욱 빨리 춤만 추었습니다. 가시에 스쳐 다리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렀습니다. "아얏, 제발 멈추란 말이야! 구두야!" 빨간 구두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춤을 추었습니다. 카렌의 살려 달라는 애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채 간신히 숲을 빠져나온 카렌은 춤을 추며 어느 장례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자신을 길러 준 할머니의 장례식이었습니다. "아, 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카렌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춤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은 자신의 발을 자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죄수의 목을 베는 사람의 집을 찾아 부탁했습니다. 아저씨, 그 도끼로 구두를 신은 제 발을 잘라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춤을 멈출 수가 없어요. 지금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야만 하거든요. 그 사람은 카렌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잘려 나간 카렌의 발은 빨간 구두를 신은 채 여전히 춤을 추며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카렌은 아픔도 잊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불쌍히 여긴 아저씨는 카렌에게 목발과 가짜 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목발을 짚고 마을로 돌아온 카렌은 장례식에 참석한 뒤, 교회로 갔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저는 정말 나쁜 아이입니다. 저의 죄를 씻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카렌의 참회하는 기도를 듣고 있던 목사님은 교회에서 고아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카렌은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카렌을 친엄마처럼 누나, 언니처럼 잘 따랐습니다. 카렌은 비로소 겉의 아름다움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할머니, 이제야 저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어요." 카렌은 기도를 드릴 때마다 할머니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어느 날, 카렌이 기도를 드릴 때였습니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카렌, 당신은 이제 용서를 받았습니다. 자, 나를 따라오세요." 천사의 부드러운 음성에 카렌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두 손을 모은 그대로 한쪽으로 몸이 기울었습니다. 고요히 눈을 감은 카렌의 영혼은 천사를 따라 편안히 하늘나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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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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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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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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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목에 커다란 혹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가 살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할아버지를 ‘혹부리 염감님’이라고 불렀어요. 어느 날, 혹부리 영감이 장에 갔다올 때였어요. “혹부리 영감님, 어딜 가세요?” 아이들이 영감을 놀렸어요. 그러나 마음씨 착한 혹부리 영감은 크게 화를 내는 적이 없었어요. ‘이 거추장스러운 혹을 떼 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혹부리 영감은 깊은 산 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어요. ‘쿵쿵쿵’열심히 나무를 하던 혹부리 영감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휴우 정말 힘들군. 이제 나이가 들어 나무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 혹부리 영감은 나뭇짐에 기대어 단잠을 잤어요. 어느 새 해가 저물고 사방이 캄캄해졌어요. “이거 야단났네. 자칫하면 산 속에서 밤을 보내고 말겠는걸.” 혹부리 영감은 더욱 발걸음을 빨리 했어요. 하지만 산 속은 금방 어두워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 때, 멀리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어요. “잘 됐다. 저 집에서 쉬어 가야겠어.” 혹부리 영감은 가까이 다가갔어요. “에헴, 여보시오. 여보시오.” 혹부리 영감은 집 주인을 불러 보았어요. 그러나 집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어요. “드르렁 쿨쿨. 드르렁 쿨쿨.” 혹부리 영감이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어요. “아이쿠, 내가 잠을 너무 오래 잤구나. 서둘러 집으로 가야겠는걸.”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인가 보군. 오늘 밤은 이 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혹부리 영감은 지게를 마당에 세워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허름한 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어요. “혼자 있으니 무서워 잠도 오지 않는걸.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혹부리 영감은 무서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이 궁리 저 궁리를 해 보았어요. “옳지. 노래를 불러 볼까?” 혹부리 영감의 노래 실력은 마을에서 소문이 날 정도였어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어허 둥둥 밝은 달아.” 흥이 난 혹부리 영감은 더욱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 때였어요.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났어요. “이상하다. 이 산중에 누가 왔을까?” 때마침 방문이 ‘벌컥’ 열렸어요. “아이고 큰일났네. 저건 도깨비잖아!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됐어.” 그 때, 한 도깨비가 혹부리 영감 앞으로 다가왔어요. “영감! 지금 영감이 노래를 불렀어?” “그, 그렇소이다.” “아. 그래요.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시오? 한 번만 더 들려 주시오.” 혹부리 영감은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어허 둥둥 밝은 달아.” 도깨비들은 노랫소리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노래가 끝나자 도깨비가 물었어요. "영감. 그 고운 목소리는 어디서 나는거야? 참 신기하네?" 혹부리 영감은 비로소 안심을 하며 침착하게 말했어요. "허허허 이 목소리는 입에서 나오지." "에잇, 거짓말 말고 바른 대로 알려 줘." 난처해진 혹부리 영감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그래서 길게 늘어진 혹을 만지작거리기만 하였어요. "알았다. 그 고운 소리는 혹에서 나오는 거지?" 혹부리 영감은 뜻밖의 질문에 당황했어요. '그래, 이 혹에서 나온다고 말해 버리자.' 혹부리 영감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어요. "바로 맞추었소. 사실 내 노래는 이 주머니에서 나온다오." "그럼, 그렇지 내가 바로 맞췄어." 그리고 도깨비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소근거리더니 혹부리 영감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영감! 그 노랫 주머니를 우리에게 파시오! 값은 얼마든지 쳐 주겠소." 혹부리 영감은 정색을 하며 말했어요. "턱에 붙은 것을 어떻게 판단 말이오." "그건, 걱정 말아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금과 은이 쏟아져 나왔어요. 도깨비들은 자루 속에 금과 은을 가득 담았어요. "자, 이걸 줄 테니 어서 바꾸도록 해요." 혹부리 영감은 못 이기는 척하며 말했어요. "할 수 없군. 자 그럼 노랫 주머니를 떼 가시오." 그러자 도깨비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혹부리 영감의 혹을 '뚝' 떼어 갔어요. 혹부리 영감은 얼떨떨하여 혹이 붙었던 턱을 어루만져 보았어요. 도깨비들은 혹을 가지고 쏜살같이 사라졌어요. "허허허. 정말 어리석은 도깨비들이야. 이제 혹도 떼어 내고 보물도 얻었으니 난 부러울 것 없는 부자야." 혹부리 영감은 기분이 좋아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어요. 날이 밝자 혹부리 영감은 보물을 지게에 가득 짊어지고 마을로 내려왔어요. 혹부리 영감을 본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정말 이상해요. 간밤에 무슨 일이 생겼던게 분명해." 마을 사람들은 혹부리 영감의 집으로 몰려갔어요. "혹부리 영감님! 조롱박 같은 혹은 어떻게 했어요?" "허허허, 그 혹은 도깨비들에게 주었다오." "혹부리 영감님은 좋겠어. 혹도 떼고 부자도 되었으니"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을 사람들은 혹부리 영감을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그 마을에는 혹이 달린 영감이 또 한 사람 살고 있었어요. 그 영감은 욕심이 많고 심술궂기로 소문이 났어요. 때마침 심술쟁이 영감도 그 소문을 전해 들었어요. '음 내일은 그 혹부리 영감을 찾아가서 자세히 물어 봐야겠어.' 심술쟁이 영감은 날이 새기가 무섭게 혹부리 영감을 찾아갔어요. "여보게 친구. 대체 어떻게 해서 혹도 떼고 벼락부자가 되었는가?" 혹부리 영감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 주었어요. "아하, 그랬었군. 알려 줘서 고맙네." 심술쟁이 영감은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흥, 나도 혹을 떼고 부자가 될 거야." 집으로 돌아온 심술쟁이 영감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갔어요. 산길을 걸어 깊은 산 속에 도착했어요. "아이고 멀기도 해라. 분명 여기 어딘가에 도깨비가 나오는 빈 집이 있을 텐데." 심술쟁이 영감은 산 속을 뒤지고 다녔어요. 해가 저물어 갈 무렵에서야 혹부리 영감이 말했던 빈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옳거니, 저 집이 도깨비가 나온다는 그 집이군." 심술쟁이 영감은 빈 집에 들어가 벌러덩 누웠어요. 밤이 깊어 가자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아이고, 정말 도깨비가 나올 만 하네." 심술쟁이 영감은 있을까 말까 하고 망설이게 되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 곳까지 왔으니 용기를 내자." 심술쟁이 영감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어디선가 도깨비들도 이 노랫 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요. ‘이놈, 잘 만났다. 우리가 또 속을 줄 아느냐?’ "넌, 또 웬 녀석이냐?" 눈이 부리부리한 도깨비가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어요. "저, 저는 노랫 주머니를 팔러 다니는 사람인데요." "으하하하, 노랫 주머니를 팔러 이 곳까지 왔단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요." "이 혹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나온단 말이지?" "암, 그렇구 말구요." "뭐? 이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구! 이런 못된 거짓말쟁이 혼 좀 나 봐라." 그제야 심술쟁이 영감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도깨비들은 자루 속에서 혹을 꺼내더니 심술쟁이 영감의 턱 한 에 철썩 갖다 붙였어요. "이런 엉터리 노랫 주머니는 필요 없으니 가져가거라." "아이쿠, 내 혹도 지겨운데 남의 혹까지 달았으니 이제 어쩌면 좋지." 심술쟁이 영감은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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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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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해 바다 용왕이 병이 들고 말았어요. "내가 큰 병이 들어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낫지 않는구나." 그러자 충성스런 신하, 잉어가 말했어요. "인간 세상에 세 사람의 용한 의원이 있다고 하옵니다. 그들을 부르소서." 잉어의 말을 들은 용왕은 신하를 보내 의원들을 용궁으로 불렀어요. "내가 큰 병이 들었소이다. 그대들의 신기한 의술로 나를 고쳐 주시오." 세 의원은 차례로 용왕을 진찰하였어요. "어서 말해 보시오. 내가 다시 일어날 것 같소?" 용왕이 재촉하자 의원들이 말했어요. "죄송하옵니다만 저희들의 의술로는 어렵사옵니다." 의원들의 말에 용왕과 신하들은 몹시 슬퍼하였어요. "슬픈 일이구려. 그럼, 그대들의 정성을 다한 약이라도 지어 주시오." 의원들은 용왕의 곁을 물러나 한참 동안 의논을 하였어요. 마침내 의원 한 사람이 다시 용왕에게 와서 아뢰었어요. "인간 세상의 살아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가능합니다만." 그 말을 들은 용왕과 신하들의 눈이 반짝 빛났어요. "토끼의 간을 먹으면 정말 병이 낫겠소?" "토끼는 귀한 동물입니다. 그것을 드시면 반드시 나으실 것이옵니다." 용왕은 모든 신하를 불렀어요. "누가 토끼의 간을 구해 올 것인가?" 그러자 머리는 동그렇고, 다리가 여덟 개인 문어가 말했어요. "제가 재주는 없지만 인간 세상에 가서 토끼를 산 채로 잡아 오겠나이다." 이번에는 별주부라는 별명을 가진 자라가 나섰어요. "문어는 인간 세상에 가면 잡아먹히고 말 것입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나 문어도 지지 않았어요. "인간들은 자라탕을 아주 좋아하옵니다. 제가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문어는 물속에서만 살 뿐 육지에서는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뭍에서도 걸어 다닐 수 있지 않습니까?" 문어는 결국 자라에게 양보를 하고 말았어요. "용왕님. 저는 바다에서만 살아서 토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림 잘 그리는 화가에게 토끼의 모습을 그리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용왕은 화가를 불러서 토끼를 그리게 하였어요. 자라는 토기 그림을 목 속에 집어넣고 인간 세상으로 나왔어요. 자라가 육지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꽃 피는 봄이었어요. 온갖 새들이 즐거이 노래하고 아름다운 꽃을 찾아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지요. 자라는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토끼를 찾았어요. 다람쥐, 노루, 사슴, 너구리 등의 동물들도 만났어요. "이렇게 많은 동물 중에 어떻게 토끼를 찾는담?" 자라가 동물들을 살피면서 길을 가는데 그림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자라는 얼른 그림을 꺼내 살펴보았어요. 분명히 토끼였어요. "여보시오. 거기 토 선생이 아니시오? 나는 바다의 호걸 별주부라 하오." 토끼가 자라르 보고 귀를 쫑긋 세우며 멈췄어요. "그런데 별주부 님은 참 이상하게 생겼네요?" "하하하. 나는 바다와 육지에서 다 살 수 있게 하느라 이런 생김새가 되었지요." 자라와 토끼는 애기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찬해졌어요. "그런데 용궁에는 무서운 짐승들은 없나요? 활을 들고 다니는 사냥꾼도 없어요?" "없어요, 우리는 매일 즐거운 잔치를 하며 부귀영화를 누린다오." 그 말을 들은 토끼는 갑자기 용궁이 궁금해졌어요. "별주부 님 그런 곳에 살고 있다니 복도 많습니다." "토 선생, 우리 용궁에 한번 놀러 가지 않으실래요?" 그러나 토끼는 고개를 저었어요. "나는 육지에서 사는 동물입니다. 바닷속에 들어가자마자 가라앉고 말 거예요." "토 선생.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오. 내 등에 업혀서 눈만 딱 감고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용궁에 도착하지요." 그러나 토기는 아무래도 불안했어요.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그게 마음에 걸려서." "말해 보시오. 꿈 해몽이라면 내가 일가견이 있다오." "칼이 내 배를 갈라서 피가 나온 건 왜일까요?" 그러자 자라는 아무렇게나 둘러댔어요. "아하, 피. 아마 그건 벼슬을 할 징조로군요." 그때, 바위 밑에서 달첨지라는 별명을 가진 너구리가 나왔어요. "이 미련한 토끼야. 너는 속고 있는 거야." 자라는 갑자기 나타난 너구리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쳤어요. "토끼가 부귀영화를 누릴 것 같으니 배가 아픈 모양이구나." 그러나 너구리도 지지 않고 말했어요. "자기 분수껏 살아야 한단다. 토끼야." 그 말에 토끼는 조금 망설였어요. 그러자 자라는 혼자서 앞장서며 말했어요. "싫으면 그만두시오. 토 선생이 잘 된다고 나한테 좋을 것도 없지요." 토끼는 망설이던 태도를 바꾸어 얼른 자라를 따라갔어요. "아니오. 나도 데리고 가시오." 그 말에 자라가 활짝 웃었어요. "자, 내 등에 업히시오." 토끼는 자라의 등에 업혀 바다로 들어갔어요. 바닷속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자라와 토끼는 금세 용궁에 도착했어요. 그러나 용궁에 도착하자마자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토끼를 용왕 앞으로 끌고 갔어요. "내가 큰 병이 들었는데 네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너는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토끼는 그제야 속은 것을 알았어요. 토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꾀를 내어 말했어요. "이왕 죽을 목숨이니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우리 토끼는 아침 이슬과 저녁 안개를 먹고 약이 되는 풀과 좋은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론 훌륭한 약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간을 달라고 야단이지요. 그래서 얼마나 귀찮은지 토끼들은 아예 간을 빼서 맑은 물에 씻어 감춰 두고 다닙니다. 별주부가 간이 필요하다는 애기만 했어도. 그런데 별주부가 애기를 하지 않아 그만 빼 둔 채로 오고 말았지, 뭡니까." 그 말을 들은 용왕이 버럭 화를 냈어요. "네 이놈. 세상에 어떤 동물이 간을 떼었다 붙였다 한다더냐?" 그러나 토끼는 태연하게 말했어요. "그럼, 제 배를 갈라 보십시오. 만약 간이 없으면 앞으로 어떻게 토끼 간을 구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용왕은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졌어요. 그때 수천 년 묵은 거북이 나서며 말했어요. "용왕님, 토끼는 꾀가 많은 동물입니다. 거짓말이 분명하니 어서 간을 내어 잡수십시오." 거북의 말을 들은 토끼가 배를 내밀며 말했어요. "참 미련한 거북이구나 그럼 어서 칼을 가져와서 내 배를 갈라 보십시오 자, 어서 배를 가르시오." 토끼의 당당한 모습에 그만 용왕의 생각도 바뀌고 말았어요. "정말인가 보다. 자라는 다시 토끼와 함께 육지로 가서 토끼의 간을 가져오도록 하여라." 용왕은 잔치를 베풀어 토끼를 잘 대접한 다음 육지로 돌아가게 하였어요. 용궁을 무사히 빠져나온 토끼는 육지에 닿자마자 자라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렸어요. "이 미련한 자라야. 세상에서 간을 빼놓고 다니는 동물이 어디 있다더냐?" "아니, 저것이!" 별주부는 속은 것이 분해 눈물을 흘리며 용궁으로 돌아갔어요. 토끼는 신이 나서 산속으로 힘차게 뛰어갔어요. 그러나 너무 기쁜 나머지 독수리가 달려드는 것을 그만 보지 못했어요. 토끼는 독수리의 발톱에 채여 대롱대롱 매달린 채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어요. 잠시 생각을 하던 토끼가 또다시 꾀를 내어 말했어요. "독수리 아주머니. 아주머니를 위해 양식을 많이 모아 놓은 곳이 있으니 가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러자 독수리가 콧방귀를 뀌었어요. "나는 네가 용궁에 잡혀갔다온 것까지 다 알고 있다. 내가 미련한 용왕인 줄 아느냐? 감히 나를 속이려고 하다니." 그러나 토끼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가 용궁에 다녀온 걸 아시니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집에 양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용궁에서 받아 온 귀한 선물도 있답니다." 그제야 독수리도 솔깃해졌어요. "그렇다면 어디 가 보기나 하자. 그러나 나를 속이려고 하면 너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독수리는 토끼와 함께 바위 굴 앞에 내렸어요. 그러나 독수리는 발톱으로 토끼를 꽉 잡고 놓지 않았어요. "독수리 아주머니. 나를 놓아 주셔야 들어가서 용왕의 선물을 가져오든지 말든지 하지요." "놓아 주면 도망가 버리려고?" "그러면 아주 조금만 놓아 주세요. 내가 손을 뻗어 선물을 꺼낼 수만 있게요." 그래서 독수리는 토끼를 조금 놓아주었어요. "조금만 더요. 손이 닿지 않아요." 독수리는 또 아주 조금 더 놓아 주었어요. "조금만 더 놓아 주면 닿을 것 같아요." 독수리는 두 발 중에 한쪽 발을 놓아 주었어요. 그러자 토끼가 힘이 약해진 독수리 발톱을 툭 치고 굴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이것이 용왕의 선물이에요. 안녕, 독수리 아주머니!" 결국 독수리도 토끼의 꾀에 속고 말았답니다. '토끼의 간'이라고 불리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 동화 가운데 몇 안 되는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입니다.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리자 용한 의원들은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용왕은 신하 중 자라를 시켜 육지의 토끼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수소문 끝에 토끼를 만난 자라는 거짓말을 하며 토끼를 바다로 데리고 갑니다. 용궁에 도착한 토끼는 용왕의 치료 약으로 자신의 간이 필요함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랍니다. 그러나 토끼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재치를 부려 자기의 생명을 지키며 무사히 용궁으로부터 도망쳐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위기에 처했어도 침착성을 잃지 않은 토끼의 지혜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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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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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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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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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산골에 여우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이 여우들은 모두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100살 넘은 여우가 신랑 셋을 잡아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100년 묵은 구미호가 무덤 위에서 재주를 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랫마을에 잔치가 있다지? 신랑을 잡아먹을 좋은 기회야." 몇 번 재주를 넘자, 구미호는 예쁜 새색시로 변했습니다. 아랫마을 최진사 댁에는 막내딸 결혼식이 한창이었습니다. "신랑 신부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사람들은 신랑 신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밤이 되어, 신랑은 신부가 기다리는 신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신부가 둘이 있었습니다. "아니, 시, 신부가 둘이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신랑은 놀라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두 신부는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우겼습니다. '이럴 수가? 구미호가 돌아다닌다더니, 분명 백 년 묵은 여우의 짓일 거야.' 신랑은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흐흠! 오른쪽 여자가 어쩐지 수상한걸!' 그 신부는 몸을 떨며 안절부절못했습니다. "네가 백 년 묵은 구미호지? 에잇, 요사스러운 여우 같으니라고!" 신랑은 벼락같이 그 신부를 끌어다가 대문 밖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 광경을 본 왼쪽의 신부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잘하셨어요. 저는 서방님이 저를 여우라고 할까 봐 걱정했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소. 인제 여우를 쫓았으니 안심하시오." 신랑은 신부를 위로했습니다. "자, 밤이 늦었으니 이제 자리에 듭시다." 신랑은 촛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신랑은 잠자리에 들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호호호, 어리석은 것!" 한밤중이 되자 신랑 옆에 누워 있던 신부가 살며시 일어났습니다. "히히힛! 잠들었겠지? 바로 내가 여우인 줄도 모르고!" 신부는 뒤로 몇 번 재주를 넘자 무서운 구미호로 변했습니다. 구미호는 재빨리 신랑에게 달려들어 간을 빼먹고 도망쳤습니다. 얼마 뒤, 이웃 마을 돌쇠가 깊은 산 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이거 큰일 났군. 비를 피할 데가 없네." 돌쇠는 나뭇짐을 진 채 숲길을 내달았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마을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습니다. "내가 여우한테 홀렸나? 이러다간 산속에서 밤을 새우겠는걸!" 갑자기 여우 생각이 나자, 돌쇠는 온몸이 오싹했습니다. 그때, 멀리 초가집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계십니까?" 돌쇠가 다가가 소리치자, 소복을 입은 여자가 안방에서 나왔습니다. "날이 저물고 비가 와서 그러니 헛간에서라도 머물게 해 주십시오." "그러세요, 마침 윗방이 비어 있으니 들어가 쉬세요." 친절한 여자의 말에 윗방으로 들어간 돌쇠는 잠을 청했습니다. 이윽고 돌쇠가 잠들려는 순간, 밖에서 '슥삭슥삭'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던 돌쇠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여자가 여우 꼬리를 흔들며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으아악! 저, 저건 구미호!" 돌쇠가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여자가 돌아다보았습니다. 여자는 윗방으로 달려와 칼을 들이대며 말했습니다. "내 비밀을 안 이상 살려 둘 수 없지! 사흘만 기다려라. 내가 신랑 둘을 더 잡아먹은 뒤에 너를 잡아먹으마." "나를 사흘 동안이나 가두어 둔단 말이오? 그럼, 물이나 한 동이 주시오." "물 한 동이? 그거야 문제없지." 여자는 물 한 동이를 갖다주고는 밖에서 문을 단단히 잠갔습니다. 그런데 여우의 꼬리털이 문틈에 끼여서 조금 뽑혀 있었습니다. 돌쇠는 여우의 꼬리털을 뽑아 품에 간직했습니다. 이튿날, 구미호는 예쁜 색시로 둔갑하고 이웃 마을로 갔습니다. 김진사 댁에서는 맏딸을 시집보내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윽고 밤이 되자, 신랑 신부가 신방에 마주 앉았습니다. "수고했소.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신랑이 신부에게 잔을 건네는 순간, 갑자기 신부가 둘이 되었습니다. "앗, 신부가 둘이잖아? 이거 또 구미호 짓이 틀림없군. 아이구, 나 살려 줘!" 신랑은 잔뜩 겁에 질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전해 들은 김진사가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습니다. "어디, 어느 놈이 구미호냐? 내가 당장 물고를 낼 테다!" 그러나 막상 방 안에 들어가 보니, 누가 진짜 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단 말이냐? 인제 우리는 망했다." 김진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땅을 쳤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돌쇠가 김진사 댁으로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진사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구미호를 잡겠습니다." "네가 무슨 수로?" "염려 마시고 몽둥이나 이리 주십시오." 몽둥이를 들고 신방으로 들어간 돌쇠는, 신부들을 벽 쪽으로 서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한 신부의 치마 끝의 올이 풀려 뜯겨져 있었습니다. '옳지, 이쪽이 바로 구미호로구나!' 돌쇠는 몽둥이로 그 신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캐갱캥캥!" 갑자기 몽둥이로 맞은 신부는 그 자리에 쓰러져 구미호로 변했습니다. "도대체 갇혀 있어야 할 네놈이 어떻게 빠져나왔느냐?" 방바닥에 쓰러진 구미호가 무섭게 쏘아보며 물었습니다. "하하하, 물 한 동이로 흙벽을 적셔서 허물고 나왔지." 돌쇠의 말에 구미호는 분해서 이를 갈았지만,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돌쇠가 우리 딸을 구했구먼! 이제야 살겠네." 김진사 내외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구미호를 알아봤나?" 김진사의 말에 돌쇠는 지난밤에, 산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구미호의 꼬리털이 뽑힌 흔적을 살피니 치맛자락이 뜯겨져 있더군요." "허허,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 우리를 살리시려고 신령님께서 돌쇠를 산으로 부르신 게 틀림없어." 김진사는 돌쇠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돌쇠는 슬기롭고 용감한 청년이야. 여보게, 비겁하게 도망간 신랑 대신 자네가 내 사위가 되어 주게나." "제가 진사님의 사위가 돼요?" 돌쇠는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김진사의 딸도 용감한 돌쇠가 좋았습니다. 얼마 뒤, 두 사람은 결혼식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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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주석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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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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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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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장수가 커다란 보자기에 싼 비단을 가득 짊어지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비단을 팔러 다녔어요. “비단 사시오! 비단!” 비단장수의 목소리에 아낙네들이 비단을 구경하러 나왔어요. “어머, 이 비단 좀 봐요. 어쩜 이렇게 곱지?” 하지만 비단은 사지 않고 수다만 떨다가 돌아갔어요. “거참, 이 마을에서는 비단을 한 필도 못 팔았네.” ‘오늘은 장사도 안 되고 힘만 드는 날이군. 정말 피곤해.’ 비단장수는 하루 종일 걸어다녔기 때문에 다리도 아팠지만 어깨가 몹시 아팠어요. 그래서 적당한 곳을 찾아 잠시 쉬어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옳지! 저기 무덤 앞 망주석에 기대어 잠깐 쉬어야지.” 비단장수는 짐을 망주석 기둥에 내려 놓고 털썩 주저앉았어요.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 명절이군. 아이들 추석빔도 사야 하니 부지런히 비단을 팔아야겠어.” 비단장수는 따뜻한 가을볕 아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어요. 얼마나 졸았을까요? 비단장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어요. “아, 내가 깜박 잠이 들었었네. 고개를 넘어가려면 서둘러야겠어.”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분명히 옆에 내려 두었던 비단짐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놀란 비단장수의 눈이 솥뚜껑만큼 커졌어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데도 비단짐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쿠, 큰일났네. 이 일을 어쩌나?” 비단장수는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명절이고 뭐고 장사 밑천을 몽땅 잃어 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비단장수는 가만히 앉아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어떻게 하든지 도둑을 잡고 말 거야.” 비단장수는 이집 저집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둘러보았지만 비단짐을 지고 가는 사람은 보이지 았어요. “저 혹시 비단 짐을 짊어지고 가는 낯선 사람을 못 봤나요?” “아니, 못 봤는걸요.” 비단장수는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일일이 물어 봤어요. 비단장수는 비단짐을 잃어 버리게 된 억울한 사연도 얘기했어요. “쯧쯧쯧, 정말 딱하게 됐군.” 그 때, 누군가 비단장수에게 도둑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었어요. “우리 고을 원님에게 도둑을 잡아 달라고 해 보시오. 아무리 어려운 송사도 척척 해결하시는 소문난 명판관이시오.” “아, 그래요?” 비단장수는 곧장 원님이 계신 관가로 달려갔어요. “사또 나리, 그 비단짐은 저의 목숨과도 같은 것 이니 꼭 찾아 주십시오.” “그것 참, 안 됐구나." “잠깐 조는 사이에 비단짐이 없어졌단 말이지?” 원님은 비단장수의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아무도 비단짐을 가져가는 것 을 본 사람이 없고, 그 앞을 지나간 사람도 없었으니 어떻게 도둑을 잡는담?” 원님도 이번 재판만은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비단장수를 일단 집으로 돌려 보냈어요. 그리고 이틀 후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어요. 비단장수의 이야기는 온 마을에 퍼지게 되었어요. “글쎄, 사또께서 비단장수를 그냥 돌려 보냈대요.” “비단 도둑 하나 잡지 못하고 그냥 돌려 보내시다니 정말 실망이군.” “하지만 우리 원님은 명판관이시니, 분명 도둑을 잡고 말 거야, 두고 보세.” 마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군거렸어요. ‘도둑을 잡지 못하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닌걸.’ 원님은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뭔가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그래, 맞아. 분명 무거운 비단짐을 지고 멀리 갈 수는 없어.’ 다음 날, 관가에서는 비단장수의 재판이 다시 열렸어요. 원님은 비단장수에게 물었어요. “비단장수는 듣거라. 비단을 잃어 버릴 때 묘 앞에는 무엇이 있었느냐?” “예, 묘 앞에는 망주석 두 개가 있었습니다.” 비단장수의 말을 들은 원님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여봐라! 비단이 없어진 무덤가에 가서 망주석을 잡아 오 너라. 비단을 훔쳐간 도둑은 틀림없이 망주석이다.” 나졸뿐만 아니라 비단장수는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망주석은 말 못하는 돌인걸요.” “누가 그걸 모르느냐. 도둑은 분명 망주석이라니까.” 원님은 이렇게 말하며 나졸들에게 엄하게 꾸짖었어요. “뭣들 하느냐, 당장 가서 도둑을 잡아 오지 않고!” 나졸들은 겁에 질려 무덤가로 달려갔어요. 그 때, 한 나졸이 말했어요. “정말 웃기는 일이야. 이 돌기둥에게 재판을 하시려는 원님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않아,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한편, 마을 사람들은 망주석에게 재판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상한 재판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어요. 원님은 미리 문지기를 불렀어요. “문지기는 듣거라. 오늘 재판을 보기 위해 구경꾼들이 몰려올 테니, 옷차림새를 살펴봐서 옷 을 잘 입은 사람들만 들여보내거라.” “예, 사또.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문지기는 원님의 명령대로 재판을 구경 온 고을 사람들을 구별해서 관가로 들여보냈어요. 포졸들은 망주석을 꽁꽁 묶어 관가에 있는 틀에 세워 놓았어요. 그러자 원님은 망주석 앞으로 다가가더니, 큰 소리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어요. “네, 이놈! 망주석은 듣거라. 분명 네가 비단을 훔쳤으렷다!” 원님은 눈까지 부릅뜨며 소리를 쳤어요. 이 모습을 지켜 보던 구경꾼들은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허허 오래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먼.” 고을 사람들은 원님이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어요. 화가 난 원님은 나졸들에게 망주석을 곤장 틀에 매달게 했어요. “여봐라. 저놈을 엎어 놓고 볼기를 쳐라!” “예이.” 나졸들은 망주석의 볼기를 치기 시작했어요. “철썩! 하나요.” “철썩! 둘이요.” 망주석은 비명소리 한 마디 지르지 않았어요. 돌로 만들어진 망주석이 아플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나졸들이 힘껏 망주석의 볼기를 몇 번 내리치자 그만 ‘뚝’하고 곤장이 부러지고 말았어요. 구경꾼들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으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이 때였어요. 원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여봐라! 방금 웃은 자들을 모두 옥에 가두어라!” 나졸들은 고을 사람들을 옥에 가두었어요. “사또 나리,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오.” 옥에 갇힌 사람들은 억울하다며 아우성을 쳤어요. “듣기 싫다! 감히 나를 비웃다니 너희들의 죄는 비단을 훔쳐 간 도둑보다 더 크다.” 원님의 노여움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어요. 그 때, 나이 많은 선비가 나서며 말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원님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옳거니, 이제 됐어. 내 계획대로 일이 잘 풀려 가는구나.’ “하지만 조건이 있느니라. 내일 아침까지 비단을 한 필씩 바치는 사람들은 용서해 주겠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아니, 비단을 바치라니요?” “그 귀한 비단을 하루 만에 어디서 구한단 말이오.” 관가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비단을 구할 수는 있었어요. “옥에 갇히는 것보다 비단을 한 필 바치는 것이 훨씬 낫겠어.”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비단을 사러 다니느라 몹시 바빴어요. 그런데 산 너머에 가면 비단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다음 날이 되자 사람들이 비단을 한 필씩 손에 들고 관가로 돌아왔어요. “사또, 여기 비단이 있습니다.” 원님은 비단을 보더니 빙그레 웃었어요. “비단장수는 듣거라. 이 비단들 중에서 네가 잃어 버린 비단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아라.” 비단을 살피던 비단장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요. “앗, 이 비단들은 모두 제 비단들입니다.” “그럼, 잃어 버린 비단 수와 맞는지 세어 보거라.” “하나, 둘, 셋. 세 필 이 적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만큼이라도 되찾은 것은 사또님의 덕이니, 나머지는 포기하겠습니다.” “안 될 말이다. 나머지도 찾아야지.” 원님은 비단을 바친 사람들에게 비단 산 곳을 일일이 물었어요. “예, 산 너머 비단장수에게 샀습니다.” “사또, 저도 산 너머 비단장수에게 샀어요.” 마을 사람들은 비단을 판 사람이 모두 똑같이 산 너머 비단장수라고 말했어요. “그럴 줄 알았다. 여봐라! 그놈이 비단을 훔쳐간 도둑이니라.” 나졸들이 얼른 그 비단장수를 잡아 왔어요. “네, 이놈! 네가 분명 비단을 훔쳐 간 범인이렷다?” 원님의 불 같은 호령에 겁이 난 도둑은 사실대로 털어 놓았어요. “사, 살려 주십시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나머지 비단 세 필과 비단 판 돈을 모두 내놓거라.” “예, 여기 있습니다.” 원님은 비단장수에게는 비단을 찾아 주고 고을 사람들의 돈도 모두 돌려 주었어요. 재판을 지켜 보던 고을 사람들은 원님을 비웃었던 일을 크게 뉘우쳤어요. 그 후, 사람들은 원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망주석이란 무덤 앞에 세우는 한 쌍의 팔각기둥을 말합니다. 망주석은 죽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세우기도 하지만 무덤을 지켜 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옛날 사람들은 믿었어요. 우리 나라에는 주로 왕릉이나 높은 벼슬을 했던 분들의 묘에서 많이 발견되었답니다. 망주석 재판이란 이야기는 어느 비단장수가 망주석 앞에서 낮잠을 자다 그만 비단짐을 잃어 버림으로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비단장수는 마을 원님께 달려가 비단짐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어요. 그 마을 원님은 지혜로운 분으로 어떤 송사도 척척 해결해 주는 이름난 명판관이었어요. 원님은 고민 끝에 망주석을 잡아 오라고 했어요. 말 못하는 돌기둥을 말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원님이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렸지만 원님의 머릿속에는 다른 계획이 서 있었어요. 망주석에게 곤장을 치자 사람들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 때였어요. 원님은 웃은 사람들에게 벌을 내렸어요. 그리고 비단 한 필을 바치면 풀어 준다고 했죠. 다음 날 사람들은 비단을 구해 왔는데 그 비단은 비단장수가 잃어 버렸던 것과 같은 것이었어요. 결국 원님의 지혜로운 방법으로 도둑을 잡고 비단장수에게 비단짐을 찾아 주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이렇게 전래 동화에는 조상들의 멋진 지혜가 듬뿍 담겨있어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한 토막. 망주석 재판을 한 원님은 아주 훌륭한 판단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기에 비단 도둑을 잡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훌륭한 판단을 한 재상이 중국에도 있었어요. 중국 한나라의 재상 병길이라는 사람이 부하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을 때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싸움을 벌여 멱살을 잡고 서로 잘했다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상 병길은 누구의 잘잘못도 묻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이번에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몹시 힘들어하는 소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병길은 아까와는 달리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소를 얼마 동안이나 끌고 왔느냐?”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방금 저 언덕 머에서 오는 길입니다.” “그런데도 소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구나.” 이 소리를 들은 부하들이 물었습니다. “재상님은 어째서 사람들이 싸움을 해서 다친 것에는 관심이 없고 짐승에 불과한 소가 힘든 것만 걱정을 하십니까?” 그러자 재상 병길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지방 사람들이 싸우는 것은 이 지방 관리가 다스릴 일이지 재상이 나설 일이 아니쟎느냐. 그러나 봄인데도 소가 더위를 먹은 것은 계절에 무슨 변고가 있기 때문이지 않느냐. 계절에 변고가 생기면 온 백성이 힘들어지는 걸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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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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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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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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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험을 보러 평양에서 한양으로 온 김 선달은 주막에 짐을 푼 뒤 내내 놀기만 했어요. 보다 못한 친구들이 나무랐어요. "내일이 시험인데 그렇게 놀기만 하면 어떻하나!" 그래도 김 선달은 천장을 보고 누워 웃기만 했어요. 날이 밝았어요. 친구들은 주막을 나서는 김 선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자네 어찌 된 것 아냐?" "시험장에 가는 사람이......" "이 더위에 솜을 입고, 머리엔 바가지를 쓰고......" 꼭 밥 얻으러 가는 거지같았어요. 드디어 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초시(과거의 맨 처음 시험)라 구술(입으로 묻고 대답하는 것)을 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 불합격이 가려지게 되어 있었어요. 드디어 김 선달의 차례가 되었어요. "아니, 자네 왜 그러는가?" 솜을 입고도 벌벌 떨고 있는 김 선달을 보고 시험관이 물었어요. "네, 염병에 걸려서... 아이고 추워, 덜덜덜덜......" 시험관은 눈이 동그래졌어요. 염병은 아주 잘 옮는 무서운 열병이었어요. "저, 저만큼 떨어져라." 시험관이 말하자 김 선달은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어요. "혹시 제 목소리가 안 들릴까 봐서요. 그래 문제는 뭔가요?" "아, 아무거나 사서 오경 중에서...... 저 버드나무 밑으로 가서 외워라!" 김 선달은 못 이기는 척하고 앞뜰 버드나무 밑으로 갔어요. "웅얼웅얼, 궁시렁 궁시렁......" 아무렇게나 막 중얼댔어요. 물론 시험관은 하나도 듣지 못했어요. 이윽고 다 외웠다는 듯 김 선달이 다시 바짝 다가오려 하자 시험관은 두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어요. "합겨억!" 후후, 김 선달을 걱정하던 친구들은 다 불합격을 했다는군요. 어쨌든 선달이 되었으니 대단하지요? 김 선달의 집은 늘 가난했어요. 어느 봄날, 선달의 부인이 훌쩍거리며 말했어요. "집에 돈이라고는 닷 냥밖에 없어요." "허허, 걱정 마오. 내 당장 벌어 오리다." 김 선달은 큰소리를 뻥뻥 치며 닷 냥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어요. "아참! 오늘이 장날이지. 장에 가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김 선달은 부리나케 저잣거리로 갔어요. 먼저 닭장 앞으로 가서 큰 장닭 한 마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와 잘 생겼다! 이 새가 도대체 무슨 새지?" '새? 닭을 보고 새라니? 이 얼간이.' 닭장수는 슬그머니 김 선달에게 다가갔어요. "맞아요. 전설 속의 봉황새 수컷, 봉이라는 새요." "그럼, 내가 사겠소. 값이 얼마요?" 닭장수는 옳다구나 하고 머릿속으로 셈을 했어요. '닭 한 마리에 두 냥이니 열 배, 그래 스무 냥만 받자.' "스무 냥만 주슈." "뭐요? 난 닷 냥밖에 없는데......" 닭장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장닭을 내밀며 말했어요. "에이, 그럼 닷 냥에 가져가슈." 김 선달은 장닭을 받아 안고는 소리소리 질렀어요. "야, 봉이다! 김 선달이가 봉을 잡았어!" 그리고 그 길로 바로 관가로 달려갔어요. "사또께 아뢰나이다. 제가 귀한 새, 봉을 구하여 사또께 바치러 왔나이다." 사또는 김 선달이 자꾸 장닭을 봉이라고 우기자 노발대발했어요.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거짓말을 해. 가만, 닭장수가 그랬다고? 여봐라, 당장 닭장수를 잡아 오너라." 포졸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닭장수를 잡아 왔어요. "네 이놈, 네놈이 닭을 봉이라고 속여 팔았겠다? 그래, 얼마나 받고 팔았더란 말이냐?" "예, 예 사또 그게......" 닭장수가 더듬거리고 있을 때 김 선달이 얼른 끼여들었어요. “스무 냥을 주고 샀사옵니다.” 이윽고 사또는 판결을 내렸어요. “닭장수는 김 선달에게 스무 냥을 주어라. “닷 냥을 스무 냥으로 만든 김 선달은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어요. 김 선달 앞에 봉이가 붙게 된 까닭, 이제 알겠지요?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봉이 김 선달이 주막 마당 나무 밑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방 안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났어요. "하하하! 새까만 평양 촌놈들." "우히히히! 며칠 동안만 머리를 잘 굴리면 평양 돈 우리가 다 벌어 가겠어." 한양 장사치들이었어요. '뭐? 평양 촌놈? 저 한양 부자들을 어떻게 골탕먹인담?'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김 선달은 대동강변에 이르게 되었어요. 마침 지나가던 두 물지게꾼이 인사를 했어요. "안녕하세요, 선달님." "오, 배 서방 잘 있었나? 박 서방도?" 순간, 봉이 김 선달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김 선달은 큰 됫박을 앞에 놓고 동문 밖에 앉아 있었어요. "자, 한 냥, 물값이오." 짤랑! 짤랑! 지나가는 물지게꾼들마다 돈을 넣고 갔어요. 마침 동문 밖을 지나가던 한양 부자들이 그 모습을 보게 됐어요. "아니, 평양에서는 물값도 받는 모양이지?" "저 많은 대동강물을 다 팔면 도대체 얼마나 되겠나?" 한양 부자들은 부리나케 김 선달한테로 달려갔어요. "저, 선달님. 어떻게 하면 우리도 선달님처럼 대동강물을 팔 수가 있습니까?" 봉이 김 선달은 시치미를 뚝 뗐어요. "대동강물은 대대로 우리 가문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8대조 선조께서......" 부자들은 더 안달이 났어요. "선달님, 대동강물을 통째로 우리에게 파시오. 얼마나 하면 되겠소, 천 냥?" "휴, 그럼......" 한양 부자들은 있는 돈을 몽땅 다 털어 주고 김 선달에게서 대동강물을 샀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한양 부자들은 꼭두새벽부터 됫박을 앞에 놓고 동문 밖에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지나가는 물지게꾼들이 아무도 돈을 내지 않는 것 이었어요. "물값을 내시오!" "물값을 내라니깐?" 물지게꾼들이 달려와 오히려 삿대질을 하며 따졌어요. "이 괘씸한 양반들, 흘러가는 물을 두고 값을 내라니." 한양 부자들은 그제야 속은 것을 알았어요. 그 뒤로부터 한양 사람들은 절대로 평양 사람들을 깔보지 않았대나, 어쨌대나...... 김 선달이 한양 친구네에 갔다가 거리 구경을 나섰어요.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구경을 하다가 어느 과일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머리는 백발에다 얼굴은 주름 투성이인 늙은 주인이 혼자 끙끙거리며 장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왜 없어. 아들이 넷이나 있는걸. 휴, 힘이라고는 하나 없는데 자식들은 저렇게 놀고만 있으니......" 김 선달은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인의 아들들을 혼내 줄 궁리를 하였어요. 김 선달은 자신의 저고리를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물었어요. "옷이요." 그러자 김 선달은 과일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잣을 가리키며 물었어요. "이건 뭐예요?" "잣이오." 그러자 김 선달은 잣을 한 움큼 집어 입 안으로 털어 넣었어요. 그리고는 또 자기 머리 위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그럼, 노인장 이건 뭐요?" "갓이오." 그러자 김 선달은 얼른 가게를 나와 달아나는 시늉을 했어요. 노인이 놀라 큰 소리로 불렀어요. "이보오! 이보오! 잣값을 주고 가야지." "아니, 노인장! 먹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돈을내 놓으라니." 싸우는 소리를 듣고 노인의 아들들이 방문을 열고 나왔어요. 김 선달은 펄쩍 뛰는 아들들에게 말했어요. "노인장이 분명히 '오시요(옷이오)'해서 내가 가게 안에 들어왔고, '자시오(잣이오)'해서 내가 잣을 먹었고, '가시오(갓이오)'해서 내가 간 것 뿐인데 왜? 뭐가 잘못 됐소?" 아들들은 노인을 보고 화를 버럭 냈어요. "아버지, 이제부터 아버지는 가게에 나오지 마세요, 이러다가는 우리 가게 다 망하겠어요." 김 선달은 과일가게를 나서며 노인에게 말했어요. "노인장, 나를 너무 괘씸하게 생각지 마시오, 노인장은 이제부터 자식들 봉양받으며 편히 살게 될 거요." 어때요, 김 선달의 재치가 놀랍지 않아요? 익살과 웃음이 가득한 우리의 전래 동화를 뽑는다면 제일 먼저 봉이 김 선달을 떠올리게 됩니다. 김 선달의 다소 엉뚱하지만 익살스런 행동을 볼 때마다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웃음과 익살 속에는 옳고 그릇된 행동을 따끔하게 꼬집어 주는 교훈이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의 봉이 김 선달은 여러 편의 이야기 중 몇 가지를 옮겨 놓은 것입니다. 과거를 보러 간 김 선달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솜바지에 바가지를 쓰고 과거장에 나타납니다. 이런 김 선달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시험관이 그 이유를 묻자 김 선달은 자신이 무서운 염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자 시험관은 구술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병이 옮을까 봐 김 선달을 멀리 떼어 놓습니다. 멀리 앉은 김 선달은 시험관의 질문에 궁시렁 궁시렁 얼렁뚱땅 대답을 하고 제대로 듣지 못한 시험관은 '합겨억' 이라고 외칩니다. 그 외 김 선달이 봉이 김 선달이라 부르게 된 이유와 대동 강물을 팔아 먹는 이야기와 놀고 먹는 노인 아들을 혼내 주는 이야기 등이 있어요. 봉이 김 선달의 지혜에 깜짝 놀랐죠. 김 선달처럼 뽐내는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지혜도 있지만 친구를 위해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옛날 중국에 소진과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둘은 공부를 함께 한 친구였죠. 그런데 소진이 먼저 출세를 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어요. 소진은 장의 몰래 사람을 보내 친구가 자기에게 벼슬을 부탁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장의가 소진을 찾아갔을 때였어요. 기대와는 달리 아무리 기다려도 소진은 장의를 만나 주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음식도 하인들이나 먹는 것을 주는 게 아니겠어요. 며칠이 지난 뒤에야 나타난 소진은 친구 장의에게 아직도 벼슬자리 하나 차지하지 못했냐며 핀잔까지 주었어요. 자존심이 상한 장의는 다짐했어요. '내 반드시 출세를 하여 이 망신을 꼭 갚고야 말겠다.' 그렇지만 소진은 부하를 불러 말했어요. "친구 장의의 재능을 따를 사람이 없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해서 스스로 출세를 할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욕을 좀 보인 것이니 몰래 뒤에서 도와 주도록 해라." 장의는 그 때부터 열심히 노력하고, 소진의 도움으로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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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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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깊은 산골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나무꾼이 있었어요. 나무꾼은 나무를 한 짐 가득 해서 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것으로 어머니가 좋아하는 호박엿을 사 가지고 돌아오곤 했어요. 늙은 어머니는 사립문 앞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셨어요. “얘야!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니?” “나무가 많아 다 팔고 오느라 늦었지 뭐예요.” 어머니는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팠어요. 장가들 나이가 훨씬 지났지만 너무 가난해서 시집 오겠다는 처녀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휴! 네가 빨리 장가를 가야 할 텐데, 정말 걱정이구나.” 어느 날, 나무꾼은 아침 일찍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갔어요. 열심히 나무를 하던 나무꾼은 숲 속에서 사슴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사슴은 헐레벌떡 뛰어와 나무꾼에게 애원했어요.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저는 지금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어요." 사슴은 겁에 질려 파르르 떨고 있었어요. 나무꾼은 재빨리 솔가지 사이에 숨겨 주었어요. 잠시 후, 사냥꾼이 씩씩거리며 뒤쫓아왔어요. "여보시오! 혹시 도망치는 사슴 한 마리 못 보셨소?" "봤어요. 금방 저쪽으로 도망갔어요." 나무꾼은 엉터리로 가르쳐 주었어요. "사슴아, 이제 됐어. 안심하고 밖으로 나오렴." "휴, 나무꾼님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사슴은 몇 번씩이나 인사를 하고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다음 날, 나무꾼은 또 깊은 산 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커다란 암사슴 한 마리가 나무꾼에게 공손히 절을 했어요. "나무꾼님, 저의 귀여운 아기를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소원을 한 가지 들어 줄 테니 말씀하세요." 나무꾼은 깜짝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맞아! 장가들게 해 달라고 하면 어떨까...' 나무꾼은 늙으신 어머니께서 한숨 짓던 것이 생각났어요. "착한 색시감을 얻어 장가를 들게 해 다오." "좋아요. 저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연못이 하나 있어요. 오늘 밤, 그 곳에 선녀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답니다." 나무꾼은 사슴의 말이 너무 신기했어요.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 동안 날개옷 한 벌을 감추어 두세요. 그러면 선녀 한 명은 옷이 없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될 거예요. 그 때, 그 선녀를 아내로 삼으세요." 그러면서 사슴은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일러 주었어요. "참, 아이 셋을 낳을 동안 만은 절대로 날개옷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답니다." 이 말을 남긴 채 사슴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나무꾼은 사슴이 말한 산꼭대기 연못을 찾아갔어요.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나무꾼은 바위 뒤에서 깜박 잠이 들었어요. 인기척에 놀라 잠이 깬 나무꾼은 연못을 살펴보았어요. 연못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어요. 달빛에 비친 선녀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맞아! 날개 옷 !' 나무꾼은 선녀들이 벗어 놓은 날개옷을 찾아 그 중에서 한 벌을 바위 뒤에 감추었어요. 그리고 선녀들의 목욕이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한참 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은 하나둘씩 날개옷을 입고 하늘 위로 날아갔어요. "어머나, 내 날개옷 이 없어졌어." 마지막 남은 선녀가 옷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어요. 선녀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제야 바위 뒤에서 나무꾼이 나타났어요. "선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실은 제가 날개옷을 감추었어요." 선녀는 나무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나무꾼은 선녀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선녀는 착한 나무꾼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어요. "정말 당신은 마음이 착하고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군요." 얼마 후, 선녀는 나무꾼과 결혼을 했어요. 늙은 어머니는 착하고 예쁜 며느리가 마음에 꼭 들었어요. 세월이 흘러 선녀는 예쁜 아기를 둘이나 낳았어요. 아기는 커 갈수록 선녀의 모습을 닮았어요. 나무꾼은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선녀는 날이 갈수록 하늘나라가 그리웠어요. 그래서 가끔씩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어요. '지금쯤 언니들은 뭐하고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녀는 그만 병이 나서 자리에 눕고 말았어요. 나무꾼은 선녀가 불쌍해서 볼 수가 없었어요. 그 때, 선녀가 나무꾼에게 말했어요. "여보, 날개옷을 제발 한 번만 보여 주세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오." "설마 제가 그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갈까 봐 그러세요? 두 아이들과 당신을 두고 어떻게 하늘나라로 돌아가겠어요." 나무꾼은 아내의 말을 믿고 그만 날개옷을 보여 주고 말았어요. "앗! 내 날개 옷!" 선녀는 날개옷을 끌어안았어요. 그리고 재빨리 날개옷을 입더니 아이들을 안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여보! 다시 돌아오오. 당신이 떠나면 늙으신 어머니와 난 어떻게 살라고 떠나시오!" 그러나 선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렸어요. 나무꾼은 그제서야 후회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나무꾼은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무를 하러 가서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만 하였어요. 그 때 숲 속에서 또 사슴이 나타났어요. "나무꾼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자세히 보니 옛날에 목숨을 구해 준 아기사슴이었어요. "사슴아, 제발 한번 더 나를 도와 주렴." "나무꾼님, 전에 갔던 산꼭대기에 가시면 선녀들의 목욕물을 실어나르는 두레박이 내려올 거예요. 그 때 지체 말고 올라타세요. 그러면 하늘나라로 올라간 아내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나무꾼은 재빨리 산꼭대기 연못으로 달려갔어요. 밤이 되니 정말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왔어요. 나무꾼은 두레박을 놓칠세라 재빨리 올라탔어요. 나무꾼은 잠시 후면 만나게 될 아이들과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나무꾼은 하늘나라에 도착해 주위을 둘러보았어요. "아,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그 때, 저 멀리서 아이들 소리가 들렸어요. 그 소리는 틀림없는 나무꾼의 아이들 목소리였어요. “얘들아, 아빠다! 아빠가 왔단다.” 그러자 아내와 아이들이 달려왔어요. 나무꾼의 가족은 너무나 반가워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선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여보, 정말 미안해요. 날개옷을 입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 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곳으로 올라온 후 당신과 어머님 생각으로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었어요.” “그랬었구려. 나도 당신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병이 났었소.” 나무꾼은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아, 어머니! 어머니 생각을 깜박 잊고 있었네.” 나무꾼의 얼굴이 금방 어두워졌어요. “지금쯤 사립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실 텐데.” 선녀는 나무꾼이 너무 딱해 보였어요. 그래서 마구간에서 날개 달린 말 한 마리를 끌고 와 나무꾼에게 주면서 말했어요. “여보, 이 말을 타고 어머님을 뵙고 오세요. 그런데 천마가 세 번 울기 전에 말에 올라야 합니다.” “알겠소, 꼭 명심하리다.” 나무꾼은 어머니를 뵈러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어요. 말은 ‘히잉’하고 울더니 단숨에 어머니가 계신 집에다 나무꾼을 내려놓았어요. 어머니는 아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나무꾼은 하늘나라에서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께 들려 주었어요. 마당에는 나무꾼이 타고 온 천마가 갈 길을 재촉하듯 ‘히잉’하며 울었어요. 나무꾼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얘야, 네가 좋아하는 호박죽을 끓여 놓았으니 먹고 떠나거라.” 나무꾼은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호박죽을 먹고 나니 슬슬 졸음이 밀려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새벽이 되자 천마는 세 번째 울음소리를 냈어요. ‘히잉’ 나무꾼은 말의 울음소리를 듣고 방에서 뛰어나왔어요. 하지만 천마는 혼자서 하늘로 날아가고 말았어요. 나무꾼은 빈 하늘만 바라보았어요. 그 후, 나무꾼은 날마다 산꼭대기 연못가에서 두레박이 내려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러나 두레박은 이제 내려오지 않았어요. 크게 실망한 나무꾼은 그만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나무꾼이 죽고 얼마 되지 않아 낯선 수탉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어요. 수탉은 늙은 나무꾼의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나무꾼의 어머니는 이 수닭이 죽은 아들의 혼령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벽이 되면 수탉은 담장 위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울었어요. “꼬끼오, 꼬끼오!” 수탉의 울음소리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꼭 가요, 꼭 가요!’ 하고 우는 나무꾼의 애타는 목소리라고 사람들은 믿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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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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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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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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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 마을에 홍길동이라는 소년이 살았어요. 그의 아버지는 판서였으나, 어머니는 기생 출신의 둘째 부인이었답니다. 길동은 둘째 부인의 아들이어서 늘 ‘서자’라고 놀림을 받곤 하였어요. 서자는 공부를 많이 하여도 벼슬을 할 수가 없었으며,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을 때였어요. 그런 길동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도 무척이나 아팠답니다. "길동아, 온 세상이 다 그러니 어찌하면 좋겠니?" "무공을 열심히 연마하여 장수나 되어야겠습니다." 길동은 밤낮으로 산에 올라가 무술을 닦았어요.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이런 길동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아깝도다. 능력이 있어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는구나." 길동은 스님을 보고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스님은 긴 수염에,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어요. "어디 너의 솜씨를 한번 시험해 볼까?" 금세 스님은 막대기로 길동의 머리를 내리쳤어요. "대단한 분이시다." 이렇게 해서 길동은 스님의 제자가 되었어요. 그런데 스님은 무술뿐만 아니라 도술도 하시는 분이었답니다. "자, 이번에는 둔갑술을 시험해 보겠다. 새로 변해 보거라." 그러자 길동이 주문을 외웠어요. ‘펑!’ 갑자기 길동은 온데간데없고, 작고 귀여운 새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겠어요? "자, 이제 세상에 나가 도술과 무술을 좋은 일에 쓰도록 해라." 길동은 스승님께 큰절을 올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느 날, 밤잠이 오지 않아 마당에서 달을 보고 있던 길동이 아버님을 만났어요. "어험, 네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예! 대감님, 달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길동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다음 날, 길동은 배 다른 형님과 마주쳤어요. "형님, 안녕하세요." "아니, 어디서 감히 나보고 형님이라는 거냐? 도련님이라고 불러라." 길동은 매우 화가 났어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이라고 부르지 못하다니.’ 그 날 밤이었어요.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길동을 향해 누군가가 퍼렇게 빛나는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길동이 사라졌어요. "아니, 홍길동은 어디 가고 볏집단만 있는 거야?" "너는 누구냐? 누군데 나를 죽이려는 거냐?" 길동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 족자 속에서 나오며 말했어요. 그러면서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몇 개 뽑아 불었어요. 그 머리카락은 금세 여러 사람의 홍길동으로 변하였어요. "대체,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살려 주세요. 저는 이 집 큰 마님과 도련님이 시키는 대로 한 것 뿐입니다." "이젠, 죽이려고까지 하는구나." 큰 마님은 아버지 홍판서의 첫째 부인이고 도련님은 그 아들이었어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다행이다만, 살인을 하려 했던 죄는 용서할 수 없다. 평생 볼 수 없게 만들어 줄 테다." 길동이 주문을 외우자 그 자객의 눈이 금방 멀어 버렸답니다. 길동은 너무 화가 나 그 첫째 부인과 아들을 혼내 주고 싶었지만 아버지 홍 판서를 생각하며 흥분을 가라앉혔어요. "떠나야겠다. 더 이상 이 집에서 살 수가 없구나." 길동은 어머님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장 홍 판서 방으로 갔어요. "대감님, 대감님 계십니까? 소자 길동이옵니다." 길동은 홍 판서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대감님,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넓은 세상에 나가 제 뜻을 펴 볼까 합니다." 홍 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사실 홍 판서도 길동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네 어미에게는 말했느냐?" 길동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그 방을 나왔어요. 어머니 방 앞에서 길동은 문에 비치는 어머니의 그림자를 바라보았어요. 그 앞에서 길동은 큰절을 올렸어요. "어머니, 꼭 훌륭한 인물이 되어서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길동은 어머니를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모처럼 세운 다짐이 어머니를 만나면 꺾일 것 같아서였어요. 길동은 집을 나와서 한참을 걸었어요. 어머니를 생각하자 눈물이 흘렀어요. "이 눈물은 나의 마지막 눈물이 될 것이다." 길동은 집을 나와 몇 날 며칠을 걸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산도둑을 만나고 말았어요. "네 이놈! 살고 싶으면 있는 것 다 내놓아라." 흠칫 놀란 길동은 머리카락을 뽑아 대결하였어요. 갑자기 길동과 똑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자 도둑들은 깜짝 놀랐어요. "나는 홍길동이다. 너희는 웬 놈들이냐?" "우리는 원래 저 아랫마을 사람들인데 힘들여 번 돈을 양반들에게 모두 세금으로 빼앗겨 버려 도둑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구나. 나는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사는 나라를 세우려고 한다. 내 뜻을 함께 펼칠 동지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도둑들은 모두 길동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제발 저희들을 이끌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주 시오." 이렇게 해서 길동은 그들의 대장이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대장님! 포악한 함경 감사가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아 서울로 보내는 행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길동은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힘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술을 한번 부리기로 하였어요. 길동은 짊을 싣고 가는 일행들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어요. 길동의 도술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짐을 버리고 도망을 쳤어요. 말을 타고 있던 관리들이 산길로 도망을 갔지만 길동의 주문으로 그 산길을 큰 바위로 막아 버렸어요. 관리는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어요. "살려 달라고? 앞으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해 주마." 길동이 주문을 외자 그 관리는 금방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어요. 길동은 빼앗은 식량과 재물들을 모두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어요. 가난한 백성들은 이런 길동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들을 ‘활빈당’이라고 불렀어요. 활빈당이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는 무리라는 뜻이지요. "어제는 전라도의 관리가 혼이 났다며?" "저번엔 경기도 관리가 혼쭐이 났다고 하더구만." 나라 안의 모든 벼슬아치들은 난리가 났다고 아우성이었어요. 그 소문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어요. "대체, 홍길동이라는 자가 누구기에 잡지 못하는 건가?" "전하! 홍 판서라는 사람의 서자라고 하옵니다." "그럼, 홍 판서를 당장 불러오라." 임금님이 홍 판서에게 물었어요. "길동이를 잡을 방도가 없겠소?" "길동이는 제 자식이기는 하나 서자로 태어나 신분에 대한 불만으로 집을 나갔사옵니다." "그럼, 벼슬을 준다고 속이고 잡아들이는 건 어떻겠소?" 홍 판서는 아들을 속이는 일이 가슴 아팠지만 임금님의 명령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전국에 방이 붙었어요. "홍길동은 어서 궁궐로 들어와 병조 판서의 벼슬을 받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하라." 길동도 그 방을 보았어요. 길동의 무리들도 모두 기뻐했답니다. "대장님 만세! 홍길동 대장님 만세!" 모두들 큰 소리로 좋아했어요. 대궐로 온 길동은 임금님을 뵙고 홍 판서도 만났어요. "대감님, 그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그 때였어요. 병사들이 소리쳤어요. "저건 요물이다! 사람이 아니다. 홍길동을 잡아라!" 홍 판서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길동아! 이 아비를 용서해라." 그러나 길동은 쉽게 잡히지 않았어요. 아버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는 병사들 머리 위를 날아 다시 산으로 돌아왔어요. "모두들 썩은 나라를 떠나 좋은 나라를 세우러 가세." 길동은 활빈당에게 조선을 떠나자고 말하였어요. 길동은 활빈당을 이끌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갔어요. 그리고는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세웠어요. 율도국은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없는 모두가 고루 잘 사는 그런 나라였어요. 그리고 길동은 그 곳의 왕이 된 후에 어머니를 모셔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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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홉 달린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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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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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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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평화스런 시절에 살기 좋은 마을이 있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마을에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어요. 앞산에 사는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 마을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힘도 세고, 성격이 매우 포악한 도둑이었어요. “어제는 옆집에서 황소가 당했다고 해요. 또 그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 와서 잡아 갔다고 하더군요.” “지난 번에는 우리 집 닭을 모조리 훔쳐 갔어요.” 마을 사람 모두 이 머리 아홉 달린 도둑 때문에 큰 걱정을 하였어요. 이 마을에는 장쇠라는 부지런한 젊은이도 살고 있었어요. 장쇠는 착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장쇠의 부인은 꾸미기만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하는 여자였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여보, 나는 밭을 갈러 가야 하니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조심하시오.” “아직 새벽인데 벌써 나가시게요?” “열심히 일을 해야 우리도 남부럽지 않게 살게 아니오.” 장쇠는 소를 끌고 밭으로 나갔어요. 장쇠가 일하러 나가기가 무섭게 부인은 몸단장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 금비녀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쇠 부인은 몸단장을 하면서 늘 이렇게 불평을 하였어요. ‘오늘은 연실이를 데리고 봉숭아나 따서 손에 물을 들여야지.’ 몸단장을 끝낸 부인은 몸종 연실이를 데리고 들로 나갔어요. 그 때였어요.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허허, 예쁜 여자들이로군. 잡아다가 일을 시키면 그만이겠다."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연실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둘은 살려 달라고 소리쳤지만,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은 양손에 두 여자를 끼고 펄적펄적 뛰어 산 속으로 도망가 버렸어요. “어이구! 저, 저 장쇠 부인과 연실이가 잡혀 가네.”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저놈이 이젠 사람까지 잡아 가네.” “어서 장쇠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네.” 마을 사람들이 장쇠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렸어요. “뭐라고요? 제 아내와 몸종 연실이가 그 도둑에게 잡혀 갔다고요?” 장쇠는 너무나 놀랐어요. 장쇠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어요. “네 이놈, 꼭 복수를 하고 말겠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연실이가 무사한지 걱정이 되었어요. “여보, 연실아! 내 금방 구하러 가마.” 장쇠는 그 길로 산으로 달려갔어요. 한참을 가다 보니 초가집 하나가 나타났어요. “날도 저물었는데 하룻밤 신세나 질까?” 장쇠는 초가집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찾았어요. “여보시오, 주인장 계십니까?” 그러나 집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어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인가?” 장쇠는 방문을 열어 보았어요. 안에는 웬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 장쇠는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일으켜 아랫목에 뉘였어요. “배가 고파 정신을 잃은 게 틀림없어!” 장쇠는 짐을 풀어 먹을 것을 꺼냈어요. 그리고 부엌으로 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어요. “어서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할머니는 장쇠가 떠 먹여 주는 미음을 먹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어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할머니가 깨어났어요. “고맙네, 젊은이.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난 굶어 죽었을 거야.” 장쇠는 할머니에게 머리 아홉 달린 도둑에 대한 얘길 하였어요. “그랬구려. 근데 내가 듣기로는 그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은 굉장한 장사라고 하덴데.” 할머니는 장쇠를 가까이 불러 말하였어요. “내가 일러주는 대로 하게. 우선 그 도둑과 상대하려면 힘을 키워야 한다네." "가서 산삼을 구해 와야 해.” “산삼이요?” “백 년 묵은 산삼을 꼭 달여 먹어야 하지.” 장쇠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산으로 가서 산삼처럼 생긴 것을 캐 왔어요. “할머니, 산삼을 구해 왔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어요. “이건 더덕이잖아.” 장쇠는 다시 산으로 갔어요. “이건 틀림없죠?” 할머니는 또 고개를 저었어요. “그건 도라지라네.” 그러던 어느 날,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나 길을 안내하는 것이었어요. “이건 분명 산신령님이 돕는 것이 분명해. 감사합니다. 산신령님!” 장쇠는 사슴을 따라가 진짜 산삼을 캐 왔어요. 할머니는 장쇠가 구해 온 산삼을 보고 그제야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이게 바로 그 백 년 묵은 진짜 산삼이지.” 할머니는 정성스레 산삼을 달여 주었어요. 산삼을 먹자 장쇠의 몸은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 이 은혜는 잊지 겠어요.” “그런데 그 도둑이 어디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이제 찾아보려고 합니다만.” “그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은 산 중턱에 자리잡은 연못 옆 동굴에서 살고 있다오.” “할머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시죠?” “그건 알 것 없고, 이 낫으로 도둑의 머리를 자르게. 그리고 재를 뿌려야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오. 그 도둑은 머리에서 힘이 나오니까 말이야.” 다음 날, 장쇠는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찾아 길을 떠났어요. 장쇠가 산중턱에 다다르자 연못 하나가 나타났어요. “음, 이쯤이구나. 아내와 연실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장쇠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동굴을 찾아보았어요. 연못 옆에는 정말로 작은 동굴이 하나 있었어요. “이 동굴 안에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 산다고 했지?” 장쇠는 동굴 앞으로 나아갔어요. 동굴 안은 매우 조용했어요. 장쇠는 동굴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앗! 연실이다.” 그 때, 연실이가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연실아!” “서방님!” “쉿, 조용히 해라." "그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은 어디 있느냐?” “식량을 구하러 나갔어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너와 아씨를 구하러 왔다.” 그런데 연실이의 얼굴빛이 어두워 보였어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아니에요, 서방님." "아씨는 집 안에 계세요. 제가 모시고 올게요.” 연실이는 아씨를 데리러 집으로 들어갔어요. “도둑이 올 때가 되었으니, 조심하세요 서방님.” 잠시 후, 연실이와 장쇠 부인이 나타났어요. 부인도 겉으로는 장쇠를 매우 반겼어요. 하지만, 어딘지 옛날 같아 보이지 았어요. 그런데 부인은 장쇠를 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어요. “서방님, 이 광에 숨어 계세요. 여기라면 안전할 거예요.” 장쇠가 들어가자 부인은 재빨리 문을 잠가 버렸어요. “호호호, 이제야 갇혔군. 도둑이 오면 없애 버리라고 해야지.” 부인은 광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어요. “아내가 패물에 넘어간 게 틀림없어.” 변심한 부인을 본 장쇠는 잔뜩 화가 났어요. "서방님, 시장하실 것 같아 상을 차려 왔어요. 도둑이 오기 전에 얼른 도망가세요.” 연실이가 몰래 장쇠를 풀어 주었어요. “걱정 마라. 내가 반드시 놈을 없애고 말 테니.” 그 때였어요. “앗, 서방님!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에요.” 깜짝 놀란 연실이가 소리를 질렀어요. “이놈, 어디 맛좀 봐라!” 장쇠는 소리를 지르며 무섭게 도둑에게 달려들었어요. 장쇠는 먼저 낫으로 도둑의 머리부터 내리쳤어요. 그러자 한 번에 머리 셋이 떨어졌어요. 그 다음, 할머니가 일러 준 대로 재를 머리에다 뿌렸어요. 도둑은 머리가 떨어져 나갔지만 죽지는 않았어요. “이놈, 만만치 않은 놈이구나. 어디 한번 혼나 봐라.” 도둑이 장쇠를 잡으려 했지만 장쇠는 펄쩍 날아오르며 피했어요. 그리곤 한 손으로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번쩍 들어올려 벽에다 힘껏 던졌어요. “아이고, 나 죽네.” 도둑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어요. 도둑이 죽자 부인은 장쇠에게 두 손 모아 빌었어요. “서방님, 제가 재물에 눈이 멀어 죽을 죄를 지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못된 것, 그깟 재물에 눈이 멀어 서방을 죽이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화가 난 장쇠가 부인을 죽이려 하였으나, 연실이가 가로막았어요. “서방님, 아씨를 죽이진 마세요.” “착한 연실이를 봐서 목숨만은 살려 주마. 그러나 이제부터 평생 동안 이 동굴에서 살도록 하여라.” 장쇠는 부인을 동굴에 가둬 두고 연실이와 함께 그 동안 잃어 버렸던 마을 사람들의 패물을 찾아 할머니 집으로 향했어요. “할머니 덕분에 그 도둑을 해치웠어요.” “아니오, 젊은이가 좋은 일을 하려니까 하늘이 도와 준 거라오.” 말을 마치자마자 할머니는 서서히 선녀로 변하였어요. “장쇠야! 나는 착한 성품을 가진 를 도와 주러 온 하늘나라 선녀이니라. 이제 그 도둑도 없어졌으니 부디 행복하게 살도록 하여라.” 선녀는 구름을 타고 하늘 높이 사라져 갔어요. “그렇구나, 우리를 도와 주러 온 하늘나라 선녀님이었구나.” 장쇠는 연실이를 데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어요. “여보게들, 장쇠가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무찌르고 빼앗긴 물건도 찾아왔다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장쇠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얼마 후, 장쇠는 연실이와 혼례를 치렀어요. 장쇠는 예전처럼 열심히 일을 하였어요. 둘은 머지 않아 큰 부자가 되었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옛날 선비들은 가난하고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도 남의 재물을 탐내거나 훔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늘 깨끗하고 곧은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우리 조상들은 어려운 일을 닥쳐도 항상 지혜롭게 이겨 냈답니다. 머리 아홉 달린 도둑에는 남의 물건을 탐했다가 벌을 받아 죽게 된 머리 아홉 달린 도둑과 사치스런 장쇠 아내의 예가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평화스러운 마을에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도둑은 사치스러운 장쇠의 아내와 몸종인 연실을 잡아 가고 말았습니다. 장쇠는 아내와 연실이를 구하기 위해 도둑이 사는 동굴을 찾아가는데 부지런하고 착한 성품에 감동한 선녀는 할머니로 변신해 장쇠를 도와 줍니다. 선녀의 도움을 받은 장쇠는 도둑의 동굴을 찾아 내고 아내와 연실을 만나게 되는데 제물에 마음을 빼앗긴 아내는 도둑의 아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광에 갇힌 장쇠는 연실의 도움으로 광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는데 때마침 나타난 도둑과 싸우게 됩니다.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무찌른 장쇠는 도둑이 훔친 재물을 주인에게 다시 돌려 주고 연실이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병아리 논술. 엄마가 물어 보았어요. 머리 아홉 달린 도둑 재미있게 읽었나요? 이야기의 줄거리를 생각하며 질문에 답해 봅시다. 평화스러운 마을이 술렁거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장쇠의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요? 장쇠의 아내와 몸종 연실은 누구에게 잡혀 갔나요? 아내와 연실을 찾아 나선 장쇠는 도중에서 누구를 만났나요? 할머니는 누구였으며 어떻게 장쇠를 도와 주었나요? 자기를 배신한 아내를 장쇠는 어떻게 하였나요? 머리 아홉 달린 도둑을 해치운 장쇠는 재물을 주인에게 돌려 주고 연실과 결혼을 했어요. 여러분이 장쇠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고 느낀 점을 적어 봅시다. 이것이 궁금해요. 산삼. 산에서 자연적으로 나는 삼을 말해요. 인삼은 밭에서 재배를 하지만 산삼은 사람이 재배를 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아주 귀한 약으로 사용되지요. 맛은 달면서도 약간 쓴맛을 내는데 효용은 인삼과 비슷하지만 인삼보다 약효가 훨씬 더 좋고 값도 아주 비싸지요. 사람의 건강에 좋다고 하여 약재로 사용하는데 좀처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쉽게 먹을 수가 없어요. 더덕.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의 숲이나 산에서 나는 식물. 뿌리가 도라지처럼 굵고 향이 아주 독특해요. 줄기를 자르면 하얀 즙이 나오기도 하는데 잎의 앞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색을 띄고 있어요. 이 더덕은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구워서 먹기도 하는데 가을에 뿌리를 캐서 한약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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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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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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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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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강가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장에서 돌아오는데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길에 쓰러져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정성껏 돌보아 주었어요. 할아버지는 날마다 강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어요. 어느 날은 또 고양이 한 마리가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왔어요. "야옹아! 너도 갈 곳이 없니? 그럼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꾸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친자식처럼 귀여워하며 개와 고양이를 키웠어요. 하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먹일 생선만은 넉넉히 남겨 두었지요. "고놈, 참 귀엽기도 하지!"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개와 고양이의 재롱이 무척 즐거웠어요. "오늘은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멍멍이와 야옹이를 배불리 먹여야겠어." "멍멍멍" "야옹" 개와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며 할아버지께 달려와서 안겼어요. "오냐, 오냐. 이놈들 잘 놀고 있었느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잡아 온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물고기를 판 돈으로 근근히 살아갔어요. 오늘도 할아버지는 그물을 메고 강가로 나갔어요. 그런데 하루가 다 가도록 물고기는커녕 피라미 한 마리 걸리지 않았어요. "오늘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할멈이 몹시 실망하겠는걸?" 할머니는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어요. "할멈, 미안해. 오늘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 "걱정 말아요. 어제 잡은 물고기가 조금 남았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따뜻하게 위로했어요. 이튿날 아침, 날이 밝자 할아버지는 또 강에다 그물을 쳤어요. "이제 그물을 건져 볼까." 한참을 기다린 할아버지는 그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물 속에는 황금빛이 ‘반짝 반짝’ 빛나는 잉어 한 마리가 걸려 있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황금빛 잉어였어요. "세상에! 잉어가 눈물을 다 흘리고 있네." 잉어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어요. "가엾기도 해라. 자 살려 줄 테니 깊은 곳으로 가서 살거라." 할아버지는 잉어를 도로 강물에 놓아 주었어요. 잉어는 주변을 ‘빙빙’ 헤엄쳐 다니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갔어요.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낮에 있었던 일을 할머니께 들려 주었어요. "영감, 참 좋은 일을 했구려." 다음 날도 할아버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물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갔어요. "웬 바람이 이렇게 부는걸까?" 그런데 갑자기 하늘 높이 치솟은 강물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강물 속으로 곧게 뻗은 길이 나타났어요. 자세히 보니 강물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왔어요. "할아버지, 저는 바닷속 용왕님의 신하랍니다. 어제 할아버지가 구해 준 잉어는 용왕님의 아들이었지요." 할아버지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용왕님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라 하셨어요." 신하는 할아버지를 거북이 등에 태우고 물 속으로 들어갔어요. "오. 그대가 왕자를 구해 준 사람이오? 내 무슨 소원이든 들어 주겠네." 용왕님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기뻐했어요. 할아버지는 맛있는 음식에다 극진한 대접까지 받았어요. "할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것을 눈치챈 왕자가 할아버지께 조용히 귀띔을 했어요. "할아버지, 용왕님께서 마지막으로 소원을 물어 보시면 파란 구슬이 갖고 싶다고 말하세요. 그 파란 구슬은 소원을 들어 주는 신기한 보물이랍니다." 드디어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어요. 왕자가 말한 대로 용왕님이 소원을 물어 보았어요. 할아버지는 왕자가 귀띔해 준 대로 파란 구슬이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용왕님은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 파란 구슬은 용왕님이 제일 아끼는 보물이었어요. "거참, 할 수 없군. 약속을 했으니 안 줄 수도 없고." 용왕님은 어쩔 수 없이 파란 구슬을 할아버지에게 주었어요. 할아버지는 파란 구슬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니, 그 동안 어딜 다녀오셨어요?" 할아버지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파란 구슬을 할머니께 보여 주었어요. 할머니는 구슬을 어루만지며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자, 어서 소원을 말해 봅시다." "구슬아 구슬아 우리 늙은이한테 멋진 집 한 채만 다오." 그러자 ‘펑’ 하고 연기가 나더니 오두막집이 멋진 기와집으로 변했어요. 개와 고양이도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어요.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비단 옷으로 곱게 차려 입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었어요. 파란 구슬에 관한 소문은 강 건너 마을까지 전해졌어요. 강 건너 심술쟁이 할멈도 이 소문을 듣게 되었어요. 심술이 난 할멈은 파란 구슬을 빼앗을 궁리만 했어요. "옳지! 구슬을 몰래 바꾸면 되겠군." 심술쟁이 할멈은 노란 구슬에다 파란색을 칠했어요. 그리고 방울장수로 가장한 다음 할아버지 집으로 갔어요. "방울 사세요, 예쁜 방울 있어요." 할머니가 문을 열자 욕심쟁이 할멈은 잔꾀를 부렸어요. "저, 이 댁에도 이런 귀한 구슬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말 똑같은지 구경 한번 할 수 없을까요?" 심술쟁이 할멈은 가짜 구슬을 보여 주며 말했어요. 할머니는 장롱 속에 감춰 뒀던 파란 구슬을 꺼내 심술쟁이 할멈에게 보여 주었어요. 심술쟁이 할멈은 재빨리 가짜 구슬과 바꿨어요. "자, 그럼 난 가야겠어요." 심술쟁이 할멈이 사라지자 할머니의 기와집은 금방 오두막집으로 변했어요. 할머니의 비단치마도 누더기로 변했어요. 마침, 외출에서 돌아온 할아버지는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방울장수 얘기를 해 주었어요. "이 구슬은 가짜 구슬이야. 못된 방울장수 할멈이 바꾼 것이 틀림없어." 한편, 심술쟁이 할멈은 큰 부자가 되어 있었어요. 개와 고양이는 안타까워하며 할아버지를 도울 방법을 의논했어요. "멍멍아!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두 분을 도와 드리자." 개와 고양이는 파란 구슬을 다시 훔쳐 오기로 결심했어요. 개와 고양이는 심술쟁이 할멈 집으로 가기 위해 강으로 갔어요. "멍멍아, 난 헤엄을 칠 줄 몰라. 난 물을 싫어하거든." "헤엄치는 건 나한테 맡겨." 개는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개와 고양이는 심술쟁이 할멈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고양이는 살금 살금 심술쟁이 할멈이 있는 방으로 기어갔어요. 심술쟁이 할멈은 파란 구슬을 잃어 버릴까 봐 벽장 속에 감춰 두고 꼼짝도 않고 지키고 있었어요. "그래, 벽장 속에 감춰 놨구나." 고양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웬일인지 곳간으로 뛰어들어갔어요. 곳간 안에는 쌀을 훔쳐 먹고 있는 쥐들이 있었어요. 고양이는 먼저 임금쥐의 목을 누르며 말했어요. "이놈들!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희 임금은 끝장이다." 고양이는 쥐들에게 벽장 속에 있는 파란 구슬을 물어 오라고 명령했어요. 신하쥐들은 기가 죽어 고양이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쥐들은 벽장 속의 파란 구슬을 훔쳐 고양이에게 달려왔어요. "자, 그럼 약속대로 너희 임금은 살려 주마." 고양이는 파란 구슬을 가지고 개와 함께 심술쟁이 할멈 집을 도망쳐 나왔어요. 강가에 이르자 고양이는 구슬을 입에 물고 개의 등에 올라탔어요. 한참 헤엄을 치던 개는 파란 구슬이 잘 있는지 궁금했어요. "야옹아!너 구슬 잘 가지고 있는 거지?" 하지만 고양이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구슬을 입에 물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왜 대답이 없는 거야? 혹시 구슬을 물 속에 빠뜨렸니?" 그러나 고양이는 계속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옳지! 그 구슬을 혼자서 차지하려는 속셈이구나?" 이 말에 고양이는 몹시 화가 났어요. "걱정 마! 구슬은 내가 잘 물고 있어." 고양이는 구슬을 입에 문 것을 깜박 잊어 버리고 입을 열고 말았어요. 그 순간 구슬은 물 속으로 ‘퐁당’ 빠지고 말았어요. "야옹아! 정말 미안해." 개는 고양이의 눈치를 살피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고양이는 해가 지도록 강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 때였어요. 물고기를 가득 잡은 어부 한 사람이 불쌍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그리고는 배가 고픈 줄 알았는지 물고기 한 마리를 던져 주었어요. 그런데 그 물고기의 뱃속에 파란 구슬이 들어 있지 않았겠어요. "와, 신난다. 구슬을 찾았어." 고양이는 무나 기뻤어요. 그래서 파란 구슬을 물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어요. 구슬을 본 할머니가 소리쳤어요. "이런 기특도 하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다시 부자가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양이를 예전보다 더 귀여워했어요. "이제부터 야옹이는 안방에서 지내도록 해라." 하지만 구슬을 물에 빠뜨리게 한 개는 고양이가 먹다 남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지요. 그 날 이후부터 개와 고양이는 항상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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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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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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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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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라에 연오랑이라는 총각이 동쪽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혼자 살고 있었어요. 연오랑은 장가 갈 나이가 되자 이웃 마을에 사는 세오녀와 결혼하기로 약속을 했어요.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연오랑은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작고 아담한 오두막집을 지었어요. 연오랑은 물고기도 잘 잡았지만 집 짓는 재주도 뛰어났어요. 마을 사람들은 연오랑의 집을 보며 칭찬을 했어요. “연오랑은 고기잡이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집도 아주 잘 짓는구먼.” “다음엔 우리 집도 지어 달라고 해야겠어.” 집을 다 지은 연오랑은 착하고 예쁜 세오녀를 아내로 맞이했어요. 연오랑과 세오녀는 비록 가난했지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어요. “여보, 바닷가에 다녀오리다.” “벌써 나가시려구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연오랑은 이른 새벽부터 바닷가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어요. 그러나 마을의 욕심 많은 황 부자에게 배 삯을 갖다 바쳐야 했기 때문에 늘 가난하였어요. 황부자의 배를 빌려 고기잡이를 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아침, 연오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배를 타고 바닷가로 나갔어요. “끼룩 끼룩.” 바다에서는 갈매기들이 연오랑의 친구가 되어 주었어요. 연오랑은 바다 한가운데 그물을 던졌어요. ‘오늘은 물고기를 가득 잡아서 세오녀를 기쁘게 해 주어야지.’ 연오랑은 아내를 생각하며 물고기가 가득 걸려들기를 바랐어요. ‘이제 그물을 끌어올려 볼까?’ 연오랑은 그물을 힘껏 잡아당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물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물 속을 들여다보니 처음 보는 커다란 물고기가 잡혀 있었어요. 큰 물고기는 이리 저리 요동을 치더니 그만 그물을 찢고 달아나 버렸어요. 힘이 빠진 연오랑은 배 위에 털석 주저앉았어요. ‘물고기도 못 잡고 그물만 망쳐 놓았어.’ 황 부자가 눈치채면 틀림없이 배를 빼앗아 버릴 것만 같았어요. 연오랑은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세오녀가 연오랑을 위로해 주었어요. “돈을 벌어 그물을 다시 사도록 해요.” “그렇지만 배를 빼앗겨 버리면 당장 뭘 먹고 살지.” 두 부부는 걱정을 하며 밤을 새웠어요. 아니나 다를까 욕심쟁이 황 부자는 화를 벌컥 내며 배를 빼앗아 버렸어요. 연오랑은 더 이상 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연오랑과 세오녀는 바위에 붙은 미역을 따서 팔기로 했어요. 그래도 세오녀는 남편에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어요. 어느 이른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연오랑은 망태기를 들고 바닷가로 나갔어요. 길게 뻗은 바닷가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미역이라도 많이 따 가야지.” 연오랑은 바위 옆에 신발을 벗어 놓고 물 속으로 들어갔어요. “와, 이 곳엔 싱싱한 미역들이 참 많구나. 이것만 따도 망태기에 가득하겠어.” 연오랑은 정신없이 미역을 따서 담았어요. 미역을 따던 연오랑은 잠시 쉬려고 납작한 바위에 걸터앉았어요. 연오랑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어요. ‘저 바다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순간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어요. 그 날은 유달리 해가 크고 붉게 빛났어요. ‘와-, 정말 장관이로군.’ 연오랑은 넋을 잃고 해돋이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 때였어요. 연오랑이 딛고 선 바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웬일일까? 바위가 저절로 움직이네." 깜짝 놀란 연오랑은 바위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어요. 바위는 점점 동쪽을 향해 떠내려갔어요. 눈앞에서 점점 집이 멀어졌어요. “세오녀! 세오녀!” 연오랑은 바위에서 애타게 세오녀를 불렀어요. 하지만 연오랑을 태운 바위는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동쪽 바다로 떠내려갔어요. ‘지금쯤 세오녀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없어진걸 알면 얼마나 슬퍼할까?’ 바위는 잠시도 멈출 줄 모르고 동쪽으로 떠내려갔어요.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연오랑은 바위에서 하룻밤을 보냈어요. 다음 날, 눈을 뜨자 바위는 어느 섬에 닿아 있었어요. 연오랑이 바위에서 내리자 바위는 오던 길을 되돌아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여기가 어딜까?’ 연오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어요. 조용한 섬에는 올망졸망 움막들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었어요. 마침 갯벌에서 조개를 잡던 사람들이 연오랑을 보았어요. 고기를 잡던 어부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연오랑에게 달려왔어요. “바위를 타고 오신 저 분은 누굴까?” 하지만 연오랑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이 곳 사람들은 이상한 말을 하는군.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걸까?’ 연오랑은 자기를 해치려는 줄 알고 덜컥 겁이 났어요. “여러분! 이 분은 신령님이 보내 주신 것이 틀림없어요.” “그래 맞아요. 바위를 타고 오는 걸 봤어요.” “어서 모시고 갑시다.” ‘설마,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 연오랑은 사람들을 따라 마을로 갔어요. 연오랑은 제일 큰 움막으로 안내되었어요.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어요. ‘배가 몹시 고팠는데 잘 됐어. 우선 배부터 채워야겠어.’ 생전 처음 맛보는 진기한 음식들이었어요. 음식을 먹고 나자 움막 안으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다가왔어요. 옷차림을 보니 예사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노인은 연오랑에게 다가오더니 큰절을 올렸어요. ‘아니, 내게 왜 이러는 걸까?’ 연오랑이 놀란 표정을 짓자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당신은 오늘부터 저희들의 왕이 되셨습니다.” “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요. 제가 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해의 기운을 받은 사람만이 저희 왕이 될 수 있지요.” 노인은 앞일을 꿰뚫어보는 신기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왕이 된 연오랑은 나라를 잘 다스렸어요. 원주민들의 말도 배웠어요. 연오랑은 그 곳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기술과 집짓는 방법도 가르쳤어요. 그리고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었어요. “역시 왕은 대단한 분이야. 못하는 게 없어.” 해마다 풍년이 들어 먹을 것이 가득 차고 넘쳤어요. 이제 연오랑도 멋진 비단 옷을 입고 넓은 성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게 되었어요. 그러나 신라에 혼자 남겨 둔 세오녀를 생각할 때면 눈물이 났어요. “세오녀! 세오녀!” 한편, 연오랑이 사라진 그 날, 세오녀는 바닷가로 나가 보았어요. ‘혹시, 미역을 따다가 바닷물에 휩쓸려 가지는 않았을까?’ 세오녀는 너무나 슬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세오녀는 큰 소리로 연오랑을 불러 보았어요. “연오랑님! 연오랑님!” 세오녀의 목소리는 파도에 묻혀 하얀 물거품이 되었어요. ‘끼룩 끼룩’ 갈매기들도 세오녀의 마음을 아는지 슬피 울었어요. 그렇게 연오랑이 사라진 지 두 해가 지났어요. 세오녀는 날마다 바닷가에 앉아 연오랑을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세오녀는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바닷가로 나와 있었어요. 하늘에는 동그란 보름달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어요. 그 때였어요. 바위틈에서 낯익은 신발 한 짝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틀림없는 연오랑의 신발이었어요. “어머나, 이 신발은 연오랑님의 것이 틀림없어. 그렇다면 연오랑님은 이 곳에서 미역을 따다가 바다에 빠지고 말았구나.” 세오녀는 바위 위에 주저앉아 한없이 한없이 울었어요. 그 때였어요. 또다시 바위가 둥실 둥실 떠오르더니, 동쪽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일까? 바위가 움직이다니.’ 세오녀는 무서워서 두 눈을 감았어요. ‘그래, 차라리 잘 됐어.’ “바위야, 나를 연오랑님이 계신 곳까지 데려다 주렴.” 세오녀는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어요. 어느 새 아침이 되었어요. 세오녀를 실은 바위는 어느 육지에 도착했어요. 그 곳은 연오랑이 내렸던 그 자리였어요. ‘어머, 이 곳이 어딜까? 내가 깜박 잠이 들었었나 봐.’ 세오녀가 바위에서 내리자 바위는 또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이 사람아. 저길 좀 봐. 이 나라 왕도 바위를 타고 왔는데 이번엔 여자가 왔어.” 또다시 노인이 나타나 세오녀를 데리고 성으로 갔어요. 성에 도착한 세오녀는 왕이 된 연오랑을 보고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연오랑도 세오녀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연오랑님, 정말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연오랑과 세오녀는 너무 기뻐 꼭 껴안고 눈물만 흘렸어요. 신하들도 이 모습을 보며 기뻐했어요. “잘 됐어. 이제 왕도 외롭지 않게 되었으니.” 세오녀도 이제 의젓한 동쪽나라의 왕비가 되었어요. 며칠째 어둠이 계속되었어요. 이제는 달도 나오지 않았어요. 다급해진 신라 왕은 용한 점쟁이를 불렀어요.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해와 달이 동쪽나라로 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점쟁이는 바위를 타고 동쪽으로 간 젊은 두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요. “그 두 사람은 해와 달의 정기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돌아와야만 해가 뜰 것입니다.” 한편, 이 때 신라는 가뭄이 들어 더욱 살기가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왕은 나라일은 돌보지 않고 백성들에게 많은 세금만 거두었어요. “정말,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 걸까?” “이러다 백성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될 거야.” 나라 이곳 저곳에서 백성들의 원망 소리가 들려 왔어요. 않고 백성들에게 많은 세금만 거두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의 해까지 사라지고 말았어요. 세상이 온통 깜깜하게 되었어요. “드디어, 하늘도 화가 났나 봐. 이제 신라는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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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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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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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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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라에 한 임금님이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순하고 어질어서 신하들 뿐 아니라 백성들이 모두 좋아했어요. 어느 날, 상투를 만지던 임금님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아니, 내 귀가 왜 이럴까?" 거울 속에 비친 임금님의 귀는 점점 커져 가고 있었어요. “내 귀가 마치 당나귀 귀처럼 변하고 있어.” 임금님의 고민은 날마다 더해 갔어요. 귀는 위로 점점 자라더니 옆으로 쫑긋 솟아올랐어요. "사람들이 나를 당나귀 귀라고 놀릴 거야. 아이고, 생각만 해도 창피해." 그래서 임금님은 커다란 왕관으로 귀를 가려 보기도 하고 수건으로 귀를 칭칭 감아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던 임금님은 생각했어요. "옳지! 커다란 모자를 만들어 써야겠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이렇게 생각한 임금님은 신하들 몰래 모자를 만드는 복두장이를 불렀어요. 복두장이는 임금님 귀를 보고 마치 당나귀 귀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임금님도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어요. '이 복두장이가 대궐 밖에 나가 사람들에게 내 귀 얘기를 하면 어쩌지?' 그래서 임금님은 복두장이에게 겁을 주었어요. "복두장이는 명심하거라. 만약 비밀을 말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줄 알아라." "예예, 명심하겠습니다." 복두장이는 임금님 귀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키득 키득' 웃음이 나왔어요. 임금님은 아무래도 복두장이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에이, 안 되겠어. 저 복두장이를 믿을 수가 없어.' 그래서 임금님은 복두장이를 옥에 가둬 버리고 말았어요. 나라 안에 있는 복두장이들이 차례대로 임금님 앞으로 불려 갔어요. 하지만 한 번 대궐에 들어간 복두장이는 다시는 대궐 밖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그래서 복두장이들은 언제 임금님 앞에 불려 갈지 몰라 근심에 싸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복두장이가 임금님의 부름을 받았어요. "대궐로 들어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데 어쩌면 좋지?" '난,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리고 대궐로 들어간 복두장이들이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꼭 밝히고야 말겠어.' 이렇게 용기를 낸 젊은 복두장이가 대궐로 들어갔어요. 복두장이는 임금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그 순간, 복두장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머리 위로 삐죽 솟아오른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와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랬었구나. 임금님의 흉한 모습이 알려질까 봐 복두장이들을 옥에 가두었어.' 젊은 복두장이는 태연하게 임금님의 머리 치수를 쟀어요. 그리고 열심히 모자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커다란 모자가 완성되자 임금님께 모자를 씌워 드렸어요. 커다란 모자는 마치 장독 뚜껑 같아 보였어요. 이 모습을 보니 복두장이는 웃음이 나오려고 했어요. 복두장이는 재빨리 허벅다리를 꼬집으며 억지로 웃음을 참아 냈어요. "수고했다. 그런데 너는 왜 내 귀를 보고도 웃지 않느냐?" "아닙니다, 임금님.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멋진 귀를 가진 분은 처음 봅니다." "그게 정말이냐?" 임금님은 젊은 복두장이의 말을 믿었어요. "좋아, 너를 집으로 보내 주겠다. 만약, 내 귀에 대한 비밀을 사람들에게 말하면 너는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복두장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우르르 몰려왔어요. "여보게, 어떻게 무사히 돌아오게 됐는가?" "글쎄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젊은 복두장이는 사람들을 피해 뒤꼍으로 갔어요. 뒷꼍에는 옹기종기 장독들이 놓여 있었어요. 장독 뚜껑을 보자 임금님 모자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모자 속에 감추어진 두 귀가 떠올랐어요. "으하하하하." 젊은 복두장이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복두장이는 임금님 귀를 생각하며 '키득 키득' 웃었어요. 어느 날 길을 가다 또 '키득 키득' 웃고 말았어요. "아니 이 사람아! 무슨 좋는 일이 있어 밤낮 웃고만 다니는 건가?"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럴 일이 있어요, 킥킥킥." "어허, 이 사람이 실성을 했어. 대궐에 들어갔다 온 후 저렇게 만날 웃고 다니지 뭐야." 사람들은 복두장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어느 날, 임금님이 마을로 산보를 나왔어요. 커다란 모자를 눌러 쓴 임금님을 보자 백성들이 수군거렸어요. "아니, 멋진 왕관은 어쩌고 저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걸까?" 마을 사람들 속에 젊은 복두장이도 끼여 있었어요. "임금님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까닭은 임금님 귀가...... 아참!" 복두장이는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어요. "아니, 이런 실없는 사람 봤나! 말을 하다 말고 혼자서 웃다니." 젊은 복두장이는 시간이 갈수록 말이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어휴, 답답해." 복두장이는 누구든지 붙잡고 비밀을 말해 버리고 싶었어요. 너무 참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까지 아팠어요. 결국 복두장이는 병이 나고 말았어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은 말라만 갔어요. 아무리 좋은 약도, 용하다는 의원도 복두장이의 병은 고치지 못했어요. "그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똑같아. 단 한 번이라도 큰 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고 실컷 외쳐 보고 말겠어." 마침내 복두장이는 삽을 들고 산으로 올라갔어요. 복두장이는 주위를 살펴보았어요. 하지만 대나무 사이로 으시시한 바람만 불뿐 아무도 눈에 띄지 았어요. "그래, 이 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아무도 듣지 못할 거야." 대나무 숲에 들어간 복두장이는 삽으로 구덩이를 팠어요. 그리고 땅에 엎드려 구덩이에 입을 댄 다음 큰 소리로 외쳤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아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아아." 복두장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어요. 드디어 가슴 속이 커다란 짐을 내려 놓은 듯 후련해졌어요. "진작, 이렇게 할걸 그랬어." 복두장이는 소리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흙을 덮고 발로 밟아 놓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복두장이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요.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었어요. 봄비가 대밭에 촉촉히 내렸어요. 대나무 밭에는 죽순들이 예쁘게 돋아났어요.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들이 바구니를 들고 죽순을 뜯으러 대나무 밭으로 갔어요. 그 때였어요.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더니 대나무 잎들이 흔들리면서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아아." 복두장이가 땅에 묻어 놓은 소리가 대나무 뿌리를 타고 나와 잎을 통해 울리는 것이었어요. 어린 소녀들은 대나무가 들려 주는 노래를 금방 배워서 부르기 시작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줄넘기를 하거나 공기놀이를 할 때도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어요. 이 노래는 금방 온 나라 안에 퍼지게 되었어요. 결국 임금님도 이 노래를 듣게 되었어요. 당황한 임금님은 대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도록 명령했어요. 몇 년이 지나자 숲에는 아름다운 산수유 꽃이 노랗게 피었어요. 그리고 가을이 되자 빨갛게 열매가 익어 가기 시작했어요. 어린 소녀들은 바구니를 끼고 산수유를 따기 위해 숲으로 왔어요. 그 때, 숲 속에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어요. 산수유 잎들이 흔들리면서 대나무 숲에서 들렸던 그 노래가 또 들려 왔어요.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이 노래의 비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맞아, 분명히 임금님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을거야." "커다란 모자를 눌러 쓰고 계신 것을 보면 정말 귀가 당나귀 귀일지도 몰라." 이 소문은 또 임금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어요. 화가 난 임금님은 젊은 복두장이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하지만 젊은 복두장이는 병에 걸려 죽은 뒤였어요. 복두장이를 잡으러 갔던 신하가 임금님께 복두장이가 죽게 된 사연을 아뢰었어요. 복두장이의 죽음을 알게 된 임금님은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복두장이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어.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이렇게 생각한 임금님은 많은 신하들 앞에서 커다란 모자를 훌렁 벗어 버렸어요. 결국, 신하들과 백성들은 임금님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그 동안 나의 흉한 귀를 감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던 것 같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 허물을 감추지 않겠소!" 그 때, 지혜로운 신하 한 사람이 말했어요. "임금님, 귀가 큰 것은 백성들의 고충을 잘 들어 주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됩니다. 오히려 자랑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 과연 그대 말이 옳도다." 임금님은 옥에 갇힌 복두장이들을 모두 풀어 주었어요. 이제 임금님은 커다란 모자를 쓰고 다니지도 않게 되었어요. 임금님은 백성들을 사랑하는 어진 임금님이 되었거든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옛날 그리스 신화 속에는 미다스 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어느 날, 판 신과 아폴론이 음악 솜씨를 겨루는데 심판을 보았던 미다스 왕이 판 신의 편을 들어 주자 화가 난 아폴론이 미다스 왕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는 내용이지요. 이처럼, 우리 전래 동화에 나오는 당나귀 귀를 닮은 임금님도 미다스 왕의 이야기와 매우 비슷합니다. 두 임금님은 자신의 흉한 귀를 감추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우리 나라 옛날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 라는 속담의 깊은 뜻은 비밀이란 끝까지 지켜지지 않는 법이란 걸 말해 주는 것 같아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복두장이도 비밀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외딴 산 속에 들어가 땅 속에 구멍을 파 놓고 비밀을 말한 것을 보면 말예요. 복두장이가 가슴 속의 말을 못해서 병을 얻어 죽어 버리자 결국, 임금님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여러분들 중에도 남의 소중한 비밀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해 버려 곤욕을 치렀던 적은 없었나요? 자신의 비밀을 남에게 억지로 지키게 하는 것도 나쁘지만 남의 비밀을 쉽게 말해 버리는 것도 잘못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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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알을 산 농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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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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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바보 농부가 살았습니다. 농부는 바보였지만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려 대도 농부는 화를 낼 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보, 이리 좀 와 보세요.” 농부의 아내가 농부를 불렀습니다. “장에 가서 이 옷감을 팔아 쌀 좀 사 오세요.” 장에 다녀오라는 말에 농부는 신이 났습니다. 농부는 장 구경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장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농부는 아내가 준 옷감을 지게에 지고 장에 갔습니다. “엿 사세요, 울릉도 호박엿이오.” 농부는 엿이 먹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팥죽 사세요. 팥죽! 너무 맛있는 팥죽이요.” 팥죽도 먹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옹기장수는 자기 키보다도 훨씬 높게 옹기를 지고 지나갔습니다. 양반들이나 쓰는 갓을 파는 갓장수는 굉장히 긴 담뱃대를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강에서 막 잡아 온 물고기를 파는 물고기장수도 있었고 예쁜 노리개며 분이나 바늘, 실 같은 것을 파는 방물장수도 있었습니다. 농부는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다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옷감을 팔아서 쌀을 사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지요. 한참 재미있게 장 구경을 하던 농부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습니다. “저게 뭘까?” 농부는 커다란 알처럼 생긴 물건 앞으로 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호박 같기도 하였습니다. 나뭇잎처럼 초록색에 까만 줄이 삐뚤삐뚤 쳐진 것이 참 신기해 보였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주 달고 맛있습니다.” 수박장수가 말했습니다. “이게 뭔데요?” 수박장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농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이게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수박장수 말에 농부는 바보같이 웃으며 또 물었습니다. “무슨 알이 이렇게 커요?" 수박장수는 슬그머니 장난기가 생겼습니다. “하하하. 그 정도는 돼야지요. 새알같이 작으면 어떻게 튼튼한 새끼가 나오겠어요.” 농부는 한참 동안 수박을 쳐다보면서 무슨 알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소도 새끼를 낳고 돼지도 새끼를 낳아요. 닭하고 새만 알을 낳는데 이건 무슨 알이지요?” 농부가 정말 바보라는 걸 알아챈 수박장수가 시치미를 떼고 말했습니다. “그건 당나귀 알이에요.” 소나 돼지가 새끼를 낳는 것은 보았지만 당나귀가 새끼를 낳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농부였습니다. 그래서 수박장수의 말을 믿고 말았습니다. ‘이걸 사 가면 아내가 좋아할 거야.’ 농부는 옷감을 주고 수박을 사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수박장수는 마침 수박도 거의 다 팔았으므로 얼른 물건들을 정리해 집으로 가 버렸습니다. “여기 있으면 저 바보가 수박인 줄 알고 쫓아올 지도 모르지.” 그러나 수박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농부는 신이 났습니다. 싸구려 감으로 당나귀 알을 샀으니 횡재를 한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농부는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여보, 이것 좀 봐요. 당나귀 알이야.” 농부가 내미는 수박을 본 아내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게 뭐라고요?” 농부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당신도 모르는구려. 이게 바로 당나귀 알이란 거야.” 아내는 농부의 바보 같은 말에 화가 났습니다. “그게 무슨 당나귀 알이에요? 그건 수박이라고요.” 아내의 말에 농부가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야, 분명히 당나귀 알이라고 했어. 따뜻한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어 두면 새끼가 태어날 거야.” 아내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농부는 싱글벙글하며 수박을 아랫목으로 가져갔습니다. “여보, 불 좀 때야겠어. 따뜻하게 해 주어야 빨리 태어나지.” 화가 난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 수박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장 가서 다시 팔아 와요! 이건 수박이라구요.” 아내가 화를 내자 농부는 할 수 없이 수박을 들고 장으로 갔습니다. “아깝지만 아내가 저토록 화를 내니 할 수 없지. 당나귀를 싫어하는 모양이야.” 농부는 수박장수가 있던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수박장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 있던 당나귀 알 장수는 어디 갔어요?” 농부가 아까부터 있던 짚신장수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내가 말은 못했지만 정말로 당나귀 알인 줄 알고 샀단 말이오?” 그러면서 수박장수는 벌써 가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에이, 할 수 없지. 내가 팔아야지.” 농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갔습니다. “당나귀 알 사세요! 당나귀 알입니다.” 농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사람들이 농부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게 뭐라고요?”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나귀 알입니다. 어서 사 가세요.” 그 사람은 농부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이 사람 바보 아냐? 수박을 당나귀 알이라고 하네.” 다른 사람들도 왁자하게 웃었습니다. 그 때,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그건 아까 당신이 산 거 아니오. 왜 다시 팔려고 하오?” “내 아내가 당나귀를 싫어하거든요.” 농부의 말에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아내는 바보가 아닌 모양일세.” 농부는 사람들이 자꾸 놀리며 웃자 화가 났습니다. “쳇, 사지 않을 거면 저리 가세요.” 사람들은 모두 농부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빨리 팔고 집에 가야 할 텐데.” 농부는 돌아다니면서 더 크게 외쳤습니다. "자, 당나귀 알이에요." "아주 튼튼한 새끼를 낳을 당나귀 알이랍니다." 한참을 다녔지만 농부의 수박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여자가 농부에게 다가왔습니다. 농부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자, 당나귀 알 사세요.” 그 여자는 당나귀 알이라는 말을 듣고 농부의 수박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뭐라고요?” 여자가 묻자 농부가 신이 나서 설명했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당나귀 알이에요?” “그럼요, 아주 귀한 당나귀 알이지요.” “그거 내가 살 게요. 혹시 비싼 건 아니겠죠?” 농부는 그 때 여자가 가지고 있는 옷감을 보았습니다. 옷감은 농부가 수박을 살 때 주었던 것만큼이었습니다. “그 옷감이면 당나귀 알을 살 수 있을 것 같소.” “그럼, 얼른 주세요.” 농부는 마침내 여자에게 수박을 팔았습니다. 여자도 바보였던 것입니다.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하세요." "이 당나귀 알을 따뜻한 아랫목에 두고 이불을 덮어 주세요. 그러면 튼튼한 당나귀 새끼가 태어날 거예요.” 어리석은 여자는 농부에게 산 수박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가자 여자의 남편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여보, 그게 뭐야?” “당나귀 알이에요." "우리도 이제 당나귀가 생겼어요.” “그럼 이제 힘든 일은 당나귀에게 시키면 되겠군.” 남편도 바보였습니다. 어리석은 여자는 농부가 시킨 대로 수박을 아랫목에 두고 방에 불을 땠습니다.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당나귀 새끼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여보, 왜 당나귀 새끼가 태어나지 않는 거지?” 바보 남편이 물었지만 어리석은 여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바보 여자는 불을 더 많이 땠습니다. 그러나 이불 속에서는 수박 썩는 고약한 냄새만 났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어리석은 여자와 바보 남편은 이불을 들춰 보았습니다. 그 때, 이불 속에는 산토끼가 몰래 들어와서 아직 덜 썩은 수박껍질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건 당나귀가 아니라 토끼처럼 생겼는데.” 수박껍질을 먹고 있던 토끼가 깜짝 놀라 재빨리 도망을 쳤습니다. “아니, 우리 토끼가 어딜 가는 거야?” 바보 남편도 재빠르게 토끼 뒤를 쫓아갔습니다. 토끼는 들판을 가로질러 산속으로 달아났습니다. 바보 남편은 끝까지 토끼를 쫓아갔습니다. 토끼는 산을 넘고 내를 건너 다른 마을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집의 외양간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보 남편도 외양간으로 달려갔습니다. 외양간에서는 마침 당나귀 새끼가 여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덩달아 놀란 당나귀 새끼도 토끼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남편의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습니다. “내가 쫓아온 것은 역시 토끼가 아니라 당나귀였군 그래.” 바보 남편은 이제 당나귀 새끼를 쫓아 뛰기 시작했습니다. 토끼는 자기가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고 당나귀 새끼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바보 남편도 당나귀 새끼를 따라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 계속 달렸습니다. 그 때, 헐레벌떡 뒤를 따라오던 어리석은 여자가 마주 달려오는 당나귀 새끼를 잡았습니다. “우리 당나귀가 여기 있군요.” 어리석은 여자의 말에 바보 남편은 씩 웃었습니다. “응, 새로 태어난 새끼가 어쩌면 그렇게 잘 뛰는지 몰라.” 두 사람은 당나귀 새끼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웃 마을에서는 갑자기 당나귀 새끼가 없어져 찾는라 야단이 났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여자와 바보 남편은 그 당나귀가 정말 수박에서 태어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끝내 자기네 당나귀라고 생각했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바보란 지능이 낮아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나귀 알을 산 농부의 이야기에는 수박장수의 짓궂은 장난과 거짓말을 그대로 믿은 바보 농부가 만들어 내는 재미있고 우스꽝스런 이야기입니다. 바보였지만 부지런했던 농부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장 구경을 갔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수박을 보자 농부는 동물의 알인 줄 알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바보 농부는 수박장수에게 무엇의 알이냐고 묻자 수박장수는 당나귀의 알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 말을 믿은 농부는 동물의 알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에게 혼이 납니다. 아직도 수박을 당나귀 알이라고 믿는 바보 농부에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해 주지만 전혀 듣지를 고 오히려 수박을 당나귀 알이라며 팔려고 합니다. 때마침 그 곳을 지나던 어느 바보 여자에게 수박을 당나귀 알이라며 팔게 되고 그 바보 부부는 수박을 당나귀 알이라고 믿으며 당나귀 새끼가 태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이것이 궁금해요. 옹기장수. 옛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던 질그릇이나 오지그릇을 일러 옹기라고 해요. 이 옹기를 파는 사람을 옹기장수라고 하죠. 옹기는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담거나, 술이나 음료수를 담아 두는 그릇으로 이용하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흙을 반죽해서 그늘에서 말린 뒤 벽돌 모양으로 만들고, 다시 바닥에 쳐서 판자 모양을 만든 후 물레에 올려 놓고 방망이로 다듬어서 만든답니다. 지금은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그릇에 밀려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답니다. 담뱃대. 가루로 된 담뱃가루를 담아 담배를 피우는데 사용하던 기구. 요즈음은 잘 볼 수 없지만 옛날에는 가루로 된 담배가 많아 자주 사용하던 것이랍니다. 맨 앞에는 담배를 담는 작은 통이 붙어 있는데 구부러져 있고 바닥에다 작은 구멍을 만들어 설대라는 통로와 연결을 시켜 공기가 통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물부리는 입에 물기 편리하도록 가늘게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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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술왕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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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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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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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타던 꼬마는 어느 새 또 뒤뜰 장독 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이번엔 산으로 가 볼까? 산엔 머루와 다래도 있고, 산감도 있고." 꼬마는 먹음직스런 산 열매들 옆에 사슴 한 마리도 그려 넣었어요. "해달별! 산으로 가자." 꼬마는 어느새 산속에 들어와 사슴 등을 타고 다니며 맛있는 열매를 따 먹고 있었어요. 전우치는 이렇게 어릴 때부터 도술을 부릴 줄 알았답니다. 도술왕 전우치! 과연 어떤 도술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 줄까요? 꼬마 전우치 조선 시대 때 일이에요. 그림을 잘 그리는 꼬마가 있었어요. 꼬마는 오늘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중얼거렸어요. "동해 바닷속에는 고래도 많다고 했지. 그래! 오늘은 바다로 가서 고래나 타고 놀자." 꼬마는 자신이 그린 그림 위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었어요. "해달별! 동해 바다로 가자." 꼬마는 어느새 동해 바닷속에 들어가 있었어요. 황금 기둥 몇 년을 잇달아 흉년이 들고, 국경에는 적들이 들끓었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궁녀들과 놀기에만 바빴어요. "큰일 났다, 내가 나서야겠어. 해달별! 하늘나라 대감으로 변해라." 전우치는 금세 금빛 옷을 입은 하늘나라 대감으로 변했어요. 구름을 타고 대궐 위로 가서 소리쳤어요. "보아라! 옥황상제께서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황금 집을 지으려 하신다. 이 나라 임금은 오월 스무날까지 황금 기둥 하나를 바치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큰 벌을 받으리라." "여봐라, 나라 안의 금이란 금은 다 모아 빨리 황금 기둥을 만들어라." 임금님은 벌벌 떨며 신하들에게 명령했어요. "해달별! 큰 배여 나타나라." 큰 배에 쌀을 싣고 조선으로 돌아온 전우치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무척 좋아했어요. 그런 후, 전우치는 방방곡곡에 이런 방을 붙였어요. '백성들은 남의 덕을 입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훔쳐 간 자들에게서 도로 거두어들인 것이니라.' 황금 기둥을 앞에 두고 임금님과 신하들은 하늘나라 대감을 기다렸어요. 이윽고 오색찬란한 구름 속에서 하늘나라 대감이 학을 타고 내려왔어요. "훌륭한 기둥이야!" 하늘나라 대감은 황금 기둥을 번쩍 들어 학 등에 실었어요. 훨훨, 훨훨. 황금 기둥을 실은 학은 먼 남쪽 나라로 날아갔어요. 남쪽 나라에 내린 전우치는 황금 기둥을 뚝 잘라 절반을 팔았어요. 그 돈으로 쌀을 사니 무려 십만 섬이나 되었어요. 속은 것을 안 임금님은 불호령을 내렸어요. "당장 그 놈을 잡아들여라!" 하지만 전우치가 잡힐 리 없었어요. 전우치는 다시 임금님을 골탕 먹이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눈이 새파란 서역 장사치로 변했어요. 남은 황금 기둥 반 토막을 대궐 앞으로 가지고 가서 외쳤어요. "금 사려, 황금 사려!" 임금님은 당장 서역 장사치를 대궐로 들어오게 했어요. 그리고 큰돈을 주고 금덩이를 샀어요. 그런데 사고 보니 그 금덩이는 얼마 전에 하늘나라 대감에게 준 그 황금 기둥이 아니겠어요? "에에잇! 저 서역 장사치를 잡아 꽁꽁 묶어라! 저놈이 전우치일 것이니라." 신하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전우치를 묶었어요. 그런데 밧줄에 묶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통나무 토막이었어요. "으, 또 당했어." 임금님은 분통이 터져 그만 미쳐 버릴 것만 같았어요. 호리병 소동 "으하하하! 나를 잡고 싶거든 이 병을 잡아라." 나무토막에서 다시 사람으로 변한 전우치는 호리병 하나를 내밀었어요. 그리고 눈 깜짝할 새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꼼짝 마!" 신하들은 재빨리 호리병 입을 막았어요. "그 호리병을 기름 가마에 넣고 끓여라!" 임금님이 소리쳤어요. 호리병은 곧 부글부글 끓는 기름 가마에 던져졌어요. "됐어, 전우치도 이제 끝장이야." 임금님이 두 손을 툭툭 털며 일어났어요. 그 때였어요. 호리병 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고, 따뜻해라. 내가 여태 따뜻한 방에 자 보지 못하였더니 오늘 임금님 덕을 톡톡히 보는구나." "그 병을 꺼내어 깨어 버려라!" 신하들이 얼른 호리병을 꺼내어 돌 위에 던졌어요. "쨍그랑, 쨍쨍쨍쨍." 그런데 산산이 부서진 호리병 조각이 약 올리듯 떠들어대기 시작했어요. "바보 임금, 바보 임금. 나는야 전우치." "에, 에잇! 저 놈을." 임금님은 병 조각을 한데 모아 기름 솥에 넣고 부글부글 끓였어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명령했어요. "전우치의 집을 찾아 부수고, 집터에다 연못을 만들어라!" 하지만 그 후에도 전우치는 걸핏하면 임금님 앞에 나타나 임금님을 골탕 먹였다고 해요. 고지기야! 전우치는 잠시 한양을 떠나 있기로 했어요. 산골을 떠돌고 있던 어느 날, 큰 마을 동구 밖에서 울고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났어요. "아니, 왜 그러시오?" "어젯밤 갑자기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셨소. 가난하여 장례를 치를 돈도 없고, 또 홀로 된 어머님을 모시고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만 해서." 전우치는 등짐을 풀고 붓과 종이를 꺼내었어요. 종이 위에다 커다란 곳간과 한 고지기 아이를 그렸어요. 그 고지기 아이는 큰 열쇠를 들고 곳간 앞에 서 있었어요. "이 그림을 붙여 놓고 '고지기야!' 하고 부르면 은돈 백 냥을 줄 것이오. 장례를 치른 후로는 매일 한 냥씩만 달라고 하여 어머님을 봉양하시오." 전우치는 한자경이란 젊은이에게 단단히 일렀어요. "하루에 꼭 한 냥 씩이오. 그 이상을 달라고 하다가는 큰 변을 당할 것이오." 한자경은 집으로 가서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고지기를 불렀어요. 그러자 정말 그림 속의 고지기 아이가 뛰어나와 대답했어요. "은돈 백 냥을 내어 다오." 고지기 아이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곳간 문을 열고 은돈 백 냥을 내어왔어요. 아버지 장례를 무사히 치른 한자경은 그 후 날마다 고지기를 불러 은돈 한 냥씩을 내어오게 하였어요. 그리고 그 돈으로 어머니를 잘 모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자경의 마음속에 슬며시 욕심이 생겼어요. 한자경은 당장 고지기를 불러 오백 냥을 내어오라고 일렀어요. "그렇게는 안 되옵니다, 주인님." "안 되다니. 당장 앞장서라." 한자경은 혼자 곳간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은돈 오백 냥을 싸 들고나오려는 순간, 그만 철컥! 하고 곳간 문이 잠겨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아무리 불러도 고지기는 대답이 없었어요. 조금 있으니 포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한자경을 끌어냈어요. 포졸들은 한자경을 끌고 호조판서 앞으로 갔어요. "이놈! 낱낱이 고하여라.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은돈을 꺼내어 썼느냐?" 한자경은 전우치가 그려 준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깜짝 놀란 호조판서는 곳간으로 달려가 나랏돈이 든 궤를 하나하나 열어 보았어요. 층층이 쌓인 궤 속에는 돈은 간 곳 없고 개구리와 뱀들만 잔뜩 우글거리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임금님은 이를 뿌드득 갈았어요. "또 당했어! 우선 저 한자경이란 놈부터 매우 쳐라!" 한자경은 그제야 후회를 했어요. 가달산의 도둑 전우치가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새 임금님이 자리에 오르셨어요. 새 임금님은 어질고 백성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분이었어요. 전우치는 새 임금님을 돕기로 마음먹었어요. 마침 함경도 가달산에 도둑의 무리가 들끓는다는 소문이 들려 왔어요. 전우치는 임금님께 아뢰어 말 한 필을 얻고는 주문을 외었어요. "해달별, 솔개가 되어라!" 솔개를 타고 전우치는 가달산으로 갔어요. 가달산 꼭대기에 있는 도둑들의 성안에서는 한창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어요. 상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고, 도둑들은 술에 취해 비틀거렸어요. "에, 에잇! 이 좀도둑들." 전우치는 바람을 일으켜 잔칫상을 하늘로 끌어 올려 엎어 버렸어요. "아, 아니! 웬 놈이냐?" 도둑의 우두머리 엄준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왔어요. "네, 이놈. 백성들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아 잔치판이나 벌이고 있다니." "아니, 너는 도, 도술왕 전우치!" 엄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칼을 빼어 들었어요. 엄준의 칼 솜씨는 훌륭했어요. 엎치락 뒤치락, 한나절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 "안 되겠어. 해달별!." 주문을 외자 전우치의 몸이 둘로 나뉘어졌어요. 눈 깜짝할 새 두 사람의 전우치가 만들어졌어요. 한 전우치는 공중에서, 한 전우치는 땅에서 사정없이 엄준을 공격했어요. 이윽고 엄준은 전우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전우치는 도둑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뒤 한양으로 돌아왔어요. "그대가 있어 짐은 든든하기 그지없소. 우리 힘을 모아 앞으로도 백성들을 잘 보살핍시다." 임금님은 전우치를 늘 곁에 두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전우치는 예순 살도 되지 않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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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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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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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농부는 부모 형제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논에서 일하던 농부는 논둑에 앉아 쉬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이 곡식들을 거두면 누구랑 먹고사나?” 그러자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나랑 먹고 살지요.”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을 살펴보니, 큰 우렁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누굴까? 설마 이 우렁이가 한 말은 아닐 테고.” 그러자 우렁이가 또 말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 “뭐라고? 우렁이 네가.” 농부는 너무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도련님, 저를 데려다가 물독에 넣어 주세요, 그럼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그래서 농부는 우렁이를 가져다 부엌에 있는 물항아리에 넣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농부는 밥을 지으려고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뚜막에 벌써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아니, 누가 이렇게 푸짐한 밥상을 차려 놓았을까?” 농부는 도깨비에 홀린 것만 같았습니다. “참, 이상하군. 아무튼 차려 놓은 밥상이니 먹고 보자.” 농부는 맛있게 아침을 먹고, 들로 일하러 나갔습니다. 농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침밥을 잘 먹어서 그런지 절로 신이 났습니다. 점심때, 농부는 점심을 먹으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어! 누가 또 차려 놓았네.” 마당에는 빨래까지 널려 있었습니다. 그 뒤, 날마다 밥도 빨래도 누군가가 다 해 놓는 것이었습니다. 농부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농부는 들에 가는 척하다가 뒤뜰에 숨어서 안을 살폈습니다. 조금 있자, 물항아리에서 예쁜 처녀가 나왔습니다. “앗, 물독에서 웬 아가씨가! 그렇다면 우렁이가 사람인가?” 처녀는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지런히 빨래를 하고 밥을 지었습니다. 농부는 처녀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아가씨, 물독에 숨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요.” 그러자 처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용왕님의 딸인데, 죄를 지어 쫓겨났어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 기다려 주세요. 안 그러면 불행이 닥칠지도 몰라요.” 그러나 농부는 기다리지 않고, 우렁이 처녀를 색시로 삼았습니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나온 임금님이 우렁이 색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이런 산골에 묻혀 살다니 너무 아까운걸!’ 임금님은 은근히 나쁜 마음이 생겨서 농부를 불러 말했습니다. “내일 나무 심기 내기를 하자. 네가 이기면 나라의 반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의 아내를 데려가겠다.” 우렁이 색시를 빼앗기게 된 농부는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남편의 말을 들은 우렁이 색시가 반지를 주며 위로했습니다. “이 반지를 가지고 바닷가로 가 보세요. 아버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아버님이라면, 용왕님이 우리를 도와주신단 말이오?” 농부는 부랴부랴 바닷가로 갔습니다. 바다에 반지를 던지자, 커다란 바다거북이 나타났습니다. 농부는 바다거북을 타고 용궁으로 갔습니다. 용궁은 땅 위의 궁궐보다 더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어서 오라.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 용왕님은 반가워하며 농부에게 호리병 하나를 주었습니다. “이 병을 가지고 가거라. 산에 가서 마개를 열면 너를 도와 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용왕님.” 농부는 호리병을 가지고 용궁을 나왔습니다. 날이 밝자, 임금님은 수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농부는 군사들을 보자 기가 질렸지만, 태연히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나무를 심기 전에 병마개를 열라고 하셨지!” 산에 오른 농부는 용왕님이 준 호리병의 마개를 뽑았습니다. 그러자 병 속에서 호미를 든 작은 사람들이 나오더니, 금세 어른으로 변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순식간에 나무를 다 심고, 다시 호리병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렇게 큰 산에 나무를 금세 심다니." 내기에 진 임금님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습니다. “내일은 말타기 시합을 하자.” 임금님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말을 타 본 적이 없는 농부는 또다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서 아버님께 가 보세요.” 농부가 다시 용궁으로 가자, 용왕님이 조랑말 한 필을 주었습니다. 이튿날, 임금님은 아주 멋진 말을 끌고 나타났습니다. 농부의 말은 비쩍 마른 조랑말이었습니다. “하하하. 그 조랑말로 나를 이기겠다고?” 임금님은 시합에 이기기나 한 것처럼 농부를 비웃었습니다. “저 언덕 위까지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자, 출발!” 임금님의 말이 먼저 달려 나갔습니다. 농부의 조랑말도 바람을 가르며 달렸습니다. 조랑말은 금세 임금님의 말을 앞질렀습니다. 말타기 시합도 농부가 이겼습니다. 약이 오른 임금님은 또 시합을 하자고 우겼습니다. “내기는 세 번 하는 법이다. 이번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로 하자.” “임금님, 저는 농사꾼이어서 배를 탈 줄 모릅니다.” 농부가 애걸했지만, 임금님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이번이 마지막이니 단단히 각오해라.” 임금님은 나라 안에서 가장 빠른 배를 구했습니다. 농부는 용왕님한테서 조각배 한 척을 얻어왔습니다. “흥, 그런 배로는 어림도 없지!” 임금님은 농부의 조각배를 보고 큰소리를 뻥뻥 쳤습니다. 시합이 시작되자, 농부의 조각배는 미끄러지듯 잘도 달렸습니다. 임금님의 배는 바람에 흔들리더니, 강 한가운데에서 뒤집혔습니다. 결국 농부의 아내를 탐내던 못된 임금님은 강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신비로운 젊은이야. 임금님을 세 번이나 이겼어.” “임금님을 이긴 건 저 젊은이가 처음이야. 그러니 새 임금님감이야! ” 임금님이 죽자, 백성들이 수근거렸습니다. “젊은이를 새 임금님으로 모시기로 합시다.” 신하들도 백성들의 생각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농부를 새 임금님으로 삼았습니다. 우렁이 색시는 왕비가 되어 백성들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농부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예쁜 우렁이 색시의 말을 듣지 고 그만 결혼을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어요. 임금님이 우렁이 색시를 탐내게 되었고 빼앗길 위기에 빠지고 말았지요. 이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행동하면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가지씩 차근차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더 큰 실수와 잘못을 줄일 수 있겠죠. 그러나 농부는 용왕님의 도움을 받아 나쁜 마음씨를 가진 임금님과의 내기를 무사히 통과하게 되지요. 어려운 일이 닥쳤다고 당황하고 포기한다면 안 되겠죠.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힘든 것도 헤쳐 나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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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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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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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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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산골 외딴집에 홀어머니와 오누이가 살았어요. 몹시 가난하였지만, 세 식구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어머니는 밤새도록 바느질을 했어요. 그리고 낮에는 남의 집 일을 하러 다녔지요. 오늘도 어머니는 산 너머 잔칫집에 일을 하러 갔어요. 그런데 밤이 늦도록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오빠, 엄마가 왜 안 오시지?" "엄마가 오실 때 떡을 얻어 온다고 하셨는데." "글쎄, 일이 늦게 끝나셨나 봐." 떡 먹을 생각에 기쁘기만 했던 오누이는 점점 걱정이 되었어요. 한편, 일을 마친 어머니는 떡을 싸 가지고 고개를 넘고 있었어요. '이 떡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어머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지요. 그때였어요. "어흥! 게섰거라." 고갯마루에 이르자 호랑이가 버티고 앉아서 소리쳤어요. "흐흐흐, 배고픈데 잘 만났다." 어머니는 눈앞이 캄캄했지요. "호랑이님, 살려 주세요!" 어머니는 사정을 했지만, 호랑이는 으르렁거렸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서 어머니는 얼른 떡 하나를 호랑이에게 주었어요. 어머니가 또 다른 고갯마루에 이르자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서 말했어요.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또 떡 하나를 주었어요. 이렇게 호랑이는 고개를 넘을 때마다 떡을 하나씩 빼앗아 먹었어요. 그리고는 결국 어머니까지 잡아먹고, 오누이가 있는 집으로 갔어요. 오누이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호랑이가 문 밖에서 말했어요. "얘들아, 엄마 왔다. 문 열어라!" 반갑게 달려나가던 오누이는 멈칫했어요. "잠깐!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닌걸." 호랑이는 능청을 떨었지요. "감기가 들어서 그래." "그럼 손 좀 보여주세요." 호랑이는 털이 북슬북슬한 손을 문틈으로 들이밀었어요. "이건 우리 엄마 손이 아니에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단다." 오누이는 밖을 살짝 내다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문 밖에는 무서운 호랑이가 어머니의 옷을 입고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오누이는 몰래 뒷문으로 나와, 뒤뜰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오빠, 무서워!" "쉬잇! 조용히 해." 오누이는 나무 위에서 벌벌 떨고 있었지요. "아, 목말라!" 호랑이는 집 주위를 빙빙 돌며 오누이를 찾다가 우물가로 갔어요. 호랑이는 물을 마시려고 우물을 들여다 보았어요. 우물물에는 오누이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지요. "오라, 이 녀석들이 바로 여기 있었구나!" "너희들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니?" 호랑이가 묻자, 오빠는 꾀를 내어 대답했어요. "참기름 바르고 올라왔지." 호랑이는 얼른 부엌에서 참기름을 가져다가 나무에 발랐어요. 그리고는 나무 위로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지요. "아이쿠, 엉덩이야!" 엉덩이가 아파 쩔쩔매는 호랑이를 보고, 동생이 깔깔대며 웃었어요. "이런 바보, 도끼로 나무를 찍고 올라오면 쉽지." 오빠가 재빨리 동생의 입을 막았어요. 하지만 호랑이는 도끼를 찾아들고 나무를 콩콩 찍으며 올라왔어요. "무서워. 어떡해!" 호랑이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지요. 바들바들 떨던 오누이는 두 손을 모아 하나님께 빌었어요. "하느님, 제발 우리를 살려 주세요!" "하느님, 우리를 살리시려면 금 밧줄을 내려 주시고, 아니면 썩은 밧줄을 내려 주십시오." 그때였어요. 하늘에서 금 밧줄이 스르르 내려왔어요. "하느님, 고맙습니다!" 오누이는 재빨리 금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나무 위까지 올라온 호랑이는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오누이를 올려다보았어요. '옳지, 나도 기도해야지.' 호랑이는 오누이처럼 하느님께 빌었어요. "하느님, 저를 살리시려면 썩은 밧줄을 내려 주시고, 아니면 금 밧줄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자 정말 하늘에서 밧줄이 스르르 내려왔어요. "요놈들,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놓칠 줄 아느냐!" 호랑이도 밧줄을 타고 올라가려고 했지만 밧줄은 중간에서 뚝 끊어지고 말았어요. 호랑이가 잡은 밧줄은 썩은 밧줄이었거든요. "으아악!" 호랑이는 그만 수수밭에 떨어져 죽고 말았어요. 수수깡이 붉은 것은, 이때 묻은 호랑이 피 때문이랍니다. 한편, 하늘로 올라간 오빠는 해가 되고 동생은 달이 되었어요. 그러자 동생이 하느님께 애원했어요. "하느님, 저는 밤이 무서워요. 제발 제가 해가 되게 해 주세요." 하느님은 가엾은 동생의 소원을 들어주었어요. 그래서 오빠가 달이 되고, 동생은 해가 되었지요. 해가 눈부신 것은, 부끄럼 타는 동생이 아무도 쳐다보지 못하게 빛을 뿜기 때문이랍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호랑이는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 속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에요. 그만큼 사람들과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동물이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처럼 아주 무섭고 두려운 동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해님과 달님에 나오는 호랑이는 지나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떡 하나만 주면 잡아먹지 않는다고 약속해 놓고선 어머니를 잡아 먹었고, 아이들까지 해치려고 했어요. 그 결과 하느님의 벌을 받아 죽음을 당했지요. 오누이를 불쌍하게 여기신 하느님이 그들을 해와 달로 만들어 주었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여동생을 해로 만들어 주었다는 대목이지요. 무서움증이 많은 여동생이 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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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된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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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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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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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게으름뱅이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너무 게을러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밤낮으로 잠만 잤습니다. "얘야, 그만 일어나서 세수 좀 하거라." "아이, 졸려. 엄마, 제발 잠 좀 자게 내버려 둬요!" 어머니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소년은 막무가내였습니다. 밥 먹는 것도 귀찮아해서 먹여 주어야만 겨우 먹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귀찮게 구니 어디 꼭꼭 숨어서 자야겠네.' 소년은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어디가 좋을까? 옳지, 저기다!' 소년이 찾아낸 곳은 마루 밑이었습니다. "드르릉 푸, 드르릉 푸. 아야! 이게 뭐야?" 마루 밑에서 낮잠을 자던 소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습니다. 지나가던 생쥐가 소년의 발가락을 꽉 물었던 것입니다. '모처럼 잠 좀 자려고 했더니, 저 놈의 생쥐 때문에 글렀군.' 소년은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은 산도 들도 온통 푸른 색이었습니다. 길가의 꽃들은 색색으로 늘어서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습니다. "벌써 여름이구나!" 얼마나 게을렀던지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한 소년은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 것에 놀랐습니다. "아휴, 더워. 왜 이리 덥지?" 소년은 더워서 걷는 것조차 귀찮았습니다. 그때, 커다란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 소가 보였습니다. "저 소는 좋겠다. 이 더위에 나무 그늘에서 잠을 실컷 잘 수 있으니까." 소년이 소를 부러워하며 어느 집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마루에서 웬 할아버지가 '소의 탈' 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그 탈을 무엇에 쓰시려고요?" 소년은 다가가서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소년을 힐끔 쳐다보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보통 탈이 아니란다. 요술 탈이지. 이 탈을 쓰면 소가 되거든." "소가 된다고요? 정말요?" "정말이고말고. 네가 한번 써 보련? 멋있는 소가 될 게야." 멋있는 소가 된다는 말에 소년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소가 되면 편하겠지? 자고 싶을 때 마음대로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할아버지, 그 탈을 제게 씌워 주세요. 저는 소가 되고 싶거든요" "허허허, 내 그럴 출 알았다. 자, 어서 써 보렴." 할아버지는 소년의 얼굴에 탈을 씌우고는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셨습니다. "아얏! 아파요, 할아버지." 소년이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음머, 음머' 하는 소의 울음소리로 들렸습니다. "자, 이제 넌 사람이 아니라 소란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거라" 할아버지는 소년의 머리, 아니 소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정말로 소가 되었다고? 열심히 일하라고?' 소년은 소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냇가로 갔습니다. 물 위에 비친 모습을 보니 소가 틀림없었습니다. '내가 정말 소로 변했구나! 소가 됐어. 인제 실컷 잠이나 자야겠다. 소가 된 소년은 신바람이 나서,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 잠을 잤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아함, 잘 잤다." 크게 하품을 하면서 잠에서 깨어 보니, 벌써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어디 계세요?" 소년은 요술을 풀려고 할아버지를 찾았지만,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가 된 소년은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이게 웬 소야? 이 소가 왜 우리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는 소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습니다. '아버지, 저예요. 할아버지를 찾아주세요. 요술을 풀어야 해요.' 소년이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그 소리는 소의 울음소리로 들렸을 뿐입니다. "허, 영문을 모르겠군. 아무튼 들어온 소니 외양간에 매어 놔야겠어." 아버지는 이튿날 날이 밝으면 주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튿날, 아버지는 소가 된 소년에게 밥 대신 여물을 잔뜩 주었습니다. "자, 네 주인을 찾아 줄 테니 여물이나 많이 먹어 두어라." 소년은 밥을 먹고 싶었지만, 지금은 여물을 먹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얘는 도대체 어디 가서 돌아오지 않는거야?" 아버지는 어제 집을 나간 아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밤새 걱정했습니다. "여보, 소 주인도 찾을 겸 아이도 찾아 볼 테니 오늘 밭일은 혼자서 하구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이르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는 며칠째 소년과 소 주인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나 소년도 소의 임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내 아들아, 대체 죽었니, 살았니? 어디 가서 소식도 없단 말이냐?" 어머니는 끼니도 거른 채 소년을 찾으며 울부짖었습니다. "아이도 아이지만, 저 놈의 소 임자는 왜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버지도 짜증이 났습니다. "안되겠어,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일이나 시켜야지."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되었지만, 농사일을 안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랴! 이 놈의 소 어서 가자." 회초리로 엉덩이를 얻어맞으며 밭에 나오니 할 일이 많았습니다.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돌멩이를 골라 밭두렁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또 두엄을 져다가 밭에 골고루 뿌려야 했습니다. 조금만 꾀를 부려도 아버지는 사정없이 회초리로 소의 엉덩이를 후려쳤습니다. '어휴, 힘들어라! 어쩜 이렇게 일이 많을까? 아버지, 어머니는 날마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는구나.' 소가 된 소년은 비로소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 줄을 알았습니다. '아아, 이건 내가 일을 싫어하고 날마다 잠만 자니까 하느님이 벌을 주신 거다.' 소년은 게으름만 피웠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 어머니를 도와 열심히 일을 해야 할 텐데, 그 할아버지를 어디 가서 만나지?' 때마침 어머니가 점심밥을 가져왔습니다. 아버지가 점심을 드시는 동안 소가 된 소년은 비로소 쉴 수 있었습니다. '아아, 목이 마르구나. 물을 마셨으면 좋겠다.' 소가 된 소년이 냇물을 찾는데 옆에 무밭이 보였습니다. '무라도 하나 뽑아 먹자.' 소가 된 소년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무 한 개를 뽑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소의 탈이 머리에서부터 슬그머니 벗겨지는 것이었습니다. "앗! 내가 사람이 되었네. 어머니, 아버지, 요술이 풀렸어요!" 소년은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습니다. "아니, 얘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네가 소였다니?"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년을 껴안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말썽만 부려서 죄송합니다." 소년은 소가 되었던 내력을 이야기하고, 착하고 부지런한 아이가 되어 열심히 살았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잠만 자는 아주 게으른 소년이 있었어요. 먹는 것도 귀찮아 할 정도로 게으른 소년이었죠. 그런데 소를 보니 마음대로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참 편한 것처럼 보였죠. 그래서 낯선 할아버지로부터 소의 탈을 얻어 쓰고는 소가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막상 소가 되고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편한 것이 아니었어요. 힘들게 밭을 갈고 짐을 옮겨야 했어요. 조금만 꾀를 부려도 사정없이 매를 맞기도 했어요. 게으름뱅이 소년은 부모님의 사랑도 모른체 하고 잔꾀만 부렸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어요. 그제야 부모님이 하는 농사일이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잘 읽었는지 물어볼까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 에게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요? 게으름 피우는 것이 얼마나 나쁜 습관인지 생각해 봅시다. 게으름뱅이 소년은 커다란 나무 밑에서 잠을 자는 소의 무엇을 부러워했나요? 게으름뱅이 소년은 할아버지가 만든 무엇을 쓰고 소가 되었나요? 소가 된 소년에게 아버지는 밥 대신에 무엇을 주었나요? 소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소년이 느낀 것은 무엇일까요? 게으름뱅이 소년은 무엇을 먹고 요술에서 풀려 사람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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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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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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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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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어느 산골 외딴 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단 둘이 살고 있었어요. 자식도 없는 외로운 부부였죠. "못 생겨도 좋아." "바보라도 좋아. 꼭 아기가 하나만 있었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아기를 갖고 싶어했어요. 따뜻한 봄날, 할아버지는 뒷산에 나무를 하러 갔어요. “뚝딱뚝딱.” 도끼로 나무를 찍고 있는데 어디서 낯선 소리가 들려 왔어요. “휘이 휘익...... 쫑쫑쫑쫑......” 아름다운 새 소리였어요. “무슨 새가 이렇게 곱게 운담?” 할아버지는 일손을 멈추고 새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어요. “햐.” 할아버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분홍 날개에 노란 머리꽁지...... 생전 처음 보는 예쁜 새 한 마리가 떡갈나무 위에 앉아 있었어요. “휘이 휘익...... 쫑쫑쫑쫑......” 새는 마치 할아버지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 빤히 내려다보며 울고 있었어요. “왜 그래?” 할아버지는 쥐고 있던 도끼를 던져 두고 새 앞으로 다가갔어요. 그러자 새는 포르르 날아 그 뒤쪽 나무 위로 가 앉았어요. “왜 그래? 왜 그러냐니깐.” 할아버지가 다가가자 새는 또 포르르 날아 그 뒤쪽 나무 위로 가 앉았어요. “휘이, 쫑쫑쫑쫑.” 분홍 새는 계속 그렇게 울며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새야! 새야!” 할아버지도 새를 부르며 따라 들어갔어요. 산 속 깊이 들어갈수록 경치는 점점 더 아름다워졌어요. 구름처럼 솟은 바위들, 아름드리 나무들, 알록달록 피어 있는 꽃들...... “햐, 우리 뒷산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할아버지는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 천천히 숲 속을 거닐며 놀았어요. 그러다 그만 새를 놓치고 말았어요. “새야, 어디 갔니?”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새는 보이지 않았어요. “새야! 분홍 새야!” 목이 터져라 크게 외쳐도 새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새 소리 대신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어요. “돌돌돌돌......” “물이다!” 할아버지는 몹시 목이 말랐어요. 부리나케 물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물은 작은 바위 틈새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물줄기는 너무 작아 마실 수가 없었어요. “옳지! 틀림없이 이 위에 샘이 있을 거야.” 할아버지는 얼른 작은 바위 위쪽으로 올라섰어요. “와!” 바위 위쪽은 온통 꽃동산이었어요. 제비꽃과 양지꽃, 깽깽이꽃들이 수놓은 듯 피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맑디맑은 옹달샘이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가만히 옹달샘으로 다가갔어요. 옹달샘에는 파란 하늘이 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혀를 차며 샘물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꿀꺽!” 샘물은 아주 달고 시원했어요. “꿀꺽 꿀꺽!” 두 모금, 세 모금...... 할아버지는 배가 부르도록 샘물을 들이마셨어요. 그러자 갑자기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어요. 두 팔과 두 다리에 힘이 불끈불끈 솟았어요. “한 모금만 더 마시고 내려가야지.” 다시 허리를 구부리던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 샘물 속에 웬 젊은이가 비춰지지 않겠어요? 새까만 머리칼과 수염, 한 두 뺨...... “누구지? 나 말고 여기엔 아무도 없는데......”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러자 샘물 속 젊은이도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응?” 이번에는 한 손을 들어 상투를 만지는 시늉을 해 보았어요. 그러자 샘물 속 젊은이도 똑같이 따라 했어요. “그럼 이 샘물 속 젊은이가 바로 나......?” 할아버지는 믿기지 않아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어요. “아이고 아파라. 꿈이 아니고 생시네.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다! 내가 다시 젊은이가 되었어.” 한편, 외딴 집에 있는 할머니는 몹시 걱정이 되었어요. 오래도록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사립문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고 발그레한 노을 속에 웬 젊은이가 나타났어요. “누구시오?” 할머니가 놀라 물었어요. “여보, 나요.” “망칙해라.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고 여보라니......” “할멈, 나라니깐.” 할아버지는 안타까워 할머니 손을 덥썩 잡았어요. “놔요, 놔! 이 젊은이가 돌았나?” 할머니는 펄쩍 뛰며 할아버지 손을 뿌리쳤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방금 옆에 벗어 둔 지게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할머니는 그제야 할아버지 손을 맞잡으며 물었어요. “영감, 도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할아버지는 산 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어요. 예쁜 분홍 새 이야기랑, 아름다운 산 속 경치랑, 시원한 샘물 이야기랑...... “젊어지는 샘물! 틀림없어요. 영감, 그 샘물은 젊어지는 샘물이에요.” “젊어지는 샘물?” “예, 어릴 적 어른들한테 들었어요. 뒷산 깊은 곳에 그런 샘물이 있다고요” “그래요?” “우리 마을 사람 몇명이 몇 번씩이나 찾아가 봤지만 허탕을 쳤다고 했어요.” “......” “영감, 나도 거기 데려다 줘요. 나도 젊어질 거예요...... 혹시 지금이라도 아기를 하나 낳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 다음 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데리고 뒷산으로 갔어요. 어쩌면 아기를 하나 낳을 수 있겠다는 할머니 말에 앞장 서서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여긴가? 아니면 저긴가?” 아무리 찾아도 샘으로 가는 길을 알 수가 없었어요. 그 때 또 새 소리가 들려 왔어요. “휘이 휘익...... 쫑쫑쫑쫑......” “분홍 새다!” 할아버지는 너무 기뻐서 소리쳤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분홍 새를 따라가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꽃동산에 다다랐을 때, 또 분홍 새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꿀꺽!” 할머니는 얼른 샘물을 한 모금 마셨어요. “아, 달고 시원해. 꿀꺽꿀꺽!” 두 모금, 세 모금......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배가 부르도록 샘물을 들이켰어요. 할머니도 곧 젊어지기 시작했어요. 새하얗던 머리칼은 새까매졌고, 주름졌던 얼굴도 반듯하게 펴졌어요. 갓 시집 온 새댁 같았어요. “여보!” “여보!” 젊은이가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너무 좋아 서로 얼싸안았어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부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산신령님, 제발 귀여운 아기 하나만 갖게 해 주세요.” 아무리 열심히 빌어도 아기는 생기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빗 사세요! 비녀 사세요!” 방물장수 아낙네가 찾아왔어요. 봄이면 찾아오는 단골 장수였어요. 외딴 집 사립문을 들어서던 방물장수는 깜짝 놀랐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간 곳이 없고 웬 젊은 부부가 툇마루에 앉아 새끼를 꼬고 있지 않겠어요. “아니, 이 댁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소?” “아, 어서 오구려. 우리가 바로 그 늙은이들이라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방물장수에게 젊어진 까닭을 모두 다 말해 주었어요. “뭐라구요? 정말 그렇게 이상한 샘물이 있단 말이에요?” 방물장수는 젊어지는 샘물 이야기를 산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다 퍼뜨렸어요. 아랫마을에서는 야단법석이 났어요. 너도나도 이상한 샘물을 찾으러 뒷산 깊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 샘물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분홍 새의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어요. 아랫마을 사람 중에 지독한 심술쟁이 영감이 있었어요. 절대로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었어요. “흥, 그 얼간이가 젊은이가 되었다고? 두고 봐, 나는 더 젊어지고 말 테니......” 하지만 심술쟁이 영감도 허탕을 치고 말았어요. 몇 번이나 산 속에 들어갔지만 샘물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심술쟁이 영감은 외딴 집으로 할아버지를 찾아왔어요. “여보게, 나를 그 샘물로 데려다 주게.”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자네는 그 길을 잘 알고 있을 게 아닌가?” “나도 몰라. 새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그 뒤로는 나도 한 번도 분홍 새를 보지 못했는 걸.” “아무튼 앞장 서! 같이 가 보자구!” 심술쟁이 영감은 눈을 치켜뜨며 심통맞게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심술쟁이 영감의 성화에 산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또 나무를 하던 자리에서 헤매게 되었어요.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어.” “잘 좀 찾아보라니까.” 둘이 옥신각신 다투고 있을 때 또 새소리가 났어요. “휘이 휘익...... 쫑쫑쫑쫑......” 분홍 새는 마치 할아버지와 심술쟁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세차게 울었어요. 새를 따라 옹달샘에 도착한 심술쟁이는 허겁지겁 샘물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벌컥벌컥! 벌컥벌컥벌컥!” 쉬지 않고 자꾸자꾸 들이켰어요. “캑! 벌컥벌컥벌컥! 캑, 캐캑!” 사래까지 걸려 가며 마셔 댔어요. 곧 심술쟁이 영감도 젊어지기 시작했어요. 덥수룩해진 수염, 팽팽하게 펴진 주름살...... 금방 새신랑처럼 되었어요. “얼씨구 좋다! 절씨구 좋다!” 심술쟁이 영감은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젊은이가 된 뒤에도 심술쟁이 영감은 산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말예요. “어서 가세, 어서 가.” 할아버지는 심술쟁이 영감을 재촉했어요. 하지만 심술쟁이 영감은 자꾸만 샘물을 돌아보며, 고개를 옆으로 저었어요. “먼저 가게. 나는 좀더 있다 가겠네. 배가 꺼지고 나면 실컷 더 먹고 가겠어.” 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혼자 산을 내려왔어요. 다음 날 아침, 산에 나무를 하러 간 할아버지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응애응애.” 희미했지만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틀림없었어요. “휘이 휘익...... 쫑쫑쫑쫑......” 어디선가 또 분홍 새가 나타나 길 안내를 해 주었어요. 젊어지는 샘물에 다다르니 샘물 곁에 웬 사내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어요. “응애응애! 응애응애!” 산이 떠나가라 씩씩하게 울고 있었어요. “이게 뭐야?” 아기가 두르고 있는 커다란 옷을 본 할아버지는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어요. 그것은 바로 어제 심술쟁이 영감이 입었던 옷이었어요. 그 아기는 밤새 젊어지는 샘물을 퍼마신 심술쟁이 영감이 그렇게 변한 것이었어요. “아가야.” 할아버지가 부르자 아기는 울음을 뚝 그치고 방긋방긋 웃었어요.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할아버지는 얼른 아기를 안고 산을 내려왔어요. “어머, 영감. 이게 웬일이에요?” “우리에게도 자식이 생겼다오! 산신령님이 우리 소원을 들어 주신 거예요!” 할머니도 아기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젊은이가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심술쟁이 영감이 변해서 된 아기를 키우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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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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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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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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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음성 땅에 조공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몹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조공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만 했어요. 그러나 가난에서 헤어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려웠어요. 조공은 하루 세 끼는 커녕 한 끼도 못 먹을 때가 허다했어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조공은 먹지도 쓰지도 않으면서 알뜰살뜰 저축을 했어요. 남에게 돈을 빌려 줄 때는 반드시 차용증을 쓰게 하고 높은 이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제때 돈을 갚지 않으면 돈 대신 소라도 끌고 왔어요. 고을 사람들은 조공을 ‘자린고비’라 불렀어요. 그러나 자린고비의 생각은 달랐어요. "남들처럼 입고 먹을 것 다 먹으면 언제 돈을 벌겠어. 무조건 아껴야 해." 어느 날, 자린고비는 생선이 몹시 먹고 싶었어요. 생선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 자린고비는 생선을 들여다보는 척했어요. "이 생선은 얼마예요?" 자린고비는 생선들을 뒤적거리며 값을 물었어요. "손님, 싸게 드릴 게요." 생선장수 아저씨는 친절하게 말했어요. 자린고비는 계속해서 생선들을 주물럭거렸어요. "그만 둬요, 이러다 생선이 모두 상해 버리겠어요." 화가 난 생선장수 아저씨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생선을 사려면 이것저것 고르는게 당연한 것 아니오? 싫으면 다른 가게로 가겠소." 자린고비는 생선가게를 나와 집으로 곧장 달려왔어요. 그리고 넓은 솥에 물을 붓고 생선을 주물렀던 손을 씻었어요. "헤헤, 이렇게 하면 맛있는 생선국을 먹을 수 있지." 자린고비는 손을 씻은 생선물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어요. 이렇게 해서 마침내 자린고비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부자가 된 자린고비는 나이가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갔어요. 지독한 자린고비한테 시집올 처녀가 아무도 없었거든요. "이제 나도 장가를 가야 하는데 헤픈 여자를 만나면 큰일인데." 자린고비는 씀씀이가 헤픈 여자를 만날까 봐 장가들기가 무서웠어요. 그래서 자린고비는 이 고을 저 고을 다니며 신부감을 골랐어요. 하루는 자린고비가 짚신이 아까워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고 있을 때였어요. "어이, 자린고비! 신발은 어쩌고 맨발로 걷고 있나?"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물었어요. "글쎄, 멀쩡하던 짚신 바닥이 이렇게 많이 닳아 버렸지 뭐예요." 자린고비의 소문은 꼬리를 물고 마을 전체에 퍼졌어요. 자린고비는 더욱 장가들기가 어려워졌어요. "이러다가 장가 한 번 못 들고 늙어 죽고 말겠어." 하루는 봇짐장수 박 서방이 자린고비를 찾아왔어요. "충청도 땅에 구두쇠 영감의 외동딸이 여태 시집을 못 가고 있다는구먼." 박서방의 말을 들은 자린고비의 귀가 쫑긋해졌어요. 자린고비는 보리주먹밥을 몇 개 만들어 충청도 땅을 향해 길을 떠났어요. 자린고비는 쉽게 구두쇠 영감 집을 찾을 수 있었어요. 담장에 몰래 숨어서 처녀를 살펴보았어요. 때마침 구두쇠 딸은 장독 항아리를 닦고 있었어요. 그 때 어디선가 ‘웽 웽’소리가 나더니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는 간장독에 앉았다가 날아갔어요. 독을 닦던 구두쇠 딸은 파리를 따라 이리저리 쫓아다녔어요. "에잇, 이 못된 간장 도둑!" ‘찰싹’하고 손바닥으로 파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파리 다리에 묻은 간장을 간장독에 대고 ‘톡톡’ 털어넣었어요. 자린고비는 이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쳤어요. 자린고비는 구두쇠 영감을 만나 부탁했어요.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구두쇠 영감은 재물이 많다는 말에 얼른 딸과 혼례를 치뤄 주었어요. 과연 자린고비의 아내가 된 구두쇠 딸은 소문대로 알뜰했어요. 쌀 한 톨도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음식 솜씨며 바느질 솜씨 또한 흠잡을 곳이 없었어요. 밥상에는 달랑 간장 종지 한 개와 꽁보리밥 한 그릇 뿐이었어요. "여보, 간장도 아껴 드셔야 해요. 그러니 숟가락 끝에 살짝 찍어 드세요." 자린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가를 잘 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자린고비의 오래 된 친구 김 선비가 찾아왔어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식사때가 되었어요. 자린고비의 아내는 귀한 손님이라 제사 때 쓰려던 굴비를 한 마리 구웠어요. ‘저 귀한 굴비를 구워 오다니.’ 자린고비는 몹시 아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자린고비의 아내가 새끼줄을 천장에 매달았어요. 그리고 굴비를 새끼줄 사이에 끼웠어요. "손님, 굴비가 몹시 짭니다. 그러니 아껴 드세요." 그제야 자린고비는 아내의 속셈을 알아차렸어요. 자린고비는 밥 한 숟가락 뜨고 굴비를 한번 쳐다본 후 이렇게 말했어요. "어허, 그것 참 엄청 짜네." 옆에서 지켜 보던 김 선비는 어이가 없었어요. ‘정말 지독한 구두쇠들이군.’ 결국 김 선비는 굴비는 맛도 보지 못한 채 구경만 해야 했어요. 밤이 깊어 자린고비는 김 선비에게 방 한칸을 내어 주었어요. 김 선비는 밤새도록 ‘오들오들’ 떨었어요. ‘옳지, 봇짐 속에 든 종이를 뜯어서 구멍을 막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김 선비는 자린고비의 아내에게 밥알 세 개를 얻어 와 구멍을 막았어요. 다음 날, 날이 밝자 김 선비는 떠날 준비를 했어요. "어이 김 선비 밤새 잘 잤는가?" ‘저 친구를 혼내 주고 말겠어.’ 이렇게 생각한 김 선비는 자린고비에게 말했어요. "대접 한번 잘 받고 떠나네. 참, 구멍에 막았던 종이는 내 것이니 뜯어 가야겠네." 자린고비는 순순히 승낙했어요. 김 선비는 자린고비에게 인사를 나누고 대문을 나섰어요. 그 때였어요. 자린고비가 정색을 하며 뒤쫓아 나왔어요. "여보게 잠깐만 기다리게. 문에 발랐던 종이는 자네 것이지만 종이 뒤에 붙은 밥알 세 알은 떼 놓고 가게." 김 선비는 할 수 없이 꼬깃 꼬깃 말아 넣었던 종이를 자린고비에게 주었어요. 자린고비는 종이 뒤에 붙은 밥알을 ‘박박’ 긁더니 사발에 담아 돌아갔어요. 이렇게 고약한 자린고비를 사람들은 무척 싫어했어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부채장수가 부채를 팔러 왔어요. 그러자 자린고비가 말했어요. "부채 한 개면 평생 쓸 수 있는데 뭐하러 또 산단 말이오." 그러면서 자린고비는 부채를 활짝 펴더니 부채에다 대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어요. "머리는 좀 아프겠지만 부채는 닳을 염려가 없지." 그 후로 자린고비의 집에는 부채 장수가 얼씬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해, 자린고비가 사는 마을에 심한 흉년이 들었어요.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은 굶어서 쓰러질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지독한 자린고비가 마을 사람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어요. "아니 자린고비가 무슨 일로 우리들을 부르는 걸까?"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선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마당에는 맛있는 쌀밥에 고기와 과일이 가득 차려져 있었어요. "자, 여러분 마음껏 들고 가십시오." "혹시 음식을 먹여 놓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음식을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자린고비는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여러분! 나는 그 동안 구두쇠 자린고비란 말을 들어 가면서 알뜰 살뜰 돈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평생 소원이던 가난을 벗어나게 되었지요." "이제 저의 소원도 이루었으니 그 동안 모았던 재물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습니다." 자린고비는 말을 마치고 곳간을 열어 쌀과 보리 등 많은 곡식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동안 자린고비를 미워하며 욕했던 것을 크게 뉘우치며 자린고비의 근검절약 정신을 본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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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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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옹진골 옹당마을에 옹고집이라는 고집쟁이가 살았습니다. 옹고집은 이 옹당 마을에서 첫째가는 부자였습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하인들도 많았습니다. 옹고집은 어려서부터 고집 세고 욕심쟁이에다가, 심술퉁이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거지가 오면 밥을 주기는커녕 바가지를 깨고, 구정물을 끼얹기 일쑤였습니다. 옹고집은 늙은 어머니가 먹는 밥도 아까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참 너무하십니다. 연세가 여든이신데도 이렇게 살아서 양식을 축내고 계시니,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옹고집은 병들어 누워 있는 어머니를 구박했습니다. "좋은 옷만 입히고, 맛있는 것만 먹이며 애지중지 길렀는데, 천하에 불효 자식이 되었구나. 아니고, 내 팔자야. 오냐, 내가 죽어주마." 어머니는 자리에 누운 채 눈물만 흘렸습니다. 어느 날, 젊은 스님이 지나다가 옹고집네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처님께 공양하시고 복 받으십시오!" 옹고집은 스님을 보고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뭐라고? 중놈이 감히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려? 시주 좋아하시네. 곡식이 있으면 우리집 개를 주지, 땡초 중놈에게 주랴? 여봐라! 어서 저놈을 붙잡아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쫓아 버려라." 옹고집의 명령에 하인들은 몽둥이로 젊은 스님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옹고집에 대한 소문은 멀리 월출봉 취암사에 있는 큰스님도 들었습니다. 취암사 큰스님은 도술을 부릴 줄 아는 도사였습니다. "옹고집이 어려운 사람들을 괴롭히고 중을 욕보인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으나, 병든 어머니한테도 불효한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내가 혼 좀 내주어야지." 큰스님은 옹고집네 집을 찾아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웠습니다. "아니 저 중놈이 아직 내 소문을 못 들은 모양이구나. 어디 맛 좀 봐라!" 대청에서 낮잠을 자던 옹고집이 벌떡 일어나 달려 나왔습니다. "네 이놈! 어른이 주무시는데 어디서 소란이냐? 썩 물러가거라!" 옹고집이 호통을 쳤지만 큰스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아하니 머지않아 큰 액운이 닥칠 것이오. 나무아미타불!" "뭐, 나에게 큰 액운이 닥친다고? 관상이나 볼 줄 알고 하는 소리냐?" "일천 냥만 시주하시면 그 액운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뭐, 일천 냥? 이 땡초 중놈아, 그따위 뼈다귀 굴러가는 소리는 집어치워!" 옹고집은 하인들을 시켜 큰스님을 때리고, 구정물을 가져다 퍼부었습니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돌아온 큰스님을 보고, 취암사의 스님들이 분을 참지 못해 한 마디씩 했습니다. "큰스님, 그까짓 옹가놈을 도술로 혼내 주지 그러셨습니까?" "사나운 독수리가 되어 옹가놈의 수염을 몽땅 뽑아 놓지 않으시고요." "수십 마리 생쥐로 변해서 옹가네 창고의 곡식을 다 먹어 버리세요." 그러나 큰스님은 조용히 심부름하는 동자승을 불렀습니다. "얘야, 볏짚을 가져다가 사람과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거라." 동자승이 허수아비를 만들자, 큰스님은 허수아비의 가슴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허수아비가 옹고집으로 변했습니다. "아니, 볏짚 허수아비가 사람으로 변하다니?" "옹가놈, 이제 단단히 혼나겠구나!" 스님들은 탄복하며 큰스님에게 다시 한번 합장을 했습니다. 허수아비 옹고집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채 옹당마을로 갔습니다. 옹고집네 집 마당으로 들어선 허수아비 옹고집은 하인들을 불렀습니다. "얘들아, 뭣들 하느냐? 대문 밖에 거지가 와 있으니 밥 한 그릇 갖다 주고, 사랑에 손님 맞을 채비도 하여라. 언년이는 할머니 시중을 들지 않고 뭐 하느냐?" "예, 나리. 지금 하고 있습니다요." 하인들은 갑자기 변한 주인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속닥거렸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떴나?" "뭘 잘못 먹은 게 틀림없구먼." 진짜 옹고집은 자기와 똑같이 생긴 가짜 옹고집을 보고 기절할 만큼 놀랐습니다. 허수아비 옹고집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놈! 웬놈인데 남의 집에 와서 소란을 떠느냐?" 허수아비 옹고집은 연방 '허허' 웃으며 사랑으로 들어가 아랫목에 벌렁 누웠습니다. 이윽고, 밖에서 돌아온 진짜 옹고집이 그 모습을 보고 버럭 화를 냈습니다. "이놈! 누군데 감히 이 어르신 방에 함부로 들어왔느냐?" "삼돌아, 마당쇠야! 이 가짜 옹고집을 당장 끌어다가 요절을 내거라!" 진짜 옹고집과 허수아비 옹고집은 서로 싸우며 하인들을 다그쳤습니다. 하인들은 똑같이 생긴 주인이 둘이어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맸습니다. "주인 나리가 둘이라니, 그게 무슨 홍두깨 부러지는 소리냐? 에구머니나, 정말 둘이네. 이를 어째!" 하인들의 말에 달려 나온 부인도 똑같은 옹고집이 둘인 것에 놀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진짜 옹고집과 허수아비 옹고집은 서로 진짜라고 싸우다가 관가로 갔습니다. '아니, 두 사람이 정말 똑같지 않은가? 무슨 수로 진짜를 가려낸담?' 원님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가려낼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두 옹고집은 각자 자기 집안에 대하여 말해 보아라. 오른쪽에 있는 옹가부터." 오른쪽에 있는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이었습니다. "예, 저의 아버지 이름은 옹유송이고, 할아버지는 옹만송이라 하옵니다." "허어, 자기 집안에 대해 그것밖에 모르느냐? 이번에는 왼쪽 옹가가 말해 보아라." 허수아비 옹고집은 태연히 앉아 설명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옹유송, 할아버지는 옹만송, 그리고 증조부는 옹달송이옵니다. 또 아버지는 절충장군, 할아버지는 오위장 벼슬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는 은식기가 5벌, 은수저가 10벌 있사옵니다." 원님은 허수아비 옹고집의 설명이 자세한 걸 보고 진짜 옹고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알겠다. 여봐라, 오른쪽에 있는 옹가가 가짜임에 틀림없다. 가짜인 주제에 남의 집안을 소란케 한 죄가 크니, 곤장 30대를 쳐서 내쫓아라!" 진짜 옹고집은 곤장을 맞고 고을에서 쫓겨났습니다. "아이고, 분해! 내 그 가짜 옹고집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 옹고집은 입술을 깨물며 산속을 헤맸습니다. 배는 고프고, 밤이 깊어 가니 따뜻한 집이 그리웠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이 보고 싶고, 늙은 어머니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했어. 그동안 늙으신 어머니께 불효하고, 거지와 스님들에게도 못된 짓만 해서 그 벌을 받는 거야!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돼야지." 옹고집은 지난 일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더니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네 이놈, 옹가는 듣거라. 이제야 네 죄를 알겠느냐?" "예, 예, 신령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옹고집은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빌었습니다. 그러자 취암사 큰스님이 앞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쳤다니 다행이오. 자, 이 부적을 가지고 집으로 가 보시오." 큰스님은 옹고집에게 부적 한 장을 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부적을 가지고 한달음에 집에 온 진짜 옹고집은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달려 나온 하인들은 진짜 옹고집을 보고 눈을 부릅떴습니다. "아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또 한번 혼이 나야겠구먼!" "저리 비켜라! 내가 진짜 주인이니라. 방안의 가짜 옹가는 이리 나오너라!" 소리치며 사랑방 문을 열자, 방 안에는 허수아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진짜 옹고집은 큰스님의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깨닫고 '허허' 웃었습니다. 이래서 옹고집은 착한 사람이 되어 어머니께 효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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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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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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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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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욕심 많은 형과 착한 아우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은 동생을 불렀어요. “오늘부터 이 집의 주인은 바로 나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맏아들인 나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 주셨어. 그렇게 알아라.” “그럴 리가.” 하지만 착한 아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어요. ‘형님은 부모님의 제사도 지내야 하니, 재산은 형님이 맡는 게 당연해.’ 그러나 욕심 많은 형은 며칠 못 가 아우네 가족을 집에서 내쫓아 버렸어요. “이제부터 너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해라.” “어느덧 가을이구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나무를 많이 해다 놔야겠어.” 아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나무를 했어요. “쿵! 쿵! 쿵!” 아우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도끼질을 했어요. 착한 아우는 집에서 나와 어느 산골 마을로 갔어요. 부지런한 아우는 산을 일구어 밭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항상 먹을 것이 없어 굶기 일쑤였어요. 어느 가을날, 아우는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갔어요. 산에는 울긋 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어요. “휴우 힘들어. 잠시 쉬어야겠군.” 아우는 나무를 한 짐 묶어 놓고 나무 밑에서 잠시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머리 위에서 뭔가 ‘툭’하고 떨어졌어요. “아하! 맛있는 개암 열매로구나. 형님께서 무척 좋아하시는 건데.” 아우는 살이 통통하게 찐 개암을 주워 주머니 속에 쏙 집어 넣었어요. 한참 있으려니, 또 개암 하나가 ‘툭’ 떨어졌어요. 개암은 아우의 발 앞으로 ‘또르르’ 굴러왔어요. “이건, 우리 집 큰놈을 줘야지.” 개암은 자꾸자꾸 떨어졌어요. “그리고 이건 우리 딸을 줘야겠군. 이건 아내 몫이고, 어라 내 몫까지 생겼네.” 아우는 주머니 가득 개암을 주워 담았어요. 어느덧 해가 서산을 뉘엿 뉘엿 넘어가고 있었어요. “이크, 개암을 줍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아우는 부지런히 나무를 지게에 가득 지고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그런데 그만 산을 절반도 내려오기 전에 해가 저물어 사방이 캄캄해지고 말았어요. “이런, 결국 길을 잃고 말았네. 할 수 없어. 오늘 밤은 이 곳에서 묵어야겠어.” 아우는 잠잘 곳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일을 어쩌면 좋을까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이것 참, 야단났네. 어디서 비를 피한담.” 아우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런데 저 멀리 오두막 한 채가 보였어요. “마침, 잘됐어. 오늘 밤은 저 곳에서 지내고 날이 밝으면 길을 찾아야겠어.” 사람이 살지 않는 오두막은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낡고 허름했어요. 밤이 깊어가자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우 우.” 아우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늑대들이 나타나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겠어. 그래, 저 벽장 속에 숨어 있어야겠어.” 아우는 좁은 벽장 속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어요. “아, 지금쯤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아우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어요. 한참 잠을 자던 아우는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을 깼어요. “쿵쿵쿵!” 겁이 덜컥 난 아우는 벽장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살펴보았어요. “아니, 저건 늑대가 아니고 도깨비들이잖아!” 방 안에는 머리에 뿔이 돋은 대여섯 명의 도깨비들이 둘러앉아 있었어요. 아우는 무서움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도깨비들은 저마다 하루 일과를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난 오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볏단에 불을 놓았어." "깜짝 놀란 사람들이 허둥대며 뛰어다니더군. 그 꼴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는 대낮부터 술 취한 박서방의 코를 딸기코로 만들어 주었지.” “으하하하, 정말 재미있군.” “실컷 떠들었더니 배가 고프네. 자, 이제 슬슬 방망이질을 해 볼까?” 도깨비는 허리춤에서 방망이를 꺼내 들었어요. “밥 나와라 뚝딱!” “술 나와라 뚝딱!”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드릴 때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쏟아져 나왔어요. “자, 신나게 먹고 마셔 보세.” 도깨비들은 술과 음식을 허겁지겁 먹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아우는 무서움도 잊어 버리고 신기한 도깨비 방망이에 넋을 잃고 말았어요. “꼬르륵, 꼬르륵.” 한참 동안 도깨비 잔치를 지켜 보던 아우도 배가 고파졌어요. 아우는 주머니 속에서 개암을 하나 꺼내어 깨물었어요. “딱! 우지직.” 도깨비들은 춤을 추다 말고 멈추었어요. “가만, 이게 무슨 소리야?” 이 때, 아우는 또 개암 한 개를 더 깨물었어요. “딱! 우지직.” 도깨비들은 깜짝 놀랐어요. “빨리 달아나자. 집이 곧 무너지려나 봐." 도깨비들은 후다닥 도망을 쳤어요. 한참 후, 아우는 벽장 속에서 나왔어요. 방 안에는 도깨비들이 먹다 남은 음식이 가득 놓여 있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도깨비들이 깜박 잊고 방망이를 두고 갔지 뭐예요. 아침이 되자 아우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우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말해 주었어요. “그럼, 이 방망이가 신기한 도깨비 방망이란 말이에요?” 아우는 도깨비가 한 것 처럼 방망이를 두들겨 보았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그러자 금과 은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어요. 아우는 이제 큰 부자가 되고 말았어요. 아우는 금과 은으로 논과 밭을 샀어요. 그리고 커다란 기와집도 한 채 샀어요. 아우는 금과 은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어요. 사람들은 날마다 아우의 집으로 몰려갔어요. 결국 욕심쟁이 형도 이 소문을 전해들었어요. “아이고, 배 아파라!” 욕심 많은 형은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우에게 달려갔어요. “그래, 그런데 넌 어떻게 이렇게 큰 부자가 되었냐?” 아우는 형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었어요. ‘그래, 나도 도깨비 집으로 가서 방망이를 가져와야지.’ 형은 동생이 일러 준 대로 산으로 갔어요. 형도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는데 개암 한 개가 ‘툭’ 떨어졌어요. 형은 개암 한 개를 입 속으로 쏙 집어 넣었어요. “어라, 저기 또 있네.” 형은 정신없이 개암을 주워 먹었어요. 배가 부른 형은 개암 세 개를 주워 주머니 속에 넣었어요. “있다가 먹어야지.” 형은 도깨비가 나왔다는 오두막집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벽장에 숨어 밤이 되기를 기다렸어요. “헤헤헤, 도깨비들아 어서 오 라. 방망이는 이제 내 차지가 될 거야.” 드디어 한밤중이 되었어요. 아우의 말대로 어디선가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났어요. “이크, 도깨비들이 나타났나 봐.” 형은 숨을 죽이고 도깨비들을 지켜 보았어요. 도깨비들은 또 방망이를 휘둘렀어요.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 나왔어요. “자 신나게 먹고 놀아 보세.” “도둑맞은 방망이는 그만 잊어 버리고 재미있게 놀아.” 도깨비들은 덩실 덩실 춤을 추었어요. 벽장 속에서 이 모습을 지켜 보던 형은 주머니 속에서 개암을 꺼냈어요. ‘자, 이때다. 어서 개암을 깨물자.’ 형은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힘껏 개암을 깨물었어요. “딱! 우지지직.” 도깨비들은 이번에도 개암 깨무는 소리를 들었어요. “지난번 그 소리다. 흥! 우리가 또 속을 줄 알고.” “방망이를 훔쳐 간 그 놈일지도 몰라. 어서 찾아서 혼내 주자.” 도깨비들은 벽장 속에 숨은 형을 찾아냈어요. “이놈아! 네가 훔쳐 간 방망이 빨리 내놓지 못해!” “아이고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방망이를 내놓으면 살려 주마.” “지난번 방망이는 제가 훔쳐 가지 않았어요.” “아니, 뭐라고. 누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도깨비들은 형을 흠씬 두들겨 팼어요. “아이고, 나 죽네.” 도깨비들은 형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혀를 길게 늘어뜨려 버렸어요. 형은 도깨비 방망이는커녕 말도 못하게 된 채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혹부리 영감이나 도깨비 감투등 많은 전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도깨비는 이제 우리들의 가까운 친구 같아요. 도깨비란 원래 ‘씨앗’이나 ‘불’을 뜻하는 ‘돗’이란 뜻과 ‘애비’란 말이 합쳐진 낱말이라고 합니다. 그 뜻은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남자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도깨비는 특히 메밀묵을 제일 좋아하며 수수팥떡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며 내기를 좋아해서 씨름하기를 가장 즐겼답니다. 시기와 질투가 심하고 어리석기도 해서 마치 사람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도깨비 방망이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도깨비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짖궂은 도깨비였어요. 어느 날, 착한 아우가 산 속에서 나무를 하다 날이 저물자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게 되었는데 검은 밤 도깨비들이 빈 집에 몰려와 신나게 잔치를 벌였어요. 벽장 속에 몰래 숨어 구경을 하던 아우가 배가 고파 낮에 주운 개암 열매를 깨물었는데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허겁지겁 도망을 쳤어요. 방망이를 둔 채 말이지요. 착한 아우는 도깨비 방망이를 주워 큰 부자가 되었지요. 그러나 형은 동생의 얘기를 듣고 도깨비 방망이를 훔치러 갔다가 도깨비들에게 벌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어요. 착하고 남을 잘 도와 주는 아우는 복을 받았고 욕심 많은 형은 벌을 받았다는 교훈이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죠. 제사 신이나 조상의 죽은 영혼에 대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위로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의식을 제사라고 해요. 대개 명절 때나 조상들이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요. 제사란 정성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표현하는 의식이지요. 그래서 간소하게 지내되 떠나간 육친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대해 정성을 모아 명복을 빌면 좋겠지요. 하지만 이 제사는 풍속이나 종교, 민족에 따라 그 방법이 모두 다르답니다. 개암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개암나무에서 나는 열매를 말해요.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인데 높이는 3~5 미터 정도 되어요. 꽃은 3월에 황록색으로 피어요. 열매는 껍질이 딱딱하게 열리며 동그랗고 10월에 갈색으로 익어요. 개암 열매는 사람의 몸에 좋다고 하여 약재로도 쓰이는데 이 개암은 우리 나라와 만주 지방에 많이 자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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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 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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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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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는 귀여운 첫딸을 낳았습니다. 그들은 딸 이름을 '콩쥐'라고 지었습니다. 콩쥐는 무럭무럭 예쁘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콩쥐는 자랄수록 예뻐지고 마음씨도 착해서 보는 사람마다 칭찬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홀로된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효녀였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맞이했습니다. 새어머니는 생김새가 험상궂고 마음씨가 고약한 여자였습니다. 게다가 '팥쥐'라는 딸을 데리고 왔습니다. 팥쥐도 얼굴이 못생기고 심술만 부리는 아이였습니다. 집안일을 모두 콩쥐에게만 시켰습니다. "메롱, 약오르지?" 팥쥐는 곁에서 고소해했습니다. 콩쥐는 몹시 힘이 들었지만, 새어머니와 팥쥐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습니다. 마음씨 고약한 새어머니는 콩쥐를 몹시 구박했습니다. "새 옷은 벗어서 팥쥐 주고 너는 헌 옷 입고 일이나 해!" 어느 날, 새어머니는 마을 잔치에 다녀오겠다며 콩쥐에게 말했습니다. "콩쥐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부엌에 있는 큰 독에 물을 길어 놓아라!" 그 독은 밑이 깨져 있어서, 물을 부으면 모두 새고 말았습니다. "어쩌지? 독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흑흑......" 콩쥐가 울고 있을 때, 어디선가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콩쥐님, 울지 마세요. 내가 구멍을 막아 줄 테니, 어서 물을 길어 오세요." 콩쥐는 두꺼비 덕분에 금세 독을 채웠습니다. "콩쥐는 일도 잘하고, 점점 예뻐지네요." 마을 사람들이 콩쥐를 칭찬할 때면 새어머니는 더욱 심술이 났습니다. 저녁때, 집에 돌아온 새어머니는 물독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깨진 독에 어떻게 물을 채웠지? 흥! 더 어려운 일을 시켜야겠군!' 새어머니는 콩쥐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하녀처럼 부려 먹었습니다. 그리고 팥쥐에게는 쇠 호미를 주며 작은 텃밭을 매라고 했습니다. 콩쥐가 험한 자갈밭을 열심히 매는데 그만 나무호미가 부러졌습니다. "어머나! 호미가 부러졌네! 이 넓은 밭을 어떻게 매지?" 콩쥐는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어느 날, 새어머니는 콩쥐에게 나무 호미를 주며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콩쥐 너만 일을 시킨다고 수군대더구나. 오늘은 팥쥐도 일을 시킬 테니까, 너는 산 머 자갈밭을 모두 매고 오 너라!" "호미가 없으니 손으로라도 매야지." 콩쥐가 맨손으로 김을 매고 있을 때였습니다. 황소 한 마리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콩쥐야, 걱정 마! 밭은 내가 맬 테니, 너는 좀 쉬렴."황소는 풀을 뽑아 먹기 시작하더니, 밭의 풀을 금세 다 먹어 치웠습니다. 밭을 다 매자 황소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새 원님이 부임하는 날이었습니다. 새어머니는 팥쥐만 데리고 부임 행차 구경을 가면서 콩쥐에게 일렀습니다. "우리가 다녀올 동안 벼 한 섬을 찧어 놓고, 베도 한 필 짜 놓아라!" 콩쥐는 대답을 못 하고 마당만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사흘을 해도 다 못 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안으로 못하면 밥 먹을 생각은 아예 말아라!" "이 많은 벼를 언제 다 찧는담!" 콩쥐가 걱정하고 있을 때,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왔습니다. "콩쥐님, 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요?" "참새님, 벼 한 섬을 찧어야 하는데, 너무 힘이 들어요." 콩쥐의 말을 들은 참새는 날아가더니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왔습니다. "콩쥐님, 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 드릴게요." 참새들은 부리로 벼 껍질을 금세 까 놓았습니다. 벼를 다 찧은 콩쥐는 베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베짜기는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왜 저만 두고 하늘나라에 가셨어요?" 콩쥐는 베틀에 엎드려 돌아가신 부모님을 불러 보았습니다. 그때,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오색 구름 속에서 선녀가 나타났습니다. "콩쥐 아가씨, 울지 마세요. 베는 제가 짤 테니, 이 새 옷과 꽃신을 신고 원님 부임 행차 구경이나 가세요." "물러섰거라! 사또 행차시다!" 구경꾼 속에 서 있던 콩쥐는 얼른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 바람에 그만 꽃신 한 짝이 벗겨졌습니다. 선녀가 준 비단옷을 입고 꽃신을 신은 콩쥐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차 구경을 나와 있었습니다. "쉬잇, 물렀거라! 신임 사또 행차시다!" 호화로운 행차에는 원님의 외아들도 따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내꽃신!" 콩쥐는 당황해서 꽃신을 주울 수가 없었습니다. 예쁜 꽃신은 길 한가운데에서 뒹굴었습니다. 콩쥐는 너무 부끄러워 그대로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원님의 외아들이 꽃신을 보고, 하인을 시켜 주워 오게 했습니다. "참, 예쁜 꽃신이구나, 급히 달아난 아가씨는 누구일까?" 원님의 외아들은 꽃신의 임자를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며칠 뒤, 이방이 꽃신을 받쳐들고 주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자, 이 꽃신의 주인을 찾습니다!" 온 고을을 돌아다닌 이방은 드디어 콩쥐네 집에도 찾아왔습니다. 새어머니는 얼른 팥쥐를 불러 꽃신을 신겨 보았습니다. 그러나 꽃신이 팥쥐의 발에 맞을 리 없었습니다. "도대체 넌 누굴 닮아 이렇게 발이 크냐?" 새어머니는 공연히 팥쥐만 나무랐습니다. 이방은 콩쥐에게도 신어 보라고 했습니다. "이 아이는 신겨 보나마나예요. 행차 때는 집 밖에 나오지도 않았답니다." 새어머니가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막지마시오. 사또께서는 누구든 다 신겨 보고 주인을 찾으라 하셨소." 이방이 콩쥐에게 꽃신을 신기자, 콩쥐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꽃신의 주인을 찾았다. 자, 사또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어서 가십시다." 이방은 콩쥐를 꽃가마에 태워서 원님에게 안내했습니다. 꽃신의 내력을 들은 원님은 콩쥐의 못된 새어머니와 팥쥐를 혼내 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콩쥐는 새어머니와 팥쥐가 벌 받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사또님, 제발 어머니와 동생을 용서해 주세요." 콩쥐의 애원에 원님도 용서해 주었습니다. "콩쥐는 정말 고운 마음씨를 지녔구나!" 원님은 콩쥐를 며느리로 삼아 아들과 행복하게 살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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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을 산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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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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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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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마을에 욕심쟁이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어요. 부자 영감은 툭하면 심술을 부려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어요. 욕심쟁이 영감네 집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여름이 되면 이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요. 욕심쟁이 부자 영감은 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더위를 피하기도 했어요.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총각이 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너무나 더웠어요. "안 되겠다. 좀 쉬다가 해야겠어." "어디가 좋을까?" 마침 가까운 곳에 느티나무 그늘이 눈에 들어왔어요. 잠시 후, 부자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함, 잘 잤다. 그런데, 넌 누군데 내 그늘에 들어와 있는 거야?" 부자 영감이 하품을 하면서 총각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예? 이 그늘이 어째서 영감님의 그늘입니까?" 총각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어요. "야 이놈아, 이건 바로 우리 고조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이느니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제가 잠시 쉰다고 해서 영감님이 손해 보는 것도 아니쟎습니까?" "시끄럽다, 이놈아!" "당장에 나가지 못해!" 욕심쟁이 부자 영감은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총각은 나무 그늘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저 욕심쟁이 영감님을 골탕 먹일 방법이 없을까?' 느티나무 그늘을 보면서 총각은 곰곰이 궁리를 해 보았어요. 총각을 쫓아 낸 부자 영감은 얄밉게도 싱글벙글 웃고 있지 뭐예요. 마침내 총각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하면 되겠다." 총각은 다시 부자 영감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어요. "아니, 왜 또 왔어?" 부자 영감이 총각에게 눈을 흘기면서 소리를 빽 질렀어요. "사실 저도 이 나무 그늘이 무척 필요하거든요." "그늘이 필요하다고?" "예. 밭에서 일을 하려면 더위를 피할 곳이 있어야 하지요. 제게 파시면 안 될까 하고요." "뭐? 이 나무 그늘을 사겠다고?" "예." "정말로 나무 그늘을 사겠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후후후..... 이런 멍청이 같은 녀석이 다 있나?' '저절로 생긴 나무 그늘을 사겠다니 당연히 팔아야지.' 총각의 말을 들은 부자 영감은 속으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좋아. 네가 그렇게 팔라고 사정을 하니까, 아깝긴 하지만 팔겠네." "부자 영감은 못 이기는 척하고 말했어요. "얼마쯤이면 되겠습니까?" "그야.... 다섯 냥은 되어야지." "예에? 다섯 냥이나요?" "싫으면 그만 두게. 그늘이 이렇게 크고 넓은데 그 정도는 받아야지." "좋아요. 그 대신 딴 소리 하면 안 돼요." 총각은 다섯 냥을 부자 영감에게 주고 나무 그늘을 샀어요. "절대로 물러 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 "물리긴 내가 왜 물리나? 자네나 물러 달라고 하지 말게." "예. 이제 이 나무 그늘에서 나가 주세요." "이건 제 그늘이니까요." "나가 주어야지. 암, 나가 주고 말고." 부자 영감은 나무 그늘에서 나갔어요. '후후후, 뜻밖에도 다섯 냥이나 공짜로 생겼어. 나무 그늘이야 다른 나무 밑에도 있으니 그리로 가면 되지.' '아, 신난다.' 부자 영감은 총각에게 받은 돈 다섯 냥을 쩔렁거리면서 다른 그늘을 찾아갔어요. 한낮이 지나자,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나무 그늘은 부자 영감네 마당까지 길게 퍼졌어요. "이 그늘은 내 것이니까 그늘 따라 자리를 옮겨야지." 총각은 부자 영감네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걸 본 부자 영감이 총각에게 화를 버럭 냈어요. "야, 이놈아. 남의 집 마당에는 왜 들어오는 거야?" "마당이야 영감님네 것인지 몰라도 이 그늘은 제 것이 아닙니까?" "저는 제 그늘에 앉아 있는 것뿐입니다." 총각은 태연하게 대답했어요. "보십시오, 영감님께서 분명히 저 나무 그늘을 제게 파셨지요?" "그렇지." "그럼, 이 마당에 있는 그늘은 분명히 제 것이지요?" "제가 제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것이 뭐 잘못 되었습니까?" 총각의 말을 들은 부자 영감은 할 말이 없어졌어요. 해가 점점 서산으로 기울어지면서 그늘은 부자 영감네 마루에까지 생겼어요. "이젠 여기가 더 좋겠군. 여기 좀 앉아 볼까?" 총각은 신도 벗지 않고 마루 위로 올라갔어요. "어, 그 그늘 참 시원도 하다." 그 모습을 본 부자 영감이 또 화를 내며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해가 거의 질 무렵이 되자 나무 그늘은 이제 안방까지 길게 늘어졌어요. "어험, 어디 방에 한번 들어가 볼까?" 총각은 신을 신은 채 안방으로 들어갔어요. 방 안에는 부자 영감네 식구들이 있었어요. "아니, 남의 방엔 왜 함부로 들어오는 거야?" 부자 영감네 식구들이 총각에게 화를 냈어요. "그늘을 따라 들어왔을 뿐이에요. 그러니, 저쪽 으로 비켜요." 총각이 오히려 큰 소리를 쳤어요. "조금 전에 영감님에게 샀거든요" "뭐요! 그늘을 샀단 말이오?" "정말이니까 이렇게 내 그늘로 찾아온 것이지요." 총각의 말을 들은 부자 영감네 가족들은 어이가 없었어요. "세상에, 아무리 욕심이 많다지만 나무 그늘까지 팔아서 챙겨요?" "아니, 아버님." "어쩌자고 나무 그늘까지 다 팔아요?" 부자 영감네 가족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영감을 원망했어요. 그러나 부자 영감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자 그늘도 없어지고 말았어요. "아, 오늘은 이만 가고 내일 또 와야겠다." 총각은 툭툭 털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 날이 되자 총각은 또 나무 그늘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어요. 그늘이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는 안방에 들어가 벌렁 드러누워 잠까지 잤지 뭡니까. 그 다음 날도 총각은 계속 부자 영감네 집을 찾아갔어요. '아이쿠, 내가 공연히 욕심을 부리다가 큰 고생을 하는군.' 욕심쟁이 부자 영감은 이제 후회가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 날도 총각은 부자 영감네 집으로 찾아가 안방에 벌렁 드러누웠어요. "이보게." "왜 그러세요?" 총각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내 다섯 냥을 돌려 줄 테니 물러 주게." 부자 영감이 사정을 하였어요. "무슨 말씀을요?" "절대로 무르지 않기로 약속을 했었잖아요." 총각은 시치미를 뚝 떼면서 고개를 흔들었어요. "여보게.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내 사정을 좀 봐 주게." "그럴 수는 없지요." "여보게. 내 다섯 냥에 다섯 냥을 더 얹어 줄 테니." 부자 영감이 사정을 했지만 총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싫습니다. 정, 이 나무 그늘을 다시 사려면 오천 냥만 내 시오. "아니, 이 나무 그늘을 오천 냥이나 달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 부자 영감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럼, 영감님은 저절로 생기는 나무 그늘을 판 것은 말이 되는 소리였습니까?" "그거야....." "오늘은 해가 졌으니 이만 돌아갑니다. 내일 또 뵙지요." 총각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어요. "아이쿠, 이 일을 어떻게 한담." 부자 영감은 땅을 치면서 후회를 하였어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총각은 날마다 그늘을 찾아 부자 영감네 집으로 갔어요. 부자 영감네 식구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게 되었지요. 하는 수 없이 부자 영감은 집을 버리고 마을을 떠나게 되었어요. 부자 영감이 마을을 떠나자 총각이 말했어요. "이 나무 그늘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누구든지 들어와서 더위를 피하세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봐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비록 풍요롭게 살지는 못했어도 항상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았음을 전래 동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조상들의 슬기와 해학이 담긴 옛날 이야기 '나무 그늘을 산 총각' 역시 지나친 심술과 욕심의 마지막은 항상 후회를 낳는다는 교훈이 숨어 있습니다.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은 여름이 되면 자기 집 앞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잡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마을의 부지런한 총각이 일을 하다가 더위를 피해 부자 영감의 나무 그늘에 앉아 쉬려고 하였어요.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부자 영감은 나무 그늘이 자기의 것이니 허락 없이는 앉지도 말라며 호통을 칩니다. 화가 난 총각은 부자 영감을 골탕먹일 궁리를 생각해 냅니다. 총각은 부자 영감에게서 돈을 주며 나무 그늘을 팔라고 합니다. 총각의 행동을 보며 속으로 비웃던 부자 영감은 그늘을 총각에게 팔아 버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그늘은 부자 영감의 마당과 안방으로 길게 퍼져 가자 총각은 이 때다 싶어 그늘을 따라 부자 영감의 마당과 안방을 차지합니다. 그제서야 총각의 꾐에 넘어간 것을 알게 된 부자 영감은 뒤 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 부자 영감은 가난한 총각을 업신여기다 크게 후회했어요. 여러분들도 힘이 세다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절대 안 되겠지요. 부자 영감은 왜 총각에게 버럭 화를 내며 나무 그늘이 자기의 것이라 주장했나요? 총각은 나무 그늘에서 부자 영감을 골탕먹이기 위해 어떤 꾀를 내었나요? 해가 기울면서 총각이 부자 영감의 마당과 안방을 차지했음에도 부자 영감이 어쩔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총각은 부자 영감을 혼내 주고 나무 그늘에서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이것을 보고 나누어 가지는 즐거움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을 적어 봅시다. '느티나무'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나무예요.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서 많이 자라고 있는 나무이지요. 시골 마을이나 산기슭, 골짜기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다 크면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아주 큰 나무랍니다. 나무 껍질은 회백색인데 나이가 많은 나무에서는 껍질이 비늘처럼 벗겨지기도 해요. 어린 잎은 떡에 섞어 쪄서 먹기도 하는데 나무로는 악기를 만들거나 배를 만들기도 하고 건축 자재로도 활용한답니다. '고조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고조 할아버지라고 하지요. 우리 어린이들이 아주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 집안의 족보인데, 아버지의 아버지를 우리는 할아버지라고 하죠.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뭐라고 할까요. 증조 할아버지라고 해요. 이 증조 할아버지의 아버지이자, 아버지의 할아버지인 사람을 고조 할아버지라고 해요. 좀 어렵나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고조 할어버지입니다.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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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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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평안도 철산이란 곳에 배무룡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고을 사람들은 모두 배 좌수 어른이라 불렀지요. 그에게는 장화와 홍련이라는 예쁜 두 딸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장화와 홍련을 칭찬했어요. 정말 배 좌수는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고 말았지 뭡니까? 얼마 전부터 배 좌수의 부인이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몸져 눕고 말았던 것이에요. 장화와 홍련은 어머니를 정성껏 간호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하지만 배 좌수의 부인은 죽기 전에 한 가지 유언을 하였어요. “제가 죽고 나면 새 부인을 맞이하여 두 딸을 잘 키워 주세요.” 얼마 후, 배 좌수는 아랫마을에 사는 허씨 성을 가진 부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허씨 부인은 들어오던 첫날부터 장화와 홍련이 눈에 거슬렸어요. 계모인 허씨 부인은 심술을 부리며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세월이 흘러 허씨 부인이 아들 장쇠를 낳자 그 심술은 더욱 심해졌어요. 결국 이 말은 배 좌수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말았어요. 배 좌수는 허씨 부인을 불러 놓고 조용히 타일렀어요. 그러자 허씨 부인은 오히려 화를 벌컥 내며 대들었어요. “뭐라구요? 저 아이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 내 속이 새까맣게 변했다구요.” 그 날 이후, 새 어머니의 심술은 더욱 심했지만 장화와 홍련은 잘 참아 냈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런 허씨 부인의 행동을 보고 쑥덕거리기 시작했어요. 시간은 흐르는 냇물처럼 빠르게 흘러갔어요. 어느덧 장화와 홍련은 예쁜 처녀로 자랐어요. 질투심까지 생겨난 허씨 부인은 장화와 홍련을 집에서 내쫓을 궁리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아들 장쇠도 허씨 부인의 나쁜 마음씨를 닮아 갔어요. 두 모자는 귀속말로 뭔가 열심히 속삭이더니, 장쇠가 슬그머니 광으로 들어갔어요. 장쇠의 손에는 쥐 한 마리가 들려 있었어요. “히히히, 쥐 잡는 건 너무 재미있어.” 허씨 부인은 얼른 쥐를 받아들고 뒷곁으로 갔어요. “호호호, 이 쥐의 껍질을 벗겨 버리면 갓난 아기처럼 보일 거야.” 허씨 부인은 잠들어 있는 장화의 방에 몰래 들어가 이불 속에 쥐를 넣어 놓고 재빨리 나왔어요. 그리고는 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장화가 죽은 아이를 낳았어요.” 배 좌수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지금 장화의 방에 들어가 이불 속을 들춰 보세요.” 장화의 방으로 들어간 배 좌수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어요. 정신이 돌아온 배 좌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허씨 부인은 입을 실룩거리며 애써 걱정하는 척했어요. “영감, 동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며칠 간만 장화를 외가로 보내면 어떨까요?” 배 좌수는 어쩔 수 없이 장화를 외가로 보내기로 했어요. 밤이 되자 배 좌수는 딸 장화를 불렀어요. “장화야, 오늘 밤 외가댁으로 급히 가 있거라.” “아버님, 내일 날이 밝아 떠나면 안 될까요?” 하지만 배 좌수의 말은 단호했어요. “아니다, 지금 당장 장쇠와 함께 떠나도록 하여라.” 할 수 없이 장화는 장쇠를 따라 길을 나섰어요. 잠든 홍련에게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집을 떠나게 되었어요. 장화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한참을 걸어가자 갑자기 장쇠의 매서운 눈빛이 반짝였어요. “장쇠야, 이 길은 외갓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잖아?” 장쇠는 뒷산 연못가에 다달은 후 걸음을 멈추었어요. “눈치 한번 되게 빠르네.” 장쇠는 그만 장화를 연못 속으로 떼밀어 버렸어요. 이렇게 해서 장화는 연못에 빠져 죽고 말았어요. 한편, 홍련은 언니 장화가 없어진 후 혼자 외롭게 지냈어요. “언니는 어디로 갔을까? 언니가 보고 싶어 흑흑흑.” 홍련은 언니를 잠시도 잊어 본 적이 없었어요. 홍련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언니와 뛰어놀던 연못까지 왔어요. 그 순간 눈이 번쩍 떠졌어요. “어머나, 이건 언니의 고무신과 장신구!” 순간 눈치 빠른 홍련은 언니가 없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홍련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몇 날 며칠을 울었어요. 그리고 언니를 따라 연못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말았어요. 그 후로 마을에서는 해괴한 일이 계속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밤마다 연못가에서 처녀들의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고, 새로 부임하는 원님들은 첫날 밤을 보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어요. 소문이 나라 안에 퍼지자 원님들은 이 마을에 부임하기를 모두 꺼려했어요. 임금님도 크게 걱정하였어요. 그 때, 정동우라는 선비가 나섰어요. “내가 한번 그 마을에 가 보겠습니다.” 그래서 정동우는 새 원님이 되어 철산 마을에 새로 부임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원님이 무사하기를 모두 빌었어요. “무슨 곡절이 있을 거야. 내가 꼭 그 이유를 알아내리라.” 새 원님은 다짐을 했어요. 드디어 한밤중이 되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방문이 스르르 열렸어요. 어둠 속에서 소복을 차려 입은 여인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지혜로운 정 선비는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사또, 저의 원통한 사연을 아뢰고 싶어 왔습니다.” “보아하니, 젊잖은 규수 같은데 어찌 이 야심한 밤에 사람을 놀라게 하시오?” “사또 저는 낮에는 올 수 없는 몸이옵니다.” 의아해진 새 원님은 처녀를 살펴보고 또 한번 놀랐어요. “예,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원혼이옵니다.” 처녀는 자신의 이름이 홍련이라는 것과 언니가 새 어머니에게 누명을 쓰고 죽은 사실과 자신도 언니를 따라 연못에 뛰어든 것을 모두 이야기했어요. 새 원님은 홍련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어요. 다음 날, 날이 밝자 원님은 이방을 불렀어요. “여봐라! 이방 있느냐?” 새 원님이 죽지 않고 이방을 부르는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놀랐어요. “이방, 이 고을에 배 좌수라는 사람이 살고 있느냐?” “네 그런데요.” 이방은 난데없이 배 좌수 영감은 왜 찾는 것일까 궁금했어요. “냉큼 가서 그 부부를 잡아 오너라.” 배 좌수는 영문도 모른 채 나졸들에게 붙잡혀 관가로 끌려왔어요. “배 좌수는 듣거라. 너에게 장화와 홍련이라는 딸이 있었느냐?” 배 좌수는 깜짝 놀랐어요. 새로 부임한 원님이 어떻게 딸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예,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집에 없습니다.” 이 때, 허씨 부인이 나서며 말했어요. “사또! 사실은 큰딸 장화는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일이 탄로날까 두려워 스스로 연못에 빠져 목숨을 버렸습니다. 그 후 홍련 또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요.” 허씨 부인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어요. “알았다. 너희 부부의 말이 옳은지 장쇠를 불러 물어 보겠다.” 이 말을 듣고 허씨 부인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겁 많은 장쇠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버렸어요. 허씨 부인도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었어요. “못된 것. 이들을 당장 옥에 가두도록 하여라.” 새 원님은 이 사실을 임금님께 아뢰었어요. 임금님께서는 장화와 홍련의 시체를 건져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라는 명을 내렸어요. 철산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새 원님의 꿈 속에 장화와 홍련이 나타났어요. “저희들의 누명을 벗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저승에서 편안히 잠들겠습니다.” 장화와 홍련은 말을 마치고 큰절을 올리고 사라졌어요. 허씨 부인의 말에 속아 딸을 죽게 한 배 좌수는 진심으로 뉘우치며 옥에서 죄값을 치루었어요. 그 후 윤씨라는 처녀를 새 부인으로 맞았어요. 얼마 후, 윤씨 부인은 아기를 낳았는데 예쁜 딸 쌍둥이었어요. 두 딸은 장화와 홍련을 꼭 닮았다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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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된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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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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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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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김 대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평생 책만 읽고 지내는 선비였습니다. 그에게는 나이 든 어머니와 아내가 있었습니다. 김 대감은 낮에는 낚시질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지냈습니다. 김 대감은 효성이 지극한 효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머니가 점점 쇠약해지더니 그만 병이 들어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 부부는 좋다는 약은 다 구해 드렸지만 어머니의 병환은 나아질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웃 마을의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갔다가,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누렁이의 간 일천 개를 구해 먹으면 낫긴 하는데 매우 위험한 방법이지요." 그 말을 들은 김 대감은 매우 놀랐습니다. "열 마리도 아니고 일천 마리의 누렁이 간이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로다." 효성이 지극한 김 대감이지만 매우 난처하고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어찌한다......" 김 대감은 역서와 도술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던 터라, 위험하지만 한 가지 방법을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것은 둔갑술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 들고 읽으면서 주문을 외워야만 둔갑술에 성공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날 밤, 모두 잠든 걸 확인한 김 대감은 책에 쓰인 대로 읽으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펑!'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김 대감은 '펑'하고 호랑이로 변하였습니다. 호랑이로 변한 김 대감은 당장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 집의 누렁이를 잡아 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어머, 서방님. 여기 누렁이가 죽어 있어요." "허어, 참으로 희한한 일일세.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도 감동하여 호랑이를 시켜 물어다 준 모양이야." 김 대감은 모른 척을 하였습니다. "어서 누렁이의 간을 꺼내어 어머님께 드리도록 하시오." "예! 서방님." 김 대감은 다음 날도 누렁이를 물어 왔습니다. 이런 김 대감의 효성 때문인지 어머니의 병환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어서어서 건강을 되찾으셔야죠." "그래, 점점 좋아지는 것 같구나. 그런데 아범은 어째 수척해 보이는구나." "아닙니다, 어머니. 요즘 책을 좀 많이 읽어서 그런 것뿐입니다." 김 대감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으나, 아내와 어머니를 속이고 이웃집 누렁이를 잡아 온다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누렁이의 숫자가 늘어 가자 김 대감의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삼 년 동안 줄곧 밤나들이라니, 무언가 이상해." 김 대감의 아내는 남편의 뒤를 캐 보기로 하고 밤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나무 뒤에 숨어서 남편의 거동을 살폈습니다. "무엇을 하시나?" 김 대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당의 돌담 밑에 숨겨 둔 둔갑술 책을 꺼내었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부인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하였습니다. "저럴 수가, 그럼 매일 우리 집 마당에 누렁이를 물어다 놓는 것이 저 양반이 호랑이로 변해서......" 부인은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김 대감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돼. 언제까지 저렇게 고생하게 놔 둘 순 없어.' 그리고는 둔갑술 책을 없애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부인은 김 대감이 누렁이를 잡으러 가는 것을 보고 바로 둔갑술 책을 가지고 뒷마당으로 가서 태워 버렸습니다. 새벽이 되자 또 '쿵' 소리가 나면서 마당에 누렁이가 떨어졌습니다. 그것은 구백아흔아홉 마리에 한 마리를 보탠 일천 마리째 누렁이였습니다. "휴! 이제 됐다.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으리라." 김 대감은 숨을 헐떡이며 둔갑술 책이 숨겨진 돌담으로 갔습니다. "어, 둔갑술 책이 어디 갔지?" 김 대감은 책을 찾으려고 온 집안을 다 뒤졌습니다. 그러다 뒷마당에서 책이 재로 변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니, 이건 아내의 수건......" 재 옆에는 부인의 수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룻밤을 참지 못한 아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아, 이제 나는 사람이 될 수 없구나." 김 대감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를 사람으로 돌아가게 해 다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어흥 어흥' 하는 호랑이의 소리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내 운명이란 말인가? 이제부터 호랑이로만 살아야 되는구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모든 사실을 알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아들의 신세를 애달퍼하던 어머니는 그만 홧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한 아내도 어머니 옆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허헝, 어허헝." 김 대감은 구슬피 울었습니다. 어찌나 크게 울었던지 마을 사람들은 별안간에 나타난 호랑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호랑이다! 호랑이가 김 대감집 노마님과 아씨를 물어 죽였다." "잡아라!" 사람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뒤쫓아왔습니다. 김 대감집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포수까지 동원하였습니다. "나를 그만 놔 두세요. 조용히 있고 싶어요." 하지만 포수를 피해 다니다 보니 호랑이의 성격은 매우 거칠어졌습니다. 호랑이는 이제 마을을 습격하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산을 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점점 포악한 호랑이로 변하는구나. 어머님과 아내가 보고 싶구나." 점점 포악하게 변해 가는 자신이 매우 싫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더 어머니와 아내가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를 구하겠다는 욕심으로 이웃 사람들의 누렁이를 몰래 물어 왔던 게 잘못이었지. 그들에게 솔직히 말하고 부탁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호랑이로 변한 김 대감은 뼈에 사무치게 후회를 했지만, 더 이상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내의 산소에 가서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해야겠어." 호랑이로 변한 김 대감은 어머니와 아내의 산소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어허헝 어허헝." 울음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사람들과 포수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왔습니다. 포수는 산소 주변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호랑이는 도망가지 못하고 그만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호랑이가 서서히 김 대감으로 변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호랑이가 김 대감님이었다니?" 사람들은 김 대감을 불쌍히 여겨 그의 시신을 어머니 곁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비석을 세워 주고, 김 대감의 무덤 옆에 누렁이 한 마리를 놓아 지키게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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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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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시골에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제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마음씨 착한 형제는 어렸을 적부터 '의좋은 형제'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또한 형제는 언제나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효자였습니다. 어머니는 홀로 농사를 지으며 형제를 알뜰살뜰 키웠습니다. 형제도 자라면서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형제는 똑같이 나누어 했습니다. 형은 아우가 힘들까봐, 또 아우는 형이 힘들까봐 서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도 나뭇짐을 똑같이 나누어 지고 왔습니다. 형제의 말에 어머니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니다. 장가들면 논밭도 나누어서 따로 농사를 지어야 더 의좋게 지낼 수 있단다, 알겠느냐?" 그러던 어느해 가을, 늙으신 어머니가 형제를 불러 놓고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제 나는 너무 늙었구나. 그러니 내가 죽기 전에 둘 다 장가를 들어 따로 살림을 차리도록 하려무나." "어머니, 저희는 장가들어도 함께 농사지으며, 어머니 모시고 오순도순 살 거예요." 결혼식을 올린 형제는 논과 밭을 똑같이 나누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는 형이 살고, 동생의 집은 이웃에 새로 지었습니다. 어머니는 몇 번이나 당부를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형제는 어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고, 어머니의 유언대로 결혼을 했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형제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왔습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강남 갔던 제비들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새로 지은 아우네 처마 밑에도 제비들이 새 집을 지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형제는 아침 일찍 들에 나가 밤 늦도록 부지런히 일하였습니다. 형제는 거의 같은 날 똑같은 일을 하였습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습니다. 봄부터 쉴 새 없이 땀 흘려 가며 일한 형제는 많은 곡식을 거두었습니다. 어제는 형네 논의 벼를 베고, 오늘은 아우네 논의 벼를 베었습니다. 물 빠진 논에 볏가리가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형제의 논에 쌓인 볏가리 더미가 똑같았습니다. "허허허, 벼 농사도 똑같이 지었구나." 형제는 황금 들녘에 서서, 볏가리를 바라보며 흐뭇해 했습니다. 그날 밤, 형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동생은 새 살림을 차렸으니, 아무래도 필요한 게 더 많을 거야. 내가 곡식을 좀 보태 주어야겠어.' 형은 밤중에 들로 나가, 자기 논의 볏가리 더미 하나를 아우네 논으로 옮겼습니다. '이러면 아우가 눈치를 못 채겠지.' 볏가리 더미 하나를 다 옮긴 형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우는 혼자 고민했습니다. '형님 댁은 식구도 많고, 조상님들 제사도 지내야 하니, 양식이 많이 들거야. 내가 보태 드려야 하는데. 옳지, 형님 몰래 볏가리를 옮겨 놓자.' 이렇게 생각한 아우도 밤중에 들로 나갔습니다. 자기 논에 쌓인 볏가리 더미 하나를 형네 논에다 옮겨 쌓았습니다. '하하하, 됐어. 이러면 형님은 감쪽같이 모르실 거야.' 아우도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튿날이었습니다. 형은 아침 일찍 논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어젯밤에 분명히 볏가리 더미 하나를 동생네 논으로 옮겼는데, 볏가리 더미는 조금도 줄지를 않았습니다. '참, 이상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람?' 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 보았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일어나자마자 들로 나간 아우도 역시 놀랐습니다. 아우는 분명히 간밤에 볏가리 더미 하나를 형님네 논에 갖다 쌓았습니다. 그런데 자기 논의 볏가리 더미는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아우도 그 까닭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부인에게 상의했습니다. "도깨비 짓도 아닐 테고, 까닭을 모르겠소.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부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어쨌든 오늘 밤 다시 한 번 옮겨 보세요." 그날 밤, 형은 또 볏가리 더미를 아우네 논으로 옮겨 쌓았습니다. '이만하면 동생네가 충분히 먹고 살거야' 형은 흐뭇해 했습니다. 아우는 아우대로 부인과 함께 이모조모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나는 분명히 볏가리를 형님 논으로 옮겼는데, 아침에 보니 그대로란 말이오. 모처럼 형님을 도와드렸다고 여겼는데 허사였소." "어쩌겠어요. 오늘 밤에 다시 해 보는 수 밖에요." 그날 밤에 아우는 또 볏가리를 져다가 형네 논에 쌓아 두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겠지. 이제야 형님을 도와드리는군!' "헤헤, 저는 잠이 오지 않아서." 형제는 각자의 마음을 감추고, 자기 논의 볏가리 더미를 세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볏가리 더미는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형제는 아침 일찍 논에서 마주쳤습니다. "형님, 이렇게 일찍 웬일이세요?" "응, 새가 오나해서 그런데 아우는 웬일인가?"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꿈을 꾸었단 말인가?' 형제는 각자 생각에 생각을 해 보았지만,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옳지, 오늘 밤에는 좀 일찍 볏가리를 옮겨야지.' 이렇게 생각한 형제는 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형은 볏단을 메고 아우네 논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던 형은 도중에 이상한 일을 보았습니다. 저 쪽에서 누군가 볏단을 메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로군! 이 밤에 누가 볏단을 나르지?' 이렇게 생각한 형은 서둘러 그 사람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마주친 두 사람은 동시에 '앗!'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의좋은 형제였던 것입니다. 형제는 볏단을 멘 채 손을 마주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때, 구름 속에 숨었던 달이 얼굴을 내밀고 의좋은 형제를 환히 비춰 주었습니다. 형제는 그렇게 오래오래 의좋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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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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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부지런한 빨간 암탉은 해님보다 빨리 일어났어. 앞치마를 두른 빨간 암탉은 이리 꼬꼬, 저리 꼬꼬. 그래서 모두 빨간 꼬꼬라고 불렀지. 다른 친구들은 어디에 있지? 뱃살이 출렁출렁! 뚱보 돼지 꿀꿀이는 2층에, 뒹굴뒹굴! 게으름뱅이 고양이 까망이는 3층에, 드르렁드르렁! 잠꾸러기 강아지 누렁이는 4층에. 쓱싹쓱싹 마당을 쓸고 또 쓸고 빨간 꼬꼬는 언제나 신나게 청소했어. “어, 노란 옥수수 씨앗이네?” 빨간 꼬꼬는 마당 한구석에서 옥수수 씨앗을 발견했어. 빨간 꼬꼬는 옥수수 씨앗을 심기로 했어. “누가 나랑 같이 옥수수 씨앗을 심을래?” “난 싫어 꿀꿀" “나도 싫어 야옹” “나도 싫어 멍멍” “그럼 나 혼자 해야겠네!” 빨간 꼬꼬는 햇볕이 잘 드는 땅에 씨앗을 콕콕 심었어. 흙으로 꾹꾹 누르고 졸졸졸 물을 주었어.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자, 옥수수 싹이 쏘옥 고개를 내밀었지. 나는야, 빨간 꼬꼬! 가장 신나는 일은 옥수수 씨앗을 심는 일. 꼬꼬댁 꼬꼬, 나는야 부지런한 빨간 꼬꼬. 하루, 이틀, 사흘이 더 지나자 드디어 옥수수가 주렁주렁 열렸어. 빨간 꼬꼬는 혼자서 옥수수를 따 바구니에 담았어. “누가 나랑 같이 옥수수 껍질을 벗길래?” “그럼 나 혼자 해야겠네!” 거칠거칠한 옥수수 껍질을 벗기니 매끈매끈한 노란 옥수수가 방긋. 나는야, 빨간 꼬꼬! 가장 신나는 일은 옥수수를 따서 껍질을 벗기는 일. 꼬꼬댁 꼬꼬, 나는야 부지런한 빨간 꼬꼬. 바구니에 노란 옥수수가 가득 찼어. “누가 나랑 같이 옥수수를 빻을래?” “난 싫어, 멍멍.” “나도 싫어, 야옹.” “나도 싫어, 꿀꿀.” 나는야, 빨간 꼬꼬! 가장 신나는 일은 옥수수를 빻는 일. 꼬꼬댁 꼬꼬, 나는야 부지런한 빨간 꼬꼬. 커다란 그릇에 노란 옥수숫가루가 듬뿍! 집에 들어온 빨간 꼬꼬는 친구들에게 물었지. “누가 나랑 같이 옥수수빵을 만들래?” 나는야, 빨간 꼬꼬! 가장 신나는 일은 빵을 만드는 일. 꼬꼬댁 꼬꼬, 나는야 부지런한 빨간 꼬꼬. 고소한 빵 냄새가 솔솔. 보들보들한 옥수수빵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어. 그러자 돼지 꿀꿀이, 고양이 까망이, 강아지 누렁이가 부엌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왔어. “빨간 꼬꼬야, 누구랑 같이 옥수수빵을 먹을래?” “나 혼자 씨를 뿌리고, 나 혼자 옥수수를 가꾸고, 나 혼자 옥수수 껍질을 벗겼잖니? 그리고 나 혼자 옥수수를 빻고, 나 혼자 빵을 만들었어. 그러니까 나 혼자 다 먹을래!” 《빨간 암탉》은 러시아의 옛이야기예요.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로 수도는 모스크바예요. 모스크바에는 크렘린 궁전이 있고, 크렘린 궁전의 성벽 아래 붉은 광장에는 성 바실리 대성당이 있어요. “그럼 나 혼자 해야겠네!” 빨간 꼬꼬는 옥수수를 빻았어. 매끈매끈한 옥수수 알갱이가 보슬보슬한 옥수숫가루로 변신! “그럼 나 혼자 해야겠네!” 빨간 꼬꼬는 큰 그릇에 달걀을 톡! 설탕이랑 버터를 넣고 휘휘! 우유랑 옥수숫가루를 넣고 휘휘! 주물럭주물럭 반죽하고, 오븐에 쏙 넣었어. 빨간 꼬꼬는 옥수수빵을 혼자 다 먹었어. 부스러기까지 남기지 않고 말이야. 그 뒤로 돼지 꿀꿀이, 고양이 까망이, 강아지 누렁이는 빨간 꼬꼬를 잘 도와주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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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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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궁전에 임금님이 살았어. 화려하고 멋진 옷을 좋아하는 임금님이었지. 새 옷을 보면 싱글벙글. 새 옷 이야기만 들어도 덩실덩실. “바람이 쌩쌩 부네. 이런 날에는 보들보들 별무늬 스웨터지.” “오늘은 축제 날이네. 공작 깃털이 달린 외투를 입어야지. 임금님은 ‘내일 무슨 회의를 할까?’보다 ‘내일 무슨 옷을 입을까?’를 생각했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물방울무늬 셔츠를 입어야겠어.” 어느 날 두 명의 거짓말쟁이가 임금님을 찾아왔어. “멍청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신비한 옷 이야기에 임금님은 기분이 좋아졌어. 그래서 거짓말쟁이들에게 옷 지을 방도 내주고 황금과 보석도 듬뿍 주었지. 임금님은 옷이 궁금해서 잠도 오지 않았어. 그래서 신하에게 어떤 옷인지 보고 오라고 했지. 거짓말쟁이들은 양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럴 수가! 신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신하는 눈만 껌벅껌벅. 달가닥 달가닥 철커덕 "스르스르셔어츠 빠라빠라 바아지." 신하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했어. “정말 화려하고 멋진 옷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더더욱 궁금했어. 결국 며칠 뒤 직접 가 보기로 했지. 달가닥 달가닥 철커덕 "스르스르 셔어츠 빠라빠라 바아지." 싹둑싹둑, 싸악뚝! 거짓말쟁이들은 허공에 대고 가위질했어. 이럴 수가! 임금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임금님도 눈만 껌벅껌벅. 하지만 임금님은 감탄하는 척했지. 멍청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거든. “오, 훌륭하도다. 빠 빨리 이 옷을 입고 거리 행진을 하고 싶구나.” 두두두두 둥! 드디어 옷이 완성되었어. 거짓말쟁이들이 옷을 들고 조심조심. 거짓말쟁이들은 먼저 임금님이 입고 있던 옷을 싹 벗겼어. 그러고는. “구슬 달린 셔츠부터 입으시죠.” 거짓말쟁이들은 임금님의 팔을 들었다 놨다 했어. “날씬해 보이는 줄무늬 바지를 입으셔야죠.” 거짓말쟁이들은 임금님의 다리를 들었다 놨다 했어. 임금님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어깨를 쫙 펴고 거울에 비추어 봤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떤 옷으로 보일까? 어떤 색으로 보일까? 이 일을 어쩌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날씬해 보이는 검은 줄무늬 바지와 구슬이 촘촘히 셔츠일 지도 몰라. 부드러운 벨벳 줄무늬 바지와 커다란 구슬로 멋 낸 셔츠일 수도 있어. 빰빠라 빰! 드디어 행진이 시작되었어. 그런데 모두 눈만 껌벅껌벅, 꿈벅꿈벅.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조금 뒤, 사람들이 칭찬하기 시작했지. “정말 아름다운 옷이에요.” “맞아요, 눈부시네요.” 바로 그때, 한 꼬마가 깔깔대며 소리쳤어. “임금님 엉덩이 좀 봐,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그제야 사람들이 수군댔어. “히히, 그렇죠? 옷이 안 보이죠?” 임금님 얼굴이 화끈화끈, 다리는 후들후들. 하지만 임금님은 당당한 척 어깨를 펴고 몇 발짝 걸었어. 그런 다음 후다닥 궁전으로 뛰어 들어갔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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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돼지 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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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한 마리가 언덕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았어. “오늘은 양을 잡아먹을까? 거위를 잡아먹을까?” 날마다 먹는 생각만 했지. 그러던 어느 날 늑대의 눈이 반짝거렸어. 토실토실한 아기 돼지 삼 형제가 길을 걷고 있었거든. 아기 돼지 삼 형제는 각자 살 집을 지으러 가는 길이었어. 자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 돼지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서야 집을 지었어. “지푸라기로 집을 지으면 좋을 거야. 구수한 냄새도 나고 잠을 잘 때도 포근하겠지.” 첫째 돼지는 지푸라기로 대충대충 벽을 쌓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에 휙휙 흔들거리는 지푸라기 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키득키득 웃었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돼지는 온종일 놀다 하늘이 어둑해진 뒤에야 집을 지었어. “나뭇가지로 집을 지으면 멋질 거야.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나뭇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타도 좋겠지.” 둘째 돼지는 나뭇가지로 대충 벽을 올리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나뭇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배꼽을 잡고 웃었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셋째 돼지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을 지었어. “주룩주룩 비가 내려도 펄펄 눈이 내려도 끄떡없는 튼튼한 집을 지어야지.” 셋째 돼지는 하루 종일 벽돌을 날라 꼼꼼히 벽을 올리고 지붕과 대문을 만들었어. 바람이 쌩쌩 불어도 걱정 없는 벽돌집을 지었지. 그것을 본 늑대가 쳇 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어. 밤이 되자, 늑대가 첫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잠꾸러기 돼지야, 문 열어라!” 첫째 돼지는 덜덜 떨면서 지푸라기 문을 꼭 잡았어. “싫어요.” “킬킬, 그렇다고 내가 그냥 갈 줄 알고?” 늑대는 두 볼을 풍선처럼 부풀렸어. 그러고는 있는 힘껏, “푸우우우” 하고 입김을 불었어. 지푸라기로 대충대충 만든 집은 모두 날아가 버렸어. 첫째 돼지는 ‘걸음아, 날 살려라.’ 셋째 돼지네 집으로 도망을 갔지. 다음 날 밤, 늑대가 둘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늑대는 문 앞에서 둘째 돼지를 불렀지. “놀기 대장 돼지야, 놀자!” “늑대는 정말 싫어요.” 둘째 돼지가 오들오들 떨며 나무 문을 꽉 잡아당겼어. “뭐야? 내가 싫다고?” 늑대는 앞발을 번쩍 쳐들었어. 그러고는 있는 힘껏 나무집을 부숴 버렸어. 나뭇가지로 대충 만든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둘째 돼지도 ‘걸음아, 날 살려라.’ 셋째 돼지네 집으로 도망을 갔지. 다음 날 밤, 늑대는 셋째 돼지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어. 늑대는 문 앞에서 셋째 돼지를 불렀지. “부지런한 돼지야, 놀자!” “지금은 잠잘 시간이에요.” 셋째 돼지는 침대로 올라가 불을 끄고 누웠어. “흥, 건방진 돼지 같으니라고. 가만두나 봐라.” 늑대는 두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고, 배를 불쑥 내밀고 앞발을 번쩍 쳐들었어. 후후후! 쿵쾅쿵쾅 쾅! 하지만 벽돌집은 끄떡도 안 했어.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도 아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어. 다음 날 이른 아침,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었어. 늑대가 다시 셋째 돼지를 찾아왔어. “부지런한 돼지야!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단다. 함께 따러 가지 않을래?” “아직 아침도 안 먹었는걸요.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면 그때 오세요.” 늑대가 돌아가자, 셋째 돼지는 재빨리 사과밭으로 달려갔어. 셋째 돼지가 나무에 올라 바구니 가득 사과를 따고 있을 때, 늑대가 나무 아래서 시커먼 얼굴을 쑥 내밀었어. “너 혼자 사과를 다 따려고?” 늑대가 꼴깍 침을 삼켰어. 셋째 돼지는 사과 한 알을 힘껏 던지며 외쳤지. “사과가 데굴데굴 굴러가요. 저 사과를 주워 주세요.” 늑대는 헐레벌떡 사과를 쫓아갔어. 그사이 셋째 돼지는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 문을 잠가 버렸어. 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를 쫓아가던 늑대는 한참을 달리고서야 셋째 돼지에게 깜빡 속은 걸 깨달았어. 늑대는 뿌드득뿌드득 이를 갈았지. “내 이 녀석을 반드시!” 늑대는 하루 종일 셋째 돼지의 집을 지켜보며 어떻게 하면 잡아먹을 수 있을지 생각했어. “그래, 바로 그거야!” 그날 밤, 늑대는 지붕을 타고 셋째 돼지의 집 굴뚝으로 살금살금 올라갔어. 그때 셋째 돼지는 콧노래를 흥얼대며 커다란 솥에 보글보글 물을 끓였지. 아무것도 모르는 늑대는 굴뚝으로 단숨에 내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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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꼬마 재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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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옷 만드는 꼬마 재봉사.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면 신사의 멋진 양복이 되고 아가씨의 아름다운 드레스도 되지. 언덕 너머 작은 마을에 사는 꼬마 재봉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어. “윙, 윙.” 어디선가 파리들이 날아들었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모두 일곱 마리였지. “흠, 귀찮은 파리들. 내가 모두 때려잡을 테다.” 꼬마 재봉사는 파리들을 향해 가죽끈을 힘껏 내리쳤어. 그랬더니 파리 일곱 마리가 후드득후드득. 한꺼번에 떨어졌어. “앗, 한 번에 일곱을 때려잡다니! 난 정말 대단해!” 꼬마 재봉사는 ‘한 번에 일곱’이란 말을 바느질하여 허리띠를 만들었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을 해야겠어.” 그러고는 허리띠를 척 두르고는 씨익 웃었지. “치즈와 새도 가져가야지.” 꼬마 재봉사는 씩씩하게 길을 떠났어. “룰루 라라. 나는 용감한 꼬마 재봉사. 한 번에 일곱을 때려잡았네.” 그러다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커다란 거인을 만났어. 키는 산만큼 크고, 두 눈은 핑글핑글. 머리는 삐죽삐죽, 목소리는 쩌렁쩌렁. ‘어? 아주 센 놈이네. 하지만 난 용감한 꼬마 재봉사라고!’ 꼬마 재봉사는 거인에게 소리쳤어. “어이, 친구! 내 부하가 되지 않을래?” “흥! 조그만 게 겁도 없구나! 대장이 되고 싶으면 어디 나처럼 해 보시지.” 거인은 돌멩이를 손에 쥐고 꽉 눌렀어. 그러자 돌멩이가 부서져 물처럼 뚝뚝 떨어졌지. 꼬마 재봉사도 치즈를 꺼내 꾹 짰어. 그러자 치즈가 물처럼 줄줄 흘렀어. 거인은 화가 나 가슴을 쿵쿵 쳤어. 그러더니 커다란 돌을 저 멀리 던져 버렸지. “어이, 꼬맹이! 이렇게 할 수 있어?” “그까짓 것쯤이야, 내 돌은 땅에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꼬마 재봉사는 새를 휙 던졌어. 그러자 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렸어. “아니, 이럴 수가?” 거인은 얼굴을 감싸며 도망갔지. 다시 길을 걷던 꼬마 재봉사는 피곤해서 풀밭에서 잠이 들었어.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임금님이 꼬마 재봉사의 허리띠를 보았지. “아주 대단한 친구야. 쓸모가 있겠어.” 임금님은 꼬마 재봉사를 궁으로 데려갔어. 꼬마 재봉사를 궁에 데려온 임금님이 말했어. “숲에 있는 못된 거인 둘을 물리쳐 주면 공주와 결혼을 시키고 이 나라의 절반을 떼어 주겠다.” “한 번에 일곱을 때려잡았는데, 고작 둘이니 문제없습니다.” 꼬마 재봉사는 숲으로 갔어. 거인들은 나무 밑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지. 꼬마 재봉사는 주머니에 돌을 넣고 나무 위로 올라갔어. 그러고는 한 거인에게 돌을 휙 던졌지. “앗! 아파!” 다른 거인에게도 돌을 휙! “야! 왜 돌을 던지는 거야!” “난 안 던졌어. 네가 먼저 던졌잖아?” 서로 티격태격하던 거인들은 주먹질까지 하며 싸우다 지쳐 쓰러져 버렸어. 꼬마 재봉사가 거인들을 물리치자 임금님은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어. 하지만 공주를 꼬마 재봉사와 결혼시키고 싶지는 않았어. 숲속에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지고 이마에 커다란 뿔이 달린 괴물이 있다. 괴물을 잡아 오면 공주와 결혼시켜 주겠다. “한 번에 일곱을 때려잡았는데, 고작 뿔 하나 달린 괴물이라면 문제없습니다.” 꼬마 재봉사는 밧줄과 도끼를 들고 숲으로 갔어. 꼬마 재봉사는 괴물과 딱 마주쳤어. “크르렁!” 괴물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지. 괴물이 코앞까지 왔을 때 꼬마 재봉사는 얼른 나무 뒤로 숨었어. 그러자 괴물은 뿔로 나무를 콱 들이받고 말았지. “쿡! 크르렁 꾸꾸꾸.” 뿔이 어찌나 나무에 깊이 박혔던지 괴물은 꼼짝도 못 했어. 꼬마 재봉사는 괴물의 뿔을 자른 뒤 꽁꽁 묶어서 임금님에게 보여 주었어. 임금님은 모기만 한 소리로 말했지. “내 사랑스러운 공주와 나라의 절반을 그대에게 주노라.” 임금님이 된 꼬마 재봉사는 공주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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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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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저 성에 거인이 정말로 살았더란다. 거인은 자기 정원을 무척 좋아했어. “이 세상에 이만큼 아름다운 정원은 없을걸?” 그런데 정원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걱정하는 마음도 컸지. “사람들이 나 몰래 들어와서 꽃이랑 열매랑 몽땅 훔쳐 갈지도 몰라.” 그래서 거인은 정원 둘레에 나무 울타리를 높이 세웠단다. 어느 날 거인에게 편지 한 통이 왔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가 보낸 편지였지. "친구, 내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네." "결혼식에 꼭 와 주기 바라네." 거인은 정원이 괜찮을지 걱정되긴 했지만, 나무 울타리에 경고문을 커다랗게 붙이고 쿵쿵쿵 길을 떠났단다. 나의 정원에 들어오는 사람은 무시무시한 벌을 받을 것이다! 거인이 떠나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그리고 이레가 지났어. 자그마한 여자아이 하나가 나무 울타리에서 구멍을 발견했단다. 구멍 안으로 들어간 여자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온갖 꽃이랑 나무, 새들이 가득한 정원이 펼쳐졌거든. 여자아이는 울타리 대문을 활짝 열고는 친구들을 불렀어. “모두들 거인의 정원으로 놀러 와. 얼른!” 그날부터 거인의 정원은 아이들 차지가 되었단다. 어른들이 걱정하며 가지 말라고 야단쳐도 아이들은 날마다 거인의 정원에서 놀았어. 거인의 정원은 정말 멋진 놀이터였으니까. 한 달, 두 달, 석 달, 넉 달, 다섯 달, 여섯 달, 그리고 일곱 달이 흘렀어. 드디어 거인이 돌아왔단다. 정원에서 웃고 떠들며 노는 아이들을 본 거인은 벼락처럼 내달리며 소리쳤어. “이놈들이 감히 내 정원에서 놀아? 당장 나가지 못해!” 아이들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어. 곧 눈과 함께 겨울이 찾아왔단다. 그리고 차가운 겨울이 계속되었어. 벽난로에 장작을 아무리 던져 넣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 거인은 두툼한 담요를 뒤집어쓴 채 정원을 바라보았어. “어째서 이렇게 겨울이 길지? 왜 봄이 오지 않는 거야?” 그때 정원의 나무 사이로 반짝 무언가 움직였어. “이 녀석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했는데.” 거인은 정원으로 쿵쿵쿵 달려갔어. 복숭아나무 아래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있었어. 거인이 천둥처럼 소리쳤지. “다시는 내 정원에 기어들지 말라고 했지?” 여자아이는 거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어. “제 손수건이 바람에 날려 저기 걸렸어요. 그래서.”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손수건이 예쁘게 살랑거렸어. 거인의 마음도 이상스레 살랑거렸지. 거인은 아이를 들어 올려 주었단다. 아이는 손수건을 잡고는 방긋 웃었지. 거인은 그 귀여운 모습에 그만 따라 웃고 말았어. 그때 신기하게도 나뭇가지에는 꽃들이 피어났어. 그러자 정원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아이들이 튀어나왔어. 아이들은 거인과 여자아이를 둘러쌌단다. 때마침 정원에 따스한 남쪽 바람이 불어왔어. 남쪽 바람은 다른 나무에도 꽃을 피우고 새싹을 돋게 했어. 드디어 거인의 정원에 봄이 온 거야. 그날 이후, 거인의 정원은 다시 아이들 차지가 되었어. 바람 소리, 새소리, 노랫소리, 웃음소리가 가득한 정원에서 거인은 오래도록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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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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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주와 결혼하고 싶은 왕자가 있었어요. 왕자가 공주와 결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세상에는 가짜 공주들이 아주 많아서 진짜 공주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어요. 왕자는 진짜 공주를 찾으러 온 세상을 돌아다녔어요. 보석을 좋아하지만, 책은 전혀 안 읽는 공주를 만났어요.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공주도 만났고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엇이든 막 집어 던지는 공주도 만났어요. 하지만 이런 공주는 진짜 공주가 아니에요. 왕자가 생각하는 진짜 공주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왕자의 어머니는 지혜로운 왕비였어요. 왕비는 왕자가 신붓감을 찾지 못하는 게 큰 걱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진짜 공주를 찾을 수 있을까?’ 왕비는 생각에 잠겨 걷다가 어느새 왕실의 오래된 창고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때 낡은 책 하나가 왕비의 눈에 띄었어요. 왕비는 입김을 ‘후’ 불어책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 냈어요. ‘진짜 공주 구별법이라고?’ 다음 날, 왕비는 신하들을 불러 명령했어요. “땡글땡글하게 잘 여문 완두콩 백 개를 찾아오너라.” 그런 다음 백 명의 공주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어요. 세상의 공주란 공주는 다 모였어요. 이 많은 공주들 가운데에 설마 진짜 공주가 없겠어요? 왕비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어요. 하룻밤만 자고 나면 누가 진짜 공주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공주들을 위한 특별 침대예요! 초대장을 갖고 온 공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침대에서 자게 될 거예요. 드디어 밤이 되었고, 공주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어요. 날이 밝자마자 왕비는 공주들에게 달려갔어요. “어때요? 잘 잤어요? 불편한 데는 없었나요?” “네, 덕분에 잘 잤어요. 아주 편안했어요.” 공주들은 하나같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어요. 왕비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한숨을 쉬었어요. ‘진짜 공주가 아니야!’ 진짜 공주라면 땡글땡글한 완두콩 때문에 잠을 못 잤을 테니까요. 며칠 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어요. 쿵쿵쿵! 공주들이 모두 돌아간 텅 빈 궁전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어요. 문 앞에는 비에 쫄딱 젖은 한 아가씨가 서 있었지요. “지나가던 공주인데, 길을 잃었어요.” 왕비는 왠지 그 아가씨를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룻밤 재워 주기로 했지요. 왕비는 따뜻한 물과 깨끗한 잠옷을 주고 다른 공주들처럼 그 아가씨도 특별 침대에서 자게 했어요. 아무도 그 아가씨가 진짜 공주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왕비조차도 말이에요. 하지만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가씨는 어딘가 품위 있어 보였지요. “침대에 뭐가 있는지 자꾸 배기지 뭐예요. 온몸에 멍까지 들었어요.” 왕비의 눈이 커다래졌어요. “당신이야말로 진짜 공주군요!” 《완두콩 공주》는 덴마크의 작가 안데르센이 쓴 이야기예요. 덴마크는 낙농업의 나라로 수도는 코펜하겐이며, 입헌 군주국이에요. 코펜하겐에는 왕실의 거처로 사용되는 아말리엔보르궁전이 있어요.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요. “잠은 잘 잤나요?” “네, 잘 잤답니다.” 왕비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역시 진짜 공주는 아니군.’ “그런데……. 사실은 조금 불편했어요. 이렇게 해서 왕비는 진짜 공주를 찾았어요. 스무 장의 솜이불 밑에 놓인 완두콩 한 알처럼 아주 작은 것까지 느낄 수 있고, 비에 흠뻑 젖어 꼴이 말이 아니어도 자신이 공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진짜 공주일 거예요. 진짜 공주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알며 지혜로운 말을 할 줄도 알았어요. 진짜 공주를 찾아요! 진짜 공주는 첫째, 아주 작은 것까지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둘째, 언제라도 자신이 공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셋째, 지혜로워야 해요. 이런 공주라면 언제라도 궁전으로 찾아오세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공주님이라고 불러. 우리 엄마, 아빠도 내가 가장 멋진 왕자님이래. 맞아, 너희 모두 공주님이고 왕자님이야. 너희는 모두 특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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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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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는 아침에 집에서 도망쳐 나왔어. 주인을 위해 평생 무거운 짐을 날랐는데, 늙어서 일을 못한다고 밥도 주지 않잖아. 당나귀는 무척 슬펐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음, 맞아. 그거!’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떠올랐어. 당나귀는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어. 길을 걷던 당나귀는 숨을 헐떡이며 앉아 있는 사냥개를 만났어. “주인을 위해 평생 사냥을 했는데, 늙어서 사냥을 못한다고 총으로 쏘려고 하지 뭐야. 그래서 정신없이 도망쳐 버렸어.” 당나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너도 내 신세랑 똑같구나. 내가 음악대를 만들 생각인데, 너도 끼워 줄까?” “음악대? 그거 재미있겠다!” 당나귀와 사냥개는 얼마쯤 걷다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고양이를 만났어. “이빨이 무뎌져서 쥐를 제대로 못 잡았더니 주인이 나를 강물에 던지려고 하잖아. 그래서 말도 안 하고 집을 나와 버렸어. 쳇!” 당나귀와 사냥개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정말이야? 우리도 그래. 우리는 음악대를 만들러 가는데, 너도 끼워 줄까?” “음악대? 마음에 쏙 드는걸.” 길을 걷던 당나귀와 사냥개와 고양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멈칫했어. 지붕 위에서 수탉이 고함을 치고 있었거든. 난 이제 곧 닭고기 수프가 될 거야. 죽기 전에 실컷 소리나 지를 테야. “하지만 죽기 전에 멋진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 우리랑 같이 음악대를 만들자고!” “음악대? 좋고말고!” 꼬끼 오 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앞서 가던 수탉이 휙 돌아보며 말했어.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음악대를 만들기엔 브레멘이 딱 좋잖아.” “브레멘? 좋지, 좋아.” “그럼 오늘부터 우리는 브레멘 음악대다.” 동물들이 브레멘에 도착하기 전에 날이 저물었어. 당나귀와 사냥개와 고양이와 수탉은 하룻밤 자고 아침에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어. 잠잘 곳을 찾던 브레멘 음악대는 작고 아담한 오두막을 발견했어. 가장 키가 큰 당나귀가 창문에 난 구멍으로 집 안을 들여다봤어. “뭐가 보여?” “도둑들의 집인가 봐. 한 상 가득 차렸네. 맛있겠다.” “꼬르륵 꼬르륵.” 브레멘 음악대의 배 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어. 고양이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지. “도둑들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덜컹덜컹.” 우적우적 쩝쩝 밥을 먹던 도둑들은 창문에서 소리가 나자 모두 고개를 돌렸어. 그때 창문이 벌컥 열리더니, 그곳에는. 으아아악! 괴괴,괴물이다! 도둑들은 모두 허겁지겁 도망쳤어. 이제 오두막은 브레멘 음악대의 차지가 됐어. 브레멘 음악대는 도둑들이 남긴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웠지. 배불리 먹고 났더니 졸음이 솔솔 밀려왔어. 브레멘 음악대는 각자 마음에 드는 곳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지. 헐레벌떡 도망간 도둑들이 멀리 달아났느냐고? 아니야. 오두막 가까이에 있었어. “세상에 괴물이 어디 있어? 우리가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도둑 하나가 조심스럽게 오두막을 살피러 왔어. 오두막 안은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한쪽 구석에 아직 살아 있는 불씨가 보였지. 도둑은 초에 불을 붙이려고 불씨 쪽으로 다가갔어. 하지만 그것은 불씨가 아니었어. 그건 바로. 고양이의 눈이었어. 고양이는 도둑의 얼굴을 힘껏 할퀴었지. 그 소리에 잠을 깬 사냥개가 도둑의 다리를 덥석 물었어. 도둑이 마당으로 나가자 당나귀가 뒷발로 뻥! 도둑은 너무 놀라고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그때였어. “꼬끼오오오오!” “오두막에 진짜 괴물이 있다!” 당나귀와 사냥개와 고양이와 수탉은 작은 오두막이 마음에 쏙 들었어. “브레멘에 가지 말고 여기서 살까?” “좋아, 좋아.” “하지만 우리는 브레멘 음악대야.” “그럼, 그럼.” 이렇게 해서 브레멘에 살지도 않고 브레멘에 가 본 적도 없지만 브레멘 음악대가 된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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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아기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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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리는 오랫동안 알을 품고 있었어. 그런데 오늘에야 소리가 나지 뭐야. “바지직바지직.” 알들이 조금씩 갈라지나 봐. “꽥꽥! 꽥꽥!” 저것 봐! 아기 오리들이 차례로 나오고 있어. 엄마 오리는 일어나 새끼들을 살피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도로 자리에 앉았어. 가장 큰 알 하나가 남았거든. “꽥꽥!” 마지막으로 나온 오리를 보자마자 엄마 오리는 한숨이 나왔어. “아휴, 어쩌면 이리도 못생겼을까?” 식구들은 막내 오리를 미운 오리라고 불렀어. 엄마 오리는 새끼들을 데리고 물놀이부터 갔어. 먼저 엄마 오리가 물에 첨벙. 아기 오리들도 따라서 잠방잠방. 물에 동동 떠서 발랑발랑 헤엄쳤지. 미운 오리도 간신히 따라갔어. 그때 다른 오리들이 몰려오더니 미운 오리를 놀리지 뭐야. “이 집 막내는 왜 저렇게 생긴 거야?” “정말 못 봐주겠군.” “저렇게 못생긴 오리는 처음이야!” 그중 하나가 미운 오리의 목을 콱 물었어.
농장에 사는 동물들은 모두 미운 오리를 놀리고 떠밀며 못살게 굴었어. “고양이한테나 물려 갔으면 좋겠어!” “차라리 어디론가 좀 가 버려!” 속상한 미운 오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집을 나와 버렸어. 미운 오리가 넓은 늪에 이르렀을 때, 기러기 한 무리가 막 날아오르려 하고 있었어. 기러기 하나가 말을 걸어왔어. “외톨이 오리야! 우리랑 같이 여행할래?” 미운 오리가 반가운 마음에 막 돌아보는 순간, 탕! 탕! 어디선가 총소리가 나더니 기러기 두 마리가 툭 떨어졌지. 미운 오리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오들오들 떠는 미운 오리 앞에 사냥개가 나타났어. 쫙 찢어진 눈이 몹시 사나워 보였어. 미운 오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어. 하지만 사냥개는 그냥 지나쳐 가 버렸어. 미운 오리는 그제야 겨우 숨을 내쉬며 말했어. “후유! 내가 너무 못생겨서 사냥개도 물지 않나 봐.” 미운 오리는 가슴이 푹 꺼지는 것 같았어. 미운 오리는 어느 작은 집에 머물렀어. 마음씨 좋은 할머니의 집이었는데 그리 오래 있진 못했어. 고양이와 암탉이 자꾸 못살게 굴었거든. “넌 가르랑대지도 못하지? 알도 못 낳고?” “저 못생긴 얼굴을 매일 봐야 하다니, 정말 짜증 나!” 미운 오리는 견디다 못해 쓸쓸히 집을 나왔어. 미운 오리가 물에서 혼자 헤엄치고 있는데 갑자기 크고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가지 뭐야. 우아, 온몸이 눈부시게 하얗네! 길게 뻗은 목도 정말 우아해 보여. 저렇게 예쁘면 참 행복하겠지?’ 미운 오리는 가까이 가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몸이 더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 추운 겨울이 왔지만, 미운 오리는 갈 곳이 없었어. 여기저기 헤매다 늪 속 갈대밭에서 혼자 지냈지. 눈바람에 깃털이 딱딱하게 얼어붙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날도 있었어. ‘아! 차라리 이대로 잠들어 버렸으면.’ 미운 오리는 너무 춥고 외로워서 잠이 들어 깨어나지 않길 바랐어.
“배쫑배쫑, 배쫑배쫑.”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종달새 노래가 들려왔어. 드디어 봄이 온 거야. 미운 오리도 오랜만에 날개를 펴 보았어. 아까부터 날개가 간질간질했거든. 그런데 미운 오리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더니 몸이 두둥실 날아오르지 뭐야! 봄 하늘을 훨훨 날아 호수에 내려앉은 미운 오리는 백조들에게 다가갔어.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 미운 오리는 백조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 백조의 아름다운 모습에 주눅이 든 미운 오리는 고개를 푹 숙였어. 그러다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게 된 거야. ‘백조? 세상에, 내가 백조가 되었어!’ 아름다운 백조가 된 미운 오리는 자기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기다란 목과 우아한 날개는 영락없는 백조였지. 그 뒤로는 아무도 미운 오리를 놀리지 않았어. 미운 오리가 그랬던 것처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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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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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신데렐라. 내 구두는 어디 있어?” “어휴, 멍청한 신데렐라. 내 머리핀을 왜 거기 둔 거야?” 신데렐라는 새엄마와 두 언니들에게 불려 다니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어요. 물 긷고, 불 때고, 요리하고. 신데렐라는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지요. “우리가 돌아오기 전까지 커튼과 이불을 모두 빨아서 널어놔.” 새엄마와 언니들이 집을 나서자 신데렐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어렸을 때 신데렐라는 공주처럼 귀하게 자랐어요. 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뜨자 못된 새엄마와 두 언니는 신데렐라를 하녀처럼 부려 먹었어요. 하루는 심술궂은 첫째 언니가 발로 차는 바람에 신데렐라는 벽난로 앞에 넘어져 그만 재투성이가 되고 말았지요. “아하하, 저 꼴 좀 봐. 재투성이야. 재투성이 신데렐라!” 그때부터 재투성이란 뜻의 신데렐라로 불리게 되었어요. 그날도 신데렐라는 지친 몸으로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언니들이 호들갑을 떨며 뛰어왔어요. “엄마! 엄마! 왕자님이 우리를 무도회에 초대했어!” 두 언니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어요. 그러고는 옷을 잔뜩 꺼내 놓고 신데렐라를 닦달했어요. “신데렐라, 어서 드레스에 리본을 달아.” “구두는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야지!” 신데렐라는 언니들의 긴 머리까지 예쁘게 매만져 줘야 했어요. “이 드레스가 좋을까, 저 드레스가 좋을까?” 새엄마와 두 언니는 온종일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입어 보았어요. 신데렐라는 부러운 눈으로 언니들을 바라보았지요. 못된 둘째 언니는 신데렐라를 놀리기까지 했어요. “신데렐라, 설마 너도 무도회에 가고 싶은 건 아니지?” “재투성이가 성에 나타나면 난리 날걸?” 언니들이 신데렐라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깔깔댔어요. “자, 자, 서둘러야 해. 커다란 호박 하나와 생쥐 아홉 마리, 그리고 도마뱀 여섯 마리가 필요하구나.” 신데렐라는 호박을 따 오고 생쥐와 도마뱀도 잡아 왔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그것들을 지팡이로 톡톡 두드렸어요. 호박은 번쩍이는 황금 마차로, 생쥐들은 여섯 마리의 말과 세 명의 마부로, 도마뱀들은 근사한 하인으로 변했지요. “하지만 제 옷차림이.” 신데렐라의 힘없는 목소리에 할머니는 빙긋 웃었어요. “걱정 마, 신데렐라.” 할머니가 지팡이로 톡톡 신데렐라의 몸을 두드리자 신데렐라의 옷차림이 순식간에 바뀌었어요. 한 송이 꽃 같은 드레스에 유리 구두까지. “신데렐라, 밤 열두 시가 넘으면 마법이 풀린단다. 마법이 풀리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걸 꼭 기억하렴.” “고맙습니다, 할머니. 잊지 않을게요.” 신데렐라는 황금 마차를 타고 성으로 달려갔어요. 신데렐라가 성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곤거렸어요. “어느 댁 아가씨야? 처음 보는데?” “정말 아름다워. 무도회장이 더 환해진 것 같아.” 두 언니도 신데렐라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이웃 나라 공주님인가 봐.” 그때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어요. “아름다운 아가씨, 나와 춤추시겠어요?”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반했어요. 신데렐라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왕자와 춤을 추며 이야기를 나눴지요. 댕! 댕! 댕! 시곗바늘이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시계를 본 신데렐라는 깜짝 놀랐어요. “왕자님, 전 이제 가야 해요.” 신데렐라는 황급히 무도회장을 빠져나가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 내려갔어요. 왕자는 신데렐라를 뒤따라 나갔지만 놓치고 말았어요.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네.’ 계단에는 유리 구두 한 짝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지요. 왕자는 유리 구두를 조심스레 집어 들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구두의 주인을 찾아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집에 도착한 신데렐라는 예전처럼 재투성이의 모습이었어요. 말과 마부는 생쥐로, 하인과 마차는 도마뱀과 호박으로 변해 버렸지요. 유리 구두 한 짝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어요.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침대 밑에 두었어요. 과연 신데렐라는 다시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음 날, 왕자의 신하들은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아 나섰어요. 하지만 어떤 아가씨의 발에도 유리 구두는 맞지 않았어요. “그 아가씨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건가?” 왕자는 구두 주인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똑똑똑. 드디어 왕자의 신하들이 신데렐라의 집 문을 두드렸어요. 유리 구두를 보자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서로 먼저 신겠다고 야단이었어요. “이건 내 거야!” “무슨 소리야? 내 발에 꼭 맞는데!” 하지만 유리 구두는 첫째 언니의 발보다 컸고 둘째 언니의 발보다 작았어요. 그때 신하가 신데렐라를 보고 유리 구두를 내밀었어요. 놀랍게도 유리 구두는 신데렐라의 발에 꼭 맞았어요. 신데렐라는 나머지 유리 구두 한 짝을 가져왔어요. 신하들은 매우 기뻐하며 신데렐라를 성으로 데려갔어요.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청혼을 했고, 곧 두 사람은 결혼해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았어요. 하지만 못된 새엄마와 두 언니는 약이 올라 어쩔 줄 몰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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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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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빨간 모자. 할머니가 만들어 준 빨간 모자가 나는 정말 좋아. 나는 언제나 빨간 모자만 쓰고 다니지. 어때? 정말 잘 어울리지?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불러. “빨간 모자야!” 어느 날 엄마가 나를 불렀어. “할머니가 편찮으신데 엄마는 지금 갈 수가 없구나. 할머니께 이 케이크와 포도주를 가져다드리렴.” 엄마는 잔소리를 줄줄 늘어놓았어. “샛길로 가지 말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도 말고, 특히 못된 늑대를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숲길에 막 들어섰을 때였어. “빨간 모자야, 안녕? 어디 가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늑대가 서 있는 거야. 늑대라면 무서워야 하는데, 이 늑대는 착하고 친절해 보였어. “으응,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이야.” “할머니 집이 어딘데?” “저기, 저 숲길 끝에 있어.” 우리는 사이좋게 숲길을 걸었어. 늑대는 멋진 신사 같았어. 시끄럽게 떠벌리지도 않고 무척 다정하게 굴었지.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얼마쯤 걷다가 늑대가 말했어. “저기 좀 봐. 예쁜 꽃이 많이도 피었구나. 꽃을 꺾어다 드리면 할머니가 좋아하실 거야.” “아, 그게 좋겠다. 너는 정말 친절하구나!” 나는 할머니께 드릴 꽃다발을 만들기로 했어. 한 송이를 꺾으면, 더 예쁜 꽃이 보이고, 더 예쁜 꽃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와, 여기도 예쁜 꽃, 저기도 예쁜 꽃!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할머니 집으로 갔어. 그런데 할머니 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 ‘기분이 좀 으스스한걸.’ “할머니, 할머니! 저예요, 빨간 모자예요.”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어. 방 안은 커튼이 쳐져 아주 컴컴했어. “할머니, 어디 계세요?” “침대에 누워 있단다.” 그런데 할머니 모습이 어딘가 좀 이상했어. “할머니, 귀가 왜 이렇게 커요?” “그래야 네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지.” “할머니, 눈은 왜 이렇게 커요?” “그래야 너를 더 잘 볼 수 있지.” “할머니, 손은 왜 이렇게 커요?” “그래야 너를 더 잘 잡을 수 있지 않겠니.” 늑대는 벌떡 일어나 나를 꿀꺽 삼켜 버렸어. 할머니, 입은 왜 이렇게 커요? 그래야 너를 더 잘 잡아먹지, 앙! 늑대는 침대 위에 도로 누웠어. 배가 부르니 잠이 솔솔 왔겠지. 눕자마자 코를 드르렁드르렁 고는데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때 사냥꾼이 집 앞을 지나간 거야. ‘이상하다. 할머니가 어디 편찮으신가? 들어가 봐야겠군.’ “할머니! 안에 계세요?” ‘아니, 저 못된 늑대가? 드디어 너를 잡는구나.’ ‘혹시, 할머니가 이 안에 계신다면?’ “우리 여기 있어요! 꺼내 주세요!” “옳지, 여기 가위가 있군.” 싹둑싹둑. 사냥꾼은 늑대의 배를 자르기 시작했어. “우아, 숨 막혀 죽을 뻔했어요.” “어휴, 고마워요. 얼마나 무서웠던지, 원.” 늑대 배 속이 얼마나 깜깜하고 냄새나는지 안 들어가 본 사람은 모를 거야. 우리가 나온 뒤 사냥꾼은 늑대 배 속에 돌멩이를 꼭꼭 채워 넣었어. 얼마 지나 늑대가 하품을 쩍 하며 일어났어. 우리를 보고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지. 늑대는 달아나려고 몸을 벌떡 일으키다가 배 속의 돌멩이 때문에 그만 푹 고꾸라지고 말았어. 그러고는 끝! 나는 앞으로 엄마 말씀을 잘 들을 거야. 그리고 늑대 말은 절대 안 믿을 거야. 절, 절, 절대로! 아이고! 아이고! 늑대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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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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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백 개나 되는 으리으리한 성에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가 살았어. 공주가 얼마나 예쁜지 꽃들도 공주를 보면 시들시들해졌고, 해님조차도 눈이 부셔 비추지 못할 정도였대. 공주에게는 귀한 보물들이 아주 많았는데 공주는 그중에서도 황금 공을 가장 아꼈지. 어느 여름날, 공주가 우물가에서 공놀이하고 있었어. 풍덩! 아니, 이게 웬일이야! 가장 아끼는 황금 공이 우물 속으로 빠져 버렸지 뭐야. 바로 그때였어. 아주 커다랗고 거무죽죽하고 울퉁불퉁한 개구리가 물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지 뭐야. 공주는 깜짝 놀라 울음을 뚝 그쳤어. “공주님, 제가 공을 찾아다 드릴게요. 대신 저와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감히 내 친구가 되겠다고? 흥, 어림도 없지.’ 공주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 “좋아, 약속할게!” 조금 뒤 개구리는 황금 공을 입에 물고 나타났어. 공주는 기다렸다는 듯 황금 공을 낚아채서는 달아났지. “기다려요! 같이 가요! 나도 데려가야지요!” 개구리가 소리쳤지만, 공주는 들은 척도 안 했어. 그러고는 개구리 따위는 깨끗이 잊어버렸어. 공주가 막 저녁을 먹으려고 할 때였어. 철퍼덕, 철퍼덕, 철퍼덕. 계단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조금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 “공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공주가 슬쩍 문을 열어 봤더니 글쎄, 낮에 보았던 그 개구리가 있지 않겠어! 공주는 얼른 문을 쾅 닫아 버렸어. “얘야, 무슨 일이냐?” 왕이 물었어. 공주는 괜히 울먹거리며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약속은 지켜야 한다. 어서 문을 열어 주어라.” 공주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 주었고, 개구리는 기다렸다는 듯 뛰어왔어. “공주님 옆으로 날 올려 줘요.” 공주가 못 들은 체하자, 왕이 다시 말했어. “개구리 말대로 해 주어라.” 공주는 마지못해 개구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어. “공주님하고 같이 먹게 접시를 내 쪽으로 밀어주세요.” 그 말을 듣자, 공주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어. “아, 배불러. 이젠 한숨 자야겠어요. 나를 안아서 공주님 방으로 데려가 주세요.” 공주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어. “그건 안 돼. 내 방엔 절대 안 돼!” 그러자 왕이 무서운 눈으로 공주를 노려보았어. 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로 개구리를 집어 들고는 기나긴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갔어. 공주는 어두운 구석에 개구리를 떨어뜨리고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어. 그런데 세상에, 개구리가 펄쩍 뛰어오더니 이러는 거야. “공주님, 저도 침대 위로 올려 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임금님께 이를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공주는 화가 치밀었어. “뭐라고? 이 징그럽고 축축한 개구리,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설마 저를 집어 던지기라도 하려고요?” 개구리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어. “못 할 것도 없지. 에잇!” 공주는 개구리를 있는 힘껏 집어 던졌어. “철퍼덕!” “펑!” 소리가 나더니, 개구리는 온데간데없고, 멋진 왕자님이 서 있었어. 공주는 어리둥절했지. “공주님이 제 마법을 풀어 주셨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이 저를 집어 던져야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었거든요.” 공주는 얼굴이 아주 새빨개졌어. 개구리의 겉모습만 보고 못되게 굴었던 것이 부끄러웠지. 왕자가 손을 내밀며 말했어. “저와 함께 제 왕궁으로 가 주시겠어요?” 공주는 뺨을 붉힌 채 고개만 끄덕였지. 다음 날, 은빛 말들이 끄는 마차가 공주와 왕자를 태우고 왕자의 나라로 떠났어. 말들이 달릴 때마다 하늘에서는 땡땡땡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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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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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의 집은 무척 가난했어요. 배가 고파 잠을 이루지 못하던 헨젤과 그레텔은 새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이러다 우리 모두 굶어 죽겠어요. 애들을 숲에다 버릴 수밖에 없다니까요!”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럼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어디 말해 봐요.” 새엄마가 화를 내자 아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오빠, 어떡하면 좋아?” 그레텔이 훌쩍였어요. “울지 마, 그레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헨젤은 살금살금 밖으로 나가 조약돌을 주워 모았어요. 다음 날, 해가 뜨기도 전에 새엄마가 소리쳤어요. “어서 일어나지 못해? 이 게으름뱅이들아!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가야 한단 말이야.” 헨젤과 그레텔은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와 새엄마의 뒤를 타박타박 따라갔어요. 헨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약돌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걸었어요. 숲속 깊은 곳에 들어서자, 새엄마가 말했어요. “우린 나무를 해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렴.” 아빠는 떠나기 전에 모닥불을 피워 주었어요. 달이 등불처럼 환하게 떠오르자, 헨젤이 떨어뜨린 조약돌들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아이들은 조약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어디서 놀다가 지금 들어오는 거야?” 새엄마는 화를 냈지만, 아빠는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며칠이 지난 어느 밤이었어요. “난 이렇게 굶어 죽고 싶지 않아요. 애들이 다시는 집을 찾아올 수 없게 더 깊은 숲속에 버리고 와요.” “한 번도 아니고 어떻게 두 번씩이나 버린단 말이오!” “안 그러면 살 도리가 없잖아요?” 이날도 자지 않고 깨어 있던 헨젤은 조약돌을 주우러 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어 그럴 수 없었어요.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새엄마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웠어요. “이 게으름뱅이들아, 어서 일어나!” 새엄마는 아이들을 닦달해 집을 나섰어요. 조약돌을 줍지 못한 헨젤은 말라비틀어진 빵을 조금씩 떼어 떨어뜨렸어요. “저 아래서 나무를 하고 올 테니, 꼼짝 말고 있어.” 깊디깊은 숲속으로 들어오자, 새엄마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어요. “오빠, 배고프고, 다리도 아파.” 며칠이나 숲속을 헤맨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어요. 그때 하얀 새가 나타나 삐롱 삐로롱 노래를 불렀어요. “그레텔, 우리 저 새를 따라가자.” 날이 어두워졌지만, 아빠와 새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헨젤과 그레텔은 낮에 떨어뜨린 빵 조각을 찾아 나섰어요. “없어졌어! 새들이 다 먹어 버렸나 봐.”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레텔은 무작정 숲길을 걸었어요. “우아, 세상에! 초콜릿과 과자, 사탕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과자 집이 있었어요. 헨젤과 그레텔은 정신없이 달려들어 과자로 만든 집을 뜯어 먹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빨간 눈의 할머니가 나왔어요. “귀여운 꼬마들이로구나. 안에는 먹을 게 더 많단다. 어서들 들어가자.” “마음껏 먹고 편히 쉬려무나.”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을 잔뜩 차려 주고, 푹신한 침대도 내주었어요.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헨젤과 그레텔은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할머니는 잠든 아이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어요. “흐흠, 요놈을 먼저 먹을까? 저놈을 먼저 먹을까?” 사실 할머니는 과자 집을 지어 놓고 아이들을 꾀어 잡아먹는 마귀할멈이었어요. 마귀할멈은 냄새는 귀신같이 잘 맡았지만, 눈은 무척 나빴지요. 아침이 되자 마귀할멈은 헨젤을 따로 가둔 뒤 큰 소리로 그레텔을 깨웠어요. “어서 일어나! 저 녀석한테 먹일 음식을 만들어라. 저렇게 말라서야 어디 먹을 게 있나? 이왕이면 통통하게 살을 찌워서 잡아먹어야지.” 그레텔은 무서워서 엉엉 울었지만, 마귀할멈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마귀할멈은 아침마다 헨젤에게 말했어요. “손가락을 내밀어 보렴. 얼마나 통통해졌는지 보게.” 그럴 때마다 헨젤은 먹고 남은 뼈다귀를 내밀어 눈이 나쁜 마귀할멈을 속였어요. 그레텔이 물을 길어 오자 마귀할멈이 말했어요. “얘야, 화덕이 잘 달구어졌는지 들여다봐라.” 마귀할멈의 속셈을 눈치챈 그레텔이 둘러댔어요. “어떻게 보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멍청한 것, 그것도 몰라? 이렇게 하라고!” 마귀할멈은 화덕 안으로 고개를 쑥 집어넣었어요. 그때 그레텔은 있는 힘껏 마귀할멈을 밀어 넣었어요. 그레텔은 곧장 헨젤에게 달려갔어요. “오빠, 집에 가자. 내가 마귀할멈을 물리쳤어.” 아이들은 집 안에 있는 보석을 주머니에 가득 담아 마귀할멈의 집을 빠져나왔어요. 한참을 걷자, 눈에 익은 숲길이 나타났어요. 드디어 그리운 집에 돌아왔어요. “아빠! 아빠!” 아빠는 아이들을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아이들을 버리고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거든요. 새엄마는 이미 병으로 죽고 없었어요. 세 식구는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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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왕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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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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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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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이야.” “아니야, 왕은 내가 할 거야.” “무슨 소리! 왕이라면 당연히 나지.” 삐삐삐, 쪼쪼쪼, 삐요오, 치치칫, 삑삑, 짹짹, 왁왁! 서로 왕이 되겠다고 새들이 나서는 바람에 조용하던 숲속이 시끄러워졌어요. “아니, 이게 웬 소란이야?” 참다못한 산신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숲속이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새들은 모두 산신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내 말을 잘 들어라! 가장 아름다운 새를 왕으로 삼겠다. 일주일 뒤에 이곳에 모이도록 해라.” 새들이 바빠졌어요. 깃털을 고르고 예쁘게 꾸미느라 통통한 지렁이가 지나가도 잡아먹을 겨를이 없었어요. 새벽이면 연못에서 먼저 목욕을 하려고 줄을 섰어요. 잠꾸러기 부엉이가 대낮에 돌아다닐 정도였다니까요. “아무리 봐도 내가 가장 아름다워. 당연히 내가 왕이 되겠지?” 두루미가 연못에 몸을 비춰 보며 말했어요. 까마귀는 나무 위에서 두루미를 바라보았어요. ‘나에게도 눈부시게 하얀 깃털이 있다면.’ 까마귀는 제 몸을 쳐다보며 한숨을 후유 내쉬었어요. 꾀꼬리는 날개를 활짝 펴고, 자신의 노란 깃털을 한껏 뽐냈어요. ‘아, 나에게도 화사한 노란 깃털이 있다면.’ 까마귀의 한숨 소리가 더 커졌어요. “흥, 실컷 꾸며 보라지. 내 꽁지를 따라올 수 있을까? 어림없어, 암!” 공작이 오색찬란한 꽁지를 활짝 펴며 우쭐댔어요. 약속한 날 새들은 산신령 앞에 모였어요. 산신령은 하나하나 살펴보았지요. “그래, 아주 우아하구나.” “멋지긴 한데 그렇게 졸린 눈을 해서야. 쯧쯧.” “오! 정말 아름답구나. 왕관 같은 깃털이며 오색찬란한 꽁지며 나무랄 데가 없어. 너를 왕으로.” 바로 그때였어요. 산신령의 입이 딱 벌어졌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새가 있었다니! 무지갯빛 깃털을 가진 네가 바로 새들의 왕이다!” 그 말에 새들이 모두 놀라 산신령이 가리킨 새를 쳐다보았어요. “누구지?” “처음 보는 새인데?” 그때 꾀꼬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어요. “이건 내 깃털이잖아?” 그러고는 노란 깃털을 뽑아 갔어요. “이건 내 건데.” 두루미는 하얀 깃털을 뽑아 갔어요. “이건 내 거야.” “이것도, 이것도!” 새들이 모두 달려들어 자신의 깃털을 뽑아 갔어요. 가장 아름다웠던 새가 있던 자리에는 온몸이 온통 까만 까마귀가 서 있었어요. 까마귀는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지요. “하하하, 남의 깃털을 자기 깃털인 척하다니!” 다른 새들이 까마귀를 놀려 댔어요. 조용하던 숲속이 다시 시끄러워졌어요. “산신령님, 왕을 다시 뽑아야 해요!” 《새들의 왕 뽑기》는 그리스의 작가 이솝이 지은 이야기예요.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예요. 그리스 북부에 있는 올림포스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사는 곳으로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한 까마귀는 다른 새들이 버린 깃털을 주워 자신의 몸을 예쁘게 치장했어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기발한 생각으로 극복한 까마귀를 무조건 나무랄 수 있을까요? 새들의 왕은 아름다운 새가 아닌 까마귀처럼 지혜로운 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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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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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 홀어머니와 잭이 살고 있었어요. 가진 것이라고는 살이 제법 오른 젖소 한 마리뿐이었어요. “잭, 젖소에서 더는 우유가 나오지 않는구나. 젖소라도 팔아서 살 궁리를 해야겠다." 잭이 젖소를 끌고 막 숲길을 지나가는 참이었어요. “잭, 어디 가니?” 낯선 할아버지가 잭에게 반갑게 말을 걸었어요. “젖소를 팔러 장에 가는 중이에요.” “그래? 넌 운도 좋구나. 나에게 아주 신기한 완두콩이 있거든.” 할아버지는 큰 인심이라도 쓰듯 젖소와 완두콩을 바꾸자고 했어요. 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절했어요. “이 완두콩은 하루 만에 하늘 끝까지 자란단다.” “그게 정말이에요?” 잭은 얼른 젖소와 완두콩을 바꾸었어요. 잭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엄마는 아주 기뻐했어요. “잭, 젖소를 팔았구나. 얼마에 팔았니?” “엄마, 돈보다 더 신기한 걸로 바꿔 왔어요. 이 완두콩은 하루 만에 하늘 끝까지.” 엄마는 잭의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완두콩을 낚아챘어요. “뭐라고?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엄마는 화를 내며 완두콩을 창밖으로 던져 버렸어요. 잭은 쫄쫄 굶은 채 다락방으로 올라가 금세 곯아떨어지고 말았어요. 다음 날 아침에 잭이 눈을 떴을 때, 잭의 방이 어두컴컴했어요. 잭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완두콩 줄기가 만든 그늘이 드리워 있었어요. 엄마가 던진 완두콩들은 밤새 자라나 정말 하늘 끝까지 닿아 있었어요. “할아버지 말이 맞았어. 진짜 요술 콩이었어!” 잭은 사다리를 타듯 완두콩 줄기를 기어 올라갔어요. 오르고 또 오르자 어느새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았어요. 하늘과 맞닿은 곳에 아주 커다란 집이 나타났어요. 잭은 커다란 집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부인에게 말을 걸었어요. “안녕하세요. 저에게 먹을 것 좀 주세요.” “이런,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남편에게 잡아먹힐 거야.” “잡아먹히나 굶어 죽으나 똑같아요. 제발 먹을 것 좀 주세요.” 부인은 결국 잭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 주었어요. 잭이 음식을 반도 먹지 못했을 때였어요. 쿵쿵 소리가 나더니 온 집 안이 흔들렸어요. 부인이 재빨리 잭을 오븐 속으로 밀어 넣자 커다란 거인이 들어왔어요. 거인은 송아지를 식탁 위에 던지며 말했어요. “이걸로 따끈한 수프를 끓여. 킁킁,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나는데? 내 이놈을 잡아 수프를 끓여야지.” “아유, 어제 먹은 사내아이 냄새겠지요. 수프를 끓여 놓을 테니 어서 가서 씻기나 해요.” 거인이 나가자, 부인은 오븐을 열고 말했어요. “남편은 아침을 먹은 뒤에 한숨 자니까, 그때까지 기다려라.” 거인은 아침을 먹고는 금화가 든 자루를 꺼내 금화를 한 개, 두 개 세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잭은 얼른 오븐에서 기어 나와 금화가 든 자루를 낚아챘어요. 그러고는 쏜살같이 달려 완두콩 줄기를 타고 내려갔어요. “엄마, 제 말이 맞지요? 그 완두콩은 요술 콩이에요.” 잭은 금화로 엄마와 편안하게 살게 되었어요. 금화가 바닥나자, 잭은 다시 완두콩 줄기를 타고 올라가 부인에게 아침밥을 달라고 졸랐어요. 그런데 또, 쿵쿵! 거인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부인은 잭을 얼른 오븐 속에 숨겼지요. 거인은 황소 세 마리를 뚝딱 먹어 치우더니 이번에는 부인에게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꼬꼬야, 황금알을 낳아라.” 그러자 암탉이 쑥 하고 황금알을 낳는 게 아니겠어요? 거인이 잠이 들자, 잭은 암탉을 낚아채 집으로 돌아왔어요. 얼마 뒤, 잭은 또 완두콩 줄기를 타고 올라갔어요. 이번에는 부인도 모르게 거인의 집으로 들어가 커다란 솥에 숨었어요. “킁킁, 분명 사람 냄새가 나는데.” “지난번에 암탉을 훔쳐 간 놈일 거예요.” 거인과 부인은 부엌을 샅샅이 뒤졌지만, 잭을 찾지 못했어요. 실망한 거인은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는 황금 하프를 가져왔어요. “하프야, 연주를 들려주어라!” 황금 하프가 아름다운 연주를 하자 거인은 금세 곯아떨어졌어요. 잭은 이번에도 잽싸게 황금 하프를 낚아챘어요. 그런데 황금 하프가 거인에게 소리치는 거예요. “주인님, 누가 날 훔쳐 가요.” 잠에서 깬 거인이 소리쳤어요. “이놈! 잡히기만 해 봐라!” 잭은 쏜살같이 달려가 완두콩 줄기를 타고 내려갔어요. 집이 보이는 곳까지 내려왔을 때, 잭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았어요. 그런데 저 위에서 거인이 따라 내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무거운 거인 때문에 완두콩 줄기도 휘청거렸어요. “엄마, 도끼를 가지고 빨리 나오세요! 어서요!” 도끼를 들고 뛰어나온 엄마는 뒤쫓아 오는 거인을 보자 겁이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어요. 잭은 땅으로 폴짝 뛰어내리더니 도끼로 완두콩 줄기를 찍기 시작했어요. 잭이 도끼로 쿵쿵 몇 번 찍자 완두콩 줄기는 쩍 반으로 갈라졌어요. 그 순간 하늘까지 솟았던 완두콩 줄기가 쓰러졌고, 거인은 쿵 하고 떨어졌어요. 그날 이후 거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예쁜 암탉아, 황금알을 낳아 주렴.” 잭이 하루에 한 번 암탉을 쓰다듬으면 암탉은 어김없이 황금알을 쑥쑥 낳았어요. 황금 하프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만 해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잭과 엄마는 젖소와 바꾼 완두콩 덕분에 부자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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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와 욕심 많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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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아주 파란 어느 날, 어부가 커다란 넙치를 낚아 올렸어. 요놈을 구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 살펴보는데. 어럽쇼, 넙치가 말하는 거야. “저는 마법에 걸린 왕자예요. 제발 살려 주세요.” 어부는 말하는 넙치가 신기해 얼른 놓아주었어. 넙치는 바다 밑바닥으로 쑥쑥 내려가며 말했어. “‘울랄라 울리 불리, 바다의 왕자 나와라!’라고 주문을 외우면 나를 만날 수 있어요.”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어부는 아내에게 말하는 넙치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어. 그런데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불같이 화를 내는 거야. “아니, 그걸 그냥 놔줬단 말이에요? 소원도 말하지 않고요?” 아내는 어부의 등을 떠밀었어. “어서 가서 예쁜 집이나 한 채 달라고 해요.” 어부는 마지못해 바다로 다시 나갔어. 바닷물은 파르스름해져 있었어. 어부는 넙치를 불렀어. “울랄라 울리 불리, 바다의 왕자 나와라!” 넙치가 금세 고개를 쑥 내밀었어. 어부는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아내가 낡은 오두막이 싫다는구나. 예쁜 집이 갖고 싶대.” “알았으니, 돌아가 보세요.” 어부가 돌아와 보니 낡은 오두막 대신 예쁜 집이 있는 거야. 식탁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고 집 안은 향기롭고 따뜻했어. 어부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어. “정말 맘에 드는걸. 당신은 어때?” 하지만 아내는 달랐어. “글쎄요, 며칠 살아 봐야 알죠.” 이 주일이 지나자, 아내가 말했어. 집이 너무 좁아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당장 가서 으리으리한 성을 달라고 해요. 아내는 어부를 내쫓고 얼른 문을 잠가 버렸어. 어부는 투덜투덜하며 바다로 나갔지. 바닷물은 누렇게 변해 있었어. 어부는 넙치를 불렀어. “울랄라 울리 불리, 바다의 왕자 나와라!” 조금 있으니. 넙치가 고개를 쑥 내밀었어. 어부는 넙치에게 들리도록 손을 입에 대고 말했어. “아내가 예쁜 집도 싫다는구나. 으리으리한 성이 갖고 싶대.” “알았으니, 돌아가 보세요.” 어부가 돌아와 보니 예쁜 집 대신 으리으리한 성이 있는 거야. 하인들이 커다란 문을 열어 주고, 끝도 보이지 않는 정원에서는 사슴, 노루들이 뛰어놀았지. 어부는 점잖게 말했어. “이렇게 멋진 성은 정말 처음이야.” 하지만 아내는 달랐어. “글쎄요, 일단 잠이나 자 봐야 알죠.” 며칠이 지나자, 아내가 어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어. “빨리 일어나요. 어서 가서 이젠 왕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어부는 벌벌 떨었지. “난 왕이 되고 싶지 않소.” “당신 말고 내가 왕이 되어야겠어요!” 아내는 어부가 대답도 하기 전에 성 밖으로 내쫓아 버렸어. 바닷물은 어느새 온통 거무죽죽하게 변해 있었어. 어부는 넙치를 불렀어. “울랄라 울리 불리, 바다의 왕자 나와라!” 한참 만에야 넙치가 멀찍이 고개를 내밀었어. 어부는 넙치가 듣지 못할까 봐 큰 소리로 말했어. “아내가 으리으리한 성도 싫다는구나. 글쎄, 왕이 되고 싶대.” 넙치가 대답했어. “알았으니, 돌아가 보세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어부가 돌아와 보니 성 대신 궁전이 서 있었어. 문지기가 ‘빰빠라 밤’ 나팔을 불자 황금과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꾸민 아내가 나타났어. 여러 명의 시녀를 거느린 채 말이야. 어부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어. “정말 왕이 될 줄이야! 이젠 더 이상 욕심내지 맙시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어. “무슨 소리예요? 그건 내가 결정해요.” 그날 밤, 아내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왕보다 더 힘이 센 것은 없을까?’ 아내는 해가 뜨자마자 어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어. “빨리 일어나세요! 당장 가서 하느님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어부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 “말도 안 돼! 지난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단 말이야.” “해와 달을 뜨게 할 수 없다면 못 살 것 같다고요!” 아내가 기다란 봉으로 때리는 바람에 어부는 허둥지둥 도망쳤지. 우르르 쾅쾅! 철썩철썩! 검게 변한 바닷물에서는 거품이 부글부글하고 썩은 냄새까지 났어. 어부는 넙치를 불렀어. “울랄라 울리 불리, 바다의 왕자 나와라!” 아주 한참 만에야 무서운 얼굴을 한 넙치가 고개를 내밀었어. 어부가 덜덜덜 떨며 소리쳤어. “아내가 왕도 싫다는구나. 하, 하느님이 되고 싶대.” 하지만 넙치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어부가 돌아와 보니 궁전은 온데간데없고 낡은 오두막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어. 욕심 많은 아내는 옛날 모습 그대로 오두막 앞에 앉아 있었지. 어부와 아내는 평생 그 낡은 오두막에서 살아야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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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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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 어느 겨울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어요. 그때 누군가 소리쳤어요. “낯선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남자들이래, 그것도 셋이나!” 마을 사람들은 창문도 꼭꼭 닫아 버렸어요. 먹을 것도 꼭꼭 숨겼지요. “쉿, 온다 온다.” “조용히 해, 조용!” “똑똑똑.” 세 사람은 파란 대문을 두드렸어요. 그렇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똑똑똑.” 빨간 벽돌집으로 가 보았지만 마찬가지였어요.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더니, 아주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 그게 좋겠다. 우리 돌멩이 수프를 끓여 보자.” “아무렴, 돌멩이 수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지.” 돌멩이 수프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빼꼼히 열었어요. “돌멩이 수프라고?” “처음 들어 보는걸?”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꺽다리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돌멩이 수프를 끓이려면 커다란 솥이 필요한데.” “커다란 솥 여기요, 여기!” 파란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대머리 아저씨가 아주 커다란 솥을 가지고 나왔어요. 산만큼 배가 나온 뚱보는 솥에 물을 가득 붓고 불을 지폈어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무슨 일인가 궁금해진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돌돌돌 콧수염이 말했어요. 돌돌돌 콧수염이 말했어요. “물이 끓기 시작하니, 이제 돌멩이가 필요한데.” “아, 돌멩이? 그거라면 내게 맡겨요.” 영차! 영차! 영차! 빨간 벽돌집 땅딸보 아저씨가 돌멩이 세 개를 가져왔어요. “당근하고 양배추를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질 텐데.” “아, 당근이라면 우리 집에 있어요.” “양배추는 내가 가져올게요.” 항아리치마 아줌마는 당근을, 줄무늬 셔츠 아저씨는 양배추를 가져왔어요. “여기에 고기 조금과 감자를 넣으면 둘도 없이 맛있는 수프가 될 텐데.” “고기는 내가 가져오지.” “감자는 우리 감자가 최고죠.” 영차! 영차! 뱅글뱅글 안경 할머니는 고기를, 우락부락 아저씨는 감자를 가져왔어요. 주걱으로 휘이 휘이. “임금님이 좋아하시는 돌멩이 수프엔 보리와 우유도 넣지. 이것저것 다 넣지.” 콧수염과 꺽다리, 뚱보는 수프를 저으며 노래를 불렀어요. “보리와 우유라면 내가 가져오리다.” “이것저것? 아! 우리 집에 옥수수가 조금 있어요.” “우리 집엔 순무가 있어요.” 온 마을 사람들은 앞다투어 음식을 내왔어요. “수프다, 돌멩이 수프!” “임금님이 드시던 수프라네.” 사람들은 작은 접시를 들고 춤을 추었어요. “맛있는 수프는 빵하고 먹어야 제맛이지.” “소시지도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겠지?” 빵, 소시지, 과일이 식탁 가득 놓였어요. 후루룩! 쩝쩝! “와! 이렇게 맛있는 수프는 처음 먹어 봐요!” 수프를 맛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돌멩이 수프가 이렇게 맛있다니.” “여럿이 모여 먹으니 더 맛있어요.” “맞아! 맞아!” 사람들은 맛있는 수프를 먹고 춤추고 노래했어요. 흥에 겨워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어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세 사람은 떠날 준비를 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인사를 나눴어요. “돌멩이 수프 요리법이 어렵나요?” “아뇨, 아주 쉬워요. 가지고 있는 걸 모두 솥에 넣고 끓이세요.” “많든 적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모두 함께 나눠 먹기만 하면 돼요.” 콧수염, 꺽다리, 뚱보가 마을을 떠날 때쯤 마을의 문이란 문은 활짝 열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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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가 된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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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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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임금님은 참 심심했어.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콧구멍을 후볐고, 괜히 연못에 돌을 던지기도 했으니까. 그때였어. 장사꾼이 들이닥친 건 말이야.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귀한 물건입니다.” 임금님은 장사꾼이 가져온 물건을 요리조리 살펴보았어. 그러다 상자 하나를 발견했지. “이 상자는 무엇이냐?” “이건 아주 특별한 것이지요.” 장사꾼은 임금님을 흘끔 쳐다보았어. 상자 안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적힌 쪽지와 거무스름한 가루가 담긴 통이 들어 있었어. “마음에 드신다면 특별히 임금님께 드리지요.” 임금님은 그 말에 솔깃해서 상자를 받았어. 쪽지에 뭐라고 적혔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 임금님은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학자를 불렀어. 학자는 쪽지에 적힌 글을 찬찬히 보며 말했어. “이 가루를 먹은 다음 ‘무타보!’ 하면 동물로 변합니다. 다시 사람이 되려면 동쪽을 향해 세 번 절한 뒤 ‘무타보!’ 하면 되지요. 그런데 동물로 변했을 때 절대 웃으시면 안 됩니다. 주문을 잊어버리거든요.” 임금님은 어떤 동물로 변할까 생각하느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지. 임금님은 믿을 만한 신하와 몰래 궁전을 빠져나왔어. “어떤 동물이 좋을까?” 마침 연못에는 황새들이 ‘딱딱’ 소리를 내고 있었어. “바로 저거야!” 왕과 신하는 가루를 입안에 탁 털어 넣고, ‘무타보!’를 외쳤어. 그러자 다리가 가늘어지고 팔은 큰 날개로 변했지. “와! 정말 황새로 변했습니다.” 신하는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폴짝폴짝 뛰었어. 임금님은 목을 쭉 빼며 늠름하게 걸었지. 그때, 황새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어. “개구리 다리 하나 나눠 줄까?” “아니 안 먹을래. 요즘 자꾸 엉덩이에 살이 쪄서. 그리고 지금 좀 바빠. 춤 연습을 해야 하거든.” 황새는 한쪽 다리를 들고 날개를 우아하게 펼치며 춤을 추었어. 그러다 첨벙 넘어지고 말았지. “하 하 하 하 하 하!” 황새가 된 임금님과 신하는 웃음을 터트렸어. “하 하 하 하, 이를 어째!” “다시 돌아오는 주문이 뭐였죠?” “음, 부부부라보? 아냐 아냐!” “그럼, 무무무 다리?” 왕과 신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무지 주문이 생각나지 않았어. 황새가 된 임금님과 신하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 며칠이 지나자 새 임금님이 온다는 소문으로 나라 안이 떠들썩했어. 새 임금님은 다름 아닌 장사꾼의 아들이었어.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었던 마법사가 장사꾼으로 변장해서 임금님을 속였던 거야. 그 소문을 들은 임금님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 그때였어. 낡은 성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어. “엉엉, 부어엉, 저는 인도의 공주예요. 마법사가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저를 부엉이로 만들어 버렸어요.” 부엉이 공주가 한쪽 날개로 눈물을 닦으며 하소연했어. “그것참, 실은 우리도 마법사에게 당했다오.” 임금님은 부엉이 공주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울음을 그친 부엉이 공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어. “마법사들이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와 자신들이 저지른 나쁜 짓을 떠벌린답니다. 어쩌면 그때, 주문을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오오! 부엉이 공주, 그날을 알려 주시오!” 부엉이 공주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대신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저와 결혼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제가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한쪽 날개로 머리를 긁적이던 임금님은 신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 “자네가 부엉이 공주와 결혼하게나.” “예? 전 이미 오래전에 결혼을 했는걸요. 오히려 임금님이 아직 혼자 계시니 이참에 공주와 결혼을 하시는 게 어떨지.” “한 나라의 왕이 어찌 부엉이와 결혼을 한단 말이냐.” 임금님이 펄쩍 뛰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 임금님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부엉이 공주에게 말했어. “내가 공주님과 결혼하겠소.” 부엉이 공주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지. “고맙습니다. 바로 오늘이 마법사들이 모이는 날입니다.” 임금님과 신하는 부엉이 공주를 따라 좁다란 복도를 지나갔어. 방 안에선 마법사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었어. 그중엔 임금님을 속인 마법사도 있었어. “바보 같은 임금이 걸려들 줄이야? 하하하!” “그런데 그 주문이 뭐였나?” “그건 바로 ‘무타보!’라네.” 임금님과 신하는 기둥 뒤에서 그 말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성을 빠져나왔지. 임금님과 신하는 떠오르는 해를 향해 세 번 절하고 큰 소리로 ‘무타보!’를 외쳤어. 그러자 ‘펑’ 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 사람이 된 임금님과 신하는 부둥켜안고 기뻐했어. 기뻐하던 임금님이 이상한 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웬 아름다운 아가씨가 앉아 있었어. “설마 부엉이 공주?” “네, 제가 부엉이 공주입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나와 함께 궁전으로 갑시다.” 세 사람은 궁전으로 향했어. 임금님은 마법사를 잡아 벌을 주었고, 왕 노릇을 한 마법사의 아들에겐 거무스름한 가루약을 먹여 황새로 변하게 했어. 그뿐 아니라 간지럼을 태워 웃게 만들고는 새장에 가둬 버렸지. 임금님은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어. 이따금 심심해질 때면 왕은 황새 흉내를 냈어. ‘딱딱’ 부리 부딪치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퍼드덕거리며 궁전을 돌아다녔어. 그럼 왕비도 부끄러운 듯 ‘부엉부엉’ 소리를 냈지.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어. 궁전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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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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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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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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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주인님이 세상을 떠나자, 방앗간은 큰아들이 가졌고, 당나귀는 작은아들이 가져갔어. 막내아들에게는 나만 남게 되었지. 막내아들은 그렇게 나의 새 주인님이 된 거야. 주인님은 걱정이 태산이었어. “후유, 네가 쥐를 잘 잡는 것은 알지만 그런 재주로는 돈을 벌 수 없잖아.” 주인님은 한숨을 푹푹 쉬었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나는 더 이상 주인님을 보고 있을 수 없었어. “주인님, 아무 걱정 말고 저만 믿으세요.” 눈앞에서 고양이인 내가 말을 하자 주인님은 너무 놀라서 꽈당하고 넘어지고 말았지. “튼튼한 장화와 자루 하나만 구해 주세요.” 다음 날, 주인님은 나에게 멋진 장화 한 켤레와 자루 하나를 주며 말했어. “내가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 산 거야. 네가 특별하다는 것을 아니까 너를 한번 믿어 볼게.” 장화를 신고 숲으로 달려간 나는 순식간에 토끼 몇 마리를 잡은 다음 통통한 녀석들만 골라 자루에 넣었어. 토끼를 주인님에게 갖다주었냐고? 아니, 아니. 임금님에게 갖다주었어. 임금님에게 토끼를 바치며 내가 말했어. “카라바 후작님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카라바 후작님이 누구냐고? 바로 나의 주인님. 나는 그 뒤로 몇 달 동안 토끼와 새를 사냥해서 임금님에게 바쳤어. 물론 우리 주인님, 카라바 후작이 보내는 선물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지. 임금님은 카라바 후작이 누구인지 점점 궁금해했어. ‘이제 주인님과 임금님을 만나게 해야지.’ 임금님이 공주님과 함께 강을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나는 꾀를 내었어. 주인님에게 강에서 목욕을 하라고 한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님이 목욕을 하는 동안 난 주인님이 벗어 놓은 낡은 옷을 숨기고, 임금님의 마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지. 잠시 뒤, 임금님의 마차가 나타났어. 나는 호들갑스럽게 마차 앞으로 뛰어나가 소리쳤어.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카라바 후작님이 물에 빠졌어요!” 나를 알아본 임금님은 급하게 마차를 세웠어. 그리고 신하들을 시켜서 주인님을 강에서 꺼내게 했지. 임금님은 벌거벗은 주인님을 이상하게 쳐다보았어. 그것을 눈치챈 나는 울먹이며 말했어. “세상에, 도둑들이 나타나 옷과 물건을 몽땅 빼앗고는 카라바 후작님을 강에 던져 버렸답니다.” 그제야 임금님은 가져온 자신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주인님에게 입게 했어. 멋진 옷을 입은 주인님의 모습은 눈이 부셨지. 공주님 눈에도 그렇게 보인 게 틀림없었어. 임금님과 주인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서둘러 거인이 사는 성을 향해 갔어. 성으로 가는 길에 아주 중요한 일을 했지. 모든 밀밭과 보리밭 앞에 푯말을 세우는 일이었어. ‘임금님이 푯말을 보면 주인님이 부자라고 믿을 거야.’ 거인의 성은 임금님이 사는 궁궐보다 화려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였거든. 밀밭과 보리밭도 모두 거인의 것이었지. 사실 거인은 사람을 잡아먹는 못된 괴물이었어. 거인을 만난 나는 미리 생각해 둔 대로 물었어. “거인님, 거인님은 어떤 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다면서요? 악어, 코끼리, 사자, 무엇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펑! 펑! 펑! 소리가 나더니 거인은 순식간에 악어, 코끼리, 사자로 변했어. “짝짝짝!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데 생쥐나 들쥐 같은 작은 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소문일 뿐이죠?” 내 말에 거인은 코웃음을 쳤어. “내가 못 할 것 같아? 잘 보라고!” 다시 한번 펑! 하고 소리가 났어. 거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조그마한 생쥐로 변했어.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한입에 꿀꺽 삼켜 버렸지. 내가 모든 일을 마친 바로 그때, 임금님의 마차가 성으로 다가오고 있었지. 난 얼른 성 밖으로 나가 이렇게 말했어. “카라바 후작님의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인님을 보고 내가 눈을 찡끗하자, 주인님은 임금님과 공주님을 성안으로 안내했어. 성을 둘러본 임금님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서 이렇게 말했어. “공주와 결혼해서 내 사위가 되어 주게.” 주인님과 공주님은 거인의 성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어. 그리고 거인이 남긴 밀밭과 보리밭을 돌보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지. 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고양이 경' 이라는 높은 벼슬을 갖게 되었어. 이제 장난칠 때 말고는 더 이상 쥐를 쫓아다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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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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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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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어. 아주머니는 요술쟁이 할머니를 찾아가 졸랐지. 요술쟁이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말했어. “그래? 어려운 일도 아니지! 자, 이 꽃씨 하나를 가져가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를 만나게 될 거야.” 아주머니는 화분에 꽃씨 하나를 잘 심었어. 그러자 금세 싹이 나더니 쑥쑥 자라서는 빨간 꽃봉오리가 맺혔지. 아주머니가 꽃잎에 입을 쪽 맞추는 순간, 꽃봉오리가 톡 벌어졌어. 그런데 꽃잎에는 아주 작은 아이가 앉아 있지 뭐야! “아이, 예뻐라!” 겨우 엄지손가락만 한 귀여운 여자아이였어.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엄지 공주라고 불러야겠어.” 아주머니는 얼른 호두 껍데기로 침대부터 만들었어. 빨간 장미 꽃잎 이불도 덮어 준걸. 아주머니는 우묵한 접시에 꽃잎도 살포시 놓아 주었지. “엄지 공주야! 신나게 뱃놀이하렴.” 엄지 공주는 배를 타고 놀며 노래도 불렀어. 어느 날 밤, 두꺼비 한 마리가 풀쩍 뛰어 들어왔어. “우리 아들이랑 결혼시키면 딱 좋겠네!” 혼잣말하던 두꺼비가 호두 껍데기를 안고 홱 도망갔지, 뭐야! 엄지 공주가 잠들어 있는 그 호두 껍데기 말이야. “이러면 딴 곳으로 도망치지 못하겠지?” 두꺼비는 엄지 공주를 연못가 연잎 위에 놓아두고 아들을 데리러 갔어. 잠에서 깬 엄지 공주는 앙앙 울었어. 낯선 곳에 혼자 있으니 얼마나 놀랐게. 물고기들은 엄지 공주가 가여워서 꾀를 냈어. “두꺼비가 오기 전에 엄지 공주를 얼른 구해 주자.” “연잎의 줄기를 끊어 떠내려가게 하자!”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자 줄기가 금방 끊어졌어. 연잎은 두꺼비가 쫓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멀리 흘러갔지. 물에 흘러가는 연잎을 하얀 나비가 끌었어. 바로 그때, 풍뎅이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엄지 공주를 확 낚아채 나무로 올라갔지 뭐야. 하지만 엄지 공주는 금방 들국화 위에 버려졌어. “세상에, 다리가 두 개뿐이잖아!” “더듬이도 없고, 꼭 사람처럼 징그러운걸.” 풍뎅이 친구들이 엄지 공주를 못생겼다고 놀렸거든. 엄지 공주는 들판에서 혼자 살아야 했어. 춥고 배고픈 겨울이 왔어. 엄지 공주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어. 눈보라까지 몰아치자 견딜 수가 없었지. 엄지 공주한테는 눈송이 하나도 너무 크고 무거웠거든. 엄지 공주는 겨우겨우 보리밭까지 걸어가서, 들쥐 할머니네 문을 두드렸어. “도와주세요! 너무 춥고 배고파요.” 착한 들쥐 할머니는 엄지 공주를 받아 주었어. 같이 밥도 먹고, 바느질도 하며 즐겁게 지냈지. “엄지 공주야! 네가 있으니 나도 적적하지 않아 좋구나.” 단 하나 엄지 공주를 괴롭힌 건 이웃집 두더지였어. “나는 환한 햇빛이 진짜 싫어. 알록달록한 꽃이나 재잘거리는 새도 진짜 싫어.” 엄지 공주는 그런 두더지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런데 두더지는 벌써 엄지 공주한테 반했지 뭐야. 엄지 공주랑 결혼하겠다고 들쥐 할머니한테 말했을지도 몰라. 들쥐 할머니가 엄지 공주한테 종종 심부름시켰으니까. “두더지 씨한테 이것 좀 가져다드려라. 두더지 씨는 신사 중에 신사지. 게다가 아주 부자란다!” 엄지 공주는 어두컴컴한 땅속에 사는 두더지한테 가는 게 너무 싫었어. 땅속 길에서 엄지 공주는 얼어 죽은 제비를 보았어. 가까이 가 보니, 제비 가슴속에서 콩콩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어. “가엾어라! 죽은 게 아니라 아파 쓰러진 거구나.” 엄지 공주는 정성껏 제비를 간호해 주었어. 물도 떠다 주고 박하잎을 덮어 따뜻하게 해 주었지. 건강해진 제비는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 “두더지 씨와 결혼하는 게 좋겠다!” 들쥐 할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결혼식을 준비했어. 결혼식 날, 해님에게 작별 인사를 한 엄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제비가 나타났지 뭐야.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엄지 공주님! 저와 함께 꽃의 요정들이 사는 따뜻한 나라로 가요.” 엄지 공주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어. 제비는 하늘 높이 날아 따뜻한 나라로 갔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넓게 펼쳐진 꽃밭에 은은한 향기가 퍼졌어. “가장 예쁘고 활짝 핀 꽃에 내려 드릴게요.” 그 꽃에는 엄지 공주만한 임금님이 앉아 있었어. 꽃의 임금님은 엄지 공주를 보자마자 말했지. “나와 결혼해서 꽃의 여왕이 되지 않겠소?” 엄지 공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주 근사한 결혼 잔치가 열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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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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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 사람들은 걱정거리가 있었어.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고, 도둑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 마을 사람들의 걱정거리는 아주 작디작은 동물 때문이었지. 찍찍찍 찍찍찍. 그건 바로 쥐! 언제부턴가 쥐들이 나타나더니 치즈를 갉아 먹고, 옷장을 차지하고, 아기를 울리고, 길도 모두 차지해 버렸지. “더는 못 참겠다!” 사람들이 시청으로 우르르 몰려갔어. “쥐 때문에 못 살겠어요.” “당장 쥐를 없애지 못할 거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시오!” 그 말에 피둥피둥 살찐 시장이 부들부들 떨었어.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하지만 그때까지 없던 방법이 툭 하고 튀어나올 리가 없잖아? 시장의 얼굴에선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비서들은 헛기침만 흠흠 해 댔지. 바로 그때였어. 똑똑똑! 젓가락같이 마르고, 장대같이 길며, 딱 반 잘라 한쪽은 노랗고, 다른 쪽은 빨간 옷을 입은 아주아주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어. 나는 피리 부는 사람입니다. 내가 피리를 불면 어떤 동물이든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천 냥만 주면 쥐를 모두 없애 드리지요. “그게 정말이오?” 시장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어. “쥐만 없애 준다면 천 냥이 아니라 만 냥이라도 주겠소.” 이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어.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들을 없애 주겠대!” 사람들은 목을 길게 빼고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 기다렸지. 마침내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기 시작했어. 피리 소리가 점점 높아지더니 갑자기 수많은 쥐가 쏟아져 나왔어. 큰 쥐, 작은 쥐, 뚱뚱한 쥐, 마른 쥐, 까만 쥐, 회색 쥐, 빠른 쥐, 느린 쥐, 늙은 쥐, 어린 쥐 할 것 없이 하멜른의 쥐란 쥐들은 죄다 몰려나왔지. 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갔어. 많고도 많은 생쥐가 요리조리 마을을 빠져나가 강에 이르렀어. 첫 번째 쥐가 물에 풍덩 빠지자 두 번째, 세 번째 쥐도 풍덩풍덩! 셀 수도 없이 많은 쥐가 모두 물에 빠져 죽었어. “쥐들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이 기뻐하며 소리쳤어. “이제 약속대로 천 냥을 주시지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시장에게 말했어. “그깟 피리 좀 불어 주고 천 냥이라니, 말도 안 되오. 자, 오십 냥이니 이거나 받아 가시오.” 시장이 돈주머니를 내밀며 말했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얼굴이 굳어졌어. “나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내가 다시 피리를 불면 후회하실 겁니다.” “하하, 우리가 후회할 거라고? 어디 한번 피리를 다시 불어 보시지?” 시장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문밖으로 내밀었어. 피리 부는 사나이는 피리를 꺼내 들었지. 달콤하고 부드러운 피리 소리가 하늘로 퍼져 나갔어.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지. 큰아이, 작은 아이,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말이야.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재잘재잘 웃으며 피리 소리를 따라갔어. 사람들은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어. 따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 그러다 아이들이 산에 이르자 시장이 말했어. “저 산은 넘지 못할 거야.” 그런데 웬걸, 마치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산이 활짝 열렸어. 아이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갔지. 그러자 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왔어. 그 뒤로 아이들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다리를 다친 아이 하나만 빼고 말이야.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만나거든 전해 주시오. 아이들만 데리고 돌아온다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주겠다고 말이오.” 시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사정했어.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어. 이미 아이들은 사라지고 말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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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열두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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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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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공주가 열두 명이나 되는 왕이 살았어요. 열두 공주는 하나같이 아름답고 마음씨도 고왔어요. 왕은 남부러울 게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왕에게 걱정이 생겼어요. ‘도대체 왜 공주들의 구두가 밤새 너덜너덜해져 있지?’ 며칠 밤낮을 고민하던 왕은 말했어요. “공주들의 비밀을 알아 오는 자는 마음에 드는 공주와 결혼할 수 있고, 이 나라의 왕도 될 수 있노라.” 그 소식을 들은 이웃 나라 왕자가 선뜻 나섰어요. 왕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공주들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그때 첫째 공주가 웃으며 왕자에게 포도주를 건넸어요. “먼 길을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한 잔 마셔요.” 향긋한 포도주 냄새를 맡은 왕자는 그만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말았어요. 왕자는 금세 곯아떨어졌지요. 왕자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어요. 공주들의 구두가 또 너덜너덜 닳아 있었지요. “휴, 공주들의 비밀을 하나도 못 알아냈어.” 그 뒤에도 여러 명의 왕자가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열두 공주님의 비밀을 아무도 캐지 못해 걱정 걱정하다가 왕은 병을 얻었네.” 온 나라에 이런 노래까지 떠돌았어요. 작은 마을에 살던 가난한 병사도 이 노래를 들었지요.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곧바로 가난한 병사는 왕궁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 가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배가 너무 고픈데, 먹을 것 좀 나누어 줄 수 있나?” “네, 그럼요. 여기 빵 다 드세요.” 병사가 준 빵을 허겁지겁 먹은 할머니는 속삭였어요. “공주가 주는 포도주를 마시면 안 돼. 그리고 이 투명 망토가 널 도와줄 거야.” “정말요? 고맙습니다.” 가난한 병사는 서둘러 왕궁으로 가서 왕에게 말했어요. “제가 열두 공주님의 비밀을 알아내겠습니다.” 왕은 허름한 옷차림의 가난한 병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더 이상 나서는 왕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요. “흠, 그렇게 하도록 해라.” 가난한 병사는 열두 공주가 잠들어 있는 침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어요. 그런데 침실 가장자리에서 자는 막내 공주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어요. ‘오, 정말 사랑스럽군!’ 가난한 병사가 넋을 잃고 막내 공주를 바라보고 있을 때, 첫째 공주가 일어나더니 포도주를 내밀었어요. 가난한 병사는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할머니가 포도주를 마시지 말라고 했지.’ 가난한 병사는 포도주를 마시는 척하면서 슬며시 흘려 버렸어요. 그러고는 잠든 척했지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웅성거리는 소리에 가난한 병사가 살짝 실눈을 떴어요. 공주들은 너도나도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이 드레스가 나을까, 저 드레스가 나을까?” “난 이 구두가 마음에 들어.” 그런데 막내 공주만 안절부절못했어요. “언니, 병사가 진짜 잠든 게 맞아요? 불안해요.” “넌 모든 일에 걱정이 너무 많아.” 첫째 공주는 들은 척 만 척했어요. 잠시 뒤, 첫째 공주는 자기 침대 쪽으로 가서 침대를 톡톡 쳤어요. 침대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어요. 다 꾸민 공주들은 사뿐사뿐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지요. 가난한 병사는 냉큼 투명 망토를 걸쳤어요. “조심조심 공주들을 따라가야지.” 그런데 그만 가난한 병사가 막내 공주의 드레스를 밟았어요. “어머나! 언니, 누가 내 드레스를 밟았어요.” “아무도 없는데 누가 밟니? 못에 걸린 게지.” 이번에도 첫째 공주는 들은 척 만 척했지요. 계단을 다 내려가자 반짝반짝 빛나는 숲이 나왔어요. ‘우아, 왕을 믿게 하려면 뭐든 가져가야겠어.’ 가난한 병사는 나뭇가지 세 개를 연이어 뚝뚝 꺾었어요. 그 소리에 막내 공주가 깜짝깜짝 놀랐지요. “언니, 왜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질까요?” 첫째 공주는 여전히 들은 척 만 척했어요. “막내야, 우리를 기다리는 왕자들이 터뜨리는 폭죽 소리겠지.” 숲속을 다 지나오자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어요. 호숫가에는 열두 명의 왕자가 타고 있는 열두 척의 작은 배가 공주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열두 공주는 주저 없이 배에 탔어요. 가난한 병사는 냉큼 막내 공주가 탄 배에 올라탔어요. 그러자 막내 공주가 깜짝 놀라며 말했어요. “언니, 우리 배에 누가 탄 거 같아요. 방금 배가 기우뚱했어요.” 역시나 첫째 공주는 들은 척 만 척했지요. 열두 공주는 호수를 건너 높은 성에 도착하자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왕자들과 춤을 추었어요. 막내 공주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춤을 추었지요. ‘춤추는 모습까지 정말 사랑스럽구나!’ 가난한 병사는 막내 공주를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자그마한 술잔을 호주머니에 넣었어요. 가난한 병사는 열두 공주보다 한발 먼저 방으로 돌아왔어요. “휴, 다행이다. 공주들이 오기 전에 잠든 척해야지.” 가난한 병사는 침대에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까지 냈어요. 뒤따라 들어온 첫째 공주가 말했어요. “저것 봐,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열두 공주는 이내 잠이 들었지요. 오랫동안 춤을 추느라 너무 피곤했거든요. 다음 날 아침, 왕은 공주들의 침실로 갔어요. “구두가 또 이 모양이군.” 잔뜩 화가 난 왕은 가난한 병사를 불렀어요. “그래, 공주들이 밤새 어디서 무얼 했느냐?” “공주들은 밤새 땅속 나라 왕자들과 춤을 추었습니다.” 가난한 병사는 나뭇가지 세 개와 술잔을 내밀며 말했어요. “오호, 대단하군! 약속한 대로 마음에 드는 공주와 결혼하도록 해라.” 그러고는 땅속 나라로 가는 계단을 꼭꼭 막았지요. 물론 가난한 병사는 막내 공주를 선택했어요. 처음부터 막내 공주에게 홀딱 반해 있었으니까요. 드디어 가난한 병사와 막내 공주의 결혼식이 열렸어요. 커다란 무도회도 함께 열렸지요. 공주들과 무도회에 초대된 왕자들은 밤늦도록 춤을 추었어요. 가난한 병사와 막내 공주도 눈을 맞추며 춤추고 또 춤추었지요. 물론 구두가 너덜너덜 닳을 때까지는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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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팃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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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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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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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무척 좋아하는 엄마와 딸이 있었어. “엄마, 아주아주 큰 빵을 만들어 주세요.” 엄마는 얼굴만 한 빵 다섯 개를 만들었어. “너무 뜨겁네. 조금 있으면 먹기 좋을 게다.” 그런데 딸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 엄마가 우유를 짜러 간 잠깐도 말이야. “딱 한 개만 먹어야지.” 딸은 하나 먹고, 또 먹고, 또 먹다가 빵을 홀랑 다 먹어 버렸지. 농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얘야, 도대체 빵은 어디에 있니?” “다 먹어 버렸어요.” 딸은 씨익 웃으며 말했어. “세상에, 그걸 다 먹다니!” 엄마는 빈 식탁과 딸을 번갈아 쳐다보았어. 배고픈 엄마는 한숨만 쉬다가 물레를 들고 문밖으로 나갔지. 엄마는 물레를 돌리며 노래를 불렀어. “내 딸은 오늘 빵을 다섯 개나 먹어 치웠다네. 그것도 얼굴만 한 빵을!” 그때 우연히 집 앞을 지나가던 왕이 노래를 들었어. “내 딸,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불러 보아라.” 엄마는 차마 딸이 빵을 다 먹어 치웠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 너무 창피한 일이잖아? 그래서 노랫말을 바꿔 불렀지. “내 딸은 오늘 실을 다섯 타래나 뽑았다네. 그것도 반짝이는 실을!” 사실 왕은 실을 빨리 뽑는 여인을 좋아했지 뭐야? 왕은 대뜸 이렇게 말했어. 부인의 딸을 왕비로 삼고 싶소. 일 년 중 열한 달 동안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옷도 마음껏 입을 수 있소. 대신 한 달 동안은 날마다 실을 다섯 타래씩 뽑아야 하오. 만약 실을 뽑아내지 못하면 살려 두지 않을 것이오. 딸은 왕과 결혼한다는 게 꿈만 같았어. 마지막 한 달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서둘러 왕과 결혼을 해 버렸지. 딸은 왕비가 되어 날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옷도 마음껏 입었어. 왕과의 약속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왕이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딸이 결혼한 지 열한 달이 지났을 때였어. “왕비, 오늘부터 실을 다섯 타래씩 뽑아 놓으시오. 실을 뽑지 못하면 살려 두지 않을 것이오.” 왕비는 물레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지. 왕비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왕은 방문을 잠가 버렸어. 빈방에 갇힌 왕비는 물레를 붙들고 어쩔 줄 몰라 했어. 결국 왕비는 엉엉 울고 말았어. 그때 창문 쪽에서 소리가 났어. “왜 울고 있어요?” 새처럼 날개는 있지만 부리가 없고, 긴 꼬리가 달린 이상하게 생긴 놈이었어. 왕비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어. “어떡하면 좋아? 실을 뽑아 본 적도 없는데, 나더러 하루에 다섯 타래씩 뽑으라잖아.” “그거라면 문제없어요. 제가 해 드리죠. 대신 하루에 세 번 기회를 줄 테니 내 이름을 맞혀야 해요. 맞히지 못하면 당신은 내 아내가 돼야 해요.” 왕비는 또 다음 일은 생각지도 않고 그러겠다고 했지. 이상하게 생긴 놈은 약속대로 실 다섯 타래를 날마다 만들어 왔어. 하지만 왕비는 이름을 맞히지 못해 점점 더 조마조마해졌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어. “그럼, 프레첼?” “땡! 내일도 내 이름을 맞히지 못하면.” 이상한 놈은 엉큼한 웃음을 짓고는 말을 이었지. “당신은 내 거예요!” 그러고는 휙 사라졌어. 그날따라 왕이 왕비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어. 왕비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왕은 낮의 일이 생각났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지. “오늘 깊은 숲속으로 사냥을 갔는데, 긴 꼬리가 달린 이상하게 생긴 놈이 물레를 정신없이 돌리지 뭐요. 노래까지 부르면서 말이오.” “내 이름을 맞혀 봐! 절대 못 맞힐걸! 내 이름은 톰팃톳!” 다음 날 저녁, 마지막으로 이상한 놈이 나타났어. “자, 내 이름을 맞혀 봐요.” 왕비는 일부러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마카롱?” “땡!” “와플?” “땡! 땡! 땡! 하하하.” 이상한 놈은 어찌나 신났는지 방 안을 방방 뛰어다녔어. “자! 이번에 맞히지 못하면 당신은 내 아내가 되는 거예요!” 그러자 왕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왕에게 들은 노래를 불렀어. “내 이름을 맞혀 봐! 절대 못 맞힐걸! 내 이름은 톰팃톳!” “꺄악!”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요상한 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 그리고 다시는 왕비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 왕비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옷 입으면서 걱정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게 되었어. 대신 새로운 걸 보면 이름을 짓는 취미 하나가 생겼지. 왕비는 그렇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어. 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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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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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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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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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곱고 사랑스러운 엘리사 공주는 열한 명의 오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새엄마가 된 왕비는 왕자들과 공주가 미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왕비는 어린 엘리사를 먼 시골로 보내 버리고 왕자들에게는 몹쓸 저주를 내렸지요. “못생긴 새로 변해 버려라!” 하지만 왕자들은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날아갔어요. 엘리사가 열다섯 살이 되자, 왕은 엘리사를 성으로 다시 불렀어요. 왕비는 아름답게 자란 엘리사를 보고 질투가 나서 엘리사의 목욕물에 두꺼비 세 마리를 넣고 주문을 걸었어요. “공주를 흉측한 굼벵이로 만들어 버려라!” 하지만 두꺼비들이 오히려 향기로운 꽃으로 바뀌었지요. 결국 왕비는 엘리사의 몸에 썩은 기름을 바르고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려 왕이 알아보지 못하게 했어요. “이게 무슨 냄새냐? 당장 저 아이를 내쫓아라.” 내쫓은 아이가 자기 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왕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요. 엘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숲을 헤매었어요. ‘오빠들도 나처럼 쫓겨났나 봐.’ 엘리사는 오빠들이 보고 싶어, 오빠들이 나오는 꿈까지 꾸었어요. 길을 잃고 헤매던 엘리사는 어느 맑은 연못가에 도착했어요. 엘리사는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름다운 얼굴이 온통 지저분하게 변해 있었으니까요. 얼른 연못 물에 얼굴을 씻은 엘리사는 다시 예전처럼 아름다워졌어요. 엘리사는 어느새 바닷가에 다다랐어요. 그때 어디선가 백조들이 나타나 날개를 퍼덕였어요. 그리고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자, 백조들은 열한 명의 왕자로 변했어요. “왕비의 마법 때문에 우린 해가 뜨면 다시 백조로 변할 거야. 널 혼자 이곳에 두고 갈 수는 없어.” 백조들은 꼬박 이틀을 날아가야 하는 곳으로 엘리사를 데려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모두가 밤을 새워 나무껍질로 그물을 만들었지요. 해가 뜨자 왕자들은 다시 백조가 되었어요. 백조들은 엘리사를 태운 그물을 물고 온종일 쉬지 않고 바다 위를 날았어요. 밤에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바위에서 엘리사를 둘러싼 채 온몸으로 파도를 막아 냈어요. 다음 날에도 힘든 여행은 계속되었어요. 자신을 태우고 가느라 지친 오빠들을 보며 엘리사는 온통 미안한 마음뿐이었지요. 어느새 저 멀리 섬나라가 보였어요. 백조들은 엘리사를 동굴 앞에 내려 주었어요. 엘리사는 마법에 걸린 오빠들을 구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엘리사의 꿈에 요정이 나타났어요. “쐐기풀로 옷을 짜서 오빠들에게 입히면 마법을 풀 수 있단다. 하지만 옷을 다 짤 때까지 네가 한마디라도 말하면 오빠들은 모두 죽고 말 거야.” 엘리사는 꿈에서 깨자마자 쐐기풀을 뜯어 모았어요. 엘리사의 두 손은 가시에 찔려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어요. 아픈 것도 참고 쐐기풀을 짓이겨서 초록색 실을 만들었어요. 엘리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상처투성이 손으로 옷을 만들었어요. 엘리사는 오로지 오빠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오빠들은 엘리사가 안타까워 눈물만 흘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섬을 다스리는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엘리사를 보았어요. “당신은 어두운 동굴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답군요.” 왕은 첫눈에 반해 엘리사를 성으로 데려갔어요. 사랑에 빠진 왕은 엘리사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었고, 엘리사도 그런 왕을 점차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성에서도 엘리사는 온종일 쐐기풀 옷만 만들었어요. 한 벌 또 한 벌, 옷은 완성되었어요. 이제 한 벌만 더 만들면 되는데 실이 모자랐어요. 쐐기풀은 마녀들이 모인다는 묘지에서만 구할 수 있었지요. 엘리사는 무서웠지만 꾹 참고 묘지로 갔어요. 쐐기풀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 엘리사를 보자 왕의 얼굴이 싸늘해졌어요. 사람들이 왕에게 엘리사는 마녀가 틀림없다고 말한 거예요. 왕은 눈물을 참으며 명령했어요. “내일 아침, 저 마녀를 불에 태워라.” 엘리사는 어두운 감옥에 갇혔어요. 하지만 감옥에서도 쉬지 않고 쐐기풀 옷을 짰어요. ‘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엘리사는 한시도 쉬지 않았어요. 다음 날 처형장에 가게 되는 것도 상관없었어요. 어느새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어요. 아침이 되자 처형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자신을 태울 나뭇단 위로 끌려 올라갈 때도 엘리사는 옷을 짜고 있었어요. “마녀가 이상한 걸 만들고 있다. 빼앗아라!”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돌을 던졌어요. 그때 어디선가 백조들이 날아와 엘리사를 에워쌌어요. 그리고 나뭇단에 불을 붙이려는 바로 그 순간, 엘리사가 열한 벌의 쐐기풀 옷을 백조들에게 던졌어요. 놀라운 광경이 사람들 앞에 펼쳐졌어요. 백조들이 열한 명의 왕자로 변해 차례로 땅에 내려왔어요. “난 마녀가 아니에요!” 엘리자가 말하자 나뭇단은 향기로운 장미꽃으로 뒤덮였어요. 왕은 엘리사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어요. 첫째 왕자가 왕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어요. 왕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어 엘리사에게 주었어요. “나의 왕비가 되어 주겠소?” 엘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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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와 홍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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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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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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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작은 오두막집에 엄마와 두 딸이 살았어. 오두막집 앞에는 두 그루의 장미 나무가 자라고 있었지. 한 그루에서는 눈처럼 새하얀 백장미가 피었고, 다른 한 그루에서는 앵두같이 빨간 홍장미가 피었어. 엄마는 장미처럼 예쁜 두 딸을 백장미, 홍장미라고 불렀어. 백장미와 홍장미는 착해서 엄마도 잘 도와드렸어. 둘은 사이도 무척 좋아서 늘 붙어 다녔지. 백장미와 홍장미는 숲속을 돌아다니며 산딸기를 따는 것을 좋아했어. 숲속을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신기하게도 어떤 동물도 백장미와 홍장미를 해치지 않았어. 오히려 숲속 동물들은 백장미와 홍장미랑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지. 여느 때처럼 한가로운 저녁 시간,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렸어. “홍장미야, 어서 가서 문을 열어 보렴. 잘 곳 없는 나그네인가 보다.” 엄마의 말에 홍장미가 문을 열었더니 벌벌 떨고 있는 곰이 문 앞에 서 있는 게 아니겠어? “저런 가여운 곰이구나, 어서 들어와서 따뜻하게 쉬렴.” 엄마는 불쌍한 곰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어. 백장미와 홍장미는 곰에게 다가가 말했지. “우리가 눈을 톡톡 털어 줄게.” “얘들아, 정말 고마워.” 백장미와 홍장미의 다정한 보살핌에 곰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 어느새 백장미와 홍장미는 곰과 친해졌어. 곰이랑 털실 감기 놀이도 하고, 곰의 등에 올라타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어. 백장미와 홍장미의 장난이 너무 심할 때면 곰은 소리쳤어. “아이고, 나 좀 살려 줘!” 그러면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는 장난스럽게 말하셨지. “백장미, 홍장미야! 네 신랑감을 너무 괴롭히지 마라.” 따뜻한 봄이 되자, 곰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어. “나는 숲속의 나쁜 난쟁이들로부터 내 보물을 지키러 가야 해. 땅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는 난쟁이들이 땅속에 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난쟁이들이 땅 위로 올라오거든. 그러면 내 보물을 보고 훔쳐 갈지도 몰라.” 백장미와 홍장미는 무척 슬퍼하며 곰과 헤어졌어. 며칠 뒤 백장미와 홍장미가 숲을 거닐 때였어. 쓰러진 나무에 수염이 끼인 난쟁이가 꼼짝달싹 못 하고 낑낑거리고 있었지 뭐야? “나 좀 도와줘! 나 좀!”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어요, 난쟁이 아저씨?” 홍장미가 묻자, 난쟁이는 마구 화를 내며 말했어.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다가 이렇게 됐지! 얼른 내 수염을 빼 달란 말이야!” 마음씨 고운 백장미와 홍장미는 난쟁이를 도와주었어. 하지만 난쟁이를 아무리 잡아당겨도 수염은 빠지지 않았어. 그러자 백장미는 가방에서 가위를 꺼내어 난쟁이의 수염을 싹둑 잘라 주었어. “에잇, 이런! 감히 내 멋진 수염을 잘라?” 오히려 난쟁이는 버럭 화를 내며 황금이 든 보자기를 들고 가 버렸어. 얼마 뒤 백장미와 홍장미는 냇가에서 난쟁이를 또 보았어. 낚싯줄에 수염이 엉킨 난쟁이는 점점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어. 이번에도 백장미는 난쟁이의 수염을 잘라 줄 수밖에 없었지. “에잇, 뭐야! 또 내 멋진 수염을 잘라?” 난쟁이는 길길이 뛰며 진주가 든 보자기를 챙겨서 후다닥 가 버렸어. 백장미와 홍장미는 심부름 가는 길에 난쟁이를 또 보고야 말았어. “에잇! 나쁜 독수리야, 나를 빨리 내려놔!” 난쟁이는 독수리에게 붙잡혀서 버둥거리고 있었지. 백장미와 홍장미는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난쟁이였지만 가여웠어. 이번에도 난쟁이를 독수리에게서 간신히 떼어 주었지. 그랬더니 세상에, 난쟁이가 이렇게 말했어. “너희들이 나를 세게 잡아당겨서 내 멋진 옷이 망가졌잖아!” 그러고는 보석이 든 자루를 들고 바위 아래로 쪼르르 들어가 버렸어. 백장미와 홍장미는 한숨을 푹 쉬고 가던 길을 계속 갔지. 심부름을 마친 백장미와 홍장미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나무 구멍에 보석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게 보였지. “우아, 이렇게 많은 보석은 처음 봐.” 백장미와 홍장미가 보석을 구경하느라 정신없을 때 어디선가 난쟁이가 쪼르르 달려왔어. “이건 다 내 거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난쟁이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댔어. 바로 그때. 으르렁, 으르렁!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곰이 달려왔어. 깜짝 놀란 난쟁이는 벌벌 떨며 말했어. “존경하는 곰 나리, 이 보물을 다 드릴게요. 저 대신 백장미와 홍장미를 잡아 드세요!” 하지만 곰은 난쟁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쟁이를 앞발로 뻥 하고 날려 버렸어. 으르렁! 백장미와 홍장미는 너무 무서워서 앞만 보며 도망쳤어. 그때 뒤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 “백장미, 홍장미야! 도망치지 마.” 겨우내 함께 지냈던 곰의 목소리였어. 백장미와 홍장미가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곰의 가죽이 스르르 벗겨지더니 멋진 청년이 서 있었어. 황금빛 옷을 입은 청년은 말했어. “나는 먼 나라의 왕자로, 난쟁이의 저주에 걸려 곰이 된 거야. 이제 난쟁이를 물리쳤으니, 저주에서 풀려났단다.” 그 뒤 왕자와 백장미는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어. 왕자를 만나려고 온 왕자의 동생은 홍장미와 사랑에 빠졌고 말이야. 백장미와 홍장미는 결혼해서도 함께 엄마를 모시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 난쟁이가 모아 둔 보석은 이웃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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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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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_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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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엄마와 단둘이 살았어요. 소년은 아픈 엄마 대신 집안일을 했어요. 어느 겨울 아침, “엄마, 창고에 가서 밀가루 좀 가져올게요.” 소년은 그릇에 밀가루를 담아 창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북풍이 몰아치더니 밀가루를 가져가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어, 어, 어?” 소년은 다시 창고에서 밀가루를 담아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북풍이 불어오더니 밀가루를 휘휘 휘몰아 가져갔어요. “어, 밀가루, 내 밀가루!” 소년은 날리는 밀가루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어요. 소년은 하는 수 없이 남은 밀가루를 탈탈 털어 가지고 나왔어요. 그런데 세상에! 또! 또! 북풍이 밀가루를 후 불어 버렸어요. 화가 난 소년은 콧김을 훅훅 내뿜으며 하늘에 대고 소리쳤어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 우린 뭘 먹으라고요!” 휘휘, 휘익! “북풍 아저씨 계세요? 아저씨를 만나러 왔어요.” “아니, 어린 꼬마가 이 먼 곳까지 어쩐 일이냐?” 북풍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온 산이 울릴 정도였어요. “아, 아저씨가 가져간 밀가루를 찾으러 왔어요.” 소년은 무서웠지만 용기 내어 말했어요. “내가 밀가루를 가져갔다고? 미안하구나. 하지만 나에겐 밀가루가 없으니 대신 이 식탁보를 주마.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하고 말하면 뭐든 차려 준단다.” 다음 날, 소년은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어요. “엄마,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북풍이 음식을 차려 주는 신기한 식탁보를 주지 뭐예요.” “그게 정말이니? 어디 한번 보자꾸나.” 소년은 식탁보를 펼쳐 놓고 큰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그러나 식탁보는 빵 한 조각도 내놓지 않았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제발 음식 좀 주렴.” 이렇게도 말해 보고 저렇게도 말해 봤지만 소용없었어요. “북풍한테 가서 밀가루를 찾아올 거예요.” 소년은 엄마에게 말하고 집을 나섰어요. 그러고는 북풍을 찾아 걷고, 또 걸었어요. 마침내 소년은 북풍이 사는 곳에 도착했지요. 소년은 식탁보를 들고 집으로 가던 길에 해가 저물어 여관에 머무르기로 했어요. 하루 종일 쫄쫄 굶은 소년은 무척 배가 고팠어요. 소년은 식탁 위에 식탁보를 펼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그 순간 식탁 위에는 맛있는 음식이 한가득 차려졌어요. 소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지요. 누군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바로 여관 주인이었지요. 식탁보가 탐이 난 여관 주인은 소년이 잠들기를 기다렸어요. 소년이 깊이 잠들자, 여관 주인은 똑같은 식탁보를 가져와 소년의 식탁보와 바꾸어 놓았어요. 소년은 다시 북풍을 찾아갔어요. 해가 뉘엿뉘엿 할 때서야 겨우 북풍이 사는 곳에 도착했지요. 소년을 본 북풍은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네가 또 어쩐 일이냐?” “아저씨가 주신 식탁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빵 한 조각도 차려 주지 않던걸요? 그냥 제 밀가루를 돌려주세요.” “이런, 밀가루가 없는데 어쩌지? 그럼 금화를 만드는 양을 주마.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하고 말하면 금화를 뱉어 낸단다.” 소년은 양을 데리고 길을 떠났어요. 이번에도 도중에 해가 저물어 여관에서 머무르기로 했어요. ‘혹시 이 양도 가짜가 아닐까?’ 소년은 자기 전에 양을 시험해 보기로 했어요.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그랬더니 양이 정말로 금화를 우르르 뱉어 내는 게 아니겠어요? 이 모습을 여관 주인이 또 훔쳐보고 있었어요. 소년이 깊이 잠들자, 여관 주인은 다른 양을 데려와 소년의 양과 바꾸어 놓았어요. 소년은 씩씩거리며 또다시 북풍을 찾아갔어요. “북풍 아저씨, 그냥 제 밀가루로 돌려주세요. 이 양도 시끄럽게 울기만 하던걸요” “허허, 그것참 이상하구나.” 북풍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이제 오래된 지팡이밖에 줄 게 없구나.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라고 말하면 ‘지팡이야, 이제 멈춰라!’라고 말할 때까지 계속 때리는 지팡이란다.” “어쩔 수 없죠. 지팡이라도 가져갈게요.” 다음 날,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북풍이 이번에는 금화를 만드는 양을 주지 뭐예요.” “세상에, 그런 양이 있다고? 어디 한번 보자꾸나.” 소년은 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하지만 양은 매애 매애 시끄럽게 울어 댈 뿐 동전 한 닢도 뱉어 내지 않았어요. 소년은 이번에도 그 여관으로 갔어요. ‘뭔가 수상해. 오늘은 한번 지켜봐야겠어.’ 소년은 지팡이를 침대 옆에 두고 잠든 척 코를 골았어요. 얼마쯤 지나자 삐거덕 문이 열리더니 여관 주인이 살금살금 들어왔어요. ‘오호라, 모두 저 사람 짓이었어.’ 소년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어요.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 그러자 지팡이가 휙 날아오르더니 탁탁탁 퍽퍽퍽 여관 주인을 때리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사람 살려! 아이고, 나 죽네!” 여관 주인이 악악 소리를 질러 댔어요.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그만, 이제 그만!” 하지만 지팡이는 멈추지 않았어요. “모두 돌려줄게. 제발 멈춰다오!” 그제야 소년이 지팡이를 향해 말했어요. “지팡이야, 이제 멈춰라!” 탁 탁 탁! 퍽! 퍽! 소년은 식탁보와 지팡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물론 금화를 만드는 양도 데려왔지요. “엄마, 엄마, 북풍이 거짓말한 게 아니었어요!” “그래? 정말 잘됐구나. 얼마나 신기한지 한번 보여다오.” 소년은 식탁보를 펼쳐 놓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그러자 식탁보가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이번에는 양을 보고 소리쳤어요.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그러자 양이 금화를 우르르! 그런데 지팡이는 쓸 일이 별로 없었어요. 가끔 이불을 털 때만 빼고요.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 탁!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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